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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 "리움미술관 정체성은 현대와 고미술이 함께하는 것"

2023년 07월호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 "리움미술관 정체성은 현대와 고미술이 함께하는 것"

2023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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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오면 보여주고 싶은 미술관 중 하나가 리움미술관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으로, 국보급 고미술과 현대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설계한 건물도 볼거리로 통한다.

최근 리움미술관은 ‘미술계의 악동’이라고 불리는 화제의 미술가, 한국에서는 ‘바나나 작가’로도 알려진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을 선보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대중적이면서도 우리 현대사에 일침을 날리는 카텔란의 풍자가 엿보이는 작품은 하루 약 2000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리움미술관의 ‘대박 전시’를 기획한 인물이 리움미술관 학예실장 겸 부관장인 김성원이다. 파리에서 불문학과 미술사학, 미술관학을 전공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과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아트선재센터 학예실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학과 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가 리움미술관 부관장 자리를 받은 것은 2021년 10월 8일 리움미술관 재개관 한 달 전인 9월 1일이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찾을 수 있는 2023년의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이다.

리움, 매해 미술계 새 지평 연 작가 전시로 소개

리움미술관은 올해부터 매해 1990년대부터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미술 작가를 소개할 계획이다. 개념 미술을 만든 마르셀 뒤샹처럼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거나 미술사에서 중요한 모멘텀을 만든 작가들을 리움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김성원 부관장은 “1990년대 현대미술을 주도해온 작가들이 있다. 마르셀 뒤샹은 20세기 초 미술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이런 순간은 10년에 한 번씩 나타날 수 없고, 100년 뒤 꼭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작가들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작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원장이 파리에 머물던 시절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업을 인상 깊게 봤고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성장한 결과물을 보면서 리움에서 꼭 전시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30년 전 현대미술을 주도한 미술 작가들이 현재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리드한 주세력이에요. 카텔란도 그중 하나였죠. 제가 1990년대 파리에 있을 때 그의 작업을 봤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그 기대에 실망을 주지 않고 현재까지도 작업을 잘 이어오고 있었어요. 함께 작업할 기회가 없었는데 리움에 오면서 우리 시대 중요한 작가가 누가 있을까 생각하다 카텔란이 떠올랐죠. 대중이 그의 작품을 흥미롭게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카텔란은 개념미술작가이면서 구상조각으로 조각의 전통성을 끌어내는 작가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순간 구상조각의 전통이 끊겼어요. 굉장히 올드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에서 전통 조각이 소외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현대미술과 새롭게 연결시킬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김성원 부관장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통해 한국미술에서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예술 형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카텔란은 구상조각의 형식으로 개념미술을 알려줄 수 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미술언어로 이야기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는 그중에서도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와 불안감을 건드린다. 때로는 파렴치하게, 때로는 악동스럽기도 하다.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면 부담스러울 법한데, 카텔란은 관람객과 적당한 줄다리기를 한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이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도록 하는 힘이 있다. 누군가는 그의 작품이 끔찍하고 비극적이라고도 한다. 카텔란은 이렇게 말한다. “내 작업이 도발적이야? 현실은 내 말보다 더 도발적이다”라고.

“가장 좋은 작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에요. 작가가 주는 정답은 필요가 없죠. 작가는 많은 해석이 가능하게 제안한 것일 뿐이죠. 카텔란은 ‘내 불안으로 이런 것을 만들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라고 질문을 던져요. 예를 들어 9개의 대리석 조각을 엮은 ‘모두’라는 작품은 구체적으로 묘사된 신체 부위는 없지만 천으로 덮은 시신이라는 점은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은 ‘죽음’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한 것이고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의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이죠. 이 전시를 1월에 하게 됐는데 지난해 11월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1년이 넘도록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죠. 예측할 수 없는 죽음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앞으로 리움은 카텔란처럼 1990년대 현대미술을 이끈 작가를 한 명씩 초청해 진지하게 풀어볼 예정입니다. 전시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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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호암 전시 통합...“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

삼성문화재단 아래 리움미술관의 전신인 호암미술관도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지난 5월 18일 김환기의 미술 세계 전반을 꿰뚫어보는 전시 ‘한 점 하늘 김환기(a dot a sky kim whanki)’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고미술 전시로 특화된 호암미술관은 김환기 전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을 아우를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부관장은 그래서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은 전시를 기획했고, 김환기가 적격의 인물로 선정됐다. 김환기는 한국 근대미술사를 정립한 인물이며 미술 시장에서도 최고가를 기록해 미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에게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김환기는 고미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현대미술 작가도 아니에요. 근대미술 작가죠. 근대미술 전시를 호암미술관에서 개최하게 된 거예요.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전시를 김환기 작품이 해내줄 거라 생각했어요. 1982년 호암미술관이 고미술 컬렉션으로 문을 열면서 고미술로 특화된 미술관으로 비쳐졌지만, 고미술품은 국가에 기증됐어요. 노후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그간 수장고였던 1, 2층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저변 확대를 위한 전시 기획이 시작됐습니다. 에버랜드는 가면서 호암미술관은 오지 않고, 호암미술관의 전통 정원인 희원도 모르는 분이 많아요. 그들이 보고 싶은 전시를 구성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현대적인 시선에서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예정돼 있습니다.”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전시의 정체성을 나누지 않고, 전시 프로그램을 통합해 두 장소에서 전시를 선보인다. 이는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의 결정이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레거시를 지키면서 미래지향적인 미술관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방향에서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이 동일한 수준의 국제적인 기관으로 평가될 모습도 기다린다. 김 부관장은 “리움미술관이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호암과 리움 두 장소에서 전시가 펼쳐진다. 그래서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로 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움미술관의 정체성이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함께하는 것이기에 동일한 프로그램을 리움과 호암에서 선보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호암미술관의 전시 방향이 달라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미술관의 몸체는 컬렉션이고, 미술관의 정체성은 컬렉션으로 만들어집니다. 리움과 호암의 정체성은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함께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더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고미술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시들을 호암미술관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리움미술관에 비해 지리적 여건이 아쉬워도, 용인까지 찾아와야 하는 이유를 호암미술관의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마련 중입니다. 희원을 보러 와도 좋습니다. 희원을 보고 전시도 보시고, 전시 보러 와서 희원서 쉬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러면서 관람객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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