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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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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北美, 핵 군축협상 가능성”...트럼프 재집권 맞는 김정은의 승부수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 우리는 새로운 한반도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대북 정책을 담당해온 정부 관련 부처의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벌어질 우리의 안보환경 변화와 한미 동맹, 북미 관계 등을 전망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와는 확연하게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이 한국엔 기회이자 자칫하면 큰 시련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트럼프와 김정은의 재회 여부다.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이듬해 2월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역사적인’이란 수식어가 필요한 만남이었다.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정도다. 트럼프-김정은 재회동 여부에 관심 쏠려 트럼프의 재집권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하노이 정상회담 테이블로 회귀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포기 카드로 미국에 대북 제재 해제와 북미 관계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더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트럼프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베트남 하노이 회담장에서 대북정보 당국과 백악관 참모진으로부터 보고받은 미공개 북핵 시설을 감추는 김정은의 술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트럼프는 단호했다. 회담판을 깨버림으로써 자신이 더 세계의 이목을 받고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그는 태도를 돌변했고 김정은에게 모멸에 가까운 패배를 안겼다. 북미 정상회담 파국이란 참담한 결말 속에 김정은 위원장은 절치부심하면서도 트럼프와의 개인적 친분을 부인하지 않아 왔다. 트럼프도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를 부각하면서 자신의 외교적 리더십을 과시해 왔는데, 이는 지난 7월 그가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지칭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 중 하나는 트럼프가 북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발사체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6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보유국 반열에 들었고, 80~100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집요한 핵 보유 시도에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한국의 안보와 남북 관계,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된다. 우리로서는 트럼프가 김정은의 요구를 일부라도 수용해 핵 군축협상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30년 넘게 대북 정책의 기둥으로 여겨져 온 북한 비핵화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정은, 서울 거치지 않고 워싱턴 갈 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미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북핵과 ICBM을 용인 내지 동결시킬 경우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내세운 대남 압박과 위협 노선을 노골화할 수 있다. 더 이상 서울이란 징검다리를 거쳐야 워싱턴에 갈 수 있는 굴레에 갇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이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우리 군이 벙커버스터 현무-5를 공개한 데 대해 “핵 보유국에 재래식 무기를 갖고 덤비는 것은 어리석다”는 취지로 반발한 건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김정은이 트럼프 재집권에 대응해 어떤 시간표로 대미 접근을 시도할지도 관심거리다. 트럼프가 첫 집권한 2017년 북한은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워싱턴을 압박했고, 그해 11월 말 화성 미사일을 쏘는 것을 정점으로 김정은과 트럼프는 서로 핵 버튼 크기를 다투는 언급을 내놓을 정도로 극한 대치를 보였다. 당시는 트럼프의 임기가 최장 8년(재선 성공을 포함)이란 계산이 깔려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연방헌법에 따라 이미 한 차례 단임 임기를 마친 트럼프는 4년 임기만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김정은이 집권 초반부터 북미 협상이나 대화의 고삐를 죄면서 재집권한 트럼프를 상대로 핵 군축협상이나 북미 관계의 진전을 위한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트럼프 1기보다 남북 관계나 한반도 상황은 물론 중동 정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만만치 않은 정국이 복합함수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러시아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북한군을 용병 형태로 파견한 김정은의 행태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군의 우크라전 개입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피력한 상황이다. 트럼프가 푸틴과의 친분을 매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곧 끝낼 것이라고 호언장담해 왔지만 실제 2년 넘게 이어져온 전쟁을 쾌도난마처럼 끊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노이에서 좌절 맛본 김정은 신중모드 가능성 북한으로서는 워싱턴으로 마냥 직진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앞서 트럼프와의 대좌에서 큰 낭패를 보고 안팎으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행보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13일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의 핵물질 제조 시설을 첫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0월 31일에는 ICBM 화성-19형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하는 등 행보를 이어오고 있지만, 트럼프 집권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함구해 왔다.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미국 대선을 의식한 핵과 미사일 동정을 보이면서 그는 “핵 무력 강화 노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10월 31일 화성-19 시험발사 참관)이란 입장을 밝히는 등 비핵화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핵과 미사일을 양손에 거머쥔 자신의 지위를 부각하면서도 과거처럼 당하지 않겠다는 전의를 불사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남북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제1의 주적’으로 주장하면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으로 내몰아온 김정은이 대남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지난 10월 7~8일 평양에서 개최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표기하는 헌법 개정까지 강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달 17일 보도에서 남북 간 연결 도로·철도를 하루 전 폭파 방식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해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 불능의 전쟁 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전하면서도 한국을 적대국으로 표기한 개헌이 이뤄진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던 북한이 철도·도로 차단 사실을 밝히면서 이를 우회적으로 알린 것이다. 북한은 이 보도에서 남북 도로 차단 조치와 관련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 제00122호에 따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 행사 영역과 대한민국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실행의 일환으로 남부 국경의 동·서부 지역에서 한국과 연결된 우리 측 구간의 도로와 철길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버리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공화국 국방성 대변인은 15일 낮 강원도 고성군 감호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과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을 폭파의 방법으로 완전 페쇄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철도·도로 차단하고 “서울과의 악연 잘라버렸다” 이 보도가 나오던 시점에 김정은은 이 지역을 관할하는 북한군 2군단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는 철도·도로를 폭파 방식으로 단절한 자신의 도발적 행태를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대는 대한민국이 타국이며 명백한 적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똑바로 새겨야 한다”고 강변하면서 “앞으로 철저한 적국인 한국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할 때에는 우리 물리력이 더 이상의 조건 여하에 구애됨이 없이, 거침없이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선고나 같은 의미”라고 위협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러 밀착을 통해 체제의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북한군 파병을 결행했다. 북한과 러시아 관계를 ‘혈맹’으로 묶을 수 있는 데다 적지 않은 달러 수입을 챙길 수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핵 잠수함 건조를 위한 노하우, 그리고 최신 전투기 제공 등을 푸틴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1만명 이상의 병사들을 해외에 내보내는 데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특히 10대를 포함해 젊은 청년층인 이들 군인은 이미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에 빠져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큰 세대다. 자칫 대규모 탈북이나 한국행이 이뤄진다면 낭패다. 그동안 대북전단 등을 통해 북한 사회에 외부 정보와 김정은 비판 메시지를 전해온 탈북민 단체와 관련 지도자급 인사들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을 탈북·투항시키기 위한 대북 심리전 전개를 선언하며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전하고 있다. 군 출신 탈북민으로 구성된 탈북시니어 아미사령부를 긴급 구성했으며, 탈북기독군인회 등이 활동에 동참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귀환을 오매불망 기다려 왔지만 김정은이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은 녹록지 않다. 노련한 협상가이자 승부사의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온 트럼프가 김정은을 상대로 호락호락하게 ‘핵 보유국’이란 선물을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대북부처 당국자와 전문가 그룹에서 “트럼프 집권 시즌2는 이전과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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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취임 4개월 유진선 용인시의회 의장 "지방의회 효능감 한껏 선사하겠다"

인사권 독립 발맞춰 복수 담당관제 도입 집행부와 합심 자체 감사기구 설치 위한 공공감사법 개정에 주력 유연·재택 근무 활용, 자율·안정·책임·효율 ‘네 마리 토끼’ 잡아 | 우승오 기자 seungo2155@newspim.com “상식에 부합하고 110만 용인시민 눈높이에 맞는 의정 활동을 펼치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각오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유진선 용인특례시의회 의장은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유난히 상식과 신뢰를 강조했다. 상식 선에서 의정 활동을 한다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일도 없을 테고, 이는 곧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법이 최소한의 상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 의장이 말하는 상식은 진리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유 의장은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끌어모아 공허한 말만 쏟아내기보다는 현재 시의회가 당면한 과제를 세 가지로 명쾌하게 정리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올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의회 인사권 독립에 따른 조직 확대, 이와 연동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 직원 복지 증대가 유 의장이 압축한 현안 중 현안이다. 유 의장은 “ ‘용인시의회 최초 여성 의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꼼꼼함과 섬세함을 무기로 시민들이 지방의회 효능감을 한껏 누리도록 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 지방의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홀로서기를 하게끔 미비된 제도를 보완하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역시 유 의장은 계획이 다 있었다. 다음은 유 의장과의 일문일답. Q. 후반기 의장에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초심을 다잡는 차원에서 취임 당시 했던 각오를 되새긴다면. 첫째,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더 성숙하고 더 유능한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둘째, 시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의회로 만들어 풀뿌리 지방자치 발전을 견인하고, 110만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추구하겠다. 셋째, 소통과 화합으로 시민 모두가 행복한 용인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용인시의회 최초 여성 의장으로서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 이 세 가지를 마치 주문처럼 되뇌면서 스스로를 채근한다. Q. 3선 의원이다. 그간 주요 의정 활동을 되짚어 달라. 기흥구 난개발을 저지하고 경전철 관련 예산을 절감하려고 애썼다. 또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고 몸을 사리지 않았다고 감히 자부한다. 동료 의원들과 마을 공동체, 도시 재생, 유니버설 디자인, 용인독립만세운동을 주제로 의원 연구단체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공부하는 의회상을 정립하려고 매진했다. 이처럼 수년간 지역 현안을 해결하면서 얻은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일이든 믿고 맡길 만한 의원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Q. 용인시 미래와 관련해 바람이나 하고픈 또는 해야 할 일은. 용인시는 3개 구(처인·기흥·수지) 도시 개발 속도와 형태가 각기 다른데, 처인구는 용인 미래를 선도하리라고 본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로운 친환경 도시로 발전하길 바란다. 난개발 오명을 벗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디자인하도록 초기 단계부터 체계 있는 계획을 세우고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도 45호선 확장 사업은 국가산단과 연계한 교통체계 구축 사업으로, 남동대촌교차로~안성 구간을 4차로에서 8차로로 확장해 답답한 교통 흐름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 집행부와 힘을 모아 적극 추진하겠다. 용인시 면적은 서울과 엇비슷해 철도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강선, 분당선 연장선을 비롯한 국가 철도망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마땅하다. 이 밖에도 곳곳의 도로망을 개선해 교통 인프라를 확장하는 한편 집행부와 소통하면서 시민들의 이동 편의를 증진하고 교통문제를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GTX 구성역을 개통함에 따라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같은 대중교통 연계망을 확충하는 일도 의정 활동 중심에 두려고 한다. Q. 최근 이상일 용인시장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특례시의회 인사권 독립에 따른 담당관 증원을 비롯해 그에 걸맞은 조직 확대를 요청했다고 하는데. 인사권이 독립됐다고는 하나 지방의회에 조직 구성권이 없는 마당에 시장께서 적극 나서 행안부에 이 같은 제안을 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 2022년 지방자치법을 개정한 뒤 정책지원관을 다수 채용하면서 의회 조직이 커졌고, 광역자치단체 수준의 복합 행정 수요를 처리하려면 담당관 증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행정 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통합시인 창원시의회만 복수 담당관제를 도입했지만, ‘의회 사무기구 설치·직급 기준’에는 인구 100만명 이상인 시의 경우 의회사무국장은 3·4급, 담당관은 5급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복수 담당관 설치와 관련해 모호한 상황인 만큼 이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의회 사무국장 아래 담당관을 복수로 둬도 되는지가 핵심인데, 그동안 시의회와 집행부가 행안부에 수차례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집행부의 경우 7개 팀인 수지구 도시건축과를 빼면 1개 부서에 적게는 3개 팀에서 많게는 6개 팀이 있다. 반면 5급인 시의회 사무국 의정담당관은 8개 팀 75명을 지휘·통솔하는 비정상 구조다. 굳이 행정학 조직 이론에 나오는 통솔 범위의 원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효율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복수 담당관제를 도입해 현재 1담당관(의정담당관) 8개 팀 체제를 2담당관(의정담당관·의사담당관) 8개 팀으로 조정하면 의회 직원을 늘릴 토대를 마련하게 되고, 이는 더욱 원활한 의정 활동 지원으로 이어져 결국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아무쪼록 이 시장께서 한 건의가 열매를 맺길 간절하게 기대하고 또 고대한다. 앞으로 집행부와 긴밀하게 소통해 시의회 권한과 조직을 확대하도록 힘쓰겠다. Q. ‘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들었다. 인사권 독립으로 지방의회 의장은 임용권자로서 징계 요구와 처분 권한을 갖게 됐다. 그러나 징계 대상을 조사·감사할 기구가 없어 지방자치단체장 소속 감사기구에 조사·감사를 요청해 징계를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이는 인사권 독립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방의회 독립성과 자율성,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자체 감사기구를 설치하고, 감사기구 장과 감사 담당자를 임면할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다. 현행 공공감사법은 자체 감사기구를 설치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범위 안에 광역·기초자치단체와 광역시도 교육청만 포함했다. 시의회는 지난 9월 이창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의회 자체 감사기구 설치를 위한 공공감사법 개정 촉구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또 지난 10월 2일과 10일 연 특례시의회 의장 협의회와 경기도 시군의회 의장 협의회 회의에서도 해당 건의문을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제안해 이견 없이 수용했다. 현재 국회에서 공공감사법 개정 움직임이 없지는 않지만 지방의회법 제정과 연동하는 바람에 그 시기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그 전 단계로 제정보다는 덜 버거운 지방자치법 개정과 연동해 공공감사법을 개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 10월 13일에는 의장단, 자치행정위원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감사원을 방문해 건의문을 전달했다. 필요하다면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과 신정훈 행안위원장도 만나 해당 사안에 대해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겠다. Q. 시의회 차원에서 직원 복지를 확대할 방안이 있다면. 의회 위상을 제고하고 의정 활동을 원활하게 지원하려면 마땅히 소속 직원들의 복지를 향상해야 한다. 인사권 독립으로 업무가 다양해지고 강도가 높아진 만큼 인력을 충원해 워라밸 환경을 조성하고, 직급별·분야별 전문교육으로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겠다. 또 유연 근무와 재택 근무를 적극 활용해 일과 개인 삶 사이에 균형을 맞추도록 함으로써 자율성·안정성·책임성·효율성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자 한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게끔 심리 상담과 정신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디지털 의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을 꾀하겠다. 앞서 언급한 방안 중 일부는 집행부와 보조를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Q. 기회가 없어 하지 못한 얘기가 있다면 한마디로 정리해 달라. 시민들한테 “시의회는 늘 우리 편이었소”라는 말을 듣도록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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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북한군 러시아 파병 후폭풍 한미 vs 북러 ‘군사동맹’ 대결 구도 우려

