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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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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호

한 달 피해액만 29억…"건당 피해금액 보이스피싱보다 많다"

1년이면 348억원...2023년 比 6배 관계 장기화되는 특성상 피해액 높아 대포통장 정지하기도 어려워 구제에 한계 | 방보경 기자 hello@newspim.com 경찰이 지난 3월 로맨스 스캠을 ‘10대 악성 사기’로 관리하겠다고 선언하고 처음으로 범죄 피해액을 산정했다. 2월 한 달간 집계된 피해액만 29억원이다. 이는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내내 집계한 로맨스 스캠 피해액 55억1200만원과 비견할 만한 수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에 집계된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약 29억원이다. 경찰청에서 로맨스 스캠 피해액을 최초로 수기 집계한 것으로 66건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피싱 범죄에서 금융계로 로맨스 스캠 업무가 넘어오면서 경찰에서 처음으로 통계를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국가정보원 111센터 통계는 피해자들이 민원센터에서 상담받은 건수지만, 경찰청 통계는 경찰이 로맨스 스캠 피해 건에 대해 실제로 수사한 경우여서 의미가 크다. 한 달 피해액이 1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가정할 경우 2024년 피해액만 34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국정원에서 집계한 55억원보다 6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수법이 유사한 보이스피싱과 비교해 봐도 건당 피해액은 로맨스 스캠이 더 많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건당 평균 피해액은 2021년 2500만원, 2022년 2490만원, 2023년 2365만원이다. 로맨스 스캠의 경우 평균 피해액이 약 4400만원에 달한다. 관계가 장기화되는 로맨스 스캠 특성상 피해액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화로 타인을 사칭하며 통장 금액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은 범죄 행위가 짧은 시간에 빠르게 이뤄진다. 반면 로맨스 스캠의 경우 신뢰를 쌓아야 하는 만큼 그 기간이 최소 며칠에서 최대 몇 년까지 길어지기도 한다. 뉴스핌이 만난 피해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과 직장 동료, 지인들에게 손을 벌렸다. 평생 모아온 재산을 쏟는가 하면 대출까지 받았다. 본지가 인터뷰한 피해자들 대다수는 거액의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 때문에 좋지 않은 마음까지 먹었다고 했다. 게다가 로맨스 스캠은 보이스피싱과 달리 대포통장을 정지할 수 없어 구제 방안에도 한계가 있다. 범행 기간에 인출책이나 중간책이 쉽게 돈을 빼갈 경우, 민사소송까지 가더라도 피해액을 한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총 7억원을 손해 본 유근희(가명·35) 씨는 기자와의 통화 내내 불안감을 토로했다. 3명이 근희 씨 한 사람을 둘러싸고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어서 피해액이 컸다. 근희 씨는 중간책을 잡고 변호사를 통해 고소장을 제출했음에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로맨스 스캠 피해자 모임’ 카페 매니저 남희영(가명) 씨는 “계속해서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있지만 10명 중 한두 명이 승소를 할까 말까 한다”며 “변호사가 있어도 패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왔다. 희영 씨는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피해자다. 로맨스 스캠 건으로는 첫 승소 사례를 만든 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기범들에게 2차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임경선(가명) 씨는 경찰 조사가 끝나고도 별다른 소득이 없자, 혼자서라도 사기범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몇 달간 상대방과 연락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범죄자는 경선 씨를 대포통장주로 이용하기 위해서 여러 번 회유했다. 돈을 코인으로 돌려줄 테니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고, 계좌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경선 씨는 “솔직히 말하면 솔깃했지만,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기 때문에 번번이 선을 그었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으로 사기가 이뤄지는 경우는 오프라인 사기와 비교했을 때 혼자 사는 사람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아 피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며 “피해자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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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호

