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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문화강국 노리는 카타르...월드컵 이어 예술 투자도 역대급

세계 미술시장 ‘큰손’ 알 마야사 공주, 프로젝트 지휘 한국 최정화·쿤스·쿠사마 등의 조형물 100점 설치 중동의 문화허브 넘어 글로벌 콘텐츠 강국 꿈꿔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페르시아 만(灣)의 작은 부국(富國) 카타르의 도전이 놀랍다. 카타르는 ‘2022 카타르월드컵’(11월 20일~12월 18일)을 맞아 예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펑펑 써가며 세계 문화예술의 새로운 메카를 목표로 총력 태세에 돌입했다. 카타르는 지난 2008년 ‘석유, 천연가스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소프트파워 강국을 세운다’는 국가 비전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는 또다시 매머드한 박물관·미술관을 여럿 건립하는 등 예술 투자에 승부수를 띄웠다. @img5 경기도 크기 국토에 월드컵 경기장을 8개나 만들고, 그중 하나는 대회 직후 해체해 축구장이 필요한 국가에 주겠다는 이 부자 나라는 최근 도시 전체를 거대한 야외 미술관으로 조성했다. 심지어 수도에서 100km 떨어진 사막에도 대규모 예술 사이트를 조성해 순례 코스로 띄우기 시작했다.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이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로써 카타르월드컵은 기존의 월드컵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특별한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예술 콘텐츠가 압도적이다.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賞)을 수상한 건축가에게 의뢰해 어마어마한 규모로 세운 카타르국립박물관(현대건설이 시공)을 비롯해 아랍현대미술관, 이슬람미술관을 만든 왕실은 321올림픽스포츠박물관도 건립했다. 또 자동차박물관, 어린이박물관도 건립 중이다. 그런데 하드웨어만 만든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에는 더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세계 최고의 뮤지엄을 목표로 소장품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표적인 예가 전 세계에 5점밖에 없다는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2800억원)과 고갱의 최고 걸작 ‘언제 결혼하니’(3360억원)가 꼽힌다.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초고가 작품을 싹쓸이한 것도 모자라 마크 로스코, 로이 리히텐슈타인, 프랜시스 베이컨 작품도 거침없이 사들였다. 그 중심에는 카타르 왕실의 셰이카 알 마야사 공주가 있다. 국왕의 여동생인 공주는 연간 10억달러를 미술품 구입에 써서 ‘세계 미술계 파워 넘버1’으로 꼽혀 왔다. 고가의 미술품을 수집한 뒤 국립박물관 등에 전시함으로써 나라 위상도 올리고 각국의 예술애호가를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후 알마야사 공주는 더욱 바쁜 나날을 보냈다. 프랑스 건축 거장 장 누벨이 거대한 꽃송이처럼 설계한 카타르박물관(QM), 일명 ‘사막의 장미’를 2019년 개관했는가 하면 이슬람미술관 리모델링도 주도했다. 카타르박물관은 현재 전 세계 신축 뮤지엄 중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꼽히며 미술팬을 유혹하고 있다. 공주는 또 올라퍼 엘리아슨, 우고 론디노네, 제프 쿤스 같은 세계적 거장들을 카타르로 불러들여 어마어마한 규모의 조형물을 설치하도록 했다. ‘카타르 크리에이츠’라는 명칭 아래 톱 아티스트 수십 명에게 거대한 규모의 공공작업을 펼치도록 해 수도(도하) 전체를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카타르에는 40점의 조형물이 설치됐고, 월드컵에 맞춰 40점이 추가됐다. 또 연말까지 20점이 더해져 곧 100점을 돌파한다. 작품의 스케일과 작가의 명성, 재료 및 제작기간에 따라 작품료는 천차만별이나 모두 초특급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조 단위 돈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하 도심, 공항, 공원, 해변, 시장에 세워진 작품들은 월드컵 참관을 위해 카타르를 찾을 150만명의 축구팬과 전 세계 TV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시각문화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설치미술계 최고봉으로 꼽히는 최정화(61) 작가가 카타르재단의 주문을 받아 대형 조형물을 제작했다. ‘Come Together’라는 제목의 조각은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에 영구 설치됐다. 최정화는 “카타르 작업자들이 쓰던 작업모, 가정에서 쓰던 냄비 등과 금속으로 제작한 축구공, 미러볼을 연결해 높이 12m의 작품을 만들었다”며 “오색찬란한 꽃다발은 공존과 공생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주의 지휘 아래 최근 실현된 아트 프로젝트 중 가장 기념비적인 작업은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이 도하 북쪽 100km 사막에 실현한 대지미술이 꼽힌다. 작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알 주바라 유적지에 지름 10.5m의 거울원반 20개를 4.5m 높이의 강철링 위에 세우고, 세상을 거꾸로 비추게 했다. 이 장대한 작업을 위해 엘리아슨은 7년을 고군분투했다. 작가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제3자의 시선으로 보게 되고, 링과 거울은 원으로 세상과 다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도하 시내 초고층 빌딩숲 앞 카니시 해변에도 세계적 대가들의 공공미술이 여럿 펼쳐져 있다. 매끄러운 스테인리스스틸 조각으로 미국 팝아트를 제패한 제프 쿤스는 카타르의 상징동물이자 멸종 위기의 바다포유류인 듀공을 가로 31m의 풍선 모양 조형물로 만들었다. 도하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하늘을 유유히 헤엄치는 듀공은 ‘열사의 나라’의 햇빛을 받아 오묘하게 빛난다. 월드컵이 치러질 스타디움 근처에도 작품들이 도열 중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스위스의 우고 론디노네는 오륜기 색상을 입힌 현대식 거석 4점을 제작했다. 인도의 수보드 굽타,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 작품도 눈길을 모은다. 또 알 마야사 공주가 여러 논란에도 도심 설치를 강행한 영국 악동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조각 연작도 화제다. ‘기적의 여정’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태아가 엄마 자궁에 안착돼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14점의 대형 조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카타르 국민 중에는 이 불편(?)한 작품을 외면하는 이가 상당수이나 외국인 중에는 일부러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img4 반면에 따뜻한 작품들도 적지 않다. 카타르의 관문 하마드국제공항 로비에 설치된 우르스 피셔(스위스)의 높이 7m짜리 곰인형 ‘램프 베어’와 KAWS(미국)의 초대형 조각 ‘Small Lie’가 좋은 예다. 공항을 빠져나오면 톰 클라센(네덜란드)의 황금빛 새 조각 ‘팔콘’이 위용을 자랑한다. 이렇듯 카타르 도하 일대의 다양하고 풍성한 공공조형물은 도하를 ‘놀랍고 거대한 야외 미술관’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게 한다. 문제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최정상의 건축가·예술가·전문가를 불러들여 글로벌 최고의 소프트파워를 구축한다는 플랜이 카타르 국민과는 겉돈다는 점이다. 물론 왕실은 290만의 카타르 국민만 보고 엄청난 플랜을 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해도 단기간에 끌어모은 콘텐츠들이 얼마나 지구촌의 호응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지속가능성 또한 점치기 어렵다. 세계 최정상의 건축과 예술품이라 할지라도 카타르의 고유한 문화와 결합돼 독자적인 시너지를 낼 때만이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20년, 30년 후 카타르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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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안두진 '리듬 속에 그 춤을'...이미지 최소 단위의 반복과 파동

