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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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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최초롱 변호사 “분노를 ‘법’으로 해결하도록 돕고 싶어요”

| 이성화 기자 shl22@newspim.com “주변에서 송사에 휘말릴 만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문제 발생부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 자체도 힘든 경험인데, 그런 분들의 일상을 지키자는 생각에서 공동소송 플랫폼을 만들었죠.” 법조 시장에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 업계로 뛰어든 최초롱(34·사법연수원 45기) 변호사의 말이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는 최 변호사를 서초동 법조타운이 아닌, 스타트업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공유오피스에서 만났다. 온라인 피해 느는데 법률 서비스는 아날로그 최 변호사는 다수 피해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보편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직접 회사를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2018년 4월 법인 설립 후 약 4개월 만에 플랫폼 형태로 진용을 갖춰 서비스를 론칭했다. “예전보다는 법률 서비스가 많이 보편화됐지만 아직 일반인들은 ‘법’, ‘소송’이라는 단어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변호사를 만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분도 많고요.” 그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법적 절차를 통해 제대로 권리 실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다른 분야보다 쉽게 디지털화하기 어려운 보수적인 법률 서비스를 보면서 ‘시스템을 통해 바꿔 보자,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은 평소 알고 지내던 프로그램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구체화됐고 회사 설립까지 이어졌다. 최 변호사는 “거래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현대사회 구조상 다수가 피해를 입는 상황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며 “P2P 사기라든지 대출사기, 개인 간 공동구매 거래에서 발생하는 피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법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제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위법행위와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동일한 피해를 입은 다수가 한 공간에 모이고 이들을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변호사를 이어주는 방식으로 좀 더 쉽게,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소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보와 기획 통한 다양한 피해사건 진행 화난사람들에서 참여자를 모집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최 변호사는 “BMW 차량결함 화재사건처럼 변호사들이 저희 플랫폼을 통해 원고를 모집하겠다고 요청한 경우가 있고, 마망이양(아이돌 봉제인형 제작업체) 공동구매 피해사건 등 플랫폼 게시판을 통해 일반인들이 제보한 사건들이 있다”며 “저희가 자체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수행할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한다”고 했다. 화난사람들에선 이동통신사의 5G 서비스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 유해성분 검출 논란이 된 ‘국민 아기욕조’ 사건 등 다양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최 변호사가 4년째 플랫폼을 운영해 오면서 다룬 사건은 총 86건이라고 한다. 직접 소송 절차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기억나는 집단소송이 있냐는 질문에 ‘리조트 투자사기’ 건을 꼽았다. 그는 “매월 투자금이 카드 정기결제로 나가면서 수익실현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보니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한지도 모르고 돈을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피해자의 제보로 시작돼 플랫폼에서 같은 사기를 당한 분들이 모여 해당 업체와 대표를 고소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피해자 중에는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그제서야 ‘내가 사기를 당한 건가’ 하고 인지한 분도 많았는데, 자동 카드결제를 막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소송은 별개로 진행되겠지만 실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집단소송 맡는 변호사 업무부담도 덜어줘야 최 변호사는 또 집단소송을 맡는 변호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자는 생각도 하게 됐다. 집단소송이라고 하면 ‘변호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 ‘돈 벌려고 피해자들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변호사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집단소송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여러 명에게서 소액의 착수금을 받아도 대부분 인지세와 송달료 등 법원에 내는 돈으로 나가 받는 돈에 비해 해야 할 일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이러한 다수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라는 법률전문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화난사람들은 최 변호사가 업계 네트워크를 통해 플랫폼에서 진행할 다수 피해 사건과 유사한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들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지금은 저희끼리 ‘인간지능’이라 부르며 기획·제보 사건과 가장 비슷한 소송을 다룬 변호사들을 찾고 있지만 다음 단계인 ‘인공지능’을 통한 변호사 매칭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원고들의 위임장이나 계약서 등 소송에 필요한 문서도 자동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 변호사는 “민사나 행정 사건에서 전자소송이 활성화되면서 예전에는 원고가 100명이라면 100명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는데 이제는 전자소송 시스템에 하나의 파일로 업로드하면 된다”며 “법원에서 요구하는 형식에 맞게 입력되도록 해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이 하나하나 입력하는 수고를 덜게 됐다”고 설명했다. 집단소송법 제정·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기대 최 변호사가 생각하는 공동소송이란 무엇일까. 그는 현재 민사소송법에 규정된 공동소송에서 범위를 넓혀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모든 법적 절차를 2인 이상이 같이 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렸다. “법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분들이 법적 대응이라고 하면 무겁고 심각한 것만 생각하는데, 그런 절차 외에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도 법적 절차에 포함됩니다.” 플랫폼에서 소송뿐만 아니라 n번방 사건 관련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에 대한 엄벌 탄원서를 내는 ‘릴레이 탄원’이나, 대학 내 온라인 강의에 관한 ‘정보공개청구’ 등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이유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증권 관련 소송에서만 별도로 규정하던 집단소송을 모든 분야에 제한 없이 적용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을 골자로 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주가조작이나 허위공시 등 증권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50명 이상 공동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최 변호사는 “상법에 손해액의 5배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면 소비자나 변호사 입장에서도 소송을 할 실익이 커지게 된다”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실제 시행되면 기업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도 더 확실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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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코로나도 힘겨운데...활개치는 사기꾼들

코로나 시대 힘겨움 겨냥 ‘산업안전교육’ 등 사기 판쳐 영세상인 울리는 대출 사기도 기승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 A 씨는 지난해 1인 기업으로 새 출발 했다. 온라인 상거래로 터전을 잡은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와중에도 열심히 일했다. 일감이 늘어나면서 최근 직원을 채용키로 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구인-구직 연결 인터넷사이트 ‘워크넷’에 서류 등을 작성한 뒤 구인 공고를 냈다. 공고를 내자마자 전화가 빗발쳤다. 직업을 구하겠다는 ‘구직자’의 연락이 아닌 ‘법규를 지키지 않는다’며 방문하겠다는 ‘고용노동부 직원’과 법정 필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아 교육을 해야 한다며 찾아오겠다는 ‘산업안전관련협회’ 및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관련 공단 직원’이라고 했다. 이들은 ‘교육 미실시에 따른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1인 기업이라도 교육은 받아야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거절할 경우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와 행정처벌을 받는다고 ‘협박’했다. 정부 기관에 구직광고 한 번 냈을 뿐인데, 몇 달치 이익에 맞먹는 금액의 과태료에 행정처벌까지 받아야 한다니 A 씨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며칠 뒤 약속을 잡고 찾아온 ‘관청 직원’은 첫 10여 분간 횡설수설에 가까운 ‘교육설명’에 이어 본격적으로 ‘장사’에 나섰다. B 기업의 보험상품을 꺼내더니 또다시 법률을 운운했다.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보험이라고 강조했다. 이쯤 되면 안다. 물론 이들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청 직원이 아니다. ‘사기’다. 직원을 채용하고 사업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험은 국가가 정한 ‘4대 보험’ 정도다. 4대 사회보험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이다. 한 시간 넘게 시간을 허비한 A 씨는 일할 시간을 날려버린 것도 분했지만, 이런 ‘사기꾼’이 영세사업자·상인들을 속이면서 활개치고 다녀도 단속 권한을 가진 관청이 무관심하다는 사실에 허무함이 더했다. ‘코로나 시대’가 기약 없이 흘러가면서 소규모 영세사업자와 자영업자를 노린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코로나 피로’에 ‘장사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관청을 사칭해 협박 등을 일삼으며 가뜩이나 어려움에 허덕이는 영세업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정보수집처는 워크넷을 비롯한 구인·구직사이트 등이다. 구인·구직사이트 특성상 사업장 주소와 연락처 등을 남겨야만 등록되는 점을 노린다. 수법도 정교하다. 믿을 수 없어 ‘공문’을 보내라고 하면 위조된 가짜 공문서와 위탁업체의 경우 가짜 위탁업체증명서 등을 보내 ‘순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최근 대포통장 사기에 연루됐다며 보이스피싱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청년도 ‘서울중앙지검 김민수 검사’의 가짜 검사신분증과 공문에 당했다. 물론 기업을 운영하면 법적으로 받아야 하는 ‘법정 교육’이 존재한다. 일명 ‘4대 법정 의무교육’이다. △개인정보보호교육 △성희롱예방교육 △산업안전보건교육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한민국 법률이 까다롭다 해도 영세사업자나 소상공인까지 옥죌 만큼 자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5인 이상 일반사업장(회사)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성희롱예방교육은 10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 행정관청 홈페이지에 있는 교육자료를 다운받아 사내에 비치하거나 배포로 교육 갈음이 가능하다. ‘사기꾼’들이 가장 많은 수단으로 악용하는 ‘산업안전보건교육’은 사업장 소재지 관할 고용노동부 지청 산재예방지도과에 교육대상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산업안전보건법 31조에 따르면 자체 교육도 가능하다. 고용노동부에 문의해 자체 교육 시 필요한 사항을 지도받아 실시하면 된다. 다시 말해 규모가 있는 기업이 아닌 경우 과태료 운운하며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행태에 속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기는 예전에도 있었다. 소규모 영세업체에 고용노동부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건 뒤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겠다며 기업체에 방문해 보험상품 등을 판매한 일당 39명이 2018년 7월 부산 사하경찰서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소규모 영세업체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 등 국가기관이나 산하단체 직원을 사칭해 사업장에 전화를 건 뒤 자신들이 보낸 강사에게 교육을 받도록 하고, 교육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강요했다. 해당 업체를 방문해 산업안전교육을 형식적으로 진행한 뒤 1시간 30분가량 교육과 관련 없는 보험을 판매하며 영세업체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돈을 만드는 방식은 이렇다. 방문교육 일정 정보를 돈을 받고 보험사 등에 넘기는 것이다. 영세업체를 협박해 방문까지만 잡고, 실제로는 보험사 직원들이 나타나 상품을 판매하면 알선 대가로 정보비용을 챙기는 방법이다. 부산 사하경찰서에 적발된 이들의 경우 보험사 등으로부터 정보비용 명목으로 3억7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 영세사업자나 자영업자들을 울리는 사기는 또 있다.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노린 대출 사기다. “XX은행에서 알려드립니다. 4월 마감 예정인 ‘정부지원 특별대출상품’ 안내입니다. 아래의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시고 문의 주시길 바랍니다.”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받는 대출 광고다. 이런 문자를 받았다면 열에 아홉은 사기라고 보면 된다. 해당 번호로 전화하면 추가대출이나 대환대출을 권유한다.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선입금’을 하라고 하거나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줄 테니 연결하라고 요구한다. 연결하는 순간 휴대전화는 이제 내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면서 휴대전화는 ‘그들의 것’이 된다. 금융감독원도 경고에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 곳곳에 취약한 구멍이 생기면서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대출 문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당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수법도 치밀해져서 특정 은행 지점 근무자 이름까지 파악해 해당 은행으로 확인 전화를 해도 믿을 수밖에 없게 하는 사칭 사례도 금감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 이런 사기 수법은 예전에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규모 영세사업자와 자영업자들의 삶이 팍팍해진 틈을 겨냥해 최근 들어 독버섯처럼 퍼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기 범죄는 급증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대검찰청이 펴낸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발생한 사기 범죄는 35만3657건이다. 최근 연도별로는 △2018년 27만8380건 △2019년 31만3524건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에 비해 지난해 사기 범죄는 12.8% 증가했다. 사기를 제외한 주요 재산 범죄가 같은 기간 전년에 비해 감소세를 나타낸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절도는 전년 대비 4.0% 줄었다. 횡령(-0.5%) 등도 감소했다. 마음먹고 속이려 달려드는 사기꾼에게 ‘혹’ 하는 것은 순간적이다. 특히 증명서 등도 진본 수준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걸러내기 쉽지 않다. 답은 하나다. 이런 제안이나 전화, 문자 등이 오면 그냥 ‘닥치고 무반응’이 정답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에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는 것뿐 아니라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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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20년 숙원’ 경항모, 드디어 첫발 한반도 게임 체인저 될까

北, 美서 도입한 스텔스기 ‘F - 35A’ 반발...경항모도 스텔스기 탑재 軍 “경항모, 존재만으로도 주변국 도발 억제하는 군사력 현시 효과” | 하수영 기자 suyoung0710@newspim.com 항모전투단을 구성하는 주력 함정인 ‘경항공모함’은 탐지장비와 방어무장 등을 갖추고 수직이착륙기, 헬기 등 다양한 항공기를 탑재 및 운용하며, 해양통제 임무는 물론 상륙작전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어 ‘국가 전략자산’으로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중국 등 8개국이 경항모를, 호주·터키 등 4개국은 경항모급 상륙강습함을 운용 중이다. 한국도 늦었지만 경항모 건조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12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를 결정하고, 올해 2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경항공모함(CVX)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심의·의결한 것. 지난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 해군은 전략기동함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한 지 20년 만에 첫발을 떼게 된 것이다. 건조 비용은 약 2조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력화 예상 시기는 2033년이다. 경항모는 나라마다 정의와 규격이 다소 다른데, 통상 1만~3만톤의 크기에 10~20여 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함정이다. 우리 해군이 구상 중인 경항모는 약 3만톤에 길이와 폭이 약 265m, 약 43m로 10여 대의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할 전망이다. 강력한 대북 비대칭전력 확보 경항모의 필요성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대북 억지력, 중국·일본 등 주변국 해군력 강화 대응, 해상수송로 확보 등이다. 먼저 경항모가 만들어지면 강력한 대북 비대칭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항모에는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수직이착륙기가 탑재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스텔스기 F-35A에 대해 과거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수차례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아울러 항모전투단에 포함된 호위함정과 잠수함은 대지(對地), 대잠(對潛), 대함(對艦), 대공(對空) 분야에서 공격력과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어 존재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에 의한 우발적 상황 발생 시에도 경항모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유사 시 미국 항모전투단이 한국에 전개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 이때 경항모는 서해‧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혹은 측‧후방에서 조기에 해양 우세를 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개전 초 북한은 미사일, 장사정포 등으로 우리의 주요 지상표적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데, 경항모에 탑재된 전투기는 북한의 주요 표적을 신속하게 선제타격할 수 있다”며 “경항모가 포함된 항모전투단은 전쟁의 양상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경항모 확보를 통해 대북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경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작권 전환 조건은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필수 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조성이다. 군 관계자는 “경항모와 항모전투단은 연합작전능력 향상 및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군사능력으로서 전작권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국 해군력 증강 추세에 대비 필요” 주변국의 경쟁적인 경항모 확보 추세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일본을 주목해야 한다. 1980년대 ‘일본열도 불침항모론(일본 열도 전체가 침몰하지 않는 항모)’을 주장하던 일본도 현재 이즈모급 함정 2척을 수직이착륙기 F-35B 운용이 가능한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2020년대 중반 경항모 2척을 운용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에서 나오는 경항모 반대의 근거도 ‘한반도 불침항모론’이다. 중국은 이미 경항모 보유국이다. 2012년 첫 번째 항공모함 ‘랴오닝함’, 2019년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함’이 취역했다. 2017년부터 세 번째 경항모를 추진 중인데, 산둥함보다 항공기 탑재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10만톤급 이상 핵 추진 항공모함도 건조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건국 100주년을 맞아 2049년까지 10여 척의 항공모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우리나라 해군력은 항공모함, 구축함, 잠수함 등 대형함 위주로 편성된 주변국 해군에 비해 질적‧양적으로 열세”라며 “현재 운용 중인 1000톤급 이상 잠수함, 전투함만 비교했을 때 우리의 해군력은 톤수 대비 중국의 17%, 일본의 39% 수준이다. 함정 건조 추세까지 고려하면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우리 해군의 경항모는 2021년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 및 사업타당성조사 등을 마치고 3~4년의 기본설계 과정, 7~8년의 상세설계 및 함 건조 단계를 거쳐 빨라야 2033년경 전력화될 전망이다. 그것도 단 1척밖에 없다. 단 한 척뿐이지만 존재만으로도 군사력을 ‘현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현시란 자국의 강한 결의를 군사력으로 보여줌으로써 국가이익이나 국가목표를 저해하는 상대방의 의지나 행동을 무력화하는 해군력 운용의 한 형태를 말한다. 즉, 경항모가 한 척이라도 존재하면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의 무력 도발을 자동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주변국들은 자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항공모함 건조 등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북한의 위협과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 추세가 고조되는 안보환경에 대비해 경항모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g4 “다양한 해양안보 위협에 대응” 경항모는 통상력 강화 및 우리 국민 안전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 자원, 원자재, 식료품 등의 안전한 해상수송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 존립이 걸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로 수에즈 운하에서 글로벌 물류대란이 벌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한국은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상수송에 의존하므로 더욱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또 경항모는 해상테러 등 해양 위협이 예상되는 해역에서 장기간 해상기지 역할을 하면서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대규모 재난‧재해 및 해난사고 발생 시에는 다수의 헬기를 동시에 운용해 탐색 및 구조 임무를 수행하고, 신속한 응급처치 및 현장 전력에 대한 효과적인 지휘통제본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우리 국민이 해외에 억류돼 있거나 대규모 해외동포 이송 및 구출 작전이 필요한 경우, 경항모는 다수의 항공기를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항모전투단을 보유하게 되면 미래의 다양한 해양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항모전투단은 합동작전의 결정체로서 전쟁의 양상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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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권영세 의원 “반도체 미래 불확실...이재용 사면해야”

