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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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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김정은 격노 발언에 얼어붙은 평양 “장성택 충격파 또 덮칠 수도”

경제 안 풀리자 총리 희생양 삼아 질책 태풍에 터진 제방 찾아 “틀려먹은 것들” 충성형 관료 조용원·최선희는 승승장구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북한 김정은의 불쾌지수가 다시 급상승 중이다. 식량난을 포함한 경제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노동당과 내각 간부들을 질책하며 강도 높은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핵 운용 독트린(doctrine) 성격의 ‘핵무력 법령화’를 운운하면서 핵과 미사일 도발에 주력해온 김정은이 갈수록 꼬여가는 경제 문제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최근 들어 분출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총비서를 겸한 김 국무위원장은 경제 문제를 내각에 맡기는 듯한 모습을 취해 왔다. 50대 후반 나이의 전문관료인 김덕훈을 3년 전 총리에 앉히면서 상당한 권한을 주었고 노동당과 군부의 입김에서 벗어난 경제 정책 추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정은의 질책에서 첫 번째 타깃이 된 건 김덕훈 내각 총리다. 6호 태풍 카눈의 피해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8월 중순 동해안 지역인 강원도 안변군을 찾은 김 위원장은 군 헬기와 병력을 동원해 무너진 제방을 보수하고 논에 공군 항공 전력을 투입해 농약을 뿌리도록 하는 등 재해 복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며칠 후인 같은 달 21일 서해 쪽에서 간석지 둑이 터져 바닷물에 농경지가 침수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폭발했다. 현장을 찾은 김정은은 허리춤까지 물이 들어찬 논에 들어가 관계자들을 질타하며 불만을 쏟아냈고, 그 발언이나 사진·영상은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TV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평양에서 멀지 않은 해안도시인 남포 인근 안석간석지 제방 붕괴 현장에서 김정은은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노를 터뜨린 김정은의 발언 내용과 검열 및 처벌 지시가 알려지면서 북한 노동당과 내각의 간부들이 떨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피해는 결코 자연재해 현상으로 인한 악재가 아니라 철두철미 건달꾼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에 의한 인재(人災)”라면서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경종을 경종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지적 저능아들, 인민의 생명·재산 안전을 외면하는 관료배들, 당과 혁명 앞에 지닌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규율조사부, 국가검열위원회와 중앙검찰소가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하여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김정은의 질타는 전례 없이 강도가 높고 간부들의 무능과 부패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김 위원장은 “며칠 전 안석간석지 논이 침수됐다는 보고를 받고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을 현지에 파견하여 직접 복구사업을 지휘하도록 했고 군대까지 동원시키는 조치를 취하였는데 어떻게 내각과 성(내각 부처), 중앙기관의 책임일꾼(고위 간부를 의미)들은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이어 “내각 총리는 관조적인 태도로 현장을 한두 번 돌아보고 가서는 부총리를 내보내는 것으로 그치고, 현장에 나온 부총리라는 사람은 연유(휘발유의 북한식 표현) 공급원 노릇이나 했다”고 비판했다. 주목되는 건 김덕훈 내각 총리에게 비판의 초점이 맞춰진 대목이다. 김정은은 “지금 내각에 사업체계가 올바로 세워져 있지 않으며 실속 없는 일꾼들이 등용되어 유명무실하게 틀고 앉아 산하단위들에 대한 지도도 제바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업무 스타일)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라의 경제 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고 인민 생활을 책임진 안주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며 “총리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언급으로 볼 때 김정은의 김덕훈에 대한 신임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로, 대대적인 검열을 거친 뒤 본보기식 숙청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정은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2009년 11월 화폐개혁 실패의 문책 차원에서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이 처형된 전례를 거론하는 분석과 전망까지 나온다. 당시 후계자이던 김정은은 주민들의 장롱 속 달러를 끌어모아 경제를 살리려는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했지만 장마당에서 현금 동원력을 거머쥔 ‘돈주’들의 반발 등으로 여의치 않자 박남기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결국 박남기는 본보기식 처형을 당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김정은에게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박남기가 쓰인 것이다. 이번 제방 붕괴 사태를 계기로 김정은이 ‘당적, 법적 문책과 처벌’까지 지시한 데 따라 북한 내부에는 대대적인 검열과 책벌 등 숙청 피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간석지건설국과 국가건설감독성 등에 대한 집중검열 사업이 시작됐다는 게 북한 매체들의 전언이지만 김덕훈 총리와 고위 간부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덕훈은 2020년 총리에 오른 뒤 핵과 미사일에 집중하는 김정은을 대신해 북한의 민생경제를 챙기는 역할을 해왔다. 김정은이 상당한 재량권을 준 듯 김덕훈은 단독으로 간부들을 수행하고 공장·기업소와 농장 등을 시찰하는 모습을 보였고, 노동신문 1면 등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마치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하는 것과 유사한 장면까지 연출되고 있다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왔다. 고위 탈북인사는 “태풍 카눈으로 서해뿐 아니라 강원도 안변 등지의 제방 붕괴 사태가 벌어지고, 김정은이 현장에 나와 피해 복구를 촉구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김덕훈에게 불똥이 튀었다”고 말했다. 총리에게 경제 권한을 전적으로 넘겨주는 듯해 보이지만 결국 최고지도자의 민생 실패 부담을 떠맡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특히 노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를 통해 김정은의 격노를 자자구구 전하는 것도 결국 최고지도자의 책임이 아닌 노동당과 내각의 간부들이 문제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이 당과 내각 간부들을 혼쭐내는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은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는 김덕훈 총리뿐 아니라 북한 노동당과 내각 내부에 대대적인 숙청과 기강확립 바람이 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면서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장성택 처형 때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사망으로 27살 나이에 권력을 거머쥔 김정은은 노간부들을 부담스러워했다. 심지어 후견 세력으로 김정일이 내세운 노동당과 군부 간부까지 숙청했다. 급기야 고모부인 장성택을 반역죄로 몰아 처형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았다. 여기에 이복형 김정남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살하면서 북한 내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노동당과 군부의 고위인사들이 “이복형과 고모부까지 처단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이라며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김정은이 격노하는 모습을 보인 직후 정찰위성 발사 실패라는 악재까지 터지면서 평양 권력층의 분위기는 더 얼어붙고 있다. 북한은 8월 24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우주개발국은 24일 새벽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제2차 발사를 단행했다”면서 “로켓 1계단과 2계단은 모두 정상 비행하였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에 오류가 발생하여 실패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실패는 지난 5월 말 1차 위성발사 추락에 이은 것으로 김정은 리더십에 적지 않은 손상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이 간부들에 대한 질책과 책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덕훈 총리가 경제난과 재난 대책 부실로 큰 곤경에 처한 것과 대조되는 북한 권력 내 모습도 드러난다. 최고권력자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이 보는 앞에서 온몸을 던져 일하는 모습을 과시하면서 자리 보전을 하고 있는 고위 간부들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첫 주인공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조직담당 비서인 조용원이다. 최측근 실세 중 한 명인 그는 김정은의 강원도 안변군 오계·월랑 농장 방문에 수행했다. 김정은과 일행은 태풍 피해를 입은 논둑길에서 벼이삭을 만지작거리며 농사 작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농작물 생육후반기 비배관리를 과학기술적으로 진행하며 올해 농사를 안전하게 결속하기 위하는 데 모든 힘을 총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뒤 농약 살포를 위해 공군 헬기까지 동원하도록 지시했다. 수행한 김덕훈 총리와 당 비서 김재룡 등이 김정은의 말을 열심히 메모하던 순간, 조용원은 신발을 벗어던지더니 갑자기 논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부총리 겸 농업위원장인 주철규와 함께 벼 생육 실태 등을 꼼꼼히 살폈고, 김정은에게 이를 보고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TV에는 진흙으로 범벅이 된 조용원의 발과 젖어버린 양복바지가 드러났지만, 이에 아랑곳 않는다는 듯 그는 맨발 차림으로 논둑길을 걸어 김정은을 수행했다. 모든 장면은 메신저 백을 멘 채 캐주얼 차림으로 동행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도 목격했다. 대북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처세의 달인 조용원다운 행동”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 간부로서 60세가 넘도록 한 번의 부침도 없이 승승장구해 온 조용원의 진면모를 보여준 장면이란 얘기다. 김정은 집권 이후 본격 부상한 조용원은 이름처럼 ‘조용한 남자’로 알려져 왔다. 군부대 방문이나 공장·협동농장 방문 등 김정은의 이른바 현지 지도에 빼놓지 않고 단골 수행했지만 공개된 사진에서 조용원을 찾기는 어려웠다. 카메라 앵글의 반대편에서 김정은과 핵심 간부를 지켜보며 옅은 미소만 짓고 있던 그의 모습은 서로 김정은에게 더 밀착하고 사진에 등장하려 아등바등하던 남들과 달랐다. 조용원은 2021년 1월 당 8차 대회에서 노동당의 핵심 중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면서 단박에 명실상부한 최고 실세에 올랐다. 정치국 후보위원이 정(正)위원을 거치지 않고 상무위원으로 수직 상승하는 극히 이례적인 케이스인 데다 김정은을 위원장으로 한 5인방 그룹인 상무위 멤버가 됐기 때문이다. 천재들만 입학이 가능하다는 김일성대 물리학부를 졸업한 조용원은 1995년 강원도당 조직부의 지도원으로 배치됐다. 이후 평양의 중앙당 조직부 종합과 지도원으로 발탁돼 북한 권력의 핵심 기구 중 하나인 조직지도부에 발을 들여놓았다. 책임지도원과 부과장, 과장 직을 차례로 거친 조용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시찰 담당 부부장으로 발탁되면서 지근거리에서 최고지도자를 수행하는 중책을 맡으며 신임을 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이 최근 간부들의 무책임과 무능력을 심하게 질타하고 있는데 조용원은 그 뜻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맨발로 직접 논에 뛰어든 것도 자신이 최고지도자와 당의 의도를 제일 잘 받드는 인물임을 인증받으려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평양에서 잘나가는 인물 가운데 또 한 사람은 최선희 외무상이다. 최선희는 9월 6일 북한 최초의 전술핵잠수함 진수식(進水式)에서 주인공 격인 진수자(sponsor)를 맡아 권력 내 확고한 지위와 존재감을 과시했다. 진수자는 선박의 탄생을 알리는 진수 행사에서 탯줄을 자르듯 배와 도크를 연결한 밧줄을 도끼로 절단하는 인물로 대개 여성이 맡는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달 8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의 진수식이 열렸다고 전하면서 최선희가 깨진 샴페인 병을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과 리병철 북한군 원수, 김덕훈 총리, 김명식 해군사령관 등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장면이다. 이는 북한이 이번 잠수함 진수식에서 도끼로 밧줄을 자르는 액싱(axing) 의식과 함께 샴페인 브레이킹(champagne breaking) 행사를 치렀음을 보여준다. 진수하는 함선 머리 부분에 샴페인병이 부닥치게 해 깨뜨리는 의식으로 무사 운항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서구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이런 진수 의식에서 액싱은 주로 여왕이나 퍼스트레이디, 또는 선주의 부인 등이 맡는 게 관례다. 우리의 경우도 지난해 7월 울산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8200t급)의 진수 때 김건희 여사가 진수도끼로 진수선을 자르고 윤석열 대통령과 와인병을 깨뜨리는 의식을 가진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북한의 진수식에서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나서지 않았다. 김정은이 군부대 방문이나 열병식 등 공개 행사 때 데리고 다니는 딸 주애나 여동생 김여정도 후보군에 오를 수 있지만 나서지 않았다. 북한이 첫 전술핵잠수함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행사를 떠들썩하게 관영 선전매체를 통해 보도한 걸 보면 이른바 ‘백두혈통’이라며 내세우는 김주애나 김여정을 내세울 법도 하지만 최선희가 최종 낙점된 것이다. 이를 두고 최선희의 북한 권력 내 확고한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964년 생으로 알려진 최선희는 북한 경제관료 출신의 최영림 총리의 딸로 입양됐으며 통역사로 첫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외무상을 맡아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전략을 총괄하는 등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이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관계자들이 숙청되고 책벌 받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최선희는 이와 무관하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퍼스트레이디 격인 리설주가 진수자 역할을 맡지 않은 걸 두고는 지나친 부각이 엘리트나 주민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위 탈북인사는 “와인을 깨는 진수 행사는 외교관 출신인 나도 낯선 장면”이라며 “아직 여성의 역할에 대해 봉건적이고 보수적인 인식이 팽배한 북한에서 리설주가 나서 행사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애의 경우도 아직은 아버지를 수행·보좌하며 ‘미래 세대의 대표자’라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첫 전술핵잠수함 진수자로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말 해군절을 맞아 김정은이 해군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동행하고 축하연회에도 참석했던 리설주와 김주애는 이번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김여정의 경우도 주변을 맴도는 장면이 카메라 앵글 구석에 담겼다. 북한의 절대권력 체제는 8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으로 인해 노동당과 내각·군부의 간부들은 절대복종이나 충성이 아니면 곧 죽음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고 체제에 저항하거나 모반을 꿈꾸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돼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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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강구영 KAI 사장 취임 1년 인터뷰 “KAI, 세계 10대 항공우주기업 도약할 것”