트라우마 통과하는 피해자들... '사각지대'에 갇혀 산다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사기범 “나는 안 잡혀” “돈 내놔”...2차 가해 심각 피해자 위한 상담 서비스 절실 | 방보경 기자 hello@newspim.com # 범죄심리사 박지민(가명·36) 씨는 지난해 로맨스 스캠 사기범에게 ‘네 정체를 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계정이 해킹을 당하게 된 건 그 이후의 일이었다.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에서 로그인을 시도했다는 기록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찍혔다.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협박 메일이 날아오고 중국 공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민 씨의 일상은 가파르게 위태로워졌다. 다른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몸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 문이 ‘땡’ 하고 열리기도 전에 소리소문 없이 죽을 것 같았다. 지민 씨는 이 공포의 정체를 알았다. 자신이 피해자들의 증언에서 수없이 확인했던 트라우마였다. 로맨스 스캠으로 인해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재산 피해 그 이상이다. 원광대 경찰학연구소에서 발간한 ‘로맨스 스캠 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영국 피해자들 중 42%는 건강과 삶에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로맨스 스캠 진정인 조사를 받고 나온 20대 여성이 경찰서에서 숨지기도 했다. 이는 피해자들이 겪는 2차 가해 때문이다. 로맨스 스캠은 범죄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와 범죄자의 거리를 벌리기 어렵다. 또한 총책, 인출책 등 여러 명이 움직이는 범죄 특성상 범죄자 한 명을 차단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실제로 사기범은 “돈이 필요하다”며 동정을 유발하다가도 태세를 전환해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해 오거나,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연락하면서 “한국 경찰은 나를 잡지 못한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범죄자가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취득해 피해자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을 때 실시간으로 감시당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여러 피해자들에게서 극심한 우울증 증세도 포착됐다. 한소은(가명·33) 씨는 남편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범죄자와 연인 관계일 거라는 오해는 어떻게 해서 넘겼지만 자신의 어리숙함은 견딜 수 없었다. 소은 씨는 “빚을 갚아가면서, 한 달에 한 번 돈이 빠져나가는 알림을 볼 때마다 옛날 일이 생각나 힘들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광범위한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사기범에게) 마음이 남아 있냐”, “왜 이런 범죄에 당했냐”는 질문을 듣고 심리적 타격을 입기도 한다. 지민 씨는 “(피해자들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만큼 경찰서에 가는 것도 힘들다”며 “로맨스 스캠은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이 섞인 범죄인 데다가 사이버 스토킹까지 연결돼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수사기관에서는 로맨스 스캠을 사기로 분류해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마땅치 않다. 한국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스마일센터의 경우 살인·강도·방화·강간·상해 등 강력사건을 지원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만약 로맨스 스캠 피해자가 성범죄까지 노출됐다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나 해바라기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심리적 착취만 당했을 경우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윤해성 형사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피해자 구조금은 현재 살인·강도에 한해서만 지원되는데 이를 사기범죄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보이스피싱의 경우 은행에서 남은 카드 포인트를 모아 사기 피해자들에게 지원하는 방안이 시범적으로 시행된 바 있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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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호

전 세계 퍼진 범인들...국제 공조수사 필요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서 암약하는 범인들 내전에다 언어 안 통해 수사 ‘난항’ 인터폴 국제공동수사 등 협력 확대해야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로맨스 스캠’ 수사를 진척하기 위해서는 인터폴·사이버범죄 협약을 활용해 타 국가와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맨스 스캠은 사이버 금융 범죄 중에서도 최고난도로 꼽히는 만큼 높은 수준의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로맨스 스캠을 ‘10대 악성 사기’로 규정하고 집중 대응하고 있지만 사이버 금융 사기 중에서도 최고난도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가 사칭범의 주요 활동지여서 범죄자 수사부터 체포까지 전 과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화 ‘범죄도시’의 마동석(마석도 형사 역)처럼 해외에 나가서 범죄자들을 바로 때려 잡아오는 건 불가능하다”며 “중국 공안과는 공조가 그나마 되는데, 아프리카로 넘어가면 내전도 문제가 되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더 어렵다”고 전했다. 