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맞닥뜨린 사상 최악의 전력난 사태는 ‘녹색전력’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녹색전력은 △태양에너지발전(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수력발전 △바이오매스발전 △지열발전 등의 친환경 전력을 말하는 것으로, 중국 당국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 실현 움직임 속에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 바이오매스 에너지(생물연료와 생물체를 열분해 또는 발효시켜 얻는 에너지) 산업은 태양광·풍력·수력발전 등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바이오 자원과 당국의 보조금 지원책 등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바이오매스 시장은 아직 발전 과정 중인 만큼 해당 산업체인을 대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에 업계에서 어느 정도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선두기업들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그 투자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다.
장청그룹(長青集團·CHANT 002616.SZ)은 몇 안 되는 바이오매스 업계 대표기업 중 하나다. 가스기기 제조업체로 출발해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열병합발전(전기와 열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하는 시설) 사업으로 고속 성장한 장청그룹은 녹색전력 시대를 선도할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가스기기’ 제조업체로 출발, 4대 제품 기술우위
광동장청그룹주식유한공사(廣東長青集團股份有限公司, 이하 장청그룹)의 전신은 1985년 설립된 ‘샤오란(小欖) 다이캐스팅 공장’이다. 다이캐스팅은 구리·주석·납 따위를 녹여서 강철로 만든 거푸집에 눌러 넣는 정밀 주조법을 일컫는다.
조직개편을 거쳐 1993년 8월 6일 광동장청그룹공사(廣東長青集團公司)로 거듭난 이후, 2011년 9월 20일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장청그룹의 주요 사업은 크게 △가스기기 제조 △친환경 열에너지 제공 사업으로 나뉜다. 친환경 열에너지 제공 사업은 다시 △생활쓰레기 소각발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공업단지 집중 열공급 등으로 분류된다.
1989년 중산(中山)시 샤오란 가스설비 밸브공장(小欖氣具閥門廠)을 설립하며 가스설비 사업에 뛰어든 장청그룹은 소각로, 난방설비, 온수기, 가스 취사도구, 가스 부품 등 다양한 제품라인을 구축하며 경쟁력을 키워 왔다.
현재 가스기기 제조 3대 생산기지를 비롯해 동종 업계 최초로 중국 국가인증 및 유럽연합 통합규격인증(CE)을 받은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다.
가스기기와 관련해 100여 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장청그룹은 특히 가스온수기, 가스취사도구, 가스콕(가스통이나 가스관 속에 있는 가스의 양과 압력을 조절하는 마개), 전압조정기 등 4대 제품에 기술적 우위를 갖추고 있다.
‘소각발전’ 뛰어들며 친환경에너지 업체로 변신
장청그룹은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회수해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에 뛰어들며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2004년 5월 광둥(廣東)성 중산(中山)시 정부가 추진하는 ‘중산시 센터 조직 구성 쓰레기종합처리기지 소각 발전 프로젝트’의 건설 및 특허경영권을 BOT 방식으로 획득한 게 그 시작이었다.
BOT(Build-Operate-Transfer·경영-운영-양도)는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한 시행자(건설업자)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건설을 마친 후 자본설비 등을 일정 기간 운영하며 투자원금과 이윤을 회수하고, 그 이후 해당 시설을 발주자인 정부에 무상으로 양도하는 방식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2년 뒤인 2006년 4월부터 발전을 시작하면서 기획부터 운영까지 최단 기간 소요된 프로젝트라는 이정표적 기록도 남겼다.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으로 고속성장기 도래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은 장청그룹이 가장 중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는 사업이다. 현재 장청그룹의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설비용량은 491메가와트(MW)로 그중 이미 양산에 돌입한 설비용량은 231MW, 시범운용 중인 설비용량은 260MW다.
2008년부터 바이오매스 발전 및 열병합발전 사업으로 정식 진출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 장청그룹은 2011년 산둥(山東)성 이수이(沂水)현 바이오매스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의 밀짚을 활용한 발전 사업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에 나서게 된다.
바이오매스는 쉽게 말해 식물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화석연료는 한 번 쓰면 사라지지만 바이오매스는 식물을 기르면 다시 얻을 수 있고, 화석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바이오매스로는 목재 펠릿을 들 수 있다. 나무껍질, 톱밥, 나무조각 등의 목재 폐기물을 압축해 만든 대표적인 산림 바이오매스다.
2015년 1월 허베이(河北)성 만청(滿城)현 정부에 의해 종이제품(지제품) 가공구역 열에너지 공급 프로젝트 투자자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다수의 바이오매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2015년 5월 허난(河南)성 허비(鶴壁)시, 광둥(廣東)성 샤오관(韶關)시, 광둥성 마오밍(茂名)시 등 3대 지역의 열병합발전 프로젝트 투자운영권을 획득하게 되는데, 당시 쏟아부은 투자액은 25억위안에 달했다. 또한 9월에는 산둥(山東)성 위타이(魚臺)현 환경보호 바이오매스 발전 프로젝트의 정식 운영에도 돌입한다.
2016년 4월부터 6월까지는 9건의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프로젝트 투자운영권을 따내며 해당 프로젝트에 36억위안을 투입하게 된다.
이후에도 농림 바이오매스 에너지 및 청정 열에너지 공급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해당 업계에서 입지를 확대, 현재까지 허난(河南)·산둥(山東)·헤이룽장(黑龍江)·장쑤(江蘇)·랴오닝(遼寧)·지린(吉林)성 등 다수 지역에서 16건의 바이오매스 열에너지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보조금 수혜, 하반기 집중양산 실적회복 기대
전 세계적인 친환경에너지 시대 도래와 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바이오매스 산업은 거대한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블루오션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 바이오매스 경제발전전략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매년 생산되는 농림 바이오 자원은 약 39억7900만톤(t)에 달한다. 그중 에너지화가 가능한 자원은 3억2600만t으로 전체의 8.2%를 차지한다.
중국전력기업연합회가 공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전국 바이오매스 발전설비 설치 규모는 3409만kW로 전년 동기 대비 31.2% 늘었다.
바이오매스 산업에 대한 당국의 정책적 지원은 해당 업계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배경이다. 지난 8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21년 바이오매스 발전 프로젝트 건설업무 방안’을 통해 올해 바이오매스 발전 산업에 25억위안(약 4600억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신증권(安信證券)은 “당국의 정책적 지원하에 중국 바이오매스 발전 업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바이오매스 에너지로의 대체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성장 여력 또한 확대되고 있다”고 평했다. 아울러 중국 3·4선 도시 시장의 대체수요 확대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수의 전문기관은 중국 바이오매스 산업의 발전 속에 성장세가 가장 주목되는 종목으로 장청그룹을 꼽는다. 동종 업계 중에서도 바이오매스 발전을 통한 수익률이 높고, 발전시간과 발전효율 측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중국 농림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용량 규모 상위권 20대 기업 중 장청그룹은 발전 효율 순위에서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매출)은 11억7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고, 순이익은 7830만위안으로 46.5%나 줄었다. 올해 1~3분기 순이익은 2629만~9202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6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영역별로는 열병합발전과 쓰레기 처리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이 가장 많은 비중(88.73%)을 차지했다.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석탄 가격의 급등 △바이오매스 공장의 대대적 수리 및 기술 개선에 따른 가동 중단 장기화 △이상기후 및 코로나 사태에 따른 업스트림 공급 및 물류 차질, 이로 인한 바이오매스 원료 가격 상승 △바이오매스 보조금과 전력비용 미수금액 증가 등이 거론된다.
다만, 올해 하반기 8건의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공장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상반기에 비해 수익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