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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호

무대 위 ‘웃는 남자’ 규 현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슈퍼주니어로 벌써 15년 차, 뮤지컬 데뷔는 올해로 10년 차를 맞았다. 군복무를 마치고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규현이 그야말로 인생 작품,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지난해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 이후 무대로 컴백한 규현이 ‘웃는 남자’ 속 그윈플렌 역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2018년 초연 때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제작 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뒀단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제작진은 규현을 일찌감치 점찍어 뒀다. 재연 무대에 오른 규현은 스스로도, 또 주변과 팬들로부터도 ‘인생작’이라는 말을 들으며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10년 만에 만난 ‘인생 캐릭터’...웰메이드 공연 오른단 자부심도 “첫 공연 마치고 나름대로 만족스럽단 얘길 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부족한 점이 많았죠. 그만큼 최근 공연이 더 좋다는 뜻이에요. 앞에 한 번 보시고 안 보신 분들은 지금 다시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매일 더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더 많이 배우고 더 잘 몰입되는 걸 체감하죠. 3년 만에 돌아오는 무대라 걱정이 많았어요. 연차도 많이 쌓였고 후배들도 더 많이 생겼는데 선배로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죠. 오랜만인데 큰 역할이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고요.” 겸손한 말과는 달리 연일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낸 만큼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웃는 남자’의 창작진은 규현을 초연 때부터 주인공을 맡기려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웃었다. “전혀 몰랐던 얘기였어요. 사회복무 하던 시절에 두 번 공연을 봤거든요. 처음에 괜찮은 작품이라고 추천을 받아 한 번 보고, 친한 동생 수호가 하고 있어서 다시 봤죠. 당시에 뮤지컬 관계자께서 “규현 씨 ‘웃는 남자’ 하셔야죠” 하시기에 웃어넘겼어요. 그때는 전혀 몰랐죠. 복무 마치고 나중에야 얘기가 나왔어요. 사실 처음 봤을 땐 결말이 약간 갑작스럽게 느껴졌어요. 두 번째 보니 많이 와 닿았죠. 그윈플렌이 수많은 재력과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 다 버리고 밑바닥으로 돌아가잖아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여러 신과 넘버들이 많이 생각나는 작품이었죠. 계속 찾아듣게 되면서 ‘이 작품에 많이 매료됐구나’ 자연스레 생각했죠.” 그렇게 계속해서 규현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넘버가 무어냐 물었다. 그는 2막에 주인공 그윈플렌이 완전히 뒤바뀐 운명을 깨닫고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다짐하는 곡 ‘모두의 세상’을 골랐다. 극중 이 부분부터 그윈플렌은 새로운 희망에 차 결심을 하고, 귀족들에게 호소하고, 좌절당하고, 또 체념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거쳐가게 된다. “ ‘모두의 세상’이라는 곡에서 그윈플렌이 다짐을 하고 ‘그 눈을 떠’, ‘웃는 남자’까지 연달아 짧은 시간에 넘버들이 이어져요. 그 신들을 좀 집중해서 표현하려 해요. 고민도 많이 하고, 가장 신경 쓰게 되죠.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걸 전달할 수 있고, 설득을 하기도 하니까요. 그 부분이 중요한 신이라는 걸 무대에서 실감했어요. 워낙 고난도라 웬만한 에너지로 이어갈 수 있는 노래들은 아니에요. 제가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번 관람하시는 팬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더 좋아요. 이번 작품은 분명히 그렇더라고요. 제 인생작이라고도 해주세요. 뿌듯하고 좋은 작품을 만났구나 싶어요.” 규현과 함께 그윈플렌 역으로는 이석훈, 박강현, 수호까지 총 네 명이 무대에 오른다. 각자의 본래 활동 분야는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개성이 뚜렷한 이들이기에 네 그윈플렌의 캐릭터도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규현의 그윈플렌은 조금 더 유쾌하고 코믹한 광대의 느낌을 살린 캐릭터에 가깝다. “처음부터 코믹한 부분들을 살리자고 염두에 둔 건 아니었어요. 공연 전 런스루를 모니터하던 조연출님이 ‘규현의 그윈은 굉장히 해맑고 순진하고 밝은 캐릭터가 무너져내리는 갭이 크다’고 장점을 얘기해 주셨죠. 나름대로 살려보자 해서 더 해맑고 천진난만한 캐릭터를 만들려 노력했어요. 조시아나 여공작이 유혹하는 장면에서 당황하고 놀라는 걸 좀 우스꽝스럽게, 재밌게 표현해 봤죠. 재밌는 애드립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아요. 다만 김소향, 신영숙 배우는 여러 번 작품을 같이 해봐서 편하긴 해요. 여공작이 제 옷을 벗기는데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거든요. 본인의 노출이든 남의 노출이든. 조금만 벗겨주시면 안 되냐고 부탁을 하기도 해요. 하하. 뭐든 재밌게 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죠.” 3년 만의 복귀작인 데다 16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화려한 무대에 오르면서도, 규현의 바람은 소박했다. 작품의 완성도는 자랑스레 보장했지만, 거창한 목표는 없다고 했다. 뮤지컬 무대의 어려움과 두려움을 모두 직접 겪어본 10년 차의 여유와 경험이 동시에 묻어나는 듯했다. “ ‘웃는 남자’를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160억원 정도 들어간 무대가 정말 화려해요. 볼거리가 넘친다고 보시면 되고, 넘버의 멜로디도 정말 아름다워요. 세트나 의상에 아낌없이 투자를 한 뮤지컬이라 절정으로 치닫는 중요한 신에서 오는 감상들도 남다르죠. 관객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최대한 전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어요. 다행히 실수 없이 절반을 잘 왔어요. 무사히 많은 분과 만날 수 있어 뿌듯해요. 처음부터 큰 목표는 없었거든요. 제가 ‘웃는 남자’라는 작품을 보고 감동받았고 많이 생각났어요. 이제 11회 차 공연을 하면서도 매일 빨리 더 공연하고 싶어져요. 스스로 즐기고 있고, 보는 분들이 만족하고 돌아가시는 것 같아서 그게 제일 행복해요.” 완전히 벗기 힘든 ‘아이돌’ 선입견...허락하는 한 계속 ‘하고 싶은’ 것들 “요즘에는 일반 분들도 많이 보러 오시잖아요. 아직도 뮤지컬 공연에 가수가 몇 명이고 배우 몇 명,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편견이 생긴 이유가 분명히 있겠죠. 그럼에도 색안경을 벗고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아직도 10년째 이런 게 있구나’ 싶죠. 물론 오랜 경력을 갖고 하시는 분이나 바닥부터 뮤지컬만 하신 분도 많은 건 사실이죠. 어떤 분들은 마음에 안 드실지 모르겠다고 이해는 하면서도, 아쉽기는 해요. 일단 할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하고 다 던지거든요. 이제는 한 명의 배우로 잘 봐주시면 좋겠어요.” 규현의 말처럼 뮤지컬에 아이돌, 가수 출신들이 진출한 지는 10년도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편견이나 오해는 있다. 바쁜 스케줄로 무대에 소홀하거나 비싼 티켓 값에 비해 그 노력이 부족하다 느낄 때 이 같은 반응이 나오기 일쑤다. 현재 슈퍼주니어 활동과 투어를 공연과 병행 중이지만,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주로 화목에 공연하고 주말엔 해외에 투어를 가요. 월요일 비행기로 돌아오면 앨범이나 다른 활동이 있어요. 다행히 ‘짠내투어’도 그렇고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잘 해내고 있죠. 감사할 뿐이에요. 복무 끝나고는 사실 하루도 쉬지 못한 것 같아요. 가족들과는 명절이나 생일에만 보죠.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그래도 뮤지컬을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해요. 예전엔 ‘슈주에 걔’도 아니고 그냥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처음 뮤지컬 제안을 먼저 주셨을 때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더 열심히 했고요. 해보니 정말 재밌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가 돼서 그 사람 마음으로 연기하고 노래하는 게 좋았죠. 제 속의 뭔가가 해소되는 느낌도 들고요. 앞으로도 불러만 주신다면 뮤지컬을 계속하고 싶어요.” 10년간 여러 가지 뮤지컬의 역할을 거쳐온 규현은 차기 작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그는 “스포일러도 안 하고 설레발도 안 치는 타입”이라면서 웃어넘겼다.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그는 여러 이유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계획이 있었는데 지금 안 될 가능성도 높아요. 사실 팬분들 통장도 걱정이거든요. 편지들을 보면 통장이 ‘텅텅’이라고 하시기도 하고요. 최근엔 10대 팬도 굉장히 많아졌어요. 용돈 모아서 오는 거 보면서 ‘공연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되나’ 싶기도 해요. 인기가 더 많았으면 표를 아예 못 구할 텐데 구할 수 있으니 문제죠. 하하. 처음부터 주연으로 시작해서 부담은 늘 있어요. 저 혼자 하는 공연은 아니지만 주연이니까 티켓이 안 나가면 책임감이 들죠. 그래서 홍보팀에서 뭘 하자고 하면 다 열심히 해요. 사랑해 주시는 팬이 많지만 늘 매진은 아니니까요. 어떻게 하면 많은 분이 찾아주실까 고민도 하게 되죠.” 슈퍼주니어의 보컬로 시작해 규현은 솔로 가수, 예능인, 뮤지컬 배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그 영역을 더 넓힐 계획이 있을까. 아쉽게도 대답은 ‘No’였다. 지금까지 도전해온 분야에서 나름대로 인정받은 만큼, 계속해서 집중하고 싶다는 게 그의 뜻이었다. 규현 본인이 노래에 강점이 있는 가수 출신이라 더욱 그랬다. “뮤지컬 외에 연기는 계획이 전혀 없어요. 뮤지컬에서도 노래가 강점인 사람이다 보니 뭔가를 더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연기만 잘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예전에는 아쉽게도 예능을 통해 제가 많이 알려졌어요. 최근에 ‘신서유기’나 ‘짠내투어’로도 그렇고요. 감사하기도 하고, 예능은 제가 재밌어서 계속하게 돼요. 망가지는 것도 이젠 전혀 두렵지 않죠. ‘겨울연가’ 조준상 분장 보시고 즐거운 반응을 봤을 때 뿌듯하고요. 평소에 팬들의 편지를 다 읽는 편인데, 저를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해요.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더 잘하고 싶어요. 슈퍼주니어 활동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더 열일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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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호

문화계에 들어온 VR과 AR

고인돌·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가상현실로 체험 광화문 일대에 5G 기술 활용 VR 뮤지컬, 퍼포먼스 등 계획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암 투병을 하다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일곱 살 딸을 가상현실(VR)을 통해 다시 만난 엄마의 사연이 얼마 전 화제를 모았다. 많은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이 이야기는 VR 기술이 없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VR이나 증강현실(AR)은 문화계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VR과 AR 덕분에 이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전시장에 갇혀 있던 유물과 작품을 360도 돌려가며 관람할 수 있다. 100여 년 전 사라진 문화재도 눈앞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기술의 진보가 앞으로 바꿔놓을 문화계 풍경은 어떨지 즐거운 상상이 펼쳐진다.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들어온 VR·AR 기술 디지털 기술이 미술관, 박물관으로 들어오면서 눈이 즐거워지는 전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VR과 AR 기술로 다차원, 다각도로 작품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은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해 10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 신라실에서는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유물 감상을 돕는 ‘AR 도스트’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주관 연구책임자인 GIST 이규빈 교수는 “최근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인공지능, 증강현실, 디지털 트윈 등 최신 기술의 접목이 활발하다”며 “이번 시범 서비스는 관람객이 유물에 더욱 몰입해 감상할 수 있도록 증강현실,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AR 글래스(홀로렌즈)를 착용하면 관람객은 신라시대 유물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관련 체험을 진행할 수 있다. 관람객이 주도하는 상호소통 방식의 관람으로 이뤄져 반응도 뜨거웠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4월 중 AR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전시장에 소개될 예정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 1월 4일부터 1층 카페에 VR과 AR 등 실감 콘텐츠로 직접 문화재를 들여다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과 창덕궁을 디지털로 재현한 다면 미디어아트 영상체험 구역, 수원화성과 고인돌·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주제로 만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체험구역이 개설돼 직접 가보지 않고도 입체영상으로 실물과 같은 문화재의 모습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될 수 있는 문화 기술은 지역 문화시설에도 도입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 문화기반시설을 활성화하기 위해 22개 공립 박물관·미술관에서 소장유물(작품)에 실감기술을 접목한 콘텐츠 개발에도 투자한다고 밝혔다. 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중심으로 전시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역 미술관 6개 관에서는 박수근·이응노의 예술과 삶을 주제로 외벽 영상을 만들고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업,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일대의 동선을 증강현실 안내원이 해설하는 ‘아트이음길 사업’, 실감기술로 되살린 장욱진 작가와 함께 작품을 얘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관람·체험 콘텐츠 사업 등을 추진한다. 황순원의 문학촌(양평군)에서는 관람객들이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 쌍방향(인터랙티브) 소나기 체험마을을 만든다.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에서는 한눈에 관람하기 어려운 드넓은 김제평야와 벽골제를 실감기술로 관람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다른 지역 박물관에서는 실제 관람하거나 체험하기 어려운 탄광, 동굴, 장흥의 매귀농악대 등을 실감기술로 탐사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화관광산업, VR과 AR로 생생한 여행을 문화관광산업에도 VR과 AR을 접목해 좀 더 업그레이드된 관광 콘텐츠로 관광객을 끌어모을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내년 3월 31일까지 국고 400억원을 들여 진행할 광화문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광화문광장에서 실감 콘텐츠를 제대로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사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뜰 혹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등 광화문 인근 두 거점에서 5G 기술을 활용한 케이(K)팝 체험, VR 게임, VR 미니버스, 뮤지컬, 퍼포먼스 등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박물관과 문화유적, 관광자원이 집약된 광화문 일대를 VR과 AR 기술을 통해 둘러볼 수도 있다. 문화재 복원 역시 이제 디지털 기술로 해결한다. 존재하지 않은 공간을 시간을 되돌려 현실로 옮겨오는 거다. 지난해 서울 서쪽 사대문 돈의문이 디지털 기술로 104년 만에 부활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 우미건설, 제일기획이 힘을 모은 ‘돈의문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1396년 세워진 돈의문은 몇 차례 중건을 거치다 1915년 도로 확장을 이유로 철거됐고, 현재는 흔적도 사라졌다. 옛 돈의문 터는 돈의문박물관마을과 강북삼성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돈의문 체험은 AR 체험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정동사거리 주변에서 실행하면 100여 년 전 돈의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제주공항 여행청사 1층에는 AR과 VR 기술을 접목한 관광 콘텐츠 ‘제주 스타트업 플레이그라운드’가 지난 1월 10일 문을 열었다. 80㎡ 규모로 조성된 이 공간은 기술개발 촉진 및 수요자 니즈 발굴을 통한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획됐다. 드론축구를 비롯해 VR 관광 체험까지 가능하다. 안양예술공원도 올해 안에 안양예술공원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는 VR 체험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공원 자체가 게임장이 되도록 AR 게임도 제공할 예정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안양예술공원 VR은 ‘안양예술 VR 공원 째깍이랑 놀자’란 테마로 산책과 놀이기구 탑승, 스릴 게임 등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친숙한 공간에서 가족, 친구들과 즐기는 게임 문화가 탄생할 전망이다. @img4 정부도 “VR·AR 기술 후원합니다” VR과 AR 기술 확보에 정부도 적극적이다. 문체부는 올해 실감콘텐츠산업 육성에 870억원, 실감형 콘텐츠 제작 지원에 253억원, 5세대 통신 실감형 광화문 프로젝트에 400억원을 투자한다. 이 프로젝트는 공모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며, 기업과 연구진에 가감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장주도형 킬러콘텐츠 생산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실감 미디어(360도 멀티뷰 영상 등), 실감 커뮤니케이션(MR 원격회의 등), 실감 라이프(VR 여행 등) 글로벌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5G 킬러콘텐츠 개발’을 추진 중이며 게임, 음악, 드라마 등 한류 선도 분야에도 실감기술 접목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한류를 통한 문화 콘텐츠 수출이 강세인 만큼 이를 통한 생산 확산에 더욱 힘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그중 관광은 한류를 통해 유입되는 문화산업 분야다. 조현래 문체부 관광산업국장은 “여행지에도 5G 기술을 통한 VR, AR 기술이 활성화돼야 한다. 관광지에는 관광객 시야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도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풍경을 VR과 AR 기술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재 양성과 기업 지원도 강화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360도 입체 실감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뉴콘텐츠센터(일산) 입주 기업을 기존 20개에서 40개로 늘리고 테스트 장비도 2배로 확충한다. 아울러 ‘5G 실감 콘텐츠 랩’ 운영과 문화기술대학원 지원 등 석·박사급 고급 인재 양성에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콘텐츠 인재 캠퍼스(홍릉) 등 콘텐츠-기술 융합인력 전문 교육공간 활용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문화관광에 VR과 AR 기술이 도입되면 관광산업이 주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향후 기술과 접목된 관광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최근 기술과 결합된 관광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다만 현장 체험이 우선이 되고 기술은 체험을 뒷받침하는 기회로 연결한다면 관광산업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기술을 통한 경험의 확장을 어떻게 실감 나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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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호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도 정복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영화

