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호
'일본전문가' 김채윤 H투자증권 연구원 "33년 만에 최고 日증시...내년 더 좋다"
일본 증시, 3만3000엔 돌파...30여 년 만 ‘최대 호황’
일본 증권사 10여 년 경력...NH투자증권 일본 전문 애널리스트
2025년까지 엔저·증시 상승세 전망...추천업종은 ‘은행주’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올들어 일본 증시가 쭉쭉 오르더니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의 대표적 지수인 닛케이255 지수가 1990년 버블경제 붕괴 이후 33년 만에 3만3000엔 선을 돌파했다. 그 배경에는 역대급 엔저 현상과 일본 기업들의 실적 증가,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책,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의 투자 소식, 일본 기시다 정권의 안정에 대한 기대감 등이 꼽힌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 여부, 추가 투자 타이밍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내년에는 더 좋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구조적인 엔화 약세가 예상된다. 일본 증시도 긴 상승장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에서 십수 년을 지낸 ‘일본 전문가’다.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리쓰메이칸대학 국제경제학 학사, 와세다대학 금융공학 석사, MBA를 취득했다. 일본 증권사인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과 동해도쿄증권에서 10여 년의 경력을 쌓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잠시 쉬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NH투자증권과 연이 닿았다. 현재는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기업분석부에서 해외기업 ‘일본’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에는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수십 년간 이어진 장기 경기침체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일본 주식을) 사달라고 해도 아무도 안 사줬는데...”라고 웃으며 회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밀려드는 강연 요청에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오전에 강남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인터뷰 직후 또 다른 강연에 간다며 서둘러 일어섰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업체 기업 투자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기자간담회에서도 일본 증시 전망을 담당해 연사로 나섰다. 한화자산운용 측은 NH투자증권 소속인 김 연구원을 섭외한 배경에 대해 “일본 증시 분야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 2025년까지 구조적으로 지속”
김 연구원은 일본 증시에 대해 내년 하반기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급인 엔화 약세도 2025년까지 구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현재 일본 증시 상승 배경으로 △엔화 약세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 상향 조정 기대 △도쿄증권거래소(TSE)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독려 △기시다 정권의 안정 등을 꼽았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4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상장사에 자사주 매입, 고배당 정책 등 주가 상승을 위한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과 함께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증시 상승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정권의 안정’도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자민당이 압승한 이후 2025년까지 대형 국정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이라며 “현 정권이 계획하는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올해 증시 상승뿐만 아니라 향후 3년간의 증시 전망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엔저 현상은 구조적으로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할 때까지 금융완화를 통한 엔화 약세 기조를 유지할 방침인데 2025년까지는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증시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현재 일본 주식은 상반기 29%의 주가 급등 이후 속도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 상승폭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지수 레벨로 밴드 상단은 닛케이 3만4000엔, 토픽스 2400포인트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이 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는데 그 성적을 살펴보면 세전 이익 기준 약 70%의 기업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2분기 이후에 나타날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 상향 조정 기대를 바탕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수 스탠스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3만3000엔대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끌고 가지 못하면 하락장이 펼쳐질 수 있다”며 “대중국 관계의 리스크 확대로 인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일본 경기의 침체 회귀 등이 나타난다면 3만3000엔대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가 각종 정책적 노력을 펴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부정적 요소보다는 좋은 요소가 더 많다”고 진단했다.
엔저 수혜주? 자동차·기계·서비스·상사·은행주
이제 막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된 신입 ‘일학개미’(일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게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주가가 횡보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 매수하면 내년에는 정말 좋을 거라 생각한다”며 “외국인투자자 등 매크로 자본이 급격하게 들어올 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증시가 급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위해서는 한 가지 필요 조건이 있다. 단기투자가 아닌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 한국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단타가 아닌 중장기, 최소 1년을 봐주면 좋겠다. 그러면 무조건 플러스가 된다”고 힘줘 말했다.
추천하는 업종은 ‘엔저 수혜주’를 꼽았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기계, 서비스, 상사, 은행주다. 일본 정부에서 9월 1일 발표한 법인기업 통계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80%가 호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요인은 ‘엔저 수혜’였다.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업종이 자동차, 기계, 서비스, 상사, 은행업이다.
김 연구원은 그중에서도 “일본 주식을 첫 매수하는 투자자에게는 은행주를 추천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라 일본 외에 글로벌 기업들의 일본 은행 대출 실적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금융정책이 향후 긴축으로 넘어갈 텐데 그 과정에서 은행의 예대금리를 확대하는 기초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수 단위가 100주 단위라 진입장벽이 높다. ETF나 주가지수 연동형 ETF 등을 추천했다. 아울러 중소형주 아닌 대형주 위주의 매수를 권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 전체 거래대금 중 외국인투자자가 7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연금, 뮤추얼 펀드 등 거액의 자금이 많은데 이들은 시총이 크거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 큰 종목들 위주로 거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잘하기 위한 팁을 물었다. 그는 ‘손절 잘하기’, ‘물타기 안 하기’를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식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야 하는데 물타기를 한다는 건 떨어질 때 산다는 의미”라며 “주식의 이론에 맞지 않다. 그러면 계속 물려 있다가 손해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10월호
조영순 하나은행 연금본부장 "1년 내 ‘퇴직연금 명가’ 될 것”
대면·비대면 고객군 나눠 맞춤형 서비스
상반기 퇴직연금적립금 1위, 최우수 사업자 평가
생애주기별 투자 중요, 수익률과 안정성 모두 고려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양윤모 사진기자 yym58@newspim.com
350조 퇴직연금 시장에서 하나은행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 3일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3 퇴직연금사업자평가’에서 은행권 1위를 차지하며 장관상을 수상했다. 상품 운용, 조직, 서비스, 교육, 정보 제공 등 모든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금사업만 10년 이상 담당한 전문가를 중심으로 착실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은행 퇴직연금사업의 ‘키맨’인 조영순 자산관리그룹 연금사업본부장은 “3~4년 전 퇴직연금사업 분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후로 정말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 손님들이 관리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퇴직연금 명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객군 특성 분석, 대면·비대면 맞춤형 시스템 도입
1997년 외환은행 입행을 시작으로 뱅커로서 첫발을 내디딘 조 본부장은 10년 넘게 연금사업에 매진한 전문가다. 은행권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노하우를 가진 그가 2021년 연금사업지원부장을 거쳐 올해 1월 연금사업본부장에 오른 이후 하나은행의 성과 역시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대내외 평가다.
조 본부장은 퇴직연금 명가라는 목표를 위해 연금 수령이 임박한 고객군은 대면으로, 10년 이상 운용기간이 남은 고객군은 비대면으로 맞춤형 관리를 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각 상황에 따라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양쪽을 모두 관통하는 핵심은 ‘관리받고 있다는 걸 손님이 느낄 수 있도록 하자’였다.
그는 “은퇴 등으로 퇴직연금 수령이 임박하거나 시작된 손님들은 운용하는 금액도 크고 직접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컨설팅을 받기 원한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은행 최초로 연금손님관리센터를 만들었으며 VIP 전용 ‘연금더드림라운지’도 개소했다. 연금관리 노하우뿐 아니라 세무·상속 등 자산관리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세세한 관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아직 은퇴가 10년 이상 남은 손님들은 연금 관리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면보다는 비대면(모바일) 중심으로 AI 기술을 도입, 자신이 직접 목표액을 설정하고 운용방식을 확인해 보거나 ‘연금닥터’ 서비스를 통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등 퇴직연금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략은 디폴트옵션 시행 후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는 흐름과 맞물리며 하나은행에 대한 신뢰도 상승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액은 2조2000억원으로 은행은 물론 증권 및 보험사를 포함한 모든 금융권에서 1위다.
생애주기별 투자 전략, 1년 내 ‘퇴직연금 명가’ 목표
그렇다면 전문가 입장에서 바라보는 퇴직연금의 특징은 무엇일까. 조 본부장은 우선 디폴트옵션만큼은 신뢰해도 좋다는 조언을 남겼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 없이 4주가 지나면 사전에 지정된 방식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는 제도다. 복잡하고 어렵지만 핵심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검증’하고 은행(운영사)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운용 수수료도 일반 상품 대비 크게 낮췄다. 그만큼 믿을 만한 제도라는 의미다.
다만 운용방식에 대해서는 생애주기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본부장은 “퇴직이 멀었다면 운용기간이 길기 때문에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해도 무리가 없지만, 반대로 퇴직이 임박했다면 최대한 안정적으로 자금을 관리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하나의 상품을 짧아도 1년, 길면 3년을 주기로 보고 투자를 진행한다. 단기적인 수익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시행 후 시장에서는 3개월 또는 6개월간 운용된 상품의 수익률을 1년 단위로 환산해 홍보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단기수익을 장기수익으로 무리하게 계산하다 보니 10%를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조 본부장은 너무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퇴직연금이 노후 대비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방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약 350조원. 경기침체 장기화로 선제적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수많은 운용사들의 격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꾸준한 준비와 노력으로 업계 1위를 향한 시동을 건 하나은행은 금융권 최고의 퇴직연금 명가란 최종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조 본부장은 “퇴직연금관리는 하나은행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게 목표다. 고객 관리에 진심을 가지고 집중하면 수익률 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내년 말이면 임원 임기가 끝난다. 그 전에 모두가 인정하는 ‘퇴직연금 명가’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2023년 10월호
김기남 대원미디어 상무 ‘아머드 사우루스’ 리메이크 내년 美 출시
아머드 사우루스 해외시장 진출 확대...OSMU 전략 추구
올해 상반기 연결매출 1727억원...전년비 14% 증가
|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
대원미디어가 ‘아머드 사우루스’ 리메이크 판을 내년 북미에 출시할 계획이다. 김기남 대원미디어 상무(CFO)는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 아머드 사우루스 리메이크 작을 출시할 계획이다. 스토리를 조금 바꾸고 재촬영해서 리메이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월엔 일본에 출시했다. 김 상무는 “일본 반응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머드 사우루스의 일본 현지 영상미디어 관련 사업은 일본을 대표하는 콘텐츠 ‘고질라’를 만든 메이저 기업 ‘토호’가 담당한다. 아머드 사우루스 지식재산권(IP)의 일본 현지 상품화 사업은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소학관집영사프로덕션’이 맡았다. 김 상무는 “일본 사업은 대원미디어의 자체 IP인 아머드 사우루스의 글로벌 사업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사업의 성과는 물론 로열티 수익 확보, 수익모델 다각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미디어에서 개발하고 2021년부터 방영한 국산 TV 시리즈인 아머드 사우루스는 기계적인 힘을 가진 장갑 공룡과 훈련된 조종사가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 침략자들과 싸우는 스토리다. IP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중장기적인 실적 성장 기대 요인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원미디어는 40여 개 타이틀의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을 중심으로 유통과 방송, 브랜드 라이선싱, 웹툰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OSMU)’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1977년 설립된 대원미디어는 대한민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제작배급사로 유명하다. 창업자인 정욱 회장에 이어 장남인 정동훈 대표가 2017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수익성 높은 완구 사업 진출과 함께 지난해 개관한 ‘팝콘D스퀘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원미디어는 △애니메이션 콘텐츠 사업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 △게임 사업 △전시 몇 영화 사업 △완구유통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상반기 연결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1727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28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으나 당기순이익은 109억5000만원으로 3.4% 증가했다. 연결 실적 측면에서 △닌텐도 스위치 화제작인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출시에 따른 닌텐도 스위치 본체 및 게임 타이틀 판매 증가 △극장용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에 따른 원작 만화책과 소설책의 판매 증가 지속 등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반면 △직원 채용 확대로 인한 인건비 증가 △해외 출장 재개에 따른 판관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배당 정책과 관련해 김 상무는 “회사가 이익이 생기면 어느 정도 배당을 통해 주주환원을 해야 한다는 게 대표이사의 생각”이라면서 “실적이 일정 규모 이상이 나오면 주주 입장에서도 배당에 대한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배당(배당기준일 2022년 12월 31일)은 주당 100원으로 시가배당률은 0.7%였다.

2023년 09월호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하반기 주도주는 반도체...삼전·하이닉스 주가 상단 열려 있다"
반도체 연구원 출신...전문성 정평
“2차전지주, 실적 따른 옥석 가리기 진행”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 양윤모 사진기자 yym58@newspim.com
상반기를 주도했던 2차전지 수급 쏠림이 완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새로운 주도주를 찾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전망에 실적 차별화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물가가 예상보다 안정화되면서 투자자들이 턴어라운드 가능한 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서 “하반기에 주목할 업종은 실적에 대한 가시성이 매우 높은 반도체”라고 조언했다.
최 센터장은 최근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센터장은 지난해까지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5년 넘게 반도체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상을 수상했다. 2004년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약 6년간 엔지니어로 일하며 익힌 실무 경험이 바탕이 됐다. 올해부터는 SK증권 리서치센터의 수장을 맡고 있다.
최 센터장은 “상반기에는 매크로가 경착륙할지 연착륙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에 투자자들의 고민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당장 눈앞에 좋아 보이는 기업들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며 “이에 투자자들은 구조적으로 장기 성장할 것이 확실한 산업, 성장주에 더 관심을 가졌다. 2차전지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시장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가가 예상보다 안정화되면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산업에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최 센터장은 “반도체는 실적의 방향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섹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4분기부터 가파른 실적 개선”
‘왕의 귀환’인 셈이다. 반도체의 대장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공급적인 요인을 보면 ‘역대급 감산’이 핵심이다. 메모리 3사 모두 35% 이상의 웨이퍼 투입을 줄였다. 수요 측면에서도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라는 프리미엄 D램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이미 지난 1분기에 저점을 확인하고 2분기에 소폭 개선에 성공했다”면서 “가파른 실적 개선은 올해 4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HBM 시장에서 독과점적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영업이익 폭이 오를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그 경우 (두 회사의 주가) 상단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당 부분 상승했지만 추가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 9만전자, 10만전자를 전망하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는 생성형 AI 등장 이후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AI 시장에 자원을 투입한 영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 이어 최근 아마존, 테슬라, 메타 등도 관련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최 센터장은 “실제 엔비디아와 AMD 등은 AI 학습에 필요한 가속기 연산칩 수요 급증의 수혜를 보기 시작했다”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이에 필요한 HBM 수요 급증에 따라 올해 3분기부터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증시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상황을 예측하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센터장은 “미국은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으로, 미국 경기는 하강 국면에도 예상보다 잘 버티는 모습”이라며 “중국은 락다운에 의한 경기 불안을 딛고 리오프닝 과정에서 회복을 시도 중인 반면 생각보다 그 효과는 약하게 나타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가 상단을 확인하는 중인데 물가가 안정화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크로가 바닥을 테스트하면서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확인해야 할 변수가 남아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충돌하면서 지수는 제한적인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빠르게 개선되는 종목 관심 가져라”
이런 분위기에서는 시장이 ‘실적’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라며 실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실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시기다. 때문에 하반기 종목 선정은 실적에 기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적이 더 빠르게 개선되거나 바닥을 지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2차전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동안 ‘2차전지 테마’에 포함되면 무차별적으로 상승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실적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최 센터장은 “2차전지 안에서도 실적 흐름에 더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별 수주 규모, 성장 가능성 등을 따져서 평가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어 “실적이 좋지 않거나 테마주가 강할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이 있을 수 있어도 주가 변동성도 클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09월호
‘MZ 은행원’ 김수진 신한은행 글로벌개발부 선임 23시간 봉사·마라톤 “긍정 에너지 나눌래요”
캄보디아·베트남 등 인터넷 뱅킹 개발
성장·상생의 아이콘...미라클 모닝 실천
업무 외 시간에 봉사활동·마라톤·등산
| 홍보영 기자 byhong@newspim.com
| 양윤모 사진기자 yym58@newspim.com
신한은행 글로벌개발부는 특별하다. 출근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나와 자기개발을 하는 직원을 흔하게 볼 수 있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점심식사 시간에는 주로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주말에는 동료들끼리 함께 등산을 가거나 마라톤·클라이밍 등의 활동을 즐긴다. 우리가 꿈꾸는 직장의 모습이다.
