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신자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니 ‘거리를 두고 싶은’(32%), ‘이중적인’(30%), ‘사기꾼 같은’(29%)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불교 신자에 대한 이미지는 ‘온화한’(40.9%), ‘절제하는’(30%) 등이 차지했다. 천주교 신자에 대한 이미지도 ‘온화한’(34.1%), ‘따뜻한’(29.7%)이 우선이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올 6월 초 실시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종교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대면 예배를 강행한 개신교가 역풍을 맞았다. 특히 8.15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보수 성향 교회 관련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선 데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소모임과 대면 예배를 진행해 지역 감염으로 확산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게 결정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개신교계 다수 보수 성향...현 정부와 대립 구도
국내 개신교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NCCK),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크게 4개 단체로 나뉜다. 국내 교회 중 90% 이상이 한교총에 속하며, 개별 교회는 복수의 연합에 속할 수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한기총은 소수의 교회만 남아 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서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자 개신교계는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교회의 이미지가 실추된 데는 ‘정치 활동에 대한 개입’이 잦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있다. 여러 교회 연합은 굵직한 정치적·역사적 사건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그렇다 보니 정치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
민주화항쟁(1987년) 이전엔 진보 성향의 교회협(NCCK)만 존재했다. 교회협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아래에 속한 단체다. WCC는 종교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글로벌 교회협의체다. 김민아 종교학 박사는 “교회협은 한국전쟁 이후 국제 원조를 지원했고 민주화운동에도 힘을 실었다”며 “한국에 WCC가 들어오고 NCCK라는 이름으로 회원 교단을 받을 때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연합체의 성격을 갖고 있는 교회는 NCCK에 소속됐다”고 말했다.
뒤이어 NCCK에 대항해 만들어진 단체가 한기총이다. 전광훈 목사가 최근까지 대표회장 직을 맡았던 한기총은 극우 성향을 띠고 있다.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 내부 갈등이 심해져 한교연과 한교총으로 흩어졌다. 소수의 교회만 남아 있던 한기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정치 투쟁 일선에 나섰다. 올해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당해 4.13 총선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민아 박사는 “전광훈 씨는 1980년대부터 부흥사처럼 목사들을 불러 신앙집회를 하는 등 내부적으로 개신교 권력을 쌓아 가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보수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집회에서 ‘문재인이 조국을 앞세워 공산화를 만들려고 한다’, ‘하느님 까불면 죽어’ 등의 발언이 나온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이 이렇다 할 힘을 얻지 못할 때 가장 급성장한 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수 교계도 전광훈 씨가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불편해한다”고 덧붙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한기총 대표회장).
종교단체, 한목소리 내는 정치연합으로 성장
한국 개신교계는 왜 정치적인 사건과 함께 성장한 것일까. 종교학계에서는 종교 집단이 구성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에 한목소리를 내는 집단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본다. 심형준 종교학 박사는 “종교 집단은 정치인 또는 정치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이나 사회,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 곱게 볼 수 없지만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 조직체는 정치적 힘이 크기 때문에 세속 정권에서 공간이 확보돼 있다.
서양의 역사를 보면 정교분리(정치와 종교 분리) 원칙이 헌법에 있는데, 이를 한국 사회에도 반영한 것”이라며 “해방 이후 개신교가 급성장하면서 정교분리 원칙이 중요해졌다. 신도를 많이 갖고 있는 교회는 정치적인 파워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인은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해도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수의 사제가 있고, 종교라는 신앙 체계를 갖고 모인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힘을 낼 수 있다. 다 표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이슈에 따라 연합이 결정되는 상황에 대해서 그는 “ ‘어떤 그룹이 득세하느냐’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맞물려 있다”며 “한국 개신교계에서 우파 진영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상황을 보면 거대 개별 교회 성장과 그 그룹에 소속된 사람들, 사회 기득권층 간 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된 역사적 발전을 겪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양우(오른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3월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을 만나 코로나19 관련 개신교계 대응 현황을 청취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종교 자유, 공권력으로 제한 “불가” vs “가능”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데도 개신교 단체는 대면 예배와 소모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김태영 한교총 대표회장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교회 지도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교회 측의 방역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에서 대면 예배를 요청하며 종교의 자유를 언급했다.
김 회장은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며 “교회는 정부의 방역에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한두 주, 한두 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 없이 교회 문을 닫고 비대면·온라인 예배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교회 현실”이라며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도 부담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미 3단계 격상 수준의 위기 상황에서 종교의 자유와 사회적 방역 중 어느 것에 가치를 둬야 할까. 심형준 박사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적 가치로 볼 때 최상으로 보기 어렵다. 양심의 자유, 신앙의 자유는 사람이 생존하는 환경이 보장돼야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신교회가 정부에 현장 예배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어서”라며 “지배적인 종교가 됐다면 사회 전반적인 어려움을 돌보고 배려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종교계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미지 회복 위해선 “사회적 희생과 책임 필요”
계속해서 교회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한교총은 결국 머리를 숙이고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태영 한교총 대표회장은 지난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으므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예배의 연장이 불가피하다”며 “전국 교회의 양해와 협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교연 측은 여전히 ‘대면 예배’를 진행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고발당한 교회에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한교연 측은 “정부의 허락을 받고 예배를 드려야 하는 등의 문제로 교회가 국가에 예속될 수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한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의 용어를 신학적 개념으로 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심형준 박사는 개신교계의 실추된 이미지 회복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으로 개신교계가 이기적이고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개신교계가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종교라는 자의식을 갖고 있다면 사회적 희생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거나 대형 교회의 세금 문제를 피하는 행위 등 거대화된 보수 개신교계의 변화 없이는 실추된 이미지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