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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주식, 부동산으로 거둔 수익으로 ‘그림’ 산다

대체투자 아이템으로 부상하며 미술시장 활기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장기불황 딛고 국내 아트마켓 회복세 진입 10년 넘게 침체기에 빠졌던 국내 미술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들어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코비증시’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과 부동산으로 목돈을 챙긴 이들이 그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30~40세대 신규 컬렉터들이 속속 진입하며 아트마켓에 활기가 넘친다. 우선 지난 3월 3~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9회 화랑미술제’가 역대급 판매실적을 올리며 이를 입증했다. 화랑미술제는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 소속 화랑들이 참여하는 아트페어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플랫폼이지만 근래에는 매출이 저조했다. 매년 9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비해 규모가 작고, 국내용 아트페어여서 답보 상태였던 것. 특히 코로나19 속에서 열린 작년에는 관람객이 크게 줄고 판매실적도 저조했다. 그런데 올해는 수억원대 미술품까지 날개 돋친 듯 팔리며 관람객은 작년의 3배, 매출은 2배 늘었다. 이 같은 깜짝 호황은 낙찰률 90%, 낙찰총액 110억원을 기록한 지난 2월의 서울옥션 경매에서 이미 예고됐다. 이 경매에서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의 전성기로 꼽히는 1977년도 작품이 무려 10억4000만원에 팔리는 등 김창열 회화 7점이 모두 낙찰됐고, 이우환의 추상화도 다시 반등하며 경기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 서울옥션의 2월 경매가 큰 성과를 거두자 라이벌인 케이옥션은 3월 경매의 규모를 대폭 키웠다. 케이옥션은 최근 10년간 총액 규모 최대치인 총 169점, 170억원어치의 작품을 경매에 올렸다. 이번 경매에는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추정가 13억~20억원)를 비롯해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이 1970~2000년대까지 시대별로 9점이 출품돼 컬렉터를 끌어모았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올 들어 대체 투자처를 찾으려는 유동자금의 유입과 MZ세대의 시장 진입이 활성화되며 국내 미술시장도 회복세가 완연하다”고 밝혔다. 미술시장 회복의 원인과 향후 전망 15년 가까이 불황에 허덕이던 한국 미술시장이 올 들어 호황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 규제책으로 부동산을 처분한 여유자금과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수익금이 미술시장으로 일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제3의 투자처’를 찾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유망 블루칩 작품에 쏠리면서 활기를 보이고 있는 것. 특히 1가구 2주택 중과세로 종부세 등 부동산세금이 급등하자 집 한 채를 정리하고 대체투자 품목인 그림을 사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주식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린 투자자 중에는 아트테크에 도전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올 들어 잇따라 베일이 공개된 ‘이건희컬렉션’의 파급력도 크게 작용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사들인 1만3000여 점의 미술품이 높은 수익을 올리며 잠정평가액이 수조원대에 달한다는 소식은 엄청난 화제를 양산했다. 이에 “똘똘한 강남아파트 못지않게 앞으론 똘똘한 그림이 효자가 될 것”이란 말이 확산되고 있다. 이건희컬렉션 중 알짜 작품의 경우 30~50배 올랐다는 뉴스에 고무된 이들은 앞다퉈 블루칩 작품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KIAF와 아트바젤홍콩 같은 대규모 아트페어가 취소되면서 장기간 억눌렸던 문화 욕구와 미술품 구매 욕구가 새봄을 맞아 폭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호황기였던 2006, 2007년을 방불케 하는 판매실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 화랑미술제를 주최한 한국화랑협회의 윤여선 홍보이사(갤러리가이아 대표)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문화예술욕구도 큰 중산층이 서울에서 오랜만에 본격적인 아트페어가 열리자 열띤 반응을 보여 줬다”며 “올해 화랑미술제에는 초보 수집가들을 위한 백만원대 작품은 물론이고 억대 작품까지 고루 팔리며 활기를 띠었다”고 밝혔다. 최근 아트마켓에 발을 들인 신규 컬렉터들은 가격 상승 여지가 높은 블루칩 작품에 큰 관심을 표명했는데, 블루칩 작품의 폭이 넓어지고 국제적으로 검증되면서 시장 활성화를 견인 중이다. 실제로 최근 작고한 물방울 화가 김창열, 추상화 거장 이우환, 단색화 대가 박서보·하종현·정상화, 신체드로잉 화가 이건용 등 블루칩 작가들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창열의 경우 벨기에 브뤼셀과 뉴욕에 갤러리를 둔 알멘 레시(Almine Rech) 화랑이 런던 지점에서 지난 3월 초 ‘김창열 개인전’을 개막했고, 이건용의 경우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 기획한 ‘한국아방가르드미술전’에 출품이 확정돼 있는 등 국제 미술계에서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 해외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한국 작가들의 숫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청신호로 평가된다. @img4 그림에 대한 이해가 깊고 글로벌 아트마켓 정보에 밝은 이들은 바로 이처럼 해외에서 평가받는 작가에 주목한다. 세계성을 띤 작가들은 국내 시장 변동에 출렁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검증된 작가의 작품은 국적과 상관없이 금이나 달러화 같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며 불황기에도 꾸준히 거래되고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크리스티코리아의 이학준 대표는 “이른바 미술시장 고수들은 대안투자로서 미술품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지니고 해외에 기반을 갖는 작가들이 늘며 미술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지난해 1~5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경매가 중단됐을 때도 크리스티 경매의 VIP컬렉터를 위한 프라이빗 세일 판매액은 오히려 전년보다 120% 증가했다. 한편 한국의 근현대미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단색화 작품을 컬렉션 중인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을 비롯해 셀럽들이 미술품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시장 활성화의 한 요인이다. 유명 인사들이 미술에 열광하면서 젊은 전문직 종사자 등이 신규 컬렉터로 시장에 잇따라 유입되고 있다. 이들은 젊고 발랄한 현대미술에 관심을 표명하며 아트토이, 팝아트의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집콕’이 장기화되며 인테리어용 미술품을 찾는 젊은 고객이 는 것도 호황세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최근 발표한 ‘2021 미술시장 전망’에서 최근의 흐름을 ‘미술시장 호황세 초기 진입단계’로 진단했다. 미술에 투자하려는 유동자금이 풍부해 안전성이 검증된 단색화 작품과 블루칩 작품에 투자가 몰리고 있는데, 향후 시장을 주도할 작가층이 다변화되고 국제성을 획득할 경우 지난 2006, 2007년 같은 호황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마케팅 전문가로 문화예술마켓도 연구 중인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명품 소비, 해외 아트페어 참관이 1년 이상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모처럼 대면 미술 이벤트가 열리자 욕구가 분출됐다. 이 같은 ‘리벤지 쇼핑’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부동산 투자에 한발 늦은 젊은 층과 주식투자에 서툰 투자자들이 대체투자처로 미술을 택해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렇듯 바닥을 치고 모처럼 활기를 보인 미술시장이 그 여세를 이어가려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유망 작가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아울러 전속작가제 도입, 거래 투명화, 장기적인 투자마인드 확립 등도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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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OTT 춘추전국시대 정신 놓으면 5만원이 ‘순삭’

넷플릭스, 콘텐츠·사용성 모두 무난하지만 하나만 보긴 아쉬워 웨이브·시즌·티빙·왓챠 각양각색 매력...통합보단 단점 보완하길 | 나은경 기자 nanana@newspim.com “넷플릭스 : 볼 건 많은데 볼 게 없음. 왓챠 : 이게 있다고? 이게 있는데 이게 없다고?” 최근 소셜 미디어(SNS)에서 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이용자가 넷플릭스와 왓챠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해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그만큼 두 서비스를 모두 경험한 이가 많고 OTT 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 서로 다르게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였다. 바야흐로 OTT 춘추전국시대다. “똑같은 걸 왜 다섯 개씩 보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요 OTT 5개를 모두 결제해 쓰는 이용자로서 중복 결제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말하고 싶다. 그래서 매월 5만원 가까운 금액이 월급통장에서 순식간에 빠져나가게 된 이유, 즉 넷플릭스·웨이브·시즌·티빙·왓챠는 어떻게 차별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비교해 보기로 했다. ‘믿고 보는’ 넷플릭스, ‘마이너’ 아우르는 왓챠 넷플릭스 앱을 켤 때는 ‘이번에 새로 나온 오리지널 콘텐츠가 재밌다’는 입소문을 들었을 때다. 그만큼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다.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CJ ENM의 콘텐츠도 최신 인기작들은 대개 넷플릭스에 있으니, 쓰기에 가장 ‘만만하다’. 웨이브를 처음 가입했던 이유는 본방을 놓친 ‘나혼자산다’를 방송 종료 직후에 보고 싶어서였다. 지상파 방송을 퀵VOD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웨이브의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에는 ‘핸드메이즈 테일’ 등 다른 OTT에 없는 해외 드라마, 특히 영국 BBC 드라마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상파 콘텐츠 외 작품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시즌은 극장에서 놓친 최신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애용한다. ‘프라임무비팩’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하면 다른 OTT에서 5000원 이상을 내고 개별 구매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다. 상품 구조는 복잡하지만 영화, 예능, 드라마까지 가장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5개 OTT 중 유일하게 PC버전이 없다는 건 단점이다. 티빙은 처음부터 끝까지 CJ ENM과 JTBC의 콘텐츠 파워로 승부를 본다. CJ ENM이나 JTBC에서 만든 콘텐츠들을 옛날 작품부터 최신 작품까지 망라해 볼 수 있다. 왓챠는 5개사 중 월간순이용자수(MAU)가 가장 적지만 SNS에서는 가장 많이 언급된다. 다른 OTT는 물론 케이블TV, 인터넷(IP)TV에서도 보기 힘든 독립영화가 많고 영미권이나 일본, 중국 외 국가에서 제작한 콘텐츠도 수두룩하다. 다른 OTT들이 이미 유명한 해외 드라마를 가져온다면, 왓챠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최신 해외 드라마를 찾아내 선보이기도 한다. ‘키딩’이나 ‘와이우먼킬’이 대표적이다. 사용성은 티빙...첫 화면 버튼 ‘17개’ 콘텐츠가 사람들을 OTT에 가입하게 만든다면, 이용자환경(UI)·이용자경험(UX)은 사람들이 OTT에서 머무르는 시간의 총량을 결정한다. 모든 콘텐츠 산업은 결국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사이에 둔 싸움이니, 어떻게 보면 콘텐츠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의 편의성은 압도적이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종종 자조적으로 “뭘 보는 시간보다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다”곤 한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넷플릭스야말로 ‘콘텐츠 아이쇼핑’을 하기 좋게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넷플릭스의 UI·UX와 가장 유사한 왓챠도 비슷하다. 반면 웨이브나 티빙을 쓸 때는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짧다.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서 보기보다는 시청하고 싶은 특정 콘텐츠가 있을 때 해당 내용을 검색해 감상한 뒤 바로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첫 화면을 살펴봤다.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을 기준으로 첫 화면을 띄웠을 때 기능이 총 몇 개인지, 즉 클릭 가능한 버튼이 몇 개인지 셌다. 기능이 가장 적은 것은 왓챠(9개)이고 가장 많은 것은 티빙(17개)이었다. 사이에는 웨이브(11개)와 시즌(16개)이 있다. 하지만 가장 편하다고 느낀 넷플릭스도 의외로 버튼 수가 16개나 됐다. 기능 수는 비슷한데 편의성은 왜 달랐을까. 넷플릭스의 첫 화면 메시지가 단순하다면 티빙은 첫 화면에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넷플릭스는 메인에 뜨는 콘텐츠 하나에 집중하고 있고 관련 기능도 여기서 파생(찜하기, 재생, 콘텐츠 정보)된다. 반면 티빙은 각 기능이 제각기 주장하는 것이 다르다(일정 주기로 자동전환되는 배너, 콘텐츠 카테고리 나열 등). 수치화해 비교하진 못했지만 이 밖에도 토종 OTT 서비스들은 재생 오류가 잦거나 다음 회차로 넘어갈 때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UI·UX가 좀 더 친절해진다면 해지 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통합 OTT 플랫폼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용자 입장에선 구독료가 부담스럽고 여러 OTT 앱을 오가는 것도 번거롭다. 하지만 플랫폼이 여러 곳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려 경쟁하고 사용성 개선에도 힘쓰는 것 아닌가 싶다. 괜히 합쳤다가 각 사의 단점을 총집합시킨 골칫덩이가 나온다면 그것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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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스웨덴 감성’ 볼보 S90 준수한 달리기 + 환상적인 오디오

전장 5m 넘는 대형 세단...가격 대비 성능 ‘탁월’ 英 B&W 사운드 시스템 적용, 감성 품질 중시 |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 ‘눈의 나라’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인 볼보는 안전으로 유명하다. 그 배경은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배려는 교통사고에서 사고율과 사망률을 줄이는 연구로 이어져 ‘볼보=안전’ 이미지를 굳혀 왔다. “요즘 차는 대부분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안전해진 것과 수십년 전부터 안전을 위해 연구개발해 온 브랜드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볼보 S90은 주행할 때는 물론 차에 앉아 있을 때도 사람에 대한 배려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볼보 S90을 마주한 순간 주차장 한 자리를 꽉 채울 만큼 컸다. 길이는 5.09m로 국산 대형차인 제네시스 G90(5.025m)에 맞먹는다. 긴 차체를 19인치 알로이휠이 떠받치고 있어 늘씬한 느낌을 준다. 뒷좌석을 보니 더욱 놀랍다. 리무진이 연상될 만큼 넓기 때문이다. 뒷좌석에서 발을 앞으로 쭉 뻗어도 동반석 시트에 닿지 않을 정도다. 뒷좌석에 누군가를 모시기에도 부족함이 없겠다. S90의 전체적인 인상은 점잖지만 주행 실력은 꽤 화끈하다. 큰 덩치에 가솔린 2.0 엔진으로 버겁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기우였다. 펄펄 날 정도는 못 돼도 일상 주행을 넘어 스포츠 주행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췄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100km까지 7.2초면 충분하다. S90에 탑재된 가솔린 2.0 엔진은 터보차저와 전기모터를 동시에 달았다. 전기모터 덕에 시동을 켜거나 끌 때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럽다. 신호대기 등 상황에서 연료를 아끼는 것과 함께 재시동 시에도 이질감이 없다. S90은 완전한 하이브리드차는 아니다. 전기모터가 엔진 출력을 보조해 주고, 감속 시 회생에너지가 배터리를 충전하는 정도다. 때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라고 부른다. 실용성이 높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주로 유럽 브랜드가 도입하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은 고속도로에서 달리기 실력으로 잘 드러났다. S90은 최고출력 250마력/5700rpm, 35.7kg·m/1800~4800rpm의 성능을 내는데 전기모터 출력이 14마력 정도다. 배터리가 완충돼 있으면 고속 및 언덕 등 부하가 큰 조건에서도 경쾌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준수한 달리기 실력과 함께 오디오 성능은 극찬받을 만하다. 고음, 중음, 저음의 균형감이 매우 뛰어나고 스피커의 타격감을 좌우하는 디지털 앰프의 출력도 상당하다. 볼보는 영국의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인 바워스&윌킨스(B&W)와 협업을 통해 S90 사운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특히 주로 사람의 목소리를 구현하는 중음 스피커의 생생함은 고가의 홈오디오 못지않다. 디지털 앰프가 가상의 공간감을 만드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스피커 등 소재의 기본기가 훌륭한 결과로 풀이된다. S90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비롯해 BMW 5 시리즈, 아우디 A6, 제네시스 G80 등과 경쟁한다. 시승차인 S90 인스크립션 가격은 6690만원으로 합리적인 편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로선 S90 가격을 더 낮출 여지도 있어 보인다. 다만 중국 현지 생산량이 적은 데다 주문이 밀려 국내에서도 계약 뒤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S90 시승 전 우려했던 ‘메이드 인 차이나’ 생각은 시승 후 말끔히 사라졌다. 조립 품질 및 마무리 등 흠 잡을 만한 곳이 없다. 차 잘 만든다고 알려진 독일차 브랜드도 볼보에 배울 점이 있겠다.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는 볼보와의 합병을 철회했다. 지리의 모기업인 지리(吉利) 지주그룹은 2010년 포드로부터 볼보를 인수했는데 두 회사를 합병하지 않고 별도 기업으로 운영해 왔다. 볼보는 합병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스웨덴 감성’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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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골프 고수가 되기 위한 ‘코어’ 강화 운동