北 병력·무기 실전력 높여 한미 위협 심각 ‘한국 특전사 성격’ 특수부대 대규모 파병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 등 한미 군사동맹에 맞대응하는 북러 군사동맹 형성으로 한반도 군사·안보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무모한 파병 도박’이 향후 남북 관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한미 군사동맹에 크고작은 시련을 가져올지, 아니면 남북미러 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지 변수가 산적해 있다. 김정은 ‘무모한 파병 도박’ 국제사회 여파 촉각 북한군의 러시아 대규모 파병은 올해 6월 19일 평양을 전격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28년 만에 전격 동맹관계 복원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러 정상은 한국전쟁 직후의 혈맹에 준하는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북러 간의 군사·안보 협력이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 한미 군사동맹 대 북러 군사동맹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당장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병력과 무기, 전쟁 물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으로부터 특수부대를 비롯한 병력과 함께 각종 포탄, 미사일 등 무기체계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공동 언론발표에서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게 골자”라고 밝혔다. 북한과 옛 소련이 1961년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조·소 동맹조약)’에 포함됐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북러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 사실상 복원 28년 만의 북러 동맹 복원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미 군사동맹처럼 북러가 상대방의 유사시 군사적 지원을 하겠다는 명시적 확약이다. 지난해 북한의 ‘7.27 전승절’ 열병식에 러시아 국방장관을 포함한 군사대표단이 북한을 찾아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이후 실무협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고 한국군 당국은 평가했다. 특히 2023년 9월 12일부터 17일까지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 분야를 포함한 전방위적 협력을 논의했다고 한국군 당국은 설명한 바 있다. 한미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하고도 장기적인 전방위 대북 제재를 버텨온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군사·경제·외교 관계를 전략적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푸틴의 지난 6월 방북은 대놓고 북한을 군사적·기술적·안보적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것을 공개적·상징적으로 과시하는 행보가 됐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도 대규모 부대를 파병하면서 북러 간 군사협력이 가시화·현실화되고 있다. 한미 군사동맹은 물론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김정은, ‘군사동맹 러시아’ 든든한 뒷배 생겨”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병력과 무기체계의 실전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실제 전장에서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 무기체계들을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을 비롯해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600mm 대구경 방사포 KN-25 등 신형 전술유도 무기와 개량형 무기체계,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러 간 병력과 기술, 무기체계 지원이나 제공이 이뤄질 경우, 단순히 병력과 무기·장비만이 아니라 기술진과 운용·유지·보수 인력까지 함께 가게 되므로 군사·안보의 협력 수준은 더욱 격상되고 밀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에 실질적이고도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단급 병력 파병만으로도 우크라이나전 전세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러시아 점령지역 유지나 추가 점령, 향후 전세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의 ‘핵전력+재래식 전력’ 통합 억제에 대응한 북러의 억제라는 구도로 나아갈 수도 있어 한반도 전략적 대치 구도에 심대한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사전에 파병 사실을 중국에 알리고 양해를 구했는지, 구하지 않았다면 북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정은이 군사동맹으로서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겨 더욱 과감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병력 이동을 위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 청진과 함흥, 무수단 인근 해역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북러 연합 군사훈련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남북미러 간의 군사동맹과 관계 모색에 따라 러우 전쟁과 남북 관계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세계 안보 지형과 한반도 정세에 보다 치밀한 전략과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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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호

럭셔리 카에 집착하는 김정은...의전‧경호에 예산 탕진하며 민생 외면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는 고단하다. 함경도와 양강도 등 북부 지역의 경우 9월 말 10월 초쯤이면 추위가 닥치기 때문에 월동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이 지역 출신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녹록지 않다. 식량난에 쌀 구경은 쉽지 않고 옥수수와 감자 등을 주식으로 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지난 7월 말 압록강 범람으로 대홍수가 나면서 신의주, 의주군 등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게 우리 대북정보 당국의 위성 정보와 첩보 사항이다. 북한도 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와 대한적십자사가 대북 수해 구호물자 지원을 제안했지만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거부했다. 한국을 ‘제1의 주적’이니 적대국이니 하며 대립각을 세운 마당에 식량을 제공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 듯하다. 최고지도자의 체면이나 정책 노선 때문에 수재민은 물론 주민들이 배고픔을 면하기 어려워졌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와중에도 김정은의 호화판 생활은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국제 구호단체나 대북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삶을 외면한 채 세계 어느 국가의 지도자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끊임없이 등장하는 김정은 전용 세단과 경호·의전에 동원되는 최신형 차량 행렬이다. 김정은이 자동차 마니아라는 사실은 한미 정보당국의 대북 첩보뿐 아니라 북한 관영 선전매체가 공개하는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집권 초 집무실 책상 위에 차량 열쇠가 놓여 있어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니는 듯한 정황이 나타났고, 일제 렉서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몰고 황해도의 수해지역에 나타난 적도 있다. 카 마니아 김정은, 트럼프·푸틴 전용차에 관심 특히 고급 차량에 대한 그의 관심은 애착을 넘어 집착 수준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때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용차량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푸틴의 제안으로 함께 전용차량인 ‘아우루스(Aurus)’의 뒷자리에 올랐을 때 김정은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부러워하는 표정이 잔뜩 묻어났다. 이를 간파한 듯 정상회담이 열리고 5개월이 흐른 지난 2월 18일 평양에는 푸틴이 김정은에게 보낸 아우루스 한 대가 도착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조러(북러) 두 나라 수뇌분들 사이에 맺어진 각별한 친분 관계의 뚜렷한 증시로 되며 가장 훌륭한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호사가들 사이에서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루스는 현지에서 4000만∼8000만 루블(5억∼11억원) 수준에 판매되는 최고급 차량이다. 차량 길이가 7m에 이르고 무게는 7t, 방탄유리와 대전차 지뢰에도 견디는 장갑 능력에 완전 잠수가 가능한 설비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원수급 의전 차량으로 이용하기 위해 방탄·특수 장비 등을 장착할 경우 비용은 껑충 뛰어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 김정은의 고급 차량에 대한 관심은 아우루스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때도 김정은의 이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비스트’란 애칭을 가진 자신의 차량 ‘캐딜락 원’을 자랑하자 김정은의 표정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마주한 듯했다. 푸틴의 아우루스 자랑 때와 다른 건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의 전용차에 탑승까지는 하지 않은 점이다. 이를 두고 대북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차량에 지문이나 체모 등 인체 정보를 남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수시로 최고급 세단 바꿔 타며 제재 비웃는 듯 김정은은 최근 들어 공개 활동에 나설 경우 최신형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세단을 주로 이용하면서 푸틴으로부터 받은 아우루스를 가끔 이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원수급의 경우 경호 문제로 전용 차량을 한 대만 운용하는 게 아니라 동일 모델의 예비 차량을 포함해 3대 안팎을 갖춘다는 점에서 북한도 복수의 마이바흐 세단 등을 반입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막대한 자금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최신 모델 갈아치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은 경호·의전 차량으로 일본 렉서스와 토요타 SUV, 미국 포드사의 트랜짓 승합차 등을 대거 이용하고 있는 장면이 북한 관영TV를 통해 확인된다. 조용원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핵심 측근들에게 비교적 최신 모델의 벤츠 승용차를 선물해 직접 이를 몰고 회의장에 참석하는 장면을 노출시킨 경우도 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엔과 미국 주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거래선을 통해 필요한 차량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제재에도 끄떡없다’는 식의 북한 주장과 달리 김정은 집권 13년 차에 이르는 동안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로 초래된 대북 제재의 그늘은 짙어 보인다. 최신형 세단 등을 선보이며 관영 선전매체를 통해 연신 웃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경제는 골병이 든 지 오래고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라는 진단이 나온다. 최신 모델의 초호화판 차량을 과시하는 김정은의 모습과 큰 대조를 이루는 장면도 드러난다. 지난 5월 9일 평양에서는 94세 나이로 숨진 노동당 비서 김기남의 장례 행사가 열렸는데 여기에는 특이한 차량 한 대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빈소인 서장회관(옛 서장구락부)을 출발, 평양 시내를 관통해 장지까지 이어진 행렬에서 김기남의 초상화를 싣고 달린 무개차량이다. 확인 결과 지난 1963년 첫 생산을 시작해 시대를 풍미했던 메르세데스-벤츠 600 모델의 1세대 차량으로 파악됐다. 지난 1981년 단종됐다고 하니 생산이 멈춘 지 무려 43년이 지났는데도 평양 시내를 달린 것이다. 당시 벤츠 600은 모두 4개 모델로 출시됐는데, 이번에 평양에 등장한 건 4도어형 풀만 런들렛(landaulet)으로 국가원수급 의전이나 군 병력 사열 차량으로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이젠 자취를 찾기 쉽지 않은 ‘클래식 카’인 셈이니, 대북 전문가들은 물론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반미 강조하면서 장례차는 미제 링컨 컨티넨탈 사실 북한은 벤츠뿐 아니라 미국 포드사의 고급 세단 등 이미 오래전 단종된 차량을 상당수 운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4년 7월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에서는 운구차량으로 링컨 컨티넨탈이 쓰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주민에게는 그토록 반미와 반제국주의를 강요하던 김일성이 왜 마지막 길은 미국을 상징하는 차를 타고 갔을까 하는 점에서였다. 김정일도 2011년 12월 사망했을 때 같은 차를 영구차로 이용했다. 필자는 과거 방북 취재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찾았을 때 구형 벤츠 차량을 이용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바닥에 차량용 매트가 아닌 장판이 깔려 있어 궁핍한 북한 경제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한겨울에는 히터를 틀면 배기가스가 함께 나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는데 별일 아니라는 듯 버티던 운전기사와 안내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단종 등으로 부품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폐차된 다른 차량의 것을 떼어 쓰거나, 아예 깎거나 다듬어 적당히 정비를 한다는 귀띔이었다. 미국의 대북 제재로 인해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낡은 차량이 넘쳐나던 나라로는 쿠바가 꼽혀 왔다. 하지만 2015년 미국과 수교하면서 숨통이 트였고, 지난 2월에는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 소식에 북한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 북한은 쿠바의 바통을 넘겨받은 듯 마치 1960~70년대에 시간이 멎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9월 북한이 개최한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은 퇴역하거나 단종돼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전투기와 항공기가 여전히 하늘을 나는 모습에 이곳을 찾은 외국 관광객과 항공 마니아들의 각광을 받았다. 이런 현실에서 비켜나 있는 건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한 사람뿐인 듯하다. 김정은이 비핵화와 개혁개방으로 제대로 된 살길을 찾지 못하는 한,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낡은 세단이 평양을 달리고 단종된 비행기가 힘겹게 하늘을 나는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책임을 떠넘기며 외부를 원망하면서 국제사회의 갈라파고스 섬이 되겠다는 북한의 고집은 여전해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 주도의 거부권 행사로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전문가 패널 활동이 지난봄 종료되자 막가파식 행보를 보인다. 변변한 자동차 브랜드 하나 없는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국산 고급 의전 차량을 타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이 한없이 부러울 수 있다. 그가 만일 현대 제네시스나 기아의 카니발 리무진 등을 경험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지 않고 그 역량을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돌려 대한민국과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 열렸을 거라며 원망이나 후회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김정은이 대한민국에 극도의 반발감과 적대 의식을 드러내는 것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대남 열패감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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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호

"개량형 원심분리기, HEU 3000kg 이상 추출…북 핵무기 30~100개 추정"