최근 신한은행 본점에서 만난 김수진 글로벌개발부 선임이 불러온 작지만 큰 변화다. 김 선임은 본인이 소속된 부서를 건강한 노력과 웃음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입사한 지 갓 1년 지난 그에게 어떤 은행원이 되고 싶냐고 묻자 주저 없이 “업무적으로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성장’...미라클 모닝·마라톤
김 선임은 어린 시절부터 가치관이 확고했다.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크고요.” 성장과 상생, 이 두 가지 가치는 김 선임이 신한은행에 입행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홍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일찍이 사람들의 삶에 녹아 있는 금융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SSAFY’를 수료한 뒤 지난해 7월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SSAFY’는 삼성과 고용노동부가 손잡고 만 29세 미만 청년들을 위해 매월 100만원의 교육 지원금을 주며 개발 관련 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김 선임의 하루는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시작된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기적의 아침’을 뜻하는 미라클 모닝은 이른 아침에 운동, 공부 등 자기개발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 출근해서 한 시간 동안 영어 공부를 합니다. 성장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마라톤, 등산, 클라이밍 등 동기들과 함께 활동적인 취미생활도 즐긴다. 김 선임은 입행하고 3개월쯤 지났을 때 동기들과 함께 5.25km 마라톤을 완주했다. 최근에는 한강에서 진행한 22km 코스의 나이트워크에도 참여했다. “완주하고 목에 메달을 걸 때 보람을 느껴요. 힘든 일을 함께 하면서 동료들과의 사이도 더 돈독해졌어요. 동기들과 마라톤을 다녀온 뒤에 선배 기수들도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고 들었을 때 뿌듯했어요.” 마라톤 외에도 동기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등산을 가고 클라이밍도 한다.
‘상생’...“봉사 통해 감사 깨달아”
김 선임은 1년 동안 23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자발적인 선택으로 봉사활동을 위해 점심시간과 주말을 반납했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아침에 늦잠 자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서 좋아요. 신한은행에 와보니 여러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있어서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신한은행 ‘ESG 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인 Volun-Tour(Volunteer+Tour)를 통해 봉사활동을 더욱 즐기게 됐다. “오전엔 봉사하고 오후엔 체험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봉사는 힘들다는 인식이 바뀌었어요. 오전에 유기견 봉사를 하고 오후엔 여행하듯이 체험 활동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얼마 전엔 충주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김 선임은 특히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한 배식 봉사활동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입행하기 전 고등학생 때 노숙자 배식 봉사를 한 적이 있어요. 새벽에 서울역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컵라면과 빵 등을 나눠주는 일이었는데, 모두 감사하다고 인사해 주셨죠. 이때 이분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신한은행에 들어온 뒤에도 노숙자를 대상으로 배식 봉사에 나섰다. “입행한 뒤엔 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노숙자를 대상으로 배식 봉사를 했습니다. 거동이 좀 더 불편한 분들이었는데, 이 분들도 감사하다고 인사해 주셨어요. 고등학생 때 기억 때문인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고, 이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김 선임은 감사 인사를 받으며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이 마음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2023년 09월호
김신우 신성이엔지 상무 “2차전지 드라이룸 수요 급증 해외 프로젝트도 대폭 확대”
클린룸·2차전지 드라이룸 ‘클린환경(CE)’ 사업 영역 확장
2차전지 수요 증가...전 세계 10개 해외지법인
| 이나영 기자 nylee54@newspim.com
반도체 클린룸 전문업체인 신성이엔지가 2차전지 드라이룸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신성이엔지는 크게 클린환경, 재생에너지, 기타 등 3개 사업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클린환경(CE) 사업은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 바이오, 이와 관련한 소재와 부품 등의 제조 공간에 공기청정도를 제어하는 장비를 생산·설치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태양광 제품(모듈과 인버터)을 제조 판매하며, 기타 사업으로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 및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있다.
신성이엔지의 주력 사업은 클린룸으로 1980년대 반도체 필수 시설인 클린룸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 전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3~4년 전부터 드라이룸 사업에 뛰어들어 투자를 확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클린룸에서 2차전지 드라이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클린환경 사업부문 매출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며, 현재 10개 해외지법인을 둔 상태다.
배터리 제조공정과 전해질, 분리막 등 소재 생산에 필요한 드라이룸 시장 수요가 커지자 신성이엔지 2차전지 드라이룸 사업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조립 공정에서 드라이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신우 신성이엔지 상무는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드라이룸이란 말 그대로 ‘드라이한 공간’을 뜻한다. 배터리 공정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습기’가 제어되는 환경이다. 신성이엔지는 이미 과거부터 제습 관련 요소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2차전지 드라이룸의 경우 해외법인을 통한 점유율 확대 등을 추진해 왔고, 2016년 헝가리 법인을 비롯해 최근 미국 법인까지 총 10개 해외지법인을 전략적으로 설립해 수주 활동을 벌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2차전지 드라이룸 분야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 1분기 관련 매출이 500억원 정도 발생했는데 지난 2019~2020년 연간 2차전지 드라이룸 매출액이 약 7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상당히 빠르다”고 밝혔다.
신성이엔지의 클린환경 사업부문 신규 수주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늘어나는 수주에 해외법인 추가 설립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신우 상무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대형 배터리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해외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드라이룸 수요도 같이 늘고 있다. 향후 튀르키예, 스페인 등 투자가 예상되는 지역에 해외법인을 추가 설립해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며 “올해 1분기 기준 CE 사업부문의 신규 수주는 1400억원, 수주 잔고는 3000억원 수준으로 분기 최대 잔고를 보유 중이다.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사업 다각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성이엔지는 클린룸에서 드라이룸, 일반 공조 그리고 태양광 모듈 제조에서 종합 재생에너지 솔루션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올해는 더 구체적으로 2차전지에서 해외사업 부문을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하고, 여러 요소들을 검토해 대응해 가고 있다”며 “최근 2차전지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시기이므로 동반 진출 전략을 통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023년 08월호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임기 중 신작 6편 해외 진출 발판 마련도”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최지환 사진기자 choipix16@newspim.com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산하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은 제작 극장으로 변화하는 세종과 발맞춰 고유의 레퍼토리 개발에 한창이다. ‘다시, 봄’부터 ‘알로하, 나의 엄마들’까지 그가 빚어낸 작품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김 단장은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2월 임기를 시작해 두 해째를 맞아 그간 힘써 온 서울시뮤지컬단의 레퍼토리 작품들이 본격 궤도에 오른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초연 및 트라이얼 공연을 올린 ‘다시, 봄’과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올해 재공연되며 관객들에게서 유의미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 단체가 더 과감하게 시도해야”
“서울시뮤지컬단은 국내서 유일하게 뮤지컬 타이틀을 지닌 국·공립 단체예요. 현재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이 이렇게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라이선스보다는 창작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랐죠. 말은 그렇지만 창작을 바로 하기 쉽지는 않았어요.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거든요. 뮤지컬단이 원래 2편 정기공연을 하던 단체인데 작년에 4편의 공연을 했고 그중에 창작이 3편이었어요. 무리하게 달려왔지만 레퍼토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신작 개발 과정이 필수적이었죠.”
그중에서도 지난 3월 재연을 올린 ‘다시, 봄’은 세종 S씨어터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 마무리됐다. 공연 후반부 이어진 매진 세례에 김 단장은 뮤지컬단 모두가 얼떨떨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다시, 봄’은 지난해 창작 당시 뮤지컬에선 보기 드문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re, 공연 참여자들이 극 구성에 적극 개입하는 공동 창작 형태) 방식을 취하며 단원들과 참여 배우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다행히 취지를 좋게 봐주셨어요. 우리도 새로운 관객 층이 있구나 알고 놀랐죠. 찾아주신 분들이 기존의 뮤지컬 관객들만은 아니라는 점, 새롭게 다가갈 수 있어 나온 결과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디바이징 방식은 연극에선 흔하지만 뮤지컬은 드물어요. 그래서 공공단체가 더 과감하고 다양하게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요. 워낙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장르다 보니 민간에선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죠. 변화하는 시대의 이머시브한 뮤지컬, 디바이징 방식 등 다양한 시도를 공공에서 하고, 설령 실패를 하더라도 경험과 노하우들을 안고 가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초연한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올해 본 공연을 준비하며 중극장에서 대극장으로 극의 규모가 커졌고, 세종의 품을 떠나 외부 극장으로 확장성을 갖추게 됐다. 김 단장은 “장단점이 뚜렷하다”면서 ‘알로하’의 국립극장 진출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전했다.
“작년에 시간에 쫓기면서 제작했지만 워낙 좋은 원작,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있어 세종 M씨어터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그 덕에 올해 대극장으로 업그레이드해서 1200석 해오름극장으로 가요. 걱정은 되죠. 뮤지컬단이 세종 외부에서 하는 첫 정기공연이거든요.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더 확장해 나아가는 의미가 있죠. 극장의 컨디션이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어요. 세종 대극장은 3000석인데 중극장 개발 작품들을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려 해요. 무리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실리를 추구해야죠. 작품적으론 안정적 선택이지만 좋게는 세종 밖으로 확장을 향한 시도가 될 거예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한국 이민자들의 영화 ‘미나리’, 자이니치 동포들을 다룬 ‘파친코’와 같이 낯선 땅에서 힘겹게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담는다. 전 세계를 관통하는 보편성을 갖춘 주제이자 한국의 아픔과 격동의 근현대사를 담은 의미 있는 작품이다. 원작 소설의 영문판은 2023 노틸러스 출판상(Nautilus Book Awards) 역사소설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이금이 작가는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 글작가 부문 한국 후보로도 노미네이트됐다.
“20세기 초반은 정말 격동의 시대예요. 고난과 역경을 겪어온 역사의 시간이 주는 무게감과 의미가 있고, 그 격들을 담아내서 결국 그 덕분에 지금, 현재가 의미 있음을 전달하고 싶어요. 과연 이런 이야기가 현대인에게 울림을 줄까, 동시대적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초연 때 걱정이 컸거든요. 그럼에도 ‘파친코’, ‘미나리’ 같은 작품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걸 보면서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임을 깨달았죠. 지금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겐 진행 중인 이야기이고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란 확신을 얻었어요. 이전의 무거운 디아스포라적 특성을 덜어내고 역사의 무게를 가볍게 보자는 건 그때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희망, 여성들의 연대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죠.”
김덕희 단장은 올해가 한인 미주 이민 120주년인 사실을 언급했다. 1903년 1월 13일 하와이에 첫 배가 도착했고, 그날을 한인들의 미국 이민이 시작된 날짜로 보고 있다. 최근엔 재외동포청이 신설됐고,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관객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랐다. 자연히 단원들부터 대학로 베테랑, 아이돌 스타까지 캐스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공공 가치를 중시하는 시립뮤지컬단이지만 그래도 흥행은 중요하죠. 특히 역사적 주제를 지닌 작품들이 항상 뮤지컬을 보던 관객들을 넘어 새로운 관객 개발에 도움이 됐으면 해서 타깃 설정을 고민했어요. 국립극장 객석의 30% 정도가 충성도 높은 관객이라면 50%는 일반 관객들이 오셨으면 했죠. 트리플 캐스팅으로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이 이끌어가는데 9명이 조합을 이뤄요. 3명은 서울시뮤지컬단 여성 단원들, 3명은 대학로에서 뮤지컬 배우로 실력과 경험을 탄탄히 쌓은 배우들, 3명은 아이돌 가수 출신으로 구성했죠. 다양한 관객들이 유입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고 캐스팅을 했습니다. 소녀들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9명 배우들의 연대와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기도 해요.”
신작 뮤지컬 레퍼토리화 집중...해외진출 토대 염두
공연 프로듀서 출신인 김덕희 단장은 서울시뮤지컬단 고유의 레퍼토리 작품들을 만들면서 디바이징 등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다시, 봄’ 창작 당시에도 주변의 만류가 많았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작업에 참여한 창작자들의 진심이 통했다. 7월 개막한 ‘알로하, 나의 엄마들’도 지난해 트라이얼 공연에 이어 올해 대극장 규모로 확장해 세종 내부 극장이 아닌 국립 해오름극장으로 진출한다. 연말엔 ‘맥베스’의 뮤지컬단 버전을 선보이려 준비에 한창이다.
“다행히 뮤지컬단의 의도와 진심이 계획대로 담기고 충족돼서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이었고 시장과 관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어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이금이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소설 내용을 뮤지컬로 풀어내요. ‘맥베스’도 사실 셰익스피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드는 게 쉽지는 않지만 여러 시도를 해나가면서 과감한 각색과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우리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고 봐요. 내년에 선보일 신작 2편도 오히려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새로운 관객에게 시도하기 어려웠던 장르들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거예요.”
앞서 ‘다시, 봄’에서 뮤지컬단 단원들이 주축이 된 ‘다시’ 팀과 외부 객원 배우들을 캐스팅한 ‘봄’ 팀이 함께 공연을 하고 ‘알로하’에서 단원들과 대학로 배우들, 가수 출신들을 두루 캐스팅하는 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김 단장은 단원 중심 캐스팅의 안정성과 객원 배우들을 통한 흥행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단체의 숙명임을 털어놨다.
