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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쇼크'...미·중 AI 패권전쟁 전면전

2025년 03월호

딥시크 '쇼크'...미·중 AI 패권전쟁 전면전

202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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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즉통(窮則通)의 중국, AI 판을 뒤엎다
“제2, 제3 딥시크는 시간문제”
트럼프, 中 때리기 동시에 AI 산업 키우기


|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뚫고 오픈AI의 ‘챗GPT’를 능가하는 AI 모델을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1월 20일(이하 현지시간) 딥시크의 추론형 AI 모델 ‘R1’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과 미국의 5000억달러 규모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에 묻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딥시크가 개발한 AI 챗봇이 성능 면에서 미국의 AI에 필적하거나 일부 넘어섰다는 평가가 쏟아지면서 세상은 가히 딥시크 쇼크를 앓았다. 기적에 가까워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탁월한 가성비는 차치하더라도, 순수 국내파 인재만으로 일군 역작이라는 점에서 미국 바깥 나라들, 특히 AI 후발국에 시사하는 바도 컸다. 여러 나라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해야 한다’라는 당위론이 샘솟았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지만 AI 권좌를 내어줄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다. 미국의 빅테크들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미친 가성비의 충격파

딥시크의 설명대로면 자신들의 챗봇 학습 시간은 단 2개월, 개발에 든 비용은 겨우 560만달러(약 81억3000만원)다. 오픈AI의 챗GPT 개발에 들어간 비용(1억달러)과 비교하면 5.6%에 불과하다. 첨단 AI 반도체를 탑재한 것도 아니다. 딥시크 ‘V3’ 모델에는 엔비디아의 대(對)중국 수출용 저사양 칩 ‘H800’ 2048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AI 최강국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출 통제, 대중 기술 투자 제한 등 장장 5년간 노력을 기울였지만, 중국은 궁즉통(窮則通)의 정신으로 이뤄낸 굴기라고 자찬했다.

딥시크는 앱 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챗GPT를 누르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엔비디아 주식은 1월 한때 하루 새 17% 급락하는 등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와 AI 관련 진영이 일제히 몸살을 앓기도 했다.

딥시크는 어떻게 해냈을까

딥시크가 어떻게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뚫고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회사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기존 ‘H100’ 칩에서 사양을 낮춘 ‘H800’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저성능 반도체로 고사양 AI 모델을 그것도 단기간에 개발했다는 신화를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딥시크가 이전에 첨단 반도체를 대량 확보해 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딥시크가 중국 화웨이와 SMIC가 손잡고 구형 장비로 만든 AI 반도체 ‘어센드(Ascend)’를 대량 사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2022년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해 개발된 제품으로 2023년 출시된 ‘어센드 910B’의 경우 성능 효율은 엔비디아 ‘A100’의 80% 수준이면서 가격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비는 또 왜 이렇게 저렴한가에 대해선 우선 딥시크 모델의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s, MoE)’ 아키텍처란 효율적 구동 방식이 꼽힌다. MoE는 특정 분야의 여러 전문가가 모여 각자 작업을 수행하듯이 작업의 종류에 따라 특정 작업에 특화된 LLM(거대언어모델)만 활성화하는 기술이다. 회사의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V3와 R1 모델은 각각 6710억개의 파라미터(parameter·매개변수)를 갖는데 작업 시엔 이 중 340억개만 선별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방식보다 메모리 사용량이 훨씬 낮고 작업 속도도 빠르다.

딥시크가 MoE란 효율적 메커니즘의 모델을 단기간 에 출시한 것을 두고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의 데이터를 도용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그간 중국 기반의 기관들이 자사의 AI 도구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빼내려고 시도한 정황을 목격했다는 것. 이는 업계에서 ‘증류(distillation)’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딥시크가 자사 모델을 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증류는 쉽게 말해 기존에 나온 강력한 AI 모델로 현재 개발 단계인 AI 모델의 출력값 품질을 검사해 결과적으로 우수한 기존의 AI 모델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전송받는 기술이다. 이는 챗GPT 등 빅테크 AI가 오픈 소스여서 가능한 일종의 ‘모방은 혁신의 어머니’ 격 꼼수다.

미국 빅테크들이 기초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해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다면, 딥시크와 같은 후발 주자들이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AI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진짜 성능이 기존 빅테크들 모델보다 뛰어난지가 문제가 아니라며 앞으로 제2, 제3 딥시크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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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 순간”...미·중 ‘AI 기술 전쟁’ 가열

미국의 AI 인프라 스타트업 애니스케일(Anyscale)의 공동 창업자 로버트 니시하라는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빅테크의) AI 연구소들이 지금 당장 작전실(war room)을 세웠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딥시크의 역습이 미국 기술 기업들에 크나큰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를 이끄는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의 등장이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1957년 소련이 쏘아올린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에 비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딥시크 출시가 미국 기업들에 “경종이 될 것”이라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초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중국과 본격 관세전쟁을 치르기 전 AI 패권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미국 상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하워드 러트닉도 지난 1월 2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우리는 (AI)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엄격히 추구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이 이 이상 어떤 조처를 할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재한 트럼프 대통령 측 소식통들에 따르면 백악관 내에선 대중국 반도체 및 기술 수출·투자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제 제재만으론 중국의 기술 개발을 막기 어려우니 미국 기업이 압도적인 속도로 AI 개발 선두 주자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 두 가지로 나뉘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더욱 옥죄는 전략을 고집할 것 같다고 말한다. 기업들에 수출 통제 대상 칩 제품에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는 등 수출 통제의 허점을 메우고, 이를 어기는 기업에는 엄청난 페널티를 주는 등 더 강력해진 ‘중국 때리기’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머케이터 중국연구소의 레베카 알체사티 선임 과학기술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기존에는 개별 기업과 특정 국가안보 위험에 대응해 왔다면, 이제는 중국 기술 생태계 전체가 특정 역량을 개발할 수 없도록 대응해 나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첨단 반도체 산업 보호와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위해 관세 카드를 꺼낼 채비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반도체도 관세 대상이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TSMC 등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의 거점, 대만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만의 파운드리를 미국으로 유치해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더욱 고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압박을 높이는 동시에 자국 AI 산업 키우기에도 두 발 벗고 나설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가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합작해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726조원)를 들여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얼마만큼 지원에 나설지 미지수이지만, 한국 등과 중국 견제의 AI 동맹 구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4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스타게이트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의 스타게이트 투자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 있어 미·중 AI 패권 전쟁은 위기이자 기회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와 기회 사이 생존책을 고심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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