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국민연금기금이 100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2018년 기금 추계 당시 2024년에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2년이나 앞당겨진 것입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9월 8일 뉴스핌 월간ANDA와 인터뷰에서 지난 6월 900조원을 돌파한 국민연금기금이 내년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8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돼 취임 2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연금개혁 논의가 실종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논의 재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우선 “정부가 연금개혁을 위해 2018년 4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했고 (국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현재까지 안 되고 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급률이나 보험료, 연금수급연령 무엇이 됐든 하루아침에 뚝딱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시간을 두고 서서히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올해 정기국회서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기금 추계를 재계산하는 2023년에는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이사장은 “1968~1974년생,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기 전 연금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2023년 재정 재계산 결과를 내놓는데 그때가 마지막 기회”라고 봤다. 다만 “연금개혁의 당사자 중 하나인 20~30대 젊은 층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래야 국민이 바라는 연금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평가체계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ESG 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13개 주요 이슈를 기준으로 총 52개 세부지표로 구성돼 있다. 최근 국내주식 ESG 평가모형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 이사장은 “ESG 평가지표가 52개 있는데 매년 개편해 나간다”며 “우리나라는 ESG 중 G(지배구조)에 많은 비중을 뒀지만 앞으로는 E(환경)와 S(사회)에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이어 “환경은 기후변화 대응으로 탈석탄 선언 등 환경 관련 규제가 많이 도입됐지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갖춰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 쪽에서는 끊임없이 인권 문제와 산업안전 문제가 나오는 만큼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기업 투자를 관리하고 대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Q. 최근 국민연금기금이 900조원을 돌파했다. 1000조원 돌파 예상시기는.
2018년 기금추계 시에는 2024년에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년에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당초 전망보다 2년 앞당겨지는 것이다.
Q.연금개혁은 가장 큰 숙제다.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지난 2018년 재정추계 당시 기금고갈 연도가 2057년으로 예상됐다. 36년 남았지만 이게 먼 훗날 얘기가 아니다.
Q.코로나 사태로 연금개혁 논의가 실종됐다. 다시 공론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2018년 정부가 4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후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올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Q.내년에 재정추계를 다시 해야 한다. 기존에 제시된 개선 방안도 손질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시작해 2023년 결과를 발표한다. 이를 반영해 새로운 제도개선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1968~1974년생, 이른바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곧 도래한다. 그 이전에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오는 2023년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Q.최근 ESG가 화두다. 기금 투자전략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
2015년 ESG 관련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13개 항목에 총 52개 세부지표로 구성돼 있다. 환경은 기후변화, 청정생산, 친환경제품 개발 총 3가지 이슈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평가하고 있다. 사회 분야는 인적자원관리 및 인권, 산업안전, 하도급 거래, 제품 안전, 공정경쟁 및 사회발전 관련 이슈를, 지배구조에 대해선 주주의 권리, 이사회 구성과 활동, 감사제도, 관계사 위험, 배당을 검토하고 있다. ESG 평가는 외부기관을 통해 수집한 평가대상기업의 ESG 데이터를 기금 고유의 평가모형에 적용해 자체 점수와 등급을 산출하고 등급 분포와 변동 사항 등에 대해서도 살핀다.
Q.앞으로 중점을 두는 것은.
최근 국내주식 ESG 평가모형 개선 등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국내주식 환경 및 사회 관련 중점 관리사안 후보로 기후변화와 산업재해 등을 도출했다. 그동안 ESG 중 G(지배구조)에 역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E(환경), S(사회)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Q.투자대상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환경은 기후변화대응(탄소중립)이 중요하다. 탈석탄 선언 등 환경 관련 규제가 많이 도입됐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회는 인권 문제와 산업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는데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Q.취임 2년 차인데 향후 운영방침은.
기금 1000조 시대를 대비해 투자전략을 다변화하고 운용인력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새로운 해외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해외 주요기관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전문운용인력을 확보하는 데 더욱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