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주거환경’ 영향...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 정책 우선돼야
MZ세대 집 마련 예상 소요기간 20년...청년에 최대 ‘걸림돌’은 주거 불안
| 최현민 기자 min72@newspim.com
최근 심화되고 있는 낮은 결혼율과 저출산 원인이 급격하게 높아진 집값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높은 집값에 전셋값마저 급등해 주거불안이 지속되자 차일피일 결혼을 미루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상황에 분양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하는 데 20년이 넘게 걸릴 것이란 전망도 청년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견고한 주거 사다리 조성을 위한 품질 좋은 임대주택 공급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거정책 역시 이전과 같이 미혼자나 신혼부부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단 출산가구나 자녀 계획이 있는 가구에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산율 높이려면...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 우선돼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중간 전망 기준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예상됐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최초로 0.6명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통계청이 중간 수준으로 예측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저위 추계로는 0.67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30세대 가운데 10.7%는 ‘아이 키울 주거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 점’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29.9%가 꼽은 ‘아이 양육 및 교육 비용 부담’과 12.6%가 응답한 ‘아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 여유롭고 편해서’에 이어 세 번째다. 주거불안이 출산율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아이 양육과 교육 비용 부담에 이어 아이 키울 주거 환경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주거 환경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 청년·신혼부부의 주거지원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지원’을 꼽은 응답자는 39.6%에 달한다. 이어 ‘출산 휴가 및 보육 서비스’가 32.3%, ‘18세까지 아동수당 확대’가 30.3%였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이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여성의 경우 출산휴가와 보육 서비스를 우선순위로 뒀다.
MZ세대 20명 중 1명 ‘집 살 생각 없다’
청년들 사이에서 고금리 상황에 분양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란 분석이 많다. 20년 넘게 걸릴 것이란 전망도 청년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2030세대 다수는 내 집 마련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 마련 소요기간은 20년이 가장 많이 꼽혔다. 뉴스핌의 ‘2030세대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7%는 내 집 마련 시기를 ‘20년 이내’라고 답해 가장 많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10년 이내라고 답한 응답자가 22.6%, 20년 이후로 생각하고 있는 응답자도 15.5%에 달했다. 즉 부모의 지원 여하에 따라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10~20년이 걸릴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아예 집을 살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도 5.8%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내 집 마련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영영 못 사거나 살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각각 23.3%, 6.7%로 17.5%, 5.0%에 그친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집을 영영 못 살 것 같다는 응답이 24.7%, 인천과 경기가 21.1%에 달했다. 반면 강원과 제주는 7.5%에 그쳤다.
결혼 여부에 따라 답변도 많이 갈렸다. 기혼 응답자 가운데 41.7%는 5년 이내에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고 답했다. 반면 비혼이나 미혼자의 경우 5년 이내 내 집 마련하겠다는 응답자는 각각 6%, 7.9%에 그쳤다. 특히 비혼의 경우 집을 영영 못 살 것 같다는 응답자는 34.5%에 달했고, 미혼자 역시 17.9%에 달했다. 기혼자의 경우는 6.9% 수준이다. 지난 정권에서 급등한 집값 영향으로 풀이된다.
청년 주택정책, 출산·신혼부부에 초점 맞춰야
청년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주거 불안정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년 응답자의 75%가 내 집 마련에 관심을 보인 만큼 주거 불안에 대한 걱정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에게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2.3%가 주거 불안정을 꼽았다. △소득·자산 불평등 (70.5%)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 (69.9%)보다 높은 응답률이다. 주거 불안정감의 실체는 높은 집값에 있다. 실제 가구소득 대비 집값 비율을 뜻하는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수도권의 경우 주택 10, 아파트는 16에 이른다. 집을 사기 위해 각각 10년, 16년 동안 돈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즉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집값이 청년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집을 사기 전 전월세를 거쳐야 하지만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것도 더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셋값 PIR도 5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른 빌라 전세사기는 청년들의 주거 불안감을 더욱 키우는 부분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 모아놓은 돈을 순식간에 날릴 수 있는 만큼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전세사기 문제로 인해 주거 불안감은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거 사다리’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가 소형 임대주택보다 중형 임대주택, 저렴한 주택, 국민주택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주거 사다리 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청년가구를 위한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며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용도지역·지구제를 개편해 임대주택지구를 따로 만들고 용적률을 600~700%까지 풀어주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을 짓는 토지는 용적률을 최대한 완화해 영구임대주택을 원가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청년가구에 공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혼을 하게 되면 주거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주거비용 수준이 너무 높아 결혼을 안 하는 경향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신혼부부 등 결혼가구 중심으로 맞춰진 주택공급 혜택도 출산가구나 자녀 계획을 갖고 있는 가구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권 시절 ‘행복주택’으로 대변되는 원룸형 소형 주택은 기본적으로 미혼자 1~2인 가구가 거주하는 주거상품으로 쓸데없이 가구 분할만 확산했다는 평가다. 더욱이 강남권의 원룸은 공공주택의 저렴한 임대료 및 집값을 활용해 이른바 ‘금수저’들만 혜택을 보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원룸형 주택 수를 줄이고 대신 신혼부부와 어린아이가 있는 출산 부부가 거주할 수 있도록 투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고 이에 대한 입주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저렴한 주택 공급이 예전에는 신혼부부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아이의 출산이나 자녀 계획을 갖춘 가구로 혜택이 가야 한다고 본다”면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거나 이자를 정책금리 중심으로 가는 방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