北 매체, 김정은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첫 공개 원심분리기 수량 확충·능력 제고·개량형 도입 지시 전문가들 “이미 1만대 이상 원심분리기 보유”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북한은 2024년 9월 13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핵탄 생산과 현행 핵물질 생산 실태를 파악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전망 계획에 대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생산 현장을 직접 돌아보면서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경까지 HEU 700~800kg 생산” 김 위원장은 “핵병기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자면 자만하지 말고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 개별 분리 기능을 더욱 높여야 한다”면서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새 형태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어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끊임없이 계속 확대 강화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내용과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을 넣고 고속 회전시켜 고농축 우라늄(HEU)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고농축 우라늄은 핵탄두 제조에 사용된다. 북한은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과 평양 부근 강선 단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2010년엔 미국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 있다. 핵(核) 분야 권위자인 이춘근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연구위원이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명예연구위원은 이번 김 위원장의 지시를 △원심분리기 수량을 늘려라 △이제 분리 효율을 개선하라 △새로운 형의 원심분리기를 도입하라는 3가지 메시지로 요약했다. 원심분리기를 돌려 HEU를 추출하는 공정 단계 자체가 워낙 고난도이고 어느 정도 기술적 한계가 있다. 계획대로 수치가 나올 수 있는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하고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2010년 이전부터 HEU를 대량 생산해 왔고 영변의 농축공장이 2배로 확장됐다는 것을 반영하면 2020년경까지 700~800kg을 생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개량형 원심분리기 개발, 핵탄두 200개 생산 가능” 이춘근 연구위원은 “강선 등 여타 지역에도 농축공장이 있다고 가정하면 생산량이 1400~2400kg으로 증가하고, 중간에 개량형 원심분리기 개발에 성공했다면 3000kg 이상으로 추계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핵탄두 수량을 추산할 때도 기술 발전에 따라 탄두 1개당 소요되는 핵물질의 양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기준량은 HEU 20~25kg, 플루토늄(Pu) 5~7kg 정도지만, 기술 진보로 이를 절반 이하로 감축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통상 기준으로 보면 북한이 2020년경까지 영변 단독으로 핵탄두 약 30개, 기타 지역을 포함하면 70~100개, 개량형을 고려하면 200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기폭장치와 투발수단을 고려하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핵무기 30~100개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심분리기의 가장 핵심이 되는 설비인 로터 가공에 사용되는 유동성형기 가동과 보유 상황을 분석해 보면 북한이 이미 1만대 이상의 P2 원심분리기를 생산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예상했다. 원심분리기는 좁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시설 은폐도 용이하다. 기술 개발을 통해 원심분리기 성능을 개선하면 생산량을 10배 이상으로 늘릴 수도 있다. 지난 2002년 미국 켈리 특사의 방북 당시 우라늄 농축 여부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북한은 2009년 4월 외무성 대변인 성명으로 우라늄 농축을 시사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를 공식화했다. 이를 토대로 후발국인 북한이 2010년 HEU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고 가정하면 그 출발점은 1990년대 또는 그 이전으로 잡아도 될 것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판단했다. 북한은 2010년 영변 지역을 방문한 미국의 해커 박사에게 2000여 개의 P2형으로 보이는 원심분리기 농축공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커 박사에게 공개한 영변 P2 2000대로 연간 40kg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14년이나 지난 일이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 사진과 내용을 보면 최소 60kg에서 100kg까지 HEU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이 연구위원은 추산했다. 유렌코 수준으로 분리 효율을 꾀한다면 200kg도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탄두 수량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Pu에 의존했을 때는 그 수량이 많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HEU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앞으로 기존 원심분리기의 성능 개량과 생산량 확대를 통해 HEU 생산 능력을 지속 확장하고 원자로를 통한 Pu 생산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지속적인 기폭장치 개량과 고성능 폭약 활용, 핵융합 물질 첨가 등을 통해 더욱 소형화된 차기 전술핵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소형 수소탄과 다탄두도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부 “북한, Pu 70여 ㎏, HEU 상당량 보유” 국방부는 2023년 2월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 핵능력 평가와 관련해 “1980년대부터 영변 등 핵시설 가동을 통해 핵물질을 생산해 왔으며, 최근까지도 핵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70여 ㎏,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통해 HEU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기술했다. ‘2020 국방백서’에서는 북한 핵시설과 관련해 “영변 핵시설”이라고 했지만 2022년 국방백서에서는 “영변 등 핵시설”로 평가가 달라졌다. 영변 외에 또 다른 핵시설이 있다는 것을 명시했다. 북한 핵시설은 영변 외에 △평안남도 강선 △평안북도 태천 △자강도 희천 △양강도 영저리 등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강선 지역은 HEU 생산용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황해북도 평산과 평안남도 순천 등지에서도 우라늄 광산과 정련시설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核) 분야 권위자인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전 KIDA 책임연구위원)은 ‘2022 국방백서’의 북한 핵능력 평가와 관련해 “5MWe 원자로를 1년에 얼마 동안 가동한다는 가정하에 폐연료봉이 나오는 양과 Pu 보유량을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다만 북한이 HEU나 Pu를 생산하면 그걸 비축하지 않고 바로 핵무기로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Pu를 비축하고 있을지, 핵으로 만들었을지, 무기로 만들었을지 판단할 수 없다”면서 “특히 HEU는 북한 밖으로 알려진 게 많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한 안에 있는 농축시설도 어디에 있는지만 알지 얼마나 생산했는지, 용량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알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이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핵무기 양은 10개 정도로 판단된다”면서 “핵무기를 만들 때 핵분열 물질을 얼마나 쓸 것이냐에 따라 개수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한이 그동안 핵실험을 6차례나 했기 때문에 핵무기를 만드는 데 Pu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아직 핵무기 선진국은 아니기 때문에 핵무기 하나를 제조하는 데 5~6kg 정도 들어갈 것”이라고 봤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에 대해 김 전 원장은 “미국 정보기관이나 군 당국에서는 80개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한국은 피해 당사국이기 때문에 다소 보수적인 추정치보다는 정보당국의 추정치를 더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방연구원 “핵무기 약 90발, 2030년 160여 발” 무기체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경량화와 소형화 기술은 신뢰성과 고도화가 남아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대부분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2016년 3월 핵탄두 기폭장치 모형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제프리 루이스 미 비확산센터(CNS) 소장은 “북한이 직경 60cm, 무게 200~300kg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023년 1월 북한의 핵능력 평가와 관련해 “현재 핵무기 약 90발, 2030년에는 160여 발을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공동연구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해마다 12~18기씩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추정했다. 오는 2027년까지 151~242기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넘게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으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핵물질과 핵무기 투발 수단을 밤낮없이 개발해 왔다. 급기야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하고 그동안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전술 핵무기에 대한 소형화·경량화·고도화·전력화에 집중했다. 최근 들어선 핵무기의 기술적 고도화 개발 단계를 이미 지나 직접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전력화와 실전 배치 단계에 왔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전략적 단계별 무력시위를 해나가고 있다. 북한이 전술핵을 KN-23·KN-24·KN-25 등 신형 전술유도무기 체계와 극초음속 미사일에 탑재해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용수 “우라늄 원석 많아 HEU 대량생산 주시”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는 “지금은 북한의 플루토늄(Pu) 보유량보다 고농축 우라늄(HEU)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고농축 우라늄을 대량 생산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추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Pu는 5MWe 원자로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소량이고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서 “HEU를 기반으로 핵물질을 대량 생산해 핵무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 활동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권 명예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수의 핵무기가 등장할 수 있다”면서 “HEU는 원심분리기를 돌려 굴뚝에 연기도 나지 않으면서 핵무기를 제조해 평상시 감시 추적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우라늄 고농축을 하는 이유는 노출이 잘 안 돼 감시의 눈을 벗어날 수 있고 우라늄 원석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라면서 “우리한테 위협은 HEU를 이용한 핵무기이며, 구체적으로 감시하고 추적해서 현재 어떻게 되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언제 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은 △2006년 10월 플루토늄으로 1kt 폭발력의 1차 핵실험 △2009년 5월 플루토늄으로 2~6kt 폭발력의 2차 핵실험 △2013년 2월 우라늄으로 6~7kt 폭발력의 3차 핵실험 △2016년 1월 수소탄(북한 발표) 6kt 폭발력의 4차 핵실험 △2016년 9월 증폭핵분열탄 추정의 10kt 폭발력의 5차 핵실험 △2017년 9월 수소탄(북한 발표) 50kt 폭발력의 6차 핵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이미 핵무력 고도화에 어느 정도 도달한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다만 전술핵 운용에 대한 실제 검증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소형 핵실험을 위한 7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날씨와 풍향, 방사능 유출, 시료 채취 등을 감안해 북한이 핵실험 시기를 택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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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압록강 수해로 큰 인명피해...흔들리는 김정은 리더십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지난 7월 말 압록강변을 휩쓴 수해가 북한 체제를 뒤흔들고 있다. 김정은까지 나서 부인했지만 엄청난 규모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데다 복구 작업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민심이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자칫 김정은 통치에 위기 요소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분위기다. 홍수 피해가 알려진 건 지난 7월 31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신의주 일대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가 발생해 큰 인명 피해가 난 사실을 보도하면서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압록강 유역인 평안북도와 자강도 지역에서 “큰물과 폭우로 인한 엄중한 피해들이 연속 발생했다”면서 김정은이 같은 달 29~30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신의주 현지에서 진행했다고 전했다. 5000명 주민 한때 고립됐다 헬기로 구조 회의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월 28일 김덕훈 총리 등 간부들과 침수지역을 돌아봤다. 이 일대에는 27일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압록강 수위가 위험계선을 넘었고 신의주와 의주군에서 5000여 명의 주민이 위험지역에 한때 고립됐다 헬기로 구출되기도 했다. 중앙통신은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는 무려 4100여 세대에 달하는 살림집과 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들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그러나 구체적인 인명 피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정은은 회의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며 “통일적인 지휘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초기에 능히 최소화할 수 있는 재해 위험이 증폭됐다”고 강조한 뒤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을 지시했다. 회의에서는 우리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리태섭 사회안전상이 문책성 해임을 당하고 후임에 노동당 군정지도부 제1부부장인 방두섭이 임명됐다. 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지낸 리히용을 평안북도당 책임비서로, 평안북도당 책임비서 박성철을 자강도당 책임비서로 각각 보임했다. 하지만 사태는 좀처럼 수습되지 못하고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게 고위 탈북인사들의 전언이다. 엘리트와 주민들 사이에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면서 재난 대비를 소홀히 한 김정은이 책임을 간부들에게 떠넘기는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복구 맡은 돌격대 식량 도둑질로 주민 불만 신의주와 의주군 등 수해 현장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북한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전과 실제 주민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현지 주민들은 돌격대원들이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옥수수와 감자 등 농작물을 도둑질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북한 선전매체들은 미담 만들기를 통해 김정은에 대한 불만 요소 차단에 나서고 있다. 노동신문은 8월 28일 자 보도에서 “어느 날 신의주시 선상동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이 돌격대원들의 식생활에 보탬을 주려는 생각으로 얼마간의 남새(채소)를 가져다준 적이 있었다”며 “그는 절대로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는 돌격대원들에게 일부러 성까지 내며 무작정 들려주고 돌아섰다”고 전했다. 신문은 “하지만 다음날 아침 출입문을 열던 그는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며 “출입문 앞에 자기가 가져다 주었던 남새와 함께 생활에 필요한 물자들이 놓여 있었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노동신문은 “험지에 와서 부족한 것이 많은 속에서도 피해지역 인민들을 도와주기 위한 좋은 일을 솔선 찾아하고 있다”고 보도해 돌격대에 대한 식량과 물자 공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엿보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8월 29일(현지시간) “압록강 유역을 휩쓴 폭우로 양강도 삼수군과 김정숙군, 김형직군의 농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수해복구가 한창인 이곳 농촌 주민들은 극심한 식량난까지 겪고 있는데 농작물 도둑이 기승을 부려 올해 알곡 생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돌격대 나갈 땐 가마솥도 떼 간다” RFA는 “농작물 도둑질은 아직 여물지 않은 옥수수를 이삭째 뜯어가거나 감자를 줄기째 뽑아 굵은 감자만 추려 가져가는 식으로 농작물에 큰 피해를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돌격대의 경우 국가에서 주는 식량으론 배를 채울 수 없는 데다 부식물은 자체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농작물 도둑질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돌격대뿐 아니라 큰물 피해로 텃밭을 잃은 농촌 주민들도 끼니 해결을 위해 너도나도 도둑질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돌격대로 생활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 A 씨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북한에서는 돌격대를 나갈 때 집안 가마솥을 떼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서 “수해복구나 건설공사에 동원하면서도 식량은 물론 최소한의 생활물자조차 보장해 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마련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수로 전력망이 훼손되면서 신의주 등 피해지역의 야간조명이 크게 줄어든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수해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6월 26일에 촬영한 야간 조도 영상에는 신의주 중심부부터 남신의주역을 거쳐 신압록강대교 인근까지 철길을 따라 야간 조명이 밝게 비추고 있지만, 8월에는 신의주 중심부에만 부분적으로 조명이 보일 뿐 전반적으로 암흑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의주 일대가 어두워진 이유는 폭우 때 압록강변을 따라서 설치된 야간 철조망 등 전신주나 전선들이 유실 및 훼손돼서 전력선이 망가진 때문”이라고 RFA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수재민들은 가족과 집을 잃은 고통 속에서 북한 당국이 조직하는 행사 등에 연일 동원되며 시달리고 있다. 김정은 지시로 평양에 임시 체류하고 있는 신의주 등지의 주민들은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이들은 폭염과 뙤약볕 속에 김일성 생가 방문 등 체제선전성 행사에 연일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지시로 수재민 1만3000명 평양 임시 이주 노동신문은 8월 30일 “어머니당(노동당)의 각별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 즐거운 평양 체류의 나날을 보내는 수해지역 학생들이 유서 깊은 혁명의 성지 만경대를 방문했다”며 이곳을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탄생하신 고향집 뜨락”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15일 수재민들을 한자리에 집결시켜 체제선전성 발언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들 수재민은 김정은 지시에 따라 평양의 임시 거주시설로 이날 이주한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 등으로 1만3000여 명에 이른다. 신의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큰 홍수로 압록강 지역에서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김정은과 북한 당국이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하다”며 “식량과 복구 물자·장비를 투입하지 않고 돌격대에만 의존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주민 불만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수해 뒤처리는 불똥이 김정은에게 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상교양 시간에는 홍수 사태와 관련해 주민과 간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내용이 집중적으로 다뤄지는 것으로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대북 인권단체인 VOC(Voice of One Calling)가 입수해 공개한 북한의 ‘정치사업 자료’는 “큰물 피해 복구와 재발방지 사업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자”면서 이번 수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이 문건은 “이번에 조성된 피해 상황은 대피지역에서 이탈해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올바르게 확정하지 못하는 현상, 재난 시 이용할 필수 구조장비들을 제대로 구비해 놓지 않은 현상 등이 얼마나 엄청난 후과를 산생시키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또 “큰물이 나거나 태풍이 오는 경우 대피하는 지역을 다시 명확히 확정하는 것과 함께 재해 구제용 장비와 기재, 물자들을 시급히 비축하기 위한 사업을 강하게 내밀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수해 방지시설 마련하지 않아 재난 되풀이 사실 신의주 지역 수해는 압록강 유역에 대한 기본적인 수방시설 투자조차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란 게 북한 인프라 분야를 연구해온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맞은편 중국 단둥의 경우 지형 자체가 북측 지역보다 2~3m 높은데, 여기에다 강물이 넘는 걸 막기 위해 둑을 쌓거나 물막이용 펜스를 쳐놓아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핵과 미사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관심을 집중해온 김정은이 주민 생명이 달린 수해 방지시설 구축을 도외시하면서 여름철 집중호우에 따른 압록강 범람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주민 구조 작전을 벌인 공군 헬기부대를 찾아 영웅 칭호와 무더기 표창 수여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하고 있다. 수해 현장을 찾아서는 “용납 못할 인명 피해”라며 심각한 수준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음을 밝혀놓고 며칠 뒤 “한 명도 피해가 없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정은이 청년들을 동원해 수해복구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를 대대적으로 찬양·선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8월 7일 “기적의 영웅신화를 또다시 창조할 맹세를 다지며 앞을 다투어 피해복구 전구로 탄원하는 청년전위들의 거세찬 대하에는 1950년대에 전선으로 용약 달려나가던 조국 수호자들의 드높은 애국열기가 그대로 맥동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한류 드라마·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중고교생을 포함한 청년세대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는 움직임을 주도한 김정은이 재난 복구에 청년들을 내모는 건 몰염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 된 수해 방지 시스템을 갖추려 하기보다는 청년과 군인들을 현장에 투입해 땜질식 복구를 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 재난을 당하고도 민생과 안전보다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재난 상황에 대한 인도적 조치로 식량과 의약품 등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하는 건 김정은이 주민의 삶보다는 체제의 체면이나 남북 간 정세구도에 더 집착한다는 걸 보여준다. 민생보다는 자신의 권력 지탱에 필요한 미사일과 핵을 거머쥐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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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북한 'AI 자폭 드론'...한국군 '방공망 무력화' 위협

