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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매의 눈’ 아트컬렉터 설원기 교수와 10문10답

“작가가 보이고, 성숙함이 보이는 그림 고르세요”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미술품 수집가는 극소수였다. 대부분이 ‘현대미술은 도무지 모르겠다’며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그러나 MZ세대가 등장하며 일상에서 미술을 향유하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층은 컬렉션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최근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번 이들 중 미술품 투자에 눈을 돌린 이도 많다. 그 여파로 국내 미술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까. 때마침 ‘매의 눈’을 지닌 컬렉터로 정평이 난 설원기 교수(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가 자신의 소장품을 모아 서울 북촌의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화가이자 교육자, 수집가인 그의 전시는 오늘날 큰 이슈로 부상한 아트컬렉션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음은 설 교수와의 10문10답. Q. 어떤 계기로 소장품 전시를 하게 됐나. 컬렉션 공개를 꺼리는 이가 많은데.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컬렉션 전시가 여러 차례 열렸다. 예전 세대들은 수집품 공개를 꺼렸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작품을 살 때도 화랑이라든가 전문가 조언에 의존하기보다 자기 취향대로 고른다. 나를 사로잡는 그림이라면 주저 없이 수집한다고 할까. 나는 이런 추세가 무척 고무적이고 반갑다. 소장가의 서로 다른 취향을 보여주는 전시가 늘었으면 하는 뜻에서 장(場)을 펼치게 됐다. Q. 소장품이 얼마나 되나? 모두 82점이 출품됐다. 이번 원앤제이에 나온 82점이 모두 내 소장품은 아니다. 82점 중 38점이 내 컬렉션이고, 나머지는 국내외 작가 35명이 전시에 맞춰 출품한 것이다. 그래서 타이틀을 ‘1+1 소장가의 시선’으로 달았다. 내가 수집한 작품은 근작도 있지만 10~20년 전 작품이 많고, 작가들이 낸 작품은 신작이 많아 작업의 변화 과정을 자연스럽게 살필 수 있다. 20여 년에 걸친 내 컬렉션은 100여 점으로, 충남 아산의 작업실에 보관 중이다. 대체로 작은 그림들이고, 값비싼 작품은 별로 없다. 요즘 ‘억’대 작품이 비일비재하지만 이번에 나온 작품의 구입가 중 450만원이 최고가다. Q. 컬렉션에 차세대 블루칩 작가 작품이 많던데. 내 컬렉션을 보고, 함께 나온 작가 작품을 구입한 미술팬이 많았다고 들었다. 비슷한 것도 있고, 세월이 흘러 확 달라진 그림도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니 반가웠다. 그러나 내 안목이 꼭 최고라고 생각진 않는다. 화가로 데뷔한 지 40년이 넘고(설원기는 미국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뉴욕서 활동하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예술교육자로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지만 다른 이들이 모두 내 취향을 좇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마다 가까운 곳에 두고 오래 음미할 작품을 고르면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Q. 그래도 이번 전시를 보니 유망 작가를 쏙쏙 찾아낸 안목이 대단하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통찰력이 완벽하진 않다. 오랜 기간 남보다 많은 작품을 접한 건 사실이고, 그 때문에 끌리는 작업은 분명히 있다. 추상화도 있고, 인물화도 있고, 평범한 풍경화도 있다. 장르는 별 상관이 없는데 작품 자체보다는 ‘그 작업을 한 사람이 뚜렷하게 보일 때’ 작품을 산다. Q. ‘작가가 보이는 작품’이란 어떤 것인가. 작품은 작가를 거울처럼 고스란히 비춰준다. 시대가 급변하고, 작품 제작기법이 빠르게 바뀌어도 말이다. 나는 스테인리스스틸로 거대한 강아지와 꽃 조각을 만드는 미국의 제프 쿤스 작업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작품을 보면 즐겁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작가가 명료하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영국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에선 작가가 또렷이 보인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미학 또한 끝없이 진화한다. 그 진화 속에 작가가 우뚝 서 있다면 진보하는 것이고, 현대적이라 생각한다. 진화하면서 독특함을 뿜어내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런 작품을 만나면 설레고, 집에 걸고 싶어진다. Q. 그런 설레는 작품이 많았나. 2013년 도쿄 분카무라미술관에서 스페인 거장 안토니오 로페스 가르시아의 개인전을 관람했다. 뒷마당의 모과나무, 고향 풍경, 주변 인물을 그리는데 뛰어난 묘사력에도 미완성처럼 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그런데 부족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작가의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에 모든 과정 속에서 작가가 보였다. 여건만 됐다면 샀을 것이다. @img4 Q. 컬렉션 중 드로잉 작품의 비중이 많다. 우리 미술시장에선 드로잉의 가치가 평가절하된 측면이 많다. 밑그림 정도로 낮게 보는데, 외국에선 미술의 주요 장르로 본다. 드로잉이야말로 작가를 잘 드러내는 장르라 늘 주목한다. 김범의 검은 드로잉은 자화상 같아서 망설임 없이 샀다. 한진, 빈우혁, 이순주, 황지윤의 드로잉도 모두 작가들의 모습이 투영돼 있어 좋았다. Q. 당신이 고르면 블루칩 아티스트가 된다는 말도 있다. 과찬이다. 단지 제자들 전시는 빼놓지 않고 가서 둘러본다. 꼭 내 제자가 아니라도 학교 졸업 후 첫 개인전을 여는 작가들의 작업은 눈여겨보고 끌리면 산다. 손현선의 무덤덤한 작품(‘흐르는 면’)은 작가의 자유로운 생각의 흐름이 좋아 샀고, 일본인 작가 곤도 유카코의 회화는 놀랍고도 신비로워 수집했다. 어둠이 깔린 주차장을 포착한 김현정의 ‘끈적한 밤, 목소리’는 뻔한 풍경을 깊은 감성으로 남다르게 표현한 게 좋아 결정했다.(그는 젊은 작가 한진, 노은주, 빈우혁, 구지윤, 이호인, 이은새 등도 주목했는데 모두 차세대 블루칩 작가로 부상 중이다. 또 서용선, 안창홍, 안규철, 김근중, 김지원 등 미술계에서 명망이 높은 중견작가 작품도 여러 점 수집했다.) @img5 Q. 작품을 작가로부터 직접 사는지. 나는 작품을 가능하면 화랑에서 산다. 이번에 소개한 컬렉션은 모두 갤러리를 찾아 구입한 것들이다. 미술 발전에 화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 딱 한 점, 문진영의 드로잉(2005년 작)은 작가에게 샀다. 물감 살 돈이 없다고 해서 그의 드로잉 몇 점을 사준 적이 있다. 문진영은 이번에 7년째 작업 중인 유화를 출품했는데 붓질 하나하나에 치열한 분투가 보이더라. Q. 미술을 투자대상으로 여기는 수집가도 있다. 투자를 앞세운 컬렉터를 문제시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런 컬렉터도 나름대로 순기능을 한다고 본다. 실제로 미술의 역사가 그랬다. 작품을 산다는 건 작가를 지원하는 것이고, 투자가 목적이었던 컬렉터도 오랜 세월 예술을 접하다 보면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자신의 방식대로 작품을 수집하면 된다. 남의 시선이나 트렌드에 얽매이지 말라고 조언하겠다. 컬렉션은 그 작품에 자신을 쏟아부은 작가를 곁에 두는 것과 매한가지니 내가 끌리는 작품을 고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작품에서 작가의 성숙함이 보이면 더할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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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오징어 게임’ 잭팟 정점 찍은 ‘넷플릭스 시대’ 명암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넷플릭스를 점령한 K콘텐츠의 힘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극중 게임, 의상, 출연 배우들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진다. 이런 가운데 예기치 못한 논란 또한 확산되며 오징어 게임 신드롬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케 한다. 전 세계 넷플릭스 1위...‘오징어 게임’발 나비효과?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822포인트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지난 9월 23일 처음 스트리밍 순위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은 총 83개의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중 79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올 초부터 불어온 한국 드라마 열풍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스위트홈’ 등을 거쳐 ‘오징어 게임’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 드라마는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로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 허성태 등이 출연했다. 탈북자, 해고 노동자 등 다양한 신분과 처지에 놓인 456명의 참가자에게 456억원의 상금이란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는 듯하지만 그 대가는 목숨이다. 그야말로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규합과 배신, 선택을 오가며 다양한 인간 군상과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도 전에 없는 호평이 쏟아졌다. ‘오징어 게임’을 접한 해외 매체들은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다. 6번째 에피소드는 올해 본 TV 프로그램 에피소드 중 최고다.”(포브스), “신선한 아이디어를 스릴 넘치는 드라마로 승화시켰다.”(Decider), “단순한 놀라움 그 이상을 선사한다.”(film-rezensionen.de/독일), “K드라마의 고전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당신의 신경을 자극할 훌륭한 시리즈다.”(RTL/프랑스)라고 감탄했다. 바로 이 점에서 해외 언론들은 강력한 풍자의 메시지를 읽어냈다. “천재적인 황동혁 감독의 알레고리. 자본주의 사회의 강력한 축소판을 제시한다.”(NME), “어둡고 매력적인 생존 게임. 팽팽한 긴장감, 넓게 퍼져 있는 미스터리, 매력적인 캐릭터, 계급의식적인 주제까지 칭찬받을 가치가 있다.”(Ready Steady Cut), “첫 번째 에피소드가 끝날 즈음 푹 빠지게 될 것이다. 계급의식에 관한 비판은 충격적이고 마음을 사로잡는다.”(Brights Hub),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킨 한국 시리즈.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부분을 스릴러 장르로 파헤친다.”(Cinema Gavia/스페인) 등 외신들이 찬사를 쏟아낸 이유다. 전 세계를 휩쓴 신드롬급 인기 덕에 출연한 배우들은 순식간에 월드 스타가 됐다. 주연으로 열연한 이정재와 박해수, 정호연, 위하준 등 주된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NBC ‘더 투나잇쇼 스타링 지미 팰런’ 쇼의 러브콜을 받았다. 현지시간으로 10월 5일 녹화해 6일 방영됐다. 지미 팰런 쇼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가수 레이디 가가, 방탄소년단, 봉준호 감독 등이 출연한 NBC의 간판 토크쇼로 미국 내 화제의 아이콘들이 거쳐 가는 자리다. ‘오징어 게임’ 효과는 이뿐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전 세계 2억이 넘는 사용자들에게 노출되면서 출연 배우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폭증하며 예상치 못한 수혜의 주인공이 됐다. 극중 새벽 역의 정호연은 무려 1360만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게 되면서 한국 여자 배우 중 최다 팔로워를 기록했다. 시리즈 공개 전 정호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약 40만명 수준이었다. 현재 준호 역의 위하준도 517만명, 알리 역 아누팜 트리파티 230만명, 덕수 역 허성태는 112만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주인공 기훈 역을 연기한 이정재는 개인 SNS를 따로 하지 않았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새로이 개설했다. 이후 4일 만에 160만 팔로워를 끌어모았다. 새로 계정을 공개한 박해수 역시 91만명 이상의 팔로워 수를 기록 중이다. 치솟는 넷플릭스 위상...커지는 부작용은 부담 특히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코로나 시대 비대면(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는 점, 극중 일거수일투족에 해외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BTS로 대표되는 K팝의 흥행세와 닮아 있다. 극중 나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 등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놀이문화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의 인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극중 한국의 특징을 담은 문화와 아이템들이 덩달아 해외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 ‘오징어 게임’ 열풍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달고나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콕’이 유행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이미 한 차례 열풍이 분 바 있다. 당시 커피 위에 올릴 달고나를 휘젓는 동영상 등이 온라인상에서 유행한 데 이어, 이번엔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달고나 뽑기로 국내외 시청자들이 달고나의 맛, 만드는 법을 궁금해하는 것은 물론 실제 구매에도 나서고 있다. 해외 시청자들이 서투르게 올린 달고나 제조 과정 영상을 보고 한국 시청자들이 방법을 알려주는 등 한국의 간식, 놀이문화가 퍼져나가는 양상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를 만든 한 달고나 판매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 ‘오징어 게임’ 영향으로 달고나 판매가 엄청 많이 늘었다”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가게는 대학로에 위치했으며 25년째 장사를 한 곳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등 미국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들의 코스튬이 인기다. 아마존에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인 극중 게임 참가자들의 의상, 마치 펜싱 마스크처럼 생긴 진행요원들의 마스크도 판매 물품으로 등록돼 팔리고 있다. 진행요원들의 붉은 점프슈트 옷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지난 10월 말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오징어 게임’ 코스튬을 준비하거나, 실제로 입고 SNS상에 인증샷·영상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유명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극중 주인공을 게임에 끌어들이는 이의 명함 속 전화번호가 화면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해당 번호는 실제 사용자가 있는 번호다. 비슷한 번호 사용자까지 포함해 여러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한 이용자는 스스로를 취준생이라고 소개하며 “걸려오는 전화를 안 받을 수가 없는 상황”임을 밝히며 고충을 호소했다. 이후 제작사에선 피해자들에게 100만원, 500만원 등의 보상금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불시에 전 세계에 개인정보가 노출된 피해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공개 2주가 지난 이후에도 번호 유출 사건은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 영상 속 화면에 번호 노출이 지속됐다. ‘이쯤 되면 넷플릭스의 대처가 더 문제’라는 의견도 쏟아졌다. 급기야 지난 9월 26일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휴대전화번호 노출 피해를 본 이에게 ‘1억원 지급’을 제안하면서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기까지 했다. 이미 정치권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 퍼진 ‘오징어 게임’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2억918만명이라는 유료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거대 OTT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만큼 작은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결과가 일파만파다. 해당 유출 사고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작품 속 노출 화면을 교체하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정점을 찍은 ‘넷플릭스 시대’의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가운데 콘텐츠 제작 시, 혹은 사후에도 넷플릭스 측의 빠르고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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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오징어 게임’ 이정재 배우 29년차 인생작품·캐릭터 만나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배우 이정재. 그가 29년 차에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힐 만한 작품을 남겼다. 숱한 작품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로 남겼던 그는 이번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변신을 꾀했다. 그의 변신은 곧 ‘인생작품’을 새로이 쓰게 했다. 성기훈으로 보이길 원한 이정재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이정재는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 무기력한 삶을 사는 성기훈을 연기했다. “황동혁 감독님 작품을 모두 재밌게 봤어요. 꼭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기훈 역할을 하자고 제안을 주셔서 너무 반가웠죠. 시나리오를 보는데 매회 좋은 아이디어로 넘쳐나더라고요. 캐릭터들도 잘 살아 있어서 너무 좋았고요. 회를 거듭할수록 게임에서 오는 긴장감도 있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에서 오는 긴장감이 게임 못지않게 탄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큰 고민 없이 하게 됐죠.” 이정재가 맡은 이번 작품 속 성기훈은 그간 여러 작품의 캐릭터와 달랐다. 이전에는 자신의 자리에서 한몫을 차지하는 인물을 맡았다면, 성기훈은 어머니의 돈을 훔쳐서 경마장에 갈 만큼 철이 없다. “그 캐릭터가 갖고 있는 고충과 애환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너무 짠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기훈이 굉장히 영화적인 극한 상황에 처하는데, 그 상황에 놓인 기훈을 잘 해내면 제 개인적으로도 좋은 캐릭터로 남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영화 ‘오징어 게임’에선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였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등이 잔혹한 게임으로 탈바꿈한다. 매 게임마다 탈락자가 생기고, 이들의 목숨 값이 상금이 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인간의 욕망과 본질적인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인간에게는 이타심과 이기심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자신을 먼저 생각하다가도 죄책감이 들면서 이타심을 갖게 되는 일들이 실생활에도 많은 것 같고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기훈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을 통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도 자기를 먼저 생각하다가도 ‘내가 너무한 게 아닌가?’라는 반성 어린 심리를 오가며 연기에 임해 주셨던 것 같고요. 그런 면들이 완성본에 잘 드러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이정재가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바로 초반이다. 빚더미에 앉지만 경마 도박으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는, 딸의 생일에 돈이 없어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사주는 철없고 짠한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쏟았다. “성기훈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이 1, 2화에 나오는데, 그 캐릭터가 ‘이정재가 연기하는 인물’이 아닌, 극 설정처럼 쌍문동 반지하에 사는 사람으로 보이길 바랐어요. 그래서 스태프와 회의도 많이 했고, 혼자 준비하는 시간도 많았어요. 만약 성기훈이 아니라 이정재처럼 보였다면, 그 이후에 할 게임들이 진짜처럼 보이지 않을까 봐. 그래서 보시는 분들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공감대가 낮아질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절박한 상황들의 순간들을 많이 고민하면서 연기했죠.” “시즌2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 안 돼” 이번 오리지널 시리즈는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이후 한국 콘텐츠로는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이어 83개국 서비스국 중 79개국에서 정상에 올랐다. 국내서도 스트리밍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화제성을 입증했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열심히 만든 작품이 호평을 받는 건 너무나 기쁜 일이죠(웃음). 항상 찍으면서 ‘이런 장면을 보시면 좋아하실까? 어떻게 하면 좋아하실까?’ 하는 고민도 많이 하거든요. 여러 고민 속에서 촬영을 하는데 결과가 예상치 못할 정도로 좋게 나와서 감사하죠.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랑 드라마가 조금 더 전 세계 관객들에게 소개돼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이번 ‘오징어 게임’의 결말은 시즌2를 암시하듯 마무리됐다. 상금을 탄 기훈은 미국으로 간 딸을 보러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지만, 새로운 게임이 진행하는 것을 알고선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았다. “시즌2요? 저도 전혀 예측 못하겠어요(하하). 기훈이 새로운 게임에 들어가서 다른 게임을 진행할지, 아니면 가면을 쓴 사람들과 액션을 벌일지...저도 모르겠어요(웃음).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네요.” 배우 아닌 감독으로 데뷔...영화 ‘헌트’ 제작 ‘오징어 게임’을 성공적으로 끝낸 이정재는 이제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분한다. 데뷔 29년 차에 영화 ‘헌트’ 감독을 맡으며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 작품에는 본인이 출연하는 동시에 친한 동료 배우인 정우성이 함께 나온다. “스파이물이에요. 정우성 씨하고 거의 20년 만에 ‘태양은 없다’ 이후로 같이 출연을 하게 됐네요(웃음). 사실 예전에는 영화 연출이나 제작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이 살다 보니 가치관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끼죠. 저도 자연스레 나이를 먹다 보니 오래 경험했던 현장의 경험치가 쌓이는데, 이걸 제가 감독의 입장에서 촬영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영화 시장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그리 반가운 플랫폼은 아니다. 넷플릭스와 티빙, 왓챠 등의 OTT에서 영화를 자체 제작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 발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자의 입장 혹은 배우의 입장에서 OTT는 반가운 하나의 플랫폼이 됐다. “이 플랫폼이 새로운 기술에 의해 생겨났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분들이 생기는 것이다 보니 저희로선 반갑고 고맙죠. 이전엔 극장을 가고 시간을 내야 콘텐츠를 볼 수 있었는데, 그럴 수 없는 분들이 다른 시간대나 편안한 장소에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잖아요. 분명 극장에서 봐야 하는 작품도 있어요. 반면 어떤 콘텐츠는 개인의 아늑한 공간에서 집중해서 보면 더 재미있는 것도 있어요. 여러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봐주시는 건,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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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NFT아트’ 인기 “소장하고, 자랑하고, 투자하라!”

