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ANDA 뉴스 | 월간 ANDA | 안다쇼핑 | 中文 | 뉴스핌통신 PLUS
회원가입로그인정기구독신청

이전 2022.12월호 다음
ANDA
+
+
+
+

차이나

2022.08월 ANDA
2022.09월 ANDA
2022.10월 ANDA
2022.11월 ANDA
2022.12월 ANDA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2월호

IMF 외환위기·IT버블 붕괴...역사는 반복된다?

IMF 외환위기 때 코스피 하락률 -76% IT버블 붕괴로 美 나스닥 -78% 대폭락 버블 붕괴 후 코스닥 아직도 전고점 회복 못해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 주식시장의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 2021년 6월의 3316포인트를 정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2022년 11월 현재까지 무려 1년 5개월째 반등다운 반등 없이 조정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지루한 조정장세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과거의 대폭락 사례들을 통해 힌트를 얻어보자.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주기적으로 버블과 붕괴를 경험한다. 지난 25년간 한국에서 나타났던 버블 붕괴 중 가장 심각했던 3개 사건은 1997년의 ‘IMF 외환위기’와 2001년의 ‘IT버블 붕괴+9.11 테러’,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꼽을 수 있다. 이 3개의 대폭락 사건 중 가장 최근인 글로벌 금융위기만 해도 벌써 14년 전이다. 지금의 MZ세대 중 상당수는 이 대폭락장을 경험해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1997년 IMF 외환위기 한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주식이 폭락했던 시기는 바로 1997년의 ‘IMF 외환위기’ 때다. 이 당시 코스피 지수는 1994년 11월에 1145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후 2008년 6월에는 277포인트까지 폭락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은 무려 -76%였다. 증시는 장장 43개월간 장기 하락하며 투자자들을 기진맥진하게 했다. 1997년 초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막대한 대출을 통해 몸집을 불렸던 한국 주요 기업들이 단기 대출을 연장하지 못해 연달아 부도 처리되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보철강의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대농, 기아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외국인들의 한국 사업 철수와 주식 투매로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한국 정부는 1997년 12월에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유동성 자금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결국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210억달러를 지원받으며 국가부도 위기를 넘겼다. IMF는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자유변동환율제, 고금리 정책, 외국인 투자 자율화를 내걸었다. 한국 입장에서 고난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한국은 1997년까지 자유변동환율제가 아닌 관리변동환율제를 적용해 왔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997년 9월까지 850~900원 사이에서 결정됐다. 하지만 1997년 12월부터 IMF의 엄격한 자유변동환율제 적용과 고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환율과 금리가 미친 듯이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2000원 가까이 치솟았고 은행 예금금리는 20% 이상, 대출금리는 30% 가까이 뛰었다. 이 당시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채가 과다해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한 부실기업들은 과감히 퇴출시켰다. 결국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는 등 대기업들마저도 줄줄이 부도가 났다. 또 과감한 금융 구조조정에 들어가 시중의 종합금융사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은행도 무려 5개나 퇴출됐다. 주식시장만큼은 아니었지만 부동산시장도 대폭락해 하락률이 -15%에 육박했다. 언뜻 하락률이 작아 보이지만 이는 통계수치일 뿐이다. 실제 체감 하락률은 훨씬 더 높았다. 특히 부동산 거래 자체가 얼어붙어 유동성이 필요해 아파트를 처분해야 했던 사람들은 매도 자체가 안 돼 애를 먹었다.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부동산 보유자들의 고통도 컸다. 1999년도에 대학을 졸업한 비운의 세대들은 취업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하는 역대급 취업한파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대부분의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해 수많은 직장인들이 해고됐던 한국경제 역사상 최악의 시기였다. 국가의 달러 부채 상환에 일조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 어떤 희망도 없어 보이던 절망의 1998년 말이 지나면서 증권시장은 급격히 반등을 시작했다. 낙폭 과대에 따른 자율반등이 그 시작이었다. 점차 경제상황이 안정됐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IT섹터를 육성하면서 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 코스피 지수는 최저점인 277포인트를 바닥으로 13개월이 지난 1999년 7월에는 4배에 가까운 1053포인트까지 상승해 직전 최고점을 거의 회복하는 기적을 보여줬다. 위기는 기회였다. 여기서의 교훈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국가는 ‘지도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심스러운 낙관론자들은 절망밖에 없던 IMF 시절에 한국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에 베팅함으로써 주식과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다. 물론 이런 기회를 잡으려면 대폭락 당시에 일부라도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했다. 부채가 많았던 사람들은 폭등한 이자를 감당하기에도 버거웠던 시절이었다. 2001년 IT버블 붕괴 및 9.11 테러 미국은 한국과 달리 IMF 사태를 겪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한국의 ‘IMF 외환위기’로 인한 주식 대폭락 시기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 증시가 대폭락한 사건은 언제 발생했을까. 바로 역사상 최고의 버블과 붕괴로 손꼽히는 2000년도의 ‘IT버블 붕괴’다. IT버블 붕괴로 인한 주가 하락은 2000년 3월부터 시작돼 무려 31개월간에 걸쳐 진행됐다. 미국은 이 하락 기간에 9.11 테러까지 터졌다.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미 죽어가던 증시의 숨통이 끊어질 듯한 복합 위기 상황이었다. 이 당시 지수를 관찰해 보면 S&P500 지수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50%였던 데 비해 나스닥 지수는 무려 -78% 폭락했다. 개별종목도 아니고 지수의 하락률이 -78%라니 너무 비현실적이다. 이게 가능한 건가. 그 당시의 비현실적인 주가 폭락을 이해하려면 일단 나스닥 지수의 미친 상승부터 살펴봐야 한다. 나스닥 지수는 1998년 10월의 1344포인트를 바닥으로 2000년 3월의 5133포인트까지 불과 17개월 만에 4배 가까이 폭등했다. 문제는 이 당시의 주가 상승은 정말 비이성적이었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신경제’라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면서 회사 이름에 닷컴이란 단어만 들어갔다면 사업성은 따지지 않고 미국이든 한국이든 미친 듯이 폭등했던 아주 특이한 대버블의 시기였다. 그 이후 갑작스럽게 발생한 IT버블 붕괴 사건은 이후의 회복기간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나스닥 지수는 워낙 버블이 심해 1108포인트까지 폭락한 지수가 다시 전고점인 5132포인트를 회복하는 데 무려 15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S&P500 지수는 닷컴주식 외에도 전통적인 우량주식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덜했다. 그래도 주가 폭락 후 5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최고점을 회복했다. 5년이란 회복기간은 다른 폭락 사례들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물론 현재의 나스닥 지수는 탄탄하다. 대폭락에서 살아남은 빅테크 기업들이 지수를 단단히 받쳐주기 때문이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기업 실적도 IT버블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하락장을 맞아 약 30%의 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10월 말의 나스닥 지수는 1만988포인트다. IT버블 당시 고점인 5133포인트보다 2배 이상 높은 지수 흐름을 보이고 있다. @img4 그렇다면 한국 상황은 어땠을까. 한국의 주가 하락률은 미국보다 더 심각했다. 한국의 주가 하락기간은 미국보다 짧은 21개월이었지만 하락폭은 더 컸다. 코스피 지수는 최고점 대비 -56%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무려 -84%나 폭락했다. 지수 하락률이 -84%라니 숫자가 잘못된 게 아닌지 눈을 의심하게 된다. 한국 역시 이 당시의 주가 대폭락을 이해하려면 먼저 IT버블 당시의 비이성적 상승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 당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대부분은 우량주가 아니라 ‘신경제’라는 미명하에 기대감만 가득한 닷컴주식들이었다. 이때 주식 과열을 보여줬던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새롬기술이다.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던 ‘다이얼패드’라는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그야말로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새롬기술은 1999년 8월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그 후 수백 배가 상승했다. 새롬기술의 높은 성장성을 감안해도 너무나 과도한 상승이었다. 그나마 새롬기술은 상당히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이었다. 그 외에 실체도 없던 수많은 닷컴 기업들의 주가가 버블에 편승해 미친 듯이 치솟았다. 코스닥 지수는 1998년 10월의 605포인트를 바닥으로 16개월 만인 2000년 3월에 6배인 2926포인트까지 폭등했다. 이렇게 경이적인 상승이 먼저 있었기에 경이적인 폭락도 가능했다. 결국 코스닥 지수는 -84%의 하락률을 보이며 457포인트까지 폭락했다. 비이성적이었던 주가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당시 폭락하던 한국 증시를 아예 붕괴시킨 사건은 9.11 테러였다. 미국 날짜로 2001년 9월 11일에 테러범들은 항공기를 납치해 110층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4대의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266명, 워싱턴 국방부 청사 125명, 세계무역센터에서 2500~300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끔찍한 사건이었다. 사건 직후 약 1주일간 미국 증권시장이 문을 닫을 정도로 후유증은 심각했다. 한국 시간으로는 2001년 9월 11일 밤에 사건이 발생했고 다음날인 12일 한국 증시는 장이 열림과 동시에 폭락했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전날의 540포인트에서 단숨에 -9% 폭락한 490포인트로 개장했다. 이후 하락을 거듭해 그날 종가는 -12% 대폭락한 476포인트로 마감했다. 미국이 공격당한 사상 유례없는 사건에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려 어쩔 줄을 몰라 했고 대부분의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이미 얻어맞을 만큼 충분히 얻어맞은 상태였다. 이 9.11 테러로 인한 대폭락을 기점으로 한국 증시는 IT버블 붕괴로 인한 하락 사이클상 마지막 최저점을 찍었다. 이 사건 이후 10일이 경과한 시점부터 다시 한국 증시는 완만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이 있다. IT버블 당시의 코스닥 최고점인 2000년의 2926포인트는 도대체 언제쯤에나 회복됐을까.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2022년 10월 말 기준 한국 코스닥 지수는 695포인트로 여전히 최고점인 2926포인트 대비 무려 -76%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2000년의 IT버블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2월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지구촌 악몽의 대폭락

전세계 증시 동시 추락...러시아는 -80% 리먼브러더스 파산, 안 막았나? 못 막았나? 미국,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기사회생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시기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 세대)들은 1997년의 ‘IMF 외환위기’와 2001년의 ‘IT버블 붕괴’와 같은 끔찍한 대세하락장은 경험해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 세대) 중에서 주식투자를 남보다 빨리 시작했던 일부 사람들의 경우 겪어봤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세대이건 상관없이 2008년도에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면 꼭 주식투자를 직접 안 했더라도 흉흉한 분위기 정도는 충분히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 당시의 분위기를 한 번쯤 상기해 보는 것도 투자에 있어 소중한 지식이 될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긴박했던 2008년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2007년은 세계 각국의 증시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행복한 연도다. 한국 역시 2003년부터 시작된 4년간의 대세상승장으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행복했던 시기였다. 주요 국가들의 증시는 2007년 10월에 최고점을 찍으며 행복감이 절정에 달했고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아무도 1년 뒤에 무시무시한 폭락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불과 1년 뒤 전 세계 증시는 나란히 폭락했다. 위기의 근원지였던 미국 S&P500 지수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단 1년 만에 -58%를, 나스닥 지수는 -55%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의 근원지가 아니었음에도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최고점 대비 -57%로 S&P500 지수 못지않게 하락했다. 심지어 코스닥 지수는 -71%라는 역대급 하락률을 기록하며 미국 나스닥 지수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미국보다 증시가 더 많이 하락한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률은 -73%를 기록했다. 그 당시 한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됐던 차이나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이자 ELS 기초자산이기도 했던 홍콩H지수는 최고점인 2만609포인트에서 1년 만에 5000포인트마저 붕괴된 4919포인트를 기록했다. -76%라는 무시무시한 하락률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수많은 중국펀드 투자자들은 심각한 손실을 보게 됐다. 유럽 또한 부진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53%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때 유가가 폭등했던 영향으로 2498포인트까지 치솟았던 러시아 RTS 지수는 뒤늦게 폭락을 시작해 2009년 1월에는 최고점보다 -80% 하락한 493포인트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 또한 최고점 대비 -62%를 기록하며 미국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 투자자들을 모두 고통 속으로 밀어넣었다. 글로벌 분산투자는 글로벌 증시가 모두 동반 하락하면서 주가 하락 방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막강했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나머지 모든 나라들이 중병에 걸리는 구조는 2022년인 현재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의 서막 미국 연준은 2001년의 IT버블 붕괴 이후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하했다. 2003년 말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1%까지 인하됐다. 2007년까지 글로벌 증시가 장기 호황을 이어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저금리 덕분이었다. 전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지속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 거품이 쌓이고 있었지만 그린스펀은 느긋했다. 드디어 2004년 6월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에서 1.25%로 인상한 그린스펀은 2006년 6월까지 불과 2년 동안 기준금리를 5.25%까지 급격히 인상했다. 순차적으로 올리긴 했지만 누적 인상폭이 무려 4%였다. 참고로 2006년 2월부터는 벤 버냉키가 연준 의장 자리를 지켰다. 어쨌든 신기하게도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를 올리는데도 오히려 시장금리는 정책금리와 따로 놀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신기한 현상에 그린스펀조차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원인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현상을 ‘그린스펀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나중에서야 이 수수께끼가 풀렸는데 이 당시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미국의 정책금리가 인상됐지만 실제 시장의 금리 인상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국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의 전국주택가격은 2002년에 9.6%, 2003년에 10.2%, 2004년에 13.8%, 2005년에 12.9%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폭주를 시작했다. 2006년 말까지 5년간의 누적수익률은 무려 43%다. 그런데 케이스-실러 지수를 볼 때는 평균의 함정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의 대도시 기준이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한 주택가격 지수이므로 실제의 높은 체감 상승률과는 온도차가 있다. 통계 범위를 미국 주요 대도시로 좁혀서 살펴보면 실제 5년간의 체감 상승률은 거의 2배에 육박했다. 이런 역대급 부동산 호황기를 미국 금융회사들은 놓치지 않았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라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우량 등급인 프라임(Prime) 등급, 다소 위험은 있지만 상환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알트에이(Alt-A) 등급, 상환능력이 거의 없는 비우량 등급인 서브프라임(Sub-prime) 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부동산 호황기에 취한 금융회사들은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 우량 등급인 프라임 등급 외에 비우량 등급인 서브프라임 등급 고객들에게 상당히 많은 양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다. 그러고도 금융회사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이번에는 여러 사람들의 주택담보대출을 모아서 증권화한 MBS(주택저당증권)를 만들어냈다. 이 상품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판매되면서 MBS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돈 욕심이 극에 달했던 금융기관들은 이제 CDO(부채담보부증권)라는 우량대출증권과 비우량대출증권을 섞은 기상천외한 막장 금융상품까지 고안해 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험회사들이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이 CDO의 원금을 보증해 주는 CDS(신용위험스왑)를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됐고 주요 금융회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한 실제 파생상품 구조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대략적으로는 이런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 무디스, 피치는 한국 같은 이머징마켓의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는 상당히 까다롭게 따져보는 걸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이 기관들이 어이없게도 미국의 기상천외한 채권과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을 후하게 평가해준 것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규모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CDO나 CDS 같은 상품들은 부동산 가격이 영원히 계속 오르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약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재앙이 시작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 굳게 믿어 왔던 미국 부동산시장이 하락을 시작했다. 2007년도에 미국 케이스-실러 지수는 6.4% 하락했다. 그러면서 서브프라임 계층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로 빌린 대출을 갚지 못하는 끔찍한 상황이 찾아왔다. 2007년 말 기준 전체 모기지의 연체율은 약 4%였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연체율은 그 3배인 약 14%까지 치솟았다. 2008년 상반기 주택 압류대출 대상은 전체 대출자의 20%까지 확대됐다.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집이 계속 압류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 금융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 시작됐다. CDO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은행과 금융기관들의 자산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이 기상천외한 금융상품의 원금을 보증해 주는 CDS를 만들어낸 보험사들도 순식간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갑자기 닥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위험성을 아예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다. 이미 2007년 봄부터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이 문제를 모기지 문제로만 한정해서 생각했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경우가 많았다. 천하의 미국 정부조차도 초기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미봉책만 쏟아내며 정책적 실수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사상 유례없는 대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img4 2007년 2월에 HSBC가 전년도 모기지 관련 손실을 100억달러(약 12조원)로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4월에는 미국 2위 모기지 대출회사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을 신청했다. 6월에는 베어스턴스가 운영하는 펀드도 모기지 투자 손실을 고백했다. 2007년 8월에 미국 모기지 대출회사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연이어 BNP파리바은행의 자산유동화증권(ABS)펀드가 환매를 일시 중단했다. 9월에는 영국 중앙은행(BOE)이 모기지론 업체인 노던록에 긴급 자금을 투입하면서 사태가 유럽까지 번지게 됐다. 2007년 11월에는 미국 2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마저 모기지 투자손실이 37억달러(약 4조4000억원)라고 발표하면서 시장을 긴장시켰다. 연이어 미국 주택담보대출업체의 양대 산맥이자 준공공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까지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 미국 정부는 사태가 얼마나 심각하게 전개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008년 1월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대부기업인 컨트리 파이낸셜의 인수를 발표했다. 2월에는 영국에서 모기지론 업체 노던록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국유화됐다. 2008년 2월에 미국 의회는 1680억달러(약 202조원)의 경기부양안을 승인하며 사태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3월이 되자 미국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쏟아지는 모기지 부실로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이에 연준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베어스턴스에 긴급 자금을 지원해 부도를 막아냈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서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2008년 8월에 모기지 업체 인디맥이 부도를 냈다. 그리고 드디어 운명의 2008년 9월이 다가왔고 사태는 정점을 항해 달려갔다. 9월 7일에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심각한 모기지 부실로 결국 국유화됐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준공공기관을 부도 내기에는 부담이 컸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살려냈다. @img5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바로 리먼브러더스였다. 2008년 9월에 리먼브러더스는 사방팔방으로 투자자를 구하러 다녔지만 결국 자금 유치에 실패했다. 한국에서는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의 인수 협상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의 부정적인 기류로 결국 9월 9일에 최종 인수 포기를 발표했다. 그리고 6일 뒤인 9월 15일에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 투자은행 서열 4위인 리먼브러더스와 5위인 베어스턴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미국 정부 역시 마지막까지 리먼브러더스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최종적으로 부실 규모가 너무나 거대했던 리먼브러더스는 포기하고 그보다 부실 규모가 작은 메릴린치를 구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같은 날 메릴린치는 BOA에 인수됐다. 다음날인 9월 16일에 연준은 CDS 부실로 허덕이던 AIG에 850억달러(약 102조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AIG 지분 79.9%를 인수했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당연히 위기도 계속됐다. 9월 21일에 미국 1위와 2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순수 투자은행 모델을 포기하고 은행 지주사로 전환했고 단기 유동성 자금도 공급받았다. 9월 25일에는 상업은행인 워싱턴 뮤추얼이 파산했고 일부 부서는 JP모건에 인수됐다. 전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도 “세기에 한 번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계속되는 신용위기와 금융위기 속에 마침내 미국 의회는 특단의 결단을 내렸다. 미국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붕괴 위기에 빠진 금융시장을 구해내야 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백방으로 뛰며 설득작업에 나섰다. 마침내 7000억달러(약 840조원)라는 막대한 구제금융법안이 9월 28일에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 구제금융법안은 놀랍게도 다음날 하원에서 205 대 228로 부결되고 말았다. 이 부결 소식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지게 된다. S&P500 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8.8% 폭락했다. 그 전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던 미국 시장이었으나 이날을 기점으로 11월 중순까지 단 2개월 만에 S&P지수는 추가로 40% 이상 폭락했다. 주가 폭락이 다시 추가적인 폭락을 부르며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제 미국 금융회사 전체가 모두 파산할 상황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금융기관들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해야 한다는 대의명분보다 미국 금융시장 붕괴를 막아내야 하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 상원은 10월 1일에 법안 일부를 수정해 다시 통과시켰다. 그리고 10월 3일에 하원도 수정안을 통과시켜 가까스로 연방정부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이 안정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 시장은 연방정부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급기야 워런 버핏까지 나섰다. 10월 17일에 워런 버핏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나는 주식을 사고 있다. 지금은 탐욕을 부릴 시기”라며 주식시장이 극도로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의 투매는 이어졌고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미국 정부는 추가적인 시장안정화를 위해 11월 23일 위기에 빠진 시티그룹에 3000억달러(약 360조원)의 지급보증과 450억달러(약 5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또 11월 25일에는 정부보증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권 GSE와 MBS를 직접 매입하는 공격적인 제1차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했다. 결국 워런 버핏이 기고문을 쓴 지 1개월이 지난 11월 21일에서야 S&P500 지수는 최저점을 형성한 후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12월 29일에는 또 다른 위기의 뇌관이었던 제조업에도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해를 넘긴 2009년 2월에 미국 정부가 금융안정정책 및 경기부양책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주식시장의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됐다. @img6 이 위기의 2008년도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연준은 위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 2008년 1월에 4.25%였던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0.5%포인트 두 차례 연속 인하해 3%까지 낮췄다. 또 3월에도 0.75%포인트를 추가 인하했다. 그 후 4월에 0.25%포인트를 인하해 기준금리를 2%까지 낮췄다. 하지만 위기는 계속됐고 결국 10월에도 연속으로 두 차례 0.5%포인트씩 낮춰 기준금리는 1%가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08년 12월에 0.75%포인트의 파격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0~0.25%의 제로금리로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도 부족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사상 처음으로 양적완화를 실시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결국 위기에서 구해내게 된다. 버냉키 전 의장은 평소 “디플레이션 위기 때는 헬리콥터에서 돈을 살포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결국 이 공로를 인정받아 위기 대응 이후 한참이 지난 202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참고로 2006년 말에 최고점을 찍은 미국 부동산 가격은 케이스-실러 지수 기준으로 이후 5년간 꾸준히 하락해 2011년 말 누적 하락률은 -26.5%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22년 6월 말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보면 2006년 말의 전고점보다 무려 74% 폭등한 상태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다시 회복됐다. 오히려 너무 많이 회복된 게 문제일 정도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2월호

한국 증시 패닉 또 패닉 "위기 뒤 기회는 온다"