칸 황금종려상부터 오스카 4관왕까지 ‘트로피 수집’ 이창동 박찬욱 김지운 등 누적된 결과...후계자 양성 필요 |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한국의 첫 오스카 트로피다. 오늘 밤 잔뜩 마실 준비가 됐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월 10일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에 올랐다. 한국은 물론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아카데미 최고상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기생충’은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에 한국 영화의 힘을 알렸다. 한국영화 새 역사 쓴 ‘기생충’ ‘기생충’의 수상 레이스는 지난해 5월 시작됐다. ‘기생충’은 세계 최고 예술영화제인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SAG) 앙상블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외국어영화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충무로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물론 한국 영화가 세계인의 관심을 받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부터 세계 영화제에 하나둘 초청받던 한국 영화는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가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할리우드만큼은 예외였다. 유난히 비영어권 영화에 배타적인 할리우드는 그야말로 ‘마의 영역’이었다. 1990년부터 지난 30년간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에서 비영어권 작품이 최고상(작품상)을 받은 이력은 없다. 외국어영화상도 유럽 시장에 기울어 있었다. 아시아권에선 중국 천카이거 감독, 대만 이안 감독,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타키타 요지로 감독, 이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 아프가니스탄 세디그 바르막 감독 등이 먼저 상을 탔으나 한국에는 불모지로 통했다. 기적 아닌 꾸준한 성장이 만든 결과 전문가들은 한국 영화의 꾸준한 질적 성장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물론 봉준호 감독이 뛰어나지만, 이전까지 여러 감독이 좋은 성과를 내준 덕분”이라며 “이창동, 박찬욱, 김지운 등 국내에 좋은 감독이 많았다. 그들이 끊임없이 세계의 문을 두드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 역시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감독 같은 아시아 거장들을 잘 알 거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한국에도 1950~1970년대 지난 100여 년간 많은 마스터가 있었다. ‘기생충’ 역시 한국의 거장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의 영향을 받았다”며 한국 영화의 우수함이 비단 ‘기생충’ 하나로 드러난, 기적 같은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미국 유력 매체들도 이에 동의했다. 버라이어티는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도 오스카 후보가 되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하며 “한국 영화의 풍부한 역사를 본다면 그동안 이 나라 영화를 너무 무시해온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영화’ 향한 달라진 시선 다만 ‘기생충’의 이번 성과로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국국제교류협회에 따르면 ‘기생충’ 수상 이후 가요 중심이던 한류에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아이돌 중심의 K팝, 혹은 배우 의존도가 높았던 한류에 변화가 감지된 거다. 실제 한국 영화는 ‘기생충’ 이후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올 초에만 수편의 영화가 수출됐고, 각종 영화제에 초청돼 상을 받았다. ‘해치지 않아’, ‘미스터 주’, ‘클로젯’의 경우 국내 개봉 전 북미를 포함한 30개국 이상에 선판매됐다. 미국과 동시 개봉을 한 작품도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제49회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영예를 안았다. ‘미나리’(로컬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계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한인의 삶을 이야기한다)는 제36회 선댄스영화제 자국 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은 한국 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됐다. @img4 @img5 ‘제2의 봉준호’ 발굴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려면 제도적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특히 특정인의 역량에 기대지 않고 제2, 제3의 봉준호가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봉준호 감독 이후에 주목받는 후계자가 없다. 그런 감독,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게 먼저다. 그러려면 새로운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다양성 영화 지원 등 시스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투자·제작사도 큰 작품에만 매달리지 말고 중·저예산 영화 비중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역시 “흥행을 위한 기획, 오락영화에만 집중하기보다 작품성 있는 영화로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뛰어난 작품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 또 스크린 독과점 제한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 작품성 있는 영화를 관객이 찾을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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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호

양 준 일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온라인 탑골공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생소한 1990년대 음악방송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개하는 ‘온라인 탑골공원’은 수많은 추억의 스타를 소환해 인기가 급상승했다. 많은 스타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이 ‘탑골GD’로 유명한 양준일(50)이다. 양준일의 시대를 앞선 패션과 노래 스타일이 다시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JTBC ‘슈가맨 시즌 3’에서 그를 소환하며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1991년 데뷔 당시 큰 빛을 보지 못했던 그가 화려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8년의 공백...‘슈가맨3’ 통해 돌아온 대한민국 양준일의 활동 시기는 짧다. 1991년 ‘겨울 나그네’의 타이틀곡 ‘리베카’로 데뷔해 이듬해 ‘나의 호기심을 잡은 그대 뒷모습’ 앨범의 ‘가나다라마바사(Pass Word)’가 마지막 국내 활동이었다. 그리고 돌연 자취를 감춰버렸다. “음악이 너무 하고 싶어 대한민국에 왔었죠. 제가 교포이다 보니, 한국 활동을 위해서는 6개월마다 허가를 받아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게 막혀버렸어요. 입국 도장을 받을 때 저는 매번 밖에 서 있었는데 저를 도와주셨던 분이 갑자기 ‘너한테 비자를 내줄 수 없대’라더라고요.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6개월마다 받아 온 비자가 갑자기 안 된다니까 이해가 안 됐죠. 무슨 뜻인지 되물으니, 당시 출입국관리소 담당자가 ‘너 같은 인물이 한국에 있는 게 싫다’면서 비자 연장을 거부했다더라고요.” 양준일이 비자 연장 거부 직후 바로 미국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한국 내 활동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컸기에 음악방송이나 공연무대에 서기 위해 발버둥쳤다. 하지만 당시 ‘차별’은 그의 열정까지 앗아갔다. “제가 너무 어려서 비자 연장을 못 받았지만 활동에 큰 제약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평소처럼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 서려는데 제 비자 연장을 막은 담당자분이 어떻게 알고 오셨더라고요. 그분이 ‘지금 가지 않으면 평생 대한민국에 못 온다’고 해서 떠날 수밖에 없었죠. 나중에 저를 도와줬던 분에게 비자 연장이 거부됐던 이유를 들었어요. 당시 담당자가 ‘다른 나라 사람이 한국에 와 우리나라 사람 일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서 싫다’고 했다고요. 이해는 됐어요. 그분 입장에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왔던 대한민국에서 상처를 받고 돌아간 양준일. 우여곡절 끝에 2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국내에서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양준일의 활동 당시 노래가 엄청난 화제를 모은 덕이다. JTBC ‘슈가맨3’는 그의 화제성에 불을 지폈다. “ ‘슈가맨’ 섭외 제안이 왔을 때 굉장히 고민하고 망설였어요. 비자가 막혔을 때 정말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돌아갈 땐 다시 한국에 못 올 거라 생각했고요. 저한테 대한민국은 가까이 있지만 다가가기 힘든 곳이 돼 있었어요. 그래서 출연하는 것도 망설여졌죠. 근데 제가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하하.” ‘슈가맨’에 출연한 후 미국으로 돌아간 양준일은 뜻하지 않은 팬들의 요청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방송 출연도, 한국에 오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향한 양준일의 깊은 애정이 결국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대한민국에서 힘들었던 건 그냥 제가 처한 현실이었어요. 일련의 사건 때문에 떠났지만 좋은 추억이 더 많았죠. 그런 걸 잊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고 싶었어요. 비록 힘든 생활을 했어도 따뜻하게 받아준 분이 더 많았기에 늘 기억하고 있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힘든 기억은 하나씩 흘러가게 내버려 뒀어요. 여기서 쌓은 인연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대한민국을 감히 안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 정도로 너무 좋아요.” 제2의 전성기...팬미팅부터 음악방송 프로까지 양준일이 출연한 JTBC ‘슈가맨3’는 자체 최고 시청률 4.302%(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를, 수도권에서는 5.043%를 기록하며 파급력을 과시했다. 이후 국내에서 데뷔 28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까지 개최했다. “팬미팅은 정말 놀랐어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거든요(웃음). 그저 감사하죠. 방송 출연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많은 분이 저를 보러 오셨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양준일은 데뷔 당시 현실과 동떨어진, 너무 앞선 패션과 노래 스타일로 오히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만 그의 노래와 패션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됐고, 방송 출연을 계기로 이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고 있다. “당시 제 음악과 패션이 시대를 앞서간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냥 ‘한국 정서와 내가 아직 안 맞는구나’라고 여겼죠. 이제 좀 맞아가는 것 같아요. 제 인기 요인은 스스로에게도 묻지 않아요. 제가 감히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또 그런 걸 생각하면 하나의 공식이 만들어낸 틀에 갇힐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팬들에게 묻고 싶어요. ‘왜 저를 보러 오시죠?’, ‘왜 저를 좋아하시죠?’라고요(웃음).” 팬미팅을 하고 나서 양준일은 ‘대세 중의 대세’가 됐다. 데뷔 당시와 변함 없는 외모와 춤 실력은 1991년 그에게 빠진 대중에게 또 하나의 선물이 됐다. 그 덕에 아이돌이 중심을 이루는 MBC ‘쇼! 음악중심’까지 출연했다. “제가 데뷔를 MBC에서 했는데 어떻게 보면 인연이 깊어요(웃음). 당시 방송에 나오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다시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죠. 저에게는 정말 의미가 남달라요. 팬들도 그렇고,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매일 놀라움의 연속이에요. 인기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것 같아요. 이렇게 방송국에서 저를 초대해 주시는 것 자체도 그렇고요. 하하.”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양준일은 한국 활동의 뜻을 내비치며 추후 앨범 발매와 책 집필 소식도 전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소속사도 물색 중이다. “지금 당장 준비하고 있는 게 책이에요. 많은 집중을 받으면서, 제 머릿속에 있는 걸 글로 써서 표현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죠. 아마 2월 중 출간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음반이 중고시장에서 고가로 팔리고 있다더라고요. 그래서 이전 곡들을 편곡해서 녹음한 후 앨범으로 제작하려고 해요. 많은 분께 지금의 목소리로 예전의 곡을 다시 들려드리고 싶어요.” 첫 단독 팬미팅을 마무리했고 음악방송까지 출연하며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양준일. 지금은 책 집필과 앨범 제작에 힘을 쏟으며 팬들과 만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 한국을 찾은 양준일에게 가장 큰 꿈은 뭘까. “책 집필과 앨범 작업을 하면서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연예인 활동을 안 해도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어요. 그게 꿈이에요. 여기서 살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꼭 한국에 들어와 살고 싶어요. 그 정도로 저한테 한국은 소중한 곳이에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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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호

문화예술계 여성 정책가 지금까지 없던 이유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지난해 문화예술계에는 여성 정책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국공립미술관장에 여성이 임명됐고, 문화재위원의 여성 비율은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문화예술계도 이제야 여성들에게 중요한 자리를 내주고 기회도 주고 있다는 평이 나오지만, 여전히 문화예술계 유리천장은 두껍다. 지금까지 여성 정책가들이 배출되지 못한 것은 남성 중심 사회 풍토가 여전하고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정책 역시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술가의 경우 프리랜서 비율이 높아 복지 수혜 범위가 좁은 데다 특히 여성 예술가들이 사회활동에 제약을 많이 받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9년 미술계 여성 정책가 활약 지난해 미술계에서 주목할 부분은 여성 미술관장의 대거 포진이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이 임명되면서 여성 파워를 보여줬다. 이와 관련,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 빼고 국내 상징적인 미술관 관장이 모두 여성이다. 지난해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감독, 참여 작가도 모두 여성이었다. 대단한 발전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 이불은 호암예술상을 받았다. 과거 백남준, 이우환이 휩쓴 상인데 여성이 당당하게 예술상을 받았다. 이는 정말 엄청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확대됐다. 특히 미술계에서는 유난히 여성 미술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제야 여성 미술인들이 인정을 받았다”고 반겼다. 남달랐던 여성 미술가들의 활약에 뜨거운 박수를 보낼 만하지만 이런 결과가 이제야 나온 배경은 무엇인지 의문도 든다. 이에 대해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어느 장르보다 열려 있는 미술계는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성적 구분이 인위적으로 작동된 적은 없었다”면서도 “종사자 비율을 따져보면 여성의 진출이 다소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2019년처럼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건 사회적, 문화적 젠더 의식의 새로운 확립보다 성별 구분 없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권력층은 남성이 점령...여성에겐 기회조차 없다 지금까지 여성 정책가의 출현과 활동을 쉽게 볼 수 없었던 것은 남성 위주 사회에서 여성에게 고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를 살펴보면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낮은 젊은 여성이 많다. 2018년 불거졌던 문화예술계 미투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부분 권력층은 남성이 점령하고 있었고, 갑을 관계에 따라 을로 구분된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에 쉽게 노출돼 있었다. 지난해 초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 여성 비율을 40%까지 높이겠다는 정재숙 문화재청장의 의지가 전해졌다. 그러나 문화재청 내부 인사들은 “여성 문화재위원을 뽑기가 쉽지 않다. 문화재 관련 학계에 종사하는 여성이 적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정재숙 청장은 반드시 여성과 젊은 층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8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여성 참여율 40% 미만 위원회 125개 중 115개 개선권고기관이 발표됐고 여기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도 포함됐다. 문화재위원회의 여성위원 비율은 15.8%였다. 현재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비율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여가부는 2018년 상반기부터 정부위원회 성별 참여율에 대한 개선권고 기준을 20% 미만에서 40% 미만으로 상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법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다만 달라진 점이라면 여성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문화예술위원회 비상임위원 8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성 위원을 단 1명도 선발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 문화예술계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비상임 예술위원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대안 검토에 들어갔다. 신임위원 추천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전에 성별, 연령 등 균형적 추천에 대한 고지와 함께 위원 추천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고 이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응모한 여성들의 숫자가 매우 적은 등 제약이 있어 결과적으로 여성 후보를 내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언급했다. 또 “향후 공론화의 장이 구성되고 논의가 진행돼 문예위원 선정을 위한 적정 대안이 도출되길 바란다. 문화예술계 여성들의 적극적인 응모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무엇보다 양성평등기본법을 준수해야 한다. 법은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으면 소용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 지원자가 추천위원이 평가한 기준에 못 미친 것일 수 있어도 전문성이 없는 게 아니다. 전문성에 대한 기준을 한 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문성은 단순히 객관화할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현재는 여성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단계로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소장은 “특별 성비율을 40% 미만에 두라는 건 전문성이 없는 여성으로 40%만 채우라는 게 아니다. 기회가 없어 제 능력을 발휘 못한 전문 여성에게 기회를 주라는 것”이라며 “여성도 전문가 영역에서 요구하는 인력이 되도록 남성과 동등하게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는 정부 조직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문화유산연구회 홍유숙 대표도 여성 위원 40%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는 “연구된 역사, 기록된 역사는 지금껏 남성 위주의 시각이었다. 그래서 역사를 다시 해석해 봐야 할 부분도 있다”며 “문화재위원회 여성 위원 40% 확보는 꼭 필요하다. 여성의 시각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에 전문인력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여성 학자들이 나오고 있다.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과연 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여성 경력 단절 해결돼야...진입도 재진입도 없다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 단절이 된 여성은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물론 남성도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두면 경력 단절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남녀 비율 차이가 너무 크다. 남성의 경우 단 3%. 여성은 56.8%가 생애 한 번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전 전문직으로 일한 여성이라도 임신과 출산을 한 후 돌아갈 곳은 없다. 직업에 귀천이 있겠냐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했을 때는 막막하다. 엄마가 되면 30대는 계산원, 40대는 서빙, 50대는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이라는 말도 있다.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그리고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문화예술계 여성이 마주하는 경력 단절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시각예술가 최선영 씨는 현재 남편과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다. 일반 회사원과 다르게 시간에 제약 없이 남편과 공동 육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임신 당시 생계를 위해 나간 방과후 강사 활동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생활비가 부족했다. 미술 방과후 강사의 월급은 40만~50만원이다. 최 작가는 “임신했을 때 입덧이 너무 심해 버스를 15분 이상 탈 수 없었다.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한 달에 많으면 40만원 정도 받는 일을 하기 위해 나가야 했는데 몸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일하지 않으면 생활이 더 힘들어지니까 방과후 수업 외에도 여러 일을 더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출산 후 여자들은 정서적으로 힘들다. 나의 경우 혼자 새벽마다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스마트폰을 보면 세상은 굴러가고 미술계도 변하고 있는데 나만 밤마다 모유 수유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 우울했다”고 회상했다. 사실 문화예술계는 심각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문화는 여성의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또한 정책은 기업과 공기업,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마련되는 데다 그중에서도 과학기술인, 기업인은 남성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 프리랜서, 자영업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과 법규도 부실하다. 양성평등 정책과 예산은 늘 쪼들린다. 최유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정책확산전략실 실장은 정부가 직접 나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예술가들의 사회 진입과 재진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은 지자체와의 협업에 있다고도 했다. 최 실장은 “문체부가 진행하는 ‘문화도시 선정’은 지자체가 엄청나게 관심을 보이는 사업이다. 여기에 문화예술인을 참여시키는 거다. 지역에서는 문화예술산업을 하고 싶어 한다. 공간은 있는데 예술적 공간을 만들 사람이 부족하다. 이때 여성 예술가를 지원하면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간이 함께할 양성평등정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투 논란 이후 정부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관이 배정됐다. 문체부에도 양성평등정책관실이 개설됐지만 여성에 대한 정책은 리포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최유진 실장은 “여성가족부가 내놓는 정책을 모니터링해 리포팅해야 한다. 리포팅하는 건 정책 과정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또한 민간 거버넌스에 중요한 파트로 들어갈 수 있다. 협업 네트워크 조직이 된다면 기존 추진 정책을 모니터링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끼워넣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 실장은 여가부 홈페이지에 ‘여성인재 등록’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혼자 전시한 것은 개인 업적이지만 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면 공적 경력이 인정된다. 이런 게 두세 개 쌓이면 실질적으로 여성인재 DB로 구축돼 지자체부터 광역자치단체 위원회까지 활동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무궁무진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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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호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극장가도 달라졌다