“정부 지원 시너지로 4대 방산 강국 발돋움” “FA-50 판매 폴란드 교두보, 유럽 시장 공략” “확장성 4.5세대 ‘국산 KF-21 전투기’ 도전장”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정부 지원과 시너지를 내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세계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다.” 취임 1년을 맞은 강구영 KAI 사장(대표)은 지난 9월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 ‘2023 MSPO’에 참가해 가진 현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초음속 국산 경공격기 FA-50에 이어 4.5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 사장은 “KF-21의 성능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21세기에 만든 유일한 4.5세대 항공기로서 근본이 다르고 앞으로 나아갈 기종”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KF-21은 5세대, 6세대 유무인 복합체계까지 갈 수 있다”면서 “확장성을 봤을 때 앞으로 30년, 50년, 60년 심지어 100년까지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KF-21이 나오는 2030년대 중반에는 경쟁 기종이 없다”면서 “6세대로 가기 때문에 4.5세대는 KF-21밖에 없어 국가에서 꿈을 갖고 세일즈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한국도 KF-21 항공기 플랫폼을 가지면 독자적인 후속 군수지원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의지+한국 기술력=성공 모델 승산 충분 Q. 폴란드 MSPO 방산전시회 참여 성과와 의미는. 폴란드 라돔 에어쇼를 통해 우리 성과를 확대해야 한다는 소명이 생겼다. 지금까지 계약 이행을 했지만 그를 기반으로 해 주변 인근국에 FA-50을 필두로 성과를 확대할 기회를 가진다. FA-50은 성공했기 때문에 KF-21로 수출 대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MSPO를 활용해서 우리의 새 제품을 폴란드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인식시키는 성과를 만들겠다. FA-50 갖고 유럽 전역에 확장할 기회를 찾는다. KF-21을 새로운 제품으로 부각하는 의미가 있다. Q. 폴란드를 거점으로 한 유럽 시장 공략인가. 폴란드도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가 동유럽이나 유럽 전체적으로 확장할 때 허브로 활용할 수 있다. 폴란드도 욕심이 있다. 100년 전 항공기를 만든 나라다. 2차세계대전 이전에 항공기를 잘 만들었다고 한다. P-11과 P-37이 그것으로, P-37은 2차대전 때 알려진 전투기다. 그때의 자존심을 한국을 통해 다시 건설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Q.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우리가 플랫폼을 폴란드에 팔았지만 후속산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체계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이번 PGZ와의 MOU를 통해 FA-50의 후속산업과 장비·군수 지원, 기타 관계되는 후속산업을 진척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Q. 폴란드 방산업체와의 협력 가능성은. 폴란드가 과거 항공산업의 자존심이 있다 보니 다행히 PGZ라는 국영 방산회사를 만들었다. 정비와 통신, 무장, 탄약 기술을 갖고 있다. 국가에서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PGZ를 중심으로 방산 협력을 하면 정비와 후속 군수지원, 지상 장비 정도는 공동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겠다고 일차적으로 판단했다. 그게 잘되면 이차적으로 공동 연구개발 포함해서 제작과 생산, 공동 판매까지 확대될 수 있다. 폴란드 의지나 한국 기술력으로 보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폴란드 정부가 의지 갖고 밀어주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 Q. 폴란드가 미그(MiG)-29를 FA-50PL로 대체하는데 두 기종을 비교한다면. 형상으로 보면 대형과 소형의 비교다. 세대로 보면 MiG-29는 3세대다. 한국도 T-50은 3세대로 볼 수 있는데 지금은 4세대로 봐야 한다. 세대 차이나 급수 차이를 보면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같이 날고 있다. MiG-29가 갖고 있는 기동성과 안전성, 소프트웨어 파워 측면을 보면 한국이 훨씬 낫다. FA-50은 자동제어 시스템이 잘돼 있어 기동성과 안전성이 MiG-29보다 뛰어나다. 공대지 무장을 보면 무기를 실을 수 있는 능력도 뛰어나다. MiG-29를 대체할 수 있냐고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는데 충분하다. 폴란드에서 타보고 판단했기 때문에 우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FA-50의 특징은 3세대 비행기로 출발했지만 4세대, 4.5세대로 갈 수 있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AMRAAM)을 통합하면 4.5세대로 봐야 한다. 성능 면에서는 소형 그룹에서 최강이며 라이트급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기종이다. 미들급으로 가는 것이다. 암람까지 통합하면 미들급에 하이급까지 갈 수 있다. 성능이 그만큼 우수하다. 최대 장점은 가성비다. 같은 급은 아니지만 4.5세대를 보면 유로파이터와 라팔, F-16V, 그리펜은 시간당 운용비가 2만~3만달러(2600만~4000만원)를 넘어간다. FA-50은 3분의 1 정도로 보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동률(availability)이다. 한국 기종을 따라올 항공기가 없다. 전 세계 전투기 중에서 최고 가성비다. 세계 최고급이다. 한국 공군에서는 지속적으로 85~90%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성능도 중요하지만 운용 측면에서 가성비와 가동률을 보면 최고 특징을 갖고 있다. 항공기, 정부 간 산업·기술·금융 지원·협력 필요 Q. 한국 공군에서 폴란드 조종사와 정비사 교육은 잘 되고 있나. 항공기를 납품하는 것 못지않게 실제 운용할 수 있는 인력 교육도 굉장히 중요하다. 폴란드 인원들이 한국 공군에 와서 조종사와 비행, 교육, 정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수십 년간 러시아 항공기를 운용했지만 거기서 볼 수 없었던 정말 효율적인 측면과 고도의 기술력을 보고 배울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조종사 양성과 항공기 운용, 정비 체계를 온전히 배우려는 교육열이 엄청 뜨겁다.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아주 순조롭게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조종사는 32명 중 4명이 교육을 마쳤고 4명이 교육 중이다. 정비사는 156명 중 75명은 1차로 교육이 끝났고 현재 2차로 교육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FA-50PL 기종이 2025년 말에 폴란드에 도입되는데 그때까지는 정비사들 교육이 완료돼야 한다. 조종사들은 조금 늦게 진행되는데 2026년까지 32명을 추가로 교육할 예정이다. Q. 한국산 항공기 수출 확대를 위한 향후 계획은. KAI가 잘 만들어야 한다. FA-50은 성능개량을 통해 4.5세대까지 확장해야 한다. KF-21도 마찬가지로 오는 2026년까지 성공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2028년 2차 성능개량을 하고 2032년까지 3차 성능개량을 해서 완벽한 성능을 갖춰야 한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도 마찬가지고 소형무장헬기(LAH)도 2024년부터 육군에 납품해 운용 노하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경쟁력 있는 항공기를 잘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출 부서도 열심히 해서 지역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일단 동남아시아는 구축이 돼 있어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유럽과 남미, 중동 등은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북미에서 미국과 오세아니아 등 신시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잘 만든 팔거리를 갖고 수출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도움도 많이 필요하다. 지금 기업만 판로를 개척하기에는 사업과 시장의 규모가 너무 크다. 항공기 플랫폼만 하기에는 산업과 기술 협력, 금융 지원이 필요해 정부 대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금 정부에서 엄청나게 많이 밀어주고 있다. 정책·조직·예산적으로 많이 지원해 주고 있다. 잘 만들고 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정부에서 밀어주면 잘될 것이다. 꼭 성공시켜서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가도록 노력하겠다. KAI는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항공우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0년 쓸 KF-21 전투기, 국가 꿈 갖고 세일즈 Q. 미국 훈련기 대규모 수주 사업 상황은. 지금 사활을 걸고 전방위로 뛰고 있다. 지금 상황은 정보요청서(RFI)와 제안요청서(RFP) 과정을 거쳐 계약하는 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준비하는 데는 여유가 생겼다. 충분히 세밀히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원팀 출발식을 했다.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 록히드 마틴과 협업하는 과정을 밟아야 하며 서로 공감하고 있다. 미국으로 가서 록히드 마틴과 한미가 원팀을 출발시키는 과정을 걷고 있다. 그게 진행되면 내년에 정부에서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를 미국에 보낼 생각이다. 미국 내 분위기 활성화 차원이다. 2024년까지 어느 정도 분위기 조성을 해놓고 2025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미 훈련기 사업 자체가 약간 지연될 것 같다. Q.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수출 전략은. 아직 최대치까지 검증을 안 해 봤지만 성능을 확장하고 있다. 속도와 G성능, 기동 성능도 확장하고 있다. 최대치까지 안 갔을 뿐이지 거의 성공한 거다. KF-21과 비교되는 항공기들은 20세기 기종이다. 지금 4.5세대 경쟁 기종들은 F-16V와 그리펜, 라팔 전투기로 35년 전 만든 항공기다. KF-21은 21세기에 만든 유일한 4.5세대 항공기다. 근본이 다르고 앞으로 나아갈 항공기다. 지금 경쟁 항공기들은 성능 확장을 할 수가 없다. 수명 주기가 4.5세대로 끝나야 한다. 하지만 KF-21은 5세대, 6세대, 유무인 복합체계까지 갈 수 있다. 확장성을 봤을 때 앞으로 30년, 50년, 60년 심지어 100년까지 쓸 수 있다. KF-21이 생산되는 2030년대 중반에는 경쟁 기종이 없을 것이다. 다 단종될 것이다. 모두 6세대로 가기 때문에 4.5세대는 KF-21밖에 없다. 5세대 외 항공기를 사고 싶은 나라들은 KF-21밖에 없다. KF-21이 팔릴 수밖에 없다. 국가의 꿈을 갖고 세일즈를 해야 한다. Q. 항공기 유지보수 수출 기대 효과는. 수명 주기 비용은 2세대까지는 플랫폼 판매로 끝난다. 정비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자국이나 해외에서 정비해도 비용이 많이 안 든다. 소프트웨어가 많아지는 3세대부터는 소프트웨어 파워가 하드웨어 파워보다 세진다. 3세대에서는 소프트·하드웨어 파워를 50 대 50으로 보면 된다. 4세대는 70%가 소프트웨어 파워다. 5세대로 가면 80~90%다. 앞으로 6세대로 가면 99%다. 항공기 세대가 올라갈수록 결국은 정비와 성능 개량이 중요해진다. 소프트웨어는 5년마다 바꿔야 한다. 정보화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이 빨리 개발되기 때문에 계속 신속히 바꿔줘야 한다. 그런 비용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3세대는 수명 주기를 30년으로 보면 플랫폼 가격이 1000억원이며 수명 주기 동안 2.5배면 2500억원 정도 든다. 4세대는 플랫폼이 2000억원 들면 3~4배 정도다. 5세대 F-35 스텔스 전투기는 5~6배 정도이고 8배까지 본다. 플랫폼이 1000억원 정도면 8000억원의 운용유지 비용이 들어간다. 파는 것보다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기종이 바로 F-35다. 싸게 팔고 후속 사업에서 이익을 거두는 개념이다. 한국도 플랫폼을 가지면 이 수익을 가질 수 있게 된다. KF-21을 팔면 한국이 독자적인 후속 군수지원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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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탈출해야 할 연옥" 간호사 25% 현장 떠났다

간호면허 소지자 2명 중 1명 탈임상...‘장롱면허’ 전락 “밥 한 끼도 못 먹어”...과도한 업무에 끼니 거르기 일쑤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데이는 건강을 망치고, 이브닝은 인간관계를 망치고, 나이트는 인생을 망친다는 간호사 격언이 있어요. 지금 임상 현장은 탈출해야 할 연옥(煉獄) 같아요.”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이모(25) 씨는 다크서클로 얼룩진 눈가를 비비며 간호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씨는 2년째 매일 3교대로 암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씨의 근무일지에는 3교대로 쪼개진 근무 일정(듀티 일정)과 환자 예후를 적어놓은 메모가 빼곡했다. 이 씨는 “오늘은 그나마 담당한 환자가 8명으로 적은 편이다. 평소에는 평균적으로 20명의 간호를 전담하고 있다”며 “업무가 끝난 이후에도 환자 케이스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간호 업무 외 일정 역시 챙겨야 해 수면 시간도 줄이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조만간 간호사를 그만둘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절반이 임상 현장 이탈 월간ANDA 취재에 따르면 환자를 일선에서 치료하는 임상 현장에 배치된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탈(脫)임상’ 현상이 만연하다. 지난 3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진행한 ‘산별 총파업 요구 관련 현장 사례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요 31개 의료기관 가운데 5곳이 넘는 기관이 간호사 1년 사직률 25%를 넘겼다. 사직률이 35.6%에 이르는 기관도 있다. 탈임상 현상은 이미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화됐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 48만1211명 중 임상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25만4227명으로 52.8%에 그쳤다.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절반이 임상 현장을 이탈한 것이다. 의료계는 신규 간호사 인원을 증원해 부족한 간호인력을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한국의 평균 신규 간호사 면허자 증가율은 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2%보다 4배 이상 높지만 정작 면허소지자 중 임상 간호사는 OECD 가입국 평균인 68.2%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국가시험에 합격한 간호사들이 즉시 임상 현장에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의료계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간호사의 임상 근무를 유지하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한 신규 간호사로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하석상대’를 고집하고 있다. 업무 강도 비해 급여·복지 등 처우 열악 간호사들은 간호 직역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현장 업무와 열악한 임상 현장을 문제로 꼽으며 건강 이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탈임상을 앞둔 170여 명의 간호사가 모인 비공개 채팅방을 통해 취재한 결과, 간호사들은 “밀린 업무 강도보다 월급과 복지 처우가 너무 적다”, “급박한 업무와 수직화된 서열 구조로 태움이 빈번해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오프(휴일)에도 일은 일대로 시키면서 그에 합당한 임금을 요구하자 모르쇠로 일관하더라”며 노동법과 복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 대한 비판을 늘어놨다. 특히 간호사들은 “밥도 못 먹고 일한다”며 식사도 못할 정도의 열악한 노동 강도를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전국 200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노동자 4만80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1주일에 한 번 이상 식사를 하지 못한다는 응답자는 50.5%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또 끼니를 거르는 날이 주 5회라는 응답이 2020년 조사 당시 5%가량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9.6%로 두 배가량 늘었다. 동일 조사에서 이동 시간과 휴게 시간을 포함해 평균 식사 시간이 30분 미만인 노동자가 64.8%로 과반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 시간에 치여 식사하지 못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일선 간호사들은 개개인의 업무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업무량과 턱없이 부족한 인원 배치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서울권 대학병원 외과계 병동 3년 차 간호사인 김모(25) 씨는 “부족한 간호인력 배치, 간호행위를 벗어나는 업무 범위로 경험 많은 5년 차, 10년 차 간호사들도 밥을 쫄쫄 굶어가면서 일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김 씨는 “단순히 간호사 개개인의 업무능력 미달이 문제가 아니라 간호업계 구조 자체가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을 만큼 간호사를 착취하는 것 아니냐”며 “현장에 대한 미래가 보이지 않아 탈임상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탈임상을 준비하고 있는 9년 차 간호사 김모(32) 씨는 “간호사는 병원 입장에서 필수적인 소모품 취급을 받고 있다”며 “의사는 돈을 벌어다 주는 직무이지만 간호사는 많을수록 병원 운영비에 부담이 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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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현장이 '연옥' 된 까닭은? 업무 떠넘김·태움 여전