국경을 넘어가는 사이버 범죄는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신속한 국제 공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이뤄지는 공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현행 제도는 외교 채널을 이용하거나 인터폴을 통해 공조를 요청하는 것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교부를 통한 공조는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범죄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관련 법에 따라 검찰(경찰→검찰에 신청)이 송부한 공조요청서를 법무부 장관이 심의하고 최종적으로 외교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제공동수사’ 등 인터폴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터폴은 2010년대 들어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초국가적 범죄에 대한 수사 지원을 강화하며 국제공동수사의 지휘 및 조정 기능의 비중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제공동수사는 인터폴 싱가포르 총국이 지역사무소와 각국 국가중앙사무국(NCB)을 통해 각국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 채널을 통하지 않고도 일시에 각국 경찰이 빠르게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은 국제공동수사를 통해 로맨스 스캠과 범죄 구조가 유사한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대검찰청 연구용역 보고서인 ‘보이스피싱 피해유형별 구체적 예방 방안에 관한 연구’에 제시된 예시들에 따르면 국제공동수사를 통해 대략 한두 달 동안 많게는 1000여 명 규모의 다국적 조직 검거 및 송환이 이뤄졌다. 공조 수사의 성격을 돌이켜보면 비약적인 속도로 수사가 이뤄진 것이다. 공조 수사를 위해서는 사이버범죄 협약(부다페스트 협약) 가입도 필수다.부다페스트 협약은 사이버 범죄 영역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국제협력 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효됐다.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할 경우 사이버 범죄 수사 협조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협약은 사이버 범죄 형사법 통일과 증거 수사 및 기소에 필요한 형사절차법상 권한을 규정하고 있어 상대국과 형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윤해성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터폴에 수사를 요청하면 10개 중에 1개 정도가 받아들여진다”며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이 안 돼 있으면서 (사이버 사기 범죄에) 대응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 역시 로맨스 스캠 관련 국정감사 자료에서 해당 협약을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로맨스 스캠의 경우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이 절실하다. 주 활동지인 나이지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가 다수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국과 핫라인(직통 연결)을 통해 긴밀히 소통할 수도 있어 가입 시 공조 수사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일본 등 총 70개국이 가입해 있지만 한국은 미가입 상태다. 지난 2019년 익명성을 제공하는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이 주 무대였던 N번방 사태를 기점으로 가입을 추진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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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호

"보이스피싱은 가능한데"...'통장 지급정지' 법제화 해법 될까

특별법에 지급정지 범위 명시 “전자상거래 마비 우려” 로맨스 스캠은 제외 범죄자들, 지급정지 허점 노려 범행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 방보경 기자 hello@newspim.com # 김희동(가명·37) 씨는 돈 2900만원을 뺏긴 후 안절부절못했다. ‘로맨스 스캠’이 보이스피싱에서 발전된 범죄임에도 보이스피싱과 달리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희동 씨는 고민 끝에 은행에 전화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통장 지급정지는 즉각 이뤄졌다. 대포통장주는 “회사 통장이 다 잠겼으니 풀어 달라”며 “입금받을 계좌를 주면 지금 송금해 주겠다”고 연락해 왔다.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 범행에 사용된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 범죄는 통상적으로 대포통장 등에 피해금이 입금되면 수거책이 바로 빼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이스피싱에서는 통장을 정지해 더 큰 피해를 막고자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통해 지급정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로맨스 스캠에 대한 지급정지는 불가능하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지급정지 대상에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 용역의 제공을 가장한 행위로 분류되는 로맨스 스캠은 해당 조항으로 인해 지급정지가 불가능하다. 