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비싼 약 상위 7개의 가격은?
37억원 약 개발한 블루버드바이오 주가는 쪽박...왜?
바이오 주식, 개별투자보다 ETF가 유리한 이유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만약 37억원짜리 초고가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회사가 있다면 과연 떼돈을 벌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을 통해 개발비를 회수하는 데는 실력 외에도 많은 운이 필요하다.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가 까다롭고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미국 FDA 3상 통과한 신약은 대박?
신약 개발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과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의약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연구, 개발 후보물질 선정, 전 임상시험, 1~3상 임상시험, 신약 허가 및 시판 단계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임상시험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임상시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주관한다. 당연히 통과하기도 제일 까다롭다. 실제 시판이 허용되는 신약은 1만 개 이상의 후보물질 중 하나꼴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유명 바이오 회사들 중 상당수가 FDA의 문을 두드리는 게 대유행이었다. 이들 중 최종적으로 임상 3상을 통과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족집게처럼 임상 3상 통과 기업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평범한 일반 투자자가 아니라 바이오 전문가라 해도 FDA 임상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임상 통과 실패 시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던 해당 기업의 주가가 대폭락한다는 점이다. 미국 바이오협회에서 분석한 임상시험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FDA 임상 최종 승인 성공률은 고작 7.9%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확률을 뚫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받아 신약이 출시되면 그때부터는 대박이 터지는 걸까. 꼭 그렇지도 않다. FDA의 최종 승인이 신약의 매출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도 실망스럽게 미미한 매출을 보이는 신약들이 넘쳐난다.
돈 없는 국민은 죽을 병에 걸려도 방치해야 할까
어떤 제약사가 불치병을 치료할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했다고 가정해 보자. 제약사는 과연 그 약 가격으로 얼마를 책정해야 적정할까. 만약 약 가격을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만 맡긴다면 부르는 게 값일 것이다. 특히 이슈가 되는 건 초고가 의약품이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희귀병 약은 척수성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 유전병이다.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명당 한두 명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매년 20명 내외의 환자가 나온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 2세 이전에 대부분 사망하거나 영구적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한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의 가격은 25억원이다. 한국의 경우 약가 협상을 통해 비급여 시 가격은 약 20억원으로 책정됐다. 평범한 가정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거액이다.
이 약은 2021년에 한 엄마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졸겐스마를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슈가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너무 고가라서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환자별 치료 성과를 추적해 치료 실패 시 일정 금액을 제약사가 환급하는 ‘위험분담 계약’으로 2022년에 급여 등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건보 급여가 적용된 졸겐스마 투약 환자의 부담금은 20억원에서 약 6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는 점이다. 정부는 ‘고가 의약품 관리방안’을 별도로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파국과 국민의 소중한 생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건 난도가 무척 높은 과제다.
약 가격에 관대했던 미국마저 2개의 칼 빼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 급여 선정 심사를 할 때는 기존 약물 대비 개선 효과, 시장 출시 가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약 업체들과 약가 협상을 진행한다. 한국은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이탈리아, 영국 등 주요 7개국 약값의 가중평균을 따져 낮은 가격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이와 달리 미국의 약가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약물 승인의 관문 역할을 하는 식품의약국(FDA)은 신약의 효능 및 안전성만을 확인할 뿐이다. 따라서 일단 FDA의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해당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는 자체적으로 마음껏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런 미국 방식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혁신 신약 개발을 활성화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약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유럽이나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의 약 가격은 약가 협상 때 아예 참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까지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결국 미국마저도 비싼 약 가격 부담을 낮출 두 개의 칼을 뽑아들었다.
첫 번째 칼은 2022년 8월에 발표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이 법에는 의료비 절감을 위한 의약품 가격 개혁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가 일부 의약품에 대한 약값 협상권을 갖게 됐다. 그리고 1년 뒤인 2023년 8월에 드디어 공공보험 메디케어에 적용할 1차 약가 인하 의약품 10개를 공개했다.
이 의약품들은 CMS와 2년간의 협상을 통해 2026년부터는 ‘메디케어’에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제공해야 한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고령자 및 장애인 66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보험을 말한다. 따라서 이 10개 의약품에 시범 케이스로 선정된 화이자(엔브렐), 존슨앤드존스(스텔라라), 일라이릴리(자디앙스) 등은 해당 약품의 마진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번째 칼은 고가 의약품 대상 특허 압류 추진이다. 미국 정부는 의약품 개발에 정부 자금이 투입된 고가 의약품의 특허 압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특허 압류라니 일반인이 언뜻 보기에는 상당히 과격한 느낌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199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의 ‘베이돌액트법(Bayh-Dole Act)’을 이해해야 한다. 이 법 이전까지는 정부기관의 자금을 지원받은 연구에 대한 특허는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이 법이 만들어진 목적은 민간의 연구를 활성화하고 연구 결과의 빠른 상업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베이돌액트법’ 제정 이후부터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물을 정부가 아닌 기업이나 대학 등이 특허 출원을 통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정부도 특허를 압류할 수 있는 특허 개입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준이 애매해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특허개입권이 실제로 시행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23년 12월에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정부가 개입할 권한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가격이 극단적이고 부당하거나 건강을 착취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 개입 권한을 발동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는 특허를 보유한 오리지널 약보다 저렴한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오리지널 약보다 30% 이상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바이오시밀러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약 상위 7개의 가격은?