“2030세대, 안정적인 일자리 원해...기업들이 만들어야” “친(親)기업 필요...이재용 사면,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 ‘당권 도전’ 권영세 “윤석열, 원희룡·유승민·홍준표 떠야 들어와” | 김태훈 기자 taehun02@newspim.com | 최상수 사진기자 kilroy023@newspim.com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가 제 궤도에 올라갔다고 보지만, 사실 반도체 등 대기업들의 현재 실적 정도가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1대 국회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불리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뉴스핌·월간 ANDA와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이 현 시점에서 왜 이뤄져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권 의원은 “2030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다. 그 안정적인 일자리를 누가 만드나. 바로 기업”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 친(親)기업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우파 입장에서는 친시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노동, 친기업이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살아나야 2030 일자리도 창출”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 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가석방 등이 없다면 내년 7월쯤 출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등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타격이 심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 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71.2%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6.2%에 그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4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단체 명의로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도 4월 30일 청와대에 이 부회장을 특별사면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종지협은 “삼성이 경제 발전을 주도하며 대한민국을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리는 데 공헌했고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헌신적으로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2030세대들의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사면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 의원은 “기업들이 살아나야 일자리도 창출된다. 그래야만 2030세대들이 겪고 있는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요구는) 누군가 꼭 해야 할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의원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제 궤도에 올라갔다고 보지만, 사실 반도체 등 대기업들의 실적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권 의원은 또 “현재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관리뿐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도 각별히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른바 기업에 편익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친기업에 중점을 두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 한 채 보유한 은퇴자에게도 과한 세금 부과” 권 의원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사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뭐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지 않나. 무려 25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기 근절, 집값 안정 등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일단 집값 폭등이 문제다.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세금이 지나치게 올라서 자영업자부터 1가구 1주택자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동산 한 채를 보유한 은퇴자에게 과한 세금을 부과해 기본 생활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시장에 맡겨둘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일갈했다. 권 의원은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진다. 반대로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간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에 한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도움을 주는 것이지,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유승민·원희룡·홍준표 떠야 들어온다” 권영세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드문 수도권(서울 용산구) 중진 4선 의원이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대선이라는 것은 전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특히 내년 대선의 결과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다”며 “전국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선 우리가 수도권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힘줘 말했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국민의힘의 변화와 혁신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대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당의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며 “우리 당이 조금 더 바뀌어야 외부에 있는 후보들도 우리 플랫폼에 들어올 수 있다. 국민들이 우리 플랫폼에 나와 있는 후보들을 지지하기 위해선 공정과 중도의 가치 등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이라는 플랫폼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당내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지지율이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윤 전 총장의 원톱 체제에서는 건강한 경선이 힘들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우리 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가야 후보들 간 건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며 “지금처럼 경선 경쟁이 의미가 없는 지지율 지표가 나오는 것은 국민의힘에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권 의원은 “유 전 의원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타고난 경제적 식견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대선 후보들 가운데 가장 ‘경제’ 대통령이 될 자격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원 지사는 개혁성 면에서 누구도 따라갈 사람이 없고, 홍 의원은 대선 출마 경험이 있으며 탁월한 정치 감각이 있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4월 26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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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레임덕, 임기말 대통령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 이영섭 기자 nevermind@newspim.com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4년을 마치고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도 4.7 재보궐선거를 전후로 폭락하면서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임기 마지막 해에 레임덕에 돌입했다는 정가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레임덕(Lameduck)이란 용어의 레임은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의’라는 뜻으로 뒤뚱뒤뚱 걷는 오리에 비유해 임기 말 최고 권력자의 통치력 저하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대체로 ‘권력누수 현상’이라고 표현한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역대 대통령 취임 4주년 즈음 직무수행 긍정률에 따르면 제13대 노태우 대통령 12%(1992년 5월), 제14대 김영삼 대통령 14%(1997년 1월),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33%(2002년 3월),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16%(2007년 1월),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24%(2012년 2월 넷째 주),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34%(2021년 5월 첫째 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탄핵소추안 가결·직무 정지로 평가를 중단했고, 이듬해인 2017년 3월 탄핵됐다. 직선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4주년 즈음에 30% 이하로 떨어졌고, 30%대를 유지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 비리로 집권 마지막 해 레임덕을 피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직무수행 긍정률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하게 나타나면서 레임덕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부정률이 41%였던 것에 비해 문 대통령은 58%로 레임덕을 겪은 다른 대통령들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역대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지나면서 대체로 지지율 30% 선이 무너지며 레임덕에 진입했다. 이유는 대부분 측근·친인척 비리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차인 1991년에 ‘수서지구 택지 특혜분양 사건’으로 지지율 하락에 돌입했고, 취임 초기 금융실명제 시행 등으로 80%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말기 아들 현철 씨의 특혜대출 비리사건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IMF 위기 극복과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으로 집권 3년 차까지 5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각종 게이트급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차남 홍업 씨와 3남 홍걸 씨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여론이 곤두박질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내내 불안한 지지율 흐름을 보이다가 친형인 건평 씨의 땅투기 의혹과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집권 마지막 해에는 지지율이 12%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인사 논란과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20%대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30~40% 지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집권 말기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문제와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 등이 구속되면서 임기 마지막 해 20%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리며 3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지율이 4~5% 선까지 떨어지며 탄핵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처럼 모든 대통령이 피할 수 없었던 레임덕은 결국 대통령제, 특히 5년 단임제의 숙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국회 연설에서 “단임제 아래서는 임기 3년이 지나면 당정관계에 레임덕이 온다”며 “당정 분리를 하지 않더라도 이 점은 마찬가지”라고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5년 단임제의 대안으로 4년 중임제와 의원내각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완전한 제도는 없다. 4년 중임제의 경우 최대 8년의 집권을 통해 정책의 연속성을 꾀할 수 있지만 임기 4년 차에는 재선을 위해 포퓰리즘적 정책을 남발할 수 있고, 임기 8년 차에는 똑같은 레임덕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의원내각제의 경우도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점과 여야 협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 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어떤 제도가 가장 우리에게 효율적인 제도인지 깊이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 아닐까. 각 정파의 정치적 이점을 배제한 채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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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호

그들이 '탈시설' 외치는 이유는…"빵 대신 자유를"

‘마로니에 8인’이 시작한 탈시설...100대 국정과제로 국제사회는 탈시설 강조하는데, 한국은 5000억원 지원 | 이학준 기자 hakjun@newspim.com 지난 3월 2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는 ‘탈시설장애인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 11명이 모였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했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 지원 정책을 펼쳐 달라는 것. 탈시설장애인당은 4.7 재보궐선거 전 가짜 서울시장 후보 11명을 내세워 탈시설 등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각종 의제를 홍보하고, 실제 후보자들에게 장애인을 위한 공약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이 ‘선거 유세’를 하는 곳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장애인 탈시설 선언 현장’이라는 동판이 새겨져 있었다. 일명 ‘마로니에 8인’이라고 불리는 고(故) 황정용 씨 등 장애인 8명이 2009년 6월 경기 김포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나와 노숙농성을 벌이며 탈시설을 외친 곳이다. 장애인들이 직접 탈시설을 요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결국 서울시는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는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 설립을 약속했고, 이 사건은 탈시설 운동의 전환점이 됐다.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탈시설을 요구해 왔으나 번번이 묵살된 것과 달리 장애인들이 직접 탈시설을 외치자 작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설에서 20년 사느니 밖에서 2년 살다 죽겠다 탈시설장애인당 가짜 후보 중 한 명인 추경진(53) 씨는 시설에서 나온 이유를 “자유”라고 답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돌아다니고 싶을 때 돌아다닐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를 시설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 씨는 1997년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당해 지체장애 1급이 됐다. 2년 동안 병원 생활을 하면서 가정은 파탄이 났다. 두 자녀는 친척집에 보내졌고, 자신을 돌보던 아내와 다툼이 잦아졌다. 결국 추 씨는 2001년 11월 충북 음성 꽃동네라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했다. 시설은 추 씨에게 1년 365일 통제된 삶을 요구했다. 오전 6시 아침, 낮 12시 점심, 오후 5시 저녁에 메뉴도 고를 수 없는 식사시간은 칼같이 지켜져야 했다. 시설 내 단체활동도 거부할 수 없었고, 밖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좁은 방 안에서 좁은 창문으로 보이는 시설 밖 풍경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추 씨는 죽기 전에 고향 땅을 한 번 밟아보고 싶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고향 골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소원이 됐다. 자유를 박탈당한 채 시설에서 20년을 사느니 2년 동안 시설 밖에서 살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 씨는 탈시설을 결심했고, 준비 끝에 2016년 1월 시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자신이 살던 서울 마포구 한 주택가를 찾아가는 데 무려 15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이다. 추 씨는 “바깥에 나가니까 다른 사람들이 내 얼굴에 생기가 돈다고 하더라”며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사는 게 정답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설을 감옥이라고 얘기한다”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고, 먹고 싶어도 못 먹고, 표현하고 싶어도 표현을 못하는 감옥살이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설 나오니 살아 있음 느껴 2살 때부터 척수장애를 앓았던 김진석(55) 씨는 20살이던 1986년 장애인 거주시설에 들어갔다. 자신을 버거워하기 시작한 가족들을 생각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김 씨는 “부모님은 시설에 안 보내려고 했는데, 내가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많이 부렸다”며 웃었다. 하지만 제 발로 시설에 들어간 김 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노동 착취였다. 김 씨는 보호작업장에서 하루 8시간 동안 먼지를 마시며 자물쇠를 가공했다. 작업량이 많아지면 일하는 시간은 10시간을 훌쩍 넘겼다. 자물쇠를 팔아 얻은 수익금 대다수는 시설로 들어갔다. 김 씨가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었다. 그는 “10년 동안 일하니까 월급을 10만원 올려주더라”고 기억했다. 20년 가까이 사실상 시설로부터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김 씨는 우연히 시설을 방문한 서울시 복지재단의 채용설명회를 듣게 됐다. 시설에서 나와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김 씨는 시설 입소 약 30년 만인 2015년 3월 2일 시설에서 나와 독립했다. 김 씨는 “시설에서 나와 힘든 부분도 있지만 내가 정말 살아 있다는 걸 느껴서 좋다”고 말했다. 아직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자립을 원하면 얼마든지 (관련 기관을) 추천하고 도와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을 향해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도 누구든지 원하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자립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2017년부터 3년 동안 만 19세 이상 장애인들의 학대 피해 판결문 1210건을 분석한 결과 성적 학대가 457건으로 가장 많았다. 김 씨와 같은 경제적 착취는 120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여러 학대 유형이 중복해 발생한 ‘중복 학대’는 112건으로 뒤를 이었다. 신체적 학대는 8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탈시설 활동가들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시설 내 학대가 실제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 시설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학대가 벌어져도 장애인들이 이를 외부에 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활동가는 “다수 장애인들을 소수의 직원들이 관리하다 보니 그 속에서 통제라는 명목 아래 폭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무보수로 허드렛일을 시키는 등 노동 착취가 있거나 구타·폭력사건도 꾸준히 있어 왔다”고 밝혔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에 의한 지속적인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장애인 학대 신고 의무가 있는 사회복지사와 관련 종사자에 의해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는 탈시설 추세...한국 5055억 지원 장애인들이 감옥이라고 부르는 시설이란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는 장애인복지시설 중 하나인 ‘장애인거주시설’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장애인거주시설은 전국에 1557개가 있다. 시설 이용 장애인은 2만9662명이다.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지만 예외규정을 통해 일반인도 소재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신고할 경우 운영이 가능하다. 원칙적으로는 공공이 주도하고 예외적으로 민간 운영을 허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민간이 주도하고 국가는 지원금만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추 씨 사례처럼 거주시설이 ‘안전 보장’이라는 이유로 장애인들에게 통제된 삶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리·감독도 느슨해 전문성이 부족한 사회복지사들이 고용되기 일쑤여서 장애인을 향한 폭언·폭행과 사망 사건도 발생한다. 국제연합(UN)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2006년 12월 ‘UN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을 채택,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모든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들에게 △거주지 선택 기회 △지역사회 생활과 통합 지원 등을 보장해야 한다. 한국은 2007년 비준에 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탈시설을 꼽았으나 지금껏 제대로 된 정책은 없다는 게 장애인들 입장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비는 5055억6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213억원 증가한 반면 장애인 탈시설 예산은 지역사회전환센터 신규 설치비 약 2억원에 불과했다.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당시 대통령 입에서 ‘탈시설’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만 해도 너무 좋았고 많이 바뀔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지금 돌이켜보면 공약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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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호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공공기관, 지방인재 의무채용 50%까지 늘릴 것"