| 조용준 편집위원 digibobos@newspim.com 이화익갤러리(서울 종로구 율곡로)는 11월 2일부터 22일까지 안두진 작가의 개인전 ‘리듬 속에 그 춤을, Dance to the Rhythm’ 전시를 진행한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0월 개인전 ‘조류 : 고오오오-’ 개최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자 박사 학위 청구 전시회로, 3년 동안 진행해온 신작들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안두진 작가는 1975년 경기도 수원 출생으로 홍익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 회화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중앙미술대전 선정 작가였으며, 2013년 제2회 종근당예술지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뿐만 아니라 미국 영화감독이자 세계 미술계 주요 컬렉터 중 한 명인 올리버 스톤 컬렉션과 아부다비 왕족 컬렉션에도 작품이 소장돼 있다. 안두진은 ‘이마쿼크’라는 본인만의 가설을 기반으로 한 회화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이마쿼크(Imaquark)는 이미지(Image)의 ‘Ima-’와 복합소립자를 뜻하는 ‘Quark’의 합성어로 이미지의 최소단위를 뜻한다. 즉, 이미지의 최소단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단어로, 자연의 미시세계의 추상적 개념을 미술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안두진 작가의 회화는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의도를 최대한 배제하고, 이마쿼크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발생과정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물감을 캔버스에 옮기는 역할만을 수행할 뿐 그림은 이마쿼크들의 이동들로 스스로 그림이 되어지는 것이다. 지난 전시에서는 이러한 이마쿼크들의 반복적인 움직임과 그 움직임들이 파생하는 (무음의) 소리에 집중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정립하고자 하는 그리기 이론의 완성에 이르기 위해 시도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돋보인다. “디디-위베르만은 이미지는 고유한 운동성을 지닌다고 하는데 1) 혼미한 정신 속에서 행해진 행위야말로 이미지를 향한 순수한 운동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운동하며, 운동하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이 말은 물리학적으론 입자들을 뭉치게 하는 힘들 또한 매개 입자를 갖는다는 것이고, 칸트의 말을 빌리면 숭고의 감정으로 인한 마음의 운동(동요), 즉 불쾌일 것이다.” “물리적 관점에서 이마쿼크와 물감의 관계, 충돌의 지점으로서의 형광면과 숭고의 감정과의 관계, 즉 이 두 그룹의 기묘한 공존에는 관통하는 것이 있다. 물질과 숭고는 운동(힘)에 의해 공존된다는 것이다. 형광면 위에 물감이 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화가는 무엇을 하는가. 판단하지 않고, 아니 그 전에 운동(그리기)은 시작된다. 판단이 사라진, 있는 그대로의 상태의 그리기만 있을 뿐이다.” -작가노트 중 특히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Gabriel - (no.1) - 검은 원과 검은 사각형’ 작품은 작가가 기존 회화의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데 집중한 작업이다. 회화의 이야기, 추상성, 물질의 느낌, 작가의 그리기적 재능 등이 최대한 제거된 그림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는데 작가는 그 끝에서 도리어 신비 또는 신성과 같은 것을 보게 되어 당혹스럽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작가가 말하던 숭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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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첫 드라마 연출, 첫 OTT 진출…천만 영화 감독 이준익의 '욘더'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천만 관객을 이끈 영화 ‘왕의 남자’ 이후 ‘사도’, ‘동주’, ‘자산어보’ 등으로 굵직한 이야기를 선보였던 이준익 감독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를 통해 첫 OTT 진출이자 첫 드라마 연출에 나섰다. 첫 드라마 연출...이준익 감독의 ‘욘더’ 1993년 영화 ‘키드 캅’ 이후 30년이란 시간 동안 영화계에 몸담아 온 이준익 감독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첫 드라마 연출에 나섰다. 김장환 작가 소설 ‘굿바이, 욘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번 작품은 시간과 삶의 유한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1년에 원작을 봤는데 굉장히 신선하더라고요.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에 나섰지만 다른 작품과 맞물려 못하고 있다가 다시 꺼낸 작품이에요. ‘욘더’ 마지막에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것은 그 순간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게 곧 작품의 기획 의도죠. 삶의 유한성과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거든요. 모든 인간은 죽지만 불멸, 영생을 꿈꾸잖아요. 죽음이 갖고 있는 유한성을 불멸의 무한성으로 구현해낸 사람들을 목도하고 있고, 특이점이 지나면 직접 마주할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불멸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이기성이 불멸을 꿈꾸고, 그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인간은 불행해지고. 그 불행을 끝내는 길은 곧 죽음이고요. 그런 이야기를 작품에서 다루고 싶었어요.” 작품은 2032년을 배경으로 한다. ‘욘더’는 재현(신하균)의 아내 이후(한지민)가 안락사로 세상을 떠나고, 이후가 자신의 기억으로 설계된 가상의 세계 욘더로 오라는 메시지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작품에서 욘더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세트장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욘더는 어찌 보면 메타버스와 같죠. 현실세계와 메타버스의 이질감을 무모화시키고 같은 사람이 다른 공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기억과 감정이 이격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지어진 세트장을 그대로 바닷가로 옮기기도 했죠. 이건 어디서도 해보지 못한 걸 거예요(웃음). 만약 옮겨진 세트장이 어색했다면 반응이 있었을 텐데 그런 이야기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감사했죠. 장소가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기획대로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었어요.” 작품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극중 욘더라는 공간이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인 만큼 생전 기억을 업로드함으로써 육체는 죽었지만 기억으로 영원히 존재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스펙터클한 설정에서 보이는 재미, 블록버스터형 영화가 주는 장점과 혜택도 분명 있죠. 하지만 내면과 영혼을 다루는 작품도 있어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과연 영혼은 존재하는가, 영원한 것은 아름다운가. 유한함 때문에 고통받지 말고, 우리는 어차피 소멸하기 때문에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자가 삶을 알차고 값지게 보낸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간 숱한 영화를 촬영해 왔으나 OTT는 처음이다. 첫 드라마 연출로 ‘욘더’를 택한 이 감독은 작품을 미드폼 형식으로 제작했다. 한 회당 러닝타임은 20~30분 내외로 구성됐다. 이준익 감독은 “과감해지고 싶어서 미드폼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최근에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이 러닝타임이 짧아지는 게 추세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기존 포맷을 시리즈로 전환함에 있어서 과감해지자 싶었죠. 그래서 러닝타임, 회차에 구애받지 않고 제작하기로 결정했어요. 영화의 경우 영화가 가진 위대함도 있지만 한정성도 있어요. 바로 러닝타임이죠. 두 시간 안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과 이야기를 압축시켜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시리즈는 그렇게 안 해도 되니까 너무 좋았어요(웃음). ‘욘더’의 경우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다뤄요. 그래서 차분히 밀고 간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미드폼 형식이지만 그 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달한 거죠. 저한텐 이러한 시도가 굉장히 과감했고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BIFF 초청작...내년 글로벌 공개 이번 작품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6부작이 모두 공개됐으나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공동 투자로 전 세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처음 제작 단계에 돌입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공개될 거라는 걸 몰랐던 상태였어요. 오픈을 앞둔 과정에서 파라마운트+와 공동 투자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걱정이 되더라고요(웃음). 만약 ‘욘더’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응원받지 못한 작품이 된다면 해외에서 얼마나 사랑받을까 싶더라고요. 아직 모든 걱정이 해소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전 세계에 공개됐을 때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하하.” 스크린과 TV를 통해 시청이 가능한 드라마의 경우 시청자의 피드백은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OTT의 경우 휴대전화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에 반응을 알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 감독 역시 “아직 성과가 안 나온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반응요? 잘 모르겠어요. 하하. 영화의 피드백과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영화는 정말 화끈하거든요. 작품이 안 좋으면 화살이 날아와 가슴에 꽂히는데 ‘욘더’는 아직 성과가 안 나온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까 이제 조금씩 반응이 시작됐다는 느낌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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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회복세 더딘 극장가...‘마블’ ‘아바타2’ 블록버스터 효과 볼까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올여름 1000만 영화 ‘범죄도시2’와 ‘탑건2’ 등 성수기 흥행 이후 비수기 극장가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 연말을 앞두고 ‘블랙 팬서2’와 ‘아바타2’가 출격하면서 분위기를 바꿀지 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블랙 팬서2’와 ‘아바타2’ 출격...회복세 재현될까 올해 팬데믹 이후 첫 1000만 관객을 기록한 ‘범죄도시2’와 ‘탑건2’로 여름 성수기 흥행을 맛본 극장가의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9월 추석 명절을 맞아 ‘공조2: 인터내셔날’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 이후로 이렇다 할 흥행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일일 영화관람객 수가 10만 이하로 떨어졌다. 비수기로 분류되는 10월 극장가에선 ‘리멤버’, ‘자백’ 등이 출격했지만 분위기를 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11월 초부터는 연말을 앞두고 대작 영화들이 연이어 스크린을 공략한다. 특히 2018년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의 블록버스터 영화 ‘블랙 팬서2’가 개봉하며 극장가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블랙 팬서2’는 지난 11월 9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했다. 첫날부터 18만405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개봉 후에도 70%가 넘는 예매율을 유지하며 11월 극장가의 흥행 주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im2 ‘블랙 팬서’의 후속작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 팬서 티찰라의 죽음 이후 거대한 위협에 빠진 와칸다를 지키려는 이들의 운명을 건 전쟁과 새로운 수호자의 탄생을 예고하는 블록버스터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연이어 연출을 맡아 더욱 거대해진 스케일과 액션, 기존에 없던 창의적이고 독특한 스타일로 스크린을 채웠다. 레티티아 라이트, 다나이 구리라, 루피타 뇽오가 출연했다. 12월엔 전 세계 최고 흥행 기록을 쓴 ‘아바타’의 후속작 ‘아바타2: 물의 길’이 극장가를 장악할 예정이다. 이 영화를 대표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존 랜도 프로듀서는 앞서 지난 10월 한국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0분 분량의 풋티지 영상을 최초로 공개하며 한국 영화시장에 공을 들였다. 랜도 프로듀서는 한국 관객의 높은 눈높이를 언급하며 ‘아바타2’가 기대에 걸맞은 영화가 될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아바타’에서는 1편 때부터 완전히 새롭고 미지의 세상으로 그려지는 판도라 행성을 향해 간 인간들을 통해 환경 파괴 문제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방식 등 동시대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들을 담아 왔다. 감독과 프로듀서는 이 같은 메시지와 함께 세상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게 되고 고민하게 하는 작품, 현 시대의 메타포로 작용하는 SF 영화이자 경험을 약속했다. ‘블랙 팬서2’와 ‘아바타2’는 CGV 등 가장 발전된 특수관에서 상영되며 극장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기대케 한다. CGV 측은 지난여름 ‘탑건: 매버릭’에 이어 ‘블랙 팬서2’의 특별관 상영, 전 세계 최고의 흥행을 예고 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 물의 길’의 4DX와 스크린X 상영이 자회사 CJ 4D플렉스의 매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빼미’ ‘영웅’...국내 영화들도 연말연시 준비 국내에서도 연말연시를 앞두고 연이어 신작들을 준비 중이다. 12월 개봉을 앞둔 기대작 ‘영웅’과 11월 개봉한 ‘동감’, ‘데시벨’, ‘올빼미’, ‘압꾸정’, ‘탄생’ 등 한국영화 라인업들이 꾸준히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CGV 측은 극장사업 실적 개선을 예측했으며 광고사업부문의 매출 기여도 기대했다. 11월 23일 개봉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 사극 ‘올빼미’ 역시 모처럼 영화팬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영화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다소 예측 불가한 스토리를 담은 제목과 기존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주맹증’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기대감을 자극한다. 실제 역사적 사건인 ‘인조 반정’의 비하인드를 팩션 사극으로 그렸다. ‘올빼미’라는 영화 제목은 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보다 떨어지는 증상인 주맹증에서 따왔다. 극중 세자의 죽음을 목격하는 맹인 침술사 ‘경수’는 주맹증으로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밤이 되면 희미하게 앞을 볼 수 있다. 밤에 먹이를 사냥하는 올빼미처럼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암시하기도 한다. 세자 죽음의 미스터리와 목격자, 진범이 펼치는 심리전과 추격전은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뒤이어 12월 스크린을 찾아오는 뮤지컬 영화 ‘영웅’은 대한민국 최초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의 신작이자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높이는 영화다. 배우 정성화와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 관록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윤제균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이자 동명의 오리지널 뮤지컬 넘버를 고스란히 담아 영화화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눈과 귀를 사로잡는 풍성한 음악과 볼거리, 배우들의 열연으로 그려내며 전에 없던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극장 관계자는 “국내 영화 라인업도 탄탄하지만 대규모 블록버스터 작품은 연말 라인업에서 빠졌다. 올 하반기에는 외화의 흥행이 극장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지 않을까 한다”면서 “여름에 ‘탑건’의 활약이 있었듯 ‘블랙 팬서’와 ‘아바타2’ 효과가 기대된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잘 만든 작품들, 영화들도 함께 주목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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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벌써 4번째 부산행...영제(影帝) 양조위의 '화양연화'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중국의 영제(影帝), 즉 영화의 황제로 불리는 배우 양조위가 4번째로 부산을 찾았다.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그는 여전한 아우라로 관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의 매력을 간직한 스타, 양조위는 양조위다. 양조위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방문했다. 레드카펫에서 뜨거운 플래시 세례를 받은 데 이어 공식 기자회견으로 한국의 많은 팬들과 취재진에게 인사를 했다. 수수한 꾸밈새로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이 느껴지지만 미소를 짓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하다. 마치 홍콩영화의 전설이었던 그의 전성기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꽃중년’ 열풍으로 이어지는 양조위의 전성기 양조위는 중국에서 ‘영제’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과 아우라를 지닌 배우다. ‘중경삼림’, ‘화양연화’, ‘해피 투게더’ 등으로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전 아시아에 수많은 영화팬들을 거느렸다. 2000년 ‘화양연화’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색, 계’, ‘무간도 트릴로지’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며 지난해 ‘화양연화 리마스터링’과 더불어 마블 신작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로 한국에 다시 ‘꽃중년’, 양조위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스러워요. 부산국제영화제에 벌써 4번째 방문했지만 올 때마다 많이 달라졌어요. 부산이란 도시가 예전보다 굉장히 현대화되고 발전했죠. 높은 건물이 많이 생기고 바닷가도 더 아름다워졌어요. 호텔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보행로도 생기고 수영장도 예쁜 장식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처음 왔을 때 좁은 길에서 작은 무대를 세워서 개막식을 했는데 어제(10월 5일) 같은 성대한 개막식을 개최하게 된 것도 발전되고 달라진 부분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양조위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과 더불어 이번 영화제에서 ‘양조위의 화양연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그는 직접 자신의 출연작 중 6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2046’(리마스터링), ‘동성서취’, ‘무간도’, ‘암화’, ‘해피투게더’(리마스터링), ‘화양연화’(리마스터링) 6편이 상영되며 그중 ‘암화’는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다양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서로 다른 장르를 골랐어요. 6편 중에는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의 작품도 많죠. 유진위, 왕가위 감독님 등의 작품을 많이 봐주셨으면 해요. 더 찾고 싶어도 못 찾는 영화도 있어요. 대만에서 찍은 ‘비정성시’도 선보이고 싶은 영화였죠.” 코로나19 팬데믹 탓도 있지만 양조위는 성대한 축제나 행사에 자주 참석하지 않는 편이다. 덕분에 지난 개막식 레드카펫에선 수많은 부산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그는 오랜 친구 같은 부산, 부산 관객들의 인상을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런 성대한 행사에 참여 안 한지 오래돼서 레드카펫 오르는 데 긴장을 많이 했어요. 여러분과 부산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죠. 예전엔 부산영화제가 규모가 크지 않아서 좁은 길에서 작은 무대를 세웠고 영화관 가는 길에도 많은 팬들이 몰려왔던 기억이 나요. 좁은 길에서 열정적인 팬들 덕에 신발이 벗겨진 적도 있었죠. 그때부터 부산 팬들의 사랑을 늘 느꼈고 알고 있었죠.” 특히 양조위의 전성기를 잘 알지 못하는 MZ세대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샹치’ 개봉 당시 2030 관객들은 “샹치 보러 갔다가 양조위에 입덕했다”, “엄마한테 양조위랑 사귀고 싶다고 했더니, 네가 뭔데 양조위랑 사귀냐고 한다”는 등의 재치 있는 후기들을 SNS에 남기기도 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먹히는 매력적인 ‘꽃중년 아저씨’로 자리매김한 소감을 밝히며 그는 쑥스럽게 웃었다. “최근에 많은 젊은 팬들이 저의 작품을 사랑해 주셔서 얼떨떨해요. 오기 전에 생각을 못해서 사실 ‘화양연화’ 특별전 작품을 선정할 때는 젊은 팬층을 고려하지 못한 점도 있어요. 여기 오니 더욱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요. 여러분이 주신 편지를 읽어보면 최근에 저를 좋아하게 돼서 예전 작품들을 찾아본다는 말씀도 봤고, 왕가위 감독님의 작품이 다시 개봉해서 영화관에서 보고 또 저를 찾아보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더 다채로워질 양조위의 ‘화양연화’ 양조위는 9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 때부터 20년 넘게 최정상을 지킨, 현역으로도 활동 중인 배우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와 작품에 출연해 왔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공개된 마블 영화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로 호평받았던 것도 그 연장선이다. “사실 제게 악역 대본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배경이 복잡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 역할에 관심이 있고, 개인적으로 연쇄살인마를 해보고 싶어요. 샹치 웬우도 굉장히 악역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연기를 해보니 막상 안 그랬어요. 꼭 미국에 데뷔한다,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는 의미보다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인연이 된다면 미국이 아닌 한국, 일본 어디든 갈 수 있죠. 사실 굉장히 비밀스럽게 준비하느라 많은 정보를 공개해 주지 않았는데 ‘샹치’ 감독님과 통화하면서 진심을 느꼈어요. 이 사람을 믿어도 되겠다 싶어 도전을 결정했죠. 마블작을 선택한 이유도, 배우라면 되도록 다양하고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미국 작품을 도전한다면 더 많은, 글로벌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 좋은 경험이었죠.” 특히 ‘샹치’에서는 주인공 샹치 역의 시무 리우와 부자 호흡을 맞춘 양조위. 이 영화는 마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새 히어로 샹치의 등장을 알리는 작품으로, 새로운 무기 ‘텐링즈’의 지배자 웬우 역을 양조위가 열연했다. 쿵푸 등 중국무술 동작과 결합된 익스트림 액션으로 기존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쾌감을 빚어낸 그는 아내를 잃고 최악의 복수를 벌이는 매력적인 빌런 연기로 전 세계에 ‘영제’의 명성을 재차 떨쳤다. “ ‘샹치’에서는 아버지 역을 하게 돼서 저도 너무 반가웠어요. 드디어 이미지 전환을 할 수 있는 역이라 좋았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 역을 도전할 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거든요. 저의 연예 인생을 전반 후반으로 나눈다면 전의 20년이 배우는 단계고 후반 20년이 그걸 발휘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후반에 접어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고도 연기를 할 수 있는 단계에 왔어요. 제작, 연출 계획을 묻기도 하시는데 저는 아직 연기가 좋아요. 배우로서 생활을 여전히 즐기고 있고,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요. 지금으로선 최소 몇 년간은 계속 연기에 집중할 것 같아요.” 스스로 연기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듯, 양조위는 지금 시점에서 첫 데뷔 시절의 드라마 매력을 다시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드러냈다. 또 그는 홍콩영화 스타로 아시아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이끌었던 경력자로서 현재의 K-콘텐츠 열풍에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K-드라마나 영화에도 당연히 함께하고픈 게 그의 마음이다. “저는 방송국 출신이고 드라마로 데뷔를 했어요. 최근 들어 다시 드라마를 찍으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져요. 드라마 배우로 데뷔 시절부터 좋아해준 팬들이 많은데 그런 모습을 또 궁금해할 것 같아서 드라마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죠.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으니 이전에 젊은 나이에 할 수 없었던 나이 든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요즘 한국 연예계 소식을 들으면 저도 굉장히 기쁘고, 배우 송강호 씨와 전도연 씨를 좋아해요. 언어 문제만 해결될 수 있다면 한국 작품에 도전해볼 기회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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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청와대와 아부다비 왕족 홀린 허달재의 매화