| 김헌 하남 유나이티드병원 신경외과 원장 멘탈, 체력, 집중력, 인내심 등 다양한 요소가 골프 실력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 ‘코어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골프는 몸통회전으로 스윙을 만들어내는 운동으로 허리와 골반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허리, 골반 부분이 우리 몸의 중심을 이루는 ‘코어(Core)’에 해당한다. 신체 중심부에 위치하는 ‘코어’는 골프를 잘 치기 위해 단련해야 할 가장 첫 번째 부위다. 옆구리를 틀어 백스윙을 만든 후 허리를 풀어내는 힘으로 스윙 궤도를 만들며, 피니쉬 자세를 견고히 고정하기 위해서는 든든하게 뒷받침되는 코어 근력이 필수적이다. 이렇게 중요한 ‘코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척추를 둘러싼 근육의 근력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혹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허리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운동을 통해 코어 근력을 키워보자. 상체의 중심을 잡고 하체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코어의 강화를 통해 골프 고수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알아본다. 척추 강화 운동은 여러 운동을 매일 반복하기보다는 두세 가지 운동법을 선택해 1주일에 4회 이상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프로선수들도 이 운동들을 통해 체력을 키우고 허리와 골반을 강화한다. ‘코어강화운동’ 케틀벨 & 덤벨 운동 최근 피트니스 센터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덤벨과 케틀벨. 이것만 있다면 집에서도 다양한 동작으로 응용해 코어 강화운동을 할 수 있다. •케틀벨 스윙 동작 1. 두 손으로 들었을 때 무게감이 느껴지는 케틀벨을 선택한다. 남성은 8~10kg, 여성은 4~6kg이 적당하다. 2. 척추를 곧게 펴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는 느낌으로 상체를 숙이고 무릎을 굽혀 케틀벨을 아래로 늘어뜨린다. 3. 팔에 힘을 편 채로 무릎과 상체를 일으키며 원심력을 이용해 케틀벨을 앞으로 들어올린다. 4. 다시 아래로 떨어진 케틀벨을 힙과 허리 힘으로 지지하며 다시 원심력을 이용해 들어올린다. •데드리프트 동작 덤벨을 이용한 ‘데드리프트(Deadlift)’ 동작이다. 이 동작 역시 두 손으로 들기에 약간 무거운 정도의 케틀벨이나 덤벨을 선택한다. 1.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린 채, 발 사이에 놓인 케틀벨(덤벨)을 양 손으로 잡는다. 2. 허리는 곧게 펴고 엉덩이는 뒤로 쭉 뺀 기본 자세에서 상체를 일으켜 천천히 들어올린다. 이때 무릎은 살짝 구부린다. 3. 다시 케틀벨(덤벨)을 정강이 높이로 내린다. 곧게 편 허리와 힙의 근력으로 버티는 느낌으로 동작을 한다. 모두 매우 쉬운 동작인 듯하지만 15~20회씩 3~4세트 반복해야 한다. 등과 허리에 뻐근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1주일에 4회 이상 꾸준히 하면 허리의 근력이 잡히는 느낌이 든다. 기립근을 특히 강화하는 운동으로, 어드레스 자세를 취할 때 허리에 불편함이 느껴질 경우 이 데드리프트 동작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코어강화운동’ 맨손 운동 •플랭크 동작 코어를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운동으로 꼽힌다. 보기에는 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꽤 힘이 많이 들어간다. 1. 운동화를 착용하고 바닥에 엎드려 발끝과 팔꿈치를 바닥에 댄다. 2. 몸을 꼿꼿이 펴고 발끝과 팔꿈치로 버티는 자세를 유지한다. 최소 30초, 최대 2분간 자세를 유지한다. 3. 어깨가 귀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어깨의 힘으로 버티지 않도록 주의해 동작한다. 플랭크 동작을 할 때에는 엉덩이가 너무 높이 들리지 않도록 상체를 꼿꼿이 펴 주며, 만약 허리 통증이 느껴질 경우에는 발끝 대신 무릎으로 버티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스쿼트 동작 @img4 스쿼트는 코어는 물론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몸매 관리에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어뿐 아니라 전신 운동에 해당하므로 골프 스윙 시 왼발이 신체를 지지하는 힘 역시 기를 수 있다. 1. 양 발은 어깨 넓이보다 넓게 벌리고, 발끝은 약간 틀어 바깥쪽을 향하게 한다. 2. 허리를 펴고 엉덩이를 바깥으로 쭉 뺀 채 팔을 앞으로 뻗어준다. 3. 천천히 하체를 굽혀준다. 이때 무릎은 직각을 유지하고 허리를 쭉 편다. 4. 무릎이 발목보다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그리고 엉덩이가 무릎보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스쿼트 동작 역시 세트당 20~30회, 3~4세트 반복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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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현대인의 고질병 ‘위궤양’ 근본적 치료는 생활습관 개선부터

속쓰림·더부룩함, 위궤양으로 커질 수 있어 위궤양 예방 위해서는 금주·금연해야 | 김승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과도한 야근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 중 위장장애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약간의 속 쓰림은 달관한 지 오래. 속 쓰림과 더부룩함을 달고 살지만 이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볍다고 생각했던 위장장애 증상이 위궤양으로 발전하고 방치 시 복막염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적절한 예방 및 치료가 필수다. 위는 위산 및 펩신을 분비해 음식물을 소화한다. 위 점막이 건강한 상태에서는 이들을 방어하는 물질이 있어서 위벽이 손상되지 않지만, 위벽을 공격하는 인자와 방어하는 인자의 균형 상태가 깨지면 위벽에 상처가 난다. 위벽에 상처가 나는 원인은 주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다. 과다한 위산, 자극적인 음식, 흡연, 음주 등으로 위 점막이 과도하게 자극되거나 파괴돼 상처가 생기면 위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 위궤양에서 위암세포 발견되기도 위궤양은 위의 살점이 일부 떨어져 나가 깊이 파인 상태를 말한다. 위궤양이나 위염, 역류성식도염, 십이지장궤양 등 많은 질환에서 흔히 ‘속 쓰림’이라고 하는 명치 통증이나 복통이 나타난다. 하지만 특정 질환에 해당하는 복통은 없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복부 질환을 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복통과 함께 체중감소와 메스꺼움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비교적으로 흔하다. 체중감소가 있는 환자들에게 위궤양이 발견되면 악성 위궤양인지 반드시 감별하고 진단해야 한다. 위궤양으로 인해 토혈, 혈변, 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적인 유문부 궤양은 위출구폐색으로 발전할 수 있고 체한 증상, 구토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현재까지 위궤양과 위암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궤양과 위암이 동시에 발견되거나 양성 위궤양으로 보였는데 조직검사에서 위암 세포가 확인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잘 낫지 않는 위궤양에서 위암 세포가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에 증상이 있다면 위 내시경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위궤양은 주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조직검사를 실시해 궤양의 악성 여부를 확인하고, 헬리코박터 검사로 확인해야 한다. 위궤양 치료는 치료제 복용과 수술로 나뉜다. 보통 4~8주간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한다. 헬리코박터균이 있으면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마친 후에는 궤양 병변의 변화를 보기 위해 내시경 검사를 다시 시행하게 된다. 궤양으로 인한 위 천공 등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궤양 예방, 생활습관부터 개선 위궤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좋다. 금연·금주를 통해 위 점막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는 요인을 제거하면 예방할 수 있다.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향신료가 강한 음식, 아주 차거나 뜨거운 음식도 삼가는 것이 좋다. 과식은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맵고 짠 자극성 음식을 줄이고 신선한 재료로 바로 만든 음식이나 덜 가공한 음식을 먹으면 위의 부담을 줄여 위궤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진통소염제나 아스피린 같은 약물의 복용을 중단해야 하며 중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위궤양을 포함한 모든 위 장관 질환은 무엇보다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 및 검진을 통해 꾸준한 예방 및 관리가 필수다. 수시로 속이 쓰리고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있다면 1~2년에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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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호

코로나19 뚫고 문 여는 글로벌 뉴 뮤지엄

리스본, 징더전, LA...어디로 떠나볼까? 해외여행 재개되면 가볼 만한 새 예술스팟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대형 미술 이벤트들이 일제히 취소 또는 연기됐다. 신축 뮤지엄의 개관도 마찬가지다. 완공은 진작에 마쳤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오픈이 연거푸 미뤄진 곳이 여럿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시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뭉크미술관이 대표적인 예다. 카이로의 그랜드이집트박물관 개관도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명품왕국의 제왕 프랑수아 피노 명예회장의 ‘마지막 예술사업’인 파리 도심의 ‘부르스 드 커머스-피노컬렉션(뮤지엄)’도 오픈이 수차례 미뤄졌다. 전 지구인들이 역병의 시간을 힘들게 인내하는 사이, 세계 각국에서는 특화된 콘텐츠와 멋진 디자인으로 무장한 신축 뮤지엄들이 개관을 조심스레 타진 중이다. 올해 또는 향후 1~2년 내에 문을 여는 미술관, 박물관은 어디일까?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한 아트 데스티네이션을 점검해 봤다. 포르투갈의 보석, 칼루스테 굴벤키안 뮤지엄 이름부터 어려운 이 미술관은 건립한 지 꽤 오래됐으나 한국인에겐 생소한 곳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소장품의 수준과 규모가 압도적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칼루스테 굴벤키안(Calouste Gulbenkian) 뮤지엄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포르투갈의 보석’으로 불리는 곳이다. “스페인에 프라도가 있다면, 포르투갈에는 굴벤키안이 있다”는 말도 정설이 되다시피 했다. 설립자인 칼루스테 사키스 굴벤키안(1869~1955)은 아르메니아 출신의 석유재벌이자 아트컬렉터다. 굴벤키안은 20세기 초 국제협상을 중재하며 이라크 지역의 초대형 유전을 확보했고, 뛰어난 사업수완을 바탕으로 거대기업을 일궜다. 평생 동안 세계 각국을 누비며 여행을 즐긴 그는 동서양을 하나로 묶는 독특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즉 그리스·로마 문화재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유럽, 메소포타미아, 이슬람 예술을 폭넓게 수집한 것이다. 따라서 굴벤키안 뮤지엄은 전 지구의 역사와 문화를 조망해볼 수 있는 훌륭한 교육현장이다. 1902년 영국 시민권을 취득한 굴벤키안은 1955년 리스본에서 타계했는데, 인류 전체에 유익을 줄 수 있는 국제재단을 설립하길 원했다. 석유사업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움켜쥐지 않고, 남다른 비전 아래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 6000점에 달하는 아트컬렉션을 완성했다. 그가 수집한 작품 중에는 명작이 즐비하다. 네덜란드 거장 렘브란트의 ‘노인의 초상’(1645), 르네상스 화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의 ‘젊은 여성의 초상’(1490)은 걸작 중의 걸작이다. 특히 기를란다요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 초상화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수많은 미술팬을 리스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미술관은 최근 새로운 뮤지엄을 완공하고 내년 초 문을 연다. 건축은 도쿄올림픽 주경기장과 스코틀랜드 던디의 V&A뮤지엄 등을 설계한 일본 출신의 실력파 건축가 쿠마 켄고가 맡았다. 건축가는 직사각형의 반듯한 건물 앞에, 엄청난 크기의 차양막형 캐노피를 곁들여 장관을 연출했다. 이 캐노피를 통해 기존 전시관 및 정원과의 통합을 꾀하려 했다는 게 건축가의 의도다. 거대한 새 뮤지엄이 추가되면 리스본의 칼루스테 굴벤키안은 스페인의 프라도 못지않게 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 9월 개관 로스앤젤레스의 아카데미영화박물관(The Academy Museum)이 수차례 개관을 연기한 끝에 9월 관람객을 맞는다. 미국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10년 전 박물관 건립계획을 발표하고, 전 세계 기업과 할리우드 셀럽을 대상으로 기금을 모금해 최근까지 3억800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중간에 실적이 부진해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드림웍스 출신의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게펜이 거액을 쾌척했고, 톰 행크스 등의 배우가 동참하며 목표액을 달성해 건립이 실현됐다. @img4 로스앤젤레스 중심부 윌셔대로에 위치한 아카데미뮤지엄은 2만8000㎡의 너른 부지에 4600㎡의 전시공간을 갖추고 있다. 건축은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맡았고, 극장과 전시홀 등 2개 동으로 나눠졌다. 2개의 극장 중 대극장의 이름은 ‘데이비드 게펜 극장’이다. 게펜이 거금을 출연한 데다 할리우드의 명프로듀서이니 이름을 붙여줄 만도 하다. 이 극장에서는 아카데미 후보작이나 수상작 등이 상영된다. 극장동 5층에는 ‘돌비 패밀리 테라스’가 있다. 1500개의 유리판을 붙여 만든 대형 돔과 테라스는 돌비사가 후원해 만들어졌다. 이 테라스에서는 ‘할리우드 사인’이 자리 잡은 할리우드마운틴뿐 아니라 서쪽으로 베벌리힐스, 동쪽으로 다운타운까지 조망할 수 있다. 많은 여행객이 LA에 ‘할리우드 사인’을 보러 오는데, 앞으로는 거대한 유리돔이 또 다른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img5 전시동은 1990년대까지 백화점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재활용했다. 건물 중앙에는 24K의 타일 3만5000개를 조밀하게 붙여 사시사철 도도한 황금빛을 뿜어낸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확 트인 공간이 마치 영화 스튜디오를 연상시킨다. 어디선가 감독의 ‘액션!’ 구호가 들려올 듯하다. 로비 한쪽에는 ‘스필버그 패밀리 갤러리’와 기념품샵, 카페가 조성됐다. 2, 3층은 아카데미 측이 오랫동안 수집해온 영화 관련 소장품을 전시하는 상설전시관으로 꾸며진다. “와, 이런 것도 모았네” 하고 탄성을 지르게 될 각양각색의 영화 오브제와 촬영 아이템이 입체적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이로써 영화의 과거·현재·미래뿐 아니라 90여 년 아카데미사를 되돌아볼 수 있다. 4층은 기획전시실인데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회고전이 첫 전시로 잡혀 있다. 컨셉 스케치와 캐릭터 디자인 등 영화 제작 전반이 공개된다. 전시동 지하에는 세미나실과 288석 규모의 소극장이 조성됐다. 이곳에서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 등 대표작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지난해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이사회 부의장에 선출돼 의장인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EO와 함께 뮤지엄 운영을 감독하게 된다. 최고의 도요지 징더전의 황실가마박물관 흔히들 ‘경덕진’이라 부르는 중국 남부 장시성의 징더전(景德鎭)은 무려 1700여 년간 중국을 대표하는 도자기 도시로 명성을 구가했다. 징더전에는 오래된 도요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물론 최신 설비를 갖춘 현대적 도자기 공장도 여러 곳이다. 고대 가마터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징더전에 ‘임페리얼 킬른 뮤지엄’(황실가마박물관)이 건립됐다. @img6 박물관은 중국황실용 도자기를 굽던 옛 가마터에 세워졌다. 건축가 주페이(Zhu Pei)는 발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지에 가마 형상의 대형 구조물 8개가 서로 어깨를 맞대도록 뮤지엄을 설계했다. 건물은 높이 9m로 꽤 장엄한 규모이지만 징더전의 재활용 벽돌로 내외부를 아치형으로 부드럽게 마감해 친화감을 살렸다. 내부도 실제 가마의 연기구멍에서 영감을 받아 채광창을 포함해 구멍이 뚫린 듯 디자인됐다. 주페이는 “도자기를 운반하던 도시의 좁은 통로, 추운 날과 더운 날을 견뎠던 가마터 주민들의 지혜를 반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황실가마박물관은 각종 명품 도자와 도자기산업 관련 유물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개관은 2022년 초로 잡혀 있다. 진공청소기의 강자 다이슨의 정원 뮤지엄 흡입력 좋은 진공청소기로 전 세계를 강타한 영국의 억만장자 제임스 다이슨은 저택 정원에 아트갤러리를 만든다. 자산 58억달러의 다이슨은 영국 사우스글로스터셔에 있는 자신의 집에 그동안 수집한 데이비드 호크니, 피터 블레이크 같은 유명작가의 대형 작품을 전시하는 뮤지엄을 열기로 했다. @img7 다이슨 부부가 소유한 18세기 건축인 도딩턴 파크에 들어설 뮤지엄의 명칭은 ‘도딩턴(Dodington) 아트갤러리’다. 영국에서는 국립미술관도 뮤지엄이라 하지 않고 갤러리로 부르고 있어 다이슨 부부의 갤러리 또한 비영리 뮤지엄에 해당된다. 단 이 공간은 정해진 요일에, 사전예약한 사람만 입장이 가능한 만큼 예약은 필수다. 다이슨 컬렉션의 핵심은 팝아트로, 초기 팝아트 운동의 선구자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우는 소녀’(1963)를 필두로 앤디 워홀의 토이시리즈(프린트) 등이 눈길을 끈다. 또 이브 클라인, 빅토르 바사렐리, 린 체드윅 등의 작품도 전시하는데 역시 영국이 자랑하는 스타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회화가 가장 화제작이다. 다이슨의 부인 디어드레는 카펫을 디자인하며 런던 킹스로드에서 갤러리를 운영 중인데 뮤지엄 건립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다이슨의 정원 미술관은 내년 오픈한다. 톈진 개발지구 새 아이콘 ‘더 웨이브’ 중국 베이징 남쪽 화베이지구의 톈진에 조성된 ‘더 웨이브(The Wave)’는 뮤지엄이라기보다 하나의 예술조형물 같다. 톈진시 빈하이개발지구의 아이콘을 표방하는 더 웨이브는 1만3000개의 반짝이는 알루미늄 타일로 외관을 장식해 물 위에 건물이 고스란히 투영되도록 했다. 그 결과 외계생명체 또는 한 송이 거대한 꽃을 연상케 하는데 공중에 붕 떠 있는 Y자 형태가 특징이다. 시원하게 뚫린 전시실 내부에는 기둥이 하나도 없는 대신, 건물 중심에 강철 트러스와 콘크리트 코어로 힘을 받도록 했다. 건축은 상하이에 본사를 둔 라시메(Lacime) 스튜디오가 맡았다. @img8 연면적 3563㎡에 전시실, 야외테라스, 라이브러리, 카페로 이뤄진 더 웨이브는 바다, 빛, 공기, 사람이 하나로 연결되는 곳을 표방한다. 관람객들은 1층의 어두운 콘크리트 코어로 진입해 조용히 시각 및 촉각 체험을 한 뒤, 높이 8m에 이르는 시원한 2층으로 이동해 작품과 자연을 음미하게 된다. 개관은 올 상반기로 잡혀 있다. 암스테르담, 선전에도 특화된 뮤지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도킹(Docking) 더 암스테르담’이라는 뮤지엄이 건립되고 있다. ZJA건축그룹이 설계한 이 뮤지엄은 영국 해협에서 발굴돼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갈 271년 된 난파선을 전시하게 된다. 수백년 만에 건져진 난파선을 위해 뮤지엄이 만들어진다는 스토리가 화제를 끈다. 건축가들은 강철 구조에 외벽 전체를 유리로 마감해 모든 각도에서 거대한 난파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개관은 아직 미정이다. 한편 중국의 선전 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선전과학기술박물관’을 오는 2023년 하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다. 아랍 출신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유작인 이 박물관은 엄청난 규모도 규모이지만, 친환경 소재만 사용한 데다 U자형 평면으로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공간을 오가며 전시물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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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호