‘불법 의료 논란’ PA간호사...간호사 위치 여실히 보여줘 간호사 간 직장 내 괴롭힘 ‘태움’ 문제도 여전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의료계가 지금껏 유지해온 ‘업무 떠넘김’이 꼽힌다. 취재진과 마주한 간호사들은 하나같이 직역 업무 독립을 강조했다. 간호 직역을 넘어선 업무가 당연시되는 환경은 간호사가 간호 업무만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몬다는 것이다. 총파업에 참여한 한 간호사는 “의사의 이름으로 대리 약 처방을 하거나 다른 직역의 의료인이 해야 할 검사·처방을 하는 행태는 임상 현장에서 만연하다”며 “저 역시 최근까지 간호사 업무를 벗어난 직무를 수행하는 일이 너무 당연하다고 알고 있었다. 이건 요즘 대두되는 PA간호사뿐만 아니라 일선 간호사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아이러니”라고 전했다. 한국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 PA간호사 올해 상반기 간호법 제정 논란 중에 급부상한 ‘PA간호사’는 의료계에서 간호사의 위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PA란 본래 진료보조사(Physician Assistant)로 미국·일본 등 해외 의료체계에서는 법적으로 석사 학위 등을 거쳐서 병원에 투입되도록 제도화돼 있다. 하지만 한국 의료계에서는 의사 업무 일부를 비공식적으로 담당하는 간호사를 암묵적으로 PA간호사라고 부르고 있다. 간호계에서는 간호사의 불분명한 업무를 대표하는 직책으로, 의사 단체에서는 퇴출돼야 할 불법 의료 직책으로 규정돼 한국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PA간호사의 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지만 정작 의료 일선에서는 이미 한 직책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법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PA간호사의 의료행위는 자칫 의료사고 시 간호사를 불법 의료인으로 전락시킬 여지가 다분하다. 지난해 10월 병원에 사직계를 낸 임상 경험 14년 차의 박모(36) 씨는 PA간호사를 두고 ‘유령 같은 직책’이라며 “보통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등 기피과를 중심으로 PA간호사가 배정되는데, 그 경우 병동 소속이나 간호 업무 소속이 아닌 뜬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런 업무 떠넘김 관행을 인식하고 있지만 해결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모순된 제도가 의료 사각지대를 심화시킨다고 밝혔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이미 정부 시행하에 대학원 5학기를 수료한 전문간호사 인력이 양성되고 있는데 이수한 사람에 대한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의료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거나 해당 인력을 합법화하는 양성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규 간호사 응급사직률도 계속 상승 추세 ‘태움’으로 대표되는 내부 괴롭힘도 여전히 탈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낮은 연차 간호사들 사이에서 태움 문제는 여전한 숙제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 등을 동반해 괴롭히는 행위를 뜻한다. 신규 배치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업무 적응과 태움 스트레스로 인해 적응하지 못하고 급하게 간호 현장을 이탈하는 ‘응급사직’ 현상도 두드러진다. 서울 강남의 종합병원 일반내과 1년 차 간호사 김모(24) 씨는 “업무 부적응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인력이 부족해 내가 조금만 잘못하면 티가 나고, 환자들 근처에서 큰소리로 꾸짖음을 당하다 보니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밥을 먹어도 바로 토하기도 했다”며 “조만간 응급사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씨와 같은 신규 간호사의 응급사직률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대한간호협회의 ‘병원간호사회, 병원 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8.7%였던 신입 간호사 사직률은 2016년 35.3%, 2018년 42.7%, 2020년 47.4%에 이어 2021년 52.8%까지 올라갔다. 사직 이유로는 업무 부적응(32.6%)이 1위로 꼽혔다. 이미 간호계는 태움으로 인한 홍역을 한 차례 치른 지 오래다. 지난 2018년, 2019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사태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정부 차원에서 간호사들의 과도한 괴롭힘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시행한 바 있다. 일부 간호사들은 외부적 제도 확충에 앞서 간호사 사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탈임상 후 일반 회사에 재직 중인 임상간호 경력 4년 차 심모(27) 씨는 “4년 차에도 태움이 계속되는 등 구조적 시스템에 한계를 느껴 탈임상을 결심했다”며 “신규 간호사 때 18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등 중노동에 시달렸는데도 아무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노조 대의원에 선출돼서 인력 충원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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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해외 원정시험도 불사…임금 현실화 등 실질대책 필요

해외 취업 위한 ‘원정시험’도 증가...이유는 임금·노동환경 해외 유출로 국내 의료공백 우려...“빠른 대책 수립 필요”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간호사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권리가 존중받지 못하는 탓이에요.” 간호사 백소연(31) 씨는 4년간 국내 대형병원에서 근무한 뒤 2020년 미국으로 이주해 미셸이라는 이름으로 조지아 주의 한 대형병원 항암주사센터에 근무 중이다. “확실히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밝힌 백 씨는 “제 프리셉터(사수)는 30대 후반까지 트럭 정비사를 했는데 벌써 12년 차 간호사다. 그뿐만 아니라 쉽게 취업과 부서 이동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커리어를 키우고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확실하다”며 자신 역시 전문간호사(NP)가 되기 위해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 씨가 꼽은 미국 임상의 또 다른 장점은 간호사의 업무 처우다. “병원 내에서 다른 직군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면서 상호 존중하는 등 간호사에 대한 직업적 대우와 사회적 인식이 좋다는 점 역시 이곳 생활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백 씨는 국내 임상 경험에 큰 불만은 없었다고 회고하면서도 “한국 임상은 화장실 제때 못 가고 밥 못 먹으며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태반이다. 아파도 눈치를 봐야 하고 혼자 12명의 환자를 보면서 뇌가 정말 12개로 쪼개지는 바쁨을 경험한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도저히 1인분의 일이 아니다’라고 느낄 만큼 업무량이 많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임상 환경에 대해서는 “캘리포니아의 경우 부서에 따라 환자 대 간호사의 비율을 법으로 정해 간호사의 업무 과다 방지책을 마련했으며, 또한 미국 간호계는 전반적으로 식콜(sick call) 제도에 따라 간호 충원 인력팀이 상시 배치돼 있다. 덕분에 일선 간호사들이 병동 눈치를 보지 않고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높은 임금, 원만한 임상 현장...해외 진출 인기 최근 국내 의료계를 탈임상한 간호사들이 해외 간호계로 진출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종 간호사 전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국제 간호면허자격증 엔클렉스(NCLEX) 관련 스터디 모집글과 노하우 전수글이 가득하다. 해외로 진출한 간호사들에 의해 한국보다 높은 연봉과 업무 처우를 자랑하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해외에만 시험장이 열려 있는 탓에 자격증 취득 과정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수험생은 꾸준히 생긴다. 설립된 지 30여 년이 된 한 엔클렉스 전문 학원은 “수강을 원하는 신청은 계속 접수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간호사들은 시험을 치기 위해 휴가를 써서라도 ‘해외 원정’을 나가는 상황이다. 백 씨는 “해외에 나가서 시험 치른다는 것 자체가 비용적으로나 업무 여건상 부담이 정말 크다”며 “한 번에 못 붙으면 휴가를 다시 내고 비행기·호텔 다시 예약하고 공부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외 임상 환경에 미련이 없는 간호사들에게 해외 진출은 높은 임금과 상대적으로 원만한 임상 현장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조만간 엔클렉스 시험을 칠 예정이라고 밝힌 간호사 김모(26) 씨는 “국내 임상 현장은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미래가 없는 것 같아 탈임상 후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국내 시험장이 없어 가까운 일본의 오사카에 갈 생각으로 공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간호 관행 타파, 혁신적 제도 개선을 전문가들은 국내 간호사의 해외 진출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 다년간의 교육을 통해 양성한 고급 보건인력의 유출은 의료 공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돈을 들여서 키웠는데 왜 외국으로 가냐. 국가 자원을 통해 애써 키운 인재가 다른 곳으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선 간호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들어 눈에 띌 정도로 빠져나가는 추세”라며 “간호사 한 명이 맡은 과도한 병상 수와 간호직역 외 업무 등이 국내 간호사들이 현재 임상에 회의를 느끼는 점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태의 간호 관행을 타파하고 혁신적인 현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출신인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숙련되고 유능한 인력이 외국으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 보건의료 현장에서 일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급선무”라며 “빠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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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美·日 무기까지 대놓고 베끼는 北...‘짝퉁공화국’ 그늘 더욱 짙어진다

김정은이 러 국방장관 안내한 무기전시장 미 ‘글로벌 호크’ 카피한 무인정찰기 등장 일본 자위대 본뜬 전술차량까지 운용 중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월 26일 방북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일행을 이끌고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을 찾았다. 북한이 ‘전승절’로 선전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최신 무기체계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전시장이다. 국방장관급 인사의 방문에 김정은이 직접 나선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눈길을 끈 건 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8나’ 등을 설명하면서 마치 방산 마케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모습이었다. 그런데 북한 선전매체들이 공개한 영상자료를 살피던 한미 정보 당국의 대북 파트 관계자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정은이 쇼이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전시장 뒤편으로 대형 무인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체 한가운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공군’이란 글씨가 또렷했다. 외관은 미군이 운용 중인 RQ-4 ‘글로벌 호크’ 전략 무인정찰기와 흡사했다. 북한은 미군의 MQ-9 ‘리퍼’ 무인공격기를 그대로 베낀 듯한 무인기도 선보였다. 미군의 무인정찰기와 공격기를 본떴다는 건 북한이 이들의 이름을 ‘샛별-4’와 ‘샛별-9’로 각각 명명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모델 숫자까지 동일하게 붙였다는 건 이런저런 눈치 보지 않고 카피하겠다는 의도를 엿보게 한다”고 말했다. 美 정찰기·공격기 모델 숫자까지 그대로 베껴 글로벌 호크를 닮은 북한판 무인정찰기는 이튿날 밤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도 등장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같은 달 28일 행사 장면을 편집해 내보내면서 4대의 정찰기가 운반 트럭에 실려 행사장을 지나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김정은이 쇼이구 장관에게 무인기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자 통역이 이를 쇼이구에게 전달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비춰졌다. 북한은 또 미리 촬영한 무인정찰기의 평양 상공 비행 모습도 함께 편집해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김정은이 그만큼 무인정찰기의 첫 공개에 공을 들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러시아 축하사절로 온 쇼이구 일행에게 북한이 새로 개발한 무기체계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쟁 상황임에도 현직 국방장관이 평양을 찾았다는 건 그만큼 화급한 북·러 간의 현안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친선관계를 강조하면서 쇼이구 일행을 환대하는 데 엄청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7.27 행사장에서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가장 먼저 이뤄진 순서가 바로 쇼이구 일행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러시아어 장내 통역방송까지 제공해 가면서 쇼이구 장관을 맞았다. 전통적으로 러시아보다 더 혈맹으로 강조되고 우선시되던 중국은 뒤로 밀린 분위기였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쇼이구와 맞은편에 자리한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우리의 국회 부의장 격)은 쇼이구가 먼저 소개되자 다소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쇼이구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양측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하는 등 군사협력을 다지기 위한 부산한 행보를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7월 26일 평양에서 진행된 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완전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양측이 러시아 무기 지원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대 32시간 체공 가능한 美 정찰기 성능과는 큰 차이 물론 북한이 개발한 짝퉁 글로벌 호크와 관련해 군사전문가들은 미 정찰기의 성능이나 제원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호크의 경우 최대 32시간 공중에 떠서 정찰활동을 벌일 수 있으며 최대 항속거리는 2만2000km에 달한다. 감시정찰 능력을 판가름하는 전자광학(EO) 카메라 및 영상 레이더(SAR)의 성능도 차이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미군의 경우 위성을 활용해 이를 운용할 수 있지만 북한은 아직 여기에 이르지 못한다. 다만 북한이 미국 등 서방 선진국의 군사기술을 해킹 등을 통해 절취해 무기체계를 빠르게 모방하고 있고, 특정 분야의 기술 개발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고도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해도 근접 지역의 정찰이나 무인 공격에 이를 활용할 경우 우리 군의 대응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한·미가 운용 중인 글로벌 호크와 유사한 모양의 북한 정찰기나 공격기가 전쟁 상황이나 교전 시에 등장할 경우 혼선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판 글로벌 호크는 서방의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8월 4일자 분석 글에서 “미사일 개발 등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북한이 이런 무인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운 게 아니다”라며 “다만 이들 무인기의 외형이 미군의 첨단 무인기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성능이 어떤 수준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샛별-4형이 SAR은 물론 정찰 관련 센서에 요구되는 고고도 플랫폼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북한 지역에서 수백㎞ 떨어진 해상이나 한국 영내까지 관찰해 수집된 정보를 지상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등 무기체계나 군사 관련 장비를 해외로부터 카피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 육상자위대가 운용하고 있는 전술차량을 그대로 본뜨다시피 해 ICBM 시험발사장 등에 이동발사대(TEL)를 호위하는 임무를 부여해 투입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밤 김일성광장 열병식에도 이 차량은 등장했고, 군부 최고 핵심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사열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무기체계를 노골적으로 본뜨는 북한의 모습은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주민들에게 반미 사상을 세뇌하고 일본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미·일의 것을 따라 한다는 건 체면을 구기는 일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북한 군부와 군수공업 분야는 더욱 그렇다. 日 자위대 카피한 전술차량 타고 열병 행사 하지만 북한은 이런 상식을 벗어나는 행보를 보인다. 누구보다 김정은이 그 선봉에 서 있는 형국이다. 북한 매체들에도 이런 모습은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6월 23일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김정은이 미국과 일본이 만든 캐릭터 디자인에 호감을 가지며 적극 도입할 것을 지시한 에피소드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은 김정은의 평양 양말공장 방문 사실을 전하며 “제품견본실에 진열된 발목에 깜찍한 고양이가 그려진 ‘키티’ 양말을 보며 곱다고 말씀하시면서 ‘뿌’ 양말도 있는가라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뿌’는 곰돌이 푸를 의미한다. 헬로키티는 일본의 캐릭터 업체 산리오가 1974년에 출시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리지널 캐릭터로 일본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또 1977년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곰돌이 푸(원제는 Winnie the Pooh)는 연작 시리즈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디즈니 사의 대표적인 캐릭터다. 북한이 미·일의 상품 캐릭터까지 김정은이 관심을 갖고 챙긴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북 제재와 미·일과의 교역 제한 문제 등으로 인해 북한은 라이선스 계약 없이 양말이나 가방 등에 무단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만일 김정은이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깊은 반감이 있다면 미국의 정찰기를 그대로 모방하고 이름까지 티 나게 붙이는 건 어려웠을 수 있다. 과거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도요타 등 일본 수입차를 없앤다며 단속에 나선 일도 있다. 김정은이 일본 제품이나 관련 캐릭터 등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해 현장에 직접 일제 렉서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최고급 모델인 LX570을 몰고 나타나고, 노동당 간부와 군 병사들을 만날 때도 이 차를 애용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지난 3월 화성-17형 ICBM 시험발사를 참관할 때는 일본 니콘 사의 18X70 IF 계열 쌍안경을 들고 나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소년단대회에 참가한 북한 어린이 5000명에게 김정은이 선물한 시계는 일본 세이코 사의 ‘ALBA’ 모델이었다. 북송 재일교포 출신 생모 영향으로 반일 감정 덜한 듯 이런 김정은의 성향은 생모 고용희로부터 영향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재일 조총련 출신 북송 교포인 고용희는 1960년 대 말 가족과 함께 북한으로 이주했고 만수대예술단에서 활동하다 김정일의 눈에 들어 28년간 함께 살았다. 당시 북송교포들은 ‘째포’라 불리며 멸시받았지만 수령의 후계자로 자리 잡아 가던 김정일의 간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정은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의 경제 사정 등으로 미뤄볼 때 고용희는 자신의 소생인 김정철과 정은, 여정을 키우면서 ‘코끼리밥솥’이라 불린 일본제 전자제품은 물론 톰보우 학용품 등을 조총련을 통해 조달해 아이들 교육 등에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 사회 곳곳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짝퉁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인다. 평양의 유명 백화점에도 버젓이 등장해 있고, 이 모습이 관영 TV를 통해 그대로 공개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19일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에는 상품 전시회 소식이 실렸는데 명품이나 유명 브랜드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이 대거 포착됐다. 한 진열대에는 샤넬 로고가 박힌 짝퉁 가방이 놓여 있고, 버버리 무늬를 도용한 가방과 디올 디자인을 갖다 쓴 향수병, 일본 스포츠 기업 아식스 디자인이 적용된 운동화 등도 포착됐다. 북한은 일찌감치 국제사회에서 ‘짝퉁’ 문제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경제난 속에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이나 김정은 통치를 위한 달러벌이를 위해 가짜 담배는 물론 정밀 위조지폐인 슈퍼노트 제조로 악명을 떨쳤다. 미국 재무부가 북한을 타깃으로 집중적인 단속과 차단을 벌인 결과 지금은 돈줄이 막혔고, 해킹 등으로 무대를 바꾸고 있다. 북한은 이제 러시아와의 무기 마케팅으로 돈벌이에 나서려 하고 있다. 정상적인 무역거래나 국제금융망 편입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행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 편들기를 하며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다급하다 보니 푸틴의 반인도적 전쟁 행위나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인명 살상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을 비아냥거리고 우롱하는 비상식적 언행까지 벌이고 있다. 그 전면에 선 인물이 김정은이다. 그는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모스크바로 귀환한 직후인 지난 8월 3일부터 5일까지 초대구경 방사포(다연장로켓, MLRS)를 비롯한 주요 무기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집중 시찰한 것으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하고 있다. 통신은 김정은이 주요 군수공장을 방문해 노동당 군수공업 정책의 핵심목표 수행정형을 살폈다면서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공장이 최근에 이룩한 기술 및 생산공정 현대화 정형과 현행 생산실태를 구체적으로 요해했다”고 밝혔지만 여느 시찰 때와 느낌은 달랐다. 누가 봐도 러시아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무기 생산라인을 독려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사회로부터 각광받는 K-방산이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첨단 기술력과 높은 신인도를 바탕으로 러브콜을 받는 한국과 북한의 사정은 너무 달라 보인다. 주민들을 집단적인 굶주림으로 내몰며 3대 세습으로 점철된 북한 체제는 ‘짝퉁공화국’이란 오명을 쓸 수밖에 없는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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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북한 무인기 위협 심각...軍 실질 대책 서둘러야