| 조용준 논설위원 digibobos@newspim.com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옆에 위치한 이화익갤러리는 10월 5일부터 25일까지 3주간 허달재 작가의 개인전 ‘허달재 HUH DAL JAE’ 전시를 진행한다. 허 작가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아트’에 2~3m 폭짜리 대형 매화 작품 3점을 소개, 완판을 기록하며 아부다비 왕족 컬렉션에 소장되는 성과를 얻었다. 이화익갤러리의 이번 전시는 이런 성과 이후 미술 애호가들과 다시 만나는 첫 자리다. 직헌(直軒) 허달재 작가는 1952년 광주 출생으로 동양화의 전통과 현대의 맥을 잇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동양화에서 작가의 심상을 풍경에 빗대어 그리는 남종화(南宗畵)의 대가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손자인 허 작가는 5살 때부터 조부의 손을 잡고 광주 무등산에 둘러싸인 춘설헌(春雪軒) 화실을 드나들며 문인화 정신을 사사했다고 한다. 직헌은 의재의 장손이자 제자로 유년시절 문인화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붓글씨부터 기본기를 닦았다. 현재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1400년 역사의 삼애다원을 운영하며 춘설차(春雪茶) 재배를 3대째 이어오고 있다. 수묵 위주의 추상성이 강한 남종화는 채색 위주의 사실성이 특징인 북종화와 함께 동양화의 2대 조류로 꼽힌다. 우리나라에는 17세기에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사대부 계급이 취미로 그리는 그림으로 작가의 교양과 정신을 중시하는 문인화적 화풍이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허달재의 작품에 대해 “우리 문인화가 대부분 소재나 기법 면에서 전통의 갑갑한 틀 안에 갇혀 있는 가운데 허달재의 작품은 전통을 과감하게 탈피한 찾아보기 힘든 선례”라며 “그의 작품은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정중동’의 경우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허 작가의 작품은 지난 5월 문화재청이 청와대의 대통령 관저를 공개했을 때 집무실에 걸려 있던 그림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입성한 직헌의 작품은 흰 매화를 현대적 기법으로 그린 ‘백매’다. 가로 세로 285cm×207cm의 2폭 병풍 형식으로 마감된 독특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 역시 그가 주로 그리는 매화를 주제로 한 신작들 중 4m에 달하는 4폭 대작부터 50cm 이하의 소품까지 백매와 홍매를 자유롭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매화는 작가에게 어렸을 적부터 오랫동안 그려온 문인화의 기본 주제인 사군자(四君子) 매란국죽(梅蘭菊竹)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속에 많이 담겨 있는 주제다. 어린 시절 조부의 춘설헌 화실 주변에 심어져 있던 매화나무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아 몇십 년 후인 현재까지도 그의 작품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전통회화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국제무대 교류전을 통해 현대인의 시선과의 만남을 도모해온 직헌의 작품은 전통 소재를 현대적 기법으로 재해석해 내며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다. 직헌 허달재는 홍익대 한국화과를 졸업했다. 1983년 화니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1996년 파리 피에르가르뎅미술관 개인전,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2009년 국립광주박물관 기획전, 2011년 중국 베이징 화원미술관 개인전, 2019년 광주시립미술관 기획전 등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욕주립대학 객원교수, 뉴욕스토니브룩대학 객원교수 등 해외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한편 뉴욕과 파리, 도쿄, 베이징 등 국내외에서 크고작은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해는 광주시립미술관 초대전으로 ‘허달재 -가지 끝 흰 것 하나’를 개최했고, 의재미술관에서 ‘꽃과 새가 어울린 자리’를 주제로 한 전시도 했다. 허달재의 작품은 아부다비 왕족 컬렉션 외에도 베이징 중국미술관, 상하이미술관, 청와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의재미술관 이선옥 관장은 “직헌 선생님은 단순히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넘어 그림이 가야 할 방향, 표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화가로서 어찌 살아야 할지 등에 관한 질문에 천착하며 작품 활동을 해와 작품에 그런 격조가 어려 있다”며 “특히 오랜 해외 활동과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화의 현대적 만남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 많이 하신 분”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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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명분보다는 실리"...글로벌 미술시장 승자독식 심화

세계 3대 아트페어 佛 ‘피악’, 1위 ‘아트바젤’에 밀려 퇴출 고금리·고유가에 ‘강자만이 살아남는 시장’으로 급변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고가의 미술품을 사고파는 미술시장은 비교적 우아한 시장이다. 명분이 중요하고, 체면과 품격이 중요시된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아트마켓 또한 명분보다는 실리가 중요시되며 시장 판도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수익 창출을 위해 체면이나 배려 따위는 헌신짝 내버리듯 하는 미술유통기업이 늘고 있다.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상황에선 강자만이 살아남으니 철저히 이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계 2위의 아트페어로 꼽히던 프랑스 피악(FIAC)의 퇴출이다. 피악은 올 들어 이 분야 세계 최강자인 스위스의 아트바젤에 무릎을 꿇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47년 역사의 피악은 아트페어를 40여 년간 개최해 오던 ‘파리의 명물’인 그랑팔레(Grand Palais)를 아트바젤 측에 빼앗기는 바람에 페어를 포기했다. 지난 1월 아트바젤을 개최하는 스위스의 MCH그룹은 파리의 매머드 전시관인 그랑팔레의 ‘10월 사용권’을 놓고 피악을 주관하는 RX사와 입찰경쟁을 벌였다. MCH는 그랑팔레를 1주일간 빌리는 데 자그마치 1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20억원)라는 거액과 ‘7년 계약’을 내세워 그랑팔레 측으로부터 낙점을 받았다. 피악 측은 ‘설마 그랑팔레가 프랑스 예술기업을 제치고 스위스 기업의 손을 들어주겠어?’라고 철석같이 믿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해마다 10월에 그랑팔레에서 열리던 피악의 개최 날짜도 아트바젤이 가져가자 피악은 급하게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하지만 거대한 유리돔을 얹은, 아름답고 유서 깊은 그랑팔레에 필적할 만한 전시관을 찾지 못해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한마디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버린 것이다. 게다가 아트바젤이 파리에서 ‘아트바젤 파리+’를 새로 개최한다는 소식에 (피악에 수십 년간 참가하던) 미국과 유럽의 메가 갤러리들은 일제히 피악을 버리고 바젤로 돌아섰다.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같은 톱 갤러리들이 바젤로 옮겨타자 그 밑의 화랑들도 재빨리 바젤호에 승선했다. 심지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랑인 페로탕마저도 ‘아트바젤 파리+’를 택하자 피악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프랑스 미술계는 강한 자가 더 강한 자에 의해 맥없이 쓰러지자 큰 충격에 휩싸였다. ‘프랑스 갤러리와 아트마켓이 이토록 허약했느냐’는 탄식이 이어졌다. 피악은 단순한 미술장터가 아니라 파리의 10월을 예술과 디자인, 패션과 미식으로 물들이며 시 전체를 들뜨게 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만약 호황기였다면 바젤은 바젤대로, 피악은 피악대로 열렸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 미술시장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며 위축됐고, 이는 결국 피악의 숨통을 끊어놓고 말았다. 글로벌 톱 갤러리의 한 관계자는 “피악은 프랑스의 간판 아트페어로 도시 곳곳에 대형 야외조각이 설치되고,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는 등 매력이 많은 페어였다. 그러나 관객은 많지만 판매는 신통치 않은 편이라 우리도 바젤로 갈아탔다. 신의를 지키고 싶었으나 유럽 미술시장이 워낙 안 좋아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볼 때 1등 아트페어인 바젤을 이길 자(?)는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영국의 프리즈가 2위로서 바젤의 독주를 견제할 뿐이다. 스위스 바젤에서 1970년 시작된 아트바젤(매년 6월 개최)은 이미 미국 마이애미(12월)와 홍콩(3월)에 진출하면서 전 세계 모든 페어를 발 아래에 두고 있다. 그리곤 이번에 ‘아트바젤 파리+’(10월)를 출범시키며 전 세계 상위 1%의 슈퍼컬렉터를 4개 도시에서 공략하게 됐다. 아트바젤의 파리 진출은 마이애미 및 홍콩 진출과는 궤를 달리한다. 마이애미와 홍콩은 아트마켓으로서 글로벌 위상이 낮았던 도시로, 바젤의 진출로 그 위상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파리에서는 프랑스의 고유 브랜드인 피악이 그 역할을 잘 수행 중이었다. 47년 역사의 피악은 프랑스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바젤과는 또 다른 페어를 펼쳐 왔다. 아트페어가 열리는 그랑팔레의 웅장한 유리돔과 내부 공간은 피악을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아트페어로 인식케 했고, 인근 공원과 식물원, 방돔광장에서의 야외전시와 나이트 이벤트가 더해지며 예술적 무드를 고조시켰다. 바젤이 철저히 컬렉터를 겨냥하며 실속을 추구한다면, 피악은 애호가 전반을 끌어안으며 보다 대중적인 페어를 지향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에 피악 관람객은 매년 증가해 8만~9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부자 고객을 매우 노련하게 공략하는 바젤에 밀려 피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편 글로벌 경매사와 다국적 화랑들은 구조조정과 전략 수정을 통해 불황기에 대처하고 있다. 홍콩 정세가 불안하자 서울에 지점을 내고 공격적인 ‘아시아 마케팅’을 구사하려던 소더비 경매는 당분간은 정지작업만 하기로 했다. 3위 경매업체인 필립스도 작년에 수립한 글로벌 확장전략을 수정하고 내부 정비에 나섰다. 미국의 유서 깊은 화랑인 레비 고비는 올 들어 대변신을 시도했다. 가고시안, 페이스 같은 거함 화랑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전통보다는 경쟁력 제고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 화랑은 LGDR이라는 합동갤러리를 출범시켰다. LGDR은 저마다 한가락 해온 유명 딜러 4인의 성을 딴 신개념의 아트벤처다. 이들은 “기존의 화랑 경영방식으로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수 없다. 우리는 국제적 감각에 기반한, 전혀 다른 방식을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LGDR은 9월 초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 미국의 인기 작가 조엘 메슬러의 작품으로 솔로쇼를 꾸며 첫날 출품작 13점을 솔드아웃시켰다. 한국 고객의 취향을 면밀히 사전분석한 것이 주효했다. 그런데 이 화랑은 이튿날 메슬러의 작품을 몽땅 떼어내고 다른 작품들을 내걸어 지적을 받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아트페어는 판매도 중요하나, 작가 소개도 중요하기 때문에 작품이 팔렸다고 전량 교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LGDR은 이를 개의치 않은 것. 그러자 “메슬러 작품을 보러 왔는데 완판됐다고 모두 내리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듯 명분보다는 철저히 실리를 좇는 현상이 불황의 미술계에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몸집 제대로 줄이고, 돈 잘 버는 게 최고인 시대가 드디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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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최초·신기록 세우다…美 음악시장 장악한 블랙핑크

| 이지은 기자 alie09@newspim.com K-팝 아티스트가 미국 빌보드 차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에 이어 그룹 블랙핑크가 빌보드 메인 차트에 랭크되면서 전 세계 그룹 및 여성 아티스트 ‘최초’이자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K-팝 걸그룹 최초...‘빌보드 200’ 1위 지난 9월 두 번째 정규앨범 ‘본 핑크(BORN PINK)’로 컴백한 블랙핑크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신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9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는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타이틀곡 ‘셧 다운(Shut Down)’과 선공개곡 ‘핑크 베놈(Pink Venom)’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각각 25위, 57위를 차지했다. ‘핫 100’은 피지컬 싱글 및 디지털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수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노래의 성적을 총망라하는 빌보드 메인 차트다. 미국 현지 대중성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주류 팝 시장 내의 인기 척도가 되는 차트이기도 하다. 블랙핑크는 ‘핫 100’에서 정규 2집 타이틀곡으로 25위란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미국 팝 시장에서 더욱 탄탄해진 입지를 과시했다. ‘핫 100’ 성적 외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이다. ‘핫 100’이 음원 중심이라면, ‘빌보드 200’은 메인 앨범 차트다. 이 차트는 음반과 EP를 대상으로 하며 판매량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음반 판매량에 스트리밍 횟수와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각각 환산한 수치를 합산해 순위가 정해진다. ‘빌보드 200’에서는 방탄소년단, 슈퍼엠, 몬스타엑스, NCT 127 등이 랭크되면서 K-팝의 저력을 과시했지만 유독 걸그룹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아가 2009년 첫 미국 정규앨범으로 127위에 오른 이후 트와이스가 올해 8월 발표한 미니 11집으로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아쉽게도 1위까지 오르진 못했다. 그런 가운데 블랙핑크는 ‘본 핑크’로 빌보드의 메인 음반 차트 1위를 당당히 차지했다. 해당 차트에서 1위를 한 여성 그룹은 비욘세가 속해 있었던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 21년 만이다. 이들이 K-팝의 역사는 물론 세계 걸그룹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이다. “팬들 니즈 실현해준 점이 주효” 블랙핑크는 ‘빌보드 200’ 정상 외에도 ‘글로벌 200’에서도 1, 2위를 동시에 석권하면서 전 세계 그룹 및 여성 아티스트 신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빌보드에 따르면 블랙핑크 ‘셧 다운’과 ‘핑크 베놈’은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에서도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빌보드 측은 “‘셧 다운’이 1주일간 스트리밍 1억5280만회, 음원 판매량(다운로드) 1만7000건 이상을 달성, 이번 주 가장 높은 수치로 1위에 올랐다. ‘핑크 베놈’은 9월 3일 차트서 첫 진입 기록 1위를 시작으로 5주째 톱5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1, 2위를 동시에 차지한 것은 그룹과 여성 아티스트를 포함해 블랙핑크가 처음이다. 빌보드 역시 “블랙핑크가 이례적인 대성과를 썼다”며 “전 세계 솔로 아티스트까지 통틀어 봐도 드레이크와 해리스타일스에 이은 세 번째”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이 세운 기록은 단발성이 아니다. 10월 4일 차트에서는 ‘셧 다운’과 ‘핑크 베놈’이 ‘핫 100’에서 각각 67위와 87위를 차지하면서 6주 연속 차트인 했으며, 타이틀곡과 선공개곡은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2주 연속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이처럼 블랙핑크는 K-팝 걸그룹 최초로, 세계 여성 아티스트를 통틀어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데뷔부터 여타 걸그룹과 달리 청순함 대신 주체적인 여성상을 노래하면서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영미권에서도 걸그룹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하는 것이 힘든데 그걸 K-팝 걸그룹이 해냈다고 볼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여성 팬들은 자기들을 대변해 주는 걸그룹을 원하는데 그걸 블랙핑크가 실현해 줬다는 점이 큰 의미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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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72년생 : 90%, 상속운세 60% 84년생 : 80%, 품대운세 80% 96년생 : 60%, 횡재운세 70% ◆소띠(丑) 61년생 : 70%, 주식운세 70% 73년생 : 30%, 금융운세 30% 85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97년생 : 80%, 금융운세 80% ◆범띠(寅) 62년생 : 70%, 주식운세 70% 74년생 : 60%, 자영업운세 70% 86년생 : 80%, 증여운세 80% 98년생 : 80%, 금융운세 90% ◆토끼띠(卯) 63년생 : 70%, 금융운세 90% 75년생 : 80%, 정기수입운세 50% 87년생 : 60%, 주식운세 70% 99년생 : 70%, 주식운세 80% ◆용띠(辰) 64년생 : 90%, 횡재운세 90% 76년생 : 90%, 정기수입운세 60% 88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70% 00년생 : 80%, 금융운세 90% ◆뱀띠(巳) 65년생 : 90%, 품대운세 90% 77년생 : 80%, 품대운세 90% 89년생 : 90%, 문화운세 90% 01년생 : 40%, 주식운세 60% ◆말띠(午) 66년생 : 90%, 증여운세 90% 78년생 : 70%, 횡재운세 80% 90년생 : 50%, 상속운세 50% ◆양띠(未) 67년생 : 60%, 주식운세 80% 79년생 : 80%, 금융운세 60% 91년생 : 70%, 자영업운세 7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증여운세 70% 80년생 : 90%, 주식운세 90% 92년생 : 70%, 상속운세 70% ◆닭띠(酉) 69년생 : 80%, 금융운세 80% 81년생 : 90%, 문화운세 40% 93년생 : 40%, 증여운세 60% ◆개띠(戌) 70년생 : 80%, 주식운세 90% 82년생 : 80%, 금융운세 80% 94년생 : 90%, 주식운세 90% ◆돼지띠(亥) 71년생 : 90%, 금융운세 90% 83년생 : 80%, 횡재운세 60% 95년생 : 80%, 문화운세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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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한국은 지금 '외국 화랑' 전성시대