지급정지가 재산권을 침해하는 침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데다 그 범위가 확대될 경우 전자상거래를 경직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사용이 늘고 전 세계 통신망이 연결된 요즘 전기 통신이 거의 모든 생활 영역에 걸쳐 있다. 해당 단서를 삭제할 경우 지급 정지 대상의 무분별한 확장이 이뤄져 전자상거래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범죄자들이 이런 법의 사각지대를 공략해 피해금을 탈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 ‘로맨스 스캠 현황 및 대응방안’ 논문에 집계된 385건의 범죄 사용 계좌 중 중복으로 이용된 계좌는 총 60개였다. 해당 계좌들을 살펴본 결과 피해가 신고된 후에도 여전히 범행 계좌에 입금이 가능한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기업은행이 121개(31.43%)로 피해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도 집계됐는데, 해당 논문은 기업은행이 사이버 사기에 대한 지급정지를 거절한 언론 보도 사례를 언급하며 “범인들은 상대적으로 지급정지와 같은 범죄를 차단하는 정책에 다소 소극적인 금융기관의 계좌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단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 역시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단서에서 허용하는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결국 용역의 제공이기 때문에 규정 자체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안 마련 당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음과 동시에 과도한 규제 범위 확장을 방지하고자 해당 단서가 붙었지만 신종 범죄 유형이 늘어나는 현재는 오히려 피해자 구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다중사기피해방지법, 사기방지기본법 등을 발의해 신종 사이버 금융 사기 피해에 대한 지급정지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국회에 계류돼 있어 즉각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기존의 관련 법안과 정합성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법제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금융계 자정 제도의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해성 연구원은 “금융위원회에서 내놓은 의심 거래 정지제도를 로맨스 스캠에 적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금융위의 권고에 따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이용하고 있다. FDS는 휴대폰과 같은 단말기 정보와 접속 내역, 거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기 의심 거래를 탐지하고 거래를 차단하는 시스템으로, 시스템이 감지한 이상금융거래 정보는 은행·증권 등 총 94개 금융회사와 실시간 공유된다. 매년 100억원의 피해 예방 성과를 거두고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로맨스 스캠 사용 계좌 내역을 공유하면 금융기관에서 이상거래를 탐지해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해성 연구원은 또한 “은행 직원이 로맨스 스캠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은행 직원이 고객이 로맨스 스캠을 당하고 있다고 의심해 막은 사례도 있어 인센티브 제도와 같이 직원의 적극적인 예방 조치를 장려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와 경찰 관계자는 최근 계좌가 아닌 가상자산을 통한 편취도 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다. 가상화폐는 익명성을 담보로 하고 있는 데다 아직 법적 규율이 확립되지 않아 금융사기 범죄자들의 새로운 범죄 수익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범죄자들은 자금 흐름의 추적을 방지하기 위해 믹싱 기술을 이용하거나 가짜 코인 거래소를 설치해 범죄 수익을 편취하기 때문에 피해 복구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달리 가상거래에서는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불법 조직이 돈세탁과 자금 추적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을 자주 사용하니 상대방이 코인으로 돈을 송금해 달라는 요구를 받으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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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호

황규석 신임 서울시의사회장 "의사 정원 증원, 교육 인프라 확충 선행돼야"

| 조준경 기자 calebcao@newspim.com 올해 초부터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의료계 주요 단체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신임 단체장들이 선출됐다. 황규석 신임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의정 갈등의 쟁점 사안인 의대 증원 이슈가 지나치게 숫자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양질의 의사 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 환경에서 정부안(2000명 증원)을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대 증원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각 시도광역시 의사단체 중 가장 많은 회원이 소속돼 있는 서울시의사회의 신임 당선인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황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 3월 제36대 서울시의사회장으로 당선됐는데. 