한국 코스피, 고점 대비 57% 대폭락 300억달러 통화스와프 체결로 기사회생 2년 만에 대폭등하며 전고점 회복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미국의 금융 시스템 대붕괴 위기가 시작됐던 2007년도에 한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단어는 용어조차 생소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당연히 그로 인해 한국 증시가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이 당시 한국에서는 국내 펀드 외에도 차이나 펀드, 브라질 펀드, 러시아 펀드, 인도 펀드 등 브릭스 펀드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지금과 달리 미국 펀드나 미국 주식은 거의 투자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2003년부터 무려 4년 이상 상승세를 지속하며 주식투자자들을 행복감에 취하게 했던 글로벌 증시는 2007년 가을부터 갑자기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몇 년간의 상승으로 2007년 10월에 2085포인트로 최고점을 형성한 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한국에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알려지면서 드디어 한국도 2007년 말부터 서서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영향권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코스피 지수는 2008년 3월에 직전 고점 대비 26% 하락한 1538포인트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위기에 빠진 베어스턴스를 3월에 구제금융을 통해 지원하면서 한국에서는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워낙 유동성이 좋았던 시기라 한국 코스피 지수는 2차 상승을 시도하며 2008년 5월에는 1900포인트를 회복하기도 했다. 이 당시에 어느 정도 이익실현을 하며 시장을 관망했던 소수의 방어적인 투자자들은 폭락장으로 인해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반면 뜨거운 상승 분위기에 고무돼 주식을 매도 후 재매수한 투자자와 애초부터 장기투자 관점으로 주식을 계속 보유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8년 5월을 기점으로 한국 코스피 지수는 죽음의 대폭락이 시작됐다. 2085포인트에서 하락이 시작됐으니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1500포인트에서 하락이 멈출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짧은 기간 안에 1200포인트가 붕괴되자 대출받아 투자했던 사람들의 반대매매가 속출했다. 하지만 그래도 1000포인트가 붕괴될 거라 생각했던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특히 운명의 2008년 10월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끔찍한 달로 기억된다. 시장은 매일매일 폭락이 일상이었고, 대출받아 주식을 매수한 사람들이 모두 반대매매를 당하고 깡통계좌가 될 때까지 끔찍한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10월 내내 선물가격 급등락 시 발동하는 ‘사이드카’가 연일 이어졌다. 더 강력한 ‘서킷브레이커’도 두 번이나 발동됐다. 지나고 나서 보니 오히려 하락 초반에 반대매매를 당한 투자자들이 더 유리할 정도로 폭락은 끝이 없었다. 한국 뉴스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2008년 10월 24일 금요일은 기록적인 날이었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한국을 대표하던 초우량 종목 대다수가 하한가를 기록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 당시 하한가 기준은 지금처럼 30%가 아니라 15%라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투자자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이었다. 금요일 장을 폭락으로 마친 후 주말을 지나 10월 27일 월요일에 다시 장이 열리면서 코스피 지수는 곧바로 900포인트가 붕괴됐고 장중에는 892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때 투자자들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또 주식형 펀드 대신 조금 더 방어적이라고 평가받는 지수형 ELS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모두 사색이 됐다. 한때 2만포인트를 넘어섰던 홍콩H지수가 5000포인트가 붕괴되며 당일에 12% 폭락한 4990포인트에 마감됐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이 당시 한국 ELS의 단골 기초자산이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발행된 대부분의 ELS는 이날 낙인(Knock-In)돼 투자자들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한국 투자자들을 괴롭힌 또 다른 문제는 글로벌 증시에 분산투자해 놨던 브릭스 펀드였다. 차이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증시는 모두 사이좋게 동반 폭락했다. 이 당시 누적수익률 -50%면 양호한 편에 속했다. 불과 5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는 수직 낙하해 2008년 10월 893포인트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 중에서 코스피 지수 1000포인트가 붕괴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미네르바’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점에 미네르바가 500포인트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자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의 패닉 매물이 속출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은 건 2008년 10월 30일에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이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해지면서부터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무려 12% 상승한 1085포인트로 마감하며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1월 초에 940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2008년 9월 말에는 1200원까지 상승했다. 10월에 외국인들은 한국에 외환위기가 올 것을 걱정하며 무차별 매도에 들어가 환율은 더욱 나빠졌다. 위기가 절정이던 10월 28일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은 건 2008년 10월 30일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 간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200원 이상 하락했다. 이후 11월 말에 다시 1470원까지 치솟으며 잠시 흔들렸지만 12월 말에는 1263원까지 하락하며 안정을 찾았다. 2008년도에 한국의 기준금리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위기가 닥쳤지만 한국의 경우 경기가 과열돼 있었고 원화 약세 현상으로 오히려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었다. 놀랍게도 한국은행은 위기가 본격화되던 2008년 8월에 5%였던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오히려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결국 2008년 10월에 증권시장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자금경색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10월 9일에 0.25%포인트, 10월 27일에 0.75%포인트를 연속 인하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는 4.25%로 높은 편이었다. 11월에 다시 0.25%포인트를 내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12월에는 과감하게 1%포인트를 내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3%로 낮췄다. 또 2009년 1월과 2월에 연속으로 0.5%포인트씩을 내려 기준금리를 2%까지 낮추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교훈 위기는 단지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위기 뒤에는 엄청난 기회가 온다. 투자자들은 과연 그 위기를 기회로 잘 바꿀 수 있었을까. 2008년의 투자자들은 주로 3가지 상황에 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상황은 적절한 시기에 좋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해 상당한 현금을 손에 쥐고 있었거나 애초에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 예금 등 현금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다. 적절한 가격에 주식을 처분한 사람들의 경우 너무 싸게 사려는 욕심만 내지 않았다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재매입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너무 싸게 사려 했던 사람들 중에는 매수 타이밍을 놓치고 강하게 반등하는 증시를 차마 추격 매수하지 못하고 구경만 했을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 예금으로만 자금을 운용했던 사람은 이번 대폭락장에도 계속 예금만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밀 가격이 떨어질 때 밀을 가지고 있지 않던 사람은 밀 가격이 오를 때 역시 밀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투자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공포의 대폭락기에 주식을 매수하는 용기를 보이는 경우는 현실세계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두 번째 상황은 여유자금의 대부분을 이미 주식에 투자해 추가적인 투자 여력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이런 경우 주가 하락의 고통을 그대로 받게 된 케이스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선택지는 2개로 나뉜다. 하나는 일단 손실을 보더라도 주식을 처분한 뒤 다시 매수를 노리는 방법이다. 이런 경우 성공확률은 반반이다. 내가 매도한 가격보다 더 싸게 사야 성공하는 전략인데 막상 실전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그냥 가만히 있는 전략이다. 시장이 얼마가 하락하든 잊어버리고 다시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손실은 회복되기 마련이다. 이 방법이 의외로 현실적인 손실 복구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원금을 회복하기 전에 어느 정도 손실이 줄어들면 매도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 세 번째 상황은 여유자금만 주식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대출까지 일으켜 투자한 사람들이다. 특히 증권회사의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했다면 폭락의 절정기에서 대부분 반대매매로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날리고 깡통계좌가 됐을 확률이 높다. @img4 특히 주식투자는 가급적 대출을 받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고, 부득이 대출받아 투자한다면 만기가 길어야 버티기가 좋다. 그런 측면에서 6개월마다 만기가 도래하고 또 주식 가격이 폭락할 경우 만기와 상관없이 반대매매가 진행되는 증권사 신용대출의 경우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예기치 못한 주가 하락기에는 큰 손실을 입을 확률이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끝도 없이 하락해 900포인트마저 붕괴됐던 한국 코스피 지수는 2008년 말에 1124포인트로 마감됐다. 이후 2년간 꾸준히 상승해 2년 뒤인 2010년 말에는 2053포인트까지 회복하며 그동안의 하락폭을 모두 만회했다. 따라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2년간 계속 보유한 사람들은 본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당시 다음 아고라에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쓰는 익명의 경제전문가가 환율 폭락과 증시 폭락을 맞히며 큰 화제가 됐었다. 미네르바가 유명세를 타며 한국 언론은 물론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소개되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가 2008년에 코스피 지수 1000포인트가 붕괴된 주가 하락 막바지에 지수가 500포인트까지 하락한다는 확신에 찬 주장을 펼쳤다는 점이다. 그 전망은 결과적으로 완전히 틀리고 말았다. 이 당시의 혼란과 공포 속에서 미네르바의 코스피 지수 500포인트 폭락 주장을 믿고 주식을 매도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영원히 손실을 회복할 방법이 없었다. 코스피 지수는 그 이후 다시는 1000포인트 밑으로 내려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주식의 저점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분할매수와 분할매도가 더 합리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2월호

우크라 전쟁·인플레 위기...현명한 투자자의 선택은?

연준의 무리수? 7개월 만에 4%로 기준금리 인상 한국 금융시장 자금경색 심화...해결 시점은 언제 과도한 대출 삼가야...분할매수 전략은 유효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2022년에도 증시는 지루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얻은 교훈을 살리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할까. 2022년도의 주가 폭락 사례는 고점 대비 50% 이상 폭락했던 ‘IMF 외환위기’, ‘IT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2003년에 발생했던 ‘카드채 대란 및 이라크 전쟁’ 상황과 좀 더 유사해 보인다. 2003년도의 ‘카드채 대란’은 지금의 높은 금리로 인한 자금경색 상황과, ‘미국·이라크 전쟁’은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물론 디테일에서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카드채 대란 및 이라크 전쟁’ 당시 코스피 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률은 -46%였다. 하락기간은 12개월이었으며, 회복기간은 13개월이 소요됐다. 2003년도의 ‘카드채 대란’이 뭘까.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 남발과 연체대금을 갚지 못한 소비자들의 파산이 이어지면서 카드사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했던 사건을 말한다. 그 당시에는 카드모집인이 길거리 좌판에서 카드 발급 홍보를 했고,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신용카드가 마구 발급됐다. 특히 대출금리가 거의 30%였던 현금서비스가 남발되면서 대출상환능력이 없는 소비자들의 파산이 이어졌다. 2000년 말에 200만명이었던 신용불량자가 2004년 4월에는 무려 38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이렇게 되자 당연히 신용카드사들도 무사할 리 없었다. 2003년도의 신용카드사 연체율은 무려 30%에 육박했다. 그리고 카드채를 남발해 그 돈으로 소비자들에게 대출을 해준 신용카드사들은 모두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결국 부실한 카드사들의 매각이 이어졌다. 그중 대표적으로 부실 규모가 컸던 LG카드사는 신한금융그룹에 매각돼 지금의 신한카드가 된다. 이 시기와 맞물려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까지 터지면서 주식시장은 바닥을 찍게 된다. 2003년 3월에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1개월 이상 계속 하락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막상 전쟁이 터지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이유만으로 본격적인 증시의 반등이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인플레이션 위기, 금리가 문제?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위기 상황이 과거의 대폭락 사례인 ‘IMF 외환위기’, ‘IT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까다로운 이유는 저금리 정책을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시장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금리인하로 유동성을 공급해 위기를 돌파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 이론이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제로금리로도 모자라 무차별 양적완화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 때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오히려 단기간에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위기 대처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1년 말 기준금리는 0~0.25%로 제로금리였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미국 연준이 선택한 2022년 3월의 첫 번째 금리인상폭은 0.25%포인트로 베이비 스텝이었다. 하지만 2022년 5월에는 0.5%포인트의 빅 스텝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이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2022년 6월부터 11월까지 무려 4회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인 0.75%포인트씩을 거칠게 인상하며 기준금리는 무려 3.75~4.00%가 됐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금리가 낮은 편이라며 내년에 기준금리가 5%를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시장에 계속 엄포를 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11월까지 고작 7개월 만에 무려 4% 가까이 기준금리를 올린 셈이다. 이렇게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면 약한 고리부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라지만 금리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 속도면 미국 내에서도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특정 기업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는 경제 상태가 취약한 일부 국가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img4 한국의 기준금리는 글로벌 흐름상 미국의 금리정책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그나마 이번 사이클에 한국은 좀 더 선제적으로 움직인 편이다. 이미 2021년에 두 번의 금리인상을 통해 0.5%였던 기준금리를 2021년 말에는 1%로 만들어놓은 상황이었다. 한국은행은 2022년에 들어서면서 1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2022년 10월 말 기준 3%까지 끌어올렸다. 2022년 11월 2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최소 0.25%포인트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미국보다는 완만하지만 고작 1년 만에 기준금리가 최소 2.25포인트 이상 인상되는 셈이다. 이 정도 속도면 당연히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중금리 급등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 역시 원만하지 않은 상황이다. 절대금리 자체가 높아져 부채가 많은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구간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의 높은 금리 정책으로 인해 과거보다 위기 극복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는 기회? 바람직한 투자자의 자세는 지금의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인한 코스피 지수 하락은 끝난 걸까. 만약 최고점 대비 -36%의 하락률을 보인 2022년 9월 말의 2134포인트가 코스피 지수의 저점이 맞다면 하락기간은 약 16개월이다. 그런데 2134포인트가 지수 저점이 아니라면 추가적인 하락률은 얼마나 될까. ‘카드채 대란’ 당시의 -46%를 대입해 보면 -10% 정도의 추가적인 지수 하락도 가능하다. 하지만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어보자. 그동안 증권시장 역사에서 얻은 교훈은 급락한 시장은 시간을 두고 반드시 회복한다는 점이다. 만약 지금 현금을 가지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 바닥을 맞힐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버리고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도 잊지 말자. 만약 현금이 없다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 단 주식담보대출이나 다른 대출을 통해 투자를 유지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신중한 행동이 필요하다. 과도한 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회복되기 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한 경우가 많았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주식담보대출은 절대 좋은 투자방법이 아니다. 주식담보대출은 절대금리 자체가 1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또 대출 만기도 6개월로 짧고 추가적인 주가 폭락 시 반대매매 위험성도 높다. 이런 대출을 활용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신중한 후퇴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일단 주식 반대매매를 당하게 되면 나중에 시장이 회복돼도 손실을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장 상황이지만 좋아진다는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내일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급반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알 수 없고, 증시의 바닥도 알 수 없다. 현명한 투자자는 예측이 아니라 대응에 초점을 맞춘다. 조심스러운 낙관론자들이 항상 승리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모든 투자자들의 성공투자를 기원한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쿠팡] "아직도 배가 고프다"… 쿠팡페이 등 신사업 확장 중

