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ANDA 뉴스 | 월간 ANDA | 안다쇼핑 | 中文 | 뉴스핌통신 PLUS
회원가입로그인정기구독신청

이전 2023.02월호 다음
ANDA
+
+
+
+

정치·경제·사회

2022.09월 ANDA
2022.10월 ANDA
2022.11월 ANDA
2022.12월 ANDA
2023.01월 ANDA
2023.02월 ANDA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2월호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용인 르네상스 반드시 실현 견고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 앞장”

작은 변화가 쌓이면 더 큰 변화와 발전 이뤄질 것 특례시 걸맞은 대도약 구현...혁신하고 재창조하겠다 ‘성장 지원·균형 발전·삶의 질 향상·시민 안전’에 최선 | 순정우 기자 jungwoo@newspim.com | 노호근 기자 seraro@newspim.com 경기 용인특례시의 2023년은 특별하다. 특례시 지정 2년 차를 맞았고 민선 8기 이상일 시장의 본격적인 시정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특례시와 관련해 “시민들과 특례시 권한 확보 필요성을 공유하고 국회, 행정안전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국회에 법안을 상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4개 특례시가 모인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이 시장은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L자형 반도체 벨트’를 구축해 견고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지역균형발전 계획도 세밀하게 세웠다. 그는 “경안천과 금학천의 수변 공간이 자연스럽게 용인중앙시장과 이어지도록 두 하천에 커뮤니티형 광장을 조성해 공간의 연결성을 높이고,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과의 일문일답. Q. 용인시가 특례시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변화점과 2023년 방향은. 지난해 1월 13일 4개 특례시가 공식 출범했지만 아직 ‘특례시’라는 명칭이 무색하다. 그동안 특례시 이양 사무 86개 기능(383개 단위사무)을 발굴했지만 개별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현재 이양된 권한은 고작 9개 기능(142개 단위사무)에 불과하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권한을 이양하자고 결정했음에도 부처별로 소관 법안을 개정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4개 특례시는 제3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1, 2차 지방일괄이양법이 통과됐고 그 과정에서 일괄적으로 법령을 바꾸는 데 대해 충분한 논의가 있었던 만큼 3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은 수월하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다. 4개 특례시 시정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해 ‘특례시지원특별법(안)’을 구상 중이다. 특례시를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으로 명확히 분류해 법적 지위와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고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다. 4개 특례시 시장들이 특례권한 확보 동력을 얻기 위해 국무총리 직속 기구로 두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중앙부처·도·특례시 간 종합적인 조정·협의를 원활하게 하고, 자치분권위원회의 이양 결정사항이 법령 제·개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을 전담한다. 또 이양 사무에 대한 비용을 추계하고 정부와 도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담당한다.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회장으로 추대받았다. 정계 요소요소에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달라는 요청으로 이해한다. 어깨가 무겁지만 특례시 권한 확보에 성심을 다하겠다. Q. 올해부터 온전히 이상일 시장의 용인시정이 시작된다. ‘성장 지원’과 ‘균형 발전’, ‘삶의 질 향상’과 ‘시민 안전’ 등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성장 지원은 시의 반도체 생태계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L자형 반도체 벨트 구축, 반도체 고속도로 건설, 반도체 인력 양성 등 ‘반도체산업 육성·지원 조례’를 근거로 반도체 산업의 기초를 다지겠다. 150억원 규모의 ‘용인벤처창업투자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 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발굴, 성장도 지원하겠다. 또 소상공인을 위해 시장 진입부터 성장, 폐업 충격 완화, 재도약 기반 마련까지 생애주기별 지원을 시작할 생각이다. 균형발전 전략을 통해 용인 플랫폼시티 광역교통 개선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지도 82호선과 23호선 확장, 포곡IC 연결도로 개설 등 지역 간 연결도로망을 확충하겠다. 시 면적의 79%를 차지하는 처인구에 1189억원을 투입, 교통망 개선에 집중할 것이다. 노후 지역에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해 구도심인 신갈오거리와 중앙동, 구성·마북지역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도시혁신사업도 확대해 나가겠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함께 돌봄센터와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등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료 지원 등 청년의 자립을 돕겠다. 시니어 웰에이징 센터와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는 등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 시민 안전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재난정보와 치안정보 수집으로 고위험 지역을 예측하고 취약계층에 맞춤형 정책을 제공하겠다. 작은 변화가 쌓이면 용인의 더 큰 변화와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특례시 위상에 걸맞은 대도약을 구현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용인을 혁신하고 재창조하겠다. Q. 용인시 민선 8기는 용인 르네상스를 표방했다. 기업유치 실적과 올해 전망은. 용인플랫폼시티에서부터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미래연구단지, 세메스(기흥미래첨단산업단지), 램리서치(지곡일반산업단지), 서플러스글로벌(통삼일반산업단지) 등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를 지나 소·부·장 특화단지로 조성할 이동읍의 제2용인테크노밸리와 원삼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L자형 반도체 벨트’를 구축해 견고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벨트의 핵심축으로 ‘반도체 고속도로’를 추진 중이다. 기흥에서 남사, 이동을 거쳐 원삼을 지나 중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노선으로, 이 노선을 따라 반도체 소·부·장 기업, 첨단기업들을 대거 유치하려고 한다. 세메스, 램리서치, 서플러스글로벌 외에도 지난해 34개 사가 용인에 공장 설립을 결정했고 12개 사가 연구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경기용인플랫폼시티는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추진하겠다. 경기도 역시 제3판교테크노밸리와 함께 경기용인플랫폼시티에 대한 특화단지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리적 이점, 반도체와 2차전지 산업에 대한 인·허가 특례, 기반시설 구축비용 지원, 세액공제 등을 통해 국내 유수기업의 발길이 용인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Q. 최근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처인구 김량장동 용인중앙시장 일대가 국토교통부 특화재생 분야 최종 대상지로 결정됐다. 2026년까지 652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용인중앙시장을 가운데 두고 전방위로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시장과 바로 인접한 경안천과 금학천 등의 훌륭한 수변 자원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안천과 금학천의 수변 공간이 자연스럽게 용인중앙시장과 이어지도록 두 하천에 커뮤니티형 광장을 조성해 공간의 연결성을 높이고, 문화 콘텐츠를 개발할 생각이다. Q. 새해 용인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의 모든 부문을 고루 발전시켜 시민들과 함께 업그레이드된 용인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로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 르네상스’라는 시정 구호를 만들었다. 첨단기업들의 용인시 입주와 연계해 각종 생활 인프라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용인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미래의 용인시를 구현하자는 구상이다. 시장으로서 개인적인 욕심을 말하자면 시민들로부터 “이상일이 시장이 되니 용인시정이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했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일하겠다.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용인시에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보겠다. 시장이 된 이후 밤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졌다.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명쾌하게 현안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면서 뒤척이게 된다. 행복한 불면증이다. 토끼는 다산과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용인시민의 삶에 풍요로움을 더할 수 있도록 4000여 용인시 공직자와 함께 시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 용인 르네상스 실현에 시민들도 함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2월호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시민 중심 시정 운영 찾아가는 현장시장실 큰 호응”

모든 행정의 바탕은 시민과의 공감 통한 소통 특례시 권한 확보,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 손바닥정원, 10년 후엔 세계가 놀랄 정책 확신 | 순정우 기자 jungwoo@newspim.com | 노호근 기자 seraro@newspim.com 경기 수원특례시는 경기도청 소재지인 이른바 수부(首府)도시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수원시가 특례시 명칭을 부여받은 2년 차이자 민선 8기 수원특례시장으로 선출된 이재준 시장의 시정이 본격화되는 해다. 도시공학 박사이기도 한 이 시장은 지난 2011년부터 5년간 수원시 제2부시장을 지내며 생생한 행정 현장을 경험했다. 이 시장은 최근까지 수원 4개 구, 44개 동을 방문해 시민을 만나고 시 간부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현장에서 현안을 챙기는 ‘찾아가는 현장시장실’을 월 2회 운영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신념으로 삼고, 주요 현안지역이나 시민이 불편을 겪는 곳을 찾아가는 현장시장실을 통해 시민과의 직접 만남이 더 잦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이 세운 올해 목표는 ‘새로운 수원, 편안한 시민’이다. 그는 “수원시를 경기도의 수부도시를 넘어 대한민국 특례시의 표본으로 세우고, 시민의 참여를 통해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정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의 일문일답. Q. 수원시가 특례시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과정과 올해 방향은. 지난해 1월 13일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추가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되며 ‘수원특례시’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특례시 도입 자체가 지방자치제 역사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례시 출범으로 수원시민들이 받던 불이익이 일부 해소되는 효과가 있었다. 사회복지급여기준 개선으로 2900여 가구 4300여 명이 신규 혜택을 받게 됐다. 환경개선부담금 등 총 9개의 특례사무권한이 추가 확보돼 올해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수원을 포함한 4개 특례시와 정부의 협업으로 특례시로 넘겨야 할 행정 권한이 점진적으로 이양되고 있는 상태이지만, 재정 권한 확보는 아직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올해는 특례시의 재정력을 강화할 수 있는 사무를 발굴·이양하고,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을 동시에 추진해 재정 분야에서도 특례시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도록 노력할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수원특례시민이 지금처럼 함께 노력해 준다면 불가능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Q. 올해 이재준 시장의 본격적인 수원시정이 시작된다. 지난해 10월 민선 8기 수원특례시의 비전과 정책을 발표했다.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라는 비전과 ‘탄탄한 경제특례시’, ‘깨끗한 생활특례시’, ‘따뜻한 돌봄특례시’를 3대 목표로 정해 ‘시민과의 소통, 혁신행정의 도시’를 약속했다. 학자로서, 행정가로서 매 순간 수원시를 위해 고민해 왔다. 민선 8기의 시작은 그 고민을 정책으로 옮기는 과정이었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민의 의견이었다. 모든 행정의 바탕은 시민과의 ‘공감’을 통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정책을 이해시키는 ‘공감’ 과정도 필수적이다. 특히 지방행정은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신념으로 삼아, 주요 현안지역이나 시민이 불편을 겪는 곳을 찾아가는 현장시장실을 더욱 강화해 시민과의 직접 만남을 더 자주 가지려고 한다. 직접민주주의 플랫폼인 ‘누구나 시장’은 시민 누구나 손쉽게 수원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시정 주요 현안에 대해 실시간 찬반 투표로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민 맞춤형 정책 및 행정 서비스를 직접 전달하는 체계 강화에 힘을 모으겠다. Q. 민선 8기 수원시는 ‘경제특례시’를 표방했다. 지난해 실적과 올해 기업 유치 전망은. 수원의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은 경제 활력을 되찾는 것이다. 기업 유치를 시정의 최우선에 두고 있는 이유다.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유치단’을 시장 직속으로 설치했고, 맞춤형 지원 정책으로 기업이 터를 잡고 싶은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민선 8기 경제특례시를 위한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시장 취임 첫날 SD바이오센서와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이를 통해 ‘첨단기업 유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기업친화적인 환경과 기업유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난해 9월에는 수원시의 기업유치 전략과 기존 기업에 대한 지원 전략을 발표했고, 11월에는 수원에 있는 5개 대학교의 총장과 간담회를 열어 가용부지를 활용한 기업유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방안을 구체화한 조례 개정이 완료된 만큼, 기업 하기 좋은 도시의 틀을 공고하게 다져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기업유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제2호, 제3호 협약을 위해 여러 기업들과 협의를 하고 있어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겠다. Q. 수원시는 재개발·재건축 여지가 상당히 많은 지역이다. 시민의 주거환경 개선 방안은. 민선 8기 시정목표 중 하나로 ‘깨끗한 생활특례시’를 제시했다. 수원시민 모두가 편안한 거주환경에서 수원형 주거 특례를 누릴 수 있도록 시민의 미래 가치를 담아낸 맞춤형 주거환경 조성 방안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사업 진행 시 사업기간 단축을 지원하는 동시에 교육, 상담 등 정비사업 사전지원제도를 운영해 구도심을 신속히 재정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노후주택 단지 내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의 사업성 분석 서비스를 지원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 활성화해 정비사업 혜택이 빈틈없이 지원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구도심 시민들의 주거 질 향상을 위한 집수리 사업도 통합·체계화할 계획이다. 지역특화형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수원시가 동서남북 모두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손바닥정원 프로젝트와 수원 군공항 이전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손바닥정원 프로젝트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것이다. 손바닥정원을 만드는 데 시 재정도 투입하지만 기업의 기부금과 후원금도 포함된다. 이렇게 기업과 개인 후원금을 받고 일부는 재정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손바닥정원은 10년 뒤에는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정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바닥정원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조성, 관리하는 공원녹지 모델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이번에 깎인 손바닥정원 재원은 추경에서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군공항 이전 관련 예산의 경우 국토부, 경기도 예산은 확보가 됐으나 수원시만 예산이 깎였다. 다시 관련 예산을 복원할 것이며, 이를 위해 시의회를 상대로 (충분히) 호소하고 설득하겠다. Q. 2023년 수원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2023년 계묘년 신년 화두를 신정안민(新定安民)으로 정했다. ‘새로운 수원, 편안한 시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통해 수원시를 경기도의 수부도시를 넘어 대한민국 특례시의 표본으로 세우고, 시민의 참여를 통해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정을 약속한다. 2023년은 민선 8기 수원시정이 본궤도에 오르는 첫해다. 핵심적인 가치는 변화와 전환, 공감으로 꼽을 수 있는데 기업 환경과 돌봄체계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수원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게 하겠다. 도시계획과 교통체계의 전환으로 시민의 삶을 편리하게 혁신하고, 시정의 주인인 시민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정책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기 위해 공직자들과 함께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달려가겠다. 수원시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 시민들도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 강인한 뒷발로 장애물을 뛰어넘는 토끼처럼 힘차고 지혜롭게 어려움을 이겨내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2월호

尹대통령·김진표 의장 중대선거구제 ‘의기투합’ 이유는?