팬데믹 장기화로 디지털 아트 급부상 블록체인으로 원본성 확보, 미술 산업화 앞당겨 “2030년 NFT마켓, 1000조원 넘어선다” 전망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작품을 내 손으로 만질 수도, 벽에 걸 수도 없다. 그런데 인기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더욱 주목받는 디지털 아트 얘기다.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예술품에 고유한 인식값이 부여되는 ‘NFT(대체불가능 토큰) 아트’가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 원본성, 유일성이 입증되자 ‘억’ 소리 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자금여력이 있고 새로운 투자대상을 좇는 MZ세대들은 척척 전자지갑을 연다. 기업들 역시 NFT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바야흐로 새로운 미술유통시대가 도래했다. 작년까지도 국내 미술시장에서 NFT 아트는 ‘실체가 없는 작품’으로 인식되며 별다른 반향이 없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간간이 NFT 작품이 만들어져 팔린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러던 것이 올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의 디지털 예술가 비플(Beeple)이 5000쪽의 이미지로 만든 ‘매일: 첫 5000일’이라는 NFT 작품이 6934만달러(약 785억원)라는 어마무시(?)한 금액에 낙찰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100달러에 경매가 시작돼 6000만달러를 넘어선 거냐?’ 모두가 경악했다. 위스콘신 출신으로 본명이 마이크 윈켈만(40)인 비플은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했을 뿐 미술계에선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가 NFT라는 신규 장르로 현존 작가 중 세 번째로 작품값이 비싼 작가에 등극했다. 낙찰가가 785억원이나 된 까닭은 비플이 13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디지털 작품을 만들고, 이를 하나로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1위 경매사인 크리스티가 본격적으로 밀었던 NFT 작품이란 점도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이로써 NFT 작품도 낙찰가 1000만달러를 가뿐히 넘어서게 됐다. 게다가 다른 작가들은 경매에서 자신의 작품이 천정부지로 올라도 컬렉터가 위탁한 것이다 보니 한푼도 못 받는다. 그러나 비플은 본인이 직접 내놓은 것이어서 낙찰금 전액을 챙겼다. 무명에 가까운 작가가 몇 번의 NFT 경매로 억만장자가 됐으니 이 또한 서사를 더해 주며 ‘새로운 투자 아이템’을 찾는 투자자에게 스파크를 일게 했다. 스토리가 덧입혀지면서 비플은 스타가 됐고 그가 쏘아올린 신호탄은 전 세계에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블록체인 기술, 현대미술 위해 탄생? NFT 아트는 그림이나 사진, 영상, 음원 등 디지털 예술품에 블록체인 기술로 고유의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디지털상에서 예술품은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고, 누구든 보유할 수 있다. 그에 반해 NFT 아트는 ‘민팅’이라 해 작품이 NFT화되면 ‘진품증명서’가 부여되며, 거래할 때마다 그 과정이 낱낱이 공개 기록된다. 원본에 대한 권리(소유권)를 확실히 부여받는 것은 물론 구매 후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것이 특징. 고객이 누구냐에 따라 그림값이 고무줄처럼 줄거나 늘고, 인기 높은 블루칩은 특별 고객에게만 보여주던 기존 미술시장과는 달리 NFT는 누구에게나 정보가 동시 공개되고, 기회가 똑같이 주어진다. NFT 열풍이 불자 예술가들과 화랑, 경매사,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 비자 등 유수 글로벌 기업들은 NFT 유관업체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협업을 시작했다. 메이저 경매사인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와 다국적 화랑들 역시 조직을 꾸리고 참여를 선언했다. 또 NFT 아트마켓을 오픈하거나 NFT 미술가를 발굴 육성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애니메이션이라든가 일러스트, 디지털 작품을 제작해온 아티스트들은 앞다퉈 NFT 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NFT시장분석 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NFT 거래액은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1억4000만달러(약 1600억원)에 불과했던 NFT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4000만달러(약 3900억원)로 2.4배 증가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올 8월 한 달간 NFT 거래액은 23억달러로 1분기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넌펀저블닷컴은 NFT를 컬렉터블, 아트, 스포츠, 게임, 디파이 등으로 구분하는데, 이 중 아트(ART)의 거래액은 25~33%에 달해 비중이 가장 크다. 더구나 앞으론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고, 디지털 문화에 길들여진 신세대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NFT는 발행 절차 및 거래 절차가 쉽고 간단하다. 시장진입 문턱이 낮다. 대부분의 NFT 마켓은 작가들을 위해 민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민팅을 위한 수수료(‘가스비’)도 비싸지 않다. 창작자는 민팅 시 희망가격, 로열티(10~15%) 등을 입력하게 되는데 작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즉 블록체인상에서 NFT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아티스트에게 로열티가 지급된다. 대중이 음원을 구입하면 창작자에게 로열티가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NFT 마켓은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역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오프라인 마켓이 저조하자 예술가들은 오프라인 작품을 민팅하거나 새로 디지털 작품을 만들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스타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뱅크시 같은 이들도 이에 뛰어들었다. 작품만 좋다면 얼마든지 띄워주겠다는 마켓플레이스들이 부지기수인 것도 활성화의 요인이다. 오픈씨, 아트씨, 슈퍼레어, 니프티게이트웨이 등이 그 예다. 작가들은 또 3차원 가상세계인 크립토복셀이나 온사이버 등에서 온라인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NFT 열풍이 뜨겁다.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투자로 수익을 거둔 자산가들이 미술품 수집에 나서며 아트마켓이 호황인데, 트렌드에 민감한 신세대들은 NFT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디지털 이미지에 영상, 음악이 더해진 디지털 아트는 MZ세대와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1위 미술품경매사 서울옥션과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는 신규 컬렉터 및 작가 발굴을 위해 신한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디지털 미술품 자산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서울옥션블루는 또 국내 1위의 디지털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고 디지털 아트에 역량을 지닌 NFT 아티스트를 발굴 육성하고 나섰다. 최근 개최한 공모전에는 1000여 명의 지원자가 디지털 이미지, 디지털 일러스트, CG영상, 3D작품을 출품해 경합을 벌였고, 그중 30점이 선발돼 NFT 아트로 곧 선보인다. 서울옥션블루 측은 “우수한 퀄리티와 대중성을 갖춘 다양한 디지털 아트 콘텐츠가 나올 경우 이를 소장하고 인증하며 이슈를 즐기려는 신규 수집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작품을 감상만 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NFT를 소유하고 인증하며 자랑하는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작품 수집을 쉬쉬 감추던 부모세대와는 180도 다른 문화다. 서울옥션의 또 다른 자회사 프린트베이커리는 디지털 아트의 ‘큐레이션’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 중이다. 이 회사는 디지털 아트의 메타버스 전시를 최근 연달아 개최했다. NFT 기반 디지털 아트에 특화된 eddysean(에디션)이란 브랜드를 론칭한 프린트베이커리는 국내외에서 각광받는 27명의 작품을 메타버스 크립토복셀 내 에디션갤러리에서 전시했다. ‘The Genesis…’라는 첫 전시에는 디지털 아티스트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미스터미상(MR.MISANG)을 비롯해 김그륜, 레이레이 같은 작가들이 신작을 선보였다. 미스터미상은 올 상반기에 12점의 NFT 작품을 ‘슈퍼레어’라는 마켓플레이스에서 미화 기준 약 200만달러에 판매하며 국제적으로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직장인이었다가 전업 NFT 작가로 변신한 레이레이 또한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8월에는 ‘도도새’ 시리즈로 큰 반향을 일으킨 김선우 작가의 개인전 ‘크립토 DoDo’를 개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img4 카카오도 NFT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부문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지난 7월 한정판 디지털 작품을 전시 유통하기 위해 ‘클립드롭스(Klip Drops)’를 베타 출시했다. 작가가 만든 디지털 작품을 카카오의 블록체인인 클레이튼으로 NFT화해 원본성을 인증, 판매하는 방식이다. 카카오톡의 탭에 위치한 암호화폐 지갑 ‘클립’을 통해 24명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순식간에 완판되고 있다. 1번 타자로 선보인 미스터미상의 애니메이션 작품은 999점이 30분도 안 돼 모두 팔렸고, 하정우·우국원·이세현 작가 등의 작품도 솔드아웃됐다. 특히 하정우의 NFT 작품은 무려 5600만원(4만7000 Klay)에 팔려나가며 인기를 입증했다. @img5 NFT 관련 사업은 이제 초기 단계인 만큼 보완해야 할 측면도 적지 않다. 저작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작품 소유자가 원작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디지털 아트를 NFT화해 판매하는 사례가 간혹 생기고 있다. 국민화가로 꼽히는 이중섭·박수근·김환기의 NFT 작품 경매는 최근 저작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족 측이 해당 작품이 위작으로 의심된다며 이의를 제기해 저작권 문제가 불거진 것. 따라서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저작권은 엄연히 작가에게 귀속돼 있는 만큼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하고, 작품 구입 시에는 이를 잘 살펴야 한다. NFT 작품의 가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격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돼 있지 않아 비교 검토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작품의 경우 금액에 거품이 끼어 있는 만큼 해당 금액이 적정한 것인지, 마켓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초기 단계이다 보니 NFT 마켓은 여러 시행착오도 예상된다. 그러나 폐쇄된 기존 방식의 아트마켓과는 달리 보다 많은 가능성을 품은 열린 시장, 민주화된 시장, 미술의 산업화와 대중화를 이끄는 장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아트를 중심으로 관련 부문까지 포괄할 경우 2030년에는 NFT가 1000조원의 시장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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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시무 리우보다 양조위 극장가 ‘꽃중년’ ‘아저씨’ 열풍 분다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중국의 명배우 양조위가 지난 9월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 신작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흥행 공신으로 떠올랐다. ‘모가디슈’ 김윤석, ‘인질’의 황정민도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국내 극장가에선 최근 ‘꽃중년’, ‘아저씨’ 열풍이 분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 블록버스터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개봉 직후 1주일간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흥행에 성공한 한국 영화 ‘모가디슈’와 ‘싱크홀’, ‘인질’ 등의 활약을 이어받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온라인상에 때 아닌 ‘양조위 신드롬’이 불어오면서 추석 극장가에 청신호가 켜졌다. 양조위표 로맨스·액션에 빠진 극장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새 히어로 샹치의 등장을 알렸다. 마블은 ‘아이언맨’의 슈트,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토르의 묠니르에 버금가는 상상 이상의 무기 ‘텐 링즈’에 얽힌 전설과 위력을 소개하며, 그 주인 웬우 역에 양조위를 캐스팅했다. 양조위는 텐 링즈를 통해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살고 어둠의 세계의 지배자가 된 웬우를 연기했고, 아들 샹치 역의 시무 리우와 부자 호흡을 맞췄다. 극중 양조위의 활약은 대단했다. 오프닝부터 웬우가 수천의 군대를 한번에 제압하는 화려한 스펙터클부터 쿵푸 등 중국 무술 동작과 결합된 익스트림 액션으로 기존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액션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관람객들로부터 “스크린을 씹어먹었다”라는 극찬과 함께 아내를 잃고 최악의 복수를 벌이는 매력적인 빌런 연기를 선보였다.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양조위는 중국에서 영제(影帝, 영화 황제)라고 불린다. 뛰어난 연기력과 아우라를 지닌 배우다. ‘중경삼림’, ‘화양연화’, ‘해피 투게더’ 등으로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로 활약하면서 전 아시아에 수많은 영화팬을 거느렸다. 2000년 ‘화양연화’를 통해서는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한 연기 경력의 정점을 찍기도 했다. 그가 출연한 ‘색, 계’를 비롯해 ‘무간도 트릴로지’ 역시 국내 영화팬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냈고, 지금도 9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명배우로 사랑받는다. 그런 그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통해 할리우드에 입성하면서 다시 ‘양조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SNS 및 온라인 채널에선 양조위의 다채로운 모습을 모아 놓은 밈(meme, 인터넷에서 시작된 유행으로 커뮤니티 또는 SNS까지 퍼져나간 여러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 등을 의미)이 연일 화제다. ‘중경삼림’, ‘화양연화’ 등 그의 대표작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영화 속 양조위가 연기한 웬우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블 최고의 빌런이란 호평 속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양조위는 자신이 맡은 ‘웬우’ 캐릭터를 “단순히 빌런의 관점에서 연기한 적이 없다. 나만의 새 캐릭터를 구현했고, 지금의 웬우가 된 이유를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캐릭터 연기를 해나갔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단지 ‘악’으로만 표현되는 캐릭터가 아닌, 입체적 서사를 지니고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간 그의 노력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특히 양조위의 철저한 캐릭터 분석과 함께 그가 수십 년 세월 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으로 완성된 웬우는 극중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피의 복수를 감행하며 세상 가장 로맨틱한 빌런으로 완성됐다. ‘텐 링즈’라는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 존재감부터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화려한 액션과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양조위에 다시 빠져든다”, “양조위가 빌런이라면, 빌런이 이길 때도 된 거 같다”, “양조위를 위한 영화”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양조위의 전성기를 잘 알지 못하는 MZ세대들의 뜨거운 반응도 뜨겁다. 2030 관객들은 “샹치 보러 갔다가 양조위에 입덕했다”, “엄마한테 양조위랑 사귀고 싶다고 했더니 네가 뭔데 양조위랑 사귀냐고 한다” 등 재치 있는 후기들을 SNS에 남기기도 했다. 게다가 그의 인기 비결은 단지 연기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홍콩 출생 배우로서 지난 2014년 홍콩 우산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배우자 유가령과 19년 연애를 통해 결혼하고 어려운 시절 곁을 지킨 일화 등이 알려지면서 요즘 젊은 세대에도 먹히는 매력적인 ‘꽃중년 아저씨’로 자리매김했다. 김윤석, 허준호, 황정민...계속되는 ‘꽃중년’ 사랑 코로나19를 뚫고 올해 첫 300만 관객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모가디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이어진다. 주연을 맡은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이 호연을 펼치면서 류승완 감독의 시의적절한 소재, 이야기와 함께 주목받았다.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조인성의 강대진 참사관 역 외에도 김윤석이 연기한 한신성 대사, 허준호의 림용수 대사 등 다양한 인물이 회자되면서 ‘아저씨 열풍’이 극장가에 분다. 특히 김윤석은 전작인 ‘검은 사제들’부터 ‘암수살인’, ‘미성년’ 등을 거쳐오면서 2030세대 젊은 여성 팬덤을 구축한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코로나19 이전에 팬들이 찾아온 극장 무대인사, 쇼케이스 등의 행사에는 김윤석을 ‘기뮨’이라고 칭하며 재치 있는 문구를 넣은 플래카드를 든 어린 팬들이 다수 찾아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타성에 젖은 가장 평범한 인물인 듯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비범한 결정을 내리는 한국 대사 역을 맡아 인간적인 면을 한껏 드러냈다. @img4 ‘모가디슈’에서 조인성, 구교환만큼이나 주목받은 또 한 사람은 바로 배우 허준호다. 1964년생 허준호는 현재 50대 후반에도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비주얼로 젊은 세대에게 호감을 안겼다. 오래된 경력만큼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연기력, 카리스마를 갖췄지만 20, 30대의 젊은 배우들 못지않은 몸매 등이 ‘모가디슈‘ 홍보 현장에서도 뭇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황정민 주연의 ‘인질’을 본 관객들도 누가 봐도 아저씨인 황정민의 매력에 혀를 내두른다. 극중 황정민은 실제 배우 황정민 역을 맡아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되고 위험에서 벗어나려 끊임없이 발버둥친다. “내가 형사, 검사, 변호사 다 해봤거든”이라고 말하는 극중 황정민처럼, 온갖 누아르와 액션 무비에서 단련된 그가 산속을 누비며 탈주하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도 절로 몰입감과 흥분을 안겨준다. 그런 그의 열연을 두고 온라인상에는 “황정민이 황정민했다”, “야생 호랑이 같다”면서 호평이 쏟아졌다. 이 같은 ‘아저씨 배우’ 선호 현상을 두고 업계에서는 “연륜과 실력을 갖춘 뛰어난 배우들이다 보니 당연한 결과”라고 끄덕인다. 실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형 영화가 제작되고 주인공으로서 전면에 나서는 배우들의 나이대가 젊은 청년 배우가 아니라 대부분 중장년 남자 배우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배우들을 기용하다 보니 자연히 대중으로부터도 좋은 반응이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여중생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얘기에 “취향을 좀 바꿔 보라”면서 “딸을 가진 아빠로서는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 걱정된다”고 답해 웃음을 줬다. 아저씨 배우들을 사랑하는 이들은 바로 이 점이 인기 비결의 핵심이라는 반응이다. 트위터에서는 “제 입으로 오빠라고 하는 것들은 가짜다, 나 같은 아저씨를 왜… 하는 놈들이 진짜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해당 트윗은 3500건에 가까운 리트윗(공감)과 1500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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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배우 겸 감독 구교환 14년 차에 진가 드러나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배우 구교환은 2008년 영화 ‘아이들’로 데뷔했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조연으로, 또는 주연으로 나와 그만의 연기 색깔을 하나씩 선보였다. 그의 남다른 연기는 지난해 영화 ‘반도’의 서 대위에서 빛났다. 이후 ‘킹덤: 아신전’으로, 그리고 이번 넷플릭스 ‘D.P.’로 정점을 찍는다. 데뷔 14년 차 배우 구교환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D.P.’ 한호열 상병...“스스로도 궁금했던 캐릭터” 넷플릭스에서 웹툰 원작인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선보였다. 탈영병을 잡는 군무이탈 체포조인 D.P.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배우 구교환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에서 속정 깊은 인물이자 특유의 재치를 뽐내는 한호열로 분하며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공개 직후에 주변에서 잘 봤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많이 오더라고요(웃음). ‘D.P.’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낯설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용기가 솟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하.” 이번 작품은 탈영병 잡는 군인 D.P.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구교환이 맡은 한호열은 웹툰에는 없는 캐릭터다. 오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위해 새롭게 탄생한 인물. “오히려 원작에 없는 캐릭터라는 점이 저를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줬어요. 또 한준희 감독님과 오랜 친구 사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연이 깊은데, 감독님이 오래 지켜본 제 모습과 한호열의 모습을 잘 합쳐주신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어떤 부분에 대해선 낯설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 모습과 가까운 연기도 선보인 것 같고요.” 한호열은 D.P. 조장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준다. 극 초반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하고 능글맞은 캐릭터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속정 깊은 인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 포인트를 전한다. “호열이의 농담 같은 부분은 평소에 감독님과 주고받은 유머들이었어요. 그런 부분들을 잘 살려주신 것 같아요(웃음). 한호열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속정 깊은 캐릭터였는데, 이게 과연 ‘D.P.’에서 어떻게 비칠지 저도 궁금했죠. 그만큼 기대도 컸어요.” 이 작품은 탈영병의 이야기뿐 아니라 군 내부의 부조리와 가혹행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또 탈영병들이 ‘탈영’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들의 시선으로, 군무이탈 체포조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찍으면서도, 보면서도 아주 먹먹했어요. 저도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으로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호열이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모두 다 기억에 남아요. 기억에 남는 탈영병도 계속 바뀔 것 같고요. 그런데 지금은 조현철 배우예요.” 구교환의 말대로 조현철은 극중 조석봉으로 분해 군 가혹행위와 이를 방관한 자들로 인해 탈영을 택한다. 누구보다 착하고 친절했던 조석봉 병사의 행동 변화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조현철 배우가 조석봉 역할을 연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든든했거든요. 이 이야기의 먹먹함을 조현철만큼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어요. 완성된 작품을 보니, 제 기대를 조금도 어긋나지 않게, 멋지게 연기해 줬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군대 이야기’라는 타이틀이 있었지만 여성들에게 엄청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넷플릭스 ‘한국의 TOP10 콘텐츠’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 작품이, 그리고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단지 특별한 곳에서 벌어지는 보편적인 이야기여서 모든 분이 좋은 반응을 주시는 것 같아요.” 2008년 데뷔 후 매번 다른 연기 ‘충무로 기대주’ 구교환은 2008년 영화 ‘아이들’로 데뷔했다. 이후 2019년 첫 장편영화 ‘메기’ 이후 ‘반도’에서 악역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다양한 장르 작품 속에서 매번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충무로 기대주’로 단번에 올랐다. “작품 선정 기준요? 일단 호기심이 생겨야 하는 것 같아요. 인물에 대해 궁금해져야 선택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선택하지 않고 선택당했어요. 하하. 앞으로도 선택당하는 게 배우로서의 제 일이 될 것 같아요(웃음).” 그는 요즘 업계 기대주로 떠오르면서 대중의 사랑도 한몸에 받고 있다. 구교환의 과거 사진 하나하나가 ‘현실 남친 사진’으로 각종 SNS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작년부터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배우가 된 것이다. “인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생긴 것 같아요. 어깨가 무거워지네요(웃음). 이런 관심과 프러포즈를 처음 받아 봐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죠. 저를 응원해 주시는 하나의 방식인 것 같아요. 예전 사진들이 떠오를 때마다 졸업앨범을 보는 느낌이라 힘들긴 하지만... 그걸 보고 좋아해 주시니까 그냥 신기하기만 해요. 하하.” 감독과 배우를 겸하고 있는 구교환은 지난 2016년만 해도 ‘직업 배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5년이 지난 현재, ‘충무로의 기대주’로 부상한 그는 “이제는 ‘직업 배우가 될 수 있을까?’의 단계인 것 같다”며 웃었다. “현장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어요. 이전에는 내가 직업 배우가 된다면 어떤 형태가 돼야 하는지 고민됐다면, 이제는 ‘될 수 있을까?’의 단계로 올라간 것 같아요. 작품마다 날씨가 다르고, 시기가 다르고, 함께 이야기하는 배우들이 다르잖아요. 매번 다른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 빨리 파악하는 게 연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작품에 자연스럽게 있는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 장면이 시작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무언가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요.” 배우이자 감독...“좋은 이야기 나오길 기다리는 중” 2008년 데뷔한 그는 감독으로도 남다른 활약을 보였다. 2012년 ‘술래잡기’를 시작으로 이듬해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에서는 감독·각본·제작·미술·편집까지 도맡았다. 이후 ‘오늘 영화’, ‘연애 다큐’,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메기’ 등으로 연출력과 필력을 드러냈다. “감독이라고 불리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숏필름 유튜버로 불러주세요. 하하. 장편영화도 준비 중이에요. 또 최근에 출연한 작품들 때문에 이제 독립영화는 안 찍는 줄 아시는데 오해예요. 지금도 독립영화 열심히 찍고 있어요(웃음). ‘반도’ 이후에도 7편 정도의 작품에 참여했는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아요. 계속 꾸준히 하면서 알려지도록 해야죠.” 장편영화를 준비 중이지만 기획 단계에만 서 있는 상태다. 각본도 연출도 직접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어느 때보다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 “감독 활동은 항상 꿈꾸고 있어요. 하지만 마음이 움직이고, 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면 하지 않을까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제 안에서 좋은 이야기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상태예요(웃음). 그동안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요. 건강이 1등이고, 2등은 ‘D.P.’예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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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호

