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변화 중요하게 봐...주식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해외주식 투자 ‘성장성’ 가장 중요...이머징국가는 ‘환율’도 고려”
“이익 증가 여부에 분석력 90% 쏟아야...주가는 제일 나중에 봐”
|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
| 김학선 사진기자 yooksa@newspim.com
“왜 테슬라 관련주, 애플 관련주를 찾죠? 그냥 테슬라나 애플 주식 사면 됩니다.”
해외주식투자 전문가 이항영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창업경영컨설팅학과 특임교수의 말이다. 테슬라나 애플 등 해외 글로벌 기업 이슈가 발생했을 때 국내 주식시장에서 ‘관련주’란 이름으로 테마가 형성되는 현상을 지적한 말이다.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 대학원을 마친 뒤 1990년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했다. 3년여간 다양한 산업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는 “특히 산업발달 단계에 대한 스터디를 많이 했다. 예를 들어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의 20년, 일본의 1945년 패망 이후 발전 단계 등이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대우그룹의 발전전략을 위한 스터디라고 생각했는데, 이때 했던 공부가 현재 주식 투자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구소에서 3년 정도 있다가 대우증권에서 10여 년간 투자정보부 부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창업경영컨설팅학과 특임교수로 재직하면서 해외주식 관련 커뮤니티 등을 운영한다. 그는 “학교에서 투자론, 글로벌주식투자론, 재밌는 재테크 등을 강의하는데, 직접적인 주식 투자보단 트렌드를 어떻게 보는지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좋은 주식은 ‘당장’ 사라”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대우경제연구소와 대우증권에서 일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해외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박스피(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모습)라는 말이 있듯 일정 구간 등락을 반복하는 기간이 상당히 길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중간중간 고비가 있긴 했어도 길게 보면 1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창조와 혁신의 역사’라고 본다. 시총 상위주들의 변화를 보더라도 미국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시총 상위주들의 변화는 많지 않다.”
그는 주변에 해외주식에 관심 있고 문의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단다. “좋은 기업 주식은 ‘당장’ 사라.”
그는 “많은 사람이 기업을 안 보고 가격을 본다. 좋은 기업을 발견하고도 주가가 더 낮아지면 사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좋은 기업을 발견하면 당장 사고, 주가가 낮아지면 더 사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주식 투자를 잘하기 위해선 역설적이지만 눈을 감아야 한다”고 말한다. 차트를 보지 말고 세상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주식 가격을 보지 말고 세상의 변화와 트렌드를 봐야 한다. 주식시장은 그런 것들을 그냥 따라간다”고 했다.
개인적인 주식 투자 성과에 대해서도 물었다. 구체적인 답변을 듣진 못했지만 “주식 투자는 쉽다”는 말로 대신한다. 그는 지금까지 큰 실패를 하거나 소위 ‘대박’이 난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꾸준히 주식으로 자산이 불어났다고 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소유하고 있지만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고 있지는 않아요. 금융자산의 70% 정도는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요.”
그가 보유한 주식은 모두 미국에 상장된 것들이다. 미국에 상장돼 있는 중국 등 다른 국가 기업들도 투자 대상이다. 그는 “투명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상장된 중국 기업과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간에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국내기업 주식은 갖고 있지 않다. 그는 “국내주식을 안 좋게 봐서 투자를 안 하는 것은 아니고, 주식 관련 강의를 하거나 커뮤니티 등에 글을 쓰다 보면 국내 중소형주들은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오해를 받기도 싫다. 그래서 국내주식은 아예 투자를 안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도권 증권사 출신이긴 하지만 국내 증권사에 대한 신뢰는 별로 없어 보였다. “많은 경우는 아니겠지만 어떤 애널리스트는 실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매수’ 의견을 내고, 여러 구조적인 배경으로 인해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고 봅니다.”
‘잘 아는 기업, 내가 소비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 위주로 투자
주식 투자 팁을 달라고 하자 그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잘 아는 기업’에 대한 투자다. 또 ‘가능하면 내가 소비하는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한정하라고 했다. 즉 B2C 비즈니스 모델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말한다.
“자신이 소비를 안 하면 잘 몰라요. 피상적인 것들만 듣게 되고, 투자에 대한 감이 떨어질 수 있죠.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 위주로 주식 투자 대상을 고르면 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자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식을 투자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미국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미국 기업 중 애플, 테슬라, 스타벅스 등도 이런 조건에 해당되는 기업”이라고 했다.
그는 또 “주가는 제일 마지막에 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익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인가’에 분석의 90% 이상을 쏟으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시장엔 ‘테마주’가 너무 많다. 초보자들이 이런 것부터 시작하니 주식 투자가 어려워진다”면서 “확신이 없고 모르는 기업은 단 1분도 갖고 있으면 안 된다.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건 돈을 허공에 뿌리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성장성’에 방점...안정성 차원에선 ETF·펀드”
해외주식에 투자할 때 안정성 차원에서 국가별 비중을 어느 정도 조절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는 MSCI지수의 국가별 비중을 벤치마크해서 비교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경제 성장성’이라고 했다. 최근 해외펀드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인도, 중국, 베트남도 ‘성장성’ 측면에서 좋은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아는 기업’을 투자해야 하는데, 실제로 이머징국가들의 개별 회사들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펀드나 ETF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 이 역시 ‘안정성’ 차원이다. 그는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투자하듯 ‘톱 클래스(상위권)’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기업 투자 실패 사례를 종종 보는데, 대부분 ‘현지에 사는 지인이 좋다고 얘기해줘서’라는 게 이유다. 이런 게 상당히 위험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환율에 대해선 선진국과 이머징국가를 나눠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 예컨대 미국, 일본, 유럽 등에 대해선 사실 길게 보면 그 나라 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이머징국가들은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상당히 클 수 있어 환에 대해 어느 정도 안전판을 마련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18년도 주식시장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를 포함해 여전히 글로벌 주식시장을 좋게 본다. 금리인상 속도가 관건인데, 금리를 올리더라도 여전히 저금리 수준”이라고 했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무역전쟁의 본격화, 보호무역주의 등을 지목했고, 국내증시 변곡점은 ‘반도체 이익 지표’라고 꼽았다.
그는 “국내에 한정시켜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상당한 이익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의 이익 증가 추세가 꺾이는 신호가 나오면 주가 역시 밀릴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기업들 주가가 꺾이면서 근거 없이 올랐던 종목들이 동반 하락세를 보여 지수가 하락 추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
또 최근 바이오주 등을 중심으로 한 코스닥 대형주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코스닥은 정책 변수가 70% 정도다. 정책이 어떤 강도로 나올 것이냐가 관건인데, 이런 현상의 지속성을 묻는다면 ‘만만치는 않을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