김정은, “각종 자폭형 무인기, AI 기술 도입해 더 많이 개발 생산” 지시 홍민 “50~200km 단거리, 6200m 이하 저고도 드론” 권용수 “자율형 자폭 드론 개발 땐 포병 무기체계 작전수행 위협 우려”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북한은 지난 8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조직한 각종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각이한 타격권 내에서 이용되는 무인기들은 지상과 해상에서 적의 임의 목표들을 공격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면서 “각종 무인기들은 설정된 각이한 항로를 따라 비행했으며 모두 지정된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타격 소멸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세계 군사과학의 추세로 보나 전장들에서의 전투 경험으로 보나 각이한 유형의 무인기들을 개발하고 그 전투적 성능을 부단히 높이는 것은 전쟁 준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롭·란쳇-3 유사한 ‘체공형 자폭 드론’ 또 북한은 “김 위원장이 전략 정찰과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들뿐 아니라 전술적 보병과 특수작전 구분대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국 특성에 맞게 핵어뢰와 같은 수중 전략무기체계들은 물론 각종 자폭 공격형 수중무인정들도 부단히 개발해야 한다”면서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드론 유형에 대해 “방공망 무력화를 위한 ‘전투드론’, 전술적 목적 측면에서 사단 이하 작전용 ‘전술드론’, 항속거리 50~200km ‘근거리 또는 단거리 드론’, 최고 고도 6200m 이하 ‘저고도 드론’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자폭 드론 공개 배경과 관련해 “8차 당대회와 2023년 12월 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무인항공공업 부문 과업수행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한미연합훈련과 한미 공군력에 대응한 심리전 차원의 공개”라고 봤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며 란쳇(Lanset)-3가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영상을 의도적으로 공개하는 심리전을 전개했다”면서 “한국의 제공과 방공을 회피하며 공격할 수 있는 무기 공개를 통해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에 가오리 날개형과 X자 날개형의 두 종류 드론을 공개했다. 바로 1년 전인 2023년 7월 전승절 열병식에서는 샛별-4, 샛별-9와 같은 무인 정찰기와 무인 공격기가 등장했다. 1년 만에 새로운 자폭형 드론을 처음으로 외부에 내놨다. 형상만으로 본다면 가오리 날개형 드론은 이스라엘이 개발한 하롭(Harop) 자폭형 드론과 유사하다. X자 날개형 드론은 러시아가 개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는 란쳇-3와 흡사하다. 하롭과 란쳇-3 두 종류 모두 체공형(Loitering type) 자폭 드론이다.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전차와 자주포, 장갑차 등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됐다. 스스로 알아서 추적, 표적 은밀·정밀 타격 하롭은 자율형이기 때문에 작전지역 상공을 오랜 시간 체공하면서 레이더나 통신 전파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레이더나 통신 전파가 탐지되면 추적 비행해 레이더 기지나 통신 기지를 파괴한다. 하롭과 란쳇-3가 더욱 위협적인 것은 둘 다 실전에서 엄청난 파괴력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오래전인 1970년대부터 무인기 개발에 착수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하롭 등 각종 드론을 전력화하고 수출까지 시작했다. 아제르바이잔군은 2016년 아르메니아와의 분쟁에서 하롭을 이용해 군 수송버스를 파괴했다. 이스라엘도 시리아 대공기지를 무력화하는 데 하롭을 운용했다. 란쳇-3는 최신 칩용 자폭 드론으로 평가된다. 2019년 러시아 모스크바 방산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바로 다음해인 2020년 시리아 내전에 실전 투입됐다.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최신형 드론이 복합적인 현대전에 대량 투입되고 있다. 란쳇-3는 우크라이나 포병 무기의 50% 이상을 공격 대상으로 실전 운용되고 있다. 공격형 자폭 드론인 하롭과 란쳇-3는 마치 미사일과 같은 ‘파이어 앤드 포겟’ 방식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미사일이 발사(Fire)되면 발사자는 미사일에 대해 잊고(Forget) 있어도 미사일 스스로 알아서 표적을 정확히 타격한다. 두 자폭 드론도 일단 이륙하면 정해진 목표나 지정된 경로를 따라 비행한다. 작전지역에 도달하면 체공하면서 감시활동을 한다. 어떤 전파나 적의 움직임이 탐지되면 스스로 알아서 추적하면서 표적을 은밀하고도 정밀하게 파괴한다. ‘저비용 고효율’ 벌떼공격, 방어 힘들어 최신 전술형 유도무기들은 한 발에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하며 단발성 무기체계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드론은 ‘저비용 고효율’ 무기체계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짜리 수십 개의 드론이 짧은 시간에 벌떼처럼 공격할 수 있다. 물리적인 무기체계 시스템을 갖고 방어막을 치기는 쉽지 않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는 “김정은이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를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북한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율형 자폭 드론 개발에 역량을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권 교수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완전한 자율형 공격용 자폭 드론 개발이 멀지 않았다면 한국군 포병 무기체계의 작전 수행에 적지 않은 장애와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단시간 내의 엄청난 대량 공격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틈이 없다”면서 “최근 현대전에 맞춘 전략과 전술, 교리를 완전히 터득하고 공격 시나리오에 따른 즉각적인 상황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대전의 드론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한국군이 어떻게 싸울 것인가 하는 전략과 전술, 교리를 개발하고 교육·훈련 시스템 개혁에 노력과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드론을 잡는 물리적인 무기체계 도입이 능사가 아니라 전문지식을 갖춘 운용자들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예산을 대폭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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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불법·편법 판치는 간호학원…간호조무사 가짜 교육증명서 남발

의료기관과 연계 정황 1년간 과태료 처분 0건 교육부·협회, 실태 파악 안 돼 | 신수용 기자 aaa22@newspim.com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 신도경 기자 sdk1991@newspim.com 서울 시내 일부 간호학원이 간호조무사 자격증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날조해 불법·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관할기관인 교육부·보건복지부·학원협회 등은 이러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에 있는 간호학원 여러 곳에서 허위 학과 교육·실습과 이수증명서 발급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현장에서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있지만 최근 1년 사이 과태료를 부과받은 학원은 한 곳도 없었다. 700시간 넘는 가짜 병원 실습 버젓이...“입조심해야” 간호조무사가 단순 보조·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의사, 간호사와 일을 분담하고 협업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는 일정 부분의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어서다. 특히 고령화로 간호와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간호사보다 1.8배가량 많은 간호조무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간호조무사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원에서 의료법상 규정된 학과 교육·실습 시간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불법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불법에 다수의 의료기관이 연계된 의혹도 있다. A 학원은 “256시간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실제로 일을) 하면 된다”며 “ ‘(내가 아는 병원에) 780시간 한 걸로 봐주십시오’라고 얘기할 것”이라며 서울 시내 여러 곳에 연계된 병원이 있다고 홍보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이수 여부를) 날짜로만 본다”며 “누군가 민원을 넣으면 조사하러 나오니 입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 학원은 70시간만 실습을 하면 증명서를 만들 수 있다고 확답했다. B 학원은 “(내가) 아는 병원에서 직인을 찍어 오면 실습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며 인근에 학원과 연계된 병원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국비 지원 교육과정이 아닌 일반 과정의 증명서는 전산이 아닌 손으로 직접 작성할 수 있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A 학원은 “지금은 출·결석 관리를 수기로 해서 동그라미를 치면 되니까 유도리(융통성)가 좀 있다”며 “내년부터 전산화될 거예요. 그럼 못 봐주지”라고 설명했다. C 학원은 “1~2개월이면 이론이 가능하다”며 추가 비용을 내면 서류를 꾸며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평일에 매일 8시간을 꼬박 들어도 두 달이면 320시간밖에 이수하지 못해 법정 이수 시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다. 불법 학원 상담 경험이 있는 김모 씨는 “기본 과정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국가고시(간호조무사 시험)를 치른 엉터리 인력이 많아지고 있다”며 “학원이 여러 병원 도장을 가지고 실습을 나간 것처럼 대리로 (출·결)처리를 해주는 불법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불법 수업은 일반 수업보다 가격도 비쌌다. B 학원은 학원비 약 6개월치를 선지불하면 지난 3월부터 학원을 다닌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7개월 만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까지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된다. 또 이곳에서는 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학과 교육을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음성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는 의사와 간호사처럼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직업인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상태로 자격증만 취득해 현장에 투입되면 환자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불법·편법 이유 ‘모르쇠’...정부 단속 미진 몇몇 학원은 소위 ‘배려’라며 서류 조작을 정당화하거나 불법 학원을 알선하는 편법을 썼다. 학과 교육 시간을 모두 이수해야 하냐는 질문에 D 학원은 폐업을 한다며 “배려를 어떠한 방법으로 해줄 수 있지 않겠냐”며 자세한 상담에 앞서 수강료 결제를 요구했다. 해당 학원은 다른 불법 학원도 연계해 줬다. E 학원은 “학원에 안 와도 온 시간으로 배려를 해준다”고 말했다. 이런 불법·편법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관련 당국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점검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한 학원은 한 곳도 없다. 관련 집계 역시 따로 관리하지 않는 등 관련 기관이 불법 운영 단속·관리에 미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과태료를 부과한 간호학원은 한 곳도 없다”며 과태료 외 행정처분은 다른 학원들과 합쳐 집계하기에 따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간호학원의 불법·편법 운영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문제가 있으면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한국간호학원협회는 뉴스핌 취재가 시작되자 불법·편법 운영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고 답변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법 이수증명서를 발급하는 이유에 대해 해당 학원들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A 학원은 “정부에서 평가를 받기에 (법정 교육과 실습 시간을) 전부 이수해야 한다”며 허위 서류 발급을 안내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B 학원은 “수업 일수를 채워야 해서 이를 소급해서 1년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C 학원은 “타임라인(시간)까지 애플리케이션(앱) 이용해 찍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D 학원은 “허위로 발급한 기억이 안 난다. 언제 했는지 모르겠다”며 “폐업 후 다른 학원과 연계해 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E 학원은 “그런 사실이 없는데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냐”며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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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정부, 13년간 전수조사 전무...간호학원 '불법' 키웠다

2011년 전수조사가 ‘마지막’ 정부 무관심 속 불법·편법 되풀이 | 신수용 기자 aaa22@newspim.com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 신도경 기자 sdk1991@newspim.com 간호학원의 불법·편법 운영이 반복되고 있지만 관련 전수조사는 10년 넘게 시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불법·편법 운영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 증명서’ 고질병 반복...10년 넘게 전수조사 無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을 마지막으로 13년 동안 전국 간호학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한 번도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다. 당시 전수조사로 간호학원 514곳 중 99곳이 적발되자 교육부는 지속적인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행법상 국가시험인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간호 관련 전문대를 나와도 간호학원에서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고 의료기관에서 실습을 해야 한다. 전수조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반복되는 간호학원의 불법·편법 운영이 자리한다. 서울시는 2012년 허위 이수 증명서를 작성한 후 자격증을 취득한 44명의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소했다. 2018년 서울 강동구의 한 학원에서 학원생 139명을 대상으로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핌 취재 결과 최근에도 서울 시내에 있는 간호학원 여러 곳에서 이 같은 불법·편법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두 부처는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인력과 예산 부족을 꼽았다. 교육부는 간호학원 외에도 보습학원 등 9만 개가 넘는 학원을 관리·감독하고 있지만 관련 부서 인원은 약 4명이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하루 정도 학원 현장을 방문해 심사하며, 서류 위주로 심사하기에 (허위 여부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며 “전수조사와 함께 출결관리를 전산화하거나 병원 실습 관리자를 두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임 떠넘기는 교육·복지부...문제 해석·판단 엇갈려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한 판단도 두 부처 간 엇갈렸다. 간호학원에서 암암리에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것에 대해 교육부는 허용 가능하다는 의견이지만, 복지부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와 복지부는 간호학원의 관리·감독 책임을 서로에게 미뤘다. 간호학원 관리 권한이 교육부와 복지부로 나뉜 탓에 간호학원에 대한 책임 주체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산하 교육청은 학원법에 따라 간호학원 점검과 행정처분을 맡는다. 교육부는 교육 시간 위반 여부 등을 점검한다. 복지부는 2017년부터 의료법에 따라 간호학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훈련기관 지정·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간호교육평가원에 위탁해 3년 주기로 해마다 간호학원 약 150곳을 선정해 정기 점검을 한다. 매년 이 숫자는 달라진다. 이 평가를 통과한 기관에서 교육 과정을 거쳐야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복지부 장관의 지정·평가를 받은 간호학원은 576개다. 두 기관 모두 상시 점검 제도도 운용하고 있지만 신고나 민원이 들어왔을 때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에 대한 포상 제도도 존재하지 않아 참여율이 낮다. 교육부는 간호학원에 대한 지정·평가 운영을 복지부가 맡고 있어 실질적인 관리 주체와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복지부는 학원에 대한 관리는 교육부 소관이라고 주장한다. 교육부 측은 “병원 실습 등 관리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며 “복지부가 지정·평가제도를 제대로 운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관리 주체”라고 해명했다. 반면 복지부는 “간호학원 불법·편법 운영 책임은 교육부 산하 교육청과 복지부 모두에게 있다”면서도 “개별 학원에 대한 관리는 교육부 소관”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기준이 달라 (두 부처가) 충돌할 경우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중앙정부에서 조율을 통해 어느 것을 우선 적용할지 기준을 잡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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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교육·관리 체계 대대적 손질...간호조무사 전문성 키워라"