아이오닉 5, ‘찐’ 전기차라 불리는 이유 ‘E - GMP’ 정체가 뭐니

내연기관 틀로 만든 전기차 NO...전기차 플랫폼 탄생 배터리 블록처럼 조립...크기부터 성능까지 다양하게 800V 초고속 충전으로 빠르게...노트북 충전도 가능 |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 현대자동차가 전기자동차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판매된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살짝 발을 걸쳐놓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전기차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솔린·디젤과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구조와 비슷한 점이 더 많았다는 겁니다. “나 완전 전기차”라고 외치기엔 뭔가 부족했습니다. 진짜 전기차 만들어준 ‘E - GMP’ 그런데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는 시쳇말로 ‘찐’입니다. 진짜 속까지 전기차로 탄생합니다. 더 효율적이고 더 강력한 전기차로 거듭날 수 있는 건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덕분입니다. E-GMP는 전기차의 힘의 원천이자 뼈대입니다. 사진을 보세요. 마치 손오공이 타는 스케이트보드에 바퀴 4개가 달려 있는 모습입니다. 오직 전기차만을 위해 설계됐습니다. 그저 편평해 보이는 저 플랫폼 안에는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배터리가 장착돼 있습니다. 장난감 RC카에 빗대면 건전지죠. 배터리팩이 레고 블록 한 개처럼 모듈로 구성되고 그 모듈을 양 옆으로 3개씩 혹은 4개씩 조립해 플랫폼을 짭니다. 당연히 플랫폼 크기와 저장 가능한 에너지 수준도 조립된 모듈 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핵심 기술이 모두 E-GMP에 있기 때문에 신차 출시에 더욱 속도가 붙을 예정입니다. SUV, 스포츠카 가릴 것 없이 플랫폼 위에 자동차 틀을 얹기만 하면 전기차가 완성되니까요. 현대차는 오는 2023년까지 전기차 22종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고성능 전기차로 변신 그런데 궁금하실 겁니다. E-GMP를 장착하면 이전과 뭐가 달라지는지요. 먼저 전기차에 딱 맞는 플랫폼을 장착하니 효율이 높아집니다. 1회 충전만으로도 국내 기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습니다. 또 800V 충전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돼 급속충전기 이용 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미 제공하고 있는 220V(완속)·400V(급속)도 당연히 이용 가능합니다. 만약 초고속으로 5분 충전하면 10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충전 시간은 줄었는데 더 많이 달릴 수 있는 거죠. 성능도 좋아졌습니다. 배터리가 하단에 낮게 배치되는 저중심 설계와 중량 배분으로 안정적인 고속주행이 가능합니다. 또 모터에서 나온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축인 ‘드라이브 샤프트’와 이를 바퀴에 연결하는 ‘휠 베어링’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베어링 직경이 넓어졌습니다. 운전자는 핸들링을 더 넓은 각도로 조절할 수 있고,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더욱 부드럽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일체형 뼈대지만 안전성이 강화됐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시보드 앞 부분인 하중 지지구간은 보강구조로 고전압 배터리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했습니다. 배터리 케이스의 중앙부도 차체에 견고하게 밀착시켜 충돌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냉각수가 흘러내려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냉각판을 하단으로 배치했습니다. 무엇보다 실내 공간이 더 넓어졌습니다.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은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으로 공간 활용성이 떨어졌습니다. 앞은 좁고 센터터널 때문에 가운데가 톡 튀어나왔던 형태가 고정적이었죠. 하지만 편평한 플랫폼과 앞으로 쭉 빠진 공조시스템 덕분에 탑승자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커졌습니다. 후석 승객 공간도 넓어졌고, 차종에 따라 다양한 전후 시트 배치도 가능합니다. 혁신적인 V2L, 노트북 충전도 가능 아, 공간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네요. 코로나19로 요즘 차박(차+숙박)하는 사람이 늘고 있죠. 혹시 E-GMP가 바로 노트북도 충전시켜 주고, 외부에서 히터도 틀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지금까지 전기차는 외부에서 차량 내부로 전기를 충전하는 방법(OBC·On Board Charger)만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통합충전시스템(ICCU)과 차량충전관리시스템(VCMS)을 통해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 일반 전원(110V/220V)을 차량 외부로도 쓸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생겼습니다. 일반주택의 공급 계약전력인 3kW보다 큰 3.5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약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하다 갑자기 노트북이 방전돼 당황했던 일이 있었는데, 이젠 아무렇지 않게 차에 콘센트 꼽을 날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캠핑장에 전기그릴과 삼겹살만 챙겨갈 날이 손꼽아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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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호

골퍼들이 겪는 성장통? ‘갈비뼈 골절’

| 김호 하남유나이티드병원 정형외과 원장 어느 날 43세 남성이 내원했다. 왼쪽 흉벽은 10일 전부터, 오른쪽 흉벽은 3일 전부터 아프다고 했다. 특별히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등의 외상은 없다고 했는데 좀 더 문진을 해보니 ‘골프를 자주 한다’고 했다. 회사 임원들과 자주 필드에 나가는데, 아파도 안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란다. X-ray 검사에서 좌측 5·6·7·8번, 우측 6번 갈비뼈의 골절이 관찰됐다. 좌측의 5·6·7번 갈비뼈 골절은 뼈가 붙어가고 있어 최근에 부러진 것보다는 시간이 좀 지난 상태로 보였고, 8번 및 우측 6번은 급성 골절로 보였다. 1주일 뒤 다시 내원한 이 환자는 통증이 호전 중이었고 X-ray상 특이 변화는 없었다. 역시 안정을 취한 뒤 내원하도록 권유했다. 2주 후에 병원을 찾은 이 남성은 내원 전날 라운드를 하면서 통증이 있었고, 드라이버를 칠 때 더 아팠다고 했다. 특히 우측의 통증이 심했다. X-ray상 우측 7번째 갈비뼈 골절이 추가 관찰돼 휴식과 안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후 증상이 호전되고 뼈가 붙어가는 소견을 보였다. 물론 진짜로 쉬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골프를 치면서 안 쓰던 근육을 쓰고 안 하던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면 우리 몸 여기저기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그중에 흔한 것이 갈비뼈 골절이다. 어떤 이는 갈비뼈 골절을 ‘골퍼들이 겪는 성장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갈비뼈는 우리 몸에서 뒤쪽으로는 척추, 앞쪽으로는 흉골에 연결돼 흉곽을 형성한다. 내부의 심장과 폐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 근육에 의해 서로 연결돼 있고 날개뼈, 팔뼈, 척추 등과도 이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골절은 외부에서 상당한 정도의 충격이 가해질 때 발생하지만, 작은 외력이 반복적으로 가해져도 생길 수 있다. 기침을 심하게 오래 하거나 골프 같은 반복 운동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골프는 주로 상하운동과 회전운동인데, 작은 피로가 반복해서 누적되면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나 샷 교정을 받는 중에도 생길 수 있지만 라운딩을 자주 즐기는 마니아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유연성이 좀 떨어지거나, 연습 전 스트레칭이 부족하거나, 무리한 자세로 지나치게 큰 스윙을 할 경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뒤땅을 치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갈비뼈 골절의 주된 증상은 통증이다.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누었다 또는 앉았다 일어나는 자세 변화, 기침, 깊은 숨쉬기 때나 힘을 쓰는 동작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심한 다발성 골절이라면 피가 차서 숨쉬기가 불편한 경우도 있지만, 골프와 관련된 갈비뼈 골절에서는 매우 드물다.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병원에선 대개 X-ray 촬영으로 쉽게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X-ray상 골절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때는 초음파나 CT 촬영을 통해 확인한다. CT나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 1주일 정도 경과 관찰 후 추가 X-ray 촬영을 하면 처음에 보이지 않던 골절이 확인되기도 한다. 치료는 비교적 단순하다. 과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힘쓰는 일 등은 골절편의 전위를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골절 부위를 감싸주는 밴드를 차서 통증을 덜기도 한다. 안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통제도 도움이 되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준다. 대개 4주 이상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골프 스윙은 반복이다. 그 반복이 일관성 있게만 이뤄지면 원하는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래서 연습과 라운딩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리를 하게 되면 우리 몸은 신호를 보낸다. 그것이 통증이다. 흉벽에 통증이 있고, 움직이면 더 심해질 경우 일단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단순 근육통일 수도 있고, 갈비뼈의 문제일 수도 있다.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크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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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호