“北, 스텔스 무인기 2024년 개발 가능성” 중대형+소형 ‘벌떼작전’ 군사적 효용성 “김정은, 무인기 핵탄두 장착 원할 것”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2014년 3월 경기도 파주시 한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는 청와대와 경복궁 일대, 서울시청, 주요 지하철역 등 서울 핵심 시설을 상공에서 근접 촬영했다. 무인기 경로가 파주~문산 축선 일대로 밝혀져 우리 군의 방공망이 무방비로 뚫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군사전문가들은 무인항공기가 만일 북한 군이나 당국이 운용하는 무인정찰기라면 남한에 대한 비대칭 전력으로서 우리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무인정찰기나 무인항공기에 소형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폭탄을 장착해 정확히 떨어뜨리고 싶은 곳을 타격했을 때는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북한 무인기가 유유히 대한민국 심장인 서울 한복판까지 내려와 청와대 상공을 비롯해 국가 주요 핵심시설을 찍자 우리 정부와 한미 정보 당국, 군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부랴부랴 북한 소형 무인기용 탐지 레이더를 전력화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2014년 무인기 침투 때도 대책 마련 ‘난리법석’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우리 군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4년 당시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 그리고 2023년 현재 윤석열 정부까지 그동안 한 해 수십조의 국방예산을 쏟아부으면서 무더기로 내려온 무인기 한 대도 격추 못 시켰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내 무인기 전문가는 “북한이 빠르면 오는 2024년 ‘7.27 전승절’에 스텔스 무인기를 보란 듯이 들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의 무인기 전력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면서 “당초 중대형 무인기를 오는 2025년까지 개발할 것으로 봤는데 그 시기가 2~3년이나 앞당겨졌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스텔스 무인기 위협이 1~2년 안에는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 무인기 위협의 고도화·현실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도 스텔스 무인기 개발 중 스텔스 무인기는 미국이 전력화해 운용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앞다퉈 개발 중이다. 한국도 스텔스 무인기를 야심차게 개발하고 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12월 북한 소형 무인기 침투 당시 “북한이 무인기를 스텔스화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휴전선 일대에 촘촘히 무인기 요격 시스템을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023년 2월 북한이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스텔스 무인기를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인들이 스텔스 무인기 기술을 구하려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 무인기는 핵무기 운반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렇게 갖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드론 전쟁’, ‘무인기 전쟁’이 현실화한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군이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과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미래전이 아닌 당장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인 ‘무인기 전쟁’, ‘드론 전쟁’에서 한참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북한은 올해 ‘7.27 전승절’을 계기로 고고도 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공격형 무인기 ‘MQ-9 리퍼’와 판박이였다. ‘북한판 글로벌 호크’ 샛별-4형은 한국 공군이 미국에서 4대를 도입해 운용 중인 RQ-4, ‘북한판 리퍼’ 샛별-9형은 MQ-9 리퍼와 기체 모양은 물론 무기체계에 붙이는 번호까지 동일하다. 무인기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인기에 붙이는 숫자까지 미국과 똑같이 단 것은 미국과 대적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북한 무인기 실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북한의 무인기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평가,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국내 전문가는 “북한의 무인기 기술과 성능이 좋고 나쁘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면서 “글로벌 작전을 해야 하는 미국은 그 사이즈에 맞춰 최첨단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비교 분석했다. 그는 “다만 북한은 남북 군사분계선(MDL)과 서울·경기도 인근을 중심으로 무인기를 띄워 작전과 임무를 하기 때문에 미국과 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北 ‘저비용 고효율’ 무인기 최대 1000대 추정 북한이 2022년 12월 소형 무인기를 서울 한복판인 용산 대통령실 인근과 수도권, MDL 인근에 다수 침투시키듯 ‘드론 벌떼작전’, ‘무인기 벌떼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전격 공개한 첨단 무인기부터 저비용 고효율의 소형 무인기까지 대규모 전력화를 통해 남한을 위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 무인기 전력은 300∼400대에서 많게는 1000대까지 개발해 운용하는 것으로 우리 군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남측에 비해 공군 전력의 열세를 상쇄하기 위해 무인기 개발에 집중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방현’ 시리즈의 무인기를 개발해 생산했다. 방현 시리즈는 중국의 ‘D-4’를 개조한 것으로 ‘방현-Ⅰ’과 ‘방현-Ⅱ’가 있다. 정찰과 공격 임무를 함께 하는 다목적 무인기 ‘두루미’도 개발했다. 탑재된 장비와 무기들의 수준은 미국보다 질적으로 떨어지겠지만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는 ‘저비용 고효율’ 벌떼작전을 하는 북한의 전략이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작전을 해야 하는 미국과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무인기 전략은 분명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군이 자칫 북한의 무인기 전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을 찾은 윌리엄 져니 미국 태평양해병대사령관(중장)은 2023년 6월 해병대 발전 국제 심포지엄에서 “한반도 안팎의 동맹 지원에서 미 해병대의 역할을 증진하기 위해 추가적인 무장과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져니 사령관은 추가적인 무장과 전력을 설명하면서 ‘MQ-9A 무인기’를 언급했다.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미군의 무인 공격기 MQ-9A 리퍼는 길이 11m, 날개 폭 20m, 무게 4.7t에 최대 속도 시속 480㎞, 항속 거리 5900㎞, 비행 시간 27~34시간에 이른다. 정보 수집과 정찰, 감시 외에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4발, GBU-12/38 유도폭탄 2발 등을 탑재해 공격 임무도 수행한다. 특히 적 수뇌부 암살 특수작전에 투입된다. 미군은 2022년 10월 주일미군 기지에 MQ-9을 정식 배치했다. 한국군은 현재 육군과 해병대가 60~80km를 정찰할 수 있는 사단급 무인기(UAV) ‘KUS-FT’를 전력화해 운용하고 있다. 폭 4.2m, 길이 3.4m로 10km 밖의 물체를 정밀하게 확인하고 표적을 자동 추적한다. 2대가 동시 비행하면서 24시간 연속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사단급 무인기 도입 수량을 줄이는 대신 ‘차기 사단급 무인정찰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로 군단급 군단-Ⅰ송골매(RQ-101)는 2000년 자체 개발해 2005년 전력화했다. 최대 6시간 동안 반경 80~110km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지상에 있는 조종사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보며 조종한다. 군단-Ⅱ 무인기는 시험평가가 마무리됐고 최종 의사결정만 남은 상태다. 군단-Ⅰ송골매 도태에 대비해 성능이 훨씬 뛰어난 차기 군단-Ⅱ 전력화를 서두르고 있다. @img4 軍 “드론작전사령부 창설, 바로 임무 수행 준비” ‘한국형 리퍼’ 국산 중고도 무인기(MUAV)는 이제 개발이 끝나 양산 준비를 하고 있다. 길이 13m, 폭 26m로 미 리퍼보다 강력한 12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최대 24시간가량 체공할 수 있다. 리퍼처럼 대전차 미사일 등 무기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게는 13km, 낮게는 6km 상공에서 100km 밖을 들여다보며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감시체계 성능도 지녔다. 유인 정찰기에 비해 크기가 작으면서도 24시간 떠 있을 수 있어 은밀성이 높다. 북한 관영 매체는 이번 ‘7.27 전승절’ 소식을 전하면서 “새로 개발·생산돼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 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광장 상공을 선회하면서 시위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는 무인기가 실제로 미사일을 장착해 발사하는 장면까지 공개했다. 사실상 전력화를 거쳐 실전 배치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과시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 무인기 대책과 관련해 “북한이 새로 공개한 무기체계에 대해 우리 군은 탐지·타격에 필요한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북한 무인기 위협에 대비한 드론작전사령부 창설 준비와 관련해 “전략적·작전적 수준의 탐지와 감시, 타격, 심리전, 전자전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창설 준비단이 현재 무기체계가 전력화되면 바로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호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방사청은 북한의 다양한 무인기와 드론 위협에 대비해 실전적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면서 “그 일환으로 헬기탑재형 휴대용 드론건 사업을 추진 중이며, 적기 전력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軍 무인기 획득 프로세스 개선해야”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북한의 중대형 무인기 위협에 대한 우려를 수도 없이 전달했다. 우리 군의 무인기 획득 프로세스에 적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며 개선을 지적했다. 북한이 중대형 무인기인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를 전격 공개함에 따라 북한의 무인기는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따라잡기’가 아닌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갖고 나오면 SLBM을 개발하고, 북한이 장사정포를 전방에 배치하면 장사정포 요격체계로 대응한다.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키면 무인기를 개발하고,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띄우면 군사정찰위성을 쏘아올린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인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해 맞서고 있다. 사실상 ‘북한 따라잡기’, ‘북한 흉내내기’ 대응에 급급했다. 이젠 대한민국도 군사 전략과 무기체계 개발을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으로 전면 수정할 때가 됐다. 그래야 진정한 자주국방을 할 수 있다.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해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갖고 실질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현실화됐다고 부랴부랴 대책을 모색하는 행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드론전쟁 시대’에 무인기 개발과 생산, 전력화를 더 이상 늦출 수는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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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학생 줄어도 사교육 시장 '활황'…기승전 '대학입시'

10년간 5000만원 이상 금품 받은 교사 130명 ‘불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 수능 킬러문항 교육에 정치 개입, 오히려 혼란 불러와 | 김범주 기자 wideopen@newspim.com 사교육 공화국. 영어유치원부터 대학입시, 취업까지 연령대별로 다양한 학원을 경험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의 가르침보다는 학원의 ‘족집게’ 강의에 더 귀를 귀울인다. 교육에 투입되는 ‘돈’의 규모는 어떠한가. 유·초·중등에 쓰이는 공교육 예산은 81조원이다. 반면 지난해 학부모가 사교육에 지출한 비용만 26조원이다. 이 같은 모순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정부가 ‘사교육’ 단속에 나섰지만 핵심은 교육을 통한 ‘신분사회의 재탄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대입제도·직업구조 개편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교육 현장의 실태를 살펴보고 공교육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본다. 지난 6월 28일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 10여 명이 급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언급한 지 2주가 된 시점이었다. 연봉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일타강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이뤄졌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까지 점검을 예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국세청 조사 후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 대한 실체도 드러나고 있다. 현직 교사가 사교육 업체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를 제작해 판매하는 행위가 드러났다. 대치동의 유명 학원들이 지난 10년간 5000만원 이상 금품을 제공한 고등학교 교사만 1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금품 수수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직 교사들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상 ‘영리 업무의 금지’, ‘성실 의무’ 위반 혐의로 징계도 받을 수 있다. 입시학원은 왜 ‘문제 수집’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교사들은 처벌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이 같은 배경에는 상위권 여부를 가르는 이른바 ‘킬러 문항’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현 정부의 시각이다. 입시학원들이 킬러 문항을 불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정치권에서 입시 등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했을 때 사교육비가 오히려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정부가 내놓은 ‘교육 공정성 강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국가 차원에서 도출한 공론화 결과에도 2019년 10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수능 중심의 정시 선발 비중 확대를 지시하면서 오히려 학생들이 경쟁으로 내몰렸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겨냥한 킬러 문항도 사교육 대책의 본질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제거하고 교육과정 내에서만 문항을 출제한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진 않는다”며 “사교육 업체들은 새로운 문제 유형이라는 상품을 선물로 받았다”고 지적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사교육은 ‘쑥쑥’ 교육계가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11월에 치러질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은 역대 최저인 41만명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능이 처음 도입된 1994학년도(71만6326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물수능’ 논란으로 재수생은 역대 최대 비율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를 살펴보면 수능 응시생은 2000학년도 86만8366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한 감소세를 기록해 왔다. 2005학년도 처음으로 50만명대로 접어든 후 2010학년도 6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2020학년도에 처음으로 40만명대로 주저앉은 후에는 꾸준히 비슷한 수준을 기록해 왔다. 수험생 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사교육비는 25조953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이 또한 역대급이다. 고교 1학년 월평균 사교육비가 가장 많은 70만6000원이었다. 소득이 높을수록, 성적이 좋을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많았다. 월평균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8.1%로 300만원 미만 가구(57.2%)에 비해 크게 높았고, 상위 성적 10% 이내 학생의 월평균 학원비는 59만원으로 다른 분포에 비해 가장 높았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지갑은 매달 얇아졌지만 사교육 업계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세청 조사를 받은 사교육 업체 중 대표적으로 메가스터디, 시대인재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대인재 법인인 하이컨시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 기준 2748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뛰었다. 영업이익은 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73%올랐다. 지난 3월에는 초·중·고 상위권 학생 중심 수업을 하는 대형 종합학원 ‘다원교육’을 흡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메가스터디교육은 전년 대비 18.7% 성장한 83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5.7% 증가한 1344억원이었다. 이정열 교사노조연맹 정책위원은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성공이란 본인의 자녀가 다른 학생들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을 말한다”며 “이 같은 구조에서는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면 모두 실패로 간주되며, 대부분이 실패를 겪게 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목표 자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나친 변별을 포기하지 않으면 모두의 성장을 추구하는 공교육은 제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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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 집유에서 철창 신세 왜?