“작품 성공만을 생각하면 객원 배우 의존도가 높아지고, 단원들로만 가면 세일즈의 약점이 생기게 돼요. 둘을 잘 조합하는 것이 단원을 보유한 단체의 고민이죠. 어려워도 두 가지를 함께 보완할 수 있게 해야죠. 물론 가장 좋은 케이스는 내부에 충분한 단원을 보유하고 스타 단원이 나오는 것일 수도 있어요.역할별로 나이대에 맞게 배우들을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원하는 만큼 충원을 할 수 없는 아쉬움은 있죠. 또 한 가지 지난해부터 여성 서사 작품들을 많이 하다 보니 남성 단원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적었어요. 올해 ‘맥베스’에서는 남자 배우들이 역할에 맞는 배역으로 활약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7월 뉴욕 링컨센터에 진출하는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를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을 제작 극장으로 성장시킨 안호상 사장의 구상도 궤도에 올랐다. 김덕희 단장 역시 서울시뮤지컬단도 K-뮤지컬을 향한 글로벌 관심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일단 레퍼토리를 많이 구축하고 탄탄히 쌓는 게 먼저예요. 6개의 소·중·대극장 레퍼토리가 있다면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나아갈 수 있으니 임기 중 목표는 리스크를 안더라도 창작 신작을 계속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겁니다. 그럼에도 ‘맥베스’ 같은 작품은 해외에서도 공유될 수 있는 IP들이라고 봐요. 내년에 개발 준비 중인 작품들도 결과에 따라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겁니다. 3년 임기 중 선보이는 신작이 6개인데 절반 이상 남는다면 참 좋겠죠. 작품이 쌓이면 투어도 할 수 있고 라이선스 비즈니스도 가능해져요. 서울시뮤지컬단이 어떤 규모로 운영될지 중장기 모델이 구축된다면 그 후엔 어떤 분이 오더라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08월호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8월부터 직원 월급 줄 돈도 없다”
서울시·시의회 예산 70% 가까이 삭감
본부 직원 줄줄이 퇴사...긴급돌봄 중단 위기
추경에도 삭감 예산 전혀 반영 안 돼
| 이경화 기자 kh99@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우리 연간 운영비의 70% 가까이를 삭감해 긴급돌봄 업무가 전면 중단될 위기입니다. 당장 8월부터 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는 상황인데 서울시는 추경예산에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내부유보금 42억원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는데 묵묵부답입니다.”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대표는 “(서울시) 기조실장이 급한 대로 내부유보금 42억원을 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며 “담당 부서인 복지정책실은 전산과 긴급돌봄 담당 직원을 비롯한 결원을 보충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내부유보금 사용을 승인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사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19년 서울시가 노인·장애인 등에게 돌봄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어르신 재가장기요양 서비스, 장애인활동 지원사업, 영유아 보육 서비스 등이 주요 사업으로서 문재인 정부 당시 대표적 복지 공약 중 하나였다.
다만 서사원은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이 모두 정규직이어서 근로시간이 적고 임금은 민간 기관보다 약 3배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앞서 서사원이 올해 예산으로 210억원을 요청했다가 서울시가 42억원을, 서울시의회가 100억원을 삭감하면서 68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서사원은 받는 예산에 비해 서비스 이용 실적이 낮아 고비용·저효율 구조라는 게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지적이다.
황 대표는 “서사원은 취임 후 지지부진했던 공공돌봄의 역할과 기능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곤란(기피) 서비스 실적이 11.2%에서 22.6%로 두 배 많아졌고 1인당 병가 일수도 6.75일에서 4.93일로 낮췄다”며 “이는 내부 혁신을 통해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돌봄 기본인 24시간 근무체제로의 변경도 노조와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예산 축소에 서사원은 지난 4월 자구안으로 장기요양 서비스와 어린이집 등 위탁시설 운영 종료, 공공돌봄 위수탁 운영 종료에 따른 고용관계 정리에 앞서 조기퇴직 희망자 접수 등의 혁신 방안을 내놨지만 시의회로부터 보다 강도 높은 혁신안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이마저 퇴짜를 맞았다.
황 대표는 “어린이집 운영 중단 방법론에서 의회는 일시에, 서사원은 순차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각 구청과의 계약 관계도 있지만 일시 운영을 안 하게 되면 아이 보육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는 만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정책심의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해 서사원 자구안의 타당성·합리성 등을 심의해 주기 바란다”며 “여러 가지 혼재한 의견을 조정·정리해 줄 권위 있는 기관이 필요한데 현재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14개 시도 사회서비스원에는 이미 설치돼 있음을 직시하고 서둘러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22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올해 서사원 예산을 100억원 삭감한 것과 관련해선 ‘소통 없는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혁신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
Q.예산 100억원 삭감으로 현재 어려움은 없는지.
서울시가 승인을 해주지 않아 인력 충원을 못하고 있어 고충이 심하다. 올해 본부 직원만 10명이 퇴사해 남은 인원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들이 지쳐 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긴급돌봄 업무가 전면 중단될 위기다. 친모 학대 45일 신생아, 하체 마비 노숙인,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영유아, 친모 학대 지적장애 남매, 알코올 중독자인 친부로부터 학대를 받아 온 탈북자, 지적장애 아들·손자녀와 함께 동거 중인 할아버지(디스크 환자) 등에게 제공돼 왔던 긴급돌봄 서비스가 6월 15일 담당자의 퇴사로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 내일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할 일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Q.서울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이후 혁신안을 요구했는데.
예산 삭감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았다. 어느 사업이 불필요하고 왜 예산을 삭감하는지 한마디 설명도 없었고 한마디 해명도 할 수 없었다. 의회 요구액 168억원 중 100억원이 삭감됐다. ‘닥치고 삭감’이었다. 옳지 않다. 정상적인 운영 속에서 개혁도 혁신도 가능하다는 것이 서사원의 입장이다.
Q.자구안이 의회로부터 소위 ‘퇴짜’를 맞았는데 그 이유는.
어린이집 운영을 중단하는 방법론에서, 의회는 일시에 운영을 종료하라는 것이고 서사원은 순차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각 구청과의 계약 관계도 있지만 당장 일시에 종료할 경우 아이들의 보육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
Q.송파어린이집은 9월에 종료 예정인가.
송파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가 일어났다. 60여 일 이상 12명의 아이에게. 공공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동 학대는 엄청난 범죄이고 그래서 보육교사 모두가 공동책임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동 학대는 곧 어린이집 폐쇄’라는 인식과 문화,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송파어린이집의 운영 중단은 불가피하다.
Q.노조는 시와 시의회가 서사원의 문을 닫기 위해 사전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더 중요한 문제는 4년 전 정치 논리를 앞세워 헐레벌떡 서사원을 설립해 두고두고 문젯거리가 됐는데, 지금 무리하게 이런 식으로 문을 닫는다면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Q.서사원이 과연 존재해야 할 타당성은 있는지.
서사원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등으로 그 중요성은 갈수록 무거워질 것이다. 문제는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상당한 세금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못하니 할 수 있도록 고치자’는 게 서사원의 주장이다.
Q.취임 후 서사원이 변한 게 있는지.
민간곤란 서비스 실적이 11.2%에서 22.6%로 두 배 많아졌다. 공공돌봄의 역할과 기능을 찾아가는 중이다. 1인당 병가 일수도 6.75일에서 4.93일로 낮췄다. 내부 혁신을 통한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인 결과다. 24시간 근로도 노조와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
Q.“지속적인 운영을 원하면 요양보호사가 받는 월급만큼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서울시의 입장에 동의하는가.
동의할 수 없다. 사회서비스원은 복지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복지사업을 하면서 수익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취임 100일 되는 날 수익성은 포기하고 공공성만 좇자고 했다. 투입되는 예산에 걸맞게 돌봄의 공공 기능을 창출하고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여 나가는 구조로 개선하자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입장이다.
Q.(서사원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서울시에 대한 대표의 생각은 무엇인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지금의 서사원 구조는 서울시가 설계했다. 행정의 연속성이 중요한 가치라면 일차적인 원죄는 서울시에 있다. 지금처럼 뒷짐 지고 서울시의회의 눈치만 보지 말고, 서사원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서사원은 예산이 없어 할 수 없다. 그리고 작년부터 설치해 줄 것을 건의했던 정책심의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해 서사원 자구안의 타당성·합리성 등을 심의해 주기 바란다. 여러 가지 혼재한 의견을 조정 정리해 줄 권위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14개 시도 사회서비스원에는 이미 설치돼 있음을 직시하고 서둘러 주기 바란다.
Q.서울시에 바라고 싶은 것은.
기조실장이 내부유보금 42억원 사용을 언급했다. 복지정책실에서는 기조실장의 말씀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내부유보금 사용을 승인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전산과 긴급돌봄 담당 직원을 비롯한 결원을 보충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승인해 주기 바란다.

2023년 08월호
유길상 한기대 총장 “실천공학교육 모델 고도화 현장형 인재 양성 최우선”
“기존 교육방식 한계 달해...개혁 불가피”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집중...매년 200명 교육”
“4차산업혁명 맞춤 실험·실습 교육 전면 쇄신”
|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지역 소멸, 수도권 집중 현상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대학이 많이 어렵습니다. 한기대도 예외일 수 없죠. 어느 대학도 흉내낼 수 없는 한기대만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좋은 대학을 넘어 위대한 대학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은 지난 6월 1일 제10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고용노동정책 전문가인 유 총장은 취임 이후 한기대가 더욱 발전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한기대 1캠퍼스 총장 집무실에서 유 총장을 만나 대학총장으로서 경영 철학과 발전 방안을 들어봤다.
유 총장이 생각하는 ‘위대한 대학’은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에 있다. 유 총장은 “첫째는 어느 대학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강점을 갖고 탁월한 교육 성과를 내는 대학, 둘째는 학생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성장이 보장되는 대학, 셋째는 우리 대학만이 갖고 있는 평생직업능력 관련 부속 기관들을 활용해 100세 시대에 국민의 평생직업능력을 선도하는 대학, 그리고 마지막 넷째는 대학이면서 공공기관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경영혁신을 통해 높은 성과를 내는 대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 총장은 “기존 교육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오늘의 학생을 어제의 방법으로 가르침으로써 학생의 내일을 빼앗으면 안 된다는 점을 교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 총장은 여러 차례 ‘교육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선진 시스템을 만드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교육개혁이 불가피하다”며 “그러려면 교수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교수들과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총장은 한기대만의 교육 강점으로 ‘실천공학교육 모델’을 소개했다. 핵심은 쉽게 말해 ‘이론’과 ‘실습’의 협업이다. 이론으로 배운 기술을 반복 실습으로 체득해 졸업과 동시에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현장형 인재를 만드는 것이다.
유 총장은 “실천공학교육 모델은 기본적으로 공학 중에서도 현장문제 해결형 엔지니어링을 교육하는 데 있다”면서 “한기대는 우수한 실험·실습 장비를 갖추고 있어 교육 과정이 철저하게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도록 되어 있다. 머리로 배운 이론을 실습을 통해 손으로 익히고 가슴으로 익혀 완벽히 체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유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한기대 총장으로 부임하신 것 축하드린다. 소감은.
먼저 축하 인사에 감사드린다(웃음). 최근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어 대학 사회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그렇기에 어깨가 무겁고 많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Q. 요즘 대학 현실이 만만치 않다. 어떻게 진단하는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방식을 뛰어넘어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한기대만의 차별화된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교수, 직원, 학생 등 모든 구성원과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다. 또한 국책대학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국민 서비스 행정을 더욱 강화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공학교육과 평생직업능력개발의 허브 대학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Q. 임기 동안 가장 염두에 두는 추진 목표는.
오늘날 대학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4차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초저출산과 초고령화 등 인류사적 대전환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더욱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대학의 전통적인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있는 시대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대학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대학이 생존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학 또한 마찬가지다. 당면한 위협 요인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국책대학으로 우뚝 서기 위해 우리 대학의 강점인 ‘실천공학교육 모델’을 더욱 고도화하고 초일류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Q. ‘실천공학교육 모델’이란 무엇인가.
실천공학교육은 기본적으로 공학 중에서도 ‘현장문제 해결형 엔지니어링’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론 교육에 역점을 둔 교육은 이론은 많이 알지만 현장에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기계를 어떻게 다루는지, 이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자신감이 떨어진다. 한기대는 우수한 실험·실습 장비를 갖추고 있고, 교육 과정이 철저하게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론으로 배운 다음 그걸 실습을 하면서 손으로 익히고 가슴으로 익혀 머리와 손과 가슴이 하나가 되게 체험하는 것이다. 대부분 대학 졸업 후 현장에 투입해 한 1년 정도는 교육 훈련을 진행해야 하는데, 우리는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현장형 인재’를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Q. 창의적인 교육을 위해 ‘실천공학교육 모델’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지.
데이터 기반의 학생 맞춤형 성장 지원체계를 구축해 재학 중에는 물론 졸업 이후까지 학생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관리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싶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로봇 등의 혁신적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따라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성을 갖춘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경험 활동을 활성화하고, 학생들이 바른 인생관을 형성해 진로 탐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Q. 한기대가 보유한 핵심 역량과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 대학은 ‘실사구시’ 교육 이념 아래 인문학적 소양과 탁월한 공학능력을 겸비하고, 창의적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실체적 문제를 기술적 활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창의·융합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인재 양성을 위해 각 전공에서 요소기술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융합학과에서 개설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스페셜 트랙을 이수하면 전공 외에 부전공에 준하는 ‘마이크로 디그리’를 함께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5G 기반의 스마트러닝팩토리도 구축했는데.
맞다(웃음). 한기대는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이자 최초로 5G 기반의 ‘스마트러닝팩토리’를 구축했다. 이곳에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로봇 교육 등 4차산업혁명 요소기술을 배울 수 있다. 조만간 문을 열 다담미래학습관은 에듀테크 기반 미래 신기술 교육·훈련 학습 모델 개발의 테스트베드이자 인큐베이터로 활용해 명실공히 대한민국 첨단 창의·융합교육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Q. 상당수 대학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기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한기대 또한 고민이 많다. 우리 대학의 최대 강점이었던 실험·실습 교육이 최근 다소 약화되면서 교육 모델로서 다른 대학들과의 차별성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주입식 위주 강의와 학부·과별 칸막이 교육 방식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학생들에게 급변하는 환경에 적합한 역량을 키워주지 못한다. 우리 한기대만의 경쟁력인 실험·실습 교육을 하드웨어 측면뿐만 아니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전면 쇄신해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융합 교육을 강화하고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4C(창의력·협업능력·의사소통능력·비판적사고력) 역량, 현장문제 해결 역량, 리더십과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미래 사회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도록 할 것이다.
