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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코로나 불황은 없다"...돈 넘쳐나는 실리콘밸리

벤처 큰손들 분주...‘밴처캐피탈·IPO·M&A’ 활황 샌드버드 10억·몰로코 15억달러 가치 인정받아 | 샌프란시스코=김나래 특파원 ticktock0326@newspim.com ‘유니콘 기업들은 위기에 나온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기업 투자 격언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지난해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잠시 투자가 주춤했지만 벤처 투자자들의 활동은 이내 활발해졌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돼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분야에서 기술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기회가 더 많아지면서 오히려 스타트업이 활동하기 좋았던 시기란 평가도 나온다. 현재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됐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큰 변화 없이 이뤄지고 있다. 벤처캐피탈 투자, 지난해 사상 최대 미국의 벤처캐피탈 기업 투자는 작년에 거의 1300억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신기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자 총액은 2019년보다 14% 증가한 반면 거래 건수는 6022건으로 9% 감소했다. 1억달러 이상의 거래도 318건의 거래에서 630억달러를 모금하는 등 기록적인 금액과 숫자다. CB인사이트의 아난드 산월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보고 있는 회사들은 성공하고 모멘텀이 좋은 기술기업들이다. 자금의 대부분을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였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도 벤처캐피탈의 대규모 투자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위한 고객 분석 및 개선 도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퀀텀 메트릭은 올해 초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2억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가치는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작년에는 원격근무와 전자상거래를 촉진한 코로나19의 수혜를 본 기술기업 등이 메가 라운드를 많이 모집했다. 올해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인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22억달러 규모의 가상자산 벤처펀드를 조성해 주목받았다.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인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회사 엑셀의 어런 매튜 파트너는 “캐피털은 가능성이 많은 카테고리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금은 의심할 여지 없는 코로나 트렌드를 타고 있는 카테고리와 기업에 많은 확신을 갖고 있다. 많은 기술기업에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처럼 벤처캐피탈 투자가 늘고 있는 만큼 상장을 택한 기업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올해 세계 기업공개(IPO) 건수는 지난 2000년 IT 버블 시기 이후 최고치다. 특히 상장기업의 평가액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받으면서 공모가도 덩달아 상승해 스타트업들이 IPO를 서두른다.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 1~3분기 IPO 건수는 2000건 이상이며 조달액은 4210억달러로 전년 대비 배 이상 늘었다. 3분기 IPO 조달액은 946억달러로 전년 대비 26.3% 줄었는데, 이는 여름휴가의 계절적 특성과 미국의 중국기업 주식 상장에 대한 감시 때문이다. 이런 우호적인 환경 속에 올해는 유난히 대어들이 대거 뉴욕 증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온라인 주식 앱 로빈후드가 21억달러를 조달했으며 로블록스, 코인베이스 등이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인수합병(M&A) 시장도 뜨겁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미국에서 1조8000억달러 규모의 M&A가 성사됐다. 딜로직이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보기술 분야의 초대형 M&A가 가장 많았다. 실리콘밸리서 한국 유니콘 기업 나온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들이 주목하는 곳 중에는 한국 기업들도 있다. 올해 한국 기업 2곳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우선 샌드버드는 메시징 API 업계 글로벌 1위이자 국내 첫 B2B 분야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샌드버드는 올해 10억5000만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1억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스테드패스트 캐피털 벤처스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이머전스 캐피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 아이코닉 그로우스 등이 참여했다. 김동신 샌드버드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탈의 투자는 평판이 중요해 차곡차곡 밟아 나갔다”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장성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은 몰로코다. 이 회사는 AI 맞춤형 모바일 광고 플랫폼으로 최근 15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유명 벤처캐피탈인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로부터 1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몰로코는 구글 출신인 안익진 대표와 오라클 출신 박세혁 CIO가 2013년 공동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이 밖에도 업무용 협업툴 ‘스윗’을 운영하는 스윗테크놀로지스는 1780만달러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유치했다. ‘음식 서빙용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베어로보틱스도 최근 시리즈B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지난해 A 라운드에선 소프트뱅크, 롯데 등으로부터 총 3200만달러를 유치했다. 바이오 스타트업인 임프리메드는 프리 시리즈A에서 올해 77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18년 시드 라운드로 조달한 400만달러를 합쳐 총 117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역으로 한국 기업을 찾아 한국 지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생긴다. 구글, 페이팔 같은 글로벌 혁신기업을 키워낸 실리콘밸리 최대 글로벌 투자 플랫폼 플러그앤플레이는 서울 지사를 유치했다. 플러그앤플레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세계 250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지난 3년간 연평균 3000만달러를 투자해 왔다. 앞으로 스마트도시와 핀테크 등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플러그앤플레이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지사 설립을 고려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뤄졌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유망한 핀테크와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는 여전하며, 투자 규모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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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정몽구·정의선의 수소 꿈...‘넥쏘’로 씨앗 심었다

현대차 수소전기차 세계 최초 상용화 넥쏘 주행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0g/km’ ‘궁극의 친환경차’ 수소차로 수소사회 목표 |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 전 세계 주요국이 탄소 저감에 이어 탄소 배출을 없애자는 ‘탄소중립’을 속속 발표하면서 완성차 회사들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차는 1800년대부터 개발은 시작됐으나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도 번번이 상용화에 실패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투싼ix35 퓨얼셀(Fuel cell)로 수소차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성공한 데 이어, 2018년 넥쏘(NEXO)를 출시해 ‘세계 1위’ 수소차 기록을 써가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소차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이어져 명실상부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수소차 시대 연 현대차... 추격하는 토요타 수소를 연료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는 1839년 영국 런던 로열 대학의 윌리엄 로버트 그로브 교수가 처음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중반에 들어 연료전지를 탑재한 자동차 개발이 시작됐지만, 거대한 연료전지와 수소탱크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지고 생산비용도 비싸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1998년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소차를 전기차와 함께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친환경차로 보고, 연료전지 개발 조직 신설을 지시했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를 중심으로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퓨얼셀 파트너십(CaFCP)’에서 현대차가 개발한 최초의 수소차인 싼타페 수소 모델을 공개한 것. 이로부터 10여 년을 공들여 현대차는 2013년 독자 개발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 ‘투싼ix35 퓨얼셀’을 선보였다. 현대차에 이어 토요타 등이 수소차 양산 체제를 갖추며 수소차 시대가 열렸다. 정몽구 회장의 수소차 도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이어받으며 결실을 맺었다. 2018년 현대차는 2세대 수소차 넥쏘를 출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넥쏘는 친환경성을 비롯해 성능, 편의 및 안전장비, 가격 등 높은 상품성 덕에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투싼ix35 퓨얼셀의 경우 누적 판매량이 약 1000대에 그쳤지만, 넥쏘는 출시 2년 6개월 만에 국내에서만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섰고 북미, 일본, 유럽 등 수소사회 진입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에서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넥쏘는 올해 상반기 국내 4416대, 수출 719대 등 총 5135대가 판매돼 지난해 판매량인 6781대를 곧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넥쏘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09km로 기존 목표로 했던 580km를 뛰어넘었다. 복합공인연비는 96.2km/kg(17인치 타이어 기준)이며 한 번에 총 6.33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넥쏘 모던 판매가격은 6765만원으로, 국가보조금 2250만원에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 약 1000만원을 지원받으면 실제 구매가는 3000만원대다. 궁극의 친환경차답게 넥쏘의 주행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g/km이다. 다만, 부생가스로부터 수소를 정제해 ‘부생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소량 배출된다. 이 때문에 미국, 호주 등 주요국은 수소 생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제조 방식을 지향한다. 세계 최초 수소차 개발에 성공한 정몽구 명예회장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 자동차 산업 최고 권위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헌액됐다. 지난 7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2020/2021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정 명예회장을 대신해 정의선 회장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가 두각을 나타내는 수소 사업도 본질을 꿰뚫어 보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혜안이 돋보인 결정”이라며 “수소에너지의 가능성을 중요하게 인식한 정몽구 명예회장은 다른 업체들이 포기하는 순간에도 수소전기차 개발을 독려해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을 성공시켰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1위를 이어왔으나, 올해 토요타가 미라이 2세대 수소차 판매를 확대하면서 추격에 나섰다. SNE리서치의 ‘2021년 1분기 수소차 판매대수’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 1분기 전 세계에 수소차 200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1800대에 그쳤다. 수소차 시장 점유율은 토요타 49.0%, 현대차 44.6%로 집계됐다. 버스·트럭 등 수소차 확대...수소사회 진입 속도↑ 수소차는 친환경 수소사회를 여는 첨병으로 꼽힌다. 수소의 생산-운송-활용 등 수소와 관련된 인프라와 기술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 수소차가 도로를 달리려면 수소를 생산할 설비가 있어야 하고, 수소차가 주로 사용되는 곳까지 옮겨야 할 공급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수소를 활용해 모터를 구동시킬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기술도 고도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춰, 수소차가 늘어난다는 것은 수소사회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소 사회로의 진입 속도를 높이는 차종은 승용차보다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라는 분석이다. 2016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 트럭이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지만, 배출하는 초미세먼지는 연간 1만1223톤(t)으로 자동차 전체 배출량의 약 24.2%를 차지한다. 승용차에 비해 트럭 한 대당 내뿜는 온실가스가 월등히 많다. 상용차는 승용차 대비 주행거리가 많아 환경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게 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50년 전체 수소차 중 상용 수소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지만 감축되는 온실가스양은 육상수송 분야 전체의 3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보호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넥쏘에 이어 상용 수소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수소버스, 수소트럭 양산에도 성공했다. 상용 수소차에 대한 관심은 승용 수소차만큼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수소버스는 울산, 창원, 부산, 서울, 광주, 서산, 아산 등지에서 운행 중이거나 운행할 예정이고 수소로 움직이는 청소 트럭, 수소 대형 트럭 등의 실증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기업 간 거래도 활발하다. 현대차그룹은 포스코그룹에 수소트럭 등 수소전기차 1500대를 단계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지난해부터 스위스에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 중국, 유럽 등에도 진출을 앞두고 있다. 나아가 한국의 수소 산업은 2050년까지 6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시장 규모가 7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2040년까지 연간 43조원의 경제 효과와 42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유수의 자동차 회사도 실패한 수소차. 현대차가 개발해 오늘도 세계를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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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청년실업률이 5.8%라고? 현실은 ‘이태백’

10%대 청년실업률, 8월엔 5%로 낮아져 ‘사실상 실업자’ 반영된 체감실업률은 21.7% 청년층 63% “원하는 직장 못 갈 것” 전망 | 성소의 기자 soy22@newspim.com 졸업 후 3년 7개월째 취업 준비 중인 A 씨는 요즘 잠을 설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고용시장 한파가 찾아오면서 ‘백수’로 지내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마냥 공백기간을 가질 수 없어 지난해 5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지인으로부터 영상 편집 일감을 외주받아 틈틈이 버는 돈으로 생계를 해결한다. 일이 없을 때는 주로 면접 스터디를 다니며 취업 준비에 매진한다. A 씨는 “친구들을 만나면 ‘이대로 알바만 하고 살면 어떡하지’ 하소연한다”며 “(취업 준비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막함이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A 씨처럼 일자리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만 18∼29세) 69.5%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향후 청년 일자리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본 청년들은 62.9%에 달했다. 현실과 따로 노는 고용지표...청년층 괴리 더 심각 고용지표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기는커녕 정반대로 움직인다. 통계청이 반영하는 공식실업률은 올해 8월 기준 5.8%로 현실과 괴리가 크다. 청년층 취준생들은 “실업률 통계가 딴 세상 얘기 같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공식실업률은 지난 2월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월 내내 10%대를 유지했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점차 낮아져 8월에는 5.8%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실상 실업자’까지 포함한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1.7%로 3배 가까이 높다(그래프 참고). 청년 5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지만 실업률 지표는 이 같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괴리는 청년층에서 유독 더 컸다. 지난 8월 기준 전체 연령층(15세 이상) 공식실업률과 확장실업률의 차이는 9.7%p 정도다. 그러나 청년층(15~29세)에서 나타나는 두 지표의 차는 15.9%로 전체 연령층에 비해 1.6배 더 높다. 청년층 실업지표의 괴리현상이 상대적으로 더욱 심각하다는 의미다. 한요셉 KDI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원, 공공기관, 사기업 등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구직자 비중이 높은데 공식실업률 통계에는 그 인구가 다 빠진다”며 “그 인구까지 포함하면 (실제 실업률은) 20%대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식실업률만 보기엔 우리나라 상황을 포착하기 어렵고, 확장실업률을 함께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 ‘실업자 밖’ 청년들 통계가 포착하지 못한 ‘실업자 밖’ 청년들은 실업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형 실업부조’라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저소득 미취업 청년에게 생계비 지원 차원에서 매달 50만원씩 최대 6개월 동안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2년 내에 100일 이상의 취업 경험이 있으면 대상에서 빠진다. 아르바이트 등 구직활동을 한 청년은 지원받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외주 일감을 받아 틈틈이 돈을 버는 A 씨의 경우 사실 미취업자지만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데다 월 91만원 이하의 소득자여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지원 자격에서 벗어났다. 지원자격이 엄격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9월 7일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대상 기준을 완화했다. 1인가구 기준 중위소득 50%에서 60%로 확대하고, 재산 기준도 3억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했다. 취업 경험이 없어야 한다는 자격요건도 없앴다. 유근식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과 연구원은 “실업률에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잠재구직자가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실업자와 두 집단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이들을 포함한) 확장실업률도 참고해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층 취업지원 늘리고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청년층을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 씨와 같은 장기 미취업 청년들은 또래보다 재정 안정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모아둔 돈 대부분을 취업 준비에 지출하기 때문에 돈을 모을 여력이 없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늦게 취업에 성공해도 일찍이 일을 시작한 또래 친구들과 상당한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취업준비생들의 공백기간이 길어지면 국가 경제에도 손실이 크다. 성장을 이끄는 젊은 층 노동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해 기회비용도 커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 기준 청년(15~29세) 니트족이 취업 기회를 잃어 매년 49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실업을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어려운 문제라고 봤다. 현재의 실업 상황에는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인구구조의 변화 등 보다 구조적인 원인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적극 투입해 청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청년들은 보다 질 좋은 일자리를 원하지만 우리나라 거시경제 상황상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일자리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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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하루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취준생 울리는 ‘엉터리 통계’