통합 시스템으로 교육 질적 향상 도모 간호사 취득 문호 여는 등 전문성 강화 | 신수용 기자 aaa22@newspim.com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간호학원의 관리·감독 체계와 교육 과정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복되는 간호학원 불법·편법 운영을 막고 양질의 간호조무사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학원 관리·감독 체계 전면 개편 필요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조무사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한 90만여 명 중 2023년 기준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조무사는 22만여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90만여 명 가운데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조무사 수는 2019년 19만5401명에서 지난해 22만1372명으로 13%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요양병원 수 증가와 간호 인력의 부족으로 간호 보조 인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커지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요만큼 질적 수준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간호학원 관련 제도는 이를 실현하기에 역부족이다. 보건복지부는 한국간호교육평가원에 위탁해 500여 곳이 넘는 간호학원 중 150여 곳만 3년 단위로 감사하는 교육훈련기관 지정·평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청에 이를 이관해 관리한다. 과태료 외에는 다른 행정처분에 대한 집계를 따로 하고 있지 않다. 매년 늘어나는 간호조무사 수와 높아지는 수요에 맞춰 독립적인 부서를 두고 이를 관리할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간호학원의 교육 과정을 수시로 점검하기 위한 별도의 평가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사보원)과 함께 간호학원에 대한 감독을 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시스템은 간호학원이 홈페이지와 관리 시스템에 가입해 가입 학생, 출결·수업, 실습관리 현황 등을 입력하면 정부가 이를 관리하는 체계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협회 산하에 평가기관을 만들어 현재 60점 이하는 지정을 받지 못하게 돼 있는데 이를 60~75점, 76~85점 등으로 점수화해 등급을 세분화하고 평가 주기도 연 단위로 구분해 평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복지부가 지침이나 공문을 수정해 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선 실습했던 서류에 원장 사인만 받으면 된다”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공공이 나서 카드로 출석 체크하는 것처럼 엄격히 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성 높일 프로그램 필요...“면허 문호 넓혀야” 일관되지 않은 간호조무사 교육 제도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획일적인 필수 교육 시간을 제시하고 세부 교육안이 표준화돼 있지 않다. 추가적인 연구나 조사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과거 출제된 문제를 답습하는 문제은행식 시험과 교육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간호학원은 표준 교육교재가 없어 교습 내용도 학원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간호조무사는 국가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받는다. 시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선 간호학원에서 이론교육 740시간, 의료기관에서 실습 78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간호 관련 특성화고와 4년제 간호대 졸업자는 예외다. 전문가들은 기존 이론교육과 실습 시간을 기초간호학 이론 500시간·실기 80시간, 보건간호학 60시간, 공중보건학개론 95시간 등으로 나눴다. 실습 시간도 780시간에서 865시간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간호조무사인 준간호사 관련 교육기관의 이수 기간은 2년이다. 이 기간 이론 1890시간, 실습 735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해외에선 간호조무사와 같은 간호 보조 인력을 양성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간호 보조 인력의 간호사 면허 취득 관련 교육을 학위·보유자격별로 다양하게 제공한다. 간호 인력 경력관리 프로그램(Nursing Bridge Program)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간도 9개월에서 2년으로 진행해 전일제와 반일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일본도 학력 및 경력 배경에 따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간호조무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간호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외국의 경우는 간호조무사도 열심히 하면 간호사가 될 수 있는데 한국은 간호대학을 나와야만 간호사가 될 수 있다”며 “인건비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있겠지만 단절되지 않은 개방된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간호보조 인력의 간호사 면허 취득 경로 유연화 방안 연구’에서 간호조무사의 간호사 면허 취득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사연은 “우리나라도 지역 거점 형태로 상승 프로그램이 개설되면 지방병원 간호사 부족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미국, 영국 세 나라 모두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될 수 있는 활로를 열어놓고 이를 지원하고 있다. 김일옥 삼육대 간호대학 교수는 “체계적인 실습을 통해 간호조무사 교육 과정을 내실화하고, 출중한 능력과 배울 의지 있는 이들에게 간호사가 될 수 있는 문호를 열어주는 시스템 다각화가 필요하다”며 “해외 사례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등 체계적인 수요 조사를 통해 정부가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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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호

“청년 인재 국제범죄로 내모는 셈”...北 해커들의 놀이터 된 사이버 공간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서 인증 영역을 확대해 가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이 해커들의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리서치 업체인 TRM랩스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 24일까지 해킹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탈취해 간 규모는 13억8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피해액 6억5700만달러(약 90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눈길을 끄는 건 북한이 개입한 해킹 범죄다. TRM랩스 측은 2022년 암호화폐 탈취 규모는 9억달러(약 1조2000억원)가량인데, 이 중 6억달러(약 8000억원) 이상이 북한 해커그룹이 연루된 온라인게임 ‘엑시인피니티’ 해킹과 관련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북한의 해킹과 관련해 의아한 대목은 인터넷이 없는 사실상 유일한 불모지에서 유독 기밀정보나 암호화폐를 탈취하기 위한 해커들의 활약에서는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주민들에게는 외부와의 접근이나 컴퓨터·인터넷을 철저하게 차단하면서도 특정 목적으로 선발하고 길러낸 인력을 동원해 정권 차원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해 공략하거나 도발하는 김정은 체제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통치자금 고갈된 김정은 국제 금융전산망에 손 뻗어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사회가 된 현실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특히 한국이 초고속통신망 등을 선도적으로 구축함으로써 군사 및 첨단 산업 정보와 금융망이 그물처럼 짜인 데 착안해 해킹으로 이를 탈취하려 시도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건 청와대(현 대통령실)와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 군 관련 핵심 부처와 원전·철도 등 기간산업시설이었다. 이런 기관의 방화벽을 뚫고 침투하거나 관리자·관계자의 컴퓨터에 침투해 서버에 접근하는 등의 수법으로 방대한 분량의 정보를 빼가거나 망가뜨렸다. 그리고 북한이 차츰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건 금융망이다. 처음에는 관련 자료를 해킹하거나 못 쓰게 만들어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지게 하거나 마비시키려 책동했지만, 점차 돈맛을 보게 되면서 코인 탈취나 예치된 자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국과 미국의 정보당국은 김정은과 노동당의 핵심 집권층이 주로 해외에 체류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북한 해커들에게 계획 분(할당 목표)까지 내려 보내면서 닦달하는 바람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쥐어짜기식 행태가 벌어지는 건 김정은의 달러 돈줄이 바짝 말라버렸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집권 13년 차에 이르면서 핵과 미사일에 올인한 자금 지출이 만만치 않았다. 도발적 행보로 제재를 자초하고, 코로나까지 덮친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도 체제 선전성 상징물이나 건축·건설 공사를 강행하면서 막대한 돈이 필요해졌다. 탈취한 자금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 지난 5월 준공식을 가진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나 평양 외곽에 지은 몇몇 고층아파트는 대표적 사례다. 변변한 수출 품목 하나 없이 촘촘한 대북 제재 상황에 노출된 북한이 김정은의 통치자금이나 핵·미사일 도발에 쓰일 자금을 마련하는 주요 통로로 해커를 동원하고 있다는 건 의혹이나 논란을 넘어 이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해킹을 통해 챙기는 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불법 금융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 해커들이 2022년 한 해 동안 가상 자산 프로젝트와 기업들을 겨냥한 NFT 탈취로 7억2000만달러(약 9860억원) 이상을 가져갔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이 2022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해커들이 수익 창출 및 돈세탁 수단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NFT 사용을 늘리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재무부는 이 같은 돈이 “북한이 사이버 범죄를 통해 충당하는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하에서 북한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및 다른 금융 기관들을 상대로 한 사이버 절도 등 불법 활동으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투입한 재원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재무부 보고서는 북한이 해커들을 대거 동원해 사이버상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고도로 숙련된 IT 기술자 수천 명을 세계 각국에 보내 가상자산 관련 프로젝트에 고용돼 일하도록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핵 개발 비용의 40% 충당” 분석도 북한의 국제 금융전산망 해킹 움직임은 앞서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패널이 내놓은 보고서에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패널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해킹과 사이버 공격 등의 방법으로 외화 수입의 절반가량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과, 해당 자금으로 핵무기를 비롯한 WMD 개발 비용의 40% 수준을 충당한다는 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추가적인 실험은 없었지만 유엔 제재 등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 관련 장비 구입이나 핵물질 생산에 불법 조달한 자금을 사용했다는 게 패널의 분석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건 지난 한 해 북한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 탈취 사건 17건을 조사 중인데, 그 규모가 7억5000만달러(약 1조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북한은 또 2017∼2023년 기간에 가상자산 관련 업체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약 30억달러(약 4조원)를 챙겼는데, 관련된 의심 사건이 58건에 이른다. 보고서가 북한을 지칭해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이버 도둑”이라고 강조한 건 김정은 체제의 해킹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북한의 해킹 가운데 특히 코인 탈취나 금융망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공조도 탄력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움직임이 대북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일 돈줄이 이어진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 5월 8일 북한 해커들의 범죄 수익금이 예치된 가상화폐 계좌 279개에 대해 몰수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는 미국 검찰이 지난 2020년 8월 북한 해커의 범죄수익 추정 계좌 280개에 대해 몰수 소송을 낸 데 따른 조치인데, 앞서 3월 미국 법원은 145개 계좌에 대해 몰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18년 이후 미국이 대북 제재 위반 자금을 겨냥해 민사 몰수 소송을 벌여 국고에 편입시켜 온 활동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미 대응에 북한도 ‘현금화’에 어려움 겪어 해킹으로 달러를 챙기는 김정은 돈줄을 차단하려는 한국과 미국·일본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미일은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외교당국 간 실무그룹’을 가동해 공동의 대응방안 논의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는 북한의 악성 사이버 활동 움직임, 정보기술(IT) 인력 운용 등과 관련한 평가와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미와 유관국들이 북한 해킹과 관련한 대응과 공조에 나서면서 평양 당국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차관은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암호화폐를 믹싱해 현금화하는 데 많은 곤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훔친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준 장외거래 암호화폐 업자들에 대해 미 재무부가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탈취한 암호화폐를 추적할 수 없도록 믹싱 기법을 써왔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도록 암호화폐를 쪼개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 자금 사용처나 현금화 과정을 은폐해 왔는데, 재무부가 믹서 업체인 ‘토네이도 캐시’와 ‘신바드’를 지난해 제재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금융망 해킹에 집중하고 있지만 민감한 정보나 자료 탈취에 관심을 끊은 건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된 법원 전산망 해킹 사건은 북한이 해커들을 동원해 여전히 자신들에게 필요한 한국 내 정보나 자료를 빼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지난 5월 11일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로 추정되는 그룹은 우리 법원 전산망에 침투해 2년이 넘도록 개인정보 등 민감한 자료가 포함된 모두 114GB 규모의 자료를 빼내갔다. 법원 전산망 침투해 방대한 자료 빼가 수사 결과에 따르면 법원 전산망에 대한 북한 해커들의 침입은 2021년 1월 7일 이전부터 2023년 2월 9일까지 이뤄졌다. 이 기간에 모두 114GB의 법원 자료가 8대의 서버(국내 4대·해외 4대)를 거쳐 법원 전산망 외부로 보내졌다. 당국은 이 가운데 한 대의 국내 서버에 남아 있던 기록을 복원해 회생사건 관련 파일 5171개(4.7GB)가 유출됐다는 점을 파악했다. 나머지 7개의 경우 자료 저장 기간이 끝나 추적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유출된 것으로 드러난 5171개의 자료는 자필진술서와 채무증대 및 지급불능 경위서, 혼인관계증명서, 진단서 등으로 여기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금융정보·병력기록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 북한이 이를 악용해 대남 공작 등에 활용한다면 피해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드러난 방산 기술 탈취 시도도 북한이 여전히 우리 군사·안보 분야에 대한 정보수집과 해킹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대표적 해킹조직 3곳이 우리 방산 기술 탈취를 위해 힘을 합쳐 적어도 1년 6개월 이상 전방위적인 사이버 공격을 가해 왔다. 방산 업체 83곳 중 10여 곳이 해킹을 당했는데 대부분의 피해 업체들이 경찰 수사가 시작돼 통보받기 전까지 인지조차 못 하고 있었다는 점도 드러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핵 대남 타격 위협하고 오물풍선까지 띄워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불안하게 만들어 온 북한은 점점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탄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이 손을 잡은 건 대러 탄약·무기 거래로 북러 밀착을 꾀해 보려는 고육책에 가깝다. 지난 7월 말 북부 평안북도와 자강도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큰 수해를 입었지만 김정은은 군수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탄도미사일 이동발사대(TEL) 250대를 한 곳에 모아 군부에 전달행사를 벌이면서 국방력 강화를 주장했다. 민생은 도외시한 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대적(對敵) 관계로 주장하면서 “같은 민족이 아니다”고 강변하는 반통일·반민족적 모습을 보인 이후 북한의 행태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을 겨냥해 전술핵을 탑재한 방사포(다연장로켓·MLRS)를 시험사격하고, 완정(完整) 운운하며 호전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급기야 대남 풍선을 띄워 가축 배설물 등 오물과 쓰레기를 보내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까지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40살 나이의 최고지도자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이 전면에 나서 이런 유치한 행동으로 남북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이런 움직임을 관통하는 건 할아버지 김일성부터 물려받은 3대 세습 체제를 어떻게든 유지하겠다는 몸부림이란 점이다. 절대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2500만명의 북한 주민이나 5000만명의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수재급의 학생들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교육한 뒤 핵과 미사일 개발로 내모는 것도 모자라 금융망 해킹이라는 국제 범죄에 매달리게 하는 대목이다. 청년들의 명운을 김정은과 그 일족들이 거머쥐고 노예노동에 가까운 암호화폐 탈취 등에 종사하게 하는 건 그들의 미래를 앗아가는 용납 못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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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호