“외국 작품 좋아하는 한국 열혈 컬렉터 잡아라” 특명 해외 톱 갤러리 15곳, 서울에 대규모 화랑 잇따라 개관 외국유학 경험 있는 재계3세, 전문직 컬렉터가 주고객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한국 미술시장은 이제 외국 화랑 전성시대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한두 개 외국 화랑이 서울에 소규모 갤러리를 열기 시작했으나 올 들어서는 15개 외국 화랑이 서울에 진출했다. 화랑뿐 아니라 미술품경매사들도 한국 미술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가장 먼저 서울에 사무소를 낸 크리스티 경매에 이어 올해는 소더비와 필립스가 사무소를 내고 국내 수집가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들 화랑과 경매사들의 주 공략대상은 슈퍼리치 컬렉터와 새로 부상 중인 MZ세대 컬렉터들이다. 특히 젊은 세대 미술수집가들은 한국 갤러리보다는 외국 갤러리와 소통하고 작품을 사길 원해 외국 미술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대상이다. 최근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프리즈 서울’에서 외국 유명 화랑들의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루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계 1위 갤러리인 가고시안을 비롯해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글래드스톤 갤러리 부스는 줄을 서서 관람해야 할 정도였다. 이들 갤러리 부스에서 들리는 언어는 죄다 영어여서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또는 유럽)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거래 또한 해외 유력 갤러리들은 VIP오픈 첫날 대부분의 주요 출품작을 팔아치웠다. 고객의 약 80%는 한국인 고객으로 추정된다. 유럽, 미주, 아시아에서 ‘큰손’ 고객들이 프리즈에 맞춰 내한했다고 했지만 발 빠른 한국 고객보다 결정에 있어 한 템포 늦다는 말이 쏟아졌다. 프리즈 서울에서는 영어가 공용어인 양 쓰였다. 해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MZ세대 컬렉터들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온 외국 갤러리스트들과 통역 없이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의 사라 천 디렉터는 “한국 젊은 고객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열정과 안목, 세련된 매너와 정보력에 놀랐다. 영어 실력도 탁월했다”고 밝혔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4개 도시에 5개의 화랑을 두고 있는 LGDR 갤러리의 보나 유 시니어 디렉터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우리 화랑의 브레드 고비 대표를 비롯해 스탭들은 한국 아트마켓에 새로운 흐름(New Wave)이 뜨겁게 용솟음치는 걸 확인했다. 우리는 개막 첫날 조엘 멘슬러의 작품 13점을 모두 팔았고, 이튿날부터는 매일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하며 예상외의 판매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구매력도 구매력이지만 한국 미술애호가들의 열정과 에너지에 모두 탄복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반응은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다국적 메가 화랑들이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 화랑들의 활약은 비단 아트페어에서뿐이 아니다. 현재 한국에는 외국의 메가 갤러리들이 앞다퉈 분점을 내고 한국 미술수집가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페로탕, 페이스, 리만머핀, 글래드스톤, 타데우스로팍, 에스터쉬퍼, 페레스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리딩 갤러리들이 서울점을 내고 성업 중이다. 심지어 대구광역시에 갤러리를 낸 외국 화랑도 있다. 또 쾨닉, 바라캇 등도 서울에 갤러리를 냈고, 한국에 지점을 내지 않은 갤러리들도 서울에 담당 딜러를 두고 한국 고객들을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화랑 중에서도 세계 톱3 갤러리의 하나인 페이스갤러리의 행보는 특히 주목된다. 미국 화랑으로 뉴욕, 런던, 팜비치, 팔로알토, 홍콩 등 전 세계에 9개 지점을 두고 있는 페이스는 지난해 리움미술관 바로 옆으로 서울점을 확장 이전했다. 종전의 갤러리보다 규모를 3배가량 넓히며 한국의 슈퍼리치 컬렉터와 젊은 전문직 수집가를 고객으로 빨아들이는 중이다. 페이스갤러리는 최근에는 갤러리가 들어선 건물의 1층도 화랑으로 또다시 확장했다. ‘한국에서의 영업’이 기대보다 훨씬 호조를 띠고 있음을 유추케 하는 행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랑인 페로탕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지난 2017년 외국 화랑 중 한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페로탕은 삼청동의 1호점에 이어 강남 도산공원 바로 옆에 2호점을 지난 8월 오픈했다. 신설된 도산점은 삼청동 갤러리에 비해 시설과 규모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세련되고 크다. 이를 통해 페로탕은 전속작가의 작품 전시회를 2개 전시장에서 한두 달 간격으로 개최하며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 화랑인 리만머핀도 삼청동의 좁은 갤러리는 접고, 올 들어 한남동에 매머드한 서울점을 새로 열었다. 페이스, 페로탕, 리만머핀에 비해서는 한발 늦은 편이기는 하나 글래드스톤, 타데우스로팍, 에스터쉬퍼 갤러리도 ‘한국 컬렉터들이 외국 미술품을 매우 전향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현상에 고무돼 서울점 오픈을 서둘렀다. 이들 갤러리는 자신들이 보유한 주요 작가들의 전시회 및 특별파티를 성대하게 열며 고객과의 컨택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국내 미술수집가들이 외국 화랑과의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국내 작가 작품은 안방에서 주로 거래돼 국제적으로 향후 호환성이 없기 때문이다. 되팔려고 할 경우 국내 작품은 아무래도 시장이 한계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img4 또한 외국 작가들의 작품은 투자 메리트가 더 높다고 보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블루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상승폭도 외국 미술품에 비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 장미쉘 바스키아, 조지 콘도 같은 유명 작가 작품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사고자 하는 고객층이 두터워 가격 상승폭이 가파르다. 그에 반해 한국 작가 작품은 상승곡선이 완만한 편이거나 최근 들어서는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큰손 컬렉터와 MZ컬렉터들이 외국 미술품에 자꾸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국 화랑 및 외국 미술품 쏠림현상은 부작용 또한 크다. 한국 현대미술품 시장이 앞으로 자꾸 위축되며 K-아트의 미래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자국 내에서 사랑받지 못할 경우 국제 무대로 뻗어나가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자국에서 잘 팔리고 호응도가 높아야 세계 아트마켓에서도 제 대접을 받는 것은 불문가지다. 자본력에서 뒤처지는 중소 한국 화랑들은 외국 화랑의 득세로 날로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나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img5 다음으로 외국 화랑들이 과연 지속적으로 한국 미술시장에 A급 작품을 소개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프리즈 서울이 올해 처음 닻을 올리면서 비교적 양질의 작품이 소개되긴 했으나 블루칩 작가 작품의 경우 가장 뛰어난 작품은 미국 뉴욕과 스위스 바젤, 영국 런던 등지에서 일차적으로 판매가 완료되기 때문에 한국까지 올 가능성이 낮다. 그러니 결국 글로벌 마켓에서 잘 안 팔려서 돌고 도는 작품이 한국으로 들어와 우리 고객들에게 판매될 소지도 간과할 수 없다. 갤러리 측에서는 좋은 작품이라고 강조하기 마련이나 구매에 앞서 철저한 작품 퀄리티 검증과 진위 감정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외국 미술품을 가장 활발하게 들여와 거래해온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외국 화랑들이 서울점을 내고 활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긴 하나 우리 컬렉터들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그래야 봉이 되지 않는다. 외국 유명 작가 작품이라 하더라도 보다 면밀하게 작품을 감식해야 하며, 시장과 작가에 대한 전문성과 정보력을 키우는 것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살아남느냐 먹히느냐, 우아한 미술 전쟁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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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흙의 연금술사’ 김지아나 올 다섯 번째 작품전 ‘뜨거운 반응’