Q. 지난 5월 반도체 특성화 대학에 선정돼 4년간 88억원을 지원받는다. 어떻게 쓰이나.
우선 산학협력중점교수, 반도체장비전담인력 등 신규 채용을 위한 인건비로 쓰인다. 또 교과목 개발, 교육과정 개선, 교육프로그램 개발, 전문가 특강 등과 실험실습실·강의실 구축 및 개선 등에도 일부 투입된다. 반도체 과정을 운영하려면 관련 장비도 필요한데 프로브스테이션, 웨이퍼이송로봇 등 반도체 장비 구입에도 쓰인다. 반도체 과정 운영을 위한 공정장비실습재료, 졸업작품재료 등 실습재료 구입비도 포함됐다. 이 밖에 반도체 트랙전공·융합전공 참여 학생을 위한 장학금과 설계경진대회, 학생인턴십, 회의 등 기타 운영경비로도 쓰일 예정이다.
Q. 반도체는 현재 그리고 미래 먹거리로 중요한 산업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기대가 보유한 강점은.
한기대는 1997년에 반도체 장비 기술교육센터를 설치해 200여 평 규모의 대형 클린룸과 30종 이상의 반도체 장비 등을 갖췄다. 특히 센터에서는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이 반도체 제조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소부장 분야 관련 기업의 재직자 교육에 집중해 왔다. 현재까지 배출한 교육생은 2만여 명이 넘는다. 올해도 융합전공 147명, 학과(트랙) 260명 등 총 407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천안시 관내 반도체 관련 기업의 재직자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200여 명 이상을 교육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Q. 반도체 외에 지역 특화산업과 관련한 국책사업 발굴 계획은.
정부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으로서 지방대학의 역할 확대를 적극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자체·기업·연구기관 등 지역 기관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 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양성, 취업 및 창업, 정주에 이르는 선순환 발전 생태계 구축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이에 한기대는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 구축을 추진 중이다.
Q.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 특화산업이 있는지.
우리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광역지자체인 충청남도의 경우 디스플레이, 미래자동차, 그린바이오, 수소, 2차전지, 반도체첨단패키징 등을 전략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한기대 또한 반도체뿐만 아니라 미래형 모빌리티, 디스플레이, AI, 2차전지·수소 등을 특성화 분야로 설정해 충청남도, 천안시, 그리고 지역 내 다양한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를 지역 내에 안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Q. 수년간 공을 들인 미래학습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설립 취지는.
한기대는 4차산업혁명 도래와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기술과 사회의 변화 속에서 대학의 미래 교육 혁신에 앞장서고자 지난해 신설한 미래교육혁신처를 중심으로 최신 산업 동향 및 기술 수요를 반영한 융·복합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또 메타버스, 홀로그램 등 최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방법과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및 문제중심학습(PBL) 등 신교수법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에듀테크 기반의 교육 모델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담미래학습관은 이런 노력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창구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준공을 마쳐 이르면 7월 중 문을 열 계획이다.
Q. 미래학습관은 어떤 공간으로 꾸려지나.
한마디로 4차산업 핵심 분야의 최첨단 실습실이라고 보면 된다. 미래형 자율주행차, 스마트러닝팩토리, AI, 데이터 사이언스, 수소연료전지, 2차전지, 지능형 로봇 등 4차산업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또 에듀테크 강의실, 텔레프리즌스 기반 융합·연결강의실 등 미래형 강의실과 가상현실·메타버스 체험관 등도 미래학습관 내에 꾸려진다. 한기대의 미래 교육 혁신을 상징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Q.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총장님이 구상하는 목표는.
한기대는 ‘정규 대학·대학원 교육’과 ‘평생직업능력개발 지원’이라는 두 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유일한 대학이다. 이는 한기대만의 큰 자산이기도 하다. 평생직업능력개발과 고용서비스 역량 강화의 메카가 되기 위해 능력개발교육원, 직업능력심사평가원, 온라인평생교육원 등 3개 부속기관의 주요 기능인 직업훈련교사 양성·심사평가·콘텐츠 개발을 유기적 체계로 정비하고, 학부·대학원과의 연계를 강화해 직업훈련의 질적 고도화를 선도하고자 한다. 특히 스마트직업훈련플랫폼(STEP)을 통해 구직자·재직자 등에 대한 개별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전국의 직업교육훈련기관들과 온·오프라인으로 연계한 양질의 STEP 온라인 교육훈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가까운 교육훈련기관에서 추가 학습 및 실험·실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국민 평생직업능력개발 전국 네트워크의 ‘허브 대학’으로 발전하는 게 최종 목표다.
Q. 내외부 구성원과 협업,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나.
한기대 개교 30주년 비전(Vision) 2030의 4대 핵심가치인 ‘창의, 공헌, 협력, 소통’이 교육과 대학경영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핵심가치 경영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소극적 관료주의 문화를 경계하면서 국책대학의 책임 완수를 위한 창의·융합적 협업 문화를 확산해 교직원 모두가 행복감과 자존감을 느끼며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또 대학 내 조직과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을 도모해 교육혁신과 신뢰의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나가겠다. 이를 위해선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우선 저부터 솔선수범하겠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청하고 의견을 수용하려 노력할 것이다.
Q. 지역사회와 상생·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지.
지역의 취약한 부분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인프라를 유치하는 데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기대는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해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가장 큰 로컬 연구소가 되고자 한다. 특히 이번 고용서비스인재교육원 신축을 계기로 학부의 고용서비스정책학과와 인력개발전문대학원을 연계해 고용서비스 전문인력 양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사회 전문가와 협력하면 지역의 고용서비스 분야에서도 우리 대학이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리하자면 한기대가 가진 교육·연구 역량, 각종 연구 시설 및 장비, 교육 인프라 등을 지역기업과 공유하고 협력해 지역 특화산업과 관련한 국책사업을 발굴하고 애로사항 해결책을 제시해 지역의 혁신성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2023년 08월호
'런던 금융맨' 강태훈 하나銀 글로벌선임심사역 "신시장 개척에 기여 사명감"
하나은행 런던지점 파견, 유럽 금융무대 최전방 활약
국내외 기업여신심사 전문가, 신시장 개척 자부심
“우량자산 증대 일조, 후배 양성 시스템 만들 것”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하나은행의 해외 주요 거점 파견 심사역 제도는 글로벌 우량자산 증대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본행 최초의 글로벌 현장 파견 심사역으로서 새로운 길을 연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
세계적인 금융도시 런던에서 근무 중인 강태훈 글로벌심사부 선임심사역은 하나은행의 유럽 진출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핵심 자원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및 중동 지역의 인프라·부동산 섹터 투자은행(IB) 여신과 유럽 소재 글로벌 현지기업 및 한국계 현지법인 대상 기업여신에 대한 심사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최전방을 책임지는 핵심 자원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금융무대에서 신시장 개척이라는 중대한 사명을 안고 활약하고 있는 그에게서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나은행 최초 글로벌 파견 ‘중책’
강 선임심사역은 은행업을 자신의 ‘천직’이라고 밝혔다. 평소 꼼꼼한 성격 덕에 숫자를 다루는 은행원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군 복무 시절 경리 업무를 담당하며 자주 방문한 은행에서 친절한 인상을 받은 점도 진로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전역 후 착실한 준비 끝에 2009년 5월 하나은행에 입행한 그는 10년 동안 여러 지점에서 가계여신, 기업여신, 수출입, 기업외환 업무 등을 두루 경험한 끝에 2020년 1월 기업여신심사역을 맡게 됐다. 신입행원 시절부터 목표로 한 자리였다.
강 선임심사역은 “기업여신심사역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해 적정 신용등급을 매기고 영업점에서 신청한 기업여신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영업점과의 상담 과정에서 솔루션을 제공함과 동시에 은행의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매우 중요한 직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입행원 시절 선배들이 여신 경험이 적은 저에게 반드시 검토해야 할 사항들을 많이 알려주곤 했다. 기업여신심사역 출신의 책임자를 영업점에서 만나면서 심사의견 작성방법과 여신심사 시 다양한 요소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된다는 것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한 심사역을 목표로 삼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랜 노력 끝에 2020년 1월부터 기업여신심사역 자리에 오른 그는 같은 해 9월 글로벌심사부로 자리를 옮겼으며 지난해 8월부터는 세계적인 금융도시 영국 런던에 파견돼 선임심사역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최초의 글로벌 현장 파견 심사역으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신시장 개척 사명감 커, 유럽 내 우량자산 증대 기여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지인 런던이 던진 충격은 강렬했다. 세계적인 은행들의 유럽 본사들이 밀집한 만큼 각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숫자는 상당했다. 특히 각 은행마다 대규모 섹터별 투자은행(IB) 인력과 담당 심사역들이 포진하고 이를 통해 매우 다양한 섹터와 금융구조의 IB 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일까. 강 선임심사역은 자신의 가장 보람 있었던 심사 사례로 하나은행의 유럽지역 신규 섹터였던 런던 소재 데이터센터 심사를 꼽았다. 런던 발령 이후 첫 현장실사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영국 내 건설 진행 시 인허가 절차와 데이터센터의 운영·보안 등에 대한 설명을 담당자에게 직접 들었던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는 “심사 과정에서 수집한 정보들을 토대로 데이터센터 심사 시 점검해야 할 주요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부서 내 공유, 다른 지역 담당이나 신규 전입 심사역들이 효율적인 심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 지역 신규 섹터인 만큼 준비 과정이 길고 힘들었지만 리스크를 관리하는 프로세스 구축에 일조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런던을 포함한 뉴욕, 시드니 등 주요 거점에 인원을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처음 설치된 런던지점에는 당시 IB 전문가 1명만 파견됐지만 올해 3명으로 확대되면서 현재 총 6명의 전문가들이 활동 중이다.
글로벌, 특히 유럽 시장 개척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강 선임심사역은 “하나은행은 뉴욕, 런던, 싱가포르, 하노이, 중국 등 주요 거점 파견 심사역들끼리 의견을 활발히 공유하고 의논함과 동시에 국내 심사역의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여신 진행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다각도의 리스크 점검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 지역을 담당하는 런던 파견 심사역으로서 매 심사건마다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해 우량자산 증대와 자산 건전성 제고에 일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파견 기간 중 새로운 섹터와 금융구조에 대한 심사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아 후배들에게 나누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3년 08월호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 선임매니저 "토큰증권, 신세계의 '재밌는' 증권 나올 것"
2018년 블록체인 개인 스터디 시작...책 2권 집필·그룹 내 사업제안
디지털자산TF 초기 멤버로 합류해 활약
“1등 증권사로서 토큰증권 활성화·회사 경쟁력 확보 책임감”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 최지환 사진기자 choipix16@newspim.com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 선임매니저의 전망이다. 그는 “주식·채권 등 전통 증권들도 장기적으로는 토큰화될 것”이라며 “금융 선진국들에선 벌써부터 그런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토큰증권의 혁신성, 성장 가능성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2016년 이더리움을 처음 접하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에 매료돼 개인적으로 스터디를 시작했다. 2018년 ‘넥스트머니’, 2019년 ‘넥스트파이낸스’ 등 책 2권을 집필하고 미래에셋그룹 임원들에게 블록체인 관련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기술이 금융산업에서 대세가 될 것이라 판단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지시로 2021년 하반기 그룹 내에 디지털자산·블록체인TF가 신설되면서 이 매니저는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현재는 토큰증권 사업을 준비하는 디지털자산TF팀이 됐고 인원은 8명으로 늘었다.
이 매니저는 팀에서 토큰증권의 국내외 전략 수립 및 사업 추진을 담당하고 있다. 토큰증권 발행을 위해 혁신적인 기업을 직접 발굴, 사업자들을 만나 토큰증권 시범사업 참여를 제안하는 일도 한다. 그는 “토큰증권 발행을 위해 사업자들과 만나는데 그중 90%는 상품가치가 부족하고, 5%는 보통 수준이고, 5%는 우리가 굉장히 구애하고 있다”며 “사업을 잘 운영 중인 회사들은 토큰증권이 필요없는 곳이 상당수다. 때문에 우리가 구애를 한다. 무릎을 많이 꿇고 다닌다”며 웃었다. 이 기업들은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토큰증권 시장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면 미래에셋증권이 내세울 상품,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준비하면서 미래에셋증권만의 분명한 목표의식과 지향점도 갖고 있다. 이 매니저는 “국내 1위 증권사로서 국내 토큰증권 산업 활성화, 미래에셋증권의 경쟁력 확보 등 두 가지 미션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세운 전략이 토큰증권 컨소시엄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ext Finance Initiative·NFI)’와 토큰증권 실무협의체 ‘ST 워킹그룹(STWG)’ 등 이원화된 협력체계다. 이 매니저는 “금융위가 ‘토큰’은 증권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했다”면서 “NFI는 이를 위한 ‘대형 테이블’이고, STWG는 음식을 그릇에 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FI는 초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의 연합체로 SK텔레콤(ICT 플랫폼), 하나금융그룹(금융플랫폼) 등과 손을 잡았다. STWG는 토큰증권 발행, 유통을 위한 실무협의체이자 직접적으로 토큰증권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의 협력체다. 그는 “타 증권사, 토큰증권 발행사, 블록체인 기술회사, 로펌, 기타 서비스 회사들로 구성돼 실질적인 토큰증권 경쟁력을 책임지는 중요한 협력체”라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향후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이 토큰화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신종증권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재밌는 상품들이 증권으로 발행, 유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만의 차별화된 전략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언급했다. 이 매니저는 “토큰증권 사업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미래에셋증권의 사업 목표는 글로벌이었다”면서 “국가간 금융시장 연결을 통한 금융투자 영역 확장이 미래에셋그룹의 미션”이라고 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18년간 글로벌 비즈니스를 영위하며 그룹 매출의 4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토큰증권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글로벌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나아가 그는 “토큰증권은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라며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의 주요 금융기관들과도 (토큰증권 관련)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023년 08월호
이동민 위세아이텍 기술전략부 상무 ‘우수기업연구소(ATC+) 지정기업’ AI 매출 급성장...올해 역대급 실적 기대
AI 개발 플랫폼 ‘와이즈 프로핏’으로 40여 개 모델 개발
| 양태훈 기자 dconnect@newspim.com
위세아이텍이 지난해 38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는 인공지능(AI) 사업의 성과로 연매출 400억원을 넘어서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위세아이텍은 정부로부터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을 인정받아 최근 ‘2023년 우수기업연구소(ATC+) 지정기업’에 선정됐다. ATC+는 특허출원 건수가 타 사업 평균의 1.5배 이상, 사업화 매출은 2배 이상을 기록하는 등의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매년 5억원을 지원하는 성장 지원 사업이다.