|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충무로, 할리우드 할 것 없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선 “동물과 아이 영화는 피하라”는 말이 있다. 동물 또는 아이는 통제가 힘드니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웬만해선 제작하지 말란 의미다. 실제 타 장르에 비해 이들 영화의 제작 빈도는 현저히 낮다. 그런데 최근 이 불문율이 깨지기 시작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어느새 극장가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극장가 성수기 장악한 동물 영화 올 초 극장가는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이다. 마블을 떠난 로버트 다우니가 야심 차게 선보인 ‘닥터 두리틀’이 그 시작을 알렸다. 지난 1월 8일 개봉한 이 영화는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의사가 동물들과 왕국을 구하러 떠나는 모험담을 담았다. 당연히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이 등장한다. 고릴라, 개, 북극곰, 기린, 앵무새, 오리, 호랑이, 여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성민 주연의 ‘미스터 주: 사라진 VIP’도 ‘닥터 두리틀’과 같은 설정으로 출발했다. 이성민(태주 역)이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후 사라진 VIP를 찾기 위해 군견과 합동 수사를 펼치는 게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지난 1월 15일 베일을 벗은 ‘해치지 않아’ 역시 사람이 동물원의 동물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여름도 상황은 비슷했다. 재난 영화에 역사극, 오컬트 물까지 주요 배급사들의 쟁쟁한 텐트폴 영화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꾸준히 등장한 장르가 바로 동물 영화였다. 살아 있는 동물이 출연한 ‘안녕 베일리’, ‘나만 없어 고양이’ 등을 비롯해 ‘라이온 킹’, ‘마이펫의 이중생활 2’ 등 동물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들이 줄줄이 관객과 만났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관객=펫팸족 동물이 영화계의 ‘불청객’에서 ‘단골’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반려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는 약 511만 가구로 추정된다. 전체 가구의 23.7%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인구로 따지면 1000만명이 넘는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이들 대다수는 반려동물을 살아 있는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族)’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랜선(LAN線)’ 집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반려동물 문화를 즐긴다고 해서 ‘뷰니멀족(viewnimal族)’으로도 불리는 이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물 콘텐츠를 소비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치유받는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금은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예전에도 관련 콘텐츠가 나오지 않은 건 아니지만,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VFX 기술 발전, 동물 영화 제작 이끌어 VFX(Visual Effects, 시각특수효과) 발전도 동물 영화 제작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제는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실제 동물과 유사한 비주얼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정교한 기술은 외형뿐만 아니라 원하는 몸짓과 감정까지 입혀준다. 동물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던 ‘제어’가 가능해진 셈이다. 일례로 ‘닥터 두리틀’, ‘해치지 않아’에 등장하는 동물들 모두 VFX 기술로 빚어낸 가짜다. ‘해치지 않아’를 연출한 손재곤 감독은 “예전엔 동물 영화를 가능한 한 피하라고들 했다. 통제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근데 우리 영화를 비롯해 최근 동물 영화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제 컴퓨터 그래픽으로 동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동물 영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mg4 작품 수와 결과의 반비례, 흥행 부진 원인은 다만 동물 영화 개봉작 수에 비해 흥행작이 없다는 건 문제다. 앞서 언급한 ‘안녕 베일리’, ‘나만 없어 고양이’, ‘라이온 킹’, ‘마이펫의 이중생활 2’ 등은 하나같이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 마스크를 벗고 첫 출연한 ‘닥터 두리틀’ 또한 기대만큼 크게 호평받지 못했다. 이는 과거에 머문 서사 구조 탓이란 시선이 적지 않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동물은 다른 콘텐츠와 달리 기본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교감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폭발력을 가질 수 없다. 지금 코드에 맞는 걸 가지고 와야 한다. 최근작인 ‘닥터 두리틀’도 동물과 소통한다는 고전 이야기다. 동물을 의인화하는 건 옛날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각을 넓혀 최근 흥행한 강형욱 훈련사의 동물 콘텐츠를 살펴보면 동물과 인간의 다름을 인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방식을 알려줌으로써 진정한 소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실제로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동물을 향한 막연한 판타지가 깨지고 오히려 관련 정보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동물 영화들도 그런 것들을 충족시키는 콘텐츠로 변형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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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호

[스타 인터뷰] 정선아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디즈니에서 제작한 첫 번째 뮤지컬 ‘아이다’ 파이널 시즌의 막이 올랐다. 국내에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아이다’의 오리지널 무대. 첫 시즌부터 함께한 정선아가 이번에도 ‘암네리스’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정선아는 마지막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듯했다. 암네리스 역으로 ‘인생 캐릭터’라는 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한 정선아는 매 순간 온몸으로 ‘아이다 사랑’을 발산했다. 18세에 뮤지컬 ‘렌트’로 데뷔해 벌써 17년째. 뛰어난 실력과 미모, 끼와 매력이 넘치는 정선아는 ‘아이다’부터 ‘지킬앤하이드’, ‘위키드’, ‘안나 카레니나’, ‘데스노트’ 등 최고의 뮤지컬 주연 자리를 거쳐 왔다. 국내 뮤지컬의 수준이 여기까지 오는 모든 과정에 함께한 산증인이라 봐도 무방하다. 자타공인 정선아의 인생 캐릭터 암네리스... 마지막을 앞둔 순간 “마지막 아이다가 시작됐어요. 아이다는 제 인생에서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너무나 고마운 작품이에요. 이렇게 마지막 문을 닫게 되니 감회가 참 새롭네요. 매회 공연이 새롭기도 하고 정말 소중해요. 이 역을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고마움이 더 크죠. 이전에도 즐거웠고 행복했지만, 마지막 문을 함께 닫는다는 게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정말 많이 슬플 것 같아요. 영원히 끝이 없을 것 같은 사랑하는 뮤지컬 아이다를 떠나보낼 준비가 아직 안 됐네요. 그만큼 애정이 커요.” 정선아의 성과 암네리스를 합쳐 ‘정암네’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그의 연기는 매 시즌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거의 모든 대작의 콜캐스트 우선 순위인 것은 물론,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그에게도 ‘아이다’는 늘 자랑스러운 작품. 대표 곡인 ‘My Strongest Suit’를 부르는 장면은 너무도 유명한 나머지, 모든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의 오디션 선곡 1순위로 손꼽힌다. “ ‘정암네’라는 별명도 웃기게 들릴 때가 있지만 정말 행복해요. 워낙 오페라 ‘아이다’가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아시지만, 모르는 분들은 의아하실 만큼 유명해졌죠. 특이한 이름이라 잘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My Strongest Suit’는 이제 암네리스의 대표곡이자, 저의 대표곡이기도 하죠. 공연 영상이나 시상식 때 제가 너무 즐겁게 했나 봐요. 많이들 사랑해 주시고 많은 후배가 오디션곡으로 골라주고요. 뽑으시는 분들은 지겨울 정도래요. 그 신 하나로 정선아의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죠. 이젠 그 장면이 바로 저인 것처럼 느껴져요.” 사실 ‘아이다’에 처음 도전했을 때 정선아가 오디션을 봤던 역할은 타이틀롤인 아이다였다. 하지만 암네리스 역에 낙점됐고, 파이널 시즌에서는 ‘아이다 역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에도 그는 ‘암네리스를 배신할 수 없다’며 의리를 지켰다. 암네리스가 그다지도 매력이 있는 이유는 뭘까.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이 주된 얘기지만, 이 여자가 본래 갖고 있는 매력도 굉장해요. 싱그럽고 귀엽고 철없고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여자죠. 너무나 사랑했던 라다메스, 노예지만 친구로서 마음을 연 아이다의 사랑에 실망하고 배신감에 빠지지만 암네리스는 이집트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서게 되죠. 마지막 신에서는 모든 것이 승화되는 느낌이에요. 또 이 작품의 처음과 끝을 열고 닫는 역할이거든요. 캐릭터로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1막부터 2막까지 암네리스의 성장 과정을 보여줘요. 어떤 사건과 시간을 거쳐 이집트의 여왕으로 등극하게 되는지 다 보여주기 때문에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죠. 관객들의 공감을 깊이 살 수 있고, 암네리스는 충분히 사랑을 받을 만한 여자예요. 워낙 대본이 잘 쓰여 있어서 그걸 잘 입기만 하면 많이 이해해 주시고 애정을 가져 주셨죠. 그게 감사해요.” 그렇기에 암네리스는 정선아에게 ‘선물 같은’ 역이다. 그는 스스로 당찬 아이다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오디션에 응시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내면에서 암네리스 같은 면을 꺼내줬다고 고백했다. 세 시즌째 암네리스로 참여하고, ‘암네리스 장인’으로 불리면서 정선아가 이번 시즌 연기적으로 더 신경 쓴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암네리스는 정말 선물 같은 역이죠. 그전까지 스스로를 세고 강한 이미지라고 평가했었어요. ‘지킬앤하이드’ 루시, ‘노트르담드파리’의 에스메랄다를 거쳐 오면서 창법이 보이시한 느낌도 있었죠. 지인들은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언제쯤 그런 걸 볼 수 있을까’ 얘기도 했죠.(웃음) 비로소 이 역을 통해서 나도 사랑스럽구나, 귀여움과 재밌는 코믹한 이미지로 사랑받을 수 있구나 알게 됐어요. 그 시점에 저에게 배우로서 많은 걸 준 작품이죠. 이번엔 처음 할 때보다 더 두렵고, 마지막이란 생각에 책임감도 컸어요. 또 이전 시즌에 보신 분들이 기대감이 있잖아요. 그래도 시간과 연륜이라는 게 무시 못하더군요. 서른 중반을 지나는 시점에서 보는 암네리스는 또 너무 달라요. 전에는 1막에서 좀 더 불태웠다면, 이번에는 2막에서 상처받고 배신당하지만 나는 내 앞길을 가는 스스로를 축복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거행하겠다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었죠. 관객들이 그 부분에서 많이 함께 울어주셨으면 했어요. 늘 가사와 저의 감정, 관객들이 혼연일체가 됐으면 하고 바라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이다’는 정선아의 인생작이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인정했다. 2020년 2월까지 서울 공연 이후 부산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누구보다 벅차게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하며, 그는 “늘 관객들에게서 더 큰 에너지를 받는다”면서 아이다와 아이다를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정선아라는 배우의 상징이 되는 작품, 인생 작품이에요. 그리고 저를 행복하게 해준 작품이죠. 이 역할을 하면서 관객들이 에너지를 얻어가셨을 수 있지만, 저 역시도 힘든 순간이 한 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에너지를 받아가고 행복하게 무대에 서 왔죠. 보통 뮤지컬 배우들은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을 수 있어요. 세 번은 진짜 많이 한 거죠.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더 했어도 안 시켜줄 때까지 했을 것 같아요.(웃음) 제 마음속에 살아 있는 작품이고, 2월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너무 많이 사랑받고 있어서 정말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고요.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재밌게 잘해도 오시는 분들이 없으면 잘되는 공연이라고 볼 수 없거든요.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고 집중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니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오늘도 매진입니다’ 했을 때 그 뿌듯함으로 또 무대에 오른답니다.” ‘아이다’에 담아낸 인간 정선아의 감정...중국 유학도 접고 돌아온 ‘참사랑’ ‘아이다’로 무대에 서면서, 정선아는 어쨌든 개인사와 감정들이 연기의 베이스가 된다고 털어놨다. 암네리스는 극중 뜨겁게 불타는 사랑을 하다가, 믿었던 사랑들에게 배신당하고, 그들에게 한 줄기 아량을 베푸는 이집트의 공주다. 정선아는 “분명히 암네리스와 비슷한 면이 있다. 저도 바보다”라면서 깔깔 웃었다. “모든 연기는 개인사가 어쨌든 베이스가 돼 있죠. 배우가 갖고 있는 성향과 경험, 공부한 것이 무대에 고스란히 나타나게 마련이니까요. 그래도 2막에서는 제가 아닌 오히려 암네리스가 라다메스를 너무 사랑했고, 아이다를 친구로 생각했던 것에 대한 배신감을 많이 표현하려 했어요. 암네리스와 비슷한 면이 있긴 하죠. 저도 바보거든요.(웃음) 정말 좋아하면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아요. 암네리스가 상당히 의리 있다고 생각해요. 죽이지 않을 수는 없죠. 내 사랑들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아량을 줬다고 봐요. 마지막 선고를 할 때 대사지만 제 마음이 함께 실려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뒤돌아서 너무 슬퍼서 울어요. 마음으로는 그 둘을 너무 살려주고 싶을 것 같아요.” 정선아는 매번 공연이 끝나면 여행을 계획한다. 특히 최근에는 약 1년간 중국에서 유학을 하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브레이크타임이 조금 필요했다”면서 중국에서 혼자 어학공부를 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를 무대로 다시 불러온 건 바로 끝없는 ‘아이다 사랑’이었다. “공연을 하면서 어딜 가겠다고 좀 적어놓는 편이에요. 근데 이번에는 사실 ‘아이다’에만 집중하고 있죠. 아이다를 두고 어딜 가요.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웃음) 이제 나이가 있어서 체력을 비축해야 하니까 놀지도 못해요. 그 정도로 이 작품, 아이다에 임하는 자세가 특별하고, 모든 배우가 그렇죠. 작년에는 언어를 새로 배우고 싶었고, 쉴 시간이 조금 필요해서 중국에 갔어요. 어느 순간 중국 음악이 아름답게 느껴져서 언어를 배워 보면 어떨까 싶었죠. 새로운 도전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어학원을 다니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그 시간은 뮤지컬에서 시선을 잠시 거두고 배우 아닌 정선아로 언어를 공부하는 때였죠. 9개월간 너무 감사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이다’로 돌아왔을 때 더 감사해요. 박수 쳐주는 관객들에게 절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고 모든 게 소중해요. 그런 마음이 더 특별해졌죠.” 무려 17년 넘게 무대에 오르면서 정선아가 서는 뮤지컬 무대도 참 많이 달라졌다. 워낙 실력으로는 데뷔 때부터 단숨에 주목받아 온 최고의 배우였지만, 그 역시도 한국 뮤지컬의 위상이 달라진 점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진출에 관한 얘기에는 조금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제가 18년 차라는데 숫자는 숫자일 뿐인 것 같아요. 지금도 오디션 봤던 게 엊그제 같거든요. 스스로도 ‘정선아 많이 컸다’ 하긴 하지만요.(웃음) ‘렌트’ 홍보 때도 함께하던 스태프 분이 아직도 같이 이렇게 하고 있어요. 진짜 믿어지지 않고 기분이 이상하죠. 이곳도 많이 변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함께하는구나 싶어 기뻐요. 사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있는 자리에서 더 잘하고 싶고,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금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내 뮤지컬 시장이 많이 커졌는데 그 황금기를 제가 함께했어요. 어떻게 보면 브로드웨이랑 웨스트엔드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해요. 우리는 관광객이 아니라 자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니까요. 대중화됐다는 게 너무나 뿌듯해요. 이 시장에 누가 되지 않게 역할을 하고, 앞으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싶어요.” 정선아의 끝없는 ‘아이다 사랑’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급기야는 “아이다2가 나와야 하는데, 너무 늙기 전에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후속편에도 출연하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다’를 최대한 아쉬움 한 점 없이 완벽하게 보내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요즘은 ‘아이다2’가 빨리 나와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50세 돼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정말 실감이 안 나고 매회 막공처럼 하고 있죠. 최선을 다해 목이 터져라 다 쏟아내고 있어요. 암네리스 역을 똑같이 해도, 이전에 아이다를 했을 땐 이 정도로 슬프지 않았는데 요즘은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을 찌른달까요. 결말 뒤에 신이 있다면 어떤 신이 연결이 될까, 아이다2가 나올까, 내가 더 늙기 전에 나와라 하죠.(웃음) 왜인지 모르지만 암네리스로서 가슴이 더 많이 아프고 더 크게 슬픔이 느껴져요. 지금은 다른 생각 할 겨를이 없네요. 아이다를 잘 마치는 일뿐이에요. 추워도 감기 안 걸리고 좋은 컨디션으로 매회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고, 한 회도 안 놓치고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게 지금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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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호