“중국 미술 대신 피카소·바스키아 살래요”

서양 작품에 손대는 아시아 큰손들...작품값도 치솟아 팬데믹으로 미국·유럽 시장 저조하나 아시아는 활기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아시아의 큰손 컬렉터들이 서양미술품 수집에 본격 나서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홍콩, 베이징, 싱가포르의 슈퍼컬렉터 중 ‘웨스턴 아트’에 관심을 가졌던 수집가는 극소수였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아시아 슈퍼컬렉터들이 서양작품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서양 유명작가들 작품 가격이 전지구적인 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치솟고 있다. 아시아의 바잉파워가 전 세계 미술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술시장 기상도도 달라지고 있다. 지구촌을 강타한 전염병으로 2020년에는 경매사, 아트페어, 갤러리의 오프라인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됐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온라인 전시 및 판매가 급히 시행됐지만 보완책에 그쳤다. 특히 닷새간 거대한 아트페어를 만들어 7, 8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였던 아트바젤, 프리즈는 가장 심한 타격을 입었다. 온라인 뷰잉룸을 만들어 관람과 구매를 유도하긴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특히 아트바젤은 홍콩의 정세불안으로 홍콩 페어를 중단한 데다 팬데믹까지 겹쳐 위기를 맞았다. 스위스 기업(MCH그룹)이었던 아트바젤은 미국의 미디어그룹 머독가의 제임스 머독이 956억원을 투자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그나마 경매사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경매사들은 온라인 경매의 비중을 높이고 프라이빗 세일 등을 강화해 지난해 매출 감소가 20%에 그쳤다. 영상회의 형식을 겸한 온라인 경매를 도입하거나 오프라인 경매에 온라인 응찰을 연계한 하이브리드 경매를 시행하는 등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전략을 도입한 것. 런던에 기반을 둔 글로벌 아트마켓 데이터펌 Pi-eX는 “주요 경매사들의 매출 하락이 20%에 불과한 것은 최고의 작품을 판매하는 경매장에서 기존 고객 외에 아시아, 중동, 러시아 등 세계적인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 3대 경매사인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는 2021년에 다시 바운스백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Pi-eX는 “아시아에 본거지를 둔 고객의 구매 증가에 힘입어 작년의 매출 하락이 올 들어 강력히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수치가 이를 말해 주는데 홍콩은 지난해 선두주자인 뉴욕과 런던 경매를 예기치 않게 앞질렀다. 상승세도 괄목할 만했다. 아시아의 구매력 상승세는 올 봄과 여름 경매 시즌에 더욱 심화됐다 Pi-eX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올 2분기 미술품 경매매출은 12억달러(약 1조3778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2분기 매출 7억3400만달러보다 69%나 증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아시아의 경매 매출은 같은 기간 미국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미술시장이었던 미국 시장은 팬데믹 여파로 아직 2019년 수준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올 상반기 2019년 동기보다 경매매출이 16% 하락했다. Pi-eX는 2021년 상반기 경매매출 보고서에서 1위 경매사인 크리스티의 아시아 고객 매출비중이 39%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3위 업체인 필립스도 아시아 시장 공략에 힘을 쏟은 결과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필립스는 2019년 2분기부터 2020년까지의 매출이 34% 증가해 1, 2위(크리스티, 소더비)를 제치고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소더비 또한 홍콩에서의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 소더비 홍콩의 올 상반기 매출은 9억3200만달러(약 1조720억원)를 기록하며 작년보다 20% 증가했다. 또 Pi-eX가 4월부터 7월까지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 3대 메이저 경매사가 홍콩에서 개최한 9건의 현대미술경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양예술품의 낙찰총액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의 홍콩 경매에서는 작가별 최대 낙찰액이 중국 출신의 프랑스 유학파인 자오우키, 산유(Sanyu)가 늘 1, 2위를 다퉜다. 두 예술가는 오랫동안 홍콩 미술경매에서 지배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들어 장세가 급변했다. 2~3년 전부터 등판(?)하기 시작한 서양 ‘신입생 예술가’들의 돌풍이 매우 거세다. 미국의 낙서화가 장-미셸 바스키아와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아시아 예술가들을 제치고 승승장구 중이다. 물론 아직은 ‘악동소녀’로 유명한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와 중국의 작고화가 산유가 작가별 낙찰총액에서는 1, 2위를 차지했다. 작품 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스키아와 피카소는 (적은 작품 수로도) 이들의 최고 매출에 바짝 근접하고 있다. 나라 요시토모는 올 2분기 홍콩 경매에서 3억9170만홍콩달러(약 5030만달러)의 낙찰총액을 기록해 현대미술 부문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산유는 2억8200만홍콩달러(약 3720만달러)로 2위에 올랐다. 반면에 홍콩 경매에서 최고가 낙찰은 바스키아의 1982년 작 ‘무제’가 차지했다. 5월 크리스티 이브닝세일에 나온 이 그림은 3020만달러(약 347억원)에 팔렸다. 피카소가 1970년에 그린 여인 초상 ‘Buste de matador’도 소더비가 특별기획한 ‘ICONS’ 경매에서 1800만달러(약 207억원)에 팔렸다. 10년 전 런던 소더비에서 700만달러(약 80억원)에 판매됐던 작품이니, 10년 새 약 3배 오른 셈이다. 바스키아와 피카소의 두 그림은 아시아 고객이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책임자인 유키 타라제는 아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서양의 블록버스터 작품에 대한 아시아 메가컬렉터들의 관심이 급등하고 있다. 바스키아, 피카소, 게르하르트 리히터, 로이 리히텐슈타인, 클리포드 스틸의 작품은 올 시즌 홍콩 경매에서 판매된 ‘톱10 낙찰작’ 중 절반을 차지했다. 아시아 거장 예술가들의 작품은 나머지 절반에 그쳤다”며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티 홍콩과 소더비 홍콩 경매를 찾으면 중국 스타작가들의 작품이 흘러 넘쳤다. 치바이스(제백석), 자오우키, 산유, 지다춘, 쩡판츠, 장샤오강, 웨민준의 그림이 앞자리에 모셔졌다. 여기에 일본의 ‘톱3 작가’인 나라 요시토모,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곁들여졌고 한국의 이우환, 백남준 작품이 더해졌다. 서양미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7년 12월에는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치바이스의 12폭짜리 서화작품 ‘산수십이조병’이 베이징 경매에서 1530억원에 팔리며 큰 이슈를 만들었다. ‘중국예술이 피카소보다 못할 게 뭐냐?”며 자국 미술을 더욱 띄워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몰아쳤다. 그러나 4년도 채 안 돼 중국의 슈퍼리치들은 12폭 병풍그림보다는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작품값이 비싼 작가’인 독일의 게르하르트 리히터라든가 세계적인 거장 파블로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의 그림을 더 갖고 싶어 하게 됐다. 아시아의 컬렉터들이 서양미술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건축과 주거공간이 서양식으로 급변하면서 작품 취향이 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제 서구적인 세련된 공간에 서예나 고서화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IT 혁명으로 세계가 실시간으로 묶이면서 아시아에도 국제미술계 정보가 흘러넘치는 것도 요인이다. 아울러 탄탄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신흥부자들이 늘면서 블록버스터 작품을 투자용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서양의 블록버스터 작품을 거침없이 사들이는 아시아 부호들이 늘면서 세계적인 미술전문지 ‘아트뉴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의 톱 컬렉터 200’에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슈퍼리치들의 이름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의 홍라희 관장과 아라리오그룹의 김창일 회장 등 아시아 컬렉터는 5, 6명 안팎이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며 늘기 시작해 올해 발표된 2020년 ‘톱200 컬렉터’에는 중국 완다그룹의 왕젠린 회장, 홍콩의 유통 거물 애드리안 챙 등 중국계 컬렉터가 20명을 넘어섰다.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컬렉터를 모두 합치면 30명에 이른다. 비약적인 증가세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는 파라다이스시티의 전필립 회장 부부가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전 세계인이 누구나 탐을 내며 투자가치가 확실한 서양의 블록버스터 작품이 뉴욕이나 런던이 아닌 홍콩에서 경매에 부쳐지는 것은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높은 가격에 사줄 컬렉터들이 아시아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큰손들이 서양 고객보다 더 화끈하게 낙찰가를 올리며 경쟁하니 값비싼 작품들이 홍콩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한 가지 특기할 사실은 중국의 수집가들이 아직은 저평가된 서양의 젊은 예술가 작품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에밀리 스미스, 로이 홀로웰, 살만 토르 같은 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이 홍콩 경매에서 인기리에 팔려 나가고 있다. 빗자루 그림으로 유명한 스미스의 ‘Broom Life’(2014)는 특히 경합이 뜨거웠다. 브라질 여성 화가인 아나타시아 오가와의 ‘Petropolis’라는 작품은 추정가의 13배인 17만달러(약 1억954만원)에 팔리며 기염을 토했다. 아직은 생소한 서양 작품에도 아시아 컬렉터들이 그 잠재력을 맏고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으니 마켓은 정말 휙휙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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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호