“지방도시, 한계 다다르자 통합 시동...메가시티에서 행정통합 이끌어내야” “지역에 교육·일자리 여건 만들어야...‘도심융합특구’ 사업 확대” | 송기욱 기자 oneway@newspim.com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뉴스핌·월간 ANDA와의 인터뷰에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 촉진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국가 균형발전의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국판 뉴딜의 중점을 지역균형 뉴딜에 두고 지역경제 혁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 시점은 지금까지 추진하던 균형발전 정책들로부터 실질적으로 체감 가능한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이 살기 위한 결론으로 지역경기 회복과 기업 정착을 꼽았다. 그는 “결국 지역에 기업이 정착해야 한다”면서 “국가 전체 산업생태계를 바꿔 수도권보다 지역에서 기업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30%인 지역인재 할당 비율을 5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방 기업 유치를 위한 차원의 법인세 감면 혜택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동기부여를 위한 소득세 감면 혜택도 결국 필요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에 치중된 명문대 집중 현상에 대한 대안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대학은 지역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주체이자 아젠다”라면서도 “현실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생존 위기,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난해 시범 실시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을 올해 광역지자체 간 협력 등을 포함해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메가시티에서 행정통합 이끌어내야 김 위원장은 집권 초 성과로 지역균형 뉴딜이 국가적 아젠다가 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과거에는 지역균형이나 국가균형발전 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국가적 아젠다가 되지는 았았다”면서 “지금은 지역 정치인들만 가질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아젠다가 되고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중요한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방 도시들이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인접한 광역시는 행정 통합이라는 형태로, 또 ‘메가시티’라는 형태로 통합의 시동을 걸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화두를 던졌고, 이에 지역이 반응을 했다”면서 “부·울·경과 충청권이 메가시티에 반응을 했고, 광주·전남하고 대구·경북이 행정 통합으로 반응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가시티는 이름 그대로 구성원이 되는 도시들의 기능을 행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결합방식에 의해 기능단위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반면 행정 통합은 조정 과정에 있어 쉽지 않지만 먼저 하나가 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메가시티를 추구하다가 통합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현재 행정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와 전남은 각자의 입장이 다르고 어떤 지역이 소외된다고 해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메가시티로 가면 그런 주장을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부·울·경, 충청권 메가시티처럼 수도권 바깥에서 통합의 움직임이 계속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수도권이 힘이 빠져서 분산되면 좋겠지만 이들도 만만치 않다”면서 “그러면 지방에도 큰 단위의 핵들이 버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심융합특구’ 사업 확대 국토 전반의 밸런스를 갖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현재 수도권은 ‘초고도 비만’ 상태인 반면 지방은 ‘영양 실조’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위원장은 “지역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시간이 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오는 이유를 살펴보면 청년들은 학교 때문에, 20대 후반부터는 일자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역에 이 두 가지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방에 경쟁력 있는 대학을 갖추는 문제는 지금 잘 되고 있지 않다”며 “지역대학 협력기반 플랫폼 사업을 지난해 시작해 올해에도 이어갈 계획이지만 아직까지는 지역대학이 좋아지기는커녕 인구가 감소하고 대학이 유지가 안 된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어떤 도시들은 작은 시 단위의 대학이 있고 더 아래로 내려가면 초등학교가 없어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교육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 단위마다 다른데,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없으면 공동체가 와해되고 군 단위에는 고등학교까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 단위로 갈 경우 규모가 작아도 10만~20만 되는 곳에는 대학이 있다”면서 “이 대학을 살려 지역 발전에 써야 한다.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국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김 위원장은 “사립대학이 내려가는 걸 생각하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역에서 대학이 통합돼 좋은 대학이 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지식을 공급하는 곳이기 때문에 지식의 공급량이 많은 것이 좋은 대학”이라며 “지방 대학을 협력하게 하고 연합체계를 만들면 교수 수가 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경쟁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일자리 육성 방안으로는 ‘도심융합특구’ 사업을 들었다. 도심을 정해 규모를 작게 만들고 해당 도심에 대학과 기업이 들어서면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가을에 시작했던 도심융합특구에 대전이 추가됐다”면서 “울산과 부산은 내용이 부실하고 장소가 합의되지 않아 유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구에는 경북대와 삼성캠퍼스 제일모직 자리가 있다. 광주에도 상무지구에 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이런 식으로 전국에 해 나가고 있다”며 “도심융합지구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인재할당제 비중 50%까지 올려야 기업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법인세는 기업을 위한 것이고 소득세는 노동자를 위한 것인데, 모두 필요하다”며 “소득세 (지원)도 결국에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아직 추진하고 있지는 않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폭탄을 터뜨리는 것”이라며 “반발이 있겠지만 앞으로는 검토돼야 할 상황이 올 것이다. 기업주가 원하는 것도 해주고, 노동자도 결국 이득이 되는 것이 있어야 지방을 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인재가 지역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지역인재할당제 역시 향후 그 범위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30%까지 지역대학 출신을 뽑아준다는 내용이 법제화돼 있다”면서 “이를 50%까지 올렸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밝혔는데, 현재 국회의원이 발의해서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수도권 사람들의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국가 전체의 대의를 위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어느정도 논의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는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부연했다. 할당 대상 기관도 향후 더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기존 혁신도시에 있지 않은 공공기관이 많다”면서 “이곳들을 다 포함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곳이 지역마다 있는데 이들을 포함시켜야 한다. 기관들을 설득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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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미중 갈등, 상호의존적이며 구조적 문제”

“코로나19가 미중 갈등구도 심화 촉진” “美 혐오범죄 원인도 미중 갈등과 코로나” |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 “미중의 대결구도는 구조적이다. 국제정치에서 세력판도가 흔들리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 중 누가 이기느냐의 결과적 문제가 아니고 이들의 힘이 요동치기 때문에 전 세계 시스템 자체가 흔들린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4월 13일 제9회 뉴스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란 주제로 발제를 하기에 앞서 4월 5일 서울 양재동 국립외교원장실에서 가진 대면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의 원인에 대해 “미국이 후퇴하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체가 자유주의 질서를 흔드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미중 갈등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앞으로 수십년간 그럴 것이다.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과거 소련과는 달리 미중이 상호의존적이 돼 있기 때문에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이고, 정권에 따라 어디를 강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두 번째는 옛날보다 국제외교가 국내 여론의 바람을 많이 탄다. 여론이 일단 서로를 싫어한다. 민족주의적 감정을 선동하고 서로 악순환을 보인다”며 “국민 여론이 나쁘니 지도자들은 그를 강조하면서 권력을 강화하고 그게 여론을 나쁘게 한다. 혐중·혐미가 서로 커지고, 통계적으로도 미국의 경우 오바마 때는 대선 직전에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50% 밑이었는데 선거 직전 70%까지 올라갔다. 지금 80%까지 갈 걸로 보는데, 선거를 할 수밖에 없는 바이든은 중국 때리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다음 선거와 상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美 “中은 3C 대상” vs 中 “美와 맷집게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다른 점과 목표에 대해서는 “트럼프도 중국을 때렸다. 바이든도 100% 트럼프의 정책을 바꾼다고 하지만 중국 문제는 일치한다. 블링컨(국무장관)이 청문회 때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은 옳았지만 방법이 틀렸다고 했다. 트럼프는 민족주의적이고 중국을 제압하겠다는 네오콘 전략을 갖고 있었던 반면, 바이든은 미국이 리더십만 회복하면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구별했다. 아울러 “미국의 최고 장점은 동맹 파트너를 모으면 중국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을 끌어들이면 중국이 착해질 줄 알았다. 민주주의도 받아들이고 자유주의도 하고. 근데 실패했다. 중국이 반칙하고 민주주의 후퇴시키고 인권 문제도 그렇기에 세 가지 복합적인 관계로 보는 것이다. 3C로 본다. 즉 컨프론트(Confront·적대), 코퍼레이트(Coporate·협력), 컴피트(Compete·경쟁)”라며 “신냉전으로 가는 건 아니지만 중국의 잘못된 부분에서 룰대로 행동하도록 만들겠다. 반칙 행위를 잡겠다. 규정대로 움직이도록 압박하겠다는 것이 바이든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G2 국가로 부상한 이후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의 대미 전략과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김 원장은 “미국이 ‘펀치게임’을 하자고 한다면 중국은 ‘맷집게임’을 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패권 경쟁을 한다고 하면 발끈한다. 자신들은 먼저 도발한 적이 없고 미국이 때리면 대응한다는 거다. 미국이 때리는 대로 굴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과거의 미국은 자기 때릴 때 고쳐서 자기 시스템에 물게 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때려서 쫓아내려 하기 때문에 굴복하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견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이 맷집게임의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지는 해이고 중국은 뜨는 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족주의적 자부심까지 연계돼서 반드시 이긴다는 숙명론이 중국 지도자들 사이에 신화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나오는 건 쌍순환이다. 경제적으로 쌍순환이라는 것은 중국은 이전의 나라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소련이나 일본 같은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중국은 생각보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고 적다는 것”이라며 “(수출이나 환율, 무역 규제를) 이렇게 견디면서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술주권이다. 시간만 주면 다른 국가들은 미국 플랫폼 위에서 작동했지만 다음 시대 기술은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를 하면서 우리가 굴복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빨리 사이클을 완성하지 않았나. 중국도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기술 독립을 빨리 성취할 수 있다고도 얘기를 한다”며 “그런데 몇 가지 반도체 기술이나 그런 건 가능할지 모르지만 중국은 오히려 식량자립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미중 갈등구도 심화 촉진” 지난해와 올해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다. 코로나19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가 한미 관계와 미중 갈등,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달라고 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라는 게 2019년에 발생했기 때문에 19라고 하는 건데, 제대로 겪은 것은 20년이다. 그래서 2020년을 보통 일사다난(一事多難)이라고 했다”며 “어찌 됐든 백신 때문에 회복 측면인데, 회복 과정이 깔끔하거나 완전히 극복하는 형태는 되지 않을 거다. 영어로 하면 메시(messy)하다, 지저분하다고 한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음에 각 국가나 지역, 계층에 따라 팬데믹 영향이 다르다는 거다. 회복 속도나 양상도 완전히 다르다. 전 세계가 처한 일종의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각 국가도 강대국은 극복하는 반면 약소국은 제대로 안 되고. 국내적으로도 부유층이나 상류층은 문제가 없는데 서민층은 아니고 그렇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이 국제질서의 모든 걸 집적하는 집적체인 동시에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생각한다”며 “전염병은 일종의 세계화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퍼진 것 아니냐. 이것은 국제기구나 거버넌스를 통한 국제협력으로 대처해야 극복되는데, 실질적으로 모든 국가가 위기 상황을 맞다 보니 대부분 각자도생을 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국경을 봉쇄하고 락다운을 하고, 자국 위주로 돌아가고, 미중은 남탓을 한다. 과거 협력이나 세계화나 국제화에 반하는 질서가 팬데믹 때문에 강해진 것”이라며 “20년 전만 해도 소련이 붕괴된 이후 세계화가 급속화된 게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이걸 촉매로 만드는 것이 바로 팬데믹”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달라고 하자 “국제기구 존재감이 줄어들었다. 유엔의 존재감이 없어지고, WHO(세계보건기구) 효과성에 대해선 미국은 부정하고 중국은 옹호하는 상황이다. 그런 것만 봐도 양면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결과적으로 소련 붕괴 이후 G1으로 자리매김한 미국의 위상과 힘이 약화되고 중국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등장하면서 미중 갈등구도 심화를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김 원장은 정치적 분열과 인종차별,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 약화 등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 원인을 “미국이 만들어 놓은 질서, 소위 팍스아메리카나라고 한다. 미국이 세계 경찰로서 리더십 역할을 하면서 세계적인 공공재를 공급했다”며 “안보나 경제질서나 민주주의, 국제질서 이런 것들을 제공했는데 미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스스로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시대가 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걸 가장 잘 이용하고 확대시키며 자신의 권력을 유지한 게 트럼프다. 트럼프는 세계질서 변화를 가장 잘 인식하고 분석을 떠나 본능적으로 올라타서 강화하는 방향으로 4년을 지냈고, 그게 그대로 투영되고 내부적으로 있던 미국 문제점을 확산시킨 것”이라며 “밖으로는 중국 욕을 하면서 세계적인 이익보다는 국가이익주의, 소위 말하는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Make America Great Again)’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지 인종적 위기나 유색인종들의 인구 성장에 백인이 위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아마 시점은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에 미국 백인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류를 뺏긴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혔고 그걸 잘 이용한 게 트럼프였다”며 “트럼프는 인종차별을 실질적으로 자기 권력에 이용했고 갈라서 차별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그래서 미국이 60년대 이후 정치적·인종적 분열이 실질적으로 일어난 거”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 결과가 그대로 선거에 드러났다. 그걸 역전시키려는 바이든이 스스로도 변곡점이라고 불렀다. 원래로 돌아가자는 거다. 세계적 공공재를 공급하던 미국으로 돌아가자는 게 바이든 아젠다이다. 문제는 미국이 갈라져 있고 공화당이 여전하다. 다음 선거 생각하면 미국의 반이 트럼프 또는 트럼프적 정책 지지자들이니 부작용이 아시아 혐오로 가게 됐다. 바이러스 놓고 중국 탓을 하는 게 국내로 투영되고 대부분 아시아 사람에게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자기들의 사회에 어려움을 준 보건 위기가 중국 탓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힐러인칩...‘트럼피즘’ 유턴은 회의적” 미중 갈등과 코로나가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의 원인이라는 뜻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 그 차별의 바탕은 트럼프가 깔아놓은 것이고. 또 하나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미국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민족주의 현상이다. 정치가들이 불평등이라든지 민주주의 문제 이런 것들을 주어진 임기 내 극복하기 힘들다 보니 대부분 남의 탓을 하거나 전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흑인, 아시아인, 이민, 난민 때문이라고 하고, 밖으로는 중국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기 권력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푸틴을 봐도 그렇고, 시진핑을 봐도 그렇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전망에 대해선 “바이든은 트럼프가 미국을 망가뜨렸기 때문에 유턴시켜야 된다고 해서 변곡점이라는 말을 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도 했다”며 “미국은 엄청난 선택을 했다. 트럼피즘을 수용하느냐 안 하느냐는 문제의 선거였고, 우선 미국이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이것을 바꿀 수 있느냐, 4~8년 만에. 저는 그에 대해서는 낙관보단 부정적”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 개인에 대해선 “커멘더인칩(Commender in Chief)을 사령관이라고 한다. 미국 대통령을, 국가수반을 그렇게 언급하는데 바이든은 자기를 힐러인칩(Hiller in Chief)이라고 한다. 상처 입은 미국을 회복하고 분열된 미국을 감싸안고 소프트파워나 신뢰할 만한 미국으로 되돌리자는, 적어도 우리가 보기엔 맞는 말”이라며 “그를 주장한 힐러리 클린턴이나 그전의 민주당은 위선자, 칵테일좌파라고 비토를 놨는데 트럼프가 너무 반대쪽으로 가니까 적어도 바이든은 위선자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선택이 된 것이다. 관건은 과연 유턴을 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김 원장은 ‘Promises to Keep’ (한국어판: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김영사)이라는 유일한 바이든 대통령 자서전의 한국어판 해제를 쓰기도 했다. 그는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미국으로서는 가장 진보적인 사람이고 굉장히 사람들을 잘 통합시키는 힐러인칩이라는 것이 그의 개성, 성격에서도 나타나는 부분이다. 원래 말더듬이였는데 잘 극복하고, 거의 외교 분야에서 수십년간 커리어를 쌓았다. 부통령 8년간은 오바마가 신예였고 외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외교를 담당한 것이 바이든이었다. 외교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선택으로 봐서는 물론 단점도 있겠지만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나온 재미있는 기사가 있다. 미국이 지난 12년간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고 히로익한(영웅적인) 리더를 뽑아서 미국이 갈라졌다는 내용이다. 오히려 비영웅적인 바이든이 미국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아니냐는 데 저는 동의한다”고 했다. “미중, 통화·기술·체제 전쟁...곤혹스런 한반도” 향후 5~10년간 미중 갈등은 어떻게 전개될까. 김 원장은 글로벌한 ‘영역’과 ‘지정학’ 문제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미중 간 글로벌한 영역의 문제로 통화전쟁을 꼽은 김 원장은 “(미국이 플라자 합의로) 일본을 제압한 거다. 그에 대해 중국이 두려움이 많기 때문에 통화독립을 하려는 거다. 미국이 칼을 빼들었다 넣었다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다음이 기술전쟁이다. 장비, 5G, 4차산업혁명이고, 그다음이 체제경쟁이다. 중국이 자기 시스템이 민주주의보다 낫다고 하니까”라며 “영역전쟁이 글로벌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지정학적 갈등에 대해선 “동아시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소위 말하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북중러 대 한미일, 동중국해, 대만 양안, 남중국해 줄을 그으면 중국과 미국의 기싸움이 실질적으로 물리적으로 일어나는 곳이 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지정학적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선 “확전은 미중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확률적으로는 안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며 “문제는 주변 국가들에 그런 것이 꼭 좋은 게 아니다. 계속 둘은 직접 충돌 안 하면서, 편가르기 하면서, 간 보면서, 세 구축하면서 주변국가들의 스트레스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서 미중 갈등과 더불어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구도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김 원장은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우려되는 지역 중) 실제로 한반도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머지 충돌 포인트보다 함의가 훨씬 크기 때문”이라며 “동중국해에서 붙어도 확전 가능성은 없는데 우리는 대리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분단이라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는) 평소에는 옅은 진영인데 미중이 나빠지고 남북이 나빠지면 이게 완전히 과거 신냉전으로 가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신냉전은 아니지만 그걸 실질적으로 가장 짙게 만드는 것이 한반도”라고 강조했다. 특히 “남북이 적어도 평화 공존을 유지해야만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한국이 미중을 움직일 수는 없는 것이고 미중에 의해 희생당하지 않으려면 남북이 평화적인 공존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에 대해선 “미중이 세를 보고 있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이 말하는 파트너국·우호국·동맹국이 60개국이 좀 넘는다. 바이든은 이것이 미국의 자산이라고 했다. 그런데 110개국이 넘는 국가가 중국을 무역 1위 상대국으로 삼고 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미중 사이에 낀 거”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우리가 심한 건 지정학적으로 중국 밑에 있다는 점이다. 또 기형적으로 경제는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500억불이 많다. 압도적이다. 가장 기형적인 형태로 나뉘고 있고 물리적으로 중국 밑에 있으니 어려운 건 사실인데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의 해법은 ‘GM’ ” 김 원장은 한국처럼 미중 사이에 낀 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해법으로 ‘연대’를 제시했다. 그는 “팬데믹에서 미중이 보여준 것은 ‘G0’의 세계다. 각자도생하면서 세계 공공재나 방역에 하나도 대처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GM’으로 가야 한다. G멀티플이란 말이다. G2가 아닌 2열 국가들, 즉 한국·캐나다·독일·프랑스·호주·아세안 이런 국가들이 연대를 이루면서 한쪽으로는 미중 갈등을 완화하고 다른 면에서는 집단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제3세계가 죽어가고 있다. 지금은 백신이지만 나중에 식량이나 다른 것이 될 것인데, GM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회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고, 개별국가로서는 혼자 얻어맞지 않는 보호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인도·일본·호주 4개국으로 발족시킨 ‘쿼드(Quad)’ 참여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 원장은 일단 지금 참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쿼드도 ‘한미일’하고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쿼드에 지금 참여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한 이유가 첫째 미국도 어떻게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다음에 어떤 의미에서 미국이 요구했을 때 한국이 거절하면 충돌한다는 거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요구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블링컨이 와서 언급한 것이 미국도 중국에 대해 3C(Confront, Coporate, Compete)라고 했다. 그렇게 복잡하다는 거다. 그만큼 한국도 한중 관계가 복잡한 것을 이해한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미국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번째는 일본·호주·인도의 입장이 다 다르다. 중국이 위협으로 느껴질 때는 쿼드가 좋은데 중국에 대적하기에는 부담이 많다. 인도의 경우 최근 국경분쟁 때문에 쿼드에 대해 적극적이 됐지만 이것을 반중동맹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쿼드) 정상회담에서 방역과 북한 비핵화가 나온 이유가 이것이다. 우리가 미리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마지막으로 (쿼드에 들어가려면) 우리가 ‘플러스’라는 룰메이킹 할 때부터 들어가야지. 호주나 인도보다 전략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지도 않지 않나. 룰메이킹을 해야 한다. 베트남하고 뉴질랜드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쿼드플러스에 그 국가들하고 들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쿼드보다는 인도태평양전략 참여가 낫다” 쿼드에 선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미중 간 선택의 기로에서 한국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선 “만약 그것을 전제로 한다고 하면 차라리 인도태평양(전략)이 낫다. 아세안 국가들이 있기에 신남방하고도 잘 통하기 때문”이라며 “쿼드는 미국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아시아판 나토(NATO)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사람이 많고 군사적 의도가 분명한 상황에서 들어가면 부담스럽다. 그런 입장이라면 인도태평양이 맞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할 대북정책 내용에 대해선 “우리가 바이든 정부 들어설 때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결국 전략적 인내로 가는 것이 아니냐였다”며 “최근에 보면 미국이 국내 문제가 너무 많다 보니 북한 문제는 사실상 인기가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이벤트 들러리를 섰으니 이제는 뭘 줄 건지 확실히 얘기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겠다는 태도다. 적대시정책 철회, 보상 확정 지으면 나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그렇게 할 경우 북한에 굴복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인기가 없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먼저 양보할 가능성도 없다. 그래서 교착 상황이 연장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2018년 북미 간 싱가포르 선언을) 수용하는 거는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 사인한 거고 북한은 그 정신을 강조하니까 우리는 그것을 추인하는 데서 시작하는 게 좋다고 강조하는데, 그게 대북정책에 담길지는 모르지만 (미국이) 생각보다 북한에 대해 인권이라든지 강한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교착이 계속될 수도 있다. 미국이 가진 수단 자체가 양보를 빼면 북한에 내밀 카드가 없다. 원하지 않지만 ‘전략적 인내 2.0’이 될 가능성도 없진 않아 보인다”고 걱정했다. 이어 “그런데 이 부분에서 그럼 뭐가 될 거냐 하는 건 한국의 문제”라며 “남북미 3면 중 북미, 남북이 막혀 있고 한미만 열려 있지 않나. 그렇다면 결국 한미 공조가 잘돼야 한다”며 “적어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미국이 한국 말을 듣겠다고 한다. ‘2+2’(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 방한 당시에도 그렇고 안보실장 회의도 그렇다. 곧 대북정책이 나온다고 하니 얼마나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딱히 엄청난 서프라이즈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착상태에 놓인 남북관계 개선 방법에 대해선 “북한이 우리를 끊는 이유는 우리가 미국을 움직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을 이끌어내려면 북미를 다 설득해야 한다. 힘이 있다는 걸 보여야 한다. 우리는 일단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고 둘을 만나게 해야 한다. 그다음에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한국에 맡기는 신뢰하에서 우리가 그것을 통해 미국을 무시하고 북한하고 일방적인 딜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웃소싱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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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호