미술품 가격이 매겨지는 과정은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김환기(1913~1974)의 1971년대 작품 ‘우주(Universe 5-IV-71 #200)’가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됐다. 지난 2018년 5월 ‘서울옥션 홍콩세일’에 등장한 붉은색 전면점화 ‘3-II-72 #220’가 85억원으로 한국 미술품 최고가를 경신한 지 1년여 만에 대기록을 작성했다. 김환기의 ‘우주’가 세운 132억원 기록은 한국 미술을 해외로 소개하는 데 새로운 계기라 되리라 미술계는 내다보고 있다. 미술작품은 예술적 시선으로 ‘감상’하는 기준도 있지만 시장에서 매겨지는 가치도 있다. 시장에서 미술품 경쟁력은 무엇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공급자가 가격 결정하는 미술시장 국내 미술계에서는 작가로부터 직접 구매한 작품을 판매하는 1차 시장과 소유한 미술품을 되파는 2차 시장이 열린다. 1차 시장은 상업화랑과 아트페어, 미술관이 포함된다. 화랑(갤러리)은 미술품을 전시하고 작품을 사고파는 곳으로 상업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하면서 해외 미술전시와 페어에도 진출해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징검다리 역할도 한다. 미술관 역시 전시의 기능을 하며 작가 발굴에도 기여한다. 소장품 구입에 있어서는 상업화랑과 달리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구매한 미술품을 되팔 수는 없다. 상업화랑의 경우 작가가 먼저 판매액을 제시한다. 갤러리 대표는 클라이언트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가격 조정을 하는 역할도 한다. 작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건 작품의 크기와 재료비, 작가가 작품을 위해 쓴 비용과 시간 등이다. 작품의 크기는 보통 대학을 졸업한 신인 작가의 경우 평균 호당 가격(1호는 엽서 한 장 크기로 14.8×10㎝)이 5만~10만원이다. 웬만큼 지명도를 얻으면 호당 20만원까지 올라간다. 국내에서 호당 가격이 가장 높은 작가는 박수근으로 1억5000만~2억8000만원 정도다. 미술시장에서는 공통적으로 작품의 크기 외에도 미술사적 가치, 유명세와 인기, 작품의 질과 작품의 소장 기록, 희소성, 시대상 등이 가격 결정 요인이 된다. 2차 시장은 경매다. 국내에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주요 경매사로 자리 잡고 있다. 경매에 나온 미술품은 판매자와 경매사 측이 정한 시작가에서 실시간으로 구매자 간 경합을 통해 낙찰가를 정한다. 최근 100억원대를 돌파한 김환기의 ‘우주’도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가 홍콩에서 개최한 ‘20세기&동시대 미술 이브닝 세일’의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꼽혔다. 60억원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10여 분간 뜨거운 경합 끝에 시작가의 2배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미술시장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미술시장 실태조사 결과를 통한 국내 미술시장 현황 분석’(김봉수)에 따르면 시장은 자유경쟁 원칙에 의해 재화·서비스 등이 거래돼 가격이 결정되는 장소다. 이를 미술시장에 접목하면 미술작품이 재화로 거래되고 작품의 가격이 책정되는 곳으로서 시각예술인이 작품을 공급하고, 화랑과 경매사·아트페어가 유통을 맡고, 컬렉터가 작품을 소비하는 형태다. 미술시장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반 제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공급자가 가격결정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같은 상품을 양산하면서도 시장의 흐름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데 능숙하지만, 미술시장은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므로 판매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부 미술 관계자는 “시장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제조 물가와 달리 미술가들은 ‘못 먹어도 고’라는 식이라 방법이 없다”고 한다.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미술시장연구소 소장)는 미술시장에서 작품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은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시장에서의 가치가 부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인지도에 비해 작품이 턱없이 비싸면 팔릴 수 없다. 공급자의 예술적 가치만 내세울 게 아니라 소비자의 지갑을 열 시장의 가치도 파악해야 한다는 거다. 서 교수는 “아티스틱 밸류(Artistic Value)와 마켓 밸류(Market Value)가 만나야 한다. 시장론에서 보면 작품이 안 팔릴 경우 이를 어떻게 ‘가격’으로 볼 수가 있겠나. 예술적 가치와 시장의 인지도가 만날 때 좋은 가격이 매겨지고 판매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20점을 전시해 그중 60%, 12점이 팔렸다면 절반 이상은 팔았으니 시장가격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작가가 50세가 넘었고 25년간 열심히 그림을 그렸으나, 작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가격으로 인정할 수 없다. 갤러리와 작가가 기획을 잘못했을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만 보면 작품이 팔려야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화랑에서 한국 작가 대신 외국 작가의 전시를 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화랑은 국내 신인 작가나 인지도가 낮은 국내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기보다 해외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작품을 앞으로 내건다. 이는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호가 반영된 결과다. 서진수 교수는 “마켓 밸류도 국내와 국제로 나뉜다. 설령 한국과 일본의 경제가 안 좋다고 해도 유럽 경제가 좋으면 유럽 시장에 작품을 팔면 되기 때문”이라며 “투자는 수익률이 담보돼야 하기에 소비자는 작품을 볼 때 감상용 시장에 맞느냐, 투자 시장에 속하냐를 구분한다. 투자 클럽이나 공유경제 참가자들은 위험은 적고 수익성은 지속가능한 작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국내 작가의 시장 우위성을 위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는 세상이라 아트페어를 찾은 컬렉터들도 ‘아트 프라이스’와 같은 기준표에서 작가를 검색해 투자성이 있는 작품을 산다는 의미다. 이 발표가 컬렉터들에게는 객관적 지표가 된다. 서 교수는 “국내 경매에서 거래가 잘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우리 시장에서는 작품가가 상위에 오른 작가는 제한돼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요즘 검색 시대이다 보니 컬렉터들은 ‘아트 프라이스’가 매년 전하는 세계 500대 작가를 보고 작품을 산다. 한국 작가는 김환기, 이우환을 포함해 8명 정도다. 중국은 200명이 넘는다”며 “박서보미술관이 영국 런던에 세워진다는데 중국 사업가가 투자하는 것으로 안다. 이게 가능한 것도 작가의 국제적 명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술품 거래의 투명성...작품가격의 기준은?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투명한 거래를 위해 미술품 가격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는 4개 단체가 미술품의 진위를 평가하고 있다. 이 중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지난해 8월 ‘한국미술품시가감정을 위한 모형과 매뉴얼’을 발표했다. 협회는 거래 작품과 낙찰가격을 수집하고 연구한 사례를 바탕으로 가격 산출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총 여섯 가지 기준으로 작품가격을 산출할 수 있다. △작가가 매년 개인전에 준하는 전시 활동을 한 경우 작업 경력에 산정 △작업 경력, 학업 특성, 전시 활동내용 △작가의 사회적 인지도를 평가해 53cm × 45.5cm(10호)를 기준으로 하는 통상가격 산출 △작품이 의뢰되면 보존 상태 평가 △의뢰 작품의 크기별 가격 △의뢰 작품의 작품성과 시장성 등을 평가해 최종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그간 경매와 미술시장의 사례를 적용한 작품가격 계산 방식은 P=[KP·1/3(A+E+F)]x(M+V)다. P는 가격이며 KP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통상가격이다. A는 학업 특성, E는 전시 활동, F는 인지도이며 M은 시장성, V는 작품성이다. 일부에서는 미술작품 가격에 작가의 학력과 전시 횟수가 포함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화랑 관계자는 “작가 중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작업하는 사람도 많다. 대학을 안 나와도 작품하는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아트미 최동훈 대표도 “예술품 가격을 투명하게 밝혀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동의하나 작품가격은 어느 집단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돼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mg4 정부 규제가 미술시장 죽인다 ‘2018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미술시장 거래 작품 수는 3만5712점, 작품 거래금은 4942억4300만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24.7% 성장한 결과지만, 해외 미술시장과 비교해 보면 현저히 작은 시장이다. 최웅철 화랑협회 회장은 한국의 경제 수준에 비해 미술경제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문화를 바라보는 수준에 변화가 없다면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기대도 없다고 단언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가 GDP만 놓고 보면 10~12위다. 이 수준이면 미술시장은 3조원대가 넘어야 한다”며 “현재 한국의 미술품 가격지수는 40위권을 넘어간다. 미국 28조원, 중국 18조원, 프랑스 8조원, 일본이 4조원 정도다. 한국은 4000억원대다. 한국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유통법으로 미술품 거래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미술을 장려하고 산업으로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미술문화는 가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술계는 국내 미술시장이 활성화돼야 해외에서도 한국 미술에 대한 평가와 인정이 시작된다고 본다. 최웅철 회장은 “미술시장은 부동산처럼 한정된 땅으로 거래하는 게 아니라 ‘문화’ 자체다. 매년 새로운 작가가 나오고 미술작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미술시장은 30년째 얼어붙어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이런 그림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나. 우리가 인정해 줘야 해외에서도 한국 미술에 관심을 갖고 시장에 진입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미술시장은 부자들 사치놀음이라는 시선부터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 회장은 “ ‘미술품의 가격이 비싸다, 싸다’라는 건 동시대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문화를 얼마로 매기느냐, 그리고 어느 정도의 의미를 부여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가격이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그게 곧 문화의 크기인데 우리는 미술품 가격이 올라가면 부자들이 미술품으로 비자금을 챙기는 것 아니냐고 한다”고 말했다. 서진수 교수도 미술시장에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다며 ‘문화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 교수는 “돈이 많은 컬렉터는 기업이다. 그런데 미술품 손금산입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조정했는데 이런 걸로는 안 된다. 기업이 사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미술에서 일정 단위의 세금 혜택을 주면 음악에서도 같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맥락은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투자를 목적으로 사든, 돈 자랑으로 사든, 고가의 미술품이 시장에서 건전하게 거래되는 것을 좋게 본다. 내가 본 사람 중에 작고한 컬렉터들은 100% 작품을 다 놔두고 죽는다. 작품이 어디 가느냐는 거다. 다 후손에게 보여주고 있다”며 “유희면 어떤가. 구겐하임도 침대 밑에 작품을 깔고 잤다. 그런데 베니스, 뉴욕에 가면 그의 컬렉션이 다 남겨져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화 수준은 나라의 힘을 보여준다. 나라가 부강할수록 국민의 문화적 수준이 높고 문화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도 다르다. 시장에서도 문화 파워는 강하다. 서진수 교수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강국은 영국, 프랑스, 독일이다. 이들이 전체 시장의 85%를 차지한다. 나머지 15%가 200여 개 나라가 나누는 거다. 문화 국격이 거기서 딱 나타난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가 아닌 성장과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도 성장할 때까지 키워 놔야 큰일을 할 수 있다. 한국 시장만 보고는 돈을 못 번다. 그러니 해외로 나가는 거다. 미술품도 마찬가지다. 해외 진출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국가가 되는 데 100년 걸리고, 문화국가가 되면 허물어지는 데 100년 걸린다. 이 말이 정말 진리다. 현재 우리나라는 100년을 기준으로 보면 25년쯤 와 있는데 70~80년쯤 와 있다고 착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 교수는 문화국가 융성을 위해 편중된 문화 투자보다 다양한 문화 후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K팝 하나가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다고 세계의 모든 콩쿠르를 휩쓴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며 “세계의 많은 음악가는 베토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다. 이를 알아야 팝 음악의 질도 좋아진다. 이처럼 고미술도 활성화되고 근대미술도 활성화돼야 현대미술도 산다는 걸 인지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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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호

‘프로듀스’ 조작 여파 오디션 프로그램 앞날은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사태로 국민적 충격이 확산되면서 잘나가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위기에 봉착했다. 이미 대중의 신뢰와 공정성이 바닥을 찍은 만큼, 오디션 프로그램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오디션 프로그램’ 몰락...신뢰‧공정성 다 잃었다 이번 문자투표 조작 논란은 Mnet이 야심 차게 선보인 ‘프로듀스’ 시리즈의 시즌 4인 ‘프로듀스X101’이 시발점이다. 지난해 7월 19일 진행한 파이널 생방송 무대 직후 일부 국민 프로듀서들은 Mnet의 문자투표 조작을 주장했다. 이들은 ‘프로듀스X101’ 갤러리를 통해 연습생 문자 득표 차가 일정하게 반복되며, 득표 숫자가 모두 특정 숫자(7494.422)의 배수로 표기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으로 Mnet은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7월 31일 CJ ENM 내 ‘프로듀스X101’ 제작진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작 논란으로 프로그램 안준영 메인 PD와 김용범 Mnet CP, 그리고 연예기획사 관계자를 비롯해 CJ ENM 고위 관계자 10명이 사태 발생 약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5일 입건됐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안 PD가 ‘프로듀스’ 전 시리즈의 조작 혐의를 인정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Mnet은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진정으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번 조작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는 물론 피해 보상,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 중”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Mnet의 뒤늦은 사과는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작도 모자라 안 PD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으로부터 부정 청탁 대가로 47회에 걸쳐 5000여 만원 상당의 술 접대 등을 받았다며 배임수재 혐의가 적시되면서 대중의 신뢰는 바닥을 찍었다. 조작부터 접대, 배임수재 혐의가 계속해서 드러났지만 Mnet의 만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5일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제작을 총괄한 김 CP는 지난 2017년 방송한 ‘프로듀스’ 시즌 2의 온라인 및 생방송 문자투표 결과에 나온 A 연습생의 득표 수를 조작했다. 이에 따르면 A 연습생은 최종 데뷔조인 상위 11명에 포함됐지만 김 CP의 조작 때문에 11위 밖으로 밀려났다. 김 CP는 대신 데뷔조 밖에 있던 B 연습생의 순위를 조작, 결과를 뒤집었다. 결국 CJ ENM은 시즌 3에서 46만8290명으로부터 55만9169회에 걸쳐 유료문자 대금(1회당 100원) 중 수수료를 제외한 3600만3225원의 재산상 이익까지 취했다. 또 시즌 4에서는 174만7877명으로부터 193만3832회에 걸쳐 수수료를 제외한 8864만7073원의 이익을 얻었다. ‘국민 프로듀서’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 ‘내가 꼽은 가수’를 데뷔조에 올린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슈퍼스타K’, ‘언프리티랩스타’, ‘쇼미더머니’ 등 오디션 서바이벌을 모두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오디션 명가’로 불린 Mnet이 수익과 화제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대중은 ‘오디션 프로그램 폐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존폐 기로 섰다...“폐지보단 ‘본연 의무’ 중요” ‘프로듀스’ 조작 논란은 Mnet 내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대중은 이번 만행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상황. 나아가 이번 사태는 ‘오디션 출신’ 가수들도 피해 갈 수 없는 걸림돌이 됐다. 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노력으로 가수의 꿈을 이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괜한 뭇매를 맞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방송계다. 수많은 방송사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MBN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 퀸’을 선보였고, TV조선은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을 준비 중이다. MBN과 TV조선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만큼 Mnet의 ‘조작 논란’ 여파를 피해 가지 못할 전망이다. 박태호 MBN 본부장은 “ ‘보이스 퀸’을 준비하면서 PD와 작가들이 몇 달씩 고민했다. 그 결과 제작진은 공정한 룰을 적용해 심사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기로 의견이 조율됐다. 프로그램 특성상 제작진은 퀸메이커 열 분이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게 도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들은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며 일관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미 충격에 휩싸인 대중은 ‘프로그램 폐지’를 외치고 있다. 지금 방송계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 존폐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 방송 관계자는 “ ‘프로듀스’ 사태로 방송계에서 연령대가 낮은 10대부터 30대 위주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음에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기획된다 해도 참가자가 얼마나 모집될까 의문이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안고 방송에 임할 것이고, 시청자들은 의심하면서 시청할 수밖에 없다”며 “제작진 역시 압박감과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명길 한국매니지먼트협회 상임이사와 김태훈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이사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추후 방향성에 대해 폐지가 아닌 방송사 ‘본연의 의무’를 강조했다. 이 상임이사는 “방송사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의 권력을 내려놓고 플랫폼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게 답”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 역시 “조작 논란은 방송사가 오디션 포맷을 이용, 아티스트 발굴을 떠나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하고 제작에도 손을 뻗치는 등 이해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방송사는 매체로서 공익성과 공정성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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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스타 인터뷰] 카이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클래식부터 팝페라 가수, 뮤지컬 배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뮤지션 카이가 올해를 ‘카이의 해’로 만들 태세다. 올 초 ‘팬텀’부터 ‘엑스칼리버’, ‘벤허’를 거쳐 연말에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뮤지컬 ‘레베카’로 돌아온다. 늘 다작을 하는 덕에 ‘열일의 아이콘’이 된 카이는 지난 10월 24일엔 대규모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카이의 서울 클래식’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콘서트에서 그는 해외로 널리 뻗어나갈 ‘한국의 클래식’을 정의했다. 공연에서 선보인 곡들은 카이의 정규 2집 ‘카이 인 코리아(KAI IN KOREA)’에도 수록됐다. 한국관광공사 홍보대사로 2년째 활동해온 그의 행보에 자연히 기대가 쏠린다. 클래식으로 시작해 뮤지컬 스타로 ‘카이의 서울 클래식’ 콘서트에서 그는 클래식을 ‘고전’과 ‘기본’이라고 정의하며 카이라는 음악가 자체를 보여주는 셋리스트를 구성했다. 모교인 서울대 은사 박인수 마에스트로가 고령에도 게스트로 올라 뜨거운 감동을 안겼다. 특별히 그는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멜로디와 가사의 멋을 한껏 뽐낸 덕에 한국의 클래식이 무엇인지를 이번 공연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2014년에 ‘카이 인 이태리(KAI IN ITALY)’라는 타이틀로 정규 앨범을 냈어요. 지금은 한국관광공사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데, 아시아 지역에 나가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 대중가수나 아이돌 가수들, K팝 위주로 한류 공연이 편중돼 있다는 걸 느꼈죠. 갈 때마다 ‘어떤 노랠 해야 하지?’ 고민도 됐고요. 그런 걸 담아 만든 앨범이 ‘카이 인 코리아’예요. 연초부터 준비하고 있었고, 10월엔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는데 시기를 맞춰 동시에 선보이게 됐죠. 카이의 클래식, 한국의 클래식을 만나셨길 바라요.” 일본과 중국, 범아시아 국가들을 다수 방문하며 카이는 최근 높아진 한국 뮤지컬의 위상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가 직접 참여했던 한국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벤허’, ‘엑스칼리버’ 등은 이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게 그의 솔직한 생각이다. “과장을 보태지 않고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가서도 이런 규모, 완성도를 지닌 작품을 보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세계 최고의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고 생각돼요. 물론 현실적인 제약은 분명히 있죠. 티켓값이 비싸고 공연장에 직접 찾아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아직 대중적인 예술 영역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그래도 한국의 문화적 수준이 많이 올라왔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해요. 1990년대만 해도 우리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는 경지에 이를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겠죠. 