尹대통령 “소선거구제, 진영 양극화·갈등 깊어져” 김진표 “승자독식 패자전몰 선거제도 개선 시급” 국회 정개특위, 본격 논의...입장차 해소 주목 | 김태훈 기자 taehun02@newspim.com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계묘년을 맞아 국회의원 선거 제도와 관련해 ‘중대선거구제’를 이슈로 내던졌다. 여기에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는 뜻을 내비치면서 정가의 이목이 쏠리는 형국이다. 국가 서열 1, 2위가 연달아 내던진 중대선거구제는 한 지역에서 한 명의 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선거구 범위를 넓히는 대신 2, 3등 후보까지 당선되는 제도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많은 의원을 뽑아 사표를 방지할 수 있고, 거대 정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으며, 무소속이나 군소 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주의’ 타파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2, 3등 후보가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영남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호남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尹대통령, 신년사서 중대선거구제 화두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된 질문에 “워낙 폭발적이라 지금 이야기가 나오면 민생과 개혁 문제는 다 묻힐 것”이라면서도 “이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던진 중대선거구제 개편 화두에 김진표 국회의장도 화답했다. 김 의장은 지난 1월 2일 국회 시무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는 3월 중순까지 내년에 시행할 총선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그것을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해 7월 17일 제헌절 경축식에서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대표성과 비례성에 근거한 선거법 개정을 약속했다”며 “그러나 국민들에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안에 선거법 개정을 이뤄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남인숙 의원과 특위 위원들을 공관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총선 1년 전인 올해 4월까지 선거법 개정을 완료해야 한다며 2월까지 각 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이후 국회의원 전원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여야도 중대선거구제 논의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월 3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선거법상 1년 전까지 선거구제를 확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올해 4월까지 어떤 방법으로 선거를 치를 것인지 정해져야 한다”며 “정개특위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의장의 말씀으로 논의가 촉발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당내 의견이 어떻냐는 질문에 “아직 전혀 당내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상태”라며 “가까운 시일 내 정개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면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1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구제 문제는 근대 국가가 소위 직접민주주의를 가하기 어려워서 간접민주주의와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선출과 운영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당내 의견 수렴을 가급적 빠르게 하겠다”고 전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개인적 의견으로 최근 소선구제가 마치 승자독식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그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얘기가 나오는데 그 자체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중대선거구제는 사실상 거대 정당들이 나눠먹기 하기에도 훨씬 편리한 제도다. 일본 사례를 보더라도 중대선거구제는 소위 거대 양당이 편하게 나눠먹을 수 있는 제도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꼭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제하에서 중간평가적인 성격이 총선”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피해 가기 위해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개특위, 선거법 개정 본격 논의...여야 입장 중요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화두로 던진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선거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여야 의원 다수가 찬성 의사를 밝힌 만큼 선거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방안으로는 대표적으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 등이 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농촌지역은 지금처럼 소선구제를 유지하되 도시지역은 중선거구제로 치르는 방식이다.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 지역구 제도는 폐지하고, 17개 시·도를 단위로 하는 권역에서 다수를 선출하는 대선거구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별지의 투표용지 양식을 활용해 정당득표율에 따라 해당 권역의 정당별 의석수를 확정하고, 정당 내 당선자는 후보자 득표 순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조만간 여야의 선거법 개정안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 도입 방식을 놓고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선거구제 개편은 국회의원 당사자들의 합의가 필요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특히 선거 1년 전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구제 개편이 이뤄질지는 정개특위 논의 결과를 봐야 한다. 조해진 정개특위 소위원장(국민의힘)은 남은 기간 동안 선거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논의를 해봐야 안다”며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에 대해 말씀을 하셨고 여야 다수 의원들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거법 개정) 가능성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선 법안 심사도 해야 하고 여야가 각 당에서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대 양당표 분산 가능하지만…개편은 어려울 듯” 여야가 본격적으로 중대선거구제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실제로 선거법 개정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라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분명히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여성들이 지역구에서 국회로 많이 진출한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다만 “지역 구도를 타파한다는 건 안 될 것이다. 또 군소 정당이 들어갈 수 있다는 해석도 쉽지 않다”며 “선거법을 개정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국민들께) 새로운 기분을 줄 수는 있겠지만 결과는 잘 모르겠다”고 예측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할 경우 거대 양당에 몰리는 표가 분산되는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저를 포함한 많은 정치학자들이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얘기를 해왔는데 우리나라 정당은 실질적으로 크게 두 개밖에 없지 않나. 또 화해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며 “역사와 전통, 지역으로 경상도와 전라도로 이미 양분돼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고, 때리고, 밟기만 하는 시스템인데 이건 정치가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두 정당만이 득세하는 소선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로 선거 제도를 개편할 경우 예를 들어 정의당이나 환경당, 청년당 등 표가 분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가에서는 중대선거구제로 선거 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위성정당이나 무소속 출마 등 꼼수로 인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완강히 거부했다. 그는 “그건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변명일 뿐”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아주 무식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느 지역이든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은 최소 2명의 후보를 낼 것이다. 그런데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할 경우 표 분산을 막기 위해 특정 후보에게 신경을 쏟게 된다”며 “한 지역에 4명의 후보가 출마하면 국민들도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을 것이다. 즉, 거대 양당이 아닌 새로운 교섭단체 정당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올해 4월까지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박 교수는 “선거법 개정은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아마 국민의힘 같은 경우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50석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교수는 “오히려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로 개편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옛날에는 국회의원이 지역을 대표했지만 지금은 시의원, 도의원, 구청장, 도지사까지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 즐비하다”며 “지역구 의석을 줄일 수 없다면 비례대표를 100명까지 늘려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안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반대할 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2월호

4년마다 도돌이표 ‘공천 학살’ 공포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주장도

당대표가 공관위원장 임명...공천권 집중 ‘불가피’ MB·친박 공천 학살 공포, 내년 총선 되풀이 우려 박영선 “100% 국민 공천하면 계파정치 필요 없어” | 홍석희 기자 hong90@newspim.com | 윤채영 기자 ycy1486@newspim.com 정당의 공천권은 역사적으로 당 총수에게 집중됐다. 1963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당시 민주공화당을 창당하며 ‘공천권은 당 총재에게 있다’는 내용 등을 당헌에 담았다. 지도부가 포함된 공천심사위원회가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투표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현행 공천 구조도 이때 시작됐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당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다 보니 당대표 의중에 따라 공천이 판가름 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천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중대선거구제로 바꿔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각 정당의 공천 개혁이 가장 시급한 정치 개혁 주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을 도입하거나 공천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해 당대표 개인의 입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 일각에선 현역 정치인에게 유리한 현행 공천 제도를 정치 신인들의 진입이 용이하도록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대표에게 집중된 거대 양당 공천권 국민의힘은 현행 제도상 당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공관위원장) 임명 권한을 갖고 있고, 공관위원장이 공관위원을 구성하도록 돼 있다. 당대표에게 실질적인 공천 권한이 막강하게 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공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친이(친이명박계), 친박(친박근혜)의 이른바 ‘공천 학살’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이계는 친박계로 불리는 의원을 대거 공천에서 배제했다. 친이계인 당시 이방호 사무총장이 공천을 주도하며 박근혜 경선캠프를 이끌었던 김무성, 서청원, 홍사덕, 김재원 전 의원 등 중진부터 초선까지 대거 탈락시켰다. 4년이 지난 후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당이 재편되며 다시 친박계가 주류로 급부상했다. 친이계의 공천 탈락이 줄줄이 이어졌다. 안상수, 진수희 전 의원을 비롯해 친이계 핵심인 박형준 전 의원까지 공천에서 탈락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대표에게 공천 권한이 집중돼 있다.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당대표가 공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공관위원장 및 위원을 최고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명한다. 다만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통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시스템 공천은 당대표의 주관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당헌·당규에 명시된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공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 당헌 제89조 4항은 당대표가 전체 선거구의 20% 이내로만 전략공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략공천이 당대표 ‘사천(私薦)’의 핵심으로 기능했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수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시스템 공천’을 정착시켜 계파 간 불만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전재수 의원은 통화에서 “추미애·이해찬 당대표를 지나오며 시스템 공천이 자리 잡았고 공천을 가지고 잡음이 들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적으론 시스템 공천이 자리 잡았어도 여전히 당대표 개인이 구조적 허점을 파고들 여지는 남아 있다. 민주당 소속의 한 정개특위 위원은 “당대표가 (전략공천에) 과도하게 개입해서 자기 사람을 심거나 경선을 치르는 지역에서 여론조사 업체를 어떻게 할지 등 미세하게 개입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2024년 총선 ‘공천 학살’ 재연 우려 내년 총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여당의 차기 당대표는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다시 ‘공천 학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대통령의 의중을 바탕으로 한 공천이 자행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다. 차기 당권주자들의 ‘윤심’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 혁신위 관계자는 뉴스핌 월간ANDA와의 통화에서 “당대표의 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행 공천 시스템으로는 (당대표 의중이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급적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 혁신위원은 “공천을 받기 위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기준이 없다 보니 결국 잘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나온다. 사실은 각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개특위에서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과 제도를 갖춰놨다고 해도 운영 과정에서 얼마든지 (개입할 여지가 있다)”며 “법·제도하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권력이고, 당 수뇌부와 지도부는 그런 힘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차기 당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차기 대권 구도 형성이 달렸다. 사법 리스크가 큰 이재명 대표를 둘러싸고 ‘친명’ 대 ‘비명’의 계파 갈등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각 당이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 시스템이 정비돼 있어 마음대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공언하지만 공천룰 변경이나 공관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공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해야...“한국엔 안 맞아” 반론도 공천 개혁과 관련해 정치권에 단골로 등장하는 대안이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다. 오픈 프라이머리란 당원들뿐만 아니라 당에 속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후보자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선제도다. 미국의 경우 당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주마다 후보자 지명을 위한 예비선거를 진행한다. 이후 각 당의 최다 득표자가 본선 후보로 지명돼 선거를 치르는 방식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유권자들이 상향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에 당대표와 권력자의 영향력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 개혁의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오픈 프라이머리”라며 “100% 국민공천제를 하면 줄 서지 않아도 되고 계파 정치가 필요 없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다만 후보의 인지도에 크게 좌우되는 오픈 프라이머리 특성상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미국의 경우 정당들이 평소 정치 신인 발굴에 꾸준히 투자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인들의 정치적 기반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오픈 프라이머리로 경선을 하면 현역 의원들이 정치 신인들을 상대로 질 이유가 없다”며 “우리나라 선거법상 정치 신인들이 평상시에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거의 없다. 선거에 닥쳐서 갑자기 경선하자고 하면 이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청년 정치인들은 오픈 프라이머리 형태보다는 후보들의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원과 지역구 주민들로 구성되는 일종의 ‘배심원제’가 돼야 한다”며 “배심원들 앞에서 토론도 하고 정견도 밝히면서 ‘저 사람이 우리 지역의 대표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더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불투명한’ 공천 과정...“심사과정 회의록 공개해야” 여야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정당의 현행 공천 제도는 철저히 당대표 1인의 주관적 개입이 용이한 구조다. 게다가 공천 심사과정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당대표는 공천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부담이 적다. 공천 과정에서 진행된 회의록 등을 외부에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 교수는 “공천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공천 기준도 급박하게 설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공천 과정에서의 회의록이나 근거가 되는 것들을 잘 모르게 된다. 공천한 근거나 회의록을 남겨두고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활동을 종료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한 위원도 통화에서 “공천 기준을 볼 데이터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출마 희망자가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본인 활동 내역을 올리거나 해서 공관위가 믿을 만한 자료를 토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 정착했다고 자평하지만 조 교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선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공천 과정을 최대한 공개해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더욱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선도 실시하고 여론조사도 활용하기 때문에 분명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면서도 “여전히 국민들은 당 수뇌부의 입김이나 계파 나눠먹기나 파워 싸움이 있다고 느낀다. 당원·국민·전문가·시민단체가 그런 부분에 의혹이 없을 정도가 돼야 ‘시스템 공천’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당 수뇌부가 전반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식을 갖고 공천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한 책임 의식을 끌어올려 공천 제도를 한 단계 발전시킬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2월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北 핵과 미사일 개발단계 아닌 현실적 위협”

