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가 대학로센터(극장 쿼드)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서울연극센터, 연극창작지원시설로 이어지는 대학로 예술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신(新) 대학로 시대를 활짝 연다.
이 대표는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예술 산업의 중심이 돼 온 대학로에서 서울시민과 연극인들, 예술인들을 위한 시설을 통해 대학로의 새로운 예술전성기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대학로센터의 예술청을 비롯해 8월 새로이 준공 예정인 성북구 연극창작지원시설로 창·제작 예술인들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촘촘하게 지원한다.
서울연극센터부터 창작 지원·예술인 종합지원까지
“대학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의 본거지예요. 지금껏 서울시민이나 국민들 모두가 대학로 하면 공연예술의 대표 공간이라고 생각을 해왔죠.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어내면서 대학로가 스스로 자라온 것에 비해 공연예술 쪽에 대한 공공의 기능은 사실 좀 약했어요. 민간 공연장들 위주로 운영돼 왔지만 서울과 대한민국 공연의 전통을 지켜가고 여러 문화예술시설들을 직접 운영하는 건 공공이 할 일이죠. 이전부터 장애예술인의 창이 돼온 잠실창작센터를 대학로로 옮겨 통합해 주고, 기존의 연극센터도 확장해서 재개관을 했어요. 과거엔 1, 2층만 이용됐는데 지금은 4층 건물로 쓸 수 있죠. 연극창작지원시설은 동소문동에 아주 크게 세워지는데 특별히 연극인들을 위한 과정, 창·제작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해요.”
지난 4월 12일 재개관한 서울연극센터에선 이 같은 신 대학로 시대를 예고하며 관객과 연극인들 간 소통을 한층 강화했다. ‘퇴근 후 공연 전’, ‘낭독 페스티벌’ 같은 개관 프로그램이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대학로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연극에 집중하는 한편, 서울의 문화 중심 지역을 또하나 구축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이 쉽게 예술을 접하게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연극센터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벌써 대학로 내에서 일어나는 연극의 각종 홍보가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연극센터를 중심으로 더 여러 시설을 보완해서 서울의 대학로를 찾는 분들과 예술인들에게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주고 친숙하게 접근하게끔 하려고 해요. 단순한 정보 제공뿐 아니라 누구든 프로그램이나 예술 창작에 직접 참여도 할 수 있게끔요. 낭독공연이나 연극인들의 비하인드 같은 오랜 연극 생활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연극에 대해서 새로운 잠재력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 될 겁니다. 대학로도 그렇지만 재단에서는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들에 예술창작센터들을 운영 중이에요.은평이나 미아, 금천 등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기 조금 어려운 시민들에게도 예술이 닿기를 바라죠.”
특히 이창기 대표는 현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2층에 위치한 예술청에 예술인들을 위한 종합지원센터를 준비 중이다. 예술가들의 창·제작 활동의 어려움이나 고민, 민원을 해결하고 예술단체의 행정, 법률, 노무 등에 관한 상담도 연결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장 어떤 지원이 있는지 정보가 부족한 예술인, 단체에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예술인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체계가 필요해요. 지난 4월에 설계를 완료하고 6월 착공해서 8월 말까지는 시설이 갖춰질 겁니다. 재단에서도 거기에 여러 인력 배치라든가 또 어떤 콘텐츠를 해야 할지 계속해서 자문회의를 하고 있어요. 단순히 예술인뿐만 아니라 예술단체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법인 운영이나 행정, 노무, 법률 상담도 가능하게끔 하려고 합니다. 다 무료로 지원해 드리는 거죠. 이런 작업도 신 대학로 시대를 여는 재단 활동의 일환이 될 겁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는 금천예술공장, 문래예술공장, 삼일로창고극장,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신당창작아케이드, 연희문학창작촌 등 8개 창작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각 공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순수예술을 지원하며, 최근 예술가들의 연간 작품계획에 맞춰 한발 더 앞선 지원을 위해 연 2회의 통합 공모 시기를 조정하고 지원 분야를 3개에서 5개로 세분화했다. 이제는 청년, 신진, 유망, 중견, 원로의 다섯 분야에서 맞춤 지원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조금 더 현실성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
“창·제작 예술인들이 지원 여부가 빨리 결정되지 않아 연간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술가들은 1년 농사를 앞두고 재단에서 결정을 빨리 해줘야 하죠. 취임 후 가장 먼저 1차 예술 지원 통합 공모를 예년보다 2개월 앞당겨서 9월 말에 결과를 공고했어요. 그리고 연초에 2차 공모를 진행했죠. 물리적으로 서울시가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고, 빠르게 하기 위해 7개 장르 심사 인력을 대폭 늘렸어요. 권위 있는 심사 평가를 할 수 있는 분들, 풀도 확대했고요. 대한민국 예술 시계가 한 달이 빨라진 거죠. 더 나아가서 지원작들이 얼마나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권을 높여주는가 향후 평가 지표를 통해 효과성 측정을 해나가고 있어요. 5개로 분야를 세분화한 것도 이 작업들을 통해 이루어졌죠.”
