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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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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호

돌봄비상·취업난·복지사각...‘코로나 벼랑’에 몰린 사람들

거리두기 강화에 어린이집·유치원 휴원 및 원격수업 긴급돌봄·방과후과정 있지만 시설 내 감염위험 여전 역대급 취업난 장기화, 지원 축소까지 청년 ‘이중고’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사태가 해를 넘겼다. 국내에서는 3차 대유행까지 이어지며 유례없는 고통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힘겨워하고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이나 ‘돌봄비상’이 걸린 부모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와 노약자가 그 누구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인구 1000만 수도 서울에서 한파보다 차가운 현실을 겪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짚어봤다. #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오전 10시, 4살 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낸다. 코로나로 인해 서울 시내 모든 어린이집이 휴원에 들어갔지만 아이들을 위한 ‘긴급돌봄’은 운영되기 때문이다. 맞벌이인 A씨는 코로나 시국에도 아이를 맡길 시설이 있다는 점에는 안도하고 있지만 혹시나 아이가 감염될까 걱정을 떨쳐버리지는 못한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돌봄서비스로 우려했던 ‘돌봄대란’은 없었지만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한계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무엇보다 폭발적인 확산세로 인한 아이들의 감염 위험도 높아져 걱정이 커지고 있다. ‘긴급돌봄’ 있지만...감염위험에 ‘전전긍긍’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관내 어린이집 5380여 곳을 대상으로 휴원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12월 15일부터 모든 유치원에 대해 원격수업을 실시 중이다. 가장 중요한 돌봄기관인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각각 휴원 및 원격수업에 돌입했지만 돌봄서비스는 여전히 제공한다. 어린이집은 긴급돌봄이라는 형태로 기존 운영시간과 동일하게 아이들을 받고 있으며, 유치원은 방과후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공립과 사립(에듀케어 가입)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부 사립(종일제)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코로나로 인해 수많은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지만 아이들을 위한 돌봄서비스만큼은 중단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 관계자는 “유치원의 경우 어떤 시설보다 강력한 방역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시 어린이집 종사자를 대상으로 선제검사를 실시하는 등 방역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우려했던 대규모 ‘돌봄공백’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걱정은 여전히 크다. 대대적인 방역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 감염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을 감안해도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은 불안하다. 코로나로 인한 돌발적인 상황도 자주 목격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아이에게 가벼운 기침이나 미열이 발생해도 등원을 막고 있다. 다른 원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 경우 급작스럽게 회사를 쉬거나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해야 해 난감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4세 유아를 둔 학부모는 “긴급돌봄으로 인해 코로나 발생 이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라면서도 “감염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급하게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할 경우 난감할 때가 많다. 이번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합격 기회조차 없어...지원감축에 ‘이중고’ 코로나로 인해 청년들이 느끼는 취업 한파는 상상 이상이다. 합격은커녕 불합격하더라도 면접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한탄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여러 경제지표는 청년들의 고통을 여과 없이 반영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1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2.4%에 그쳤다. 40~49세(77.4%)와 30~39세(75.5%), 50~59세(75.1%)와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물론 60세 이상 고용률 44.1%보다도 낮다. 반면 청년층 실업률은 8.1%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다. 33만1000명이 직업을 잃었다. 가장 활발하게 일해야 할 청년들이 오히려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낮은 고용률과 가장 높은 실업률에 맞닥뜨린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이 조사는 3차 대유행 여파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5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조사한 ‘2021년 대졸신입 채용방식’ 결과에 따르면 올해 확실한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전체 조사 대상 705개사 중 38.7%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예산 및 인력 부족에도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정책인 청년수당은 2020년에만 3만2000명에게 지급됐다. 2019년 6528명 대비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청년월세에는 3만4000명(5000명 선발)이 몰렸다. 10월에는 청년인턴 400명에게 인건비(월 250만원씩 2개월)를 지원하는 ‘서울형 강소기업’ 사업을 진행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취업한파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문제는 올해다. 코로나 영향은 여전하지만 이를 해결할 추가 대안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배정한 올해 청년층 지원 예산은 4221억원. 하지만 이 가운데 취업과의 직접적 연관성보다는 주거 안정 성격이 강한 주택 관련 예산 3376억원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규모가 작다. 지난해 3만5000명을 지원한 청년수당은 올해 2만명으로 줄어든다. 관련 예산 역시 9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감소했다. 더 큰 변수는 오는 4월 7일로 예정된 보궐선거다. 청년지원정책을 누구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이후 해당 정책들은 동력을 잃은 상태다. 그동안 박원순표 청년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던 야권이 승리할 경우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궐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특별고용노동자 등 코로나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청년층과 관련된 지원 강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소외된 취약계층...맞춤형 지원 ‘절실’ 장애인과 독거어르신, 노숙인 등 취약계층은 코로나로 인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건강 관리가 쉽지 않고 적극적인 방역을 전담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호트 격리 등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오히려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발생하는 모습이다. 서울시가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외면했던 건 아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강력한 대응으로 취약계층 보호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3월 시내 3만여 노인을 대상으로 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로 인한 돌봄공백 해소에 나섰고, 6~7월에는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1만2270명 전원에 대해 선제검사를 진행해 고령층 보호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장애인과 함께 감염병 대응 매뉴얼 제작에 착수, 지체·청각·시각·발달·뇌병변 등 5개 장애 유형 특성에 맞춰 확산 차단을 위한 행동요령 등을 알기 쉽게 제작했다. 이 매뉴얼은 올해 1월 1일부터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통해 배포 중이다. 문제는 이런 정책적 지원들이 모두 3분기를 기점으로 예산 및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3차 대유행이 11월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건 노숙인 관리다. 주거공간이 일정하지 않은 노숙인들은 다른 취약계층에 비해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관련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2월 중순 공공급식시설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노숙인 응급잠자리의 간격을 1m로 유지하는 한편 칸막이도 시범 설치하는 등 ‘겨울철 특별보호대책’을 공개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코로나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거공간 제공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서울시가 눈에 보이는 지원만을 이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코로나 위기에서 주거 대책만큼 절박한 것은 없지만 서울시는 26만원의 임시주거비를 지원한다. 이 금액으로 방을 구하면 환기나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공간만 가능하다. 이마저도 지원 대상자는 90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나 영국 등은 거리로 내몰리지 않는 대안을 만들기 위해 주거지원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냥 해오던 정책만 이어가는 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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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호

풍운의 역사 품은 아픈 손가락 '용산'

청군·일본군·미군 주둔지 아픔 겪은 풍운의 땅 러일전쟁 이후 ‘한반도 영구 점령’ 꿈꾼 일제의 전초기지 국가공원으로 돌아오는 용산...이젠 아픔 없어야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사연 없는 땅이 어디 있으랴만 서울 용산(龍山)의 사연은 가슴속 멍울처럼 단단하다. 외세의 역사가 핏방울로 맺힌 한국사의 아픈 손가락이다. 116년만의 귀환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허락된 사람만이 드나들 수 있었던 ‘금단의 땅’ 용산 미군기지가 일부지만 한국인의 품에 돌아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1일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열고 12개 미군기지를 반환받기로 합의했다. 서울 용산에는 미군기지 남측지역 사우스포스트에 있는 스포츠필드 부지(4만5000㎡)와 국립중앙박물관과 맞붙은 소프트볼경기장 부지(8000㎡)가 반환된다. 올해 3월이나 4월에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될 전망이다. 서울 중심에 자리 잡은 우리 땅이지만 한 세기가 훌쩍 넘는 동안 허락을 받아야만 드나들 수 있었던 금단의 땅 용산기지가 116년 세월을 넘어 돌아온 것이다. 용산이라는 지명의 역사는 길다. 고려시대에 이미 용산이라는 이름이 나올 만큼 한반도에서 중요한 지리적 의미를 가진다. 최사추 등이 왕에게 “신들이 노원역·해촌·용산 등지로 나아가 산수를 살펴보니 도읍을 세우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오직 삼각산 면악의 남쪽이 산의 형태와 물의 기세에 있어 부합하였습니다. 청하건대 주간(主幹)의 중심이 되는 대맥(大脈)에서 임좌병향(壬坐丙向·서북쪽을 등지고 동남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지형을 따라 도읍을 건설하십시오.” 하니 왕이 이를 따랐다.(고려사절요 권6) 고려 숙종 6년(1101년) 10월. 개경의 수명이 쇠약해져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천도론이 일었다. 물색된 장소는 개경 남쪽 한양. 한양을 남경이라 이름 붙이고 남경개창도감이라는 궁궐건설기관까지 설립해 숙종 9년 5월(1104년) 남경이궁이 완성된다.(고려사절요 권7) 궁궐의 위치는 현재 경복궁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 태조 3년(1394년) 음력 9월 9일 자 기사에는 ‘남경행궁의 영역이 좁아 그 남쪽을 경복궁 영역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는 점에 비춰보면 경복궁 북측, 지금의 청와대 위치로 추측되고 있다. 용산은 궁궐 자리로 지정되지는 못했지만, 그 이름이 고려사에도 나올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고려사 지리지(고려사 권56, 지, 권제10)에 따르면 용산은 양광도 광주목의 과주에 속했다. 고려 충렬왕 10년(1284년)에 주(州)의 용산처를 승격시켜 부원현(富原縣)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시대 용산은 세곡의 집산지였다. 전국에서 거둬들인 쌀과 공물 등 조세가 바다를 타고 한강으로 들어온 뒤 집결되는 장소였다. 세종실록지리지 경도 한성부에는 용산에 대해 ‘숭례문 밖 서남쪽 9리에 있다. 배로 실어 온 세곡을 거둬들이는 곳’으로 설명돼 있다. 물품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였을 것이다. 세곡선이 도착하면 물건을 지고 나를 인력이 필수적이다. 도성에서 9리(3.5km) 떨어진 용산에는 양반과 권세가들이 모여 살던 성 안과 달리 ‘먹고살기’ 위한 서민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많다 보면 사건사고는 필연적이다. 성종 5년(1474년) 음력 3월 25일 자 조선왕조실록 기사. 세곡을 관리하는 관청의 수장인 호조판서 이극증이 용산의 들끓는 도둑들에 대한 대책을 왕에게 보고한다. “충청좌도와 경상도의 전세를 용산강에 정박하는데, 용산은 거민(居民·거주민)이 매우 많아 세곡을 뭍에 내릴 때 무뢰한 무리들이 틈을 엿보아 도둑질을 합니다. 청컨대 금후로는 조선(漕船)을 노량으로 옮겨 정박하게 하고, 금도군(禁盜軍)을 정하게 하소서.” 하니 왕이 그대로 따랐다. 세곡을 노린 도둑이 많으니 경찰력을 강화해 도둑을 잡고, 사람들이 덜 거주하는 노량진으로 세곡 하역장소를 옮기자는 의견이다. 도둑도 도둑이지만, 용산은 날이 갈수록 세곡선 집하장으로서 결점이 드러난다. 모래톱이 쌓여 세곡선이 정박하기 힘들게 된다. 여의도와 밤섬 등에서 보듯 한강 하류는 모래가 퇴적돼 만들어진 하천 내 모래섬이 있다. 성종 8년(1477년) 음력 11월 28일. 용산포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뤄진다. 호조에서 아뢴다. “지금 용산의 강어귀가 모래로 차서 막혀 경상도 전세의 조운이 불편하니 청컨대 내년부터 경중의 여러 관사에 바치는 전세를 두모포(豆毛浦)에 정박시켜 수송하여 들이게 하소서.” 용산포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조운선 정박을 동쪽으로 옮긴 두모포(현재 서울 성동구 옥수동 동호대교 북단)로 하자는 말이다. 8년이 흐른 성종 16년(1485년) 음력 4월 13일에는 모래를 파내는 논의도 고려된다. 모래톱이 쌓이는 원인과 해결책이 제시되지만, 결국 ‘들인 공에 비해 남는 것이 적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되면서 세곡 집하장으로서 용산의 위세는 약화된다. 이극증이 의논하기를 “전에는 용산강의 남변에 돌산이 수중으로 쑥 들어가 있으므로 강물의 흐름이 이것에 부딪쳐서 수세가 북쪽으로 흘렀는데 뒤에 거민(居民)들이 돌을 떠서 사용하여 물이 격세가 없어지고 남변으로 직류해 내려가니, 이로 말미암아 북변의 물이 얕아지고 모래가 메워져 이에 이르렀습니다. 신은 생각건대, 남변으로 쑥 들어간 산의 돌을 떠낸 곳에 큰 돌을 실어다가 보충하여 강물의 흐름을 예전과 같이 격세를 이루게 하고, 이어서 북변의 모래가 메워진 곳을 파내어 물길을 인도하면 자연히 물이 북쪽으로 향하고 모래가 다시 메워지지 못할 것입니다.” 정창손·윤필상·홍응·윤호가 의논하기를 “전자에 신중린이 진언하여 용산강의 모래가 메워진 곳을 파도록 청하였으므로 대신에게 명하여 가서 살펴보게 하였는데, 공역의 어려움으로 시행하지 못하였으니 지금도 파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툭하면 외국 군대 주둔지 용산에 누적된 모래톱은 앞으로 다가올 용산의 비운을 점쳤던 것일까. 조정의 갑론을박이 펼쳐진 성종 시기에서 100여 년이 흐른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면서 용산은 ‘왜군의 캠프’로 바뀐다. 한양 도성에서 9리(3.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강을 끼고 있어 물품 수송이 편리하다. 게다가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어 군대 주둔지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선조 26년(1593년) 음력 2월 23일 전라감사 권율의 장계다. “신이 주둔한 곳은 용산과 거리가 15리도 안 되는데, 흉악한 적들이 보복할 계책으로 한강 이남의 진들을 불러 모아 합세하여 다시 침범하려 한다는 소문이 경성에서 도망해온 사람들에 의해 여러 번 발설되었습니다. 지금 용산에 진을 친 곳이 12개소라고 합니다.” @img4 용산에 진을 친 일본군은 적어도 2만명이었다. 이틀 뒤인 2월 25일 도체찰사 풍원부원군 유성룡의 보고다. “15일에 충청수사 정걸이 수군을 이끌고 곧바로 용산창 아래에 다다라 왜적을 향하여 포를 쏘았는데, 강변에 진을 친 왜병이 2만명이나 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주둔한 용산은 현재 미군기지가 위치한 장소는 아니다. 고니시 유키나가 부대는 원효로 일대, 가토 기요마사 부대는 갈월동 부근에 주둔했다.(용산기지 내 사라진 둔지미 옛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 김천수, 발간 용산구청, 2017년 12월) 현재 미군기지가 들어선 ‘용산기지’는 엄밀히 말하면 조선시대 용산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둔지방 또는 둔지미로 불렸다. 서울역사편찬원에 따르면 조선시대 용산은 현재 마포구 일부를 아우르는 터였다. 용산방으로 분류됐다. 조선 영조 때 성 밖에 설치한 한성부 서부 9방 중의 하나다. 용산방은 도성 서쪽 무악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가 약현과 만리현을 지나서 서쪽 한강변을 향하여 꾸불꾸불 나아간 모양이 마치 용이 몸을 틀어 나아간 것 같고, 한강변 용산구와 마포구 경계에서는 용이 머리를 든 것 같아 용처럼 생긴 모양이라 용산이라 부른 데서 방 이름이 유래했다. 현재 행정구역으로는 마포동, 이촌동, 토정동 일대와 공덕동, 신공덕동, 염리동, 대현동, 서계동, 청파1·2·3가, 원효로1·2·3·4가, 문배동, 용문동, 신계동, 신창동, 산천동, 청암동, 도화동, 효창동, 도원동 일부에 해당한다. 미군기지가 들어선 곳은 용산방이 아니라 둔지방이다. 조선 영조 때 성 밖에 설치한 한성부 남부 11방 중 하나다. 용산방과는 행정구역부터 다른 셈이다. 중앙에 둔지산이 자리 잡은 데서 유래했다. 둔지산에는 둔전을 일구면서 이곳을 수비하는 둔병이 있어서 둔지뫼・둔지매・둔지미, 한자로 둔지산으로 불렀다. 현재 행정구역으로는 이태원동·동빙고동 일대와 후암동·동자동·서빙고동·용산동4가 일부에 해당한다. 용산기지에 외국 군대가 처음 진을 친 것은 임오군란(고종 13년·1882년) 때다. 신식군대를 양성하는 별기군은 급여와 보급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지만 구식군대인 무위영과 장어영 군졸들은 13달간 봉급미를 받지 못하는 등 불만이 높았다. 그러던 중 겨우 한 달치 급여를 받게 됐지만 쌀의 양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모래가 절반 넘게 섞여 있었다. 격분한 구식 군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사달을 벌인 군졸들은 당시 권력에서 물러나 있던 대원군을 찾아 애원했다. 명성황후가 충주로 도망가고 대원군이 다시 전권을 잡았지만 명성황후 일파의 청원을 받아들인 청나라가 군대를 조선에 파견, 대원군을 중국 톈진(天津)으로 납치했다. 당시 청나라 군대가 주둔한 곳이 둔지미다. 이후 용산기지 풍운의 역사가 시작된다. @img5 지금 용산은 ‘그 용산’이 아니다 1904년 러일전쟁은 조선왕조의 몰락이 본격화한 계기다.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던 러시아와의 전쟁을 일본은 승리했다. 러일전쟁을 통해 조선의 지배권을 열강들에게 인정받은 일본은 둔지미 땅에 일본군 주둔지를 세운다. 일본군은 ‘조선 영구 주둔’을 위해 도시지역과 철도 중심지 성격을 가진 용산과 평양, 의주 세 곳을 군용지로 확정한다. 1904년 8월 15일 한일의정서 제4조에 의거해 용산에서만 991만7355㎡(300만평)에 대한 토지수용을 조선 정부에 일방 통고한다.(용산 둔지미의 공간적 역사와 삶의 지속, 오문선, 향토서울 87호, 2014년 6월) 1905년 7월 26일 본격 군사기지 공사가 이뤄진다. 병력과 군수품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1906년 6월 서울역 앞에서 동자동, 갈월동, 남영동을 거쳐 용산역을 지나 한강으로 통하는 대로를 완성한다. 현재 용산을 가로지르는 큰 길이 일본의 침략전쟁을 위한 대륙침략로였다. 일제의 용산기지 공사는 1913년 11월 각종 건물들이 완공되면서 끝난다. 이 과정에서 수십만 명이 강제 이주를 당하며 삶의 터전을 잃었다. 둔지미 일대가 용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은 이 과정에서 비롯된다. ‘용산기지 내 사라진 둔지미 옛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에 따르면 일본군은 둔지미 일대를 ‘신용산’으로 불렀는데, 나중에 ‘신’자가 빠지면서 일대가 ‘용산’으로 둔갑했다. 해방 이후에도 용산기지는 여전히 군사기지였다. 1945년 9월 미국 극동군사령부가 오키나와 주둔 제24군단 예하 7사단 병력을 한국으로 이동시키며 미군이 용산에 주둔한다. 이후 1949년 7월까지 미군은 군사고문단 482명만 남기고 모두 철수했지만,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군이 다시 한국에 투입됐다. 전쟁이 끝난 뒤인 1957년 7월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기지에 정식으로 창설됐다.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미군기지를 모두 평택, 오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다. 2005년 국가공원 조성을 발표한 이후 최근 반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일전쟁 이후 ‘영구적 지배’를 꿈꾸며 군 주둔지를 만들었던 일본의 야욕은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일본에 이어 눌러앉은 미군기지도 이제 공원으로 탈바꿈해 2029년을 목표로 한국인의 품으로 돌아온다. 왜군과 청나라 군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받은 상처만큼 용산땅도 깊은 생채기를 안고 있다. 이제는 용산의 아픔이 역사 속 기억 너머로 사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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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호