| 조용준 논설위원 digibobos@newspim.com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의 포스코미술관은 ‘김지아나 : 흙의 시간, 빛의 기억’을 9월 30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흙’이라는 물질에 천착해온 작가의 회화·설치·조각 작품 30여 점으로 구성됐다. 특히 2017년 이후 새로운 작업 방식을 택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한 신작들을 소개한다. ‘흙의 연금술사’라고도 불리는 김지아나 작가(1972~)에게 있어 ‘흙’은 ‘빛’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하는 근본적인 물질이자 수단이다. 작품은 오랜 시간 연구 끝에 만들어진 독창적인 과정을 통해 제작된다. 우선 기존의 도자 흙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든 후, 얇은 파편으로 성형해 가마에서 구워내고 그 조각들을 캔버스에 붙여낸다.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반복적인 노동을 견뎌내온 인고의 시간과 기억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흙’에서 시작된 기나긴 여정은 ‘빛’과 만나 강렬한 ‘색’으로 표현되며, 각 시간대의 빛과 작품이 놓인 장소에 따라 같은 작품이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삶처럼 작품 또한 살아 숨쉬며 그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흙’과 ‘빛’이 담아내는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작가가 만들어낸 삶의 근원이 되는 공간을 거닐어 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김지아나 작가를 만나던 날은 태풍 힌남노로 서울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포스코센터 갤러리 입구의 벽에 걸린 작가의 개인전을 알리는 대형 간판과 벽에 붙여진 설치작품은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폭우를 거치고 마주한 작가의 작품이 주는 느낌은 신선하고 기묘했다. 마치 비를 통해 정화된 육신이 드디어 작품을 만나 시각의 환희, 폭발적인 희열 내지는 법열(法悅)의 폭죽이 터지는 듯했다. 마음이 여는 공간에서는 스크랴빈 교향곡 제4번 ‘법열의 시(The Poem of Ecstacy)’가 장대하게 울려퍼졌다. 김지아나는 노란색 작품만 걸려 있어 ‘노란방’이라 불리는 별도의 방에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작품 앞에 놓인 방석에 좌선하듯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이 힌두 행운의 여신, 연꽃 왕좌 위에 앉은 락슈미(Lakshmi) 같았다. “그림을 서서만 볼 필요는 없죠. 노란방의 그림들은 앉아서 볼 때 비로소 완성이 됩니다. 관객들은 서기보다 방석에 앉아서 마치 불상 앞에 엎드리듯 그림을 마주하는 행위의 동참을 통해 새로운 경험의 지평을 열게 됩니다.” 그의 말대로 작품 앞의 방석에 앉아 보았다. 그러자 훨씬 더 큰 감각과 지각의 해일이 카타르시스처럼 일어났다. 이런 특별한 시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역시 흙을 제대로 다루는 그의 작품의 힘이다. 김지아나는 이번 개인전이 올해 벌써 다섯 번째다.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곳(Creation and Extinction and Right There)’, 2021. 12. 16~2022. 1. 23, 서울 동대문 DDP 갤러리 문 △민성홍과의 2인전 ‘중첩된 표면(Overlapped Surfaces)’, 1.5~2.18, 서울 논현동 리나갤러리 △‘Colors inside colors’ 4. 26~5. 7, 서울 서초동 갤러리 컬러비트 △‘코나투스(CONATUS)-능동적 충동, 지속에 대한 지향’, 8. 25~9. 18, 부산 해운대 가나부산) △‘김지아나-흙의 시간, 빛의 기억’, 8. 31~9.30, 포스코미술관 초대전 등 연달아 작품전을 가졌다. 개최 일자가 확인해 주듯 그것도 거의 동시 개최다. 그가 얼마나 ‘핫한’ 작가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갤러리들이 그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이 정도 되면 몸이 온전한 것이 이상할 정도인데, 여기에 그는 벨기에에서 작품 제작과 개인전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벨기에에서 작업하다 몸의 이상증상 때문에 급히 귀국했는데, 쉴 겨를도 없이 9월 7일 또 출국한다. 가히 천하장사도 감당하기 힘든 연속 작업, ‘노가다’다. 아티스트와의 GV는 9월 6일, 9월 27일 두 차례 예정돼 있다. 김지아나는 27일의 GV를 위해 벨기에 작업을 이전까지 마치고 또 황급히 돌아와야 한다. 이런 살인적 스케줄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작품 앞 방석에 앉아 관조하는 그의 모습이 락슈미로 보였던 것이리라. 부산 해운대구 가나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개인전 ‘코나투스(CONATUS)-능동적 충동, 지속에 대한 지향’에서는 단색조 시리즈 3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 이름 ‘코나투스’는 범신론을 주장하는 스피노자의 사상에서 따왔다. 작가는 우리 삶 속 무수한 객체 하나하나도 그 자체로 ‘신의 형상’에 다름 아니며, 작품 속 조각 하나까지도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믿는다. 이번 전시에는 빛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작품의 진면목을 전시장에서도 보여주기 위해 미디어나 조명 연출에 신경을 썼다. 같은 컬러의 여러 작품에 다른 강도의 조명을 비춘다거나 다른 채도의 빛을 쏘아 구현하는 식이다. 또한 해운대 해수욕장 방향으로 난 통유리 전시장의 자연광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도 확인해볼 수 있다. 김지아나는 빛의 변화에 따라 일렁이는 물성(物性)의 변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니 거의 맹신도처럼 빛의 변화를 추종한다. 따라서 작품에 미세한 파동을 일으키며 변하는 색채의 감각을 추적하는 일은 몹시 즐겁고 행복하다. “어느 날은 꽃처럼 보이다가 다음 날엔 구름처럼 보이고, 또 다른 날엔 도시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제 작품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면 됩니다.” 캔버스 위에 올려진 무수한 조각들은 작가가 직접 구워낸 도자(포슬린)다. 도자는 단단하고 무거워 단순한 형태를 떠올리게 되지만, 그의 작품 속 도자 파편들은 가볍고 유려한 곡선이 우아하면서 미려하다. 조각을 올려 부조처럼 입체적인 형상은 단색조 화폭을 빛으로 다채롭게 꾸며낸다. “사실 작품 하나를 오래 본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제 작품은 공간에 들어오는 채광의 방향, 톤의 변화를 느끼며 길게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서울 포스코미술관 전시에서는 전시장 중앙에 가나부산 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설치작품이 놓여 있다. 그 설치작품은 언뜻 보면 마치 거미줄에 많은 거미들이 조밀조밀하게 앉아 있는 듯 보인다. 이 작품은 존재의 네트워크에 대한 그녀 심상이다. “우리의 존재는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의 ‘개개의 섬’들이죠. 그런 모습을 거미줄처럼 형상해 봤어요. 그래서 존재들을 잇는 와이어도 그냥 죽 이어진 줄이 아니라, 개개의 수많은 고리들이 연결된 황금고리를 사용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선은 그냥 줄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고리인 것이죠.” 김지아나는 미국 파슨스 스쿨에서 디자인을, 미국 몬트클레어 주립대 대학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귀국해서는 서울대 미술대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은 국내에서 위니아딤채 신사옥,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수원지방법원, 한국도자재단, 정부미술은행, 인당미술관, 수피아미술관, 오라미술관, 효성그룹, 오텍 캐리어, 대유 위니아, 광주요, 블랙스톤, 몽베르CC컨트리클럽, 가온소사이어티, 카랴반이에스, 트레이드타워(무역센터), 한국경제신문, 대구한의사신협, 삼기오토모티브 등 무수히 많다. 해외에서는 잉꺼(Yingge)도자박물관(대만), 빌라엉팡미술관(벨기에), 보고시안재단(벨기에), Societe Bic(프랑스), Celio(프랑스), 마르코폴로호텔(홍콩), Memorial Auditorium Show Room(미국), TROY(미국) 등이 있다. 작가 노트 :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며 생명의 근원인 흙” 흙을 고르고, 물에 섞고, 깨어 부수고, 떼어내고, 말리고, 굽고, 다시 부수고, 물에 씻고, 채에 치고, 바르고, 뿌리고, 세우는 과정들이 수없이 반복되는 나의 작업 과정은 기쁨, 행복, 아픔, 그리움, 슬픔, 시기, 질투, 분노, 우울, 정감, 감동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감정과 기억들로 이루어진 삶과 같다. 고온의 불(Fire)을 만나 오랜 시간 버텨낸 작은 포슬린(Porcelain) 조각들은 삶의 고단함을 견뎌낸 우리이며, 이 무수히 많은 조각들은 다시 시공간에서 관계를 만들고 사회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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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박은빈 “우영우, 성장 밑거름 됐죠”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신생 케이블 채널 ENA에서 ‘대박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한민국을 제대로 홀렸다.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주인공을 감싼 편견을 이야기하며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신드롬 탄생...박은빈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 신드롬’이 탄생했다. 신생 채널 ENA에서 선보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안방극장을 단숨에 휩쓸었다. 1996년에 아역부터 시작해 27년 차가 된 배우 박은빈이 이번 작품의 타이틀롤 우영우를 맡아 시청자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배우로서는 참 해내기 어려운 역할이겠다 싶어서 많이 두렵더라고요. 초반엔 이 좋은 작품을 잘해 낼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어요. 영우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거든요. 감독님도 작가님도 저를 믿어주시는 힘이 컸기 때문에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죠. 믿음에 보답해 드리고 싶은 배우로서의 마음과, 도전해 보고 싶은 모험 섞인 마음이 컸어요.” 이번 작품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은빈이 맡은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로 한번 본 글은 모두 외운다. 다만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편견에 맞서야만 하는 캐릭터다. “현실성과 비현실성 문제는 당연히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 갖고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장애라는 증상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개인적으로 방어적인 연기를 보여드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인물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간과하게 될까 봐 오히려 캐릭터에 있어서만큼은 우영우가 그 세계관 안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접근을 해보자는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우영우는 강점과 약점을 한몸에 지닌 인물이다. 탁월한 두뇌를 갖고 있지만 감각이 예민해 큰 소리에 쉽게 불안해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쉽게 공감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이상한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정도의 표현에 있어서 어려움은 있었죠. ‘우영우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걸 보여주기에 앞서서 ‘이상하다’라는 인상을 주면서도, 또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거든요. 극중 의뢰인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우영우를 소개하면서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시선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굉장히 어려운 과제였어요. 이상하면서도 이상하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 이것이 정말 심사숙고한 부분이었고요.” 배우가 연기를 함에 있어서 큰 고민을 안기는 것은 바로 장애를 표현하는 것이다. 자칫하면 희화화로 보일 수 있고, 실제 장애를 가진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박은빈 역시 “증상 정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제가 쓰는 캐릭터 노트에 우영우 증상의 정도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있어요(웃음). 이러한 연기를 한다는 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는 제 고민도 있고요.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희화화됐다고 느낄 수 있는 문제라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려고 했죠. 그래서 영우를 연기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영우의 진심을 파악해서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실제 자폐인 분이나, 가족들께 어느 정도의 양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영우를 연기하면서 진정성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심사숙고하면서, 가볍지 않게 접근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대형 로펌에 다니게 된 우영우의 성장기에 초점이 맞춰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현실의 벽에서 무너지는 모습과 편견 속에서 살아야 하는 모습이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영우가 출근 첫날 회전문으로 못 들어가잖아요. 일반 문은 다 잠겨 있었고요. 이건 영우 앞에 놓인 수많은 회전하는 관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준호를 통해 회전문 통과하는 리듬을 배우잖아요. 이건 영우의 세계에 누군가 발을 디딘 느낌이었고요. 영우는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했는데, 준호와 수연이의 도움으로 ‘너’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너’라는 존재를 신경 쓰잖아요. 이것 자체가 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27년 차 배우의 ‘우당탕탕 성장기’...“밑거름 된 작품” 작품 속에서 우영우의 별명은 ‘우당탕탕’이었다. 무슨 일을 처리하더라도 소란스럽게 한다는 뜻이 내포됐지만, 박은빈은 이 별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당탕탕 우영우’라는 별명을 좋아해요. 하하. 우당탕탕이 소란을 일으켜서라도 현 상황을 전복시키겠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드라마에서도 참 많은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이 나오잖아요. 영우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이상한 게 이상한 것 또한 아니죠. 과연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 반대되는 개념인 비정상은 어떤 것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쉽지 않은 인물을 연기해야 했기에 대본을 받은 순간부터 촬영에 임하고 끝내기까지 숱한 힘듦을 이겨내야만 했다. 자폐라는 장애가 박은빈이란 배우를 통해 귀엽게 그려진 부분에 대한 패러디가 나왔고, 장애를 희화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따라 하시는 분들이 비하를 목적으로 그러신 건 아니라 믿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우를 연기함에 있어서 굉장히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갔거든요. 그래서 영우는 그 세계관 안에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고요. 조금 더 간곡히 말씀드리자면 우영우를 사랑해 주시는 건 너무 감사하지만 외형을 따라 하고 말투를 따라 하는 패러디는 본인 의도와 달리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간 숱한 작품에 출연하며 캐릭터마다 사랑을 받았다. 27년을 배우로 활동하며 이번 ‘우영우’만큼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박은빈 역시 이번 작품에 대해 “행운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어요. ‘우영우’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지만 개인적으로 부담이 가장 컸던 작업이기도 해요. 끝까지 잘해 내자는 마음으로 악전고투했고요. 하하. 이렇게 서른이 넘어서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건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행운이었고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배워가는 것도 많아요. 교훈도 얻었고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을 실어주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준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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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김연아·공효진·아유미...연예계 퀸들 '웨딩마치' 러시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피겨 퀸 김연아부터 배우 공효진, 슈가 출신 방송인 아유미 등 대중의 사랑을 받은 스타들이 10월의 신부가 된다. 스포츠, 연기, 방송 등 여러 분야에서 오래도록 능력을 인정받은 여자 연예인들이 인생 2막을 준비하며 연예계에 경사가 이어지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선수 김연아(32)가 포레스텔라 멤버이자 성악가, 크로스오버 가수 고우림(27)과 10월에 결혼한다. 고우림 측은 지난 7월 25일 결혼 소식을 알렸으며 구체적 예식 장소와 날짜에 대해선 함구했다. 고우림과 김연아는 지난 2018년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 축하 무대에서 처음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후 3년 여간의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두 사람은 열애 사실과 함께 바로 결혼 예정임을 알리며 굳건한 애정을 과시했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금메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후 ‘2014 올댓스케이트 아이스 쇼’를 끝으로 공식 은퇴했다. ‘피겨 퀸’의 배우자로 낙점된 고우림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성악가로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2에서 우승했고, 묵직하고 부드러운 음색과 탄탄한 가창력으로 사랑받고 있다. 김연아가 국민적 사랑을 받은 국가대표 피겨 퀸이자 두 번의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만큼 둘의 결합을 둘러싼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결혼 소식이 전해진 후 김연아가 과거 가평에 마련한 별장의 존재가 뒤늦게 화제를 모은 게 대표적이다. 최근 Mnet ‘TMI NEWS SHOW’에서는 ‘거기 어때? 스타들의 탐나는 세컨하우스 BEST 10’이라는 주제로 김연아의 가평 세컨하우스를 소개했다. 김연아는 경기도 가평에 2014년 12월 약 217평의 대지를 구입, 공사에도 직접 참여해 2016년 별장을 완공했다. 면적 84평에 총 3층 건물로서 1층은 주차장으로, 2~3층은 주택으로 사용 중이다. ‘TMI NEWS SHOW’는 “창문 밖으로는 청평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김연아의 세컨하우스는 약 6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김연아의 예비신랑 고우림에게 쏟아지는 관심도 뜨겁다. 특히 그는 김연아와 교제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이미 유명세가 대단한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로 활동해 왔다. 지난 9월 2일엔 그가 속한 그룹이 2년 연속 ‘2022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2년 연속 크로스오버 그룹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밖에 포레스텔라는 JTBC ‘팬텀싱어2’ 우승 당시부터 폭넓은 활동을 펼쳐온 것은 물론 팬들의 뜨거운 티켓팅 열기로 매회 콘서트가 매진되는 인기 그룹 중 하나다. 올해는 첫 번째 미니앨범 ‘The Beginning : World Tree (더 비기닝 : 월드 트리)’를 발매하고 동명의 전국투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KBS 2TV ‘불후의 명곡’ 5연속 왕중왕전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추가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힐링 리얼리티 ‘숲속의 포레시피’를 공개했으며, 10월부터는 일본 TV에서도 방영된다. 또 단독 미주 투어 등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다. 20년 넘게 섬세한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배우 공효진도 10살 연하의 가수 케빈오와 10월에 결혼한다. 소속사는 “두 사람의 뜻에 따라 양가 친지들만 모시고 비공개로 진행된다”면서 예식 일정과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앞서 공효진은 지난 3월 동료 배우 손예진과 현빈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으며 케빈오와의 열애 사실이 공개됐다. 케빈오는 이후 팬카페를 통해 “멋진 사람을 만나 예쁜 연애를 하고 있다”고 공효진과의 만남을 인정했다. 그리곤 서울이 아닌, 자신이 태어나고 가족이 있는 미국 뉴욕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임을 알렸다. 공효진은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해 드라마 ‘파스타’ ‘최고의 사랑’ ‘질투의 화신’ ‘동백꽃 필 무렵’, 영화 ‘미쓰 홍당무’ ‘러브픽션’ ‘미씽: 사라진 여자’ ‘뺑반’ ‘가장 보통의 연애’ 등 다양한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로 사랑받았다. 2019년 ‘동백꽃 필 무렵’으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케빈오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아이비리그 사립대학인 다트머스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화려한 학력으로 주목받았다. 2015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7’ 우승자로 2017년 EP 앨범 ‘Stardust’를 통해 정식 데뷔해 음악 활동을 이어 왔다. 2019년에는 JTBC 밴드 오디션 ‘슈퍼밴드’에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공효진과 케빈오가 뉴욕에서 결혼한다는 소식과 함께 그의 뉴욕 자택 역시 다시금 화제가 됐다. 케빈오는 지난 2020년 2월 발매한 싱글 ‘Anytime, Anywhere’의 뮤직비디오에서 실제로 가족이 살고 있는 자택의 풍경을 담았다. 널찍한 내부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한 공간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걸그룹 슈가 출신 아유미도 10월의 신부가 된다. 소속사 본부이엔티는 “아유미가 10월 30일 두 살 연상의 비연예인과 서울 모처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소중한 인연을 만나 평생을 함께하게 됐으니 기쁜 마음으로 축복해 주시기 바란다”고 알렸다. 아유미는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 한국인 3세 출신 가수다. 지난 2002년 슈가 1집 ‘텔 미 와이’로 데뷔, ‘큐티 하니’ 등을 발표하며 엉뚱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FC 탑걸 팀의 골키퍼로 활약 중이다. 이 밖에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 고우리, 배우 윤진이도 10월 결혼 소식을 알리며 연예계의 경사가 이어졌다. 고우리는 10월 3일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5살 연상의 남성 A 씨와 결혼한다. 예비신랑은 현재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김연아, 공효진과 마찬가지로 스몰 웨딩 방식으로 가족과 가까운 지인 50여 명만 초대해 비공개로 결혼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우리는 2009년 레인보우로 데뷔했으며 배우로 전향한 후 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 ‘여신강림’ 등에 출연했다. 결혼 이후에도 연기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며, 촬영을 마친 HBO 맥스 드라마 ‘멘탈리스트’가 올해 중 공개된다. 배우 윤진이는 10월 22일 서울 모처에서 4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결혼한다. 예비신랑은 금융인으로 알려졌으며, 1년 열애의 결실을 맺게 됐다. 윤진이는 2012년 SBS ‘신사의 품격’으로 데뷔했으며 당시 임메아리 역할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KBS 2TV ‘연애의 발견’, ‘하나뿐인 내편’ 등에 출연했고 ‘신사와 아가씨’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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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72년생 : 70%, 품대운세 80% 84년생 : 90%, 횡재운세 60% 96년생 : 80%, 금융운세 80% ◆소띠(丑) 61년생 : 80%, 주식운세 90% 73년생 : 80%, 금융운세 80% 85년생 : 80%, 품대운세 90% 97년생 : 80%, 품대운세 80% ◆범띠(寅) 62년생 : 90%, 증여운세 90% 74년생 : 70%, 부정기운세 60% 86년생 : 80%, 횡재운세 60% 98년생 : 50%, 상속운세 50% ◆토끼띠(卯) 63년생 : 90%, 상속운세 60% 75년생 : 90%, 금융운세 90% 87년생 : 80%, 금융운세 90% 99년생 : 90%, 문화운세 90% ◆용띠(辰) 64년생 : 80%, 증여운세 80% 76년생 : 60%, 주식운세 70% 88년생 : 90%, 횡재운세 90% 00년생 : 70%, 금융운세 90% ◆뱀띠(巳) 65년생 : 90%, 품대운세 90% 77년생 : 80%, 금융운세 60% 89년생 : 70%, 문화운세 90% 01년생 : 80%, 부정기 수입 운세 70% ◆말띠(午) 66년생 : 40%, 주식운세 60% 78년생 : 60%, 금융운세 70% 90년생 : 80%, 금융운세 80% ◆양띠(未) 67년생 : 90%, 문화운세 40% 79년생 : 70%, 횡재운세 70% 91년생 : 80%, 금융운세 9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주식운세 90% 80년생 : 80%, 문화운세 90% 92년생 : 70%, 주식운세 70% ◆닭띠(酉) 69년생 : 70%, 상속운세 70% 81년생 : 90%, 문화운세 60% 93년생 : 90%, 주식운세 90% ◆개띠(戌) 70년생 : 60%, 횡재운세 70% 82년생 : 60%, 주식운세 80% 94년생 : 70%, 주식운세 70% ◆돼지띠(亥) 71년생 : 40%, 증여운세 60% 83년생 : 70%, 횡재운세 50% 95년생 : 90%, 상속운세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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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호

