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 서정적 가요 음원차트 채워
왕훙 가수, 오디션 우승자 경연곡 화제
심금 울리는 감성 발라드, 드라마 OST 인기
| 홍성현 중국전문기자 hyun22@newspim.com
2017년 중국 가요계에서는 오디션 우승자의 경연곡과 왕훙(網紅 인터넷 스타) 출신 가수의 노래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OST와 빠른 랩 가사로 가득한 힙합 장르도 인기를 누렸다. 전반적으로는 감성 발라드가 마음을 울리는 주옥 같은 가사들로 공감을 사며 음악차트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한 해 중국 음원차트를 뜨겁게 달군 노래는 무엇일까?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2017년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듣고 따라 부른 노래 10곡을 소개한다.
워먼부이양(我們不一樣, We are different) 다좡(大壯)
어쩐지 홍콩 누아르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르는 멜로디, 허스키한 다좡(大壯)의 목소리가 입혀지며 쓸쓸함과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다소 고전적인 음악이기는 하지만 2017년 중국인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으며 익숙함과 추억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증명해 보였다.
워먼부이양은 2017년 쿠거우뮤직, QQ뮤직 등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네티즌의 ‘최애’ 배경음악(BGM)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가수 겸 프로듀서 가오진(高進)이 만든 이 곡은 형제애를 노래하는 가사가 심금을 울린다. 덧없이 흘러버린 세월에 대한 아쉬움, 서로를 잘 이해하는 마음에 대한 애틋함, 힘겨워도 더 노력하자는 다짐 등의 내용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다좡은 중국 소셜미디어 모모(陌陌)앱 남성 BJ 가운데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인터넷 생방송 진행자다. 워먼부이양의 인기에 힘입어 다좡의 팔로워 수는 20만명 넘게 늘어났다.
다이니취뤼싱(帶你去旅行, Take you on a journey) 샤오장(校長)
“너와 함께 낭만의 나라 터키에 가고 싶어. 그다음엔 도쿄와 파리에 갈 거야.”
워먼부이양이 세월의 풍파를 겪은 남성의 노래라면, 다이니취뤼싱은 파릇파릇한 청춘의 노래다. 98년생 왕훙(網紅) 출신 신예가수인 샤오장(校長)이 부른 이 곡은 2017년 하반기 중국 00허우(00년 이후 출생자) 및 90허우(90년대생)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음원차트 상위권 자리를 유지했다.
샤오장은 중국 10~20대 사이에서 ‘햇살남(陽光男孩)’으로 불리는 라이징 스타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3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고,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 팔로워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풋풋한 연애감정을 녹여낸 다이니취뤼싱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대도시 골목과 상점 곳곳에 이 노래가 울려퍼졌고, 40만명의 네티즌이 ‘좋아요’ 및 댓글을 남겼다.
위안저우가오페이(遠走高飛) 진즈원(金誌文)
중국 가요계 대표 싱어송라이터 진즈원(金誌文)이 작곡하고 부른 위안저우가오페이. 일단 들으면 속이 탁 트이는 사이다 같은 노래다. 답답한 마음에 시원한 술 한잔을 들이켰을 때처럼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곡. 진즈원이 곡 발표 직전일까지 수정을 거듭하며 공을 들인 작품으로 알려졌다.
‘먼 곳으로 달아나다’라는 뜻의 곡 제목이 말해주듯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고민과 걱정을 털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을 가사에 담았다. 화려한 기타 연주와 세련된 리듬의 후렴구가 가사와 어우러지며 해방감을 더한다. 대만 여가수 쉬자잉(徐佳莹 LaLa)과 함께 부른 듀엣 버전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네티즌들은 처음 들었을 때보다 두번 세번 반복해서 들을수록 빠져드는 마력이 있다고들 평한다. 음악에 기대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위안저우가오페이를 들어보자. 무의식적으로 멜로디를 따라 흥얼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샤오처우(消愁) 마오부이(毛不易)
중국 오디션 샛별 마오부이(毛不易)가 부른 샤오처우는 ‘근심을 해소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오부이가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로, 오디션 당시 관중석을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린 주인공. 배우 양미(楊冪 양멱)는 마오부이의 무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랫말에 가수의 꿈을 안고 무대에 오른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시킨 것이 감성을 자극하는 이유다. 듣고 있으면 그가 부르는 것이 노래인지, 아니면 내면의 자신을 노래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 마오부이의 묵직한 음색과 간주에 삽입된 휘파람이 노래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마오부이는 2017년 텅쉰스핀(騰訊視頻)이 방영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명일지자(明日之子)에서 우승하며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최종 결승전에서는 무려 1400여 만명의 팬이 마오부이를 ‘쥐싱(巨星)’이라 칭하며 지원사격했다.
오디션 경연곡 중 하나였던 샤오처우는 1주 만에 재생(플레이) 횟수 1억회를 돌파했고, 쿠거우뮤직 개별곡 랭킹에서 3개월 동안 1위를 지켰다.
청두(成都) 자오레이(趙雷)
이별 후 쓸쓸한 감정을 노래한 곡 청두. 이 곡에서 중국 도시 청두는 추억의 장소로 등장한다. 2017년 한 해 노래 청두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곡의 제목이자 배경인 ‘청두’가 뜻밖의 이득을 누렸다. 청두 거리 작은 주점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났기 때문.
중국 특색이 느껴지는 민요풍 노래로 공식 버전은 가수 자오레이가 작사∙작곡을 도맡았다.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한 도시 청두를 개인적으로 좋아했다는 자오레이. 그는 이 노래가 제2의 고향인 청두에 바치는 곡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청두는 남녀의 이별 노래로 볼 수도 있지만 도시 청두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노래이기도 하다. 실연한 사람들은 옛 연인을 떠올릴 것이고, 청두 출신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게 되는 곡. 후반부에 삽입된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도 인상적이다.