서울시의사회는 1915년 12월 1일 ‘한성의사회’로 발족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단체다. 대한의사협회보다 역사가 길다. 이러한 기관의 중임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어떤 조직의 수장이 바뀔 때 중요한 것은 이전 집행부가 추진해온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과, 기존에 있던 전통을 잘 승계하는 부분이다. 새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들도 있지만, 이전 집행부에서 추진했던 ‘의사면허박탈법 태스크포스(TF)’를 지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Q. ‘면허박탈법 TF’는 무엇인가. 제21대 국회에서 지난해 5월 의료인의 면허 결격 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 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로 재규정했다. 이는 의료 외의 모든 생활범죄에 대해서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된다. 의료법에 이미 면허와 관련된 처분 조항들이 있는데 의료와 관련이 없는, 가령 음주운전 등의 일상범죄로 인한 면허 취소는 과도한 입법이다. 면허박탈법 태스크포스(TF)는 이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하고 입법화하기 위한 활동이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보건복지위원들을 방문해 입법의 부당함을 설명할 예정이다. Q. 주요 공약 중에 서울시민들의 삶과 관련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 처방권 악용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료 관련 사건이 많이 생기고 있다. 전문가평가단 활동을 강화해서 문제가 있는 의사 회원들을 조사하고 자정 노력을 펴 나갈 방침이다. 제보도 적극적으로 받을 것이다. 종국에는 회원에 대한 징계 등 의사단체의 자율권 확보가 목표다. 또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함께하는 자문위원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의료와 관계된 사건에서 전문가적 소견을 전달하는 고문기관 역할을 해 나가겠다. 의료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술부에서는 ‘감염병 등 대비 시민건강능력 향상 지원사업’ 예산 2억원을 확보했다. 시민 건강능력을 향상하는 세미나 등 홍보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유튜브 ‘서울특별시의사회’ 채널을 통해 매달 한 편씩 대시민 강좌 등을 게재할 예정이다. 지역연구위원회를 발족했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의 패러다임이 환자가 찾아오는 병원에서 환자를 찾아가는 병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한 정책 개발을 위한 기구다. 방문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사회 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말하니 ‘의료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한다’며 공감했다. 사회적으로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 마약에 대한 처벌만 있지 재활과 예방교육이 소홀한 것도 문제다. 서울시청과 함께 시민 마약방지 캠페인을 전개할 방침이다. Q.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공의들이 내세운 7대 요구안(△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이 의료계 전체의 조건이다. 다만 의대 증원을 무조건 늘리거나 줄이거나 등 숫자에만 매몰돼 있는 현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의사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의사 교육 시스템 측면에서 접근하고 싶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2000명 증원안은 제대로 된 의사를 만들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향도 잘못된 것이다. 증원된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증원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의사 수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의사들이 양산되면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의사는 환자가 있기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의대 증원을 무조건 반대만 한다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소위 ‘밥그릇’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좋은 의료 시스템과 교육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반대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가 나서서 환자와 의사의 신뢰 관계를 깨뜨린 것이다. 의사로서 살아가야 할 자긍심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대화를 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봉합이 필요하다. Q. 정부가 내놓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목표가 의대 증원을 합리화하기 위한 기구로 보인다. 의사단체가 참여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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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호