취업 준비하는 단기 알바도 취업자로 분류 지나치게 엄격한 실업자 기준이 ‘현실 왜곡’ 전문가들 “실업률 지표, 현실과 맞지 않다” | 성소의 기자 soy22@newspim.com 취업준비생 A 씨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1주일을 보낸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 5일 낮 시간 동안은 은행에서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뛰고, 주말에는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종일 취업 준비에 매달린다. A 씨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해 구직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실업자 기준이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런 청년 인구는 정부 실업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처럼 하루에 1시간만 일해도 고용통계에서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아르바이트생은 고용통계상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다. 사실상 구직행위를 하고 있지만 취업자로 규정하면서 현실이 크게 왜곡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업률 vs 체감실업률 격차 3.6배 A 씨의 경우 여건상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밥벌이를 하지만 실제로는 주 40시간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를 원한다.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없다. 하지만 1시간이라도 일할 경우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런 청년층 인구(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코로나19 대유행이 노동시장 경계 취업자에 미친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런 청년층 인구가 여성의 경우 48.7%, 남성은 42.3%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취업 문턱이 높아진 탓에 구직활동을 미룬 청년들도 실업률 통계에서는 제외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학업도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니트(NEET) 인구는 지난 1~5월 사이 약 53만명 존재한다. 청년층 인구 10.4%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들은 잠재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마찬가지로 실업 통계에서 빠진다. 청년 취준생 3명 중 1명 ‘공시생’...실업자 미포함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도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다. 공시생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현실과 통계의 괴리감은 더 커진다. 실제로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인구 비율은 지난 5월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비중은 19.1%로 지난해보다 2.1%p 높아졌다. 이는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최대치로, 이 가운데 32.4%가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다. 청년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은 공무원시험 준비생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통계상 ‘실업자’가 아니다. 실업자는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사람을 전제로 하는데 조사 대상 주간에 원서 접수, 시험 응시, 면접 참여 등과 같은 활동이 없었다면 ‘실업자’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시생’을 포함한 취업시험 준비 청년 인구는 실업자도 취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년층 공식실업률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요셉 KDI 연구원은 “공식실업률만 참고하면 우리나라 상황을 포착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원,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 구직자 비중이 높은데 공식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아 고용보조지표 등 여러 지표를 함께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실업 vs 취업 경계 청년 증가 전문가들은 공식실업률뿐만 아니라 확장실업률 등 다양한 지표를 참고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근식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원은 “가장 대표적인 고용지표가 실업률인데 실업률 내에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잠재구직자가 반영돼 있지 않다”며 “그러나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니 공식실업률만 볼 것이 아니라 확장실업률도 참고해 정책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도 “청년들이 느끼는 실업 상황은 심각한데 실제 실업률은 변동 폭이 그렇게 크지 않은 등 현실과 따로 노는 측면이 어떤 경우에는 있다”며 “실업률과 고용률, 실업의 범위를 확장한 고용보조지표가 있으니 이것들을 조화롭게 생각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자 사각지대 최소화...‘코로나 블루’ 치료 시급 실업자 밖에 놓인 실업 청년들도 면밀히 파악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미취업 청년 5명 중 1명은 시험 준비에 매달린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인구 비율은 19.1%에 이른다. 이들은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36시간 미만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활동을 병행하는 청년 인구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공식실업률이 ‘청년들이 겪는 취업 어려움’으로 등치되지 않는 것이다. 한요셉 KDI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비중이 높은데 공식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며 “현실을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고용보조지표들의 흐름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쁨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실업률은 경기 대응성 측면에서도 가장 유심히 봐야 하는 지표이지만 현실과 따로 노는 측면이 종종 있다”며 “고용보조지표 등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자료들을 다양하게 참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적 지표 외에 질적으로 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를 통해 실시한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 청년 3명 중 1명은 우울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청년들의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 연구원은 “양적 지표 외에 코로나 블루 등 현실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어려움도 주목해야 한다”며 “우울증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도 안 되고, 청년층 내에서도 우울증을 앓는 이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실태조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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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최초’ ‘최고’ 삼성폰 33년 1인 1폰 예견한 이건희 신념으로 버텼다

1988년 첫 휴대전화 선봬...이건희 회장, 뚝심의 폰 사업 전진 “1인 1휴대폰 시대 반드시 온다” 위기 버틴 故 이건희 회장 신념 | 나은경 기자 nanana@newspim.com 1988년 9월 삼성전자는 자사 기술로 만든 첫 휴대전화를 세상에 선보였다. 88서울올림픽 개막일인 9월 17일에 맞춘 깜짝 이벤트다. 세계 최초 휴대전화인 모토로라의 ‘다이나텍8000X’가 국내서 개통된 지 불과 두 달 만이었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모바일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휴대전화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스마트폰까지. ‘세계 최초’는 아니더라도 모토로라, 애플 등 당대 최초 글로벌 기업들을 빠르게 따라잡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왔다. 노키아, 블랙베리, 모토로라. 한때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던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는 동안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어느덧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된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으로 ‘세계 최초’ 타이틀까지 거머쥔다. 한국산 최초 휴대폰 ‘SH-100’으로 시장 진출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은 1984년 개발에 돌입한 ‘자동차폰’ SH-100이 시작이다. 지금은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모토로라가 당시 삼성전자의 경쟁 상대였다. 1988년 9월 서울올림픽에 맞춰 선보인 최초 국내 생산 휴대전화 SH-100은 6.9×19.9×4.6cm의 크기에 무게는 700g가량이었다. 실제 시장에 출시되기까진 1년의 시간이 더 걸렸지만 당시 모토로라 ‘다이나텍8000X’보다 71g이나 가벼워 이목을 끌었다. 가장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21이 71.2×151.7×7.9mm, 169g임을 감안하면 33년 세월의 기술 발전이 실감된다. SH시리즈는 1995년까지 출시됐다. 중간에 출시된 SH-500과 SH-600 등은 도시바에서 제작한 OEM 모델이었다. 1994년 11월에 출시된 SH-770부터는 ‘애니콜(Anycall)’이라는 브랜드가 적용됐다. 마지막 SH모델은 SH-870이다. “1인 1휴대폰 시기 반드시 온다”...위기 버틴 신념 1995년 고(故) 이건희 회장은 경북 구미 휴대전화 공장에서 시장에 유통된 15만대의 애니콜을 불태우며 ‘품질 최우선’ 경영을 선포했다. 당시는 글로벌 1위 사업자인 모토로라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려 불량률이 12%까지 치솟았던 해다. 나중에 이날은 ‘애니콜 화형식’이라 불렸다. 이 회장은 이날 “앞으로 반드시 한 명당 한 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믿음 아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은 숱한 위기를 굳건히 버텨왔다.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던 덕일까. 2002년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전 세계 1000만대를 판매한 최초의 삼성 휴대전화 ‘애니콜 트루컬러’를 선보인다. 세계 최초 TFT-LCD 컬러가 적용된 이 제품은 이 회장이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이건희 폰’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개처럼 열리는 클램셸 디자인의 표본이기도 했다. 이 제품은 2년 만에 전 세계에서 1000만대가 팔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연간 3억대씩 판매하는 지금의 삼성을 만든 기반이 됐다. 1988년 784명에 불과하던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도 2002년에는 32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휴대전화 시장은 급성장했다. 2010년 3월 삼성전자는 옴니아 시리즈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또 한 번의 재기를 꿈꾼다. 첫 번째 스마트폰 갤럭시S를 만들면서다. 갤럭시S는 512MB 메모리에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 500만화소 카메라, 15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삼성이 가장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의 사양(8GB 메모리, 6400만화소 카메라, 4000mAh 배터리)과 비교하면 소박하게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최신 기술이 집약된 ‘아이폰’의 대항마였다. 이후에도 삼성 스마트폰은 카메라 화소 수, 줌 배율 경쟁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경쟁사를 앞서는 기술 개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초 폴더블폰·5G 상용화...모바일 새 역사 2018년 11월 삼성전자는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1년 뒤 출시된 갤럭시폴드의 시작이었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폼팩터 변화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출시 첫해에는 출하량이 50만대에 불과할 정도로 일부 ‘IT힙스터’들만 사용하는 기기였지만 1년 만에 글로벌 판매량이 연 250만대가 될 정도로 시장도 커졌다.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만 73%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대중화를 선언하며 7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스마트폰 연결방식의 역사도 새로 쓰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3사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함께 연 주역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10 5G는 5G 통신이 가능한 세계 최초 스마트폰이었다. 잇따라 화웨이와 LG전자가 5G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이미 5G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다진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강력한 라이벌인 애플이 5G 아이폰을 처음 출시하면서 지난해 4분기 잠시 애플에 1위 자리를 빼앗겼지만 올 1분기에는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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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AR·VR 전쟁터 된 실리콘밸리 승자는 누구?