뮤지컬의 미래도 평탄하지는 않지만 곧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것이고, 이미 그런 수준에 이르렀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마친 카이는 팝페라 가수로 데뷔해 2011년부터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했다. ‘삼총사’, ‘잭더리퍼’, ‘몬테크리스토’, ‘엑스칼리버’,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대작을 무수히 거쳐온 그는 올 연말, 드디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 ‘레베카’의 막심 드윈터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일단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이 모두 포진해 있어 누구도 실력으로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거예요. 막심 드윈터 역으로는 저와 신성록 배우가 새로 합류하고 알리 씨가 댄버스를 맡았죠. ‘배우가 바뀌면서 이렇게까지 뮤지컬에 큰 변화가 생기는구나’ 느낄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각 캐스트가 서너 명 이상인 만큼 관객 입장에서는 페어를 조합해서 보시는 재미도 있겠죠. 저 같은 경우 상대방의 흐름과 에너지를 굉장히 타는 편인데, 연기 패턴이나 해석이 달라져서 아주 즐겁게 다양한 배우들과 작품을 같이할 수 있을 거라 기대돼요.” ‘레베카’는 유난히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뮤지컬이다. 벌써 5년째 찾아오는 이 작품만의 매력을 카이는 ‘스토리가 주는 완성도’라고 꼽았다. 그의 말처럼, ‘레베카’에는 처음 보는 관객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뮤지컬 장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반전이 숨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역대급 반전이 나오지만 사람의 시선이라는 게 흐름을 따라가고 예측 가능하기 마련이잖아요. 완전히 뜬금없는 결말이 아닌 이상, 얼마나 예측 가능한 가운데 신선함을 주느냐가 재미의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원작을 모르고 이 공연을 봤을 때 스토리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면서 봤던 기억이 나요. 뮤지컬은 음악과 노랫말이 있기 때문에 다른 장르보다 더 예측 가능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센스 있는 전개, 르베이 작곡가의 음악적 반전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죠. 스토리가 주는 완성도가 대단해요. 이미 보셨던 분들에겐 새로운 캐스트가 만들어 나가는 신선한 전개와 반전이 또 새로운 매력이 되지 않을까요.” 10년간 숱하게 흔들리며 걸어온 길 10년 가까이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카이는 스스로 점차 단단해진 과정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성악을 전공하고 팝페라 가수로 시작해 뮤지컬로 오는 과정에서 숱하게 흔들리기도 했다는 그는 “이제는 자존감이 단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의적, 타의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과 의견을 너무 신경 쓰고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든 때가 있어요. 팝페라를 먼저 하신 임태경 선배가 있었지만 그때는 확실한 주자가 많이 없던 때였고,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도 류정한, 김소현 선배가 대표적이었지만 많지 않았죠. 예전엔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려 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음악적 자존감이 조금 낮았던 게 사실이에요. 이젠 자신감이나 경험치와 별개로 제 자존감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좀 부족할 수 있겠지만 노력해야지, 중요한 건 나만의 것이 아닌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해 보자.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그런 자존감이 형성되면서 다른 캐스트들과 비교하려는 생각이나 누구보다 잘하겠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레베카’를 비롯해 카이가 거쳐온 작품들 중 대부분은 대형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작품이다. 현재 카이의 소속사는 EMK엔터테인먼트. 아무래도 자사의 작품에는 조금 더 쉽게 기회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카이는 “저희 대표님을 그렇게 쉽게 보시면 안 된다”며 웃었다. “뮤지컬은 상업예술이고 모든 결정은 티켓을 파는 자의 몫이에요. 저는 제안을 받는 입장이죠. 그럼에도 늘 엄홍현 대표님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전문 뮤지컬 배우들에게 계속해서 자리를 만들어주려 노력하기 때문이에요. 상업적인 면과 예술적인 면 둘 다 놓지 않고 가려는 노력을 계속 해오셨어요. 제가 제안을 받기 쉬웠다고 생각하실 수 있고,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지만요.(웃음) 첫 EMK 작품인 ‘마리 앙투아네트’ 오디션 볼 때 페르젠처럼 제복을 입고 갔어요. 로버트 요한슨 연출가가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캐스팅해 줬죠. 이후에 팬텀을 할 때도 오디션을 봤고, 조금씩 기회가 찾아왔어요. 오랜 시간 끝에 오디션을 보지 않는 배우의 자리에 왔지만, 이 작품이 당연히 저한테 온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늘 스스로의 오디션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죠.” 카이는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른 것은 물론 각종 행사, 솔로앨범 발매까지 한시도 쉬지 않았다. 누군가 “왜 쉬지 않냐”고 묻지만 카이를 밀어붙이는 힘은 사실 별 거 없다. 이 순간을 간절히 꿈꾸던 시절, 그 자체가 모든 일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담담히 얘기했다. “하정우 씨가 쓴 책을 읽었어요. ‘매일 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걸 배우는데 왜 쉬냐’는 구절을 봤죠. 굉장히 공감이 갔고 멋있었어요. 어떤 작품을 끝내는 동시에 하나를 해냈다기보다 매일의 삶이라고 생각하려 해요. 다음 작품을 생각하는 게 쉼이고 재미가 됐죠. 솔직히 얘기하자면, 누구나 하기 싫다고 출근을 안 하지 않잖아요. 이곳이 저의 직장이기 때문에 어느 날은 쉬고 싶어도 묵묵히 걸어가는 거죠.(웃음) 10년 넘게 제가 참 꾸역꾸역 온 것 같아요. 한 단계씩 아주 힘들게 왔는데 그것마저도 행운 같아요. 그때 간절히 원했던 것들이 지금 펼쳐지는 상황이죠. 꿈 같은 시간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불평하는 건 스스로도 죄를 짓는 행동과 마인드가 아닐까요. 사람인지라 지치고 힘들 때도 있죠. 그때마다 간절히 원했던 그날의 일기를 꺼내 봐요. 가장 큰 자극과 원동력이 되죠.” 숱하게 흔들리던 시간들을 거쳐 이제 카이는 한국 뮤지컬 업계에서는 꽤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그런 그와 다음 목표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카이는 조심스럽게 뮤지컬 영화와 중국 진출을 향한 욕심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허황된 공상 같은 것”이라며 웃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뮤지컬 영화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늘 김연아 선수를 상상하거든요. 김연아 전에는 사실 누구도 스케이트장에 가지 않았는데 그 이후 피겨쇼를 하면 인기가 엄청나잖아요. 그분의 공이 굉장한 거죠. 그 역할을 제가 했으면 하는 공상을 늘 하지만.(웃음) 어떤 천재 감독이, 천재 음악가가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든다면 대중적인 좋은 뮤지컬 영화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그런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어요. 또 하나의 숙원은 ‘일본과 중국을 내 집처럼 오가며 노래하는 김연자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 꿈이죠. 최근 상하이에 가서 한국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 넘버를 선보였는데, 선율이 굉장히 중국음악처럼 느껴졌어요. 중국에서도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이 될 수 있겠단 상상을 했죠. 한국 뮤지컬의 완성도가 지금도 높지만 발전을 거듭한다면 언젠간 우리가 중국에 상륙해 사랑받게 될 거라고 봐요. 거기 저도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죠.” 인터뷰 막바지, 카이는 스스로를 약간은 고지식하고, 극한의 상태로 몰아붙이는 타입이라고 인정했다. 2017년 ‘벤허’ 초연 때 그렇게 깡마른 노예의 몸을 유지하면서 느낀 점도, 얻은 것도 있었지만 다행히 지금은 조금 자유로워졌다고.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그는 ‘예술은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는 말에 속지 않은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를 칭찬할 만한 선택이 뭐였냐 물으시면, 저는 속지 않았던 나를 칭찬해 주고 싶어요. 그게 무슨 말인지는 알아요. 하지만 좋은 결과는 열심히 한 자들만이 받는 옵션 같은 거죠. 더 나이가 들어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해준다면 절대 속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속지 않았기 때문에 꿋꿋이 열심히 했고,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죠. 기적같이 감사한 일이죠.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결국 모든 게 뜻대로 됐어요. 이게 10년간의 결산이라고 생각돼요. 누군가는 카이와 정기열이 같을 필요는 없다고 하시지만, 그 말은 목사나 스님이 교회나 절간에서와 세상의 행실이 달라도 상관없다는 말처럼 느껴져요. 책임감과 의무감을 떠나서 영적인 영역이 필요한 것이 예술가의 삶 같아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매력적인 부분은 또 그런 대로 일관적인 사람으로 10년, 20년 더 잘 살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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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올해도 다사다난했다 아듀 2019년

|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2019년 한 해가 어느덧 끝자락에 다가왔다. 돌아보면 올해 연예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명성을 떨친 아티스트들의 소식이 자주 들렸고, 수많은 연예인의 추락과 마주하기도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19년 우리를 웃고 울게 한 최고의 소식과 최악의 소식을 뽑아봤다. BEST1. 세계적 거장 된 봉준호... ‘기생충’ 韓 최초 칸 황금종려상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올해 충무로에는 큰 경사가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다. 봉 감독은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심사위원 만장일치 결과였다. 봉 감독은 “난 그냥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생충’은 이후로도 필름페스트뮌헨, 로카르노영화제, 뤼미에르영화제, 시드니영화제, 할리우드 필름어워즈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수상하며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흥행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국내에서는 5월 30일 개봉해 1008만 관객을 모았다. 북미 성적도 좋다. 배급사 CJ ENM이 공식화한 북미 누적 박스오피스 매출은 565만9526달러(66억466만6842원, 11월 1일 기준)다. BEST2. “We are BTS!”...방탄소년단, ‘러브 유어 셀프’ 투어 성료 이제는 월드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BTS)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해다. 지난해 5월부터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투어를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올해 그 연장선인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투어를 이어갔다. 이번 공연은 ‘스타디움’ 투어로 세계 10개 도시, 20회 공연을 통해 약 10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앞선 ‘러브 유어셀프’까지 더하면 1년 2개월간 총 206만명의 팬과 만났다. 특히 이번 투어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올랐으며, 엄격한 이슬람 규정을 깨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역사에 남을 이력을 더했다. 경제적 효과 역시 엄청났다. 방탄소년단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로 벌어들인 티켓 판매액은 1500억원으로 추산된다. 팝업스토어 등 부가 수익까지 합하면 매출은 2000억원을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EST3. 극장으로 몰려든 관객들... ‘1000만 영화’ 네 편 탄생 유난히 극장가에 웃는 날이 많은 해였다. 어느새 영화의 성공 기준이 된 1000만 영화가 올해는 네 편이나 탄생했다. 같은 해 네 편의 1000만 영화가 나온 건 이례적인(2015년에도 네 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지만 그중 ‘국제시장’은 전년도 연말 개봉작이었다) 일이다. 포문을 연 건 ‘극한직업’이었다. 1월 개봉한 ‘극한직업’은 개봉 15일째 누적관객 1000만명을 넘어서며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마블 팬들의 기대 속에 4월 베일을 벗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 전부터 무서운 기세로 달리더니 개봉 11일째 1000만 관객을 무난히 돌파했다. 5월 개봉한 ‘알라딘’은 역주행에 성공한 케이스다. 10만명도 채 되지 않은 오프닝 스코어로 출발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개봉 53일째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기생충’은 황금종려상 수상이란 명성에 걸맞게 꾸준히 관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1000만 영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BEST4. 아시아는 좁다... 마동석·한효주 등 줄줄이 할리우드 진출 @img4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배우들의 소식도 자주 들렸다.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배우 마동석의 마블 합류다. 7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 영화 라인업에 마동석의 이름이 올라오며 소문만 무성했던 그의 마블 영화 출연이 공식화됐다. 마동석이 합류하는 영화는 2020년 11월 개봉하는 ‘이터널스(The Eternals)’로 안젤리나 졸리, 리차드 매든, 쿠마일 난지아니 등이 출연한다. 배우 전종서, 윤여정, 한예리도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알렸다. 전종서는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신작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문(Mona Lisa and the Blood Moon)’, 윤여정과 한예리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제작하는 영화 ‘미나리(Minari)’에 출연을 확정 짓고 촬영에 들어갔다. 배우 한효주, 이종혁과 모델로 활동 중인 황신혜의 딸 이진이는 나란히 미국 TV 시리즈 ‘트레드 스톤’에 캐스팅돼 촬영을 마쳤다. 이하늬는 8월 미국 AIG, 윌리암모리스엔데버(WME)와 매니지먼트 및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고 할리우드 진출을 본격화했다. BEST5. “위 올라이~”...비지상파 드라마史 다시 쓴 ‘SKY 캐슬’ @img5 ‘스카이(SKY) 캐슬’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2월 종영한 ‘스카이 캐슬’은 금요일 오후 11시 심야시간 방송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극본과 완성도 높은 연출, 배우들의 호연 속에 큰 인기를 끌었다. 첫 방송에서 1.7%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마지막 회에 23.8%까지 올랐다. 이로써 ‘스카이 캐슬’은 JTBC 드라마들은 물론 tvN ‘도깨비’ 시청률까지 뛰어넘으며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달성에 성공했다. 화제성도 어마어마했다. “쓰앵님”, “아갈머리”,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믿으셔야 합니다” 등 ‘스카이 캐슬’의 대사는 수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했다. 하진이 부른 OST ‘위 올라이(We all lie)’의 경우 쟁쟁한 가수들의 신곡을 제치고 국내 음원차트를 장악했다. 염정아, 김서형, 윤세아, 김병철, 오나라 등 베테랑 배우들은 드라마의 흥행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김혜윤, 김보라, 조병규, 찬희(SF9) 등 아역 연기자들도 향후 활동에 청신호를 켰다. WORST1. ‘버닝썬’부터 마약까지...무너진 YG @img6 @@img7 지난해 11월 불거진 ‘버닝썬’ 사태는 올해도 이어졌다. 단순 클럽 폭행 시비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경찰과 클럽의 유착, 클럽 내 물뽕(GHB) 흡입과 성추행, 일반 마약 유통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사건의 진원지인 YG엔터테인먼트와 클럽 소유주인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이승현)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증거는 계속 쏟아졌다. 급기야 투자자 성접대 정황까지 나왔다. 물러설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승리는 3월 빅뱅을 탈퇴했다. 양현석 역시 6월 YG엔터 내 직책을 내려놓으며 모든 업무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YG엔터의 범법 행위는 이후로도 꾸준히 드러났다. 양현석과 승리의 원정 도박, 환치기 논란이 불거졌고, YG 소속 가수인 아이콘 멤버 비아이(김한빈)가 9월 마약 수사로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양현석은 비아이 마약 관련 제보자를 회유, 협박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현재 양현석의 혐의는 협박, 업무상 배임, 범인도피 교사 등 총 3가지. 경찰은 11월 6일 양현석을 정식 입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WORST2. 뭐가 궁금했기에...성추문 휩싸인 정준영과 친구들 @img8 승리 게이트의 여파는 컸다. 성접대 의혹 수사 과정에서 승리가 동료 연예인들과 성관계 영상을 불법 공유한 정황이 담긴 단체 채팅방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그 중심에는 가수 정준영이 있었다. 정준영은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어 해당 채팅방에 공유했다. 채팅방 멤버는 승리, 정준영을 포함해 FT아일랜드 최종훈, 씨앤블루 이종현, 하이라이트 용준형, 슈퍼주니어 강인과 가수 정진운, 로이킴, 에디킴, 모델 이철우로 드러났다. 최종훈, 이종현, 용준형, 강인은 모두 그룹에서 탈퇴했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2016년 1월 강원 홍천, 같은 해 3월 대구 등에서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두 사람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준강간) 혐의로 구속, 검찰에 송치됐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꾸준히 “합의하에 성관계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11월 13일 9차 공판까지 진행된 상태다. WORST3. 오디션 명가의 추락...Mnet 투표조작 논란 @img9 Mnet은 오디션 명가에서 조작 방송사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시발점이 된 건 7월 종영한 ‘프로듀스X101’(프듀X)이었다. 마지막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1위부터 20위까지 연습생들의 유료문자 득표 수가 특정 숫자(7494.442)의 배수로 일정하게 차이 난다”며 직접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프로듀스101’, ‘아이돌학교’에 출연했던 이해인의 아버지가 온라인을 통해 프로그램 조작 관련,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에 MBC ‘PD수첩’은 CJ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의혹을 파헤쳤다. 해당 방송에는 이해인과 ‘프듀X’ 참가자들의 폭로가 담겼고, 한 연습생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프듀X’의 유착관계도 의심했다. 문자 조작에 이어 소속사 간 유착관계 정황이 나오자 경찰은 ‘프듀X’ 제작진 사무실과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벌였다. 그리고 10월 30일 이들에게 사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어 11월 5일 서울중앙지법은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준영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연예기획사 관계자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안 PD 등 2명에게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WORST4. 아시아 들썩인 송혜교·송중기 이혼...줄줄이 들려온 파경 소식 0 배우 송혜교, 송중기 부부의 이혼은 아시아를 들썩인 사건이었다.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듬해 7월 갑작스럽게 결혼을 발표, 그해 10월 31일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여러 차례 불화설에 휩싸였지만, 송혜교와 송중기는 매번 간접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둘 사이의 갈등을 인정한 건 올해 6월 송중기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혼조정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리면서다. 당시 두 사람은 이혼 사유에 대해 “사생활”, “성격 차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7월 22일 이혼조정이 최종 성립되면서 법적으로 남남이 됐다. 송중기, 송혜교뿐만 아니라 올해는 유독 스타들의 이혼 소식이 자주 들렸다. 드라마 ‘블러드’(2015)를 통해 연인으로 발전한 구혜선, 안재현 부부도 8월 서로를 향한 폭로전을 시작하며 이혼 의사를 밝혔다. 뮤지컬 배우 박해미와 방송인 김나영은 남편이 각각 음주운전과 주식 부당거래 혐의로 구속되며 결혼생활의 종지부를 찍었다. WORST5. 그곳에선 행복하길...설리· 전미선, 우리 곁을 떠난 스타들 1 10월에는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그룹 f(x) 출신 배우 설리(최진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도 성남시 한 전원주택 2층에서 설리가 숨져 있는 것을 매니저가 발견해 신고했다. 유가족의 의사에 따라 부검을 진행했으나 외력이나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리의 사망은 무분별한 악성 댓글 관행에도 경종을 울렸다. 