사계절 축제로 확대된 ‘아트페스티벌 서울’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올해 대폭 확대된 서울의 거리축제 ‘아트페스티벌 서울’을 통해 서울의 주요 공간들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하나로 잇고, 서울시민이 언제 어디서든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지난 5월 5~6일 송현녹지광장 및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봄 서울서커스예술축제를 시작으로 여름 서울비보이페스티벌(노들섬), 가을 서울거리예술축제(서울광장 등), 한강노들섬 오페라, 한강노들섬 발레, 서울생활예술축제(잠실실내체육관), 겨울엔 서울융합예술축제(문화역서울284)가 시민들을 찾아간다.
“코로나 시기엔 축제를 열 수 없었지만 서울에선 거리예술축제를 진행해 왔어요. 서울이 광역도시의 중심이고 글로벌 국제도시로 거듭났잖아요. 서울광장에서 하는 축제는 내국인을 위한 것도 있지만 관광 목적도 있고 도시의 문화적 브랜딩을 위한 목적도 있죠. 가을에 밀집됐던 축제를 사계절로 늘려서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 것이 ‘아트페스티벌 서울’입니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거리예술축제와 노들섬 오페라 ‘마술피리’를 시작했어요. 오스트리아의 대표 축제 브레겐츠 오페라 페스티벌 정도의 예산은 못 들이지만 올해는 노들섬에서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전막공연을 올려요.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희곡을 선정했어요. 그 다음 주엔 한강 노들섬을 배경으로 발레 ‘백조의 호수’ 전막공연이 찾아갑니다. 유니버설, 민간 발레단 협동조합이 함께 참여해 2주간 노들섬에서 주말 공연을 열 예정이에요.”
얼마 전 서커스 페스티벌을 마무리하고 6월 3일 열린 비보이 페스티벌에 이어 가을에 거리예술축제, 전막 오페라·발레, 생활예술페스티벌, 겨울엔 서울역284에서 융합예술 페스티벌 2회까지 숨가쁘게 이어진다.
“우리 페스티벌은 기본적으로 내외국인 참여자들의 설문 평가를 받고 있고, 특히 노들섬 오페라와 발레는 서울관광재단과 협력해서 회당 600~700여 명의 해외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관광상품으로도 연계해서 진행 중입니다. 이미 거리예술축제를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적지 않은 인원이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와 매칭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죠. 당시 5분 만에 마감되기도 했어요. 노들섬 오페라는 한강에서 한다는 의미도 있고, 노들섬을 예술섬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에도 부합하는 공연이 될 거라 봅니다.”
이 대표도 취임과 맞물렸던 코로나로 인한 아쉬움이 적지 않을 터였다. 그 기간을 거치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체감한 목표는 공연예술계의 선순환 유도였다. 자연스레 재단에서 진행해온 사업의 모든 부분이 이와 맞닿아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시기를 맞았었죠. 예술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게 치명적이었어요. 예술인 스스로 생계 문제가 컸고 단순히 소비층, 수용 측면에서만 문화복지, 향유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창·제작인들이 내놓는 작품, 창작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됐죠. 결국 선순환이 가장 중요합니다. 첫 번째로 경쟁력 있는 창·제작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이후엔 많이 향유케 하고 꾸준히 그 부가가치가 공연예술계에 돌 수 있도록 다른 창·제작 선순환 구도를 이끌어내야죠. 코로나 때는 불가피하게 단순 지원에 그쳤어요. 다 시민들의 세금이고 소중한 예산이에요. 물론 예술생계, 경쟁력을 위해서도 쓰이지만 거기서 머물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들이 널리 향유되고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가길 바라죠.”