현실과 가상 융복합 메타버스 일상으로 아직 갈 길 멀어...기술적 차별화 관건 | 샌프란시스코=김나래 특파원 ticktock0326@newspim.com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꼽히고 있다. 특히 AR과 VR을 적용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융복합된 메타버스가 조금씩 구현되면서 우리의 일상에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정치인들의 소통 창구와 기업 회의, 문화 등 다방면으로 확산 적용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선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향후 성장과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메타버스에 승부수를 거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VR과 AR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빅테크들은 해당 인재를 전 세계에서 싹 쓸어 모으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메타버스 기술의 발전을 점치면서도 기존 AR 게임, 메타버스 SNS 등과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와 기술이 나올지 주목한다. 다만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의 핵심인 VR·AR 기기 개발 단계가 여전히 초기 수준이라는 평가를 감안할 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평가다. AR·VR 인재 쓸어담는 페이스북 실리콘밸리에서 메타버스 시장에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곳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대부분의 매출을 맞춤형 광고 사업에서 올렸지만 사생활 보호 정책 등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아지자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페이스북으로 이직 쏠림 현상이 최근 가속화됐다. 페이스북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스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가 5년 내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만큼 메타버스 전담부서를 새로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샬 샤 인스타그램 담당 임원도 페이스북의 새로운 메타버스팀에 합류했으며, 구글과 애플의 고위급 임직원들도 연쇄적으로 페이스북으로 이동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전체 직원 가운데 20% 정도가 VR과 AR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다니고 있는 한 현지 엔지니어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 가운데 페이스북으로의 고위급 엔지니어들의 러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의 블랙홀로 엔지니어들을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행보는 남달랐다. 회사는 VR 기기 개발업체 ‘오큘러스’를 지난 2014년 20억달러에 인수했으며, 2019년부터는 오큘러스의 VR 헤드셋 전용 플랫폼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발표했다. 또 몇 년간 VR 스튜디오와 관련 기술 전문회사도 사들였다. 현재 페이스북은 호라이즌처럼 아바타와 가상세계가 있는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AR과 일반 노트북이나 휴대폰에서도 작동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자신의 ‘부캐’(또 다른 자아·캐릭터)를 만들어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대화하고 영화를 함께 보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소셜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가상 회사공간인 ‘인피니티 오피스’ 개발에도 나섰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오큘러스 VR 헤드셋에서 게임을 시작할 경우 광고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광고 테스트도 시행 중인데, 광고 수익이 대부분인 페이스북에 또 다른 수입원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메타버스에 발 담그는 빅테크들...애플이 승자? 페이스북 외에 애플, 구글, 아마존, MS도 메타버스에 흠뻑 빠져 있다. MS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2015년부터 AR 헤드셋인 홀로렌즈를 개발해온 MS는 휴대폰에서도 작동되는 AR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들을 위한 VR과 AR 플랫폼 ‘MS 메시(Mesh)’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구글 글래스’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실패했다. 구글은 유사 제품을 만드는 업체 ‘노스’를 인수하고 관련 기기 개발에 재도전한다. 후발주자인 애플의 행보도 눈에 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AR 기술과 다른 앱의 AR 기술을 한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통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의 AR 글래스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플은 AR 글래스 전용칩과 함께 6G 무선 네트워크 지원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폰과의 연동 가능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벌써부터 ‘후발주자의 승리’를 점치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오큘러스 등 VR 헤드셋의 경우 자체 구동칩과 디스플레이, 무선 네트워크 장치가 통합돼 있어 완성된 기기로 출시되고 있다. 애플카에 AR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면 더 강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 다니는 엔지니어 B 씨는 “애플이 후발주자이지만 업계의 트렌드를 늘 선두에서 좌지우지하는 기업인 만큼 애플카의 AR 디스플레이 탑재, 애플 기기와의 연동은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 어렵다...상용화까진 먼 길” 업계 안팎에선 대기업들의 기술 투자는 메타버스 메가테마 시대가 열리고 이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파괴적인 기술 중 하나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낳고 있다. 데이터 분석회사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AR 시장은 2020년 기준 70억달러의 가치가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 36%의 인상적인 연간복합성장률(CAGR)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AR이 향후 10년 내에 1520억달러(1281억유로)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현재 메타버스 기술에 대한 평가는 냉혹한 편이다. 기존 서비스들과 다를 게 없는 상황에서 기술적 차별화와 통합이 관건이라는 것. AR과 VR 시장은 지난 9년간 빅테크들의 기술 투자가 이뤄졌다. 페이스북 외에 구글과 소니, MS 등도 VR 헤드셋 시장에 진출했다. 구글과 삼성전자는 저가형 VR 헤드셋을 출시했지만 콘텐츠와 기술 부족으로 찬밥 신세에 놓인 바 있다. 이에 많은 기업이 콘텐츠 개발과 VR, AR 생태계를 통합하는 플랫폼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로판타 구하 글로벌데이터 관리자는 “메타버스는 사용자가 휴대하는 주요 연결장치로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지만 실현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스마트폰 시장을 위협하는 시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다”면서 “향후 세상에 나올 메타버스 플랫폼이 AR 관련 기술을 통합해 주류로 자리 잡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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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호

[여기는 실리콘밸리] 큰손들이 모여든다 암호화폐 허브 진화 중

비트코인 ATM, 캘리포니아 최초 설치 도시는 실리콘밸리 시즌 티켓·사치품 구매, 임대료 결제에도 이용 암호화폐의 실험대 실리콘밸리, 큰손들 투자 집합소 |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 “암호화폐 가격은 변할 수 있지만 혁신은 매 주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암호화폐가 차세대 컴퓨팅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고, 잠재력에 대해 낙관한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비츠는 지난 6월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22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출시하며 암호화폐에 대한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리프트 같은 기업에 초기 투자해 성공을 거뒀으며, 2013년 코인베이스에 투자했고,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디엠(옛 리브라)’에 초기 투자를 한 바 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실리콘밸리의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본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쓰고 있다. 논란은 여전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암호화폐 활용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이들은 대체로 호로비츠의 발언처럼 가격의 변화보다는 시대의 흐름과 기술의 발전에 베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미국 내에서도 이미 암호화폐의 사용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암호화폐 허브 자리매김이 머지않았다는 평가다. 미국의 암호화폐 현주소 미국 내에서 비트코인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암호화폐 시장의 여러 지표 가운데 비트코인 ATM의 설치 현황이 바로미터로 꼽힌다. 비트코인이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로스앤젤레스, 해리스버그, 롤리를 포함한 일부 도시에서는 비트코인 ATM을 허용하고 있다. 비트코인 ATM은 일반적인 ATM이 아니다. 거래 시 생체 인증을 사용하는데, 정부 ID 및 개인식별번호와 함께 기기가 손바닥을 인쇄하고 얼굴을 스캔해야 한다. 코인 ATM 레이더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전국적으로 1만8000개 이상의 비트코인 ATM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ATM은 대개 국가의 주요 수도권에서 이용할 수 있다. 또 무브부다(moveBuddh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도시 순위를 매겼는데 기존 비트코인 ATM 수를 기준으로 도시를 평가할 때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가 1065대의 사용 가능한 기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시카고 등보다 비트코인 ATM이 훨씬 더 많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비트코인 ATM이 가장 먼저 설치된 곳은 기술의 메카 실리콘밸리다. 비트코인 ATM 기업인 코이니지(Coinage)는 지난 3월 20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Mountain View)에 ATM을 처음 설치했다. 구글 맵에 따르면 현재 실리콘밸리 베이 지역에만 약 150개의 비트코인 ATM 기기가 확인된다. 최근 마트와 주유소, 주요 건물에 급속도로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리콘밸리, 식지 않는 암호화폐 열풍 암호화폐 열풍 속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빅테크 기업들 가운데서도 선두주자다. 테슬라는 비트코인 투자는 물론 자동차 구매 시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부터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는 ‘디엠’이라는 디지털화폐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쟁사인 트위터와 핀테크 업체 스퀘어의 CEO이자 ‘암호화폐의 전도사’인 잭 도시도 별도의 승인이 필요 없고 탈(脫)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를 용이하게 만드는 비트코인 전용 서비스 플랫폼 TBD를 구축하고 있다. 후발주자들도 눈에 띈다. 애플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암호화폐 채용공고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애플은 지난 5월 암호화폐를 포함한 대안적 결제 협력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할 협상가를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의 경우도 비슷하다. 회사는 디지털 화폐 및 블록체인 전략, 제품 로드맵을 개발할 제품 리더를 찾는다는 채용공고를 올려 화제가 됐다. 아마존은 여러 관측이 무성하자 비트코인(BTC) 결제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연내 비트코인 결제를 개시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아마존 역시 다른 빅테크 기업처럼 암호화폐 분야에서 일어나는 혁신에 영감을 받고 있으며, 이를 아마존에 어떻게 구현할지 탐구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기 때문이다. 일상에 스며드는 암호화폐 기업들만 암호화폐 기술을 통해 진화 중인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일상생활에도 암호화폐의 간편성 덕분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암호화폐 지불이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SAP센터에서 최근 북미 프로 아이스하키팀 산호세 샤크스로 유명한 스포츠 기업 샤크스 스포츠 앤 엔터테인먼트(Sharks Sports & Entertainment, 이하 샤크스)는 여러 결제에 암호화폐를 허용했다. 이들은 지난 6월 15일부터 실험적으로 시즌 티켓 구매, 임대 및 후원 거래에 암호화폐 결제를 수락했다. 조나단 베처 사장은 단일 게임 티켓, 식음료, 상품과 같은 소규모 구매에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향후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여러 명품 업체도 고객들이 사치품을 구입할 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고급 시계와 보석 등 암호화폐를 통한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리콘밸리는 악명 높은 집값으로 유명한데, 집주인들이 비트코인으로 임대료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리콘밸리 암호화폐 투자 지속 증가할 듯 기업들의 암호화폐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큰손들도 실리콘밸리로 모인다. 최근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FTX가 9억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사에는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세콰이어 등 유명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3개월여 만에 반토막 난 가운데 이뤄진 투자라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 기업인 삼성넥스트도 NFT(대체불가능 토큰) 관련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앤드리슨 호로비츠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회사들도 인기 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다. CB인사이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2021년 2분기에 40억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올해 기록을 경신했다. CB인사이트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벤센은 “현재 속도로 블록체인 펀딩은 2018년에 모금된 총액의 3배 이상인 작년 말 기록을 깨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핀테크 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살펴보면 전망은 더욱 장밋빛이다. 올해 2분기 핀테크 기업들은 총 308억달러를 모금했으며, 이는 2020년 2분기 핀테크 기업이 받은 자금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같은 투자 열풍 속에서 실리콘밸리가 암호화폐의 허브로 거듭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비트코인 ATM 기업인 코이니지의 캐리 피터스 회장은 캘리포니아 최초로 실리콘밸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창의적인 사람이 많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향후 몇 년 내에 실리콘밸리의 모든 도시에서 10마일 정도마다 비트코인 ATM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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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세계 1위’ 삼성 TV 원동력은 끝없는 기술혁신

흑백에서 컬러로, 컬러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스마트로 1970년 흑백TV 첫 생산, 36년 만에 보르도TV로 ‘세계 1위’ 라이프스타일 분석하며 기술혁신 매진...15년째 정상 자리 | 서영욱 기자 syu@newspim.com 1998년 10월 29일 전 세계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최고령 우주비행사인 존 글렌 미국 상원의원이 탑승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 장면이 전 세계로 송출된 것. 해당 장면을 세계 최초 ‘디지털 방송신호 송출 방식’으로 담아낸 기기가 바로 삼성전자의 디지털 TV다. 삼성전자 TV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연이어 얻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1970년 흑백TV 시작...세계 시장 제패 꿈 삼성전자는 설립 이듬해인 1970년 처음 흑백 TV를 생산하면서 세계 시장 제패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1970년 11월 삼성전자 최초의 진공관식 12형 흑백 TV를 내놨다. 당시 원자재는 모두 일본 산요에서 공급받았다. 삼성전자는 1971년 1월 중남미 파나마에 이 제품 500대를 수출했다. 1973년 일본서 기술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삼성전자 연수생들은 19형 트랜지스터식 흑백 TV 개발에 성공했다. 같은 해 14형 흑백 TV 5만2000대를 ‘삼성전자’ 브랜드로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당시 가격은 대당 46달러. 국내 최초로 순간 수상방식을 적용한 ‘이코노 TV’다. 이전까지는 TV를 켜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 제품은 TV를 켜면 예열 없이 바로 화면이 나왔다. 전기료도 줄일 수 있는 모델이었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컬러 TV 개발에 성공한 건 1976년이다. 수출용으로 먼저 개발해 해외에 공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부터 컬러 방송을 시작했다. 1998년 ‘세계 최초’ 시작...디지털 TV 전환 주역 역사적인 1998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발사 장면을 전 세계에 중계한 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디지털 TV였다. 이는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던 당시 중요한 시발점이 됐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출시한 55인치 프로젝션형 디지털 TV 10대를 미국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등 8개 도시에 설치해 디스커버리호 발사 장면을 고화질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TV들은 세계 최초로 송출된 디지털 방송신호를 첫 수신한 디지털 TV가 됐다. 1998년 11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디지털 방송 실시를 앞두고 디지털 TV 세트를 본격 양산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TV 출시는 삼성전자가 외국 업체와의 기술 경쟁에서 반년 정도 앞서나가는 계기가 됐다. LCD로 터닝포인트...‘보르도 TV’로 세계 첫 1위 2000년대 초 삼성전자는 LCD TV를 앞세워 세계 시장의 판도를 또 한 번 바꾼다. 당시엔 생소하던 벽걸이용 LCD TV를 대중화하는 데 성공하며 LCD TV 황금기를 이끈 것. 여기에 세계 최대 크기인 46형(116cm) LCD TV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대형 스크린’ TV 대중화를 열었다. 당시 1600만원대였던 46형 LCD TV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하고 세계에서 사랑받는 TV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TV를 세계 1위에 올려놓은 제품은 2006년 출시된 ‘보르도 TV’다. 당시 무겁고 볼록한 모양이 대부분이었던 브라운관 TV에 아쉬움이 있던 개발진은 가볍고 세련된 디자인의 TV를 꿈꿨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출시 6개월 만에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한 보르도 TV다. 기존 TV에서 측면에 위치했던 스피커를 하단으로 내리고 와인을 연상케 하는 곡선형 모서리와 붉은색을 적용해 세련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보르도 TV가 세상에 나온 2006년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세계 시장 1위로 등극했다. 올해까지 15년 연속 수성하고 있다. LED TV로 끝없는 기술 선도...15년째 세계 1위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기술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2009년 LED TV가 첫선을 보인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종(種), 삼성 LED TV’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LED TV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반도체에 전압을 가하면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 방식을 통해 압도적으로 선명한 화질을 구현해낸 것. 당시 50여 명의 엔지니어가 2년여 간 머리를 맞대 개발한 LED TV는 모든 부품을 새로 설계하고 3000여 개가 넘는 특허를 내며 LED TV 기술의 저력을 보여줬다.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만들며 기존 TV와 선을 그은 셈이다. 세계 최초 컬러볼륨 100%를 구현한 QLED TV도 미래형 스크린의 정점을 보여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메탈 소재를 적용한 퀀텀닷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QLED’로 명명하고 ‘삼성 QLED’를 발표했다. 입체감이 살아 있는 풍부한 색을 표현하면서도 자연에 가까운 빛을 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 2021 ‘퍼스트 룩’ 행사에서 기존 QLED에서 더 진화한 2021년형 ‘Neo QLED’를 공개했다. 기존 LED 소자 대비 40분 의 1 크기인 ‘퀀텀 미니(Quantum Mini) LED’를 적용해 현존 최고의 화질을 구현했다. 흑백에서 컬러로, 컬러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스마트로 삼성전자는 ‘TV’라는 전자기기가 걸어온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발 빠르게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며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써내려 온 것.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역대 최고 점유율인 31.9%를 기록하며 15년째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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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근하기 싫다고?” 포스트 코로나 대비하는 빅테크들