생전 고인은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했고, 2014년 이를 이유로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설리에 앞서 6월에는 배우 전미선이 스스로 목숨을 거둬 안타까움을 샀다. 전미선은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이 진행된 전북 전주의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매니저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객실 화장실에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전미선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소속사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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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더 나은 삶 위해 ‘공공미술’이 필요한 이유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도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대책으로 예술 공공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시 재생’에 목적을 둔 ‘공공미술’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일궈가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공공미술’이란 단어가 아직은 생소하지만 이미 변화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폐건물이 예술가의 손을 통해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인적이 드물었던 마을은 화가들의 붓터치 덕에 ‘벽화마을’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도시는 개발을 지나 재생 단계로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공공미술이 차지하는 역할은 상당히 크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공공미술의 탄생 공공미술은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미술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모두가 사용하는 것에 공적 자금으로 실행하는 미술’이다. 초기 ‘장소’에 중점을 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문화·사회적 소통을 전면에 내세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공공미술의 출발점에 대해 “이전에는 도시의 간판, 건축물의 외관이 실용성, 기능성 위주로 돼 있었다. 이제는 심미적인 기능도 추가하자는 지점에서 공공미술이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도시 재생과 관련해서는 “국토부는 도시 재생 사업을 과거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며 ‘뉴딜 정책’으로 문체부와 손잡고 문화적 도시 재생을 시작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질적 향상, 미적 효과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적 시선이 가미됐다. 색조부터 모양, 스카이라인까지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 후반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활발해졌다. 그중 2005년 개막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6)는 도시 재생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선보이며 미술계에도 신바람을 몰고 왔다. 3회부터 3년마다 개최해 올해로 6회를 맞는 APAP6는 ‘공생도시’를 주제로 도시에서 예술의 역할을 강조한다. 김윤섭 APAP6 총감독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에서 같이 살아가야 할 매개체가 바로 예술”이라고 말했다. APAP6가 선보이는 도시 재생의 대표적 사례는 폐허가 된 공간을 주민들의 휴식 장소로 재구성한 천대광의 ‘너의 거실’이다.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재단법인 아름다운맵이 주관하는 ‘마을미술프로젝트’도 도시 재생을 목적으로 한 공공미술사업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 예산은 매년 국고 10억원이 배정된다. 주로 지자체와 매칭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성과는 ‘벽화마을’로도 유명한 부산감천문화마을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2~3년간 4억원을 들여 부산감천문화마을의 문화 재생 사업을 맡았다. 10년간 지자체와 지원단체가 동행했고, 예산은 400억원 정도 들어갔다. 단순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지속적 관심을 도시 재생과 관련한 공공미술사업은 주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주도한다. 그래서 지자체가 주장하는 ‘도시 재생’ 정책과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도시 재생을 위한 공공미술의 성공적인 사례는 아직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지역적 특색이 반영된 결과물을 보기 드문 경우도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지자체가 도시 재생을 구실로 사업을 벌이지만 프로젝트를 지속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2013년 진행된 하동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그 예다. 6년 전 그가 하동 벽화마을을 찾았을 때는 이미 퇴색돼 있었고, 2018년 새롭게 진행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홍 평론가는 “지자체에서 연속성을 띠지 않고 새로운 사업만 진행하니 관리가 안 된다. 재생이 아니라 그냥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한 전시 행정이 아닌가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마을미술프로젝트 김진엽 사무국장도 도시재생사업은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3년 작업 후 이를 이어받을 활동이 있어야 활성화되는데, 지자체를 비롯해 지속 관리가 부족한 면이 있다. 3년이 지나면 야외 프로젝트들은 부식되기도 한다. 지자체가 꾸준히 부산감천문화마을처럼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예산이 적어 문제가 되거나 담당자가 바뀌어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마을미술프로젝트를 문체부가 처음 추진하면서 모토가 된 것이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렇다 보니 환경 조성이 강조됐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공공미술로 전향됐다. 현재는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한 ‘한국형 공공미술’을 정착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공미술 정책이 정착되지 못하다 보니 매뉴얼이 없다. 이 사업을 지자체도 지속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고안하려 한다. 이를 위한 세미나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g4 주민과 함께하는 공공 프로젝트로 확산 김진엽 사무국장은 시각적으로 미술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에 예술이 함께하는 삶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삶의 터를 가꾼다는 데 의미가 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주민들이 반신반의하는 경우도 있으나 공공 프로젝트를 경험한 이들은 삶의 변화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지자체와 주민 그리고 예술가들이 협동해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충분한 소통 없이 진행된 결과물은 공감받지 못한 행정적 자료이자 실패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홍경한 평론가는 “역사성과 삶의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도시 재생이다. 문제는 주민이 사실상 홍보에 접근을 못하다 보니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평론가는 일부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관련 행사가 국제미술전으로 자리 잡기보다 지역공동체적 특성 아래 담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학적으로 혹은 미술사적으로 미래 세대에 어떤 것을 남겨줘야 하는지 지역공동체적 특성 아래 담론화해야 한다. 지역주민과 예술이 어떤 상생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이제 그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김진엽 사무국장은 “처음에 주민들에게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하자고 하면 ‘이게 뭐냐’고 한다. 그런데 가시적인 성과를 본 후에는 반응이 달라진다. 향후에는 주민의 요구를 결합하는 것이 목표다. 주민이 함께하는 공공미술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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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냉랭한 한일관계, 문화는?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뜨거운 여름부터 시작된 일본과의 무역·외교 전쟁은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화 영역은 의외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문화계에서는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 문화교류마저 끊어진다면, 국가 간에 완전히 등을 지자는 이야기와도 같다는 위기 의식이 감지되고 있다. 물론 갈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 속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뒤’에서 탈이 있었다. 공개 사흘 만에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이 결정된 것. 다만 지난 9월 8일 전시를 재개하면서 주목받았다.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성료 올해로 11회를 맞은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는 지난 8월 29일부터 3일간 인천 송도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한·일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열린 문화장관회의에 한·중·일 취재진 열기도 뜨거웠을뿐더러 이 행사가 양국 화해의 키가 되리라는 기대도 컸다. 여러 관심 속에 진행된 3국 문화회의는 무탈하게 잘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개최 전 일본 아베 총리와 같은 파벌의 시바야마 마사히코 문부과학상의 참석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행히 마사히코 문부과학상은 일정에 차질 없이 참석했고, 3국의 문화교류 협력을 약속하는 ‘인천선언문’도 채택됐다. 특히 이번 선언문에는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내용이 강조됐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 교류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문화 협력 방안을 지지했다. 아울러 3국 문화산업 콘텐츠포럼 교류 강화와 3국이 연이어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공동 문화 프로그램 지원도 약속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치, 외교, 경제 갈등이 문화로 확산되지 않도록 3국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냉랭한 한·일 관계에도 문화교류가 진행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번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소녀상 철거와 관련한 부분은 단호하게 조치해야 하지만, 인류 보편적으로 생각되는 문화와 관련한 교류는 경제, 관광, 외교와 달리 일반 국민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교류, 특히 시민들의 문화교류는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리적이고 불합리적인 것이 아니라면 정상적으로 문화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정부도 정치와 경제, 외교에서 일어난 갈등을 문화까지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키아프, 일본 화랑 참여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한국국제아트페어 2019(KIAF ART SEOUL 2019, 키아프)는 올해 8만2000명을 모았다. 이는 지난해 대비 30%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다 관람객 수다. 올해는 배우 전지현, 소지섭, 월드스타 BTS의 RM과 뷔 등이 다녀가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월 25일 개막해 나흘간 이어진 키아프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아시아 미술시장의 여러 변수 속에 오히려 주목받았다. 홍콩의 민주화 사태가 지속되면서 미술계는 동북아시아권으로 눈을 돌렸고, 그중 서울에서 열리는 키아프에 시선이 쏠렸다.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올해 키아프는 해외 유명 갤러리 디렉터들이 다녀갔고 관심을 보였다”며 “다양한 층의 컬렉터와 새로운 컬렉터의 구매력, 국제 스타 등 셀럽의 방문을 눈으로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0년에는 비엔날레 등 다양한 국제 미술행사가 있어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마켓으로 부상 중인 서울이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키아프가 개최되기 전만 해도 아이치트리엔날레 소녀상 전시 중단에 일본과 연관된 연극 두 편이 취소되며 키아프도 한·일 관계의 영향을 받으리란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기우였다. 이번 키아프에 일본 화랑은 7곳이 참여했다. 이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나아가 ‘토크 프로그램’에는 아트 컬렉터이자 요코하마 예술디자인대학 미야츠 다이스케 교수가 아티스트 정연두와의 인연을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4월에 이미 키아프 참가 등록을 마쳤다. 일본의 경제 보복과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등 일본과 갈등이 심해졌지만 키아프는 민간 교류이다 보니 정치적 이슈와 불편함은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야츠 다이스케 교수와 아티스트 정연두의 토크 프로그램 역시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생각해 본다면 정치적 이슈로 인한 거부감이 특별하게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술관, 박물관 교류도 이상 무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도 일본의 미술관, 박물관과 차질 없이 교류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과 보존과학’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지난 9월 1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일본 도쿄예술대학과 공동 개최했다. 2013년부터 매해 보존 분야 학술 행사를 개최해 왔고, 올해도 문제 없이 예년처럼 이어왔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올 하반기 ‘가야전’ 전시를 앞두고 문화재 교류 전시를 위해 지난 8월 일본 도쿄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 한 차례 포럼을 진행했다. 이어 순회전시와 관련해 긍정적인 이야기도 나눴다. 오는 12월 3일부터 2020년 3월 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펼쳐지는 ‘가야본성-칼과 현’은 2020년 일본 도쿄국립역사민속박물관(2020년 7월 6일~9월 6일)과 규슈국립박물관(2020년 10월 12일~12월 6일)에서도 선보인다. @img4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포럼에서 박물관 관계자와 가야전 전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화재 교류와 전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교류에서 문제가 생기면 양국 간의 교류는 끝난 것과 다름없다. 문화교류는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적 분노를 샀던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의 소녀상 전시 재개는 예술인들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자유로운 담론이 오가는 예술계에서 정치로 인한 전시 중단 사태는 한국 작가뿐만 아니라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그 결과 극우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5일 만에 전시가 재개됐고, 전시 하루 만에 하루 1000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전 세계를 무대로 미술 활동을 펼치는 양혜규 작가는 “전 세계가 우경화되는 문제가 미술에서도 드러났다”며 “제가 들은 바로는 너무나 많은 항의전화가 걸려오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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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수현·박지윤·클라라, 성공한 사업가와 결혼한 여배우들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여배우와 성공한 사업가의 결혼은 흔한 일이다. 특히 최근에 배우 수현, 클라라 등이 다국적기업의 대표와 결혼하며 이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앞서 JTBC 조수애 아나운서, 가수 박지윤도 국내 굴지의 기업 대표와 결혼식을 올렸다. 안방 브라운관에서 대중에 친숙한 얼굴들이 이제는 한 기업의 사모님이 된 셈이다. 최근 여배우들이 사업가들과 맺어진 케이스는 과거 배우 고현정이나 노현정 아나운서의 사례 이후 한참 뜸했던 일이라 더 주목받았다. 당시 여배우와 재벌 2, 3세가 맺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 속속 미인을 쟁취했다. 결혼 직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이후에는 SNS 등을 통해 자연스레 부부의 일상을 공개한다는 점도 그때와는 다르다. 수현과 클라라, 재벌에서 자수성가 사업가로...여배우 결혼 풍토 ‘세대교체’ 배우 수현은 오는 12월 14일 위워크 한국지사 대표 차민근과 결혼한다. 두 사람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최근 할리우드로 진출하며 활발히 활동해 온 수현이 결혼과 동시에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소속사 측은 “결혼 후에도 배우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현과 차민근 대표는 2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알고 지내다 올해 초 연인으로 발전, 공개 열애 2개월 만에 결혼 소식을 알렸다. 특히 수현과 차 대표는 함께 전시회 등에서 데이트를 즐기고는 SNS에 사진을 각자 올리며 일명 ‘럽스타그램’을 이어 왔다. 수현은 SNS에 차 대표의 강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 두 사람은 달콤한 프러포즈 장면을 담은 사진을 직접 SNS에 공개하고 다가오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앞서 많은 여배우가 비밀리에 교제와 결혼을 진행해 온 사례들과는 다른 지점이다. 수현은 이화여대 국제학과 출신으로 2005년 한중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로 입상, 데뷔했다. 2006년 SBS 드라마 ‘게임의 여왕’, ‘로맨스 타운’, ‘브레인’, ‘스탠바이’, ‘7급 공무원’, ‘몬스터’ 등에 출연했으며,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무기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후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마르코 폴로’, ‘다크타워: 희망의 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약 중인 그는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130억원 규모의 대작 드라마 ‘키마이라’를 촬영 중이다. 차민근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했다. 1세 때 뉴저지의 한 가정에 입양됐고, 2007년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가족과 재회한 뒤 정기적으로 내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유 오피스 위워크 한국 대표로 위워크 초기 멤버이자 아시아 진출을 이끈 인물로 서울과 부산 등에 무려 20개 위워크 지점을 운영 중이다. 그의 피앙세인 수현은 지난 2월 서울 중구 을지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위워크 크리에이터어워즈에서 직접 MC로 참석하기도 했다. 올해 1월 결혼한 배우 클라라의 남편은 사업가 겸 투자가 사무엘 황으로 밝혀졌다. 사무엘 황은 세간에는 재미교포 정도로 알려졌으나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MIT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밟은 수재다. 2009년 중국으로 건너가 교육기업인 뉴패스웨이에듀케이션을 창업, 교육 사업으로 중국에서 대박을 기록한 후 현재는 위워크랩스, 프라이머 등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회사 투자가로 활동 중이다. 클라라는 결혼 이후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에서 생활하는 일상 사진을 올리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남편인 사무엘 황은 주로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지만 NPSC리얼에스테이트라는 부동산회사도 설립해 해당 레지던스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매매가는 78평 규모에 81억2000만원을 호가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두산家로 입성한 조수애 아나운서, ‘대세’ 조수용 대표의 짝 박지윤 수현, 클라라의 사례와 다르게 국내 기업 대표들과 결혼식을 올린 조수애와 박지윤은 보다 조용하게 결혼을 진행했다. 두산매거진 박서원 대표와 지난 2018년 12월 결혼하며, 조수애는 결혼식을 며칠 앞둔 시기까지 모든 소식을 비밀에 부쳤다. 몇몇 지인만 알고 있는 상태로 결혼 1주일여 전에 소식이 전해지며 깜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직장인 JTBC에조차 결혼과 관련한 언급 없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수애와 결혼한 박서원 대표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으로 2004년 10월 두산 계열사인 오리콤 총괄 부사장을 거친 뒤 두산그룹 전무 겸 두산매거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과거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장녀 구원희 씨와 결혼했지만 5년 만에 이혼했다. @img5 이후 조수애는 올해 5월 출산 소식을 알리며 경사를 전했고, 풋풋한 신혼 일상을 SNS에 공개하고 있다. 출산 이후 육아에 전념하는 그는 당분간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프리랜서 아나운서 활동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선배인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를 비롯해 과거 많은 여배우가 결혼과 동시에 은퇴 수순을 밟으며 아쉬움을 안겼기에 두산가에 입성한 그의 행보에 더 이목이 쏠린다. 