쪽방·노숙인 담당 공보의 전국에 3명, 1명이 환자 6000명 담당

전국 노숙인·쪽방촌 주민 1만8000명↑ 쪽방 지역 공보의 대형병원 차출 대구 쪽방촌서 최근 2명 사망 | 신수용 기자 aaa22@newspim.com 노숙인, 쪽방촌 주민과 같은 의료 취약계층을 위해 배치된 공중보건의(공보의)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2개소(서울역, 영등포보현종합지원센터). 대구 1개소(대구희망진료소)의 무료진료소와 쪽방상담소에 공보의를 각 1명씩 총 3명을 배치했다. 공보의 1명이 환자 6000명 이상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추산(2020년 기준) 전국에 1만8019명의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이 있다. 전국에서 3명뿐인 취약지역 공보의 중 1명(대구 지역)은 최근 대형병원으로 차출됐다. 쪽방촌과 노숙인 거리는 모두 대표적 의료 사각지대다. 이 지역에선 공보의가 1명이라도 빠지면 치명적이다. 대구 쪽방촌에선 최근 2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노숙인은 총 8469명으로 △서울(2937명)과 △대구(739명) △부산(618명)에 가장 많이 모여 있다. 전국 쪽방촌 주민 수는 9550명이다. 가장 많은 곳은 △서울(2445명) △부산(916명) △대구(624명)다. 이 수치도 지자체가 관리 중인 이들만 통계에 포함돼 실제론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쪽방촌과 같은 의료 사각지대에 파견되는 공보의 수도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4년 대도시 지역의 거리노숙인 및 쪽방지역의 거주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의 무료진료소와 쪽방상담소에 공보의 5명을 배치했지만, 10년 후인 현재 공보의 수 감소로 3명으로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 파업으로 공보의 차출이 반복되고 있다. 공보의들의 대부분은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의료 시설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에서 복무하던 의사들이다. 공보의 차출로 의료 취약지의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이유다. 현재 전체 공보의의 3분의 1 이상이 차출됐다. 정부는 지난 3월 11일부터 3차례에 걸쳐 상급종합병원에 공보의 총 413명을 차출했다. 정부는 최근 의대 교수 진료시간 축소에 이어 동네병원에서도 운영시간을 단축하면서 추가 파견을 추진할 예정이다. 치과의사와 한의사를 제외한 공보의 수는 1434명(2023년 4월 기준)이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사회학과)는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로 의료 시스템 붕괴가 이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은 사회취약계층”이라며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메우는 정책이 지속되면 의료 불평등과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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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변 위협’ 감지됐나 수행 간부보다 경호원이 많은 공개활동

텅 빈 건물·도로에서 철통경호 공개하던 차량 번호판도 지워 “드론 테러에 노동자 폭동 때문”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북한이 최근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경호를 부쩍 강화한 정황이 포착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핌이 김정은의 공개활동 모습을 담아 보도한 북한 관영매체의 영상과 사진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들어 근접 경호를 포함한 신변 위해 방지 조치 수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김정은이 지난 4월 5일 평양 화성지구 주택건설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영상에는 이례적으로 근접 경호에만 10여 명의 요원을 배치하는 등 특이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평양 뉴타운 성격의 이곳은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공사 현장이라 주민들이 아직 살지 않고 있고, 건설 노동자 등도 김정은 방문에 맞춰 접근을 완전 차단한 상태였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사실상 건물과 도로가 텅 비어 있는 데다 김정은에게 접근하는 주민이나 군중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경호 강화 동향이 나타나 대북 첩보망을 가동해 배경을 파악 중”이라고 귀띔했다. 북한 영상에는 김정은이 조용원 노동당 조직담당비서,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측근과 함께 현장에 도착해 건물 안팎을 돌아보는 장면이 나타난다. 건물 텅 비고 사람 없는데도 철벽경호 벌여 또 현장 공사책임자인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과 박훈 부총리 등 수행 간부보다 많은 10여 명의 경호원이 김정은을 둘러싼 모습이 담겨 있다. 대부분 손에 검은색 가방 형상의 제품을 들고 있었는데, 유사시 요인 경호를 위해 펼쳐들 수 있는 방탄 소재의 방호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경호요원은 김정은 신변경호를 총괄하는 김철규 국무위원회 경위국장의 현장 지휘를 받아가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고, 김정은이 현장을 떠날 때에는 차량을 둘러싸고 철통경비를 펼치는 장면도 연출했다. 