구글·애플 등 9월부터 회사 복귀 직원들 ‘포스트 코로나 블루’ 호소 원격·메타버스 등 새로운 근무 문화도 확산 | 샌프란시스코=김나래 특파원 ticktock0326@newspim.com “재택근무 더 하고 싶어요.” “다시 출근할 생각 하니, 너무 우울합니다.” 요즘 실리콘밸리는 9월 사무실 복귀를 놓고 ‘포스트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호소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시작은 회사 복귀를 알리는 9월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팬데믹 상황이 진정되면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은 회사 복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다만 기업마다 근무 방식과 기업 문화가 달라 혼란은 불가피하다. 현재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과 창조적인 기업 문화를 실험하는 기업들까지 과도기적 형태를 띠고 있다. 다만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일부 회귀하는 모습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다. 美 빅테크 기업들 “일단 회사 복귀...재택은 허용” 실리콘밸리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의 ‘대면 문화’를 강조한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알파벳 자회사 구글. 9월 회사 복귀를 앞두고 7월 16일부터 전 직원 대상으로 자발적 회사 출근을 허용했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 직원들의 자발적 근무와 기업 문화 정상화를 언급했다. 출근도 허용하고,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 한해 마스크 미착용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또한 기존 직원 식당과 체육시설 등도 모두 오픈할 예정이다. 구글은 9월부터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 전체 직원의 20%는 재택, 20%는 다른 지역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게 했다. 나머지 60%는 회사로 출근하는 형태다. 이미 직원들은 부서마다 투표를 통해 출근 요일을 정했다. 구글이 결정한 근무 형태 중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의 근무다. 구글은 팬데믹 이후 다른 나라와 지역에서 1개월간 근무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을 선택한 임원과 직원들도 늘고 있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9월 회사 복귀를 앞두고 최근 ‘월화목 출근제’를 제시했다. 오브라인 애플 부사장과 팀쿡 CEO(최고경영자)는 애플의 문화와 미래를 위해 대면 근무는 필수라면서 기존 근무 방식을 강조했다. 물론 직원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재택근무제 유지를 선호하는 일부 직원들과 회사측 간 일정 부분의 갈등 양상도 있다는 전언이다. 아마존도 오는 9월부터 1주일 중 이틀은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이 밖에 외국이 아니라 미국 내에 머무는 한 어디에서든 최대 4주 연속 원격근무가 가능하게 해줬다. 빅테크 기업에 다니는 A 씨는 “재택근무를 하면 오히려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해 일할 수 있어서 일의 효율이 높았다. 하지만 정상적인 출근을 하게 되면 그럴 수가 없어 불편해질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기업에 다니는 B 씨는 “육아와 일을 같이 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데 회사 방침이 바뀔 것 같다. 다만 출근하게 되면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퇴근시간을 조정하는 형태로 근무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와는 달리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10년 내에 직원 절반 이상의 재택근무 전환을 선언한 페이스북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위터와 스퀘어 역시 평생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이 두 회사의 CEO인 잭 도시는 출근근무를 선호하는 것이 낡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재택근무 선호도가 엇갈리면서 이직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구인난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직원들의 원격근무를 위한 회사 이직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 블룸버그가 지난 5월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9%가 원격근무에 유연하지 않다면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의 다양한 실험...사무실 없애고 원격근무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한다. 정치 플랫폼 스타트업인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는 사무실이 현재 없다. 앞으로도 만들 생각이 없다. 미국과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지만 모두 원격으로 일을 잘 수행하고 있어서다. 유 대표는 “미국과 한국 지사에서 하는 일들은 모두 원격으로 가능한 일”이라면서 “앞으로도 사무실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도 여전히 직원들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소규모 벤처캐피탈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있으며, 오히려 성과만 내준다면 회사 복귀를 강요하지 않는 곳도 있다. 벤처캐피탈에 다니는 C 씨는 “팬데믹 기간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미국 업무를 보고 있다. 아직도 코로나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 회사에서도 복귀를 강요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해 왔다.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재택근무를 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메타버스를 통한 회의나 버추얼룸 미팅으로 일을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코로나 이전과 바뀐 풍경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실리콘밸리의 행사들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22’는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열 계획이다. 이미 올해 MWC(Movile World Congress)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해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열렸다. 이에 따라 멈춰 있던 각종 실리콘밸리의 행사들은 9월 이후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졌던 출장 수요가 당장은 커지겠지만 여전히 백신 접종 등의 이유로 꺼리는 분위기라 당분간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무실 분위기도 확 바뀔 것 같다.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9월 본격적인 직원들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사무실 확장에 나선 곳도 있다. 구글은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 업무 공간을 30% 이상 늘렸으며, 서니베일 등의 새 사무실 마련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페이스북과 아마존도 본사 확장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구글은 올해 미국 내 사무실 및 데이터센터 확충에 70억달러(약 7조875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다른 기업과 달리 오프라인 환경에 투자해 왔다. 구글이 이 같은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지난해 비용을 줄인 영향이 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대외비용 등에서 2억6800만달러(약 2970억원)를 절약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0억달러가 넘는 금액이며,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부문별로 보면 코로나 사태로 사내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캠페인을 중단하거나 연기했고 일부 행사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알파벳의 여행 및 엔터테인먼트 비용도 1년 전보다 3억7100만달러(약 4111억원)가 절감됐다. 알파벳은 이렇게 마케팅 및 관리 비용에서 절약된 돈을 모두 신규 고용과 건물 확보에 투자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사무실 배치도 달라질 전망이다. 일부 기업들은 현재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실내에 들어오길 꺼리는 직원들을 위해 야외에도 데스크 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업무공간 역시 거리 두기를 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팬데믹 기간에 떨어졌던 주택의 임대비용도 크게 오르는 추세다.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출퇴근 러시아워로 인한 교통체증이다. 이에 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 서니베일과 마운틴뷰 등지의 임대 가격이 다시 뛰고 있는 것. 또 다른 기업들은 직원 거주지와 가까운 여러 곳에 거점 사무실, 작은 ‘위성 사무실’이나 공유 오피스 등을 마련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직원들이 회사에 복귀하면서 임대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0~30% 상승하고 있으며 임대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공유 오피스 등의 수요도 다시 증가하면서 팬데믹 이전 상황으로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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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팬데믹 살아남기] K자형 양극화 심화..."명품 아니면 최저가만 팔린다"