가수 박지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3월 말 가족과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해 조수용 카카오 대표와 극비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조수용 대표가 발간하는 월간 ‘매거진B’의 팟캐스트 ‘B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약 2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img4 박지윤의 남편 조 대표는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으로, 2003년 네이버 창립 초기 멤버다. 디자인,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해 온 그는 2010년 브랜드 디자인컨설팅 회사 JOH를 세웠고, 다큐멘터리 잡지 ‘매거진B’를 창간했다. 이후 카카오에서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과 공동브랜드센터장을 거쳐 지난해 3월 여민수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로 선임됐다. 박지윤은 12세였던 지난 1993년 잡지 모델로 데뷔해 1997년 ‘하늘색 꿈’을 발표하며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성인식’, ‘난 남자야’ 등 히트곡을 발표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포크, 어쿠스틱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며 팬들과 만나 왔다. 박지윤은 결혼 후 활동 재개 의사를 밝히며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월 1일 신곡 ‘잊어요’를 공개했으며, 오는 12월 6일과 7일에는 서울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박지윤 콘서트 2019’를 개최한다. 이는 박지윤의 가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활동으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일명 ‘재벌가 입성’ 1, 2세대에서 세대 교체된 이들이 다시 연예계로 돌아와 활발히 활동하지 않을까 기대가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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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임시완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2010년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ZE:A)로 데뷔해 대중에 미소년 이미지로 사랑받은 임시완이 돌아왔다. MBC ‘해를 품은 달’(2012)을 통해 첫 연기를 선보였던 임시완은 tvN ‘미생’(2014)을 통해 ‘가수’라는 타이틀을 잊게 할 만큼 연기자로 자리 잡았다.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타인은 지옥이다’를 선택한 임시완은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하며 완벽한 복귀를 알렸다. 인상 깊은 복귀작...OCN ‘타인은 지옥이다’ 임시완의 복귀작 ‘타인은 지옥이다’는 웹툰이 원작이다. 상경한 청년이 서울의 낯선 고시원에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경험하는 미스터리를 그렸다. 누적 조회 수 8억 뷰를 기록한 작품인 데다 임시완이 출연을 확정 지으면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일단 10부작이라서 선택하면서 조금 쉽더라고요. 부담이 덜 됐던 거죠. 그런데 촬영이 끝나 가면서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촬영할 때도 ‘20부작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더 찍을 체력이 남았는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웃음). 그래도 동료 배우들, 감독님과 아쉬울 때 끝나는 게 제일 아름답다는 얘길 했어요. 10부작이 확실히 짧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쉬우면서도 이상적인 것 같아요.” 제대 후 택한 ‘타인은 지옥이다’는 임시완에게 또 다른 군대 시절을 겪게 했다. 임시완이 연기한 윤종우는 군 시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첫 촬영 장면도 군대였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정말 군대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제대 후에 다시 군복을 입으니까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하하. 그 장면은 사실 대본이 모두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군대 장면만 발췌해서 부분 대본을 받아 찍었어요. 그래서 앞뒤 서사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죠. 정말 정신없이 찍었어요. 이 작품을 실제 복무 시절 후임이 있을 때 추천해 줬는데, 안 그래도 작품 보고 나서 연락이 왔어요. 캐릭터에서 실제 제 모습이 보인다더라고요. 저는 폭력성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웃음). 종우한테서 제 평소 말투가 녹아들어서 그런 거라고 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 윤종우는 상경한 뒤 방값이 제일 저렴한 에덴고시원에서 머물게 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모두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이상한 분위기를 풍겼다. 더욱이 끔찍한 살인을 주저하지 않는 인물들도 포함됐다. 임시완은 타인이 주는 피해 속에서 점점 미쳐 가며 감정의 폭이 커지는 윤종우를 실감 나게 그려냈다. “세트장은 너무 어둡고, 극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는데 보이는 것만큼 심각하게 촬영하진 않았어요. 쉬는 시간에는 서로 장난도 치느라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장르에 대해 무뎌진 적도 있었죠. 그러다 본방송을 보고 다시금 장르물이라는 걸 실감했어요(웃음). 내면 연기는 쉽게 가져 가려고 하진 않았어요. 처음에 윤종우라는 캐릭터를 접했을 때, 마냥 착한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사람에겐 친절하지만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일반적이진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갔죠.” ‘장르물 명가’ OCN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타인은 지옥이다’는 출연 배우들의 완벽한 싱크로율과 높은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첫 방송 3.8%, 마지막 회 3.9%, 닐슨 전국기준)은 다소 부진해 아쉬움을 남긴 채 종영했다. “정말 시청률은 제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르 자체도 애초에 시청률을 기대할 건 아니었고요. 그래도 장르의 다양성을 더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시청률은 낮아도 콘텐츠 평가 지수나 이런 부분은 높더라고요. 요즘에는 콘텐츠 소비를 꼭 TV로만 하는 게 아니죠. 군대에 있는 동안 연기에 대한 갈증이 너무 커서 이번 작품을 통해 해소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너무 만족해요.” 브라운관서 스크린으로...풀리지 않는 연기 갈증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임시완은 이제 스크린을 통해 대중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타인은 지옥이다’에 이어 영화 ‘1947 보스턴’을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예정이다. “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는 됐어요. 그래도 영화로 남은 갈증을 풀어야죠. 지금 영화 촬영을 하고 있는데, 아직 연기를 안 하는 기분이에요. 이번 영화가 마라톤에 대한 얘기라 아직 뛰고만 있어요(웃음). 감독님이랑 미팅을 중간에 했는데 제 체력을 너무 걱정하시더라고요. 제대한 지 얼마 안 됐고, 운동도 꾸준히 해서 자신 있었는데 실체가 드러났어요. 아무래도 운동을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아이돌 가수가 연기에 도전할 때 대중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하지만 임시완은 드라마 ‘미생’, ‘왕은 사랑한다’와 영화 ‘원라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이제는 어엿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정말 천만다행이죠.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저는 천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배우의 미덕 중 하나는 작품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정해지고, 그 배우의 히스토리가 결정되잖아요.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히스토리를 쌓은 게 저한테는 남다른 의미가 있죠.” 임시완의 ‘연기에 대한 갈증’은 생각보다 컸다. 드라마를 끝내고 이제는 영화 촬영에 돌입하면서 대중에 이미지를 각인시킬 준비를 하나씩 시작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2년까지는 쉬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웃었다. “향후 2년까지는 일을 더 하고 싶어요. 생각해 보니까 제가 했던 작품들이 모두 ‘브로맨스’가 강조된 게 많았더라고요. 작품을 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메시지’였는데, 선택하고 나니까 멜로가 아닌 작품이 꽤 많았어요. 이제는 멜로나 로맨스도 해보고 싶어요. 평범한 내용보단, 저한테 와 닿는 멜로였으면 해요. ‘불한당’ 이후로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2년간 연기를 못 했으니, 이제는 쉼 없이 한번 연기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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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차승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얼굴로 각인되기도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그는 완벽한 의상 소화력으로 런웨이를 장악하던 모델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2000년대 초중반 충무로의 코미디 부흥기를 이끈 ‘코미디 장인’으로 기억될 거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은 아마 그를 요리 잘하는 헐렁한 아저씨쯤으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무엇이든 좋다. 어쨌든 그가 부지런히 노력한 결과물일 테니까. ‘힘을 내요, 미스터 리’로 스크린 컴백 배우 차승원(49)이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힘내리)로 추석 극장가를 찾았다. 9월 1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아이 같은 아빠와 어른 같은 딸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코미디로 ‘럭키’(2016) 이계벽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님을 뵙고 출연을 결정했죠. 오래 두고 보고 싶을 정도로 심성이 고운 사람이었어요. 선장이 괜찮으면 승선해 보는 거죠. 여러 난관에 봉착해도 저 사람이면 괜찮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어요. ‘착한 영화’란 점도 마음에 들었죠. 그래서 심심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 그렇기 때문에 나와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TV에서 매일 흉흉한 소식만 접하는 세상이잖아요.” 차승원은 이번 영화에서 아빠 철수를 연기했다. 소문난 칼국수 맛집의 수타면 뽑기 달인이자 가던 길도 멈추게 하는 비주얼의 소유자.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지적 장애를 앓는 인물이다.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많이 어려웠어요. 나름대로 고심도 많이 했고,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을 계속 보면서 레퍼런스도 찾았고요. 그렇다고 특정 인물을 모티브 삼아 연기하진 않았어요. 어떤 한 분을 특정 짓기보다 60~70%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살을 붙여가며 이미지를 만들었죠.” 철수가 지적 장애를 앓게 된 건 지하철 화재 때문이다. 소방관이던 철수는 시민들을 구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지난 2003년 2월 18일 대구 중앙로역에서 실제로 벌어진 지하철 방화사건을 영화에 접목했다. “역시 감독님을 믿어서 가능했죠. 그 사람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방식을 보면서 신뢰가 갔어요. 다행히 블라인드 시사회 때부터 그 부분에 대한 질책은 없었죠. 만들 때는 기성세대로서 미안함이 컸어요. 당장 우리 자식 세대인데 그들에게 좀 더 괜찮은 세상을 만들어 주지 못한 일종의 부채 의식이죠. 모두가 피해자인, 있어서는 안 될 이런 아픔이 너무 많았잖아요.” 배우 전향 22년...“언제나 새롭되 튀지 않기를” 알다시피 차승원이 연예계에 발을 들인 건 모델 활동을 하면서다. 1988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모델로 데뷔한 차승원은 1997년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에서 단역을 맡으며 연기자로 전향했다. 이후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요즘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자주 해요. 보통 이 나이, 연차가 되면 그런 게 잘 없잖아요. 역할도 비슷하게 들어오고요. 그래서 완전히 다른 성향의 감독님들이 제게 ‘이런 역할 해보실 의향 있어요?’라고 제안하면 너무 좋아요. 제게서 완벽하게 다른 성향을 본 거니까. 그러면 배우로서 ‘아, 해볼 만하네? 재밌겠다’란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가 바란 대로 차승원은 요즘 다른 색깔을 가진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힘내리’에 이어 ‘씽크홀’(가제)로 휴먼 코미디 장르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그는 곧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에 합류한다. 남대문에서 활동하던 깡패에게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누아르 영화다. “박 감독님의 작품에서는 ‘힘내리’, ‘씽크홀’에서는 보지 못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감독님이 그간 만든 작품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보다 아주 딥한 시나리오도 하나 들어왔죠. 그건 정말 ‘나한테 이걸 왜 줬지?’ 싶은데(웃음) 한번 해보려고요. 어쨌든 제가 아주 없는 모습은 아니니까 이게 어떻게 쓰일까에 대한 호기심이 있죠.” 연기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내려놓음’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차승원은 요즘 장르, 캐릭터에 상관없이 매번 덜어내는 작업을 한다. 튀지 않도록, 선을 넘지 않도록 욕심을 버리는 거다. “준비를 안 하고 현장에 가서 바로 연기를 해요. 그렇다고 준비를 하나도 안 한다는 말은 아니고 너무 디테일하게는 안 하는 거죠. 그럼 연기가 더 어색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계속 걷어내는 거예요. 실생활에서는 안 그러면서 추가하는 것, 그걸 배제하는 거죠. 그건 코미디든 뭐든 다 마찬가지예요. 아마 ‘힘내리’를 30대 때 했다면 완전히 달랐을 거예요. 튀려고 별 짓 다 했겠죠(웃음).” “잘 살아왔고, 잘 살아가고 싶다” 차승원은 최근 배우 외에 방송인으로도 활약 중이다. tvN ‘삼시세끼’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페인 하숙’, ‘일로 만난 사이’ 등 예능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했고, 특유의 느긋함과 소박한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사실 예능으로 얻은 게 더 많아요. 추억도 쌓고 저를 친근하게 생각해 주는 분도 많아졌죠. 요즘엔 어디를 가나 편하게 대해 주세요. 모진 댓글도 없는 편이고요. 물론 어린 친구 중에는 저를 요리사로 아는 경우도 있는데(웃음), 그조차 좋고 감사하죠. 이미지 고착요? 걱정 안 해요. 나이가 50인데요. 다만 평상시가 더 중요하다, 잘하고 살자고는 되뇌죠. 많이 돌아다니지만 않으면 돼~ 하하.” 차승원은 그러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비교적 나이를 잘 먹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에게만 주어지는 여유와 내공이 느껴졌다. “큰 위기가 있었던 것도, 고인 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물론 저도 예전에는 욕심도 많고 튀고 싶기도 했어요. 근데 나이가 들수록 변하더라고요. 너무 굴곡진 삶을 사는 것도, 너무 주목받는 게 싫은 거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최고예요. 연기도 인생도 너무 애쓰지 않는 것. 너무 잘하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요(웃음). 다만 공짜로 일하는 거 아니니까 맡은 바 책임은 다해야죠.” 나이가 들면서 생긴 또 다른 변화가 있다면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 거다. 물론 예전부터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그지만, 최근 들어 저울의 추가 더 기울었다. “나이 들면서 ‘내가 누구한테 의지하며 살까, 누군가 나를 의지해 줄까’란 생각이 자주 들더라고요. 그러면 늘 가족이란 답에 도달해요. 언제나 날 보듬어 주고 내가 보듬어 줄 사람들, 그 소중함을 계속 깨닫는 거죠. 예전에는 일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 지금은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려고 해요. 일 측면으로 도움이 덜 될 수는 있으나 진짜 필요한 건 가족인 거죠. 시각 자체가 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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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관람객이 참여해야 전시는 완성된다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미술관 풍경이 바뀌고 있다. 작가의 시선으로만 꽉 채우는 전시가 아닌, 관람객과 호흡하는 전시가 늘고 있다. 작가의 손을 거친 작품은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손으로 이어진다. 관객과 어우러진 작품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 뚜렷하게 하는 힘이 있다. 관람객 참여로 강화되는 작품의 메시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1층 전시장 서울박스(전시공간이면서 통로공간)에 축구장이 생겼다. 축구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관람석이 있고, 실제 축구를 즐기는 그라운드와 골대까지 마련됐다. 이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미술가 아스거 욘의 ‘삼면축구’ 작품을 재현한 것으로 전시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에서 소개하는 작품 중 하나다. ‘삼면축구’는 우리가 흔히 아는 축구의 룰을 따르지 않는다. 두 팀이 아닌 세 팀이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골대가 세 개다. 아스거 욘의 대안적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로 양극의 갈등 촉진보다는 방어하고 협력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 전시를 기획한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삼면축구에서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이길 수 있다. 아스거 욘이 말하는 삼치논리로, 세 개의 힘이 있다면 두 개의 공격성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메시지는 실제로 축구장에 들어가 게임을 해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삼면축구는 관객참여형 작품으로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활용하면서 아스거 욘의 철학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이 됐다”고 귀띔했다.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에서 개최하는 ‘2019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 소개된 권병준 작가의 ‘자명리 공명마을’도 관람객의 참여로 빛이 나는 작품이다. 벽면에 헤드폰이 걸려 있는 게 작품의 전부다. 하지만 관람객이 동참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img4 이 작품은 ‘소통의 부재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쓴 사람은 자신의 반경 90cm 이내의 사람과 만나면 상대의 소리와 섞인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고개를 숙이고 4초 정도 머물면 ‘교환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상대의 소리와 교환된다. 권병준 작가는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만 본다. 타인과 대화하지도 않는다. 그러지 말고 서로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교환하고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일면식 없는 사람과의 눈맞춤, 자신이 듣고 있는 음악을 나누는 행위. 이러한 소통은 예술을 체험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관객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관람객과 대면하는 아트마켓과 아트축제 최근 청년 작가들이 기획하고 구성하는 아트페어가 활성화되면서 재미난 아이디어와 체험이 관람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9월 4일까지 열린 ‘퍼폼 2019: 린킨아웃’에서는 예술 레스토랑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예술 레스토랑은 관람객이 직접 도록 형태의 메뉴판에서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면 눈앞에서 작품이 서빙된다. 구매도 가능하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회화가 아닌 영상, 퍼포먼스와 같은 비물질성 작품이었다. 회화와 달리 거래 장터가 적고 소개할 자리가 마땅찮은 비물질미술을 관람객 가까이서 선보이는 자리였다. 올해 4회째 ‘퍼폼 2019’를 개최한 작가이자 대표인 김웅현은 “예술 레스토랑은 실험적으로 해본 프로젝트라 관객 수도 예측 못했다. 17개 테이블이 놓였고 적당한 관객이 와서 원활하게 즐겼으면 했는데 대기 시간이 한두 시간씩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작가가 마켓에 상주한 게 아니라 미리 서버에게 작품을 서빙하고 설치하는 방식을 교육해 유사 서버들이 작가를 대리한 퍼포머로 움직이는 형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람객은 작품이 설치되는 과정도 모두 살펴보는 재미를 느꼈다. 김 대표는 “박경렬 작가의 영상 작품은 설치만 30분이 걸리는데, 이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도 이뤄졌고, 그 방식도 다양했다. 김웅현 대표는 “영상을 구간별로 판매한다든지, 상영권을 판매한다든지, 혹은 USB로 팔기도 했다. 영상을 잘 만드니까 제작 관련 문의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을 적극 활용한 미술축제도 눈길을 끈다. 청년 작가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아시아프’는 올해 온라인 전시회 ‘아트미’를 열었다. 