김정은은 이날 마이바흐 풀만가드 S600 차량을 타고 나타났는데, 북한은 차량번호판을 모자이크 처리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지난 3월 15일 푸틴이 선물한 아루르스를 처음 타고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나타났을 때 차량번호판을 그대로 노출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김정은에 대한 경호 강화 조치와 관련해 최근 국제 분쟁 등에서 드론 테러를 통한 요인 암살이 빈번해진 데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폭동이 잇따르는 등 어수선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김정은 경호를 강화하거나 관련 특이 동향을 보이는 경우는 주로 국제 정세가 어수선하거나 한미 합동군사연습으로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 전폭기와 항공모함 등이 전개되는 경우, 해외 국가원수가 테러 등으로 위해를 입었을 경우 등이다. 지난 2022년 7월 발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격사망 사건 당시에도 이런 움직임은 나타났다. 당시 피격범이 만든 사제총으로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태를 지켜본 북한 당국이 김정은 경호를 부쩍 강화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해 10월 28일 방문이 예상됐던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찾지 않았다. 이 학교는 김정은이 포병학 등을 공부한 곳이라고 비공식적으로 선전해온 곳이다. 중고교 시절을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서 공부한 김정은에게는 김일성군사종합대가 사실상 모교라 부를 수 있는 곳인 셈이다. 이날 김일성군사종합대는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그런데 김정은이 방문하지 않은 것이다. 이른바 ‘꺾어지는 해’라며 북한이 떠들썩하게 내세우던 패턴과 다르다. 앞서 김정은은 집권 첫해인 2012년 개교 60주년을 맞는 김일성군사종합대를 방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김정은 경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다. 당시 서울의 한 대북매체가 김정은이 김일성군사종합대 개교 70주년 행사에 참석할 것이란 보도를 미리 내놓았고, 실제 학교 측이 김정은 맞이 행사 준비에 부산하다는 소식까지 전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측면에서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에 대한 경호를 부쩍 강화한 분위기가 감지된 상황이었다. 아베 피격 직후인 7월 27일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6.25전쟁 휴전협정 체결일) 행사 때부터 이런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 9월 8일 평양 만수대 지역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74주년 행사에서는 한층 더 두터워진 김정은 경호가 선보였다. 핵심 간부에게도 차단벽 치고 아이까지 밀쳐내 당시 북한 TV 영상을 보면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는 에어쇼 등 식전행사가 마무리된 직후 만수대의사당 쪽에서 노동당 간부들과 함께 걸어서 입장했다. 김정은 부부 옆에는 양복 차림에 경호통신용 인이어를 꽂은 건장한 체격의 요원 10여 명이 에워싸고 있었다. 축하 공연을 마친 뒤 김정은과 이설주가 무대로 다가가 가수와 공연 관계자들을 격려할 때는 경호 총책인 김철규 국무위원회 경위국장은 물론 경호요원들이 총출동해 차단벽을 쳤다. 최측근이라 할 김덕훈 총리와 조용원 당 비서 등도 경호라인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경호는 삼엄했다.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김정은을 향해 두 손을 들고 환호하다 2명의 경호원에게 떠밀렸고, 이를 본 이설주가 놀라 아이를 바라보는 모습도 북한 TV에 드러났다. 당시 경호 강화와 관련, 김정은이 주도한 이른바 ‘핵 무력 정책 법령화’와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핵무기에 대한 김정은의 ‘유일적 지휘’를 명시하면서 핵 통제권을 한 손에 쥐게 된 김정은의 경호에 북한이 촉각을 바짝 곤두세운 것이란 해석이다. 김정은 건강과의 연관성도 제기된다.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021년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라고 언급해 김정은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실을 공개했다. 그 직후부터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줄어들었고, 2주에서 한 달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황도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7월 9일 노동당 생활지도부문 간부 특별강습회 참가자와의 사진촬영 이후 19일 △7월 29일 8차 노병대회 참가자와 기념촬영 이후 13일 △8월 19일 군의(軍醫)부문 전투원 대상 연설 이후 18일 △10월 18일 당 중앙간부학교 방문 및 연설 이후 32일(이상 북한 매체 보도 기준) 등 장기 공백 추세가 뚜렷해졌다. 집권 이후 이런저런 건강상의 문제로 수술을 받거나 의료 시술이 필요했던 김정은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후유증까지 겹치자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공개활동 횟수를 줄이고 경호를 챙기는 쪽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대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70년 넘게 김 씨 일가의 세습독재가 이어지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에 대한 경호는 매우 긴요한 문제일 수 있다. 이른바 ‘수령’이 절대적 권한을 갖는 유일지배 시스템에서 그의 부재는 대체불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은 과도할 정도의 경호 인력을 동원하고 건장한 체구의 요원으로 아예 벽을 세우다시피하는 특이한 경호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았다. 이런 모습은 결국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는 식의 과도한 수령독재 시스템의 어두운 그림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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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호