김흥종 KIEP 원장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5% 중후반대 예상"

“백신 보급 생각보다 빨라...성장률 높아질 것” “미중 전쟁 같은 상황...지금은 표준전쟁 시대” “저탄소사회 전환 위해 국내 유인구조 바꿔야” | 최온정 기자 onjunge02@newspim.com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에 대해 “5% 중후반대의 상당히 높은 수치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김 원장은 지난 3월 26일 오후 세종국책연구단지 KIEP 청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뉴스핌·월간 ANDA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KIEP는 작년 11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0%로 제시한 바 있다. 김 원장은 “당초 전망치를 냈던 11월 초만 해도 3차 웨이브(wave·유행)가 온다고 해서 비관적이었다”면서도 “그동안 3차 웨이브도 오고 유럽은 4차 락다운(lockdown·봉쇄)도 왔지만 백신 보급이 생각보다 빨리 작동됐다. 빠르면 5월 초 전망치를 발표할 생각인데, 5% 중후반대의 상당히 높은 수치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브레튼우즈 체제(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도 그렇고 정보통신 관련 기술도 다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중국이 양회에서 ‘중국표준 2035’(2035년까지 중국 기술표준을 제정하겠다는 계획)를 말했다”며 “이를 미국이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양국은 전쟁 같은 상황”이라며 “한국은 정부에서 밝힌 대로 개방·투명·포용성, 이 세 가지 기본 원칙을 계속 상기시키면서 사안에 따라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급부상한 탈탄소 이슈에 대해서는 “유럽이 올해 2분기에 탄소국경조정제도(상품 제작과정에 배출된 탄소량을 따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고 2023년부터 발효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우리도 국내 산업구조가 저탄소 제조업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정부가 유인 구조를 바꿔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최근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서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4.2%에서 5.6%로 조정했다. KIEP도 당초 전망치를 5.0%로 냈는데 상향조정할 계획이 있나. A. 당초 전망치를 냈던 11월 초만 해도 3차 웨이브가 온다고 해서 비관적이었다. 그동안 3차 웨이브도 오고 유럽은 4차 락다운도 왔지만 백신 보급이 생각보다 빨리 작동됐다. 우리도 지금 전망작업을 하고 있는데 (성장률을)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빠르면 5월 초 전망치를 발표할 생각이며 5% 중후반대의 상당히 높은 수치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Q. 올라간다고 보는 건 아무래도 백신보급률 때문인가. A. 그렇다. 작년에는 우리나라랑 노르웨이, 대만 등 몇 개 나라만 2019년 수준을 넘어선다고 봤는데 지금은 상황이 낙관적이어서 미국도 그렇게 올라갈 거라고 본다. 유럽하고 브라질 등 안 좋은 나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2019년도 수준을 2021년도 말에 넘어갈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다른 전망 기관들이) 8%를 예상하는데 누적으로 하면 2019년 대비 올해 성장률이 10% 정도다. 미국은 2019년 대비 2021년에 2% 내외 성장하는데 중국이 10% 이상이면 중국이 엄청나게 따라붙게 된다. Q. 미중 갈등은 지속된다는 예측이 많다. A. 그게 가장 큰 문제다. 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 전체의 기본적인 틀을 미국이 짰다. 브레튼우즈 체제도 그렇고 정보통신 관련 기술도 다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양회에서 ‘중국표준 2035’를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많은 경우 외부에서 들어온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이걸 걷어내고 중국 표준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를 굉장히 미국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금은 표준 전쟁이다. Q. 앞으로 갈등이 심화됐으면 심화됐지 줄진 않겠다. A. 심해진다. 작년 말부터 중국은 굉장히 빠르게 움직였다. 작년 11~12월 중국은 일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부터 타결시켰다. 그간 협의가 지지부진했는데 중국이 양보하면서 빨리 하자고 했다. EU·중 포괄적투자보호협정(CAI)도 작년 12월 30일 타결됐다. 가장 중요한 양보가 중국이 기술이전 조항을 없앤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기술이전이지만 EU 입장에선 기술탈취인 조항이었는데 이제는 중국이 다 양보했다. 바이든 당선이 확실해지니까 그런 것이다. 바이든 정책은 다자중시와 동맹중시다. 따라서 중국은 고립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 EU를 친구로 해서 EU하고 미국 사이를 떨어뜨려야 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주도권을 미국에 뺏기지 않으려면 RCEP을 타결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동남아시아 가고 인도도 갈 거다. 동맹관계를 봉합해야 하니까. 지금 양국은 전쟁 같은 상황이다. Q. 한국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A. 며칠 전 블링컨이 동맹국에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호주도 그렇고 유럽 등 많은 나라가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은 우리가 미리 먼저 미국이냐 중국이냐 줄 설 필요는 없다. 우리 원칙은 정부에서 밝힌 대로 개방·투명·포용성, 이 세 가지 기본 원칙을 계속 상기시키면서 사안에 따라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를 판단해야 한다. Q.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면. A. 미국이 지난 2월 24일 행정명령을 통해 반도체와 대형 배터리, 헬스·보건 부문과 희토류에 대한 미국 공급망 현황조사를 명령했다. 이를 전부 다 미국이 생산할 수 있으면 좋지만 미국에서 작년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빨리 생산이 안 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동맹으로 대체할 것이다. (예를 들어)당장 배터리를 미국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게 안 되니까 중국 배터리 쓰지 않고 한국 것을 쓰는 식이다. 개별기업 차원에서 요청이 오면 대응하면 된다. 정부는 기본 원칙만 얘기하고 있으면 된다. Q. 포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은 필요한가. 늦었다고 보지는 않나. A. 우리나라는 대외지향적으로 해야 성장할 수 있는 나라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통합에 대해서는 가입을 전제로 하는 게 맞다. 사실 10년 전에 미국이 들어가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 들어가는 게 좋았다. 그 당시 TPP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나라들과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을 갖고 있어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잘 안 됐다. 단순히 들어간다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를 내서 틀 자체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으니 그때 들어가는 게 더 나은 방향이었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한다. Q.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 오고 있는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그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A. 신남방 정책은 그동안 민간기업 주도로 많이 했다. 정부 차원에서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종합적인 개발에 참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보건의료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한 부분도 효과가 있었다. 인도가 또 마침 우리나라로부터 ODA를 받기로 했다. 과거 인도는 ODA를 안 받는 국가였는데 인도에 대한 체계적인 ODA 전략이 집행되고 있다. 그런 면에 성과가 있었다. 신북방은 가장 큰 제약이 두 가지다. 첫째는 북한, 둘째는 대(對)러 제재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이나 스탄 국가들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들 국가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문화협력이 확대되고 있으니 그런 부분에서 교류를 늘려서 나중에 본격적으로 제재 풀렸을 때 꽃이 필 수 있도록 기반을 깔아놓는 작업을 해야 한다. Q. 북한과의 경협도 추진해야 할 텐데. A. 북한은 당장 문제가 올봄이다. 작년에 북한은 홍수 때문에 굉장히 많은 피해를 입었고, 거기다가 또 대북 제재와 코로나19가 있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바람에 유엔 제재에 들어갔는데 그 이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커졌다. 그런데 작년 코로나19 때문에 북중무역이 거의 다 막혔다. 이런 상황에서 올봄이 식량문제로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북한 상황을 잘 보고 어려운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Q. 최근 핫한 이슈 중 하나가 탈탄소다. 전통적 제조업국가인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유럽이 올해 2분기에 탄소국경조정제도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고 2023년부터 발효되도록 한다고 했다. 앞으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 무역하기 어렵게 된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인센티브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놔야 한다. 혹시라도 돈을 낼 것이 있으면 똑같은 우리 정부한테 내는 게 낫다. 우리나라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했으면 상품을 수출했을 때 그쪽에서 탄소세 매기려 해도 이중과세가 안 된다. 사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탄소관세가 정신에 위배된다고 한다. 외국에서 나오는 상품에 차별적으로 관세를 매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 유럽에서 가장 선호하는 것은 탄소관세다. 내국인 기업에 대해서는 부과 안 하고, 들어오는 상품에 대해서는 탄소 많이 배출한 것은 그만큼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 있다. 우리도 국내 산업구조가 저탄소 제조업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정부가 유인 구조를 바꿔놔야 한다. Q. 4차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에게 도움되긴 하지만 부채비율을 높인다는 비판도 있다. A. 우리나라는 민간부채가 심하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이 들어와서 소상공인의 월세를 대신 냈다. 그 얘기는 민간이 짊어져야 할 부채를 정부부채로 바꿔준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정부부채는 건전하고 민간부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다. 역사상 어디서도 민간부채에서 위기가 시작된다. 민간부채는 늘어나는데 재정건전성만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두 번째는 재정건전성이 나빠졌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낫다. 사람들이 한국 경제를 베네수엘라와 브라질하고 비교하는데, 우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무슨 의미냐면 경제위기 났을 때 외환딜러들이 제일 먼저 던지는 화폐가 20~30년 전에는 한국 원화였다. 그런데 지금은 제일 먼저 중남미 화폐를 던지고 그다음에 남유럽, 일부 동남아 국가의 화폐를 던진다. 그러고 나서 더한 위기가 나야 원화를 만지작거린다. Q. 코로나를 극복하고 나면 증세 문제가 화두가 될 것이다. 바이든도 증세를 추진한다고 했는데 한국도 증세가 필요하다고 보나. A. 바이든이 증세를 생각하고 있는 것도 극도의 부유층에 대해서만 세율 구간을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저탄소 사회로 가기 위한 인센티브를 만드는 차원에서 세목 신설이 필요하다. 사회와 경제, 기업이 그쪽 방면으로 가기 위한 유인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당근과 채찍이다. 당근은 친환경 쪽으로 가면 여러 가지를 지원해 준다는 거고, 채찍은 세금이다. Q. 세계경제가 급변하고 있다. KIEP가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A. 대외경제 분야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게 앞서도 말했지만 친환경하고 디지털 쪽이다. 친환경 디지털 통틀어서 신통상의제라고 한다. 이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개도국에 ODA를 많이 제공하고 있는데 효과성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제개발협력도 잘해야 한다. 신통상의제에 적극 대응하는 것과, 그다음에 국제개발 협력에 관해 연구하고 평가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Q. KIEP가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국제관계프로그램 산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이 발표한 톱 싱크탱크 32위에 선정됐다. 국제경제 부문에서는 4위, 아시아에서는 6년 연속 1위였다. 그 비결은. A. 국제사회에서 활발하게 세미나를 하거나 여러 가지 독자적인 의견도 내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에서 우리 연구원을 알게 됐다. 국제경제 분야에서 대표적인 연구기관이 어느 곳인지 전 세계에 설문조사를 보내는데 거기에 KIEP라고 많이 써주니까 순위가 올라갔다. 또 KIEP가 개도국에 대해서도 많은 활동을 한다. 개도국 학자들하고 교류를 많이 하고 방문학자도 유치하면서 이분들이 KIEP를 더 알게 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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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호