쿠팡플레이, 스포츠 중계로 남자 회원 수 증가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 늘수록 적자 커져 퀵커머스 시장 놓치면 쿠팡 점유율 하락할 수도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쿠팡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래서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굵직하고 눈에 띄는 사업들만 살펴봐도 2015년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쿠팡페이’를 출시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를, 2020년에는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를 론칭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쿠팡파이낸셜을 설립해 여신전문금융업에 도전하려 한다. 쿠팡이 신사업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쿠팡만의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아직 쿠팡의 본업인 이커머스조차 지속적으로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쿠팡은 개의치 않는다. 쿠팡은 막강한 이커머스 사업을 중심으로 쿠팡만의 생태계를 공고히 해 고객들이 쿠팡 생태계에 계속 머물러 있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 ‘쿠팡페이’는 승산 있는 高마진 사업 쿠팡이 2015년에 론칭한 간편결제 서비스 ‘쿠페이’는 놀랍게도 흑자 사업이다. 쿠팡이 진행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쿠팡페이는 효자 사업이라 할 수 있다. 2020년에 3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전년 대비 425% 급증한 1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이름 있는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자사의 ‘페이’ 서비스를 통해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하는 첫 번째 이유는 ‘락인 효과’다. 쿠팡이나 네이버의 생태계에 머무르며 돈을 쓰게 하기 위해서는 ‘쿠페이’나 ‘네이버페이’ 사업은 필연적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두 번째 이유는 수수료 절감 효과와 추가 수익원 확보다. 쇼핑몰 기능이 강한 네이버나 쿠팡의 경우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카드결제수수료를 절감하고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수수료를 받는 게 가능하다. 2021년에 쿠팡의 총거래 추정액은 약 34조원이다. 이 34조원의 상품을 거래할 때 결제수수료율을 1%만 잡아도 3400억원, 2%를 잡으면 6800억원이 된다. 물론 아직까지 이 결제수수료율은 대부분 신용카드사(PG사, VAN사 등 포함)가 가져가는 구조라 신용카드사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쿠페이’의 가장 큰 강점은 ‘원터치 결제’로 결제가 빠르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쿠팡에서 물건을 구매하면서 결제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본인이 사용하는 신용카드를 등록해 결제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결제는 간편하지만 쿠팡이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추가 혜택은 없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사용된 카드사에서 0.1~1.5%의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두 번째는 본인의 은행 계좌를 연결해 ‘쿠페이 머니’로 현금을 환전해 쿠팡에서 결제하면 쿠팡은 결제금액의 1%를 쿠팡 캐시로 적립해 준다. 결국 고객이 ‘쿠페이 머니’를 이용하면 ‘쿠팡’이나 ‘쿠팡이츠’에서 구매하는 모든 생필품을 1% 할인받아 구매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 경우 신용카드사의 포인트 적립 혜택을 못 받게 된다. 따라서 쿠팡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쿠페이 머니’를 활용해 상품을 결제해 주면 카드사에 내는 결제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쿠페이 머니’ 사용을 최고의 선택지로 생각하지 않는 구조다. 반면 가맹점 입장에서는 카드결제수수료율에 대한 부담이 크다. 신용카드사(PG사, VAN사 등 포함)가 가맹점에서 받는 결제수수료율은 대략 0.8~2.3% 수준이고,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결제수수료율도 대략 1~2.5% 수준이다. 대신 네이버나 카카오는 다시 카드사(PG사, VAN사 등 포함)들에게 결제수수료율의 대부분을 재지급한다. 따라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각종 페이 서비스는 고객들 본인이 이용하는 신한카드나 현대카드를 페이결제시스템에 등록해서 사용하면 마진이 거의 없다. 자사의 페이 서비스에 고객이 은행 계좌를 연결해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통해 ‘페이 머니’로 결제해야 높은 마진이 발생하는 구조다. 결국 한국에서는 여전히 높은 카드결제수수료를 대부분 신용카드사(PG사, VAN사 등 포함)들이 가져가고 있다. 대신 신용카드사들은 외상으로 카드대금을 소비자에게 빌려주는 꼴이므로 고객이 연체하면 카드대금 회수를 못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외상으로 빌려준 상품결제대금의 이자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카드회사들의 주 수익원은 결제수수료보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통한 고금리 대출 수익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쿠팡은 또 2021년에 일반 신용카드사들처럼 회원들이 자사의 물건을 구매할 때 나중결제(후불결제, BNPL: Buy Now Pay Later)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쿠팡의 ‘나중결제’는 고객의 구매패턴을 분석하고 자체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해 고객별로 신용도에 따라 최대 200만원 한도 내에서 외상구매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고유 리스크처럼 일부 고객들이 상품결제대금을 연체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금융감독 당국에서도 우려를 표해 최근 할부거래는 일시적으로 중단을 결정했다. 네이버페이 이용자 수는 약 3000만명, 스마일페이(G마켓) 이용자 수는 약 1700만명, SSG페이(이마트) 이용자 수는 약 900만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페이(쿠팡)의 경우 최소 1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유통업체들 입장에서 간편결제 시장은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의 주요 유통업체들은 모두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회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쿠팡은 강력한 이커머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쿠페이를 계속 키워 나가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나 페이스북의 메타페이보다 쿠페이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는 이유는 뭘까. 카카오나 페이스북과 달리 아마존이나 쿠팡 앱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100% 물품을 구매하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쿠페이의 간편결제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수익성은 ‘쿠팡파이낸셜’로 확보? 쿠팡페이의 자회사이자 쿠팡의 손자회사인 ‘쿠팡파이낸셜’은 금융업으로 사업 확장을 원하는 쿠팡에게 아주 중요한 회사다. ‘쿠팡파이낸셜’은 400억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2022년 8월에 여신전문금융업법상 할부금융업 등록 승인을 받았다. 신용카드업을 제외한 여신전문금융업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이므로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쿠팡 입장에서는 빠르게 흑자를 낼 수 있는 승산 높은 사업이다. ‘쿠팡파이낸셜’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당연히 쿠팡의 ‘오픈마켓’이나 ‘제트배송’을 이용하는 온라인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미 네이버가 자사 쇼핑몰인 ‘스마트스토어’를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우리은행 같은 금융회사들과 제휴해 대출을 중개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단순히 중개만 해줄 생각이 없다. 직접 대출해 주기 위해 ‘쿠팡파이낸셜’을 만들었다. 이런 서비스는 이미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진작에 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수익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국 4대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 회사들의 영업이익을 확인해 보자. 4대 금융지주 계열의 캐피탈 회사별로 영업이익이 매년 몇천억원씩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의 경우 엄청난 플랫폼 사용자 수를 보유한 한국 1위의 이커머스 기업이다. 쿠팡 사용자 수는 1800만명,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 가입자 수는 900만명이 넘는다. 이 고객들을 금융과 잘 연결한다면 추가 수익원 확보가 가능하다. 특히 쿠팡파이낸셜이 가장 핵심적인 타깃 고객으로 생각하는 대상은 쿠팡과 거래하는 소상공인 파트너 16만명이다. 거래금액도 무려 8조원이 넘는다. 이들을 대상으로 쿠팡에서 발생하는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등을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확대해 나간다면 리스크 관리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쿠팡과 거래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이미 쿠팡에 빅데이터가 쌓여 있기 때문에 신용평가와 연체율 관리에서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쿠팡파이낸셜은 미래에 쿠팡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파이낸셜을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 법조계와 금감원 출신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온 수익성 부족 문제를 탄탄한 이커머스 생태계를 근간으로 한 금융업 진출로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쿠팡플레이, 스포츠 중계로 남자 회원 증가 쿠팡이 2020년에 새로 론칭한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는 돈이 되는 신사업일까. 상당 기간 돈이 되기는커녕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한국에서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회사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이다. 이 업체들의 스탠다드 월 구독요금은 기본적으로 1만원이 넘는다. 반면 쿠팡의 ‘와우 회원’ 이용료는 고작 월 4990원이다. 이 유료 멤버십의 핵심 혜택은 OTT 서비스가 아니라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켓배송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쿠팡의 본업이자 최대 강점인 로켓배송을 이용해 매주 1회씩 생수만 배달시켜도 충분히 남는 장사다. 이런 매력 때문에 2021년 말에 가입자 수가 900만명을 돌파했고 현재는 10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웬만한 주부들은 다 쿠팡의 ‘와우 회원’에 가입했다고 볼 수 있다. @img4 그런데 ‘와우 회원’ 혜택에 추가로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까지 번들로 제공하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거꾸로 쿠팡 입장에서 손익 계산해 보면 엄청난 적자다. 그런데도 쿠팡이 쿠팡플레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고객들을 묶어놓는 ‘락인’ 효과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커머스 최강자 아마존이 OTT 서비스인 ‘아마존비디오’를 운영하면서 락인 효과와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강력한 경쟁회사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멤버십’도 혜택 중 하나로 OTT ‘티빙’ 무료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손익계산만 따져보면 무모해 보이지만 쿠팡에게는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 바로 쿠팡플레이를 통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와 남자 회원 수를 늘리려는 전략이다. 주부들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를 쿠팡 생태계로 끌어들이려는 영리한 전략이다. 그래서 쿠팡은 작년에 쿠팡플레이를 통해 손흥민 선수가 활약하는 토트넘 홋스퍼의 영국 프리미어 리그 경기들을 무료로 생중계했다. 또 2022년 7월에는 한국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친선경기를 독점 중계하고 경기장 관람티켓도 독점 판매했다. 스포츠 중계권 가격은 상당히 비싸 OTT 서비스의 제왕인 넷플릭스도 진출을 망설이는 데 비해 쿠팡은 거침이 없다. 아무래도 스포츠는 남자들의 관심이 더 많은 편이니 남자 회원 수 증대에는 확실한 보증수표다. 특히 1인 남성가구가 주 타깃이다. 아쉽게도 22-23 시즌에는 토트넘 경기 생중계를 중단했다. 대신 11월의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9월에 열린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코스타리카, 카메룬과의 2연전을 디지털 생중계하며 구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img5 ‘모바일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8월의 ‘쿠팡플레이’ 사용자수는 380만명으로 넷플릭스 1214만명, 웨이브 432만명, 티빙 429만명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이 리포트에서 주목할 건 ‘쿠팡플레이’가 토트넘 경기를 단독 생중계한 7월 13일에만 무려 45만건의 ‘쿠팡플레이’ 앱 신규설치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쿠팡의 스포츠 중계권 시장 공략은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남자 회원수뿐 아니라 MZ세대 전체를 공략하려는 시도로는 예능 프로그램인 ‘SNL코리아 시즌2’와 6부작 드라마 ‘안나’를 꼽을 수 있다. ‘안나’의 주연배우는 몸값 비싸기로 유명한 ‘수지’다. 쿠팡의 돈자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2년 9월에는 한국영화 화제작인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비상선언’까지 연달아 독점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이 2편의 영화에만 몇백억 이상이 투자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노력으로 젊은층인 MZ세대들의 ‘와우 멤버십’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쿠팡 입장에서 쿠팡플레이는 분명 남는 장사가 아니다. 쿠팡은 OTT 콘텐츠 투자비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는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OTT 콘텐츠 구매에 1000억원 이상이 투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장은 돈 먹는 하마인 ‘쿠팡플레이’지만 쿠팡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쿠팡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쿠팡은 아직도 흑자를 낼 생각이 별로 없다. 여전히 돈을 쓰더라도 쿠팡 생태계를 더 확장하고 싶어 한다. 쿠팡이츠는 여전히 3위...단건 배달 늘수록 적자 커져 쿠팡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신사업은 2019년에 새로 뛰어든 음식배달서비스 ‘쿠팡이츠’로 추정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8월의 한국 배달 플랫폼 월간 활성사용자수는 ‘배달의민족’이 2152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 요기요가 766만명으로 2위, 쿠팡이츠가 434만명으로 3위다. 문제는 어느 분야건 3위는 피곤하다는 사실이다. 또 쿠팡이츠의 경우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보면 경쟁업체 대비 ‘월간 활성사용자수’가 더 크게 하락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또 쿠팡의 벤치마크 모델인 미국 이커머스 1위 아마존마저도 2019년에 ‘아마존 레스토랑’이 미국 배달서비스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img6 수익성 측면에서도 곤혹스럽다. 2021년에 부동의 1위인 ‘배달의민족’은 무려 2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하고도 영업이익은 고작 100억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적자가 심각한 베트남법인 실적을 포함한 연결감사보고서 기준으로는 7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이츠서비스(유)’ 역시 6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하고도 영업이익은 35억원의 적자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배달료가 비싼 ‘단건 배달’ 활성화 탓이다. 쿠팡이츠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021년에 공격적으로 배달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 ‘단건 배달’을 진행해 음식배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전략은 비용 부담이 너무 큰 게 단점이다. 배달의민족이 ‘배민1’이라는 비슷한 ‘단건 배달’ 서비스로 반격을 시작하자 차별화도 많이 줄어들었다. 또 2022년에는 배달음식서비스 시장 자체가 엔데믹으로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쿠팡이츠’는 한국 배달서비스 시장에서 과감히 철수해야 할까. 시장 상황만 보면 한국의 배달서비스 시장은 미국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국토면적이 훨씬 작고 사람들이 밀집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음식배달 서비스는 쿠팡 입장에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또 이미 투자한 비용이 막대해 쉽사리 철수를 결정하기도 애매하다. 쿠팡 입장에서 배달서비스 사업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향후에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퀵커머스 사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시장은 음식배달 서비스와 퀵커머스 서비스가 결합돼 운용되는 중이다. 퀵커머스 시장을 놓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쿠팡의 새벽배송 시장점유율까지 갉아먹게 될 가능성도 있다. 퀵커머스 시장 놓치면 쿠팡 점유율 하락할 수도 ‘퀵커머스’가 뭘까. 고객이 주문하면 15분~1시간 안에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해 주는 ‘즉시배송 서비스’다. 퀵커머스로 배송 가능한 상품은 야채, 과일, 정육 등 신선식품부터 생필품까지 다양하다. 웬만한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다 배송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퀵커머스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필수적으로 도심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여러 개 보유해야 한다. ‘풀필먼트’란 물류센터에서 상품분류, 포장, 배송, 고객응대(AS)의 전 과정을 알아서 처리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는 뭘까. 도심에서 수십,수백평 규모의 작은 오피스 부동산을 물류센터처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퀵커머스를 운영하는 곳은 ‘배달의민족’이다. MFC를 기반으로 한 ‘B마트’ 퀵커머스 사업을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에서 선보이고 있다. 쿠팡의 ‘새벽배송’과 배달의민족의 ‘음식배달 서비스’는 언뜻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이 퀵커머스 사업까지 진출하면서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쿠팡의 새벽배송은 고객이 내일 먹을 음식을 오늘 밤 12시까지만 주문하면 내일 아침 7시 이전에 갖다 주는 편리한 서비스다. 배달의민족의 음식배달 서비스는 1시간 뒤에 먹을 외식 음식을 편리하게 배달해 준다. 추가로 배달의민족의 ‘B마트’ 퀵커머스는 웬만한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파는 물건은 모두 배달해 준다. 여기서 주목할 건 1시간 뒤에 먹을 반조리된 음식(밀키트)을 15~45분 안에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쿠팡의 새벽배송과 비교도 할 수 없이 편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음식배달 서비스’와 ‘퀵커머스’가 결합되면 효용은 최대가 된다.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1시간 뒤에 완전히 조리된 음식배달 서비스를 이용할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조리 밀키트를 이용할지를 선택해 주문하면 된다. 쿠팡의 새벽배송처럼 내일 먹을 음식을 오늘 미리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런 구조가 되니 왠지 배달의민족 B마트 퀵커머스와 쿠팡의 새벽배송은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배달의민족은 앱 상단에는 배달음식점의 ‘조리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서비스(배민1+배달) 버튼을 배치했고, 앱 하단에는 ‘반조리된 음식’ 주문이 가능한 퀵커머스(B마트+밀키트/간편식) 버튼을 배치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높였다. 요즘의 밀키트는 과거와 달리 뛰어난 맛과 다양한 종류로 인기가 많다. 또 인플레이션으로 배달음식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도 가격이 저렴한 밀키트를 선호한다. 이 양쪽 시장을 다 잡을 수 있는 ‘배달의민족’ 전략은 효율적이다. @img7 한국의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통계청은 2021년 음식서비스 온라인쇼핑 규모를 25조7000억원으로 발표했다. 여기서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총거래액은 얼마나 될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업계는 2021년 배달의민족 총거래액을 17조~19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쿠팡의 2021년 총 거래액 34조원(추정치)과 비교해 봐도 만만치 않은 수치다. 음식배달 서비스의 마진은 높지 않지만 시장 규모 자체는 상당히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미래의 퀵커머스 시장 규모를 예측해 보자. ‘퀵커머스’를 간단히 정의하면 동네의 슈퍼마켓과 편의점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즉시 배송받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한국 슈퍼마켓과 편의점의 2021년 매출 현황은 73조원(45조+28조원)이다. 이 73조원에는 식료품 외에 화장품 등의 잡화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막대한 시장이다. 장기적으로 퀵커머스는 과연 이 중에서 얼마만큼의 규모를 가져올 수 있을까. 퀵커머스 시장이 슈퍼마켓과 편의점 매출액의 15%만 가져와도 무려 11조원이다.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시장 규모다. 퀵커머스 시장에 배달의민족의 ‘B마트’만 뛰어든 건 아니다. 배달 서비스 2위 업체인 ‘요기요’를 인수한 GS리테일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GS25 편의점과 퀵커머스 서비스를 결합한 ‘요마트’를 적극 활용해 공격적으로 퀵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미 전국에 1만50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한 게 GS리테일의 최대 강점이다. 배달 서비스 3위 업체인 쿠팡이츠도 ‘쿠팡이츠마트’를 1년 전 론칭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의 송파, 강남, 서초, 강동, 성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운영하고 있다. 천하의 쿠팡답지 않게 조심하는 모습이다.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 경우 적자가 어마어마하게 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퀵커머스 전쟁...‘승자의 저주’ 위험은? 이 퀵커머스 전쟁에서 과연 누가 승리하게 될까. 혹시 승리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건 아닐까. 배달의민족 ‘B마트’는 최초 이용 고객에게는 1개월간 무료배송한다. 그 이후에도 3만원 이상 구매 시 배송비는 무료다. 게다가 ‘4만원 이상 구매 시 4000원 할인권’ 등 다양한 할인쿠폰을 발행한다. 한마디로 마케팅비를 무지막지하게 쏟아붓고 있다. 왜 이렇게 마케팅 비용을 화끈하게 쓸까.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버리고 다시 불편함으로 돌아가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 일단 점유율을 높여 압도적인 시장 1위가 되면 그때부터 가격을 인상해도 늦지 않다. 플랫폼 기업들의 교과서 같은 전략이다. 따라서 퀵커머스 시장은 적자가 커질지언정 포기할 수는 없는 시장이다. 오히려 빠르게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가야 한다. 배달의민족은 이미 음식배달 서비스 전쟁에서 이 전략을 써 승리한 경험이 있는 회사다. 쿠팡이 승리한 새벽배송 성공 경험 역시 마찬가지다. 쿠팡이 승리한 가장 큰 이유도 속도다. 속도가 빨라 소비자들에게 가장 편리했기 때문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너무 편리해 사람들이 대형마트에 가는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송 전쟁의 전선이 크게 확대됐다. 이번엔 퀵커머스다. 새벽배송보다 훨씬 더 빠르다. 굳이 하루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30분이면 충분하다. 이제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 누가 귀찮게 밖으로 나가 과자를 사올지를 두고 가족끼리 싸우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들은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퀵커머스는 근본적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막대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 건립비용과 배달원의 인건비 때문에 비용이 무지막지하다. 과연 퀵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면 언젠가 돈을 벌 수 있는 건 사실일까. 혹시 배달원들의 인건비로 모든 마진이 사라져서 아무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도 사업자는 돈을 벌지 못하고 모든 편익은 소비자만 가져가는 게 아닐까. 또 다른 문제점은 퀵커머스의 활성화로 동네의 중소형 마트나 편의점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필연적으로 정치권의 개입을 부르게 된다. 또 퀵커머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 인구가 적은 지역은 비용이 높기 때문에 인구가 밀집돼 있는 도심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서비스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퀵커머스 시장은 새벽배송 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작을 것으로 보인다. 퀵커머스 사업은 역시 음식배달 서비스와 같이 해야 효율이 높아진다. 둘 중 한 가지만 해서는 높은 효율을 가져올 수 없다. 그래서 쿠팡은 쿠팡이츠를 포기할 수 없고 오히려 더 확대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쿠팡이 쿠팡이츠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일부 전망은 퀵커머스라는 새로운 전쟁을 고려하지 않은 시각으로 보인다. 만약 쿠팡이 음식배달 서비스와 퀵커머스 시장을 완전히 포기해 버리면 장기적으로는 쿠팡의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마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는 내일 새벽의 배송보다 당장 30분 뒤의 배송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쿠팡은 고민이 많다. 음식배달 서비스 사업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면 쿠팡이츠의 점유율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현재의 치열한 한국 배달서비스 시장 상황으로 볼 때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B마트와의 본격적인 퀵커머스 전쟁은 더 애매하다. 비용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다. 지금 퀵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는 너무 행복하다. 누군가 이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독점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그 행복이 유지될 것이다. 반면 배달의민족과 쿠팡 입장에서는 승자의 저주까지 피해야 하니 퀵커머스는 난도가 높은 사업이다. 쿠팡의 대만 진출 한국의 인구는 5160만명에 불과하다. 한국 유통시장을 장악한다 해도 규모의 경제가 나오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쿠팡의 해외 진출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투자 대비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쿠팡은 일본과 대만에 진출했는데 일본은 이미 아마존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대만 시장에 시선이 간다. 대만의 인구는 2400만명이다. 대만은 도시국가인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전 세계 2위의 인구밀집도를 보이는 나라다. 한국이 전 세계 3위이니 한국과 비슷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한국과의 거리도 가까워 상대적으로 물류비용이 절감되는 것도 장점이다. 쿠팡이 한국에서만 사업을 한다면 잠재고객은 한국 인구인 5160만명이 최대치다. 하지만 대만 사업을 한국만큼 성공시킨다면 잠재고객은 대만 인구 2400만명을 더한 7560만명이 된다. 쿠팡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더 커져 대량구매로 인한 단가 인하 협상에 유리해진다. 따라서 쿠팡의 대만 유통시장 진출은 좋은 전략이라 생각된다. 아직은 퀵커머스 시장만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처럼 대만 주요 지역에 물류센터를 건립하며 공격적으로 접근한다면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 쿠팡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쿠팡의 진출로 대만에서 유통업을 영위하는 모든 경쟁회사들의 마진율은 초토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곧 사색이 될 대만의 유통업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쿠팡] 물류센터만 곧 200만평? ..."이미 게임은 끝났다"

쿠팡 물류센터 핵심은 로봇과 인공지능 신선식품 새벽배송 승리자는 로켓프레시 쿠팡 물류센터 면적 여의도 2배 규모 확대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쿠팡은 2022년 기준으로 한국 이커머스 1위 회사다. 쿠팡은 넓은 범위에서 유통업을 영위한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유통업은 ‘제조-도매-소매-소비자’라는 4단계를 갖춘다. 그런데 지금의 유통업은 어떨까. ‘제조-플랫폼(쿠팡 등)-소비자’라는 3단계로 끝나버린다. 유통업에 엄청난 혁신이 생긴 셈이다. 이렇게 쿠팡을 이커머스의 최강자이자 유통업의 최강자로 만든 핵심 비결은 뭘까. 바로 물류센터다. 쿠팡 물류센터 곧 200만평...이미 게임 끝? 쿠팡은 미국 1위 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하는 아마존닷컴의 성공 비결을 좇아 한국에서 물류센터 건립에 올인했다. 경쟁사들은 쿠팡 등장 초기에 이미 쿠팡의 전략을 알고 있었지만 부실한 자금력으로 볼 때 쿠팡이 막대한 물류센터 구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쿠팡의 미친 전략에 감명받아 2회에 걸쳐 무려 3조6000억원(30억달러)을 흔쾌히 투자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머릿속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쿠팡의 미친 전략과 손정의의 미친 투자가 결합하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비록 적자를 보더라도 당일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한국 소비자들은 엄청난 편익을 누렸고 쿠팡에 열광했다. 이 서비스의 핵심 원천은 역시 물류센터다. 이미 한국에서 물류센터 건립 싸움은 쿠팡의 압승으로 끝나가고 있는 중이다. 쿠팡이 발표한 ‘쿠팡 임팩트 리포트(2021년 말 기준)’에 따르면 쿠팡은 물류 인프라를 30여 개 지역에 100개 이상 갖추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또 직원 수는 6만5000명으로 개별회사 기준 삼성전자(11만3000명)와 현대자동차(7만2000명)에 이어 국내 3위에 해당된다. 이 중 비수도권 지역의 고용인원은 1만7000명으로 지역 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모양새다. 참고로 대형마트 3사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직원 수를 다 합쳐도 약 6만2000명으로 쿠팡보다는 적다. 현재 일명 쿠세권으로 알려진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 가능지역은 전국에 약 100여 곳으로 한정적이다. 물류의 효율성 측면에서 아직은 서울과 수도권, 세종과 대전 중심의 충청권, 부산 중심의 경남권, 대구 중심의 경북권에 서비스 가능지역이 몰려 있다. 전라도는 광주와 전주만 가능하고, 아직 강원도에는 새벽배송 가능지역이 없다. 쿠팡의 큰 그림은 전국적인 물류망을 구축해 경쟁사의 추격이 불가능한 압도적 1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의 물류 인프라 구축은 이미 경쟁회사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한국 인구 5160만명의 70%인 3600만명 이상이 쿠팡 물류 인프라로부터 10분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쿠팡은 이 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수도권 지역 주요 물류센터 건립은 다 끝낸 상태다. 향후에는 비수도권 물류센터 증설에 에너지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현재 쿠팡의 물류센터 전체 면적은 얼마나 될까. 쿠팡은 2021년 초 미국 증시 상장 당시 상장보고서에서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물류회사’라는 표현을 썼다. 또 2020년 말 기준 연면적 약 70만평(2500만평방피트)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면적은 바닥면적과 달리 층별 면적을 합산하기 때문에 좀 더 계산이 복잡하다. 1년 뒤인 2021년 말 기준 쿠팡 물류 인프라의 연면적은 약 118만평(390만제곱미터)으로 늘어났다. 1년 만에 40만평 이상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 2025년으로 기간을 좀 더 넓혀보면 어마어마하다. 향후에 비수도권 신규 물류센터(경남 2개, 대구 1개, 광주 1개, 대전 1개) 건립 투자예정금액이 1조원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5년의 쿠팡 물류 인프라 연면적은 200만평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이 면적을 연상할 때 가장 흔한 평수는 33평 아파트 면적이다. 또 느낌적으로 감이 잡히는 평수는 100평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훨씬 더 큰 면적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때 약 89만평(한강 둔치 제외)의 여의도 면적을 활용한다. 쿠팡의 전국 물류센터 연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약 2배까지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엄청난 규모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쿠팡의 경쟁회사인 ‘신세계+이마트+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가 전국적으로 물류센터를 건립해 쿠팡을 추격하는 게 가능할까. 또는 작년까지 이커머스 1위를 지켜냈던 ‘네이버’가 전국에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가능할까. 전통의 유통 강호인 롯데그룹이라면 혹시 물류센터 건립이 더 용이하지 않을까. 정답은 쉽지 않다. 물류센터는 돈만 있다고 구축 가능한 게 아니다. 토지 매수, 인허가 문제, 지역 민원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최근 쿠팡과 전북 완주군 간 투자협약이 무산된 사례를 살펴보자. 쿠팡은 완주군에 약 3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완주군이 전년도의 투자협약 체결 당시 약정한 토지분양가 평당 64만5000원을 최근 83만5000원으로 30%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난 몇 년간의 급격한 폭등 이후 소폭의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토지 시장만 분리해서 살펴보면 아파트보다는 상승폭이 덜했지만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물류센터 건축비 또한 급격히 상승했다. 쿠팡의 물류센터가 들어선 지역은 모두 일자리가 증가했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땅값도 많이 올랐다. 만약 경쟁업체들이 그 인근지역에 새롭게 물류센터를 건립하려 한다면 쿠팡보다 훨씬 비싼 토지가격과 건축가격을 감내해야 한다. 물류센터 건립 시 인근 주민들의 민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이다. 최근 대형 물류센터는 인근 주민들에게 ‘기피시설’ 취급을 받는 상황이다. 엄청난 수량의 화물차들이 반복적으로 운행되면서 교통체증, 매연, 소음, 환경오염 등 다양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대형 물류센터 허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여러 요인들로 볼 때 경쟁사들이 대형 물류센터를 2~3년 안에 빠른 속도로 건립하며 쿠팡을 추격하기에는 이미 많은 장애물들이 놓여 있다. 쿠팡 물류센터 핵심은 로봇과 인공지능? 쿠팡이 한국에서 선보인 새벽 및 당일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쿠팡의 새벽배송 시스템은 소비자가 밤 12시 이전까지 주문 시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물건이 도착하는 배송 서비스다. 또 당일배송 시스템은 당일 오전 10시까지 주문 시 당일에 물건이 도착하는 획기적인 배송 서비스다. 물류센터가 넓기만 하다고 해서 이런 빠른 배송이 가능한 건 아니다. 물류센터가 얼마나 자동화에 성공했는지에 따라 효율성 부분에서 상당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쿠팡은 이 부분에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쿠팡이 2022년 9월에 쿠팡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 영상을 살펴보면 쿠팡의 물류센터 핵심 기술력은 5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쿠팡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고객이 주문한 후 단 몇 초 만에 재고, 상품위치, 배송경로 등 수백만 개의 다양한 옵션들을 고려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예측하고 작업을 할당한다. 둘째, 물류센터의 피킹존에서 배송이 시작되는데 고객이 주문하면 즉시 작업자의 PDA에 실시간으로 주문 데이터가 전송된다. 셋째, 물류센터 안의 피킹 로봇(AGV)은 바닥에 부착된 바코드를 인식해 물건이 있는 선반을 직접 실어 작업대까지 옮겨준다. 넷째, 해당 물건을 작업자가 꺼내서 포장작업대로 보낸 후 작업자가 자동포장기를 이용해 포장백에 물건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포장되고 운송장이 부착된다. 다섯째, 작업자가 분류로봇에 포장된 상품을 올려놓기만 하면 운송장에 적힌 주소를 스캔해 수백 대의 분류로봇들이 배송지역별로 분류한다. 결과적으로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단 몇 분 만에 포장과 배송지역별 분류까지 끝마치는 최첨단 기술력이 각각의 쿠팡 물류센터 안에 갖춰져 있다. 쿠팡이 쌓아온 이런 물류센터 내의 최첨단 기술력은 단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조 단위가 넘는 기술개발비를 투입해 이뤄낸 소중한 성과다. 따라서 경쟁업체들이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빠른 시간 안에 따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최후 승리자는 로켓프레시? 쿠팡이 취급하는 물건의 80% 이상은 공산품이다. 쿠팡은 이 공산품과 생필품들을 ‘로켓배송’이라는 빠른 배송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문 앞까지 신속히 전달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공산품과 생필품만으로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소비자들은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원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원조는 201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다. 쿠팡도 신선식품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2019년부터 ‘로켓프레시’라는 이름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쿠팡 외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쟁에 같이 뛰어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쿠팡, 마켓컬리, 이마트(쓱닷컴) 같은 메이저 회사 몇 개를 제외하고는 줄줄이 철수 중이다. 롯데온, GS프레시몰, BGF 헬로네이처, 프레시지, 매쉬코리아가 최근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격 중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저히 적자폭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쿠팡도 아직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기업들의 심각한 적자는 일일이 설명할 것도 없다. 왜 새벽배송은 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걸까. 신선식품의 특성상 새벽배송을 위해서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 냉장·냉동 물류센터를 설치해야 하고 콜드체인 등 설비 구축에도 상당히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또 근로자들이 밤샘작업을 통해 배송할 상품을 분류하므로 당일배송에 비해 인건비가 최소 1.5배 이상 급증한다. 새벽배송을 아웃소싱할 경우 배송이 증가하면 할수록 배송비용도 같이 늘어난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새벽에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 배송 시스템을 갖춰야 비용이 절감된다. 이런 경우 특히 배송물량이 충분해야 배송 생산성도 높아진다. 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는 쿠팡, 마켓컬리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미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한 이런 업체들이 대량 매출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이 이 틈새를 뚫고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물류센터 인프라 구축이 탄탄한 쿠팡마저도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선식품 중심의 물류센터인 ‘프레시 풀필먼트 센터(FC)’를 추가로 건립하고 있다. 따라서 새벽배송은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무리수가 따르는 사업이다. 뒤늦게 새벽배송 전쟁에 뛰어든 경쟁사들이 눈물을 머금고 철수하는 이유다. 쿠팡 비장의 무기는 풀필먼트 서비스? 쿠팡의 물류센터 수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또 물류센터 면적이 커지면 커질수록 쿠팡이 단지 직매입한 물건만을 집중적으로 배송하는 ‘로켓배송’에만 힘을 쏟는다면 아쉬움이 생긴다. 쿠팡의 물류센터 인프라는 훨씬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처리할 능력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역량도 같이 커지게 된다. 그런데 풀필먼트 서비스는 뭘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3자물류’에 대해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3PL(Third Party Logistics)’이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3자물류’라고 하는 이 단어는 무슨 뜻일까. ‘생산자와 판매자의 물류를 제3자를 통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신발 전문 쇼핑몰’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에는 소비자가 신발 전문 쇼핑몰에서 ‘나이키 신발’이나 ‘아디다스 신발’을 주문하면 쇼핑몰 판매자가 신발 재고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가 신발을 포장해 직접 배송업체에 넘겨 소비자에게 배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3자물류’ 서비스를 통해 ‘신발 전문 쇼핑몰 판매자’로부터 위탁받은 ‘전문 물류업체’가 바로 신발 배송을 진행한다. 꼭 자사의 쇼핑몰이 아니라 11번가, G마켓, 쿠팡의 오픈마켓을 활용하는 ‘판매자’들의 경우에도 3자물류를 활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아예 ‘제조회사’들이 ‘3자물류’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3자물류’ 서비스 사용자는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물류에 들어갈 비용과 노력을 다른 곳에 투자함으로써 고객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Service)’는 뭘까. ‘3자물류’가 더 발전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3자물류’의 과거 의미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 물류 부문만을 아웃소싱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거보다 진화한 요즘의 ‘3자물류’ 개념은 판매 상품의 입고, 보관, 제품 선별, 포장,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서 더 진화한 풀필먼트 서비스는 추가로 수요예측, 고객응대(CS), 교환 및 환불 서비스(AS)까지 말 그대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1위 이커머스 회사인 아마존이 전 세계 최초로 도입한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가 그 시초라고 볼 수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당연히 물류센터를 보유해야 한다. 배송은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자체적인 시스템을 갖추거나, 네이버처럼 택배회사인 CJ대한통운을 활용해 3자물류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 참고로 쿠팡과 마켓컬리는 자체적인 물류센터와 직접적인 배송능력을 갖추고 있다. ‘풀필먼트’ 기능을 갖춘 쿠팡 ‘로켓배송’의 장점은 제품 직매입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제품이 물류센터에 보관돼 있어 배송이 빠르다는 점과 품질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단점은 제품을 매입해 보관하므로 재고 위험과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반대로 G마켓이나 11번가 같은 오픈마켓 전문회사는 플랫폼만을 제공하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으므로 재고 위험이 없고 비용 부담이 적은 게 장점이다. 단지 중개상 역할만 할 뿐이다. 대신 오픈마켓 판매자가 별도로 직접 제품을 관리하므로 품질을 보장하기가 어렵고 배송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제트배송 성장할수록 쿠팡 이익 급증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쿠팡의 자체 상품이 아닌 ‘오픈마켓 판매자들’ 같은 제3자에게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가 바로 ‘제트배송’이다. 쿠팡은 그동안 막강한 물류센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직매입한 상품들을 당일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 왔다. 하지만 계속해서 천문학적으로 물류센터에 투자해 왔기 때문에 쿠팡은 이제 직매입한 자체 상품들뿐만 아니라 쿠팡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는 오픈마켓 판매자들에게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충분해졌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셀러(오픈마켓 판매자)에게도 ‘로켓배송’처럼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당일배송이 가능하게 하는 ‘제트배송’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쿠팡을 이용하는 소상공인 파트너의 수는 2021년 말 기준 15만70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단순한 쿠팡의 ‘오픈마켓 판매자’에서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제트배송 판매자’로 넘어가고 있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의 수수료율은 4~11% 사이인 데 비해 쿠팡의 막강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제트배송 판매자의 수수료율은 약 30%로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판매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역시 제트배송의 최강점인 당일배송과 풀필먼트를 기반으로 하는 편리한 토털 서비스 때문이다. 이제 900만명이 넘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들은 ‘로켓배송’이나 ‘제트배송’ 같은 당일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져서 배송이 느린 오픈마켓 상품 구매는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쿠팡 입장에서는 직매입한 상품의 경우 매입액 전액이 매출액으로 잡히지만 오픈마켓 판매나 제트배송 판매의 경우 수수료율만큼만 매출액에 반영된다. 따라서 제트배송 판매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쿠팡의 회계상 수익구조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물류센터만 좋으면 끝? 배송은 누가 하나 쿠팡의 자랑인 물류센터와 풀필먼트 서비스의 경쟁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물류센터가 좋아도 결국 누군가가 소비자의 집 앞까지 상품을 배송해 줘야 한다. 물류용어로는 최종소비자와 만나는 이 구간을 ‘라스트 마일’ 구간이라고 한다. 이 최종 배송은 누가 할까. 이런 배송과 물류 전반을 책임지는 회사가 바로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다. 쿠팡 로지스틱스는 ‘쿠팡친구’, ‘쿠팡 플렉스’, ‘쿠팡 퀵플렉스’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쿠팡친구’는 쿠팡에서 직접 고용한 배송담당 직원으로 월급제로 운영된다. ‘쿠팡친구’에게는 쿠팡에서 차량도 제공하고 각종 장비와 유류비 등도 지원해 준다. 이에 반해 ‘쿠팡 플렉스’는 쿠팡에서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일반인이다. ‘쿠팡 플렉스’를 통해서 일하는 개인 배송기사는 본인이 소유한 차량을 통해 배송을 하고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오토바이든 승용차든 이동수단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쿠팡 퀵플렉스’는 ‘쿠팡 플렉스’에서 진화된 개념으로 대형 차량을 소유한 개인으로 가입 제한을 둔다. 따라서 승용차 소유자가 아니라 1톤 트럭, 냉동탑차, 저상탑차 등 물건을 더 많이 실을 수 있거나 특수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차량 보유자들만 계약이 가능하다. 또 다른 차이점은 ‘쿠팡 퀵플렉스’는 개인들과 직접 계약하지 않고 쿠팡과 화물차 업체들이 단체로 계약을 진행한다. 쿠팡은 자체 배송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6월부터는 한진택배에 위탁했던 ‘로켓배송’ 물량 월 700여만 개의 절반 이상을 자체 배송으로 전환했다. 한진택배는 쿠팡 배송물량의 대거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쿠팡 로지스틱스는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 역량이 확대됨에 따라 자체 택배물량 외에 제3자 택배 사업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작년에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 신청을 해 승인을 받았다. 관련 규정상 자기 물량 이외의 다른 업체 화물을 운송하는 ‘3자물류’를 하려면 택배전용 번호판(노란식 ‘배’ 번호판)을 발급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쿠팡의 이런 움직임으로 볼 때 3자물류가 더 진화된 풀필먼트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제트배송’ 확대에 진심인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제트배송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쿠팡의 수익도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쿠팡의 이커머스 부문 흑자전환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제트배송 덕분이다. 또 제트배송의 경쟁력이 뛰어난 이유는 머지않아 전국에 200만평 가까운 압도적 규모를 갖추게 될 쿠팡의 강력한 물류 인프라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쿠팡은 아직 배가 고프다. 아마존닷컴의 사례로 볼 때 이커머스 사업의 마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 사업만으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쿠팡은 신사업에 계속 도전하고 싶어 한다. 쿠팡이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신사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쿠팡] 미친 회사(?) 의 등장...한국 유통업 '전쟁' 속으로