축제 기간 ‘아트미’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는 매일 한두 명씩 아시아프 참여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최동훈 아트미 대표는 “뛰어난 역량을 가졌지만 대중에 소개할 기회가 없던 아티스트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트미’는 온라인 공모를 지난 9월 6일부터 오는 11월 1일까지 진행한다. 공모에 제출된 작품은 실시간 심사를 거친 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전시된다. 이는 갤러리를 통해 미술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작가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게다가 SNS를 통한 작품 소개는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의 관심과 더불어 대중적 인지도도 쌓을 기회가 된다. 최 대표는 “아트미 온라인은 미술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청년 작가들의 가이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덕수궁,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도 예술 소통 가을에 접어들면서 야외 미술 전시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현대미술 전시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와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만나볼 수 있다.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는 예년 미술전으로 구성됐던 것과 달리 건축전으로 기획돼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소통을 준비 중이다. 덕수궁 함녕전의 정문인 광명문에는 ‘빛’을 뿜어내는 스크린이 설치돼있는데, 이는 마치 시간여행을 통과하는 문처럼 형형색색의 빛과 문양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즈넉한 궁에 설치된 현대미술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적극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함녕전 앞마당에는 홍콩 건축가 CL3(윌리엄 림)의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가 전시돼 있다. 황실의 가마와 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샤를로트 페리앙의 라운지 의자 등 20세기 서구에서 실험한 가구의 형태를 조합해 6개의 가구 유형을 디자인했다. 관람객은 디자인 가구에 눕거나 앉아 과거의 가구를 상상할 수 있다. 중화전 앞마당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전통 연회 장면이 담긴 ‘고종임인진연도 8폭 병풍’의 기록을 보고 만든 설치작품 ‘대한연향’을 만날 수 있다. 3m 높이 기둥에 오색 필름이 걸린 이 작품은 바람과 빛에 모두 반응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빛에 반사된 오색 필름은 마당을 찬란하게 물들이고, 바람에 휘날리면 필름지가 부딪히며 ‘바사삭’ 소리도 낸다. 이 작품을 기획한 OBBA(곽상준, 이소정)의 이소정 소장은 “일부러 3m 높이로 기획했다. 관람객이 설치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높이다. 설치한 후에 보니 작품 안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집합도시’를 주제로 펼쳐지는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주제전을,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도시전을 각각 공개한다. 서울의 도시적 측면을 DDP가 보여준다면,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한국의 역사를 조명한다. 장소가 가진 아우라 자체가 전시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는데, DDP에서 열리는 주제전을 보다 이해할 방법은 현장에서 진행되는 포럼에 참여하는 거다. 현재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소 아카데믹한 시선으로 풀고 있는 전시는 비엔날레 기간 중 포럼을 열고 관람객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더할 예정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전시 중에선 야외 설치물을 통해 관람객 체험이 가능하다. 놀이터 정글짐을 연상시키는 줄리아 잼로직·코렌 캠프스터의 ‘알도의 구상: 사회적 인프라’와, 이탈리아 배경에 계단 형태인 라피 세갈 A+U의 ‘정원 도시의 계단’은 관람객들의 쉼터이자 힐링의 공간으로 각광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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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이달의 재물운세(10월)

◆쥐띠(子) 60년생 : 80%, 증여 운세 70% 72년생 : 80%, 품대 운세 80% 84년생 : 80%, 증여 운세 60% 96년생 : 90%, 상속 운세 90% ◆소띠(丑) 61년생 : 90%, 주식 운세 90% 73년생 : 60%, 금융 운세 70% 85년생 : 70%, 주식 운세 70% 97년생 : 90%, 문화 운세 90% ◆범띠(寅) 62년생 : 70%, 품대 운세 80% 74년생 : 80%, 금융 운세 80% 86년생 : 80%, 부정기수입 운세 70% 98년생 : 80%, 정기수입 운세 50% ◆토끼띠(卯) 63년생 : 70%, 주식 운세 80% 75년생 : 90%, 부정기수입 운세 60% 87년생 : 50%, 상속 운세 50% 99년생 : 90%, 품대 운세 90% ◆용띠(辰) 64년생 : 60%, 횡재 운세 70% 76년생 : 80%, 문화 운세 90% 88년생 : 80%, 금융 운세 80% 00년생 : 80%, 횡재 운세 60% ◆뱀띠(巳) 65년생 : 80%, 금융 운세 90% 77년생 : 80%, 품대 운세 90% 89년생 : 40%, 증여 운세 60% 01년생 : 60%, 금융 운세 70% ◆말띠(午) 66년생 : 70%, 주식운세 70% 78년생 : 90%, 부정기수입 운세 60% 90년생 : 90%, 증여 운세 90% ◆양띠(未) 67년생 : 80%, 증여 운세 80% 79년생 : 60%, 주식 운세 80% 91년생 : 90%, 정기수입 운세 9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주식 운세 90% 80년생 : 40%, 주식 운세 60% 92년생 : 90%, 품대 운세 90% ◆닭띠(酉) 69년생 : 80%, 금융 운세 80% 81년생 : 80%, 문화 운세 90% 93년생 : 70%, 횡재 운세 70% ◆개띠(戌) 70년생 : 80%, 주식 운세 90% 82년생 : 80%, 증여 운세 90% 94년생 : 50%, 금융 운세 30% ◆돼지띠(亥) 71년생 : 90%, 금융 운세 90% 83년생 : 50%, 정기수입 운세 50% 95년생 : 90%, 문화 운세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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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갈수록 드러나는 1인방송 문제점, 해결책은?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동영상 플랫폼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를 직접 제작‧공유하는 크리에이터들도 크게 늘고 있다. 뷰티, 음악, 게임, 스포츠 등 관심 있는 분야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1인 방송(1인 미디어)이 급성장하면서 문제점도 늘고 있다. 1인 미디어가 대중화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날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만큼,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크리에이터들의 과도한 경쟁과 무분별한 비방, 노출이 대중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1인미디어 잡아라”...방송계 이어 정부까지 참여 스마트폰 보급에 힘입어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 온 개인들이 이제는 동영상 플랫폼인 아프리카TV, 유튜브로 진출하면서 1인 미디어 시장을 구축했다. 이전에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지식과 재미를 얻었다면, 이제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바로 1인 미디어다. 크리에이터들은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정보성 콘텐츠를 만들고 다수의 시청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고, 대중은 해당 콘텐츠에 빠르게 참여하거나 이를 공유하면서 1인 미디어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 내는 1인 미디어 콘텐츠는 방송사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 비해 녹화시간이 짧고 심의 같은 제약이 상대적으로 약해 짧은 시간 내에 신선한 콘텐츠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계 역시 ‘1인 미디어’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앞다퉈 제작하기 시작했다. JTBC는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을 통해 핫한 1인 크리에이터의 삶을 관찰하고, 1인 방송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채널A는 ‘지구인 라이브’, ‘영국남자의 JMT연구소’를 통해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방송 과정을 직접 들여다봤다. 1인 미디어로 시선을 돌린 대중을 상대로 해당 생태계를 소개하고 시청자 관심도 얻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뒀다. 정부 역시 1인 미디어가 점차 확장됨에 따라 해당 산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물가관계장관회의 및 혁신성장전략점검회의에서 ‘1인 미디어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창작자 발굴에서 콘텐츠 제작, 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전 주기에 걸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 잠재력 있는 1인 미디어 창작자 발굴 및 콘텐츠 제작 지원 규모를 2020년 전년 대비 150% 늘리고, 이를 위해 기존 수도권 중심의 창작자 발굴 공모전을 2020년 3대 권역(수도권·경상권·전라권)으로 확대 시행한다. 향후에는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 올해 안에 ‘1인 미디어 팩토리’를 구축해 제작공간과 시설‧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향후 1인 창작자와 멀티채널 네트워크(MCN) 회사를 대상으로 민간 콘텐츠 제작 시설 및 장비 등에 대한 바우처 지원 방안도 정책연구로 마련할 계획이다. 규제는 없이 확장만...도 넘은 콘텐츠 어쩌나 1인 미디어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시청자 관심을 끌기 위해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도 속출한다. 특히 유해한 콘텐츠들이 대량으로 제작돼 노출되면서 때 아닌 규제 움직임도 보인다. 최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는 유튜버, BJ의 이름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어린 자녀를 출연시켜 보람튜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한 부모는 일부 구독자들로부터 ‘아동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구독자들은 부모가 차들이 달리는 도로 위에서 아이를 장난감 자동차에 태워 달리게 했고, 임신‧출산 등 상황극을 만들어 억지 연기를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뚜아뚜지TV 역시 문어 먹방 콘텐츠로 아동 학대 논란을 겪었다. 해당 콘텐츠는 쌍둥이 자매가 자기들보다 커다란 문어를 뜯어먹는 장면을 내보냈다가 시청자들로부터 학대 지적을 받았다. 해당 방송을 본 구독자들은 아이들을 상대로 너무 무리한 먹방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현재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들은 크고 작은 구설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곤 한다. 정치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정치 성향을 두고 서로 헐뜯으며 서로에게 ‘사과 방송’을 요구하기도 한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벌어지는 과도한 경쟁도 문제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거나, 욕설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언행을 일삼기도 한다. 개인이 구상하고 제작하는 콘텐츠이기에 제약이나 심의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특히 유튜브는 사실상 연령 제한이 없어 미성년자도 쉽게 음란 영상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 규제를 살펴봐도 아쉬운 점이 발견된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는 ‘일시 방송정지’ 혹은 ‘영구 방송정지’ 등 자체 제재를 내리지만 솜방망이 조치란 볼멘소리가 많다. 여전히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지만, 현재 유튜브나 아프리카TV에선 이를 확실히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1인 미디어에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초창기 크리에이터들은 지상파·케이블 등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콘텐츠들을 생산하면서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또 방송에 비해 짧은 분량에도 재미와 신선함을 챙기면서 지금의 시장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1인 미디어가 변질되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인 미디어들이 태동할 때 좋은 콘텐츠로 경쟁했다면, 이제는 서로 물어뜯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신공격이나 자극적인 언행, 노출이 심한 의상으로 구독자들을 현혹한다. 이전만큼 질 좋은 콘텐츠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요즘 젊은 세대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얻고, 여가 대부분을 스마트폰으로 보낸다. 그렇기에 이들의 언행이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다. 1인 미디어 시장을 지금까지 구축해 온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초심으로 돌아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선의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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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잇따른 문화재 훼손, 시민의식 문제 없나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관람객에 의해 문화재가 훼손되는 사고가 최근 잇따르면서 시민 의식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화재청이 시민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언급한 가운데, 관련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이지 않는 문화재 훼손 사고 지난 7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 80대 관객 A씨가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의 전시 유물(전차 바퀴)을 훼손한 혐의로 같은 달 23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진술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A씨는 관람 중 유물을 만지면 안 된다는 전시 안내원의 경고에도 팔을 뻗어 유물에 손을 댔다. 박물관 관계자는 유물과 관람객의 거리는 팔을 뻗어 닿기도 힘든 거리였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부터 세계 여러 고대 문명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람객이 해외 유물을 훼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사례가 최초. 박물관 관계자는 “현재 훼손된 유물의 소장처인 이탈리아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 보수 처리를 어떻게 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현장에 더 많은 관람 안내자를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국립중앙박물관에선 최초의 사례라지만,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소장하고 있는 배익기 씨는 국가에 소유권이 있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도 상주본 반환에 대한 의지는 없어 보인다. 이에 문화재청은 배익기 씨를 상대로 회수를 위한 설득과 협의를 이어 가겠다는 입장인 동시에 해례본 훼손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4년 전 배씨의 집 화재로 해례본이 일부 훼손되면서 습도와 조도 등 환경에 예민한 종이 문화재가 잘 보관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일어난 숭례문(국보 1호) 화재도 대표적 문화재 훼손 사례다. 개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남성의 방화로 대한민국 간판 문화재가 잿더미로 변했다. 2년 전에는 만취한 대학생 3명이 셀카를 찍는다며 첨성대에 올라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외에도 관람객들의 낙서 등 관리가 허술한 문화재 현장도 수두룩하다. 아무렇지 않게 방치된 문화재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img4 문화재 보호 시민의식 교육 방책은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에 대한 시민 의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이명선 사무관은 “문화재 방재의 날을 기점으로 여러 방면에서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힘을 기울이는 건 민속마을과 주민 교육, 이해관계자 교육 등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재난 안전과 관련한 문화재 정책을 국민과 함께 세워 보려 한다. 어떤 정책이라도 시민의 생각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 끝날 게 아니어서 ‘이것이 정답이다’고 제시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시민 의식을 높일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문화재 활용의 적절한 균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경주 수학여행 기념사진을 보면 학생들이 첨성대(국보 제31호)에 올라가곤 했다. 훼손할 의도는 아니었고 당시 시대상·문화상 가능했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의도적인 문화재 훼손 사례가 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문화재를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건 문화재 활용 면에서는 쇠퇴하는 거다. 문화재 훼손 예방도 빠뜨릴 수 없으니, 안전 관리와 활용 문제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이 충분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몰지각한 행위에 대해 따끔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 그런데 문화재 훼손 사고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다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 낙서는 영어가 가장 많다. 중국 자금성에도 낙서가 있다. 물론 한국말로 적힌 것도 있다. 일본 언론 등 해외에서는 문화재 낙서에 한국말이 있다고 해서 문제로 인식하는데, 이런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제주도 한라산 사라오름(명승 제83호)에서 수영을 해서 문제가 됐는데, 다른 나라에 가면 이보다 더한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비판할 정도면 문화재 보호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황 소장은 시민 의식 개선을 운운하기보다 정책과 국가기관이 바로 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민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하려면 국가와 정부, 지자체가 잘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잘해야 일반 시민들도 잘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훼손 처벌 수위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국가무형문화재 제외)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또 일반동산문화재인 것을 알고 이를 손상, 절취, 은닉 등의 방법으로 훼손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혹은 벌금 2000만원 이상 1억5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위반 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계속됐다. 2017년 문화재청이 국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5년간 발생한 문화재보호법 위반 사례는 총 48건이다. 이 중 21건이 손상과 은닉으로 기소유예됐고, 2건의 징역도 2년형에 그쳤다. 보물 제1606호 불상 복장물을 절취해 매매하려다 적발된 사건도 기소유예 처분됐다. 이탈리아는 문화재 콜로세움에 낙서한 관광객에게 2000만원이 넘는 벌금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적도 있다. 중국 당국은 만리장성에서 낙서하다 적발되면 벌금 1만~5만위안(약 170만~850만원)을 물어야 하는 장성보호조례(2006년)를 공포했다. 일본에서도 국가중요문화재에 낙서하면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만엔(약 34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한국은 문화재 낙서 행위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제92조 제1항을 적용한다. 국가지정문화재(국가무형문화재는 제외한다)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병과할 수 있다. 2014년 합천 해인사(사적 504호) 경내 외벽 낙서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이, 2011년 9월 석물에 이름을 새겨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사적 444호)을 훼손한 자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2년 전 울주 언양읍성(사적 153호) 성벽 70m가량을 분무식 도료로 낙서한 건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처해졌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한상진 반장은 “문화재가 특별하긴 하지만 무기징역, 사형 등 중형에 처할 순 없다. 현재도 처벌 수위가 충분히 높다”면서 “문화재 사범들은 상응하는 처벌을 받고 있다. 초범을 재판부가 약하게 처벌한다는 것이지, 기존 법은 약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삼국유사’ 목판본 중 가장 오래된 ‘기이편’ 목판본과 어사 박문수 간찰 1000여 점을 은닉한 60대 장물아비에게 4년 실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황평우 소장은 “매장문화재 은닉과 관련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 하지만 문화재를 훼손하고 은닉하는 자들은 중소자본가가 대부분이다. 농장주나 개발업자들이다. 자본가, 권력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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