| 남라다 기자 nrd8120@newspim.com | 조석근 기자 mysun@newspim.com | 송현주 기자 shj1004@newspim.com [편집자 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1년 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며 일상으로의 복귀 기대감이 한때 엿보이기도 했으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팬데믹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거대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상거래와 마케팅 전략이 대전환의 시대를 맞았고, 직원들의 근무 시스템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른 백신 접종으로 마크스를 벗어던진 일부 선진국들 역시 변이 바이러스 여파 속에서 이제는 코로나와의 공생을 인정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끝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이지만 언젠가 도래할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앞두고 그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상들을 단면, 혹은 단편적이나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30대 구모 씨는 최근 500만원대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오픈런(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연초에도 오픈런에 참여했다가 두 차례나 쓴맛을 봤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백화점 문이 열리자 뒤도 안 보고 뛰었던 그는 결국 꿈에 그리던 가방을 손에 넣었다. 대학 합격 때보다 더 큰 성취감이 느껴진다. “최근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자 두둑해진 여윳돈으로 아예 고가의 명품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작년에 줄인 씀씀이가 명품 소비의 밑천이 됐다.” 구모 씨의 얘기다. 다만 그는 명품 소비에 아낌없이 거액을 쓰기도 하지만 막상 돈 쓰기 아까운 품목도 있다. 생필품 같은 소모품. 그가 생필품을 살 때 최우선으로 따지는 건 ‘가성비’라고 한다. 구 씨의 사례는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소비 양극화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고가의 명품에는 돈을 아까지 않으면서도 생필품에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의 이중성 행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K자형 양극화’다. “가장 좋은 게 아니면 가장 저렴한 걸 산다”, “아예 비싼 거나 아예 싼 걸 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명품 소비에 백화점 매출 50% 이상↑ 양극화의 소비 흐름은 보상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백화점 오픈런 현상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에 가지 못한 소비자의 보상심리와 명품의 희소성이 겹치면서 나타난 기현상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영향에 주요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급증 추세다. 올해(1~6월) 코로나19에 따른 보상심리 영향으로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전년 대비 53.2%, 59.5%, 50.1% 신장했다. 올해도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은 계속될 전망이다. 동시에 ‘신(新)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가 패션 브랜드의 매출도 고공행진이다. 명품과 컨템포러리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자 새로운 명품 브랜드의 매출도 눈에 띄게 증가한 것. 국내에서 일명 ‘독일군 신발’로 유명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레플리카(Replica) 스니커즈’는 높은 가격에도 재고가 동이 났다.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가 패션 브랜드 판매량도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하는 ‘톰브라운’은 최근 한 달 매출이 전년 대비 41% 신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판매하는 대표 인기 컨템포러리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올해 1월~5월 16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4% 치솟았다. 같은 기간 ‘아트네 스튜디오’ , ‘폴스미스’도 각각 33%, 39.3% 늘었다. 메종 마르지엘라와 아크네 스튜디오, 폴스미스 등은 현대적 감각의 고가 패션 브랜드로 전통적인 해외 명품 브랜드와 구분된다는 점에서 ‘신명품’으로 불린다. 업계는 명품 위주로 보상 소비를 주도한 것으로 본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그 돈을 고가 제품을 사들이는 데 썼다는 것이다. 저가전략, 대형마트·패션·뷰티 성장 이끌었다 이와는 달리 저가 제품도 잘 팔렸다. 이에 코로나19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대형마트 업계에선 10년 만에 ‘10원 마케팅’ 경쟁도 재현됐다. 최저가 전략을 내세워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을 찾게 하려는 몸부림이다. 일례로 대형 할인점에서 생필품 최저가 경쟁을 벌이자 편의점 CU는 최근 380원짜리 라면과 990원짜리 즉석밥을 내놨다.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가성비 높은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23.9% 증가했다. 저가 매장으로 유명한 다이소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만성화된 경기침체에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다이소의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저가형 패션 브랜드들도 소비 양극화의 혜택을 받았다. 국내 토종 스파(SPA) 브랜드들은 해외 브랜드보다 10~20% 값싼 가격으로 애슬레져와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들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놨다. 대표적인 SPA 브랜드 탑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8.7% 증가한 4300억원을 기록했고,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 시작해 최근 서울 홍대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차세대 SPA 브랜드로 떠오른 ‘무신사’의 PB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도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 전년보다 60%가량 늘었다. 화장품 시장 내 양극화 소비 패턴은 더 확연해졌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화장품 회사는 럭셔리 화장품 등 고급화 전략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중저가 단일 브랜드를 판매하는 미샤, 이니스프리 등 로드숍 브랜드들은 존폐 위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격이 아주 저렴하지 않다면 조금 더 주고 명품 화장품을 사는 게 낫다는 소비자 인식 탓에 로드숍 브랜드의 경우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졌다. 초반엔 저가 돌풍이 있었지만 점차 가격이 올랐고 중저가 화장품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비싸면 비쌀수록, 싸면 쌀수록 잘 팔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에서 중저가 브랜드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 3월 미쏘·로엠·에블린 등 6개 여성복 브랜드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부익부빈익빈’은 중소기업계에 가혹했다. 가구·인테리어 업종은 코로나19로 인한 장시간 실내체류로 수혜를 본 업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업계 상위 업체들과 후순위 업체들의 온도차는 컸다. 국내 종합가구 1위 한샘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은 12.3% 증가한 553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8% 늘어난 251억원을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리하우스가 15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5% 성장했고, 온라인 부문이 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의 성장을 기록했다. 온라인 부문의 경우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함께 판매하면서 상품 다양성으로 실적 성장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지난해 적자에 허덕이던 코아스의 경우 올해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코아스의 매출은 304억원으로 전년보다 4%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6억4000만원으로 손실폭이 더욱 확대됐다. 소규모 업체 중 한 곳인 이노센트가구는 최근 인천시에 폐업신고서를 냈다. 다만 브랜드와 온라인 판권은 다른 곳으로 넘겨 온라인 판매는 이어간다. 남동공단 내 공장과 사무실은 폐쇄된 상태다. 에넥스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가량 올랐고,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해부터는 다소 나아지는 분위기지만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나 감소한 2337억원,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28억원에서 더 확대된 8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B2B 부문 사업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데 소비재 쪽에선 브랜드 파워가 확실한 쪽으로 소비자들이 쏠린다”며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경기가 어려울수록 승자독식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용충격 역시 중소기업계에 집중됐다.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9만7000명 감소했다. 반대로 대기업은 7만9000명 증가했다.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인한 출입국 제한으로 전통 제조업 분야 기업들은 외국인 인력 수급조차 막혔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적용되면 고용 부담을 더 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K자형으로 벌어진 소득격차만큼 제품 소비도 양극화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코로나 수혜를 본 상위 업종과 나머지 업종은 극심한 불황을 겪는 K자형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소비심리가 살아난 건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업종·업태별로 회복속도가 다른 ‘부익부빈익빈’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고가나 저가는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겠지만 중간 가격대의 브랜드들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며 “개인 간에도 자산과 직업에 따라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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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버텨온 영화·공연계 ‘보복관람’ 학수고대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코로나로 극심한 침체를 겪은 영화계와 공연예술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1년 반가량 크게 위축됐던 시장에 ‘보복관람’ 조짐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극장과 공연계는 코로나19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신작 개봉과 백신 인센티브 마케팅 등으로 하반기 고객 유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백신 인센티브·신작 개봉 ‘1000만 관객’ 준비 7~8월 여름 성수기를 맞은 극장가에선 각종 신작 대작영화 개봉과 백신 인센티브 등으로 관객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생각이다. 11월 말까지 계속되는 정부의 소소티켓(소중한 일상 소중한 문화티켓) 사업도 극장가 재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 신작 개봉을 위해 제작비 50% 보전이라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건 극장업계, 유료방송업계의 조치도 극장 매출 정상화에 힘을 보탰다. ‘포스트 팬데믹’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매출 급감으로 최악의 시기를 버틴 극장가는 관람료 인상에 나섰다. 4월 CGV를 시작으로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업계 대형 멀티플렉스사들이 일제히 영화관람료를 1000원 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요금 인상으로 관람료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000원 인상된 주중 1만3000원, 주말 1만4000원이다. 지난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전년 대비 74% 감소했으며, 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따른 조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영화계에서는 관람객들의 관람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 먼저 지난해부터 개봉을 미뤄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자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주연의 영화 ‘모가디슈’를 필두로 황정민 주연작 ‘인질’ 등이 여름 개봉을 확정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국내작들에 비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과 ‘귀멸의 칼날 극장판’,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같은 해외영화 흥행이 여름 극장가를 또 한 차례 견인할 전망이다. 지난 7월 7일 개봉한 ‘블랙 위도우’가 올여름 텐트폴(성수기 대작) 작품들에 앞서 19만명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제대로 예열에 나섰다. 자연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던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당시처럼 극장가에 숨통이 트일 거란 기대감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지난해 6월 ‘반도’의 개봉과 더불어 국내 영화관람객 수는 278만6453명으로 전월에 비해 10배 이상 치솟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경우 개봉한 뒤 지난해 7, 8월에 469만여 명, 737만여 명이 극장을 찾았다. 이 같은 대작영화 개봉 필요성에 공감한 극장업계도 극장가 살리기에 힘을 보탠다. 극장업계는 한국영화 텐트폴 영화의 총제작비 50% 회수를 보장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영화티켓 매출을 극장과 배급사 측이 5대5로 나눠갖는 구조였으나, 총제작비 50%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극장은 매출의 전액을 배급사에 지급하게 된다. 대형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도 손실을 일정 부분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배급사의 흥행 리스크를 줄여 극장 개봉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덕분에 올여름 ‘모가디슈’와 ‘씽크홀’이 개봉을 확정하고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 수 있게 됐다. 여기에 6월부터 급등한 백신 접종률과 영화관 자체 백신 인센티브는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일 전망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대부분의 영화관이 2000원씩 요금을 인상했음에도 현재 백신 접종자의 경우 5000~6000원의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어 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한동안은 무딜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몇 차례나 중단됐던 ‘소소티켓’ 사업도 올해 11월까지 진행된다. 정부에서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향후 발행할 소소티켓 사업은 전체 영화관에서 6000원 할인 쿠폰을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조치가 관객들의 소비를 적극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극장가는 조심스레 월 1000만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차근히 진행 중이다 황재현 CJ CGV 팀장은 “지난해 8월 코로나19 가운데서도 900만에 가까운 관객이 극장을 찾은 만큼, 올해 ‘블랙 위도우’ 개봉을 기점으로 관람객 수 증가세가 탄력을 받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 “월 1000만 관객을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충성도 높은 관객층 ‘보복소비’ 조짐 공연계는 온라인으로 먼저 시작된 ‘소소티켓’ 사업과 함께 백신 인센티브를 통해 여름 성수기 관람객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모은다. 특히 클래식·뮤지컬 공연장이 좌석 띄어앉기 형태로 정상 공연을 진행해온 데 이어 대중음악 공연장에서도 지난 6월 14일부터 4000명 이하 관중이 모일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인 4단계까지 올라섰지만 백신 효과 등으로 하루속히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월 공연장 내 엄격한 띄어앉기 기준이 완화되면서 공연업계의 매출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공연장마다 적게는 50%, 많게는 70%까지 객석을 채울 수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와 현재 공연 중인 ‘시카고’의 경우엔 거의 매회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볼 수 있을 때 본다”는 식의 ‘보복소비’ 경향이 충성도 높은 공연팬들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포스트 팬데믹을 앞두고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현재 공연 중인 ‘드라큘라’를 비롯해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올리는 ‘비틀쥬스’, 7월 개막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티켓 예매는 매 회차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8월 개막하는 ‘하데스타운’, ‘엑스칼리버’ 등 대규모 초연극, 창작 뮤지컬 등 신작 공세들 역시 코로나로 공연장을 찾지 못했던 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극, 뮤지컬 공연을 올리는 주체들은 파격적인 백신 인센티브도 속속 내놓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 먼저 기획공연 20% 할인 혜택을 내건 데 이어, 뮤지컬 ‘팬텀’에서는 백신 접종자들에게 30% 티켓 할인을 제공한다. 세종문화회관도 자체 공연과 전시를 대상으로 10~3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 회차당 1000~2000명의 관객을 모아야 하는 대극장 공연을 필두로 백신 인센티브 도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단계적으로 대중공연장 공연 재개 등 방역수칙이 완화된 만큼 콘서트, 대중공연 주체들의 숨통도 트이고 있다. 이전에 대중음악 공연장은 100인 미만 행사 제한 적용 대상으로 공연 자체를 열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7월 완화 조치를 통해 출연진과 스태프를 제외하고 관객 100명 이상이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입장 인원은 최대 4000명으로 제한되며 좌석 설치 시 1m 이상 거리두기, 함성 금지 등 상시 방역수칙은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자연스레 가요계의 반응도 따라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거의 전무했던 K팝 콘서트와 대중음악 공연으로 관객들의 갈증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4000석 이하의 좌석 제한으로 코로나 이전의 대규모 공연은 불가능하지만, 몇몇 가수와 아이돌 그룹 측이 올여름과 연말 공연장 대관을 타진하고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백신 접종도 속도가 나고 있고, 확진자가 줄어들면 거리두기 단계도 조정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콘서트를 병행하는 방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연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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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결단력과 혜안이 만들어낸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

모두가 반대한 반도체, 이병철·건희 부자는 달랐다 과감한 결단 ‘반도체 불모지’에서 10년 만에 세계 1위 ‘메모리 넘어 시스템 반도체까지’ 동시 석권 노린다 | 서영욱 기자 syu@newspim.com “TV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데 반도체가 가능하겠습니까?” 1983년 이병철 회장의 이른바 ‘도쿄 선언’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진출을 본격화했다. 반응은 차가웠다. 반도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업체들이 점령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 우려가 컸다. 더욱이 이 회장의 셋째 아들 이건희 회장(당시 동양방송 이사)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한 차례 실패를 맛본 뒤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반도체가 21세기를 개척할 ‘산업의 쌀’이 될 것이라 봤고, 그의 안목은 결국 맞았다. 후발주자 서러움 딛고 반년 만에 ‘64K D램’ 개발 삼성은 1983년 당시 이윤우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미국 마이크론에 연수 보낸다. 곁눈질로 D램의 설계와 제조 기술을 배우고 돌아온 이들은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펴놓고 ‘월화수목금금금’ 일했다. 벽엔 ‘한반도는 반도체다’, ‘하루 일찍 개발하면 13억원 번다’는 문구가 붙었다. 그렇게 6개월 만에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손톱만 한 칩 속에 8000자를 기억할 수 있는 고밀도 반도체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였다. 삼성은 선진국과 비교해 10년 이상 차이가 나던 국내 반도체 기술수준을 3~4년으로 크게 단축시켰다. 선진국이 20여 년 시간을 소비했던 개발과정(4K, 16K, 32K)을 세 단계나 뛰어넘는 도약도 이뤄냈다. 이 소식이 외신을 통해 각국에 알려지면서 2~3년 전부터 64K D램을 생산, 판매해 오던 미국과 일본은 물론 개발의 어려움 때문에 D램 사업을 망설이고 있던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은 경악했다. 예상대로 글로벌 기업들은 삼성의 성공을 반기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64K D램의 가격을 낮추며 삼성의 시장 진입을 견제했다. 삼성은 수출 첫해 엄청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해 1300억원의 적자가 나자 직원들은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한다”며 사업 철수를 원했다. 이병철 회장은 “내 눈에 돈이 보인다”며 굽히지 않았다. 미국, 일본과의 기술 경쟁을 이겨내고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집념이 어느 때보다 강했다. 반도체 진출 10년 만에 세계 1위 석권 당시 삼성의 연구팀장이던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소개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87년 일간지에 “우리나라 반도체가 일본 반도체를 베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병철 회장은 곧장 수원 반도체 공장으로 달려갔다. 불호령이 떨어졌다. “기껏 남의 거 베끼라고 평생을 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줄 아나? 영국은 증기기관 하나를 개발해서 세계를 제패했다. 우리 반도체도 그런 역할 하라고 시작한 거 아이가?” 진 대표는 “16M D램을 독자 개발해서 다시는 모방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달 후 이병철 회장은 세상을 떠났다. 이 회장이 떠난 후 1989년 D램이 4MB로 넘어가자 D램의 저장소 형태 문제가 부상했다. 당시 저장소와 트랜지스터를 웨이퍼에 평면으로 늘어놓는 일반적인 형식에서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방안을 구상해야 했다. 여기서 세상을 바꾼 삼성의 결단이 나온다. IBM, 도시바, NEC 등은 집적회로를 웨이퍼를 파고 내려가는 트렌치형을 택한 반면, 삼성은 웨이퍼에 쌓아올리는 스택형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기 시작한 삼성은 1992년 64MB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사 대비 배가 넘는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는 삼성이 단기간 내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원동력이었다. 삼성은 1991년 4500억원, 1992년 8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드디어 1992년 시장점유율 13.5%로 도시바(12.8%)를 제치고 세계 D램 시장 1위에 오른다. ‘도쿄 선언’ 10년 만이다. 1994년에는 256MB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확실한 기술 우위를 입증했다. 이후 현재까지 삼성은 한 번도 D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img4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지독한 품질경영 여기서 그쳤다면 지금의 삼성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D램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지 1년.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핵심 경영진 200여 명을 불렀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했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이후 삼성은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전보다 한층 독한 품질경영에 들어간다. 삼성은 당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를 내면서 ‘세계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2002년 삼성전자는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세계 1위로 도약한다. 삼성은 2001년 당시 낸드플래시 1위인 일본 업체로부터 사업제휴를 제안받지만 독자사업화의 길을 택했다. 삼성은 D램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활용해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거래선 개척을 통해 2002년 플래시 메모리 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독자노선 선택이 가능했던 이유는 MP3, 디지털카메라, USB메모리 등 활용 범위가 넓고 확장성이 큰 플래시 메모리가 모바일 시대의 핵심 제품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2002년 1위 등극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1위 자리를 유지해 오고 있다. 낸드플래시 기반의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 시장 역시 업계 1위다. 메모리 넘어 시스템 반도체까지, ‘초격차’는 계속 삼성전자는 이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한정된 세계 1위에는 관심이 없다. 비메모리 분야, 시스템 반도체까지 세계 1위를 노린다.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여기에 지난 5월 투자금을 38조원 늘린 ‘반도체 비전 2030’의 추가 계획도 내놨다. 한미정상회담에선 미국에 170억달러, 우리 돈으로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이 발표한 일련의 투자 계획은 모두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쓰인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더 큰 데다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5G 기술의 개발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지금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유례없는 공급난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각국은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삼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보다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가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나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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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직원 안 보인다고요? 그래도 회사는 돌아갑니다”