군대 PX, 고물가 시대 ‘효자 노릇’ 톡톡…여친·할머니엔 ‘달팽이 크림’ 최고의 선물

수십만원 ‘송윤아 크림’ 3만8000원 3만원짜리 ‘닥터지 로얄’ 1만원 큰 인기 최근 3년간 병사 월급 크게 올라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수십만원 하는 ‘송윤아 다이아몬드’ 크림 화장품 세트를 3만8000원에 사서 첫 휴가 때 어머니께 선물했더니 군대 가서 효자 다 됐다고 흐뭇해하셨습니다.” (공군 김모 일병) “사회에서는 3만원 하는 닥터지 로얄 ‘달팽이 크림’을 1만원에 사서 휴가 때 여자친구와 할머니께 선물했더니 너무나 고마워해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육군 정모 상병) 군대에서 ‘효도 크림’, ‘효도 화장품’으로 입소문 난 제품들은 요즈음 영내 마트 ‘WA마트’에 갖다 놓기가 무섭게 동이 난다. 화장품·식품류 갖다놓기 바쁘게 동나 군대를 갔다 왔거나 현재 군 복무를 하는 장병들도 영내 매점이나 마트를 친숙한 피엑스(PX·Post Exchange)라고 부른다. 하지만 현재 PX의 정식 명칭은 2016년부터 국방부 국군복지단 소속 마트를 복지단(Welfare Agency)의 약자인 ‘와(WA)마트’라고 부른다. 일선 병사들의 ‘월급 100만원 시대’가 열리면서 일반 사회의 고물가로 인해 군 영내·외 마트의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장병들이 선호하는 화장품과 식품류는 물건을 갖다 놓기가 바쁘게 떨어진다. 군대 마트의 납품 경쟁이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 그 자체다. 국군복지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병사들의 월급이 크게 오른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군 영내 마트의 매출은 해마다 8%가량 쭉쭉 늘고 있다. 병사들의 월급이 크게 오른 것도 있지만 영내 마트 운영시간 종료 후 자율 이용할 수 있도록 일부 마트에 무인판매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장병 선호도를 반영한 다양한 물품 선정 등 일선 장병들의 복지 수혜를 늘리기 위한 시스템 개선에 적지 않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복지단은 설명했다. 軍마트 납품 1800여 종...음료·닭가슴살 인기몰이 2024년 현재 군 마트 납품 품목은 1800여 종이다. 군 마트 물품 선정은 장병들의 선호도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물품 선정 심의위원에 계급별 장병과 군무원, 외부위원을 참여시키고 있다. 맛과 품질, 디자인, 인지도, 선호도를 고려해 선정한다. 일선 장병들의 군 마트 이용에 대한 만족도를 세심히 평가하고 있다. 장병들의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꼼꼼히 강구하고 있다. 장병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복지단은 전했다. 현재 군 장병들이 선호하는 품목은 에너지 드링크와 탄산음료, 생수, 커피 등 음료류로 파악됐다. 라면류와 과자류, 닭가슴살 등 식품류도 인기가 많다. 2024년 상반기 군 마트 물품 중 판매량 상위 50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다. 최근에는 장병들 사이에 미용과 건강을 중시한 군내 마트 트렌드와 문화까지 형성됐다. 닭가슴살과 음료, 미용 마스크팩과 선크림 등이 꾸준한 인기 품목이다. 납품업체·물품 선정, 비리 얼씬도 못해 당연히 군 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려는 신청 업체와 물품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납품업체와 물품 선정 과정에서 소소한 잡음과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군 마트 위탁물품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정 단계별 결과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선정 심의에 계급별 장병과 군무원, 외부위원의 참여를 확대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청업체 대상 서류심사 결과를 공개하고 △선정 심의위원으로 외부위원과 민간인을 공개 모집하며 △내부 국군복지단 관련자는 심의위원에서 배제하고 △선정 심의 때 감찰기관 등에서 참관 자격으로 참여하는 등 엄격한 제도와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과거 복마전이었던 군 영내·외 마트 납품 비리가 일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시스템적 장치를 강구했다. 복지단 군 납품 비리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軍 마트 병사 부모들도 이용 ‘큰 인기’ 군 마트는 병사들의 부모도 이용할 수 있다. 군인복지기본법 2조에 따라 현역병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도 군 마트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2020년부터 국군복지포탈(앱)을 활용한 국방가족 모바일 증명 제도가 시행됐다. 군 마트 이용에 있어 병사뿐 아니라 간부와 군무원, 예비역 가족들의 접근성과 편리성이 높아졌다. 일선 장병들은 군 마트 물품을 사서 가족·지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물품 구매를 제한하거나 본인 활용 목적으로만 구매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다수 이용자를 감안해 일부 선호 품목의 판매 수량은 제한하고 있다. 군 마트 운영 취지와 시장 교란 우려에 따라 군 마트용 표기를 통해 재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권준영 육군 병장은 “입대 전 유튜브 콘텐츠에서 접했던 유명 냉동식품류들이 실제로 판매되고 있어 처음 이용했을 때는 정말 신기했다”면서 “지금까지도 WA마트에 자주 가서 동기들과 함께 즐겨 먹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은석 공군 병장은 “군 생활 동안 몸도 만들고 체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운동하고 있다”면서 “최근 닭가슴살 등 단백질 관련 식품류와 제로 음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국군복지단, 마트 1700개·인터넷몰 운영 국군복지단은 국방부에서 지정한 복지와 체육 시설을 통합 관리·운영하고 있다. 국방 가족들의 복지를 책임지는 핵심 부대다. 2024년 현재 마트 1700여 개소, 쇼핑타운 7개소, 국방컨벤션, 휴양시설 5개소, 체력단련장 4개소, 기숙사 9개소, WA몰(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시설 이용 대상자는 시설별로 일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역 장병과 군무원, 19년 6개월 이상 복무 후 전역한 예비역과 그 가족, 국가유공자다. 복지단에서 운영하는 휴양시설도 현역 장병과 군무원, 예비역 본인만 예약할 수 있다. 이동마트 ‘황금마차’ 40여 대 전방 누벼 군에 갔다 온 예비역들의 영원한 향수인 ‘황금마차’(이동마트)도 아직 전선을 누비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폭염 속에서도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전방을 지키는 격오지 장병들을 오늘도 찾아가고 있다. 경계부대 등 격오지 근무 장병들의 복지를 위해 40여 대의 황금마차가 달리고 있다. 최전방 근무 장병들의 생필품과 선호 식품을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 냉동고도 설치했다. 장병들을 위한 물품을 하나라도 더 싣기 위해 맞춤형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격오지 지형 특성을 감안해 해마다 차량 성능의 안전성도 개선하고 있다. 장병들을 위해 안정적인 운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복지단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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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호

범정부 차원 도박 근절 대응...상담소 인계 인원 2배 수준 급증

경찰, 도박 청소년 예방치유원으로 인계 올 1분기에만 300명...지난해 대비 2배↑ “치료 의지 없이 상담 받으러 와...분위기 흐리기도” | 노연경 기자 yknoh@newspim.com 범정부 차원에서 ‘온라인 도박 근절’에 나서면서 경찰이 도박 청소년을 상담소로 인계하는 건수가 급증했다. 경찰이 올 1분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방치유원)으로 인계한 청소년 수는 이미 지난해의 2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방치유원은 도박 문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기관으로 도박 전문 상담 인력을 갖추고 있다. 학교 폭력이나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로 연결되는 청소년 도박 특성상 발견 초기 단계에서 중독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단순히 도박 청소년을 예방치유원으로 인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일선 상담소에선 경찰이 도박 청소년을 인계해 줘도 해당 청소년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잠수를 타버린다거나, 집단 상담의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상담소 인력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의 인계 건수만 늘면서 ‘상담의 질’이 나빠질 우려도 있다. 예방치유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경찰로부터 인계받은 도박 청소년은 300명 이상으로 이미 지난 한 해(152명)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범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도박 근절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한 불법 도박 개장은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악질 범죄”라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올해 2월 윤희근 경찰청장은 도박범죄 척결을 국민체감약속 5호로 내세우며 “청소년 사이버도박은 절도, 금품 갈취 같은 제2의 범죄를 양산하는 원인”이라며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 조직 내에서 도박 청소년을 예방치유원으로 인계하는 조직은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사이트 등을 수사하는 사이버수사대다. 각 지방청 사이버수사대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이 도박 대금을 입금한 사례가 나오면 해당 청소년의 인적사항 등을 확보한 뒤 그 지역의 예방치유원으로 보낸다. 예방치유원은 서울에 중앙센터를 두고 총 13개 지방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경찰을 통해 예방치유원으로 온 도박 청소년 중엔 치료 의지가 없거나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은경 예방치유원 치유재활지원팀장은 “검찰에서 넘어온 청소년은 기소유예 조건으로 4시간 교육, 6시간 상담을 받아야 해서 상담 진행 ‘강제성’이 있지만, 경찰에서 넘어온 청소년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보낸 청소년은 부모 동의서를 위조하거나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있다”며 “내담자도 준비가 돼 있어야 치료가 가능한데 치료 의지가 없는 친구들이 집단 상담 분위기를 흐려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에서 인계되는 도박 청소년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상담사 인력은 한정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예방유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박 청소년 내담자는 △2021년 1242명 △2022년 1460명 △2023년 2093명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예방치유원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치료까지 맡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 성인 구분 없이 예방치유원에서 상담을 받은 도박 중독자는 총 2만1824명이다. 상담사(전체 109명) 한 명당 200명을 상담한 셈이다. 경찰도 예방치유원의 인력 한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상담사 선생님들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그래서 범정부 차원에서도 예산 증액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경찰에서 도박 청소년을 넘길 수 있는 곳이 예방치유원이 전부라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여성의전화처럼 촘촘한 망으로 도박 청소년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며 “그간 관심이 덜했던 청소년 도박 문제는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체계가 잡혀가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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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호

낮아지는 중독 나이…4명 중 1명은 중학생

도박 중독된 중학생 비율 2022년부터 급증 예방치유원 치유서비스 이용 26% 이상이 중학생 “전두엽 발달 덜 된 시기...충동조절 어려워” | 노연경 기자 yknoh@newspim.com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 4명 중 1명은 중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방치유원)에 따르면 최근 2년 연속 예방치유원에서 제공하는 도박 치유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 중 26%는 중학생이 차지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중학생은 16.4%(98명)에 불과했고 고등학생(83.6%, 499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급격히 중학생 수가 늘어난 것은 2022년부터다. 그해 26.8%(186명)로 전년 대비 10%포인트가량 늘어난 중학생 비율은 지난해에도 26%(292명)를 유지했다. 지난 3월에는 중학생이 도박으로 한 달 사이에 1600만원을 잃은 후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절도를 저지르고 대리입금을 이용했다가 매일 고금리의 빚 독촉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도박을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뇌 발달이 덜 된 어린 나이일수록 도박 중독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년간 도박 중독 치료를 해온 최삼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청소년 시기는 충동 조절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다”며 “충동 조절이 취약한 나이에 중독 문제가 생기면 방어막이 없는 상태에서 자극적인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소년 시기엔 다양한 발달 과제가 있는데, 도박 중독이 법적인 문제로 이어지면 향후 진로가 다 망가질 수 있고 발달상에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소년 도박사범 검거 인원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지역 청소년 도박사범 검거 인원은 1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6건)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박은경 예방치유원 치유재활지원팀장은 “불법 온라인 도박 운영 총책을 맡는 중학생도 많아지고 있다”며 “아이들은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인과 달리 청소년은 학교나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만큼 중독을 초기에 발견하고 본인 동의를 받아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환경을 바꿔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삼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학교나 학부모가 쉬쉬하고 한 번 문제를 덮어주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 아이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인데, 결국 학교나 학부모가 얼마나 이 문제를 빨리 인지하고 치료적인 개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이 만나 종합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이의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한 뒤 본인 동의를 얻어 통장 관리부터 친구 관계까지 환경 통제를 해야 한다. 환경이 안 좋으면 도박을 안 하고 싶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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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호

교칙 따라 처벌 제각각…"통일된 대응 방안 필요"