혁신리더 박형준의 꿈 “하이퍼루프로 부산 15분 생활권역 만든다”

“허브 가능한 가덕도...남부권 상생발전 위해 꼭 필요” “부·울·경 경제통합 절실...특별자치단체 만들어야” |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 | 김태훈 기자 taehun02@newspim.com 올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 박 후보는 시속 300km로 도심을 주행하는 ‘어반루프(urban roof)’를 도입해 부산을 주요 생활권과 15분 내에 연결하는 첨단도시로 변모시키겠다는 것을 1호 공약으로 내놨다. 어반루프는 초음속 진공을 활용해 도시와 국가를 이동하는 하이퍼루프(hyper roof)를 도심 여건에 맞게 적용한 최첨단 도시교통 수단이다. 어반루프는 60m 지하에 깔려 소음공해로부터 자유롭다. 또 비용은 고속철의 40%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이용요금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박 후보는 “어반루프를 통해 신공항-해운대-북항-에코델타시티가 15분 거리로 연결된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부산이 팔로워(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덕도신공항이 30년 된 남부권의 염원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해공항을 폐지한 뒤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를 2개로 늘려 허브물류공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은 세계 6위의 물동량을 가지고 있고, 그중 56%가 환적화물이다. 즉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부산·울산·경남(PK) 통합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통합은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개헌보다 어렵다고 한다”며 “그러나 경제통합은 할 수 있다. 경제 사무를 담당하는 특별자치단체를 만들어 에너지, 연구개발, 물, 항만, 도로, 철도 등의 경제 사무에 대해 세 지자체가 협력하면 좋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Q.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야 통합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A. 부산 분들이 저를 잘 안다. 동아대 교수를 한 지 30년 됐다. 물론 부산에서 태어나 학교는 서울에서 다녔지만 1991년에 내려가서 30년 동안 부산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했다. 부산 경실련도 함께 만들고 문화도시창조 운동과 지방분권 운동도 했다. 시민운동부터 시작해서 그 당시 방송도 꽤 했다. 그러면서 대안이랑 비전도 내놓으며 지역 현안들을 거의 다 다뤘다. 부산에서 저랑 활동해온 사람들은 “저 사람은 비전을 갖고 움직인다.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는 인식이 있다. 지금 제 이론은 혁신이다. 거기에 방송이나 정치 활동을 통해 쌓은 합리주의자 이미지, 이런 것들이 시너지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Q. 부산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내게 힘이 되는 시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출마 계기는. A. 작년 보수통합 운동을 할 때부터 대한민국 리더십을 교체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과거에 무엇을 잘못했나를 잘 성찰하고 반성해야 새로운 리더십이 나온다. 단순히 ‘이 정권이 나쁘니까 바꾸자’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그래서 책도 내고 리더십 연구도 따로 진행했다. 좋은 리더십이 들어서야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리더십의 핵심을 ‘혁신적 민주적 리더십’으로 정리했다. 그것이 부산에도 필요하다. 부산에서 혁신적 민주적 리더십을 확립해 대한민국도 이렇게 가야 한다는 리더십 전형을 부산에서 창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것이 부산 발전을 위해서도 핵심적이라고 생각한다. 소통과 공감, 포용, 통합 능력들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Q. 1호 공약이 ‘부산형 15분 도시 조성’이다. 1호 공약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A. 두 차원이 있다. 하나는 4차산업혁명과 기후변화 시대라는 문명사적 변화에 부산이 팔로워(추종자)가 아니라 퍼스트무버(선행자)가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거기에 맞는 혁신을 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어반루프(urban roof)를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부산에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新)교통수단에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이퍼루프를 도시형으로 바꾼 것이 어반루프다. 가덕도신공항이 만들어지면 해운대까지 자동차로 1시간 반에서 2시간 걸린다. 이를 15분에 연결하는 것이다. 해운대- 북항-에코델타시티-가덕도공항이 15분 거리로 연결된다. 취임 후 바로 추진할 것이다. 15분 도시의 또 하나의 측면은 거의 모든 생활이 15분 거리에서 이뤄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어반루프가 빠른 도시의 개념이라면 이는 느린 도시의 개념이다. 자전거, 경전철 등을 활용해 의료, 생활건강, 체육, 문화, 보육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15분 내에 있도록 하는 것이다. Q. 부산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가 일자리다. A. 부산이 4차산업혁명의 퍼스트무버가 된다는 흐름을 만들어내야 제가 제일 중시하는 산학협력도 가능하다. 여기에 물류, 교통 등 혁신 인프라들이 잘 갖춰지고 그 속에서 스타트업 플랫폼과 산학협력의 새로운 시스템, 산학협력단지 등을 대학과 협력해서 곳곳에 만들면 청년 일자리들이 저절로 생긴다. 기업은 인재가 없으면 절대 안 온다. 그래서 기업들이 판교 이남으로는 안 간다. 부산대가 한때 전국 5위권 대학이었는데 지금은 중위권으로 떨어졌다. 부산에 자생적 발전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Q. 부산의 또 다른 큰 이슈는 가덕도신공항이다. 어떤 입장인가. A. 가덕도신공항은 30년 된 남부권의 염원이다. 남부권이 수도권하고 점점 격차가 커지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허브 기능을 하는 곳이 수도권 한 군데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영종도가 98% 항공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부산은 항만이 있다. 세계 6위 물동량을 가지고 있고, 그중 56%가 환적화물이다. 즉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해공항을 놔두고 가덕도신공항을 만들 필요가 없다. 가덕도에 활주로 2개를 둬야 한다. 김해공항을 없애고 산업단지로 만들면 부가가치가 엄청나다. 가덕도를 여객 공항이 아니라 물류허브 공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여객 공항은 지금 저가 항공기가 늘어나 많이 분산돼 있다. 페덱스나 DHL이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갖는다. Q. 부·울·경 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A. 행정통합을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행정통합까지 바로 하면 좋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어쩌면 개헌보다 어렵다. 처음부터 과도한 욕심을 내면 안 되고 경제통합은 할 수 있다. 광역 경제 사무를 담당하는 특별자치단체를 만들 수 있다. 광역 경제 사무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에너지, 연구개발, 물, 항만, 도로, 철도 등이다. 광역 경제 사무를 그곳에 맡기는 것이다. 세 지자체에 걸쳐 있는, 협력하면 시너지를 거둘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할 수 있다. Q. 다른 후보들이 많이 나왔다. 자신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A. 생각의 힘이다. 우리가 복잡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숲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거시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문제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핵심 고리가 뭔지, 돌파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부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산학협력과 혁신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파동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가져오는 게 있어야 한다. 생각의 힘이 중요한 것은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선정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머리도 알아야 하지만 경험도 많아야 하고 지식들이 중요하다. 이른바 경륜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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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30% 넘은 윤석열, 대선 출마 닻 올리나

| 채송무 기자 aaaa@newspim.com 2021년 신년 가장 큰 관심은 높은 대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다. 윤 총장은 정치인이 아니라 ‘검사’다. 역대 대한민국 민선 대통령 중 국회의원 경험을 하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윤 총장은 국정운영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할 수 있는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청와대 고위직 경험이 전혀 없다. 그러나 윤 총장은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화두다. 신년 초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를 넘기는 결과가 나오면서 이른바 반문재인 진영의 상징적 인물이 된 것이다.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자 윤 총장의 국정운영 경험 부족을 지적해 왔던 정치 전문가들도 정치 투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윤 총장의 높은 인기는 과거 ‘안철수 열풍’ 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 총장의 정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고건·안철수 등 대선 완주한 제3 후보는 없다 과거에도 기존 정치 세력에 속하지 않은 제3 인사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끝까지 대선을 완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고건 전 총리와 이후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 기존 정치권에 소속되지 않은 참신한 인사들은 정치 불신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곧바로 지지율이 재조정되거나 정치를 떠났다. 진흙탕 싸움을 견디지 못하거나, 기존 정당에 소속되지 않아 겪는 부족한 자금과 조직의 한계, 검증이 본격화되면서 다방면에서의 국정운영 능력 부족 등이 제3 후보들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같은 검찰 출신인 황교안 전 대표는 이후 야권의 차기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제1 야당 대표로서 대정부 투쟁을 이끄는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치적 결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청 후보론은 변수, 정진석 대선출마 공개 제안 수도권 출신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자에게 “최초 윤 총장이 정치에 투신할 것인지가 의문이었는데, 지난해부터의 상황을 보면 정치적 욕심을 갖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그는 그동안 검사로서 사람 잡아넣는 일만 했다. 국정운영 경험이 없어 대선후보의 능력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최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검찰기관 수장이 공직에 있다가 곧바로 경선에 뛰어들어 후보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가 되는 세상에서는 검찰의 하나하나 행동이 정치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언론 칼럼을 통해 ‘충청권 후보’로 내각제를 공약하며 대선에 출마할 것을 공개 권유한 바 있다. 윤 총장이 충청권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지역 기반을 갖고 있는 실체적 대선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도 윤석열 대선 완주 가능성 낮게 평가 대학교수 및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대부분 윤 총장의 대선 완주 가능성에 대해 낮게 평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 김대은 대표는 “지금의 지지율은 윤 총장을 능가할 대체후보가 야권에 생기면 신기루가 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국민의힘 후보가 도토리 키재기 식이라면 윤 총장의 표는 굳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 구도는 2012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경기지사 및 이낙연 대표 등 후보 구도가 비슷하다”며 “윤 총장이 야권 후보로 추대받는다면 모르겠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없어서 생긴 가상 후보같이 떴다가 사라진다면 그 지지층은 소멸되거나 중도층으로 가지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박상병 평론가도 “현재는 윤 총장이 7월까지 임기를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바로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것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조직의 부담도 커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 것도 곧바로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지금은 사인이지만 정치인이 되면 집안 문제도 다 공개해야 하는데 부인과 장모 문제 등 그동안 제기됐던 집안 문제도 간단치 않을 수 있다”며 “윤 총장이 대선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역시 “윤 총장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본격적인 검증에 돌입하면 넘어야 할 조건이 쉽지 않다”며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현재로서는 여권이 유리한 구도다. 윤 총장은 현재로서는 야권에게 신기루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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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대면 - 원격수업 병행, 미래 준비하는 ‘K - 에듀’의 길”