이런 선순환 유도를 위해 이 대표는 서울예술상을 신설하고 ‘서울스테이지11’을 통해 시민들이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재단의 창제작센터를 비롯한 서울의 11개 문화공간을 선정해 한 달에 한 번씩 시민들과 만난다.
“예술 지원의 선순환을 한 턴으로 가져가는 것의 일환으로 ‘서울스테이지11’에서는 18개의 우리 참가 공간들에서 11곳을 선정,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으로 시민들과 만나게 돼요. 사실 예술가들이 상주해서 창작을 하는 시설이 많아 일반 시민들에겐 재단 사업이 그리 알려지지 않거든요. 한 달에 한 번 개방을 해서 11개 공간에서 11시 전후로 마티네 콘서트처럼 선보이고 있어요. 연희문학창작촌에선 문학 낭독 콘서트를 음악과 함께, 금천예술공장에선 다원 예술 같은 각 공간의 특성을 살렸어요. 서울문화재단의 창작 공간을 지역민들에게 돌려줘 오전에 문화가 있는 삶을 제공하고 예술가들에게도 설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어주는 거죠.”
올해 첫 개최한 ‘서울예술상’도 단순히 지원으로만 끝나지 않는 ‘선순환 구도’를 위해 공들인 부분이다. 이 대표는 단순히 티켓 판매 실적으로 상을 받는 여느 시상식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자리”가 서울예술상 무대가 되기를 바랐다.
“순수 기초예술 분야는 티켓 판매로 평가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작품성을 위주로 보게 되고, 재단의 창·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 중 뛰어난 성과를 치하하는 거죠. 지원 사업 50여 작품을 130여 명의 심사위원들이 직접 심사했어요. 영화에는 청룡영화상, 대종상 등이 있고 뮤지컬도 어워드가 있는데 왜 순수예술을 하는 분들은 레드카펫도 못 밟느냐는 이야기도 나온 적이 있고요. 무엇보다도 좋은 작품을 만든 예술인들이 서울예술상 수상을 통해 또 다른 곳에서 인정받고 내세울 수 있는 자랑스러운 경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2024년 20주년을 앞두고 지난날을 성찰, 반성하는 동시에 새로운 2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창기 대표는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을 그동안 헌신해온 조직경영, 조직문화 발전과 재단의 대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이어 시민들과 직원들에게 한층 더 친근하고 필요성 있는 예술지원 브랜딩의 터닝포인트로 삼을 생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 시정, 문화 정책 목표와도 다양한 사업을 연계해 발맞춰 나가는 것은 물론이다.
“내년 10월 말 퇴임을 앞두고 서울문화재단 20주년이에요. 미래 준비 TF도 구성하고 성찰과 반성을 통해 향후 20년을 위한 중간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요. 이 시기를 터닝포인트로, 어떻게 재단 위상을 높이며 직원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예술계에서 일해 나갈지 함께 고민 중입니다. 재단은 서울 시정, 문화 정책과 더불어 콘텐츠들을 수립하고 실행해 왔어요. 예술지원체계 개편은 서울시의 공정, 균형·규모 예산의 적정성이란 목표와 맞춰 나가고 있고요. 장애인예술지원센터를 이전하고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은 약자와의 동행이고, 각 창제작센터 지원은 엄마아빠프로젝트, 한강 그레이트 선셋 같은 정책과 맞닿아 있죠. 청년문화패스, 통합문화이용권들이 서울시 정책과 연계돼 진행되는 사업들이고요. 시에서도 우리의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고 있고, 든든하게 재단의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이사는 세종문화회관 경영본부장, 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사)한국문화경제학회 부회장,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재직 시절 ‘천원의 행복’을 기획해 주목받았으며, 지역예술재단 대표를 수차례 역임하는 등 공연기획·예술경영 전문가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