해외 경쟁업체 이직 위해 자료 촬영·유출 혐의 법원 “가볍게 처벌하면 기술 탈취 방치 결과” 법조계 “국외 유출은 막았어도 심각한 문제” | 이성화 기자 shl22@newspim.com | 배정원 기자 jeongwon1026@newspim.com 해외 경쟁업체인 인텔로 이직하기 위해 반도체 초미세 공정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최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삼성전자 측은 당시 기술 유출 정황을 재빠르게 포착해 기술 유출을 막았다. 해당 엔지니어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형량이 세진 것에 대해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기술 유출 범죄를 엄단하려는 움직임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부장판사)는 지난 6월 14일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 최모 씨에게 징역 1년6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최 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항소심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철창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경쟁사 이직 위해 범행...모니터링 과정서 ‘들통’ 최 씨는 지난해 1월 16~17일 회사 내부 시스템을 통해 파운드리 반도체 공정기술 관련 자료 등 총 33개의 영업비밀 파일 링크를 자신의 사내 이메일로 전송한 다음 자택에서 재택근무용 원격접속시스템에 접속해 중요 내용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최 씨의 범행은 퇴직예정자에 대한 삼성전자 정보보호부서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각됐다. 최 씨의 개인 이메일 등에 대한 포렌식 결과 최 씨는 2021년 12월 31일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힌 뒤 장기 휴가 중이던 이듬해 1월 인텔에 지원해 불합격을 통보받았고, 기술 자료를 촬영한 다음 날 인텔의 다른 부서로 지원해 면접 일정이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가 최 씨를 고소하면서 수사에 착수, 같은 해 10월 최 씨를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최 씨 측은 재판에서 해당 파일에 대한 열람 권한이 있었고 열람·촬영 행위와 인텔 지원 사이의 연관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자료들을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이나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최 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해당 기술자료들이 실제로 경쟁사나 국외로 유출되지 않아 현실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기술자료 중 일부는 최 씨가 개발에 관여하고 작성한 점, 최 씨가 아무런 범죄경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범죄 중 국외 영업비밀 침해 행위는 실제 피해가 경미한 경우,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회수된 경우를 감경 요소로 삼고 있다. 유출은 막았지만...“가볍게 처벌하면 기술 탈취 방치” 항소심은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은 것은 최 씨가 아닌 삼성전자 측이 신속하게 범행을 적발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특히 범죄 행위로 인한 기업과 국가 피해 가능성을 더욱 고려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직했다면 국가핵심기술 등 자료가 인텔 측에 누출됐을 여지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피해 회사가 범행을 신속히 적발해 조사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피해가 방지됐을 뿐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취득·유출한 자료를 폐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고인이 취득·유출한 반도체 관련 기술자료는 피해 회사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다년간 연구해 개발한 성과”라며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국가핵심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범죄를 가볍게 처벌한다면 기업들로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기술개발에 매진할 동기가 없어지고, 해외 경쟁업체가 인재 영입을 빙자해 우리나라 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9년 8월 산업기술보호법에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유출·침해 행위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된 점, 삼성전자 측이 최 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최 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도 양형에 고려했다. 법조계는 최 씨에 대한 실형 선고 이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기술유출 범죄를 엄단하려는 법원 안팎과 산업계 등의 움직임이 본격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규웅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통상 기술유출 사건은 범행의 경위, 방법, 규모, 유출된 기술의 중요성, 범행으로 얻은 수익, 피해의 정도, 국외 또는 국외 유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볍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실형이 선고된다”고 설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최근 기술유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재판부도 경각심을 줘야겠다는 입장일 수 있다”며 “이 사건은 경쟁사로 기술이 유출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회사 밖으로 기술을 가지고 나간 이상 유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회사 핵심 부서에서 근무하며 중요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피고인이 회사가 숨겨놓은 비밀을 빼갔다고 하면 죄질이 더 좋지 않다”며 “기술 개발과 전혀 상관없는 제3자가 훔치는 것보다 더 불리하게 작용해 2심에서 뒤집힌 것 같다”고 봤다. 실제 삼성전자는 임직원들로부터 매년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받고 정기 보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보안서약서를 작성·제출해 사전 승인받은 임직원만 재택근무용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 등 정보 자산을 임의로 복사·촬영·녹음·출력·전송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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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권력자 개입 최소화가 관건...오픈 프라이머리에 법제화 대안도

‘눈치’ 봐야 하는 중앙집권적 공천제가 문제 당내 민주주의 확립이 근본 해결 방법 | 지혜진 기자 heyjin@newspim.com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의 공천 시스템에 이목이 쏠린다. 공천 시스템은 양당 후보가 되려는 예비후보자들이 경쟁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일종의 ‘게임의 룰’이다. 공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결국 탈당 및 무소속 출마로 이어지는 등 결과에 대한 반발과 당내 분란을 일으켜 선거 패배의 단초가 된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 공천설’을 일축하며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띄운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공천 룰 변경을 시사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천 파동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전략공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완전국민경선제 등 제도 개혁 방안과 함께 결국 입법으로 ‘사천’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천과 관련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 닥친 공통의 문제가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추측이고, 민주당은 이 대표 등 지도부가 영향을 끼칠 거라는 우려”라고 지적했다. 각 당 권력자들의 막대한 공천 영향력이 당내 민주주의 저해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 양극화와 정당 민주주의: 국회의원 공천제도의 쟁점과 개혁방안(2023)’ 논문에서 “중앙집권적 공천제도 아래에서 의원들은 차기 총선의 공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소신과 차이가 있더라도 지도부의 입장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중앙집권적 공천제도가 정당 지도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원인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공천제도가 정치인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현재와 같은 거대 양당 체제에서는 공천제도 개혁을 통해 당내 민주주의라도 활성화해야 정치 양극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당제 체제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현안별로 이합집산이 가능하겠지만, 거대 양당 체제에서는 당내에 이견이 많고 주류와 비주류가 공존해야 정당 사이의 정치적 대립과 교착 상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의원들이 공천을 의식하니 대의기구로서 역할보다 당지도부나 대통령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그걸 바꿔야 한다”며 “전략공천이 없을 순 없지만 지도부나 권력층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전략공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천개혁 방안으로 각광받아 온 대표적인 해법 중 하나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다. 정당의 공천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의 한 방식으로, 소수에 의한 공천 독과점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월 KBS라디오에서 “총선 리스크를 없앨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미국처럼 공천권을 국민이 행사하면 된다”며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오픈 프라이머리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낮은 경선 참여율로 인한 대표성의 왜곡, 후보자들 간의 거친 상호 비방과 조직 동원, 당 밖 지지 획득 경쟁으로 인한 당내 구성원들 사이의 결속과 연대의 약화, 인물 중심의 국민경선에 따른 정당 간 이념 및 정책 차별성의 둔화 등 여러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공천에 미치는 권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천의 시스템화 내지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 교수는 “국회에서 법률로 공천에 최고위원회라든지 대통령실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못박아야 하는데 (이는) 이상적인 이야기”라면서도 “입법화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42조 2항은 정당이 공직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당헌 또는 당규로 정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규정하고 있다. 최 교수는 “지도부 등 권력이 공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세부적인 것까지 규정할 수 있다면 공천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어느 당이 더 개혁공천에 가깝게 공천했느냐에 따라 총선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알아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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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시스템 공천" 외치지만...'권력자 줄 세우기' 우려 여전

공관위에서 후보자 추천...필요시 전략공천 검토 권력자에 권한 집중...‘시스템 공천’ 도입 불신 | 송기욱 기자 oneway@newspim.com 내년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는 이미 총선 준비가 한창이다.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정치인들은 각 당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전략을 가다듬고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새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정치 신인들이나, 고배를 마셨던 원외 인사들도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천 룰’이다. 게임의 룰인 공천은 신뢰도가 핵심이다. 자신이 잘못된 공천 룰에 의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었다고 느끼는 정치인은 모든 것을 불사하고 반발한다. 공천 파동이다. 공천 결과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하거나 당내 비리 등을 폭로하기도 한다. 공천 잡음의 크기와 선거 결과는 비례했던 것이 역사다. “공천 시스템이 불공정했다”고 평가받는 정당에 유권자들은 표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여소야대의 무력감을 절박하게 느낀 국민의힘과 차기 정권 수복을 위해 총선 승리가 절실한 더불어민주당 모두 ‘공정한 공천’과 ‘시스템 공천’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야, 공관위에서 후보자 추천...필요 시 전략공천도 국민의힘은 당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를 둔다. 위원회는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10명 내로 구성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역시 당대표가 임명하는 구조다. 비례대표도 마찬가지다. 공관위가 설치된 후 후보자 추천 공고가 나오면 해당 지역 출마 의사가 있는 후보자들이 서류를 제출한다. 이후 공관위의 1차 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선출한다. 한 지역구에 공천을 원하는 후보자가 다수일 경우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추천한다. 공관위는 또 후보자가 당선된 적이 없거나 당세가 약하고 경쟁력이 없는 지역에 전략공천 후보자를 내세울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전체 선거구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공관위를 설치한다. 위원장을 포함해 20명 내외로 구성되며 이 역시 당대표가 임명한다. 후보자가 다수일 경우 경선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방식이다. 다만 민주당은 전략공천이 필요한 경우 전략공관위를 별도로 설치해 운영한다. 위원회는 전략 선거구와 인준을 심사해 당대표에게 추천, 당대표가 확정 짓는 방식이다. 이 역시 전체 선거구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당대표에 좌지우지...‘시스템 공천’ 무색 1963년 김종필 당시 총리가 민주공화당을 창당하며 ‘공천권은 당 총재에게 있다’는 내용을 당헌에 포함시킨 이래 공천권은 당대표가 쥐어 왔다. 이에 따라 당대표의 의중에 따라 공천이 좌우된다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당대표가 자기 편을 만들고 반대 계파를 배제하는 행위로 당내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시 이해찬 등 ‘친노(친노무현)’ 의원들을 대거 컷오프시킨 뒤 자신은 비례대표 2번으로 ‘셀프 공천’하며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당의 경우 공천권은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대표와 대통령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20대 총선에서 벌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밀어붙이고 있었으나 당시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대 속에 끝내 무산됐다. 다만 김 대표는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높은 상향식 공천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은 강경하게 고수했다. 갈등 속 김 전 대표는 일부 인사의 공천 추천장에 날인을 거부하며 잠적했다. 해당 사건은 이른바 ‘옥새런(run)’, ‘옥새 들고 나르샤’ 등으로 회자됐고 180석을 자신하던 새누리당은 그해 총선에서 패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권파들은 항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공천을 해왔다”며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입맛에 맞는 후보를 뽑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에 충성하는 인사의 공천 가능성은 높다”고 예상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부터 시스템 공천을 통해 어느 정도 개입을 막은 상태다. 부적절한 후보를 정량, 정성평가를 통해 걸러내며 지도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당헌에 명기된 공천 심사기준을 살펴보면 ‘심사 배점은 정체성 100분의 15, 기여도 100분의 10, 의정활동능력 100분의 10, 도덕성 100분의 15, 당선 가능성(공천적합도 조사) 100분의 40, 면접 100분의 10으로 반영한다’고 돼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최근 내년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1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사 공천’ 우려가 나오자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며 “능력 있는 사람, 시스템 공천을 통해 주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 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스템 공천 방식에도 허점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에 대한 자격 심사가 일반적인 원칙이지만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의 입김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의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 제도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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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정찰위성 재발사 공언한 김정은...도발 혹은 유화 공세 갈림길에 서다