도박 중독 청소년 담임선생님 인터뷰 도박 청소년 발견해도 지도에 한계 “학교 폭력처럼 통일된 지도 방안 필요” | 노연경 기자 yknoh@newspim.com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 군은 친구의 소개로 도박을 접하게 됐다. 도박으로 큰돈을 벌어 명품을 구입하고 유흥을 즐기는 친구의 모습에 A 군도 도박을 시작하게 됐다. 도박을 통해 몇 번은 돈을 벌었고, 친구들끼리 서로 도박의 결과를 공유하며 자랑하거나 놀리면서 장난처럼 시작했다. 도박을 지속하면서 돈을 잃기 시작했고, 급기야 부모님의 지갑에 몰래 손을 대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제재로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같이 도박하는 친구들에게까지 손을 벌렸다. 친구에게 빌린 돈은 알고 보니 성인 사채시장과 연계된 돈이었다. 도박 빚을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을 때 A 군은 결국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최초 두 번은 부모님이 도박 빚을 갚아줬지만, A 군이 멈추지 않고 계속 도박을 이어가자 대신 변제해 주는 것도 멈췄다. 지속된 상담에도 A 군은 도박을 끊어내기 어려워했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의 수가 급증하면서 교내에서 이들을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들도 애를 먹고 있다. 학교 폭력처럼 제도화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점이 도박 청소년 지도의 한계로 꼽힌다. A 군의 담임 B 교사는 “도박 청소년 문제는 약 10년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발견하기도 어려웠고 발견 횟수도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러나 3년 전부터는 도박 청소년의 수가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났으며, 단순히 개인의 중독 문제가 아니라 형사 문제로까지 얽히는 등 횟수는 물론 심각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B 군의 사례처럼 청소년들은 또래 친구들 사이의 놀이 문화 정도로 인식하면서 도박을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은 스마트폰 사용이 잦기 때문에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도박하는 사실이 발각되기도 한다. 경찰이나 상담기관 등 외부에서 발견해 학교로 공유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제도적으로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이 자리를 잡은 학교 폭력과 달리 도박 청소년에 대한 처분은 각 학교의 교칙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A 군처럼 중독의 정도가 심각해진 경우에는 담임선생님이라고 해도 지도에 한계가 있다는 게 B 교사의 설명이다. 교칙에 따라 처분해도 학업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B 교사는 “도박 청소년 지도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도박 청소년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는 것보다는 당장 돈을 버는 것에 중점을 두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학교 차원 처분의 재발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소년이 도박에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시스템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것이 어렵다”며 “해당 청소년뿐만 아니라 보호자와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므로 부가되는 어려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학교 폭력처럼 제도화돼 있고 통일된 지도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B 교사의 주장이다. 그는 “학교 규칙은 법만큼 섬세하게 짜여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학교 폭력 문제처럼 통일된 지도 방안이 있다면 도박 문제의 예방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발견되기 쉬운 교내 청소년과 달리 사각지대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시 전체 학령인구(82만5503명·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운데 중고교생 나이에 해당하는 학교 밖 청소년은 5114명으로 0.6%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2년 4월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서울경찰청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으로 인계한 청소년 76명 중 16명(21%)은 학교 밖 청소년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보다 도박 중독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B 교사는 “도박의 경우 한번 접하면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도박 청소년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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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호

"돈줄 사전에 차단한다"…금융당국도 범정부 대응팀 합류

보이스피싱처럼 계좌 지급정지 방안 검토 “환경 차단 위해 계좌 지급정지 필요” | 노연경 기자 yknoh@newspim.com 온라인 불법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범정부 대응팀에 금융당국이 뒤늦게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정부 대응팀 출범 초기 금융당국의 부재 사실이 알려지자 돈줄을 막을 수 있는 금융당국이 꼭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뒤늦게 합류한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처럼 청소년 도박에 쓰이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를 바로 지급정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응팀을 총괄하고 있는 법무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범정부 대응팀에 합류했다. 이후 같은 달에 대응팀 출범 이후 세 번째로 열린 전체 회의에 참석했다. 범정부 대응팀은 지난해 11월 법무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대검찰청,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등 9개 기관으로 꾸려져 출발했다. 수사·단속(검찰·경찰), 치유·재활(사감위), 교육·홍보·조사·연구(교육부) 등 3개 분과로 쪼개져 온라인 불법 도박 대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으로 청소년 도박과 관련해 범정부 협력체계가 구축됐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도박자금의 입출금을 통제할 수 있는 금융당국이 빠졌다는 점이 맹점으로 지적됐다. 범정부 대응팀 출범 이전부터 전문가들을 공통으로 금융당국의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사기가 의심되면 일괄적으로 계좌 지급정지를 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도박을 위해 사용하는 계좌의 경우 이러한 제도가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미성년자가 본인 계좌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로 의심되는 계좌로 송금할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송금 사실을 즉시 알리는 절차를 마련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 명의로 된 계좌를 직접 이용하거나 친구 계좌를 통해 대리입금을 하는 경우는 막기 어렵다. 중학생까지 대리입금 총책으로 가담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법정대리인에게 알림이 가는 것만으로는 의심 계좌로 돈이 입금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청소년 도박에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의심 계좌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지급정지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어 그간 시민단체와 기업의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는 지난 7월 5일 카카오뱅크와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 단체는 그간 청소년 도박에 이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한 신고를 받고, 그 계좌 정보를 공개해 왔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계좌 지급정지만 해도 청소년 도박의 문제를 90%쯤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단체나 기업에 기댈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게 금융당국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통합위원회가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꾸린 도박극복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역시 지난 6월 28일 약 4개월간의 활동을 마치며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계좌 지급정지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범정부 대응팀을 총괄하고 있는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통합위원회가 제안한 도박 이용 의심 계좌 지급정지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독 치료 전문가들은 충동 조절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 시기에는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삼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요즘엔 청소년도 계좌를 쉽게 만들 수 있고, 계좌 만드는 길이 다 막히면 친구에게 대리입금을 부탁하면 돼서 도박 사이트로 돈을 입금하는 단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끼고 살다 보니 온라인 도박 문제에 있어선 부모도 속수무책”이라며 “계좌를 법적으로 혹은 행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조치가 가능하다면 중독 치료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정부 협력 체계가 단기간이 아닌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은경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치유재활지원팀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부처가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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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호

미워하면서도 선망의 대상...북한의 겉과 속 다른 對美 인식

주민에겐 반미 강요하면서 김정은 경호 차량은 미국산 “미국과의 수교가 살길”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북한에서는 이맘때 반미 열기가 가장 뜨겁다. 김일성이 남침 전쟁을 시작했던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이 이뤄진 7월 27일까지를 ‘반미 공동투쟁 월간’으로 지정해 반미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8월 한미 합동 군사연습을 빌미로 한 북한의 대남, 대미 비난이 거칠어지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더한다. 북한은 6.25에 대해 “신생 공화국과 발톱까지 무장한 제국주의 연합세력 사이의 보통 상식을 벗어난 대결, 사실상 보병총과 원자탄의 대결”이라고 주장하며 대미 응징 의지를 다지고 있다. 6.25로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음에도 ‘미제를 타승(打勝)한 전쟁이라며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7.27을 ‘전승절’로 주장하며 김정은의 전용차량 번호를 ‘1953-727’로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정은 차량 번호판은 ‘전승절’에서 따와 일반 주민뿐 아니라 엘리트나 외교관 등도 이 같은 반미 전선에서 예외는 아니다. 고위 탈북 인사들은 북한 주민들이 절대 방문해서는 안 될 나라가 4곳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일본, 남조선(대한민국), 이스라엘이다. 불가촉(不可觸)의 금기에 미국이 첫손으로 꼽힌다는 얘기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식의 세뇌와 사상교육에 시달리다 보니 주민들은 뼛속부터 반미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와 그 속에 사는 인민들이 반미 그 자체인 것이다. 군대와 병사들의 반미 세뇌와 사상교양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북한군 탱크 앞부분에는 ‘조선 인민의 철천지원쑤인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라!’는 구호가 새겨져 있다. 미국을 불구대천의 ‘원쑤’(원수의 북한식 표기)로 여길 것을 강조하면서 군의 주적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때 북한 관영 선전매체에는 워싱턴 D.C. 미 의사당 건물을 북한 미사일이 타격하는 장면을 묘사한 포스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광경은 군대만이 아니다. 놀이공원에서는 성조기와 미군 모형을 세워놓고 사격을 해서 점수를 따는 놀이시설이 빠짐없이 세워져 있다. 학교와 공장·기업소, 농장 등에서 이른바 반미 사상교양이 연일 이뤄지고 있다. 곳곳에 세워진 계급교양관에서도 ‘미제의 만행’을 주제로 한 전시물이 세워져 동원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황해남도 신천군에 있는 신천박물관이 대표적이다. 주민들을 학살했다는 시점에 미군이 이곳에 주둔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반미의 거점으로 여겨지고, 2015년 7월 신천박물관을 방문한 김정은은 “계급교양과 복수심의 발원점으로 미제의 야수적 만행 역사의 고발장”이라고 주장했다. 김일성·김정일 장례차는 미제 링컨 컨티넨탈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도 드러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반미의 나라’라고는 믿기지 않을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1994년 7월 사망한 김일성이 왜 장례 운구차로 미제 링컨 컨티넨탈을 사용했는지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2011년 12월 숨진 국방위원장 김정일도 마찬가지로 같은 차량에 시신이 실려 마지막 길을 갔다. 대북 정보 당국도 그 배경을 파헤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한 관계자는 “김정은이나 최고 핵심 측근이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이런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의 경호·의전 차량으로 최근 미국 포드 사의 승합차 트랜짓을 여러 대 구매해 운용 중인 것으로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TV 영상을 통해 확인된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신형 차량의 반입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최고지도자와 권력 핵심층이 반미에 진심이라면 벌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도요타의 차량까지 가세해 미·일의 승합차량이 김정은 합동경호를 펼치는 셈이다. 심상치 않은 조짐은 집권 초기에 이미 감지됐다.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관람한 공연에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곰돌이 푸가 등장한 것이다. 청년 지도자가 관람하는 공연에 미국 자본주의 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디즈니의 캐릭터가 나타나고 영화 록키의 주제가가 울려퍼지는 건 이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이런 모습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공공연하게 미국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문화가 번져나가는 조짐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말 평양 3대 혁명 전시관에서 개막한 ‘2024 봄철피복전시회’ 관련 TV 영상에는 디즈니의 유명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등장하는 캐릭터 랏소베어(Lots-o’-Huggin’ Bear)를 가슴에 새긴 아동 의류가 포착됐다. 이 옷은 마네킹에 입혀져 앞줄에 배치돼 있었는데 그만큼 북한이 전시회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조선피복공업협회 부서기장 윤홍길을 조선중앙TV에 등장시켜 이번 행사에 출품된 의류들이 전문 창작단과 피복제작단이 직접 만들어낸 것이란 주장까지 펼쳤다. “270여 개의 피복제작단이 출품한 다양한 피복 제품 5만여 점이 출품됐다”면서 “지난 시기와 달리 옷 도안 구역을 따로 꾸리고 전문 창작 단위들과 피복 제작 단위들에서 창작한 옷 도안들을 전시해서 전시장의 양상을 조화롭게 했다”는 주장이지만 이 캐릭터 아동복은 북한이 어떤 라이선스 계약도 없이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적판 디즈니 아동복 버젓이 선보여 지식재산권 침해뿐 아니라 대북 제재로 인해 미 캐릭터의 복제 등이 불가능한 데다 해당 업체들도 북한과 어떤 종류의 계약도 맺은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의 무단 사용과 관련해 주민들에게는 반미 교양과 선동을 강화하면서 정작 아동복 등에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건 모순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청바지 등 옷차림을 양키 문화라면서 단속하고 심할 경우 노동교화소까지 보내면서 북한 당국이 주최한 전시회에는 미 자본주의 문화의 선봉장 격인 디즈니 캐릭터를 내세우고 김정은이 디즈니 캐릭터가 등장하는 공연을 본다는 건 난센스란 얘기다. 이처럼 김정은이 미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동경에 가까운 입장을 나타내게 된 배경을 그의 10대 시절 스위스 조기 유학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형 정철, 여동생 여정과 함께 베른의 국제학교에 머물면서 서방의 문물을 접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특히 전미농구협회(NBA) 스타 마이클 조던 등을 좋아해 그의 유니폼과 농구화 등을 사 모으는 광팬으로 자리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에도 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평양으로 초청해 농구 경기를 갖도록 하는 등 친분을 유지했다. 엘리트와 주민들 입장에서는 미국을 상징하는 NBA 선수가 방북해 환대를 받고 김정은의 생일에 맞춰 경기장에서 ‘해피 버스데이 투 유’를 부르는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느꼈을 공산이 크다.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는 사안도 있다. 바로 이모인 고용숙과 그의 남편 리강이 지난 1998년 미국 시민권을 얻어 동부 지역에서 세탁소를 하며 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용숙 부부는 김정은이 12살이던 1996년부터 약 2년간 생활을 직접 보살펴 주는 역할을 해 누구보다 최고지도자의 어린 시절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의 탈북·망명은 충격적일 수 있다. 탈북 망명한 외교관 등이 “김정은이야말로 최고의 탈북자 집안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1997년 2월 북한 공작조에 피살) 씨가 한국으로 망명해 북한 권력 내부의 내밀한 이야기를 폭로하는 등 김 씨 패밀리에서의 탈북이 잇따른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한영의 모친인 성혜랑 씨도 이후 딸 남옥과 함께 서방국가로 망명해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김정은이야말로 최고의 탈북자 집안” 이런 내막을 북한 주민들이 조목조목 알고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넷 등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데다 북한 공안기구들이 철저한 단속과 탄압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김정은 출생의 비밀이나 기구한 가족사 등을 발설한다는 건 체제에 도전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주민들의 일상을 옥죄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는 수령과 당의 권위를 훼손시키려는 자그마한 요소도 융화묵과하지 말고 비상사건화하여 대응할 것을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미와 관련한 북한 체제와 김정은의 이율배반적인 양상은 반일 문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김 씨 세습정권의 이른바 정통성을 ‘항일 무장투쟁’으로부터 담보받으려 하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내막을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제 강점기 때는 김일성의 항일 활동을 통해 해방을 맞았고, 6.25 전쟁에서는 미국에 패전을 안기며 승리했다고 주장하면서 “한 세기에 두 개의 제국주의를 타승(打勝)했다”고 선전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란 얘기다. 김일성의 항일만 강조하고 찬양·선전하다 보니 북한에서는 3.1절도 없고 유관순 열사나 김좌진·홍범도 장군도 찾아보기 어렵다. 소련군 대위 출신 김일성은 철저히 은폐·왜곡되고 극동 브야츠크 병영에서 1941년 2월 출생한 김정일은 ‘1942년 백두산 탄생’으로 조작돼 이른바 백두혈통 운운하는 세습체제를 굳히는 데 쓰였다. 문제는 이 같은 항일과 반일 프레임이 김정은 집권 이후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생모 고용희가 북한에서 ‘째포’라고 천대받는 북송 재일교포 출신이란 점도 드러내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때 노동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고용희의 생전 영상을 편집해 ‘평양의 어머니’로 우상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불발에 그친 것도 이런 여론의 확산이 김정은 체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한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칫 고용희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북송교포란 점과 김정은의 외할아버지 고경택이 제주 출신으로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점이 알려질 경우 엘리트와 주민 사이에서는 “백두혈통인 줄 알았는데 한라산과 후지산 줄기의 잡탕밥”이란 비아냥이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고경택이 군수업체인 히로타군복공장의 간부였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항일 운동을 했다고 우상화 선전을 펼쳐왔는데, 그 집단을 추격하고 소탕하는 일본군의 군복을 외할아버지가 만들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백두혈통인 줄 알았는데...한라산·후지산 줄기” 김정은이 일본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한 정황이 북한 관영 선전매체를 통해 포착되고 있는 대목도 흥미롭다. 지난 2020년 8월 초 수해를 당한 황북 은파군 대청리에 김정은이 직접 차량을 몰고 나타나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당시 그가 운전한 건 일제 렉서스의 최고급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LX570 모델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참관할 때 일본 니콘 사의 18X70 IF 계열 쌍안경을 들고 나왔다. 또 2022년 12월 소년단대회에 참가한 어린이 5000명에게는 일본 세이코 사의 ‘ALBA’ 모델 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해 8월에는 딸 주애와 함께 한 식사 테이블에 일본 식품회사인 아지노모토(AJINOMOTO)가 만든 아지시오 소금이 올라 있는 장면이 TV 화면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또한 주민들에게는 반일을 강요하면서 김정은과 그 일가는 일본 제품을 즐기는 등 우호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김정은이 어린 시절부터 생모인 고용희로부터 일본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정보와 설명을 접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 조총련 간부로서 상당히 여유 있는 생활을 했을 것이란 점에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우호적인 정서를 더 많이 접했을 것이란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김정은의 인식이 향후 북일 관계 개선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한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5월 17일 담화를 통해 북한의 잇단 신형 방사포 공개 등이 대남 타격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에 우리가 공개한 방사포들과 미사일 등의 전술무기들은 오직 한 가지 사명을 위하여 빚어진 것”이라면서 “그것은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7월 8일에는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의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비난하면서 “위험천만한 국경 일대에서의 실탄사격 훈련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도발 명분을 축적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와 올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敵對)’로 규정하고 ‘국가 대 국가’로 가져가겠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실제 북한이 최근 들어 쏘고 있는 미사일은 시험사격 등에서 사거리를 300km 안팎으로 설정하는 등 한국을 겨냥한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일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북한이 오는 11월 미 대선을 의식해 대미 비난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대남 위협은 고조시키는 차별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트럼프의 귀환에 대비하고 하노이 노딜의 충격파를 뒤늦게 수습해 보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것이다. 트럼프와의 시즌 2를 준비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주민에게는 사상교육과 세뇌를 통해 반미와 반일을 강조하면서 정작 김정은과 그 핵심 지배층은 미국·일본을 선망하는 이중성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젊은 층을 비롯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하면서 북한 세습독재 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폭압적인 통치 행태가 반발의 표출을 어느 정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100년 집권’을 꿈꾸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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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호