"부산시내 15분 생활권"...박형준 부산시장 3대 정책은

도심형 초고속자기부상열차 ‘어반루프’ 건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 산학협력 통한 도심형 청년 일자리 창출 | 이지율 기자 jool2@newspim.com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62.67%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국민의힘).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정무수석과 사회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박 시장은 2014년부터 2년간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입법, 행정, 국정 운영의 경험을 고루 갖췄다. 청와대와 국회에서 경력을 쌓고 고향 부산에서 민선 시장에 선출된 박 시장이 ‘내게 힘이 되는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놓은 지역 맞춤형 정책을 살펴본다. 도심형 초고속자기부상열차 ‘어반루프’ 박 시장은 부산 시내 전역을 15분 내로 이동할 수 있는 ‘어반루프(Urban Loop)’ 건설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어반루프는 가덕도신공항에서 2030 엑스포 개최지 북항까지 도심직결 셔틀 수단으로 활용 가능한 도심형 초고속철도를 말한다. 초음속 진공을 활용해 도시와 국가를 이동하는 하이퍼루프 기술을 도시 내 이동 여건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박 시장은 2030년 가덕도신공항 개항에 맞춰 부산 주요 거점 55km 구간에 최대 시속 300km의 어반루프를 구축해 부산을 15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부산 동서 지역을 연결하는 미래형 교통 인프라에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박 시장은 “신공항이 완공되면 연간 3500만명, 엑스포를 유치하면 5000만명 방문객이 예상된다”며 “기존 도로와 철도망으로 수요를 감당 못한다. 어반루프로 신공항과 북항을 10분 만에 연결하고 거기서 5분 내 동부산 관광단지까지 이동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원은 국비 지원 및 국내외 민자 유치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의 한국형 뉴딜사업(114조원) 관련 예산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시장은 “KTX 건설사업비 30∼40% 수준에 불과하고 부산 사업비는 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지하 대심도로 건설되기 때문에 토지 보상비용이나 사회적 갈등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추진은 늦어도 2022년 사전 타당성 조사를 위한 기초 연구를 시작해 2025년에서 2029년 사이에는 공사를 추진, 2030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혁신적 교통수단 도입으로 퍼스트무버(First Mover)도시 조성 △공항의 편의성 확보로 공항 이용 수요 제고 등을 어반루프 조성 핵심 목표로 삼았다. 그는 어반루프 도입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초고속철도 개발을 추진 중이고 경남도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부산처럼 도심 내 단거리(50㎞)에도 어반루프 건설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그 근거로 미국의 하이퍼루프 운송기술 업체인 HTT 최고경영자와의 화상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간소화 문재인 정부가 4년간 부동산 대책을 25차례 내놓을 동안 부산 평균 아파트 가격은 3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은 부산 지역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아파트 10만호 리모델링 지원 △주택보급률 110% △도심형 컴팩트 타운 조성 등을 공약했다. 박 시장은 15~20년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기간을 관청 단계 간소화로 대폭 줄이며 규제를 크게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주택보급률을 2018년 기준 103%에서 110%로 높이고 도심을 주거와 상업, 일자리가 어우러진 컴팩트 타운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박 시장이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공급 숫자를 밝히지 않은 건 민간 주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공급의 일차적 주체는 역시 민간일 수밖에 없다”며 “재개발·재건축 기간 축소는 법을 고치지 않아도 처리 시한만 지키고 불필요한 단계를 축소, 통합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공공부지를 활용한 적정가격 주택 공급에도 초점을 맞췄다. 하수처리시설이나 폐교 등 도심부에 입지하고 있는 도시기반시설을 활용해 저가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지하철 역사의 개발을 통해 청년들의 주거와 창업 복합타운을 공급한다. 컴팩트 타운은 크게 도심에 직장과 주거를 통합한 컴팩트 청년 타운을 조성하고 1억원대 신중년 재기 복합타운, 여성 1인가구를 위한 안전 복합타운을 조성한다. 박 시장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최대 2억원 한도 내에서 주택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사실상 전세자금 대출에 가까운 정책으로, 박 시장은 신혼부부에게 소득 제한 없이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학협력 통한 도심형 청년 일자리 4월 5일 부산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부산 고용상황 변화와 원인 분석’에 따르면 부산은 지역 산업구조의 취약성으로 고용상황 부진이 지속되고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전국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산의 고용률은 55.6%, 월평균 임금은 250만원으로 8대 광역시 중 최하위로 집계됐다. 평균 주당 노동시간도 전년보다 3.6시간 감소했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만6000명 줄었다. 박 시장은 이같이 침체된 부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산학 협력을 통한 청년 일자리 5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과 중장년층의 취업·창업 장려 등을 제시하며 세대 맞춤형 일자리를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일자리 창출의 이행 방법으로 △도심형 청년 일자리 확대 △스마트형 4차산업 일자리 확충 △세대 맞춤형 특화 일자리 창출 △부산 특화산업 일자리 조성 △데이터 기반 경제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적극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도심형 청년 일자리는 기업 현장 연수를 기반으로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대학생들에게 기업 현장에서 연수하는 동시에 학점을 딸 수 있게 하고 졸업하면 취업도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에서 시행 중이다. 박 시장은 “부산의 23개 대학과 기업을 연계해 워털루형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성공하면 부산의 대학교 교육과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푸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부적인 일자리 공약으로△도심형 청년 창업·주거 복합타운 권역별 10개소 이상 공급 △스마트형 4차산업 대기업 관련 기업 3개 이상 유치 △경력단절여성 일자리사관학교 운영사업 △50+ 신(新)중년 재기 복합타운 조성사업 △부산 특화 전통제조업 지원사업 △부산 블록체인밸리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재원 조달은 시비 및 국비를 통해 이뤄지며 창업펀드와 산학협력 등 민자 유치를 통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시장은 청년기업 육성을 위해 이미 1조2000억원 글로벌 펀딩 조성 협약도 맺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생산성이 높은 쪽으로 가야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일자리)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청년들에게 ‘아, 부산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구나’라는 희망을 줘야 청년들을 붙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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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리 변호사 "예술인들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웹툰 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 출간 “예술을 ‘짝사랑’하는 변호사...법률 자문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 고홍주 기자 adelante@newspim.com | 최상수 사진기자 kilroy023@newspim.com 시작은 우연이었다.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만난 한 만화가는 변호사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아직도 기억이 나요. 2016년 한국만화가협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초청을 받아서 참석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어떤 분야에 주력해야 하나 고민이 계속되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토론회가 끝나고 한 만화작가분이 제 손을 잡으면서 ‘만화계에는 변호사가 너무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때 저는 ‘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게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어요.” 변호사 생활 10년 차. 그 경력 중 절반 이상을 ‘예술인들의 변호사 친구’로 일하고 있는 임애리(35·변호사시험 1회·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를 만났다. 신인 변호사, 예술을 만나다 임 변호사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문학을 근거리에서 접하면서 늘 마음속에 예술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한다. 법무법인 덕수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곧 그 갈망을 채워줄 일을 만났다. 덕수 내 예술에 관심 있는 변호사들이 2015년 ‘아트로’라는 문화예술 법률 그룹을 만들면서 창립멤버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만화가는 아트로를 찾아준 첫 손님이었다. 아트로는 출범 후 각 분야의 현직 예술인들을 모아 세미나를 열었는데, 이를 인상 깊게 본 한국만화가협회와 첫 업무협약을 맺게 됐고 현재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예술인 상담 사례 중 웹툰 작가들의 이야기를 먼저 책으로 내게 된 건 이 때문이다. 웹툰은 기존의 만화 출판시장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전에는 작가가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했다면, 웹툰 시장에서는 중간에 작가의 계약을 대신 해주는 에이전시라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한다. 임 변호사는 “작가는 자신의 저작물임에도 에이전시와 플랫폼이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정산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에이전시가 계약의 불투명성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에이전시와의 계약 과정에서 신인 작가가 일일이 계약 조건을 협상하고 물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아트로 소속 변호사 4명은 지난해 11월 초보 웹툰 작가들이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웹툰 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창작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폰트 등 저작권 문제부터 연재 및 출판과 드라마나 영화 같은 2차적 저작물 계약, 작가에 대한 명예훼손 등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케이스를 총망라했다.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경우 아직 법률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계약 관계도 많기 때문에 이 모든 개념을 작가들이 알 수는 없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법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임 변호사는 한국만화가협회 외에도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예술단체에서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예술인들과 상담하면서 그가 느낀 점은 예술인들이 법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변호사랑 상담하는 것조차도 좀 무서워하는 분이 많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보통은 순수하게 예술활동에 전념하는 게 예술가의 태도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고, 지망생이나 신진예술인들의 경우 법적인 문제를 꺼내면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죠.” 실제로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예술인들에게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예술을 생계 수단이 아니라 신성한 무언가로 본 것이다. 하지만 외려 이런 ‘특별대우’가 현재의 예술계 불공정 관행을 공고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많다. 임 변호사가 처음 예술인들을 상대로 법률상담을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프리랜서나 예술인을 위해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해 보자는 마음에서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 등을 건당 30만원에 책정했는데, 복지재단에 상담을 하러 찾아오는 연극배우들의 계약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배우들이 한 달에 공연료로 받는 돈이 보통 3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내가 얼마나 이 업계에 대해 몰랐는지 그때 처음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쩌면 복지라는 말을 쓰는 것도 예술인들의 협상권 자체를 박탈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며 “돈 얘기는 당당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최근 정부에서 이런 관행을 깨기 위해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을 예술인들에게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창구를 열어놓거나 예술인 표준계약서를 만드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예술인들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임 변호사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2015년에 비해 법률 자문을 구하는 예술가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우리도 알아야 한다’는 의식 아래 웹툰 작가들은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요즘은 옛날처럼 그냥 창작활동에만 매진하면 되고 계약 얘기나 돈 얘기를 꺼내기가 부끄럽다고 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법적인 문제를 꺼내는 걸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임 변호사는 자신을 예술을 ‘짝사랑’하는 변호사라고 설명한다. 막연히 예술이 좋아서 뛰어든 일이지만, 일을 할수록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그의 사무실에는 예술작품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의뢰인으로 만난 예술인들이 선물한 작품들이다. “금전적 보상이 아직은 다른 분야에 비해 크진 않을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예술관을 알게 된다는 데서 기쁨이 아주 커요. 저는 예술인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친구 같은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제가 목표로 하는 일에 한 발짝씩 다가가 있지 않을까요.” 임 변호사는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임애리 변호사 약력 △변호사시험 1회 합격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한국만화가협회 법률 자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법률 자문 △서울시립교향악단 법률 자문△서울시 문화예술불공정피해상담센터 법률상담관 △서울지방변호사회 형사당직변호사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민사소액사건소송지원변호사단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입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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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살해와 '살인 유전자'