'모가디슈' 김윤석, 평범함이 모여 비범함을 만들다

허준호·조인성과 호흡, 류승완 감독과 ‘환상 케미’ 모로코 올 로케이션 촬영...팬데믹 개봉에도 흥행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영화배우 김윤석이 ‘베테랑’,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과 손잡고 뜨거운 액션과 감동을 영화에 담았다. 코로나 직전 촬영한 ‘모가디슈’는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으로 올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다. 사실 ‘모가디슈’는 김윤석과 허준호, 조인성이 류승완 감독과 만나 일찌감치 흥행이 예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봉이 늦어지고 성적도 예상만 못하지만, 개봉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이다. 2주 차에는 171만 관객을 넘어서며 코로나 속 극장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팬데믹 직전 모로코 풍경...“류승완이라 가능했다” 김윤석은 지난 2019년 코로나 확산 직전에 촬영한 영화 ‘모가디슈’를 뒤늦게 선보이게 된 감회를 드러냈다. 그는 벌써 30년을 훌쩍 넘긴 배우 생활 중 이번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는 없었다고 했다. 모로코 올 로케이션 촬영을 무사히 마친 김윤석은 “류승완 감독이라 가능했다”면서 이번 프로젝트의 공을 류 감독에게 돌렸다. “이 프로젝트가 불가능하고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할리우드에 버금갈 정도의 영화예요. 수백 명의 외국 배우를 어디서 데려올 건지, 대본만 봐선 막막했죠. 배경은 모가디슈지만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했어요. 그곳은 아프리카계 인종이 거의 없어요. 그 인종의 배우들을 몇 개월에 걸쳐 유럽에서, 아프리카에서 모았죠.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했는데 정말 철저하게 준비를 하셨더군요. 류 감독의 철저한 준비와 점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저게 가능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게 나왔어요.” 특히 김윤석은 류 감독을 두고 “타잔처럼 날아다녔다”고 묘사하면서 당시 그의 활약상을 돌아봤다. 대규모 소말리아 군중 신이나 총격전 등을 담당해야 했던 이들의 국적이 모두 달랐던 탓에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또 다른 언어로 이중, 삼중 번역을 거친 촬영이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하나가 돼 류 감독의 진두지휘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했다. “정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죠. 어떻게 언어를 두세 단계를 거쳐 번역하고 모두를 통솔했을까 싶어요. 현지에서 외국인 배우들의 액션을 위해 윤대원이란 무술감독이 액션 스쿨을 만들었어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손짓 발짓을 하며 연습했죠. 총격전과 액션, 군중 신들을 보면 진짜 저걸 우리가 찍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실감나게 담겼더라고요. 외국 배우들이 또 너무 잘해 주셨죠. 깜짝 놀랄 정도로. 모로코에선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다 보니 나중엔 다들 삼겹살 타령만 했어요. 스태프들에게 다시 하라고 하면 다시는 안 할 거예요. 너무 고생해서요. 하하.” 극중 김윤석은 소말리아 주재 한국대사 한신성을 연기했다. 그는 “저와 닮은 부분도, 다른 부분도 있다”면서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특별히 그는 한없이 소시민적이고 우유부단함 같은 평범함 가운데 모두를 통솔하는 한 대사의 ‘선택과 결정’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짚었다. “저와 닮아 보인다는 건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죠. 평소에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걸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되도록이면 아무 탈 없이 조용히 피해 없이 살아가길 원하고 때로는 굉장히 우유부단해서 기회를 놓치기도 하죠. 실수도 하고 때론 고집도 피우고요. 부족하다기보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면이죠. 그게 연기자 이전의 평범한 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에요. 그럼에도 극중 인물의 서사는 함축적이고 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극적인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협력하면서 나오는 비범함이 있어요. 그게 이 캐릭터와 영화의 매력이에요.” 이 점은 바로 김윤석이 이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한 이유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로코에서 4개월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김윤석은 벌써 1년 반이 지나버린 당시의 촬영장 풍경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여긴 촬영을 해내면서도, 모처럼 자유로움을 만끽한 시간이기도 했다. “촬영을 한 건지, 살다가 온 건지 모를 만큼 모든 곳이 저희의 동선이었죠. 그 한가운데 저희 숙소가 있었고 걸어다니던 모든 곳이 촬영장이었어요. 한 숙소에서 다 같이 지냈어요. 밥 같이 먹고 매일 만나고 4개월간 동고동락할 수 있었다는 게, 앞으로 이런 날이 또 올까. 잊지 못할 경험이죠. 팬데믹 이전에 촬영을 마친 상태였는데 또 이런 상황은 상상한 적이 없었잖아요. 이렇게 오래갈 줄도 몰랐고요. 모로코 해변 도시, 시골 마을 같은 곳에서 조인성, 허준호 씨도 모두가 자연인의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활보하고 터벅터벅 마스크도 없이 자유롭게 다녔어요. 미세먼지도 없고 정말 공기가 좋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립기까지 하네요.” “답답한 여름 시원한 등목 같은 작품 되길” 1991년 가장 극심한 냉전시대에 내전의 한복판에 뚝 떨어진 남북한 대사관 식구들 자체는 현재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여러 가지 은유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생존’을 위해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었던 한 대사와 북한 림 대사(허준호)의 선택은 모두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해준다. “한 대사는 무능하고 우유부단해요. 그러면서도 인간적이죠. 정의롭고 역동적이고 모두를 끌고 가는 파워풀한 리더보다는 많이 모자란, 의지가 약한 사람이 결국 극한 상황에 몰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만들어내요. 인간적이고 실수를 많이 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슬프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 의지를 담아서 해내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협력을 해내는 게 귀하게 느껴졌죠. 사실 극중 남북 대사관 사람들은 무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두 팀이 만나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거예요. 여기에 무슨 이념과 이데올로기 같은 건 작동하지 않죠. 일단은 살아야 하는 상황의 본능적인 사람들을 그려내려 했어요.” 허준호, 조인성이란 탄탄한 배우들과 맞아 들어가는 연기 호흡도 김윤석을 즐겁게 했다. 그는 “제가 상관이고, 부하직원이라고 해서 단편적인 관계로 그려지진 않는다”면서 조인성이 연기한 강대식 참사관과의 복잡한 감정과 존재감, 대립 등 다양한 감정교류를 겪었음을 털어놨다. 허준호 역시 묵직한 카리스마 속 따뜻한 모습으로 촬영장의 맏형을 자처했다. “그 배역이 안기부에서 파견된 사람이잖아요. 한 대사 입장에선 그와 대립과 협력을 다 해야 하는 사람이고 감정과 입장들이 혼재돼 있죠. 부하직원이라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사람이거든요. 눈엣가시 같을 때도 있고 티격태격도 하고요. 아랫사람들끼리 싸우고. 하하. 그런 관계들이 입체적으로 잘 살아나서 만족스러웠어요. 허준호 선배는 일찍부터 연기를 하신 분이죠. 굉장히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현장에서 항상 웃고 계세요. 늘 제일 뒤에서 웃으시고 커피도 내려 주시고 지켜봐 주셨죠. 그런 모습이 영화 속 림용수 대사 캐릭터로서 강단 있는 모습과도 잘 어울렸어요. 선배의 평소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죠.” 영화 속에서 모든 위험이 도사리는 사지를 뚫고 나와, 한 대사는 백기를 들고 뛰어가며 “돈 슛! 돈 슛! 코리아!”라고 외친다. 김윤석은 이 장면을 가장 울컥한 장면으로 꼽았다. 당시의 시대상 속 생존을 위해 기댈 것이라곤 단 하나뿐인 단어를 함축적으로 담은 장면이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팬들과 만나는 그는 마치 20대 아이돌 멤버처럼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도 애정 어린 인사를 남겼다. “한 대사가 소리치며 뛰어가는 장면이 울림이 있었어요. 내세울 수 있는 말이 코리아뿐이라 울컥했어요. ‘미성년’ 이후에 영화는 오랜만인데 자의는 아니지만 2년이 넘게 걸렸네요. 우리 팬들 중에는 응원 문구도 그렇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보고 저도 기가 막혀서 웃기도 많이 웃었죠.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아니어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굉장한 재미로 느껴져요. 고맙기도 하고요. 오래 기다려 주셨는데 이 영화로 다가갈 수 있어 설레고 ‘역시’ 하고 보람을 느껴주신다면 좋겠네요. 답답한 여름에 시원한 등목 한 번 하는 것처럼, 그런 영화를 선물하고 싶네요. 최고의 피서지가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었음 하고요. 이 영화의 힘은 입소문에서 판가름 날 거예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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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호

BTS, ‘대기록’ 경신 또 경신 전 세계를 홀리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21세기 팝 아이콘’ 방탄소년단(BTS)의 신기록 행진이 파죽지세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버터(Butter)’를 자신들의 신곡으로 밀어냈다. 그룹으로선 유일하게 바통터치에 성공했다. 방탄소년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 넘겨줬던 1위를 ‘버터’가 재탈환, 10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신의 곡으로 ‘핫 100’ 1위 바통터치 유일 그룹 방탄소년단의 7월 9일 싱글 CD ‘버터’ 앨범에는 신규 트랙 ‘퍼미션 투 댄스’가 추가됐다. 이 곡은 발매 전부터 세계적인 뮤지션 에드 시런이 참여했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발매와 동시에 이 음원은 국내 차트 1위를 휩쓸었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빌보드가 발표한 최신 차트(7월 24일 자)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는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자신들의 직전 7주 연속 1위 곡 ‘버터’를 이어받은 것이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지난 8월 발매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그리고 ‘버터’까지 통산 13번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이번 ‘퍼미션 투 댄스’의 1위는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바로 ‘핫 100’ 차트에서 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버터’를 밀어낸 곡이 자신들의 신곡이기 때문이다. 빌보드는 ‘핫 100’ 1위 자체 바통터치가 2018년 7월 드레이크 이후 3년 만에 나온 기록이라고 밝혔다. 또 바통터치를 한 가수는 드레이크를 포함해 저스틴 비버, 위켄드, 테일러 스위프트, 블랙 아이드 피스, 비틀스 등 13명(팀)에 불과하다. 방탄소년단은 ‘핫 100’ 1위를 자체 바통터치한 14번째 가수로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빌보드 역사에 독보적인 이정표를 남겼다. ‘핫 100’에서 발표와 동시에 정상에 오른 ‘핫샷 데뷔’를 한 뒤 7주 이상 1위를 지키다 자신의 다른 곡으로 ‘핫 100’ 1위를 대체한 가수는 퍼프 대디, 드레이크 그리고 방탄소년단뿐이다. 그룹으로는 빌보드 62년 11개월 역사상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운 만큼 외신은 이러한 성과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이 ‘퍼미션 투 댄스’로 자신들의 곡인 ‘버터’를 밀어내고 ‘핫 100’ 1위를 기록하며, 미국 역사상 (빌보드 ‘핫 100’) 1위를 바통터치한 극소수의 아티스트 대열에 합류했다”고 평했다. 빌보드를 휩쓴 방탄소년단의 열기는 이어졌다. ‘퍼미션 투 댄스’가 1위를 한 뒤 다시 ‘버터’가 1위를 하며 두 번째 바통터치에 성공, 9주 연속 ‘핫 100’ 1위를 지켜냈다. 바통터치 후 이전 1위 곡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은 것은 빌보드 역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8월 2일(현지시간) ‘버터’를 정상으로 유지시키며 10주 연속 1위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버터’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8주간 ‘핫 100’ 1위를 차지했던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를 제치고 올해 ‘핫 100’ 차트에서 가장 많이 1위를 차지한 곡이 됐다. 이들의 ‘버터’는 미국 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했다. 빌보드는 MRC 데이터를 인용해 “7월 29일까지의 주간 집계에서 ‘버터’의 미국 내 다운로드 수와 스트리밍 횟수는 각각 11만2900만건과 810만건이었고, 라디오 방송 청취자 수는 305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기록 향연...“팝 시장 주류 가수로 안착했단 증거” 빌보드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신기록을 달성 중인 방탄소년단은 10개월 2주 만에 5곡을 ‘핫 100’ 1위에 올려놓으며 1987~88년 마이클 잭슨(9개월 2주) 이후 최단기간 기록을 세운 그룹이 됐다. 이들의 진기록은 계속된다. ‘버터’ 못지않게 ‘퍼미션 투 댄스’는 1위를 찍었던 ‘핫 100’ 차트 외에 다른 차트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지역의 스트리밍과 판매량을 집계해 순위를 발표하는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했으며, ‘디지털 송 세일즈’와 ‘캐나디안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도 1위에 안착하기도 했다. 빌보드의 메인 차트 1위를 자신들의 히트곡과 신곡으로 밀어내며 바통터치를 하다 보니 ‘BTS의 경쟁자는 BTS’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빌보드 차트에서 음원뿐 아니라 앨범들이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미국 시장 내 인지도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다이너마이트’로 첫 ‘핫 100’ 1위를 한 뒤 ‘버터’를 발매했을 땐 팝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퍼미션 투 댄스’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곡이 정상을 차지한 것을 보면 팝 시장에서 주류 가수로 안착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빌보드 차트를 보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지 않은데, BTS의 노래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동안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음악을 넘어선 ‘시대의 아이콘’...대통령 특사 임명 방탄소년단은 음악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퍼미션 투 댄스’에는 국제 수어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접목했다. 이에 ‘팝의 전설’로 불리는 엘튼 존은 지난 7월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를 부르는 영상과 더불어 국제 수어 퍼포먼스를 함께 해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외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만큼, 방탄소년단은 ‘미래 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됐다. 앞서 2018년 글로벌 청년 대표이자 특별 연설자 자격으로 참석했던 이들은 ‘자신을 사랑하자(Love myself)’를 주제로, 지난해에는 코로나 위기로 절망한 전 세계 청년들을 위해 멤버들과 음악을 만들며 두려움을 이겨낸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음악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이들은 8월 중 열리는 제76차 유엔총회 등 주요 국제회의에 세 번째로 참석, 전 세계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국제 협력을 촉진할 다양한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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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美, 미술시장도 ‘자금세탁방지법’ 적용 검토...작품 거래 투명화될까