눈과 입 건조 지속된다면 ‘쇼그렌증후군’ 의심해야

안구·구강 건조 3개월 이상 계속되면 검사 받아야 40대 이상 중년 여성 환자 비중 80% 넘어 | 김재훈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날씨가 풀리고 건조해지면서 안구 및 구강 건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시적으로 입이나 눈이 건조한 상태는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입과 눈, 코 점막, 피부가 마르고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증상이 기저질환이나 다른 약의 복용력 없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감염, 신경계, 사이토카인, 자가면역항체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40대 이상의 중년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쇼그렌증후군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2015년 1만7634명에서 2019년 2만1282명으로 증가했다. 2019년 통계에 의하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약 7.7배 더 높은 발생률을 보였으며, 특히 40대 이상 중년 여성 환자 비중은 전체 환자의 약 83%를 차지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 대다수는 양쪽 귀밑 침샘이 붓고 아프거나,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안구 및 구강 건조 증상을 호소한다. 초기에는 피로, 발열감, 관절통, 몸살 등 비전형적인 전신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관절염 증상이 나타난다. 10% 정도의 환자에서 광과민성, 홍반성 결절, 백반증, 건조증, 탈모 등의 피부 증상이 보인다. 이 밖에도 폐, 위, 신장, 신경 등을 침범할 수 있으며 림프종을 동반하기도 한다. 일차성·이차성으로 나뉘어...근본치료법 없어 쇼그렌증후군은 ‘건조증후군’으로도 불리며 일차성, 이차성 두 가지로 나뉜다. 일차성 쇼그렌증후군은 다른 질환 없이 쇼그렌증후군만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로서 주로 눈과 입에 영향을 준다. 이차성 쇼그렌증후군은 류마티스관절염, 전신 홍반성 루푸스, 전신경화증 등 다른 류마티스 질환과 동반돼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쇼그렌증후군은 국제분류기준을 바탕으로 침샘 및 눈물샘 분비량 검사, 입술 침샘 조직 검사, 안구염색점수, 자가면역항체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단한다. 쇼그렌증후군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꾸준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증 치료와 함께 질병의 근본 원인인 자가면역염증조절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꾸준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답 치료법이 없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하므로 꾸준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건조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구강 건조 완화를 위해 꾸준한 수분 섭취로 입속이 마르지 않도록 한다. 무설탕 껌을 씹어 침샘을 자극하는 것도 침샘 분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커피, 홍차, 녹차 등은 이뇨작용을 촉진해 구강 건조를 악화시키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안구 건조를 예방하기 위해 눈의 피로를 줄 수 있는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 등을 피하고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 안구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피한다. 가습기 등을 이용해 습도를 조절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구강 건조로 인한 치아 상태 및 안구 건조로 인한 각막 상태 확인을 위해 정기적인 치과 및 안과 검진도 권장된다. 쇼그렌증후군은 증상 조절뿐만 아니라 류마티스내과의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눈과 입 이외의 침범 여부를 확인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혹 환자들 중 증상이나 통증이 없어졌다고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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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호

겨울철 골프와 테니스엘보

| 정태완 하남 유나이티드병원 정형외과 원장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스포츠계도 비상입니다. 지난해 시즌을 늦게 시작한 골프투어도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됐습니다. 골프는 이제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움직임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에 뉴스핌은 스포츠 재활 및 척추관절 특성화 병원인 ‘하남 유나이티드’ 전문의들과 함께 ‘골프 클리닉’을 연재합니다. 유나이티드 병원은 ‘2002년 월드컵 주치의’ 김현철 박사가 맡고 있는 곳입니다. ‘골프 클리닉’은 유명 선수들과 일반인들의 치료 및 시술 경험을 토대로 알찬 내용을 전달하겠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겨울 날씨는 유난히 1~2월이 춥게 느껴진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골프연습장을 찾는 이가 많다. 특히 올겨울은 코로나 여파로 평소 해외 원정 골프를 즐기던 분들까지 실내 골프연습장 등으로 몰리고 있어, 어느 때보다 붐비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유난히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관절 통증은 대개 추운 날씨에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떨어진 체온으로 인해 조직 내 혈액순환이나 유연성이 감소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주로 평소보다 뻣뻣한 느낌이 들거나, 시리거나 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겨울철 필드에서는 추운 날씨로 인해 몸이 굳기 쉽기 때문에 임팩트 전에 과도한 손목 힘이 들어가 손목 코킹(cocking)이 일찍 풀리면서 뒤땅(fat shot)을 치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 양잔디가 아닌 골프장에서는 얼어 있는 지면에 의해 팔꿈치에 가해지는 충격도 평소보다 심해지게 된다. 골프와 관련된 팔꿈치 통증의 대표적 질환은 테니스엘보(외측상과염)와 골프엘보(내측상과염)다. 팔꿈치에는 굽혀지는 관절 바로 바깥쪽과 안쪽에 각각 튀어나온 뼈(상과)가 쉽게 만져진다. 이 뼈에는 각각 손목, 손가락을 펴거나(신전) 굽힐 때(굴곡) 사용하는 힘줄(건)이 붙어 있다. 테니스엘보나 골프엘보는 이 부위 힘줄에 과도한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팔꿈치 상과의 염증 변화와 함께 힘줄에 미세한 파열이 누적되고, 이것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피로가 누적되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못한 채 만성 염증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다. 테니스엘보, 골프엘보라고 해서 테니스나 골프를 치는 사람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탁구, 배드민턴 등 팔을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인테리어업, 토목 및 설비업 등 손목과 팔꿈치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 무거운 프라이팬이나 웍 등 주방기구를 다루는 요리사,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는 사무직 종사자뿐 아니라 하루 종일 가사노동에 혹사당하는 가정주부 등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경미한 팔꿈치 통증만 느껴지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저리거나 아픈 느낌이 팔 아래까지 전달되고 물건을 잡거나 들어올릴 때 쓰라린 통증으로 인해 팔에 힘을 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양치질이나 세수를 하는 것도 힘들어질 정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한다. 진단은 대부분 병이 초기인 경우 병력 청취와 간단한 진찰, X-레이 검사로 충분하다. 그러나 적절한 보존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경우 관절 내 원인인 활액막염, 추벽증후군, 만성 인대파열이나 팔꿈치 주변신경의 압박증후군 등을 감별하기 위해 MRI나 근전도 검사를 포함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테니스엘보와 골프엘보 모두 초기에는 비수술적 방법으로도 충분히 호전이 가능한 질환이다. 가장 먼저 추천되는 것은 휴식과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이다. 치료와 더불어 4~6주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기간 팔꿈치에 보조기를 착용해 힘줄의 부하를 줄여줌으로써 가벼운 일을 하는 중에도 휴식을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체외충격파치료(ESWT)를 병행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주사치료에 공포감이나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에게도 추천된다. 주로 요로결석을 제거하는 데 사용되던 체외충격파는 근골격계 질환의 치료법으로도 쓰이고 있다. 혈액순환 개선과 신생혈관 형성을 도모하는 생체효과적인 전자기 충격파를 염증 부위에 전달, 조직의 재생을 자극하고 기능 회복과 통증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주사치료는 통증을 경감시키는 스테로이드주사, 손상된 인대의 회복을 꾀하는 인대강화주사로 DNA, 콜라겐, 자가혈장주사(PRP) 등이 있다. 과거부터 손상된 힘줄에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를 놓는 방식을 많이 사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많은 연구결과에서 스테로이드주사를 과용한 경우 스트레칭, 물리치료 등 비주사치료를 한 환자보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스테로이드주사는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하며, 그 대체재로 PRP와 콜라겐주사 등 조직의 회복을 촉진하는 주사제제의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img4 @img5 수개월간 적극적인 보존치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보이는 환자들은 조직의 손상이 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수술은 팔꿈치 힘줄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인대 조직의 파열 정도와 위치에 따라 손상 부위를 절개해 수술하는 방법, 관절내시경으로 수술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기존의 수술 방식에 비해 흉터가 적고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수술 후 회복도 상대적으로 빠른 장점이 있어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수술이 통증을 모두 해결해 줄 거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수술 후에도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최상의 결과를 바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한번 손상된 조직은 쉽사리 이전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평소에 필드에서나 골프연습장에서 운동 전후 긴장된 팔꿈치와 손목을 풀어주는 운동을 추천한다. 가장 기본적인 동작은 손바닥을 하늘 방향으로 한 상태에서 아령을 잡고 천천히 손목을 구부렸다 펴는 것이다. 아령이 없다면 주먹을 가볍게 쥐고 하는 것도 좋다. 한 번에 10~15회 실시하고 2~3분 휴식한 뒤 이어서 손등을 위로 향하게 아령을 잡고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마사지봉 모양의 폼 롤러(Foam roller)를 이용하거나 반대쪽 손으로 통증 부위를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것도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골프 부상 중 가장 흔한 테니스엘보, 골프엘보는 운동 중간중간 적절한 휴식과 스트레칭으로 잘 관리하면 비교적 잘 나을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이 조절된 후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 완치된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 무리하면 재발하기 쉽다. 따라서 통증을 가라앉히는 조기 치료가 끝난 후에도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일상생활 교정 및 재활치료를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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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호

스페셜 인터뷰-미술프런티어 김달진, 그는 어떻게 브랜드가 됐나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기록이 잘 관리되면 가짜그림 발 못붙이죠” 여기 이름 석 자가 브랜드가 된 사람이 있다. 미술계에서 작가를 제외하고,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된 예는 흔치 않다. 그런데 그는 아카이브 분야를 50년간 파고들어 이제 큰 산이 됐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김달진(66) 관장이다. ‘미술에 관한 한 모든 길은 김달진으로 통한다’는 말처럼 ‘김달진’과 ‘달진닷컴’이라는 브랜드는 국내는 물론 해외 미술계에서도 알아주는 브랜드다. 가장 풍성하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프로바이더이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의 대표적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의 큐레이터는 서울에 올 때마다 자료 검증을 위해 김달진을 찾고 있고, 영국·일본 등지에서도 그를 찾아나서는 전문가들이 줄을 잇는다. K아트의 진면목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우리 미술계를 건강하게 하는 데 있어 김달진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브랜드가 됐다. 그는 말한다. “각종 기록이 잘 관리되면 위작도 발 못 붙인다”고. ‘걸어다니는 미술사전’이자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그를 만나 미술의 중요한 영역을 개척한 스토리와 새해 미술계 과제를 들어봤다. Q. 어린 시절부터 우표, 상표, 영화전단지를 가리지 않고 모았고, 여성 잡지에 실린 세계 명화에 매료됐던 고교생이 미술계 입문 50년이 됐다. ‘김달진 없는 미술계’는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숙명인가. 고향이 충북 옥천이고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막내인 나는 셋째 형님의 보살핌 아래 대전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모으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기념우표가 나오면 우체국 창구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 고등학교는 서울서 다녔는데 청계천의 헌 책방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지금이야 세계적인 명화를 직접 볼 기회가 많지만 그 시절에는 인쇄된 도판밖에 없었다. 그 인쇄물을 모아 스크랩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니 운명이 아닐까. Q. 아키비스트(기록관리자), 잡지편집인(기자), 박물관장, 연구자, 유튜버 중 어느 쪽이 실체인가. 다섯 가지 모두가 다 나 자신이다. 한 단계씩 고리처럼 진화했다고 할까. 미술자료 수집이 너무 재미있어 몰두하다가 1978년 월간 ‘전시계’에 입사해 3년을 다녔고 1981년 국립현대미술관 임시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비록 일당 4500원의 ‘일용잡급’이었지만 각종 미술 자료를 수집해 통계를 내고 분석한 뒤 리포트를 만들자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미술관에 재직하던 1995년 ‘바로 보는 한국의 현대미술’이란 책도 냈다. 2001년에는 ‘김달진미술연구소’를 차리며 독립했고, 이듬해 미술정보잡지 ‘서울아트가이드’를 창간했다.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개관해 매년 많은 전시를 기획했다. 한국미술에 관한 특정 주제를 세워 자료에 기반한 미술사적 전시를 꾸민 뒤, 이를 갈무리해 학술도서를 발간한다. 증거물을 제시하고 연표를 만들고 전문가를 통한 설문조사, 관련자료의 목록화로 이어가는 식이다. 2016년부터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예술-대중문화 아카이브’를 강의하고, 유튜버로 미술계 소식도 전하고 있다. Q.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야를 파고들어 교과서에까지 소개됐다. ‘미술프런티어’라 부르고 싶다. 특별히 목표로 한 건 아닌데 필요에 의해 일의 범위가 자꾸 확장된 케이스다. 중고교 시절 스크랩에 빠져 있는 나를 보고 주위 어른들이 “매일 신문쪼가리만 오려대고 있으니 장차 어쩔꼬”라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한 우물을 죽자고 판 결과 직업이 됐고 사명감도 생겼다. 2013년 중학교 도덕교과서(금성출판사 간)에 새로운 직업의 롤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취미를 직업으로 개척했으니 ‘미술프런티어’라 할 수 있겠다. 수많은 자료를 꼼꼼히 정리해 한국현대미술의 사료를 만드는 아키비스트가 종전의 내 직업이었다면, 요즘은 이를 활용한 기획전과 책자를 만들고 ‘라키비움’(라이브러리+아카이브+뮤지엄의 합성어)이라는 전문가를 길러내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제 크리에이터 영역으로 접어든 셈이다. 제7회 ‘홍진기 창조인상’(2016년, 유민문화재단, 중앙일보)도 받았으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자부한다. @img4 Q. 아버지처럼 모신 분이 계셨다는데. 고교 시절 책자와 잡지에 실린 서양 명화들을 선별해 10권짜리 대형 스크랩북을 만들었다. 이름도 거창해 ‘서양미술전집’이었다. 그리곤 유명한 평론가, 미대 교수에게 무작정 편지를 쓰며 조언을 구했다. 그러나 아무도 답장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딱 한 분이 “연구실로 한번 와보라”고 하셨는데 석남 이경성 교수였다. 당시 홍익대박물관 관장이셨던 교수님을 뵙고 보자기로 싸간 서양미술전집 10권을 내밀었다. 이를 보시곤 깜짝 놀라시며 등을 두드려 주셨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되시면서 미술관 입사를 추천해 15년간 일했다. 또 교수님이 만드신 석남미술문화재단의 장학금을 받아 대학, 대학원을 마쳤으니 은인이자 인생의 주춧돌이신 분이다. 일요일마다 가족들과 찾아뵈었는데 이제는 하늘에서 나를 바라보고 계시다. Q. 백남준, 김환기, 천경자 등등 한국 대표작가 350여 명의 신문·잡지 기사와 자료를 빠짐없이 챙겨 D폴더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백남준은 벌써 9권, 김환기와 이중섭, 천경자는 7권이 됐다는데 작가별로, 단체별로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아카이빙을 하는 이유는. 미술 자료를 여러 주제로 찾지만 한 작가를 총체적으로 찾는 일이 가장 많다. 한 작가의 단행본, 도록, 팸플릿, 리플릿, 논문, 신문·잡지 기사, 작품으로 분류해 매월 ‘서울아트가이드’에 한국미술대표작가 아카이브를 연재 중인데 어느덧 67회가 됐다. 누구나 예약만 하면 목록과 함께 원본을 열람할 수 있다. 우리 박물관의 모든 자료는 공익을 위해 공개하고 있다. Q.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 이우환 위작 논란 등 각종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검증과 자료 취합을 위해 박물관을 찾는 이가 많겠다. 누구나 작가의 화집, 팸플릿은 소장하고 있지만 한 작가의 잡지·신문 기사, 사적인 아카이브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아 관리하는 곳은 우리 박물관뿐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내방객이 많다. 미국 LA카운티미술관의 버지니아 문 박사는 2012년부터 네 차례나 내방했다. 2022년에 한국 관련 큰 전시를 준비 중이어서 작년에도 다녀갔다. 영국 런던대학 SOAS의 샬롯 홀릭 교수,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의 구로카와 히로타케 교수, 홍콩대학 재학생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자료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찾아온다. 산 넘고 물 건너서라도. @img5 Q. 미술시장에 가짜 그림이 유통되는 걸 막기 위해서도 자료 축적이 중요하다는데. 위작 검증 시 과학감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프로비넌스’(작품이력)이다. 결정적인 증거물인 아카이브 자료가 채택되는 순간, 진품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력이 애매하면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 Q.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 지금의 종로구 홍지동으로 옮기며 평생 모은 자료 2만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섭섭하지 않았나. 지난 2010~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공간지원사업을 통해 건물의 전세보증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일몰제에 따라 전세금 8억여 원이 회수되는 바람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150평 공간을 사용하다가 86평 공간으로 좁혀서 이사하는 바람에 일부 자료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기증했다. 아쉬웠지만 자료가 잘 활용되고 있다니 보람을 느낀다. Q. 미술 현장을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분석하는 입장에서 한국미술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미술시장은 몇몇 메이저 화랑이 독점하던 구조였는데 최근에는 경매사들이 오프라인 마켓은 물론 온라인 경매까지 장악한 상태다. 메이저 옥션과 화랑들은 매출 확대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공존과 공익에 눈을 돌려야 한다. 지난 2006, 2007년 미술시장이 최고의 호황기였을 때 모 화랑 대표가 “000의 작품을 받아오면 바로 웃돈을 얹어줄 테니 고생 좀 그만하고 돈 좀 챙겨라”고 권유했다. 내 길이 아니라 귓등으로 흘렸지만 지금도 미술품 경매 최고가 뉴스가 매번 언론을 뒤덮는다. 그런데 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닐까. 몇몇 블루칩 그림을 제외하곤 거래가 잘 안 된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시장을 넓게 확산해야 불황이 해소될 것이다. Q. 매일 15종의 일간신문을 정독하고, 방송·통신·잡지 온라인뉴스를 체크하며 뉴스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휴가는 가는가. 우리는 아카이브 기관이기 때문에 아카이브 보존을 위해 15종의 일간지를 구독하고 미술잡지를 정독한다. 언론에 실린 기사 중 주요 기사는 유튜브 브리핑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다. 휴일에도 사무실에 출근하고, 퇴근해도 컴퓨터 앞에 줄창 앉아 있으니 일중독인 셈이다. Q. 박물관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자료를 수집, 분석하려면 넓은 공간과 함께 인건비, 기획전시 및 컬렉션 비용 등 꽤 많은 예산이 필요하겠다. 예산은 어떻게 조달하나. 재정의 대부분을 월간지인 ‘서울아트가이드’의 광고수익으로 조달 중이다. 박물관후원회의 도움도 일부 받고, 사안에 따라 프로젝트도 간혹 수행하지만 이제 거의 한계에 봉착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잡지의 광고수익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자료의 디지털화 작업도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막막하다. 정예화했지만 직원이 12명이라 인건비 부담도 벅찬 현실이다. Q. 그동안 정부와 일부 후원자들이 박물관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박물관과 연구소가 문을 닫지 않고 계속되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듯하다. 공공을 위해 운영되는 자료박물관과 연구소를 언제까지 개인이 버티며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진정한 문화선진국이라면 미술의 토대, 즉 펀더멘털에 해당되는 아카이브와 사료들이 공공의 영역에서 체계 있게 수집되고 관리돼야 할 것이다. 기초가 단단히 다져져야 미술시장도 클 것이고, 미술 한류도 뻗어가지 않겠는가. @img6 Q. 유튜버로도 활동 중이다. 어떤 걸 다루나. 매달 ‘서울아트가이드’를 발행하고 daljinmuseum.com, artarchives.kr, 달진닷컴 등 3개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SNS의 중요성을 실감해 왔다. 연구소 트위터는 4만1288명, 개인 페이스북은 5289명의 팔로워가 있다. 유튜브는 2018년 10월 시작했는데 현재 구독자 1060명에 830건의 콘텐츠가 올라가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전문 분야라 구독자가 적지만 꾸준히 정보를 축적하면 훗날 하나의 영상아카이브로 제 역할을 할 거라 믿는다. 미술계 소식이 궁금하면 유튜브 검색창에서 ‘김달진’을 눌러 달라. 어디서도 찾지 못한 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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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호