| 대담=김동선 사회문화부장 matthew@newspim.com | 정리=김범주 기자 wideopen@newspim.com “과거에도 교육 격차 및 불평등은 중요한 문제였는데, 코로나 사태로 등교 제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교육 격차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대면수업과 원격수업이 병행되는 방식이 미래를 준비하는 ‘K-에듀’의 길입니다.” 민선 후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6년 반 동안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현재의 코로나 상황”이라고 답했다. 평소 ‘혁신교육의 개척자’로 불리길 원하는 조 교육감은 코로나 국면이 미래 교육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지난 1학기부터 실시된 온라인 수업 여파로 학교 현장에서는 학력격차 문제가 불거지고 길 잃은 공교육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교육혁신을 이룰 것인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조 교육감을 만나 현재 교육계가 당면한 과제와 극복 방안 등을 짚어봤다. Q. 돌이켜보면 순탄치 않았다. 6년여 세월의 소회를 밝히자면. A. 돌이켜보면 특수학교 설립 문제로 지역 주민과 충돌, 상도유치원 붕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 숙명여고 부정행위 문제, 한유총 문제 등이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관계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풀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 자체가 서울교육의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교육, 돌봄, 급식 등에 공백이 발생했고, 문 닫는 기간이 장기화하고 새로운 수업방식(원격수업)이 도입되면서 교육격차가 확대됐다. 또한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 역시 위기를 키우고 있다. Q.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교육청 사업과 성과 두세 가지를 꼽는다면. A. 서울교육은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고자 했다.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게 지속 가능한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잘 추진된 정책을 꼽자면 첫째, 17년 만에 공립특수학교인 나래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특수학교 학생과 학부모님, 선생님들의 17년 숙원사업이었던 공립특수학교 설립에 기뻐하는 학교 구성원들을 보면서 저 역시 같은 기쁨을 느꼈다. 둘째, 유아 공교육 기회 확대와 사립유치원 운영의 투명성 강화다. 2019년 3월에 전국 최초의 매입형 유치원인 서울 구암유치원을 개원한 바 있으며, 매입형 유치원 공모 사업에 많은 사립유치원이 참여하고 있다. 셋째, 고교체제 개편의 전기를 마련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주창하고 선도해 결국 국가정책으로 확립되도록 견인했다. 2019년 말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위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을 예고했다. 자사고 등 일반고 전환 정책은 대입 경쟁 체제에서 심화된 고교서열화 문제를 극복해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하고, 일반고 중심의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을 위한 틀을 마련했다. Q.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 A. 원격수업은 ‘갑자기 찾아온 미래’라고 불린다. 초기엔 많은 우려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다. 물론 대면수업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대면수업과 원격수업이 병행되는 방식이 미래를 준비하는 ‘K-에듀’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지적했듯 디지털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선 원격수업이 오히려 격차를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행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교육청은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디지털 기기를 대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격차를 줄이고 있다. 원격수업이 지닌 강점과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지금은 이를 확인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원격수업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더 긴밀하게 소통하게 된 사례도 있다. 감염병 위험이 사라진 후에도 이런 가능성은 더 키워가야 한다. 앞으로는 대면수업의 한계를 원격수업으로 보완하고, 원격수업의 한계를 대면수업으로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원격수업으로 학습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보완할 방법은 있나. A.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수업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도입된 원격수업의 형태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형 수업, 과제제출형 수업 등 다양한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예컨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경우 교사와 학생이 생동감 있는 만남을 통해 학습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교사가 학생 개개인을 지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쌍방향 피드백이다. 원격수업의 시대엔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과정에 개입하고 학생에게 피드백하며 학습을 촉진하는 방식에 대해 보다 깊이 연구해야 한다. Q. 평소 K - 복지를 강조한다. 교육에서의 K - 복지란? A. K-복지는 교육복지서비스의 통합적 제공이라 생각한다. 항상 공급자 입장에서 단편적으로 복지서비스가 제공됐는데, 이제는 수요자 입장에서 복지서비스를 수용하고 더 유연하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율성도 같이 제공돼야 한다. 또 다양한 교육복지서비스, 더 나아가 공공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학교 밖 청소년 등 소외계층에 관심이 남다르다. A. 학생들은 학교 안에도, 학교 밖에도 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종합지원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밖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견지해 왔고 △도움센터 운영 △학력인정 학습지원 △검정고시 멘토링 △교육참여수당 지급 등을 추진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학교 밖 학생이 학력인정을 받는 중요한 관문인 검정고시 준비 지원을 포함해 학교 밖에 독립적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는 ‘학교 밖 학생’을 돕기 위해 별도의 TF도 운영 중이다. Q. 돌봄전담사 파업 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학교에서 지금 벌어지는 갈등은 학교 밖 사회의 갈등 구조가 학교 안으로 들어온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고용 형태가 공존하며 갈등하고 있다. 이런 갈등이 학교 안에서도 재연되는 것이며, 사회와 학교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학교라는 공동체가 인권을 보장하고 서로 존중하며 민주적 절차에 충실한 방식으로 유지된다면, 현재의 갈등은 결국 좋은 방향으로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고 진통이 있어도 올바른 방법론과 원칙을 따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Q. 2021년도 주요 정책은. A.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다고 해도 팬데믹의 후유증과 부작용은 강력하게 작동하리라 본다. 팬데믹 이전의 통념과 관행에 계속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육행정 전체를 새롭게 구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한 학교’에서 격차를 줄이고 학생 맞춤형 ‘쌍방향 피드백’을 강화하는 데 목표를 둘 것이다. 생태 전환 교육도 확대할 예정이다. 기후 위기 대응, 인간과 자연의 공존 등은 이제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이 생태 전환 교육이다. 미래 세대의 삶을 담보하는 데 중요한 생태적 감수성과 전환의 방향을 중점적으로 교육할 계획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도입된 원격수업 속의 긍정적 가능성을 잘 살려 나가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바람직한 방향의 미래 교육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더 나은 개인 맞춤형 교육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성과가 이미 다양하게 확보돼 있다. 흔히 에듀테크라고 불리는 분야다. 그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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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거상 임상옥·변승업과 이건희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시킨 조선 거상 임상옥의 ‘홍삼’ 조선후기 최고 부자 변승업의 울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긴 “생각하며 살자” | 오승주 선임기자 fair77@newspim.com 조선후기 문신 이유원이 지은 ‘임하필기’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다름 아닌 ‘홍삼(紅蔘)의 시작’이다. 임하필기 제28권 춘명일사(春明逸史)에는 요즘에도 면역력 증강에 효능이 있다는 홍삼이 어떻게 발명됐는지를 적었다. ‘자단삼(紫團蔘)은 태항산(太行山)과 난약산(蘭若山)에서 산출되는데 천하의 보배로 여긴다. 순조 초에 의주부 상인 임상옥(林尙沃)이 백삼(白蔘) 한 움큼을 얻어 앉은 자리에 두었는데, 마침 따뜻한 물에 젖었다가 온돌에서 말라 색이 변하여 붉게 되었다. 연경(燕京)에 가지고 들어가서 시험 삼아 그 나라 사람에게 물으니, 그 사람들이 크게 놀라며 ‘촉삼(蜀蔘)이 조선에서 생산되었다’고 하고는 후한 값을 쳐주었다. 다음 해에 쪄서 홍삼을 만들어 조금씩 가지고 들어갔고, 또 그다음 해에 역시 그렇게 하여 드디어 큰 상인이 되어 두 나라에 이름이 났다. 지금은 저들이 수삼(水蔘)을 사서 홍삼으로 변조하였고, 백삼과 함께 심어서 천하에 두루 퍼졌다. 내가 연인(燕人)에게 들으니 그 말에, “가짜 홍삼을 모르는 것이 아니나, 백삼에 비하면 독이 없으니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였다.’ 풀이하면 이렇다. 자단삼은 중국 서쪽 산골짜기 촉(蜀) 땅에서 나는 자연삼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세운 그 촉나라다. 태항산과 난약산에서 얻을 수 있는데, 붉은 빛이 감돌고 효능이 탁월해 중국에서 생산되는 인삼, 즉 당삼(唐蔘) 중에서도 최고로 쳤다. 그런데 조선 순조임금 당시 임상옥이라는 의주 상인이 백삼, 즉 물에 젖은 일반 흰색 인삼을 앉은 자리 옆에 놔뒀는데, 뜨거운 온돌 구들장에서 말라 중국 자단삼처럼 붉게 변했다. 임상옥이 붉게 변한 인삼을 중국 북경에 가지고 가서 중국인에게 물어봤는데, 사람들이 ‘자단삼’이 조선 땅에서 난다며 비싼 값을 치렀다. 임상옥은 이듬해에 백삼을 쪄서 홍삼을 만들어 중국에 가지고 들어가 팔았다. 나중에 중국인들이 물에 젖은 백삼, 즉 수삼을 쪄서 홍삼으로 변형해 판매한 것을 알았으나, 인삼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홍삼은 무난하게 작용하는 등 효과가 있어 인기를 끌었다는 내용이다. 주목할 부분은 의주 상인 임상옥이 예상치 못하게 붉게 변형된 인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오히려 매출 증대를 위한 방법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붉게 변한 인삼을 ‘상했다’거나 ‘못 먹게 됐다’고 지레짐작해 폐기했을 것이다. 임상옥은 조선후기 거상(巨商)이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가 임상옥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언론인과 교육가, 역사학자로 이름을 떨친 문일평에 의해 본격 소개됐다. 소설 ‘상도’는 50부작 드라마(MBC, 2001년 10월 15일~2002년 4월 2일)로 제작 방영돼 인기를 모았다. 인삼값을 후려치려는 중국 상인들의 계략에 맞서 한국에서 가져온 값비싼 인삼을 모두 불태워버리려 하면서 제값을 받는 대목 등이 인상적으로 남기도 했다. 홍삼으로 변해버린 백삼을 보고 임상옥은 ‘생각과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 끝에 해결책을 찾고 사업을 더욱 번창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당시 인삼의 최대 소비처인 중국에 ‘자단삼’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변질된 인삼을 ‘팔아치운’ 데 그치지 않고 물에 불린 뒤 찌는 대량생산의 길까지 찾아냈다. ‘생각’을 통해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것이다. 조선후기 최고 부자 변승업의 깨달음 조선후기 상업이 발달하면서 갑부들이 생겨났다. 임상옥도 거상으로 많은 부를 쌓기는 했지만 ‘조선 제일 부자’로는 변승업(卞承業)이 꼽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선 거상 이야기’에 따르면 변승업이 한번 돈줄을 풀면 장안의 물가가 치솟았고, 돈줄을 조이면 이미 끊어놓은 어음을 돈으로 바꿀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처신에 따라 나라의 경제가 좌우됐다. 변승업은 사역원 소속 역관이었다. 일본어 통역을 맡으며 일본과의 무역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막대한 부를 모았다. 조선시대 사역원은 서울 종로구 적선동과 도렴동에 걸쳐 있었다. 규모는 동서가 23칸, 남북이 24칸(총 552칸)으로 대청·상사당상청·한학전함청 등 30여 개 청으로 이뤄진 거대 기관이었다. 조선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저술한 열하일기(熱河日記)는 중국 기행문이다. 1780년(정조 4년)에 박지원은 청나라 건륭제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외교사절단에 참가했다. 건륭제의 특명으로 북경에 도착한 뒤 다시 만리장성 너머 열하(熱河)까지 갔다가 다시 북경으로 돌아와 한 달여 머물렀다. 이때 박지원이 청나라 실상을 목격하고 생생하게 기록한 여행기가 열하일기다. 열하일기 가운데 옥갑야화(玉匣夜話)라는 부분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옥갑야화는 열하에서 북경으로 돌아오던 중 옥갑이란 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박지원이 일행인 여러 비장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기록한 것이다. 중국 상인을 속여 치부한 조선의 역관이 결국은 패가망신한 일화, 역관 홍순언이 창기로 팔린 여인을 구해준 행동으로 중국인의 신망을 모은 일화, 조선의 최고 부자로 유명했던 역관 변승업에 관한 일화, 소설 형식의 ‘허생전’ 등이 실려 있다. 옥갑야화 중 변승업에 관한 일화다. “변승업이 중한 병에 걸리자 곧 변돈 놀이의 총계를 알고자 하여 모든 과계 장부를 모아놓고 통계를 내어본즉, 은이 모두 50여 만 냥이나 적립되었다. 그의 아들이 청하기를, ‘이를 흩는다면 거두기도 귀찮을뿐더러 시일을 오래 끌면 소모되고 말 테니 그만 여수(與受)를 끊는 것이 옳겠습니다’ 했을 때 승업은 크게 분개했다. ‘이는 곧 서울 안 만호(萬戶)의 명맥(命脈)이니 어째서 하루아침에 끊어버릴 수 있겠느냐’ 하고는, 곧 빨리 돌려보내게 하였다. 승업이 이미 나이 늙으매 자손들에게 경계하기를, ‘내 일찍이 공경(公卿)들을 섬겨본 적이 많은데 그들 중에 나라의 권세를 잡고서 자기의 사사 이익을 꾀하는 이치고 그 권세가 3대를 뻗는 이가 없더란 말이야. 그리고 온 나라 사람 중에서 재물을 늘리는 이들이 으레 우리 집 거래를 표준 삼아서 오르내리는 것도 역시 국론(國論)인 만큼, 이를 흩어버리지 않는다면 장차 재앙이 미칠 거야’라고 하였다.” 변승업이 중병에 걸려 지금까지 자신이 고관대작을 비롯한 양반에게 빌려준 돈을 가늠하고 싶어 장부를 모아놓고 계산을 했다. 통계를 내어보니 은 50만냥 정도였다. 영정조 시절 조선 선비 유만주가 구입한 명동 기와집은 규모 100칸에 가격이 2000냥이다. 요즘 시세로 계산하면 대략 13억원 정도다. 은 50만냥은 요즘 시세로 대략 32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같은 거액을 아들이 이제 거둬들이려 하자 변승업은 ‘냅두라’고 한다. 한꺼번에 금전을 회수하면 다시 조선의 경제 규모상 돈줄이 막혀 연쇄부도가 일어날 것을 우려한 탓이다. 이와 함께 권세가 높은 양반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준 탓에 받으려 한다면 돌려받기는커녕 권세가들의 보복으로 집안에 화가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조선 제일의 부자 변승업도 숙종 때 감옥에 갇혀 두 번이나 고초를 치른 적이 있었다. ‘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이수광, 스타리치북스)에는 변승업이 감옥에 갇힌 이유가 소개돼 있다. 인현왕후의 폐비와 복위를 거치면서 남인은 서인들에 의해 몰락의 길을 걷는다. 남인을 지원하던 시전상인들도 쑥대밭이 됐다. 역관이던 변승업은 친분이 있던 동래부사 소두산이 일본 대마도주에게 뇌물을 받았다고 탄핵당할 때 의금부에 같이 체포됐다. 서인이던 송시열의 문하인 소두산은 한 달도 안 돼 석방됐지만 변승업은 여섯 달 넘게 의금부 감옥에서 고생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변승업이 서인들에게 많은 돈을 빌려줬는데, 돈을 갚기는커녕 감옥에 보낸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석방되긴 했으나 많은 돈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권력자들의 눈에 벗어나는 일이었다. 변승업은 석방 2년 뒤 노론 강경파 이사명이 왜인들과 손잡고 역모를 일으키려 했다는 고변이 일어나자 다시 체포됐다. 이번에는 막대한 뇌물을 주고 풀려났다. 책에 따르면 변승업은 죽기 전에 회계장부를 불태우라고 후손에게 지시했다. 돈을 빌려간 이들 대부분이 권력자들이었다. 변승업은 “돈을 갚기보다 너희를 죽이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라는 말을 유언처럼 남기고 떠났다. 이건희의 “생각하며 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6년 투병 끝에 세상을 등지자 평소 생각이 담긴 어록이 화제다. 삼성의 전환점이 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열린 ‘삼성 신경영 선언’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란 말을 비롯해 울림이 깊은 말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늘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직전에 펴낸 에세이집(동아일보사 발매, 1997년 11월 20일)의 제목도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이다. 임상옥은 물을 머금은 뒤 구들장에서 지져버린 신세가 된 백삼이 홍삼으로 변했을 때 폐기처분하지 않고 ‘생각’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변신시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었다. 조선후기 최고 갑부 변승업도 자식이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전에 ‘돈을 거두자’는 건의에 대해 생각이 없었다면 단순하게 돈을 회수해 집안이 풍비박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사업가 경험을 통해 한 번 더 생각을 하면서 멸문지화를 막았던 셈이다. 이건희 회장의 공과에 대한 갑론을박은 제쳐두고 싶다. 여러 어록이 울림을 준다며 화제가 되고 있지만 가장 가슴에 와닿는 것은 ‘생각하라’는 대목이다. ‘생각 없이 산다’는 게 유행인 요즘, 어떻게 하면 ‘생각 있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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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신축년 새해 본격적으로 몸 푸는 대권 잠룡들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강 구도 형성...“한동안 계속될 듯” 與 제3후보론 ‘솔솔’...유시민·정세균 등판 가능성도 野 뚜렷한 ‘원톱’ 없어...원희룡·오세훈·유승민·안철수 판 키운다 |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 | 조재완 기자 chojw@newspim.com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2022년 3월 9일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잠룡들이 하나둘 본격적인 몸풀기에 들어갔다. 사실상 대선 전쟁 서막이 오른 가운데 향후 대선 구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여권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오차범위 내에서 전체 지지율 1, 2위를 나눠 차지하며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을 준비 중이다. 반면 야권에서는 수많은 잠룡들이 거론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를 필두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이미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최대 변수는 2021년 7월 임기가 끝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인 검찰 개혁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법적 다툼도 불사하는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문 정부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지지부진한 야권 후보들을 제치고 범야권에서 독보적 1위, 전체 2~3위권에 올라 있다. ‘이낙연·이재명·윤석열’ 구도...“한동안 지속” 여야를 묶어 현재 전체 구도에서 최대 관심사는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강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여부다. 세 후보는 각종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가장 고심이 큰 쪽은 이낙연 대표다. 당대표 취임 후 지지율이 10%대 후반 박스권에 줄곧 갇혀 있다. 2020년 12월 한국갤럽 지지율 조사에선 역대 최저치 16%로 주저앉기도 했다(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대 후반 지지율을 유지했던 연초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빠진 셈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과 법무부-검찰 갈등, 코로나19 대유행 등 국정 전반에 드리운 악재가 이 대표의 대선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고전하는 사이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총장이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이 대표 취임 후 석 달여 만에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에서 3강 구도로 확장된 양상이다. 3강 구도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 개혁과 부동산·코로나 대책 등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 요인들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 탓이다. 무거운 과제들을 잇달아 풀어내야 하는 여권으로선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검찰 간 대치 국면에선 윤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與 제3후보론 ‘솔솔’...유시민·정세균 등 거론 여권에선 ‘제3후보론’도 탄력을 받고 있다. 2022년 3월 대선까지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로 계속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상황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광재 민주당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자천타천 제3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양강 구도로 대선 본선까지 가기엔 지루하고 식상할 수 있으니 다크호스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유 이사장의 등판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유 이사장이 민주당에 합류하지 않고 당 외곽에서 계속 거론되지 않겠냐”며 “유 이사장은 이미 대권 도전에 선을 그었지만 정권 재창출에 역할을 하기 위해 등판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봤다. 당 지도부 소속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인사도 ‘유시민 등판론’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았다. 그는 “김경수 지사가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으면서 친문 그룹의 구심점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라며 “남아 있는 친노·친문 적자 가운데선 유 이사장이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다는 점에서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유 이사장이) 불려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총리가 등판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 대표가 대권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검찰 개혁, 부동산 등 후폭풍이 커져 이 대표 지지율이 걷잡을 수 없이 내려앉을 경우 이 대표가 임기를 끝까지 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정 총리가 코로나 사태를 어느 정도 잠재운 뒤 유력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와 정 총리는 당내 관록 있는 중진으로서 전·후임 총리를 지낸 데다 통합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어 비슷한 면모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인사 모두 ‘비문(비문재인계)’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이 대표는 사실상 계파가 없는 반면 계파를 나름 구축한 정 총리는 조직력도 갖췄다는 점에서 ‘정세균 등판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도 거론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거명으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차기 여성 대통령 후보’로 조명받은 바 있다. 이른바 ‘문심(文心)’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차기 대선 구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후계 구도에 직접 개입하진 않겠지만 누군가를 지지하는 내색을 비친다면 의외의 인물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원톱’ 없는 야권...원희룡·오세훈 등 판 키운다 야권에서 여전히 뚜렷한 ‘원톱’ 대권 주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여권에 비해 대선에 도전할 만한 ‘급’이 되는 거물급 정치인은 많지만 의원, 지자체장 등 현직이 아니어서 광폭행보를 하기 쉽지 않은 인사도 있다. 또한 여권 ‘투톱’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에 비해 전체적으로 지지율이 낮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잡기에 나선 사이 야권 잠룡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부동산 문제, 검찰 개혁을 둘러싼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며 반문(반문재인)연대를 기치로 지지를 호소한다. @img4 가장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필두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주요 주자로 꼽힌다. 여기에 홍준표 의원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있다. 원 지사는 보수 정치권이 주도하는 다양한 강연에 나서며 대권주자 선점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2020년 6월 9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미래혁신포럼’ 1호 주자로 연단에 섰다. 또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초청 강연에도 대선 주자로는 가장 먼저 섰다. 유 전 의원은 예전 바른정당이 당사로 사용했던 태흥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캠프 이름을 ‘희망22’로 지었다. 대선이 있는 해인 2022년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그는 캠프 개소와 함께 전문 분야인 경제 부문에서 토론회와 SNS 등을 통해 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도 다양한 연단에 서며 “정권 교체 적임자는 자신”임을 강조했다. 그는 마포포럼 강연에서 안철수, 오세훈,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의 5인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그는 “5명의 야권 주자들은 당을 달리하고 있고 여러 입장차가 있지만 치열하게 경쟁할 때 하고 6개월, 1년 정도는 정기적으로 자리를 함께해서 국가적 현안을 논의하자”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으로도 꼽히고 있지만 스스로는 대권 출마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한때 ‘간철수(간을 보는 안철수)’라는 비판을 받던 안철수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보다 더 세고 원색적인 어휘를 사용하며 강한 대선 재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3석의 국민의당을 이끌고 있지만 104석의 국민의힘을 향해 “혁신 플랫폼을 꾸리자”며 야권 통합의 메시지를 던진 상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어떤 형태로든 야권이 연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최대 변수는 윤석열 도전 여부...출마로 이어갈까 확실한 야권 구심점이 없는 사이 국민들은 윤석열 총장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직임에도 문재인 정부와 가장 격렬하게 싸우는 투사로 인식되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슬며시 이름을 올리더니 어느새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를 3강 구도로 바꿨다. 이를 두고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이 야권 잠룡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기존 주자들의 전투력과 권력의지를 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범야권에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 ‘윤석열 쇼크’는 야권 대선 잠룡들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 같은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윤 총장이 돋보일수록 당내 주자들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그에 대해 “정부에 소속된 사람인데 어찌 야권 대선후보라 그러느냐”고 선을 그었다. 또한 윤 총장이 퇴직 후 실제 레이스에 뛰어들어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고위 공직자가 곧바로 대선주자로 뛰어들어 끝까지 완주한 역사가 없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고건 전 국무총리도 한때는 보수 진영의 유력한 대선주자였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은 거품이라고 본다”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많은 능력이 요구된다. 오랫동안 검찰에 몸담았던 윤 총장이 짧은 기간에 갖출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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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바이든 시대 대북정책 모델은 '이란 핵합의'…점진적 비핵화가 핵심