1990년 9월 위세정보기술이라는 사명으로 출발한 위세아이텍은 AI 솔루션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회사다. 2000년 3월 현재의 위세아이텍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와이즈 인텔리전스’를 출시해 빅데이터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성장세를 맞았다. 2018년 4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고, 이듬해 3월에는 AI 개발 플랫폼 ‘와이즈 프로핏’을 출시했으며, 2020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이전 상장했다.
위세아이텍은 국책 연구과제를 통해 ‘기계학습 기반 공공 데이터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비롯한 ‘빅데이터 품질평가 도구’, ‘딥러닝을 활용한 실시간 금융거래이상탐지 시스템’, AI 기반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통합분석지원 시스템’ 등 AI와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이동민 위세아이텍 기술전략부 상무는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위세아이텍은 개발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업무 데이터에 대한 이해만 있으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만들어내고, 운영 관리가 가능한 AI 개발 플랫폼인 와이즈 프로핏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며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 40여 개 모델을 제공해 120억원(지난해 기준)이 넘는 매출을 거뒀는데, 올해는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와이즈 프로핏을 활용하면 (AI 모델 개발 프로세스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와이즈 인텔리전스는 그간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스트래티지, IBM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보유했던 제품으로, 위세아이텍이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서 국산 기업 최초로 국내 시장에 출시해 공공 분야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며 “회사 전체 비즈니스에서 공공 분야가 30% 정도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는데, AI와 빅데이터를 집중 육성하는 정책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어 관련 사업들에서 수혜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위세아이텍은 올해 2월 AI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정적 분석 전문기업인 ‘아카이브테크놀로지’를 인수하는 등 기술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를 분석해 소스 코드상에 존재하는 취약점을 찾아내는 것에서 나아가 챗GPT와 같은 생성 AI를 활용한 소스 코드 큐레이션, 보안 이슈 감지 등을 제공하는 지능형 애플리케이션 정적 분석 도구를 개발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동민 상무는 이에 대해 “아카이브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아스타(ASTA) 솔루션은 관련 분야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품으로, 위세아이텍이 가지고 있는 영업력과 기술력들이 결합하면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품질 담당자와 개발자들에게 보다 적합한 소스 코드를 큐레이션해 준다든가, 보안 이슈들을 감지해 알려준다든가 하는 형태로 정적 분석 도구의 성능 향상과 함께 한층 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회사의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3.5% 정도다. 특히 AI 관련 부문에서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며 “올해도 목표치들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전했다.

2023년 08월호
이태식 과총 회장 “이젠 민간 영역도 네트워크 활성화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 필요한 때”
기존 ODA 뛰어넘은 기술 이전 및 협력 지향
민간 차원 협력 통해 수요·공급 맞춰 시너지
|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newspim.com
“이제는 민간 영역에서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과학기술 이전과 협력이 필요하며, 정부도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해줘야 할 때입니다.”
올해 취임한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의 염원은 간단 명료했다. 국제사회에 한인 과학자들과 석학들이 포진해 있지만 그동안 이 같은 인적 네트워크 활용이 부진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를 잘 활용해 실제 연구개발(R&D)까지 추진해 보자는 얘기다.
지난 7월 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가진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이태식 회장은 해외에 있는 과학기술인들과 협업해 민간 영역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 간 과학기술 교류와 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이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총이 함께 연 ‘제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 개막식이 열린 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과학기술의 글로벌 인적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과학기술 분야 교류회인 콘퍼런스, 세미나, 심포지엄 등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학술단체를 대상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지속가능한 협력(Sustainable Cooperation)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 공동연구 수요 도출 이후 별도의 후속 지원계획은 부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을 통해 국제 공동 이슈에 대응하고 당면한 난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국가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학술단체 중심의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민간 차원에서 다른 국가와 협력하게 되면 양측이 모두 학회를 중심으로 힘을 모을 수 있다”며 “상대국은 학회, 연구기관, 기업 등이 함께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산업 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기존의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을 넘어 과학기술 이전과 협력 차원에서 민간의 역할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재의 ODA 사업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게 추진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베트남의 경우 농수산물 수출국인데 우리와 베트남 모두 바이오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베트남은 농업 바이오를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가별 상황이 다른 과학기술 수요에 맞춰 기술 이전과 협력을 하게 되면 그만큼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최근 과기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20%가량 낮추고 오히려 국제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정부 차원의 접근 방법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동 연구에 해외 연구자의 이름을 올리면 되는 것 아니겠냐는 비난도 이어진다.
이 회장은 “해외 공관과 협력해 기술 수요를 찾고 재외 한인학자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 교류를 진행해야 한다”며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과학기술 선진국과 바이오, 양자 분야 등 12대 전략기술 관련 공동연구 수요를 도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태식 과총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이번에 개최한 ‘제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는 어떤 의미가 있나.
세계 각국의 한인 과학기술인을 국내로 초청해 국내 과학기술인과 교류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자리다. 행사에는 한국 여성 최초 미국 스탠퍼드대학 의과대학과 전자공학과 종신 교수로 임용된 이진형 교수를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인 배리 배리시(Barry Barish), 콘스탄틴 노보 셀로프(Konstantin Novoselov) 등 300여 명의 해외 과학기술인과 700여 명의 국내 과학기술인이 함께 참여했다. 세계 한인과학기술인 협력망을 강화하고 미래 과학기술 혁신의 방향을 탐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Q. 이번 한인과학기술인대회는 어떤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나.
2030년도에 필요한 기술을 자기 분야에 맞춰 발표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12대 전략기술로 미래를 내다봤다. 이들 분야와 관련된 발표가 이번에 이어졌다. 이를 토대로 2030 미래보고서를 발표하고 해외 석학과 젊은 세대들이 모두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무게를 뒀다.
Q. 대회를 통해 과총이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최근 기후변화와 신종감염병 같은 국제적 공동 이슈 증가, 기술패권 경쟁, 산업 공급망 위기 등으로 인해 과학기술 국제 협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현 정부는 국정 과제로 미국과 유럽 등 선도국과의 기술별 협력 전략을 마련하고 국제 공동연구, 핵심 인재 교류 등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은 바 있다. 과학기술의 글로벌 인적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컨퍼런스, 세미나, 심포지엄 등 교류회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학술단체를 대상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지속가능한 협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 공동연구 수요 도출 이후 별도의 후속 지원 계획은 부재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을 통해 국제 공동 이슈에 대응하고 당면한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국가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학술단체 중심의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민간 차원의 과학기술 이전과 협력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민간 차원에서 국가 간 협력을 하게 되면 양측이 학회가 되고 해외는 학회, 연구기관, 기업도 함께 협력한다. 현재로서는 국내에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고 가려는 과학기술 방향이 정해졌는데 더 이상 연구개발(R&D)을 키울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의 국제 교류 시 기술 이전을 추진하면서 과기부가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 가운데 과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수요를 보면 선진국, 개발도상국 등 각 국가가 하고 싶은 게 똑같다. AI, 메타버스, 바이오 등 비슷하다. 지금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게 추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은 농수산물 수출국으로서 농업 바이오를 원하고, 우리는 이와 다른 첨단 바이오를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사례다. 원래 ODA 사업은 외교부가 하는 것이고 과기부, 산업부가 할 수 있는 기술 이전은 협회를 통해 할 수 있길 기대한다.
Q. 향후에는 어떤 계획이 있나.
미국 청정에너지 회사 블루플래닛 에너지의 행크 로저스 대표를 만나 우주와 연계한 기후 변화 대비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이번에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푸른 지구(유리 구슬)에 대한 아이디어도 사실 행크 로저스의 것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논의할 뿐만 아니라 해외의 젊은 세대, 석학들과 함께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3년 07월호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 "新 대학로 시대 눈앞…예술계 선순환 유도할 것"
| 김용석 문화부장 fineview@newspim.com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이형석 사진기자 leehs@newspim.com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가 대학로센터(극장 쿼드)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서울연극센터, 연극창작지원시설로 이어지는 대학로 예술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신(新) 대학로 시대를 활짝 연다.
이 대표는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예술 산업의 중심이 돼 온 대학로에서 서울시민과 연극인들, 예술인들을 위한 시설을 통해 대학로의 새로운 예술전성기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대학로센터의 예술청을 비롯해 8월 새로이 준공 예정인 성북구 연극창작지원시설로 창·제작 예술인들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촘촘하게 지원한다.
서울연극센터부터 창작 지원·예술인 종합지원까지
“대학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의 본거지예요. 지금껏 서울시민이나 국민들 모두가 대학로 하면 공연예술의 대표 공간이라고 생각을 해왔죠.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어내면서 대학로가 스스로 자라온 것에 비해 공연예술 쪽에 대한 공공의 기능은 사실 좀 약했어요. 민간 공연장들 위주로 운영돼 왔지만 서울과 대한민국 공연의 전통을 지켜가고 여러 문화예술시설들을 직접 운영하는 건 공공이 할 일이죠. 이전부터 장애예술인의 창이 돼온 잠실창작센터를 대학로로 옮겨 통합해 주고, 기존의 연극센터도 확장해서 재개관을 했어요. 과거엔 1, 2층만 이용됐는데 지금은 4층 건물로 쓸 수 있죠. 연극창작지원시설은 동소문동에 아주 크게 세워지는데 특별히 연극인들을 위한 과정, 창·제작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해요.”
지난 4월 12일 재개관한 서울연극센터에선 이 같은 신 대학로 시대를 예고하며 관객과 연극인들 간 소통을 한층 강화했다. ‘퇴근 후 공연 전’, ‘낭독 페스티벌’ 같은 개관 프로그램이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대학로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연극에 집중하는 한편, 서울의 문화 중심 지역을 또하나 구축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이 쉽게 예술을 접하게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연극센터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벌써 대학로 내에서 일어나는 연극의 각종 홍보가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연극센터를 중심으로 더 여러 시설을 보완해서 서울의 대학로를 찾는 분들과 예술인들에게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주고 친숙하게 접근하게끔 하려고 해요. 단순한 정보 제공뿐 아니라 누구든 프로그램이나 예술 창작에 직접 참여도 할 수 있게끔요. 낭독공연이나 연극인들의 비하인드 같은 오랜 연극 생활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연극에 대해서 새로운 잠재력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 될 겁니다. 대학로도 그렇지만 재단에서는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들에 예술창작센터들을 운영 중이에요.은평이나 미아, 금천 등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기 조금 어려운 시민들에게도 예술이 닿기를 바라죠.”
특히 이창기 대표는 현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2층에 위치한 예술청에 예술인들을 위한 종합지원센터를 준비 중이다. 예술가들의 창·제작 활동의 어려움이나 고민, 민원을 해결하고 예술단체의 행정, 법률, 노무 등에 관한 상담도 연결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장 어떤 지원이 있는지 정보가 부족한 예술인, 단체에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예술인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체계가 필요해요. 지난 4월에 설계를 완료하고 6월 착공해서 8월 말까지는 시설이 갖춰질 겁니다. 재단에서도 거기에 여러 인력 배치라든가 또 어떤 콘텐츠를 해야 할지 계속해서 자문회의를 하고 있어요. 단순히 예술인뿐만 아니라 예술단체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법인 운영이나 행정, 노무, 법률 상담도 가능하게끔 하려고 합니다. 다 무료로 지원해 드리는 거죠. 이런 작업도 신 대학로 시대를 여는 재단 활동의 일환이 될 겁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는 금천예술공장, 문래예술공장, 삼일로창고극장,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신당창작아케이드, 연희문학창작촌 등 8개 창작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각 공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순수예술을 지원하며, 최근 예술가들의 연간 작품계획에 맞춰 한발 더 앞선 지원을 위해 연 2회의 통합 공모 시기를 조정하고 지원 분야를 3개에서 5개로 세분화했다. 이제는 청년, 신진, 유망, 중견, 원로의 다섯 분야에서 맞춤 지원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조금 더 현실성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
“창·제작 예술인들이 지원 여부가 빨리 결정되지 않아 연간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술가들은 1년 농사를 앞두고 재단에서 결정을 빨리 해줘야 하죠. 취임 후 가장 먼저 1차 예술 지원 통합 공모를 예년보다 2개월 앞당겨서 9월 말에 결과를 공고했어요. 그리고 연초에 2차 공모를 진행했죠. 물리적으로 서울시가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고, 빠르게 하기 위해 7개 장르 심사 인력을 대폭 늘렸어요. 권위 있는 심사 평가를 할 수 있는 분들, 풀도 확대했고요. 대한민국 예술 시계가 한 달이 빨라진 거죠. 더 나아가서 지원작들이 얼마나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권을 높여주는가 향후 평가 지표를 통해 효과성 측정을 해나가고 있어요. 5개로 분야를 세분화한 것도 이 작업들을 통해 이루어졌죠.”
사계절 축제로 확대된 ‘아트페스티벌 서울’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올해 대폭 확대된 서울의 거리축제 ‘아트페스티벌 서울’을 통해 서울의 주요 공간들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하나로 잇고, 서울시민이 언제 어디서든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지난 5월 5~6일 송현녹지광장 및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봄 서울서커스예술축제를 시작으로 여름 서울비보이페스티벌(노들섬), 가을 서울거리예술축제(서울광장 등), 한강노들섬 오페라, 한강노들섬 발레, 서울생활예술축제(잠실실내체육관), 겨울엔 서울융합예술축제(문화역서울284)가 시민들을 찾아간다.
“코로나 시기엔 축제를 열 수 없었지만 서울에선 거리예술축제를 진행해 왔어요. 서울이 광역도시의 중심이고 글로벌 국제도시로 거듭났잖아요. 서울광장에서 하는 축제는 내국인을 위한 것도 있지만 관광 목적도 있고 도시의 문화적 브랜딩을 위한 목적도 있죠. 가을에 밀집됐던 축제를 사계절로 늘려서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 것이 ‘아트페스티벌 서울’입니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거리예술축제와 노들섬 오페라 ‘마술피리’를 시작했어요. 오스트리아의 대표 축제 브레겐츠 오페라 페스티벌 정도의 예산은 못 들이지만 올해는 노들섬에서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전막공연을 올려요.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희곡을 선정했어요. 그 다음 주엔 한강 노들섬을 배경으로 발레 ‘백조의 호수’ 전막공연이 찾아갑니다. 유니버설, 민간 발레단 협동조합이 함께 참여해 2주간 노들섬에서 주말 공연을 열 예정이에요.”
얼마 전 서커스 페스티벌을 마무리하고 6월 3일 열린 비보이 페스티벌에 이어 가을에 거리예술축제, 전막 오페라·발레, 생활예술페스티벌, 겨울엔 서울역284에서 융합예술 페스티벌 2회까지 숨가쁘게 이어진다.