지갑이 가벼우면 마음이 무겁다고?..."디지털지갑 시대 열린다"

신분증·자격증·영수증·문서, 디지털지갑 안으로 ‘쏘~옥’ 효용성·안전성 높아 실물 지갑 완전 대체 전망도 |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 “지갑이 가벼우면 마음이 무겁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이다. 그런데 이제 디지털 지갑의 등장으로 이런 명언도 잊히는 건 아닐까. 지갑 부피가 줄어든 건 20여 년 전쯤. 신용카드 사용이 확산되면서다. 몇 해 전 ‘OO페이’가 줄줄이 나오면서 지갑 속 신용카드마저 자취를 감추는 추세다. 디지털 지갑은 최근 등장했다. 지갑 속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학생증, 영수증, 자격증 등이 모두 사라질 판이다. 지갑에 넣을 게 없어졌으니 지갑을 들고 다닐 이유가 사라지게 됐다. 이대로 수십 년쯤 뒤 가죽지갑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이 되는 건 아닐까. 작년 하반기부터 출시 당장 올해부터 디지털 지갑은 우리의 일상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여러 IT기업이 디지털 지갑을 출시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인증서, 신분증, 자격증, 증명서, 간편결제정보 등을 담을 수 있는 카카오톡 지갑을 출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가에서 발행한 자격증을 비롯해 장애인복지카드, 국가유공자증 등 지갑 속에 넣어두어야 했던 각종 증명서를 카톡 지갑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네이버 역시 지갑이란 표현을 바로 쓰진 않았지만 카카오와 유사한 디지털 지갑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한성숙 대표는 “디지털 인증 서비스를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2021년에는 유저들이 인터넷에서 잘 쓰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부 주도의 전자문서지갑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NHN은 지난해 10월 ‘페이코(PAYCO)’ 앱으로 각종 공공·행정 증명서를 열람·보관·제출할 수 있는 전자문서지갑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상 문서는 주민등록등·초본, 건강보험자격확인서, 운전경력증명서 등 13종이며, 향후 100여 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9월 모바일뱅킹 앱 ‘쏠(SOL)’에서 전자문서지갑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 디지털 지갑 서비스는 행정안전부의 ‘정부24’와 연계돼 있다. 일상으로의 습격 이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디지털 지갑 속 신분증은 큰 거부감 없이 관공서, 약국 등에서 사용되는 등 우리 일상에 빠르게 침투 중이다. 서민교 한화 방산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전자문서지갑을 활성화하면 바로 모바일 신분증을 사용할 수 있다”며 “공항에서도 실물 신분증을 대신해 모바일 신분증을 제시할 수 있다. 공공마스크를 약국에서 구매할 때도 사용 가능하다. 또 주민등록등·초본 등 기타 증명서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공공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지갑은 단순히 실물 신분증과 증명서를 대신하는 것을 넘어 실생활 모습도 완전히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 측은 “연세대와 함께 모바일 학생증을 준비 중”이라며 “이 학생증으로 연세대 학생들이 도서관 출입이나 강의 출석 체크도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전성·효용성 높아...실물 지갑 대체할 듯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스마트폰 속 디지털 지갑 효용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권태경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1년 ‘모바일 ID를 저장해 관리 및 이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사용자 인증 동향’ 제하의 논문을 통해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지갑은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면서 “반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지갑은 휴대가 가능해 저장할 수 있는 정보 종류도 다양하다”고 기술했다. 그는 “신용카드, 멤버십카드, 은행 보안카드, 통장 정보, 보험, 신분증, 운전면허, 여권, 명함 등의 정보를 저장해 여러 장의 카드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안전성 면에서도 뛰어나다고 봤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오프라인 신분증은 잃어버리기 쉽지만 디지털라이징하면 훨씬 안전하다”며 “카톡은 개인화돼 있고, 모두 내 것이라고 인식하는 휴대폰에 톡이 연동돼 있으며, 카톡 보안 레벨도 굉장히 높다. 그 안에 지갑이 들어가며 사용성, 보안성을 모두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천적으로 해킹도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인증서는 자신의 폰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비밀번호·아이디 해킹으로는 뚫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효용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지갑은 실물 지갑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 공동대표는 “모바일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신원을 저장하고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 일상은 더 편리해지고, 나중엔 실물 지갑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NHN 관계자는 “전자문서지갑 서비스가 금융기관 대출 신청 시 증빙문서 제출, 입사 지원 시 재학증명서·졸업증명서·학위증명서 제출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페이코 앱 하나로 모든 종류의 전자문서를 일괄적으로 수집, 납부, 제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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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호

집콕에 늘어나는 '목디스크 탈출증’ 어떻게 막을까

코로나19 장기화로 목디스크 환자 증가 스마트폰 사용량 급증에 목건강 ‘적신호’ “수시로 가슴 펴고 고개 뒤로 젖혀야” | 김범석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 직장인 최 씨(29)는 평일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한다. 주말이면 누운 채 스마트폰을 들고 동영상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목덜미가 뻐근하고 어깨가 뭉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근육뭉침 증상이라 여겨 손으로 주무르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통증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심지어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찌릿찌릿 저려 왔다. 그제서야 병원을 찾은 최 씨. 결국 ‘목디스크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요즘 급격한 기온 저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야외 활동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집콕족’이 부쩍 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스마트폰 사용량이 급증하고, 목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모바일 게임 등을 할 때 잘못된 자세를 오랜 시간 지속하면서 ‘목디스크 탈출증’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볼 때에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앞으로 기울어진다. 이때 뒷목 근육은 목을 지탱하기 위해 더욱 강하게 수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중립 자세에서 목 디스크는 5kg가량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데, 고개를 앞으로 15도 숙일 때마다 5kg가량의 하중이 목 디스크에 더 가해진다. 고개를 30도 숙이면 15kg, 60도 숙이면 25kg가량의 부담이 목 디스크에 가해지는 셈이다. 60도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면 20kg짜리 쌀 한 포대를 목에 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일자목증후군은 목디스크의 초기 증상으로 옆에서 보았을 때 C자 형태의 힐링 커브인 ‘경추 전만’ 곡선이 무너지고 목뼈가 일자로 정렬된 비정상적 상태를 의미한다. 마치 거북이의 목과 유사해 ‘거북목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이러한 일자목(거북목)증후군을 장기간 방치하면 목디스크에 과도한 부담을 줘 디스크 탈출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겨울철 한파로 온몸을 움츠리게 되는 요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목 건강이 더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목 건강을 위해선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다녀야 한다. 목 건강을 지킬 세 가지 수칙 목 건강을 지키는 데는 세 가지 비결이 있다. 첫 번째는 ‘반듯한 자세 유지’다.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을 가급적 피하고, 거만해 보일지라도 가슴을 쫙 펴고 턱을 살짝 치켜든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때 중요 포인트는 목 뒤 근육에 힘이 가급적 적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턱을 당기는 것이 목 건강에 좋다고 오해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경추 전만 곡선을 해치고 목 디스크에 부담을 주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두 번째는 ‘목에 좋은 신전운동’이다. 가슴을 쫙 펴고 양팔을 벌려 날개뼈를 뒤로 모은 상태에서, 고개를 가볍게 뒤로 젖혀주는 동작을 5~10초간 유지한다. 목 신전운동은 자주 할수록 좋다. 15분에 한 번씩 할 것을 추천한다. 이때 뒷목의 힘을 빼고, 어깨가 과도하게 위로 들리지 않도록 유의한다. 뒷목과 어깨에 뻐근한 느낌이 드는 정도는 괜찮으나, 통증이 유발되거나 상지가 저린 느낌이 있다면 운동을 중지해야 한다. 세 번째는 ‘올바른 수면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천장을 똑바로 보고 누운 상태에서 목 밑에 수건을 돌돌 말거나 얇은 베개를 목 밑에 덧대어 고개를 젖힌 자세로 잠을 자는 것이 좋다. 베개는 푹신한 것이 좋으며, 돌베개 등 딱딱한 재질은 피하도록 한다. 무엇보다도 고개를 가급적 덜 숙이고 자주 뒤로 젖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려운 때이지만 더욱 가슴을 쫙 펴고 고개를 들어야 한다. 만약 견디기 어려운 통증이나 팔이 저린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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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겨울철 안전한 골프를 위한 요령