JCPOA 주도한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이 근거 전문가들 “바이든 행정부 첫 대북조치가 중요” | 이영태 선임기자 medialyt@newspim.com 미국의 리더십 회복과 동맹 복원을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개막하면서 국제사회가 다시 한 번 미국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대한반도 및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대선 이후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바이든의 대북정책 핵심은 북핵문제 해결방안에 달려 있다. 크게 보면 △첫째 ‘선 핵폐기, 후 보상’을 전제로 하는 비핵화 패러다임 △둘째 ‘점진적 동시교환 원칙’에 따른 점진적 비핵화 △셋째 ‘전략적 인내’와 유사한 북핵의 안정적 관리로 나눌 수 있다. ‘점진적 동시교환 원칙’하의 점진적 비핵화란 이 가운데 전문가들이 가장 가능성이 높고 현실적이라고 보는 정책방향은 두 번째인 ‘점진적 동시교환 원칙’에 따른 점진적 비핵화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JCPOA)’를 주도했던 토니 블링컨(Antony John Blinken)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대북정책으로 알려진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입안한 당사자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 이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진하던 2008년과 크게 달라졌고, 이미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답습할 리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블링컨 내정자는 2018년 6월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북핵 해결을 위한 최상의 모델은 이란 핵협정(The Best Model for a Nuclear Deal with North Korea? Iran)’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뉴욕타임스(NYT)에 실었다. 그는 기고에서 ‘이란 핵합의’를 통해 이란이 무기용으로 사용 가능한 우라늄 98%를 제거하고 원심분리기의 3분의 2 해체와 봉인 등이 합의됐다면서, 이는 결국 이란의 핵무기 능력을 없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도 우선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 감시와 이란 방식의 제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순히 핵무기를 모두 넘겨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표현했다. 블링컨은 현실적 대안으로 △모든 (핵)프로그램의 공개 △국제사찰단 감시하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인프라 동결 △(핵)탄두·미사일의 일부 폐기와 경제 제재의 제한적 해제 맞교환 등을 북미 간에 고려해볼 만한 잠정적 합의 요소로 꼽았다. 그는 일단 이 정도 수준의 합의를 먼저 이룬 뒤 포괄적인 북핵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우라늄) 광산, (정련) 공장, 원심분리기, 농축·재처리 시설 등의 핵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이란 핵합의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전봉근 “바이든, 북한과 관계정상화 추구할 것”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 전봉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하의 북미관계 전망과 북핵협상 재개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핵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전망”이라며 “바이든 신행정부의 국정 최우선 순위가 코로나 팬데믹 대응, 경제 회복, 정치적 양극화 치유, 인종문제 해결 등 국내문제에 주어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외교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국제 리더십 회복을 최고 목표로 내세우고, 이를 위해 동맹 회복과 민주주의 연대, 국제 협력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답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다음 이유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첫째, 오바마 대통령(2009~2017)은 집권 초기에 냉전적 적대관계에 있었던 이란·쿠바·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개인적 관심사이자 주요 외교목표로 내세웠고, 실제 이란·쿠바와 관계개선에 성공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도 이런 외교목표를 계승한다면, 마지막 적대국인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당시 한국의 이명박(2008~2013)·박근혜(2013~2017) 정부가 안보 중시의 보수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했는데,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존중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북한은 당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교체되는 취약한 시기여서 정권안보용의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했고 대외적으로 관심을 돌릴 여력이 없었다. 넷째, 오늘 북한의 핵미사일은 더 이상 잠재적인 위협이 아니라, 동맹국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직접 위협하는 중대한 국가안보 위협이 됐다. 나아가 북한 핵무장과 지속적인 핵능력 증강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핵비확산·핵군축·핵안보 국제 레짐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도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과 대응을 필요로 한다. 전 교수는 “민주당 행정부의 전통적인 대화 중시 외교원칙이 북미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바이든 당선자는 민주당 강령에서 군사적 옵션을 부정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도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와 진보적인 국정철학 및 외교정책 기조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민주당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며 “사실 과거 한미는 틈 없는 공조를 자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집권 정당의 성향이 서로 엇갈려 대북정책에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미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망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를 재개하고 북핵위기·전쟁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크다”며 “이런 북핵사태의 악화를 방지하고 북미대화의 재개를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북미협상 재개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첫 대북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전이라도 북한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공개적 또는 비공개적으로 전달한다면 북핵사태의 악화 방지와 북미대화 재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 교수가 제안한 메시지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2018년 4월 이후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 것을 평가한다. 싱가포르 북미정상 공동성명을 계승하고 지지하며, 이 공동성명에 따라 핵 없는 한반도,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미대화를 조기에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김현욱 “미중 간 균형 잡고 대중국 밸런싱 유지” 같은 연구소 김현욱 미주연구부장(교수)도 최근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및 한반도 정책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원칙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외교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즉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지향하며, 깐깐한 실무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협상의 방식이 어떻게 전개되느냐”라며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들은 원칙에 기반한 외교, 제재를 통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비핵화 로드맵, 엔드 포인트 등에 대한 북한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중 갈등과 관련해 “현재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확대가 서서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바이든이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시진핑의 한국 방문 계획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가 점차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중국은 한국에 대한 현재의 위협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당장 중국의 경제 제재로 인한 단기적 이익 손실을 막기 위해 중국의 정책에 잘 부응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쌓이게 되면 우리의 이익은 중국의 영향력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를 막고 우리의 독자적 이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중 간 균형을 잡아야 한다”면서 “즉 대중국 억지(deterrence) 및 밸런싱(balancing)을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미국의 아시아 전략 내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미국 중심의 안보체제나 경제체제에서 빠지는 정책이 되풀이될 경우, 제2의 애치슨 라인이 그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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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박원곤 한동대 교수 인터뷰 “北, 남한 전역 타격 가능한 신무기 개발 완료단계...3월 무력도발 재개 가능성”

2020년 북한 무력도발 패턴 분석 및 2021년 전망 | 하수영 기자 suyoung0710@newspim.com 북한이 4월 14일 이후 별다른 무력도발을 하지 않은 채 2020년이 저문다. 2020년 실시했던 무력도발도 모두 저강도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저강도로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미국의 입장에서만 보는 시각”이라며 “북한은 2019년과 2020년 시험발사를 통해 남한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의 개발을 이미 상당 부분 완료한 상태로, 2021년 3월 한미연합훈련을 즈음해서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北, 2020년 5회 무력도발...모두 단거리 발사체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들을 종합하면 북한은 2020년 한 해 총 5번의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이 중 4회가 3월에 이뤄졌고, 나머지 1회는 4월이었다. 세부적으로는 3월 2일과 9일, 21일, 29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고, 4월 14일에는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시에 전투기를 통해 공대지 미사일을 투하했다. 이들은 모두 일반적으로 ‘저강도 도발’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달리 미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단거리 발사체들이기 때문이다. ICBM이나 SLBM과 같은 장거리 발사체들은 미국 본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고강도 도발’로 분류된다. 도발 횟수도 전년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2019년 북한은 5월에서 11월까지 총 13회 무력도발을 했지만, 2020년에는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5회 무력도발을 했다. “도발 횟수 줄어든 건 개발 완료했기 때문” 하지만 외교안보 및 군사 전문가들은 2020년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등을 발사한 것을 저강도 도발이라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고강도 도발’로 분류하고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무력도발 횟수가 줄어든 것도 안일하게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2019년부터 북한이 발사하고 있는 초대형 방사포나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에이태킴스 미사일 등 단거리 공격 전력은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이고 우리의 탄도탄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들”이라며 “따라서 저강도 도발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건 미국 입장에서만 보고 말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입장에선 고강도 도발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력도발 횟수가 줄어든 것도 이미 남한 타격용 단거리 발사체들은 거의 개발 완성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추가 시험을 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단순히 발사를 안 한다고 해서 무기 개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오랜 기간 몸담았고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으로 있는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역시 “북한의 2020년 도발을 저강도 도발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판단에 따라 중‧고강도 도발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발사된 무기들이 상당히 우리나라가 방어하기 어려운, 한국에 큰 위협이 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무력도발 횟수가 줄어든 것은 2019년에 집중적으로 신형 무기 발사가 이뤄져 2020년에는 그만큼 발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미 개발 완성도는 다 높여 놓은 상태이고, 실전배치를 위한 양산 체제에 들어간 것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박 교수는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거나, 9월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는 등 북한이 신무기를 시험 발사하는 것 이상의 행위를 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런 행위들은 한국의 재산, 인명에 피해를 준 것으로 미사일 발사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3월 한미연합훈련, 北 도발 명분 될 것” 이들 전문가는 북한이 2021년에는 반드시 무력도발을 재개할 것이라며, 3월께 실시될 한미연합훈련이 그 명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아직은 북한이 도발을 하기에 이르다”며 “미국 내부 상황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북한 이슈는 뒷전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이 어떤 명분도 없이 도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상되는 가장 빠른 도발 시기는 2021년 3월 한미연합훈련 때”라며 “연합훈련이 북한 도발의 명분이 될 것이며, 도발 강도는 단거리 공격 전력이 될 수도 있고 핵전력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측면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교수는 “우선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확정하기 전에 선도적으로 1월 초 노동당 제8차 당 대회에서 미국을 상대로 명확한 노선을 밝힐 것”이라며 “그렇게 미국에 ‘우리 입장을 받아들이라’고 한 뒤, 3월 한미연합훈련 때 무력도발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도발 강도는 저강도부터 중강도, 고강도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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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호

김정은 집권 10년...제8차 당대회 통해 보여줄 새해 전략 노선은

北, 이례적 1월 당대회 개최...바이든 정부에 메시지 던지나 홍민 박사 “김정은 ‘집권 10년’ 결산 차원...전략무기 과시 가능성도” | 송기욱 기자 oneway@newspim.com 북한이 향후 국가의 5개년 향방을 좌우할 제8차 당대회를 2021년 1월 개최한다.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연초부터 들이닥친 코로나19 팬데믹,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의 삼중고로 어려운 상황에서 맞이하는 당대회인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무엇을 중점적으로 내세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北, 이례적 1월 당대회...선제적 대미 메시지? 북한은 2020년 8월 19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 개최를 선언했다. 북한이 당대회 날짜를 1월로 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7차 당대회가 2016년 5월에 열린 점을 감안할 때 5년 주기의 당대회 역시 5월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기를 앞당겼다. 이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새 정부가 수립되는 시점에 맞춰 대외전략을 수립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2021년 1월 신년사 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에서 1월에 개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020년 12월 1일 열린 통일연구원 ‘2021년 한반도 연례 정세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당대회가 1월 1~5일 사이에 열릴 가능성을 전망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미국 신정부의 대북정책 내용을 본 후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향후 대북정책 수립에 영향을 주는 데 무게를 두고 선제적인 메시지를 제시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권 10년 결산...향후 5년 전략노선 채택” 홍민 실장은 북한의 이번 당대회는 지난 5년간 악조건 속 달성한 성과를 평가하는 성격을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 차를 결산하는 차원에서 김정은 시대의 통치체제 정비가 성과의 핵심으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 당대회에서 꺼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만큼, 이를 성찰하는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 위원장은 이미 수차례 경제 운영 실패를 인정하는 발언을 꺼낸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향후 5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전략적인 노선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홍 실장은 “7차 당대회에서 주창했던 호전적인 전략 노선 대신 온건한 내부 지향적 전략 노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외향적인 방식 대신 내향적인 담론을 꺼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바이든 정부에 전략무기 과시 가능성” 북한이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전략무기를 과시하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실장은 “북한이 무기를 개발해온 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직간접적인 발언을 낼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전략무기를 과시하는 행보를 보인다면 이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와 같은 전략적 인내가 통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발언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홍 실장은 “향후의 정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미국을 직접 거론하는 것보다는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로 가는 방식을 위해 유화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부분과 더불어 군사적인 긴장을 완화할 회담 제의도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사회주의 현상 및 반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도 높다. 김 위원장은 최근 평양종합의과대학의 부정부패 행위를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당 간부들을 엄격하게 처벌한 만큼, 이와 관련해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 실장은 “반부패위원회 성격의 컨트롤타워 형식으로 새 조직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외 불확실성 속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장기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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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거미줄처럼 얽힌 회사들