작품가격 수직상승에 ‘제3의 투자품목’ 자리매김 미술품 은밀한 거래 관행...돈세탁·세금탈루 여전 美 세무당국 “더 이상 예술품 통한 돈세탁 허용 안 해”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미술품 가격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특히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값은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치솟으면서 글로벌 아트마켓을 달구고 있다. 블루칩 작품은 주식, 부동산에 이어 ‘제3의 투자품목’으로 확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자 선진국에선 미술품이 자금세탁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고 거래 투명화를 유도하기 위해 거래내역 신고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가 작품 거래 시 자금출처까지 밝히도록 했다. 사실 미술품 거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모든 금융거래가 낱낱이 노출되는 미국에서도 미술품 거래만큼은 은밀히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경매하우스에서 작품을 낙찰받거나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사고팔 때는 거래내역이 모두 자료화되고 있다. 대중에게는 낙찰자와 위탁자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으나, 당국에는 해당 내역이 보고된다. 하지만 프라이빗 세일의 경우는 예외다. 수면하에서 이뤄지는 비밀거래는 가격조작, 돈세탁, 세금탈루가 여전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신흥재벌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AS모나코 구단주)와 스위스 출신의 아트딜러 이브 부비에 간의 미술품 이중가격과 관련한 오랜 법정 공방이 비근한 예다. 러시아 사업가는 “미술중개인 부비에가 나와 작품을 거래하며 가격을 수차례 속였다”면서 부비에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는 부비에의 주선으로 모딜리아니의 1917년 작 누드화를 1억1800만달러에 사들였다. 그런데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븐 A. 코엔이 이 누드화를 9350만달러에 넘겼다는 사실을 우연한 경로로 알게 된 것이다. 이 거래로 부비에는 2450만달러의 거액을 챙긴 셈이다. 그뿐만 아니다. 리볼로프레프는 미국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No.6’라는 그림을 부비에를 통해 1억4000만달러에 샀는데 이는 8000만달러짜리였다. 러시아 사업가는 “부비에로부터 20억달러어치의 작품을 샀는데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미술시장이 좀 더 투명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비밀주의와 익명성 때문에 아트마켓은 ‘믿을 수 없는 리그’가 됐다는 것이다. 통상 아트딜러는 작품을 중개하며 5~10%의 수수료를 받는다. 단 1000만달러가 넘는 고가 작품은 수수료가 5%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나 부비에는 “나는 그에게 소속된 자문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업가”라며 “작품을 구입해 나의 조건으로 재판매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일단 부비에의 손을 들어줬으나, 리볼로프레프는 항소했다. 또 다른 고객들도 연달아 부비에를 고소한 상태다. 부비에는 지난 2017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무려 4억5030만달러(약 5000억원)에 팔리며 세계 미술품경매의 최고가를 경신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구세주’라는 작품 거래에도 개입돼 있다. 부비에는 2013년 이 그림을 8000만달러에 낙찰받아 같은 해 리볼로프레프에게 1억2750만달러에 팔았다. 이 작품을 통해서도 엄청난 수익을 거뒀는데 이쯤 되면 단순한 딜러라기보다 야심만만한 사업가인 셈이다. 그는 고가의 미술품을 은밀하게 거래하고 싶어 하는 슈퍼리치들의 심리를 해결해 주기 위해 작품 거래와 보관을 맡을 창고를 만들었다.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베이징 공항에 프리포트를 조성한 것. 이곳은 표면상으로는 작품 거래를 위한 창고, 즉 국제 거래를 앞둔 작품을 한시적으로 보관하는 창고다. 초창기에는 물론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미술품과 골동품, 고가 보석과 와인을 장기 보관하는 데 이용되는 프리존이다. 부비에에게 작품 구입과 판매를 의뢰하는 고객들로서는 이 창고가 여러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주는 고마운(?) 곳이다. 값비싼 작품을 비밀리에 사들여 안전하게 보관하다가, 값이 오르면 세금 추징 없이 되팔 수 있으니 말이다. 수집가들이 원하는 바를 족집게처럼 해결해준 덕에 부비에의 프리포트 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아부다비에도 추가로 조성할 참이었다. 그런데 피카소 후손들이 위탁한 작품을 소장자도 모르게 슬쩍 처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는 현재 ‘사기꾼’으로 몰려 있다. 지난해 미국 상원의 특별조사관들은 러시아의 정권 실세이자 부자들이 경매하우스에서 익명으로 고가 작품을 거래한 사실을 찾아냈다. 경매업체들이 “정부의 자금세탁방지법을 준수하겠다”며 판매자와 위탁자의 신원을 적시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겼던 것. 공식 경매가 아닌 ‘프라이빗 세일’이란 방식으로 작품이 거래되는 바람에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지난해 뉴욕 소더비에서 보티첼리의 ‘원형 메달을 든 청년’이라는 그림을 9218만달러에 판매한 유대계 부동산 재벌의 절묘한 절세기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센트럴파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맨해튼 57번가의 고층 빌딩 등 뉴욕 요지에 많은 부동산을 보유했던 셸든 솔로(1928~2020)는 미술도 좋아해 명작을 거침없이 사들였다. 보티첼리의 초상화는 1982년 런던 경매에서 130만달러를 주고 샀는데 39년 후 무려 70배가 올라 엄청난 시세차익을 안겨줬다. 생전에 솔로는 피카소의 인물화, 자코메티의 조각 등을 수천만~1억달러대에 팔기도 했다. 모두 수십 배씩 오른 가격에 처분했으니 세금 또한 엄청나게 내야 하지만 솔로는 이를 귀신같이 피해 갔다. 자신의 수집품을 ‘솔로예술건축재단’에 기증한 뒤 워싱턴DC의 국립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대여한 것. 미국에서는 예술품 소유자가 공공미술관에 작품을 빌려줘 전시하게 하면 세금(양도소득세)을 공제받는다. 솔로가 보유한 미술품은 약 5억달러 규모였는데 그가 타계한 후 자녀들은 거액의 상속세도 피해 갔다. 재단에 작품을 귀속시켰고, 이를 미술관에 빌려줬다는 명목 때문이었다. 이 같은 수법으로 거액의 양도소득세와 상속세를 회피하자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두고도 세금은 쥐꼬리만큼 낸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솔로가의 전략은 세(稅)테크가 아니라 세금탈루라는 것이다. 한편 미국 동부의 마약거래상인 로널드 벨시아노는 마약 밀매로 번 돈을 세탁하기 위해 고가의 미술품 50여 점을 사들여 이슈가 됐다. 경찰이 그의 집을 급습했을 때 어항 하단부에 250만달러의 현금이 숨겨져 있었고, 벽에는 14점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모두 피카소, 르누아르, 달리 같은 거장의 작품이었다. 게다가 집 근처 창고에서도 유명 미술품이 33점이나 쏟아져 나왔다. 벨시아노는 불법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갤러리에서 그림을 사들였던 것. 미국 세무당국 측은 “예술시장의 불투명성을 악용해 매년 수십억달러의 미술품이 공공조사를 받지 않고 손바꿈이 이뤄진다”고 추정했다.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그들이 구입하는 작품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며, 판매자 또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당국은 그간 미술품의 거래 과정이나 이익 규모를 추적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이는 주식 및 부동산 거래 규정과 매우 대비되는 대목이다. 결국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벨시아노 사건이 계기가 돼 세무당국은 ‘더 이상 예술품을 통한 돈세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예술품이 검은 돈을 세탁하는 도구로 암암리에 쓰였으나 앞으로는 미술시장을 관리감독하고 거래 투명화를 유도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미술품 양도소득세율은 수익과 보유기간에 따라 다르나 최고세율은 종전 28%에서 50%로 대폭 높아졌다. 하지만 미술품 거래의 상당 부분이 사적인 거래로 이뤄져 노출이 잘 안 되는 것이 문제다. 경매하우스들은 작품의 위탁자와 낙찰자, 낙찰가, 자금출처를 자료화해 당국에 보고하고 있으나 개인 간 미술품 거래는 여전히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부유층의 내밀한 거래는 상당수가 베일에 싸여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술시장에 대한 정기적인 감사와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예술품과 관련된 부정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음에도 감사가 느슨해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미술품을 통한 자금세탁과 비자금 조성, 세금탈루 등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도 발벗고 나섰다. 금융계의 돈세탁을 정교하게 컨트롤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방 자금세탁방지법’을 올해부터 고미술품(앤틱) 딜러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고대와 중세, 근대 미술품 거래 시 그 내역과 자금출처를 세무당국에 보고하도록 한 것. 고가의 골동품을 거래하며 발생할 수 있는 돈세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 재무부는 이 같은 정책을 미술시장 전체로 확대할지를 현재 검토 중이다. 그런데 유럽은 이 규정을 먼저 도입했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미술품 거래 시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구매자금의 출처를 밝히도록 하는 법규가 이미 채택돼 있다. 이에 미국도 고미술 부문뿐 아니라 아트마켓 전체에 이를 적용할지를 두고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7월 미국 상원의 조사소위원회는 “미술시장의 비밀주의 및 익명성에 대한 당국의 불충분한 규제가 자금세탁과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환경을 키워 왔다”며 자금세탁방지법 적용을 주장했다. 물론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익명성 보장’이란 거래의 통례를 십분 활용해온 마켓의 고수들은 ‘거래내역 및 자금출처 보고’라는 조치가 미술시장을 궤멸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의로 작품을 수집하는 고객까지 시장에서 내쫓아 결국 문화가 말살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아트딜러협회의 앤드류 쇼코프 회장은 “우리는 이제 무서운 내리막길을 맞을 것이다. 엄청난 양의 서류 작성과 규정 준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리라곤 생각지 않는다”고 맞섰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아트딜러협회와 크리스티, 소더비가 기용한 로비스트들이 자금세탁방지법 적용을 막기 위해 워싱턴에서 로비를 벌이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약 100만달러의 로비자금이 투입됐다고 추정했다. 전례없는 활황기를 맞은 미국의 미술시장은 올여름 ‘자금세탁방지법’ 적용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은 싸늘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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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김서형, 비슷한 캐릭터 속 그만의 '변주'를 꾀하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1994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연기 경력만 27년이다. SBS ‘아내의 유혹’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킨 뒤, JTBC ‘SKY캐슬’로 스타 배우가 됐다. 숱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천천히 스펙트럼을 넓혀 온 배우 김서형이 필모그래피에 인생 작품을 남겼다. tvN ‘마인’, 김서형의 또 다른 연기 변신 배우 김서형이 여성이 주체가 된 작품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tvN ‘마인’. 이 드라마에서 재벌그룹 효원의 며느리이자 반전을 가진 인물 정서현으로 분했다. “정말 모든 배우가 끝날 때까지 연기를 다 잘하시더라고요. ‘마인’이 희수(이보영)와 서현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효원가 안에 있는 모두의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주 집사(박성연), 성태(이중옥), 진호(박혁권)도 완벽하진 않지만 자기 자리를 찾아갔고요. 드라마가 ‘나의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맞게 잘 흘러왔고, 잘 흘러간 것 같아요. 다 좋았어요.” 드라마 ‘마인’은 효원그룹의 이야기이자 그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을 담았다.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두 여자(이보영, 김서형)에게 낯선 여자가 찾아오면서 ‘나의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켜 나가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제목부터 일단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에 대본을 다 받아보지 못했는데 다음 대본에서 서현이의 역할이 무엇일지, 그의 ‘마인’이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더라고요. 극중에서 서현이의 숙제는 멜로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가 찾으려는 나의 것은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드라마의 내용을 제목이 다 표현하잖아요.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제목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싶었죠.” 김서형이 맡은 정서현은 극 초반부터 반전을 선사한다. 바로 성 소수자였다. 사회적으로 이슈를 몰고 오는 소재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부담도 느낄 법했지만 그는 오히려 “연기하기 편했다”고 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건 오히려 쉬웠어요. 그리운 마음을 품고 있다가 표출하면 되니까. 상대 배우였던 정화 씨랑 첫 장면을 찍을 때 감정을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어려움은 없었어요. 오히려 효원가 사람들과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웠죠. 1화부터 16화까지 늘 마주치는데 똑같은 표정, 감정, 일정한 톤으로 가면 보는 사람들이 피곤할 것 같아 변주를 주고자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멜로가 제일 쉬웠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하하.” 극중 정서현에게 최수지(김정화)는 첫사랑이자 절대 잊지 못하고 늘 가슴속에 품고 사는 인물이다. 짧은 기간 최대치의 감정을 선보여야 했기에 김서형은 함께 호흡을 맞춘 김정화에게 남다른 애정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화 씨는 캐스팅되고 나서 한참 뒤에 만났어요. 저와 다른 배우, 스태프들은 이미 촬영이 진행됐고 친해질 만큼 친해졌는데 정화 씨는 얼마나 낯설었겠어요. 그런데 정말 준비를 많이 해 왔더라고요. 그리고 처음 봤을 때 한번 안아 봐도 되겠냐고 하더라고요. 애틋한 그 감정을 가져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때 너무 고마웠죠. 제가 생각하지 못한 걸 이 친구는 해 온 거잖아요. 잠깐 만났지만 배려심이 깊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마음이 훅 갔던 것 같고, 수지로 더 바라볼 수 있었어요.” 주체적인 여성 연기...“멜로에 대한 마음 여전” SBS ‘아내의 유혹’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배우 김서형’을 각인시킨 뒤 쉼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JTBC ‘SKY캐슬’부터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여성의 캐릭터를 주로 맡으면서 비슷한 인물에서 늘 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제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고 캐릭터를 주시는 것 같아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캐릭터지만, 김서형이 갖고 있는 에너지도 사실 뻔하거든요. 그래서 비슷하게 표현하지 않기 위해, 이런 캐릭터를 계속 맡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으려고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고 부단히 노력했고요. 주체적인 캐릭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전 작품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이언티’, ‘기황후’, ‘SKY캐슬’, ‘아무도 모른다’로 한 계단씩 밟아왔고요. 그래서 ‘마인’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서형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어느 순간부터 기가 세거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이번 ‘마인’ 속 정서현도 비슷한 결을 가졌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은 ‘멜로’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멜로의 상대가 비록 동성이었지만, 그는 “어느 정도의 목마름은 해소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면서 안 해본 장르가 더 많겠지만, 저는 영화 ‘러브레터’를 너무 좋아해요. 직접적이지 않은데 그래도 멜로잖아요. 저도 직접적인 멜로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목마름은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마인’을 통해 해소해서 속 시원해요. 하하. 아무래도 성 소수자란 소재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거라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논란을 넘기려면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예전부터 이런 역할이 오면 연기로 승화시키고 싶었어요. 어느 정도는 잘 소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번엔 감히 맛만 보여드렸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김서형에게 이 작품에서 멜로는 단순 목마름 해소로 끝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쉬운 것은 아니기에, 비슷한 결의 캐릭터 속에서 변주를 주기 위해 찾은 돌파구가 멜로였던 셈이다. “쉽게 코미디나 멜로 장르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현실을 직시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장르를 하고 싶다고 다른 걸 안 하고 기다릴 순 없잖아요. 연기는 저에게 있어서 생계유지 목적도 있어요. 그래서 연기를 멈출 수도 없고요. 비슷한 역할이 들어온다고 해서 안 할 순 없잖아요(웃음). 처음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힘들었지만 ‘배우는 뭐든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인’에서도 멜로가 저에겐 정말 중요한 소재였죠. 저에겐 센 캐릭터를 조금씩 비틀면서 변주를 줄 수 있는 장치였거든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건 여전히 많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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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호

빌보드 휩쓴 K팝, 코로나 이후 'BTS 효과' 몰려드나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버터(Butter)’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정상을 7주 연속(7월 12일 기준) 수성, K팝의 글로벌 약진이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콘서트와 투어는 멈췄지만, BTS를 필두로 K팝의 인기와 기세는 여전하다. ‘21세기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방탄소년단 등 K팝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주류가 된 지 오래다. 방탄소년단과 같은 하이브 레이블 소속의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SM의 에스파, NCT 등도 글로벌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코로나 이후 한류가 그야말로 ‘BTS 효과’를 누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코로나도 비껴가는 BTS, 세기의 아이콘 우뚝 방탄소년단은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빌보드 차트에서 디지털 싱글 ‘버터’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7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빌보드에 따르면 ‘핫 100’에 진입하면서 곧바로 정상을 밟은 역대 54곡 중 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곡은 ‘버터’를 포함해 8곡뿐이다. 이 가운데 개인이 아닌 그룹이 낸 곡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1위로 신규 진입해 정상을 유지한 기간이 7주 이상인 곡은 1995년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즈 투 맨이 함께 부른 ‘원 스윗 데이’(16주 연속 1위)가 유일하다. 그룹으로 21세기 최초 기록을 3주 연장한 대기록이다. 또 ‘빌보드 글로벌 200(미국 제외)’ 1위, ‘빌보드 글로벌 200’ 2위에 오르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흥행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8월 첫 ‘핫 100’ 1위에 랭크된 ‘다이너마이트’는 물론 방탄소년단의 신보는 계속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았다. 9개월 만에 4곡을 세계적인 영향력의 북미 메인 차트에 올려놓은 것뿐만 아니라 무려 107개국의 수십만 해외팬이 유료로 공연 ‘방방콘’을 관람하게 하며 세를 과시했다. 이번 신곡 ‘버터’의 뮤직비디오 역시 연일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공개 24시간 만에 1억820만 조회수로 ‘유튜브 뮤직비디오 사상 24시간 최다 조회수’라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전에 1위였던 ‘다이너마이트’의 자체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로 인해 ‘역대 유튜브 뮤직비디오 24시간 최다 조회수’ 1, 2위 기록을 모두 보유한 명실상부 글로벌 팝스타임을 재차 증명했다. ‘BTS 효과’...한·미·일 차트서 ‘하이브 레이블’ 두각 특히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뮤직의 모회사 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의 활약이 눈부시다. 최근 ‘버터’로 빌보드를 점령한 방탄소년단에 이어 하이브 레이블 플레디스 소속 세븐틴은 국내 음원과 음반 차트를 휩쓴 것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도 호응을 이끌어냈다. 세븐틴은 6월 18일 발매한 미니 8집 ‘Your Choice(유어 초이스)’로 국내 각종 음반 차트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앨범 발매 직후 1주일간의 판매 기록을 집계한 초동 판매량은 무려 136만장을 넘겼다. 세븐틴은 현재까지 4장의 앨범을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려놓으며 대규모 팬덤의 구매력을 입증했다. 빌보드에서도 세븐틴은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5위로 데뷔하며 상위권으로 입성해 주목받았다. 세븐틴 미니 8집 ‘유어 초이스’는 ‘톱 앨범 세일즈’, ‘톱 커런트 앨범 세일즈’, ‘월드 앨범’ 3개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동시에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는 타이틀곡 ‘Ready to love(레디 투 러브)’가 5위, 수록곡 두 곡이 각각 18위, 19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도 강세다. 방탄소년단의 베스트 앨범 ‘BTS, THE BEST’는 85만8000여 장으로 올해 앨범 누적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7월 5일 자 최신 차트 ‘주간 앨범 랭킹’에서 전주에 이어 1위를 지켰다. 뒤이어 세븐틴이 ‘유어 초이스’로 2위를 차지했다. 2년 차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빌보드 차트에서 롱런 중이다. 정규 2집 ‘혼돈의 장: FREEZE’로 6월 19일자 ‘빌보드 200’ 차트에서 5위로 진입해 데뷔 3년 차 K팝 그룹의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후 3주째 차트인에 성공한 것은 물론 ‘월드 앨범’ 차트 3위,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도 타이틀곡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제로 바이 원 러브송) 14위를 포함해 수록곡까지 15위, 21위에 3곡을 랭크시켰다. NCT·에스파·엔하이픈도...공고해진 한류 위상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는 대부분의 한류 아이돌 그룹이 현지 수요에 따라 아시아, 북미, 유럽 등을 직접 찾아가 대규모 공연을 열고 오프라인 팬덤 동원력을 과시해 왔다. 코로나19 이후엔 오히려 다양한 차트에서 음원 성적으로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비해 음반 판매량이 늘어난 것 역시 눈에 띄는 점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의 낭보에 이어 SM의 그룹 NCT 역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의 장기집권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발매된 정규 2집 ‘엔시티-더 세컨드 앨범 레조넌스 파트1’은 무려 7주 넘게 차트인을 유지했다. 이 음반은 세계적으로 총 268만여 장이 판매되며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튜브 총 조회수 4억2000만뷰 돌파, 유나이티드 월드 차트 1위, 중국 QQ뮤직 디지털 앨범 판매 차트 1위 등의 성과도 거뒀다. 데뷔 1년 차인 SM 신인 걸그룹 에스파의 기세도 놀랍다. 지난 5월 17일 공개한 신곡 ‘넥스트 레벨’은 5월 5주 차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 97위에 올랐다. 데뷔곡 ‘블랙맘바’를 같은 차트의 183위에 올려뒀던 에스파는 자체 글로벌 기록을 경신하며 한층 성장세를 보였단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블랙핑크를 제외하고는 K팝 걸그룹이 그다지 주목받은 바 없다는 점에서도 향후 에스파의 화제성과 영향력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신예 엔하이픈도 올해 깜짝 기록으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4월 말 발매된 엔하이픈의 미니 2집 ‘보더: 카니발’은 당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18위로 진입했다. 데뷔 반년도 되지 않은 신인 그룹이 받아든 최초의, 유일한 글로벌 성과다. 동시에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는 2주 연속 주간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내보였다. 올해 데뷔 6년 차인 트와이스도 빌보드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들었다. 이들의 신보 ‘테이스트 오브 러브’는 발매 첫 주 ‘빌보드 200’의 6위에 랭크됐다. 해당 차트에 이름을 올린 건 통산 세 번째지만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국내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해외에서도 투어 공연이 다시 시작되는 시점에서 K팝 아티스트들이 마주할 ‘BTS 효과’에 모두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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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호