성장 구가 오프라인 매장에 도전장 2010년 설립 후 로켓배송 등 새 기법 도입 피 튀기는 혈투...그 끝은 적자 대행진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의 유통업계는 미친(?) 회사인 쿠팡이 등장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장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한다. 돈을 벌려면 당연히 마진을 남겨야 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회사가 물건을 팔면서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면? 마진은커녕 오히려 적자가 증가하는데도 계속해서 물건을 싸게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미친 전략을 쿠팡보다 먼저 선보인 회사가 바로 미국 1위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이다. 쿠팡 역시 이 미친 전략을 한국에서 선보이며 유통업계 간의 끝 모를 전쟁이 시작됐다. 쿠팡의 전략이 한국에서 얼마나 성공을 거뒀는지는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먼저 한국 유통업계의 역사를 살펴보자. 한국에 처음으로 인터넷 붐이 타올랐던 1999년만 해도 온라인쇼핑의 원조 격인 종합쇼핑몰 인터파크의 기세가 무서웠다. 삼성그룹에서 만든 삼성몰조차 인터파크에 밀렸을 정도다. 그런데 한국의 유통시장을 다 집어삼킬 듯 기세가 등등했던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은 2000년도의 IT 버블 붕괴 이후 상당 기간 성장 속도가 둔화됐고 삼성몰은 조용히 사라졌다. 2000년대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전성기 2000년대 유통시장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들의 성장세가 탄탄했다. 한국 고급 매장의 대명사인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외에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가 급속도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며 엄청난 매출증가세를 보였다. 미국 부동의 1위인 월마트와 프랑스 까르푸가 한국 유통의 매운맛에 질려 한국에서 철수한 이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3개 회사 간 점유율 전쟁이 치열했지만 이 시기가 한국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22년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들의 기세가 다시 꺾이고 쿠팡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회사들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생필품, 식료품, 신선식품 위주로 구성된 대형 할인점의 매출은 심각한 정체 상태다. 전년도인 2021년에도 증가율이 고작 2% 수준이었다. 이제 소비자들은 할인마트 대신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마켓컬리 등을 이용한 온라인쇼핑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2022년 현재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전통시장에서 반경 1km 이내는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대형마트의 출점을 금지하고 있다. 추가로 대형마트의 경우 매달 2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영업시간도 0시부터 10시까지는 영업을 금지하는 등 제한이 많다. 이는 온라인쇼핑 배송 경쟁에서도 대형마트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매장을 방문하는 횟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여러 가지 영향으로 한국 대형 할인마트들의 매장 수는 감소 중이다. 2018년에 상위 3개사의 합계 대형마트 수는 421개였으나 2022년 6월 말 현재는 406개로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15개가 감소했다. 대신 대형마트보다 마진율이 더 낮은 ‘창고형 할인마트’는 증가하고 있다. 코스트코, 롯데마트 맥스,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할인점은 소폭이나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할인마트들은 좀처럼 늘지 않는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일명 미끼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이 다시 매장을 찾아오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홈플러스는 치킨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과 역마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값 치킨인 ‘당당치킨’을 6990원에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이어 반값 피자까지 출시하며 가격 경쟁에 불을 붙여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저렴한 상품들을 출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할인마트들의 극적인 매출 증대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img4 한국 주요 3개사의 백화점과 아울렛 점포 수를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이 52개, 현대백화점이 23개, 신세계백화점이 17개를 운영 중이다. 주요 백화점 3개사의 점포 수 합계는 92개로 할인마트 상위 3개사 합계 406개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백화점 매장 수가 소폭이라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도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에 최고급 매장인 ‘더 현대 서울’을 신규 오픈했다. @img5 왜 백화점 매장 수는 감소하지 않는 걸까. 대형마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험과 즐길거리가 많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가 명품 매장을 갖추고 있어 실적 회복세가 강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매출액 흐름을 살펴보면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보다 10% 감소세를 보였지만 2021년에는 23% 급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2022년에도 엔데믹이 가까워 오면서 백화점 매출액은 계속 증가 추세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크다. 코로나 훨씬 이전인 2018년 매출액이 30조원이고 2021년 매출액은 34조원이니 3년간 겨우 4조원 증가한 셈이다. 잘 따져보면 연평균 성장률은 4%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쇼핑 시장은 지금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2010년대부터 온라인쇼핑 시장 본격 성장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표현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인터넷쇼핑, 온라인쇼핑이 모두 비슷한 용어들이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한마디로 터프하다. 무시무시한 이커머스 전쟁이 20년간 계속돼 왔지만 여전히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를 예측하는 건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 상황을 살펴보면 그동안 미친 전략을 펼쳐 왔던 쿠팡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접근해 있다. 이제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자. 온라인쇼핑 시장이 2000년대의 IT 버블 붕괴를 이겨내고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대부터다. 일명 오픈마켓으로 불리는 G마켓, 옥션, 11번가의 기세가 등등했다. 전통의 유통 강호들인 신세계, 롯데, 현대그룹도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홈쇼핑 업체인 CJ몰, GS샵, NH몰도 가세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티몬, 위메프, 쿠팡까지 시장에 진입하며 온라인쇼핑몰 경쟁은 갈수록 격화됐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쇼핑 1위 사업자인 아마존닷컴의 점유율이 40~50%로 조사되고 있다. 반면 2010년대에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점유율 50%는커녕 10%를 차지한 업체도 없었다. 1999년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은 무려 20년 이상 유통업체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압도적인 1위 업체가 없을 뿐이지 온라인쇼핑 시장 자체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img6 통계청이 집계한 한국의 전체 소매판매액은 2020년에 475조원으로 전년도의 473조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됐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대신 코로나19에 적응한 2021년에는 기저효과로 인해 전년 대비 9.1% 증가한 519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한국 전체 소매판매액의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통계청 자료에서 가장 주목할 데이터는 바로 ‘온라인쇼핑 판매액’이다. 한국의 온라인쇼핑 판매액은 매년 연평균 20%의 증가율을 보이며 무섭게 성장해 왔다. 2018년에 113조원이던 온라인쇼핑 판매액은 2021년에는 187조원으로 3년 만에 무려 65% 급증했다. 이는 그만큼 온라인쇼핑 사업을 영위하는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등의 매출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의 침투율(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한국의 2021년 온라인 침투율을 계산[온라인쇼핑 판매액 187조원 / 한국 전체 소매판매액 519조원 = 온라인 침투율 36%]해 보면 36%가 나온다. 그런데 이 숫자는 왜곡됐다. 승용차나 연료의 경우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더 정확한 수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2021년의 승용차와 연료 판매액 116조원을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차감한 상태에서 온라인 침투율을 구해 보는 게 좀 더 현실에 가깝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2021년 기준 온라인 침투율은 무려 46%다. 계산 결과를 보니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 중에서 선택해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의 절반을 온라인쇼핑으로 구매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쇼핑 침투율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50%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70%, 심지어 90%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걸까. 이게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이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전혀 물건을 사지 않게 되는 걸까. @img7 미국과 중국의 온라인쇼핑 거래액과 침투율을 같이 살펴보자. 한국의 온라인쇼핑 침투율은 36%(승용차 및 연료 포함, 통계청)로 미국의 19.1%(추정치)나 중국의 24.5%(추정치)에 비해 유독 높은 편이다. 미국은 아마존닷컴이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아직 온라인쇼핑 침투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도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는 온라인쇼핑 침투율이 낮다. 역시 한국은 세계 최강의 IT강국이다. 쿠팡, 미친(?) 회사의 등장과 1등의 조건 온라인 시장은 단 한 명의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시장에 가깝다. 검색 시장은 구글이 다 가져갔다.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가 다 가져갔다. 미국 온라인쇼핑 시장은 아마존이 다 가져갔다. 이 상황을 한국에 대입해 보자. 한국 검색 시장은 네이버가 다 가져갔다. 하지만 한국의 온라인쇼핑 시장은 쿠팡이 진입하기 전까지 다양한 경쟁사들이 시장을 잘게 쪼개 점유율을 나눠 가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쿠팡이 한국 온라인 시장에서 1등을 하려면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할까. 가격과 배송속도, 이 두 가지가 가장 핵심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과거 한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쇼핑할 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한 곳의 쇼핑몰에 묶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70인치 T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가격비교 사이트나 네이버쇼핑에서 ‘70인치 TV’를 검색해 저렴한 가격 순서로 정렬하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브랜드와 상품을 선택한다. 결국 가장 큰 고려 대상은 가격이 된다. 그런데 가격비교 사이트를 잘 관찰해 보면 가장 저렴한 쇼핑몰은 거의 매일 바뀐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소비자들은 특정한 한 곳의 쇼핑몰에 절대 충성을 다하지 않는다. 만약 지금 내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쇼핑몰을 창업하고 한국에서 1등이 되기를 원한다면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다. 내가 파는 물건을 시세의 반값으로 낮추고 가격비교 사이트에 연동만 시키면 된다. 그러면 내 물건은 최저가 상품으로 노출돼 날개 돋친 듯 팔릴 것이다. 손해를 보면서 파니까 당연히 잘 팔릴 수밖에 없다. 나는 한국에서 1등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난다는 사실이다. 이런 미친 가격 경쟁은 하루이틀은 가능할지 몰라도 1년, 2년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싸게 파는 이유는 뭘까. 적자 판매를 지속하다가 결국 망해서 폐업 정리할 게 아니라면 노림수는 하나다. 최대한 많은 충성고객들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온라인쇼핑몰이 TV 제조업체로부터 TV를 대량으로 직매입해서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A라는 쇼핑몰은 1000개를 주문하면서 5% 할인을 요구한다. 그런데 B라는 쇼핑몰은 10만개를 주문하면서 10%의 할인을 요구해도 된다. 이게 바로 규모의 경제다. 이로 인해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고 이는 고스란히 가격 경쟁력이 된다. 이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당연히 경쟁사보다 훨씬 더 많은 고객을 단골로 확보해야 한다. 결국 고객을 압도적으로 많이 확보하는 회사가 승리하는 구조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마존과 쿠팡은 바로 이 점이 달랐다. 아마존과 쿠팡은 그 핵심 전략을 배송속도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쿠팡은 월 4990원(현재 기준)의 ‘로켓 와우’ 멤버십을 도입하고 그와 동시에 로켓배송을 선보였다. 이런 빠른 배송을 무기로 ‘쿠팡 생태계’에서만 소비자들이 머무르게 유도해 한국에서 무려 900만명이 넘는 유료 멤버십 회원을 확보한 유통 공룡이 됐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사실 할인마트를 차를 운전해 왕복으로 다녀오는 건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백화점과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은 문화 생활과 즐거운 쇼핑의 결합이지만 할인마트는 단지 뻔한 생필품을 구매하는 귀찮은 행위를 하는 곳에 불과하다. 생필품 브랜드들은 너무 뻔해 굳이 직접 현장에 가서 골라야 할 이유가 없다. 온라인으로 주문해도 결국 내가 아는 그 맛이다. 쿠팡은 한국 소비자의 생필품 구매패턴을 아예 바꿔버렸다. 쿠팡으로 인해 소비자가 받은 이득은 뭘까. 기존의 2~3일 걸리던 느린 배송과 달리 로켓배송은 전날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새벽배송’, 당일 오전 10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당일배송’이 가능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아껴줬다. 쿠팡의 일관된 목표는 소비자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거다. 쿠팡이 판매하는 상품 중에 소비자에게 가장 이득이 큰 상품은 뭘까. 쿠팡의 1위 PB상품인 탐사수(생수) 2리터다. 쿠팡은 이 탐사수 2리터 12개 세트를 유료멤버십 와우 회원에게는 6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1개당 583원꼴이니 웬만한 경쟁사 제품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이 무거운 생수를 무료로 문 앞까지 배송해 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안 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들이 엄청난 편익을 안겨주는 이 생수 미끼상품만 이용하고 다른 상품을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면 쿠팡의 적자는 지금도 심각하지만 지금보다 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미끼상품은 더 비싼 다른 상품들을 같이 판매하기 위한 효율적이고 영리한 수단이다. 그리고 이 미끼상품 전략은 한국에서 결국 성공하고 있는 중이다. 쿠팡, 미친 전략의 끝은 적자 대행진 쿠팡은 12년 전인 2010년에 설립된 회사다. 쿠팡이 처음부터 미친 전략을 구사했던 건 아니다. 초기에는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쿠팡, 위메프, 티몬이 빅3를 형성하던 시기가 있었다. 소셜커머스란 일정한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일 경우 특정 품목을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방식이다. 최소 구매 물량을 넘기기 위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이 특징이었다. 대학생들이나 직장인 사이에서 쿠폰을 사면 할인 가격에 식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너무 낮은 사업이라 경쟁사들이 순식간에 100개 이상 난립하는 등 한계가 명확한 사업이기도 했다. 쿠팡은 이런 한계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로 로켓배송이라는 미친(?) 당일배송 서비스를 2014년부터 시작했다. 이때부터 쿠팡의 경이적인 적자 대행진이 시작됐다. 쿠팡이 아마존닷컴을 벤치마크했다는 건 그 당시 한국 경쟁업체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단지 크게 경계하지 않은 건 아마존닷컴의 전략은 투자비가 너무 막대해 도저히 쿠팡이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곧 망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img8 이 피 튀기는 가격 경쟁과 배송 전쟁의 결과는? 당연히 엄청난 규모의 적자 대행진이다. 쿠팡은 2018년에 1조1279억원이라는 경이적인 영업적자를 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3년 뒤인 2021년에도 1조1208억원이라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쿠팡의 미친 전략은 쿠팡뿐 아니라 모든 경쟁업체들을 다 같이 미치게 만들었다. 마켓컬리 역시 2021년에 영업적자가 2177억원으로 확대됐다. 위메프, 티몬, 11번가도 모두 줄줄이 적자 대행진이다. 한국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만성적인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img9 희망적인 건 쿠팡의 경이적인 매출액 증가 현황이다. 쿠팡은 2018년에 4조3545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그리고 3년 뒤인 2021년에는 380% 폭증한 20조881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13%, 한국의 온라인쇼핑 증가율도 65%에 불과하다. 쿠팡의 성장속도가 경쟁업체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쿠팡과 네이버의 1위 다툼 그렇다면 쿠팡의 경쟁업체들 매출액은 어느 수준일까. 유통업체들이 발표하는 각각의 매출액으로는 상호간 비교가 불가능하다. 가장 큰 이유는 직매입을 통한 매출과 단순 중개방식 매출의 차이 때문이다. 쿠팡은 한국에서 직매입 규모가 가장 큰 회사다. 직매입한 재고를 물류센터에 쌓아두고 실제 주문이 들어오면 창고에서 신속하게 배송한다. 회계상 직매입한 상품을 판매하면 매출액은 상품 판매액 전체가 잡힌다. 그런데 백화점의 경우 직매입보다는 백화점 내 임대공간에서 발생한 판매금액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네이버, G마켓, 11번가 같은 온라인 오픈마켓 또한 직매입보다는 대부분이 단순 중개방식이다. 이런 경우 수수료만 매출로 표기한다. 따라서 직매입 규모가 큰 쿠팡의 매출액과 단순 비교하면 수치가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0 그래서 온라인쇼핑 회사들의 점유율을 추정할 때는 매출액보다 총거래액(GMV)을 더 중요시한다. 상품의 총거래액이 좀 더 합리적인 데이터라 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모든 업체가 발표해 주면 상호비교가 편하지만 발표를 생략하는 회사도 많다. 네이버의 2021년 총거래액은 32조~36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쿠팡의 경우 업계에서는 약 34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2021년에 쿠팡과 네이버 중 총거래액 1위가 어디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2022년의 추정치는 쿠팡이 확실히 우위라는 업계 전망이 많은 편이다. 지난 2018년부터 엄청난 고래가 새로 온라인쇼핑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바로 네이버다. 네이버는 한국의 압도적인 포털 사이트지만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을 다소 관망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부터 ‘스마트스토어’라는 쇼핑몰 솔루션을 출시하면서 쿠팡과는 또 다른 파란을 일으켰다. 이 스마트스토어가 원래부터 강력했던 네이버쇼핑, 네이버페이와 결합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업계 전문가들 중에서는 아직도 쿠팡과 네이버 중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어쨌든 이 2개사가 미래에도 양강 체제를 유지할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네이버의 2022년 2분기 실적발표회 때 네이버 경영진은 “하반기에 네이버와 쿠팡을 제외하면 다른 경쟁사들은 오히려 역성장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업계는 쿠팡과 네이버의 이커머스 점유율을 각각 20%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1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업체가 한 곳도 없었던 한국의 치열했던 이머커스 경쟁 상황을 회상해 보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점점 상위 업체들로 이커머스 거래가 집중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은 치열하다. 쿠팡이 의미 있는 수준의 이익을 내려면 최소 3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은 하겠지만 언제쯤 이뤄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행인 건 쿠팡 최대의 경쟁자인 네이버가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포시마크’를 인수하면서 2조3441억원을 투자해 한국에만 자금을 집중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쿠팡 입장에서는 호재라 할 수 있다. 쿠팡 시총, 롯데쇼핑+이마트+신세계+현대百의 4배 유통업체의 매출 기준은 제각각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쿠팡의 경우 직매입한 상품이 대부분이라 상품 판매액이 대부분 매출액으로 잡힌다. 반면 백화점이나 오픈마켓의 경우 수수료만 매출액으로 잡는 경우가 많아 동일한 비교가 어렵다. 특히 연결재무제표는 계열회사 전체의 매출을 합산하기 때문에 정확한 회사 간 비교가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상 매출액 또한 의미가 있으므로 각 회사들의 수치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 1 한국 주요 유통업체인 롯데쇼핑, 이마트,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주식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8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에 상장된 쿠팡 시가총액 35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2021년에 롯데마트, 이마트, 신세계, 현대백화점 4개사의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액 합계는 50조4000억원으로 쿠팡 매출액 20조9000억원의 2.5배를 기록했다. 또 4개사(롯데마트, 이마트, 신세계, 현대백화점)는 모두 영업이익이 흑자였으며, 4개사 영업이익 합계는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쿠팡은 흑자는커녕 오히려 영업적자가 무려 1조1000억원이었다. 외견상 지표로만 보면 지금의 시가총액 격차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째서 투자자들은 적자투성이인 쿠팡의 밸류에이션을 버젓이 이익을 내고 있는 한국의 주요 유통업체들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하는 걸까. 단순히 쿠팡이 미국에 상장됐기 때문에 이런 격차가 발생하는 걸까. 아니면 쿠팡의 높은 미래 성장성과 정체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 간의 따라잡을 수 없는 초격차에 대한 냉정한 평가일까.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주가 공모가의 반토막 추락...공모가만 회복해도 따블인데