옵티머스 흔적 가득...‘돈세탁소’ 해덕파워웨이 ‘펀드 돌려막기’ 스킨앤스킨...‘비자금 저수지’ 트러스트올 | 김경민 기자 kmkim@newspim.com | 장현석 기자 kintakunte87@newspim.com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이 단순한 금융사기를 넘어 정관계 연루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옵티머스 사건은 1조2000억원가량의 사모펀드를 판매해 1100여 명에게 5151억원의 피해를 입힌 대형 사모펀드 금융사기 사건이다. 안정적 수익을 내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 등 옵티머스 유관 업체에 투자한 것이다.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 들어간 회사만 6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미줄처럼 얽힌 옵티머스 관련 법인들 중 주요 기업들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돈세탁소’ 해덕파워웨이...곳곳 옵티머스 흔적 해덕파워웨이는 선박부품 제조업체로 코스닥 상장사다. 옵티머스의 계열사이자 ‘돈세탁 창구’로도 알려져 있다. 옵티머스가 2019년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덕파워웨이는 2018년 4월 강남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에게 인수된 후 옵티머스에 회삿돈 370억9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중 상당수가 옵티머스 관계사인 트러스트올, 셉틸리언 등으로 흘러갔다. 이들 회사는 다시 옵티머스의 손자회사인 화성산업에 투자한다. 화성산업은 2019년 2월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해덕파워웨이를 시장가의 2배가 넘는 3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해덕파워웨이는 같은 해 5월 옵티머스에 150억원을 또 투자한다. 해덕파워웨이에서 흘러나온 자금이 옵티머스에 투자된 뒤 관계사들을 거쳐 다시 해덕파워웨이로 돌아왔다. 이런 돈세탁 과정을 통해 화성산업은 해덕파워웨이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덕파워웨이 임원에는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재현(50·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와 함께 기소된 윤석호(43·구속기소) 변호사(옵티머스 사내이사)는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한 화성산업의 감사를 지냈다. 윤 변호사의 아내인 이진아(36)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도 지난해 10월 청와대에 근무하기 직전까지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로 있었다. 또한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의심을 받는 금융감독원 전직 간부는 해덕파워웨이의 상근감사를 맡았다. 해덕파워웨이에는 조직폭력배 자금이 투입된 정황도 포착됐다. 뉴스핌이 입수한 해덕파워웨이 전 대표 이 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씨는 2018년 인수 과정에서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는 조폭 출신 사업가 박모(사망) 씨와 공모해 경영 참여 등 대가로 피해자 A 씨를 인수에 참여시켜 총 287억원을 편취했다. 이 씨는 당시 해덕파워웨이를 공시상 75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자금에는 A 씨 외에도 조폭 자금이 투입된 의혹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이 씨를 고소하면서 당시 인수대금에 광주광역시 조직폭력 콜박스파나 전주 월드컵파 등의 자금이 동원됐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씨가 2018년 7월 16일 개최된 해덕파워웨이 임시주주총회에서 부산 칠성파 조직원들을 동원해 경영권을 독점적으로 취득했다고도 했다. 이후 지난해 5월 한 50대 사업가가 호남 최대 폭력조직인 광주 국제PJ파 부두목 조모 씨 일당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씨와 해덕파워웨이 인수에 참여한 박 씨다. 이 사건에서도 해덕파워웨이가 등장한다. 조 씨 역시 2018년 인수 과정에 투자하려고 했다. 하지만 박 씨의 거절로 참여하지 못했다. 이후 조 씨는 박 씨의 제안으로 해덕파워웨이 주식에 10억원을 투자했지만 사기를 당해 범행을 결심했다. 조 씨는 검거 당시 “이번 사건은 주가 조작과 무자본 인수합병의 폐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맡은 의정부지검도 “해덕파워웨이 인수대금 중 조폭 자금과 카지노 롤링업자, 사채업자의 자금이 들어갔다”는 참고인 진술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 돌려막기’ 스킨앤스킨...초창기 투자 가담 스킨앤스킨은 옵티머스의 초창기 펀드 투자에 적극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장품 업체다. 2006년 6월 19일 설립됐다. 본사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해 있으며 2012년 12월 2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자회사로는 라미화장품제조, 에이디앤티 등이 있다.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모(53) 스킨앤스킨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을 포함해 스킨앤스킨 전·현직 임원들이 옵티머스 초창기 펀드 투자에서 ‘돌려막기’ 등의 사기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의 동생이자 같은 회사 이사인 이모(51) 씨는 지난 10월 19일 구속됐다. 이 회장 형제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1월 공공기관 발주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속여 378명의 피해자로부터 3585억원 상당을 가로챈 후 부실채권 인수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6월 스킨앤스킨 자금 150억원을 마스크 구매에 사용한 것처럼 꾸며 횡령한 뒤 구매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이체확인증을 만들어 이사회에 제출한 혐의도 있다. 이 자금은 옵티머스 관계사인 마스크 유통업체 이피플러스로 넘어갔고 주로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중단을 막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피플러스는 옵티머스 이사인 윤 변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검찰은 이 회장 형제와 스킨앤스킨 신규사업부 총괄고문이었던 유현권(39·구속기소) 씨, 김 대표, 윤 변호사 등이 횡령을 위해 한몸처럼 움직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킨앤스킨 관계자는 “입장을 말해 줄 담당자가 전혀 없다”고만 했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스킨앤스킨 대표이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옵티머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한 바 있다. ‘비자금 저수지’ 트러스트올...무자본 M&A 활용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이 이른바 ‘비자금 저수지’로 활용한 법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회사는 김재현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동열(45·구속기소) 이사가 대표로 있다. 이 이사는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사모펀드 판매를 통해 모집한 자금 대부분을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대부디케이AMC, 리피크, 하이컨설팅, 골든코어, 엔비캐피탈대부, 내추럴코어, 티알시티, 내추럴에코그룹, 디오마레제이차, 앤드류종합건설 등에 1차 송금했다. 1차로 나간 돈들은 2차 송금처로 이동했다. 이후 다시 상장·비상장 주식이나 부동산개발업체, 대여 등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사라졌다. 트러스트올은 2차 송금처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의 돈세탁 과정에서 중심적인 정거장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 흐름을 복잡하게 만든 뒤 수사기관이나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의 무자본 인수합병(M&A)에 활용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성지건설과 해덕파워웨이 사례다. 트러스트올이 지배하는 MGB파트너스는 2017년 9월 250억원을 유상증자해 성지건설을 인수했다. 문제는 이 돈이 자기자본이 아닌 ‘빌린 돈’이었다는 사실이다. MGB파트너스는 성지건설로부터 대여를 받아 빌린 돈을 갚는 방식으로 돈 한푼 들이지 않고 회사를 차지했다. 이후 성지건설은 옵티머스의 곳간 역할을 하게 됐다. 수백억원의 자금이 옵티머스 펀드 운용자금에 쓰였지만 돌려받지 못하다 결국 2018년 상장폐지됐다. 이 밖에도 ‘비자금 저수지’ 트러스트올로 흘러 들어온 돈은 김 대표나 이 이사, 스킨앤스킨 고문 유 씨 등 핵심 관계인들의 개인 계좌로 은밀하게 빠져나간 것으로도 나타났다. @img4 또 다른 ‘자금 정거장’ 셉틸리언...비자금 창구 셉틸리언 역시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비자금 창구로 이용된 법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검찰은 옵티머스가 셉틸리언을 통해 ‘무자본 M&A’를 할 때 자금 정거장 역할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셉틸리언은 2019년 1월 16일 설립됐다. 사업 목적은 인터넷 사업부터 곡물·채소·원료작물 재배 및 가공·판매업, 신재생에너지사업, 해외 자료 조사 및 사업개발 컨설팅업, 시스템통합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 기업 인수 및 합병 주선업, 국내 및 해외 부동산의 개발·건설업 등이다. 이 회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화빌딩 4층에 주소를 뒀다. 이곳은 옵티머스 등기상 주소와도 같은 건물로,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지목됐다. 셉틸리언의 자본금은 5억원 규모로 현재까지 10만주가 발행됐다. 1주의 금액은 5000원으로 명시됐다. 당초 사내이사로는 김 대표의 부인 윤모(46) 씨가 이름을 올렸다. 이후 윤 씨는 사임하고 지난해 5월 29일부로 박모(59) 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특히 셉틸리언의 지분을 김 대표의 부인 윤 씨와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절반씩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전 행정관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 임용됐으며 대통령 직속 ‘수사권개혁 후속추진단’에서 수사권 조정 업무에도 참여했다. 청와대 재직 중 옵티머스 지분을 차명 전환하고 은폐한 상태로 올해 6월까지 근무했다. 검찰은 옵티머스가 페이퍼컴퍼니인 셉틸리언을 세우고 ‘돈세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곳에서 세탁된 자금은 ‘펀드 돌려막기’와 부동산 투자 등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자금 마련과 개인 투자 등에도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 과정을 두고 옵티머스가 셉틸리언을 통해 자기 돈 없이 빌린 자금으로만 상장사를 인수하는 무자본 M&A 수법으로 해덕파워웨이의 경영권을 장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도 옵티머스 투자금 일부가 트러스트올-셉틸리언-화성산업 등을 거쳐 해덕파워웨이에 흘러 들어갔고 해덕파워웨이가 이 중 370억원을 다시 옵티머스에 신탁하는 방식으로 무자본 M&A를 벌였다고 의심하고 자금 흐름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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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연산군의 '경복궁 룸살롱' vs 검사들의 룸살롱

조선시대 기방 번창과 현대 룸살롱 번성 ‘오버랩’ 연산군이 궁궐에 차린 ‘경회루 룸살롱’ 코로나에도 시들지 않는 ‘룸살롱 기세’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편집자 주] 수선전도(首善全圖)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목판본으로 인쇄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도봉산부터 남쪽 한강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울의 주요 도로와 동네, 궁궐 등 460여 개의 지명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수선전도에 기록된 지명들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승주의 수선전도’는 이 지도에 나온 동네의 발자취를 따라 지명과 동네에 담긴 역사성과 지리적 의미, 옛사람들의 삶과 숨결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 숨가쁜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계획입니다. ‘룸살롱’이 다시 입방아에 오른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10월 16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폭로한 ‘옥중 입장문’에서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대 ‘룸살롱 접대’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히며 화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교육부의 고려대학교 감사에서 교수들이 룸살롱에서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을 결제한 정황까지 드러나며 ‘룸살롱 정국’이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형조·사헌부 서리와 주가에서 기생을 끼고 정재륜(鄭載崙)은 조선 효종의 다섯째 딸 숙정공주(淑靜公主)의 남편이다. 즉, 효종의 부마(駙馬, 왕의 사위)다. 부마가 된 뒤 동평위(東平尉)라는 직위를 하사받았다. 동평(東平)은 임금이 내린 부마 이름이다. 위(尉)는 부마의 벼슬 직위다.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정태화의 아들로 효종 7년(1656)에 9세로 11세 되는 2살 연상의 숙정공주와 혼인했다. 11년간 부부생활을 했는데, 숙정공주가 일찍 사망하면서 20세부터 홀아비가 됐다. 당시 조선의 법도는 ‘부마재취불가’다. 왕의 사위는 재혼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67세에 사망했다. 47년을 재혼 없이 혼자 살았다. 동평위는 부마가 된 이후 궁궐 안팎에서 듣고 본 일들을 기록해 문집으로 냈다. 이른바 동평위문견록이다. 상하 두 책으로 선조부터 광해군, 인조, 효종 연간의 이야기 357편을 수록했다. 1985년 ‘동평위공사문견록’(양영각 출판·강주진 역)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지만, 요즘 ‘룸살롱 정국’과 맞물린 이야기도 나온다. ‘기방(妓房)’에 관한 것이다. ‘유흥과 접대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룸살롱을 조선시대에 대입하면 기생이 상주하는 ‘기방’이 적절한 비유인 듯싶다. ‘서리 김정립이란 자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기를 “내가 지난날 형조 서리, 사헌부 서리와 더불어 주가(술집)에서 기생을 끼고 음악을 잡힐 때...” 서리(書吏)는 조선시대 벼슬로 하급 관리다. 흔히 세간에서 말하는 이방(吏房)이다. 상급 서리인 녹사(錄事)와 함께 주로 서책의 보관, 도필(刀筆·문서 따위를 기록하는 일)의 임무 등을 맡았던 경아전(서울 중앙관청)에 속하는 하급 서리였다. 주목할 대목은 형조와 사헌부 등 감찰업무를 하는 관청의 관리들도 기방을 출입했다는 점이다. 요즘으로 치면 검찰청과 감사원 공무원들이 ‘룸살롱’을 드나들며 유흥을 즐겼다는 말이다. 서리는 하급 관리다. 고려시대에는 국가에서 봉급인 녹봉을 받았지만, 조선이 건국된 뒤 양반지배체제가 성립하면서 정식 관료로 나가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행정실무나 치안, 군사업무를 맡았지만 계급은 중인층으로 분류됐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주는 ‘봉급’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형조와 사헌부 서리가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 요즘으로 치면 한 번에 많게는 수천만원씩 드는 ‘기방’에 출입했다는 것은 백성을 수탈해 모은 돈 또는 접대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구속 재판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검사 3명에게 1000만원대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옥중서신에서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말이 맞다면 공짜술 얻어먹은 검사들의 룸살롱 출입과 조선시대 서리들의 기방 출입이 시대를 뛰어넘어도 오버랩되는 셈이다. 기방 번성과 룸살롱 번창 ‘오버랩’ ‘조선 후기 서울 기생의 기업(妓業) 활동’(조재희 석사논문,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한국학과, 2005년 7월)에 따르면 기방은 기생이 술과 춤, 음악, 노래, 매음을 중요한 영업 종목으로 하는 유흥공간이다. 기생이 상주하면서 찾아오는 고객을 맞아들이던 상업공간으로 민간의 유흥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켰다. 특히 조선 후기 들어 상업이 번창하면서 기방도 번성한다. 논문에 따르면 조선 후기에 물적 토대를 확보한 중간계층들은 지적, 문화적으로 성장하면서 사회세력으로 형성됐다. 민간에서 음악과 서화 등 예술이 한층 풍부한 질과 양을 갖출 수 있게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신분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문화가 향락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기생은 상업화 물결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예기를 제공하고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고자 했다. 중간계층의 향락적 욕구와 기생의 경제적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기방이 등장한 것으로 논문은 파악한다. 서울 시내 기방은 현재 송현동과 사간동, 중학동 일대에 걸쳐 있던 벽장동과 지금의 세종로 일대인 육조 앞, 지금의 다동인 다방골에도 많이 있었다. 논문에 따르면 기방에 대한 기록은 숙종 연간부터 실록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방에 대한 최초의 실록 기록은 영조 4년(1771년)이다. 사헌부에서 풍류가 음란하다며 기방에 대해 언급한다. 임금 앞에서 사헌부가 말을 꺼낼 정도면, 이미 사회 전반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실록에서는 기방을 청루(靑樓), 협사(狹斜), 창루(娼樓)라는 명칭으로 적고 있다. 기방의 번성은 어떻게 보면 현대 대한민국의 발전사와 맥을 같이한다. 한국도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졸부’를 비롯한 신흥부자들이 속출하게 된다. 여기에 산업화 과정에서 인맥과 지맥 등을 중요시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가 결부되면서 ‘룸살롱’은 접대뿐 아니라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발전한다. 경복궁에 룸살롱 차린 연산군 아예 ‘룸살롱’을 궁궐에 차린 조선 임금도 있다. 폐위된 조선 10대 국왕 연산군이다. 연산군일기 63권, 연산 12년(1506년) 음력 9월 2일 1번째 기사다. ‘중종이 경복궁에서 즉위하고 연산군을 폐하여 교동현에 옮기다’라는 제목이다. 중종이 반정으로 왕위에 즉위하고 사관들이 연산군의 악행을 서술한 부분이다. 연산군이 궁궐에서 ‘룸살롱’을 운영한 내용이 서술돼 있다. ‘시녀 및 공사천(公私賤)과 양가(良家)의 딸을 널리 뽑아들이되, 사자(使者)를 팔도에 보내어 빠짐없이 찾아내어 그 수효가 거의 만 명에 이르렀으며, 그들의 급사(給使)·수종(隨從)과 방비(房婢)라고 일컫는 자도 그 수와 같았다. 7원(院) 3각(閣)을 설치하여 거처하게 했는데 운평(運平)·계평(繼平)·채홍(採紅)·속홍(續紅)·부화(赴和)·흡려(洽黎) 따위의 호칭이 있었다. 따로 뽑은 자를 흥청악(興淸樂)이라 하고 악에는 세 과(科)가 있었다. 굄을 거치지 못한 자는 지과(地科)라 하고, 굄을 거친 자는 천과(天科)라 하며, 굄을 받았으되 흡족하지 못한 자는 반천과(半天科)라 하고, 그중에서 가장 굄을 받은 자는 작호를 썼는데 숙화(淑華)·여원(麗媛)·한아(閑娥) 따위의 이름이 있었다. 그 기세와 굄이 전 숙원이나 장 소용과 더불어 등등한 자도 또한 많았다.’ 다시 풀이하면 전국에 사신을 보내 양갓집 규수는 물론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빠짐없이 색출해 궁궐로 불러들인 것이다. 그 수가 1만명에 이르렀고, 운평과 계평 등 용모에 따라 이름도 지어줬다. 그 가운데 ‘따로 뽑은 자’를 흥청(興淸)이라고 불렀다. ‘굄을 거친 자’, 즉 왕과 동침한 자는 ‘천과’로 이름 붙였고, 굄을 거치기는 했으나 왕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는 반천과, 굄을 거치지 못하면 지과로 분류했다. 1만명 가운데 흥청은 300명, 흥청보다 한 단계 급이 낮은 운평은 700명이었다. 연산 10년(1504년) 음력 12월 24일 실록이다. 연산군은 전교를 내린다. “흥청악은 300명, 운평악은 700명을 정원으로 하고, 광희도 또한 증원하라.” 여기서 광희는 악공을 일컫는다. 궁궐 내 ‘룸살롱’은 경복궁 경회루(慶會樓)였다. 경회루는 태종 때 만들어졌다. 하륜이 이름을 지었다. ‘경회루’에 담겨 있는 이름의 의미는 성종 9년(1478년) 서거정 등이 편찬한 동문선 81권 경회루기에 나와 있다. 하륜이 경회루를 명명한 의미가 담겨 있다. ‘경회는 군신간에 서로 덕으로 만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모든 어진 이가 부류대로 나와서 국가가 창성하게 될 것이니, 이른바 구름이 용을 따르고 범이 바람을 따른다는 것이다.’ 임금이 어진 신하를 얻어 함께 국가를 창성하게 일군다는 뜻이다. 하지만 군신의 의리와 융화를 상징하는 경회루에 연산군은 ‘개인 룸살롱’을 열어 쾌락을 추구한 것이다. 때때로 신하를 불러 다른 의미의 군신간 덕을 쌓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연산군은 ‘룸살롱’을 화려하게 꾸몄다. ‘경회루 못가에 만세산을 만들고 산 위에 월궁을 짓고 채색 천을 오려 꽃을 만들었는데, 백화가 산중에 난만하여 그 사이가 기괴만상이었다. 그리고 용주(용의 형상을 띤 배)를 만들어 못 위에 띄워 놓고, 채색 비단으로 연꽃을 만들었다. 그리고 산호수도 만들어 못 가운데에 푹 솟게 심었다. 누 아래에는 붉은 비단 장막을 치고서 흥청·운평 3000여인을 모아 노니, 생황과 노랫소리가 비등하였다.’(연산 12년(1506년) 음력 3월 17일) 코로나에도 시들지 않는 룸살롱 룸살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무색하게 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세를 부리던 6~9월 석 달간 연인원 600만명 가까운 인원이 룸살롱 등 유흥시설을 방문했다. 추경호 국회의원(국민의힘 대구달성군)이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제출받은 ‘QR코드 관리 현황’에 따르면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가 본격 도입된 뒤 3개월(6월 10일~9월 10일) 동안 전국 3만8000개 유흥·단란주점 이용객은 연인원 591만명으로 집계됐다. 연인원은 어떤 일에 동원된 인원수와 일수를 계산, 그 일이 하루에 완성됐다고 가정하고 일수를 사람수로 환산한 총인원수를 말한다. 예컨대 5명이 열흘 걸려 완성한 일의 연인원은 50명이다. 헌팅포차와 감성주점은 연인원 127만명, 콜라텍과 노래방은 연인원 120만명이 이용했다. 전자출입명부를 사용해 출입한 인원으로만 따지면 다른 유흥업소보다 룸살롱을 이용한 인원이 4배 이상이다. 룸살롱을 좋아해 드나드는 인원도 상당수겠지만,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룸살롱 접대’는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만큼 한국인의 룸살롱 사랑은 유별나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돈이 많아 룸살롱을 드나드는 것을 두고 자본주의 국가에서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번 출입에 수백만원에서 크게는 1000만원이 훌쩍 넘는 룸살롱 출입을 ‘제 돈 내고 가는 손님’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도 한국 사회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과 이들을 상대로 한 ‘은밀한 거래’에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도 겁낸 룸살롱’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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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한택수 "바이든호(號) 출범, 中·대만 전쟁 위기…韓, 대비해야"