백자 달항아리 인기...컬렉터들 새 관심품목 부상

미니멀한 추상성, 현대 미감에 맞아 인기 RM 등 셀럽이 수집하며 화제...‘달멍’도 유행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밤하늘에 둥실 뜬 보름달처럼 뽀얗고 넉넉한 백자 달항아리가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인기다. 백자 달항아리는 일찍이 미술사가, 화가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았던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개척자인 김환기, 도상봉, 윤형근 화백 같은 이들은 백자 달항아리를 여러 점 소장하고, 그림 속에 담아내기도 했다. 백자 달항아리는 높이가 45~50cm 이상인 원형의 큰 백자를 가리킨다. 조선 17세기 후반~18세기에 주로 만들어진 달항아리의 원래 이름은 ‘백자대호’다. 순백색에 커다란 원형이란 뜻이다. 그러다 ‘달항아리’라는 멋진 별칭이 부여되며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갔다. 원형의 백자대호는 중국과 일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도자기여서 외국에서는 ‘한국의 고유한 미감을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꼽혀 왔다. 영국 브리티시뮤지엄을 비롯해 호주 빅토리아박물관 등 전 세계 뮤지엄들이 백자 달항아리를 소장하고 한국실 가장 중요한 자리에 전시하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조선의 달항아리는 특급 대우를 받는다. 지금까지 국내외 경매에서 조선시대 만들어진 달항아리는 크기와 상태에 따라 10억~35억원에 거래됐다. 그중 높이 45cm 이상의 A급 백자는 20억~35억원을 호가한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물론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에도 달항아리는 인기 품목이다. 외국에서도 수집을 원하는 개인과 기관(박물관)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백자 달항아리는 45cm 이상의 명품 백자의 경우 온전하게 전해지는 것이 많지 않다. 워낙 크기가 커서 보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제작 또한 까다로워 당시에도 궁중과 귀족 가문에서만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완벽한 형태로 전해지는 명품 달항아리 숫자가 적다 보니 앞으로 가격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글로벌 경매시장에서 중국의 명품 도자기는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데 비해 한국 도자기는 아직도 가격이 저평가된 상태여서 향후 가격 상승의 여지가 크다. 한편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현대의 달항아리들도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지난 1980~90년대에도 달항아리 팬들은 있었다. 박영숙의 백자 달항아리는 고가임에도 눈 밝은 마니아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마니아 층이 크게 확산됐다. 대중 사이에 폭넓게 화제를 모으는 것과 동시에, 슈퍼 컬렉터들 사이에선 ‘소장각’으로 부상 중이다. 백자 달항아리를 만드는 도예가 중에는 박영숙, 권대섭, 강민수, 길상, 김동준 등이 유명 작가로 통한다. 그중에서도 권대섭(70)이 단연 인기 주자다. 권대섭의 달항아리는 요즘 수집가들 사이에 ‘한 점쯤 꼭 갖고 있어야 할 아이템’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권대섭 열풍에 힘입어 길상, 김동준의 백자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권대섭 달항아리의 인기는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의 조현화랑이 개최한 전시회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전시에 출품된 달항아리는 총 11점이었는데 개막하자마자 완판됐다. 그의 백자를 기다려온 컬렉터들이 앞다퉈 갤러리를 찾아 곧바로 구입했던 것. 대부분 높이 55cm 안팎의 대형 백자였다. 조현 대표는 “권대섭 작가가 한 해 동안 빚어내는 달항아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최상의 고령토만을 고집해 까다롭게 만들고, 전통 장작가마에서 구워내기 때문이다. 특히 55㎝ 높이의 대형 달항아리는 만들기가 어려워 3년 전 작가에게 전시를 제안하고, 완성작이 나올 때마다 한두 점씩 모아 비로소 초대전을 꾸릴 수 있었다”며 “전시작 11점 중 9점이 팔렸는데 2점은 처음부터 해외 전시를 위해 ‘비매’로 부쳤다. 외국에 우리 현대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권대섭이 달항아리를 만드는 데는 꼬박 한 달이 소요된다. 모양을 성형해 건조하고 섭씨 900도로 초벌을, 1300도로 재벌을 한 뒤 장작가마에 넣는다. 3개를 넣으면 1개를 건질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좋은 작품이 탄생하기란 어렵다. 불과 흙, 공기와 시간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한 달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조현 대표는 “더 많은 이들에게 권대섭 달항아리의 아름다움과 현대성을 보여주고자 전시를 열었는데 부산, 영남권은 물론 서울 등 전국에서 관람객이 모여들었다”며 “권대섭 백자는 일반 컬렉터뿐 아니라 화랑주, 비평가 등 미술계 종사자들이 더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다. 앞으로는 그 미감을 알아보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섭이 빚은 달항아리는 지난 2018년 10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 1만8000파운드(약 2600만원)의 3배에 가까운 5만2500파운드(약 7700만원)에 낙찰됐다. 크리스티 관계자도 예상치 못했던 높은 낙찰가였는데 동양의 우아한 절제미와 서양의 미니멀리즘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것이 경합의 요인이었다. 권대섭 백자의 매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갤러리서미를 운영했던 홍송원 대표다. 홍 대표는 2004년부터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디자인페어’에 권대섭 백자를 여러 차례 출품하며 글로벌 무대에 소개했다. 그다음 주자가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다. 박 대표는 2019년 용산 이태원으로 화랑을 옮기면서 새 공간의 첫 작가로 권대섭을 택해 초대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미술계에 큰 화제를 뿌리며 성황을 이뤘다. 최고의 미술 인플루언서인 RM도 전시를 관람한 뒤 달항아리 1점을 구매했다. RM은 권대섭의 경기도 광주 작업실까지 방문했는가 하면,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사들인 달항아리를 끌어안고 감격해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박여숙화랑은 2020년에는 ‘권대섭 사발전’을 열며 권대섭 열풍을 견인했다. 서울 삼청로의 PKM갤러리 또한 2021년 ‘타임 인 스페이스: 더 라이프스타일’전을 열며 권대섭의 달항아리를 선보였고, 성수동의 갤러리구조도 권대섭의 달항아리 전시를 가졌다. 이렇듯 권대섭은 우리 미술계에서 조선백자의 전통에 기반하되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불리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렇다면 왜 미술팬들은 권대섭 달항아리에 열광하는 걸까. 그 요체는 현대성과 세련된 미감에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달항아리들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굽의 높이, 어깨와 허리의 곡선, 색감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미술평론가 윤익영은 “권대섭 작품은 백자의 기술과 정신이 녹아든 명품이다. 백자의 현대성이 오늘날의 미니멀리즘 예술과 얼맞고, 전통과 현대의 교차로에서 만나고 있다”고 평했다. 권대섭의 백자는 모든 번잡스러운 것들을 덜어낸 ‘무심’에 가까운 그릇이자 고도의 추상성을 품고 있어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그의 달항아리는 흰색이 아니라 우윳빛에 가깝고 실제 달처럼 살짝 기울어 매력적이다. 단순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달항아리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최근에는 그 흐름이 더 확산돼 고영훈, 강익중, 최영욱(회화), 구본창(사진), 정광호(조각) 등이 달항아리를 테마로 작업을 펼치며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의 도예 거장 버나드 리치는 조선 백자대호를 구입하면서 “행복을 안고 갑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설계하며 달항아리 미학을 끌어들였다. 이처럼 달항아리 마니아들이 늘자 국립중앙박물관은 도자전시실에 달항아리 감상 공간을 새로 조성했다.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높이 41㎝)를 중심에 놓고, 벽면에는 이인문의 ‘눈 속에서 벗을 찾아가다’, 김수철의 ‘매화서옥도’ 등 19세기 걸작 회화 4점을 영상으로 상영 중이다. 그야말로 ‘달멍’(달을 멍하게 바라봄)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이수경 학예연구관은 “담백한 방에서 순백색 달항아리를 마주하며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연출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했다. 이제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미술수집가들에게는 ‘언젠가는 꼭 한 점 갖고 싶은 아이템’이 됐다. 절제된 아름다움은 시공을 초월하며 오래 사랑받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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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이정재 감독, 첩보 액션으로 시대를 묻다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배우 이정재가 영화 ‘헌트’로 첫 감독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1994년 배우로 데뷔한 지 28년 만의 첫 연출작이자 동료 정우성과는 1999년 ‘태양은 없다’ 동반 출연 이후 24년 만의 재회다. 이정재 감독은 영화 ‘헌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길었던 준비 과정과 결과물을 마주하는 소감을 얘기했다. 수차례 포기하고 놓고 싶었지만 끝까지 해냈다는 데서 그는 조금은 만족스러운 안도감을 표했다. 이정재는 감독으로서 한국사를 관통하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향한 문제의식과 완성도 높은 액션, 고도의 심리전을 영화에 모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불행한 한국 정치사 목도...끄는 이정재, 미는 정우성 “영화 보신 분들의 평이 나쁘지 않아요. 첫 번째로는 우성 씨와 제가 같이 출연하는 것에 반가움이 많은 듯해요. 그게 제일 기뻐요. 영화인 중엔 사실 ‘태양은 없다’ 이후로 언제 또 너희 둘이 영화 할 거야, 같이 한 번 찍고 싶다는 분도 많았어요. 아직도 저희 둘이 뭔가를 한다는 것에 관심 가져주고 응원을 해주시는 걸 고스란히 느끼고 있죠.” ‘헌트’에서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하고 의심한다. 자연스레 영화를 관통하는 긴장감과 묘한 심리전이 이 영화의 주요 감정 선과 톤을 이룬다. “난 네가 반드시 동림이라고 생각해” 등의 대사에서도 미묘하게 어긋난 듯한 표현이 등장하기도 한다. “두 시간에 담아야 하는 대사와 장면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요. 대사에서 느껴질 수 있는 의미와 뉘앙스를 더 복합적으로 만들고 싶었죠. 그간 영화에서 연기하면서 제가 늘 하고 싶었던 거고, 한 장면이 단선적으로만 보이게 되는 것을 지양하고 복합적으로 보이게끔 시도해 왔어요. 연기하며 고수해 온 저의 스타일, 방식들이 글 작업을 하면서도 반영됐죠. 한 신에서 요구하는 정보와 볼거리와 감정들을 다양하게 섞이게끔 자연스레 작업했어요.” 이정재 감독에 따르면 ‘헌트’의 초고 판권을 구매할 당시엔 ‘남산’이라는 제목의 박평호 원톱 주연 영화였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 배우인 정우성과 함께하고 싶단 생각에 박평호, 김정도의 투톱 구조로 시나리오를 직접 고쳤다. 당초 제작만 하려던 그의 생각과 달리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연출로 나선 데엔 긴 과정과 남다른 각오가 필요했다. “초고에서 주제를 고치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면 상당 부분의 이야기를 수정해야 했어요. 그걸 해주실 감독님들을 찾았고 많은 분들을 만났지만 함께하지는 못하게 됐죠. 그러면서 이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하면서 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게 시나리오화됐어요. 주제가 바뀌면서 인물 구성과 관계도가 바뀌다 보니까 이야기 전체가 바뀌었죠. 초고에선 평호가 원톱 주연이고 대학생 유정과의 관계도 잠자리를 함께하는 설정이 있었어요. 방주경이란 역도 두 신 정도만 나오는 작은 인물이었고요. 새로운 인물들을 추가하면서 주제로 가는 방향, 평호-정도 사이 텐션을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됐죠. 그 결과 지금의 ‘헌트’가 나왔어요.” 특히 엄혹한 시절이던 80년대를 배경으로 안기부 요원들이 등장하는 첩보물을 구상한 그는 주제의식을 강조했다. 사실 그가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또 노골적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되짚는 소재를 첫 연출작에서 다룰 거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사실 근 몇 년 동안에 이렇게 나라 전체가 양 극단으로 나뉘어 분쟁하는 모습은 아주 어릴 때가 아니면 잘 보지 못했던 현상이란 생각을 했어요. 누가 이렇게 나눠놨을까, 우리 가치관이나 신념이 누구에 의해서 생성된 것은 아닌가, 그러면서 분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죠. 왜 이런 문제를 갖고 왜 화합을 하지 못할까 주제를 잡게 됐어요. 더 이념적인 성격이 강한 군인 쪽 인물과 북한 쪽 인물을 설정하고 이념 대립이 가장 치열했던,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가공해서 재생산하는 시대로 80년도를 가져왔죠. 초고에서 80년대 배경이었지만 현대 버전으로 바꾸는 게 어떤가 해서 그 버전으로 쓴 것도 있어요. 하지만 시나리오 수정하는 기간 계속해서 우리 사회의 뉴스들을 보게 됐을 땐 다시 80년대로 가야겠다 맘을 먹게 됐죠.” ‘오징어 게임’과 감독 데뷔 거치며, 연륜의 무게 고민 무려 20년 넘게 연기자로만 영화 작업을 하다가 신인 감독으로 첫 연출작에다 무거운 주제까지. 당연히 부담스러웠을 법했다. 이정재 감독은 “감히 엄두가 안 났었다”고 작업 당시를 떠올렸다. “그래서 훌륭한 글을 쓰고 연출할 감독님들을 오래도록 찾았어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도 많이 했었고, 중간에 너무 어려워서 포기도 수차례 했죠. 그래도 자료를 좀 더 찾고 신빙성을 크로스체크해 가면서 ‘이런 뉴스들은 인물이나 상황에 잘 녹여낸다면 좀 더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고 더 많이 찾아보고 기댈 곳을 찾으려 애썼죠. 안기부에서 당시에 어떤 일들을 중요하게 수행했는지, 또 실제로 80년도에 남산이나 일본 지부에서 활동한 실존 인물들 인터뷰를 계속 했어요. 영화 초반의 대통령 당시 미국 순방 기록들도요. LA, 뉴욕, 워싱턴 계속 다니면서 강렬하게 시위를 했던 사진들을 봤을 땐 이건 영화에 잘 좀 써야겠다 싶었죠.” ‘헌트’는 현실과 완전히 부합하진 않지만 현실이 반영된 부분도 있다. 이정재 감독은 “제일 중요한 건 ‘이 두 인물이 갖고 있는 목적성이 과연 정의로운가, 또 그 정의로움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가’였다”고 부연했다. 안기부 요원들이 주축인 첩보물에서 만나는 액션과 80년대로 상정한 배경 사이의 상충도 늘 선택이 필요한 문제였다. “지금 80년대 배경을 찍을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상당 부분을 새로 지어야 했고 미술적 세팅을 해야 했죠. 단 한 곳도 쉽게 촬영한 장소가 없었어요.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미술적으로 혹은 카메라 앵글을 어느 정도 화각을 놓고 촬영할지에 대한 회의를 끊임없이 했죠. 액션을 한정된 실내 공간에서만 하면 굉장히 답답하게 보일 수 있으니까요. 초반 부분은 요 정도의 액션으로, 두 번째는 조금 더 임팩트 강한 장소, 그 뒤로는 아이디어적으로 눈에 띄는 액션, 또 스케일을 겸비한 액션들을 선보이자. 이런 것들을 초기 시나리오 작업부터 잡아나갔죠. 그래야 미리 스태프 분들이 보고 준비를 하거나, 안 되는 건 분명히 주지시켜 줄 테니까요. 그런 과정들이 굉장히 반복적으로 이뤄졌어요.” 이정재 감독은 ‘헌트’가 여러모로 배우 이정재로선 모험이자 도전이었음을 인정했다. 배우로서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고, 주제나 만듦새나 완성도에 대한 고민과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맥락에서 동료 정우성 역시 같은 우려를 했기에 삼고초려 끝에 함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극의 주제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고 엔딩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슬며시 스며들어 전달될까 고민했죠. 우성 씨도 마음으론 ‘연출을 결심했으면 연출만 해도 쉽지 않은 건데 우리 둘의 출연에 대한 갈증과 충족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거였죠. 또 다른 큰 하나의 숙제니까요. 다 한 방에 해결하겠다는 건 사실상 너무 욕심 아니냐, 너무 과한 거 아니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저도 많은 감독님을 만났던 거고요. 어쨌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은 시나리오로 선택을 받게 돼요. 워낙 친분이 있는 건 많은 분들이 아시다 보니 시나리오나 프로젝트 자체가 미흡하더라도 너희는 친하니까 그냥 하는 거잖아, 하실 수도 있어요. 저흰 절대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웃음) 지난해 ‘오징어게임’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전부터도 이정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였다. 이후 꽤나 다른 주목도와 삶을 또 접하게 된 이 시점에서 이정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하는 역할을 소박하게나마 언급했다.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고 바로 ‘헌트’로 칸에 입성하는 과정엔 운과 타이밍이 따랐지만 분명히 이정재 감독이 영화계에서 지어온 발자취가 결실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이 기회와 용기를 모두가 갖길 바랐다. “예전엔 연기자가 무슨 연출이야, 연출자가 무슨 제작이야 하는 얘기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멀티로 할 수 있는 때가 됐기 때문에 충분히 다 할 수 있단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긴 했어요. 이제는 ‘저도 하는데 누군들 못하겠나’ 싶어요. 상 받고 문자 오면 ‘이제 당신 차례야’라고 말해요. 내가 잘나서, 잘할 수 있어서 한 게 아니라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게 꽤 중요한 우리 사회의 큰 희망 혹은 용기로 다가오지 않을까 해요. 서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고 용기를 내서 뭔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문화가 영화계 안에서 먼저 시작돼서 많이 확산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게 제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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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는 K팝 영역…엔터사, 게임사업 진출 러시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가수들의 음원으로 시작됐던 게임이 이제는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으로 확대됐다. 방탄소년단부터 김호중까지 국내외에서 사랑받고 있는 아티스트를 보유한 엔터업계가 게임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인더섬 with BTS’...방탄소년단 기획·개발 참여 지난 6월 28일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 산하 인터랙티브 미디어 사업조직 ‘하이브 IM’에서 자체 개발 모바일게임 ‘인더섬 with BTS’를 출시했다. 이는 섬 안에서 펼쳐지는 귀여운 방탄소년단 캐릭터 간의 상호 작용 등이 특징인 퍼즐 게임이다. 방탄소년단의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인 만큼 멤버들이 직접 게임 기획 및 개발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열광했다. ‘인더섬’은 정식 출시된 후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했고, 출시 사흘 만에 일일 사용자 수(DAU) 200만명을 돌파했다. 또 출시 12일 만인 지난 7월 10일에는 누적가입자 수 500만명을 달성했고, 구글 스토어와 애플 앱 스토어에서 각각 5점 만점에 평점 4.8점과 4.7점을 기록하는 등 높은 유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8월 3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더섬’의 성과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누적가입자 수는 600만명을 넘겼고, DAU는 최고 215만명에 달한다. 특히 미국, 일본 등 해외 이용자 비중이 96%로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여기에 멤버들이 직접 기획 및 개발에 참여한 만큼 게임 곳곳에는 방탄소년단의 참여 요소가 팬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슈가는 게임에서 플레이되는 ‘아워 아일랜드(Our Island)’를 직접 프로듀싱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인더섬’의 경우 단순히 멤버들이 게임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을 넘어서 로고와 캐릭터 디자인, BGM 등에 참여하면서 팬들의 참여 욕구를 자극했다. 소속사 하이브 역시 멤버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과정을 부가 콘텐츠로 공개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화보도 게임에서 확인...“성장가능성 큰 분야”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트로트계 파바로티’로 불리는 김호중의 IP를 활용한 게임 ‘스타웨이 김호중’도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타웨이 김호중’은 같은 블록을 3개 이상 연결해 진행되는 매치 3퍼즐 장르 게임으로서 전 연령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김호중의 다양한 화보가 해금돼 게임 내에서 볼 수 있어 팬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게임 제작사 스노우볼스는 김호중의 IP를 제대로 활용했다.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김호중의 초상이 담긴 카드들은 각기 다른 스킬이 있어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유저가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해 나만의 카드로 생성할 수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 엔터업계가 게임 산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많은 한류스타와 음원을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게임개발사 달콤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모바일 리듬게임 ‘슈퍼스타 SM타운’을 출시했다. 해당 게임에는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 소속 아티스트 음악만으로 구성돼 있다. 또 지난 7월 20일부터 출시 8주년을 맞아 아티스트의 한정 테마 카드를 선보여 수집과 참여 욕구를 자극했다. 달콤소프트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YG, JYP, 울림, FNC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음원을 활용한 리듬게임을 선보이면서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엔터업계가 게임 산업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을 즐길 팬이 확보됐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팬들 입장에서는 아티스트가 보유한 세계관을 게임으로 그대로 가져와 더욱 돈독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엔터업계는 아티스트의 IP를 이용한 사업 다각화로 음악 레이블에만 얽매이지 않고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며 “게임 분야는 이제 막 시장 개척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으로, 음원을 활용하는 리듬 게임에서 세계관을 활용하는 스토리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 분야의 경우 메타버스와도 접점을 이뤄 사업을 전개할 여지를 볼 때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커질 수 있다. 다만 다양한 도전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음악,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도 업계가 자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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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호

