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 갈등 이면엔 ‘경쟁 심화’...청년 변호사들 반응 제각각
대한변협 “법률 플랫폼 가입은 위법행위” 징계 고수
로톡 “헌재 가처분, 공정위 신고 결과 따라 대응” 방침
| 고홍주 기자 adelante@newspim.com
| 이성화 기자 shl22@newspim.com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을 탈퇴하지 않는 회원들에 대해 징계에 착수하면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법률 플랫폼에 변호사 단체가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나서면서다.
로톡이 뭐길래...쟁점은 ‘변호사법’ 위반 여부
로톡(Law Talk)은 지난 2014년 리걸테크(legaltech) 스타트업 기업 로앤컴퍼니가 선보인 법률 플랫폼 서비스로, 변호사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일종의 법조판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다.
로톡 측은 자사 서비스의 강점을 그동안 변호사 업계에 만연했던 정보 비대칭과 법률 서비스에 대한 낮은 접근성에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마트폰에 로톡 앱을 설치하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담 사례 검색과 함께 직접 변호사와 상담 및 실제 수임까지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같은 서비스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금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소개하는 것을 금지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5년, 대한변협은 2016년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차례 고발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고, 변협은 최근 변호사 윤리장전에 법률 플랫폼 가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서울변회는 내규인 ‘변호사 업무 광고 기준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회원들에게 8월 4일까지 탈퇴하지 않으면 징계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이와 관련해 로톡은 지난 5월 31일 변호사 60명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또 변협과 변회의 조치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인 동시에 표시광고법상 사업자단체의 표시·광고 제한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현재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한 상태이고, 헌재 역시 심판에 정식 회부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청년 변호사에 도움 된다 vs 안 된다...엇갈린 반응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나날이 심화되는 변호사 업계 내부의 ‘경쟁’이 있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이 처음 도입되면서 2011년 1만2600여 명이었던 변호사 수는 2021년 3만명으로 10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변협과 로톡은 모두 청년 변호사들을 내세워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변협은 로톡이 저연차의 청년 변호사들보다 전관 출신 등 법조 경력이 많은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을 더 부추기는 구조라고 주장하는 반면, 로톡은 의뢰인을 만날 기회가 없는 저연차 청년 변호사들에게 오히려 기회를 더 많이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20~30대 청년 변호사들 입장은 엇갈린다. A 변호사는 “처음 변호사가 된 후 막막했는데 로톡을 통해 의뢰인을 만나면서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며 “확실히 신인 변호사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B 변호사는 “사용해 보니 결국 나 같은 사람보다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건을 수임하게 되는 구조였다”며 “가장 낮은 단계의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다 얼마 안 가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됐다”고 털어놨다.
다만 이런 갈등 과정에 정작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빠지면서 결국 변호사 업계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로톡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30대 C 씨는 “변호사가 많다고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정작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면서 “이런 현실은 외면하고 무조건 어느 한쪽만 나쁘다고 하는 게 잘 공감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협, ‘변호사 광고 규정’ 개정해 법률 플랫폼 규제
대한변협은 지난 5월 3일 “인터넷을 기반으로 법률사무 또는 변호사 소개·알선·홍보 등을 하는 소위 새로운 형태의 ‘사무장 로펌’이 법조 시장을 장악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변호사들이 이러한 광고 행위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 위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전면 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규정은 변호사가 알선료·중개료·수수료·회비·가입비·광고비 등 경제적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이나 사건 등을 알선하는 사업자에게 광고, 홍보를 의뢰하거나 참여, 협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대한변협은 변호사들이 이러한 법률 플랫폼에 단순히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징계 근거를 마련했다.
이 규정은 공포 후 이날 시행일까지 3개월이라는 계도기간을 거쳤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대한변협은 수차례 성명서를 통해 법률 플랫폼 규제 방침을 명확히 했고 서울변회를 포함한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도 “법률 플랫폼은 광고의 주체가 돼야 할 변호사를 소속 구성원인 양 광고의 수단으로만 삼을 뿐 업체 자신을 광고하고 있어 법률 시장의 자본 예속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로톡’ 법적 대응에도...변협 “탈퇴 안 하면 징계”
국내 최대 법률 플랫폼인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개정 변호사 광고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또 공정위에 대한변협을 신고하면서 “대한변협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로톡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회원들은 탈퇴를 강요당하고 사업적 기반과 인적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부 청년·새내기 변호사들은 영업과 생존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지난 7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일반 업체가 국민들을 내세워 이윤을 추구하면서 국민들을 위한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법률 플랫폼을 정면 비판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정된 규정이고 원칙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회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이다 보니 추후 징계조사위원회가 개최되면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원들을 상대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법률 플랫폼에 대해) 같은 입장이었다”며 “처음부터 위법성에 대한 의견이 같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도 “관련 제보를 포함해 자체적으로 조사는 하고 있지만 서울변회에 진정이 들어온 건부터 해결할 것”이라며 “가입했는지 모르는 회원들도 있어 탈퇴 여부를 물어본 뒤 끝까지 탈퇴를 하지 않는다면 징계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500명 징계 절차 착수...상황 반전될까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통한 변호사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새 변호사 광고 규정이 8월 4일 시행됐다. 이튿날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를 위한 조사에 착수한 변협은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에는 500여 명, 대한변협 법질서위반감독센터에는 1440여 명(일부 중복)의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회부 요청 진정이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영리만을 추구하는 법률 플랫폼 사업자들이 변호사법의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 불법적인 온라인 사무장의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변호사들을 종속시켜 지휘·통제하려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 절차에 착수한 뒤에도 실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의견을 내놓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진정이 접수된 500여 명의 변호사가 어떤 행위로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개별적 검토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앤컴퍼니는 개정 규정 시행일까지 헌재의 가처분 결과가 나오지 않아 대한변협의 징계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지만, 이후에라도 헌재나 공정위가 판단을 내놓는다면 현재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고 본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공정위 신고 건이나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징계 절차가 시작될 경우에는 행정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