북한 핵·미사일 현존·미래 위협 심층진단 “섞어쏘기 공격 땐 미사일 방어 무용지물” “군사뿐만 아니라 포괄적 안보 대응 절실”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북한이 2022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과 2023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600mm 초대형 방사포 검수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2년 12월 31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600mm 신형 방사포 30문 증정식에서 답례연설을 통해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도 지난해 12월 31일 “북한이 오전 8시께부터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 합참은 지난 1월 1일 새벽 “북한이 2시 50분께 평양 용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지난 12월 31일 쏜 3발과 1월 1일 새벽 쏜 1발 모두 북한이 전격 공개한 600mm 초대형 방사포 ‘KN-25’로 분석됐다. 직경 600㎜ 발사관 6개가 장착된 KN-25는 최대 사거리가 400km로 관측됐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의 핵 경량화와 소형화 기술은 신뢰성과 고도화가 남아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대부분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권 전 교수는 “북한은 2016년 3월 핵탄두 기폭장치 모형을 공개했다”면서 “이와 관련해 당시 제프리 루이스 미 비확산센터(CNS) 소장은 ‘북한이 직경 60cm, 무게 200~300kg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젠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전술유도무기체계에 이어 KN-25 초대형 방사포까지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소장이 7년 전에 평가한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핵 소형화 기술이 더 진전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제시한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내 타격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수중·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켓 개발 △핵잠수함·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영 △500㎞ 무인정찰기 개발 등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목표들을 이미 달성해 실전 배치하거나 개발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러한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2022년 핵무력과 신형 ICBM, 극초음속 미사일, 준장거리·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해 42차례에 걸친 무력시위를 했다. 2023년 새해 첫날 초대형 방사포까지 무려 43차례나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번까지 28차례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군 당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와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ICBM을 발사했다(2023년 1월 9일 기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만 탄도미사일을 37차례에 걸쳐 68발을 쏘고 있으며, 순항미사일은 3차례 발사했다. 북한이 2022년 탄도미사일 발사에 최대 7000억원 가까이 소진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의 전술핵은 개발 단계를 벗어나 단거리 미사일과 KN-23 등 전술유도무기에도 탑재해 사용할 수 있는 운용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발표대로 기술적 설계 목표를 달성했다면 2023년 상반기까지 신형 고체연료 모터를 탑재한 ICBM 시험발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은 이미 3차례 관련 요소 기술들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발사를 했기 때문에 2023년 4월 실제 정찰위성 발사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개발단계가 아니라 실제 운용할 수 있는 현실적 위협”이라면서 “2019년 이후 등장한 대부분의 무기, 특히 KN-23과 미니 SLBM, 극초음속미사일 등은 핵 탑재가 가능하고 낮은 고도로 회피기동을 한다”고 분석했다. 권 전 교수는 “이러한 무기들이 다른 재래식 미사일과 섞어쏘기 형태로 공격할 때는 현재 수준의 미사일 방어체계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핵·미사일 위협은 군사뿐만 아니라 정치와 외교, 경제 등이 포함된 포괄적 안보 차원에서 전문가 지식을 기반으로 대응 방법과 수단을 찾고자 하는 시스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 전 교수와 함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심층 진단을 통해 향후 전망과 해법을 모색해 봤다. ‘극초음속 무기·화성-17형 ICBM’ 방어 쉽지 않아 Q. 북한이 2022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력 시위와 도발을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2022년 북한은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미사일과 전술유도무기 등을 쏟아부었고, 기술 고도화 또한 큰 진전이 있었다. 전술핵은 개발 단계를 벗어나 단거리 미사일과 KN-23 등 전술유도무기에도 탑재해 사용할 수 있는 운용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극초음속 무기와 1만5000km 타격이 가능한 화성-17형 ICBM 시험발사로 본다. Q. 북한이 2022년 11월 17일 발사한 ‘화성-17형’ 신형 ICBM 성능시험은 성공했다고 보나. 이번 화성-17형 고각발사 비행은 2022년 3월에 이어 두 번째 시험발사다. 그동안 공개된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 등 비행특성 데이터를 분석하면 적어도 비행시험에는 성공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완전한 무기화를 위해서는 탄두부, 특히 재진입체와 다탄두 개별 목표설정 재진입체(MIRV, Multiple Independently-targetable Reentry Vehicle) 기능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Q. 극초음속 무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극초음속 무기는 활공 구간에서 낮은 고도로 회피기동을 해 효율적으로 탐지·추적하기 어렵다. 현재 미사일 방어 개념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특히 북한이 극초음속 무기를 전력화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재래식 탄도미사일과 섞어쏘기 형태로 수직·수평의 다차원 공격을 하는 경우 첨단 미사일방어체계일지라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고체연료 ICBM·정찰위성, 2023년 상반기 가능할 듯 Q. 북한의 최근 ICBM 개발 방향과 목표는. 북한의 ICBM 개발 방향과 목표는 2021년 1월 노동당 8차 전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중핵적 구상’과 ‘중대한 전략적 과업’을 보면 추정할 수 있다. 우선 초대형 핵탄두와 MIRV 개발을 통해 화성-17형 ICBM의 핵 선제와 보복타격 능력 고도화를 달성하려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속하게 이동해 발사할 수 있는, 기존 액체연료 ICBM보다 크기가 작은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고자 할 것이다. Q. 북한이 2022년 12월 16일 공개한 140tf(톤포스) 추진력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모터) 지상분출시험도 신형 ICBM 개발과 관련이 있나. 140tf 대출력 고체연료 모터 시험은 김 위원장이 언급했던 수중·지상 고체연료 ICBM의 개발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북한 발표대로 기술적 설계 목표를 달성했다면 2023년 상반기까지 신형 고체연료 모터를 탑재한 ICBM 시험발사가 가능하다고 본다. 고체연료 ICBM은 신속 기동해 발사할 수 있어 액체 ICBM에 비해 전략적 가치가 크다. Q. 북한이 2022년 12월 19일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정찰위성 개발을 북한이 2023년 4월까지 준비를 끝낸다고 했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차례의 정찰위성 관련 요소 기술들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발사를 했기 때문에 실제 정찰위성 발사만 남은 것으로 판단된다. ‘핵 EMP’ 사용 땐 재진입체 어려움 상당 부분 해소 Q.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22년 12월 20일 담화에서 북한이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처럼 언급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완전한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서 2020년 말 공개한 ‘2021 미국 군사력 지표 보고서’ 등 관련 문헌을 종합 분석할 때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북한이 전통적인 핵 사용이 아닌, 고도 40~50km 이상에서 핵탄두를 기폭시켜 핵 전자기파(EMP)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핵을 사용한다면 재진입체 기술의 어려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Q. 재진입체 기술의 어려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나 히로시마처럼 물리적 파괴 수단으로 핵을 사용한다면 재진입체는 반드시 마하 20 이상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해 대류권 직전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6000~7000도 이상의 고열과 충격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핵 EMP의 경우 기폭 고도 부근은 공기도 희박하고 온도도 상대적으로 낮아 북한이 재진입체 기술을 해결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Q. 미국의 동맹국과 미국령,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북한 ICBM을 요격할 수 있나.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같은 잠재적 ICBM 위협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는 지상기반미사일(GMD, 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대부분 ICBM을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11월 17일 비행시험에 성공한 사거리 1만5000km의 화성-17형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지상기반요격체(GBI)를 남쪽으로 우회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Q. 북한이 핵탄두와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각종 탄도미사일과 전술유도무기, 초대형 방사포 등을 고도화·다종화하고 있다. 현재 한미 전력으로 막을 수 있나. 과거와 달리 현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동맹 기반의 대응을 표명하고 있고 어느 정도의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와 섞어쏘기 형태의 공격 현실화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에 심각한 도전이다. 현재와 같은 종말단계 다층방어는 한계가 있다. 비행 전 단계에서 다층방어가 가능한 전구광역방어(Theater Wide Defense)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Q. 지금 당장 북한이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방사포, 장사정포 등의 공격을 해오면 한미군이 탐지하고 추적, 요격할 수 있다고 보나. 스커드나 노동미사일과 같은 재래식 탄도미사일에 의한 공격은 현 한미 자산으로도 충분히 탐지·추적하고 요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미사일과 전술유도무기의 다종화와 기술 고도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KN-23, 미니 SLBM, 극초음속미사일 등과 같은 신형 무기는 낮은 고도로 회피기동하기 때문에 적시에 탐지하고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SM-3 기반 다단계 전구광역방어 확대해야 Q.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현재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평가한다면. 북한 위협과 미사일 방어작전 속성을 생각할 때 효과적인 방안은 동맹국 협력 기반의 미사일방어 개념과 체계 구축이다. 과거 정부에서 나타났던 일부 부정적 국민 정서와 중국 등 주변국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미국 미사일방어(MD) 참여를 통한 방어능력 확보보다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단계별 점증적 독자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지역방어(Area Defense) 수준의 종말단계 다층방어 요격체계 구축은 제한적이다. 궁극적으로는 고고도 함대공 요격미사일 SM-3를 기반으로 하는 다단계(중간·종말단계) 전구광역방어(TWD)로 확대해야 한다. Q. 그럼 북한의 핵무력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정말로 시급히 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천문학적 비용과 장기간 전략적 로드맵이 요구되는 포괄적 안보 차원의 국가전략 문제다. 하지만 체계적인 접근이 미흡한 실정이다. 국가전략 차원의 큰 그림이 그려지고, 이것으로부터 하향식(Top-down) 솔루션을 도출해 나가는 시스템적 접근이 절실하다. 상위 정책과 전략이 모호한 상태에서 도출된 단편적 무기체계 중심의 미사일 방어 추진은 천문학적 예산 투입 대비 효과에서 심각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Q. 단편적인 무기체계 중심의 방어보다는 상위 개념의 큰 그림(Big Picture)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이를 위한 정책적 제언을 한다면. 안보 관점에서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지정학적 상황이 너무나 첨예하고 복잡하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 전략을 단번에 정립하고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실패 확률이 높다. 명확한 최종모습(End State)보다는 단계별 목표를 정하고 진화적으로 구현해 나가는 단계적 접근(PAA, Phased Adaptive Approach) 전략이 필요하다. Q.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국민이 북한의 최근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어떤 인식과 대비를 해야 한다고 보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개발 단계가 아니라 실제 운용할 수 있는 현실적 위협이라는 점에 주목했으면 한다. 2019년 이후 등장한 대부분의 무기, 특히 KN-23과 미니 SLBM, 극초음속미사일 등은 핵 탑재가 가능하고 낮은 고도로 회피기동을 한다. 더욱이 이러한 무기들이 다른 재래식 미사일과 섞어쏘기 형태로 공격할 때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방어체계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 같은 심각한 북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특히 무기체계·군사 중심의 대응 개념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핵·미사일 위협은 군사뿐만 아니라 정치와 외교, 경제 등이 포함된 포괄적 안보 문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포괄적 안보 차원에서 전문가 지식을 기반으로 대응 방법과 수단을 찾고자 하는 시스템적 노력이 필요하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2월호

강요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 ‘메타 펫’ 앞세워 두 배로 도약”

재단 평가 향상·각종 수상 ‘쾌거’ 오세훈 시장 ‘약자와의 동행’ 디지털 포용으로 성과 메타버스 활용한 ‘메타 펫’ 시선 집중 |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서울디지털재단이 2023년에도 ‘디지털 포용’을 위해 힘차게 달린다. 강요식 이사장이 취임한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시가 ‘스마트 시티’로 발돋움한 것은 물론 연령 상관없이 모두 디지털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강 이사장은 “올해 슬로건을 ‘두 배로 도약하자(Let’s take a double leap)’로 정했다”며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백’ 상태 재단, 상 휩쓸며 전성기 이끌어 지난 2021년 9월 취임한 강 이사장은 ‘넥스트 디지털 리더스(Next Digital Leaders)’를 첫 비전으로 선언했다. 1년 7개월간 수장 공백 사태에 있던 재단을 재정비하고 대혁신TF 등을 구성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는 물론 국내외서 상을 6개나 휩쓸며 재단의 위상을 높였다. 강 이사장은 “취임 후 15개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덕분에 기관 경영 평가 결과 직원들의 성과 등급이 ‘라’에서 ‘다로’ 올랐고, 부패방지 평가는 무려 22점이 상승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노력 우수기관 표창’을 받았다. 내부 만족도 또한 7계단이나 상승했고, 시민들의 평가인 외부 만족도도 동반 상승했다. 시의 20개 기관 중 10위권에 입성했다”며 “상도 국내에서 3개, 해외에서 3개를 받았다. 지난해는 아주 풍요로운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재단은 국내에서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인텔리전스 대상 △대한민국 데이터대상 과기부장관 표창을 받았으며, 해외에선 △시티넷 SDG어워드 본상 및 우수상 △스마트 시티 엑스포 월드콩그레스(SCEWX) 등을 받았다. 강 이사장은 특히 4번의 도전 끝에 수상한 ‘SCEWX’에 대해 “스마트 시티를 두고 펼치는 격전의 장에서 최고의 상을 받았다. 토론토, 키이우, 보고타 등을 제치고 서울시가 승기를 잡았다”며”오 시장이 강조한 ‘약자와의 동행’을 디지털 포용 정책으로 풀어냈는데 이 가치가 세계를 관통했다. ‘메타버스 서울’이 세계에 공개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SCEWX는 스마트 시티 행사로는 가장 규모가 큰 국제 이벤트다. 전 연령층 품은 ‘디지털 포용’ 주목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포용’은 재단의 핵심 과제다. 강 이사장은 당장 생활 속에서 커지고 있는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난해 ‘어디나 지원단(어르신 디지털 나들이 지원단)’을 발족했다. 돌봄사업 등에 적용되던 ‘노노(老老)케어’ 시스템을 디지털에 적용한 것이다. 강 이사장은 “어디나 지원단은 ‘또래 교육’이다. 젊은이들이 어르신을 가르칠 순 있겠지만, 각자 쓰는 언어나 이해가 다르고 어르신들도 젊은이들에게 질문하는 것을 쑥스러워하기도 한다”며 “우리는 어르신 강사를 선발했다. 무려 3:1의 경쟁률을 보였고, 서울 내 94개 디지털클리닉 센터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만족도가 높아 강사 100명 수준에서 추경을 받아 20명을 추가했다. 지난해는 1만6000명이 교육을 받았는데, 올해는 대상자를 2만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은 92세였는데 어르신마다 원하는 교육 수준이 다르다. 다양한 수요에 맞게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콘텐츠를 확대하고 온라인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향후엔 SK브로드밴드를 통해 방송에서도 교육을 시청할 수 있도록 경로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단은 올해 1월 5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참가해 ‘서울기술관’을 운영했다. 50개 스타트업이 참가하는 ‘K-START UP 통합관’도 처음으로 동시 운영했다. ‘메타버스’ 활용한 ‘메타 펫’으로 첫발 재단은 올해 3월 ‘메타버스 서울’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메타 펫(Meta Pet)’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실 세계와 같은 활동이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시민 누구나 흥미를 갖고 경험할 수 있는 아이템인 ‘펫(Pet)’으로 메타버스 접근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강 이사장은 “메타버스 서울은 공적 영역, 도시 단위에서는 세계 최초다. 메타 펫은 가상에서 강아지, 새 등 10여 가지의 펫을 입양해 목욕도 시키면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며 “그뿐만 아니라 서울시장실도 있고 다산콜에서 민원도 제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아바타 기반의 새로운 세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울시 과학행정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배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메타버스,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울시 과학행정, ‘어디나 지원단’ 확장 등을 계획 중”이라며 “설립 6년 차인 재단은 아직 할 일이 많지만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면도 있다. 신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선 올해 예산(80억원)보다 적어도 두 배가 필요하다. 실국에서 빅데이터를 통한 알고리즘 개발을 하고 있지만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메타버스 교육 강사 충원도 필요한데 예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가 요구하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 내년도 슬로건을 ‘두 배 도약’으로 정했다”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꼭 보여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2월호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노조 특권 포기 안 하면 院 해체 불가피”