김헌 유나이티드병원 신경외과 원장 | 정태완 유나이티드병원 정형외과 원장 | 김호 유나이티드병원 정형외과 원장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스포츠계도 비상입니다. 시즌을 늦게 시작한 골프투어도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골프는 이제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움직임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에 뉴스핌은 스포츠 재활 및 척추관절 특성화 병원인 ‘하남 유나이티드’ 전문의들과 함께 ‘골프 클리닉’을 연재합니다. 유나이티드 병원은 ‘2002년 월드컵 주치의’ 김현철 박사가 맡고 있는 곳입니다. ‘골프 클리닉’은 유명 선수들과 일반인들의 치료 및 시술 경험을 토대로 알찬 내용을 전달하겠습니다. 겨울철 골프 라운딩을 나갔다가 오전 첫 홀부터 욕심을 부리다 18홀 내내 삐끗했던 경험은 골프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중년 이후의 골퍼라면 겨울철 골프로 인한 부상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낮은 기온은 혈관을 수축시켜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하며, 평소보다 상하체의 근육과 인대를 굳게 만든다. 추위로 근육이 긴장된 상태에서 지면이 채 녹기 전인 오전 첫 홀부터 욕심을 내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저조한 스코어는 물론이고 라운딩 내내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본래 추운 겨울에는 골프를 권장하지는 않지만, 겨울 골프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 때문에 라운딩을 한다면 미리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겨울철 안전한 골프를 위한 요령을 유나이티드병원의 각 부위별 담당 원장들이 소개한다. 허리 조사에 따르면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40% 정도가 겨울에 발생하며, 그중 가장 많은 사고는 미끄러져 발생하는 인대 손상이나 골절이다. 특히 골다공증 등으로 뼈가 약해져 있고 기동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의 경우 빙판에서 균형을 잃고 삐끗하거나 넘어지면 척추 주변 코어근육 손상이나 심하면 척추 압박골절로 장기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추운 겨울철에는 추위에 물이 얼어붙는 것처럼 우리 몸의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기 때문에 작은 외상에도 큰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특히 보온과 스트레칭에 집중해야 한다. 라운딩 시 활동성을 좋게 하기 위해 상의는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고, 하의는 안감이 기모이거나 투습성이 적어 습기와 바람을 막아주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라운딩 전과 라운딩 중에 수시로 따뜻한 물을 마시고 자주 스트레칭을 해 몸이 굳는 것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이동 시 미끄럼 사고가 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골퍼들은 대부분 티박스는 평평하므로 골프장 중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티박스로 올라가거나 내려올 때 경사진 곳은 위험하다. 미끄럼 방지 장치를 해놓은 골프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상당히 미끄러울 수 있다. 특히 티샷 후 카트 도로로 내려올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샷에 대한 생각에 정작 계단을 내려올 때는 정신을 놓아버리기 때문이다. 자칫 미끄러지면 몸이 붕 떠서 허리로 떨어지기 때문에 척추 골절 등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겨울철 야외활동은 칼로리 소모도 크기 때문에 라운딩 후에는 휴식과 따뜻한 찜질, 충분한 음식 섭취도 꼭 필요하다. 팔꿈치·손목·어깨 겨울에는 아마추어 골퍼와 낮은 핸디캡의 골퍼 모두 팔꿈치 손상에 노출되기 쉽다. 부상은 대부분 과사용에 의한 것인데, 일부 골퍼는 겨울만 되면 클럽을 평소보다 필요 이상 꽉 쥐는 경향이 있어 부상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겨울철 팔꿈치 부상은 주로 골프공이 채에 두껍게 맞을 때, 즉 뒤땅을 칠 때와 얼어 있는 벙커나 러프에서 고탄도의 웨지 샷을 시도할 때 잘 발생한다. 팔꿈치 바깥쪽 통증(테니스 엘보)은 주로 앞서가는 팔(대개의 골퍼에서 좌측)에 흔하며, 안쪽의 통증(골퍼 엘보)은 주로 따라가는 팔(우측)에 흔하게 발생한다. 평소보다 높은 저항이 뒤땅을 치는 순간 팔꿈치에 전해지며, 급격한 클럽 헤드의 감속 및 골프채를 통해 전해지는 충격이 양측 팔꿈치, 그중에서도 오른쪽 팔꿈치 안쪽에 부상을 초래하기 쉽다. 만일 라운딩 중 뒤땅을 쳤다면, 손가락으로 비비듯이 팔꿈치 주변 근육을 운동 전후에 마사지(Cross-friction massage)하는 응급 처방이 팔꿈치 부상과 통증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골프 스윙 중 양 손목은 적절한 골프 스윙 아크를 만들기 위해 일상생활보다 넓은 운동 범위를 갖게 되는데, 겨울철 손목 부상은 아마추어나 프로 선수 모두 스윙을 리드하는 왼쪽 손목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난다. 또한 겨울에는 낮은 기온으로 인해 손아귀의 감각이 무뎌져 장갑을 낀 상태에선 적절한 그립 힘이 가해지는지 도무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그립을 평소보다 꽉 쥐는 일이 잦아지며 임팩트와 릴리즈 시 손목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역시 증가하게 된다. 샷 전후로 손의 보온에 신경 쓰고, 평소보다 그립력이 강한 겨울용 장갑을 준비하거나 그립 잡는 힘이 약한 여성의 경우 양손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왼쪽 손목 척측(새끼손가락 쪽)의 힘줄염으로 인한 통증은 골프채가 지면과 평행을 이루는 백스윙의 최고점에서 과도하게 왼쪽 손목이 요측(엄지손가락 쪽)으로 구부러질 때 주로 경험하게 된다. 좌측 손목은 임팩트 이후 폴로스루 때 갑자기 릴리즈 되면서 무릎의 반월상 연골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손목 척측의 삼각섬유연골 복합체가 부상을 당하기 쉽다. 증세가 악화하면 왼쪽 손목으로 체중을 짚으며 일어나기가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게 된다. 만일 라운딩 중 손목에 부상을 당했다고 생각되면 마사지와 테이핑 요법 및 단기간의 보조기 착용을 권장한다. 부종이 감소했음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휴식과 물리치료, 주사치료를 통해 통증을 줄이고 더 심한 부상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물론 평소에도 손목, 팔꿈치, 어깨를 포함한 상체 근육의 스트레칭과 근력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야 운동 중 부상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무릎 겨울은 무릎관절염 환자에게는 수난의 계절이다. 서론에서 다룬 것처럼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도 적응을 위한 변화가 나타난다. 경직된 몸은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며, 이로 인해 낙상의 위험도 커지게 된다. 골프가 겉보기에는 부상의 위험이 적은 운동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무릎에 많은 부담을 주는 운동 중 하나다. 때문에 몸이 상대적으로 경직된 상태에서 공을 치게 되는 겨울에는 더욱 주의를 요한다. 평소에 근력강화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력을 키워놓아야 한다. 필드에 나가기 전에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여 몸을 충분히 풀어야 하고, 핫팩 등을 이용해 보온에도 신경 써야 한다. 추위에 웅크려 있지 말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스트레칭 등으로 몸이 굳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걸어서 움직이는 것이 체온 유지 등에 도움이 되나, 미끄러운 상태이니 평지가 아닌 곳을 일부러 걸을 필요는 없다. 산으로 날아간 공은 기쁜 마음으로 신령님께 봉양했다 생각하고 포기하도록 하자. 발목 겨울에는 지면이 얼어 있기 때문에 겨울용 부츠 골프화 착용이 필수다. 골프장 바닥 상태가 매우 다양하므로 스파이크 신발 등은 큰 의미가 없다. ‘Heel cord stretching exercise’를 운동 전후 그늘집 등에서도 자주 하여 경직된 근육을 풀고, 바닥이 딱딱하므로 족저근막염 예방을 위해 깔창을 각자 발바닥 상태에 맞춰 신는 것이 좋다. 과거에 발목을 접질린 적이 있는 경우 추워진 날씨에 시큰거림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심한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관절 내에 조직재생주사를 맞아두는 것도 관절 손상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몸 보온에도 신경 써야 한다. 넥워머와 같이 레그워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즐거운 겨울 골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추운 겨울에 야외 골프는 안전하지 않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겨울 동안에는 라운딩 욕심을 버리고 실내 골프장을 찾아 스크린 골프를 통해 ‘동계훈련’을 하는 것은 어떨까. 겨울철 골프로 인한 부상을 예방하고 다가오는 봄에 동반자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겨울엔 자연도 쉬면서 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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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상속세, 예술품으로 내는 ‘물납제’ 도입 움직임 활발

국회 및 문체부 제정 주도, 일각에선 세수 축소 우려 물납 대상 범위와 가치 엄정하게 평가할 기구 필요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인 마레지구에는 국립피카소미술관, 즉 ‘뮤제피카소(Musee Picasso)’가 있다. 파리를 대표하는 문화사적지역인 마레지구에서도 피카소미술관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가장 활기를 띠는 곳이다. 서양 모더니즘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알짜배기 회화와 조각을 소장한 뮤지엄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한국의 미술관은 단 한 점도 보유하지 못한 피카소의 오리지널 작품을 1000여 점(자료 포함 20만점)이나 소장하게 된 것은 프랑스 정부의 ‘물납제’ 때문이다. 물납제도란 상속세, 증여세 등을 현금이 아닌 법이 규정한 자산으로 납부하는 것을 가리킨다. 유럽 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제도가 시행돼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양질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 말라가 출신인 피카소는 20대 초반 파리로 이주해 일평생 프랑스에서 작업했다. 1973년 그가 타계하자 유족들은 상속세 대신 그림과 조각을 국가에 기증했다. 대물변제 방식으로 거장이 안 팔고 간직해온 대표작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마레지구의 17세기 저택을 개조해 1985년 국립피카소미술관을 개관했다. 전 세계적으로 피카소미술관은 작가의 고향인 말라가를 비롯해 바르셀로나, 앙티브(프랑스), 루체른(스위스) 등 여러 곳에 있으나 작품의 질과 규모에서 파리에 견줄 만한 곳은 없다. 만약 당시 프랑스 정부가 세수 감소를 우려해 현금을 고집했다면 상속인들이 보유했던 피카소 유화와 조각, 도자기와 드로잉은 경매를 통해 각국으로 흩어졌을 것이고, 오늘날의 국립피카소미술관 또한 없었을 것이다 피카소미술관, 물납제로 보물을 품다 파리의 뮤제피카소가 보유한 피카소의 회화는 시기별 대표작들로, 오늘날의 경매낙찰가에 대입해 보면 유화만 따져도 수조원이 훌쩍 넘는다. 피카소의 인물초상은 대표작의 경우 수백억~수천억원을 호가한다. 결국 조각과 도자기, 드로잉까지 합치면 수십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40여 년 새 피카소의 작품값은 수백 배 올랐는데 프랑스 정부는 물납제도를 통해 인류의 예술적 보물을 간직하게 된 셈이다. 이 같은 물납제는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시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 주최로 지난 12월 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유럽의 주요 국가와 일본에서는 상속세 대신 문화재·미술품으로 물납할 수 있도록 해 국가가 별도비용 없이 중요한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제도로 중요 문화재·미술품의 해외 반출을 막을 수 있고, 미술품을 보관 중인 건축물과 토지, 가구와 자료까지 포괄적으로 기증받을 수 있어 일반 대중의 문화향수 기회가 증대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조세제도로 완성하는 보편적 문화복지국가’라는 제목으로 발제에 나선 정준모 씨는 “가치 있는 문화재·미술품의 경우 큰 폭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부 확대가 가능해진다. 물납제로 당장의 세수는 줄어들지만 사회에 환원돼 얻게 되는 이득이 훨씬 더 크다”고 했다. 또 소극적인 생계형 복지에서 선진형 문화복지로 진입하기 위해서도 문화재와 미술품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함께 나누고 활용하는 개념이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자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은 물납제도의 시행은 물론이고, 국가 상황에 맞게 각종 조세특례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를테면 영국은 상속세, 대물변제 외에도 약정매매, 기부보조금제도, 문화기증제도를 제정했다. 이 중 ‘기부보조금제도(Gift Aid)’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일반이 현금을 기부할 경우 시행되는 조세감면제도로, 소득공제 시 25%의 세금을 환급받게 된다. 기부금을 받은 단체들은 국세청에 추가 지원(Gift Aid Payment)을 청구해 금액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영국은 ‘문화기증제도’도 시행하고 있는데 작가가 소득세, 양도세를 작품으로 낼 수 있게 했다. 일례로 영국의 스타 작가 데미안 허스트는 자신의 대형 조각 ‘비참한 전쟁’을 정부에 기증해 소득세를 감면받았다. 정부는 허스트의 조각을 국립미술관에 전달해 많은 대중과 만나게 하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리옹박물관도 많은 문화재와 미술품을 상속세 물납제로 소장하게 된 케이스다. 또한 ‘기부의 왕국’인 미국은 공식적인 물납제는 없으나 민간의 기증과 기부를 적극 독려하고 세금혜택을 줌으로써 실질적으론 물납이나 다름없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즉 문화재·미술품을 상속인이 기증할 경우 미술품의 공정시장가격(FMV)을 총상속액(Gross Estate)에서 공제해 주는 방식이다. @img4 멘트모어, 물납 거절해 땅을 친 케이스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유럽의 금융가문 로스차일드의 별장이었다가 로즈베리 백작가가 소유했던 멘트모어(Mentmore) 타워가 그 예다. 6대 로즈베리 백작이 1973년 타계하자 상속인은 200만파운드의 상속세를 저택과 함께 그림, 조각, 가구, 금은 장식품을 기부함으로써 대신하고자 했다. 마침 빅토리아&알버트(V&A)뮤지엄의 관장도 “멘트모어는 영국 최고의 장식미술관이 될 모든 요건을 갖췄다. 마땅히 국가가 소유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시민단체도 거들었다. 하지만 노동당 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거절했고, 3년간의 지루한 공방 끝에 결국 경매로 넘겨졌다. 소더비는 1주일 동안 ‘멘트모어 경매’를 진행해 600만파운드가 넘는 낙찰액을 창출했다. 영국이 자랑하는 유명 화가인 게인즈버러 등의 그림과 진귀한 공예품이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영국 정부가 물납을 받았더라면 오늘날 멘트모어는 베르사유에 필적하는 문화 명소가 됐을 것이고, 그 가치는 수억파운드를 상회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물납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한해 인정하고 있다. 상장, 비상장 주식도 가능하긴 하나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결국 현금화가 가능한 재화만 물납으로 받아주는 셈이다. 또한 물납이 가능한 세목도 근래 들어 계속 축소돼 왔다. 상속세와 재산세만 물납 신청이 가능하고, 2000만원 이상일 때만 적용된다. 게다가 금융자산 가액이 부족한 경우에만 물납을 받아주기 때문에 적용 범위는 대단히 협소하다. 국내에서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의 필요성은 10여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물납제 적용을 위한 기본 토대가 조성되지 않았고,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하는 이들과 형평성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계속 무위로 그쳤다. 하지만 올 들어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물인 금동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았다는 소식에 문화계 안팎에서 물납제 도입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구나 15억원대의 불상 두 점이 맥없이 유찰되자 “일제 치하에서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전력투구한 간송 전형필의 유지가 이렇게 사그라들어서야 되겠느냐”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유찰된 불상 2점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구매하며 마무리됐으나, 간송의 유물 몇 점이 추가로 더 나올 것이란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0년 10월 물납제 도입을 위해 관련 정책과 법령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법정책보고서를 내놓았고,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 ‘서화·골동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미술품’을 상속·증여세 물납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제도 도입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img5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기관 전제돼야 현재 국가지정문화재는 상속 시 상속세가 면제된다. 하지만 가업 및 문화사업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재정난이 가중되는 것은 모든 박물관·미술관이 처한 고충이다. 윤열수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은 “간송 사례를 전화위복 삼아 우리 문화재를 계속 보존하고, 많은 이들이 폭넓게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물납 대상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기준 없이 아무 미술품이나 받을 순 없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향유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급의 서화·골동에서부터 근대 작품까지로 국한할 것인지, 현대 작가의 미술품도 포함시킬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현대 시각예술의 경우 회화·조각·사진·설치·영상·개념미술 등 워낙 장르가 다양하고, 새로운 분야가 날로 창출되고 있어 어디까지 대상으로 정할 건지 규정 짓기가 간단치 않다. 아울러 물납제도 시행의 목표를 어디로 둘 것인가도 논의돼야 한다. 시대를 초월해 높은 가치를 지닐 훌륭한 문화유산을 널리 확보하고, 국공립박물관과 미술관의 컬렉션을 강화할 예술품을 기부받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우수 예술품으로 국한시킬 필요가 있다. 반면에 물납제를 상속세, 증여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활로를 터주기 위해 제정한다면 그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꼭 문화재와 미술품만으로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의 경우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의 편지와 작사노트까지 세금 대신 받고 있는 만큼 대중문화 유산도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img6 토론회에 참가한 영은미술관 박선주 관장은 “미래 문화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대미술품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구를 통해 물납 대상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별해야겠지만 현대미술품은 미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토론회에서 물납제의 작품평가와 재무 부문에 관해 발제한 김소영 회계사는 “물납 대상 미술품의 범위와 가치평가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생존작가 작품의 허용 여부와 상속세 납세를 유족으로 한정할지, 일반 소장가까지 포함할지를 정해야 한다. 일반 소장가를 포함한다면 보유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술품 가치의 과대평가 가능성이 있고, 물납 후 사후관리 비용도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만큼 수납가액을 80~90%로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준모 큐레이터는 “국내에도 양질의 예술품을 다량 수집한 수장가들이 많은데 작품 보존과 보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 예술품을 박물관·미술관에 기탁하게 해 일반에 공개하고, 소장자 사망 시 예술품에 대한 상속세를 면제하는 제도를 검토했으면 한다”며 “물납제 시행에 앞서 전제조건과 우려점을 충분히 살펴야 하지만 잠자고 있는 예술품을 공공의 것으로 끌어내는 제도로 크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속세 납부 시 작품값 산정을 위해 2인 이상 감정인의 감정가 평균액, 또는 국세청장이 위촉한 3인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감정평가심의회’에서 감정한 액수를 택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문화부는 물납제 시행을 위해 새해에는 전제조건과 규정을 보완하고, 기획재정부 및 국세청과의 사전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물납제가 시행되면 한국의 국공립 박물관·미술관들은 양질의 소장품을 보다 다채롭게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철저하면서도 균형 있는 정책과 제도의 수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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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취업문턱? 인공지능을 넘어라” AI면접 이어 AI시험감독관 등장