2021년 매출액 20조원 돌파 영업이익 흑자전환 가능할까 대만 진출, 현지 유통업 마진 초토화?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쿠팡은 가파른 매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우려의 시선을 받아왔다. 가장 큰 이유는 지속되는 적자 때문이다. 쿠팡 스스로가 대놓고 ‘계획된 적자’라고 주장하니 투자자들도 이제는 쿠팡의 적자에 익숙해져 있다. 쿠팡이 한국에서 1년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실적을 확인해 보자. 쿠팡은 2021년도에 전년보다 7조원 증가한 20조8812억원의 경이적인 매출액을 달성하고도 영업이익은 무려 1조1208억원의 적자를 냈다. 쿠팡의 2021년 결산실적 발표 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쿠팡은 매출이 아무리 많이 늘어나도 구조적으로 흑자 달성 자체가 불가능한 사업구조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2022년 1분기와 2분기의 실적은 어떨까. 쿠팡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Coupang, Inc.’는 미국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다. 따라서 분기별 실적발표는 미국에서만 공시된다. 미국과 한국의 실적발표 자료는 비슷하지만 미국의 경우 한국 원화 실적을 달러로 변환하고 ‘한국 쿠팡’ 외에도 미미한 기타 실적이 섞여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다. 쿠팡의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 후 시장은 의외의 결과에 환호했다. 쿠팡의 ‘조정 EBITDA’가 사상 처음 6600만달러의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쿠팡이 워낙 오래전부터 대놓고 계획된 적자라고 주장하며 흑자 전환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투자자들도 아예 흑자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터라 기쁨이 더 컸다. 물론 조정 EBITDA(순수 영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영업이익)는 실제 회계상의 영업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이 지표가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건 머지않아 회계상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700만달러로 적자가 지속됐지만 전년 동분기 영업이익 -5억1500만달러와 비교하면 적자폭이 대폭 줄어들었다. 또 주목할 건 매출총이익률이다. 2021년 4분기에는 고작 15.9%에 불과했던 쿠팡의 매출총이익률이 2022년 1분기에는 20.4%, 2분기에는 22.9%를 기록하며 확연히 좋아지고 있다. 수익과 관련된 주요 지표가 확실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쿠팡의 본격적인 흑자 전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쿠팡, 영업이익 흑자전환 가능할까 쿠팡의 수익이 개선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 번째 이유는 매출 성장세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꼽을 수 있다. 매출이 증가할수록 대량구매로 인한 단가 인하가 가능해진다. 쿠팡은 2022년에도 30% 이상의 매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쿠팡의 막강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쿠팡의 ‘오픈마켓 판매자들’에게 제공하는 ‘제트배송’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마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 회원’ 가격을 2500원에서 4990원으로 단숨에 2배 인상했기 때문이다. 쿠팡의 ‘와우 회원’ 가입자 수는 2021년 말 기준 900만명인데 이들에 대한 멤버십 가격 인상이 2022년 6월에 실시됐다. 멤버십 가격 인상이 본격적으로 수익에 반영되는 시기는 2022년 3분기부터다. 가격 인상에 따른 쿠팡의 추가적인 수익을 계산해 보면 [유료회원수 900만명 × 2490원(인상금액) × 12개월 = 약 2700억원]이다. 연간 2700억원의 추가 수익은 웬만한 일반 기업들에겐 큰돈이지만 적자 규모가 1조원 이상인 쿠팡에겐 소소해 보인다. 쿠팡은 이번 파격적인 가격 인상으로 회원 이탈이 클 것을 우려했지만 실제 이탈고객 수는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img4 아마존을 보면 쿠팡이 보인다. 쿠팡은 궁극적으로 ‘와우 회원’ 월 멤버십 가격을 최대 얼마까지 올릴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볼 때 아마존의 2014년 멤버십 가격인 월 9900원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월 멤버십 가격 최대치를 가정해 다시 계산해 보면 [유료회원수 900만명 × 7400원(최대 인상 추정 금액 차액) × 12개월 = 약 8000억원]이 산출된다. 쿠팡이 대규모 고객이탈 없이 장기적으로 월 멤버십 가격을 9900원까지 올릴 수 있다면 2021년보다 약 8000억원의 추가적인 이익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현재의 치열한 경쟁 상황으로 볼 때 이런 파격적인 멤버십 가격 인상은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이런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쿠팡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추가적인 혜택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냉정하게 이탈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쿠팡, 공모가만 회복해도 ‘따블’...가능할까? 지금으로부터 1년 7개월 전인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쿠팡의 공모가는 35달러였다. 상장 당일 한때 공모가의 2배에 가까운 6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9월 말 기준 쿠팡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인 17달러로 폭락해 수많은 투자자들을 슬픔에 빠뜨렸다. 공모가 결정 당시에는 고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쿠팡의 2021년 매출액은 2020년보다 7조원 증가한 21조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매 분기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쿠팡의 물류센터는 훨씬 더 많아졌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 수는 300만명이 증가해 900만명을 돌파했다. 와우 회원 월 멤버십 가격은 2500원에서 2배 오른 4990원이 됐다. 2021년에도 무려 1조원이 넘는 심각한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쿠팡이 마침내 2022년 2분기에 사상 처음 ‘조정 EBITDA’ 기준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드디어 20%를 돌파했다. 쿠팡의 경쟁업체들 중 상당수가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쿠팡은 이제 한국뿐 아니라 대만, 일본 등에도 진출해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쿠팡에게는 어려운 과제들이 남아 있다. 한국의 온라인 침투율은 이미 36%를 돌파했고, 온라인에서는 판매가 발생하지 않는 승용차·연료 부문을 제외하면 온라인 침투율은 46%를 넘어섰다. 따라서 앞으로 온라인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쿠팡이츠’가 3위권에서 정체돼 있는 상황도 고민스럽다. 추가로 투자비용이 부담스러운 퀵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쿠팡에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전히 한국에서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경쟁은 끝나지 않았고 치열하다. 이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감안해도 쿠팡의 체력은 신규 상장 당시인 1년 7개월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쿠팡은 좋은 타이밍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무려 5조원의 현금을 손에 넣었다. 쿠팡의 성장률은 한국의 그 어떤 이커머스 기업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오프라인 유통회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정체돼 있는 회사보다 성장하는 회사의 주식을 좋아한다. 이제는 쿠팡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절반 이상 폭락해 있는 현재의 상황이 절망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다. 당신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의 월 멤버십 가격을 지금의 4990원에서 2배인 9990원으로 올리는 게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혹시 지금 쿠팡의 ‘와우 회원’ 멤버십을 가입해 이용하고 있는가. 쿠팡이 대만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쿠팡 주식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소비활동은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가상공간 잇는 소비 증가 메타커머스 시장 급성장 견인도 | 박우진 기자 krawjp@newspim.com | 강정아 인턴기자 rightjenn@newspim.com “로블록스(메타버스 게임)에서 유행하는 총이라고 하는데 친구들도 많이 갖고 논다고 하니 사줄 수밖에 없더라고요.” -12살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 MZ세대의 다음 세대로 알파(α)세대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사회, 교육 등 다양한 면에서 기존 세대들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미디어 이용에 능숙하며 틱톡, 제페토 등 영상과 3차원적 요소를 체험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매력을 느낀다. 알파세대는 특히 플랫폼 경험에 그치지 않고 활발한 소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세로 떠오른 메타버스...실제 소비로 이어진다 알파세대에게 메타버스는 매력적인 3차원 가상세계다.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알파세대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Z의 제페토 이용자는 7~12세가 50.4%, 13~18세가 20.6%를 차지한다. 알파세대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메타버스 이용자를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장난감 총인 너프건을 판매하는 해즈브로 코리아는 올해 3월부터 미국의 게임업체 로블록스와 협업해 실물 너프건을 구매하면 로블록스 맵에서 동일한 상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코드를 제공한다. 가상세계와 현실에서 동시에 사용 가능한 것이다. 해즈브로 코리아 관계자는 “로블록스와 협업한 너프건의 구매 연령대는 만 7~12세”라며 “올해 1분기 기준 12%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그는 “실물 제품보다 로블록스와 협업한 제품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메타버스에서 잘 노는 아이들의 특징을 파악해 제품을 출시했고, 실물과 똑같기에 게임에서 돋보이고 싶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로블록스와의 협업 제품은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관련 상품이 나오면서 메타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메타커머스는 메타버스에서의 경험이 오프라인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는 새로운 거래 방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아크는 메타커머스 관련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시장 규모가 2021년 9억달러(약 1조1761억원)에서 2026년 32억달러(약 4조1817억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알파세대의 특성이 메타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알파세대를 처음 정의한 호주의 사회학자 마크 맥클린들은 알파세대는 소비 이상의 경험과 경험의 공유를 중시한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소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아직 초기단계인 메타커머스, 마케팅 전략 중요” 메타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시장 내에서 알파세대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에서의 경험으로 의류, 패션 관련 메타 프로덕트가 만들어지고 메타버스 상에서 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커뮤니티가 생겨나는데 기업들이 이런 커뮤니티를 공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알파세대는 메타커머스 시장의 미래 고객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소비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마켓플레이스가 활성화되고 더 다양한 상품이 나와 알파세대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타커머스 시장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관련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아직 메타버스에서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서 “블록체인 관련 법률이나 거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지갑, 가상화폐 등 메타커머스 시장을 지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메타커머스 시장도 성장하고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파세대의 메타커머스 소비 활동을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제페토나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내 커머스가 알파세대의 관심을 끄는 것은 맞지만 아직 커머스라는 의미를 붙일 만큼은 아니며 마케팅적 요소에 불과하다”면서 “알파세대는 온·오프라인의 경계 자체가 무의미한 소비를 할 수 있기에 기업이 끊임없이 상품을 노출해야 미래의 유의미한 소비력을 갖춘 주요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그들만의 문화 '온라인 무덤'

메타버스 성범죄 처벌 한계 10대 이용자들, 직접 공론화·응징 법보다 예절 문화 강해져...“관련 교육 필요” | 김신영 기자 sykim@newspim.com | 신정인 인턴기자 allpass@newspim.com 친구와 함께 로블록스를 1년간 즐겨해 왔다는 중학생 김모(14) 군은 지난 9월 악질 유저의 남자 아바타로부터 게임 내에서 성희롱과 스토킹을 당했다. 그는 “부캐(부캐릭터)인 내 아바타가 그런 일을 당하는데 꼭 직접 당하는 것처럼 수치심이 들었다”며 “트라우마로 한동안 그 맵에 접속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해 아바타를 직접 신고했으나 불쾌한 마음이 계속됐다”며 “캡처된 게임 화면을 오픈채팅방과 틱톡에 올려 공론화하고 다른 유저들에게도 주의를 요구했다”고 했다. 아바타 성범죄 당해도 처벌 ‘한계’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와 제페토는 각각 이용자의 60% 이상이 만 16세 이하, 이용자의 80% 이상이 10대 청소년으로 알파세대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메타버스 게임이다. 이용자들은 게임 내 콘서트장이나 교실, 공원 등에서 가상 모임을 통해 아바타끼리 활발한 사교 활동을 펼치며 제2의 자아로 활동 중이다. 그런데 최근 메타버스 게임 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부캐의 사교장’이 아닌 ‘10대 무법지대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문제는 메타버스 특성상 높은 몰입도를 요하기 때문에 아바타가 성범죄를 당하더라도 다른 게임에 비해 유저의 성적 수치심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이에 더해 아바타가 성범죄를 당했을 때 적절한 법적 처벌이 미비한 상황이다. 메타버스 게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심각성이 커지자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다른 사람이 생성한 아바타의 신체 내부에 성기나 도구를 넣는 행위 등을 하는 이용자에게 최대 징역 2년형을 내리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가상공간에서 다른 아바타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거나, 타인의 아바타를 스토킹하면 징역 1년 이하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제페토 이용자의 경우 90%가 외국인으로, 가해자의 서버가 해외에 있거나 외국인일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 게임 내 자체 가이드라인과 윤리 규정이 있으나 비속어를 조금만 다르게 조합하거나 새로운 계정을 만들 경우 제한하기 힘든 상황이다. 남완우 전주대 교수는 “현재로선 게임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아이디를 차단하거나 강퇴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마저도 (기능이) 잘 활성화돼 있지 않다. 아이디를 바꾸면 누군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피해 사례 온라인에 공론화...‘무덤 제도’ 등장 이에 이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가해자 아바타의 정보를 공유하고 피해 사례를 밝히는 등 공론의 장을 만들고 있다. 10대가 주로 쓰는 영상 플랫폼 ‘틱톡’에 ‘로블록스 신고’를 검색하면 실제로 남자 아바타가 여자 아바타에게 성적 행동을 하는 게임 녹화 영상과 아이디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유튜브에서는 ‘로블록스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5가지 행동’, ‘제페토 채팅 주의사항’ 등 메타버스 게임 예절 수칙이 담긴 영상도 공유되고 있다. 아바타들이 가해자 아바타를 직접 응징하는 경우도 있다. 영남대 재학생들이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야생월드에는 ‘무덤’이라는 공간이 존재하는데, 규정을 위반한 아바타의 경우 다른 아바타들이 이곳에 집어넣고 접속을 못하도록 사형시키기도 한다. 서승완 영남대 메타버스 대표는 “외설적인 아이디에 나체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아바타가 있었는데 교내나 경찰서에서 마땅히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었다”며 “결국 내부적으로 공동체 규칙에 의거해 퇴출시켰다. 현재 그 아바타를 포함해 9개의 아바타 무덤이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법보다 질서 문화가 중요해진다 법적 처벌에 한계가 있는 메타버스 내에서 이용자들 간 질서와 예절 문화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균 경희대 교수는 “메타버스는 특정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인들이 들어와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법보다 훨씬 그 대상 범위가 넓어진다”며 “메타버스를 통해 서구권과 우리나라에서 갖고 있는 좋은 제도나 인식들을 서로 수용하고 공유한다면 적절한 합의와 질서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또 전문가들은 초등학교·중학교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예절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는 “메타버스는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넘어 새로운 사회로서의 가치로 봐야 한다”며 “이에 맞춘 윤리와 예절 교육도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도 “중학교에선 현재 메타버스 기술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있다”며 “가상공간이 활성화될수록 정말 중요한 건 이에 대한 윤리나 철학 교육”이라고 말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영상부터 음성까지…AI 활용 능숙

AI 목소리 빌려 콘텐츠 제작 관련 산업 가파른 성장세 예고 | 이성화 기자 shl22@newspim.com | 방보경 인턴기자 hello@newspim.com 채린: 어, 뭐야. 얘는 3년 전 내 친구잖아. 카톡 해야지. 하이, 나 기억나? 우주: 기억나 ㅋㅋㅋ 너 예전에 나랑 결혼하기로 했었잖아 ㅋㅋㅋ 채린: 아직도 그걸 기억하냐? 아동용 만화나 드라마의 대본이 아니다. 초등학생이 영상에 입힌 음성을 받아쓴 것이다. 이 음성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나 유튜브에서 알파세대에게 유행하는 콘텐츠 ‘버실’이다. ‘버전 실시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해당 콘텐츠는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가상인물들이 대화하는 상황극이다. 이런 음원은 어느 영상에나 쓸 수 있다. 캐릭터들이 직접 나와서 상황극을 하는 영상에서도 쓰지만, 무작정 슬라임을 만지는 영상에도 넣곤 한다. 슬라임 영상은 시각적 자극을 주지만 소리는 없다. 그 공백을 메우려 음원을 넣는 것이다. 알파세대, 인공지능 더빙으로 콘텐츠 만든다 핵심은 틱톡 유저들이 올리는 상황극 음원이 대부분 인공지능(AI) 더빙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더빙이란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인공지능이 읽어주는 서비스다. 유저들은 이를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이 만든 음원을 다운로드해 쓰곤 한다. 인공지능 더빙 열풍은 2020년 말부터 시작돼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타입캐스트 음성을 입힌 영상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조회수 22만이 훌쩍 넘는다. 알파세대는 틱톡 유저들이라면 타입캐스트를 전부 다 알 거라고 입을 모은다. 알파세대는 인공지능 더빙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즐긴다. 상황극에 이입해서 “채린이 말고 하은이도 주인공 해주세요”, “카밀라 힘내” 하며 좋아하는 캐릭터를 응원하기도 한다. 11살 동생과 함께 타입캐스트를 즐겨본다는 신지윤(13) 양은 “둘째가 타입캐스트 상황극을 볼 때는 집안이 시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음원을 다운받기보다는 직접 제작하는 유저들도 상당수다. 올해 7월부터 타입캐스트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우지윤(12) 양은 “타입캐스트를 보다가 나도 이런 걸 만들어서 틱톡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10대 겨냥한 인공지능 음성 사업, 성장세 보인다 10대들은 인공지능 보이스를 이용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다. 실제로 네오사피엔스 측 관계자는 “초등학생 대부분이 타입캐스트를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해당 연령대 이용자는) 몇십만 명 정도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도 알파세대가 스마트 기기의 음성으로 소통한다는 데 동의한다. LG경영연구소의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신세대’는 알파세대가 단순히 AI에 익숙해지는 것뿐 아니라 정서적 관계도 형성한다고 진단했다. ‘기분이 별로네. 알렉사, 기분 좋은 음악 부탁해’라거나, ‘시리야,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 줄래?’ 하고 인공지능으로부터 위로를 얻는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알파세대를 겨냥한 인공지능 음성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네이버클로바의 ‘클로바 스피커 똑똑사전’이 대표적으로, 질문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할 수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은 뭐야?’라는 질문에 이어, 주어를 밝히지 않고 ‘그럼 지구보다 얼마나 커?’라고 물어도 답변해 주는 식이다. 네이버클로바는 현재 똑똑사전에 있는 4개 주제 외에 아이들의 관심사를 고려해 주제를 추가할 예정이며, 스피커에 대한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네오사피엔스 역시 타입캐스트에서 발전한 콘텐츠 서비스나 가상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인공지능 음성 서비스, 앞으로의 전망은? 인공지능 음성 서비스는 앞으로 더욱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2021년 약 83억달러로 예측된 음성인식 시장 규모가 연평균 21.6% 성장해 2026년에 22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 음성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9월 2일 네이버는 인공지능 더빙 서비스 ‘클로바더빙’의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20년 2월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지 2년 6개월 만이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사업을 기반으로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기존에 검색 솔루션 서비스를 주로 제공했으나 2017년부터는 텍스트, 동영상, 음성 관련 AI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데이터나 발음 사전이 충분하지 않으면 대본을 입력했을 때 부자연스럽거나 합성할 때 에러가 날 수 있다”며 “검색과 텍스트 분야 노하우를 통해 품질 높은 음성합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은 인공지능이 사람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집중하고 있다. 장준혁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음성합성 같은 경우 인공지능 음성 서비스의 최고 단계”라며 “최신 기술 성능이 공표되지 않아서 그렇지, (기술은) 우리 생각보다 더 빨리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3년 전에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각광받았으나, 거실이라는 특정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 인공지능 음성 시장은 자동차, 네이버클로바 등 실제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포스트MZ 'α세대'] "돈도 중요" 10대부터 재테크

“현금·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해요” 학생 수 줄어도 시장 규모는 줄지 않아 | 이성화 기자 shl22@newspim.com 중학생 정모(14) 군은 요즘 경제 공부에 한창이다. 지난해에는 누나들을 따라 처음으로 주식을 구매했고, 얼마 전부턴 새로 개설한 체크카드 계좌로 용돈을 받고 있다. 정군은 “체크카드가 생긴 뒤로는 줄곧 삼성페이도 사용 중”이라며 “현금을 내는 것보다 늘 쓰던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게 더 편하고 익숙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모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모 교사는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을 진행 중이다. 그의 반 학생들 중엔 부모의 권유나 증여로 이미 주식을 보유 중인 경우도 많다. 이 교사는 “과거에 비해 아이들의 경제 관심도가 높아진 걸 체감한다”며 “부동산이나 주식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사업가인 아버지의 권유로 삼성전자, 애플, 디즈니 등 여러 주식을 보유 중인 학생도 있다”고 했다. ‘금융 주체’로 떠오른 알파세대...접근 방식도 다양 유튜브 채널 ‘고등개미’에 출연했던 14세 주식왕 쭈니맨은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 기간에 약 5500만원의 투자 수익을 벌어들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쭈니맨은 부모가 제공한 초기 자금으로 수익 내는 방법을 본인이 직접 연구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재테크 비법을 공유하고 있다. 간단한 퀴즈나 테스트를 진행한 뒤 맞춘 만큼 포인트(코인)를 얻는 ‘클래스쿨’이나 ‘수학 대왕’ 등 리워드 애플리케이션(앱)도 10대들 사이에서 인기다. 클래스쿨을 운영하는 이태환 마커룸 대표는 “학생들이 학습도 하고 돈에 대해 긍정적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앱을) 시작하게 됐다”며 “알파세대를 포함해 미래 세대들은 점점 돈에 대해 관심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알파세대가 돈 생각에 빨리 눈뜬 계기는? 이렇듯 알파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경제에 일찍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알파세대는 이른 시기부터 경제 교육을 받고 디지털을 잘 다루기 때문에 독립적 구매자로서의 역할도 (이전 세대보다) 더 강력해졌고 가족의 소비에까지 영향력을 많이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들이 큰돈을 쓰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익숙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고객”이라며 “온라인상에서 이들이 1000원, 2000원을 쓰더라도 워낙 인원이 많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 호황기가 이어지면서 부모의 영향으로 투자를 접하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주식계좌 개설이 불가능한 연령층인 만큼 부모가 대리인으로 개설하거나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승환 한국투자증권 대리는 “최근 몇 년간 증시가 호황을 띠면서 자연스레 부모들이 자녀들의 주식 계좌를 만들어 주는 빈도가 늘었다”며 “주식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10대들이 주식과 접하고 관심을 가질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새 손님’ 맞이 현황 금융권에서도 이런 흐름에 따라 알파세대 맞춤형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 고정 수입이 없는 세대인 만큼 업계에선 이들을 금융투자 주체보다는 잠재 고객으로 파악하고 있다. 알파세대는 경제활동을 혼자 할 수 없기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끔 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 초등·중학생을 위한 금융 플랫폼 ‘아이부자’ 앱을 선보였다. 이는 청소년들이 ‘모으고·쓰고·불리고·나누는’ 다양한 금융활동을 벌이며 건전한 금융 습관을 형성하는 국내 최초의 금융 페어런트 테크(돌봄 기술) 앱으로 꼽힌다. ‘아이부자’ 이용자는 금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계획하기’ 기능을 통해 자녀가 정해진 기간 스스로 용돈 사용계획을 세워 부모에게 용돈을 요청할 수 있다. 용돈이 부족할 경우 ‘홈알바 미션’을 이용해 자녀가 부모와 집안일 등의 미션을 정하고 완료할 경우 용돈을 스스로 벌 수 있게끔 했다. 간접적인 투자 체험도 가능하다. 부모가 주식을 사고, 아이는 부모의 계좌를 같이 보면서 주식을 경험하는 기능이다. 자녀가 주식 매매 조르기 기능으로 매입과 매도를 요청하면 부모는 자녀와 상의한 뒤 해당 주식을 사거나 팔아준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체험보다는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팀 ‘틴즈 사일로’는 지난해 7월 앱 내에 만 14세 미만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유스 홈’ 페이지를 개설했다. 해당 연령층의 사용자만이 이 페이지를 볼 수 있으며 지갑, 돈 보내기, 용돈기입장, 저금통 등 서비스 이름도 이해하기 쉽게 설정돼 있다. 또 앱 내 ‘머니 스터디카페’를 통해 금융생활을 위한 금융 정보와 기초 지식을 공부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미성년자들이 토스를 통해 주체적인 금융생활을 하게끔 도움을 주고 싶다는 목표 아래 틴즈 사일로가 만들어졌다”며 “10대들이 토스 앱을 더 잘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한 아이템들을 고민하고 있고, 그 일환의 하나로 만 14세 미만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포스트MZ 'α세대'] 전통적 직업관은 가라