“中·대만 긴장 고조될 것...시진핑, 지도력 과시 강박감 때문” “전쟁 발발 땐 해상봉쇄...대중 수출 ‘올스톱’ 한국에도 악영향” |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조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복으로 ‘혼돈’ 양상이 전개되고 있지만 결과가 번복될 리는 만무하다. ‘바이든 호(號)’의 출범을 두고 일각에서는 동북아 지역에 불어올 ‘후폭풍’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 속 중국과 대만 간 무력충돌 가능성을 점친다. 실제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미국이 대만에 첨단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최근 또다시 승인했다. 중국은 “죽음의 길을 맞을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일련의 상황에서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한국 기업들은 ‘동북아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바이든 당선으로 동아시아 지역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정권 연임에 합법성과 정당성을 부여할 목적으로 임기가 다가오는 2022년을 전후,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택수 전 한국정책재단 이사장은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과 대만 간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하며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 디커플링(한 나라 경제가 특정 국가나 세계의 경기 등과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는 탈동조화)은 물론 미국의 해상봉쇄에 대비해 이미 마오쩌둥 시대의 자력갱생 모드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 전 이사장은 행정고시 11회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 주일본 대사관 재무관을 역임했고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한일친선협회중앙회 부회장 등을 맡았다.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이자 경제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또한 국제외교와 관련해서도 식견을 가진 전문가로 통한다. “애매모호한 바이든...시진핑, 군사력 사용 유혹” 한 전 이사장은 자신이 ‘바이든 당선 후폭풍’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이든과 민주당의 정책 성향 때문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중국을 봉쇄하기보다는 협력관계로 가려는 ‘친중’ 성향을 그간 보여 왔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도 ‘미·중 무역전쟁’보다는 중국과의 교역 증대와 증세로 인한 재정 확대 등으로 자신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 전 이사장은 “시 주석은 트럼프가 있는 한 대만과 전쟁을 아무리 하고 싶어도 이를 시도할 결심을 하기 어렵다”며 “왜냐하면 중국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트럼프는 ‘레짐체인지’(정권교체)를 각오한 전쟁을 할 것이지만, 바이든은 중국과의 군사적 대응 자체를 회피하거나 기껏해야 대만의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쉽게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면, 시 주석 입장에서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권을 걸어야 하는 ‘도박’이 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바이든의 경우는 정권을 걸고 하는 ‘모험’이 아니기 때문에 군사력 사용에 대한 유혹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그러면서 1950년 6.25 전쟁 때 트루먼(민주당) 대통령이 맥아더 장군을 전쟁 도중에 긴급하게 해임한 사례를 언급했다. 맥아더 장군은 당시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압록강 넘어 중국 지역에 대한 폭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한 전 이사장은 “트루먼 대통령의 목표는 ‘3.8선 회복’이었지 ‘한반도 통일’이라는 빅 픽처가 없었다”며 “트루먼은 중국과의 전쟁은 잘못된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걸 당시 공산당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옛날부터 태도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전쟁은 오히려 민주당 때 많이 발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이사장은 “만일 당시에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에 중국이 무력개입을 할 경우 ‘중국 정부의 레짐체인지도 불사하겠다’는 엄중한 경고를 했다면, 모택동은 결코 한반도에 대한 군사개입이라는 위험한 모험을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대만 전쟁 불가피? 시진핑 지도력 강박감 탓” 그렇다면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전 이사장은 중국의 경제가 현재 내리막길이고 시 주석이 3연임 내지는 장기 집권을 위해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자신의 정치적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덩샤오핑이 스스로 공산당의 개인 숭배를 배제하기 위해 제정한 국가주석 등의 연임 제한 제도를 2018년 폐지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임기가 종료되는 시 주석은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시 주석은 마오쩌둥을 제외한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개인 숭배를 노골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이른바 ‘시진핑 사상’으로 전 국민을 교육하기에 이르렀다. 한 전 이사장은 “시 주석은 지난 20~30년 동안 중국의 지도자들이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이른바 ‘6.25참전 기념행사’에 참석해 미국과의 결전 태세를 다지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중국은 허장성세가 강하지만, 대만의 독립을 염두에 두고 있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올해 초 연임한 이후부터는 중국의 정책 기조가 상당히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신장위구르족 탄압과 같은 소수민족에 대한 감시 강화는 물론 인도와의 군사충돌, 홍콩에 대한 강압적 조치 등 시 주석은 이미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 탄 격으로 보이며 쉽게 내려오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 이사장은 “게다가 시 주석 집권 이후 엄청난 군비를 지출해 군사력을 확충해 왔다”며 “이제는 정치적 또는 외교적 수단만으로는 자신의 지도력과 업적을 보여줄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전면적 대결 이후 시 주석의 수중에는 군사력 동원 외에는 사용할 카드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형편”이라며 “그동안 수출로 벌어들인 많은 외화와 자본들은 무분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중국의 국가전략) 사업과 비효율적인 공공사업에 투자해 이제는 중국도 금전적인 여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img4 “美보다 군사력 약한 中, 대만 선제공격 가능성” 한 전 이사장은 또한 “중국은 미국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언제 어디서 중국의 뒤통수를 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군사력에서 열등한 수준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중국은 6.25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선제공격 외에는 승산이 별로 없다는 것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대만에 군사력을 동원한다면 반드시 그것은 반격이 아닌 선제공격의 형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특징은 선전과 교육”이라며 “이미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은 정치적으로 보나 법률적으로 보나 충분히 조건이 완비된 상황이다. 군사적으로 보더라도 그동안 중국의 공산당 지도부와 언론매체는 불과 3일 이내에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중국의 군사력은 준비돼 있고, 그에 맞게 훈련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한 전 이사장은 아울러 “2022년 이전에 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진핑의 장기집권 구상에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미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로 성장 동력을 상실한 중국 경제가 미·중 충돌로 더욱 위기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군사력 동원은 현실이 돼 가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한 전 이사장은 중국이 대만과의 전쟁 시 미국의 해상봉쇄 등을 이미 예견하고 ‘자력갱생’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지난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통해 ‘내수 위주의 쌍순환’이라는 기본 원칙을 확정했다. 한 전 이사장은 “시 주석이 최근에 주장하고 있는 자력갱생은 전쟁을 대비해 국가의 자원을 총동원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며 “이는 중국의 군부 엘리트 층에서 나오는 ‘중·미 간의 전쟁은 중국의 모든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극한적인 수준까지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소위 ‘초극한 전쟁’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img5 “전쟁 발발시 해상봉쇄 여파...대중 수출 올스톱” 한 전 이사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일련의 상황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길이 막히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한 전 이사장은 “(전쟁 발발 시 미국이 중국에 취할 조치는) 모든 경제관계 봉쇄”라며 “이를 우리가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군사력을 가지고 반격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둘째 문제”라며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고 모든 무역을 다 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건 올스톱이다. 더 악화될 경우 자연스럽게 중국과 남남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북아시아나 태평양에서 전쟁 행위를 일으킬 경우 대한민국 기업은 중국과의 모든 수출거래, 투자거래가 중단된다는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며 “그런데 그걸 한국 사람들은 지금 모르고 있다. 불이 나면 늦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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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보수진영 '대권 경쟁' 점화...원희룡 대세론에 윤석열 대망론까지

혜성처럼 등장한 윤석열...정치판 ‘흔들’ 입지 좁아지는 야권 잠룡들 | 김태훈 기자 taehun02@newspim.com 보수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군에 확실한 ‘원톱’이 부재한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혜성처럼 등장해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당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라는 확고한 ‘투 톱’이 자리하고 있다. 야권에서 기존 인사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가장 먼저 치고 나섰다. 당 안팎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받으며 본격적으로 중앙정치 활동 재개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원 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과 함께 야권 대선판 흥행을 책임질 인사로 윤 총장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신경전을 펼치고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가며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 이 지사와 함께 3강 구도를 만들었다. 다만 현직 검찰총장이라는 신분과 함께 고위 공직자에서 곧바로 대선주자로 뛰어들었을 때 끝까지 완주한 케이스가 없다는 점에서 그의 가능성에 물음표(?)도 함께 찍힌다. 野 대선주자 1위 윤석열...국민의힘, 선 긋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1월 2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은 17.2%의 지지율을 받으며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공동 1위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이상 21.5%)를 바짝 추격했다. 차기 대선을 1년여 남겨두고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 구도’로 진행되던 대권 레이스가 윤 총장이 가세한 ‘3강 구도’로 본격 재편된 모양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총장의 대선출마론을 일축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총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정부에 소속된 사람인데 어찌 야권 대선후보라 그러느냐”고 선을 그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정치적 중립을 엄정히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분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정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4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윤 총장이 내년 6월 임기를 마치더라도 곧바로 정치에 뛰어들면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검찰이 더욱 정치화되는 것이고, 검찰총장은 정치인을 꿈꾸기 위한 단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2~3년 동안은 정치와 관계없이 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대권 레이스에서 상위권에 포진한 이유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대립이 정점으로 치닫고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가면서 야권 지지자들이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검찰총장 직은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이 강조되는 만큼 윤 총장이 정치권에 뛰어들기 위해선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반면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이 야권 잠룡들에게 더 자극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야권 대선주자들의 존재감이 희미한 상황에서 윤 총장이 그들을 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에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 ‘윤석열 쇼크’는 야권 대선 잠룡들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망론...입지 좁아지는 야권 잠룡들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면서 야권 잠룡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망론’이 부각될수록 결과적으로 당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역대 정치인 가운데 제3 지대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좋은 성과를 거둔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고건 전 국무총리 등은 한때 보수 진영에서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됐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선 출마를 철회하거나 중도 포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조인 출신인 황교안 전 대표와 윤 총장을 비교하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를 맡았던 황 전 대표는 한때 야권 대선주자 1위를 달렸으나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패한 뒤 모든 직에서 사퇴하며 정치권 복귀가 어려워진 상태다. 이에 윤 총장도 같은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황 전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패하긴 했지만 당대표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한 경력이 있다. 그에 비해 윤 총장은 정치에 입문하지도 않았고 당적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오랜 시간을 검찰에서 보낸 만큼 외교·안보, 교육, 사회, 정책 등 대통령으로서 갖춰야 할 종합적인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은 거품이라고 본다. 추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내면서 반짝한 것”이라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많은 능력이 요구된다. 오랫동안 검찰에 몸담았던 윤 총장이 짧은 기간에 갖출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 역시 “야당에 유력한 주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다 보니 대안으로 떠오른 것 같다”면서도 “지지율 상승은 일시적 효과라고 본다. 다만 야권 대선주자들이 치고 나오지 않는 이상 내년 3월까지 3강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칼을 빼들었다. 킹메이커를 선언한 김 전 대표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를 통해 야권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비전 등을 제시할 수 있는 운동장을 제공한 것이다. 마포포럼의 첫 주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였다. 국회의원 3선, 제주지사 재선의 원 지사는 자신의 강점으로 민주당 후보들과의 대결에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원 지사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무소속 의원 등이 차례로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까지 마포포럼을 통해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한다. 기사 본문의 여론조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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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호

