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물타기는 절대 하지마”
“체계적 계좌관리로 시장 중심주 공략”
“국내 특성상 장기투자 한계”
|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
나이 40세에 운영하던 학원을 정리하고 1000만원을 종잣돈으로 전업투자자의 길에 들어섰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월 200만원 이상 생활비를 주식 투자로 벌 자신이 섰다는 게 이유였다. 남석관 베스트인컴(올바른주식투자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시작한 전업투자의 길을 17년째 걷고 있다.
그는 월간으로 손실이 날 때도 간혹 있지만 연간으로는 한 번도 손실을 낸 적이 없다고 한다. 전업투자를 시작한 지 십수년. 그의 주식자산은 크게 늘어 증권가에선 그를 이른바 ‘슈퍼개미’ 반열에 올린다. 다만, 그는 개인적인 이유로 정확한 자산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주식투자 30년...그만의 계좌관리법
1986년 ‘협진양행’을 시작으로 주식 투자를 한 지 30년이 된 남 대표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주식으로 잃은 돈은 주식으로 회복하라”다. “주식 투자에서 한두 번 실패나 실수로 손실을 본 경험을 겪어보지 않은 투자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보통 큰 손실을 보면 손실에 대한 공포로 자신을 잃고 연이은 투자 실패로 주식시장을 떠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봐요. 이런 땐 시장 환경이 호전될 때까지 시장을 주시하면서 매매를 자제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에게도 어려운 때가 있었다. 전업투자자로 들어선 2년째 되던 해다.
“8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 공시를 보고 자금을 ‘몰빵’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매수주문을 내고 나니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회사에 전화해보니 아무도 안 받더라고요. 그 종목은 다음날 거래정지됐고 결국 퇴출됐죠.” 박 대표는 허위 공시에 속아 결국 7000만원 중 250만원만 건졌다. 그는 이 실수로 3개월간 주식 투자를 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허위 공시가 난무했고 지금처럼 규제 체계가 정립된 상황도 아니었다. 남 대표는 당시 상황은 본인이 실수를 한 것이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다시 투자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몰빵 투자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배웠고 그의 투자 신념이 됐다. “주식 계좌는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관리해야 합니다. 우선 1년에 한두 번만 매매하는 큰돈이 들어 있는 계좌입니다. 여기는 수익이 10~15% 정도만 나면 차익을 실현합니다. 중간 계좌는 최대 한 달 정도 투자기간을 두고 매매하는 계좌예요. 마지막으로 작은 계좌는 일종의 탐방병입니다. 작은 실수가 있을 수도 있죠. 당일 샀다가 당일 팔 수 있는 종목들을 주로 담습니다.”
이 같은 계좌 관리로 그는 지난 2005년부터 3년 누적수익률 2500%를 달성했고 지금도 성과를 유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최고령 실전투자대회 수상
남석관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실전투자대회에서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주도주가 바뀌는 가운데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왔다.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입상자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때 실전투자대회에서 화려한 성적을 거둔 전업투자자가 이후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는 비일비재하다. 남 대표는 자신의 롱런 비결을 ‘시장중심주 투자’라고 강조한다.
그는 실전투자대회에 적합한 매매 스타일이 있다고 귀띔한다. 증권사 주최의 실전투자대회는 대부분 6~9주간 단기로 진행된다. 이 기간 가장 높은 수익을 내야 이길 수 있다. “단기투자를 할 때는 계좌 내 현금 비중을 높게 가져가야 합니다. 즉, 오늘 사서 올라가면 내일 파는 거죠. 매수한 지 30분 만에라도 수익이 나면 팔아야 합니다.” 단기 종목을 찾는 팁도 줬다. “단기투자 중심주는 그날 그날 HTS상승률 상위 종목 중 거래량이 많고 최근 뉴스 혹은 이슈와 연관된 종목을 찾는 겁니다. 이런 종목들은 오를 때 따라서 사기보다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지만 잠시 쉬고 있을 때 투자해야 합니다.” 대표적 케이스로 2016년 12월의 주도주 이지바이오 자회사 정다운을 꼽았다. 조류독감 이슈로 떠오르며 한 차례 상한가로 올라섰지만 그 다음달 바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성장 스토리는 유효했기 때문에 하루 조정을 받고 다시 징검다리 상한가로 올랐다.