적성·흥미가 직업 안정성보다 중요해져 가상공간 디자이너 등 디지털 부업 관심 유튜브·제페토 활용한 크리에이터 증가 | 이정윤 기자 rightjenn@newspim.com | 강정아·박두호·정현경 인턴기자 17살 드라마제작자, 현실에선 어렵지만 가상현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가능하다. 제페토 드라마는 제페토 내 아바타들의 연기를 촬영해 영상으로 제작한 웹드라마다. 이호(17) 양은 제페토 드라마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캐스팅부터 기획, 촬영, 편집 등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유튜브와 제페토 플랫폼을 활용해 용돈도 직접 번다. 수익은 달마다 다르지만 한 달 용돈으로는 충분한 정도라고 한다. 이 양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1만2000여 명, 누적 조회수는 310만회를 넘었다.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일진이 착해지는 과정’은 조회수 56만회를 기록했다. 평생 직장은 없다...워라밸 중요한 MZ세대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 준비 중인 C(27) 씨는 “잦은 야근과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나를 챙기고 싶었다”며 퇴사 이유를 밝혔다. C 씨는 높은 연봉을 보장받았지만 과중한 업무로 퇴사하게 됐다. 그는 “다음 회사는 적절한 연봉 수준이면서 저녁 있는 삶이 보장되는 곳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을 지칭하는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일자리를 선호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중요해진 MZ세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MZ세대 중에서도 90년대 중후반생인 Z세대부터 직업 가치관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났다. 20대는 직업을 선택할 때 수입과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비율이 56%로, 처음 60% 밑으로 떨어졌다. 적성과 흥미를 응답한 비율은 20.6%로, 50대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는 자신의 재능과 연결시켜 수익 극대화 방법을 고민한다”며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아이돌 굿즈를 만드는 등 돈 버는 방식에 인식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가상공간 디자이너, 미래 유망 일자리 알파세대가 포함된 10대에서 처음으로 순위 변화가 생겼다. 20대 이상의 모든 세대에서 수입 다음으로 안정성을 택했지만 알파세대는 적성과 흥미가 안정성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알파세대는 수입과 안정성을 합한 응답이 51%를 차지했고, 적성과 흥미를 택한 비율이 31.3%로 20대 응답보다도 11%p 늘었다. 50대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들은 직업의 안정성보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우선시한다. 가상공간은 알파세대의 흥미와 적성을 발현시키는 공간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455억달러로 집계됐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5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전망이다. 2016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영국의 미래연구소가 발간한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2025년에는 수천만 명이 가상공간에서 일하고, 놀고, 여행하고, 만나서 어울리며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미래 세대의 많은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가상공간에서 건물을 지으면서 경력을 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에 주목할 새로운 직업으로 가상공간 디자이너를 꼽았다. 가상공간 디자이너는 가상공간에 나오는 건물과 풍경을 실제처럼 만들고 캐릭터의 표정과 목소리,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구현해 이용자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직업이다. 이들은 가상공간을 현실과 구별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디지털 문화 해설가도 새로운 직업으로 제시했다. 직장에 있을 때와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있을 때 정체성이 다른 것처럼 각각의 가상공간에서도 정체성을 달리할 것이다. 디지털 문화 해설가는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정체성을 표출할 때 사용하는 ‘이미지 언어’ 데이터를 분석한다. 디지털 문화 해설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각의 가상공간에서 어떤 이미지가 유행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로고를 만드는 등 마케팅 활동을 한다. 제페토에서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처럼 알파세대는 자신의 능력을 가상공간에서 발현해 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길 것이다. 현실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하면서 동시에 가상공간 디자이너를 부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환 극동대 교수는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가상세계에서도 돈을 동시에 벌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디지털 부업에서 시작해 전업으로 갈 수도 있고, 처음부터 전업을 삼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직업 가치관의 변화를 시사했다. 최 연구위원은 “알파세대는 연령과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한 직업을 가질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30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하던 방식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포스트MZ 'α세대'] 집단 탈피…이젠 개인 교육

교과서 만능론은 옛말 “저출생이 오히려 기회” | 지혜진 기자 heyjin@newspim.com | 이태성 인턴기자 victory@newspim.com 말레이시아에 사는 알파세대 도라(Dora, 12)는 미국형 사립학교인 달랏국제학교(Dalat International School)에 다니고 있다. 이곳 학생들의 목표는 조별토론 등의 방식으로 각자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다. 과목별로 교과서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페이지를 다 읽진 않는다. 교사가 챕터마다 설명해 주는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한다. 학생들은 매 학기가 시작되면 MAP 테스트를 본다. MAP 테스트는 학업 성취도를 측정하는 온라인 시험이다. 이 시험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제학교 학생들과 자신의 영어, 수학 점수를 비교할 수 있다. 학부모는 시험 결과를 토대로 자녀의 학업 수준을 파악한다. 학교의 평가 방식은 중간고사는 없고 기말고사만 있다. 대신 1주일에 한 번 혹은 챕터가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본다. 숙제는 매일 끝내야 하는 게 아니고 학교 친구들과 협력해 3~7일 동안 완성하는 식이다. 알파세대 맞을 준비하는 해외 학교들 이처럼 해외에선 변화하는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학교의 모습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시험 성적이 아닌 자체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거나, 프로젝트식 수업으로 학생들의 개별 역량 강화에 힘쓰는 식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미래학교 칸랩 스쿨은 온라인 무료교육 사이트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이 설립한 사립학교다. 무학년제, 프로젝트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무학년제란 연령 대신 학습 수준과 목표를 기준으로 학습 집단을 구성하는 제도다. 또 시간표와 학습 목표 등을 학생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이끈다. 스웨덴의 프트럼 스콜라는 6세부터 16세의 학생들이 통합 교육을 받는다. 여기도 연령이 아니라 학습 수준에 따라 학년이 나뉜다. 주 17시간의 교실 수업 외에 팀 단위 프로젝트 수업이 함께 운영되며 교사는 지식 전달보다 팀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네덜란드의 스티브잡스 스쿨엔 정해진 교실이 없다. 전교생은 각자의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다니며 학교 안 어디에서나 학습을 할 수 있다. 수업의 약 45%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온라인 학습으로 진행되며 학년 구분 없이 이뤄지는 토론 등 오프라인 활동도 준비돼 있다. “개인 성장 초점”...알아도 적용 못하는 한국 교사들 국내의 교육 전문가들은 알파세대를 제대로 길러내기 위해선 ‘지식 전달’이 아닌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진 만큼 교육의 방향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미래교육 대비 수준이 해외에 비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래세대를 위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교육과정도 역량 개발 중심으로 개편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살펴보면 ‘미래사회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 개발’, ‘모든 학생의 개별 성장 맞춤형 교육과정 구현’ 등이 교육과정 방향으로 제시돼 있다. 당국도 차별화된 미래교육의 필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학습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교사들도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실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교사는 “교사들은 교과목별로 정해진 시수 안에 진도를 다 나가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며 “교과서 대신 다른 활동을 하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교과서의 이 부분은 왜 빼먹냐’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도 “우리나라가 문서상으로는 이미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선 그것이 잘 이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알파세대에 맞는 방법론 개발해야” 한국의 미래교육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사범교육의 부재다. 학생들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에 대한 교육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교사 양성 과정에서 역량 중심 수업에 대한 준비가 거의 안 되고 있다”며 “미래교육의 방법론을 개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미래교육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의 시험은 단순히 지식을 더 많이 습득한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양해진 학습 형태에 맞는 다양한 평가 방식이 필요한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미래교육이 궁극적으론 개별 교육, 개별 평가의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별 학습 수준, 성향, 요구들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알파세대가 학교에 온다’의 저자이자 실제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최은영 작가는 학교의 분위기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작가는 “그동안은 교과서 중심의 수업만이 유일한 정답처럼 여겨졌다”며 “깊이 있는 교육을 위해선 프로젝트식 융합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포스트MZ 'α세대'] α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재미와 개성이 더 강해진 세대 | 지혜진 기자 heyjin@newspim.com | 박두호 인턴기자 walnut_park@newspim.com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에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에 ‘접속’했다. 직접 방문하진 않았지만 실제 롯데월드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알파세대들은 그곳에서 롯데월드의 대표 놀이기구인 ‘자이로스윙’을 탑승했다. 메타버스 공간 속 알파세대들의 모습은 화려했다. 아바타의 얼굴도 작고 시상식에서 볼 법한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렇게 꾸미려면 얼마나 필요하냐”는 질문에 한 접속자는 “700젬(제페토 전용 화폐) 정도”라고 답했다. 700젬은 한화 5만원 정도의 가치다. 그는 “한 달에 용돈을 10만원 정도 받는데, 절반은 제페토에 쓴다”고 했다. MZ세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을 겪었다면 알파세대는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디지털 기기를 접했다. 알파세대는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구글과 유튜브가 쏟아내는 콘텐츠의 홍수에서 자랐다. 가상세계는 또 하나의 현실...“놀고 소비하고” 알파세대가 지닌 가장 큰 특성은 가상공간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전문가들은 MZ세대만 해도 현실과 가상공간을 분리하는데, 알파세대는 가상공간도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환 극동대 교수(한국메타버스교육학회 임원)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분하는 것은 아날로그 세계에 갇힌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라며 “알파세대는 가상공간을 또 하나의 세계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알파세대는 이미 메타버스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시장분석업체 센서타워가 2020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아이들이 로블록스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36분이다. 이는 틱톡(58분)과 유튜브(54분)보다 긴 시간이다. 로블록스는 세계에서 가장 이용자 수가 많은 미국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도 지난 3월 가입자 3억명을 넘어섰다. 알파세대가 메타버스 공간을 찾는 까닭은, 이들에겐 가상공간이 놀이터이자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상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그쳤다면, 알파세대는 자신이 상상한 것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데 익숙하다. 이들은 자신의 상상력을 게임이나 콘텐츠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조희정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는 “가상공간은 모든 경계를 허물고 자기주도적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참여하고 스스로 창조해 나갈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알파세대는 가상공간에서 돈을 벌거나 소비하는 등 경제활동을 하는 데도 익숙하다. ‘알파세대가 학교에 온다’의 저자 최은영 교사는 “알파세대는 가상화폐와 현실화폐를 구분하지 않는다”며 “가상공간에서 게임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돈을 쓰기도 하고 벌기도 한다”고 전했다. 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역시 “한국에서 메타버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건 경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며 “알파세대는 게임을 잘하는데 메타버스에서 땅도 팔고 나라도 세우고 돈도 벌 수 있어 역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특성 길러주는 방식으로 교육해야” 알파세대가 가상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재미’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 교사는 “알파세대들에게는 재미가 우선”이라며 “재미있으면 계속 하고, 재미없으면 바로 꺼버리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밝혔다. 이어 “알파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취향에 맞게 유튜브 영상을 골라보면서 이전 세대보다 자신의 취향이 더 확고해진 세대”라고 덧붙였다. 자녀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경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가 알파세대의 부모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개성 강한 알파세대를 등장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교사는 “알파세대의 부모는 덜 엄격하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존중한다”면서 “알파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개성이 두드러지는 알파세대의 강점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맞는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교육은 여전히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 교육이 있어야 알파세대가 디지털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발전으로 가상공간에서 도덕적인 문제나 새로운 법적 문제도 생길 수 있어 학교에서 도덕성과 인성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1월호

스트레스는 학교서 푼다

수업+뮤지컬·놀이 등 가미 흥미 더한 새 교육법 만발 | 김현구 기자 hyun9@newspim.com | 정현경 인턴기자 jeonghk@newspim.com 알파세대의 정신건강은 교육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제 막 정규 교육에 뛰어든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무너지면 학업에 흥미를 잃을 수 있고, 나아가서는 일탈·범죄 등에도 쉽게 연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학생 본인에게도 가장 큰 걱정거리로 여겨진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2022 청소년 통계’를 통해 청소년 고민상담 유형 1위가 ‘정신건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수업 방식을 마련하는 등 알파세대 학생들의 정신건강 회복 및 스트레스 완화를 꾀하고 있다. 뮤지컬·연극으로 ‘함께의 가치’ 배우는 알파세대 색다른 방식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것은 뮤지컬, 연극 등과 같이 놀이를 접목한 예체능 수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급별 연극, 뮤지컬, 영화를 만드는 ‘협력종합예술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서울 청담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주1회 1시간씩 협력종합예술활동의 일환으로 연극을 배우고 있다. 서울 세곡초등학교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연습한 뮤지컬 공연을 올렸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뮤지컬, 연극 수업이 학생들의 정서 순환, 에너지 발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수업 방식은 주입식 교육으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를 줄임과 동시에 알파세대의 예술적 감수성, 협력적 인성, 융합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단순한 예술 교육이 아닌, 학생들 간의 화합과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9 초등 협력종합예술활동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협력종합예술활동 참여 학생들의 만족도는 80% 이상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향후 저학년과 더 많은 학교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성주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 장학사는 “연극, 영화, 뮤지컬 영역은 다른 친구들과 협력을 통해서만 진행될 수 있다”며 “학급 또래들과 함께하는 과정이 스트레스 완화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체능 수업을 통한 저학년 학생들의 협동심 증진 등이 주목받으면서 사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어린이 뮤지컬학원을 운영하는 이은혜 원장은 “국영수도 중요하지만 노래, 춤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부분도 필요하다”며 “공부를 하면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뮤지컬학원에 다니는 김우빈(7세) 군의 어머니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다”며 다니기 전과 비교해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기 만지니까 코딩 시간 기다려져요!” “다양한 교구 때문일까요? 아이들이 코딩 수업 시간을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은평구 소재 초등학교 A 교사의 말이다. 뮤지컬, 연극과 다른 형태의 참여형 놀이 수업도 등장했다. 오는 2025년부터 시작되는 코딩 교육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30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의 목적은 학생들의 논리력, 사고력, 창의력 계발로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의 컴퓨팅 사고력 증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컴퓨팅 사고력은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고 해결하는 사고능력을 뜻한다. 교육부는 알파세대에게 기초적인 디지털 소양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IT 능력이 기본 역량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을 받으면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 정부가 정책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 부모의 금전적·시각적 차이가 학습에 대한 격차를 벌려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정의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학생들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지역아동센터, 방과 후 코딩 교육 등 대안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의무교육으로 자리한 만큼 담당 교사가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생들 수준에 맞는 ‘눈높이 교육’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초등학생 수준에 맞춰 체험과 활동 위주의 코딩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며 학습 부담도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교육부 차원에서 교원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대학원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보조하고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알파세대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역량을 갈고 닦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 기술의 변화를 아이언맨의 슈트에 비유하며 “슈트를 착용하기 전에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슈트를 착용하는 순간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다”고 전했다. 디지털과 예체능 교육으로 아이들이 넓은 사회에서 발전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아이들의 관심과 어른들의 노력으로 학습과 교습 방식이 변화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0월호

한국 '공모주 물림의 법칙'?