지원자 뇌기능, 행동패턴, 의사결정, 성격유형, 선호도 평가 高성과자 데이터에 근접한 지원자 찾아내기가 ‘핵심’ |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매년 기업 채용담당자들이 인재채용 고충을 토로하며 되뇌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 ‘~라떼는 말이야’처럼 추억회상용 문구가 될 것 같다. 면접관 대신 AI가 채용면접을 맡아 지원자의 뇌기능, 행동패턴, 의사결정, 성격유형, 선호도 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AI는 지원자의 표정 변화로부터 기쁨·슬픔·분노 등 주요 감정을 분석하고, 음성에서 목소리 톤·속도·음색을 추출해 지원자의 호감도, 매력도, 감정전달 능력, 의사표현 능력도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 면접 소프트웨어 개발사 마이다스인에 따르면 신한은행,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한양대학교병원, 한국수력원자력, 경동나비엔, 미래에셋생명 등 100개 이상 기업이 AI 면접을 도입했다. 잡코리아는 AI 면접 모의고사와 전문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엔 AI 시험감독관까지 등장, 기업공채 시장에서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NHN은 온라인 시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각종 부정행위를 실시간 탐지하고자 머신러닝 기술을 집약한 AI 시험감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AI 시험감독관은 원격카메라로 응시자들의 표정, 동작, 음성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부정행위나 이상 움직임 등이 감지되면 의심 구간을 자동으로 수집해 로그를 기록한다. 해당 온라인 필기시험엔 총 1000여 명이 응시했다. 이제 인공지능을 넘어서지 않으면 취업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AI면접 확산 이유?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기업들이 대면 면접보다 AI 면접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원자의 미래 성과 예측이 가능해서다. 곽지희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8월 국방논단에서 “AI 면접 결과는 한마디로 지원자와 고성과자 간 유사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면접 응시데이터와 성과데이터를 수집하고 직군별 고성과자의 핵심 요인을 분석해 성과예측모형을 도출한다”면서 “이를 통해 실제 지원자와 고성과자 반응 패턴을 분석, 지원자의 성과역량과 직무적합도를 판단한다”고 전했다. 또 “기업에선 AI 면접을 위해 고성과자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킨다”고 덧붙였다. AI 면접 솔루션을 개발한 마이다스인은 “AI 면접 소프트웨어는 6800여 명 재직자의 성과데이터와 AI 역량검사 응시데이터를 학습해 82.1% 정확도로 지원자 미래 성과를 예측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입사 시점 면접평가 결과와 입사 후 성과데이터를 비교해 검증한 구조화 면접 정확도는 45.6%에 그쳤다. AI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가 입사 후에도 좋은 성과를 낼 확률이 대면 면접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AI 면접이 빠르게 확산되는 또 다른 이유는 기업 인재상이 대동소이해서다. 곽 연구원은 “기업이 추구하는 것은 이윤 창출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가 중요하다”면서 “어떤 사람이 성과를 잘 내는가를 보고 이런 사람의 특성을 파악해 선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고득점? 답변 내용보다 표정·목소리 중요 AI 면접 시 고득점 비결은 대면 면접과는 어떻게 다를까. 답변 내용보다는 표정·목소리 등에 신경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마이다스인 측은 “AI 면접 소프트웨어는 자연어 처리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답변 내용은 분석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지원자 표정과 목소리를 통한 역량을 본다”고 했다. AI 면접 소프트웨어는 카메라를 통해 답변하는 지원자 목소리 톤, 크기, 음색, 속도 등을 분석해 말투와 어조, 감정, 면접 신뢰도를 알아낸다. 다시 말해 우물쭈물 말하거나, 어두운 표정으로 답하면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또 두 명 이상의 목소리가 들어가면 부정행위로 간주해 신뢰도 점수가 떨어진다. PC방에서 AI 면접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정장과 캐주얼, 민낯과 풀메이크업 등의 차이는 면접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AI 면접 소프트웨어는 7억개 얼굴이미지 데이터, 1000만개 음성 데이터 그리고 음성 주인 성향 데이터를 학습했다. 고령 남성 지원자가 AI 면접의 대표적 고득점자 유형으로 확인됐다.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소속 전치홍 씨는 2020년 8월 열린 ‘제74차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AI 역량검사를 통한 고성과자 예측’ 주제의 발표를 통해 고연령 남성이 고성과자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전 씨는 “분석 결과, 기본적으로 나이가 많거나 남성일수록 고성과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았다”며 “비대면 채용 과정에서 고득점자는 열정 및 대인인식 부문에서 점수가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마이다스인의 비대면 채용 솔루션을 사용한 10개 기업 재직자 2052명의 응시 결과와 실제 성과 평가 결과를 비교해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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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내 손안에 ‘AI비서’ 카카오 미니링크 사용기

주행 중 카톡 송수신, 전화걸기 등 기능 매력적 음성호출기능 부재, 스마트폰 연동 필수 등 단점도 | 정윤영 기자 yoonge93@newspim.com 인공지능(AI)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AI비서’가 내 손안에 대기하는 시대가 됐다. 버튼을 누르고 명령어만 제시하면 택시 호출부터 정보 검색, 오디오북, 음식 주문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주는 카카오 미니링크. 이를 사용해본 결과, 사용성은 꽤 좋았지만 모호하다는 느낌 또한 떨칠 수 없었다. 이유는 뭘까.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0년 9월 ‘AI 미니링크’를 출시했다. 이 기기는 한손에 쏙 들어오는 콤팩트한 사이즈,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페어링을 하면 실내외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반면 음성호출 기능이 없고 이용 시 스마트폰과의 블루투스 연동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단점이다. ‘스마트폰이 있는데 굳이 디바이스를 사야 하나’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우선 미니링크의 셋업 과정을 보자. 기기를 사용하려면 스마트폰 내 ‘헤이카카오’ 앱 설치가 필수다. 헤이카카오 앱을 실행한 뒤 좌측 상단 ‘내 기기’ 에서 디바이스를 연결하면 미니링크 사용 준비가 끝난다. 디바이스 우측 맨 위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원이 켜진다. 미니링크는 택시 호출, 날씨 확인, 전화 연결, 음악 재생, 카톡 송수신, 뉴스, 라디오, 번역, 오디오북, 팟캐스트, 일정 메모, 배달 주문, 운세 등 약 30가지 음성명령을 지원한다. 이 디바이스의 특장점으로는 카톡 송수신 기능이다. 디바이스 우측 카카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카톡에서 읽지 않은 메시지를 차례로 읊어준다. 이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음성으로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이런 경로로 메시지를 전송할 경우 헤이카카오앱 로고와 함께 보내진다. 이 기능은 운전하면서 메시지를 읽지 못하는 경우, 혹은 주행 중 답장을 해야 할 때 사용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화걸기와 택시호출 기능도 지원된다. 주행 중 스마트폰을 실행하기 어렵거나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 중일 때 사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강남역으로가는 택시 불러줘”라고 명령하면 실시간 배차도 가능하다. 미취학 아동이 가장 관심 가질 만한 기능으로는 ‘인터랙티브 동화’와 오디오북을 추천할 만하다. 인터랙티브 동화는 자녀 정보를 입력하면 100여 개 동화에 자녀의 이름을 넣어 동화를 들려주는 기능이다. 예컨대 디바이스 중앙 버튼을 누른 후 “‘미녀와 야수’ 동화 틀어줘”라고 하면 “‘윤영’이는 혹시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저 사람은 멋지고 예쁘니까 분명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 있니? 오늘 ‘윤영’이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바로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란다”라며 동화를 시작한다. 다만 단조로운 성우 목소리 때문인지 아이들이 집중해서 들을까란 생각도 문득 들었다. @img4 이용자는 디바이스를 이용해 끝말잇기, 스무고개, 구구단 등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이 디바이스와 세 차례 끝말잇기를 도전해 봤지만 전패했으니 만만하게 보면 안 될 상대인 점을 주의하자. 이 밖에도 19개 언어를 번역하는 기능, 날씨 알람 기능, 타이머 기능, 검색 기능을 버튼 하나로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다. 300mAh 배터리로도 완충 시 닷새 이상 쓸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장점이 많은 만큼 아쉬운 점도 있다. 수많은 기능을 지원하는데도 불구하고 미니링크를 ‘굳이 사야 하나’라는 질문은 떨칠 수 없다. 우선 디바이스를 스마트폰 없이 단독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과, 모든 업무 수행 전 디바이스 중앙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점이 꽤나 번거롭다. 음성호출 기능이 없고, 디바이스가 정상 작동하려면 스마트폰 블루투스 연결 반경 내에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제품의 소구점이 가장 크게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음악재생 기능은 멜론 이용자만 사용이 가능한다는 점도 아쉽다. 미니링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무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점이 이 기기의 매력도를 가장 크게 떨어뜨린다. 카카오 미니링크는 단품 3만2300원, 캐릭터 케이스 패키지는 4만13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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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누구나 한 번쯤 찾아오는 ‘손 떨림’ 그의 경고는?

수전증, 뇌병변·내과질환 등 원인 다양 전문의 진단·치료로 조기에 증상 조절해야 | 김진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신체 일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떨림은 우리 몸의 가장 흔한 이상운동 증상이다. 보통 떨림은 손에 나타난다. 손이 떨리는 모든 증상은 수전증(手顫症)으로 불리는데, 다른 부위에 비해 손의 떨림이 관심을 받는 것은 손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수전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증상의 발생 원인, 형태나 양상 등은 모두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수전증을 크게 손을 들거나 물건을 잡으려 움직일 때 나타나는 ‘운동 시 떨림’, 가만히 손을 내려놓고 쉬고 있을 때 떨리는 ‘안정 시 떨림’, 물체를 잡기 직전에 손이 크게 떨리는 ‘말단성 떨림’으로 구분한다. 약물로 조절 안 되면 뇌심부자극술 시행 운동 시 손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대부분 ‘본태성 떨림’일 가능성이 높다. 본태성 떨림은 주로 컵을 들거나,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을 하는 등 손을 움직이거나 자세를 취할 때 생기는 떨림이다. 아직까지 본태성 떨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의 약 50%가 가족력을 갖고 있어 유전적 영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경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치료가 필요치 않은 양성 질환에 그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정도라면 떨림의 정도를 줄이기 위한 대증적 치료가 필요하다. 대증적 치료에는 주로 약물치료가 진행되는데 교감신경에 대한 베타차단제가 주로 사용된다. 항경련제, 향정신성 약물 등도 처방받는다. 약물요법을 받아도 떨림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뇌의 시상핵 또는 담창구를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신경학적으로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전신마취가 필요한 개두술(開頭術)이라 그 필요성과 위험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이 외에도 약물 부작용이나 갑상선항진증, 저혈당증과 같은 내과적 질환에서도 손떨림은 발생할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손 떨린다면 파킨슨병 의심 평소에는 괜찮다가 심한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 추운 날씨 또는 커피나 홍차를 많이 마신 후에 경험하는 ‘운동 시 떨림’ 은 전문용어로 ‘과장성 생리적 떨림’이라 불린다. 이런 경우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해당 유발요인들만 피하면 상당 부분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손을 편안히 무릎에 올려놓거나 손을 쓰지 않고 걷고 있는 중에도 나타나는 ‘안정 시 떨림’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을 의심해 보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파킨슨병은 운동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한다. 근육강직,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증, 떨림, 자세불안 등 증상이 동반된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떨림이 나타나고, 걸을 때 발을 끌거나 한쪽 팔만 흔들고, 몸이 굽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손떨림과 함께 어지럼, 발음장애, 보행이상 등 증상을 동반하면 소뇌 등 뇌병변에 의한 증상일 수 있으니 이 역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원인 다양, 증상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 필요 수전증은 죽음에 이르는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환자의 생활에 지장을 준다.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여기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수전증은 뇌병변, 내과적 질환 및 약물 부작용 등 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며, 필요한 경우 치료만 받으면 수전증의 불편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 보는 것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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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구글 인앱 결제, 콘텐츠 생태계 송두리째 바꾼다