국내 장기투자 한계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등 해외 장기 가치투자자들은 주식을 사서 묻어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남석관 대표는 다른 의견을 낸다.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에 자금을 투자해 과실을 공유한다는 얘기는 그럴듯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삼성전자 주가가 100이라면 LG전자 주가는 70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삼성전자는 180만원을 넘어섰고 LG전자는 4만~5만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상황을 경제학자들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 성장성 있는 회사를 찾아내는 건 사실 하늘의 별 따기죠. 실제 장기투자를 표방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나요.”
이는 미국 대표기업들로 구성된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새로 쓰는 것과 달리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또 급변하는 글로벌 장세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종목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남 대표는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이유를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주식시장이 선호하는 종목을 잘 골라낼 수 있는 능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데이트레이더 중 나이가 들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죠. 주식시장에서는 과거 화려한 수익을 안겨준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늘 신선한 걸 좋아해요. 주식 투자의 기본 원리는 미래에 주가가 올라갈 걸 생각하고 사는 겁니다. 그래서 시장 상황에 맞게 인기 있는 종목군, 산업군에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소액투자자들에겐 무조건 장기투자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가 지금 선호하는 업종은 제약바이오, IT 등이다. “제가 좋아하는 업종은 늘 시장의 중심에 있는 업종이죠. 그런 종목에 집중해야 합니다.” 2016년 시장 주도 종목으로는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꼽았다.
“물타기 절대 금물”
남석관 대표의 투자철학 중 하나는 주가 하락 시 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한 일명 ‘물타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현금을 갖고 있으면 좋은 기회는 계속 옵니다. 잘못 판단한 종목에 돈을 또 넣지는 말아야죠. 그 주식의 적정가격이 얼마라는 확신이 없으면 사면 안 되는 겁니다. 다만, 매수를 위해 호가를 밑에 걸어둘 수는 있죠.”
또 본인의 투자 스타일에 맞는 장이 아니라고 판단할 땐 과감하게 투자를 쉬는 것도 투자비법이라고 했다. “2016년 초 시장이 폭락할 때에는 보름간 스페인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추석 이후에는 그냥 현금만 들어 있는 계좌도 있었고요.”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1년 중 찬바람 부는 4분기에는 투자를 조금 쉬어갈 것을 권했다. “5년째 개인투자자들은 4분기에는 대응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되도록 주식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합니다. 1~2월에는 장이 예상치 못하게 폭락을 해도 봄에 장이 나쁜 적이 거의 없어 회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4분기에 1년 벌어놓은 걸 다 까먹는 경우를 많이 봤죠. 작년엔 벌어놓은 것 안 까먹으면 선방한 겁니다.”
물론 모든 주식은 쌀 때 사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12월에 1월 상승을 염두에 두고 매수에 나설 수도 있다. 예컨대 12월에는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대비해 관련 종목들을 선제적으로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려 있는 투자자들은 대형주 대응
올해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남 대표는 예상했다. “작년 하반기 손실을 본 개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30%만 나면 다행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연초 1920포인트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봐요. 또 현재 손실구간에 있는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대형주가 대응하기 편할 것 같습니다.” 업종 전략은 올해도 중국 등 글로벌 투자 호재가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가 유망하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성공투자를 위해 인내심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주식시장은 휴무일을 제외하고 매일 열립니다. 투자할 날은 많고 투자할 회사도 무수히 많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긴 호흡과 안목으로 글로벌 경제, 한국 경제·증시 상황을 살피고 예상해보면서 매년 새해의 증시 스케줄을 그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