5월 말 발사 실패 후 절치부심 모양새 ‘전승절’ 열병식과 수해방지가 발등의 불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변수 될 가능성”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올여름 김정은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지난 5월 31일 정찰위성 발사를 내세워 로켓을 쏘아올렸지만 완전 실패한 이후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데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당장 스타일을 구긴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핵·미사일로 자초한 대북 제재와 압박 국면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전략 마련에 부심하는 듯하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에서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으로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린 건 지난 5월 31일 오전 6시29분이다. 하지만 2단 로켓이 점화되지 않는 문제로 위성 탑재부인 3단 추진체 등이 서해상에 추락하면서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우리 군이 발사체뿐 아니라 위성체까지 인양해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김정은으로서는 더 스타일을 구긴 측면이 있다. 이례적으로 북한도 공개적으로 즉각 실패를 인정하고 나섰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발사했다”며 “발사된 천리마-1형은 정상 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조선 서해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우주개발국은 위성 발사에서 나타난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 가지 부분 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성 발사가 실패한 상황은 북한에 큰 충격을 안겨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문에 공을 들여온 김정은에게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은은 지난 4월 18일 딸 김주애와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작·완성된 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한 달 가까이 지난 5월 16일에는 위성발사준비위를 찾아 “정찰위성 발사는 절박한 요구”라고 밝히는 등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위성발사 한국에 선수 빼앗기자 서둘러 버튼 누른 듯 그렇지만 ‘탑재 완료’까지 알린 위성 발사는 시간이 더 걸리는 듯 보였고, 결국 지난 5월 25일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고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목표 궤도인 고도 550km에 정확하게 올려놓았다. 김정은의 수차례 공언과 발사 예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선수를 빼앗기는 모양새로 체면을 구긴 것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더 이상 발사가 지연되다가는 한국에 완전히 뒤처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예고 기간 첫날 서둘러 발사를 지시했다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대북 감시망을 가동해온 국가정보원도 발사 실패 당일인 5월 31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통상 20일가량 소요되는 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조급하게 발사를 감행한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재발사를 통한 위성 확보 발걸음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발사 실패 이튿날인 6월 1일 담화를 통해 “확언하건대 공화국의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 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여 임무 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이 담화에서 미 백악관이 북한 위성발사체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 밝힌 것과 관련해 “그 누구도 위성 발사에 대한 우리의 주권적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남들이 다 하는 위성 발사를 놓고 그 목적 여하에 관계없이 탄도로켓 기술 이용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사회 결의에 걸어 우리만이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러한 억지 논리는 우리 국가의 우주 이용 권리를 심히 침해하고 부당하게 억압하는 분명코 날강도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정권 종말, 제도 전복을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는 미국과 그 앞잡이들과는 대화할 내용도 없고 대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으며 그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연장선에서는 자기들 스스로에게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으며 우리와 대결을 추구하며 나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더욱 공세적인 자세에서 우리 식대로의 대응을 계속해 나갈 것”이란 주장도 펼쳤다. 북한의 실패 직후 전문가들은 위성 발사가 2개월 정도 기간에 급조된 신형 발사대에서 쏘아올려진 것으로 판단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공개한 영상들을 토대로 “새 발사대는 발사준비 징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급조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고정 발사대로서 장기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임시 발사대의 성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사방에는 짧은 시간 내 급조를 위해 야간 건설 작업이 가능하도록 조명시설을 구축한 게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노동당 전원회의 사흘간 이례적으로 침묵한 김정은 정찰위성 발사 실패 문제는 지난 6월 16~18일 사흘간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도 다뤄졌다. 그만큼 북한 입장에선 중대한 사안이란 얘기다. 대실패로 인한 불편한 심기 때문인 듯 노동당 총비서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 내내 침묵했다. 회의 석상에서 장광설을 쏟아내며 이런저런 지시를 하고, 역정을 내거나 비판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이 집권 이후 15차례의 당 전원회의에서 연설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위성 추락 사고 보름 남짓 만에 열린 당 전원회의 분위기도 험악했다. 이례적으로 실패 직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 사고 발생”이라며 관련 보도를 즉각 내놓은 북한은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서도 “가장 엄중한 결함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위성 발사 준비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꾼(담당 간부를 지칭)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북한은 회의 석상에서 강한 재발사 의사를 재차 드러냈다. “발사 실패의 원인과 교훈을 철저히 분석하고 빠른 시일 안에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는 물론 김정은의 위성에 대한 강력한 집착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정찰위성을 쏜 당일에도 발사대에서 1.3km 정도 떨어진 곳에 관측대를 만들어 김정은과 관계자들이 지켜본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그만큼 각별한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이처럼 정찰위성에 유달리 집착하는 모습을 놓고 중국의 길을 따라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마오쩌둥이 미국 유학 중이던 과학자 첸쉐썬(錢學森)을 귀국시켜 이른바 양탄일성(兩彈一星), 즉 수소폭탄·원자폭탄·인공위성을 개발해 일련의 체계를 갖춘 것처럼 북한도 이를 통해 한·미의 대북 압박에 맞서겠다는 뜻이다. 과거 북한 매체들도 ‘양탄일성’ 등의 보도를 내놓으며 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심을 표한 바 있다. 핵 무력 법령화를 공언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전술핵탄두를 직접 김정은이 공개하고 나서는 전례 없는 도발적 행태를 보인 북한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실시간으로 살피는 감시경을 갖추려 하고 있다. 지상 약 300~150km 저궤도 위성으로 알려진 만리경-1호를 여러 개 쏘아올린 뒤 적어도 2시간에 한 번씩 미국 항공모함 등의 움직임을 포착·추적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병철 당 군사위 부위원장이 5월 29일 자 입장발표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정찰능력을 언급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적들의 군사적 행동 기도를 실시간 장악할 수 있는 믿음직한 정찰정보 수단의 확보를 최대 급선무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은 이와 같은 도발적인 행태를 보이면서도 ‘평화적 우주공간 이용’을 내세우는 자가당착적 모습을 드러낸다. 또 외무성이나 김여정 명의의 담화 등을 통해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대북 제재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다. 언뜻 들으면 북한 주장도 그럴 듯하다. ‘왜 북한에만 유독…’이란 기류가 우리 일부 지식인과 여론 사이에서도 제법 솔깃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 고도화일 뿐 하지만 이는 북한의 일방적 궤변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 그룹의 견해다.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국제사회의 룰이나 질서를 어지럽혀 온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져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으로 이어진 김 씨 패밀리 3대 세습 독재체제는 집요한 핵 보유 야망의 실현을 가능케 했다. 전문가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서 중요한 3대 요소로 기술과 자금 그리고 최고지도자의 의지를 꼽는데,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이어가면서 핵·미사일 야욕을 대물림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과정은 기만과 은폐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를 기망해 가면서 비밀리에 핵 개발을 추진했고, 여기저기 숨겨가면서 핵을 손에 거머쥐었다. 1990년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 추방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핵 개발 의혹을 제기한 한·미에 대해 북한은 원자력 발전을 의미하는 ‘평화적 핵 동력 공업’ 운운하며 버텼고, 결국 경수로 발전소를 챙기고 발전용 중유도 지원받았다. 그런데도 비핵화 합의와 파기·위반을 되풀이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결국 핵과 그 투발 수단인 미사일 개발을 마치자 태도를 돌변해 ‘서울 불바다, 워싱턴 타격’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서 사용해온 수법을 ‘정찰위성’이란 이름으로 다시 써먹겠다는 얘기다. 이러니 미국 등 국제사회가 한번 산 말(馬)을 다시 돈을 주고 사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위성 실패 이후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핵과 미사일로 만신창이가 된 경제와 민생이 생생히 드러났다. 북한은 “우리의 전진에 엄청난 장애를 조성했다”며 한·미의 대북 대응조치에 불만을 드러냈고, “올해 제시된 알곡고지를 성과적으로 점령할 수 있는 조치들을 각방으로 취했다”며 상반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음을 내비쳤다. 안타까운 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위성 발사까지 시도하면서 주민들의 식량 문제도 해결 못해 전전긍긍하는 북한의 현실이다. 대북 정보당국은 북한이 올봄부터 아사자가 속출하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도 로켓 한 번 발사에 주민 몇 달치 식량을 탕진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이나 권고에는 귀를 막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쓴 자금이 지난 한 해만 1조원에 이르고, 이는 북한 전체 주민 2500만명이 40~50일간 먹을 수 있는 쌀값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경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 부처의 관망은 어둡다. 통일부는 노동당 전원회의 평가 자료에서 “난관의 원인을 외부 및 하부 단위에 미루는 것으로 보아 ‘5개년 계획’ 이행이 부진하며 만회에 대한 자신감도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또 ‘핵에는 핵’ 등의 언급을 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하반기에도 핵 무력 증강 노선과 주요 계기 시 도발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내세운 ICBM 도발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고 판단해 대북 제재와 함께 북한의 태도 및 노선 변화를 압박할 군사적 대응조치까지 선보이고 있다.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어지럽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처하려는 한·미의 움직임에 북한은 ‘군사적 모험책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진핑이 공들인 아시안게임 잔칫상 엎는 건 부담 핵과 미사일 도발 행보를 이어온 김정은의 머릿속은 지금 온통 정찰위성 조기 재발사를 통한 체면치레나 실패 만회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공산이 크다. 여의치 않을 경우 7차 핵실험이나 각종 탄도미사일 도발과 함께 재래식 무기의 보강이나 국지도발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위기 국면으로 북한이 치닫지 않게 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책과 함께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란 지적도 나온다. 물론 북한이 마냥 고강도 도발로 치닫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도 있다. 당장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아시안게임(9월 23일~10월 8일)이 문제다. 시진핑이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아시안게임 기간 중은 물론 이를 전후한 시점에 미사일 도발 등에 나서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북한이 45개 참가국에 포함돼 일찌감치 선수단 명단을 제출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전격적으로 유화 공세를 펼치고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7.27 행사 이후 즉각 위성 발사나 7차 핵 실험 같은 도발적 행보가 어려울 경우 아시안게임 국면을 틈타 대남·대미 유화 국면을 조성하려 들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북한이 일본과 제3국에서 비공개 접촉을 했다는 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한·미·일 대북 공조에서 ‘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일본을 상대로 모종의 공세를 펼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에게 올여름은 도발의 고삐를 계속 죄어 나가느냐, 아니면 유화 공세로 돌아서서 생존을 모색할 것이냐의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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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8.15 광복 78주년과 자주국방의 길

78년 전 광복 당시와 군사·안보 지형 흡사 한미일 vs 북중러 대치 속 자주국방 시급 최첨단 무기체계 현대화...군사 강국 발돋움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올해 8.15 광복 78주년을 맞았다. 광복절을 맞을 때마다 국민들은 자주 국방을 염원한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은 날로 고도화되고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군사·안보 지형은 78년 전 광복을 맞을 당시와 같이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 처해 있다. 강력한 한미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은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군으로 발돋움했다. 다만 북한의 비대칭 전력인 전술·전략 핵무기가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은 가장 강력하고 실질적인 핵 확장억제 전력으로 상시적 수준의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해 대응해 나가고 있다. 현재 남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비교해 보면 남한 병력은 50만명, 북한은 128만명이다. 전투기는 남한 410여 대, 북한 810여 대다. 전차는 남한 2200여 대, 북한 4300여 대다. 전투함은 남한 90여 척, 북한은 420여 척이다. 잠수함은 한국 10여 척이고 북한은 70여 척이다. 미국과 강력한 군사동맹 구축 여기에 화력이 막강한 주한미군 2만8500명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 주력인 전투기 90여 대와 장갑차 280여 대, 패트리어트 60여 기, 헬기 40여 대, 다련장(MRLS) 40여 문, 야포 10문을 보유하고 있다. 전시 미군 증원전력은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포함해 69만명이며 항공기 2000여 대, 함정 160여 척이다. 재래식 무기 측면에서 북한이 병력과 전차, 전투기, 함정, 잠수함 분야에서 남한보다 월등히 많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남한의 군사력이 월등히 앞선다. 다만 북한이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 30기(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2023년 연감)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보유하고 있어 남북 군사력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전술핵·전략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 미사일, 각종 신종 유도무기체계 개발을 가속화하며 실전 배치하고 있어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이 전시에 1~3개월 정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전쟁물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전쟁지속능력은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기반시설과 같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국방부는 분석하고 있다. 남북 간 첨예한 군사적 대치에 더해 주변 강국들의 군비 경쟁은 격화된 지 오래다. 군사 대국인 중국은 200만명 병력에 전차 7000대, 전투기 1600대, 전술잠수함 53척에 핵탄두 탑재 전략핵잠 6척을 보유하고 있다. 전술핵·전략핵 410기를 보유하고 극초음속 미사일도 실전 배치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경제적·군사적으로 ‘경쟁 전선’을 형성하면서 대만 침공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한 러시아는 90만명 병력에 전차 1만3000대, 전투기 876대, 전술잠수함 38척에 핵탄두 탑재 전략핵잠 11척을 보유하고 있다. 전술핵·전략핵 4400여 기와 극초음속 미사일도 실전 배치했다. 일본은 병력 24만명에 전차 500대, 전투기 317대, 잠수함 22척을 보유하고 있다. 주변 군사 강국인 중러일은 군사력의 양적·질적 측면에서 한국군을 압도하거나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감시정찰·유무인·극초음속 무기 확보 시급 현재 한국군의 군사력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 6위권으로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평가한다. 프랑스와 영국보다 높은 순위다. 국방과학기술 순위는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독일, 영국, 중국, 일본, 이스라엘에 이어 9위이며 방산 수출 규모도 9위권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전 국방대 교수는 “미래전의 승패는 우주와 사이버·전자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무기체계 분야에서 자주 국방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주 기반 감시와 조기경보체계 확보가 시급하다”면서 “드론과 유·무인 복합체, 극초음속 무기,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Directed Energy Weapon) 등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권 전 교수는 “아무리 좋은 무기체계가 있어도 운용할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하고 싸우는 전략과 전술, 교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무기체계+전문인력+전술·교리 3박자가 갖춰져야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최첨단 무기체계를 갖고 있지만 운용할 전문 인력과 전술·교리에 있어서 아직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미중이 전쟁을 벌인다면 전투력에서는 미국을 압도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러난 군사적 시사점에 대해 권 전 교수는 “지상군의 전통적 2차원 작전의 한계를 노출했다”면서 “드론의 군사적 효용성도 입증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사일과 같은 장거리 무기에 의한 비접촉 전투 효과성도 검증됐다”면서 “ ‘무기체계 성능이 전투력은 아니다’라는 것도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권 전 교수는 “결국 최상의 전투력은 무기체계와 전략전술, 전투원의 통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라고 말했다. 권 전 교수는 “우리 국방력은 무기체계 중심이 아니었나 생각되고, 전투력 관점에서 개념 중심의 능력기반(무기체계+전략전술+인재양성)으로의 변혁이 가장 시급하다”면서 “무기체계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전략전술이 미흡하고 뛰어난 운용자가 함께할 수 없다면 싸워 이길 수 없다. 이것이 진정한 자주 국방이고 천문학적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고 제언했다. 군 교육훈련·연구개발 기관 대대적 혁신 한국군 사관학교와 국방대학교를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싸우는 방법인 전략과 전술, 교리를 연구 개발하는 육군 교육사령부와 해군·공군 전투발전단을 어떻게 혁신해 나갈 것인지 심도 있는 토론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국군의 무기체계 현대화는 어느 정도 구축됐기 때문에 이제는 교육훈련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한국군을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으로 확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강대국에 대한 핵 억지력을 갖기 위해서는 핵무장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단시간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잠재적 핵 역량’을 보여주는 것도 상대방에게는 위협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을 보다 강력히 다지면서 북한이나 주변국들이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군사·안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은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치렀던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에서 ‘눈물을 머금고’ 미군 전력을 뺐다. 러시아는 무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으며,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 다툼은 총성만 없지 이미 전시 상황이다.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한국의 군사력은 자주 국방을 할 수 있는지, 우리 스스로 국가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비싼 무기만 쓰는 군대가 될지, 아니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연구하는 군대가 될지, 어떤 군 인재들을 양성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군인(軍人), 즉 사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훌륭한 전문 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자주 국방의 기틀을 다지고 ‘제2의 창군’, ‘제2의 광복’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절박하다.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군사적 대립 구도가 첨예화될수록 강대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 자주 국방의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진다. 우리 힘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어 당해야만 했던 비참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쟁을 억지할 수 있는 자주 국방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것이 8.15 광복 78주년을 맞는 한국군의 책무이며 사명이다. 자주 국방력은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으며 말로만 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중지(衆志)를 모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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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시행 14년 만에 특별법 가속…'머그 샷' 등 확실한 얼굴 공개 이뤄지나

| 이성화 기자 shl22@newspim.com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계기로 강력범죄자의 신상공개 범위를 확대하자는 여론과 함께 관련법 제정 움직임이 불붙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정부와 여당은 같은 달 1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특별법 제정을 정부 입법보다 절차가 간소한 의원 입법 형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중대범죄자의 신상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관련법 제·개정안 총 8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무부도 해당 법안들을 포함한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판 받는 강력범죄 피고인 얼굴도 공개될까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포함해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정안에는 공개 대상을 △내란·외환·테러·조직폭력·마약 등 중대범죄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은 아동 대상 성범죄 △여성 등 불특정인이 피해자가 되기 쉬운 묻지마 폭력 등 중대범죄 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 규정했다. 또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공개 결정일 30일 이내 모습을 공개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의 현재 얼굴을 촬영하는 소위 ‘머그샷(mugshot)’에 대한 근거 규정도 담았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30대 남성 A 씨의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초 수사 단계에서는 특정강력범죄가 아닌 중상해 혐의만 적용돼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는 피고인에 대한 신상공개 규정이 없어서다. 이에 한 유튜버와 구의원이 나서 A 씨의 신상을 공개해 사적 제재 논란도 일었다. 당정은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범죄 유형을 추가하고 기소 후 피고인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신상공개 제도는 2010년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다. 경찰은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신상공개를 결정한다. 신상공개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 등 4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경찰, 14년 동안 47건 공개...보완 필요 목소리도 신상정보 공개가 엄격한 요건하에 이뤄지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신상공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특정범죄에 대한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현행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개선해 수사기관이 원칙적으로 중대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인터넷을 통해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인다는 취지다. 안 의원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공개는 도입 이래 최근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까지 14년간 겨우 47건 이뤄졌다.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는 총 9만8797건에 달했지만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례는 턱없이 부족한 0.04%에 그쳤다.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상공개위원회 운영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 교수는 “전국 시도청별로 신상공개위원회가 따로 구성돼 있어 공개와 비공개 결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며 “전국적으로 통합해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제주 유명 음식점 대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3인조에 대한 신상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코인 투자 손실로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경우 일당의 얼굴은 공개됐다. ‘머그샷’ 규정이 없어 신상공개가 결정되더라도 피의자의 현재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경찰은 2019년 법무부 유권해석에 따라 피의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머그샷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아 촬영한 지 오래됐거나 후보정 작업을 거친 증명사진이 공개돼 현재 모습과 차이가 있다. 또 포토라인에서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논란이 되곤 한다. 장 교수는 “어려운 여건하에 신상이 공개됐는데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 머그샷을 포함해 확실하게 신상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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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끊이지 않는 실효성 논란...美·日 등 해외 사례는?