기업들 탄력근무·화상회의 ‘업무혁신’...“사무실 고집할 필요 없어” 디지털 전환 강화로 소통 한계 극복...수평 조직문화 안착에 기여 | 서영욱 기자 syu@newspim.com “예전에 재택근무를 하면 상사 눈치가 많이 보였는데 지금은 원격근무를 해도 신뢰가 쌓입니다. 이전처럼 사무실 내 북적거림은 덜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됐어요.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그 어느 때보다 잘 돌아갑니다.” 어느덧 1년 반이 지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 ‘일하는 방식’에서 혁신이 느껴진다. 팬데믹 초기 집단감염 우려로 대면 접촉을 자제한 기업들은 사무실 근무를 고집하지 않아도 더 효율적이면서 생산성 높은 일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 중이다. 이에 각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으로 오프라인 공간의 한계를 극복, ‘포스트 팬데믹 시대’ 준비에 나섰다.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장소와 방법의 유연성을 높여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업무체계를 개편했다.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 원격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 형태가 도입됐다. ‘8시 출근, 6시 퇴근’을 고집하는 회사는 이제 ‘시대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무실, 집 고집해야 할까?”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리모트 워크(Remote Work, 원격근무)를 도입했다. 회사에 직접 출근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 원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이다. 재택근무보다 넓은 개념으로, 직원들은 집이나 카페, 도서관 등 회사가 아닌 공간에서 자유롭게 근무한다. 꼭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는 개념이 사라지자 ‘공유오피스’ 도입이 활발해졌다. SK텔레콤은 서울 을지로, 서대문, 종로, 경기 판교, 분당 등 5곳에서 운영 중이다. 앞으로 본사까지 출근할 필요 없는 직원들이 10~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출퇴근시간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동료나 부서 간 자연스러운 시너지도 기대된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무실에 직원들이 빼곡히 앉아 있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며 “자리를 비운 경우는 주로 백신을 접종한 직원들이 백신 휴가를 내거나 탄력근무 중인 경우다.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화상회의로 만나는 게 이제 익숙하다”고 전했다. 팬데믹 이전부터 일찌감치 탄력근무제가 안착됐던 IT업계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이전에는 보안을 이유로 외부에서 회사망 접속이 힘들었지만 외부에서 회사망 접속이 가능하도록 개선해 기술 개발자들도 재택근무가 가능해졌다. 전사 재택근무 체제인 카카오의 경우 각 직원에게 보급하는 맥북으로 사내망 접속이 가능해 집에서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팬데믹 초기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모니터와 의자 등을 집으로 보내주기도 하면서 ‘공유오피스’라는 개념 자체가 구식인 셈이다. 비대면 근무가 가져온 ‘디지털 전환’ 다양한 근무제 도입은 화상 회의, 화상 세미나, 비대면 교육, 비대면 회식 활성화 등 부가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회사들은 비대면 근무가 많아지면서 긴밀하게 정보를 얻고 트렌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포럼과 역량강화 플랫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SK의 경우 역량강화 교육 플랫폼인 써니(mySUNI)를 지난해 도입했다. AI(인공지능)와 DT(디지털 전환)와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필요한 개발자, 엔지니어 및 빅데이터 전문가 인증과정을 포함해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행복, 리더십,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의 교육 콘텐츠를 운영 중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순환근무를 몇 개월 하면서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신뢰가 확보된 이후에는 다양한 소통채널을 이용해 보고와 업무 지시가 이뤄진다”며 “대기업의 경우 비대면 상황에서도 일상적 업무들은 큰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라고 했다. 수원에서 근무 중인 한 대기업 직원도 “이전에는 서울 본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반나절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화상회의로 시간을 절약한다”며 “화상회의 시 대면회의보다 오히려 잡담이 줄어 회의 안건에 집중하는 효율적인 회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비대면 근무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대기업의 부장은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골라야 하는 회의나 빠르고 집중적인 협업이 필요한 일들에서는 기존의 대면근무 방식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재택근무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팀원들끼리 모여 앉아 있으면 말 한마디로 끝날 사안을 각자 따로 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서로의 업무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워 일을 중복으로 하거나 누락되는 일도 생긴다”고 했다. 수평·평등의 시대...MZ세대의 대두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업무방식의 변경은 구태의연한 직급체계의 파괴도 불러왔다. 대기업들은 수직적인 문화를 파괴하고 상하관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직급체계를 없애거나 프로, 리더, 프로젝트 매니저(PM), 프로젝트 리더(PL), 매니저 등으로 간소화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곧 보상 역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이는 유연한 업무 환경과 정당한 보상을 중요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주도한다. SK하이닉스 입사 4년 차 김모 사원이 지난 1월 쏘아올린 메일이 대표적이다. 경영진에게 성과급 산출 방식과 계산법, 경쟁사인 삼성과의 임금 차별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모습은 분명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시 그룹 총수까지 나서 사태를 수습할 정도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전처럼 ‘까라면 까’,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로 일처리를 맡기면 반발이 생기기 일쑤”라며 “지금은 사내 사소한 결정도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수평적인 근무체계에 영향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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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코로나의 역설 불티나게 팔린 제품 ‘따로 있다’

집콕·OTT 일상화, 삼성·LG전자 TV 판매 역대 ‘최고’ 여가시간 늘며 게임 판매량도 급증...‘3N’ 환호성 “내 건강도 챙기자” 해열제·비타민 판매 급증 | 서영욱 기자 syu@newspim.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한 업종들이 있다. 코로나 봉쇄 기간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이른바 ‘보복소비’로 그동안 교체를 미뤘던 가전제품이 불티나게 팔렸고, 인색하던 게임 아이템 구매에도 거리낌이 없어졌다. 마스크 구매 등으로 약국 방문이 잦아지며 해열제, 건강기능식품 소비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집콕족’ 늘며 크고 비싼 TV로 교체 수요 ‘쑥’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며 호황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은 바로 TV, 가전 등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중화되면서 크고 사양이 높은 TV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갈아치웠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5122만6000대로 지난해 1분기(4661만2000대)와 비교해 9.9%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2.9%로 역대 1분기 기준 최고 기록을 썼다. LG전자도 매출액 기준 19.2%의 점유율로 역대 분기 최고 점유율을 달성했다. TV 시장의 매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 글로벌 LCD TV 출하량은 전년 동월 대비 16.8% 증가한 1462만대, OLE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4.7% 증가한 43만400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빅마켓의 수요 위축에 따른 기저효과가 4월부터 본격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하이엔드 시장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9%, 96% 증가하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OLED 패널 공급 증가와 함께 LG전자의 OLED TV 판매 비중이 크게 증가할 수 있으며, 프리미엄 TV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TV만 본다고? 게임사도 역대급 매출 게임 산업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황을 맞은 업종 중 하나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며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취미활동 중 하나인 게임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실제로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합계 매출은 8조원을 넘어섰다. 중견업체 상당수도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며 호황을 누렸다. 재택근무 등 영향으로 신작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은 업체들이 다수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국내시장이 최대치의 성과를 달성한 게임업계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외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IP(지식재산권)와 게임 개발, 마케팅 강화에 더 역량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내 건강은 내가”...해열제·비타민 매출도 증가 취미생활에 늘어나는 소비만큼 건강을 챙기기 위한 소비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도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통증이 심할 경우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라고 안내하면서 ‘해열진통제’ 판매량이 폭증했다. 판매량 1위로 꼽히는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은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한국얀센의 지난해 매출은 3433억원으로 2019년 3110억원보다 10.4% 증가한 최대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매출도 지난해에 이어 최대치가 예상된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사 제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미약품의 ‘써스펜8시간이알서방정’의 지난 3월 판매량은 1만3287개였으나 4월엔 10만421개, 5월엔 126만749개로 대폭 증가했다. 일양약품의 ‘크린탈정’ 역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보다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 대웅제약이 생산하는 ‘이지엔6에이스연질캡슐’은 1분기 평균보다 5월 한 달 판매량만 약 2배 증가했다. 종근당이 판매 중인 ‘펜잘8시간이알서방정’과 휴온스의 ‘아미세타정325밀리그람’도 판매량이 점차 늘고 있다. 비타민류도 특수를 누렸다. 팬데믹 상황에서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한 소비로 평가된다. 유한양행의 ‘비타민C 1000mg’의 매출액은 2019년 62억원에서 2020년 112억원으로 늘어났다. 일동제약의 ‘아로나민 시리즈’는 2019년 669억원에서 2020년 741억원으로 증가했다. 동아제약 ‘비타그란’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대웅제약의 ‘임팩타민’도 2019년 351억원에서 2020년 363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통신업계, 온라인·비대면 판로 확장 통신업계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오랫동안 고민해온 휴대폰 유통망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었다. 이통 3사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꺼리는 이들이 늘자 본격적으로 온라인 채널의 비중을 키우기 시작했다. 앞다퉈 오프라인으로 가입할 때보다 가격이 낮은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고 온라인 커머스로 다양한 프로모션도 시작했다. 집단상가나 로드숍에 방문해 휴대폰을 구매하는 대신 쿠팡, 11번가와 같은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필수 인력만 남겨두고 모두 자동화 기기에 맡긴 무인매장도 등장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서울 마포구에 ‘T팩토리’ 홍대점을 열었고, KT도 지난 1월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하이브리드형 무인매장 ‘KT셀프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 역시 서울 종로구에 ‘U+언택트스토어’ 1호점을 열고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판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형 이커머스 진출을 막는 한편 판매점 중심으로 휴대폰 판매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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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마스크 벗는 선진국 “변이 지속, 코로나와 공생 배워야”