사실 자오레이가 곡을 쓴 건 3년 전인 2014년이고 앨범이 출시된 것도 2016년 연말이지만, 정작 이 노래가 인기를 누린 것은 2017년이다. 청두가 히트한 이후 같은 멜로디에 난징(南京), 둥관(東莞) 등 다른 도시를 주제로 개사한 버전도 잇따라 등장했다.
량량(涼涼) 양쭝웨이(楊宗緯)∙장비천(張碧晨)
2017년 상반기 히트작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삼생삼세)의 OST(삽입곡)인 량량은 가수 양쭝웨이(楊宗緯)와 장비천(張碧晨)이 함께 부른 듀엣곡이다. 삼생삼세 인기를 타고 OST마저 음원차트를 점령했던 것.
작사를 맡은 류창(劉暢)은 애초부터 드라마 삼생삼세 맞춤형으로 노랫말을 지었다고 한다. 작곡가 탄쉬안(譚旋)과 함께 단숨에 곡을 완성한 후, 원하는 가수에게 직접 녹음까지 요청했다고. 류창은 작사 전 드라마 원작소설을 읽은 후, 절절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가사에 그대로 녹여냈다.
판타지 사극의 삽입곡답게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선율이 돋보인다. 남녀 가수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곡의 감성과 분위기를 더욱 살렸다. 특히 드라마 삼생삼세 팬들은 노래를 들으면 극중 장면이 떠올라 감동이 더하다고들 평한다.
짜이런젠(在人间) 왕젠팡(王建房)
“수레바퀴 같은 현실 속 나는 한낱 개미일 뿐 지옥 같은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인 가사가 심장을 후벼 파는 곡 짜이런젠은 중국 록(Rock)가수 왕젠팡(王建房)의 노래다. 원곡은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출신 크리스 메디나(Chris Medina)의 곡 ‘왓 아 워즈(What are words)’이며, 왕젠팡이 중국어 가사를 붙여 리메이크했다.
중국에서는 짜이런젠을 두고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마약 같은 노래”라고 평한다. 편안한 선율 위 인생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이 담겨 있어 자꾸만 곱씹게 되는 곡.
지난 2016년 왕젠팡이 노래경연 프로그램 스싼이펀베이(十三億分貝)에 출연해 이 곡을 부르자 관중석은 온통 눈물바다로 변했다. 무대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이라며 입을 모은다.
80000 바인한(巴音汗)
80000은 빠른 비트와 랩으로 구성된 힙합 음악이다. 중국 래퍼 바인한(巴音汗)이 직접 가사를 붙인 자작랩으로, 95허우(95년 이후 출생자) 래퍼의 솔직하고 패기 넘치는 사랑 고백을 담고 있다.
2017년 6월 발표된 이 곡은 쿠거우뮤직, QQ뮤직 음원차트에서 몇 주간 1위를 기록하는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올해 힙합 오디션 The rap of China(中國有嘻哈)가 인기 몰이를 하면서 10~20대에 힙합 열풍이 불기도 했다.
독특한 제목 80000은 자신의 활동명과 여자친구의 성을 합해 만든 것이라고 바인한은 말한다. 숫자 80000을 중국어로 읽으면 바완(八萬)이 되는데, 바인한의 ‘바(巴)’와 여자친구의 성 ‘완(萬)’을 합친 것과 발음이 같은 데서 비롯됐다.
한편 80000은 한때 표절 의혹이 일었고, 가사가 다소 저속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대해 바인한은 “일부 멜로디가 비슷하긴 하지만 저작권법 위배 기준을 넘지는 않았다”며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가사로 표현했을 뿐이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주이광저(追光者 추광자) 천닝얼(岑寧兒 Yoyo Sham)
홍콩 가수 천닝얼(岑寧兒 Yoyo Sham)이 부른 드라마 하지미지(夏至未至) OST 주이광저는 ‘빛을 좇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빛에 비유한 사랑 노래다.
드라마 하지미지는 ‘샤오스다이(小時代 소시대)’를 쓴 중국 스타 작가 궈징밍(郭敬明)의 소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중국 청춘스타 천쉐둥(陳學冬)과 정솽(鄭爽)이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아 평균 시청률 1%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
주이광저는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청춘 드라마의 삽입곡답게 전체적으로 풋풋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천닝얼의 달콤한 목소리가 초여름 느낌의 멜로디와 어우러지며 곡의 느낌을 살렸다. 특히 여주인공 리샤(立夏 정솽 분)의 테마곡이기도 한 주이광저는 극중 사랑 앞에서 조심스러운 리샤의 캐릭터를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쭈이메이칭뤼(最美情侣) 바이샤오바이(白小白)
‘최고의 연인’이라는 뜻의 쭈이메이칭뤼는 반복되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달콤한 러브송이다. 중국 가수 겸 배우 바이샤오바이(白小白)가 직접 작사∙작곡해 불렀다.
귀에 착 감기는 선율, 입에 딱 달라붙는 가사, 가수의 달달한 음색이 삼위일체를 이뤘다. 한 번 들으면 바로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쿠거우뮤직 등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 것은 물론 각종 인터넷 생방송(直播 즈보) 플랫폼 진행자들의 애창곡으로도 사랑받았다.
바이샤오바이는 콰이서우즈보(快手直播)에 5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쭈이메이칭뤼 외에 대표곡으로는 궈취더자오폔(過去的照片 past photos)이 있다.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바이샤오바이는 지난 2016년 코미디 영화 차오넝페이우(超能廢物 초능폐물)에 출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