“범죄예방 효과 실익 크지 않아” vs “암수범죄 발견 가능” 미국 워싱턴주·일본 등에서는 피의자 신상공개에 긍정적 | 배정원 기자 jeongwon1026@newspim.com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 ‘또래 여성 살인 사건’ 등 흉악범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한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47건의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력범죄와 성범죄 피의자에 한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지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요 신상공개 사례로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전 남편 살인’ 고유정, ‘박사방 운영’ 조주빈, ‘신당역 스토킹 살인’ 전주환, ‘노원 세 모녀 살인’ 김태현,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이경우·황대한·연지호·유상원·황은희, ‘부산 또래 여성 살인’ 정유정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가 국민의 알 권리는 충족시키지만 범죄예방 차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들은 대부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무거운 형을 선고받는다. 따라서 신상공개 제도는 범죄예방 효과보다도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효과가 더 크다. 사람들은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를 때보다 알게 됐을 때 흉악범죄에 대한 충격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이승혜 변호사도 “현재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에서 범죄예방 효과는 실익이 크지 않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이 더 크다”며 “실질적인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수사 단계에서 얼굴을 공개하는 것보다 형을 다 마치고 출소할 때 얼굴을 공개하는 식의 신상공개가 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공개 시 현재 얼굴과 너무 다른 사진이 공개되는 점, 송치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마스크나 안경, 머리카락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해 실물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현행법상 머그샷(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사진)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데 피의자 대부분 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상공개의 긍정적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허정회 법무법인 안팍 변호사는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 내 신상이 이렇게 노출될 수 있구나’ 하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또한 젊은 피의자들은 형을 마치고 사회에 나왔을 때 여전히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상공개를 통해 충분히 재범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 사람들이 풀려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현재 신상공개 범위 확대 추진을 촉발한 ‘부산 돌려차기남’의 경우 전과 42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신상을 공개하면 재범방지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신상공개 제도는 범죄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암수범죄(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발견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구속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뜨거운 한국과 달리 외국의 경우 신상공개에 대해 좀 더 허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피의자는 통상 수사기관 체포 후 단기간 내 이뤄지는 고발장 수리 시점부터 피고인의 지위를 가지게 되므로 사실상 체포 시점에 근접해 신상공개가 이뤄지게 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경찰국은 성인 피의자가 체포된 경우 기소 전이라도 이름, 나이, 성별, 인종, 거주지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경찰국도 관련자의 안전이나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체포된 자의 이름, 주소, 나이, 직장, 성별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피의자 신상공개와 관련해 특별한 법령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범죄사건 보도 시 실명 보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반면 독일에서는 원칙적으로 피의자에 대한 공개적 신원 노출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중대한 범죄인 경우 혹은 사회적 중요성에 따라 정당한 공개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신원을 명시한 보도가 허용된다. 영국에서도 생명에 대한 위협, 범죄 예방 또는 공공의 이익과 관계됨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이 피의자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다만 기소될 경우에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름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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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명확한 목적·기준 제도화"...법조계, 대상 확대 공감 속 신중론도

| 배정원 기자 jeongwon1026@newspim.com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 사건 피의자에 한정된 신상정보공개 제도를 피고인에게도 적용하고 마약 사건 등 대상 범죄 유형을 확대하자는 분위기에 법조계는 공감하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5조 1항의 위헌성을 심리 중이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황승태 부장판사)는 텔레그램 ‘n번방’ 구매자 A 씨가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에 불복해 낸 소송 항소심을 심리하던 중 해당 조항이 피의자의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을 위반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으로 징역 15년을 확정받은 강훈은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박사방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대한 알 권리에 비해 더 두텁게 보장돼야 한다”며 “보장의 범위에는 과연 어떠한 사람이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는지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강훈의 신상을 공개할 공익적 필요성이 이로 인해 제한되는 강훈의 사익보다 현저히 우월하다는 것이다. “알 권리 보장해야” vs “무죄 추정”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이 피의자의 얼굴인데 흉악범죄나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공개가 안 되면 국민의 집단지성을 무시하는 꼴”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신상공개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할 수 있다”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돌려차기를 한 영상이 중요한 증거로 나왔는데 나중에 유무죄가 뒤집히겠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덕연 은하수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행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고 현재 그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논의가 진행된다는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재범 방지 및 예방의 필요성이 크면서도 과거에 비해 범죄율이 크게 증가한 마약 사건 등 공개 대상 범위를 넓히려는 것도 시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송문기 법무법인 재유 변호사도 “신상공개 제도가 비교법적으로 유례없는 제도도 아니고 국민들의 요구를 생각하면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현재 제도를 감안하면 피고인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 범죄자의 신상공개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인권 침해 우려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신상공개 제도는 무죄 추정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라며 “지금까지는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가 기소돼 법원에서 무죄가 나온 사례가 한 건도 없지만 확대하다 보면 신상이 공개됐는데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고 사회 복귀 문제도 있다”며 “신상이 한번 공개되면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순식간에 퍼질 수 있고 영원히 지워지지도 않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2차 가해 방지 위한 가이드라인도 필요” 전문가들은 현재 신상공개 제도의 한계점을 보완하면서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장영수 교수는 “여론에 휩쓸려 신상공개를 확대하는 건 올바른 법이 아니다”라며 “특별법을 만들더라도 신상공개가 왜 필요한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또 “신상공개 대상 범죄를 확대하는 데 있어 기존 공개 대상이 되는 특정강력범죄, 성폭력 범죄들과 동급으로 볼 수 있을 만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 변호사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제도의 취지는 공익 목적의 실현을 위해 흉악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인권을 일부 양보하도록 한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를 거쳐 공개가 결정되는 만큼 실물과 가장 부합하는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정덕연 변호사는 “피의자의 기본적인 신상뿐 아니라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가족 등 사생활에 관한 사항까지 공개되는 이른바 ‘신상 털기’는 물론 이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의 신상까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신중한 판단이 더욱 중요하며 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수 여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당초 신상공개 제도가 기대하는 범죄 예방 목적을 위해서는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것보다 피의자에 대한 공정한 재판과 사회적 지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위험 구성원을 식별하고 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프로그램, 범죄 예방 교육, 경찰 조사의 효율성 강화 등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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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킬러문항 배제 수능 최저기준 변화 주목...자소서 폐지 따른 '세심한' 전략 필요"

2019년 확정 방안...학종 자소서 전면 폐지, 기재 항목 축소 “교과 성적 영향력 커져, 수능 최저기준도 완화” 지난해 대입, 학종 비교과 축소 뒤 SKY 내신 합격선 상승 | 조승진 기자 chogiza@newspim.com 교육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소위 킬러문항이라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2024학년도 대학 입학전형(대입) 전략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졌다.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내년 대입은 2021년 확정된 대로 시행돼 큰 변화가 없지만,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자기소개서 전면 폐지와 주요 기재 항목 축소 등 변동사항이 있어 지원자들은 대학별 평가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먼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21년 발표한 ‘2024학년 대입 전형 계획 시행사항’에 따르면 대입 전체 모집인원은 34만4296명으로 2023년보다 4828명 줄었다. 수시모집 인원은 전체의 79%인 27만2032명, 정시모집 인원은 7만2264명이다. 전년 대비 수시는 410명, 정시는 4418명이 각각 줄었다. 수시와 정시의 전체적인 선발 기조는 유지된다. 수시모집 85.8%가 학생부 위주, 정시모집 91.7%가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선발한다. 수도권 대학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위주 선발 인원은 1056명 감소하고, 정시모집 수능 위주 선발 인원은 593명이 늘었다. 교과성적을 활용해 지역 학교장 추천으로 입시원서를 제출하는 지역균형전형은 전체 1만3785명으로 전년 대비 2997명 늘었다. 지역균형 선발을 진행하는 대학은 총 46개다. 이 가운데 가천대, 건국대, 광운대, 경기대, 동국대, 명지대, 연세대, 이화여대, 차의과대, 한양대, 한국항공대 등 19개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 필수 응시 제한 폐지 주요 정시모집 변동사항으로 서울대는 정시 자연계열 모집 단위에서 과학Ⅱ(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과목의 필수 응시 제한을 폐지한다. 그동안 허용하지 않았던 과학탐구 ‘Ⅰ+Ⅰ’조합으로 수능 응시가 가능해졌다. 의과대학, 기계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등 자연계열의 일부 모집단위의 경우 물리와 화학 중 한 과목을 응시해야만 지원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고려대는 학생부 교과성적을 반영하는 교과우수전형을 신설해 427명을 뽑는다. 수능성적 80%, 교과성적 20%를 합해 평가하며 세부능력 특기사항은 제외한다. 정시 100% 일반전형은 유지된다. 연세대는 정시 일반전형 의예과와 국제계열 선발에 면접을 도입한다. 1단계에서 수능 910으로 2.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수능 910과 면접 100으로 최종 선발한다. 국제계열 모집단위는 언더우드학부(인문사회), 융합인문사회과학부(HASS), 융합과학공학부(ISE) 등이다. 올해 수시모집의 가장 큰 변화는 자기소개서 전면 폐지와 학종 주요 기재 항목 축소 등이다. 지난 입시까지 학종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면접을 평가에 활용했지만 올해부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면접만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서류평가에서 배제되는 항목은 자율동아리 활동, 개인봉사활동 실적, 수상경력, 독서 활동 등이다. 학생부교과전형 중 서울 일부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했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홍익대가 일부 기준을 완화했고 서강대, 성균관대는 전체적인 기준을 완화했다. 고려대, 홍익대는 인문계열의 수능 최저를 자연계열과 동일하게 하향 조정했다. 킬러문항 배제, 수능 최저기준에 주목 킬러문항이라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 출제가 수능에서 배제되면서 대학별 최저학력기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킬러문항 배제로 올해 수능 난이도가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완화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실제 고려대는 학교추천의 최저기준을 2023년도 인문계열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 자연계열 ‘3개 영역 등급 합 7 이내’에서 계열 구분 없이 동일한 ‘3개 영역 등급 합 7 이내(의과대학 제외)’로 변경했다. 서강대는 ‘국, 수, 영, 팀(1과목) 중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 기준을 ‘국, 수, 영, 팀(1과목) 중 3개 과목 각 3등급 이내’로 변경했다. 성균관대는 인문계열 ‘국, 수, 영, 팀(1과목) 중 3개 등급 합 6 이내(글로벌리더, 글로벌경제, 글로벌경영 제외)’, 자연계열 ‘국, 수, 영, 과탐, 과탐 5개 과목 중 3개 등급 합 6 이내(소프트웨어 제외)’였지만 2024년에는 계열 구분 없이 모두 ‘국, 수, 영, 탐구, 탐구 5개 과목 중 3개 등급 합 7 이내’로 완화했다. 학생부 비교과 영역이 축소되면서 지난해 대입 내신 합격점이 오르기도 했다. 비교과 영역 축소에 따른 영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비교과영역 평가항목은 자율 동아리, 교내 수상내역, 독서 활동, 개인 봉사활동 실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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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호