“우리 페스티벌은 기본적으로 내외국인 참여자들의 설문 평가를 받고 있고, 특히 노들섬 오페라와 발레는 서울관광재단과 협력해서 회당 600~700여 명의 해외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관광상품으로도 연계해서 진행 중입니다. 이미 거리예술축제를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적지 않은 인원이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와 매칭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죠. 당시 5분 만에 마감되기도 했어요. 노들섬 오페라는 한강에서 한다는 의미도 있고, 노들섬을 예술섬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에도 부합하는 공연이 될 거라 봅니다.”
이 대표도 취임과 맞물렸던 코로나로 인한 아쉬움이 적지 않을 터였다. 그 기간을 거치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체감한 목표는 공연예술계의 선순환 유도였다. 자연스레 재단에서 진행해온 사업의 모든 부분이 이와 맞닿아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시기를 맞았었죠. 예술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게 치명적이었어요. 예술인 스스로 생계 문제가 컸고 단순히 소비층, 수용 측면에서만 문화복지, 향유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창·제작인들이 내놓는 작품, 창작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됐죠. 결국 선순환이 가장 중요합니다. 첫 번째로 경쟁력 있는 창·제작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이후엔 많이 향유케 하고 꾸준히 그 부가가치가 공연예술계에 돌 수 있도록 다른 창·제작 선순환 구도를 이끌어내야죠. 코로나 때는 불가피하게 단순 지원에 그쳤어요. 다 시민들의 세금이고 소중한 예산이에요. 물론 예술생계, 경쟁력을 위해서도 쓰이지만 거기서 머물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들이 널리 향유되고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가길 바라죠.”
이런 선순환 유도를 위해 이 대표는 서울예술상을 신설하고 ‘서울스테이지11’을 통해 시민들이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재단의 창제작센터를 비롯한 서울의 11개 문화공간을 선정해 한 달에 한 번씩 시민들과 만난다.
“예술 지원의 선순환을 한 턴으로 가져가는 것의 일환으로 ‘서울스테이지11’에서는 18개의 우리 참가 공간들에서 11곳을 선정,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으로 시민들과 만나게 돼요. 사실 예술가들이 상주해서 창작을 하는 시설이 많아 일반 시민들에겐 재단 사업이 그리 알려지지 않거든요. 한 달에 한 번 개방을 해서 11개 공간에서 11시 전후로 마티네 콘서트처럼 선보이고 있어요. 연희문학창작촌에선 문학 낭독 콘서트를 음악과 함께, 금천예술공장에선 다원 예술 같은 각 공간의 특성을 살렸어요. 서울문화재단의 창작 공간을 지역민들에게 돌려줘 오전에 문화가 있는 삶을 제공하고 예술가들에게도 설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어주는 거죠.”
올해 첫 개최한 ‘서울예술상’도 단순히 지원으로만 끝나지 않는 ‘선순환 구도’를 위해 공들인 부분이다. 이 대표는 단순히 티켓 판매 실적으로 상을 받는 여느 시상식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자리”가 서울예술상 무대가 되기를 바랐다.
“순수 기초예술 분야는 티켓 판매로 평가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작품성을 위주로 보게 되고, 재단의 창·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 중 뛰어난 성과를 치하하는 거죠. 지원 사업 50여 작품을 130여 명의 심사위원들이 직접 심사했어요. 영화에는 청룡영화상, 대종상 등이 있고 뮤지컬도 어워드가 있는데 왜 순수예술을 하는 분들은 레드카펫도 못 밟느냐는 이야기도 나온 적이 있고요. 무엇보다도 좋은 작품을 만든 예술인들이 서울예술상 수상을 통해 또 다른 곳에서 인정받고 내세울 수 있는 자랑스러운 경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2024년 20주년을 앞두고 지난날을 성찰, 반성하는 동시에 새로운 2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창기 대표는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을 그동안 헌신해온 조직경영, 조직문화 발전과 재단의 대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이어 시민들과 직원들에게 한층 더 친근하고 필요성 있는 예술지원 브랜딩의 터닝포인트로 삼을 생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 시정, 문화 정책 목표와도 다양한 사업을 연계해 발맞춰 나가는 것은 물론이다.
“내년 10월 말 퇴임을 앞두고 서울문화재단 20주년이에요. 미래 준비 TF도 구성하고 성찰과 반성을 통해 향후 20년을 위한 중간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요. 이 시기를 터닝포인트로, 어떻게 재단 위상을 높이며 직원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예술계에서 일해 나갈지 함께 고민 중입니다. 재단은 서울 시정, 문화 정책과 더불어 콘텐츠들을 수립하고 실행해 왔어요. 예술지원체계 개편은 서울시의 공정, 균형·규모 예산의 적정성이란 목표와 맞춰 나가고 있고요. 장애인예술지원센터를 이전하고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은 약자와의 동행이고, 각 창제작센터 지원은 엄마아빠프로젝트, 한강 그레이트 선셋 같은 정책과 맞닿아 있죠. 청년문화패스, 통합문화이용권들이 서울시 정책과 연계돼 진행되는 사업들이고요. 시에서도 우리의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고 있고, 든든하게 재단의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이사는 세종문화회관 경영본부장, 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사)한국문화경제학회 부회장,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재직 시절 ‘천원의 행복’을 기획해 주목받았으며, 지역예술재단 대표를 수차례 역임하는 등 공연기획·예술경영 전문가로 손꼽힌다.

2023년 07월호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K아트가 전 세계 선도…'일무'로 가능성 봤죠"
서울시무용단 ‘일무’, 뉴욕 링컨센터 ‘코리아 아츠 위크’ 대표공연 진출
세종문화회관 리빌딩·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서울 프로젝트’ 뒷받침
| 김용석 문화부장 fineview@newspim.com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랜드마크 세종문화회관이 2028년 개관 50주년을 앞두고 변화의 물결을 맞았다. 그 중심엔 지난 2021년 취임한 안호상 사장이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자생력을 갖춘 대표 국·공립 극장으로서 예술의전당과 함께 문화도시 서울을 구성하는 양대 축을 이룰 전망이다.
안 사장은 최근 뉴스핌 월간ANDA와 만나 산하 예술단체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로 국내 최초로 7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 진출을 성사시킨 과정을 들려줬다. ‘BTS’, ‘오징어게임’ 흥행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K컬처 열풍과 더불어 안 사장이 전 세계 최상위 클래스 예술경영인들·극장 관계자들과 만나 수년간 공들인 결과다.
“제작극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
“제작극장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환경이고, 시대의 요구라고 생각했어요. 산하 예술단이 9개나 있고 단체가 없는 극장과는 달라요. 단체들이 조직의 일부로서 이 극장의 콘텐츠를 책임져야 합니다. 해외에선 단체를 갖고 있는 극장에서 자신들의 작품들로 온통 극장을 채워요. 세종은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고 산하 예술단이 사업비의 50%를 쓰고 있어요. 적어도 우리 극장의 50%는 단체가 책임지는 극장이 돼야죠. 그걸 위해선 적어도 외부 대관, 초청단체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우리 극장만의 콘텐츠 역량을 키워야 해요. 작품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마케팅, 단체 운영 역량 등을 자체적으로 갖춰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작극장으로 가야 한다고 했던 겁니다.”
제작극장으로의 요구가 절실했던 이유는 또 있다. 안 사장은 오래도록 예술경영계에 몸담으며 최근 놀랍도록 뜨거워진 한국 예술에 대한 요구와 욕구를 체감한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한국이 전 세계의 중심이 될 시기가 도래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젠 과거 서구 문화를 쫓아가던 시대가 아니라 모두가 한국을 바라보는 때예요. 전 세계가 한국에서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 주목하죠. 순수예술도 전시든 공연이든 우리 고유의 콘텐츠를 내놔야 하는, 창작을 해야 하는 요구가 국제적으로도 있다고 봐요. 이 일을 세종이 안 하면 누가 하겠어요. 민간에선 더 한계가 있어요. 공공·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산이 있고, 잘 훈련된 단체가 있고, 백업해 주는 행정·무대·인력을 갖춰주는데 안 할 수 없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했어요. 전 세계 예술의 중심이 아시아로 넘어오는데 그 선도적인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안호상 사장은 국립극장장 재직 시절 ‘묵향’, ‘트로이의 여인들’ 등 한국의 전통에 현대성을 가미한 작품을 다수 선보였고, 성공시켜 왔다. 서울시무용단의 ‘일무’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재의 생동감 있는 한국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노력해온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자기 콘텐츠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해요. 세계 영화시장에서 미국 문화가 지배적이지만 자국 영화가 50%를 넘기는 곳은 중국, 인도, 한국밖에 없고 심지어 음악은 99% 한국 음악만 들어요. 그만큼 자국 토착성이 강한 거죠. 굉장히 묘한 일이고 중국 옆에서도 우리 언어를 지키고 고유 문자를 만든 것이 그 덕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만큼 자기 표현 욕망이 강하고 뛰어나죠. 전통을 보존해야 하는 단체도 있지만 국립무용단, 시립무용단은 창작단체예요. 전통을 소재와 매개로 하지만 이 시대에 맞는 걸 만들기 위해 존재하죠. 전통을 새롭게 리바이즈해 시대와 동행하는, 동시대화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죠. 한국의 문화적 원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지금의 대중이 공감할 수 있게 발전시키는 게 우리의 책임 아닐까요. 그게 이 극장과 예술단체의 본연의 책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서울시무용단(단장 정혜진)의 ‘일무(佾舞, One Dance)’는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뉴욕 링컨센터 내 데이비드 H. 코크 시어터(David H. Koch Theater, 총 2586석)에서 공연된다. 제1호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儀式舞)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올여름 링컨센터 주최 ‘썸머 포 더 시티(Lincoln Center’s Summer for the City)’ 내 ‘코리안 아츠 위크(Korean Arts Week)’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중 하나로 유일한 유료 공연이다.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도 무조건 갈 수는 없죠. 한국과 K아트에 대한 대외적 시선이 바뀌니 이제는 가능해졌어요. 현지에서도 한국 콘텐츠에 관객들의 환영이 예상되기 때문에 올리고 싶어 하죠. K팝, K콘텐츠뿐만 아니라 세계 예술계에서 K아트가 하나의 장르가 돼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BTS와 오징어게임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한국 콘텐츠 소비가 급증했어요. 현지 극장에서도 새로운 타깃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임을 인지하고 있는 거죠. 6, 7년 전 국립극장 재직 시절부터 뉴욕 링컨센터 부사장을 회의체에서 만나 늘 얘기해 왔어요. 다들 관심만 보이더니 이번엔 성사됐죠. 그만큼 K아트에 전 세계 예술계의 관심이 무르익었고 반응이 뜨거워요. BTS 소비층의 시야가 K컬처 전체로 당연히 확장될 수 있고, ‘일무’가 유일한 유료 공연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봤어요.”
“역동적 서울 담을 ‘싱크 넥스트’...패키지 이미 매진”
안 사장은 2년째 레퍼토리 개발에 열중하면서 서울시예술단 금년 시즌 공연이 하나둘 성과를 받아드는 상황에 기뻐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다시, 봄’에 이어 서울시극단의 ‘키스’도 생각지 못한 매진 세례에 ‘일무’의 흥행까지 이어졌다. 산하 예술단 레퍼토리와 또 다른 축으로 현대 공연예술의 최전선에 있는 아티스트들을 주축으로 한 ‘싱크 넥스트’도 2년째 관객들과 만난다.
“ ‘싱크 넥스트’에서는 장르를 나누기보다 이 시대의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무용언어, 대중음악언어, 다양한 표현의 예술가들을 모았어요. 현대 공연예술의 전면에 나서 있는 실험적인, 선도적인 분들과 함께하는 장을 만들고 에너지들을 경험하셨으면 해요. 서울 예술가들의 표현 욕구가 강하단 얘긴 서울이 갈등과 아픔, 욕망, 기대가 극대화된 도시이기도 하다는 뜻이에요. 그만큼 역동적이죠. ‘오징어게임’과 ‘기생충’ 같은 작품이 나오는 이유이고 세상은 그걸 만들어내는 곳으로 서울을 기억해요. 그게 서울의 가치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을 치열하게 고민하게 하고, 거기에 우리도 참여하고, 관객들이 빠져들게 해보자’ 했어요. 그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들 자체를 우리가 같이 경험하자는 거죠. 예측할 수 없고 알 수 없지만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자는 의미이기도 해요.”
현재 세종문화회관은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지 않지만, 여러 차례 관람 시 등급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는 무료 멤버십을 운영 중이다. 세종 시즌, 싱크 넥스트 등 공연 패키지 판매 역시 훌쩍 뛰었다. 서울시의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와 ‘천원의 행복’ 공연 등 서울 시정과 발맞춘 공연 프로그램도 세종문화회관 증축,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과 더불어 향후 확대될 예정이다.
“싱크 넥스트는 현재 패키지가 다 매진됐어요. 일단 패키지 구매했다는 주변 분들 반응이 피부로 느껴질 때 보람을 느끼고 즐겁죠. 세종이 하는 공연을 아직 보기도 전에 믿음을 보여주신 거니까요. 세종문화회관 리빌딩과 제2 세종문화회관, 예술섬으로 바뀌는 노들섬, 세운상가에 들어설 뮤지컬 클러스터 등이 파리 ‘그랑 프로제’의 서울 버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 바스티 오페라로 이어진 파리의 문화 클러스터 못지않은 서울의 대역사가 이루어질 거예요. 저는 그 안에서 실무적으로 극장 경영 경험,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건립 과정부터 일한 리노베이션 경험을 살려 충실하게 뒷받침할 예정입니다.”
예술의전당 설계 당시부터 참여했던 안 사장의 노하우는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과 새로운 내부 극장들의 구축에도 힘이 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에 1800석 규모의 신축 콘서트홀을 재건축하고, 여의도에 들어설 제2 세종문화회관에는 뮤지컬·대중음악 공연이 가능한 공연홀이 들어설 예정이다. K팝 등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이 공간은 가변 객석으로 구성해 4000~5000명으로 수용인원이 늘어나게 된다.