높은 백신 접종률 덕에 마스크 벗은 선진국들 美 IT기업·IB들 사무실 복귀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 채택 英 총리 “코로나와 공생 배워야...방역은 이제 개인 영역” |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공원에서 선탠을 즐길 수 있다니 이상하네요. 물론 기분은 좋지요.”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 4월 18일(현지시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자 아미타이 할가텐(19) 씨는 공원부터 찾았다. 마스크 일상에 익숙해진 탓일까. 그의 입에서는 “얼굴이 발가벗겨진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전 세계가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에 속도전을 내고 있다. 일찌감치 화이자 백신을 대량 확보한 이스라엘은 지난 7월 6일 기준 전 국민의 63%가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 접종률도 57%에 달했다. 마스크 벗는 백신 선진국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빼앗긴 일상을 거의 되찾았다. 사람이 붐비는 도심 쇼핑센터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모습을 찾기 어렵다. 지난 4월 중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를 해제했다. 미국은 경제활동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7월 6일 기준 전 국민의 55%가 1차 백신 주사를 맞았고 2차 접종률은 47%로 집계됐다. 많은 주(州)·지역에서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를 해제한 지 오래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역은 실내 마스크 착용도 개인의 선택에 맡긴 상황. 덕분에 기업들은 속속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오고 있다.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페이스북, IBM 등은 오는 9월 사무실에 복귀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IB)업계 최초로 6월 22일부터 미국과 영국지사 직원들을 불러들였다. 코로나19 상황이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한 일부 기업들은 사무실 복귀 직원을 백신 접종 완료자로 제한하거나,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번갈아 가며 하는 유연적 근무체계를 도입했다. 모간스탠리는 백신 접종자가 아니면 뉴욕 사무실에 발 들이지 말라고 지시했고, 씨티그룹은 주 3일 의무적 사무실 출근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하이브리드 근무 전환도 사무실 복귀만큼이나 팬데믹 이전 업무수행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기업 운영 행태다. “포스트 팬데믹, 코로나 종식 아니다”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경제활동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염력은 영국 최초 보고의 알파 변이보다 최대 60% 강하다. 중국에선 델타 변이 감염자가 이용한 화장실에 14초 동안 머무른 남성이 감염된 사례가 있을 정도다. 백신 효능을 떨어뜨린다는 보고도 나온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자국 내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화이자 백신 효능이 기존 94%에서 64%로 급격히 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외에 이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가 다시 도입한 것도 델타 변이 변수 때문이다. 지난 1월 일일 신규 확진 사례가 최다 6만건에 육박했던 영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 덕에 6월 신규 확진 사례가 5000건대로 뚝 떨어졌다가 델타 변이가 유행하면서 7월 초 3만건대로 폭증했다. 충격적이게도 영국의 백신 접종률은 68%, 2차까지 맞은 비중은 50%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 기반 백신인 화이자의 효능을 떨어뜨린다는 가설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백신에 통 큰 베팅을 걸었다. 확진자가 하루 5만명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문가 소견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의 거의 모든 방역제한 해제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 7월 5일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은 코로나19와 공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앞으로 몇 주 안에 사회활동을 재개할 수 없다면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자문해 봐야 한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때가 됐기 때문에 방역 조치를 법으로 정하지 않고 개인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가 또 변이를 일으킨 델타 플러스 변이가 인도에서 보고됐고, 앞으로도 변이는 계속 나올 터다. 백신은 만능이 아니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만이 해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백신을 이른 시일 안에 최대한 많은 인구에 접종해야 바이러스 확산을 늦출 수 있고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각종 외신과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포스트 팬데믹은 코로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희생하지 않고도 코로나19와 공생할 방법을 찾는 시점 그 이후를 의미한다. 영국 워윅의대 바이러스학자인 로런스 영 교수는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으로 감염을 막아 일상생활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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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전문가들이 본 해법 “정부는 한발 뒤로...민간 컨트롤타워 절실”

김용진 서강대·박병희 순천대 교수 대담 “정부, 기업환경 조성 우선...구조전환 지원” “재정지출 확대 제한 필요...민간 활력 유도” |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 전문가들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한국 경제가 조기에 회복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선 민간 부문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로 인해 빨라진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는 한편 비대해진 정부 영역을 민간의 영역으로 되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학교·연구소 등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며 기업들의 구조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로 악화된 재정건전성 회복과 정부의 과잉지출을 완화하는 정책방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용진 교수 “기업들 구조전환 힘 쏟아야” Q. 정부가 포스트 팬데믹 해법으로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등을 제시하고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개선점이 있다면. A. 한국판 뉴딜은 뱡항과 내용이 좋지만 단계별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 아쉽다. 예컨대 스마트공장을 보급한다면 어느 레벨까지 상향하고 어떤 지원체계를 구축할지 플랜을 짜야 하는데 정부·공공기관 예산으로 빨리 지원하자는 구호만 있다. 탄소중립은 위원회도 만들어졌고 법·제도도 개정하려고 하는데 늦었다. 무엇보다도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아직 컨트롤 타워가 없다. 정부는 여전히 산업 육성에 탑-다운(Top-Down) 방식을 고집한다. 이는 산업화 시대 방식이지 4차산업혁명 시대 방식이 아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연구소, 학교 등 다양한 민간이 모여서 방향을 정하고 체계를 잡아야 한다. 정부는 거기에 마중물만 채워주면 된다. Q.경제·사회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A. 포스트 팬데믹의 특징으로 첫째 빅블러(Big Blur, 경계융화) 현상을 들 수 있다. 실물과 금융, 모든 것들이 통합하면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모빌리티만 해도 이전에는 자동차만 있었는데 이제는 드론, 공유 킥보드 등 다양해지고 있다. 두 번째는 온-디맨드(On-Demand, 개인화) 현상이다. 철저한 맞춤화·개인화가 산업에서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 대기업도 주문이 하나 들어오더라도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다. 환경과 사회를 고려하는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 메인 투자자들은 ESG를 도외시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흐름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가야 한다. 이 같은 변화들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 사회를 바꿔놨다. Q.우리나라 기업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 방향은. A. 우리 정부는 중소기업들 구조전환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 뿌리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이 디지털 역량이 거의 확보돼 있지 않고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디지털·체계화를 돕는 인프라 조성이다. 정부가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을 매칭해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ESG 또한 마찬가지다. 100% 환경에너지를 쓰는 것은 당장은 불가능하다. 기업들이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에너지 그리드 같은 정책을 펴서 움직여야 하고 기업들이 좀 더 글로벌하게 갈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들면 된다. 박병희 교수 “재정지출 줄이고 민간규제 풀어야” Q.정부가 지속해서 확장재정 기조를 보인다. 향후 재정정책을 전망하면. A. 코로나 이후에도 재정확대 경향이 계속될 것 같다. 재정학에는 점검효과와 전위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점검효과란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우리 사회 그늘에 있는 저소득층·소외계층 지원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을 뜻한다. 전위효과란 코로나 위기 시에 늘어난 정부 지출을 코로나 위기가 해소됐다고 해서 쉽게 지난 수준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우며 지출이 높은 수준으로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 이후에도 이 같은 효과들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사회적 소외계층을 돌봐야 하고 또 우리 사회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경제적 불평등을 문제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공 부문 확대를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Q.정부 재정정책이 나아갈 방향은. A.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부채를 지는 것은 소비·투자 부진으로 총수요가 부족할 때 정부가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나간다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민간경제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정부 부문의 비대화는 민간경제 부문 위축과 생산성 낮은 공공 부문 팽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재정지출의 확대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민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민간 부문이 갖는 효율성과 독창성 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공 부문 팽창을 억제해야 한다. Q.우리 경제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A. 국가의 대외경쟁력은 공공 부문보다는 민간 부문에서 나온다. 즉 민간에 대한 정부 규제를 줄이고 민간의 활력을 유도하는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기업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필요하다. 조세 문제는 기본적으로 소득이 늘어날수록 조세부담률이 높아지는 누진세 체계를 지향해야 한다. 다만 현행 소득세와 같이 중간 이하 층에 대한 과세가 잘 이뤄지지 않고 고소득자들에게만 세금을 걷는 구조는 부적절하다. 소득세는 소득이 있는 사람, 특히 정규적 직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적은 금액이라도 반드시 분담하게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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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호

한전기술, 글로벌 발전기술로 에너지산업 선도

에너지기술 전문가 모집...인간·환경·기술 융화 핵심가치 현장사전등록제·자기소개서 추후 작성...전형별 예비합격제 | 임은석 기자 fedor01@newspim.com 한국전력기술(KEPCO E&C)은 1970년대 초반 석유파동 이후 원자력발전소 설계기술 자립을 위해 설립된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1975년 코리아아토믹번즈앤드로(Korea Atomic Burns & ROE, Inc)로 출발해 1976년 한국원자력기술(Korea Nuclear Engineering Co.), 1982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주요 사업으로 △원자력, 화력 등 신규발전소 설계(발전소 독자 설계모델 확보) △발전소 성능개선, 해체(사후관리 기술서비스) △환경,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신사업 등 △발전소 EPC사업(엔지니어링 핵심역량 기반 설계·구매·시공, 시운전 일괄 수행) △에너지기술 연구개발(국책 에너지기술 개발 및 핵심기술 자체개발) 등을 수행한다. 인간·환경·기술 융화 핵심가치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따라 2015년 8월 경북 김천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했다. 원자로 설계개발의 기능은 대전에 두고 있다. 한전기술은 인간, 환경, 기술의 융화를 의미하는 ‘휴머니어링(Humaneering)’이라는 기업이념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도전, 생명 존중의 안전, 글로벌 수준의 전문성, 소통과 상생의 신뢰를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한전기술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적자원에 기반하고 있다. 2300여 명의 인력 중 석·박사급이 730여 명이고 국내외에서 공인받은 기술사급 기술인력은 1000여 명에 달한다. 인재상은 △신뢰받는 파트너(Partner) △도전하는 파이오니어(Pioneer) △에너지기술을 선도하는 엑스퍼트(Expert) 3가지다. 사업다각화 등으로 설계·사양·감리기술의 개량·응용·종합화를 통해 글로벌 리딩 에너지 솔루션 파트너(Global Leading Energy Solution Partner)라는 비전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문가를 모집·육성하고 있다. 전형별 예비합격제 실시 한전기술은 투명·배려·편의·기회라는 4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한 채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류전형 단계에서 자기소개서를 요구하지 않고 교육사항, 어학능력, 보유자격증을 기반으로 100% 정량평가를 실시한다. 자기소개서는 면접전형 대상자로 선정된 경우 작성토록 하고 있다. 이는 정성적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자기소개서 작성 부담을 줄여주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구직자 스스로 본인의 서류전형 점수를 계산할 수 있도록 채용공고에 산식까지 자세히 기술하고, 커트라인 공개를 통해 구직자에게 보완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전형별 예비합격제(30%)를 통해 결원 발생 시 예비순번대로 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2018년도 인사혁신처 채용 분야 혁신 사례로 선정된 바 있는 현장사전등록제를 국내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현장사전등록제는 서류전형 예비합격자에게 필기전형 당일 지원 분야에서 결원이 발생할 경우 순번대로 필기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회의 확대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구직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장사전등록제를 통해 응시 기회를 얻게 되면 예비합격자가 아닌 합격자 신분으로 변경되며, 이에 따른 어떠한 차별적 대우도 받지 않는다. 올해 80명 이상 채용 예정...다양한 복리후생 한전기술은 오는 8월 말~9월 중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최종합격자는 12월에 임용된다. 채용 규모는 80명 이상이다. 채용은 서류전형, 필기전형, 면접전형으로 진행된다. 연 1회 하반기에 사무 분야와 기술·연구 분야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서류전형은 정량평가 100%로 진행하고 분야별 채용인원에 따라 차등적 합격배수제를 운영한다. 필기전형은 인성 및 NCS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직무능력평가를 실시하며, 사무 분야는 통합전공, 기술·연구 분야는 해당 분야 기사 수준으로 일부 분야에서는 공업수학이 출제된다. 마지막으로 면접전형에서는 직무역량면접과 인성면접을 실시하고 각각 60점 및 40점으로 환산된다. 직무역량면접에서는 PT·관찰·경험 등 직무역량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인성면접은 회사 인재상 등을 반영한 종합면접을 실시한다. 한전기술에 취업하면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신입사원의 경우 회사에서 2년간 1인 1실의 기숙사를 제공한다. 헬스장, 사우나 등 체육시설, 하·동계 콘도 휴양소, 회사 임직원 자녀 대상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사내교육 및 위탁교육을 통해 전문인력 육성에 힘쓰고 있다. 유연근무제, 시간단위 연차제 등 차별화된 근로체계를 통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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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호

'LED' vs 'OLED'…TV, 당신의 선택은?