크래프톤 공모가 대비 반토막 카카오뱅크 우리사주 억대 손실도 공모주 장기투자 수익률 처참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2021년과 2022년 상반기까지 한국은 공모주 열풍이 불었다. 그래서 주식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공모주에 투자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2021년은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공모주 투자가 활활 타올랐던 시기로 공모금액이 무려 21조원에 달했다. 전년도의 공모금액 6조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어마어마하다. 경쟁률도 기본적으로 수백 대 1이라 아무리 많은 금액을 청약해도 원하는 물량의 100분 1 이하로 배정받는 경우가 흔했다. 2021년에는 리츠와 스팩을 제외하고도 90여 개의 공모주가 증시에 신규 상장됐다. 이 공모주들을 모두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아 상장 당일 종가에 매도했다고 가정해 보면 평균 수익률은 무려 58%에 달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공모주 재테크는 증시 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그런데 공모주 투자를 안 해본 사람이라면 공모주는 낯선 용어일 수 있다. 공모주는 정확히 어떤 개념일까. 비상장회사가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하려면 기업공개(IPO)를 진행해야 한다. 기업공개란 기업의 경영정보, 재무상태 등을 공시하고 일반 대중에게 최초로 주식을 공개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주식을 ‘공모주’라 한다. 투자자가 공모주에 3개월 이상 장기 투자하는 전략은 좋은 투자 방식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모주 장기 투자의 결과는 좋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다. 만약 어떤 공모주에 3개월 이상 투자한다면 초반의 높았던 수익률이 확 낮아질 수 있다. 어쩌면 비자발적으로 투자기간이 3년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이게 바로 ‘공모주 물림의 법칙’이다. 하지만 공모주에 집중 투자하는 재테크 전략은 꽤나 승률이 높은 영리한 투자방식이다. 공모주에 집중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는데 3개월 이상 투자하면 수익률이 낮아진다니 의아하다. 투자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게 중요한 이유는 기관투자자들은 공모주 수요예측 단계에서 많은 주식을 배정받기 위해 3개월이나 6개월 의무보유 확약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간이 지나면 주식 매물이 급증한다. 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일정 기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제한되는데 이 기간 또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6개월이다. 그래서 기관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주식을 매물로 내놓을 수 없는 3~6개월 이전에 개인투자자들은 빨리 공모주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게 효율적인 투자전략이다. 공모주 장기 투자를 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본적으로 공모주는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장예정 기업들은 높은 공모가격에 상장하기 위해 가장 실적이 좋은 연도를 골라서 기업공개를 진행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그래서 IPO 다음해의 기업 실적은 기대보다 밋밋한 경우가 많다. 몇 년 전만 해도 공모주 청약 시즌이 오면 각 증권사 지점들마다 공모주를 청약하기 위해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을 발견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과거에는 서로 먼저 청약하겠다고 고객들끼리 싸움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약 방식이 모바일과 ARS로 발전하면서 이런 광경이 거의 사라졌다. 공모주와 우리사주의 차이는 매도 타이밍 공모주 투자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중요한 철칙이 있다. 반드시 공모주 청약 방식을 통해 공모가에 매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해당 주식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상장 당일에 증시에서 직접 공모주를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게 불문율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공모주는 상장 당일에 투기적인 단기 투자자들로 인해 공모가보다 시초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보호예수와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으로 주식 공급물량이 많지 않아 상장 초기에는 작은 매수세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함부로 추격매수를 하면 엄청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상장 당일에 시장에서 매수하는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많은 이유는 공모주 청약은 경쟁률이 최소 100 대 1을 넘는 경우가 흔해 원하는 만큼의 주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단기간의 주가 변동성을 활용해 돈을 벌어 보겠다는 단기 투자자들도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증시 하락기에는 신규 상장된 주식들의 하락폭이 기존 주식들보다 훨씬 더 큰 경우가 많다. 이제 2021년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된 주요 대형 공모주들의 장기 수익률을 확인해 보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21년 3월에 신규 상장할 당시 공모가는 6만5000원이었다. 공모주의 신규상장 당일 시초가는 최대 90~200%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 최악의 경우 공모가의 -10%인 5만8500원의 시초가로 출발할 수도 있지만 최상의 경우에는 공모가보다 100% 상승한 13만원으로 시초가가 결정될 수 있다. 시초가가 결정되고 주식이 상장된 후에는 일반 주식들처럼 -30~+30% 범위 내의 하한가와 상한가 내에서 가격이 움직이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뜨거운 인기를 보여 상장 당일 시초가는 공모가인 6만5000원보다 100% 상승한 13만원으로 폭등하며 출발했다. 이런 상승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다시 시초가인 13만원에서 30% 상승한 상한가 16만9000원에 마감됐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 같은 주가 움직임을 일명 ‘따상’이라 표현한다. 이는 ‘따블’과 ‘상한가’를 더한 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5개월 만에 최고가 36만원을 터치하며 최고수익률 457%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래서 우리사주에 청약한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은 신이 났다. 한국에서는 공모물량의 20%를 우리사주로 배정할 수 있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의 우리사주 평균 청약금액은 약 5억원으로 알려졌다. 최고가로 계산해 보면 10억~20억원의 평가차익을 본 직원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직원들 중에서는 1년간의 의무 보호예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과감하게 퇴사를 강행한 경우도 많았다. 퇴사하면 우리사주를 자유롭게 매도해 이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난 2022년 8월 말 기준 수익률은 최고 457%에서 6분의 1토막인 74%로 축소됐다. 결과적으로 그 당시 퇴사하며 우리사주를 매도한 직원들이 진정한 승리자인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의 주요 대형 공모주 중에서는 가장 성과가 좋은 주식이다. 그렇다면 가장 최악의 수익률을 보인 회사는 어디일까. 바로 크래프톤이다. 게임회사인 크래프톤은 공모주로서는 드물게 시초가를 -10%로 시작해 투자자들을 혼돈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이런 상황은 적정가치보다 공모가가 더 높게 책정됐을 때 발생한다. 또는 하필이면 상장 당일에 증시에 큰 악재가 발생해 주식시장 자체가 얼어붙었을 경우다. 결론적으로 크래프톤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물론 상장 후 잠깐 공모가 대비 16%까지 상승한 때도 있었지만 결국 꾸준히 하락해 2022년 8월 말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51%를 기록 중이다. 예시로 든 5개 종목 중에서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가장 부진하다. 그런데 이런 경우 투자자만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 바로 부푼 꿈을 안고 청약한 직원들이다. 약간의 손해를 보고 손절 매도를 하고 싶어도 우리사주의 경우 1년간 보호예수로 묶이기 때문에 중간에 매도도 불가능했다. 크래프톤의 우리사주는 이례적으로 직원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배정된 20%의 우리사주 물량 중 실제 직원들이 받아간 물량은 5분의 1인 4%에 불과하다. 크래프톤 직원들조차 공모가가 비싸다고 생각해 청약을 꺼렸다는 방증이다. 2022년 8월이 지나면서 1년이 경과해 드디어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매도할 수 있게 됐는데 손실률이 50%가 넘어 감히 매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2022년 1분기에 300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크래프톤이 좋은 게임을 개발해 주가가 자연스럽게 반등하는 상황이 최선이다. 이 사례를 보면 공모가에 투자했더라도 장기 투자 시에는 손실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직전에 목표가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려서 화제가 됐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에 긍정적인 매수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카카오뱅크 상장 직전인 2021년 7월에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 적용이 애매하다. 결국 정부의 규제를 받는 은행업에 속해 있으므로 은행업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내용의 소수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목표주가를 공모가인 3만9000원보다 한참 낮은 2만4000원으로 제시하는 리포트를 작성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상장 후 1개월 만에 공모가인 3만9000원보다 최고 142% 상승한 9만4400원까지 치솟으면서 이 대결은 낙관론자들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2022년 8월 말 기준으로는 카카오뱅크 주가가 2만7300원까지 하락해 최고가 대비 하락률이 무려 -71%다. 장기적으로는 김인 연구위원의 예측이 맞았던 셈이다. 역시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의 미래를 낙관하고 고가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투자자들만 눈물을 흘린 건 아니다. 우리사주에 투자한 직원들도 슬픔에 잠겨 있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례를 보며 꿈과 희망에 부풀었을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대박은커녕 공모가에서 30%나 하락할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을까. 하락률로만 따지면 크래프톤보다는 양호하지만 문제는 투자금액이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의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4억9000만원으로 절대금액 자체가 크다. 그러니 평가손실총액은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배신감을 안겨준 회사는 어디일까. 바로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다. 이유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신규 상장 후 주가가 한창 상승세를 타던 시점에 약 900억원의 보유주식을 매각하면서 큰 수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공모가 9만원에 상장돼 한때 공모가보다 176% 폭등한 24만8500원까지 상승했다. 그 이후 경영진의 주식 매도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주가가 꾸준히 곤두박질쳐 2022년 8월 말 기준 카카오페이 주가는 6만2200원까지 내려앉았다. 공모가 대비해서는 -31% 하락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그러나 최고가 대비 손실률은 -75%로 무시무시하다. 카카오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따가워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사주를 받은 카카오페이 직원들도 울상이다. 결론적으로 공모가에 매수하고 상장 직후 시초가에 매도한 투자자들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공모가의 2배로 치솟은 시초가에 매수한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만약 이 주식들을 장기 보유하고 있다면 상당한 손실을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주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라면 공모가에 매수해 시초가나 당일 종가에 매도하는 공모주 투자 법칙을 잘 지키는 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역설 공모주 장기 투자가 반드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사실 지금 상장돼 있는 모든 주식들은 과거에 공모주였던 신규 상장주식들이다. 단지 확률적으로 기업공개 당시의 공모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적정주가보다 조금 더 고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그렇다고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가가 모두 다 고평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시가총액이 높은 대형 공모주 중에 장기 투자 수익률이 유독 높았던 전설적인 주식이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6년 11월에 신규 상장했는데 요즘과 비교해 보면 정말 인기 없는 공모주였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경쟁률은 45 대 1에 불과했다. 그 당시 공모가는 13만6000원이었고 당일 종가는 14만4000원이었다. 그래서 투자자 누구나 마음만 먹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 당일에 공모가 수준에서 마음껏 수량 제한 없이 매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2년 8월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83만5000원이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무려 514%다. 하지만 상장일에 매수했던 투자자들 중 이 주식이 6년 뒤에 5배 넘게 폭등할 거라고 생각했을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은 공모주 투자원칙에 따라 진작에 이익실현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눈부신 수익률에 대한 찬사는 사실 결과론적인 접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모주를 상장 후 6년간 지속적으로 보유한 투자자라면 마땅히 5배의 높은 수익률을 보상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보유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11월에 분식회계 의혹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가면서 무려 18거래일 동안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회사와 공장 압수수색, 계속되는 경영권 승계 관련 조사와 재판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 이 모든 고통을 이겨낸 달콤한 결과가 지금의 수익률이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기 보유 수익률이 높은 건 예외적인 결과라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인 공모주 투자 시의 전체 확률로 따져보면 장기 보유 전략보다 단기 매도 전략의 수익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공모가는 어떻게 산정되나 공모가는 어떻게 산정될까. 먼저 기업공개를 원하는 기업은 특정 증권회사를 정해 대표주간사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 대표주간사에서 기업공개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 IPO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공모가 산정이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절대가치 평가방법’과 ‘상대가치 평가방법’이 있는데 실무적으로는 대부분 ‘상대가치 평가방법’을 사용한다. 상대가치 평가방법에는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PSR(주가매출비율), EV/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를 활용한 비교가 있다. 그런데 평가방법보다 더 중요한 건 사실 유사 비교기업(피어그룹) 선정이다. 비교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야만 상장 예정기업의 공모가도 높아지기 때문에 대표주간사는 적절한 비교기업 선정에 총력을 다한다. 예를 들어 마켓컬리가 공모가를 산정할 때 비교기업으로 한국의 오프라인 유통회사인 신세계, 이마트, 롯데쇼핑, 현대백화점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한다면 터무니없이 낮은 공모가가 산출될 것이다. 그래서 최근 신규 상장하는 기업들 중에는 밸류에이션이 낮은 한국 기업 대신 해외 기업들을 비교대상기업으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8월에 신규 상장한 쏘카의 경우 최종 비교기업 10개를 우버, 리프트, 그랩, 고토 등 모두 다 해외 상장기업으로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제 공모가밴드가 8000~1만원으로 결정됐다고 가정해 보자. 공모가 밴드가 정해지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적으로 공모가를 결정한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는 공모가밴드 상단인 1만원이나 그 이상을 적어낼수록 공모주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의무보유 확약기간을 길게 정할수록 주식을 많이 배정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의무보유 확약기간은 보통 1개월, 3개월이 많고 드물지만 6개월도 있다. 대표주간사와 상장예정기업은 수요예측 결과를 통해 최종 공모가를 결정하는데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가격이 예상보다 낮거나 경쟁률이 부진하면 자진해서 상장을 취소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공모가 결정 시점에 증권시장 분위기가 좋아야만 기업공개가 원만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증권시장 분위기가 좋을지 나쁠지를 상장예정기업이 어떻게 예측하겠는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공모주 배정 비율은 어떻게 될까. 공모주 발행물량의 55%는 기관투자자, 20%는 우리사주, 25%는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사주에 배정된 20% 물량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SK바이오사이언스 사례처럼 우리사주로 인생역전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가 저금리로 대출까지 해준다. 그런데 일부 공모주의 경우 직원들도 청약을 꺼려 우리사주 경쟁률이 미달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공모주는 개인투자자 경쟁률도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직원들마저 투자를 회피하는 종목이니 당연한 현상이다. 공모가는 왜 높아야 하나 공모가는 왜 높아야 할까. 첫 번째 이유는 공모가가 높을수록 기업공개를 하면서 신주발행(유상증자)을 통해 실제로 신규 상장기업에 유입되는 자금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 자금을 다시 공격적으로 투자해 짧은 시간 안에 회사를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 넉넉한 현금은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무기다. 공모가가 높아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기존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도 수익을 안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이 기업공개라는 최종 관문에 도달하기까지는 회사 성장의 단계마다 외부자금 조달이 필수다. 최초의 외부자금 유치를 시드펀딩 또는 시리즈A펀딩이라 하고 추가 펀딩 때마다 알파벳을 붙여 시리즈B펀딩, 시리즈C펀딩 식으로 표기한다. 스타트업은 시리즈별로 새로운 자금을 투자받을 때마다 기업가치를 투자자들에게 냉정히 평가받는다. 투자자들은 본인들이 평가한 기업가치에 맞게 주가를 결정하고 자금을 투입해 스타트업의 지분을 확보한다. 그 대가로 스타트업에는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은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시리즈 투자자들 입장에서 만약 IPO 공모가가 본인들이 오래전에 투자한 주가보다 낮게 책정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차이만큼의 손해는 고스란히 기존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다. 그래서 공모가는 기존의 시리즈 투자자들에게나 기업공개를 하는 상장예정기업에게나 모두 매우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2022년 8월에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마켓컬리를 살펴보자. 마켓컬리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8년간의 급성장 과정에서 총 7번의 외부 투자를 받았다. @img4 중요한 건 2021년 12월에 프리IPO를 통해 투자받은 2500억원이다. 이 당시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약 4조원으로 평가됐다. 프리 IPO는 기업공개를 진행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문제는 2021년 12월의 증시 분위기는 지금보다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2022년 9월 현재의 증시 분위기는 그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위축돼 있다. 이렇게 증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마켓컬리가 예정대로 상장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기관투자자들의 IPO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4조원 이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만약 공모가를 높이지 못한다면 2021년 12월에 마켓컬리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상장예정기업은 공모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모가 결정의 모든 과정을 주관하는 대표주간사 입장은 어떨까. 대표주간사 계약을 맺을 때부터 이미 상장예정기업에게 좋은 공모가가 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암묵적인 보증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또 대표주간사의 인수수수료도 공모금액의 2~3%로 책정돼 공모가가 높을수록 수수료도 높아지는 구조라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하지만 대표주간사 입장에서는 무한정 공모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다. 공모가를 너무 높게 책정했다가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외면당할 수 있다. 최악은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상태에서 일반투자자 공모주 경쟁률이 1 대 1에도 못 미치는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다. 이는 그야말로 대재앙이다. 특례상장의 경우에는 공모가에서 10% 이상 하락할 경우 최초 투자자들에게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2022년 8월에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전격적으로 기업공개를 강행한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사례를 보자. 쏘카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밴드를 1주당 3만4000원~4만5000원으로 제시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저조한 관심으로 희망밴드 하단보다 크게 낮은 2만8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쏘카의 공모희망 금액은 2000억원이었지만 실제 최종 공모금액은 반토막에 가까운 101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렇게 공모가를 크게 낮췄는데도 쏘카의 일반 청약경쟁률은 14.4 대 1로 일반적인 공모주 경쟁률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하지만 박재욱 쏘카 대표는 IPO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상장하는 게 최선’ 이라며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높은 공모가와 높은 공모금액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 역시 소중해 빠른 자금조달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2022년 9월 현재 증시 상황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늘도 많은 상장예정기업들은 기업공개 시점과 관련해 높은 공모가를 위해 기약 없이 기다릴지, 아니면 낮은 공모가를 감수하고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공모주 투자를 대기 중인 일반투자자들은 어려운 증시 환경으로 인해 공모주 옥석 가리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사주로 평가손실 중인 직원들은 언제 본격적으로 주가가 반등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루빨리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 진정되고 한국 증시가 다시 활기를 찾기를 기원해 본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0월호

미국 공모주 투자 수익률은?

美 공모주 손실률 한국보다 더 나빠 쿠팡, 공모주 폭락했다고 집단소송 당해 그래도 마켓컬리가 쿠팡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2021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공모주 현황을 살펴본 결과 공모가보다 하락한 주식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미국 공모주 시장 현황은 어떨까. 2021년 미국 기업공개(IPO)는 1000건을 돌파했다. 이는 2020년의 400여 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그렇다면 2021년에 상장된 미국 주요 공모주 수익률은 한국보다 양호할까. 현재 시점에서 확인해 보면 한국보다 하락률이 더 심각하다. 미국 투자자들 역시 한국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패닉 상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모주를 상장 당일에 증시에서 직접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전략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역시 미국에서도 공모주는 공모가에 매수해 시초가나 당일 종가에 매도하는 전략이 효율적이었다. 2021년 미국 증시에 신규 상장된 도어대시, 범블, 로블록스, 코인베이스, 리비안, 그랩홀딩스, 쿠팡은 미국 주식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대표적인 주식들이다. 이 주식들의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2022년 8월 말 기준으로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한 종목은 단 1개도 없었다. 충격적이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증시가 부진했던 탓일까. 좀 더 상세하게 확인해 보자. 미국 1위 음식배달서비스 기업인 도어대시는 미국 내에서 우버이츠보다 점유율이 훨씬 높다. 2021년 2월 공모가 102달러에 신규 상장됐고,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90% 폭등한 194달러로 출발했다. 한때 공모가보다 152% 상승한 257달러를 기록했지만 2022년 8월 말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41%로 저조하다. 범블은 틴더에 이은 미국 2위의 데이팅앱이다. 여성 중심의 데이팅앱으로 차별화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범블도 2021년 2월 공모가 43달러에 신규 상장해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77% 상승한 76달러에 시작됐다. 한때 최고가 85달러를 기록하며 순항했지만 2022년 8월 말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42%로 부진하다. 미국 초딩들의 놀이터로 유명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일간사용자수는 5000만명 수준이다. 로블록스는 블록으로 구성된 메타버스 세계에서 아바타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가상화폐인 로벅스를 발행해 게임 속에서 사용할 수 있어 게임 유저와 투자자 양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회사다. 로블록스는 전통적인 기업공개와 달리 주식 신규발행 없이 미국 거래소에 직상장했다. 이런 경우 공모가격 대신 준거가격이 적용된다. 준거가격은 기존의 장외시장 거래가격과 투자은행들의 투자 규모 등을 반영해 거래소가 제공한다. 로블록스의 준거가격은 45달러로 결정됐는데 시초가는 65달러로 43% 상승하며 시작했다. 메타버스 열풍으로 한때 공모가보다 215% 폭등한 142달러까지 상승했지만 2022년 8월 말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3%에 그쳤다. 그나마 가장 하락폭이 작은 편이다. 미국 1위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역시 주식 신규발행 없이 직상장했다. 미국 최초로 상장되는 암호화폐거래소였던 만큼 상장 당일 시초가는 준거가격인 250달러보다 52% 상승한 381달러로 시작했다. 코인베이스의 매출은 95% 이상이 암호화폐 거래수수료다. 그래서 2021년의 암호화폐 시장 폭등세에 힘입어 한때 공모가보다 72% 높은 43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22년 8월 말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73%로 최악이다. 2022년에 암호화폐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제2의 테슬라’ 또는 ‘테슬라의 대항마’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기차 회사 리비안은 공모가 78달러보다 37% 상승한 107달러로 시초가를 형성했다. 이후 전기차 대량생산 기대감으로 한때 공모가보다 130% 급등한 18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2022년 8월 말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58%에 불과하다. 동남아시아 승차공유 및 음식배달사업 1위를 기록 중인 그랩홀딩스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알티미터그로스(AGC)와의 합병을 통해 상장됐다. AGC의 나스닥 상장가격인 10달러를 공모가로 가정하면 신규상장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31% 상승한 13달러로 형성됐다. 하지만 시초가가 거의 최고가였다. 그랩은 상장 당일 종가가 8.8달러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22년 8월 말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71%로 투자자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거기서 ‘쿠팡’이 왜 나와 그런데 흥미로운 기업이 눈에 띈다.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사실상 한국 1위의 이커머스 회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쿠팡은 한국 증시가 아니라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영업은 한국에서 하고 주식 상장은 미국에서 하다니 이색적인 행보다. 쿠팡은 왜 한국 주식시장이 아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했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첫 번째 이유는 경영권 보호다. 마켓컬리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스타트업’ 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외부자금 유치를 많이 하면 할수록 창업자의 지분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 창업자의 경영권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그런데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차등의결권이 인정된다. 그래서 쿠팡 주식은 클래스A 보통주식과 클래스B 보통주식으로 구분해서 발행됐다. 김범석(Bom Kim)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클래스B 주식은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가진다. 클래스A 주식의 의결권이 1주당 1배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비록 김범석 창업자의 지분율은 9.9%에 불과하지만 76.2%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행사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자연스럽게 적대적 인수합병(M&A)도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 만약 김범석 창업자가 쿠팡을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면 9.9%의 낮은 지분율로 인해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쿠팡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경영난으로 인해 쿠팡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안정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김범석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두 번째 이유는 높은 공모가를 인정받아 회사에 유입되는 공모금액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미국 증시는 쿠팡처럼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들의 경우 한국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공모가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쿠팡이 제시한 공모가밴드는 32~34달러였지만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최종 공모가는 35달러로 결정됐다. 공모금액은 무려 42억달러다. 지금의 미친 환율이 아니라 장기평균환율인 1200원으로만 환산해 봐도 무려 5조원이 넘는 자금이 쿠팡에 유입된 셈이다. 물론 쿠팡은 운이 좋았다. 쿠팡이 기업공개를 진행하던 2021년 3월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유동성이 엄청나게 풀려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쿠팡 공모주의 급등과 급락 2021년 3월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의 시가총액을 공모가 35달러로 계산해 보면 무려 74조원(약 618억달러)이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 순위로 따져보면 5위 안에 들어가는 엄청난 규모의 시가총액을 인정받은 셈이다. 쿠팡이 상장된 당일에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공모가의 2배에 가까운 69달러까지 폭등하며 한때 시가총액이 146조원(약 1219억달러)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곧 이성을 찾았다. 쿠팡의 시가총액이 146조원까지 치솟은 건 쿠팡의 높은 미래 성장성을 감안해도 너무 과도한 고평가였다. 한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도 공모주에 대한 투기적인 단기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상장 초기에 쿠팡 주식을 집중 매수하며 일시적으로 주가가 과열됐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상승은 한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오래 지속되기 어려웠다. 결국 쿠팡의 주가는 상장 당일 최고가인 69달러를 정점으로 지속 하락했다. 급기야 2022년 5월에는 9달러가 붕괴되며 사상 최저점을 형성했다. 공모가인 35달러 대비 -74%가 하락했고 최고점인 69달러 대비로는 무려 -87%의 무시무시한 하락률이다. 다행히 쿠팡의 2022년 2분기 실적발표 후 주가는 다소 안정을 찾아 2022년 8월 말 기준 16.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모가 대비 -52%의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다. 쿠팡이 미국에서 소송당한 이유 미국은 공모가보다 주가가 많이 폭락하면 회사가 소송을 당하는 무시무시한 나라인가. 뜬금없게도 2022년 8월에 미국의 증권 전문 로펌인 BG&G(Bronstein, Gewirtz & Grossman)가 ‘쿠팡’과 주요 경영진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은 쿠팡이 2021년 3월에 미국 뉴욕증시에 신규상장하면서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기업공개 등록서류가 부주의하게 작성됐고 중요 내용의 누락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투자한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이 로펌 외에도 두세 개의 다른 로펌들이 비슷한 내용으로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img4 BG&G 로펌의 과거 소송대상 기업들을 살펴보면 30여 개 기업이 확인된다. 이 중에는 우버와 코인베이스도 포함돼 있다. 특히 코인베이스는 공모가 대비 2022년 8월 말 기준 주가하락률이 무려 -73%에 달한다. 쿠팡의 주가하락률도 -52%다. 이 기업들에 상장 당일 가격으로 투자한 투자자들이라면 극도로 분노하기에 충분할 만큼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 틀림없긴 하다. 쿠팡의 투자자들 중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송 참가자들 중에는 당연히 한국인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집단소송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신규 상장기업들이 이런 이유로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주가 폭락으로 분노한 투자자들과 사건을 수임해야 하는 로펌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로펌들은 지금 추가적인 소송참가자들을 모집 중이다. 그런데 사실 ‘기업공개 등록서류’가 완벽하게 작성되는 기준은 실무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미국 법원이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지 흥미롭다. 어쨌든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최초 공모가보다 너무나 심각하게 폭락한 형편없는 주가 때문이다. 쿠팡뿐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도어대시, 범블, 로블록스, 코인베이스, 리비안, 그랩홀딩스의 사례들로 볼 때 역시 한국이나 미국이나 공모주 장기 투자는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마켓컬리, 11번가, SSG닷컴의 고민은 상장시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무나 높았던 공모가와 계속되는 주가 폭락으로 미국 투자자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쿠팡이지만 이런 쿠팡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회사들이 있다. 바로 쿠팡과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의 ‘11번가’, ‘SSG닷컴’, ‘마켓컬리’다. 지금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미친 질주가 계속되고 있어 경쟁사들의 마음이 다급하다. 게다가 쿠팡은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무려 5조원의 현금을 손에 넣었다. 이런 든든한 실탄을 장착했으니 기존에 해 왔던 대로 물류센터 확충에 이 엄청난 거금을 다 쏟아붓는다면 경쟁업체들이 쿠팡의 물류 경쟁력을 따라잡을 방법은 없다. 쿠팡과 직간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11번가, SSG닷컴, 마켓컬리는 지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들 기업도 빨리 기업공개로 자금을 확보해 물류센터를 설치하는 등 쿠팡을 추격해 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갑자기 전 세계 증시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졌다. 이런 불투명한 증시 상황으로 인해 기업공개가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쿠팡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 기업들에게 시간은 금이다. 이 중 제일 마음이 급한 건 마켓컬리다. 마켓컬리는 이미 2022년 8월에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11번가와 SSG닷컴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다. 이제 상장시기를 결정할 일만 남았다. 이런 플랫폼 기업들의 특징은 적자를 지속하더라도 자금을 쏟아부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증시가 차갑게 식어버려 마켓컬리가 원하는 높은 공모가와 만족스러운 자금조달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기업공개 타이밍은 운에 가깝다. 주식시장이 언제 갑자기 침체될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쿠팡은 아주 운이 좋았다. 지금 예측할 수 있는 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쿠팡과 마켓컬리, 11번가, SSG닷컴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리해 보면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공모주 투자의 경우 장기 투자보다 3개월 이내의 단기 투자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지금은 글로벌 시장 전체의 증시 부진으로 인해 공모주의 하락폭이 과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역발상 관점에서 보면 저가 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 지금 미국 최고의 빅테크주로 주목받고 있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도 기업공개 이후 주가가 대폭락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 주식들은 그 대폭락을 딛고 일어나 지금은 공모가보다 적게는 10배 이상 많게는 100배 이상 높은 시가총액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 보자. 하루빨리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 진정되고 전 세계 증시가 다시 활기를 되찾기를 기원해 본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09월호

한국은 지금 배달전쟁 중...문제는 '미친 배달비'