그렇다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은 어떤 걸까. 1위는 CSL베링이 개발한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헴제닉스’다. 가격이 무려 42억원(350만달러)이다. 혈우병은 피가 멎지 않는 질환이다. 따라서 혈우병 환자는 혈액응고 유지를 위해 평생 동안 정맥주사로 치료제를 투약한다. 당연히 약값도 천문학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22년 11월에 미국 FDA는 놀라운 성능의 혈우병 치료제를 승인했다. 바로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다. 이 약은 단 1회 투약으로 혈우병을 치료한다. 1회 투약비용이 무려 42억원(350만달러)이니 엄청나게 비싸다. 하지만 기존 방식의 평생 치료 비용은 200억원 이상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신약 가격의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비싼 약 2위는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인 ‘리프제니아’다. 가격은 무려 37억원(310만달러)이다. 겸상적혈구빈혈은 유전자 염기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헤모글로빈이 비정상적인 낫 모양(겸상)으로 생기는 희귀 질환이다. 지금까지는 수혈로 수명을 연장하는 것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애를 먹어왔다. 인종 중 주로 흑인에게 발병하는 유전병이다. 환자의 기대수명은 35세 내외로 알려져 있다. 리프제니아는 환자의 세포를 꺼내 유전자 조작을 거쳐 다시 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단 한 번의 주사만으로 완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싼 약 3위는 미국 블루버드 바이오가 개발한 ‘스카이소나’다. 가격은 36억원(300만달러)이다. 대뇌 부신백질이영양증(CALD)은 주로 어린 소년(평균 7세)에게 발생한다. 환자는 뇌와 척수에 독성분자가 쌓여 결국 뇌의 염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유전자치료제 스카이소나는 이 병을 단 1회 투약으로 개선한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세포에서 유전질환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DNA)를 잘라내 교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 치료제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의 돌파구로 인정받으며 최근 들어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다.
흥미롭게도 미국 FDA는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를 같은 날 승인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2개 약의 치료 효과는 비슷하다. 특이 사항은 리프제니아는 임상시험 중에 두 명의 환자에게 백혈병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혈액암 발병에 대한 관찰을 요하는 ‘블랙박스 경고’를 받았다.
37억원짜리 약 개발해 놓고 주식은 쪽박, 왜?
잘 살펴보면 초고가약품 대부분이 유전자치료제임을 알 수 있다. 이유가 뭘까. 유전자치료제는 기본적으로 돌연변이 유전자 자체를 치료하는 방식이라 1회 투약만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또 유전자 변이 자체가 드물다. 따라서 희귀병으로 분류되며 환자 수가 많지 않은 게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 환자 수가 2만명 이하인 경우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 입장은 난처하다.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는 상당한 개발비가 들어간다. 게다가 환자마저 현저히 적다. 저렴하게 약을 팔아서는 도저히 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유전자치료제 가격이 터무니없이 치솟는 이유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 유전자치료제를 무려 3개나 보유 중인 블루버드 바이오 주가는 엄청나게 올랐을까.
블루버드 바이오의 과거 주가를 살펴보자.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났던 2018년 6월에는 198달러까지 주가가 화려하게 폭등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6개월이 지난 2023년 12월 7일의 주가는 고작 4.8달러에 그쳤다. 고점 대비 하락률은 무려 98%에 달한다.
투자자들을 경악하게 만든 건 그 다음날의 주가였다. 2023년 12월 8일에 드디어 블루버드 바이오가 야심차게 개발해 왔던 37억원(310만달러)짜리 신약 ‘리프제니아’가 미국 FDA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그동안 신약 개발 기대감 하나로 버텨왔던 투자자들의 인내가 마침내 결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블루버드 바이오 주가는 전날의 4.8달러에서 무려 40% 폭락한 2.9달러에 마감됐다. 2023년 12월 말의 주가는 고작 1.4달러에 불과하다. 신약 승인 후 1개월 새 주가가 거꾸로 70% 대폭락한 셈이다. 이유가 뭘까.
같은 날 동시에 승인을 받은 ‘카스게비’가 비슷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11억원 이상 저렴했던 게 악재로 작용했다. 또 리프제니아가 부작용으로 혈액암 발병 위험과 관련한 ‘블랙박스 경고’를 받은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오랜 시간 신약개발비를 쏟아부은 탓에 극도로 취약해진 재무구조도 한몫했다.