코로나의 역설 프리미엄 TV ‘불티’ 삼성·LG, 프리미엄 TV 라인업 강화 LCD ‘끝판왕’ 미니 LED TV 인기 | 서영욱 기자 syu@newspim.com 요즘 가정마다 거실 한 면에 대형 TV 한 대쯤은 장만을 하는데요. 화질이 좋은 대형 LCD, OLED TV의 가격이 낮아지고,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소비자들은 대형 TV 구매에 과감히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TV는 삼성, LG가 이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합니다. 올 1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치인 52.1%를 차지했습니다. 그럼 판매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요즘 두 회사가 밀고 있는 미니 LED TV와 그보다 한 단계 윗급으로 평가받는 LG의 OLED, 삼성의 마이크로 LED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미니 LED TV는 삼성과 LG가 모두 갖추고 있는 제품 라인업입니다. 삼성은 ‘네오 QLED’, LG는 ‘QNED’라는 제품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같은 기술을 적용한 제품입니다. 미니 LED TV는 엄밀히 말해 LCD TV입니다. LCD는 자체 발광을 못해 조명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가 필요하다는 점은 잘 알고 계시지요. 2010년대부터 백라이트로 LED조명을 사용하면서 LED TV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백라이트로 사용되는 LED 개수가 수백, 수천 개였다면, 미니 LED는 LED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수만 개로 늘어납니다.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백라이트보다 수십분의 1 수준으로 작아지면서 같은 크기에 더 많은 LED를 촘촘히 넣을 수 있게 된 것이죠. 따라서 이전보다 밝기, 선명도, 명암비가 개선되면서 화질이 좋아졌습니다. 원래 기술적으로 QLED라고 하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는 스스로 빛을 내는 양자점(quantum dot) 소자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를 말합니다. OLED처럼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아직 상용화된 기술은 아닙니다. 혼동의 여지가 있지만 네오 QLED, QNED는 미니 LED 기술을 적용한 LCD TV의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모든 산업이 태동기를 시작해 성숙기, 쇠퇴기를 거치는데 LCD 기술은 이제 성숙기에 진입한 단계이고,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LCD로 가능한 기술은 전부 구현했다는 뜻인데요. 미니 LED는 LCD 기술의 ‘끝판왕’, ‘최정점’ 정도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삼성은 미니 LED TV를 판매하고 있고, LG도 6월 중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OLED TV는 많이 알려진 것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를 활용해 만든 디스플레이입니다. LG전자 하면 OLED TV가 떠오르죠. 백라이트가 없기 때문에 말거나 접을 수 있습니다. 두께도 종이 한 장같이 얇습니다. 벽 한쪽을 검은색 TV로 채워야 했던 인테리어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죠. 화질도 LCD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미니 LED TV보다 우수합니다. 미니 LED TV는 80형대 제품 기준으로 구역을 약 2500개로 나눠 밝기를 조절하는 블록 디밍(Blocks Dimming)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이에 비해 OLED TV는 약 1억개의 서브픽셀 디밍(Sub-pixels Dimming) 방식으로 완벽에 가까운 화질을 구현합니다. ‘완전한 블랙’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하죠. ‘완전한 블랙’이 중요한 이유가 우수한 명암비로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OLED를 이야기하면 항상 따라다니는 ‘번인 현상’이 있습니다. 유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소자의 성능이 떨어져 화면의 색상이 변하거나 잔상이 남는 현상을 말합니다. 치명적인 단점이라고도 하고, OLED를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니 LED TV는 무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번인 현상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렇다면 OLED의 단점을 극복한 자체발광 디스플레이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마이크로 LED TV인데요. OLED처럼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를 사용해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입니다. 무기물 소재이기 때문에 열화나 번인에 대한 염려가 없는 뛰어난 내구성이 장점입니다. 그런데 삼성이 지난 3월 출시한 110형 TV의 가격이 무려 1억7000만원. 앞으로 99형과 88형도 출시한다고 하는데, 가격이 최소 1000만원대로 떨어지지 않는 한 기존 TV 시장을 대체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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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조선사들 암모니아에 꽂힌 이유

2060년 선박 60%는 수소 아닌 암모니아 선박 수소에 비해 제조·저장·수송 용이, 가격도 저렴 엔진 형태 LNG·LPG와 유사...연료전지도 가능 | 서영욱 기자 syu@newspim.com 바다 위를 다니는 화물선이나 유조선은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가 선박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은 바다 위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 이후 발주 선박의 경우 2008년 발주 선박 대비 탄소배출량을 40%, 2050년에는 50%까지 감축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조선업계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선박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LNG 추진 선박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말 그대로 친환경 추진 선박 개발이 핵심입니다. 조선업계는 최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수소’를 연료로 한 선박과 함께 암모니아 추진 선박을 핵심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 모두 공통적으로 수소 선박과 함께 암모니아 선박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5년 정도면 정말 바다 위를 다니는 암모니아 선박을 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수소보다 저장·수송 쉬워...비용도 저렴 수소는 이미 ‘수소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암모니아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암모니아로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선박 연료로 암모니아, 수소 등의 사용 비중이 점차 확대돼 2060년에는 신조선의 60% 이상이 사용할 것이며, 특히 이 중 절반 가까이를 암모니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선박에 한해 차세대 에너지원은 수소보다 암모니아가 더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죠. 수소의 대표적인 단점은 부피당 저장 용량이 작아 경제적인 대용량 저장과 장거리 운송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액화수소로 저장해 이송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수소를 액화하는 과정과 유지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해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암모니아는 수소처럼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소에 비해 제조와 저장, 수송 과정이 단순하고 소요 비용이 저렴해 경제성도 우수합니다. 또 가솔린에 비해 폭발 가능성도 낮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됩니다.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환기성이 좋고 천장이나 높은 곳에 모이는 성질이 있어 누출가스의 제어가 쉬운 편입니다. 암모니아 기체는 무색의 강한 냄새를 가지고 있어 누출 시 바로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탄소 배출 없는 ‘그린 암모니아’ 연구 암모니아는 전통적으로 천연가스나 석탄을 이용한 고압, 고온 반응으로 생산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공기에서 분리된 질소를 사용해 전기적으로 합성하면 그린 암모니아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연료로서의 암모니아는 액체 상태인 액화 암모니아가 필요합니다. 암모니아는 LPG와 같이 상온에서도 일정 압력을 가하면 액화됩니다. 액화 암모니아는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4.1배 정도의 탱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큰 저장탱크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운송 비용이 저렴하고 운송 기술 또한 이미 확보된 상태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상선에 적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 연료 기관은 만에너지솔루션(MAN Energy Solution)사와 바르질라(Wärtsilä)사에서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 조선사들도 만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암모니아 추진 선박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선급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암모니아 엔진은 LNG나 LPG 연료 엔진과 개념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암모니아는 자연발화 온도가 높고 연소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점화되기 위해서는 ‘파일럿 오일’이 필요합니다. 암모니아는 내연기관의 연로로서 직접 연소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연료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수소연료전지처럼 암모니아연료전지가 가동될 수 있다는 의미죠. 사실 암모니아를 연료로 한 엔진 개발은 처음 시도되고 있는 기술은 아닙니다. 19세기에 이미 암모니아 연료 버스가 운행된 바 있으며, 1940년대 벨기에 브뤼셀에서 전쟁 중 암모니아 엔진이 개발된 바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석유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인데요. 전쟁이 끝난 후 천연가스와 석유가 풍부해지면서 점차 모습을 감췄습니다.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암모니아는 독성과 부식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암모니아를 선박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암모니아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 기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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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과자와 라면’이 만나 대박 때론 ‘폭망’ 콜라보 탄생도

참신한 콜라보로 눈길 사로잡은 꽃게랑&참깨라면 식품업계 ‘협업 전성시대’ 올라타려 무리한 콜라보도 먹을 수 없는 제품과 식품 콜라보는 ‘위험할 수 있어’ | 이서영 기자 jellyfish@newspim.com ‘이야 참신하다.’ 꽃게랑과 참깨라면이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진행한다는 말을 듣고 든 생각이다. 아무래도 기존 상품을 잘 활용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점이 가장 참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꽃게랑과 참깨라면은 각각 빙그레와 오뚜기 제품이다. 사실 오뚜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진라면’이다. 빙그레도 ‘바나나우유’가 떠오르면 떠올랐지, 꽃게랑이 생각나진 않을 터다. 오히려 대부분 사람은 꽃게랑이 빙그레 제품인 줄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두 기업이 손을 맞잡고 꽃게랑면과 참깨라면타임 과자를 만들었다. 역시 두 제품은 ‘히트’였다. 콜라보 소식이 들리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기자 역시 꽃게랑면과 참깨라면타임을 찾아 삼만리를 했지만 애석하게도 찾을 수 없었다. 무려 마트와 편의점 10곳을 돌아다녔는데도 말이다. 반면 전혀 다른 이유로 편의점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제품이 있다. 식품업계 콜라보 열차에 올라타 ‘흥행의 맛’을 한번 보려 했지만 되레 소비자들로부터 차갑게 외면당한 제품이다. 바로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과 구두약 초콜릿, 미니 바둑 초콜릿 등이다. GS25와 CU 등에서 내놓은 콜라보 제품들이다. 그런데 이들 제품은 거의 출시와 동시에 판매점에서 사라졌다. 애초에 화학제품같이 ‘못 먹는 제품’과 먹거리가 협업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제품 분별이 어려운 노약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참신하려다가 ‘폭망’한 사례다. 우선 잘된 콜라보 제품인 ‘꽃게랑면’을 먹어봤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라면을 좋아한다. 여러 감각을 한 번에 느끼면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 여겨서다. 우선 후각이 자극된다. 빨간 국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후루룩 면발을 흡입하는 소리 역시 맛깔난다. ‘라면’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과자를 ‘라면화’한 꽃게랑면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런데 먹어도 먹어도 무슨 맛인지 잘 모를 느낌이 계속됐다. 분명 꽃게랑을 과자로 먹었을 때는 꽃게 향과 맛이 느껴졌다. 그런데 꽃게랑면에서는 꽃게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농심의 ‘새우탕’면 같았다. 누군가 눈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새우탕면이라고 할 것이다. 맛보다도 더 실망스러웠던 것은 ‘비릿한 향’이었다. 아무리 해물 맛이 가미됐다고 하더라도 라면은 ‘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기 위해서는 라면은 일정 부분 무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꽃게랑면은 콜라보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아이템이었지만 막상 맛에서는 실망을 안긴 제품이었다. 흥미나 희소성으로 한번 사 먹어볼 수는 있지만 쭉 찾아먹을 제품은 아니었다. 어쩌면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콜라보’에 적합한 제품일지도 모른다. 반면 많은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모나미 매직펜 스파클링 음료’가 생각보다 맛있었다. 외관이 ‘매직’이어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달달한 탄산음료일 뿐이었다. 매직 스파클링은 빨간색과 검정색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는데 검정색은 레몬 맛, 레드는 멜론 맛 탄산음료였다. 사실 검정색 모나미 스파클링은 처음 마시자마자 ‘콜라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갑자기 레몬 맛이 훅 치고 들어오는 반전매력이 느껴지는 음료였다. 빨간색 제품은 멜론향을 별로 즐기지 않는 기자에게 호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먹기에는 딱 알맞은 맛과 향이었다고 평가해볼 수 있다. 또 의외의 상품이 있었다. 바로 ‘곰표 밀맥주’였다. CU는 곰표와 합작해 맥주를 출시했다. 곰표 밀맥주는 묵직함 속에 부드러움이 있는 맥주였다. 그러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아, 저녁에 가볍게 즐기는 맥주로 딱 적합했다. 기자의 첫인상을 여러 사람도 공유한 듯하다. 최근 곰표 밀맥주가 카스 등 전통의 강호를 꺾고 편의점 브랜드 CU 내 맥주 매출 1위에 오르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맥주가 기성 브랜드 맥주를 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콜라보 첫인상에서는 꽃게랑이 압승이었지만 맛에서는 모나미 스파클링이 이겼다. 또 ‘츄라이’하며 만난 뜻밖의 콜라보 제품인 곰표 밀맥주를 ‘득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모나미 스파클링은 앞으로 만나볼 수 없게 됐다. 식품 안전과 관련한 논란에 휘말려서다. 그러나 모두 반응이 좋지 않았다. 시각적인 분별이 어려운 연령층의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한 소비자의 경우 “인지능력이 낮은 저연령 아이들은 먹을 것이 아니라고 가르쳐도 호기심에 입에 댈 수도 있다”며 “화학제품 말고 먹어도 영향이 없는 제품과 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편의점들은 잇단 콜라보 제품 흥행에 젖어 있는 상태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도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소비자 의견을 검허하게 받아들여 향후 협업 제품을 개발할 때 신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어린이 안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2017년 1498건에서 2018년 1548건, 2019년 191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완구·문구 등 학습용품이 가장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 재미있는 ‘이색 콜라보’도 좋지만 먹어도 괜찮은, 먹을 수 있는 제품끼리의 콜라보가 더 요구되는 이유다. 맛이 어떠했든, 꽃게랑과 참깨라면의 콜라보가 기자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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