베니스 건축전 한국관에 세워진 ‘미래학교’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지난해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1년가량 미뤄진 제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이 지난 5월 개막해 오는 11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 설치된 23개의 국가관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관은 올해 ‘미래학교’를 주제로 전 세계의 관람객과 만난다. 코로나19가 쉽게 물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꺼내놓은 이주와 디아스포라, 그리고 기술과 혁신에 대한 이야기가 ‘미래학교’에서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고 있다. 신혜원의 ‘신의 한수’...‘미래학교’ 시선 집중 제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하심 사르키스가 총감독을 맡아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How Will We Live Together)’를 주제로 열리고 있다. 한국관은 ‘미래학교(Future School)’를 주제로 운영되며, 공공예술 프로젝트부터 미래 서울의 도시 비전을 수립하는 연구까지 공공 영역에서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신혜원이 총감독을 맡았다. 신 감독은 코로나19 상황이 닥치기 전 ‘미래학교’로 주제를 잡았다고 한다. 좋은 미래를 맞기 위해 세계인들과 함께 기후변화와 디아스포라, 기후변화의 충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눠 보자는 의도다. 건축전의 주제로 다소 범위가 큰 주제일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의도치 않았던(?) 전 세계적인 감염병의 확산으로 ‘미래학교’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신 감독은 “이번 한국관 주제인 ‘미래학교’는 코로나 사태와 무관하게 기획됐다. 실제로 기획안을 제안한 건 2019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에 대응해 한국관을 미래학교로 바꾸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좋은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선 학교만큼 좋은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에 세워진 ‘미래학교’에선 관람객도 주제도 경계가 없다. 누구나 찾을 수 있고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신 감독은 “ ‘미래학교’는 권위적인 분위기를 내려놓고 누구나 왁자지껄 까불고 떠들 수 있는 자리”라며 “이를 위한 제 역할이 훌륭한 작가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감독은 “참가자들은 베니스 현지 캠퍼스와 미래학교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디지털 캠퍼스 속에서 기존의 배움을 내려놓고 새로 배우는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며 “전시와 워크숍, 설치, 대화 프로그램 등의 형태로 50여 개의 프로그램과 200명이 참여하며 이러한 과정은 미래학교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기록하고 송출한다”고 설명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살펴보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이 열리는 건물은 공중화장실이었다. 한국은 1986년부터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지만, 독립된 전시공간이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백남준 작가는 ‘한국관’ 설립을 위해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에게 뜻을 전하기도 하고, 당시 문화부 장관과 문예진흥원 등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행히 그의 노력이 통해 한국관 설립이 시작됐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중화장실이었던 공간은 예술의 전당을 설계한 건축가 김석철과 이탈리아의 프랑코 만쿠조 베니스대학 교수가 주도해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한국관 전시장으로 탈바꿈됐다. 그렇게 1995년 6월 자르디니의 23번째이자 마지막 국가관으로 한국관이 관람객에 공개됐다. 이번 건축전의 한국관 전시장 디자인은 송률과 크리스티안 슈바이처가 맡았다. 송률은 “한국관은 건축가 김석철과 이탈리아의 프랑코 만쿠조 베니스대학 교수가 그랬듯 한정된 공간을 정확히 계획해 제공하기보다 사람들이 모이는 구심점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정자와 같은 개념을 도입했고, 이는 삶의 공간으로 나타나길 바란다”면서 “미래학교도 정자와 다르지 않다. 모든 삶의 방식을 다루는 곳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사색하고 먹고 쉴 수 있다”고 했다. 송률은 ‘미래학교’라는 공간이 관람객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사용자는 공간을 변화시키고 다시 이곳은 사용자를 변화시키는 공간이 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곳에서 50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학교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액티비티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조경 건축가 김아연이 제작한 갈대로 만든 카펫이 중앙에 설치돼 있다. 이 카펫 형태의 작품은 눈으로만 감상하지 않고 위에 앉아도 되고 누울 수도 있다. 안락함을 주는 이 작품의 이름은 ‘블랙메도우: 사라지는 자연과 생명의 이야기’다. 그의 작품은 지구 전체 앞에 놓인 삶과 죽음을 고찰하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 ‘블랙 메도우’는 생명이 사라진 자연을 상징한다. 김 작가가 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한 건 최근 로봇청소기와 진공청소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갈대로 만든 빗자루 제작이 줄어들게 됐고, 이를 생산하는 충남 서천군의 기술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이 외에 미래학교 부엌에선 도예가 정미선이 디자인한 제주 옹기에 담은 차와 음료로 방문객과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한다. 그래픽디자이너 크리스 로가 디자인한 ‘프로세스 월’은 ‘미래학교 약속문’과 참가자들의 전시, 워크숍 결과물이 A4 용지로 프린트돼 프로젝트 과정을 방문객과 공유한다. 한국관 옥상은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방문객에게 개방된다. 온라인 토크의 장 참가자들은 현지 캠퍼스와 미래학교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디지털 캠퍼스에서 이주, 디아스포라의 확산, 기후변화의 충격, 사회적·기술적 변화의 속도 등 현재와 미래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해 탐색하며 서로의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교류하는 장이 한창이다. 신혜원 감독은 “미래학교는 지난해 서울에서 진행된 여름 스튜디오 ‘트랜스보더 랩’ 프로그램을 지나 생성 대화, 현지 캠퍼스, 미래학교 온라인의 총체적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며 “캠퍼스에 참여하는 참가자와 방문객들이 다양한 주제를 토론하는 과정과 탐구적이고 과정지향적인 참여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경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래학교 온라인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미래학교 캠퍼스들과 연결돼 서로의 콘텐츠와 콘텍스트를 공유하고 연결관계를 생성하며 아카이브된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인 가상 캠퍼스 ‘미래학교 온라인’ 의 디자인과 개발에는 908A의 강이룬과 앤드류 르클레어가 참여했다. 강이룬은 “미래학교 온라인을 통해 참가자들의 실험과 대안적 실천 과정이 관객과 공유되고 아카이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소진, 건축사사무소 리옹 등이 참여한 ‘공간 혁신: 공원과 시민적 자긍심’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도시공원 내에 생활밀착형 공간이자 공공장소가 사회와 어떻게 시너지를 내는지 공간을 구성하고 온라인을 통해 참여자들과 토론도 나눈다. 이소진 작가는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하려면 멈출 줄 알아야 하고 여유를 가져야 하며 자연과 어우러진 가운데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비엔날레에 소개하는 프로젝트는 2013년 이후 저희가 작업한 것 중 4개를 꼽은 것으로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프로그램들”이라며 “이와 함께 최고의 공공장소인 공원이 사회와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알아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소수의 매체만 베니스 현지를 방문했음에도 프리뷰 기간에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이탈리아의 세계적 건축잡지 도무스, 독일의 일간지 슈투트가르트 차이퉁, 베를리너 차이퉁 등이 참석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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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호

코로나 시대 속 큰 울림 유준상의 ‘비틀쥬스’

팀 버튼 감독 영화의 뮤지컬화...한국서 첫 라이선스 무대 외로움·죽음 등 어두운 키워드, 유준상式 웃음으로 풀어내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배우 유준상이 뮤지컬 ‘비틀쥬스’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을 올린 이 공연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게 됐고, 유준상은 오리지널 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유준상의 활약은 매체와 무대, 스크린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 방영된 JTBC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근육질과 괴력의 소유자로 등장했다. 놀라울 정도의 동안 외모를 지녔지만 유준상의 현재 나이는 51세. 이번 ‘비틀쥬스’에서도 그는 또 한 차례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했다. 한국식으로 풀어낸 미국식 유머?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초기 작품인 동명의 영화(국내 개봉작은 ‘유령수업’)를 무대화했다. 1988년 작으로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세계를 코믹하게 풀어내면서 팀 버튼을 단숨에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만들었다. 이후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이 올라간 후 한국서 전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무대를 올린다. 공연계의 든든한 터줏대감 유준상, 정성화가 타이틀 롤을 맡는다. “누군가 미국식 유머를 한국식으로 어떻게 바꾸느냐가 관건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 고민이 있었고 걱정도 했는데 분석을 하다 보니 결국 전 세계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냈어요. 오로지 상황이 주는 감흥만으로도 코미디가 나오기도 하고요. 이야기의 메시지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고 상황이 주는 장치들이 있어서 ‘비틀쥬스’팀이 처음에 만든 텍스트를 중요하게 두고 일단 따라가고 있습니다. 번역이 중요한 건 맞아요. 다행히 번역가 분이 단어와 문장을 잘 고르고 다듬어줘서 걱정을 덜었습니다.” ‘비틀쥬스’는 인간사회로 내려온 유령이 아주 유쾌하면서도 기괴한 장난을 치면서 인간들을 놀라게 하지만, 인간과 함께 감정을 교류하고 소통하며 각자의 성장을 겪게 된다. 유준상은 가장 중책인 유령 역을 맡는 동시에 팀에서도 가장 연장자로서 역할을 했다.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죠.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유령이 인간사회에 왔을 때는 어떨까.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거예요. 누구나 다 외롭잖아요. 유령도 그런 거죠. 너무 외로워서 어떻게든 떨쳐내려니 말도 많고 음악도 굉장히 빨라요. 80, 90템포의 음악이 보통이라면 이 친구는 166, 144 정도의 빠르기로 쉴 틈 없이 노래를 하죠. 번역할 때 포인트를 주면서도 다 전달이 돼야 하잖아요. 빠르게 들려도 이해가 잘될 수 있고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들로 구성됐죠. 연습 후반까지도 외국 스태프가 몇 개의 단어를 고치고 그래요. 이미 노래를 수백 번 불렀는데 가사가 한번 바뀌면 멘탈이 붕괴되기도 하지만.(웃음) 시스템을 알기 때문에 바뀐 가사를 또 연습해야죠.” 특히 유준상이 자랑스러운 지점은, 한국이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를 올리게 된 것과 함께 외국 스태프가 꽤나 지금의 팀을 존중해 준다는 점이다. 유준상에 따르면 외국 크리에이티브팀은 “한국의 ‘비틀쥬스’는 여기가 최초”라는 점을 강조하며 스태프, 배우들과 완전히 새 작업을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그분들의 태도가 굉장히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브로드웨이에선 본인들이 처음 올렸지만 한국에서는 또 다른 기대감과 자부심이 있어요. ‘브로드웨이에서도 안 했던 것을 여기서 처음 해보는 거다’라며 자긍심을 많이 북돋워 줍니다. 저희가 노력하는 걸 보고 감탄하기도 하고요. 우리 작업이 미국의 현지 팀과도 계속 공유되고 있고,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잡혀 있어서 만족스럽죠. 대사 하나하나를 어떤 말로 했을 때 한국 관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물어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졌어요. 자연스레 저희도 동화돼 끊임없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죠.” 고된 연습 속에서 유준상은 거의 매일 한계에 부딪히는 현실도 털어놨다. 다행히 개막 전 고민하고 연습했던 것들이 다 맞아떨어지면서 홀가분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는 밝은 표정으로 그때를 돌아봤다. “단순히 대사를 따라 한다기보다 정확히 체득해야 해서 분석이 어려웠죠. 왜 이런 말을 하고, 왜 이렇게 반응하는가. 아 이래서 이런 말을, 단어를 썼구나. 그래서 이 템포의 음악이구나 하고 계속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고 점점 즐기게 됐어요. 12시간 이상 연습했고 그래야 나오는 것들이 있었죠.” “이젠 홀가분해졌어요. 뚫고 일어나니 이 작품이 정말 재밌고 신나요. 사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거든요. 마스크를 쓰고 노래 한 곡 하면 숨이 안 쉬어져요. 근데 또 춤을 춰야 하죠.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때가 있었다니까요. 힘든 과정과 극복하는 순간을 맛보는 재미도 이 작품 하면서 얻는 것 중 하나가 됐죠.” ‘비틀쥬스’의 힘, 그리고 27년차 배우의 사명감 유준상은 연이은 TV 드라마 흥행 이후 ‘비틀쥬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단순하지만 명쾌한 메시지가 좋았다”고 답했다. 특별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대중이 시원하게 웃고 감동을 받아갈 작품임을 강조했다. “원작은 오래전에 봤던 것이고, 최근에는 일부러 안 봤어요. 뮤지컬은 그 영화의 색채에서 좀 더 새롭게 추가된 부분들이 있죠. 리디아 역의 홍나현, 장민제 배우와의 관계가 특히 그래요. 둘은 어느 순간 친구거든요. 유령에게 그 소녀가 친한 친구가 되고 현실에서도 두 리디아 역이 저에게 오빠라고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요. 유령은 잠시나마 어린 소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 다 계획이거든요. 이러저러한 과정을 통해 리디아와 비틀쥬스 둘 다 성장을 이루죠. 유령이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어떻게 이렇게 살았어? 대단해’ 하고 관객들에게 툭 던져주는 메시지가 꽤 묵직하게 다가갈 거라고 생각돼요.” 그럼에도 팀 버튼 감독과 ‘비틀쥬스’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야기로 느껴질 위험은 있다. 유령 분장을 한 유준상의 모습과 포스터, 캐릭터만 보고는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감이 안 올 이들도 있다. 유준상은 ‘외로움’과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낸 이 작품에 대해 ‘재미’를 보장했다. “이 작품에서 얘기하는 건 죽었든 살았든 존재 자체는 늘 외롭다는 거예요. 그리고 아주 재밌는 상황을 만들고, 즐기게 하고, 툭 메시지를 던져주고 떠나죠. 비틀쥬스의 여정을 보면서 지금 이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맘 속에도 큰 울림을 줄 법한 부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고르기도 했고요. 앞으로 만들 영화에 죽음에 관한 내용을 쓰고 싶어서 시놉시스를 써본 적이 있어요. 그러다 이 대본을 받았는데 ‘죽음을 어떻게 이렇게 명쾌하게 담았지?’ 싶었죠. 정말 재밌었고 하고 싶었죠. 연습 들어간 다음엔 수백 번 후회했지만요. 하하. 분명한 건 미국식 코미디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 펼쳐놔도 재밌을 이야기예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과 작업하면서 유준상은 이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걸 실감한다고 털어놨다. ‘비틀쥬스’가 국내에서 해외 최초로 소개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준상은 최근 코로나로 침체된 공연계를 언급하며 27년 차가 된 큰형으로서의 책임감과 배우로서의 사명감을 다시 한 번 곱씹었다. “뮤지컬 쪽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정말 많이 올라갔단 걸 느껴요. 이미 브로드웨이 작품을 많이 올려본 경험도 있고 팬데믹 속에 모두가 멈춰도 우리는 공연을 하고 있었잖아요. 한국 공연을 이젠 오리지널팀도 자랑스러워하죠. 제가 국내 뮤지컬 1.5세대인데 이 자리를 지키길 잘했다고 수도 없이 생각해요. 많은 분이 이 힘든 시기에도 공연을 보면서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인생을 배우시길 바라죠. 공연은 무대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치열한 공간을 주고, 객석에서는 그걸 보는 순간만큼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나잖아요. 조금만 힘 내서 버티면 곧 다들 마스크 벗고 더 신나게 공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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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호