“세종문화회관은 2028년이 되면 건립 50주년이라 낡기도 했어요. 시민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전용 극장에 대한 요구가 더 커졌으니 최적화된 오페라 극장을 만들어 해외 오케스트라에 최고의 극장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예술기관의 강남 편중에서 벗어나 세종을 리노베이션한 클래식 전용 공간을 구상 중이죠. 서울을 대표하는 공연장인 동시에, 강북 거주 시민들에게도 이 정도 극장을 제공하겠단 포부도 있어요. 제2 세종문화회관은 원래 문래동으로 예정했는데 여의도와 영등포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임을 감안해 접근성이나 공간의 규모를 갖출 수 있는 곳으로 시장께서 판단을 하신 것 같아요. 여의도 공원 부지를 후보지로 염두에 두고 기획 공모(디자인)한 뒤에 행정 절차에 들어가요. 대중음악 공연장, 뮤지컬·연극 공연장 외에 대형 전시장을 만들어서 국제적 규모의 아트페어도 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안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9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취임과 함께 숨가쁘게 추진해온 제작극장 프로젝트와 세종 리빌딩 등의 이슈가 진행 중인 만큼 연임에 대한 요구도 없지 않다. 안 사장은 “씨를 뿌리고 토양을 잘 구축해 두면 그 뒤엔 뭘 심어도 잘 자랄 것”이라며 시스템이 마련되면 그 뒤엔 어떤 기관장이 오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세종문화회관을 기대했다.
“관객이 먼저 믿고 선택해 주는 극장을 꿈꿔요. 동의해 주는 분들로 극장을 채우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관객이 좋아할 때 모든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이 기뻐하고, 관객 반응이 나쁠 땐 슬퍼해야죠. 극장의 선택에 신뢰를 보낼 수 있다는 건 관객과 호흡을 같이하는 거예요. 지금의 제 일은 수확이 아니고 시스템을 만들어 제작, 마케팅 역량과 극장의 기본적인 운영 원칙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에요. 그 뒤엔 뭘 심어도 잘 자랄 겁니다. 여긴 그냥 제 일터예요. 직업인으로서 충실하려 애쓰고 있고, 제 돈으로 못할 일들을 시민이 준 재원으로 할 수 있으니 행복하죠. 남이 안 해본,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해보라고 이 자리와 특권을 주셨으니 최선을 다해야죠. 이곳은 그래서 저의 직업 현장이고 그런 기회가 주어진 걸 기쁘게 생각합니다.”
안호상 사장은 예술의전당 예술사업국장, 서울문화재단 대표, 국립극장장을 지냈다. 국립극장 재직 시절 시즌 레퍼토리를 도입, 정착시켜 수많은 창작 작품을 선보이며 창극·한국무용 등 전통 기반 예술의 도약을 이끈 예술경영 1세대다. 2021년 10월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취임 후 본격 제작극장을 표방하며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으며, 올해 서울시무용단 창작무용 공연 ‘일무’의 뉴욕 진출을 성사시키는 등 성공적인 발자취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07월호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 "리움미술관 정체성은 현대와 고미술이 함께하는 것"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오면 보여주고 싶은 미술관 중 하나가 리움미술관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으로, 국보급 고미술과 현대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설계한 건물도 볼거리로 통한다.
최근 리움미술관은 ‘미술계의 악동’이라고 불리는 화제의 미술가, 한국에서는 ‘바나나 작가’로도 알려진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을 선보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대중적이면서도 우리 현대사에 일침을 날리는 카텔란의 풍자가 엿보이는 작품은 하루 약 2000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리움미술관의 ‘대박 전시’를 기획한 인물이 리움미술관 학예실장 겸 부관장인 김성원이다. 파리에서 불문학과 미술사학, 미술관학을 전공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과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아트선재센터 학예실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학과 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가 리움미술관 부관장 자리를 받은 것은 2021년 10월 8일 리움미술관 재개관 한 달 전인 9월 1일이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찾을 수 있는 2023년의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이다.
리움, 매해 미술계 새 지평 연 작가 전시로 소개
리움미술관은 올해부터 매해 1990년대부터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미술 작가를 소개할 계획이다. 개념 미술을 만든 마르셀 뒤샹처럼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거나 미술사에서 중요한 모멘텀을 만든 작가들을 리움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김성원 부관장은 “1990년대 현대미술을 주도해온 작가들이 있다. 마르셀 뒤샹은 20세기 초 미술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이런 순간은 10년에 한 번씩 나타날 수 없고, 100년 뒤 꼭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작가들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작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원장이 파리에 머물던 시절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업을 인상 깊게 봤고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성장한 결과물을 보면서 리움에서 꼭 전시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30년 전 현대미술을 주도한 미술 작가들이 현재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리드한 주세력이에요. 카텔란도 그중 하나였죠. 제가 1990년대 파리에 있을 때 그의 작업을 봤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그 기대에 실망을 주지 않고 현재까지도 작업을 잘 이어오고 있었어요. 함께 작업할 기회가 없었는데 리움에 오면서 우리 시대 중요한 작가가 누가 있을까 생각하다 카텔란이 떠올랐죠. 대중이 그의 작품을 흥미롭게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카텔란은 개념미술작가이면서 구상조각으로 조각의 전통성을 끌어내는 작가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순간 구상조각의 전통이 끊겼어요. 굉장히 올드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에서 전통 조각이 소외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현대미술과 새롭게 연결시킬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김성원 부관장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통해 한국미술에서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예술 형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카텔란은 구상조각의 형식으로 개념미술을 알려줄 수 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미술언어로 이야기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는 그중에서도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와 불안감을 건드린다. 때로는 파렴치하게, 때로는 악동스럽기도 하다.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면 부담스러울 법한데, 카텔란은 관람객과 적당한 줄다리기를 한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이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도록 하는 힘이 있다. 누군가는 그의 작품이 끔찍하고 비극적이라고도 한다. 카텔란은 이렇게 말한다. “내 작업이 도발적이야? 현실은 내 말보다 더 도발적이다”라고.
“가장 좋은 작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에요. 작가가 주는 정답은 필요가 없죠. 작가는 많은 해석이 가능하게 제안한 것일 뿐이죠. 카텔란은 ‘내 불안으로 이런 것을 만들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라고 질문을 던져요. 예를 들어 9개의 대리석 조각을 엮은 ‘모두’라는 작품은 구체적으로 묘사된 신체 부위는 없지만 천으로 덮은 시신이라는 점은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은 ‘죽음’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한 것이고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의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이죠. 이 전시를 1월에 하게 됐는데 지난해 11월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1년이 넘도록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죠. 예측할 수 없는 죽음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앞으로 리움은 카텔란처럼 1990년대 현대미술을 이끈 작가를 한 명씩 초청해 진지하게 풀어볼 예정입니다. 전시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요.”
리움·호암 전시 통합...“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
삼성문화재단 아래 리움미술관의 전신인 호암미술관도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지난 5월 18일 김환기의 미술 세계 전반을 꿰뚫어보는 전시 ‘한 점 하늘 김환기(a dot a sky kim whanki)’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고미술 전시로 특화된 호암미술관은 김환기 전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을 아우를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부관장은 그래서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은 전시를 기획했고, 김환기가 적격의 인물로 선정됐다. 김환기는 한국 근대미술사를 정립한 인물이며 미술 시장에서도 최고가를 기록해 미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에게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김환기는 고미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현대미술 작가도 아니에요. 근대미술 작가죠. 근대미술 전시를 호암미술관에서 개최하게 된 거예요.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전시를 김환기 작품이 해내줄 거라 생각했어요. 1982년 호암미술관이 고미술 컬렉션으로 문을 열면서 고미술로 특화된 미술관으로 비쳐졌지만, 고미술품은 국가에 기증됐어요. 노후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그간 수장고였던 1, 2층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저변 확대를 위한 전시 기획이 시작됐습니다. 에버랜드는 가면서 호암미술관은 오지 않고, 호암미술관의 전통 정원인 희원도 모르는 분이 많아요. 그들이 보고 싶은 전시를 구성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현대적인 시선에서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예정돼 있습니다.”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전시의 정체성을 나누지 않고, 전시 프로그램을 통합해 두 장소에서 전시를 선보인다. 이는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의 결정이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레거시를 지키면서 미래지향적인 미술관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방향에서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이 동일한 수준의 국제적인 기관으로 평가될 모습도 기다린다. 김 부관장은 “리움미술관이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호암과 리움 두 장소에서 전시가 펼쳐진다. 그래서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로 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움미술관의 정체성이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함께하는 것이기에 동일한 프로그램을 리움과 호암에서 선보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호암미술관의 전시 방향이 달라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미술관의 몸체는 컬렉션이고, 미술관의 정체성은 컬렉션으로 만들어집니다. 리움과 호암의 정체성은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함께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더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고미술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시들을 호암미술관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리움미술관에 비해 지리적 여건이 아쉬워도, 용인까지 찾아와야 하는 이유를 호암미술관의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마련 중입니다. 희원을 보러 와도 좋습니다. 희원을 보고 전시도 보시고, 전시 보러 와서 희원서 쉬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러면서 관람객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면 좋겠어요.”

2023년 07월호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 "시민의 든든한 버팀목 될 것"
“합리적 해결 방안 제시할 선진 ‘정책의회’ 초석 다지겠다”
“ ‘특례시 특별법’ 제정 통해 최대한 혜택 받을 수 있어야”
“본래 취지 맞는 ‘진정한 주민참여예산’ 정착 위해 노력”
| 순정우 기자 jungwoo@newspim.com
“수원특례시의회는 청년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시정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장을 직접 뛰며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입니다.”
경기 수원특례시의회는 지난해 제12대 의회부터 ‘수원특례시의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출범했다. 특히 이번 12대 의회는 12년 만의 여소야대로 수원특례시 집행부의 정책과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의회의 행보 중심에는 5선의 김기정 의장(국민의힘)이 있다. 경험과 관록이 빛을 낸다는 이야기다. 김 의장은 지난해 7월 6일 제12대 수원특례시의회의 원 구성과 함께 전반기 의장으로 취임했다. 김 의장은 현재 경기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 회장, 대한민국 중앙지방협력회의 실무위원을 겸임하며 수원특례시 위상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뉴스핌 월간ANDA는 최근 수원화성 인근 ‘수원전통문화관’에서 김 의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시민 여러분의 대변인으로서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선진 ‘정책의회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다짐하며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의장은 “정치는 자유와 질서를 유지하게 하고, 특히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나라의 주인인 시민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시민의 뜻’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소개했다.
다음은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과의 일문일답.
Q.수원특례시민께 인사 말씀 부탁드린다.
사랑하는 수원특례시민 여러분, 수원의 전통과 정조대왕의 역사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있는 수원전통문화관에서 만나뵙게 되어 더욱 반갑다. 시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관심과 지속적인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수원특례시의회는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수원특례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시민 여러분의 일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Q.수원특례시의회 의장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는데 그간의 소회는.
수원특례시의회는 시민의 대변인으로서 시민 여러분의 뜻을 반영해 조례 제·개정, 행정사무 감사, 예산 심의·편성 등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특히 수원시의회는 사상 처음으로 ‘수원시 공공기관장 임용후보자에 대한 정책검증 청문제도’를 도입해 네 번의 청문회를 진행했다. 임용 후보자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좋은 영향을 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처음으로 ‘수원특례시 공공기관장 임용후보자 정책검증청문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Q.최근 수원특례시의회는 정책의회를 강조하는데.
지방분권 2.0 시대를 맞아 의회의 역할과 권한은 점점 커지고 있고, 시민 여러분의 다양한 수요는 넘치고 있다. 수원특례시의회는 이러한 시민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는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정책지원관 제도를 통해 지난해 정책예산 TF팀을 신설했고, 올 3월 31일 자로 정책1, 2팀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또한 최근에는 시민에게 힘이 되는 정책의회 출범 기념으로 ‘정책담당관 현판식’을 개최했다.
시민 여러분의 대변인으로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선진 ‘정책의회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전문성을 갖춘 정책의회로 거듭나겠다. 시민 여러분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 좋은 일상을 지원해 시민에게 사랑받는 의회, 시민에게 힘이 되는 의회로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Q.특례 없는 특례시라는 말이 나오는데 특례시의회 차원에서 대응 계획은.
수원특례시의회를 비롯한 용인, 고양, 창원 등 4개 특례시의회는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주요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수원에서 개최된 특례시의회 의장협의회 회의에서는 특례시 특별법 제정 촉구와 의회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관 직급 상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선 올해로 특례시는 출범 후 2년 차를 맞았지만 실질적인 권한 이양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이렇다 할 혜택이 없는 것에 대해 모두 공감했다. 이에 따라 특례시의 정의와 책무, 재정 지원 근거 등을 담고 있는 ‘특례시 특별법’ 제정을 통해 특례시민이 최대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한 의회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기초의회의 7급 상당 정책지원관을 광역의회 수준인 6급 상당으로 채용해 ‘특례시의회에 걸맞은 전문 인력’을 확보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Q.의회에서 ‘수원시 주민참여예산’ 삭감으로 논란이 있었는데.
2023년도 주민참여예산안은 대부분 보도블록 교체나 펜스 설치 등 집행부에서 마땅히 해야 할 사업이 대부분이었으며,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아이디어를 반영하고자 한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본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아 삭감했다. 물론 시민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보도블록 교체, 펜스 설치 등 도로 정비와 환경개선 사업은 꼭 필요하며, 수원시에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담당 부서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분명한 것은 시민·의회·수원시 간 충분한 소통을 통해 주민참여예산 본래의 취지에 맞는 사업은 당연히 예산에 반영될 것이다.
올바른 주민참여예산을 알리기 위해 전문가·시민 등과 함께 주민참여예산 토론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수원특례시의회는 더 많은 시민이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본래 취지에 맞는 ‘진정한 주민참여예산’ 정착을 위해 더욱 노력할 방침이다.
Q.경기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으로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최근 지방의회는 ‘지방의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경기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 회장과 대한민국 중앙지방협력회의 실무위원으로서 지방의회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지방의회의 역할과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인사권 등 아직도 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방의회법은 지방의회의 조직·예산·운영에 대한 중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법 제정을 통해 ‘자율성과 책임성 있는 지방의회’로 지역의 문제를 지방의회가 지역 주민과 함께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 본다. 현재 ‘지방의회법 제정 지원 TF’ 구성을 추진 중이며, 이를 시작으로 2017년부터 건의된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다.
Q.수원은 청년층이 제일 많다. 최근 청년을 위해 펼치는 활동은.
수원특례시는 인구의 24.1%가 청년층이다. 시의회는 의회 본연의 역할인 조례 제·개정을 통해 청년층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행정사무 감사에서는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과 지원에 대한 사항을 꼼꼼히 살폈다.
우리 특례시에서는 청년 월세 지원, 역세권 새빛 청년존, 취업 청년을 위한 청나라·청카드·청년희망키움통장, 청년기본소득 지급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의회는 청년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꼼꼼히 점검해 지원하고, 청년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시정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장을 직접 뛰며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Q.김 의장이 생각하는 ‘정치’는.