한국에서 일어나는 살인 하루에 1건꼴 타고난다는 유전자 천성론 vs 질투·분노 등 상황론 대립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당했다. 서울경찰청의 신상공개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김태현(24)은 숨진 세 모녀의 첫째 딸을 상대로 1월부터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며 스토킹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왜 살인을 할까.’ 이 같은 명제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쉽게 풀리지 않을 숙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한 해 일어나는 살인 사건(2010~2019년)은 360건 정도다. 하루 평균 1건꼴이다. 연도별로는 △2010년 438건 △2011년 410건 △2012년 402건 △2013년 348건 △2014년 366건 △2015년 359건 △2016년 344건 △2017년 287건 △2018년 326건 △2019년 323건이다. 해마다 300건 이상 꾸준히 ‘살인’이 일어나는 셈이다. 살인미수와 방조, 예비 등을 포함하면 수치는 크게 늘어난다. 살인 의도를 가진 범죄까지 더하면 △2010년 1262건 △2011년 1221건 △2012년 1022건 △2013년 959건 △2014년 938건 △2015년 958건 △2016년 948건 △2017년 858건 △2018년 849건 △2019년 847건이다. 지난해엔 3분기(1~9월)까지 612건이 발생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해마다 180만건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교통범죄를 제외한 전체 범죄 건수는 편차가 있지만 130만건을 넘는다. 2019년 기준으로 136만1661건이 발생했다. 살인 의도를 가졌거나 실제 살인한 경우 등 살인과 관련된 사건 비율은 0.06%다. 살인은 전체 범죄 가운데 비율이 낮다고는 하지만 무게감으로 따지면 결코 간단히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범죄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살인 사건이 줄어드는 추세라 해도 주목할 부분은 있다. 급격하게 수치가 줄어들거나 ‘0’에 수렴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살인의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해마다 비슷하게 일어나는 살인율을 ‘유전적 요인’으로 보기도 한다. 살인을 비롯한 인간의 폭력성이 유전학적으로 타고난다는 주장이다. 2006년 미국 테네시 주의 한 시골 마을. 브래들리 왈드럽이라는 인물이 별거 중인 아내와 자녀 4명을 상대로 사냥총을 발사했다. 별거 이후 아내와 사귀던 남성도 곁에 있었다. 왈드럽은 8발을 발사해 살해했다. 아내는 우여곡절 끝에 도망쳤다. 왈드럽은 1급 살인죄로 기소돼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왈드럽은 사형을 면했다. 미국 법정에서 배심원들이 사형을 의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왈드럽 변호인들이 들고 나온 ‘사형 면책’ 논거가 ‘유전자 변이’다. ‘MAOA유전자 변이’가 폭력과 살인을 촉발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MAOA유전자는 모노아민 산화효소로 불린다. 일부 과학자들은 뇌로 흘러드는 호르몬 중에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으면 오히려 기분이 나빠진다고 주장한다. MAOA유전자는 여분의 세로토닌을 청소해 평상심을 되찾게 한다. MAOA유전자가 세로토닌 수치를 제어할 수 없을 경우 감정 폭발이 일어난다. 살인자들은 MAOA유전자가 천성적으로 이 같은 ‘청소’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반박도 만만치 않다. ‘타고난 살인자’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2차세계대전 때 나치가 행했던 유대인 말살 범죄나 지금도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학살과 살인이 ‘유전자 변이’로 면책받아야 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설명이다. 살인은 자신을 둘러싼 질투심 등 상황에 따라 때로는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타고난 살인기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성경 창세기에 언급된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 ‘카인과 아벨’은 카인이 동생 아벨을 질투에 못 이겨 사망에 이르게 했다. 양치기였던 아벨이 봉헌한 제물을 농부였던 자신이 바친 것보다 하나님이 더 반긴 점을 스스로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살인을 할까’라는 테마는 간단치 않다. 살인 범죄자와 피해자 관계(대검찰청 2019년 범죄분석)를 살펴보면 전체의 23.4%가 타인이다. 그러면 나머지 76.6%는 ‘아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10명 가운데 8명이 ‘아는 사람’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피해를 본다. ‘아는 사람’ 관계에서는 친족이 전체의 27.1%로 가장 많다. 그다음이 이웃과 지인(18.0%), 애인(7.5%), 친구와 직장동료(5.8%) 등 순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는 시사점이 있다. 살인은 ‘감정’이 쌓여야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인간 세상’에서 ‘인간적 관계’가 늘 그렇듯 주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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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호

오세훈 주요 공약은 ①주택 36만호 ②안심소득 ③강남북 균형발전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용적률·층고 제한 완화 상생주택·모아주택 제도 도입...서울시 공급계획 계승 이재명 기본소득에 맞불...안심소득 시범사업 실시 | 김태훈 기자 taehun02@newspim.com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태로 자진 사퇴를 한 뒤 10년 만에 서울시청에 돌아왔다. 당내 경선에서도 열세를 보였던 오 시장은 중도층 공약에 성공하며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본선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보수 진영의 전국단위 선거 4연패를 끊어내고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한 오세훈 시장. 그의 핵심 공약들을 알아봤다. 용적률·층고 제한 완화 4.7 재보궐선거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와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 등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이에 오 시장은 5년 동안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상생주택, 모아주택 제도 도입 등을 통해 36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이 아닌 민간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강변 아파트의 35층 층수 제한을 50층까지 늘리고, 국가법령보다 30~100%까지 낮게 설정한 서울시 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 조정한다. 상생주택은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급모델이다. 기존 임대주택과 같이 단기적 투자회수가 어려운 운영상의 문제점 개선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뼈대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확보하고 있는 공공토지는 1만2000가구에서 1만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토지밖에 없다”며 “상생주택은 이미 공공토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민간토지를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간이 토지를 제공하면 공공기관이 주택을 건설한다. 서울시는 토지 주인에게 매달 임대료를 지급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라며 “토지를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는 것보다 훨씬 속도가 난다. 또 각종 세제 혜택이나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민간이 쉽게 사업에 동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아주택은 단독·다가구 밀집지역의 주차난 해소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다. 오 시장은 “사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고집하는 이상 주택정비사업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차 한 대를 세울 공간도 없는 여러 채의 집을 모아 협업해서 다양한 형태의 ‘도심형 타운하우스’로 재탄생시키면 주거의 질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8월 4일 발표된 서울시의 주택공급계획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공 재개발 활성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사업은 문제점이 노출돼 시장의 저항이 큰 만큼 기존 11만호 공급 계획에서 7만5000호로 하향 조정했다. 안심소득 던진 오세훈 오 시장은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보편적 지원인 ‘기본소득’에 맞서 선별적 지원 ‘안심소득’을 시범실시한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100% 이하 서울시민(4인가구 기준 연 6000만원)을 대상으로, 연 소득이 2000만원인 경우 중위소득 6000만원과의 차액인 4000만원의 절반(2000만원)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먼저 200가구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분석·평가해 대상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은 기존의 EITC(근로장려금)나 기본소득 등에 비해 근로의욕 자극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안심소득이 정착되면 복잡한 사회복지제도 단순화와 행정비용 절감을 이뤄내고, 장기적으로 서울의 빈곤층 소멸도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겨냥한 ‘안심건강’ 공약도 제시했다. 위생관리 강화로 병원 내 감염 확률을 낮추고, 데이케어센터 품질을 강화해 치매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 대해 무보증·무이자·무담보·무서류 4무(無) 대출보증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안심돌봄(보육) △안심귀가(취침) △안심화장실 △안심출산 △안심보행이동권(보장) △안심장애인이동 △안심학교 △안심학업 △안심디딤돌 △안심일자리 등도 내걸었다. 용산을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강남북 균형발전을 통해 양극화 현상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비강남권 지상철을 모두 지하화해 지역 발전의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지하철 1~9호선 지상 구간 30km, 국철 구간 80km가량을 특색에 맞게 지하화할 생각”이라며 “소요 예산은 2013년 서울시 용역에 의하면 28조원이다. 1년 보궐 임기로는 불가능하고, 5년 정도 충분히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며 중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역사 주변의 용적률 규제 완화를 통해 고밀도로 개발하고, 주상복합을 지어 역세권을 개발하는 방향을 동시에 추진한다. 금천·구로·영등포·노원·성북·동대문·성동·광진구 등 11개 자치구가 대상이다. 용산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라데팡스와 같은 상업지구로 만들겠다고도 강조했다. 서울시에는 공공이 개발 가능한 대규모 가용지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용산에 위치한 미군부대를 이전해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간선도로 혼잡구간을 지하도로화하고, 용산민족공원 지하에서 모이고 분산하는 교통시스템을 구축, 서울의 출퇴근 시간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용산전자상가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연계해 컴퓨터, 통신, 유통, 핀테크, 보안 등 미래 신산업 실리콘밸리를 형성한다. 미군부대 기지에 들어설 용산공원과 이태원의 글로벌 문화 집적지를 묶어 K-컬처의 발신지로 육성하겠다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협력,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장기 마스터플랜을 세울 예정이다. 프랑스 라데팡스에서 50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인 만큼 10~30년 장기적 관점으로 부동산, 금융시장 등 변수에도 좌초되는 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1, 2인 가구 보호 특별대책본부 추진 △구별 발전정책 △경제정책 △청년종합대책 △여행(女幸) 2.0 프로젝트 △재산세 △제로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 △장애인 정책 공약 등 큼직한 공약들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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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그놈 몸서리’ ‘학폭 미투’ 처벌 가능할까

세월 흐른 뒤 ‘학폭 미투’ 법적 처벌 난망 증거 불충분시 오히려 ‘사실적시 명예훼손’ 우려도 학폭 발생시 적극적인 신고 등 즉시 해결 필요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등에 대한 ‘학교폭력(학폭) 미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학창 시절 마음에 새겨진 트라우마의 힘겨운 발현이라는 주장과 스타에 대한 상처 주기라는 반대 의견이 맞선다. ‘스타’를 향한 ‘학폭 미투’는 실제 처벌이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졸업 이후 법적 해결은 ‘글쎄’ 학창 시절 당한 괴롭힘을 십수년이 흐른 뒤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성인이 돼 학창 시절 학교폭력의 처벌을 원한다면 공소시효가 발목을 잡는다. 공소시효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다. 일반적인 공소시효는 △고의성 있는 살인 : 없음 △사형에 해당 : 25년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해당 : 15년 △장기 10년 미만 징역 또는 금고 해당 : 7년 △장기 5년 미만 징역 또는 금고, 장기 10년 이상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해당 : 5년 등이다. 예컨대 폭행의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소시효가 5년이다. 강요는 5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7년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고교를 졸업한 이후 증거를 충분히 갖고 있는 경우 학교폭력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면 사법기관에 공소시효 내에 고소 등을 제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형법 307조1항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규정하고 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이라고 해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공공연히 알리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형법 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며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사실이라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의 학창 시절 학교폭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폭로 내용이 얼마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한 게시물은 정보통신망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위헌 논란이 일었지만,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9명 가운데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났다. 이와 함께 헌재는 형법 307조1항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해 올해 2월 25일 5 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어린 시절 겪은 학폭 트라우마를 세월이 지나 법률의 힘으로 풀기는커녕 자칫하면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발생시 즉각 해결 바람직 현행법상 학교폭력은 학생일 경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과 ‘동법 시행령’이 우선 적용된다. 물론 형법과 소년법 등도 사안에 따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성년자 처벌상 형법과 소년법 적용에는 한계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학폭법은 2004년 1월 29일 공포돼 7월 30일부터 시행됐다. 2008년 전부개정을 거치는 등 최근까지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 중인 현행 학폭법은 학교폭력 심의를 기존 개별 학교에서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한 점이 두드러진다. 개정 학폭법에서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의 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와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로 이원화돼 있던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재심기구를 행정심판위원회로 일원화했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6월 또 일부개정 발효되는 학폭법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학교라는 특성을 일부나마 극복하는 차원에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시키는 조항도 마련된다. 학폭법의 특징은 공소시효가 없다는 점이다. 시일이 흐른 뒤에라도 학교폭력 피해 신고는 가능하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한 경우에도 신고는 할 수 있다. 다만 무작정 신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증거가 명확해야 한다. 피해자가 증거를 확보해 보관하고 있다면 법적으로 가능하겠지만, 증거가 없다면 가해자의 행위를 증명하기 어렵다. 학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해당된다. 만14세 미만 촉법소년(범법행위를 했지만 처벌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이라 해도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실제 대구지법은 2018년 6월 중학교 때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을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징계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법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권 행사를 제한하는 기간이나 공소시효 등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상급학교로 진학했다고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교육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중학교 때 일어난 학교폭력은 즉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고교에 진학하면 조치가 불가능해지는 ‘법 적용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가해학생이 속한 고교 교장은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폭력은 학생이 피해자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물론 가해자도 학생 신분이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만 이전 사건이라도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라면 학폭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일각에서 학교폭력은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에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도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고등학생 때까지’만 적용될 뿐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학교폭력을 당할 경우 부모나 교사 등에게 곧바로 알려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학생의 성품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신고를 주저하거나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며 “용기를 내 알리는 것이 자신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해외는 어떻게 해외는 학교폭력을 어떻게 다룰까. ‘학교폭력 예방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법적 연구’(정향기, 동아대학교 대학원 국제법무학과 법학박사 학위논문, 2017년)에 따르면 미국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학교폭력은 물론 학생범죄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예정된 정학이나 퇴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규칙을 위반하면 위반자의 개별적인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적극적인 처벌을 시행한다는 의미다. 다만 사소한 비행이라도 엄격하게 처벌해 비행이 더욱 악화했다는 분석도 있어 ‘무관용 정책’은 유지하되 학교폭력의 가해 정도에 따라 처벌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영국은 한국과 비슷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과 학교안전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1990년대 학교폭력이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되면서 청소년 범죄와 학교폭력 및 비행, 무단결석 등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법, 인권법, 학교 기준 및 구조법, 교육 및 감사법 등을 제정했다. 주목할 부분은 정부가 나서 경찰, 학교, 학부모 등과 연합해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특히 경찰에 많은 권한과 역할이 주어져 있다. 영국 경찰은 영국 전체 2만여 개 학교 가운데 5000여 개 학교에 전담경찰관제(1000명 이상 경찰관 담당)를 운영한다. 조건부 훈방 제도인 ‘최후경고제’ 등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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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文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니 성적표는 ‘글쎄’

| 이영섭 기자 nevermind@newspim.com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게 됐다. 문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어떤 성과가 이뤄졌는지 많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되돌아봤다. 문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가 벌어진 후 무난하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나면서 “이게 나라냐”는 구호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국민과 소통 강조했지만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이었다. 불통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박근혜 정부의 폐해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시대의 화두는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비롯해 ‘국민과의 소통’을 유독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는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니 국민들의 왕래가 잦은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두고 언제든 국민들과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문 대통령의 포부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좌초됐다. 유홍준 당시 광화문대통령시대 자문위원은 2019년 1월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과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백지화를 선언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외부로부터 개방적인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 경호나 의전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정부의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 파기선언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경호와 의전이 엄청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또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며 “이제야 경호와 의전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인가”고 지적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된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이렇게 백지화됐다. 문 대통령은 이 외에도 ‘소통’과 관련된 구체적 공약을 다수 제시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구체적인 국민과의 소통방법이다. 4년이 지난 현재 실행 여부를 살펴보면 대부분 지켜지지 못했다. 물론 ‘광화문 대통령 시대’라는 공약이 물거품이 되면서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행보를 하지 못했다는 핑계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는 광화문 대통령이 아니어도 의지가 있다면 실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지적을 가장 많이 받은 대언론 기자회견 역시 합격점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을 찾아 임종석 비서실장 임명을 직접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와 달라진 모습을 곧바로 노출하면서 기자단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는 대통령이 수시로 기자실에 들러 주요 정책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문 대통령은 1년에 한 차례 정도 신년 기자회견을 할 때를 제외하곤 춘추관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기자회견 횟수를 비교하며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 횟수가 더 많다고 주장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불통’이라는 이미지를 씌운 것치고는 더 나아진 것은 별로 없었다. 대언론 기자회견에서 과거 정부에 비해 한 가지 나아진 점은 각본 없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기자단이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청와대에 알려졌고,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답변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기자들 간 질문이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질문지를 기자단만 공유했다고 했으나, 어떤 경로인지 모르게 기자단의 질문지는 청와대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행태는 사라졌고 기자들이 손을 들면 대통령이 지목하는 형태의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이 진일보한 것이다. 질문을 하고 싶은 기자가 많아 기자당 하나의 질문만 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대통령의 답변이 부족할 때 추가 질문을 통해 적절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한계를 지녔다. 남북 정상회담 등 성과 불구 원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으로 강조한 부분은 한반도 평화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며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약속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을 맺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한반도 평화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북한 핵문제는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마지막 외교부 장관에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모두 경험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실무협상에 중점을 두는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으로 이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 폭등은 정부 아킬레스건 문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나타냈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다.” 문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모색했지만, 이 또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물론 정부로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계획했던 대로 실행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려운 여건에서 선방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월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1만7000명 늘어난 157만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래 가장 많았다.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같은 기간 98만2000명 줄어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줄어든 취업자 98만2000명 중 서비스업이 89만8000명을 차지하며 어려운 계층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특이할 만한 점은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 공약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본방향이 제시됐고,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한 2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있었지만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상징 된 ‘공정과 정의’, 이젠 약점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공정과 정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상징적인 단어가 됐다. 정부 출범 초기 적폐청산이라는 이름하에 과거 정부의 불공정과 부정한 행태가 많은 부분 알려지고 법적 심판이 이뤄졌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 되묻는 사례가 많아졌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다가 등을 돌린 국민들도 있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도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흔들리게 한 특권과 반칙의 문제라는 점에서 정권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 정권과 권력에 굴하지 않고 ‘공정과 법치’를 추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직에서 물러나면서 곧바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것도 공정과 정의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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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치솟는 집값도 서러운데 “현금영수증 안 돼” ‘갑질’ 중개업자에 두 번 우는 서민들

