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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펀드가 좋다고? ETF가 더 좋은 두 가지 이유

2023년 04월호

인덱스 펀드가 좋다고? ETF가 더 좋은 두 가지 이유

202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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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펀드매니저들, 장기 수익률도 좋을까
인덱스 펀드와 헤지 펀드의 대결, 승자는 워런 버핏
왜 금융회사는 일반 펀드 투자자들을 고마워할까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불과 10년 전만 해도 유명 운용사들의 공모펀드가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당시 한국의 주요 운용사들은 자사의 국내와 해외 액티브 펀드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홍보하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액티브 펀드’란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를 말한다. 반면 ‘인덱스 펀드’는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는 소극적 운용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화려한 과거 수익률 믿었다가 낭패 보기도

냉철한 분석과 과감한 결단을 통해 본인이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을 수직으로 끌어올린 소수의 실력 좋은 펀드매니저들은 높은 연봉과 성과보수를 통해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받았다. 그들 중에는 독립해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운용사나 자문사를 만들어 금융사업을 시작한 경우도 흔했다.

그런데 이런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펀드를 계속 운용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한국에서 10년 넘게 꾸준히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인 펀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펀드매니저 또한 마찬가지다. 이 주장을 못 믿겠다면 과거에 유명세를 떨쳤던 펀드들의 10년 수익률을 직접 확인해 보자. 어렵지 않게 이 내용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스타 펀드매니저들의 화려했던 과거 수익률을 믿고 거금을 투자한 금융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몇 년 뒤 크게 후회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다면 펀드매니저의 유명세를 믿고 펀드에 큰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다 어리석은 사람들일까?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던 건 아닐까?

인덱스 펀드 vs 헤지 펀드...수수료가 승패 좌우

이제 직접 금융 소비자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본인이 지금 나스닥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3개 펀드 중 1개를 골라서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1) 과거 성과가 좋았던 미국의 유명 헤지 펀드 (2) 과거 성과가 좋았던 한국 펀드매니저가 운영하는 액티브 펀드 (3) 그냥 평범하게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 이렇게 3개의 선택지가 있다면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펀드를 고르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까?

당연히 (1)번의 ‘미국의 유명 헤지 펀드’에 가장 마음이 끌릴 것이다.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선택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거물들이 있다. 바로 투자의 귀재로 추앙받는 ‘워런 버핏’과 세계 최초로 인덱스 펀드를 만들어 낸 뱅가드 그룹의 창업자 ‘존 보글’이다.

워런 버핏은 예전부터 헤지 펀드를 불신해 왔다. 단기적으로는 좋은 수익률을 올릴지 몰라도 10년 이상 긴 시간 관찰해 보면 평균수익률에 회귀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헤지 펀드의 수수료는 너무 높다는 것이 평소 그의 주장이다. 이런 그에게 뉴욕의 헤지 펀드 운용사인 프로티지 파트너스의 ‘테드 세이즈’ 회장이 도전해 왔다.

결국 “10년 뒤에 인덱스 펀드와 헤지 펀드 중 어떤 게 더 수익률이 높을까?”를 두고 두 사람의 내기가 성사됐다. 버핏은 뱅가드 사의 ‘S&P500’ 인덱스 펀드를 선택했고, 세이즈는 자체적으로 엄선한 5개의 헤지 펀드에 분산투자해 본격적으로 10년간의 수익률 경쟁이 시작됐다. 이 내기는 2008년 1월 1일에 시작됐는데 10년 뒤 워런 버핏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내기를 시작한 후 9년이 지난 2016년 말 기준으로 이미 버핏이 고른 S&P500 인덱스 펀드는 연평균 7.1%의 고수익을 낸 데 비해 세이즈가 고른 5개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고작 2.2%에 그쳤다. 세이즈가 엄선한 헤지 펀드가 내기에서 패배한 건 10년이라는 긴 시간 시장지수를 이기지 못한 매니저들의 잘못이 제일 클 것이다.

하지만 헤지 펀드의 패배에는 숨겨진 다른 이유가 더 있다. 바로 수수료다. 인덱스 펀드는 시장지수를 좇아 수동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매매 비용이 적다. 이에 따라 펀드 수수료도 연 1%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헤지 펀드 수수료는 기본적으로 연 2% 이상이다. 게다가 추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 달성 시 초과수익률의 20%를 성과보수로 차감한다. 이런 살인적인 수수료율로 인해 투자기간이 길수록 인덱스 펀드를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

모든 주식을 다 소유하려면? 정답은 인덱스 펀드

이런 헤지 펀드나 액티브 펀드의 모순을 간파하고 세계 최초로 1976년에 인덱스 펀드를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뱅가드 펀드의 창시자로 유명한 존 보글이다. 보글의 주장은 심플하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한 후 가만히만 있어도 다른 80%의 투자자 수익률을 앞지른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역시 수수료 때문이다. 수수료로 인해 복리비용이 늘어 결국 장기적으로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은 인덱스 펀드를 이기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결국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펀드매니저를 잘 골라냈을 경우에만 액티브 펀드의 장점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수한 펀드매니저를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운에 기대야 한다. 이런 이유로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계획했을 때는 불확실성이 높은 헤지 펀드나 액티브 펀드보다 차라리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게 더 이득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도 유언으로 배우자에게 “내가 죽으면 재산의 90%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나머지 10%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버핏 역시 펀드매니저들의 주식 투자 실력보다는 그냥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더 신뢰한다는 강력한 증거다.