콘텐츠 이용료 인상 불가피...네이버·카카오 손실 막을 방도 없어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 급부상...외부결제 허용되고 수수료율 낮아 정치권 무력화 시도, 무위 그칠듯 |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 | 정윤영 기자 yoonge93@newspim.com 구글이 인앱(In-App) 결제를 의무화하면서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송두리째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번 결정으로 전반적인 콘텐츠 이용료 상승과 더불어 토종 앱마켓이 급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양대 포털사 콘텐츠 사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구글은 그동안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외한 나머지 콘텐츠앱(음악·웹툰·동영상 등)에 대해선 외부결제를 허용해 왔다. 이에 앱개발사들은 30% 인앱 수수료 대신 외부결제 수수료 5%만 납부하는 방식으로 구글 플랫폼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내년부턴 구글 내 모든 콘텐츠앱의 외부결제가 완전히 막힌다. 구글이 내부결제 시스템을 통한 ‘인앱 결제’만 허용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내년부터 구글플레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앱개발자를 대상으로 인앱 결제 규정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기존 개발사들엔 내년 9월 30일까지 1년 유예기간을 줬다. 구글의 이번 결정으로 앱개발사들은 거래액 1만원에 500원씩 납부하던 수수료가 3000원으로 높아지게 됐다. 구글 디지털 통행세가 단번에 무려 600%나 인상된 셈이다. 국내 콘텐츠 이용료 인상 불가피 구글 인앱 결제 의무화로 국내 콘텐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콘텐츠 업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처럼 구글 플레이에 앱을 올리지 않으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어쩔 수 없이 인앱 결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구글 플레이 콘텐츠 가격이 애플 앱스토어에 있는 앱과 같은 가격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간 콘텐츠 이용료는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율에 따라 이원화된 가격을 형성했다. 구글 플레이에선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 8690원 △웨이브 7900원 △멜론 1만900원 △네이버 클라우드 3만원 △네이버웹툰 1만원 △카카오페이지 1만원 등을 형성 중이다. 반면 수수료율 30%의 인앱 결제만 허용되는 애플 앱스토어에선 △유튜브 프리미엄 1만1500원 △웨이브 1만2000원 △멜론 1만5000원 △네이버 클라우드 4만4000원 △네이버 웹툰 1만2000원 △카카오페이지 1만2000원 등 상대적으로 높은 콘텐츠 이용료가 부과되고 있다. 애플 인앱 결제 수수료가 콘텐츠 이용료에 반영돼 있단 얘기다. 네이버·카카오, 이용료 올려도 안 올려도 ‘손해’ 구글 가격정책 변경으로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는 콘텐츠사업 부문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카카오가 콘텐츠 이용료를 올려도 손해, 안 올려도 손해를 보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고 봤다. 이창영 연구원은 “네이버의 지난해 유료콘텐츠 거래액은 약 3500억원으로, 플랫폼 수수료가 부과되면 약 840억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면서 “카카오 추가 수수료는 약 2000억원”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콘텐츠 플랫폼사업자의 경우 43% 이상 가격 인상에도 소비량이 불변하는 경우에만 이익 감소가 없다”며 비관적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 문제는 구글 통행세 인상분만큼 서비스 가격 전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도 “웹툰 같은 콘텐츠 가격에 수수료 인상분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긴 힘들다”면서 “콘텐츠 분야는 소비자 선택 폭이 넓다. 가격을 올리면 당장 안 팔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원가가 올라간다고 기업들이 가격을 다 올리는 건 아니다”면서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못 올린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안 사기 때문”이라며 콘텐츠 업계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견해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앱(콘텐츠) 가격 20% 인상 시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는 사용자는 10.5%에 불과했다. 30~40% 인상 시에는 3.6%에 그쳤다. 구글 인상분만큼 가격 전가를 할 경우 현재 이용자의 96.4%가 떨어져 나갈 수 있단 얘기다. 네이버의 지난해 국내 유료콘텐츠 거래액은 네이버 웹툰 2800억원, V라이브 700억원 수준이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페이지 2800억원, 멜론 5866억원 등의 거래액이 발생했다. 수수료율이 5%에서 30%로 높아지면서 구글에 내야 할 디지털 통행세가 기업 전체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이 추산액이 지난해 거래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웹툰·음원·온라인 공연 등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활황으로 올해 비수기 없이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네이버, 카카오가 부담해야 할 구글 통행세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콘텐츠 부문에서 웹툰의 글로벌 거래액 성장에 힘입어 매출액 115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8% 늘어난 수치다. 카카오의 올 3분기 콘텐츠 부문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5460억원을 기록했다.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 급부상 전망 구글 플레이 대안으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급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원스토어는 외부결제를 허용하고 있고, 인앱 결제 수수료율도 20%로 구글, 애플의 30%보다 낮다. 원스토어는 국내 통신 3사와 네이버 앱스토어가 통합해 출범한 앱마켓이다. 현재 SK텔레콤(52.7%), 네이버(27.7%) 등이 주요 주주 명단에 올라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인앱 결제 의무화 시 예상되는 대응방안 중 하나로 원스토어라는 대안이 모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글과 애플은 단말기 차이로 인해 서로 가격이 다르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동일 단말기 내에서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원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간 가격 격차는 앱 스토어의 점유율 변화로 연결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또 원스토어는 통신사 멤버십 할인, 쿠폰 제공 등으로 이용자 가격 부담이 구글, 애플보다 낮다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앱 결제로 인해 개발사·소비자 모두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디지털 콘텐츠 외부결제가 허용되는 원스토어가 대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일부 견해도 있다.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5월 ‘바람직한 인앱(In-App) 결제 시장환경 조성을 위한 연구’ 논문을 통해 “현재 개발사와 앱마켓 가업자 간 인앱 결제 판매정보 등을 공유하지 않아 신속한 환급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콘텐츠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게임소프트웨어 관계자는 “게임 유저가 수백만원어치 아이템을 구글에서 결제한 뒤 환불해도 게임사는 구글 고지서를 전달받는 한 달 뒤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며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하는 부정 이용자들은 모든 게임사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며 인앱 결제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구 교수는 “모바일 플랫폼 인앱 결제 관련 소비자 피해는 게임 영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환급이나 계약해지 등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미합의’ 비율이 70.7%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무력화 시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 정치권에서 시도되는 구글 인앱 결제 의무화 무력화 시도는 무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8일 앱마켓 사업자 인앱 결제 강제 등 갑질 방지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선 구글 인앱 결제 의무화에 대항해 7개 관련 규제 법안 마련에 나섰다. 이병태 교수는 “백화점에 판매자가 들어와 물건 팔면서 수수료 받는 게 갑질인가? 인천공항이 면세점 사업을 하게 하면서 임대료 받는 것은 갑질인가?”라고 반문하며 “남의 플랫폼을 공짜로 써야 한다는 논리가 말이 안 된다. 유통업체가 비용 들여서 사업하는데 갑질이라고 하는 건 시장경제를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일침했다. 이 교수는 구글 인앱 결제 강제에 대비해 마련된 방통위 공청회에 직접 참여 중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방통위 규제가 통과될 시 결제가 필요한 국내 콘텐츠는 구글 플랫폼에 못 올리게 될 것”이라면서 “더 나아가 구글의 국내 서비스 중단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IT업계에선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이 제2의 와이브로 사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과거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정부는 근거리 통신 표준을 우리나라가 개발한 와이브로로 하겠다고 결정했다”면서 “당시 국제표준은 와이파이(Wi-Fi)였지만, 우리나라는 와이브로(Wibro)가 탑재되지 않은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했다. 그 결과 애플 아이폰(iPhone)이 다른 나라보다 2년 늦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우리나라만 구글 혜택을 못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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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모처럼의 ‘대면’ 아트페어로 벡스코 들썩...부산, 아시아 아트마켓의 허브 꿈꾼다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올 한 해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어렵다”, “사상 최악의 불황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특히 화랑주들은 수년째 이어진 경기침체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 너나없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아트바젤과 UBS가 발표한 ‘2020 상반기 글로벌 갤러리 매출’은 평균 36% 감소했다. 경매사들 또한 낙찰총액이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모처럼 활황을 보인 곳이 있다. 바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디자인’이다. 지난 11월 5일 VIP프리뷰를 시작으로 8일까지 벡스코 2전시장에서 나흘간 펼쳐진 ‘2020아트부산&디자인’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주요 아트페어들이 취소된 가운데 열린 모처럼의 ‘대면’ 아트페어여서 미술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매년 5월이면 ‘아트바젤 홍콩’을 관람하기 위해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던 애호가들은 앞다퉈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제대로 된 아트페어가 모두 취소되고 온라인으로만 개최되며 갈증을 느낀 컬렉터들은 부산에서 간만에 대면 이벤트가 열리자 반색했다. 마침 역대 부산비엔날레 중 ‘가장 짜임새 있다’는 평이 이어진 2020부산비엔날레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고,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세계적 거장인 빌 비올라의 전시가 열리는 등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풍부해 부산행을 부채질했다. 서울과 전국 각지의 컬렉터들이 한꺼번에 부산을 찾는 바람에 특급호텔인 파라다이스호텔, 파크하얏트 객실이 동이 났다는 소식도 들렸다. 올해 9회째인 아트부산&디자인은 코로나 사태로 일정이 연기되며 과거 160개였던 국내외 참가 화랑이 70개(온라인 참여 10개 포함)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앞세우며 선택과 집중을 시도한 전략이 주효했다. 첫날 프리뷰에만 VIP 관람객 4000명이 몰려 벡스코 전시장을 열기로 채웠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는 판매로도 연결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메가 화랑인 국제갤러리는 미국의 작고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드로잉과 단색화가인 박서보, 하종현의 작품을 판매했다. 또 줄리안 오피, 장 미셸 오토니엘의 대형 회화와 조각 등 출품작 대부분을 소화했다. 갤러리현대 역시 호조의 판매성과를 거뒀는데 메인으로 내걸었던 이반 나바로의 대형 작품 커미션 웍(특별제작) 주문도 이뤄졌다. 가나아트는 영국의 인기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 판화를 1억5000만원에 판매했다. PKM은 구정아와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업이 호응을 얻었고, 리안갤러리는 이건용의 회화를, 갤러리 바톤은 리암 길릭과 토비아스 르베르거 작품을 선보여 좋은 성과를 거뒀다. 부산을 처음 찾은 외국의 유력 갤러리들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뤘다. 국제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갤러리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 로팍은 출품작 대부분을 솔드아웃시켰다. 독일 화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인물화는 14억원에 서울 고객에게 팔렸는데 이는 올 아트부산&디자인에 나온 최고가 작품이었다. 데이비드 살레의 팝아트 작품과 알렉스 카츠의 인물화도 성황리에 판매됐다. 살레의 대작 회화는 원하는 이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역시 한국 아트페어에 첫 도전하는 뉴욕의 글래드스톤갤러리도 짭짤한 성과를 거뒀다. 우고 론디노네의 페인팅과 에이미 실만의 작품 2점 등을 팔았다. 리만 머핀도 억대의 이불 작가 설치작업을 부산의 기업인에게 판매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한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는 오스틴 리의 푸른색 대형 조각으로 SNS를 장식했다. 베스 르테인, 애드 미놀리티의 회화 등은 물론 부스에 걸리지 않은 작품까지 주문을 받는 등 쾌조의 성과를 거뒀다. 부산에 본거지를 둔 조현화랑은 화려한 꽃그림과 풍경화로 유명한 김종학(82) 화백의 작은 그림 20점을 일렬로 내걸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A4용지만 한 크기의 캔버스에 꽃 한두 송이와 나비, 풀벌레를 강렬하게 압축시킨 이 꽃그림은 점당 1000만원으로 만만찮은 가격이었지만 컬렉터들이 너도나도 사려고 경합을 벌였다. 페어가 막을 올리기 무섭게 구매자가 몰려들자 조현화랑 측은 1인당 1점으로 판매를 제한했다. 조현 조현화랑 대표는 “반응이 너무 뜨거워 우리도 놀랐다. 두점 석점씩 사겠다는 이가 많았지만 20명의 고객이 김종학의 원화를 소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수량을 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트페어는 화랑 입장에선 새로운 컬렉터를 만나고, 관람객 입장에선 인생의 첫 소장품을 만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며 “한 컬렉터가 억대의 그림 한 점을 소유할 수도 있지만, 20명이 1000만원짜리 그림 한 점씩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도 화랑의 역할이다. 이게 바로 ‘미술운동’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img4 서울에서 온 G갤러리의 정승진 대표는 “세계 각국에서 유망주로 부상하는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전시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작품 문의가 많아 추가로 서울에서 작품을 갖고 왔다”며 “그동안 여러 아트페어에 참가했지만 부산에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아트페어를 찾은 컬렉터와 참가 화랑 모두 높은 수준의 갤러리 라인업, 작품 거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만족감을 표한 것도 고무적이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일일 일반관람객 입장을 2000명으로 제한한 것도 쾌적한 관람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해외 유명 갤러리의 참여로 작품가격대가 높아진 것과 행사명에 ‘&디자인’을 더해 아트가구와 오브제 등 디자인 섹션을 강화한 것도 특이점이다.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인 킨포크, 스위스 가구 브랜드 비트라, 사운드플랫폼 오드의 특별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을 찾은 서울의 한 컬렉터는 “한국 최고의 아트페어인 KIAF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톱 클라스의 외국 화랑이 괄목할 만한 작품을 갖고 참여했고, 국내 갤러리도 작품 수준을 높여 만족스러웠다”고 평했다. 한편 국내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호응이 매우 뜨거웠다. 첫 참가한 신생 화랑인 에브리데이몬데이는 장콸의 작품을 첫날 솔드아웃시켰고, 디스위켄드룸도 출품작을 거의 소화했다. 갤러리기체는 옥승철의 회화를 페어 개막 전에 이미 판매 완료했는데 이후로도 문의가 쇄도했다. @img5 주최측은 전시장 현장투어 대신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매일 3D 라이브 랜선투어를 시행했다. 오스트리아의 아티바이브와 공동 개발한 증강현실(AR) 콘텐츠도 SNS를 달궜다. 부산을 방문하지 못한 국내외 컬렉터와 기관 관계자들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도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 해외 아트플랫폼인 아트랜드와 손잡고 작품 문의부터 구매까지 가능한 온라인 뷰잉룸(OVR)을 구축해 현장 페어가 끝나고도 2주간 가동하도록 했다. 아울러 스스로를 평범한 컬렉터라고 소개하는 젊은 수집가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고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미술품 컬렉팅에 대해 이야기하는 ‘보통의 컬렉터’전도 부대행사로 곁들여졌다. 한창 작품수집에 빠졌을 때는 수입의 90%를 작품을 사는 데 썼다는 미술교육인이자 유튜버인 이소영은 “미술에 마음을 빼앗겨버려 작품을 수집하다 보니 미술책도 쓰게 되고 아트메신저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에서 미술팬을 만나고 있다. 누구나 시작하면 달라진다”고 했다. @img7 미국 유학 시절부터 아트토이에 관심을 갖게 돼 각양각색의 베어브릭과 KAWS의 아트토이를 100여 점 넘게 컬렉션한 노재명-박소현 부부도 자신들의 수집품을 들고 특별전에 참여했다. 대학에서 스포츠마케팅을 강의하는 노재명 씨는 “아트토이를 수집하면서 스트리트아트와 팝아트에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매번 엄청난 설렘을 느낀다. 그 짜릿함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된다”고 밝혔다. 노재명-박소현 부부가 차곡차곡 쌓아놓은 베어브릭 앞에는 카메라를 든 관람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얼마냐? 한 점 팔면 안 되겠느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손영희 아트부산&디자인 운영위원장은 “코로나로 페어 개최가 연기되고 전시장도 축소되며 어려움이 많았지만 온-오프라인 동시 페어 개최, 규모보다는 수준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더니 좋은 결실이 맺어졌다”며 “부산은 바다가 있고 풍부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도시인데 여기에 매혹적인 콘텐츠를 곁들여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처럼 관광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특급 페어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외국의 여러 페어 측이 부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손 위원장은 “부산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트 허브로 육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img6 클래식한 애호가 많은 대구도 진격 채비 한편 전통적으로 미술애호가 층이 두터운 대구도 13회 대구아트페어를 11월 12일 개막했다. 15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이어진 ‘2020대구아트페어’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부스 공간을 1.5배가량 확대해 여유를 줬다. 국제갤러리, 이화익갤러리, 갤러리바톤, 박여숙화랑, 학고재, 리안갤러리 등 69개 국내 화랑과 6개 외국 화랑이 참여해 총 3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대구 출신 원로·중견작가 60여 명을 조망하는 특별전과 대구 청년작가 13명을 초대한 청년미술프로젝트도 호응이 높았다. 안혜령 대구화랑협회장(리안갤러리 대표)은 “대구는 수준 높은 컬렉터 층이 풍부하고 출신 작가와 미술인구도 많은 지역”이라며 “올해는 양적 발전보다 질적 향상에 주력했는데 좋은 작품을 편안히 음미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앞으로도 대구만의 특화된 아트페어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아트페어를 찾은 한 관람객은 “올해 오랜만에 대면 아트페어를 접해 반갑고 좋았다. 온라인에선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을 만끽했고, 높아진 작품 수준도 확인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처럼 부산과 대구는 올해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가능성을 보여주며 지역 미술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각인시켰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열기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끌어가며 페어의 수준과 완성도를 높이느냐는 것이다. 마침 세계적인 아트페어 관계자들이 홍콩의 빈자리를 대체할 도시를 한국에서 찾고 있고, 특히 부산에 관심을 쏟고 있는 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한 페어 운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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