전 세계 음식배달서비스 기업 주가 대폭락 한국 상위 배달앱 수익, 의외로 초라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에 업주들 패닉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우버 테크놀로지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미지는 어떨까. 미국의 대표적인 승차공유 서비스 회사라는 인식이 많다. 간혹 한국에서 실패하고 철수한 ‘우버X’와 ‘우버이츠’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우버는 어떤 회사일까. 음식배달 서비스인 ‘딜리버리’ 사업, 승차공유 서비스인 ‘모빌리티’ 사업, 화물운송 중개 서비스인 ‘프레이트’ 사업 등 굵직한 3개 사업을 중점적으로 운영하며 세계 최대 슈퍼앱을 만들어 가는 회사다. 그런데 의외로 작년에 우버의 사업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아니라 ‘음식배달 서비스’였다. 코로나19를 기회로 음식배달 사업 매출이 폭풍성장을 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하지만 전 세계 음식배달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매출이 사상 최대치로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대폭락 중인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1위 음식배달 기업인 ‘도어대시’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72% 폭락하며 음식배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여실히 보여줬다. 배달서비스 점유율 2위인 ‘우버’도 만만치 않은 64%의 하락률을 보였다. 점유율 3위인 ‘그럽허브’를 인수한 유럽의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 역시 런던 주식시장에서 최고점 대비 86% 폭락했다. 한국 1위인 ‘배달의민족’을 인수해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딜리버리 히어로’의 주가도 독일 주식시장에서 69% 폭락해 울상이다. 전 세계 음식배달업계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배달 서비스 사업은 앞으로 가망이 없는 걸까. 먼저 한국의 배달시장 분석을 통해 음식배달 서비스 사업의 미래를 전망해 보자. 한국에서 배달앱 서비스는 상위 3개사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 가운데 부동의 1위는 ‘배달의민족’이다. 2위는 ‘요기요’, 3위는 ‘단건 배달’로 돌풍을 일으킨 ‘쿠팡이츠’다. 이들은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을까. 한국의 배달 서비스 회사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한국의 1위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한국은 지금 배달 앱들의 수수료 문제로 난리다. 소비자들은 음식값 외에도 배달비로 3000원을 더 내는 게 말이 되냐며 분노한다. 심지어 날씨가 안 좋으면 배달비가 더 청구된다. 자영업자들은 배달의민족 오픈리스트 광고를 이용할 경우 ‘중개수수료 6.8% + 결제수수료 3%’로 최소 10%의 비용을 부담한다. 게다가 5000원을 훌쩍 넘는 배달비까지 소비자와 나눠서 부담해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와 자영업자 양쪽의 분노를 유발하며 신나게 욕을 먹고 있는 배달 업체들은 엄청난 이익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로 한국 배달 앱 빅3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는 돈을 갈퀴로 긁고 있는 걸까. 놀랍게도 아직은 그렇지 않다. 이들 상위 3개사의 피 튀기는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영업이익 현황은 의외로 초라하다. 2000만명이 넘는 월 활성사용자수를 자랑하는 배달의민족은 2020년에 매출액 1조500억원에 영업이익 582억원을 달성하며 대세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2021년에는 전년도의 2배인 2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음에도 영업이익은 고작 100억원으로 전년도의 5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심지어 적자가 심각한 베트남 법인 실적을 포함한 연결 감사보고서 기준으로는 7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의아하다. 코로나19 덕을 톡톡히 본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은 도대체 사용자 수가 얼마나 더 늘어나야 큰 폭의 흑자를 달성할 수 있는 걸까. 업계 2위인 요기요는 GS리테일로 인수합병이 진행돼 아직 공시된 실적자료가 없다. 업계 3위인 쿠팡이츠는 심지어 35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쯤 되면 배달 앱 회사들의 수익 구조가 궁금해진다. 다소 복잡한 배달의민족의 수익 구조를 한번 살펴보자. 어떤 자영업자가 ‘손님왕’이라는 상호로 오늘 가게를 창업했다면 어떻게 홍보해야 할까. 과거에는 아파트를 가가호호 방문해 전단지를 돌리는 방법이 가장 흔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단지 외에도 배달의민족 ‘일반배달’에 신규 등록하는 방식을 같이 활용한다. 그런데 인지도 없는 신규업체가 배달의민족 ‘앱’ 안에서 광고도 없이 ‘손님왕’이라는 가게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을까. 당연히 광고가 없으면 매출 증대가 어렵다. 그래서 본인의 가게를 알리려고 광고를 하게 되는데 배달의민족 앱의 ‘일반배달’에는 2개의 광고 방식이 있다. 첫 번째로 ‘울트라콜’ 광고는 월정액 8만8000원(VAT 포함)을 내면 주문창의 울트라콜 영역에 상시 노출된다. 그런데 이 광고는 특이하다. 원래 배달 앱은 소비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거리가 가까운 순서대로 음식점 리스트를 보여준다. 그런데 울트라콜은 가상상점 개념이라 실제 주소와 상관없이 설정이 가능해 일명 ‘깃발 꽂기’라고도 부른다. ‘울트라콜’ 광고는 현재 내 상점과 가깝지 않은 타깃 지역이라도 가상의 주소를 정해 1개가 아니라 10개도 설정이 가능하다. 상점 간 약 300m의 최소 간격만 지키면 된다. 이 광고 방식은 내 실제 상점보다 거리가 먼 타깃 지역으로도 영업구역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여러 개를 설정할 경우 비용이 부담스럽다. 만약 10개를 설정하면 월 88만원(VAT 포함)의 광고비를 내게 된다. 대신 울트라콜 광고를 통해 주문이 접수되면 추가적인 중개수수료는 없고 결제수수료 3.3%만 추가된다. 두 번째로 ‘오픈리스트’ 광고는 주문창의 최상위 3줄에 랜덤 노출되는 방식으로 주문 1건당 중개수수료 7.48%(VAT 포함)를 낸다. 여기에 결제수수료 3.3%(VAT 포함)가 추가되니 업주는 주문 1건당 총 11%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한다. 보통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울트라콜’ 광고와 ‘오픈리스트’ 광고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장 이슈가 되는 건 역시 배달료다. 배달료는 보통 배달 대행사를 이용하는데 고객과 업주가 얼마나 분담할지는 업주가 결정한다. 예를 들어 배달료가 5000원으로 책정됐다면 업주가 2000원, 고객이 3000원을 부담하게 책정할 수 있다. 배달료는 날씨나 거리에 따라 할증될 수 있어 가격이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img4 이렇게 살펴보면 외견상 배달의민족이 폭리를 취하는 건 아니다. 광고 성격인 ‘오픈리스트’의 중개수수료가 6.8%에 불과해 미국의 배달 앱 수수료와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적더라도 자영업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상당히 크다는 게 문제다. 자영업자들은 광고료 외에도 추가적인 결제수수료 3.3%와 배달료 약 5000원을 고객과 나눠서 부담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자영업자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총 수수료율과 배달료는 주문액의 최소 20%가 훌쩍 넘는다. 소비자 입장은 배달 앱이 등장하면서 편리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무료배달이 당연시되던 짜장면, 치킨 배달마저도 배달료를 내는 현실이 짜증스럽다. 왠지 배달료로 낸 3000원은 강탈당한 느낌이다. 게다가 배달료가 점점 더 올라 이제는 4000원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차라리 배달 대신 직접 음식점을 방문해 음식을 수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초창기에는 전단지 마케팅보다 배달 앱을 이용하는 게 홍보 측면에서 매력적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배달 앱에 종속되는 상황이다. 일명 ‘깃발 꽂기’라고 불리는 ‘울트라콜’ 광고는 1개라도 진행해야 내 가게를 노출할 수 있다. 추가로 1건당 6.8%의 중개수수료를 내는 ‘오픈리스트’ 광고는 꼭 안 해도 되지만 안 하면 노출도가 확 떨어진다. 이 두 가지의 광고를 적절히 섞어야 매출이 유지되기 때문에 광고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중간유통과정이 하나 더 생겼는데 그게 바로 배달대행사다.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이 배달 라이더들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배달대행사들이다. 이들은 업주와 배달 라이더를 앱으로 연결해 주고 콜 수수료와 관리비 명목으로 일정 비용을 청구한다. 한국에서 배달대행사가 생긴 이유는 복합적이다.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 플랫폼에서 직접 배달 라이더들을 고용하게 되면 사고보험 등을 정식으로 책임져야 하고 노동자 지위 부여 등 복잡한 문제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고용을 꺼린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실제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의 경우 초기에는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가 경쟁적으로 프로모션을 통해 추가적인 배달수수료를 많이 챙겨줘서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배달 앱 주문 수가 많이 줄었다. 또 배달 플랫폼들도 과당 경쟁으로 계속 적자에 시달리자 프로모션 비용을 줄여 점점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라이더들이 이탈하고 있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영업자도 약자지만 배달 라이더 또한 영세한 노동자라는 점에서 이 고차방정식을 풀어 가기가 쉽지 않다. ‘단건 배달’ 전쟁으로 수익성 악화된 ‘배민’의 전략은 그런데 이런 상황을 다 고려해 봐도 배달의민족의 낮은 수익성은 이해가 안 된다. 수수료율이 6.8%면 적은 게 아닌데 왜 배달의민족은 2조원이 넘는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고작 100억원에 불과한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업계 3위인 쿠팡이츠와의 ‘단건 배달’ 전쟁 때문이다. ‘단건 배달’이란 배달기사가 1회에 1건의 배달만 진행해 배달시간을 단축한 서비스다. 최초에 후발주자였던 쿠팡이츠가 업계 최초로 시작한 단건 배달이 빠른 배달속도로 입소문을 타면서 쿠팡이츠의 사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질세라 배달의민족도 ‘배민1’이라는 단건 배달 서비스로 반격하면서 2021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단건 배달 방식은 심각한 배달 라이더의 인건비 상승을 불러오게 된다. 3개를 같이 묶음 배달하는 방식과 단 1개만 배달하는 방식의 건별 배달비는 당연히 2배 이상 차이 나는 게 상식이다. 이렇게 되자 라이더 수가 현저히 부족해져 라이더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배달의민족은 단건 배달 시 배달 라이더들을 직접 관리하는 배민라이더스(우아한청년들)를 적극 활용했다. 각 업체는 라이더들에게 상당한 프로모션비를 지출하면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에 맞서 점주들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배달 ‘오픈리스트’ 광고 이용 시 6.8%로 책정돼 있던 중개수수료를 별도 서비스인 ‘배민1’ 단건 배달 서비스에서는 단돈 1000원으로 대폭 할인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중개수수료 1000원 + 배달비 5000원 = 6000원’이라는 파격적인 할인가격이었다. 단기적으로는 업주들에게 이득이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배달료 동반 상승이 불가피한 치킨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이런 무지막지한 프로모션 때문에 배달의민족은 2021년을 100억원이라는 소폭의 흑자로 어렵게 마감했다. 그리고 2022년 3월에 전격적으로 ‘배민1’의 ‘기본형 요금제’를 ‘중개수수료 6.8% + 배달비 6000원’으로 정상화했다. 그러자 당장 업주들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이미 빠른 배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속도가 느린 ‘일반배달’ 대신 ‘배민1’의 주문을 점점 더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논란이 된 부분은 ‘배민1’으로 주문했을 때 책정된 배달비 6000원을 실제로 배달 라이더에게 다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슈다. 배달의민족은 피크타임이 아닐 때는 배달비를 적게 지급하고 피크타임이나 악천후 상황에서는 라이더들에게 프로모션 형태로 배달비를 추가 지급한다고 해명했지만 업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업주들을 더더욱 절망에 빠뜨린 건 배달의민족이 2022년 4월에 야심 차게 출시한 ‘우리가게 클릭’ 광고상품이다. 이 상품은 네이버, 카카오의 검색광고처럼 실제 주문이 발생하지 않아도 클릭하는 것만으로 건당 200~600원의 광고비가 차감된다는 점에서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 추가로 아직까지는 무료였던 ‘포장주문’까지 올해 내에 유료로 전환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수수료 인상 정책으로 결국 업주들의 마진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핵심 전략은 독점 수준으로 사용자 수를 확보한 후에 사업 초기의 낮은 사용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인상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2022년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한국 상위 3개 배달 앱의 전반적인 매출액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배달의민족은 이제 적자를 감수하며 무리하게 치킨게임을 지속하기보다 2021년에 달성했던 2조원의 매출액에 걸맞은 수준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기를 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배달의민족의 평균 수수료율은 장기적으로 기본 중개수수료율인 6.8%보다 높아질 것이다. 이 수수료율이 한계치까지 높아진다면 배달의민족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현재 한국 배달 서비스 시장의 경쟁 현황이다. 그런데 사실 배달의민족은 시장 독점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회심의 핵심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략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규제로 무력화됐다. ‘딜리버리 히어로’의 M&A 큰 그림과 공정위의 반격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 히어로’는 2019년 12월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약 4조7000억원(총 36억유로, 현금 17억유로 + 딜리버리 히어로 주식 19억유로)에 전격 인수했다. 이 거래는 한국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배다른 민족’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딜리버리 히어로’의 본국인 독일에서는 배달 서비스 사업을 네덜란드 기업인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에 매각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딜리버리 히어로 입장에서는 다 그려 놓은 큰 그림이 있었다. 이 기업은 이미 한국 배달 서비스 점유율 2위인 요기요와 3위인 배달통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마저 인수하면 드디어 한국 배달 서비스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끝내고 완벽한 독점 구조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한국의 독점 규제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잘 몰랐을 때의 큰 그림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구글의 갑질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정도로 독점과 공정거래 위반에 예민한 나라다. 이런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의 합산 점유율이 90%가 넘어가는 걸 뻔히 알면서 독점적 합병을 순순히 승인해줄 리가 없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업계 2위인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부로 인수합병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딜리버리 히어로는 요기요 매각 요구는 너무 가혹해 기업 결합 시너지가 사라지고 자영업자, 배달 라이더,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2021년 11월에 요기요는 GS리테일과 사모펀드에 8000억원에 매각됐다. 이런 이유로 한국 배달 서비스 시장은 1위인 배달의민족과 2위인 요기요, 단건 배달로 돌풍을 일으킨 3위 쿠팡이츠 간의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09월호

우버, 음식배달 전쟁서 승리할까

우버이츠, 대마초도 배달 아마존도 음식배달 서비스 전쟁 뛰어들어 배달의민족보다 우버이츠가 더 비싸다고?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이제 미국의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의 시장 순위를 살펴보면 1위 도어대시, 2위 우버이츠, 3위 그럽허브다. 한국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이렇게 3자 대결이 치열하면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버는 덩치를 키우고 경쟁사를 줄이기 위해 그럽허브와의 합병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미국 규제당국 역시 독점에 예민한 편이라 반독점법을 근거로 합병 승인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점유율 3위였던 그럽허브는 전략적으로 우버 대신 네덜란드 국적의 배달 서비스 회사인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와의 협상을 통해 2020년 6월에 8조8000억원(73억달러)에 매각됐다. 우버는 부득이 다음 달인 2020년 7월에 점유율 4위인 포스트메이트를 3조2000억원(26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뒤이어 2021년 2월에는 주류배달 업체인 드리즐리마저 1조3000억원(11억달러)에 인수하며 덩치를 더 키웠다. 이렇게 미국 배달 서비스 시장은 여러 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재편됐지만 결국 한국처럼 3자 대결이 치열한 경쟁 구도가 돼 버렸다. 이들 3사는 음식 배달에 이어 식료품, 주류, 음료 등 비(非)레스토랑 배달 부문인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체인과도 협력해 영역을 확장해 경쟁하고 있다. 특히 우버이츠의 경우 캐나다에서는 ‘대마초 배달 사업’까지 진출했다. 어쨌든 현재 미국에서의 치열한 경쟁 상황으로 볼 때 미국 역시 배달 서비스로 수익을 내기는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배달 서비스 수수료 현황 한국에서는 배달의민족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미국의 배달 서비스 수수료율은 한국보다 저렴할까. 그렇지 않다. 미국 우버이츠의 중개수수료는 한국 배달의민족의 6.8% 중개수수료보다 훨씬 더 비싸다. 레스토랑 업주 입장에서 가장 저렴한 라이트 플랜의 수수료율은 15%다. 가장 비싼 프리미엄 플랜의 수수료율은 무려 30%다. 미국 역시 자영업자들에게 중개수수료는 뜨거운 이슈다. 아직 한국에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픽업(직접 수령) 주문에 대해서도 6%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은 과거보다 인하된 가격이다. 이전에는 평균 수수료율이 30%에 육박했다. 수수료율 인하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규제당국 때문이다. 2021년 하반기에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시는 배달 수수료와 광고 수수료의 폭리를 지적하며 배달 음식값 기준으로 배달수수료는 15%, 광고수수료는 5%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도어대시와 우버이츠 등 배달업계는 ‘수수료 제한은 자유경쟁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수수료를 낮췄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레스토랑 업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다. 또 우버이츠는 레스토랑 업주들의 강력한 요구로 레스토랑 내 식사와 배달 음식 간의 동일가격 유지 정책을 폐지했다. 이 정책의 폐지로 레스토랑 업주들은 배달 음식에 대해 레스토랑 식사보다 20%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에서 10달러인 식사 가격을 배달음식 주문 시에는 12달러로 책정하는 식이다. 이 피해는 누가 보게 될까. 당연히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배달 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레스토랑뿐 아니라 우버이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수수료를 내기 때문이다. 우버이츠 주문수수료인 일명 ‘서비스 요금’은 지역마다 다르고 거리마다 달라 복잡하므로 정확히 계산해 내는 건 어렵다. 단지 참고 삼아 어떤 미국 소비자가 우버이츠를 주문하고 수령한 영수증 내역을 살펴보자. 미국 소비자(주문자)의 실제 주문영수증 예시를 살펴보면 5달러의 서비스 요금이 눈에 띈다. 이 서비스 요금은 지역, 거리, 음식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총 지불금액은 실제 음식가격인 33.35달러에서 세금을 포함해 약 30%가 증가된 43.66달러다. 만약 이 피자 가격이 레스토랑 식사 가격보다 20% 더 높게 책정됐다면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총 추가비용은 음식가격의 50%에 달한다. 여기에 만약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팁까지 주게 된다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우버이츠는 레스토랑 업주에게 20~30%의 비용을 청구하고 소비자(주문자)에게도 10~15%의 비용을 청구하니 총 수수료율은 30~45% 수준이다. 소비자는 세금까지 부담하니 실제 비용은 더 높아진다. 이렇게 비싼 요금을 우버이츠가 진출한 40여 국가에서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걸까. 한국 배달의민족 사용자 수는 2000만명 수준이다. 우버이츠의 전 세계 사용자 수는 2021년 말 기준 8100만명으로 배달의민족의 4배가 넘는다. 연간 예약금액 또한 2021년 기준 약 61조9000억원(516억달러)으로 미국 1위인 도어대시를 압도한다. 미국 배달 서비스 회사 매출액 및 영업이익 현황 미국 1위 배달 서비스 기업인 도어대시의 2021년 매출액은 5조9000억원(49억달러)으로 한국 1위인 배달의민족 매출액 2조원의 3배를 기록했다. 그런데 미국 2위인 우버의 배달 서비스 매출액은 무려 10조원(84억달러)으로 배달의민족 매출액의 5배에 달하며 미국 1위인 도어대시보다도 높다. 어떻게 된 걸까. 도어대시는 미국에서의 매출이 대부분이지만 우버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약 40여 개국에서 배달 서비스 사업을 영위해 미국 외 지역의 매출액도 상당하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img4 그렇다면 한국 시장보다 수수료율이 월등히 높은 미국 배달 서비스 기업들은 한국과 달리 수익을 잘 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인 도어대시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1년에도 5400억원(4억5000만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1위인 배달의민족은 그나마 100억원 흑자였으니 도어대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음식배달 서비스 점유율 2위인 우버 딜리버리 부문의 조정 EBITDA(순수 영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영업이익) 역시 2019년의 1조6464억원(13억7000만달러) 적자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2021년에도 4176억원(3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 자체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심지어 이 적자는 회계상 영업이익 기준이 아니라 훨씬 완화된 조정 EBITDA 기준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모습이다. @img5 하지만 최근 5개 분기의 실적으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 우려의 시선으로 우버 실적 발표를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우버 딜리버리 분야의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 후 환호했다. 조정 EBITDA 기준으로 1188억원(1억달러)의 흑자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엔데믹과 인플레이션으로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컸음에도 매출액과 흑자 규모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해 시장은 안도했다. 하지만 냉정히 평가해 보면 여전히 우버 딜리버리 사업의 수익성은 심각하게 낮다. 높은 수수료율에도 도어대시와 우버이츠가 고전하는 이유는 더 높은 프로모션 비용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상위 3개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점유율 1위와 2위의 영업이익이 이 지경이니 점유율 3위인 그럽허브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배달 전쟁에 다시 참전한 아마존닷컴 미국 시장에서 도어대시와 우버이츠가 치열한 경쟁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졌던 이유는 그럽허브의 부진 때문이다. 그럽허브는 한때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였으나 유럽 기업인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에 인수될 당시인 2020년 6월에는 점유율이 25%까지 하락했다. 그 이후에도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며 현재 13%로 모회사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런던증시에 상장된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의 주가는 지난 2년간 최고가 대비 80% 이상 폭락했다. @img6 만약 그럽허브가 이대로 무너진다면 미국 배달 시장 경쟁 구도는 3파전에서 도어대시와 우버이츠의 양강 체제로 바뀌게 된다. 자연스럽게 경쟁 강도가 약화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쿠팡이츠의 선전에 자극받은 것일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닷컴이 2022년 7월에 그럽허브 지분율 2%를 사들일 옵션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3년 전까지 음식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레스토랑을 운영하다가 시장에서 철수한 아마존의 재등장 선언에 도어대시와 우버의 주가는 발표 당일 각각 7%, 4% 폭락했다. 아마존은 2억명이 가입한 자사의 ‘프라임’ 멥버십 유료 서비스에 음식배달 서비스를 1년간 무료(일부 식당)로 제공할 파트너로 그럽허브를 선택했다. 향후 그럽허브의 가입자가 증가할 경우 그럽허브 지분을 최대 15%까지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 계약으로 인해 2020년 6월에 그럽허브를 고가 매수해 애를 먹고 있던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는 좋은 가격에 회사를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도어대시와 우버이츠는 이 전쟁이 격화될수록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점점 더 멀어진다. 마지막 희망으로 자율주행 무인 로봇 배달 서비스 시대가 더 빨리 온다면 어떨까. 배달 운전자들의 높은 인건비를 배달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도어대시와 우버이츠의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배달 로봇은 초보 단계라 언제 활성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버가 2020년에 인수한 포스트메이트는 배달로봇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다. 최근 레벨4 단계의 자율주행 배달로봇인 ‘서브’를 선보였는데 아직은 한계가 뚜렷하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인플레이션 역풍과 경기 침체 영향으로 2022년 하반기의 배달 서비스 성장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버는 ‘딜리버리’ 분야에서 언제쯤 조정 EBITDA가 아닌 회계상 영업이익 기준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이 의문은 우버 투자자들뿐 아니라 미국의 도어대시와 한국의 배달의민족, 동남아시아의 그랩 투자자들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다. 우버는 투자자들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레스토랑 업주와 소비자, 배달 운전자에게 주던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을 줄이고 있다. 또 우버이츠의 광고상품을 다양화해 앱 상단에 표시되는 광고부터 클릭당 광고료를 받는 방식 등 다양한 광고전략을 도입했다. 추가로 ‘우버원’이라는 월 9.99달러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충성도 낮은 고객들을 우버이츠에 묶어놓는 전략도 활용한다. 개인 외에 기업형 멤버십 서비스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노력들로 우버의 딜리버리 사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투자자들이 우버가 의미 있는 수준의 영업이익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2.08월 ANDA
2022.09월 ANDA
2022.10월 ANDA
2022.11월 ANDA
2022.12월 ANDA
상호 : (주)뉴스핌 | 사업자등록 : 104-81-81003 | 발행인 : 민병복 | 편집인 : 박승윤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미원빌딩 9층 (여의도동) 뉴스핌 | 편집국 : 02-761-4409 | Fax: 02-761-4406 | 잡지사업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478 | 등록일자 : 2016.04.19
COPYRIGHT © NEWSPIM CO., LTD. ALL RIGHTS RESERVED.
© NEWSPIM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