공공운수노조와의 단체협약 난항, 노사 갈등 격화 서울시의회, 방만 경영 이유로 예산 100억원 삭감 주요 쟁점 노사 이견 커, 합의 없으면 해체 경고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공공 돌봄 서비스 확대를 위해 2019년 문을 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3년 만에 존폐 위기를 맞았다. 최대 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공공노조)와의 단체협약(단협)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서울시의회는 방만 경영을 이유로 2023년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했다. 이대로라면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취임 1년을 맞은 황정일 서사원 대표는 공공노조가 ‘특권’을 포기해야 서사원의 미래도 있다고 강조했다. 비효율적인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노조의 전향적 태도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24시간 서비스·휴직수당 쟁점, 13차 교섭에도 난항 서사원과 공공노조 간 단협은 13번에 달하는 교섭에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장애인 돌봄 24시간 근무체계와 병가(휴직) 시 임금 70% 지급(2년 차부터 50%)에 대해 공공노조가 기존 9~18시와 100% 지급을 고수하며 갈등의 폭이 깊다. 반면 제2 노조인 민주노총 돌봄노조는 사측 제안을 수용해 지난해 10월 단협을 마무리한 바 있다. 공공노조 규모는 200명. 전체 노조원 280여 명 중 약 70%에 달한다. 단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황 대표는 “안식휴가제 도입과 교통실비 제공, 호봉제, 촉탁직 계약기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 촉탁직 가족수당 제공 등 여러 노조가 요구한 사안을 상당수 수용했다.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공공 돌봄 기관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사안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한 점과 적게 일하면서 돈은 많이 받아가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공무원 지침에도 휴직 시 1년 이내 70%, 2년부터는 50% 지급으로 나와 있다. 100% 받아가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특권’” 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예산 100억원 삭감, 자구책 없으면 운영 불가 서사원은 서울시의회로부터 올해 예산을 100억원 삭감당한 상태다. 당초 서울시가 편성한 168억원 중 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삭감된 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2019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황 대표는 “비효율적으로 방만하게 운영한 서사원을 향한 시의회의 경고라고 생각한다. 합리적 자구책을 가지고 가야지만 시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단협조차 합의하지 못하면 대응이 어렵다. 노조가 전향적으로 협조해 개선하는 일 외에는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노사 갈등과 예산 삭감은 서울시의 산하기관 통폐합 방침과 이어지며 더 큰 위기감을 자아내고 있다. 시는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연구원, 공공보건의료재단과 서울의료원, 50플러스재단과 평생교육진흥원을 통합하는 방안은 이미 확정한 상태다. 정부 주도 사회서비스 제공 기조가 정권 교체 이후 민간 지원 강화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서사원 역시 통폐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 사회서비스원 사업을 시작한 지자체 중 울산과 대구는 이미 통폐합을 진행한 바 있다. 서사원 존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노조 특권 포기해야, 모두를 위한 결단 필요” 이 같은 움직임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에 위배된다는 지적에는 강하게 반박했다. 민간보다 2~3배가량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을 제공하는 행태를 유지하는 것은 특권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돌봄업계 전체의 처우 개선과는 거리가 먼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비효율적 운영’만 해소되면 설립 취지에 맞춰 충분히 오랫동안 운영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산 문제 역시 자구책만 있다면 내년 추경안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노조의 양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단언했다. 황 대표는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공공노조가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 변화가 없다면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일부가 아닌 돌봄 서비스 전체 종사자 모두의 처우 개선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열악한 노동 환경을 향상시키고 낮은 임금 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모두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조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1월호

올해 39살 청년지도자 김정은 “北 후계구도 거론은 시기상조”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북한 권력의 후계구도 문제가 호사가뿐 아니라 대북 정보당국과 전문가 그룹에서까지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리를 넘겨받을 인물이 누구냐를 놓고 관심이 증폭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진 평양의 3대 세습 정권이 과연 김 씨 4대 세습 체제로 가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올해 39살에 불과한 청년지도자를 두고 벌써부터 후임 문제가 거론되는 건 아이러니하다. 5년, 10년 등 정해진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닌 사실상 종신제인 북한 수령 직위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후계 논란은 김정은이 촉발한 측면이 강하다. 난데없이 미사일 발사장에 어린 딸을 데리고 나와 초미의 관심이 쏠리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다. 북한 엘리트와 주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장이라 집중 조명될 건 불을 보듯 뻔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왜 둘째 딸 주애를 미사일 발사장에 데뷔시켰을까. 이 문제를 풀어보는 건 김정은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나 북한 권력의 향후 행보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일 수 있다. 어쩌면 딸 주애의 등장은 집권 11년을 맞은 김정은 체제의 가장 결정적인 한 장면으로 기억될 수 있다. 김정은 옆에서 스톱워치 꽉 쥐고 서 있던 둘째 딸 2022년 11월 18일 북한의 순안국제공항. 평양에서 북서쪽으로 22km 정도 떨어진 이곳에 괴물 미사일이라 불리는 화성-17형 ICBM이 육중한 동체를 드러냈다. 무려 11개 차축에 초대형 타이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미사일은 순안공항 메인 활주로를 가로질러 제2 활주로에 연결되는 지점에 멈췄다. 미사일 동체를 직립시키는 작업이 이어졌고 잠시 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이튿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040.9㎞까지 상승하며 거리 999.2㎞를 4135초간 비행하여 조선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며 성공을 알렸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발사현장 영상에는 김정은의 모습과 함께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이 드러났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인 노동당 비서 조용원과 미사일 발사를 총괄한 당 군수공업부장 김정식 부부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관심은 김정은·리설주 부부나 다른 노동당 간부, 화성-17형도 아니었다. 김정은 옆에 선 통통한 얼굴의 10살가량 소녀가 씬 스틸러가 됐다. 흰색 방한복에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의 손에는 스톱워치가 쥐어져 있었다. 의문은 관영 매체들이 전한 보도문 후반부에서 풀렸다. 북한은 보도에서 미사일 발사 현장을 김정은이 직접 참관한 사실을 전하면서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왔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정은의 딸이 등장하는 사진은 모두 5장으로 김정은과 손을 잡고 화성-17형을 살펴보거나 활주로를 함께 걷는 모습,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 등이 담겼다. 사진 속 딸의 모습으로 보면 부인 리설주를 빼닮은 얼굴로 드러난다. 북한이 김정은의 자녀 모습을 공개한 건 처음이란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특히 북한 김 씨 일가가 10살 안팎의 어린 딸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앞서 김정일과 김정은의 경우 후계자로 내정되거나 권력을 거머쥔 이후 우상화 차원에서 뒤늦게 어린 시절 혹은 젊은 시기의 사진이 공개됐다. 김정은의 경우도 스위스 유학 시절 서방 친구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과 함께 유학했던 형 정철, 여동생 여정의 당시 모습이 몇 장 공개된 게 전부다. “호전적 독재자 이미지 누그러뜨리려 딸 동반” 김정은이 화성-17 발사를 계기로 딸의 모습까지 전격 공개한 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체제 생존 차원에서 절박하고 자신의 가족과 체제의 명운을 걸고 있음을 대내외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는 책임과 자신에게 쏠린 비난을 누그러뜨리려는 이미지 전략으로 분석된다. 사실 화성-17 발사 당시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연습과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등에 맞서 중단거리 미사일과 포병전력, 전투항공기 등을 모두 투입하다시피 한 총력 대응을 벌였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김정은과 북한 핵심 인사들의 대남·대미 메시지는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상태였다. ICBM 시험발사 이튿날 노동신문이 전한 김정은의 워딩도 수위를 한껏 올린 분위기가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적들이 핵 타격 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 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우리 국가 주변에서의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위험천만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압도적인 핵 억제력 제고의 실질적인 가속화를 더 긴절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핵 위협’을 부각·선전하면서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핵 개발과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과시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김정은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그는 “현 정세하에서 미국과 남조선 것들을 비롯한 추종세력들에게 우리를 상대로 하는 군사적 대응 놀음은 곧 자멸이라는 것과, 저들의 안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을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더욱 명백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해 들려는 적들의 침략전쟁 연습 광기에 우리 당과 정부의 초강경 보복 의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공세적인 군사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처럼 호전적인 대외 입장 표명을 하는 자리에 어린 딸을 함께 데리고 나옴으로써 한반도와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자이자 세습 독재자인 자신의 모습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인과 딸까지 데리고 ICBM 발사 현장을 참관함으로써 북한의 핵 무력 강화가 체제의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강조하고, 여기에 김정은이 가족까지 내세울 정도로 명운을 걸고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이다. 엄마 리설주 빼닮은 얼굴에 판박이 헤어스타일 한 차례 반짝 등장으로 끝날 것으로 보였던 김정은의 딸 띄우기는 열흘도 되지 않아 다시 이어졌다. 김정은이 화성-17형 시험발사에 기여한 군인, 과학·기술자, 군수공장 노동자 등과 기념촬영을 한 사실을 조선중앙통신이 11월 27일 보도했는데 여기에도 같은 달 18일 나왔던 딸을 재차 동행한 것이다. 중앙통신이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북한 매체의 보도가 통상 김정은의 행사 이튿날 보도된다는 점에서 기념촬영은 26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18일에 단행된 화성포-17형 시험발사에서 커다란 공헌을 세운 붉은기중대 전투원들과 국방과학연구기관의 일꾼(간부)들과 과학자, 기술자들, 군수공장 노동계급들을 만나시고 역사에 길이 남을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셨다”고 관련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서 딸에 대한 존칭이 더욱 각별해졌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의 행사 참석을 전하면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밝혔다. ‘사랑하는 자제’에서 ‘존귀하신 자제’로 격상된 표현을 동원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딸을 동행하는 횟수를 늘릴 것이란 대북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왔고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무엇보다 엄마인 리설주와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을 비슷하게 하고 나온 데다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등 핵심 간부들이 허리 숙여 인사를 하는데도 김정은의 딸은 꼿꼿하게 선 채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어린 나이지만 김정은·김여정처럼 이른바 김 씨 일가를 지칭하는 ‘백두혈통’으로서 예우받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김정은의 딸과 관련한 사안은 국회 정보위에서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등장한 아이는 둘째 딸 ‘김주애’로 파악됐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11월 22일 정보위에서 이런 사실을 해당 위원들에게 알렸고 정보위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북한 ICBM 발사 때 김정은과 같이 온 딸은 둘째 김주애로 판단하고 있다고 국정원이 확인해 줬다”고 전했다. 9일 만에 파격적인 변신...왜 달라졌나 김정은의 딸 주애의 등장에는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첫 번째 등장과 두 번째 사이에 벌어진 변화다. 11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뤄진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처음 등장한 김주애는 아빠 김정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격납고의 이동식발사차량에 실린 미사일 동체를 둘러보고 발사 준비를 마친 미사일을 배경으로 활주로에서 도란도란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 또래 여느 아이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흰색 외투 차림에 빨간색 구두를 신은 모습도 그랬다. 그렇지만 1주일여 만에 관영 매체에 다시 등장한 김주애는 확 달라진 모습과 이미지를 드러내 보였다. 검은색 코트에 어른스러운 헤어스타일까지 선보이면서 완전히 변신했다. 이전과 달리 엄마 리설주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빠 옆에 홀로서기를 한 것이다. 화성-17형 발사에 기여했다는 군인, 과학·기술자 등과 기념촬영을 하는 자리에 김주애는 맨 앞줄에 섰다. 눈길을 끈 건 김주애가 엄마인 리설주를 빼닮은 모습이다.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 같은 분위기도 드러난다. 이를 두고 18일 미사일 발사 때는 ‘괴물 ICBM’과 김정은의 도발적 행동에 쏠린 부정적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지만, 이후 등장 때는 김정은의 딸로서 이른바 ‘백두혈통’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의 호칭에 변화가 생긴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대북 정보 관계자들과 전문가 그룹은 말한다. 첫 등장 사실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기사에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재차 등장한 소식을 전한 27일자 보도에서는 ‘존귀하신 자제분’이란 수식어를 동원해 격상했다. 이런 식의 표현은 북한 매체에서 좀체 접하기 힘든 극존칭으로 주로 김 씨 일가에게만 쓰여 왔다. 김주애에 대한 이런 극진한 수사는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에 대한 보도와도 차별화된다. 첫 등장 보도 때 김주애에게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표현한 데 비해 리설주에게는 ‘녀사(여사)’란 말을 쓰는 데 그쳤다. ‘여사님’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고 다른 어떤 수식어도 없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비록 모녀지간이지만 김주애는 김 씨 일가의 혈통이고 리설주는 아니라는 점에서 선을 분명하게 긋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img4 트럼프 딸 이방카에서 힌트 얻었나 김정은이 딸을 전격 공개하기 약 두 달 전 해프닝도 있었다. 2022년 9월 8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기념일 축하공연에 등장한 10살 안팎의 여자 아이를 두고 “김정은의 딸”이란 외신 보도가 나온 것이다. 국내 언론도 이를 떠들썩하게 보도했고, 결국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밝힘으로써 불씨가 꺼졌다. 지금 시점에서 이를 반추해 보면 두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첫째는 북한이 김정은의 딸 주애를 등장시키기에 앞서 고도의 각본을 짜 분위기를 떠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 TV에 집중 조명을 받는 여자 아이를 등장시켜 외신 반응 등을 지켜본 뒤 엄청난 관심이 쏠리는 걸 보고 ‘등판 가능’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는 우연히 북한 TV가 주목한 아이 때문에 큰 소동이 벌어지는 걸 보고 김주애의 등장이 세간의 관심을 쏠리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점을 착안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사안을 노동당의 선전선동 간부들이 결정할 수는 없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힌트를 얻어 제기했을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과 백악관을 탐구하던 중 딸 이방카의 역할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4대 세습을 염두에 두고 김주애를 공개 석상에 등장시켰을까 하는 점을 두고는 전문가 그룹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세습 가능성을 점치는 쪽에서는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때와 달리 공개적인 스타일로 가족문제나 통치 행보에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 결혼한 부인은 물론 이런저런 설이 나돌던 여성들에게 은둔의 삶을 강요했던 선대와 달리, 김정은의 경우 2012년 집권 직후부터 부인 리설주를 공개 석상에 등장시켰고 관영 매체를 통해 ‘부인 리설주’임을 드러냈다.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기 은밀하게 이뤄졌던 후계구도와 관련한 밑그림 그리기를 김정은은 비교적 일찍,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란 얘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도 8살 때부터 후계 수업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39살인 김정은 위원장이 벌써 후계구도를 그리기에는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박사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핵과 미사일로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강화되고 엘리트와 주민의 체제 이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권력 강화가 필요할 수 있다”며 “초보적 차원이라도 후계 문제가 거론되는 건 권력 누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어린 자녀들을 권력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여동생인 김여정(노동당 부부장)을 권력승계의 징검다리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호열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명예교수는 “4대 세습에 앞서 김여정에게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3.5대 세습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노동당 내에 유사시 김정은의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인 정황이 드러난다. 김정은이 둘째 딸을 데리고 나와 화제몰이를 했지만 이를 후계구도와 연결해 보는 것은 무리라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건강 문제 등 중대한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면 아직 불혹에 이르지도 못한 김정은의 후계 문제가 공론화되기에는 시기상조란 얘기다. 다른 아들·딸은 어떻게 되나 한미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후계자 시절인 2009년 리설주와 결혼해 1남 2녀를 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주애의 경우 둘째 딸이란 얘기다. 대북 정보 당국이 김정은의 자녀를 이처럼 비교적 소상히 파악할 수 있는 건 리설주가 일찌감치 공개 석상에 등장하면서 임신한 모습을 보였고, 출산을 위해 일정 기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등의 동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전미농구협회(NBA) 출신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 “리설주가 딸 얘기만 하더라”면서 신상을 구체적으로 알린 것도 도움이 됐다. 둘째 딸은 주애(珠愛)로 김정은이 ‘설주(부인 리설주)를 사랑한다’는 의미로 작명한 것이란 설명까지 보탰다. 김정은과 리설주의 자녀는 2010년과 2013년, 2017년생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주애가 둘째로 2013년생이니 첫째 딸은 2010년, 아들은 2017년생으로 보면 된다. 김정은이 왜 더 장성한 첫째 딸이나 아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첫째의 경우 이미 해외유학 중이거나 장애 등으로 인해 공개 석상에 내세우지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또 이번에 공개된 주애 말고 다른 자녀를 진짜 후계자로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권력의 후계자로 육성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고, 김정은의 경우처럼 해외유학(김정은은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을 할 수도 있어 노출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을 것이란 측면에서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1월호