BTS, 빌보드 4번째 정상 ‘그래미’ 가까워진다

신곡 ‘버터’로 단숨에 빌보드 ‘핫100’ 1위 차지 ‘다이너마이트’부터 4번째 정상...51년 만 최단 기록 미국 내 다운로드·스트리밍·라디오 방송 횟수 폭발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8월 발매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한 후 9개월 사이에 4개의 곡을 정상에 올렸다. 미국 음악시장에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핫100’ 4번째 정상...잭슨 파이브 이후 최단 기록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새 디지털 싱글 ‘버터(Butter)’를 발매했다. 이 곡은 버터처럼 부드럽게 녹아들어 너를 사로잡겠다는 내용으로 방탄소년단의 귀여운 고백이 담긴 서머 송이다. 또 ‘다이너마이트’에 이은 두 번째 영어 곡. 이미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음악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들은 ‘버터’로 방점을 찍었다. 지난 6월 1일 빌보드는 “순조로운 출발: ‘버터’ 빌보드 ‘핫100’ 1위 차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신곡 ‘버터’로 ‘핫100’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것으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핫100’에서 4번째 정상을 밟았다. 지난해 8월 발표한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로 ‘핫100’ 1위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피처링에 참여한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 앨범 ‘BE’의 타이틀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도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은 K팝 가수로서는 빌보드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빌보드에 따르면 ‘버터’는 음원 발매 이후 지난 5월 27일까지 한 주 동안 미국 내에서 스트리밍 횟수 3220만건과 다운로드 수 24만2800건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은 국내 차트뿐 아니라 빌보드에서도 자체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들은 단 9개월 사이에 4곡을 ‘핫100’ 차트 1위에 올렸다. ‘다이너마이트’를 시작으로 ‘버터’까지 1위를 만드는 데 걸린 기간은 저스틴 팀버레이크(2006~2007년, 7개월 2주) 이후 가장 짧으며, 그룹으로선 1970년 잭슨 파이브(8개월 2주) 이후 51년 만에 가장 단기간에 네 번의 ‘핫100’ 1위를 차지했다. ‘핫100’은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음원 판매량을 종합해 싱글 순위를 집계하는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만큼, 방탄소년단은 이 차트에서 네 개의 곡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21세기 팝 아이콘’의 위상을 제대로 증명했다. 방탄소년단의 위상은 ‘핫100’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차트에서도 드러났다.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지역의 스트리밍과 판매량을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차트이자 전 세계적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버터’는 다운로드 수가 폭발적이었고 스트리밍 횟수도 나쁘지 않았다”며 “특히 라디오 방송 횟수가 대단했고 이는 곧 방탄소년단의 미국 내 위상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이미 스타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신곡을 낸 방탄소년단의 곡을 모든 매체가 집중해 방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미 노미네이트 가능성 높아졌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을 모두 석권했다. ‘2021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4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2020 VMA(Video Music Awards)’에서는 3관왕을, ‘2020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는 2관왕에 오르며 미국 4대 시상식 중 3개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안는 쾌거를 이뤘다. 미국 4대 시상식 중 하나인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퍼포머로 무대에 올랐지만, 방탄소년단에게 온전히 자리를 내주진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소속사를 통해 시상식 7개 부문 후보에 지원했다.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소울:7(MAP OF THE SOUL:7)’으로 ‘올해의 앨범’,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논 클래식’ 부문 후보로 지원했다. 또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뮤직비디오’,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4개 부문에 지원했으나 후보로 오른 것은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1개 부문이었고 이마저도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래미 어워드는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래미는 인종차별(백인 중심), 비영어권 가수 및 음악 홀대 논란 등의 문제로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받으며 현지에서도 크고 작은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아시아권 가수 최초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쾌거라 할 만하다. 콧대 높은 그래미의 장벽을 넘지 못해 아쉽게도 ‘그랜드 슬램’ 달성에 실패했지만, 방탄소년단은 ‘버터’로 다시 수상을 노리고 있다. ‘버터’가 ‘다이너마이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고 장기 흥행을 예고하는 만큼 방탄소년단이 이 곡으로 그래미 무대를 다시 밟을지, 또 최다 노미네이트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정 평론가는 “그래미는 작품성과 흥행 여부 등 여러 요인을 종합해 시상하기 때문에 수상이나 노미네이트 여부에 대해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미 ‘다이너마이트’로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된 적이 있기 때문에 다음 그래미에서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은 이전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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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이건희 컬렉션, 국민과 만나다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모네의 작품을 볼 수 있다고요? 꿈만 같아요.” 30대 직장인 A 씨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컬렉션 중 프랑스 인상주의 작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는 소식에 들떴다. 그간 한국에 모네와 마네, 고흐, 피카소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이 예술의전당 등에서 기획된 바 있지만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명작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해외 박물관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빛의 작가’ 모네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됐다는 소식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프랑스 파리에 있는 모네 미술관에 꼭 들러보고 싶다는 A 씨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모네의 작품을 보러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 점 국립기관에 기증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의 상속세가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화재와 미술품으로 상속세와 재산세 등을 납부하는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도’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결국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은 국보급, 세계 명작을 포함한 컬렉션을 많은 국민이 볼 수 있는 국립기관에 기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국보급 작품과 세계 명작이 포함된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는 삼성 측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은 1만1023건 약 2만3000여 점의 작품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9797건 2만1500여 점을 기증했다. 이 중에는 국보 제216호인 ‘정선필 인왕제색도’와 보물 제2015호 ‘고려천수관음보살도’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이 포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46년 개관 이래 이번 기증품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43만여 점의 문화재를 수집했다. 이 중 5만여 점이 기증품으로, 이번 2만점 이상 기증은 기증된 문화재의 약 43%에 달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1226건 1400여 점이 기증됐다. 이는 미술관이 최근 10년간 기증받은 작품 수(978점)보다 훨씬 많을뿐더러 역대 최대 규모다. 게다가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작가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나혜석의 작품을 비롯한 근대미술품 450여 점과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 세계적 거장의 대표작이 전달돼 기대감이 높다. 이건희 회장 소장품의 기증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문화적 자산이 풍성해졌으며,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미술관의 경우 그간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이 어려웠던 근대미술 작품을 보강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한국 근대미술사 전시와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이다. 발굴 매장문화재가 대부분이었던 박물관 역시 우리 역사의 전 시대를 망라한 미술, 역사, 공예 등 다양한 문화재를 골고루 기증받아 고고·미술사·역사 분야 전반에 걸쳐 전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품의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박물관과 미술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한 주요 대표작 등을 국외 박물관과 미술관에 알릴 계획이다. ‘이건희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미술사적 가치를 조망하기 위한 관련 학술대회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img4 6월부터 국내외 전시...특별전으로 국민과 만나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6월부터 대표 기증품을 선별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을 시작으로 유물을 공개한다. 내년 10월에는 기증품 중 대표 명품을 선별 공개하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가제)’을 개최한다. 아울러 13개 지역소속박물관 전시와 국외 주요 박물관 한국실 전시, 우리 문화재 국외전시 등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해외에 확산할 계획이다. 지난 4월부터 박물관 측은 이건희 소장품을 전달받아 연구 등을 진행하고 전시 선별작을 구성했다. 이 과정은 박물관 유물팀과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진행했다.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지정문화재 위주로 상설전시장에 ‘이건희 특별공개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국보인 ‘정선필 인왕제색도’와 보물 ‘고려천수관음보살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다. ‘정선필 인왕제색도’는 조선 후기의 명화가인 겸재 정선이 인왕산을 보며 그린 산수화다. 그림의 오른쪽 위에 ‘인왕제색 겸재(仁王霽色 謙齋)’라고 쓴 관서, 그 아래로 ‘겸재(謙齋)’라는 백문방인과 ‘원백(元伯)’이라는 주문방인을 찍어놓아 겸재가 그린 진품임을 알 수 있다. 인왕산의 암봉들을 거친 붓놀림과 시커먼 먹으로 표현하며 웅장한 산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남겨놓은 여백으로 음양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자 한국 전통회화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고려천수관음보살도’는 1000개의 손과 손마다 눈이 달린 보살의 모습을 담은 불화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의 자비력을 상징화한 고려시대 작품이다. 11면의 얼굴과 40~42개의 큰 손으로 각기 다른 지물을 잡고 있고, 이들 사이에 눈이 있는 손들이 촘촘히 그려져 있다. 이 불화는 오랜 세월 탓에 많이 변색되긴 했으나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필력에다 유일하게 알려진 고려시대 천수관음보살도로 명성이 높다. 또한 다채로운 채색과 세련된 표현 양식, 종교성, 예술성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추후 박물관 내 기증관에 이건희 컬렉션을 선보일지에 대해서는 박물관 내부에서도 논의 중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의 기증 정신을 살려 별도의 전시실이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img5 8월부터 서울→과천→청주 순차 전시 국립현대미술관은 8월에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 개최를 시작으로 9월 과천, 내년 청주 등에서 특별전시 및 상설전시를 통해 작품을 공개한다. 더 많은 국민이 소중한 미술자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지역 공립미술관과 연계한 특별순회전도 개최하고 해외 주요 미술관 순회전도 진행해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방침이다. 오는 8월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 명품(가제)’을 통해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을, 12월 ‘이건희 컬렉션 2부: 해외 거장(가제)’을 통해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그리고 내년 3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을 통해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인다. 덕수궁관은 오는 7월 개최되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전에 일부 작품을 공개하고, 올해 11월 ‘박수근’ 회고전에 이건희 컬렉션이 대거 펼쳐진다. 내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열리는 한국근대미술전에도 이건희 컬렉션 중 일부를 선보여 수준 높은 한국근대미술을 해외에 소개한다. 과천관에서는 이건희 컬렉션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및 아카이브의 새로운 만남을 주제로 한 ‘새로운 만남’을 내년 4월과 9월에 순차 개막한다. 청주관에서는 수장과 전시를 융합한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작들을 심층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 지역의 협력망미술관과 연계한 특별순회전을 개최해 많은 관람객과 이건희 컬렉션을 공유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 된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작으론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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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오스카 점령한 ‘미나리’ 효과 위기의 극장가 살릴까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미나리’는 다른 부문에선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한국 영화계에 최초의 연기상을 안겨주며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다. 윤여정의 수상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그의 수상 소감과 발언, 의상 등 일거수일투족이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미나리’가 개봉 2개월 차를 넘어가며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지난해 ‘기생충’의 수상 이후 극장가에 잠시 불었던 오스카 효과가 이번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스카 지배한 윤여정, 55년 경력의 배려와 소신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55년 경력의 여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를 접수했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의 새 역사를 썼다. 4월 25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세계적인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으로 무대에 올라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긴 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미나리 가족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정이삭 감독님은 우리 선장이자 또 저의 감독님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를 직접 언급하며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글렌 클로즈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 그분의 훌륭한 연기 너무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사려 깊은 그의 소감에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비롯한 타 후보들 역시 그에게 애정 어린 표정으로 반응하는 장면이 생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또 정이삭 감독과 함께 영화 데뷔작 ‘화녀(1971)’의 김기영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 첫 영화의 감독님이자 천재적인 감독이었던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살아 계셨다면 오늘의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며 그의 영화적 커리어를 시작하게 해준 은인에게 감사했다. 두 아들을 언급하며 그간의 활동을 돌아본 소감도 화제였다. 그는 무대 위에서 “제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이 나를 늘 일하러 가게 했다. 오늘의 상이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1960년대 중반 TBC 탤런트 공채에 합격한 후 TV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이름을 날린 뒤 여러 굴곡을 겪어 왔다. 당시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외모와 연기가 동시에 되는 연기자로 사랑받았다.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을 잘못 말하는 유럽인들의 실수를 지적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넘기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이는 윤여정이 우회적으로 동양인들의 이름을 틀리게 말하는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윤여정이 지난 4월 11일 열린 ‘2021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오스카까지 거머쥐었다”면서 “당시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이란 표현으로 웃음을 준 데 이어,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농담을 했다”고 재치 있는 소감에 주목했다. 시상식 직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는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각종 영화계와 시상식에서 아시아 영화가 두각을 드러내고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에 관해 의견을 얘기하기도 했다. 윤여정의 수상 이후 외신들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뜻밖의 해프닝도 있었다. 오스카 비하인드 무대에서 현지 언론 매체 중 하나가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와 만난 소감을 물으며 “그의 냄새가 어땠냐”고 물은 것. 윤여정은 “난 그의 냄새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고 답하며 손사래를 쳤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55년 차 배우에게 어울리지 않는 질문”, “인종차별적이다”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해당 매체는 결국 비하인드 영상에서 이 장면을 삭제했다. 윤여정의 평소 면모가 드러난 순간은 더 있었다. 그는 수상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아카데미 수상이 최고의 순간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최고의 순간은 없을 거다. 그런 말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그는 수상에 성공했음에도 “1등 같은 말 하지 말고 우리 다 ‘최중’ 하면 안 되냐, 같이 살면 안 되느냐.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더불어 “이렇게 말하면 내가 사회주의자가 되나”라고 덧붙여 재차 웃음을 자아냈다. 극장가 ‘오스카 효과’ 지속될까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은 한국 배우 최초이자 앞서 영국 아카데미 수상과 함께 아시아 최초의 쾌거다. 특히 윤여정의 짧지 않은 배우 경력과 함께 그가 활약한 작품들이 연이어 주목받았다. 영화 데뷔작 ‘화녀’는 지난 5월 1일 50년 만에 재개봉돼 극장에 걸렸다. 그의 초기작을 만나지 못했던 영화팬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해외에서도 지난해 ‘기생충’ 수상에 이어 ‘미나리’와 윤여정을 향한 반응이 뜨겁다. 더불어 K무비도 함께 조명받으면서 K팝과 한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 가는 모양새다.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소감은 NYT(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수상소감으로 꼽혔으며, 그가 출연한 tvN 예능 ‘윤스테이’에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은 ‘기생충’의 주역인 최우식과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을 보며 열광했다. 이서진의 ‘이산’, 정유미의 ‘보건교사 안은영’ 같은 출연작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외국인 게스트들은 이미 여럿이었다. 모두를 웃게 하는 농담 속에 진심을 건드리고 정곡을 찌르는 윤여정의 말에 모두가 반한 만큼 ‘윤여정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지난 4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에는 윤여정의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며 공식 트위터 계정의 리트윗 수, 좋아요 수가 가장 많았고 트위터 내 영상 조회 수도 100만을 돌파했다. 오스카 수상 당시에도 윤여정은 독보적이었다. 아카데미 공식 계정의 공식 수상자 알림 트윗은 3만9000회가 넘게 리트윗됐다. 여우주연상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7000여 회, 남우주연상의 안소니 홉킨스의 수상 소식은 1만4000회가량이다. 특히 트위터에 따르면 4월 26일 하루 동안 #윤여정, #YuhJungYoun 등 윤여정 배우 이름 관련 한글, 영문 키워드는 66만건이나 트윗됐다. 수상이 확정된 4월 26일 오전 11시경 1시간 동안의 트윗양은 16만건으로 시간당 최고 트윗양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한국,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일본, 영국, 캐나다, 태국, 멕시코, 필리핀 등에서 가장 많은 축하 메시지가 트윗됐다. 무엇보다 윤여정의 수상으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탄생했으며, 지난해 ‘기생충’의 4관왕 후 한국 영화계 쾌거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아카데미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수상자로서 화상을 통해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으며, 윤여정 역시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 자리해 한국 영화인의 세계적인 활약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을 한국 영화나 국가의 성과로 받아들이기보다 개인의 성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윤여정의 뚜렷한 캐릭터와 존재감은 영어인 ‘그랜마(grandma)’가 아니라 한국어인 ‘할머니’로 대표된다. 영화 ‘미나리’에서도 아역 출연자들은 그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영화의 제목 역시 영어로 번역된 이름이 아닌 한국어 ‘미나리’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자연히 업계에서는 윤여정과 ‘미나리 효과’가 국내 극장가 호황의 신호탄으로 흐르길 바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로 ‘미나리’는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이후 관객 수가 증가하면서 개봉 두 달 만에 올해 세 번째 100만 관객 돌파 영화로 등극했다. 앞서 ‘소울’, ‘귀멸의 칼날 극장판’에 이은 독립영화의 쾌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생충’ 이후 관객 유입 효과가 상당했던 만큼, ‘미나리 효과’가 개봉을 앞둔 영화들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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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호