며칠 새 수백~수천만원 뛰는 집값, 중개수수료도 덩달아 ‘껑충’ 전세난 가중되며 여러 팀 한꺼번에 매물 보고 가위바위보로 결정 가격 할인 빌미로 현금영수증 미발행도...신고하면 포상금 | 이정화 기자 clean@newspim.com # A(38) 씨는 최근 집을 사고팔면서 부동산(중개업소)에 1200만원이 넘는 중개수수료를 냈지만 현금영수증은 절반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 A씨는 “ ‘이것도 수수료를 깎아주는 것’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며칠 새 수백, 수천만원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한데 이런 상황을 이용해 부동산이 마치 ‘갑질’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 B(33) 씨 역시 최근 전셋집을 구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중개업자는 계약이 모두 끝난 뒤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않는 조건으로 10% 할인된 중개수수료를 제시했다. B씨는 “탈세 목적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할인된 금액으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했다”며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혹시 계약을 연장하거나 할 때 불리한 상황이 생길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집을 사고파는 이들이 치솟는 집값에 부동산의 ‘갑질’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개수수료 현금영수증을 절반만 끊어주거나 호가를 1주일 새 수천만원씩 올려도 급한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안을 받아들이는 매수자들이 부지기수다. 전세난까지 가중되면서 여러 팀이 함께 집을 둘러보고 가위바위보로 계약을 결정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에 따르면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민원은 2만927건에 달한다. 각종 부동산 정책이 쏟아지면서 매년 4000~5000건의 관련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것이다. 집값 상승에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덩달아 뛰면서 중개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커지는 모양새다. 많게는 수백~수천만원을 넘나드는 중개수수료를 내는데 부동산중개업소는 그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C(45) 씨는 1년 전쯤 이사할 집을 사면서 부동산중개업소 측에 인테리어 공사로 한 달 정도의 여유기간이 필요하니 이사 날짜를 조율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C씨는 결국 이사날짜를 조율하지 못해 한 달 동안 이삿짐 보관비와 한 달 단기 거주 비용 등으로 700만원을 지출해야 했다. C씨는 “중개수수료로 큰 돈을 지불하는데 그만큼 ‘돈값’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났지만 이미 중개수수료를 지불한 뒤라 별다른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D(41) 씨는 이사할 집을 찾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중개업자와 약속한 시각에 집을 보러 갔지만 세입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 D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 부동산과 약속을 잡고 집을 보러 갔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을 못 본 것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D씨는 결국 집을 보지도 못한 채 다른 집을 구매했다. 세입자들도 난처한 상황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전셋집 구하기가 ‘미니 청약 추첨’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E(39) 씨도 지난 2월 전셋집을 구하면서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다. 부동산과 약속한 집 앞으로 갔더니 이미 집을 보러 온 3팀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E씨는 집을 둘러본 뒤 곧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누군가가 가계약금을 걸어둔 뒤였다. E씨는 “집을 같이 본다는 게 너무 이상했는데 생각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해서 놀랐다”며 “황당하기도 하고 전세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에 막막하다”고 했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에서 10만원 이상 거래했는데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주지 않거나 발급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다. 부동산중개업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이다.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자에게 거래대금의 20%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소비자에게는 포상금으로 한 건당 50만원 한도로 미발급액 20%가 지급된다. 한국소비자원은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관련한 피해에 대해서도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한국소비자원이 사실 조사,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합의를 권고하는 피해구제를 신청하거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할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 분쟁 조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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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늦어도 괜찮아요” 택배기사 응원하는 윤예림 변호사

돌아오지 못한 택배기사 가족들 돕기 위해 모금활동 “택배거래구조 개선·택배비 현실화 등 이뤄져야” |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이나 쇼핑 등 외부활동이 줄어든 반면 택배 이용은 크게 늘면서 가뜩이나 열악했던 택배기사들의 노동 환경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 작년 한 해에만 12명의 택배기사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과로사였다. 누군가의 자식이자 부모인 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시민들이 나섰다. 대전여고 학생 5명은 택배기사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며 응원 달력을 만들었고, 시민사회단체들은 힘을 합쳐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를 꾸려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늦어도_괜찮아 챌린지’ 참여를 독려 중이다.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윤예림(40·변호사시험 4회) 법률사무소 활 변호사도 법정 밖에서 택배기사들을 응원하는 시민 중 한 명이다. 윤 변호사는 ‘택배기사님을 응원하는 시민 모임(택시모)’에 참여하고 있다. 윤 변호사를 포함해 참여연대나 민생경제연구소의 시민활동가 등 10여 명이 참여 중인 택시모는 돌아오지 못한 택배기사들의 가족들을 돕기 위해 한 포털사이트에서 최근 펀딩을 열었다. 윤 변호사는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택배기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라며 “ ‘늦어도 괜찮다’, ‘감사하다’ 말 한마디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택배기사들과 지난해 과로사로 숨진 택배기사들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모임에서 펀딩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펀딩에 참여하면 ‘늦어도 괜찮아요’, ‘택배기사님 감사합니다’, ‘택배기사님의 건강과 안전을 기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나 종이테이프를 준다. 기본 5000원부터 참여할 수 있다. 윤 변호사는 펀딩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일로 한 김치 판매회사의 참여를 꼽았다. “김치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15만원을 펀딩해 주셨어요. 기본 리워드로 제공되는 스티커 세트 30개 상당이에요. 김치는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이라 무엇보다 신속한 배달이 중요하잖아요. 스티커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도 택배기사님들의 안전을 걱정해서 이렇게 펀딩에 크게 참여해 주신 걸 보고 ‘어떤 입장에 있어도 다들 택배기사님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50만원을 목표로 시작한 이 펀딩은 총 891만2000원이 모금됐다. 달성률 1782%다. 펀딩을 열어 준 포털사이트 측에서도 눈에 띄게 큰 모금액에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윤 변호사는 이 같은 초과달성률에도 모금액 규모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윤 변호사는 “펀딩에는 50만원을 목표로 하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논의한 결과 1000만원 정도는 돼야 좀 더 많은 분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이 같은 펀딩이 일시적으로나마 아픔을 겪은 택배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순 있지만 잇따른 과로사 등을 막기 위해서는 택배노동환경 개선이라는 궁극적 문제 해결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발생한 택배기사 사망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분류작업 참여 등 과도한 업무이지만 결국은 그동안 계속 문제가 제기됐던 택배거래구조 개선과 택배비 현실화 등을 통한 궁극적 문제 해결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합니다. 특히 포장비 등 명목으로 개당 몇백원을 화주(貨主)가 가져가는 이른바 ‘백마진’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윤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택배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시민들의 응원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 택배기사들과 택배회사, 화주, 대리점연합회 등 여러 집단과 정치권 등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편리한 택배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단기적으로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서로 이해하고 응원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로서 업무도 많고 힘든데 이런 활동은 금전적 이득도 되지 않겠다’는 기자의 말에 “늘 택배를 이용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모임이 있고 펀딩을 기획해 가족들을 도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윤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기 전 정치·금융·마케팅 분야 리서치 회사에서 일한 바 있고 대학원 시절 이주노동자 관련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적 관심을 가진 데 이어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서울시-서울지방변호사회 공동 주관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대한변호사협회 장애인법률지원변호사단 등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공익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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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인니 공동개발 무산돼도 KF - X 문제없어” 한국의 자신감 원천은

정부 “KF - X 4월 중 시제기 나와...” “절차에 따라 사업 진행할 것” | 하수영 기자 suyoung0710@newspim.com 대한민국 자체 전투기 개발 및 노후 전투기 대체 사업의 결과물인 한국형전투기(KF-X) 1호 시제기가 4월 출고된다. 20년을 묵혀온 숙원사업이 곧 빛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KF-X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현 시점 분담금 6044억원을 미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KF-X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을 맺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공동개발이 무산되더라도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인니, 2019년 1월 이후 분담금 미지급 보라매 사업으로도 불리는 KF-X 사업은 대한민국의 자체 전투기 개발능력 확보 및 노후 전투기 대체를 위해 2015년부터 8조830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공군의 4.5세대 미디엄급 전투기 개발 사업이다. 약 120대를 양산할 예정으로 양산 비용까지 합하면 총 18조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개발비용 약 8조원은 우리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도네시아가 공동으로 분담한다. 인도네시아는 총 개발비 중 20%에 해당하는 1조7300억원을 분담하기로 돼 있다. 현재까지 2272억원만 납부한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1월 이후 분담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그 이유가 ‘경제난’ 혹은 ‘코로나19’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도네시아가 미국의 F-15EX와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구매 계획을 밝혔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어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인도네시아와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정부 관계자는 “KF-X는 생산 단계라 전력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인도네시아는 전투기 교체 주기에 따라 당장 필요한 전투기를 구매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이 아니더라도 사업 추진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언론 보도와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정광선 방위사업청 KF-X사업단장은 지난 2월 24일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열린 KF-X 시제 1호기 언론공개 행사에서 “인도네시아가 코로나19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양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이 무산되면 KF-X 사업이 끝까지 못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공동개발이 무산되더라도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공동개발 무산돼도 시제기 생산량에 영향 無” 자신감의 원천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제기 출고가 임박하는 등 개발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 또 하나는 공동개발을 통해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만들어 주는 시제기 수가 극소량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일부 시제기 부속품 생산도 담당한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에서 빠지면 시제기 부속품 생산에도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런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꾸린 것도 없다”면서도 “만일 그런 일이 생겨도 부속품은 국내에서 생산하면 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서도 “곧 시제기가 나오는 만큼 (인도네시아 공동개발이 무산된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해졌다. 또 인도네시아는 공동개발을 통해 KF-X 40여 대를 생산하는데 이 중 한국이 생산해 주는 시제기는 극소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인도네시아가 한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자체 생산하기로 돼 있어 공동개발 무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제기 생산량 목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사업에서 빠질 경우 생산단가가 높아지지 않겠냐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그렇다 해도 단가에 별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공동개발이 무산될 경우 인도네시아가 이미 납부한 2272억원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미 납부한 돈이 있으니 공동개발에서 발을 빼진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공동개발에서 빠지기 위해 이미 납부한 돈을 돌려받으려 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방사청 KF-X사업단은 “양국 간의 비용분담계약에 따라 인도네시아 측이 지불의무 연속 2회 미이행 시 인도네시아 측이 이미 납부한 금액은 환불되지 않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인도네시아가 이제 와서 공동개발에서 발을 뺀다고 해도 이미 납부한 2272억원에 대해선 한국이 돌려줄 의무가 원칙적으로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KAI와 인도네시아 국방부 간 모든 형태의 효과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 “그래도 인니와”...‘국익’ 때문 우리 정부가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 무산 가능성과 그로 인한 KF-X 사업 지연 혹은 무산 우려에 대해 “그렇다 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해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와 공동개발을 통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게 최선의 방향”이라며 협상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광선 KF-X사업단장은 KF-X 언론공개 행사에서 “양국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국익이다. 우선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의 최대 무기수출국이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14~2018년 한국이 수출한 무기의 17%를 구매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는 KF-X 외에도 다수의 무기를 구매했고 앞으로도 구매할 예정인 전략적인 관계의 국가이기 때문에 ‘공동개발 무산’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로 상황을 끌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KF-X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서도 공동개발국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이익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아무도 공동참여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나중에 KF-X를 해외에 수출할 때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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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호

‘태풍의 눈’ 윤석열 “보선 후 야권 재편 한 축으로 대선 준비”