南·北·美, 조건없이 대화 시작하자

김정은 딸·부인까지 ‘화성-17형’ 발사 현장 참관 2023년 새해 벽두 7차 핵실험 여부 초미 관심사 조건없이 만나 신뢰 구축, 군축 협상 단계별 접근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2023년 새해 벽두부터 외교안보 분야의 최대 현안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다. 김정은 북한 정권은 2022년 11월 18일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했다. 고각 발사를 했으며 일단 정상 비행을 한 것으로 분석돼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화성-17형은 사거리가 1만5000km로 추정돼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전역 어디든 때릴 수 있는 전략핵무기다. 북한은 2022년 1월 핵실험·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전격 선언한 바 있다. 이어 4.25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기념 대규모 군사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핵무기 선제 사용’을 선언했다. 9월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에서는 핵 선제 공격을 명문화한 핵무력 법제화를 했다. 북한은 2022년 신형 ICBM과 준장거리,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신형 전술유도무기,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을 동원해 무려 40차례에 걸친 도발과 무력시위를 했다.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2월 7일 기준 25차례 무력시위를 벌였다. 한·미·중·일 정상 자제 요구에도 ‘화성-17형’ 발사 앞으로 북한의 예상되는 무력시위는 신형 SLBM 발사, 신형 3000t급 잠수함이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이다. 핵잠수함은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로 핵심 부품과 장비를 구하기 힘들어 단시간 내에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7년 9월 4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5년 여 만에 7차 핵실험을 재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미·중·일 정상들은 2022년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연쇄회담을 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과 향후 도발을 막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론을 한·미·일이 강력 요청했지만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한·미·일을 비롯해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까지 나서 북한의 핵무력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보란 듯이 9살짜리 둘째 딸 김주애와 부인 리설주까지 화성-17형 발사를 동반 참관하는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화성-17형 시험발사와 관련해 “적들이 핵 타격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 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北 정치적·전략적 로드맵 따라 7차 핵실험” 박원곤 이화여대(북한학과) 교수는 북핵 해법과 관련한 중국 역할론에 대해 “큰 틀에서 보면 그동안 중국의 행태를 봤을 때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적극 나서 막거나 핵실험 이후 유엔 추가 제재에 동의할 가능성은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고 관측했다. 박 교수는 “최근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나 중국이 나선다고 해서 막기는 쉽지 않고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북한 7차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은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만 필요하냐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보통 6차례 핵실험을 하면 핵무기는 다 완성된다”면서 “전술핵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하지만 북한 자신들의 계획 속에 있는 것이지, 핵실험을 전체 국면을 위해서 또는 미국을 향해서 하나의 수단으로만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중국 역할론에 대해 “미·중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에도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움직이지 못했지만 지금도 연결망이 다 끊어져 버렸다”고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이 1월 8일이고,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이 2월 16일”이라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정치적 기념일이나 그 전에 해서 내부적으로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김 위원장의 최대 성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 7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실효성에 대해 정 센터장은 “북한은 미국이 핵무기로 공격을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미국이 전략자산들을 전개한다고 해서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자신들이 정해 놓은 일정표에 따라 전술핵무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소형화·경량화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시기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은 핵무기와 각종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데 있어 큰 그림 속에서 전략적 틀을 갖고 전략적 로드맵하에 하나하나 진행해 나간다”면서 “미국에 대한 핵억제가 안 되면 체제 보장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 전 교수는 “김 위원장이 정치적·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핵실험과 무기체계 개발을 할 것”이라면서 “소형 핵실험을 하거나 초대형 핵실험까지 연속으로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형 ICBM ‘화성-17형’에 탑재할 대형 단일 핵탄두와 다탄두용 핵 소형화 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날짜를 특정하는 것은 무리지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이유들은 너무 많다”고 진단했다. 북한 정권이 두려워하는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김 전 원장은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한다고 해서 북한이 밀려서 핵실험할 것을 안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美 ‘전략자산’ 아닌 ‘전략적인 손’ 내밀었으면 사실상 북한의 7차 핵실험 재개를 막을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제재할 뾰족한 방안도 현재 없어 보인다. 아무리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전방위 경제제재를 강화해도 북한은 자신들의 정해진 목표인 ‘핵보유 지위국 확보’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쉽사리 군사적 대결 구도를 접고 한·미와 대화나 협상에 나설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군사적 갈등과 충돌로 남·북·미 간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미가 아무리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도 북한은 핵무력 시위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이 아무리 핵무력 시위로 대응해도 한·미는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계속 증강하고 상시 배치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압박으로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지금은 남·북·미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자존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북한보다는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한·미가 먼저 과감하게 대화의 손을 내밀어 봤으면 한다. 지금처럼 북한이 군사적으로 나온다고 똑같이 군사적으로 전방위 압박을 하고 대응한다고 해서 북한이 굴복하거나 대화에 나올 것 같지 않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대화를 하기 위한 강력한 압박 수단인 ICBM까지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젠 남은 것은 7차 핵실험 카드뿐이다. 전술핵운용부대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전술유도탄, 방사포, 포병 사격 등은 저강도 무력시위로 읽힌다. 특히 지금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북한에 과감하게 손을 먼저 내밀어 봤으면 한다. 미국도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만큼 했고, 북한도 반발해 보여줄 것은 거의 다 보여줬다. 미국이 북한에 ‘전략자산’을 내밀 것이 아니라 이젠 대화를 위한 ‘전략적인 손’을 내밀었으면 한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정통적인 민주당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을 계속 고집할수록 북한의 핵무력과 전략무기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주게 된다. 지금은 ‘호미로 막을 일을 포클레인으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처음부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걸게 되면 대화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 이미 수없이 경험했다. 최종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지만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해서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로드맵으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먼저 1단계는 조건 없이 남북, 북미가 만나야 한다. 1단계 목표는 비핵화가 아니라 만나는 것이 돼야 한다. 처음부터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만나자고 하면 북한은 결코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2단계는 신뢰 구축이 목표가 돼야 한다. 3단계는 북한이 핵무력을 더 이상 확산하거나 확대하지 않는 군축 협상이 목표가 돼야 한다. 단계마다 실현가능 목표 설정...당장 ‘대화 시작’ 남·북·미 간에 서로 만나서 신뢰가 쌓여야만 적절한 수준에서 군축 협상을 하고 비핵화 수순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미가 ‘북한이 비핵화하면 도와주겠다’고 전제조건을 달면서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비핵화하는 순간 미국에 대한 핵 억제력을 잃어 리비아처럼 김정은 정권이 붕괴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만남보다는 당장 대화를 위한 만남을 시작해야 한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하는 동안 핵탄두를 탑재해 미 본토를 언제 어디서든지 타격할 수 있는 신형 화성-17형 ICBM 발사시험에 성공했다.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신형 ICBM을 보고 미국은 적지 않게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단계마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남·북·미가 당장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군사적 충돌보단 이젠 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뤄 나가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핵심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이 무엇인지 우리 국민은 물론 북한,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대북 정책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며 실효적인 대북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도 잘 알고 북한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진다. ‘담대한 구상’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가 있어야 정부도 대북 정책에 힘을 받고 북한도 호응해 오기 용이하다. 처음부터 비핵화 로드맵을 갖고 나오라고 하면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 지금은 북한이 핵무력을 갖고 있고 실제 사용 단계까지 와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이 핵무력이 없을 때 해왔던 대응 방안을 한·미가 계속해 나가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남·북·미 간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대화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필요하다. 조건 없이 서로 만나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 북한도 조건 없이 나와야 한다. 일단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좋은 해법이 나올 것이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1월호

'장바구니 체감물가'와의 큰 괴리…"자가주거비 포함해야"

식용유 55.6% 올라도...물가상승률은 6.3% 불과 美 8월 예측 8.1% vs 실제 8.3%...3대 뉴욕지수 폭락 “자가주거비 포함 시 소비자물가 1.6%p 상승” | 홍석희 기자 hong90@newspim.com ‘물가, 당분간 안 내려간다’...멀어진 10월 물가정점론 지난 2021년 말부터 시작된 ‘고물가 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물류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고물가가 1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고물가는 서민 생활에 불안정을 가져오고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주된 리스크로 꼽힌다. 여기에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세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6.3%↑...식용유는 55.6% 상승 2022년 초부터 물가 상승 압력이 극심해지면서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생활물가,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 상승률은 7.9%로 이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현장에서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고물가 충격은 더욱 컸다는 의미다. 당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식용유 55.6% △밀가루 36.4% △국수 32.9% △부침가루 31.6% △소금 27.9% △설탕 18.4% △물엿 17.2% △김치 15% 등 가공식품 상승률이 일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이처럼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과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괴리가 지나치게 커지면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17일 진행된 통계청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한훈 통계청장에게 “생활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한참 웃도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 서민들의 체감지수와의 괴리가 너무 커지고 있다”며 “정책 당국으로 하여금 서민들의 고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폭에 ‘패닉’ 온 美 주식 소비자물가지수가 실제 물가 상승 압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시장에 이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 행진이 계속되던 지난해 9월 미국 금융시장에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이 다소 감소하리란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실제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3%를 기록하며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치인 8.1%보다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우리란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3대 뉴욕증시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당시 다우존스 지수는 1276.37p(-3.94%) 하락한 3만1104.97로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177.72p(-4.32%) 내린 3932.69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32.84p(-5.16%) 급락해 1만1633.57에 거래를 종료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에 1200p 넘게 떨어진 것은 2년 만에 처음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높다는 것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압력이 시장에 계속 가해지리란 의미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준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 특히 소비자물가지수와 같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지표는 실제 경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가주거비 등 포함하면 소비자물가 8% 웃돌 것” ‘통계는 정확성·시의성·일관성 및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작성되어야 한다.’ (통계법 2조 2항) 통계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집계되는 어떤 통계든 정확성과 시의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자가주거비 제외’를 이유로 실제 물가상승 압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측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7%로 우리보다 2%p 높았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추이도 마찬가지다. 평균적으로 미국의 물가지수가 3.3%p 높았다. 이런 차이로 인해 마치 우리 정부가 미국에 비해 물가상승률 관리 측면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미국보다 낮은 이유는 실제 물건 가격이 적게 오른 것이 아니라 양국의 물가지수 산정 방법의 차이 때문이란 연구 결과가 지난해 6월 발표됐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통계의 잠재적 괴리 요인’이란 논문에서 “자가주거비를 중심으로 실제 물가 상승 압력과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에 괴리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즉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기준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면 물가 상승률이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자가주거비란 자택을 소유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자가가 아닌 임차 주택에 거주할 경우 월세·전세 형식으로 주거를 위한 비용이 측정되는 반면 자가 소유의 경우에 실제 지출되는 비용을 명시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현재 OECD 38개국 중 미국·일본 등 20개국은 자가주거비를 추정해서 물가지수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월세 비용만 포함되고 자가주거비는 제외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8%로 32%인 미국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장 교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 비중을 포함하고 집값, 전월셋값 상승을 반영해 물가 상승률을 다시 계산하면 공식 지표 대비 인플레이션율이 약 1.62%p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정부의 전기·가스·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억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자가주거비를 포함하고 공공기관의 요금을 정상화하게 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식 통계보다 높은 8%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물가지수, 경제정책에 막대한 영향...“재정비해야” 현행 소비자물가지수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의 사회보장수혜금과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등 총 46개 법안의 금액을 산정할 때 기초자료로 이용된다.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해 소비자물가지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통계청은 매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때 ‘자가주거비포함지수’란 보조지표를 함께 발표하고 있으나 이런 보조지표는 정책 혹은 각종 법안과 직접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주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한훈 통계청장에게 “우린 (자가주거비를) 보조지표로 쓰고 있다. 그런데 의식주 중에 제일 부담 가는 게 주거비”라며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부분이 제가 보기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한 청장은 “저희도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2025년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기준) 개편 때 반영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조지표는 아무래도 활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지표로 전환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가중치는 2020년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2025년에 변경될 예정이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1월호

[돌아온 배드파더스] "양육비 미지급 처벌규정 생겼지만..."