청자에 화사한 봄꽃 가득... 도예가 최수진의 '청춘예찬'

| 조용준 논설위원 digibobos@newspim.com 청자에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났다. 그 종류도 여러 가지다. 자목련, 백목련, 벚꽃, 양귀비... 기실 최수진 개인 도예전 ‘靑瓷에 春을 그리다’는 지난 5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 열렸다. 그래서 작가는 일부러 작품 도록 제목의 ‘靑’자와 ‘春’를 더 크게 써서 아래 위로 읽히게끔 배치해 놓았다. 따라서 전시 제목은 ‘청자에 청춘을 그리다’라고도 읽힌다. 봄은 청춘이고, 청춘은 역시 봄꽃처럼 화사하다. 그런데 최수진 도예전의 여파는 봄에만 머물지 않고 이 뜨거운 여름에도 계속 진행 중이다. 봄꽃을 넣은 최수진 청자의 매력이 알음알음 알려져 여기저기서 작품 구입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7월 말에 코엑스에서 열린 ‘2022 경기도자페어&핸드아티코리아’에서도 최수진 부스는 문전성시, 작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도자 갤러리 ‘살롱 드 화려(華麗)’에서는 아예 최수진 작가의 상설전을 열고 있다. 차와 도자기에 대한 살롱 클라스를 진행하기도 하는 이 갤러리는 특별히 한 공간을 할애해 최 작가의 찻잔이나 다관 등을 진열하고 상설 판매도 하기 시작했다. 최수진 도예전 ‘靑瓷에 春을 그리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봄을, 청춘을 느끼게 해준다. 청자에서 삶의 환희가 피어난다. 그러나 우리 삶의 환희가 어디 봄에만 피어나는 것일까. 여름이면 더 파릇파릇 생명력의 물기가 오르지 않던가. 우리에게 청자는 오랫동안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자기였다. 청자의 색깔도 박물관 청자의 색만 비색인 줄로 여겼다. 그래서 우리에게 청자는 고색창연한 물건이다. 아름답지만 뭔가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자기였다. 대개는 현대적으로 재현한 청자도 무늬가 대부분 상감으로 구현돼서 나이 많은 어르신의 감각에 어울릴 듯한 물건이라는 선입견이 먼저 다가왔다. 또 하나, 청자에는 흔히 균열이 있다. 이를 빙렬(氷裂)이라고 한다. 빙렬은 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굽는 일이 끝난 다음 자기가 식기 시작하면서 태토(질)와 유약의 수축도가 달라서 생긴다. 유약이 녹은 유리질에 금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청자에 빙렬이 없으면 청자가 아니라는 고정관념도 생겼다. 그러나 청자에 꼭 빙렬이 있어야만 할까. 빙렬이 없는 청자가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을까. 최수진의 청자에는 빙렬이 없다. 최수진은 일부러 빙렬을 만들지 않는다. 그가 추구하는 미적 세계에 빙렬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청자에는 꼭 빙렬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도 오래된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청자에 화사한 꽃들을 넣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최수진은 그가 원하는 발색(發色)을 위해 모든 작품을 다섯 번 이상씩 구웠다. 한두 번의 굽기로는 색이 연해서 제대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색을 얻기 위해 일일이 다섯 번 이상 굽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니 자그마한 잔 하나라고 만만히 여길 것이 아니다. 도자기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이 왕왕 최수진 청자에 대해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비색(翡色·청자에서 나타나는 엷은 녹색 혹은 청색)은 무엇인가?”그러면 최수진은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내 마음의 비색이 바로 비색이다.” 최수진은 청자에 온전한 꽃을 피워내기 이전, 음각의 꽃 수술에만 릴리프(relief·조각에서 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 따위를 도드라지게 새기는 일)로 노란색 포인트를 주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아주 작은 부분만 노란색 강조점을 주면 작품 전체가 놀랍도록 화사해지고, 그 릴리프가 없느냐 있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타났다. 그런 강조 포인트는 이번에 전시한 거의 모든 작품에도 등장한다. 무늬의 한 부분을 돋을새김으로 강조해 만지면 매끄럽지 않고 까칠한 느낌을 주는 작업을 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고집과 정성을 대변한다. 작품에 하나라도 더 심미성에 ‘감각의 즐거움’을 더한 것이다. 사실 청자에 꽃 그림을 그려 넣는 일은 서양의 ‘포슬린 페인팅(porcelain painting)’ 기법이다. 최수진은 청자에 꽃을 넣기 위해 오래전부터 이를 따로 익혀 왔다. 지난 2019년 11월에 열었던 4번째 개인전 ‘청자, 꽃을 피우다’는 어찌 보면 청자에 꽃을 넣겠다는 방향성만을 잡은 것인지 모른다. 꽃 작업에 대한 선언이자 프롤로그였다고나 할까. 그러니 좀 더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진정한 꽃작업은 이번이 출발이다. @img4 봄꽃이 시작이었고, 여름꽃이나 가을의 단풍, 겨울 자작나무가 청자에 등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 그의 작업은 매우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공장에서 모듈로 찍어내듯 작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또 한 번의 개인전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의 다음 작품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최수진은 단국대 도예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현재 박사 과정 재학 중이다. 도예학과 외래교수로도 출강하고 있다. 이번이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어렸을 적부터 점토로 무엇인가 조물딱조물딱 만들기를 좋아했던 소녀의 꿈이 꽃이 화사하게 피어난, 정말 훌륭한 청자 작품을 만들어냈다. 최수진은 최근 제1회 경상북도 우리그릇 전국공모전에서 청자 다관으로 특선을 수상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제21회 사발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8월 25일부터 28일까지는 이탈리아 마투레스에서 열리는 여류 도예가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9월 이탈리아 파엔차 비엔날레의 전시도 앞두고 있다. 최수진은 지금 한창 봄날이다. “흙은 나를 표현해 주는 또 하나의 일상이다. 그중 화려하면서도 따스함을 지닌 청자는 단연 내가 닮고 싶은 삶의 기준이고, 매번 나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준다. 사람들은 흔히 일이나 현상이 무르익게 되거나 번성하게 됨을 지칭할 때 ‘꽃을 피우다’라고 말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찬란한 꽃을 피웠던 청자가 이 시대에 나의 손끝에서 다시 피워나길 꿈꿔 본다.” -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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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호