시민이 시민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 주변과 생활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정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치는 자유와 질서를 유지해 주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나라의 주인인 시민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시민의 뜻’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5선의 정치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남은 임기 동안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의 작은 목소리도 귀담아 듣고, 보다 낮은 자세로 시민 여러분을 섬기며 오로지 시민의 행복한 일상을 위해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필요한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

2023년 07월호
윤원균 용인특례시의회 의장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 앞장”
“수지 3호선 문제, 분당선 연장, 경강선 문제 풀어가야 할 숙제”
“‘특례시 특별법’ 제정 통해 재정·사무 권한 이양 작업 이뤄져야”
| 노호근 기자 seraro@newspim.com
“의원 한분 한분과 소통하며 ‘최고의 의회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7월 1일 전반기 제9대 용인특례시의회 의장에 당선된 윤원균 의장의 소감이다. 윤 의장은 취임 후 용인·수원·평택·화성·안성·오산 등 6개 시군의회 간 현안을 협의하고 의회 운영 활성화를 위한 상호 정보교환, 지방의회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결성된 경기도 시군의회의장 남부권협의회 회장을 맡아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의장 취임 1년이 되어가는 6월, 윤 의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남은 임기 동안 의장으로서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운영계획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윤 의장과의 일문일답.
Q. 제9대 용인특례시의회 1년 동안의 소회는.
제9대 의회가 출범할 당시 코로나19가 완화됨에 따라 각종 행사, 모임, 회의 등이 본격적으로 개최되면서 분주한 8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2번의 정례회와 7번의 임시회를 열어 총 222건의 안건을 처리했고, 2번의 추경예산안과 올해 본예산을 심의하면서 시민의 혈세가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살폈다.
내부적으로 32명의 의원들이 지난해에는 7개 의원연구단체를, 올해는 8개 의원연구단체를 운영하며 입법 및 정책 등에 대한 연구개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또한 의원봉사단을 구성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을 지원했으며, 지난여름 집중호우 피해가 심한 동천동·고기동 일대에 수해복구 활동과 함께 성금 모금을 통해 지원했다. 용인에서 처음 개최하는 경기도종합체육대회와 장애인종합체육대회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등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의정활동과 성과를 낸 1년이었다.
Q. 용인특례시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잘 알고 있는 의장께서 용인시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용인시의 인구는 1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인구가 늘면서 도시도 팽창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시장이 계속 바뀌면서 각종 사업들이 연속성 없이 단절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용인시는 재선하는 시장이 없었다.
시장이 되고 나서 누구나 똑같이 지역의 정세를 파악하고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3년 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실질적으로 첫발을 딛는 것은 3년이 지나고 나서인데 그러다 보면 임기가 끝난다. 재선을 못하니 거기서 단절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태에서 인구는 계속 유입되고 도시는 팽창하게 돼 결국 시민들은 기반시설이 없는 상태로 고충을 겪으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교통과 환경 문제도 있다. 특히 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수지의 3호선 문제, 분당선 연장, 경강선 등 철도 현안은 시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의회와 시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Q. 용인 등 4개 특례시·특례시의회가 ‘특례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데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현재의 특례시는 어른이 아이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 특례시 특별법 촉구는 옷이 몸에 맞지 않으니 어른 옷을 달라는 것과 같다. 특례시 1년이 지난 지금도 재정·사무 권한 이양 작업이 미진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특례시가 요구해온 이양사무 86개(383개 단위 사무) 기능 중 불과 9개(142개 단위 사무)만 이양받았다. 9개 사무마저도 재정 지원이 미흡한 상황으로, 현재까지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광역시와 4개 특례시는 행정 수치에서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광역시의 평균 지방공무원 수가 8117명인 데 비해 특례시는 3565명으로 광역시가 2배가량 많다. 세출예산 규모는 광역시 4조7000억원, 특례시 3조원으로 약 1.8배 차이가 난다. 사회복지비 규모도 광역시 1조8000억원, 특례시 1조2000억원으로 1.8~3배 차이가 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승원 의원이 지난 4월 25일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특별법에는 △특례시 지원위원회 설치 △사무특례협약 제도 △예비특례시 지정 △특례 영향평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계정 설치에 관한 특례 등 모두 20개 조항이 담겨 있다.
Q. 지방자치가 발전하면서 집행부의 권한은 높아진 반면 의회의 기능과 권한은 변함이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집행부와의 관계 설정 방향이 있다면.
100만 이상인 특례시의회가 대한민국특례시의회의장협의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특례시의회가 광역시에 가까운 인구와 의정 수요에도 시의원과 의회 조직 규모가 여전히 중소도시 수준에 머물러 효율적인 의정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례시의회 위상과 수준에 맞게 의회사무국의 조직이나 정원을 현실화하자는 목표를 갖고 조직권·예산권 등에 대해 4개 특례시의회가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관철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 의원 1인당 1정책지원관 체제를 갖춰 지방의회 의원들이 충분히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를 견제, 감시하기 위해 국회에 국회법이 있는 것처럼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지방의회법 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조직구성권이나 예산편성권 등이 보장될 때 지방의회는 독립성을 가질 수 있으며, 이것이 용인특례시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가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하는 가장 큰 이유다.
Q. 플랫폼 시티와 반도체 클러스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의회의 역할이 있다면.
플랫폼 시티 개발로 인해 발생된 개발이익금이 다시 플랫폼 시티에 재투자되는 부분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시티가 대한민국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고 용인시의 위상도 올라가게 된다. SK하이닉스가 들어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그동안 용인시가 성장하면서 인프라 확충과 교통 입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난개발로 인해 기흥, 수지 지역의 주민들이 피해를 받아 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도시 기반시설 확충이 우선시돼야 한다. 플랫폼 시티나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단지 등 큰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그곳에서 발생된 이익들이 재투자돼야 한다는 부분이다.
또 체계적인 도시계획, 교통 인프라 확충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이나 기업인들로부터 ‘정말 잘 만들어 놓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의회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견제와 감시를 하겠다.
Q.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용인특례시의회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기존 용인시 기업들이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새로운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기존에 있던 기업들과 범위 내 포함된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기존 기업들도 용인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기여해 온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주 지원 정책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기업인들이 시를 신뢰할 수 있도록 돕겠다. 일자리 창출은 용인시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다. 먼저 관내 기업들은 용인시민들을 먼저 채용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의회가 기업인들과 소통을 통해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점검하겠다. 더 나아가 인근 지역의 시민들이 채용될 수 있도록 의회에서도 집행부와 소통하고 노력할 생각이다.
용인은 베드타운을 벗어나 자족도시, 직주 근접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정책적 변화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 시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의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확충하고, 교육·문화·의료 인프라 등을 갖춰 자족도시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의회는 용인특례시가 자족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연구단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집행부의 사업에 대해 끊임없이 점검해 나가겠다.

2023년 07월호
'글로벌 PB' 민혜정 우리은행 팀장 "자산관리 원칙은 고객과의 신뢰"
“고객들이 이해하지 못한 상품은 판매 안 해”
“중위험 중수익으로 7~8% 수익률 상품 추천”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 최지환 사진기자 choipix16@newspim.com
“증권사가 수익을 좇아 가는 곳이라면 은행은 직원과 고객의 릴레이션(Relation)으로 움직이는 곳인 것 같습니다. 과거 고객님이 했던 말 중 하나가 은행원 중에서 금리에 대해 매주 리포트를 해주는 직원이 없었다는 겁니다. 고객 본인들이 생각할 때 큰돈은 아닐 텐데 프리미엄 센터 직원이 매주 리포팅해 준다는 것을 시작으로 자산을 많이 옮겨주신 고객님도 있고, 그런 부분에서 신뢰가 많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뉴스핌 월간ANDA가 PB(프라이빗뱅커) 10년 차인 민혜정 우리은행 TC프리미엄 이촌센터 PB팀장을 만났다.
민 팀장은 1997년 입행 이후 홍보실에도 근무했고 2001년 방카슈랑스 론칭 땐 태스크포스팀에도 참여했다. 지점뿐 아니라 본사 투자금융부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 등을 거치다 보니 상품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민 팀장이 PB 업무에 발을 들인 건 10여 년 전이다.
“행정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주변에선 공무원을 많이 했는데, 저는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금융 쪽 일을 하고 싶어 은행에 지원했고 운이 좋아 은행 내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이후 자산관리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증을 땄고 2014년에 PB를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10여 년간 자산가들과의 접점인 은행 PB로 일해온 민 팀장은 ‘고객과의 신뢰’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그가 PB로 활동하면서 정립한 자산관리 원칙도 고객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고객들이 투자상품의 기초자산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상품은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는 전제로 판매를 하다 보니 지금까지 은행에서 많은 이슈(문제)들이 된 상품들은 한 번도 판 적이 없어요. 그 결과 고객과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고객 기반을 확대하게 된 것 같습니다.”
민 팀장의 고객이 된 한 외국인의 사례도 흥미로웠다. “모 회사의 외국인 분이 저희 지점에 우연히 환전차 오셨는데, 제가 한국에 온 지 5년이 넘었는데 왜 자산관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죠. 그는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은행에 영어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직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지만 소개를 받지 못했다는 거예요. 자산이 수백만 달러인데요. 그는 (저를) 만나서 너무 다행이고 진작 만났으면 좋았을 거 같다고 했고, 지금은 제 고객이 됐습니다.” 민 팀장은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PB 직업에 대한 주제로 흘러갔다. PB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도 부탁했다. “PB 업무는 개인적인 성향이 맞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자산가들)에 대해 맞춰줘야 하는 성향이 필요하고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있는 직원이라면 매우 매력적이고 유망한 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성향만 맞는다면 어느 직무보다도 장래성 있고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PB의 가장 큰 매력은 PB 타이틀을 빼면 밖에서 만날 수 없는 훌륭한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저 역시 고객들을 통해 직업에 대한 태도, 삶에 대한 마인드를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민 팀장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변동성이 작은 편차에서 7~8% 정도 수익률을 추구한다고 했다. 중위험-중수익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포커스를 맞춰 고객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그는 현 시점에선 장기 채권이 메리트가 있다고 했다. “채권 금리 자체가 과거 10년을 봤을 때 높은 상태입니다. 자본차익을 통해 비과세 수익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채권의 금리 수준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채권, 그중에서도 장기 채권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반도체로, AI 관련해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실질적으로 수요도 많이 늘었으며 향후 금리가 떨어졌을 때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섹터입니다.”
민 팀장은 향후 계획과 포부를 묻는 질문의 답변에서도 ‘고객 신뢰’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은행에서 최고의 PB가 되고 싶고, 조금 더 나아가면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PB가 되고 싶습니다. 잘나간다는 것은 큰 자산을 굴린다는 것보다 고객한테 높은 신뢰를 준다는 뜻입니다. 고객이 평생 모은 소중한 자산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고 고객들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PB가 되고 싶습니다.”

2023년 07월호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하반기엔 소프트랜딩...내년 골디락스 가능성 크다"
빅테크 업체 AI 주도권 다툼...반도체주에 우호적 영향
엔터·2차전지·반도체 등 순환매 흐름...하반기 이어질 것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있었지만 ‘소프트랜딩’을, 내년에는 골디락스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는 가장 우호적인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증시는 내년 코스피 3000선 안착을 준비하는 과도기 국면에 위치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프트랜딩은 경기침체 발생 없이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성공하는 것을 말한다. 골디락스는 경제가 성장을 이어가더라도 물가는 오르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뜻한다. 물론 골디락스로 가는 과정까지 확인하고 가야 할 것들이 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경기 불확실성 및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국내 가계부채 이슈, 글로벌 경기 회복 및 그에 따른 수출 회복 등을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수출은 지난 2분기를 바닥으로 3, 4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지난 5월 수출 데이터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단계적으로 확인되면 내년에는 골디락스, 코스피 기준 3000선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SK하이닉스 최대 수혜...3분기 삼성전자 동참”
이와 더불어 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회사인 미국 엔비디아의 실적 서프라이즈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중장기 성장을 자극하며, 반도체를 위시한 관련주 주가 상승을 넘어 한국 증시의 전반적인 상승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직 메모리 가격의 반등, 재고 급락, 실적 턴어라운드 임박 등의 시그널은 없다. 현재는 ‘기대감’이 선반영돼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면서 최근 7만원대 회복의 동력은 AI로 인한 고성능·고부가 신제품 수요 확산 기대감이라고 짚었다. 그는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얼마나 AI 관련 투자를 늘리고, 그로 인해 생성 AI가 얼마만큼의 수요를 촉발하느냐의 이슈일 것”이라며 “AI 관련 주도권 다툼 과정에서 케파(CAPA,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빅테크 업체들의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2분기에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최대 수혜주였고,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동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평가 논란 속에서 조정을 거쳤던 2차전지주에 대해서도 “전기차 업체들 간 시장점유율 경쟁, 세금공제 혜택, 대규모 추가 수주 등 아직까지 밀고 당기는 싸움 중”이라며 “상반기 특정 2차전지 관련주 주가·수급 과열 과정에서 소외됐던 실적 우량주 중심 키높이 맞추기 식의 주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센터장은 올해 주식시장의 특징으로 순환매가 활발히 진행되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하반기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부터 엔터테인먼트, 2차전지, 제약·바이오, 반도체, AI 등이 돌아가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는 “올해 내내 이 같은 순환매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특정 종목, 업종이 계속 오르며 (시장을) 주도하고, 나머지는 디프레스돼 있기보다 계속해서 순환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 자체로 보면 굉장히 긍정적인 흐름이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하드웨어·조선·대형 바이오 등 주목
하반기 코스피 지수 전망에 대해 2350에서 2750선의 박스권을 형성하며 중대형·성장주 우위의 종목장세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 센터장은 “장래 금리 변동성 추가 확대,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역전 현상 고착화, 잠복 실적 불확실성 등 하반기 시장 삼중고에 맞설 수 있는 투자 대안은 중대형·퀄리티 성장주가 해당한다”면서 “돈 잘 벌고, 재무 건전성이 뛰어나고, 정책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대형 성장주 옥석 가기리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반기에 챙겨야 할 이슈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수출 및 기업 실적 모멘텀 바닥 통과의 안도감은 상승 요인”이라면서 “미국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 따른 국채발행 확대(시장금리 상승 및 시중 유동성 흡수 가능성)와 7월 FOMC 추가 금리 인상, 하반기 미국 실물경기의 나홀로 둔화 등은 하락 요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는 IT하드웨어(핸드셋, 전장부품 등)와 조선, 대형 바이오 등 실적 모멘텀이 돋보이는 여타 대형주로의 순환매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업황과 실적, 펀더멘털에 대한 치밀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선택한 종목에 대해서는 단기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윤 센터장은 “현재 한국 증시는 2024년 코스피 3000선 안착을 준비하는 과도기 국면에 위치해 있다”면서 “단기 주가 부침을 중장기 시각하에 시장 재진입, 우량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1976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2004년 JP모건 애널리스트, 2010년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를 거쳐 2013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2019년부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