송중기,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승리호’에서 우주선의 조종사였던 배우 송중기가 마피아로 변신했다. 최근 종영한 tvN ‘빈센조’에서 타이틀 롤을 맡으며 국내 드라마에선 다소 낯선 배역을 맡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데뷔 14년 차에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끝없는 연기 변신...코믹 다크 히어로 ‘빈센조’ tvN이 최근 새로운 장르물을 선보였다.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빈센조’가 그 주인공이다. 여기서 송중기는 이탈리아 마피아 까사노 패밀리의 고문 변호사 콘실리에리 빈센조로 분했다. “20부작으로 끝났는데, 이렇게 21부 대본을 보고 싶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애정을 가지고 촬영했고, 신나서 재미있게 찍었어요. 구성원 모두가 그랬던 것 같고요. 다들 이렇게 만날 인연이 아니었나 싶어요. 정말 떠나보내기 싫고, 집에 혼자 있는데 뭉클해지더라고요. 이 감정이 오래갈 것 같아요.” 송중기가 맡은 빈센조는 냉혈한 전략가이며 포커페이스의 소유자다. 당한 것은 몇 배로 갚아주는 복수주의자로, 한번 복수를 결심하면 번복이라는 것은 없는 최고의 마피아이자 변호사다. “마피아 역할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주변에서도 ‘이런 설정이 통할까?’라는 말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확신이 있었어요. 작가님이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설정한 인물인데 적절하면서도 최고의 소재 설정이었던 것 같아요. 낯선 캐릭터지만 너무나 신선하다고 느껴져서 저는 오히려 반가웠고요.” 앞서 송중기는 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승리호’에서 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로 분했다. 2092년을 배경으로 한 SF 장르를 선보인 뒤 곧바로 마피아로 변신했다. 극악무도한 마피아로 변신하며 어려움을 느낄 법했지만 대답은 예상을 벗어났다. “캐릭터 변신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했어요. 빈센조가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오히려 반가웠죠(웃음). 때론 부담도, 어려움도 있었는데 그건 감독님이 다 해결해 주셨어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큰 어려움도 없었고요. 오히려 엄청난 짜릿함과 쾌감을 느꼈죠. 하하. 정말 결이 맞는 스크립트와 연출을 만나는 게 큰 행운이라는 걸 느낀 현장이었어요.” ‘악당을 악당의 방식대로 쓸어버리는 이야기’라는 기획 의도에 마피아라는 인물이 더해지면서 작품에서 그려지는 복수는 다소 높은 수위를 넘나들었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만큼, 송중기도 빈센조를 연기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사실 저도 빈센조가 이렇게 극악무도한 인물인지 몰랐어요. 후반부 대본이 나올수록 제가 생각한 것보다 극악무도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 잡은 캐릭터 기준을 버렸어요. 저도 마피아라는 소재를 본 적도 없고 이탈리아에 가본 적도 없거든요(웃음). 그래서 초반에 설정한 기준을 버리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면서 바꿔나갔죠.” 요즈음 ‘다크 히어로’ 장르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빈센조’처럼 잔혹한 복수를 통쾌하게 그려낸 작품은 드물었다. 그렇기에 많은 시청자의 호평이 쏟아졌고, 마지막 회는 14.6%(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기준)로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권선징악이 있긴 했지만 악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무찌르는 내용이라 사실 조금은 혼란스러웠어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시청자를 설득한 거니까요. 혼란스럽지만 통쾌함을 느끼셨다면 ‘빈센조’는 상업 드라마로서는 최고의 가치를 낸 거죠. 장르가 ‘다크 히어로’인데 저는 히어로라는 말을 안 쓰고 싶어요. 빈센조가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많은 분이 통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빈센조’가 다크하고 새드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빈센조가 저지른 악행들은 무거웠지만, 극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작품에서 나오는 금가 프라자를 지키려는 ‘금가 패밀리’들이 코믹 요소를 맡아 분위기를 빠르게 순환시켰다. 여기서 송중기는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번 현장에서 엄청난 가치를 발견했어요. 주관적인 거지만 제가 너무나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낀 작품이거든요. 제 부족한 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작품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확실히 느꼈거든요.” 영화 ‘보고타’로 다시 한 번 변신 ‘빈센조’는 다크 히어로지만 코믹 장르를 같이 녹여냈다. 극 중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마피아 변호사를 맡은 송중기도 코믹 연기에 나섰다. 이탈리아에서는 냉혈한이었다면, 한국으로 넘어온 빈센조는 허당미 넘치는 인간미를 선보였다. “코믹 연기로 호평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잘 살리려고 노력은 했어요(웃음). 희극 연기가 최고난도 연기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작품이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너무 못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고요. 진짜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나 아직 멀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부럽고 질투가 나기도 했고요.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지는 시간을 보냈죠.” 그간 ‘태양의 후예’, ‘군함도’, ‘늑대소년’ 등을 통해 액션이나 멜로에 집중했던 송중기가 코믹 연기에 도전했지만 낯설게 느끼는 대중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송중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라는 평이 잇따랐다. “연기를 할 때 남들에게 들키기 싫은, 저만 아는 부족한 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번엔 저도 제가 가지고 있는지 몰랐던 부분이 나오는 걸 보고 쾌감을 느꼈어요. 그게 바로 코믹 연기였고요. 저 역시도 ‘빈센조’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게 있다면 바로 코믹 연기를 하는 제 모습이에요. 정말 제 깜냥에 비해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만족스러워요. ‘빈센조’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쏟아부은 작품이거든요(웃음).” ‘승리호’에 이어 ‘빈센조’까지 2연타에 성공했다. ‘빈센조’가 여러모로 송중기에게 성공적인 필모그래피의 한 페이지가 된 만큼 그의 차기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계획은 거창하게 말씀드릴 게 없어요. 전체 계획을 다 세우지 않았거든요. 하하. 가까운 계획으로는 ‘빈센조’를 8개월간 달리면서 찍어서 쉬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영화 ‘보고타’를 준비할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영화를 찍다 중간에 멈췄는데 다시 촬영에 돌입하거든요. 차기작은 ‘보고타’ 촬영을 하면서 결정할 것 같네요. 공감되는 작품이 있다면 쉬지 않고 찍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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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호

미술시장 NFT 바람...새로운 재테크 수단?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국제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고공상승하던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 토큰)의 가격이 최근 급락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월 4300달러(약 480만원)였던 NFT 평균가격은 최근 1400달러(약 157만원)로 70%가량 하락했다. NFT 기술이 미술시장에 들어오면서 작가 작품 최고가 기록 경신으로 투자 바람을 불러모은 가운데, 급등락을 보이고 있는 NFT가 지속적인 투자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NFT 미술 거래는 작품의 소유권을 사고파는 행위다. NFT 작품의 복제는 가능하지만, 이를 구매한 소비자는 NFT 기술을 통해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과 다르게 식별 코드가 적용돼 있어 판매 이력과 소유권이 기록돼 그 자체로 ‘디지털 자산 인증’까지 가능하다. 기술로 예술작품 희소가치 증명 NFT는 가상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최근 게임시장, 미술시장 등에서 거래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세계 최초로 NFT 미술품 경매를 진행한 바 있고,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아내가 NFT 작품으로 65억원을 벌어들여 화제를 모았다. 또 국내서는 마리킴의 ‘Missing and found’ 가 지난 3월 19일 시작가의 11배인 6억원에 낙찰되면서 디지털 작품이 상품 가치를 인정받았다. 비트코인과 달리 NFT 작품은 ‘교환되지 않는’ 가치를 가졌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아 거래가가 상승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철학적으로 보면 희한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NFT 시장은 자본주의적으로 보이지만, 법칙은 자본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비트코인처럼 등가 교환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점이 가격을 더 뛰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NFT 기술로 예술의 유일무이한 가치를 보여준다”며 “희소성이 높은 것으로 만들고, 가치의 개념은 더 고전적이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NFT화된 미술 작품의 가치평가를 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는 기술 개발에 따른 문화적 변동이며 단시간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NFT 미술시장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양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미술시장이 확대되지 않았던 이유는 미술계 자체에서도 납득할 만한 작품의 진위 문제와 가치평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가 기술로 해결된다면 국내 미술시장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NFT 디지털 작품 가격, 기술에 비해 과해 NFT 미술 작품이 국제적으로 각광받게 된 건 지난 3월 11일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이 만든 이미지 콜라주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이 무려 6930만달러(약 785억원)에 판매되면서다. 300MB 규모의 JPEG 파일인 이 작품의 시작가는 100달러(약 11만원)였으나 치열한 접전 끝에 255년 크리스티 경매 역사상 역대 출품된 디지털 작품 중 최고 가격으로 거래됐다. 현재 비플은 제프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현존 예술가 중 세 번째로 높은 경매가를 기록한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비플조차도 NFT 미술시장에 대해 “거품이다. 암호화폐 마니아들은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CNN 등과 인터뷰에서 경고한 바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NFT 가격 등락폭이 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NFT가 분명히 디지털 저작물에 대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준 건 맞지만, 지금의 가격 등락폭이 그 기술에 합당한가를 생각하면 과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NFT 거래는 100개 한정 생산 제품을 팔기로 할 때 소비자가 이를 믿지 못해 제작자가 시리얼 넘버가 든 상품을 파는 것인데, 인증서를 포함한다고 해서 기존 100만원이던 제품이 1000만원으로 오르는 것은 너무하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NFT 가격을 올리는 사람이 NFT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이들이 가격 폭등을 조장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미술작가 비플도 자신의 작품이 팔렸지만 이는 ‘거품’이라고 했다”면서 “NFT를 통해 부담 없는 가격에서 가볍게 유통되는 시장 정도는 만들어질 수 있으나, 지금처럼 천문학적 액수로 떼돈을 버는 시장은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또 NFT 기술은 저작권 증서를 거래하는 것일 뿐 원본은 원작자에게 있고 누구나 복제 가능하기 때문에 귀중품을 거래하는 차원으로 봐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NFT가 붙은 디지털 저작물 거래를 귀중품 거래하는 가격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며 “NFT가 붙으면 디지털 저작물 복제가 원천차단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아무리 NFT 기술로 증서가 포함돼 있다고 한들 기본적으로 원본과 복사본은 똑같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선 NFT가 경제력 NFT가 ‘거품’이라는 논란이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장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투자 초창기에도 ‘거품’ 논란이 있었고 등락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의 이해도가 전혀 없는 상태로 ‘묻지 마 투자’가 있었던 비트코인 열풍과 달리 NFT는 토큰 발행자가 아티스트이고, 작품의 소유권을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추후 기술자이면서 아티스트인 사람이 NFT 작품을 개발할 경우 보다 다양한 장르의 미술이 탄생하고 그 가치가 매겨질 수 있다.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벤처캐피탈 MBA 부주임 교수는 “비트코인 발행자는 코드를 짤 수 있는 기술자였기 때문에 누구에게 몇 개를 발행했는지, 가격의 변동 등이 개발자에게 치중됐다면 NFT 거래는 토큰을 만드는 사람이 아티스트이거나 창작자로 새로운 플레이어다. 이들이 직접 기술을 익히고 작업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에 가치를 매기고 판매하면서 자신의 몫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미술시장과는 다르고, 이 점이 NFT 시장에서는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도 NFT 시장은 온라인에서 경제권을 주장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투자시장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NFT의 가치를 가공과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Metaverse)의 개념과 연동해 설명했다. 한마디로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로서 자신의 아바타가 존재하는 곳이다. 디지털 세상인 메타버스에서는 무단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권을 주장하기 어려우나 NFT 기술을 통해 경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과거에도 싸이월드와 같은 메타버스가 존재했지만 각광받지 못했던 이유는 기술의 문제도 있지만 메타버스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금까지 열심히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이제는 메타버스 하나가 현실을 대체할 만큼의 세상으로 성장하고 있어 NFT 거래가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NFT 미술작품 가치의 지속성에 무게를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세차를 노린 단타성 투자는 피하고 작품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믿음과 가치 지향이 없다면 현실에서 자산이 안정적이지 않게 된다”며 “투자하고 싶은 돈의 10%만 사용해 위험도를 분산하라”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또 “최근 다양한 작품이 NFT 플랫폼에 진입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니, 이를 잘 알아보고 NFT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컬렉터들이 작가에게 작품을 사기 전 물어보는 질문이 ‘당신의 작품이 왜 NFT가 돼야 하죠?’ ” 라며 “시중에 디지털 상품이 많은데 작가가 이를 설명할 수 있는지, 이것이 유의미한지 생각해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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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호

EXID 하니에서 배우 안희연으로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걸그룹 EXID 하니가 배우 안희연으로 대중 앞에 섰다. 아이돌로 활동할 당시 밝고 건강하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팔뚝과 종아리에 문신이 가득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거친 욕설을 쏟아낸다. 가출청소년들의 적나라한 이야기를 담은 문제작 ‘박화영’의 이환 감독 신작 ‘어른들은 몰라요’의 주영 역이다. 2020년 1월 EXID가 활동 종료를 알린 후 하니는 배우 안희연으로 살고 있다. 웹드라마 ‘엑스엑스(XX)’에서 주연을 맡았고,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어떤 의도나 계획은 없었다. 안희연은 그저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용기 내서 도전했다”고 말했다. 처음 본 ‘연기의 맛’ 영화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왜 이런 영화를 찍었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임산부가 된 18세 세진(이유미)이 거리를 떠돌던 가출 4년 차 주영(안희연)을 만나고 아이를 지울 방법을 찾아 나선다. 가출청소년의 충격적인 일상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자극적인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담는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친절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을 만나서 납득이 안 간다고 얘기를 했었죠. 세진이 아니라 주영 역이라 더 세진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됐을 수도 있고요. 주영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얘네들은 갑자기 하루 만에 서로를 지켜주는 관계가 되지? 왜 떠나지 않고 같이 다니지? 뭐 때문에? 그런 의문이 많이 들었죠.” 이환 감독의 전작 ‘박화영’을 본 관객들은 조금 서사를 따라가기 쉬울 수 있다. 세진의 설정은 전작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 하지만 주영은 아니었다. 이번 영화에 처음 등장했고, 심지어 안희연은 연기가 처음이었다. 다행히 이환 감독은 실제 촬영 기간만큼의 워크숍을 통해 그를 든든히 서포트했다. “사실 주영이도 과거가 있어요. 교실에 피가 낭자한 충격적 상황 속에 친구 둘이 칼부림이 난 거죠. 그 사건 안에서 주영이도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인 상황이었고 그걸 겪으면서 가정이나 학교, 어른들에게 보호를 받지 못했어요. 역에 몰입할 수 있는 과정들을 어느 정도 거쳐서 세진을 볼 때의 내가 보이고, 도망친 친구에 대한 죄책감도 보이고, 주영의 모든 행동에 당위가 생길 수 있었죠.” 특히 안희연에게 출연 제안을 한 이환 감독이 첫 연락을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했다는 건 소소한 얘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당시 안희연은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난 상태였고 무엇을 할지, 하고 싶은지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 “전 회사도 없이 여행을 간 상태였죠. 연락을 할 방법이 없으니 감독님이 그렇게 연락을 하셨어요. ‘박화영’ 다음 작품 준비 중인데 시나리오를 좀 읽어봐 달라고요. 굉장히 용감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혼자 결정할 수가 없었죠. 연기가 처음이고 회사도 없었으니까요. 저를 마냥 기다려 달라고 하긴 예의가 아니고요. 한국에 들어와서 만났는데 영화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 게 기분 나쁘실 수도 있잖아요. 근데 그렇게 받아들이시지 않고 재밌게 대화했고 ‘박화영’을 봤어요. 영화는 굉장히 아팠지만 이 사람이라면 내 안의 뭔가를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두근거림이 생겼죠.”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고 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안희연은 이 영화를 택했다. 그는 ‘박화영’을 보고, 이 영화를 찍으면서 세상에 용기 있게 물음을 던지고 싶었던 마음을 드러냈다. “감독님은 ‘이 영화 하나로 뭐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꿈이 있다’고 하셨고 그게 크게 다가왔어요. 그저 이해해 보고 싶은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불친절하고 어렵겠지만 그래도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요. ‘쟤네가 왜 저렇게까지 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질문을 남기는 게 이 작품의 목적이 아니었나 싶어요.” 데뷔 10년, 그리고 30대 안희연 EXID의 대표곡 ‘위 아래’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은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하니도 벌써 데뷔 10년 차를 맞았다. 지난 2020년 초 그룹 활동을 종료하고 멤버들과 헤어지면서 그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았다. 그러던 중 만난 영화가 ‘어른들은 몰라요’였고 ‘XX’보다도 먼저 촬영했다. “대사가 욕설이 너무 많아서 당황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에 다른 친구와 비속어를 계속 주고받으면서 유치하게 신경전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워크숍을 하면서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나갔죠. 굉장히 자유로운 환경에서 대사 같은 것에 전혀 제약 없이 서로 애드리브처럼 감정을 주고받아요. 초등학생들 싸우듯이 막 했더니 감독님이 그 다음날 대본으로 써 오셨더라고요. 모든 워크숍 때 나온 것들을 다 열어두고 대본화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죠.” 당연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안희연은 특유의 밝은 이미지 때문에 주영의 거친 부분이 부각되지 않을까 나름의 고민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그래도 이환 감독은 그를 믿어줬고, 안희연만의 주영 캐릭터가 영화에 담겼다. “처음에 시나리오 받고 느꼈던 주영이는 훨씬 더 거칠고 사포 같은 애였거든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봤는데 많이 무뎌지고 따뜻해졌더라고요. 영화, 캐릭터, 감독님에게 좀 민폐 끼친 거 아닌가. 죄송한 맘이 잠깐 들었어요. 나란 사람의 한계가 캐릭터에 반영이 돼서 캐릭터를 희석시킨 건 아닌가. 감독님은 오히려 그런 면이 주영이를 살려준 거 같다고 해줘서 고마웠죠.” 의외로 안희연은 10년을 달려온 생활을 내려놓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에 만족했다. 과거와는 꽤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의 영향도 분명히 있었다. 30대로 접어든 그는 앞으로 뭘 하든 스스로가 행복한 길로 가게 될 거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 “예전엔 경주마처럼 살았다면 이젠 워라밸이 중요해졌죠. 원래 저는 굉장히 목표지향적이고 계획적이었어요. 모든 계획을 다 세워두고 있던 라이프스타일이 좀 변했죠. 10년간 정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추억도 많았고 성장도 있었죠. 뜻깊은 10년을 보냈지만 다시 돌아가서 그렇게 살라고 하면 못할 거예요. 하하. 앞으로는 좀 쉬면서 지금처럼 이대로 쭉 살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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