‘조선 선비’ 유만주의 집값 일기

2000냥 집값, 선비 가슴에 멍울 남긴 명동 영·정조 시대 한양 주택가격 등 생활사 남긴 선비 유만주 230여 년 전 한양에도 주택가격 둘러싼 사회 갈등 엿보여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편집자 주] 수선전도(首善全圖)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목판본으로 인쇄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도봉산부터 남쪽 한강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울의 주요 도로와 동네, 궁궐 등 460여 개의 지명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수선전도에 기록된 지명들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승주의 수선전도’는 이 지도에 나온 동네의 발자취를 따라 지명과 동네에 담긴 역사성과 지리적 의미, 옛사람들의 삶과 숨결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 숨가쁜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계획입니다. 230여 년 전 조선 후기 중흥기 영·정조 시대. 한양에 유만주(兪晩柱)라는 선비가 살았다.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34년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양반답게 평생 과거에 매진했다. 몇 번 응시했지만 매번 낙방했다. 이 양반, 그냥 평범하게 살다 떠났다. 집안 족보에서나 이름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양반,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기듯 족보를 넘어 후대에 이름 석 자를 남긴다. 다름 아닌 ‘일기’ 때문이다. 유만주의 삶은 평생 과거에 응시했을 뿐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꽃송이와 같은 인간의 아름다운 정신을 흠모한다’는 ‘흠영(欽英)’이라는 일기가 230년의 세월을 뛰어넘었다. 1775년부터 1787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적은 24권의 일기 ‘흠영’에는 유만주가 살았던 1700년대 후반 조선의 수도 한양의 모습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담겨 있다. 당시의 사회변동과 조선 백성과 사대부의 생활, 각종 물가 등이 기록돼 있다. 현대 서민들에게도 골칫거리이자 초미의 관심사인 주택 구매에 대한 고뇌도 생생히 전달된다. 명동에 2000냥을 주고 집을 사다 “집을 사는 일이 참으로 어렵구나. 모두 이와 같다면 어떤 사람이 집을 사려고 물어보겠는가.”(흠영, 음력 8월 6일) 유만주(1755~1788)의 본관은 기계(杞溪)다. 기계 유씨는 한양을 대표하는 명문가 중 하나였다. 조선 초기부터 사육신 유응부 등 유명인사를 배출한 집안이다. 한양의 기계 유씨는 원래 옥류동(현재 종로구 옥인동)에 살았다. 18세기 중반 자손이 늘면서 남촌(남대문 인근)으로 이주했다. 종가집은 낙동(충무로), 둘째는 창동(남창동), 셋째는 수서(남대문로4가), 넷째는 난동(회현동)에 터를 잡았다. 이 가운데 창동(남창동)이 유만주가 살던 곳이다. 현재는 남대문시장 일대다. 창동은 초가집이었다. 아버지 유한준의 관직이 높아지면서 번듯한 집으로 이사하고 싶어졌다. 아버지는 적당한 장소로 이동하라 했으나, 유만주는 정원이 있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었다. 1784년 1월부터 ‘집 구하기’가 시작됐다. 창동과 낙동, 수서 등 여러 장소를 물색했다. 보는 집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약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지만 막판에 틀어져 성사되지 못했다. 집 구하기에 나선 지 7개월 만이던 그해 8월. 유만주는 서울 명동에 100칸짜리 집을 구한다. 가격은 2000냥. 집값은 친척들에게 일부를 빌리긴 했지만 대부분은 사채를 끌어다 썼다. 아버지는 비싼 집을 샀다며 취소하라고 재촉했지만, 유만주는 명동 새 집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어렵사리 거금을 주고 구한 명동 집에서 1년밖에 살지 못했다. 아버지 유한준이 파직되고 살림이 어려워지자 집을 팔고 다시 초가집이 늘어선 창동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만주가 치른 2000냥짜리 집은 현재 시세로 얼마나 될까. 유만주는 ‘일생을 편히 누릴 수 있을 정도의 재산’(흠영, 1784년 9월 30일)이라고 했다. 당시 유만주 입장에서 보자. 당시 쌀값은 3되가 10문이었다.(흠영, 1784년 8월 11일) 당시 조선 화폐 상평통보는 엽전이라고도 불렸다. 상평통보 한 개, 엽전 한 닢이 1문이다. 1문은 1푼과 같다. ‘한 푼 줍쇼’의 그 한 푼이 1문이다. 100문은 10전이다. 10전은 1냥이다. 다시 말해 1냥=10전=100문(푼)이다. 명동 집 가격 2000냥은 당시로 쌀 3000말 가치와 같다. 쌀 3000말이면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할까. 김대중 서강대 교수가 쓴 ‘1784년 유만주의 부동산 거래’에 따르면 유만주는 집안 식구의 1년치 쌀 소비량을 산출한 적이 있다.(흠영, 1778년 7월 23일) 일기에 따르면 여덟 식구는 1년에 쌀 8섬(1섬=15말)을 먹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명동 집값 2000냥은 유만주의 식구 여덟 명이 25년간 먹을 수 있는 쌀값이었다. 인하대 민경진 교수와 고려대 이철구 교수의 공동연구(2012년 9월)에서 조선시대 양반의 평균수명은 51~56세였다. 집안 식구 쌀소비량을 계산한 1778년 당시 유만주의 나이가 만 23세였던 점과 조선시대 양반의 평균수명을 고려하면 유만주가 명동 집값 2000냥에 대해 ‘일생을 편히 누릴 재산’이라고 말한 점이 충분히 이해된다. 조선시대와 현대 쌀값은 생산력 및 소비량에서 차이가 있어 일괄적으로 대비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당시 집값과 요즘 집값을 비교해 봤다. 유만주는 일기 ‘흠영’에 명동 집값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집주릅(부동산중개인)과 함께 공동(公洞)에 있는 1200냥짜리 집을 둘러보았는데, 여섯 가지 단점이 있었다. 돌아와 들으니, 한양 사대부의 저택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입동(笠洞) 이은(李溵)의 집인데 모두 380칸이 넘으며 거의 한 동리의 가격에 육박한다. 통보(通寶·상평통보)로 환산하면 2만냥이 넘는다고 한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이은은 부유하기가 나라 전체 사대부들 가운데 으뜸이다.”(1784년 6월 11일) 당시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집이 입동(현재 종로구 종로2가·종로3가·관철동·관수동에 걸쳐 있던 마을)에 위치한 이은이라는 사대부의 집이다. 규모가 380칸, 가격은 2만냥 이상이다. 유만주가 구입한 명동 집 규모는 100칸에 가격은 2000냥이다. 이은의 집값 10분의 1 수준이다. 2020년 1월 고시되고 3월 말 확정된 국토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전국 표준단독주택 22만채 가운데 1위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자택이다. 대지면적 1758.9㎡(532평)에 연면적 2861.83㎡(866평) 규모로 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277억1000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국토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참고해 다시 정하는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감정원이 22만채의 표준단독주택을 선정해 가격을 정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참고해 지자체 내 개별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정한다. 3월 공개된 전국 개별단독주택 공시가에 따르면 최고가 단독주택은 표준단독주택 샘플링에서는 빠졌지만, 실질적으로 지자체가 세금 확보를 위해 산정하는 최고가 주택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1245.1㎡, 377평)이다. 공시가는 408억5000만원이다. 아파트의 경우 2020년 전국공동주택공시가격에 따르면 5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트라움하우스5차’다. 1㎡당 699만2000원으로 3.3㎡(1평)당 가격은 2307만3600원이다. 가장 넓은 전용면적 273m²(83평)의 경우 공시가격은 19억원가량이다. 실거래가를 따지자면 이건희 회장 자택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 가격 환산이 힘들다. 아파트의 경우 서초트라움하우스5차 C동 매물이 130억원에 나와 있다. 서울에서 제일 비싼 이은의 2만냥 가격 집이 아파트 기준으로 130억원 정도라고 치면, 유만주의 명동 집값은 13억원 정도로 추측된다. @img4 유만주가 살았던 영·정조 시대는 상업이 번창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조선의 중흥기를 맞은 시기다. 통계청의 한국통계발전사(2016년 12월)에 따르면 조선의 인구(16~60세 장정 기준)는 중종 때 374만5481명에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인조 때 153만1365명으로 급감한다. 이후 영조 때 700만명을 회복한 뒤 정조 당시에는 732만명까지 증가했다. 농업생산력 확대와 상업이 활발해지면서 인구도 가파르게 늘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10년(1428년) 인구조사에서 한양 인구는 10만9000명이었다. 정조 13년(1789년) 발간된 ‘호구총서’에서는 한양 인구가 18만9153명으로 집계됐다. 도심인 중부가 약 2만명이었던 점에 비하면 서부는 8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남부가 4만6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강을 끼고 있는 지역으로 수도권이 확장된 셈이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심 집값이 비싸 외곽 주변으로 가구 수가 늘어나는 현상은 요즘과 비슷하다. 사람이 모이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주택 가격은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오르기 마련이다. 그래도 한양 사대문 안에 살던 유만주는 북촌이나 서촌처럼 현대판 강남지역으로 진출하지는 못해도 강남과 맞닿은 장소에 집을 사고 싶어 했다. 주택 가격은 비쌌다. 그래도 빚을 내 강남 인근지역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아버지 유한준의 파직으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1년 만에 공들여 장만한 명동 집을 팔고 930냥을 주고 초가집이 줄지은 창동(남창동)으로 옮겨간다. ‘북동(북촌)을 지나가다 보면 큰 저택과 멋진 건물이 많다. 문호를 마주하고 있는 집들마다 높고 편하고 툭 트여 있다. 만물이 고르지 못한 것은 조물주가 생겨나게 한 바이다. 혹 말하길, 시골에는 값이 천금(1000냥) 넘는 집이 없고 백여 금만 넘어도 사치하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한다. 일찍이 듣기로 서울의 큰 재물은 집값에 들어가 있고, 시골의 큰 재물은 환곡에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참 맞는 말이다.’(1784년 7월 14일) 김하라 전주대 교수는 ‘흠영’을 ‘일기를 쓰다’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책으로 편역했다. 유만주 권위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016년 ‘한양선비의 한해살이, 1784년 유만주의 한양’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시를 열었다. 당시 김하라 교수는 ‘유만주의 서울과 서울사람들’이라는 글에서 북촌에 대해 유만주가 느낀 심정을 “중산층 이하의 서민이 타워팰리스를 쳐다보며 느낄 법한 위화감과 다르지 않다”고 풀이한다. “고급주택이 즐비한 북촌을 지나며 세상이 평등하지 못함을 느끼고, 이 불만스런 감정은 다시 서울과 지방의 집값 차이로 드러나는 경향(서울과 지방) 간 격차에 대한 인식으로 확대된다. 18세기 조선이 직면한 사회경제적 문제상황을 분배 정의가 구현되지 못한다는 차원에서 분석한 유만주의 시각에 따르면 북촌의 고급주택가는 조선 경제의 모순과 병폐를 환기하는 하나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다.” @img5 지금 명동은 230년 전 주택지구에서 갖가지 물건과 맛난 음식이 유혹하는 상업지구로 변신했다. 유만주가 2000냥을 들여서라도 살고 싶어 하던 100칸짜리 기와집은 일제 강점기와 대한민국 산업발전과 더불어 사라진 지 오래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명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며 한산함을 넘어 쓸쓸함마저 느껴진다. 명동의 랜드마크 명동성당을 지나 실핏줄처럼 뻗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이 어딘가에 유만주가 빚까지 내면서 거금 2000냥을 들여 장만한 뒤 행복에 겨워했을 집이 있었을 것이다. 1년 만에 옷소매에 눈물을 적시고 뒤돌아서야 했던 모습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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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호

부산시장 보궐선거...베일 걷는 여야 후보군

국민의힘, 하마평만 ‘8명’...서병수·이언주 양강 구도 속 박형준 ‘변수’ 민주당, ‘독이 든 성배’ 선거...김영춘·김해영 거론 속 깜짝 발탁 관심 |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 내년 4월 7일 보궐선거가 확정된 부산시장 후보를 두고 부산 정가뿐 아니라 서울 여의도 역시 물밑에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직원 성추행 사퇴로 치러지는 선거여서 분위기는 우선 국민의힘 쪽으로 쏠린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부산 18석 중 15석을 가져오며 분위기를 탄 국민의힘 내에서 특히 물밑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묶여 후보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당내 중진들로부터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후보를 내는 것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마평만 ‘8명’ 국민의힘...누가 낙점될까 국민의힘 내에서는 벌써 8명 가까운 인사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진복, 유재중, 이언주, 박민식, 유기준 등 전직 의원 외에 서병수, 장제원 등 현역 의원들도 부산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형준 동아대 교수도 부산에 터를 잡았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김세연 전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이들 잠룡 중 서병수 의원과 이언주 전 의원이 양강 체제를 갖췄다. 정가에서는 박형준 교수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언주 전 의원은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는 장점이 있다. 관광자원과 개방성, 국제성을 극대화하면 부산을 스타트업의 메카로 만들 수 있다”며 “그래서 주식회사 부산의 CEO가 되고 싶다. 부산을 누구보다 잘 알고, 부산을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유재중 전 의원 역시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가유포럼’을 꾸렸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던 유기준 전 의원도 최근 ‘부산미래발전연구소’를 설립하고 부산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통화에서 “(출마를) 100%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부산미래발전연구소도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진복 전 의원은 일찌감치 부산에서 ‘정상화포럼’을 발족하며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이 전 의원은 부산 동래구청장 출신으로 18대부터 내리 3선을 했다. 이 전 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여러 사람과 의논을 하고 있었다. 주변의 권유도 있어서 저도 (부산시장 출마) 마음을 굳혔다”면서 “본격적으로 부산시정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선거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최근 부산에 사무실을 냈다. 지역 정가에서는 그가 부산시장 출마를 위한 포석을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교수 역시 최근 언론 노출 횟수를 늘리며 출마 의사가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전직 인사 외에 현역 의원들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병수 의원이 대표적이다. 서 의원은 “시장 4년을 하면서 가졌던 꿈을 제대로 완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꿈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서 의원은 부산 해운대구청장을 역임한 후 16대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7, 18, 19대 내리 4선을 한 후 2014년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재선에 도전했으나 오거돈 전 시장에게 패한 후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부산 진구갑에서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을 꺾고 5선 고지에 오르며 여의도로 복귀했다. ‘독이 든 성배’ 민주당 후보...깜짝인물 나타날까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최고위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다만 오거돈 전 시장이 재선을 노리던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을 꺾고 부산시장을 탈환했을 당시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여당이 압승했던 21대 총선이지만 부산 지역에서는 다른 이야기다. 18석 중 고작 3석만을 가져오며 부산 민심은 다시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 위해서는 악화된 여론에 맞서 당헌당규를 바꿔 후보자를 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민주당은 당헌 96조 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mg4 @img5 현재 당내 분위기는 그래도 후보를 내야 하지 않겠냐는 쪽에 무게추가 쏠린다. 가장 먼저 불을 지핀 인물은 이해찬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당이 선거에 후보를 안 낸다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어떤 후보를 내느냐,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후보를 내느냐가 중요하지, 내느니 마느니 논란은 정당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불을 댕겼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11월 초순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후보를 내고 국민께 평가받는 것이 맞다”며 “공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서울의 미래, 부산의 비전을 책임지는 것이 공당이 해야 할 더 책임지는 자세”라고 밝혔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군으로는 우선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거론된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친 부산 민주당 정치인 중 가장 거물급이다. 21대 총선 서병수 의원과의 대결에서 석패하며 낙선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젊은 피로는 김해영 전 의원이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당시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친문(친문재인)계가 주류인 민주당 내에서 거침없는 소신 발언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깜짝 공천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가에 오래 몸담은 정치권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초반 레이스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은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박진, 맹형규 의원이었지만 민주당에서 전혀 이야기도 없던 강금실 전 장관을 공천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후보군이 여론조사 등에서 밀리게 되면 아예 신선한 새 인물을 깜짝 발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폴리컴이 지난 8월 말 국제신문의 의뢰로 조사한 ‘여야를 떠나 내일 투표한다면 부산시장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란 설문에 14.4%가 김세연 전 의원이라고 답했다. 여야 통합 1위다. 이어 서병수 의원이 13.7%로 전체 2위, 이언주 전 의원은 10.6%로 전체 4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PNR-㈜피플네트웍스 리서치가 지난 9월 말 아시아경제 영남본부와 경남매일, 시사경남 등 3개 언론사의 공동 의뢰로 조사한 부산시장 보궐선거 전체 후보 조사에서 서병수 의원은 19.6%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언주 전 의원이 15.3%의 지지도로 2위를 차지했다. 여권 1위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13.1%)으로 전체 3위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9월 28일 부산시 거주 만 18세 이상 1022명 대상으로 조사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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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호