“위장전입하면 그만...현행 감치명령 의미 없어” 출국금지 기간 종료...다시 절차와의 싸움 “가벼운 처벌로 끝나면 어쩌나...형사고소도 망설여져” | 신정인 기자 allpass@newspim.com 17년. 김모(46) 씨가 남편 A(51) 씨와 이혼한 이후 혼자 견뎌온 시간이다. 김 씨는 5600여 만원의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법적으로 응당 받아야 할 돈이지만 A 씨는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췄다. 김 씨는 A 씨에 대해 형사고소라도 해야 하나 싶지만 고소를 한다 해도 양육비를 받아낼 자신이 없다. “위장전입으로 감치명령 회피...실효성 없어” 현재 가사소송법에선 양육비 이행 명령 후 3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감치명령이 시행되고 있다. 감치명령이란 가사소송법에 따라 30일 안에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채무자를 유치장에 가두는 제도다. 그러나 ‘위장전입’으로 의무를 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위 사례인인 김 씨의 지적이다. 전 남편 A 씨 역시 법원에서 감치명령을 받았으나 위장전입으로 자취를 감추면서 법집행이 무산됐다. 김 씨는 “전 남편이 일찌감치 전 시부모 집으로 위장전입을 해놓았더라”며 “지난 2021년 12월부터 경찰이 해당 주소로 두 차례 방문했지만 ‘아들 여기 안 산다’는 얘기만 듣고 그냥 돌아왔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결국 A 씨에 대한 감치명령은 폐문부재와 수취인 불명을 이유로 송달되지 못했고, 이마저도 6개월이 지나면서 효력이 사라졌다. “출금 등 제재, 양육비 이행 때까지 자동 연장돼야”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내지 않은 경우 운전면허 정지 100일, 출국금지 6개월, 신상 공개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그러나 김 씨는 최근 형사고소를 앞두고 이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발목이 잡혔다. 제조기술자인 A 씨가 해외 파견을 나갈 수 있는 만큼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데 행정상 오류가 생겼기 때문이다. 출국금지서류 제출 기한을 두고 여성가족부와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다르게 안내하면서 최근 서류 제출 시기를 놓치게 됐다. 김 씨는 “양육비를 받을 때까진 자동으로 (출국금지 기한) 연장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직접 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 한다”며 “이행관리원이 서류를 여가부에 제출하고 여가부에서 심의 통과가 진행되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앞으로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해도 (A 씨가) 이미 외국에 나간 이후면 무슨 소용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벼운 처벌, 오히려 면죄부 되기도 김 씨는 지난 2021년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을 믿지 않는다.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처벌이 곧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같은 해 7월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되면서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1년 이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 김 씨는 “여가부에선 초범이기도 하고 강력범죄가 아니라서 집행유예나 100만원 벌금에 그칠 거라고 하더라”며 “처벌만 받고 양육비는 안 낼 가능성이 다분하다. 오히려 면죄부가 되어 버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일사부재리 원칙으로 이중 처벌도 불가능하다. 김 씨는 “만약 이번에 가벼운 처벌로 끝나면 더 이상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없다”며 “결국 다시 돌아가서 감치명령 신청 단계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씨는 현재 여가부에서 매달 20만원씩 한시적 양육비를 받으며 아들과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병원에서 프리랜서 피부관리사로 일하고 있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라 늘 불안하다. 김 씨는 “이혼하면서 새 삶을 살고 싶었는데 양육비 문제가 꼬리표처럼 평생을 따라다닌다”며 “산다기보단 견디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1월호

[돌아온 배드파더스](중) 첫 형사고소…합당한 처벌 나올까

“합당한 처벌 받아야 할 텐데”...고소자들 한숨 “양육비 일부 지급했다고 처벌 면하면 안 돼” | 신정인 기자 allpass@newspim.com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이 형사고소에 나섰다.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된 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조치가 돼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에 대해 실질적인 처벌이 있어야 개정된 법이 실효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모(47) 씨와 박모(47) 씨는 지난해 11월 각각 전 남편과 전 아내를 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민승현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첫 고소 사례인 만큼 엄벌해야 양육비 피해자가 추가로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솜방망이 처벌 그치지 않을까...고소자들 불안 국내 형사고소 1호 양육자인 송 씨는 10년간 양육비 1억2000만원가량을 받지 못했다. 그의 전 남편은 지난해 8월 감치명령을 받았으며, 이후 신상공개와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처분까지 받은 첫 사례다. 현재 전 남편의 주소지가 있는 경기 시흥경찰서로 이관된 그의 사건은 모든 조사를 마치고 자료 검토가 진행 중이다. 송 씨는 그의 남편이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빠져나갈까 불안감을 나타냈다. 그는 “형사고소 기사 나갔을 때 댓글 반응도 그렇고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기 때문에 벌금형이 나오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지금 분위기로는 실형이 나올 것 같지만 (결과는) 어떨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혼율이 높아지는 만큼 양육비 미지급 사건이 점점 많아질 텐데 이번에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양육비 피해자들이 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고소 2호 양육자인 박 씨도 4년째 양육비를 받지 못한 채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박 씨는 전 아내가 고가 외제차인 BMW 차량을 타고 다니면서도 돈이 없다는 핑계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 아내는 위장전입으로 실제 거주지를 숨기고, 월급을 현금으로 받는 등 재산을 숨겨 양육비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구리경찰서로 이관된 그의 사건은 현재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법리 검토 중이다. 박 씨는 “지난해 11월 27일에 참고인 조사를 받고 왔다”며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할 텐데 걱정된다. 형사처벌 가능성은 반반으로 보는데 사실 가늠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양육비는 민사소송 제기해야 받을 수 있어 전문가들은 이번이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형사처벌하기 위한 첫 사례인 만큼 “양육비 일부 지급으로 처벌을 면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승현 변호사는 “형사처벌이나 감치명령 직전에 겁을 먹고 양육비를 일부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에도 형사처벌이 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민 변호사는 “일부 지급으로 전 배우자가 형사처벌을 면하게 된다면 형사처벌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그런 입장 차이에 있어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최초로 판단을 받는 상황이다 보니 예측하기 어렵다. 최대한 여러 방면으로 수사기관을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양육자들에게 형사처벌은 양육비 청구를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다만 현행법상 형사처벌이 진행된다고 해도 양육비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받을 수 있다. 민 변호사는 “형사와 민사가 별도로 구분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면서도 “대신 돈이 있는데도 안 주고 버틴 사람들의 경우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양육비를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1월호

개정법도 한계 여전 “감치제도 손질 필요”

여성가족부 명단공개 효과 없어 ‘양해들’로 돌아온 배드파더스 감치제도 개선 먼저...‘특별송달’ 필요성 대두 | 신정인 기자 allpass@newspim.com 양육비이행법 개정 1년 여가 지났지만 조치상 한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감치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에 따라 가정법원이 감치명령을 내린 후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는 명단 공개, 출국 금지, 운전면허 정지 등의 제재를 받는다. 그러나 감치명령 문턱이 높다 보니 제재조치까지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재조치를 취한 송모(47) 씨는 “감치명령 단계를 못 건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감치명령을 받아냈다고 해도 그 이후에 제재조치까지 가는 길이 너무 길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감치 절차가 시작된 424건 중 감치성공건수는 9건으로, 나머지는 비양육자 주소 불분명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 이뿐만 아니라 제재조치 시행 기간이 끝나면 재신청을 해야 되는데 이 과정에 긴 시간이 걸린다. 또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송 씨는 “자동으로 연장이 안 되다 보니 양육자가 직접 첫 단계로 돌아가서 다시 신청을 해야 한다”며 “이런 절차들을 밟다 보면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고 전했다. 양육비 미지급 건으로 형사고소를 진행 중인 박모(47) 씨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추후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2년 7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씨는 “양육비 못 받아서 혼자 ‘투잡’, ‘쓰리잡’까지 하면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많다”며 “그런 사람을 위해서라도 선지급제가 시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양육비 문제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닫았던 배드파더스, ‘양해들’로 활동 재개 개정법의 실효성이 제기되면서 문을 닫았던 ‘배드파더스’도 지난해 2월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양해들)’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돌아왔다. 과거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던 사이트로 2018년부터 3년간 활동했다. 이후 지난해 양육비이행법 개정과 여가부의 미지급자 신상공개가 시작되자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구본창 양해들 대표는 “여가부가 신상 공개할 때 얼굴 사진을 빼고 주소도 도로명 주소만 공개하는 등 사실상 효과가 없는 조치를 취했다”며 “(배드파더스가) 운영 중일 때 양육비를 내던 사람들이 사이트 폐쇄 후 다시 양육비를 끊는 일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신상 공개를 하기 전 당사자에게 사전 통보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대부분 양육비를 지급한다”며 “지금은 해결된 사례가 많아서 신상 공개 숫자가 조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배드파더스 때부터 지금까지 해결된 양육비 미지급 건은 1000건이 훌쩍 넘는다. 감치집행 10% 불과...제도 개선 서둘러야 양육비 미지급 해결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감치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전 양육비이행관리원 소속 강효원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감치명령이 나오기까지 워낙 힘들고, 된다고 하더라도 집행이 굉장히 어렵다”며 “실제로 감치 집행이 된 건 한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제재조치 시행에 있어서 감치명령을 선행조건으로 해야 하는 절차를 우선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제재조치 기간과 여가부 재심사 기한 사이에 공백이 생기면 그 허점을 이용해 출국하는 채무자들이 많다”며 “채무자가 양육비를 주기 전까지 제재조치가 자동으로 연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부대표 역시 “제재조치를 삭제하든지 공시송달이 3회 이상 시행되면 무조건 감치명령을 내리는 ‘특별송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감치명령의 선행 조건인 양육비 이행명령 기간이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든 것에 대해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다. 최근 법원의 양육비 이행명령에도 한 달 안에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감치할 수 있는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강 변호사는 “감치 소송 자체 실효성을 높이는 데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제재조치를 가하기 위해서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1월호

김미경 은평구청장 “수색역세권 개발 등 ‘순항’ 4년 준비 지속발전 청사진 완성”

견고한 지지로 민선8기 유일 여성 ‘재선’ 구청장 대규모 재개발 사업 통해 베드타운 탈피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각광, 생활친화적 정책 강화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 | 최상수 사진기자 kilroy023@newspim.com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난히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민선8기 유일한 재선 여성 구청장에 이름을 올렸다. 견고한 지지를 받은 특유의 생활친화적 정책을 기반으로 이번 임기에는 대대적인 지역개발을 예고했다. 수색역세권 개발을 필두로 갈현1구역 등 대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경직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베드타운’의 한계를 극복할 기반을 다진다는 각오다. 미래 세대를 위한 자원순환 프로젝트 등 남다른 청사진으로 구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색역세권 필두로 대규모 개발사업 ‘순항’ 재선에 성공한 김 구청장이 주력하는 1순위 프로젝트는 수색역세권 개발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6호선)과 수색역(경의중앙선) 인근을 제2의 ‘타임스퀘어’로 만들어 낙후된 지역개발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곳에는 호텔과 복합쇼핑몰, 컨벤션 센터, 공연장 및 인근 미디어시티와 연결되는 보행연결통로 등 다양한 인프라가 들어설 예정이다. 민간개발을 통한 대기업 유치 계획도 진행 중이다. 이는 재정자립도가 18%로 여전히 ‘베드타운’에 머물러 있는 은평구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다. 갈현1, 대조1, 불광5 구역 등 2000~4000세대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은평구에는 100여 곳의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신속지원센터’는 이미 출범한 상태다. 전방위 재정비 사업이 수색역세권과 맞물려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김 구청장은 “민선8기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교통인프라 확충이다. 수색역세권이 완성되고 재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GTX-A 개통과의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 새로운 경제와 교통의 중심지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미래...‘자원순환사업’ 눈길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한 ‘자원순환사업’도 눈길을 끈다. 주민이 직접 9가지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해 수거하는 ‘그린모아모아’ 사업은 어느덧 3년째를 맞았다. 현재 16개동 145개 지정장소를 운영해 1회 평균 10톤을 수거한다. 재활용으로 미래를 지키는 프로젝트다. 또 자원순환사업을 보조하는 ‘자원관리사’ 320명을 모집해 운영 중이다. 이들을 유치원 및 초중고에 파견해 어릴 때부터 재활용을 생활화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2019년 시작해 코로나로 잠시 중단했다가 2023년부터 다시 추진한다. 오는 2024년이면 광역자원순환센터(재활용)도 완공된다. 적극적인 주민설명회로 관련 민원은 상당 부분 줄어든 상태. 센터가 완공되면 인천시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비하고 서울 전역의 자원순환 생태계를 확립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 구청장은 “환경, 특히 쓰레기 문제는 현재보다는 후손을 위한 과제다. 분리수거를 잘하고 생활 속에서 재활용을 하는 습관만 잘 들여도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구민들의 자발적 참여율이 높고 의지가 커 지속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등 삶의 질 높여 ‘육아친화적’ 자치구란 명성은 민선8기에도 이어진다. 2020년 8월 전국 최초로 실시한 임산부 및 영유아 가정 전용 서비스 ‘아이맘 택시’는 누적 이용건수 2만4000건을 넘어섰으며 만족도는 94%에 달한다. 올해는 이용자가 병의원 방문 시 동행을 지원하는 ‘친정맘 서비스’도 신규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 6개의 구립어린이집을 추가 개원해 2026년까지 공보육률 50%를 달성하고, 서오릉 인근에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를 구산역 근처로 확대 이전한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유아 및 양육자를 위한 마음건강 돌봄시스템도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구축할 예정이다. 생활친화적 정책으로 재선에 성공한 그는 민선8기가 은평구 발전의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산적한 재정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끊임없이 발굴해 구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다. 김 구청장은 “민선7기에는 코로나 등 어려움 속에서도 구민들의 도움으로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다. 재선에 성공하며 청사진을 완성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10년 뒤 은평이 강남 못지않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1월호

이승로 성북구청장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 ‘명품도시’로 도약 속도전”