올 정전협정·한미 ‘혈맹’ 70주년…한반도 평화 수호의 핵심 축

한미 군사동맹 시초이자 근간 “정전협정·유엔사·주한미군 협조 난제 해결하고 한반도 안정 유지”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올해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올해는 한미 군사동맹의 시초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의 포성 속에서 한미는 군사 ‘혈맹’으로 발전했다. 총성은 멎었지만 남북으로 분단돼 군사적 긴장감이 팽팽한 남북 대치 상태는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재래식 무기 경쟁을 넘어 남북 간 군사적 대치는 이제 최첨단 무기와 핵무기, 대량살상무기(WMD) 등으로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강력한 한미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한국은 자주 국방력을 탄탄히 다져가면서 북한은 물론 주변 강대국들의 군사적 위협까지 치밀하게 대비해 나가야 한다. ‘과도한 안보 불안감’도 금물이며 ‘과도한 안보 불감증’은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한반도 안보의 중요한 한 축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과정과 정전협정 70주년의 의미를 짚어봤다. 한미 군사동맹 근간 ‘상호방위조약’ 지금의 한미 군사동맹의 근간이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서명된 뒤 1954년 11월 17일 비준서가 교환되면서 발효됐다. 미국은 1953년 6월 7일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할 것을 결정했다. 협상은 1953년 7월 4일부터 8월 8일까지 진행됐다. 1953년 7월 17일 존 포스터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TV와 라디오에서 조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공표했다. 덜레스 장관은 공산권이 대한민국을 무력으로 위협할 경우 미국은 무력으로 대응할 것임을 발표했다. 비공개 석상에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공산권은 물론 일본으로부터도 한국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일본과의 안보조약으로 일본에 주둔하면서 일본의 군사적 위협 재발을 방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승만 한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도록 조약을 수정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조인된 직후인 8월 8일 서울에서 이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변영태 외무부 장관과 덜레스 장관이 가조인에 서명했다. 약 두 달 뒤인 10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정식으로 조인됐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전문과 본문 6조, 부속 문서로 구성됐다. 조약이 체결됨으로써 한국 방위의 핵심인 한미방위체제가 구축될 수 있었다. 주한미군과 한미연합군사령부 설치도 이 조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승모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은 “이승만 대통령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4년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내용에 합의했다”면서 “첫째, 통일을 위해 협조한다. 둘째, 미국 요구대로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은 유엔군사령부가 보유한다는 문구가 반영됐다. 셋째, 한국의 요구대로 미국은 한국군 강화를 위한 지원을 계속한다. 넷째, 공산권이 정전협정을 위반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헌법 절차에 따라 ‘군사력’을 사용한다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모든 적대·무장 행위 금지 70년 전인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판문점. 회담대표단을 태운 H-5 헬기가 1번 국도 언저리에 자리 잡은 주막거리의 묵직한 적막을 깼다. 협상장 주변으로 반듯하게 차려입은 각국의 병사들이 상기된 모습으로 경계를 서고 있었다. 빈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과 공산군 측 대표 남일은 책상 위에 놓인 문서에 자신들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마크 웨인 클라크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는 각각 후방의 전방사령부에서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 문서에 서명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이 만 3년 1개월 2일 만에 정전으로 결정 나는 순간이었다. 전선이 38도선에 고착된 상황에서 시작된 정전회담은 1951년 7월 10일 개성에서 개시돼 같은 해 10월 판문점으로 옮겨 이어졌다. 군사분계선(MDL) 설정과 포로교환 문제 등으로 난항을 거듭하던 지루한 회담. 만 2년 17일 동안 159차례 본회담, 179차례 분과위원회 회담, 188차례 참모장교회담, 238차례 연락장교 회담 등 모두 765차례 크고 작은 회담을 열었다. 1800만 단어를 주고받은 후에야 끝이 났다. 전쟁의 총성은 종전이 아닌 정전의 형태로 멈췄다. 협정은 영어와 한글·한문으로 작성됐다. 서언과 전문 5조 63항, 부록 11조 26항으로 구성됐다. 서언은 협정의 체결 목적·성격·적용, 1조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DMZ), 2조는 정전의 구체적 조치, 3조는 전쟁포로에 관한 조치, 4조는 쌍방관계 정부들에 대한 건의 사항을 명시했다. 5조는 부칙이었다. 정전협정이 조인되자 남북은 국지적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적대 행위는 일시적으로 정지됐지만 전쟁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남북한 사이에는 동서로 155마일에 이르는 DMZ와 MDL이 설치됐다. 정전협정 이행을 위한 군사정전위원회(Military Armistice Commission, MAC) 본부가 판문점에 설치됐고 중립국감독위원회(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 NNSC), 중립국송환위원회 등 3개 위원회가 설치됐다. 1954년 2월 중립국송환위원회가 폐지되면서 지금은 군정위와 중감위가 한반도 정전체제 유지와 평화를 위한 임무를 하고 있다. 정전협정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북한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정전협정 서언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서명자들은 쌍방에 막대한 고통과 유혈을 초래한 한국 충돌을 정지시키기 위해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 행위와 일체 무장 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 아래 조항에 기재된 정전 조건과 규정을 접수하며, 또 그 제약과 통제를 받는 데 각자 공동 상호 동의한다. 이 조건과 규정들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며, 이는 오직 한국에서의 교전 쌍방에만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유엔사 군정위·중감위 ‘한반도 평화 관리’ 정전협정은 유엔군과 공산군이 한반도에서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모든 적대 행위와 일체 무장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전협정 이행 여부를 감독하기 위한 기구가 바로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UNC) 군정위다. 원래 유엔군 측 5명과 공산군 측 5명, 모두 10명의 고급 장교로 구성된 군정위는 정전협정 위반 사건을 협의 처리하고 공동 감시 소조 운영, 쌍방 사령관 간에 통신의 중계 역할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1991년 유엔사 측 수석대표로 황원탁 소장을 임명하자 공산군 측 군정위는 한국은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1994년 북한군과 중국군 대표를 철수시켰다. 군정위 본회의는 1953년 7월 28일 1차 회의 이후 1992년 5월 29일 460차 회의를 끝으로 열리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1994년 5월 24일부로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하고 중국군 대표도 철수시켰다. 현재는 유엔사 측 군정위와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간의 회담이 이어지고 있다. 정전협정에서 규정된 감독·감시·시찰과 조사의 임무 집행, 이를 통한 조사 결과를 군정위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은 곳이 중감위다. 원래 스위스와 스웨덴,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4개국으로 구성돼 활동했다. 하지만 중감위 역시 북한이 1993년과 1995년 체코와 폴란드 군사위원을 강제 철수시키고 공산 측 중감위 사무실을 폐쇄해 그 활동을 무력화했다. 현재 중감위에는 남측에만 스웨덴과 스위스 대표단이 5명씩 파견된 상태다. 폴란드는 비상주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군정위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정전협정체제를 운영·유지하는 실질적 기구다. 정전협정 조인 후에도 쌍방 사령관을 대신해 모두 30개 항목을 쌍방 간 합의해 정전체제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유엔 회원국 군대를 통괄 지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거해 설치된 연합군사령부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7일 유엔 안보리 결의 제1511호(유엔의 대북한 군사제재 결의)와 1950년 7월 7일 유엔 안보리 결의 제1588호(유엔군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의 근거에 따라 창설됐다. 한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국군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 위임하면서 유엔군의 일원으로 싸우게 됐다. 미국은 유엔이 유엔사 설치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에 따로 사령부를 설치하지 않고 미 극동군사령부가 그 역할을 대행토록 했다. “정전협정·유엔사 기반, 주한미군과 평화 유지” 유엔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인 미군 대장이 맡고 있다. 한반도에서 정전체제 유지를 위한 유엔사 역할과 임무는 구체적으로 △비서장급·장성급 회담 등 북한군과의 대화 창구 유지 △정전협정 위반사건 조사·보고 △DMZ, 한강 하구, 서북도서 감시초소(GP)·일반전초(GOP) 정기 점검 △정전협정 교육 △DMZ 접근 통제 △북한군 유해 송환 △공동경비구역(JSA) 관리 △DMZ 안보 견학장 통제·관리 △DMZ 내 산불 진화헬기 이동 북측 통보 등에 대한 유엔사 규정 정립과 체계적인 업무 수행이다. 장광현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는 “유엔사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에는 위상이 위축됐지만 한반도 정전협정 관리 주체로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왔다”면서 “오늘날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 돼온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장 전 대표는 “한반도 유사시 다국적군 전력 제공자로서 대한민국의 전구작전을 견인하게 될 소중한 국가전략자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기성 전 군정위 수석대표는 “그동안 북한의 침투와 도발에도 정전협정이 있었기에 한반도에서 제2의 6.25 전쟁이 발발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정전협정 결과로 남북 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가 세워졌고, 지금껏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정전 관리를 맡고 있는 유엔사는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정착돼 임무가 끝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범 전 군정위 수석대표(전 특전사령관)는 “김일성에 의해 일어난 6.25 전쟁은 3년간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국민이 죽거나 다쳤다”면서 “정전협정을 맺으면서 아무도 70년 동안 지속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 전 대표는 “그 70년 동안 우리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많은 과제가 남아 있으며 이런 난제가 해결될 때까지 정전협정과 유엔사를 바탕으로 주한미군과 협조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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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호

尹정부 ‘국가안보전략’ 발간...文정부 평화협정 빼고 "사드는 안보 주권”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윤석열 정부가 지난 6월 7일 대북 및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이번 발간은 2018년 문재인 정부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내세운 국가안보전략을 발간한 이후 5년 만의 개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문재인 정부 당시의 대북 유화적 입장이나 북핵·미사일에 대한 미온적 대처를 벗어나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대통령실과 정부 외교안보부처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국가안보전략’은 새 정부 출범 후 1년간의 외교안보 분야 정책 정립 과정에서 다듬어진 어젠다와 향후 이행 방향을 담고 있다. 이전 정부와 확 달라진 차별화된 대북 정책과 외교안보 정책의 얼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지침서란 의미도 갖는다. 책자는 우리 외교안보의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북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의 고도화를 꼽았다. 또 “최근 들어 북한은 핵 선제 사용과 전술핵 운용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 군의 방위 역량을 확충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확고히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해진 만큼, 악화된 한·일 관계를 협력 기조로 개선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전환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중 갈등 심화로 국제질서 유동성 커져” 책자는 미국·중국 간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제 질서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경제력 성장을 토대로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에 미국은 현재의 세계 정세를 ‘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 간 대결의 변곡점’으로 규정하고 동맹·우방국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며 미·중 간 대치 국면에서의 한국 외교안보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책자는 경제와 안보의 연계가 강화되면서 국가 간 경제안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점도 도전 요인으로 제시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구축됐던 다자무역 질서도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주도권 다툼 속에서 흔들리고 있고, 주요국 간 경제안보 갈등은 개별 국가들의 산업·자원의 무기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 3대 목표는 첫째로 ‘국가주권과 영토 수호 및 국민 안전 증진’, 둘째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하면서 통일 미래를 준비’, 셋째로 동아시아 번영 기틀 마련과 글로벌 역할 확대’”라고 밝혔다. 이번 발간서에는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핵 법령화 조치를 취하고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극도의 긴장 상황으로 몰아넣은 만큼 이에 대한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정부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비방을 가하고 남북 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아넣은 상황을 넘겨받은 만큼 북핵과 미사일 대처에 외교안보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국가안보전략’ 책자가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는 당면한 최우선적 안보 위협”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독자적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고자 한다”고 밝힌 데서도 확인된다. 또 이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았던 전략서가 북한 핵 위협에 대해서조차 별다른 언급 없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 김정은-트럼프 간 북미 정상회담 등을 부각시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큰 온도차를 보인다. 대통령실, 文정부와 차이점 표로 만들어 제시하기도 대통령실은 책자 발간에 대한 설명을 내놓으면서 문 정부 때와 달라진 내용을 표로 정리해 보도자료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하겠다면서 주요한 의제로 내세웠던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모두 빠졌다.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려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지난 정부는 5년간 한반도에 대단히 많은 관심과 시간을 투여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똑같은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더라도 이를 바라보는 세계의 주류 시각, 주요 동맹세력, 안보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우군과 가치·이익의 공감대를 마련해 놓고 접근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달라진 분위기도 눈길을 끈다. ‘국가안보전략’은 “일본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한반도와 지역·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대목도 “역사 왜곡 및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 등에 단호히 대응한다”고 명시한 문재인 정부 때와 온도차를 드러낸다. 이번 발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갖는 외교안보 분야의 고민은 작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가파른 대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 관계 때문에 출범 당시 내세웠던 청사진이 빛이 바랠 위기에 처한 점이 문제다. ‘국가안보전략’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이 북한 비핵화의 해법으로 유효하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으로 일관된 원칙을 견지함으로써 올바른 남북관계 기초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고, 화해 협력이나 교류를 중시하는 세력과 야당의 반발을 부를 공산이 크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 아닌 ‘강대국 이익 우선 전략서’에 가까워 보인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로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한·미·일 대북공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대화나 교류, 비핵화 협상을 모색할 수 있는 채널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난 5월 31일 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재발사 도발이나 7차 핵실험 등 극한으로 치달을 국면에 대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전술적 유화 국면을 조성하고 나올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북한이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선수단 파견 입장을 밝히는 등 오랜 두문불출을 깨고 나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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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호

투자리딩방 사기 ‘기승’ 피해자 상당수는 생계형 개미

리딩방 거래 규모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세 5060세대서 40대로...피해 연령대 점차 낮아져 전문가들 “입금계좌 예금주까지 살펴보고 경계” | 조민교 기자 mkyo@newspim.com A 씨는 지난 4월 ‘투자리딩방’(유사투자자문서비스)을 운영하는 자칭 전문가 B 씨의 권유로 비상장주식을 대량 매수했다가 3억5000만원을 하루아침에 날렸다. B 씨는 “2~3개월 후 상장이 확정된 C사 주식을 미리 매수하면 수익률 400% 이상 보장된다”며 투자를 권했다고 한다. A 씨는 B 씨가 보여준 고수익 사례를 보고 혹해 C사 주식 1만4000주를 샀다. 전세자금으로 준비한 돈을 모두 쏟아부었다. A 씨는 이후 매일 리딩방에 들어가 업계 동향을 살피며 C사 상장 소식을 기다렸다. A 씨가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불과 사흘 후. A 씨가 참여한 리딩방이 폐쇄되면서다. A 씨는 100원짜리 주식을 2만5000원에 샀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 하지만 B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A 씨처럼 6개 리딩방을 통해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130여 명은 C사 전·현직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위반 등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금액은 53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비상장주식을 상장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는데, 실제 상장 가능성이 없는 주식이었다”면서 “비상장주식 전문사기꾼들에 의해 금원을 갈취당한 것”이라며 사기 일당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리딩방 거래 규모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세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고가의 특정 종목 매수를 추천하는 리딩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사회 공분을 산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도 투자자 모객 방식이나 자금 운용 방식만 다를 뿐 큰 맥락에선 리딩방 사기 행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투자리딩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으로 회원을 모집해 금융투자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고수익 전망 종목을 추천하거나 특정 종목 매매 시점을 알려줘 투자를 이끌어간다는 뜻에서 ‘리딩방’으로 불린다. 자격 요건 등 별도 적격 심사 없이 금융감독원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한국소비자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리딩방을 포함해 유사투자자문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지난해 1만8276건이다. 전년(3만4997건) 대비 줄었지만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증가세다. 소비자상담 건수는 5년 새 140% 늘었다. 리딩방 거래 규모도 매년 늘고 있다. 리딩방 평균 계약금액은 2019년 408만원에서 2022년 703만원으로 매년 커졌다. 올해 1~4월 기준 평균 계약금액은 830만원에 이른다. 피해금액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추정 피해금액은 204억원으로 3년 전인 2019년 106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전년도 284억원에 비해 피해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피해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피해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19년 피해 신청은 5060세대에 집중됐으나 점차 40대 피해자가 늘어난 모양새다. 지난해엔 50대(864건) 피해구제 신청이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760건), 60대(559건), 30대(398건) 순이다. 리딩방 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금융·수사 당국도 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특히 최근 소비자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리딩방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며 접근해 2차 투자를 권유하는 사기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 같은 문자나 전화를 받았다는 소비자 상담이 지속 접수돼 지난 2월과 4월 각각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을 사칭한 불법 업체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소비자원은 또 향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데이터를 분석해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에 제공하고, 피해구제 시 법 위반 행위가 확인되는 사업자에 대해선 각 지자체 제재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6월까지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를 집중 단속한다. “신고제 탓 피해 커져, 투자자 금융교육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리딩방 개설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인 탓에 피해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주원 소속 최상혁 변호사는 “펀드매니저와 같은 전문직과 달리 리딩방의 경우 인가 자격증 없이 운영하기도 한다”며 “사전 제재 장치를 입법화하거나 기관이 아닌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 종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리딩방의 사기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만큼 당국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투자자들에 대한 금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사회는 금융 지식이 낮은, 즉 ‘금융문맹률’이 높은 사회라고 본다”며 “주식 등 금융 교육을 제도권 커리큘럼에 포함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리딩방이 투자금을 입금하라며 알려주는 계좌번호 예금주가 ‘주식회사 OO’일 경우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법률사무소 태린 이호동 변호사는 “리딩방이 입금하라며 알려주는 계좌번호 예금주명이 ‘주식회사’로 시작하는 이름일 경우 의심해 봐야 한다”며 “이름 탓에 피해자들은 자신이 비상장주식을 매수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또 “리딩방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계좌 지급정지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행법 손질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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