‘계란 후라이’로 피운 꽃나무 최현주 개인전 ‘상상의 기억’

| 조용준 논설위원 digibobos@newspim.com 그림 제목이 ‘마릴린 먼로를 사랑하는 스파이더맨’이다. 그런데 막상 그림을 보면 계란 후라이 꽃이 활짝 피어난 나무다. 이 묘한 조합은 대체 무엇인지. 갤러리 마리(서울 종로구 경희궁 1길)가 7월 5일부터 8월 5일까지 최현주 개인전 ‘상상의 기억’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평범한 물체로 구성된 사물들을 통해 마음속 깊이 잠재해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해방시키고자 한다. 스파이더맨은 사랑하는 마릴린 먼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벚꽃나무에서 그네를 타고, 고무 오리는 잎이 무성한 호수의 귀족이 되고, 계란들은 생명과 재탄생의 상징이 된다. 이는 꿈속에서나 가능한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억압된 무의식, 현실적인 연상을 뛰어넘어 불가사의한 것, 비합리적인 것, 우연한 것, 환상적인 것에 무제한적인 도전을 하는 듯하다 우리는 전시에서 사물에 대한 각성과 세상 속에서의 우리의 겸허한 위치를 느끼는 동시에 탄생과 재생이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된다. 난데없이 등장하는, 매우 당황스러운 오브제인 계란 후라이들(더구나 계란 후라이로 이루어진 꽃나무나 부케라니!)은 매우 뜬금스럽기도 하지만, 최연주 그림에서는 여러 기능을 하고 또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삽입돼 재탄생의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부화되지 않은 형태의 알은 정의할 수 없는 잠재력,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생명력을 나타낸다. 이 알들은 생명의 근원이자 활력의 표현이며, 명확한 기능을 가짐과 동시에 계속해서 정체성이 진화해 나가는 상태를 표현한다. 즉, 이들은 정의되지 않은 잠재력과 확립된 정체성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현주 개인전은 아이와 같은 영감으로 가득하다. 작가의 어릴 적 순수하고 즐거웠던 경험이 우리 곁을 지켜주는 따뜻함과 행복함을 공유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작가 최현주는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1년 홍익대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갤러리 담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을 비롯해 2022년 갤러리 마리에서의 ‘상상의 기억’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뜻밖의 발견-세렌디피티’(사비나미술관), ‘원더풀 픽쳐스’(일민미술관), ‘ASOLO 비엔날레’(이탈리아) 등 수많은 그룹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삼성전자 등에 주요 작품들이 소장돼 있다. 다음은 작가의 작품세계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일문일답이다. Q. 전시명 ‘상상의 기억’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나. A. ‘상상’이란 것과 ‘기억’이라는 단어는 언뜻 유사한 느낌이 들지만 상상은 비현실적인 미래, 기억은 현실 기반으로 과거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서로 상반된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기억을 단지 상상해 내는 것이 아닌, 상상했던 것들을 기억해 작업한 작품들을 보여주려고 했다. 즉 ‘상상의 기억’이란 유년 시절 내가 꿈꿨던 꿈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생각으로 제목을 지었다. Q. 그렇다면 작가는 특별히 어떤 기억들을 떠올리고 싶은가. A. 내가 관심 갖게 된 사물들은 어린 시절 가족들로부터 시작됐다. 할아버지가 키우신 새들의 소리와 모양, 여러 꽃들, 아버지가 보여주셨던 마른 해마, 상어 지느러미, 생소한 열대 과일들은 어린 나에겐 모든 것이 관찰과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특히 맏딸로 엄마의 식사 준비를 도우며 접한 각종 채소, 생선, 닭, 계란 등을 가까이 그리고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 사물의 본질에서 벗어나 상상의 세상에서 다른 의미로 재탄생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잊고 획일화되고 상상의 즐거움이 사치였던 회색의 시간을 지나 주부가 되고 여행을 다니고 작업을 하면서 나의 어린 시절은 다시 기억됐고 새로운 생명력으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Q. 작가에게 ‘계란꽃’은 어떤 의미인가. A. 채소나 과일이 땅에서 자란 것이라면 ‘계란’이라는 것은 새나 닭, 즉 동물에서 나온 생명으로 확연히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계란’이라는 것은 우리가 먹지 않았다면 아마 생명으로 태어났을 것이다. 접시 위의 따뜻한 계란 후라이를 바라보며 나는 이율배반적이게도 생명으로 만들어진 후라이를 미안함보다는 아름다운 꽃으로 생각하게 됐고, 먹고 없애는 인간의 잔인한 행위에서 작품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보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작업에 계란 후라이는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생명을 키우는 땅이 되기도 하고, 사랑을 전달하는 행복한 비행사가 되기도 한다. 이런 계란 후라이라는 대상을 통해 행복한 상상력을 끊임없이 이어나갈 수 있었고, 관람객 또한 즐거운 상상력에 동참하면 좋겠다. Q. 작가의 그림 속 사물이나 장소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A. 화가인 남편(추니박)을 만나면서 많은 곳을 여행하며 작업하는 삶을 살았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러 소재는 많은 여행과 나의 삶에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새로운 사물들에 상상력이 더해져, 어린 시절의 기억에 더해져 지속적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내게 여행은 단지 장소성의 변화라는 물리적 이동만이 아니라 그 과정 안에서 새롭고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상상의 폭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여행 외에도 일상에서 마주한 사물들 중 유독 관심을 갖게 되는 대상으로부터 계속해서 내 작업의 모티브들은 새롭게 생겨난다. Q. 계란꽃에 핀 야생화는 어떤 의미인가. A. 산과 들, 절벽에서 자생으로 생명력 있게 자라나는 야생화는 강렬한 화려함보다는 낮은 자세로 관찰해야 볼 수 있는 작고 소박한 꽃들이다. 하지만 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춥거나 더운 날씨에서도 살아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생명을 갖고 있다. 계란 후라이에서 피어난 꽃들은 사진 동우회로 활동하시는 엄마(80)가 10여 년간 찍어온 야생화 사진들을 보고 작품에 그리고 있다. 나는 자연에서 사생을 해서 작업을 하지만 이 야생화 꽃만은 엄마의 사진을 보고 그린다. 그런 방식으로 엄마와 소통할 수 있는 콜라보 작업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Q. 작가의 작품엔 정원, 상상, 꽃, 기억, 사랑 등에 관한 주제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A. 정원, 상상, 기억, 사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결혼과 육아, 삶이라는 현실을 맞이하며 더욱 강하게 생겨난 거 같다.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들이 그림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고 이 주제들은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됐다. 계란 후라이 꽃들, 여행을 통해 갖게 된 추억, 가족·친구와의 사랑과 죽음, 생명의 존귀함, 끝없는 상상 등의 주제들은 각각 개별적인 것이 아닌 서로 핏줄처럼 유기적으로 연관돼 한장 한장 글이 쓰여 책이 되듯 그림 안에 저의 해석을 통해 표현되고 서로 연결돼 나간다. Q. 아크릴과 캔버스 작업을 하는데 현대 동양화적 분위기가 풍긴다. 그 이유는. A. 재료에 다한 구별로 전공을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동양화의 전통성에서 현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관심이 많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에 집중하며 난을 치듯 선에 의해 여백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표현된 공간의 아름다움이 동양화적 느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Q.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작가의 어떤 점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감상하길 바라는가. A. 1층부터 2, 3, 5층까지 이어지는 작품들을 관람하며 작품 안에 숨어 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가져보면 좋겠다. 가시를 쥐고 있는 손가락 사이, 주전자에서 나오는 물줄기에 같이 나오는 단어들, 모래사장에 쓰인 글 등 곳곳에 나의 기억과 상상력들을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다. 이 공유를 통해 즐거운 기억과 여운을 갖는 관람이 되길 바란다. @img4 Q.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 계획인가. A. 내게 작업은 공기와 같은 것이다. 나 자신과 분리될 수 없는 어떤 고난에 처하면 희망에 대한 절실함을 더욱 강렬히 느끼는 것처럼 그 둘은 분리될 수 없다. 나는 주위에 대한 관심과 관찰, 내 삶 안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계속해서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방식과 더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오히려 삶의 무게가 가벼워짐을 느낀다. 더욱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고, 작품에 대한 열정적인 마음을 즐거운 상상력을 통해 작품으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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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호

나홀로 뜨거운 아트마켓 정점 찍고 조정기 접어드나?

MZ세대 고객 대거 유입...하반기 완만한 호황 전망 신진작가군의 불안한 가격랠리는 주의해야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경제 적신호에도 잘나가는 아트마켓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미술시장이다. 지구촌 아트마켓은 온갖 악재에도 나홀로 뜨겁다. 해마다 6월이면 세계 최고의 슈퍼리치들과 ‘큰손’ 컬렉터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인구 17만의 스위스 도시 바젤을 열기로 몰아넣는 아트바젤(Art Basel)은 올해도 대호황이었다. 수십억, 수백억 원짜리 작품이 척척 팔려나가며 방문객들을 들뜨게 했다. 특히 세계 톱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는 공식 개막도 하기 전인 VIP프리뷰에서 미국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3.35m 크기 조각 ‘거미’를 4000만달러(약 517억원)에 팔아치워 화제를 불러모았다. 페어 출품작 중 최고가 기록이다. 다른 메이저 화랑들도 투자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들고 나와 컬렉터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독일의 유명 갤러리 에스더 쉬퍼는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58)의 조각과 그림을 사겠다고 몰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특히 한국에서 온 컬렉터들은 VIP프리뷰 전에 솔드아웃된 론디노네의 작품을 어떻게든 구매하겠다며 전시장을 떠나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축소됐거나 온라인 페어로 대체됐던 ‘아트바젤’과 ‘아트바젤 홍콩’은 올 상반기 닷새간의 오프라인 장터에서 각각 조 단위 판매액을 기록했다. 정확한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아트바젤 홍콩은 1조원대, 아트바젤은 2조~3조원대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경매시장도 선전하고 있다.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 세계 3대 경매사들의 최근 1년간 경매실적은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됐다. 크리스티는 지난 5월 뉴욕 경매에서 앤디 워홀의 ‘블루 마릴린’을 1950만달러(약 2500억원)에 낙찰시켰다. 이로써 크리스티는 2017년 4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팔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도르 문디’(구세주)에 이어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품 1, 2위를 모두 취급한 경매사가 됐다. 미술시장 바로미터인 경매시장, 거래둔화 신호 국내 미술시장 또한 인플레이션 공포, 고물가, 금리 인상 같은 악재에도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주식시장은 얼어붙고, 코인은 깨지고 있으나 아트마켓은 승승장구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7월 발표한 K-ARTMARKET 리포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미술시장은 역대 최대인 5329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아트페어와 화랑이 호황을 주도했고, MZ세대와 신규 컬렉터가 대거 진입하면서 1970~80년대생 미술가들의 감각적인 작품이 완판 러시를 이루고 있다. 미술품을 감상하고 소장하려는 고객층이 증가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자 백화점과 유통업체도 아트 비즈니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미술품 전시와 판매 사업을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 직접 아트페어도 개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미술품판매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 1위 경매사인 서울옥션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술품 경매시장은 몇몇 불안한 시그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국내 미술품 경매는 ‘역대급 호황’이었던 작년에 비해 거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또 블루칩 작품들이 잇따라 유찰되는 등 조정기를 예측케 하는 신호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가 및 원재료 가격 상승, 고금리, 인플레이션 징후 등으로 미술품 역시 안전한 투자재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2년 6월 미술시장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메이저 경매의 평균 출품작 수가 감소세로 선회했다. 즉 2021년에는 회당 167점이었는데 올해 6월에는 회당 126점으로 24.5% 감소했다. 센터 측은 “경매시장은 올 상반기부터 거래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경매사는 판매 가능한 작품만 경매에 올리기 위해 하반기에는 선별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양질의 작품을 보유한 컬렉터들은 시장 위축이 예상되자 위탁을 미루고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img4 게다가 역대 최대 거래 규모를 기록한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최고 낙찰률을 보였던 유명 작가들의 고가 작품이 최근 들어 줄줄이 유찰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케이옥션 경매에 나왔던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With Winds)’(1990)는 추정가가 6억2000만∼9억원이었으나 유찰됐다. 작년이었다면 추정가를 훌쩍 뛰어넘으며 낙찰됐을 공산이 매우 큰 작품이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경매에 나왔다 하면 거의 낙찰됐던 쿠사마 야요이 작품도 고가 작품은 안 팔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품만 팔리고 있다. 김환기·김창열·박서보 등 인기작가들 작품도 중저가 소품 위주로 낙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미술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술계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작가의 작품,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된 작품은 거품이 꺼질 여지가 크다. 주연화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급격하게 가격이 오른 작품, 국내시장에서만 통용되는 작품은 조정을 받을 것이다. 반면에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은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img5 미술품감정연구센터 이호숙 대표는 “국내 미술시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리는 9월의 ‘2022 프리즈 서울’로 인해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다. 현재 안팎으로 기대감이 매우 크다. 공격적인 구매 성향을 지닌 국내 컬렉터들은 이 매머드 쇼에서 유수의 해외 갤러리와 직접 컨택하며 (작품을 척척 구입하면서) 플렉스하려 할 것이고, 외국 화랑들은 한국 컬렉터들을 주요 클라이언트 리스트에 올리고 싶은 욕망 때문에 적극 호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런데 문제는 ‘악화되는 경제 상황이 미술시장에 파급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 윌리엄 괴츠만 예일대 교수의 분석을 감안할 때 2022 프리즈 서울은 ‘미술시장의 찬란한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파티가 한창일 때 파티가 끝난 후 뒤처리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몫이라 믿는 게 늘 문제의 시작”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미술품 투자는 빠르게 고수익을 내고자 할 경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안정을 추구한다면 수익을 양보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현 시점은 수익을 우위에 둘 것인지, 안전하게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다. 또 시장 전반의 거래량과 유동성을 예의주시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결국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게 미술 재테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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