장위뉴타운 등 대형 프로젝트 ‘순항’ 주요 대학 다수 보유, 창업생태계 구축 골목상권 살리기 등 지역경제 활성화 총력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 | 황준선 사진기자 hwang@newspim.com 민선7기 ‘현장 구청장’으로 주목받았던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재선 이후 첫 행보로 재개발·재건축 ‘신속추진단’을 설치했다. 자신을 다시 선택한 구민들의 큰 바람 중 하나가 조속한 지역개발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현장을 누비며 ‘청사진’을 그린 그는 민선8기에는 본격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 자신했다. 장위뉴타운 등 대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낙후된 ‘변방’이 아니라 서울을 대표하는 ‘명품도시’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장위뉴타운 ‘순항’,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 성북구는 서울에서 재개발 및 재건축 대상 지역이 가장 많다. 이에 재선과 함께 ‘신속추진단’을 설치했다. 정비사업뿐 아니라 관련 부서가 모두 참여해 도시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콘트롤타워’다. 규제완화 흐름에 맞춰 낙후된 지역을 빠르게 재정비하기 위함이다. 길음뉴타운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장위뉴타운도 순항 중이다. 1, 2, 5, 7구역은 입주가 완료됐고 4, 6, 10구역은 철거 또는 착공에 돌입했다. 11, 13 구역 등 주민 간 갈등이 있었던 일부 구역도 다양한 정비사업의 등장으로 해법을 찾고 있어 ‘미니 신도시’ 구축 기대감이 높다. 여기에 2020년부터 시행한 재개발 공모사업에 5개 지역이 후보지로 선정되고 100여 개의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등 곳곳에서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강남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부동산 심리를 반영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성공적인 도시개발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이 구청장은 “장위뉴타운은 시의원 시절부터 관심을 가진 곳이다. 교육시설을 많이 유치해 부모들이 아이들 학업 때문에 성북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개발사업은 합의된 주민 의사를 바탕으로 빠르게 추진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품도시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교통인프라 확대, 창업생태계도 구축 개발사업과 함께 교통인프라 확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26년 완공 예정인 동북선 경전철은 16개 역 중 6곳이 성북구에 포함돼 있어 4호선 혼잡도가 200%에 달하는 열악한 환경을 상당 부분 해소할 전망이다. 장위뉴타운 완성 이후 오히려 교통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개발은 주요 대학을 다수 보유한 지역 특성과 맞물려 청년창업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4호선 길음역 인근 삼양로가 대표적이다. 불법유해업소가 밀집했던 이곳은 재정비사업 이후 청년창업거리로 탈바꿈했다. 현재 6곳에 청년창업가게가 운영 중이며 7호점 개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스타트업지원센터, 4차산업지원센터 등 창업지원시설도 빠르게 확충했다. 무엇보다 피하고 싶은 거리가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주도하는, 주민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이 구청장은 “성북구에는 대학만 8개가 있고 뛰어난 청년 인재들이 많다. 창업인프라 확장뿐 아니라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도 늘리고 있다. 상업시설이 부족한 지역적 한계는 창업과 예술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상품권 지속 확대, ‘명품도시’ 도약 속도 코로나에 이어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 가운데 성북사랑상품권 발행을 늘려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성북구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186억원, 590억원 규모의 상품권을 발행해 큰 효과를 봤다. 2022년엔 390억원을 이미 발행했고 110억원을 추가한다. 정부 지원 삭감으로 2023년에는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양의 상품권을 발행한다는 각오다. 민선7기 ‘현장 구청장’으로 주목받았던 이 구청장은 이번 임기에도 사무실이 아닌 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 4년간 청사진을 그렸다면 민선8기에는 주요 사업들의 중단 없는 추진과 확장으로 본격적인 지역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많다는 건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성북구는 낙후된 과거 이미지를 벗고 삶의 질이 높은 ‘명품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마음가짐으로 성북의 변화를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3년 01월호

정원오 성동구청장 “왕십리 비즈니스타운 구체화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자신”

‘2040 성동 도시발전기본계획’ 추진 왕십리 등에 맞춤형 ‘특화타운’ 조성 민선8기 유일 3선,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정권교체 바람이 거셌던 지난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15%p 격차로 누르며 민선8기 중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다. 앞선 8년 동안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불리는 등 눈부신 지역발전을 견인한 성과가 압도적인 지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마지막 임기에 맞춰 중장기 발전계획을 추진 중인 그는 ‘왕십리 글로벌 비즈니스 타운’ 조성 등 후속 프로젝트 추진에 여념이 없다.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며 총선 차출과 차기 서울시장 도전 등 벌써부터 거론되는 거취에 “지금은 성동 발전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초고층 왕십리 글로벌 비즈니스 타운 만든다 3선에 성공하며 2022년 5월 발표한 ‘2040 도시발전기본계획’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용역에 착수해 다양한 사업방안을 검토하고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경제, 행정, 문화 교육 등 4대 축을 중심으로 특성별 ‘특화타운’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핵심은 ‘왕십리 글로벌 비즈니스 타운’이다. 현재 구청 등 관공서가 밀집한 역세권 상업지구 부지에 50층 복합개발을 진행해 글로벌 대기업 본사와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창업지원시설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재정자립도 제고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또한 금호·옥수(주거), 마장(교통), 송정·용답(환경)·성수(일자리) 등 지역별 특성을 살린 맞춤형 발전계획도 수립했다. 자신의 임기가 끝난 후 누가 구청장이 되더라도 향후 20년은 거뜬할 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각오다. 정 구청장은 “기본계획 수립에만 4년 넘게 걸렸다. 아직 성동에는 인구보다 일자리가 적다. 왕십리역 일대에 비즈니스 타운이 만들어지고 대기업 유치에 성공하면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2년 안에 구체적인 준비를 모두 끝내고 본격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삼표 성수공장 부지에 새 랜드마크 구축 오랜 숙원사업인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부지 개발사업은 2022년 11월 공장 철거가 완료되며 구체화되고 있다. 이곳에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세우자는 취지에는 성동구와 서울시 모두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첨단문화복합시설’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개발은 기업이 서울시에 특정 시설물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최소 1년간은 사전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지만 문화 관련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정 구청장은 “어떤 시설을 유치할지에 대한 결정권은 시가 가지고 있다. 공장 부지가 시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오 시장의 도움이 컸다. 구민들이 원하는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최초로 ‘스마트쉼터’를 도입한 선도 자치구답게 ‘스마트 빗물받이’와 ‘스마트 흡연부스’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빗물받이는 잇단 도심 침수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스마트 기술을 접목할 경우 피해 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자치 강화 필요, 성동 발전에 집중 ‘최고참’ 구청장이자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상임대표의 입장에서 자치분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방자치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행정권한뿐 아니라 재정비율의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구청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비율은 7:3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진국은 5:5, 경우에 따라서는 지방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급격한 확대가 어렵다면 10년 후 6:4 정도를 목표로 잡고 단계적으로 늘리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지방재정이 충분해야 풀뿌리 행정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현역 구청장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큰 그림’을 위한 총선 차출 가능성과 함께 차기 서울시장 도전에 대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 구청장은 “행정은 ‘정성’이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충 해도 되는 일은 없다. 모든 일이 다 중요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자리가 구청장이다. 감동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 정성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동의 발전을 위해 시작한 길이 3선이라는 감사함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서는 생각할 시점이 아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2월호

암호화폐 해킹, 김정은 돈줄로...北핵·미사일 개발로 흘러 들어간다

美 재무부, 북한 해킹자금 돈세탁에 제재 위폐·마약 막히자 암호화폐 새 돈줄로 촘촘한 제재 불구 불법행위 기승 부릴 듯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미국이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을 정조준해 대북 제재와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북한 연루 해커 조직에 대한 추적과 관련자 처벌은 물론 자금세탁이나 편의를 봐준 기업·단체 등에까지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함으로써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지난 11월 8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관련된 물품 조달에 관여한 인사들과 함께 암호화폐 해킹 등 사이버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 개인과 기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린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다. OFAC은 북한 연계 해킹조직에게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 대상으로 공개했다. 믹싱은 암호화폐를 여러 차례에 걸쳐 쪼개거나 송금 절차를 거듭해 자금 추적이 어렵도록 만드는 일종의 돈세탁 수법이다. 이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돈의 흐름이나 사용처, 실질적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미국이 이런 조치에 나선 건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이 점차 대담해지는 데다 금액도 천문학적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지난 3월 4억5500만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해킹한 뒤 세탁하는 과정에 토네이도 캐시를 활용한 사실을 포착했다고 한다. 지난 6월 블록체인 기업인 ‘하모니’가 탈취당한 암호화폐 가운데 9600만달러, 지난 8월 ‘노매드’가 털린 암호화폐 중 780만달러의 세탁에도 토네이도 캐시가 사용된 것으로 재무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에 단속과 제재의 채찍을 휘두르는 건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양성한 해커들을 동원해 조직적인 암호화폐 털기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이나 국제 금융업계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손쉽게 약탈한 암호화폐를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를 차단하는 데 전력투구할 기세다. 제재 방안을 발표하면서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담당 차관이 “이번에 시행된 대북 제재는 북한의 무기 개발에 있어 두 개의 핵심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의 사이버 범죄 등 불법행위를 저지하는 것과 함께 WMD 개발을 위한 돈줄 차단에 일련의 대북 제재 조치가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암호화폐 해킹 60%가 북한 또는 연계조직 소행” 사실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은 김정은 정권의 새 돈줄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의 노력이나 고심도 상당 기간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북한 해커 집단에 의해 빼돌려진 암호화폐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든든한 돈줄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대북 제재 발표에 맞춰 한국 외교부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북한 암호화폐 관련 독자 제재조치 발표 내용을 사전에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공유받는 등 긴밀히 협력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북 부처와 한·미 전문가그룹 등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암호화폐 탈취를 통해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점에서 정확한 통계는 잡기 어렵지만 미 정부와 국제 전문기관들은 나름대로의 근거 자료를 제시하면서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에 대한 경고를 계속 보내 왔다. 미 국토안보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이 지난 10월 18일 “북한이 과거 2년에 걸쳐 약 10억달러가 넘는 암호화폐와 일반화폐를 탈취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자금을 투입했다”고 밝힌 건 대표적인 경우다. 미 재무부의 대북 제재 관련 부서 등이 총동원돼 북한의 국제금융망에 대한 불법적 접근이나 해킹 시도 행위를 파악해 왔으며 상당히 의미 있는 수준의 적발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미국의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업체인 체이널리시스는 지난 8월 “올 들어 발생한 암호화폐 탈취 사건의 60% 정도가 북한 또는 그들과 연계된 해커 집단의 소행”이라고 추정했다. 이 업체는 북한이 올 들어서만 해킹으로 10억달러를 챙겼다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은 국제 암호화폐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불법적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원 등 우리 관계당국이 1조7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북한 암호화폐 해킹 사례를 파악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다양한 수치가 제기되고 있고,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0억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북한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3809만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엄청난 자금줄이 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북 제재망이 촘촘해지면서 달러벌이 채널이 막혀버린 북한으로서는 뜻밖의 돈줄을 손쉽게 거머쥐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과거 중동 등에 미사일과 무기를 팔아 챙기던 돈보다 많은 액수란 점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무기 밀매를 중단시키기 위한 북·미 간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 외무성은 연간 수익이 5억달러 정도라며 무기 수출 중단을 대가로 이를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기관 혼란 조성→자금 탈취로 해킹 목적 바뀌어 국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해킹을 시도하기에 앞서 북한은 서울의 관련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2017년 6월 당시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빗썸에서 일어난 회원 3만6000여 명의 개인정보 탈취 사건, 같은 해 4월과 9월 거래소 야피존과 코인이즈의 가상화폐 절취 사건을 북한 해커 집단이 저지른 것으로 국가정보원 수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비트코인을 빼돌리기 위해 미인계까지 동원하는 등 북한은 치밀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춘 가상의 여성을 설정해 사진과 함께 이력서와 입사지원서를 만들어 암호화폐거래소나 관련 업체에 취업을 희망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런 제안에 끌려 해킹을 당하거나 관련 정보를 털린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정보당국 전직 인사는 귀띔했다. 지난 2019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측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업비트를 공격한 북한 해커들은 570억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빼내갔고, 빗썸도 2017년부터 3년간에 걸쳐 1000억원 가까운 암호화폐를 털렸다고 한다. 대북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이 암호화폐 해킹을 통해 돈맛을 봤기 때문에 이를 끊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정밀 위조 달러인 슈퍼노트와 무기 판매, 마약·가짜담배 등으로 외화벌이에 나섰다. 아프리카에서 외교관들이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상아를 밀수출하는 등의 문제로 국제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미 재무부가 북한의 범죄행위에 대응해 감시망을 강화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촘촘히 하면서 한계에 도달했다. 그러자 대규모 해커부대를 만들어 암호화폐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우리 공공기관의 정보 탈취나 금융전산망 혼란 야기를 위해 벌이던 북한의 해킹이 돈벌이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암호화폐 탈취 위해 랜섬웨어 유포 뒤 ‘몸값’ 요구도 그런데 이게 북한에 뜻밖의 수익을 안겨줬다. 정권 차원에서 양성한 우수 해킹 인력을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국제 금융망이나 암호화폐 시장은 상당 기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북한이 암호화폐 해킹을 통해 최대 2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는 대책 마련에 부심해야 했다. 북한이 어떻게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이를 현금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미 재무부 등의 추적 감시가 이뤄졌고, 전문가 그룹과 언론 등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무엇보다 대북 감시망이 상당히 꼼꼼하게 가동되는 상황에서 이를 회피해 암호화폐를 탈취한 뒤 환전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 관심이 집중됐다. 북한이 동원한 가장 대표적인 수법은 몇몇 종류의 암호화폐를 서로 여러 차례 맞바꿔 추적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앞서 미 재무부의 대북 제재에서 지목된 북한의 대표적 해킹 그룹으로 알려진 라자루스는 탈취한 암호화폐에 대한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블록체인 서비스의 일종인 ‘호라이즌브리지’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라이즌브리지는 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암호화폐를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상 화폐와 맞바꾸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같은 ‘블록체인 다리’를 활용해 꼬리표를 떼버리는 것이다. 일종의 물타기 수법을 활용해 추적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 프로그램인 토네이도 캐시는 북한이 해킹한 암호화폐를 다른 사람들이 보유한 것과 섞은 후 재분배하는 믹서(mixer)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암호화폐의 경로 추적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해진다. 미국이 제재 리스트에까지 올린 건 토네이도 캐시의 수법이나 가담 정도가 심각하다는 걸 의미한다. 암호화폐를 탈취하기 위해 랜섬웨어를 유포한 뒤 ‘몸값’을 요구하는 과감한 수법도 쓰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법무부는 북한 해커로 추정되는 세력이 병원 두 곳을 공격해 탈취해간 5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회수해 돌려줬다. 북한 해커들은 캔자스주 병원의 서버와 파일을 암호화한 뒤 이를 풀기 위한 송금을 요구했고, 시스템에 접속 못한 채 1주일을 버티던 병원은 결국 10만달러를 비트코인으로 지급한 뒤 서버와 장비를 복구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국제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해 비트코인 외에 다른 암호화폐 쪽으로 대상을 다변화하고 있는 정황도 드러난다. 지난 9월 미 사이버보안 기업 코펜스의 공동창업자 아론 히그비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 가운데 58%는 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암호화폐였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북한이 빼내 간 암호화폐의 100%가 비트코인이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했고 이더리움이 58%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가성비 뛰어난 암호화폐 해킹 범죄 끊기 어려워 이처럼 북한이 암호화폐 해킹에 집착하는 건 무엇보다 투입 대비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평양 미림대학 등 해커 양성조직을 통해 길러낸 수천 명의 인력을 투입해 정권 차원에서 해킹을 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엄청난 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무기 밀매나 가짜 담배 생산, 위조 달러인 슈퍼노트로 얻을 수 있었던 외화보다 더 많은 돈을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추적당하거나 발각될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다. 더욱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을 주 무대로 해킹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은 평양 등 북한 지역에서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추적도 피하기 어렵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북한은 절대 중·러를 상대로 해킹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제대로 단속에 나서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중국이 의지를 갖고 단속에 나선다면 북한 해킹 세력이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다 진화하는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과 현금화 수법에 대응할 제재나 추적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북한의 해킹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img4 핵·미사일 도발 지속되는 한 해킹 이어질 가능성 가장 우려되는 건 북한이 불법적으로 해킹해 환전한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흘러 들어간다는 점이다. 최근 일련의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고 이를 상당 부분 암호화폐 해킹 등으로 획득한 달러로 충당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월 2일 하루에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 비용으로 7000만달러(약 993억4000만원)를 지출했을 것으로 추산해 관심을 끌었다. 중거리 미사일의 경우 한 발에 1000만~1500만달러, 단거리 미사일은 200만~300만달러가 든다는 게 베넷 박사의 주장이다.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돈줄 차단을 위해 금융전산망을 감시하고 암호화폐 세탁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수법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데다 갈수록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 지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지만 중·러 등의 협력까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거래 루트가 불투명한 일부 개발도상국의 비공식 시장 등이 북한 환전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점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핵과 미사일에 올인해 온 김정은 체제가 경제난 속에서 도발 행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불법 또는 비합법적인 돈줄이 필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허점을 노린 북한의 해킹과 암호화폐 탈취는 상당 기간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2월호