尹, 사직의 변에 “자유민주주의 지킬 것”...野 “별의 순간을 잡았다” “잠시 쿨타임 가지며 중수청·보선 결과 지켜볼 것” “대선 전 범야권 재편시 제3지대서 지지층 결집” |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 ‘검찰 개혁’을 두고 청와대 및 법무부와 갈등을 빚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의를 즉각 받아들임에 따라 윤 전 총장은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그가 단순히 자연인으로 남을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물러나자 보수야권에서는 그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제3지대 야권 재편의 한 축으로 차기 대선의 꿈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野 “별의 순간을 잡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밝힌 사직 입장문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면서도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계 입문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게 정가와 법조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월 8일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말하는 ‘별의 순간’에 대해 정가에서는 정계 입문, 대선 출마 등 중요한 정치적 행위를 결정할 타이밍으로 해석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전 총장 사의 표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조금 시간을 갖고 윤 전 총장의 뜻도 확인해 보고 어떤 식으로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할지 보겠다”며 “아마 만나는 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윤 전 총장과는 헌정질서와 법치주의 수호를 위한 노력이나 방향성이 같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다”면서도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본인의 뜻과 상황에 달린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윤 전 총장과 저는) 전체 범야권”이라며 “굉장히 강고한 정부 여당 부패세력, 반민주세력에 대항해 국가를 살리는 데 마음을 합쳐야 할 때”라며 우호적 메시지를 전했다. 여권도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은 높게 봤다. 다만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나갔기 때문에 그의 행보가 여권은 아닐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 참여에 부정적인 뉘앙스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이 정치인 같다”고 말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윤 총장의 최근 언행은 대단히 부적절한 정치 행위이고 퇴임 후 현실정치에 참여하려는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한 4선 의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윤 총장의 태도를 ‘정치문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언론에 인터뷰하고 대구에 가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대구시장을 만나는 등 공개행보를 보면 이건 완전히 정치문법”이라며 “(그가)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선 전 제3지대서 지지층 결집” 야권의 러브콜은 이어지지만, 윤 전 총장이 곧바로 정치권에 몸을 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쿨타임’(다시 무엇을 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갖고 정부·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과 4.7 서울·부산 보궐선거 결과 등을 지켜볼 것이라는 의미다. 중수청 이슈에서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명분을 얻으며 한쪽에 물러나 보궐선거 결과에 따른 정계개편 움직임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결국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궁극적으로 차기 대선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미 호랑이 등에 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어 “만약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기게 되면 국민의힘이 중심이 될 수도 있지만, 질 경우 소멸 국면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정계개편은 상수”라며 “어떤 방식이든 야권이 재편될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그 플랫폼에 윤 총장이 합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권의 한 인사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이 당분간 쉬면서 정치 참여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에 곧바로 입당하기보다는 제3지대 형성 가능성을 지켜볼 것 같다. 금태섭 전 의원이 이미 그런 스탠스에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미 사퇴를 통해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톡톡히 누렸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다소 주춤하던 차기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치고 1위로 수직상승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TBS 의뢰로 윤 전 총장의 사표 제출 하루 뒤인 지난 3월 5일 하루 동안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전 검찰총장이 32.4%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월 22일 실시된 KSOI의 같은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14.6%에서 32.4%로 수직 상승했다. 1위를 고수하던 이 지사는 24.1%로 2위로 밀렸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메시지도 이미 시작됐다. 그는 퇴임 후 3월 6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LH 사건’에 대해 강한 어조로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보라.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본인의 ‘정치 행보’와 관련한 질문들에 대해선 웃으며 답을 피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을 필두로 ‘원톱’ 대선 후보가 없던 야권에 단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야권 주자들은 대부분 5% 안팎의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은 단숨에 ‘1강 5중’(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구도를 형성하며 내년 대선판을 흔들 여의도의 ‘메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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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호

동묘와 관우 그리고 제사

서울 도심에 우뚝 선 삼국지 관우 기리는 사당 임진왜란 후 국가 제사 받은 관운장 코로나 시대 제사의 의미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서울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맞물리는 동묘앞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만물상이 펼쳐진다. ‘동묘 풍물시장’이다.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풍물시장에는 골동품부터 ‘이런 것도 사용이 가능할까’라는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온갖 물건들의 집합소를 돌다 보면 긴 담장 속으로 기와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범상치 않은 풍채를 뽐내는 한옥 건물. 보물 제142호 ‘동묘’다. 삼국지 관우 기리는 도심 속 사당 동묘의 정식 이름은 동관왕묘(東關王廟)다. 관왕, 즉 관우를 모신 동쪽 사당이라는 뜻이다. 관우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 장비의 의형제다. 호는 운장인데, 흔히 관운장(關雲長)이라고도 부른다. 관우는 삼국지에서 적토마를 타고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촉나라 장수로 활약한다. 진수가 지은 정사 삼국지를 소설화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통해 관우는 무(武)와 충(忠), 의리(義理), 재물(財物)의 화신(化神)으로 각인됐다. 삼국지연의에서 관우가 조조에게 몸을 맡길 때다. 조조가 관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포에게서 뺏은 적토마를 선물하자 기뻐한다. “형님(유비)이 있는 곳을 알게 되면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관우는 중국인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사람으로 태어나 신(神)이 된 남자’로 칭송받는다. 그런데 중국의 현신(顯神)으로 추앙받는 관우의 사당이 조선의 수도 한양에 번듯하게 자리 잡은 까닭은 무얼까. 다름 아닌 임진왜란 때문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긍익이 저술한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은 세간에 떠도는 야사(野史) 총서다. 연려실기술 별집에는 여러 사당과 전국의 명산, 서원, 기이한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연려실기술 별집 제4권 사전전고(祀典典故) 제사(諸祠·여러 사당)편이다. 동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찍이 임진년과 정유년의 왜란 때에 관우의 신령이 여러 번 나타나 신병(神兵)으로서 싸움을 도와주어 명나라 장수와 군사들이 모두 말하기를, “평양의 싸움에서 이긴 것과 도산에서의 싸움, 삼도(三道)에서 왜병을 구축할 때 관우의 신령이 늘 나타나 음조(陰助)하였다”고 했다. 행주(幸州) 싸움에서 이길 때에도 신병이 나타났다 한다. 정유년 겨울에 명나라 장수가 울산의 적진을 공격하다 불리하게 되니 무술년 1월에 퇴병하였는데, 명나라 장수 유격과 진인이 힘써 싸우다가 적의 탄환에 맞아 쓰러진 것을 싣고 서울로 돌아와 치료하면서 숭례문 밖에 있는 산기슭에다 사당 한 채를 창건하고 그 가운데 신상(神像)을 설치하여 관공(關公·관우)을 모셨더니 장수 양호를 비롯하여 모든 장수가 은(銀)을 내어 그 비용을 도왔다. 우리나라(조선)에서도 또한 은으로 도왔다. 사당이 낙성되자 선조(宣祖)께서도 가서 보았는데, 비변사의 모든 관료가 임금의 행차를 따라 사당 앞뜰에 나아가서 재배하였다. 신상은 흙으로 만든 것으로 낯은 진한 대추와 같이 붉고, 봉(鳳·봉황)의 눈이며, 수염은 배까지 드리웠다. 좌우에 소상 둘이 큰 칼을 가지고 모시고 서 있는데 관평(關平·관우의 양아들)과 주창(周倉·관우의 부하 장수)이라고 이르며, 의젓하여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이로부터 모든 장수가 출입할 때마다 참배하였으며, 모두 동국(조선)을 위하여 신령의 도움으로 적을 물리치기를 빌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가 왜군에 고전을 면치 못한 싸움이 평양성과 울산 전투다. 패배 직전까지 몰린 명나라 군사 앞에 관우의 신령이 신의 군대를 몰고 나타나 왜군을 해치웠다는 이야기다. 당시 조선 파병 장수였던 유격과 진인이 울산 전투 이후 한양에서 치료를 받을 당시 남대문 밖 산기슭, 서울 남산 근처에 관우 사당을 지었다. 관우의 상은 명나라 장수와 조선 국왕 선조가 은을 십시일반 내어 비용을 댔다. 그런데 한술 더 떠 명나라 황제인 만력제(신종)가 관우의 정식 사당을 세우라고 조선 국왕에게 명령한다. ‘만력 30년에 명나라 신종황제(神宗皇帝)가 4천 금(金)을 무신(撫臣·사신) 만세덕(萬世德)에게 부쳐 조선 서울에 관왕묘를 세우도록 하였다. 조서에 이르기를, “관공의 신령이 본래 중국에서 나타났었는데 왜란을 평정하는 역사에도 뚜렷한 도움을 받았다 하니, 조선에서도 당연히 신주를 모셔야 한다”고 했다. 이에 동대문 밖에 땅을 택하여 대신에게 명하여 감독하게 하였는데, 경자년부터 역사(役事)를 시작하여 3년 만인 봄에 준공하였다. 그 소상(塑像·신상)은 그림의 모양에 의한 것이며 전각·행랑·문간·쇠종과 북을 설치하여 놓은 것이 무릇 백여 칸이나 되는데, 모두 중국의 제도에 의한 것이다. 편액에 쓸 것을 명나라 조정에 청하여 명나라 임금의 뜻을 받아 ‘현령소덕왕관공의묘(顯靈昭德王關公之廟)’라고 세웠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6년 발간한 ‘동묘의 건축’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공자의 문묘(文廟)처럼 무묘(武廟)를 세워 관우를 숭배해 왔다. 동묘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 명의 사신 만세덕이 명황제 신종의 요청을 전해와 1601년(선조 34년)에 건립됐다. 명나라 장수들이 세운 남대문 밖의 남묘에 조선이 설립한 동묘까지 관운장 사당만 선조대에 2개나 설립된다. 이후 조선왕조 말기 구한말에는 관우 숭상 신앙이 고조되면서 한양 서쪽과 북쪽에도 관왕묘가 설립돼 한양 동서남북에 관우 사당이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동묘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가에서 관우를 숭상하게 되면서 민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관우에 대한 신비감은 무속신앙과 결부돼 서민들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무속화 등에 관우가 등장하고 국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관우 사당이 자리를 잡는다. 서울 중구 청계천변에 위치한 성제묘(聖帝廟)가 대표적이다. 내부에는 턱수염을 쓰다듬는 붉은 낯빛의 관우가 뽀얀 얼굴의 부인과 나란히 앉아 있는 무속화가 걸려 있다. 선조를 비롯해 숙종과 영조 등 조선 임금들은 동묘에서 제사(祭祀)를 지냈다. 정묘호란 이후 망한 명나라를 기리는 서인의 사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관운장 사당은 전국으로 확산한다. 전라도 강진과 남원, 경북 안동과 성주 등지에 관왕묘가 잇따라 설립돼 해마다 음력 5월 13일(관우의 생일)이면 성대하게 제사를 지냈다. ‘숙종 37년(1711년)에 명을 내려 여러 도에 있는 관왕묘의 제사를 선무사의 예에 따라 경칩과 상강에 향과 축문을 내려보내 본도에서 제사를 행하도록 하였다.’(연려실기술) 관우를 위한 제사, 조선의 제사 조선은 관우에 대한 제사를 엄숙하게 실시했다. 관우에 대한 제사는 사실상 조선이 패망에 접어든 순종 때 폐지됐다. 순종은 1908년 7월 23일 ‘국력이 쇠진하고 나라를 제대로 꾸려나갈 수 없는 형편이 된 마당에 때마다 사당에 제사를 올린다는 것은 너무도 벅찬 일이다’라는 이유를 들어 전국 모든 관제묘에 대한 제사가 한 번에 폐지된다. 조선왕조가 공식적으로 문을 닫은 때는 1910년 8월 29일(경술국치)이다. 망국 불과 2년 전에 관우에 대한 제사를 금지한 것은 순종의 뜻도 뜻이지만 아무래도 일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 그만큼 제사는 조선이라는 나라와 민중들에게 중요했다. 조선왕조는 이념 기반이 유교다. 현세의 고통을 선하게 잘 참으면 다음 생에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고려의 불교철학에 비해 유교는 현실철학이다. 현실세계에서 신분질서를 유지하면서 국가의 안정까지 이어져야 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내세를 믿는 것보다 현실에서 눈에 보이는 자신을 태어나게 해준 부모, 상전, 임금 등 지배세력까지 충성을 다하는 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반복한다. 제사는 아무나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선은 크게 양인과 천민으로 계급이 나눠졌다. 양인에는 양반과 상민이 포함된다. 양인만 제사를 모실 수 있다. 천민은 제사에서 ‘열외’였다. 제사도 신분에 따라 철저히 나뉜다. 경국대전 예전(禮典) 봉사(奉祀) 대수(代數)편에는 제사를 지낼 수 있는 대상을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문무관 6품 이상은 위로 3대까지, 7품 이하는 2대, 서민은 부모만 제사를 모실 수 있었다(文武官六品以上祭三代, 七品以下祭二代, 庶人則只祭考妣). 요즘으로 치면 행정고시 통과한 5급 공무원 정도가 돼야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제사를 모실 수 있었다. 벼슬이 없는 서민은 부모 제사로 만족해야 했다. 양반 입장에서는 승진을 해야 조상과 이웃에 체면이 서는 일이기도 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하급관리나 서민들이 제사라는 의식에 사로 잡히지 않고 하던 일에 몰두하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조선시대의 가계승계법제(정긍식, 서울대학교 법학 제51권 제2호, 2010년 6월)에 따르면 조선시대 제사는 첫째아들인 장자만 제사를 이어간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16세기 중엽까지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제사는 여러 자녀가 돌아가면서 봉행하는 제자녀윤회봉사(諸子女輪回奉祀)가 조선전기까지 관행이었다. 대상은 친조부모뿐 아니라 외조부모까지 제사를 지냈다. 제사의 원칙은 상속에 있다. 조선초기에는 남녀균분상속이 관행이었다.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으면 혜택에 따른 의무인 제사도 같이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이 없는 경우 양자를 들이지 않고 딸과 그 자식이 제사를 드리는 외손봉사도 성행했다. 자녀가 없으면 친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길러 제사를 부탁(수양·시양봉사)하기도 했다. 남편이 사망한 뒤에 처가 남편과 조상 제사를 드리는 총부법(冢婦法)도 존재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통치 이데올로기인 유교의 주자학에 대한 해석 변화와 삶의 방식이 바뀜에 따라 제사의 본질도 달라진다. 제사에 대한 규정이 집권당에 따라 형식에 치우치면서 엄격해졌다. 결혼 후 남자가 처가에 거주하는 전통이 조선 명종대를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부계혈통주의가 강화되면서 친손과 외손의 구별을 따지는 등 사회가 변화한다. 제사 승계에서 딸과 외손이 배제되고, 딸들은 상속에서 차별을 받았다. 여기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친 후 붕괴된 향촌사회 질서를 가문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된다. 신분제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양반층도 급속하게 늘었다. 조선초 1%에 불과했던 양반층은 조선후기 70%에 육박하면서 뒤늦게 양반에 편입된 계층은 ‘예전에 같이 놀던 계급’과 차별화를 위해 제사에 집착하게 된다. @img4 코로나19와 제사 추석에 이어 설까지 코로나19의 위세가 꺾이지 않는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과 해를 넘겨 맞는 설 모두 전염병이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상황에서 맞는다. 설을 앞둔 1월 21일 옛 조선시대 사대부라면 머리를 풀고 도끼를 입에 물 경천동지할 소식이 들려왔다. 조선 성리학의 ‘높은 산’인 퇴계 이황 선생의 450주기 제사가 온라인을 통한 화상중계로 진행됐다. 경북 안동시 퇴계 종택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에서 열린 제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퇴계의 신주와 제사상을 마련해 두고 제사 참여자들은 화상 플랫폼 줌(zoom)을 통해 각자의 집에서 실시간 중계되는 온라인 제사에 참여했다. 예전에는 퇴계 제사가 열리면 문중뿐 아니라 다른 문중과 유림, 학자 등 수백 명이 모여 앞마당을 가득 메우곤 했다.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측은 “평소 퇴계 선생께서 강조한 말씀에 따라 진행했다”고 밝혔다. 퇴계 선생이 강조한 ‘의어금이불원어고(宜於今而不遠於古)’다. 무슨 일이든 현실에 맞게 하되 옛것에 멀리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다. 제사와 차례는 조상을 기리고 마음을 다하는 큰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봉사(제사 지내는 일) 때문에 가족간 마음이 틀어지면 명절의 의미는 퇴색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5인 이상 가족모임도 금지됐다. 제사를 위해 고향집을 찾았다 행여나 주위에서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제사 대신 정초부터 과태료 잔치를 벌일 판이다. 현대에 들어 제사의 번거로움은 상당 부분 퇴색됐다. 제사의 본질은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제사와 차례에 집중하든, 여러 이유로 예전처럼 활기차게 명절을 맞기 힘들지 몰라도 제사의 본질만 잊지 않으면 된다. 유교에서 제사의 본질은 성(誠)이다. 정성을 들이는 마음만 가지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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