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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때 연인 사이인데"…피해자 60%는 처벌 불원

2024년 07월호

"그래도 한때 연인 사이인데"…피해자 60%는 처벌 불원

2024년 07월호

실형 15%에 그쳐...처벌 불원에 감경
“연인관계서 처벌 마음먹기 쉽지 않아”
양형기준 명시적으로 구체화해야

| 방보경 기자 hello@newspim.com
| 노연경 기자 yknoh@newspim.com


# 지난해 10월 A 씨는 9개월간 교제한 남자친구 B 씨의 집에서 말싸움하던 도중 물건을 집어던지는 B 씨의 모습에 겁에 질려 집을 나가려 했다. 그러자 B 씨는 흉기를 A 씨에게 겨누며 ‘이 상황을 풀기 전까지는 못 나간다’고 위협했다. A 씨가 재차 나가려고 시도하자 B 씨는 A 씨의 머리채를 잡고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와 발로 구타하고 벽으로 밀쳤다. A 씨의 샌들과 옷 등도 흉기로 찢었다.

B 씨는 동종 전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연인관계인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은 두 사람 사이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양형은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으로 B 씨는 실형을 면했다. 재판부는 사건 이후 A 씨와 B 씨가 다시 교제하고 있고 A 씨가 B 씨의 선처를 원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B 씨에게 양극성 장애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월간ANDA는 법원 판결 인터넷열람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교제폭력 판결문 100건을 분석했다. 물리적 폭력에 해당하는 교제폭력만 분석했으며, 다른 범죄와 병합된 것은 제외했다.

판례 분석에 따르면 연인관계라는 특수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은 대부분 처벌불원으로 이어졌다. 양형 이유에 합의나 처벌불원이 포함된 경우는 58건으로 약 60%에 달했다.

피해자의 성별을 보면 남성 12건, 여성 88건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양형 유형별로 보면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5건에 그쳤다. 집행유예(47건)와 벌금형(23건)이 가장 많았다. 처벌불원으로 반의사불벌죄에 의해 공소가 기각된 경우가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2건은 선고유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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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불원으로 형 가벼워져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처벌불원은 양형에 있어 특별감경 요소다. 실제로 비슷한 상해를 입었음에도 처벌불원 여부에 따라서 형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확인됐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지난 2월 특수상해·폭행 혐의로 기소된 C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C 씨는 연인의 목을 담뱃불로 지지고 뺨과 가슴을 때려, 14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했다.

반면 같은 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해 혐의로 기소된 D 씨에 대한 처분은 다르게 내려졌다. 앞 사건과 동일하게 전치 2주 상해를 가했지만 D 씨는 벌금 200만원을 내는 데 그쳤다. 피해자인 연인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것이 감형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D 씨가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해당 사건은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에 그쳤다.

“연인관계 양가적 감정 들 수밖에”

폭행과 위협, 협박 등을 당하고도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이유는 ‘연인’이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양가적(兩價的)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갖는다”며 “그 사람하고 좋았던 기억도 있고, 나한테 잘해 줬던 기억도 있으니까 경찰 신고도 하고 재판까지 갔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망설여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마음이 흔들리겠지만 끝까지 굳건하게 마음먹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해 준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연인관계에서 발생한 교제폭력은 피해자 홀로 굳은 마음을 먹고 형사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회복’보다 ‘관계 회복’에 더 집중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설명할 때 ‘피해자와 피고인이 다시 교제를 하고 있다’, ‘피해자가 피고인과 혼인한 상태이고, 피고인의 아이를 임신했다’ 등 연인관계를 회복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표현이 들어갔다.

양형기준 명시적으로 구체화해야

전문가들은 교제폭력에 대한 양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제폭력 피해자의 의사로 형벌이 결정될 경우, 가해자가 형량을 낮추고자 피해자와의 관계를 이용해 처벌불원을 종용하거나 상세한 정보를 알고 있는 피해자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가해자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신고한 것 때문에 어떤 피해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다”며 “특히 교제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추가 피해를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도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변호사는 “교제폭력의 경우 합의 시도 중 피해를 야기한 경우 가중처벌이 된다”며 “여기서 말하는 ‘피해’가 합의를 종용한 경우 혹은 피해자의 신뢰를 이용한 경우와 같이 더 명시적으로 들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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