바이트댄스, 올해 AI에 30조원 투자
텐센트, 3D 콘텐츠 제작 AI 솔루션 ‘훈위안’ 출시
미니맥스의 ‘토키AI’, 글로벌 5위 랭크
| 조용성 기자 ys1744@newspim.com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 선두추숴, 深度求索)의 AI 대형 모델(챗봇)이 글로벌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기면서 중국의 AI 경쟁력이 재평가되고 있다. 중국 내 다른 AI 기업들도 덩달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실제 경쟁력을 갖춘 AI 기업들이 적지 않아 언제 어떻게 제2, 제3의 딥시크가 출현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IT 대기업 중에서는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쯔제탸오둥, 字节跳动)가 AI 분야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중국 업체들도 2023년부터 속속 AI 챗봇을 내놓았는데,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바이두(百度)다. 그해 3월 공개된 어니봇(원신이옌, 文心一言)이 바이두의 첫 작품이다.
바이트댄스의 무시 못할 경쟁력
바이트댄스는 바이두의 어니봇보다 5개월 늦은 2023년 8월 더우바오(豆包)라는 이름의 AI 챗봇을 내놓았다. 바이두에 비해 후발주자였지만 이내 추월해 현재 월간 사용자 수(MAU)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통계 사이트인 AICPB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는 MAU 7861만명을 기록해 중국 AI 대형 모델 제품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순위는 2위였다.
다만 딥시크의 추론형 대형 모델인 딥시크 R1이 지난 1월 20일 출시됨에 따라 2월 순위는 뒤집힐 수도 있다. 딥시크의 사용자 수는 연일 급증하는 추세다. 딥시크의 1월 MAU는 3370만명을 기록하며 중국 내 2위에 올라 있다. 바이두의 어니봇은 1305만명으로 4위에 랭크됐다.
1월 집계로 볼 때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는 중국 내 다른 제품들을 넉넉히 앞섰다. 오픈AI의 챗GPT 사용자 수가 3억4941만명인 것에 비하면 바이트댄스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이지만,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생성형 AI 대형 모델인 더우바오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AI 동영상 생성 모델인 픽셀댄스(PixelDance)의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다. AI 동영상 생성 모델로는 오픈AI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소라(Sora)가 대표적이다.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사진=바이두 캡처]
바이트댄스 올해 AI 장비 구매에 30조원 배정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이트댄스는 지난 1월 AGI(General AI) 개발에 착수했다. 사내에 AGI 장기 연구팀을 꾸리고 프로젝트명을 시드엣지(Seed Edge)로 명명했다. 오픈AI를 비롯해 딥마인드(구글의 자회사), 마이크로소프트, IBM, 테슬라, 메타 등도 AGI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AGI는 ‘범용 AI’라는 의미로, ‘좁은 AI’를 뜻하는 ‘Narrow AI’와 상대되는 개념이다. 챗GPT, 소라(Sora), 자율주행 등 현재 사용되는 AI는 ‘Narrow AI’에 해당한다.
중국 매체 커촹반일보는 “바이트댄스는 과거 AGI에 대한 언급을 무척 신중하게 해 왔다”며 “이번 연구팀 구성은 바이트댄스라는 IT 대기업이 전례 없는 전략적 결심을 가지고 AI의 미래에 뛰어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트댄스의 AI 개발은 창업자인 장이밍(張一鳴)이 주도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바이트댄스는 올해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해저케이블 등 AI 관련 하드웨어에만 200억달러(약 29조178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70억달러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텐센트의 3D 콘텐츠 생성 AI
또 다른 중국의 IT 대기업인 텐센트 역시 AI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 1월 21일 훈위안(混元)이라는 이름의 3D 생성 모델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대형 모델은 3D 그래픽 생성 능력을 지니고 있다. 텐센트는 동시에 3D 콘텐츠 AI 창작 플랫폼인 훈위안 3D AI 창작 엔진을 출시했다.
텐센트는 내부 게임 사업에 훈위안을 이용하고 있다. 3D 화면 제작 시간을 열흘에서 불과 몇 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텐센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훈위안은 텐센트 지도의 3D 내비게이션에도 쓰이고 있다. 3D AI는 게임 제작과 광고, 제조업, 맞춤형 지능 등의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게임과 미술 분야에서 2D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술은 비교적 성숙했지만, 3D 콘텐츠 기술은 기술 개발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텐센트의 훈위안은 3D 콘텐츠 생성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AI 벤처 ‘여섯 작은 호랑이’
중국에는 IT 대기업 외에도 눈여겨봐야 할 AI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다. 현지 언론들은 딥시크의 성공 이후 대표적인 AI 벤처기업 6곳을 ‘6마리의 작은 호랑이(六小虎)’라 칭하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
첫 번째 작은 호랑이는 즈푸(智普)AI다. 즈푸AI의 대형 모델인 즈푸는 1월 월간 사용자 수 702만명을 기록했다. 선완훙위안(申萬宏源)증권은 “즈푸의 AI 대형 모델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AI가 소비자용 하드웨어와 결합하는 중요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즈푸AI는 2019년 설립된 AI 개발 스타트업이다. 칭화(清華)대학 출신 연구자들이 주축이며 AI 모델 연구, 개발, 상용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샷의 키미, 미니맥스의 토키AI
두 번째 작은 호랑이는 문샷AI(웨즈안몐, 月之暗面)다. 문샷AI는 2023년 11월 키미 챗(KIMI Chat)이라는 대모형 모델 기반 AI 챗봇을 발표했다. 키미는 장문 텍스트 서비스에 특화된 AI 모델이다. 지난해 3월 문샷AI는 키미 챗을 통해 세계 최초로 단일 대화 내 처리 가능 텍스트를 200만 자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세 번째 작은 호랑이는 미니맥스(MiniMax)다. 미니맥스의 싱예(星野)는 1월 월간 사용자 수 731만명을 기록했다. 또한 글로벌 버전 AI 대형 모델인 토키(Talkie) AI는 1월 월간 사용자 수가 3258만명에 달했다. 아바타 챗봇으로도 유명한 토키 AI는 글로벌 AI 대형 모델 사용자 수에서 5위에 올라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니맥스는 중국 AI 기업인 센스타임 출신 연구진이 2021년 창업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
글로벌 평가에서 수위권 성능 입증
네 번째 작은 호랑이는 바이촨AI(百川智能)다. 바이촨AI는 지난해 5월 차세대 대모형 AI 모델인 바이촨(Baichuan)4를 발표하고 첫 번째 AI 어시스턴트 바이샤오잉(百小應)을 출시했다. 특히 의료 분야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다섯 번째 작은 호랑이는 제로원AI(링이완우, 零一萬物, 01AI)다. 이 업체는 지난해 이라지(Yi-Large) AI 대모형 모델과 최신 플래그십 모델 이라이트닝(Yi-Lightning)을 출시했다. 이라이트닝 모델은 대규모언어모델(LLM) 벤치마크(비교 평가) 사이트인 LMSYS에서 글로벌 6위를 기록했다.
여섯 번째 작은 호랑이는 제웨싱천(階躍星辰·STEPFUN)이다. 글로벌 AI 모델 기준 테스트 플랫폼 라이브벤치(Live Bench)가 공개한 2024년 11월 19일 기준 평가 순위에서 제웨싱천이 자체 개발한 1조 파라미터급 언어 대모형 모델 스텝-2(Step-2)는 중국 대형 모델 중 1위, 전 세계 5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