그런데 버핏의 이 유언은 아이러니하다. 버핏이 대주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사로 위장(?)한 투자회사라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방식이 상당히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과거부터 소수의 우량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큰 수익을 올려 왔다.

최근 몇 년간만 해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미국 시가총액 1위인 애플 주식의 비중이 40%에 육박해 주목을 받아 왔다. 완벽하게 헤지 펀드나 액티브 펀드 방식의 투자 형태다. 버핏의 이런 실제 행동과 유언은 상당한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버핏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죽고 나면 자신을 능가하는 투자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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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펀드와 ETF 중 뭐가 더 좋을까?

이제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인 존 보글의 주장 중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을 짚어보자. 보글은 1976년에 인덱스 펀드라는 엄청난 금융 상품을 개발해 헤지 펀드와 액티브 펀드의 모순 속에서 급성장해 왔다. 그런데 2000년대부터 ETF라는 훨씬 더 혁신적인 금융 상품이 등장하면서 보글이 이끌었던 뱅가드 그룹의 인덱스 펀드는 강력한 경쟁 상품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ETF가 인덱스 펀드보다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ETF의 수수료가 인덱스 펀드보다 더 저렴하다. 두 번째는 ETF의 유동성이 인덱스 펀드보다 훨씬 더 좋다. 인덱스 펀드는 환매일이 짧게는 3일, 길게는 10일이 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반면 ETF는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한 개념이라 실시간으로 매도, 매수가 가능해 유동성이 압도적으로 더 좋다.

이런 이유로 ETF의 인기가 인덱스 펀드를 뛰어넘은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보글은 ETF가 출시됐던 초기에 ETF의 유동성이 너무 좋은 나머지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에 치중하는 투자방식에 주목했다. 이로 인해 인덱스 펀드 장기 투자자들보다 실제 ETF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더 저조한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말은 일견 일리가 있고 타당하다. 실제로 한국 투자자들만 봐도 ETF를 장기 투자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단기적인 트레이딩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장기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놓친 상당수 ETF 투자자들의 최종 투자 결과가 인덱스 펀드 투자자들보다 안 좋은 수치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건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어쨌든 상품구조 자체로만 보면 인덱스 펀드보다 ETF가 여러모로 훨씬 더 우월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금융 상품 중에서 수수료가 압도적으로 높은 보험 상품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자가 지인을 통해 가입한 저축성 보험은 높은 수수료율로 인해 다른 금융 상품들보다 장기 수익률이 저조했다. 또 이 보험 상품은 중도 해지할 경우 환급액이 워낙 적어 쉽게 해지를 결정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이 보험 상품을 추천한 지인에게 투덜대자 지인이 한 말이 압권이다.

“형, 지금 형이 가지고 있는 금융 상품 중에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금융 상품이 있기는 해? 돈 필요할 때마다 깨서 써버리지 않았어?” 그 지인의 말이 정확했다. 돈이 필요해도 중도해지를 못한 건 해지수수료가 너무 부담돼서 끝내 깨지 못한 보험 상품밖에 없었다.

지인은 “그것 봐, 역시 보험은 훌륭한 상품이야”라고 주장했다. 결과는 맞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다고 보험 상품의 구조가 다른 금융 상품보다 우월한 건 아니다. 오히려 불리하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보험 상품의 설계 의도와는 상관없이 좋은 점도 있다. 아이러니하다.

투자 귀재들, 수수료에 왜 민감한지 생각해 봐야

결론적으로 존 보글의 초기 주장과 달리 ETF의 상품 구조가 인덱스 펀드보다 우월하다는 건 변함없는 진실이다. 보글도 진작에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그룹은 과거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던 인덱스 펀드 외에 ETF 상품도 적극적으로 개발해 현재 ETF 시장에서도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지금은 ‘묻지 마 공모펀드’나 ‘묻지 마 자문랩’이 크게 유행했던 2000년대와 2010년대를 훌쩍 지나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2023년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ETF라는 혁신적인 금융 상품 대신 액티브 펀드나 인덱스 펀드 같은 일반 펀드들을 주력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 투자자들이 많다.

심지어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저렴한 스마트폰 주식 매매 대신 수수료가 10~20배 비싼 전화통화 주식 매매를 선호한다. 물론 증권사는 굳이 스마트폰 주식 매매가 더 저렴하다고 안내하거나, 일반 펀드보다 ETF의 수수료가 더 저렴하다고 설명할 이유가 없다. 그냥 고마워할 뿐이다. 본인이 이런 투자자에 해당된다면 왜 워런 버핏과 존 보글이 그렇게도 펀드 수수료에 민감했는지를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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