①눈물로 써내려 간 '돌봄'...가난도 고독도 '대물림'

생계와 육아 홀로 책임, 돌봄지원책 강화돼야 한부모 스트레스에 아이들도 부정적 영향 노출 전문가 “탄력근무제 지원 등 제도적 장치 필요”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 | 채명준 기자 Mrnobody@newspim.com 편집자 註: 한부모의 자립과 지원을 위한 특별법(한부모가족지원법)이 만들어진 지 15년이 지났다. 지난 2018년부터는 이들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한 ‘한부모의 날’도 지정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많은 한부모들은 여전히 생계와 육아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현실 속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고된 삶과 낡은 정책 사이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한부모. 우리 곁에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의 현실을 마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서울 모처에서 한부모 3명을 만났다. 상당수의 한부모가 목소리 내는 것을 주저했지만 생계와 육아로 빡빡한 상황에도 ‘바꿀 게 많다’고 자리를 내준 그들이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 이진숙(가명·50대), 오수미(가명·40대) 씨는 “5월도 아닌데 우리를 찾아서 신기했어요”라고 눈을 크게 떴다. 매년 5월 10일은 ‘한부모의 날’. 많은 사람들이 5월만 되면 이들을 급하게 찾았다가 사라진 탓이다. 집중호우 피해로 집이 난리가 났다는 박선영(가명·40대) 씨가 가쁜 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자 묵혔던 이야기가 실처럼 풀려나왔다. 생계에 육아까지 ‘독박’, 공공돌봄 안전망 ‘한계’ “4층 옥탑방에서 아이를 키우며 1층에서 분식집을 했는데 봐줄 사람이 없으니 그냥 방에 아이를 재우고 일을 했어요. 건물이 낡아서 엘리베이터도 없었어요. 그래서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가서 아이가 잘 있는지 보고 내려오곤 했어요. 1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 무릎이 다 상해서 나중에는 중고 유모차를 어렵게 구해 아이를 태우고 주방에서 일했어요.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요.” 당시를 회상하는 선영 씨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이른바 ‘독박육아’, 특히 생계와 함께 해야 하는 돌봄은 한부모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정부가 저출산 해소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취학 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30분이면 운영이 끝난다. 일요일과 공유일은 운영하지 않는다. 생계에 집중해야 하는 한부모 입장에서는 운영시간 외 돌봄이 절실한 상황. 정부가 키움센터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각지대를 온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민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동네에 그냥 인자하게 생긴 할머니가 있으면 가서 아이를 좀 봐줄 수 있냐고 묻는 거죠. 전문적인 베이비시터는 너무 비싸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친분이 조금만 있으면 염치 불고하고 부탁을 하는 거죠. 초등학교 입학하면 더 힘들어요. 학원을 보낼 돈이 없으니까 그냥 방치되는 거죠. 나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부담과 압박감. 그게 가장 힘들어요.” 수미 씨는 취학 전에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오후 1시 전에 마치는데 학원 등 사교육이 아니라면 아이를 부탁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조금만 방치해도 마음에 상처를 입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돌봄 공백은 이들에게 더욱 가혹해 보였다. 가난과 고독 ‘대물림’, 한부모 자녀 지원책 시급 “집중호우 때 신림동 반지하에서 세 모녀가 돌아가신 뉴스를 보고 한동안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아, 저게 내 미래겠구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아이가 둘인데 첫째는 남편의 폭력으로 대인기피증이 있어 평생 품고 가야 하고, 막내는 아직 취준생이에요. 내가 혹시 아프면 그냥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죠. 가난의 대물림. 이게 현실이에요.” 담담히 털어놓던 진숙 씨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끝내 고개를 숙였다. 가난의 대물림. 한부모가 된 후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결국 아이들에게까지 가난을 물려줘야 한다는 현실은 그들을 가장 괴롭히는 ‘악몽’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가구 대비 57%에 불과하다. 그나마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 고용안정성도 크게 떨어진다. 내가 쓰러지면 가족이 쓰러진다는 진숙 씨의 말은 과장이 아닌 현실이다. “엄마 혼자 고생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나는 결혼 안 해’라고 말해요. 힘들고 어두운 면만 보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죠. 안타깝지만 ‘아니야, 너는 좋은 사람 만날 거야’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아요. 한부모 가정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만큼은 막고 싶어요.”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경험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초기 단계다.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한부모 가정은 혼자서 생계와 양육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이 아이들에게 미치기 쉽다. 심리적 소진이 크면 아무래도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방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탄력근무제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는 등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2월호

②기약 없는 '생활고'..."오늘도 여전히 홀로서기"

한부모 10%만 정부 지원, 중위소득 기준 높여야 절반 이상은 양육비 못 받아, 법적 제재 강화 필요 특정 시기에만 관심, 지속적인 지원과 보호 ‘절실’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 | 채명준 기자 Mrnobody@newspim.com 벌면 벌수록 가난...지원 기준 현실적으로 높여야 “남편 도박 때문에 이혼하고 나서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악착같이 살았어요. 이혼하고 직장을 쉰 적이 없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아는 사람과 같이 일도 했어요. 돈 많이 벌려고 중고차까지 사서 영업을 다녔죠. 문제는 조금 숨 돌릴 만큼만 소득이 높아져도 지원이 모두 끊긴다는 거예요. 벼랑 끝에 간신히 매달린 사람만 지원해 주는 정책.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선영 씨는 중위소득 문제를 가장 먼저 꺼냈다. 현행법상 중위소득 52~72% 구간에 해당하는 한부모만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월소득으로 환산하면 2인 가구 160만원에서 230만원, 3인 가구는 210만원에서 290만원 수준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저임금만 받아도 지원대상에서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대학을 졸업한 막내가 있는데 취업을 하면 모든 지원은 끊겨요. 그렇다고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아이에게 ‘지원금을 받아야 하니 이제부터 혼자 살아라’ 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지원 기준은 말 그대로 낭떠러지에서 막 떨어지기 직전인 사람들만 모아서 눈앞의 위기만 해결해 주자는 거죠. 한부모들이 자립하기를 원한다면 기준을 높여야 해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진숙 씨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열심히 살면 오히려 지원이 끊기는 상황. 이 모순이 한부모들의 자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로 보였다. 현재 등록 한부모 150만 가구 중 지원대상은 10%에 불과하다. 한부모들이 원하는 현실적인 지원기준은 중위소득 100%. 2인 가구 월 326만원, 3인 가구 월 419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기준을 점차 높이고 있지만 재정 악화를 이유로 100%에는 난색을 표한다. “지원기준을 올리자고 하면 ‘돈 더 받으려고 하냐’고 오해를 많이 해요. 문제는 돈이 아니라 한부모 가정의 90%는 지원을 못 받는 현실이죠. 일해야 하는 한부모를 일할 수 없는 저소득층과 동일한 기준점으로 삼았다는 점. 이건 정말 개선이 필요합니다.” 가족 버리고 양육비도 거부...법적 대응 ‘언감생심’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 ‘법대로 하자’예요. 분명 나는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데 배우자가 못 주겠다고 버티면 방법이 없어요. 당장 일해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소송이 가능하겠어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양육비는 안 줘도 그만이에요.” 수미 씨는 양육비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였다. 가정불화로 이혼한 그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음에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개인사업으로 충분한 소득이 있음에도 말이다. ‘네가 싫어서 나갔으니 알아서 살아라’란 게 거부 이유였다. 양육비 지급 거부는 수미 씨만의 일이 아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양육비 이행의무가 확정된 총 2만2223건 중 실제로 지급이 이행된 사례는 8678건(39.1%)에 불과하다.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양육비 이행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치다. 진숙 씨 사례는 더 심각했다. 남편의 외도로 가정이 무너졌지만 양육비는커녕 같이 살던 집에서도 일방적으로 쫓겨났다. 3명의 아이들과 함께 말이다. 진숙 씨는 가족이 마련해준 반지하에서 10년을 넘게 버텼다. “아들이 초등학교 때 형편이 많이 힘들어서 남편에게 연락을 했는데 그렇게 힘들면 시설(고아원)에 맡기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그냥 연락을 안 하고 살아요. 마음이야 법적으로 끝까지 책임을 묻고 싶지만 그게 쉽나요. 이긴다고 해도 처벌은 어렵다고 들었어요. 혼자 생계와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양육비는 생명과도 같아요. 더 강력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의 양육지원제도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지원 기준이 너무 낮고(중위소득 58%) 금액도 너무 적다는(20만원) 지적이다.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배우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과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동시에 요구되는 이유다.

기사 썸네일 이미지

2022년 12월호

③나이 들며 경제력 급속 감소...자녀 중심 지원책 서둘러야

한부모 75% 막내 자녀 19세 이상 저출산 해소 연계한 자녀 지원 필요 여전한 소통부족, 적극적 정책발굴 요구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 | 채명준 기자 Mrnobody@newspim.com 늙어가는 한부모, 자녀 맞춤형 정책 검토해야 “한부모는 늙고 있어요. 그런데 정책은 처음 법이 만들어진 15년 전에 머물고 있죠. 세상살이는 더 퍽퍽해졌는데 지원은 과거에 머물러 있으니 더 살기가 힘든 거죠. 젊은 한부모요?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이런 자리 못 오죠. 옛날보다는 좋아졌으니 된 거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 참담하죠.” 취재에 응한 세 사람은 한결같이 한부모는 늙어가지만 정책은 15년 전에 머물러 있어 현실적인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지원책이 나와도 ‘현재’를 반영한 것이 아닌 ‘과거’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막내 자녀의 연령이 19세 이상인 한부모 가구는 116만 가구로 전체 한부모 가구의 75%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1만5000가구가 늘어난 규모다. 특히 엄마와 함께 사는 19세 이상 미혼 자녀의 가정은 1만3000가구나 늘어 전체 대비 50%를 차지했다. 이는 여성 가장(세대주)과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미혼 자녀로 구성된 한부모 세대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증가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부모를 학부모와 혼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당연히 어린 자녀를 둔 한부모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지만 나이가 들어 점점 경제력을 상실하고 있는 한부모와 취업·결혼(출산) 등을 앞둔 자녀로 구성된 가정에 대한 논의도 이제 필요하다는 거죠. 관점을 바꿀 때가 왔다고 봐요.” 수미 씨는 한부모 지원을 저출산 정책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부모가 늙어간다는 것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다는 것과 같은 의미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한부모 자립과 저출산 해소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한부모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전달되고 있을까. 당사자들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만 반짝 관심을 받을 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현실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중위소득 문제가 대표적이다. 10년 넘게 건의하고 있지만 변화는 더디다. 김진주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지원기준이 낮다는 건 말 그대로 절벽에서 떠밀리기 직전인 사람만 도와주겠다는 의미다. 생계와 육아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에게 ‘월 200만원 정도만 벌어야지 지원해줄 게’라는 얘기가 말이 되는가. 최소 중위소득 100%를 기준점으로 잡아야 한다는 건의를 계속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답은 없다”고 밝혔다. 양육비 역시 십수 년부터 공론화됐지만 ‘양육비이행법’은 작년에야 비로소 시행됐다. 코로나 정국을 감안해도 정부 또는 지자체와 정기적인 ‘소통’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한부모들이 스스로 ‘소외받고 있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수미 씨는 말했다. “여러 이유로 한부모는 꾸준히 생기고 있어요. 적어도 중년 한부모들이 느꼈던 고통들이 젊은 한부모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불쌍해서 도와주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그래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사람으로 이해해 줬으면 해요.”

2022.09월 ANDA
2022.10월 ANDA
2022.11월 ANDA
2022.12월 ANDA
2023.01월 ANDA
2023.02월 ANDA
상호 : (주)뉴스핌 | 사업자등록 : 104-81-81003 | 발행인 : 민병복 | 편집인 : 박승윤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미원빌딩 9층 (여의도동) 뉴스핌 | 편집국 : 02-761-4409 | Fax: 02-761-4406 | 잡지사업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478 | 등록일자 : 2016.04.19
COPYRIGHT © NEWSPIM CO., LTD. ALL RIGHTS RESERVED.
© NEWSPIM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