파산·부동산 강제경매 급증 가사사건도 늘어

개인파산, 12년 만에 증가...올해 도미노 파산 우려 개인파산 영향에 부동산 강제경매도 17% 급증 가사사건도 소폭 증가...소년보호사건 10% 늘어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미 개인파산·법인파산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강제경매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이런 영향을 반영하듯 작년 법원에 접수된 가사사건도 전년보다 늘었다. 개인파산 12년 만에 늘어...강제경매도 급증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펴낸 ‘2020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은 4만5642건으로 2018년의 4만3402건에 비해 2240건(5.2%) 증가했다. 개인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5만403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까지 매년 감소해 오다 지난해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작년 한 해 빚을 갚지 못해 파산을 신청한 개인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바뀐 셈이다. 지난해 법인파산도 931건으로 전년의 806건보다 15.5% 급증했다. ‘채무자 회생·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6년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경기침체에 이어 코로나19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올해 ‘도미노 파산’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월평균 4000건 이상 개인파산이 접수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는 자영업자 숫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법원에 접수되는 파산 신청 건수가 올해 들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부동산 강제경매 건수 역시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부동산 강제경매는 3만5753건으로 전년도 3만602건보다 5151건, 16.8% 급증했다. 지난 2004년 전년 대비 8127건(24.3%) 늘어난 이후 15년 만에 최대폭이다. 부동산 강제경매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침체했던 2008년 4만4872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이어 왔다. 2012년, 2015년 늘기도 했지만 증가폭은 각각 3.6%, 1.5%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개인파산이 늘면서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임의경매 역시 지난해 4만5655건으로 전년도 3만8199건에서 7456건 늘어나면서 강제경매와 마찬가지로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가사사건 증가...구속재판 비율 2012년래 최저 이런 가운데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가사사건도 늘었다. 이 중 소년보호사건은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 3만65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체 가사사건 접수는 전년 16만8885건에서 17만1573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작년 전체 소송 접수 건수의 2.6%를 차지하는 가사사건 가운데 소년보호사건 접수 건수는 전년 3만3301건보다 9.83% 늘어난 3만657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69.2%에 달하는 2만4131명이 보호처분을 받았다. 보호처분 대상자 가운데 16세 이상 18세 미만 소년이 8917명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다만 이혼사건은 소폭 줄었다. 1심 재판상 이혼사건 접수는 3만5228건으로 전년 3만6054건 대비 2.29% 감소했다. 지난해 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지난 10년간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접수 대비 구속인원 비율인 구속사건 비율도 10명당 1명꼴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형사공판사건 중 구속사건 비율은 24만7063명 가운데 2만4608명(10%)으로 인원 수로는 2010년 이후 가장 적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된 형사 사건은 △2010년 3만1015명(11.8%) △2011년 2만8326명(10.2%) △2012년 2만7169명(9.3%) △2013년 2만7214명(10.1%) △2014년 2만8543명(10.6%) △2015년 3만3224명(12.8%) △2016년 3만3272명(12.1%) △2017년 2만8728명(10.9%) △2018년 2만4876명(10.4%) △2019년 2만4608명(10%)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강제수사에 해당하는 압수수색영장 발부는 5년 사이 약 10만건 늘었다. 2015년 89.7%(16만5042건), 2016년 89.2%(16만8268건), 2017년 88.6%(18만1012건), 2018년 87.7%(21만9815건), 2019년 89.1%(25만8125건)로 발부 건수는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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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호

美 대선 판도라 열린다 한반도 외교전략 어떻게 달라질까

트럼프, ‘코로나19’ 확진에 비상...’옥토버 서프라이즈’ 물거품 트럼프 당선 시 북미 협상 재개 가능성...바이든은 ‘바텀 업’ 회귀할 듯 | 송기욱 기자 oneway@newspim.com 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대선의 변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선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한반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코로나19 확진에 ‘비상’ 지난 9월만 해도 기대가 컸던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위로 서한을 보내며 한층 더 가시화됐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 일정을 연기하면서 사실상 좌절된 모양새다. 이제 한반도 질서의 키는 미국 대선 이후로 넘어갔다. 외교 전문가를 비롯해 각계에서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북한의 움직임을 비롯해 한반도 정세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지난 10월 8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남북 및 북미 관계에 변화가 감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동치던 미국 대선 정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조 바이든 후보에게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군 병원에 입원한 지 사흘 만에 퇴원하고 백악관에 복귀했다. 대선 레이스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 조급함을 느껴 퇴원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7일 기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격차는 16%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선거에서 부정적인 여론결과를 뒤집고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최종 결과는 11월 3일 선거가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톱다운’ 트럼프 vs ‘바텀업’ 바이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대북 접근법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바이든 후보 당선 시 한국은 대북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문재인 대통령이 외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 방식으로 한반도 관계를 이끌어 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세 인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추진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톱다운 방식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몇 차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친분을 쌓았다고 평하는 만큼 재선 시 빠른 시일 내 남·북·미 관계의 진전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에 확진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루빨리 완쾌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면서 위로 서한을 보낸 것만 놓고 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듯한 눈치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정권을 잡게 될 경우에는 모든 것이 바뀐다. 바이든 후보가 현재 트럼프 정권의 톱다운 방식을 전면 비판하고 북한에 대해 강경 노선을 고집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권 교체 시 수개월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북미 대화 역시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실무진의 협상 과정에 주력하는 전통적인 ‘바텀업’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관점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이든 당선 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이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 국면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반대로 꼼꼼히 따져가면서 북핵 문제를 다룰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대북 압박을 계속하는 한편 대화를 병행하는 형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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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호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 개신교, 명예 회복 가능할까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개신교 신자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니 ‘거리를 두고 싶은’(32%), ‘이중적인’(30%), ‘사기꾼 같은’(29%)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불교 신자에 대한 이미지는 ‘온화한’(40.9%), ‘절제하는’(30%) 등이 차지했다. 천주교 신자에 대한 이미지도 ‘온화한’(34.1%), ‘따뜻한’(29.7%)이 우선이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올 6월 초 실시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종교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대면 예배를 강행한 개신교가 역풍을 맞았다. 특히 8.15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보수 성향 교회 관련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선 데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소모임과 대면 예배를 진행해 지역 감염으로 확산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게 결정타였다. 개신교계 다수 보수 성향...현 정부와 대립 구도 국내 개신교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NCCK),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크게 4개 단체로 나뉜다. 국내 교회 중 90% 이상이 한교총에 속하며, 개별 교회는 복수의 연합에 속할 수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한기총은 소수의 교회만 남아 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서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자 개신교계는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교회의 이미지가 실추된 데는 ‘정치 활동에 대한 개입’이 잦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있다. 여러 교회 연합은 굵직한 정치적·역사적 사건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그렇다 보니 정치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 민주화항쟁(1987년) 이전엔 진보 성향의 교회협(NCCK)만 존재했다. 교회협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아래에 속한 단체다. WCC는 종교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글로벌 교회협의체다. 김민아 종교학 박사는 “교회협은 한국전쟁 이후 국제 원조를 지원했고 민주화운동에도 힘을 실었다”며 “한국에 WCC가 들어오고 NCCK라는 이름으로 회원 교단을 받을 때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연합체의 성격을 갖고 있는 교회는 NCCK에 소속됐다”고 말했다. 뒤이어 NCCK에 대항해 만들어진 단체가 한기총이다. 전광훈 목사가 최근까지 대표회장 직을 맡았던 한기총은 극우 성향을 띠고 있다.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 내부 갈등이 심해져 한교연과 한교총으로 흩어졌다. 소수의 교회만 남아 있던 한기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정치 투쟁 일선에 나섰다. 올해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당해 4.13 총선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민아 박사는 “전광훈 씨는 1980년대부터 부흥사처럼 목사들을 불러 신앙집회를 하는 등 내부적으로 개신교 권력을 쌓아 가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보수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집회에서 ‘문재인이 조국을 앞세워 공산화를 만들려고 한다’, ‘하느님 까불면 죽어’ 등의 발언이 나온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이 이렇다 할 힘을 얻지 못할 때 가장 급성장한 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수 교계도 전광훈 씨가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불편해한다”고 덧붙였다. 종교단체, 한목소리 내는 정치연합으로 성장 한국 개신교계는 왜 정치적인 사건과 함께 성장한 것일까. 종교학계에서는 종교 집단이 구성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에 한목소리를 내는 집단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본다. 심형준 종교학 박사는 “종교 집단은 정치인 또는 정치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이나 사회,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 곱게 볼 수 없지만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 조직체는 정치적 힘이 크기 때문에 세속 정권에서 공간이 확보돼 있다. 서양의 역사를 보면 정교분리(정치와 종교 분리) 원칙이 헌법에 있는데, 이를 한국 사회에도 반영한 것”이라며 “해방 이후 개신교가 급성장하면서 정교분리 원칙이 중요해졌다. 신도를 많이 갖고 있는 교회는 정치적인 파워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인은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해도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수의 사제가 있고, 종교라는 신앙 체계를 갖고 모인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힘을 낼 수 있다. 다 표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이슈에 따라 연합이 결정되는 상황에 대해서 그는 “ ‘어떤 그룹이 득세하느냐’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맞물려 있다”며 “한국 개신교계에서 우파 진영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상황을 보면 거대 개별 교회 성장과 그 그룹에 소속된 사람들, 사회 기득권층 간 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된 역사적 발전을 겪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mg4 종교 자유, 공권력으로 제한 “불가” vs “가능”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데도 개신교 단체는 대면 예배와 소모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김태영 한교총 대표회장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교회 지도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교회 측의 방역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에서 대면 예배를 요청하며 종교의 자유를 언급했다. 김 회장은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며 “교회는 정부의 방역에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한두 주, 한두 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 없이 교회 문을 닫고 비대면·온라인 예배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교회 현실”이라며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도 부담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미 3단계 격상 수준의 위기 상황에서 종교의 자유와 사회적 방역 중 어느 것에 가치를 둬야 할까. 심형준 박사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적 가치로 볼 때 최상으로 보기 어렵다. 양심의 자유, 신앙의 자유는 사람이 생존하는 환경이 보장돼야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신교회가 정부에 현장 예배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어서”라며 “지배적인 종교가 됐다면 사회 전반적인 어려움을 돌보고 배려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종교계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미지 회복 위해선 “사회적 희생과 책임 필요” 계속해서 교회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한교총은 결국 머리를 숙이고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태영 한교총 대표회장은 지난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으므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예배의 연장이 불가피하다”며 “전국 교회의 양해와 협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교연 측은 여전히 ‘대면 예배’를 진행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고발당한 교회에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한교연 측은 “정부의 허락을 받고 예배를 드려야 하는 등의 문제로 교회가 국가에 예속될 수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한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의 용어를 신학적 개념으로 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심형준 박사는 개신교계의 실추된 이미지 회복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으로 개신교계가 이기적이고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개신교계가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종교라는 자의식을 갖고 있다면 사회적 희생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거나 대형 교회의 세금 문제를 피하는 행위 등 거대화된 보수 개신교계의 변화 없이는 실추된 이미지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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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호

대선급으로 부상…여·야 서울시장 후보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탈환 ‘절호의 찬스’...“당내서 후보 나온다” ‘경제전문가’ 윤희숙 서울시장 후보 부상...김동연·홍정욱 하마평 민주당, 당헌 바꾸고 후보 낼까...추미애·박영선·우상호 거론 | 김태훈 기자 taehun02@newspim.com 2021년 4월 7일. 대통령선거급으로 판이 커진 광역단체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우리나라 1, 2위 대도시인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의 수장을 다시 뽑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를 두고 여야 주요 정당 내 후보 탐색전이 치열하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결과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야권에는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선거에서 패배하면 그 상처는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후인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내주면 당 존립 위태로워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당한 야당 국민의힘에는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 일각에서는 서울시장을 내주면 당 존립까지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시선이 쏠린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즉, 재보궐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자의 조건으로 △비즈니스 감각 △미래 비전 △소통·공감 능력 △참신하고 젊은 인재 등을 꼽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이 연달아 실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경제전문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물난을 겪고 있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서울시장 후보 고르기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당 내부 인사와 더불어 능력 있는 외부 인사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9월 3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당 내에서 서울시장·대통령 후보들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당 외부에 계신 분들도 흡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연대’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정치를 하는지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을 이끄는 게 제 책임이다. 어떻게든 인물을 발굴해 서울시장 후보도, 대선 후보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후보 윤희숙 부상...김동연·홍정욱도 거론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당내서 서울시장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발언에 정치권의 눈은 경제전문가 윤희숙 의원으로 급속히 쏠렸다. 초선인 윤희숙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 교수를 지낸 ‘경제통’이다. 그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 교육부 규제완화위원 등 다방면의 경력을 쌓기도 했다. 초선임에도 이른바 ‘국회 5분 연설’ 이후 인지도가 전국적으로 올라갔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한 이 연설에서 윤 의원은 ‘의회 독재’나 ‘하명입법’과 같은 강한 단어를 쓰지 않고도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법안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윤희숙 의원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파문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기 때문에 여성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의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전문가다. 재정을 전공으로 하다 보니 복지와 노동, 교육까지 모두를 아우른다”면서 “사실 서울시장으로 보내기 아까운 자원이다. 우리가 집권을 하게 되면 대통령 경제보좌관이나 경제수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외부로 눈을 돌리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홍정욱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다. 김 전 경제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여기에 ‘소년 가장’, ‘상고 졸업’이라는 출신 배경도 국민들의 호감을 얻기에 매력적인 카드라는 평가다. 홍정욱 전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이 바라는 ‘젊은 경제전문가’다. 그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간 즐거웠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 전 의원은 1970년생(50세)으로 18대 국회의원(서울 노원병)과 언론사(헤럴드) 오너를 지냈다. 미국 하버드대학 수석 졸업에 스탠퍼드대학 로스쿨을 나왔다. 영화배우 남궁원의 아들인 홍 전 의원은 수려한 외모도 갖췄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원칙론’을 내세워 당내 바른 소리를 담당하는 개혁파를 자임했다.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두고 여당 의원 신분임에도 기권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여당의 단독처리가 무산됐다. 2008년 12월에는 최루탄이 터진 한·미 FTA 비준동의안 표결에도 불참했다. 국회 폭력에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배경에 보수정당이 ‘새 인물론’을 내세울 때마다 홍 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종인 위원장이 최근 홍 전 의원을 만나 정계 복귀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홍 전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경선 참여 의사를 물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 밖에도 김선동 사무총장과 김용태, 나경원, 이용구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 사무총장은 일단 국민의힘 안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당 안정화가 마무리되면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당헌 바꿔 후보?...추미애·박영선 물망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서울시장 후보를 낼 수 있을지부터 따져야 한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7월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파문으로 광역자치단체장 두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5년 개정한 당헌 96조 2항에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 이듬해 치러질 대선과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img4 @img5 민주당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서울 지역구 의원을 지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특히 박 장관은 지난 2018년 박원순 전 시장과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력이 있고, 추 장관 역시 이전 선거에서 지속적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바 있다. 이 외에도 4선인 우상호·우원식 의원과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박주민 의원,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바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있다. @img6 @img7 다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그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보궐선거 공천을 결정하기에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다”며 “지금부터 그 문제(보궐선거 공천)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일에 순서가 맞지 않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022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이 대표의 임기는 7개월 남짓으로 내년 3월까지다. 4월에 있을 보궐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만약 보궐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경우 선거 결과에 따라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재보궐선거 공천 가능성에 대해 “열린민주당을 이용해 서울시장 후보를 공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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