'친족간 성폭력' 날로 증가..."공소시효 폐지" 목소리 높아진다

만 13세 이상 성폭력 피해 공소시효 10년 “공소시효 폐지, 22대 국회 조속히 관심 가져야’ | 신수용 기자 aaa22@newspim.com 친족 성폭력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안에 사각지대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성폭력특별법에서 친족은 4촌 이내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을 뜻한다. 2011년 관련법이 개정돼 사건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에 공소시효가 폐지됐지만 그 이전 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또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선 여전히 10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지난해 전국 21개 상담소에 접수된 여성 폭력 피해 상담 사례 5981건을 분석한 결과 친족 성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1045건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3년도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피해로 상담을 의뢰한 557명 가운데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61명으로 전체의 11.0%를 차지했다. 전체 상담에서 친족 성폭력 관련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8.3%) 이후 10%대로 급증한 후 3년 연속 유지되고 있다. 친족 성폭력 관련 상담은 △2021년 14.2% △2022년 12.1% △2023년 11.0%로 집계됐다. 특히 친족 성폭력은 어린이(8~13세)·유아(7세 이하) 시기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친족 성폭력으로 상담한 61명 중 44명(72.1%)이 유·아동이다. 2021년(59.2%), 2022년(67.2%)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어린이와 유아 등 미성년자가 피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친족 성폭력 특성상 피해 경험을 성폭력으로 인식해 이를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니(반성폭력 운동 하는 언니들) 소속 활동가는 “7살 때 성폭력을 당한 것을 고등학생 때 말할 수 있었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친족 성폭력의 공소시효만 폐지하는 게 법리적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친족 성폭력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됐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 모임 공폐단단(친족 성폭력을 말하고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단단한 사람들의 모임)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에서 친족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공폐단단 소속 활동가 하윤(활동명) 씨는 “피해자와 연대자들 노력만으론 정의 구현과 피해 회복에 어려움이 많기에 22대 국회에서도 조속히 관심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친족 성폭력은 아동기에 많이 발생하기에 아동 성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높이고 아동이 속한 분야 종사자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친족 성폭력을 개인의 일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으로 가져와 피해자 중심의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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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호

8.15 광복 79주년...한국 자주국방 시급하다

9년 전 광복 당시와 군사·안보 지형 흡사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구도 날로 격화 북한 핵무기 비대칭 전력 고도화·현실화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올해 8.15 광복 79주년을 맞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은 날로 고도화되고 현실적 위협이 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안보 지형은 79년 전 광복을 맞을 당시처럼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특히 지난 6월 북한과 러시아가 28년 만에 군사동맹 관계를 전격 복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1996년 폐기했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켰다. 24년 만에 북한의 심장 평양에 들어간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전격 체결했다. 23개 조항으로 된 이 조약은 문서상으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한미 군사동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안보체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북러 “무력침공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 원조” 한반도에서 한미 군사동맹 대(對) 북러 군사동맹 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한미일·북중러 모두에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미일 대 북중러 간의 대결 구도가 한층 격화됐다. 삐끗하는 순간에 한반도가 ‘화약고’가 되고 강대국 간의 ‘대리전’ 격전지가 될 수도 있다. 사실 한미 군사동맹은 상호방위조약으로 지난 70년간 한몸처럼 연합군사훈련과 함께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구축해 왔다. 북러 간의 조약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군사동맹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인적 구성이나 무기체계, 전투준비태세로 봤을 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으로 평가받고 있다. 28년 만에 복원한 북러 간의 군사동맹과는 질적, 양적으로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1949년 체결된 나토는 미국을 주축으로 현재 32개국으로 확대된 14개 조항의 집단안전보장 조약이다. 북러 간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4조와 한미 간의 상호방위조약 2조처럼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담겨 있다. 나토는 미국의 핵무기까지 공유하는 유럽의 강력한 집단안보체제 핵심 축이다. 70년이 된 한미 군사동맹은 화력이 막강한 주한미군 2만8500명이 지금까지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 주력인 전투기 90여 대와 장갑차 280여 대, 패트리어트 60여 기, 헬기 40여 대, 다련장(MRLS) 40여 문, 야포 10문을 보유하고 있다. 전시 미군 증원전력은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포함해 69만명이며 항공기 2000여 대, 함정 160여 척이다. ‘한몸’ 한미, 공격받으면 美 자동 군사개입 북한 도발 땐 한미연합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어 즉각 전쟁에 자동 개입된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북러 간 군사동맹이 급속화됐다. 70년 이상 강력한 군사동맹을 구축하고 있는 한미·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북한의 전술핵·전략핵 비대칭 전력은 한반도 안보지형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춘근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핵탄두 폭발 위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구 밀집도가 특별히 높은 한국 대도시에 5~10발 정도 위력이 큰 증폭탄이나 수소탄이 떨어지면 국가 존망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는 한국이 북한의 핵탄을 매 한발 한발마다 사활을 걸고 방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핵탄두 수량과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통상 기준으로 하면 영변 단독으로 약 30개, 강선 등 기타 포함 70~100개, 개량형 고려 때 약 200개까지로 볼 수 있다”면서 “다만 투발수단에 결합해 배치된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30~100개로 추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투발 수단이 다양화·고도화되면서 방어 돌파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이미 대량 배치된 액체추진제 단·중거리 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했다고 판단된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차기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하면 이를 적용하는 투발수단을 야포와 로켓, 소형 미사일, 지뢰, 휴대용 핵탄으로 더욱 다변화할 수 있다”면서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방어망 돌파를 위한 탄두 기동도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항공기 공격 방어 중심의 한국의 민방위 체제를 핵무기와 미사일 방어 중심으로 개편하고 필요한 교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양한 국민 안내서를 편찬 배포하고 필요한 물자들을 비축하며 수시 훈련을 통해 북핵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북한 전술핵·전략핵 대책 마련 절실 이춘근 연구위원은 “이를 종합 조정할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고 내실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잘 준비되고 훈련된 민방위 체제는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 데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는 “이젠 한미일 공동으로 북한의 ICBM 고도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와 군이 북한의 ICBM 고도화 위협으로부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와 대책, 메시지를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정치와 외교, 경제 등을 포괄하는 국가 핵전략을 명확히 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군사적 대응 전략·전술을 시스템적으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국은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치렀던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중동에서 ‘눈물을 머금고’ 미군 전력을 뺐다. 러시아는 무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으며,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 다툼은 총성만 없지 이미 전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광복 79주년을 맞은 한국이 군사력으로 자주국방을 할 수 있는지, 한국 스스로 국가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지 냉철히 진단해 봐야 한다. 자주국방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군사력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강군이 있어야 한다. 한국 정부와 군(軍) 수뇌부가 밤잠을 설쳐 가면서 어떻게 자주국방을 달성할지 심각히 고민하고 연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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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호

6월 모평 영어 1등급 역대 최저…올해 대입 '빨간불' 켜졌다

의대 정원·자율전공제 확대 등 입시제도 변화 영어 1등급 비율 1.47%...역대급 ‘용암’ 시험 N수생 늘면서 ‘불수능’ 예고 | 김범주 기자 wideopen@newspim.com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주관으로 실시되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가 ‘매우’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의대 정원 확대, 자율전공제 확대와 같은 대학입시제도 자체의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수능이 치러지는 만큼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수능 6월 모의평가는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 1등급 비율은 1.47%로 ‘역대급’ 난도로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영어는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능 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등급 기준인 90점을 넘은 학생은 5764명에 불과했다. 일단 평가원 측은 오는 9월 모의평가와 실제 수능에서 1등급 비율을 조정하고 EBS 연계를 강화하는 등 난이도 안정화에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사교육 의존도 확대 등 논란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의대·첨단학과 선발 늘었지만, 과학탐구 선택↓ 6월 모의평가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특징 중 하나는 과학탐구 선택 비중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 사회와 과학 각각 1과목씩 응시가 가능해지면서 ‘사회+과학’ 응시자는 1만4074명으로 집계됐다. 탐구 응시자의 3.7% 수준이다. 하지만 6월 모의평가에서는 ‘사회+과학’ 응시자가 3만4297명으로 응시 비율이 8.8%까지 상승했다. 이는 이른바 ‘사탐런’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탐런이란 이공계를 지망하는 수험생들이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 도표 해석이 중요한 사회·문화나 지구과학과 연관이 있는 지리 등이 주요 선택과목으로 꼽힌다.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는 사회탐구 응시자 중 사회문화가 전년도 같은 시험 대비 7.8%p 증가한 68%였다. 이 같은 움직임이 ‘자연계열’ 상위권 등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수로 꼽힌다. 같은 시험 기준 과학탐구 화학Ⅰ의 응시인원은 전년도 5만845명이었지만, 올해 3만9526명으로 1만명 이상 줄었다. 자연계열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과학탐구에서 사회탐구로 빠져나가면서 상위등급을 받는 수험생이 줄고, 이는 수능 최저기준이 있는 수도권 대학이나 의학계열 지역인재전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킬러문항 없는 ‘불수능’ 가능성↑ 정부의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처음 적용된 지난해 수능은 매우 어려운 시험이었다. 국어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으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 6월 모의평가도 킬러문항이 출제되지 않았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설명이지만,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6월 모의평가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불수능으로 불렸던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불과 2점 낮은 수준이며, 전년도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12점 높다. 입시업계는 수험생들이 중난도 문항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의대 증원에 따른 재수생·반수생 등 N수생 증가를 인식해 변별력을 지나치게 의식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킬러문항은 수학 주관식 문항이나 객관식 마지막 문항 등에 특정해 출제됐지만, 킬러문항 배제 방침 이후 다양한 형태의 어려운 문항이 출제됐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평가원은 오는 9월 모의평가에서는 난도를 낮출 것을 출제진에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출제진의 눈높이와 수험생의 수준에 따라 1등급 비율은 달라지겠지만, 수능에서 평이하게 출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들은 어렵게 학습하는 패턴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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