블루버드 바이오의 실망스러운 주가 움직임은 경험 많은 바이오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다. 특정 바이오 회사의 신약후보물질이 최종적으로 FDA의 승인을 받을 확률 자체가 희박하다. 또 설사 승인을 받더라도 만족스러운 매출이 나올지는 전혀 예측 불가다.
헬스케어 공부 어렵다면 ETF 통한 분산투자가 해법
전 세계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의료서비스 시장조사회사인 VMR(Verified Market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총 1경3400조원(10조3000억달러)으로 추정된다. 이후 연평균 8% 이상 성장해 2030년에는 무려 2경8100조원(21조6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헬스케어 주식이 유망하다고는 생각되지만 비전공자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굳이 이 어려운 학문을 모두 공부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ETF를 통한 간접투자다.
ETF는 수수료도 저렴하고 알아서 분산투자를 해주기 때문에 개별종목의 높은 변동성을 완화해 준다. 따라서 초보자가 접근하기에 유리하다. 미국에 상장된 헬스케어 ETF 중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XLV(Health Care Select Sector SPDR Fund)’ ETF다.
XLV는 ‘S&P500 헬스케어 섹터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다. 1998년에 상장돼 헬스케어 섹터 ETF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운용자산은 2024년 1월 기준 49조원(378억달러)에 달한다. 운용수수료도 연간 0.1%로 저렴한 편이다.
XLV ETF는 대형 헬스케어 주식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보유종목 1위인 유나이티드 헬스그룹, 2위인 일라이릴리, 3위인 존슨앤드존슨, 4위인 머크, 5위인 애브비는 제약회사에 큰 관심이 없는 투자자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초대형 종목들이다.
전문가들은 2024년부터 대형 헬스케어 주식의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XLV ETF의 보유 포트폴리오 주식들은 하나같이 초우량 제약회사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안정적인 대형 헬스케어 주식의 성장 과실과 양호한 배당수익을 동시에 누리기를 원한다면 XLV ETF에 관심을 가져보자.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ARKG ETF 역발상 투자?
하지만 모든 투자자들의 성향이 다 안정형은 아니다. 헬스케어 섹터에는 투자하고 싶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XLV ETF의 안정적인 주가 움직임이 오히려 답답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CEO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의 ARKG (ARK Genomic Revolution) ETF 투자를 검토해볼 수 있다.
ARKG ETF는 건강관리, 유전공학, 헬스케어,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로 포트폴리오 내 헬스케어 섹터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생명공학, 줄기세포, 분자 진단, 유전자 가위, AI 신약 등을 개발하는 회사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ARKG ETF는 2014년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혁신 기업 위주의 공격적 투자 스타일로 유명하다. 운용자산은 2024년 1월 기준 2조5000억원(19억달러)으로 작은 편이다. 또 인덱스 펀드가 아니라 액티브 펀드라 운용수수료도 연간 0.75%로 높다. 그런데 인덱스 스타일보다 수수료가 훨씬 높으니 운용 성과도 월등히 높을까.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에는 제약주 랠리의 영향과 아크 인베스트의 명성 덕에 ARKG ETF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2019년 말에 33달러에 불과했던 주가는 불과 1년 2개월 뒤인 2021년 2월에는 114달러까지 치솟으며 24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2월의 114달러는 역사적 최고점이었다.
그로부터 2년 11개월이 지난 2023년 말의 주가는 고작 33달러에 불과하다. 고점 대비 하락률이 무려 70%가 넘는다. 최고점에서 매수해 장기 보유 중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로 고통받고 있다.
ARKG ETF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1위 종목은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다. 보유 비중은 9.15%다.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는 ‘암 정밀진단 및 선별검사 사업’을 하는 의료기기 생산 기업이다. 현재 암 진단의 표준 방식은 ‘조직 생체검사’다.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는 간단하게 혈액만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체검사(액체 생검)’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ARKG ETF의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됐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조정을 받고 있다.
ARKG ETF의 보유 포트폴리오 2위는 ‘퍼시픽 바이오 사이언스’로 5.73%를 보유 중이다. ‘유전자 연구 및 염기서열 분석 기술력’을 갖춰 미래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위인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는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인 카스게비를 개발한 회사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2023년 12월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수합병(M&A) 단골 후보로도 늘 이름을 올리고 있다.
4위는 ‘리커전 파마슈트컬스’, 5위는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 6위는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 7위는 ‘슈뢰딩거’다. 모두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초기 기업들이다. 단점은 변동성이 크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ARKG ETF의 또 다른 특징은 보유 주식의 교체매매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야수의 심장을 가진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한때 투자 천재로 명성을 떨쳤던 캐시 우드의 실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 지난 2년간의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처럼 “인간은 장기적으로 볼 때 모두 죽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간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먼저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본인의 노후 의료비가 걱정되는 투자자라면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헬스케어 관련 주식에 관심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