北, 전술·전략핵 무기체계 완성단계 “ICBM 다탄두 올해 시험 예상”

“北,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성공”...對美 타격용 5차례 시험발사 통해 신뢰성·안정성 확보한 듯 사거리 2500km 둥펑-17, 8000km 둥펑-27 유사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북한은 지난 4월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새로운 이 무기체계의 첫 시험발사는 안전을 고려해 사거리를 1000㎞ 한도 내로 국한시키고 2계단 발동기의 시동 지연과 능동 구간에서의 급격한 궤도변경 비행 방식으로 속도와 고도를 강제 제한하면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활공 도약형 비행궤도 특성과 측면기동 능력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고체연료화·탄두조종화·핵무기화 실현” 북한은 “평양시 교외의 어느 한 군부대 훈련장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는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1차 정점고도 101.1㎞, 2차 정점고도 72.3㎞를 찍으며 비행해 사거리 1000㎞ 계선의 동해 해상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기술력의 절대적 우세를 과시하는 또 하나의 위력적인 전략공격무기가 태어났고 이로써 각이한 사거리의 모든 전술, 작전, 전략급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로써 전 지구권 내 임의의 적 대상물에 대해서도 ‘신속히, 정확히, 강력히’라는 당 중앙의 미사일 무력 건설의 3대 원칙을 빛나게 관철하게 됐다고 긍지에 넘쳐 말했다”고 김 위원장의 언급을 전했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둥펑(DF)-17(MRBM)과 둥펑-27(IRBM 또는 ICBM) 2종류 극초음속 미사일을 운용하는 중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중국은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과 준장거리(IRBM 또는 ICBM) 2종류를 개발했다. 바로 사거리 1800~2500km 둥펑-17과 사거리 5000~8000km의 둥펑-27이다. 북한은 △2021년 9월 28일 △2022년 1월 5일 △2022년 1월 11일 △2024년 1월 14일 △2024년 4월 2일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전술급·작전급·전략급 미사일들” 한미 심각한 위협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중국·러시아와의 기술적 커넥션 여부보다는 어떤 개념을 갖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권 교수는 “최근 북한의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중국의 전략을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기술보다는 전쟁수행 개념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전략과 방향에 적합한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언급한 ‘각이한 사거리의 모든 전술, 작전, 전략급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는 부분은 한미일 모두에게 섬뜩할 정도로 실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전술급 미사일들’은 남한 타격용 각종 전술핵 유도무기체계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작전급 미사일들’은 주일미군을 겨냥한 MRBM급 노동미사일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략급 미사일들’은 전략핵을 탑재해 괌·하와이 미군기지, 알래스카,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준장거리급(I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각종 미사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타격 대상·목적에 따라 전략자산 다양화·고도화” 극초음속 미사일은 팝업(pop-up)과 활공비행을 하는데 북한은 여기에 더해 ‘측면기동 능력’까지 이번에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도 무려 7축으로 고체연료 추진체까지 장착함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지 신속하게 이동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어 매우 위협적인 전략자산이다. 더 나아가 북한이 2021년 8월 중국이 시도했던 것처럼 극초음속 미사일을 위성궤도에 쏘아올린 뒤 지구를 돌게 하다가 특정 지점에서 지상으로 하강시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한다면 매우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마하 5·시속 6120㎞) 이상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이다. 대기권 밖으로 치솟아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대기권에 머물며 비교적 낮은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지상 레이더로 조기에 탐지하기 어렵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이번처럼 비행 모니터 스크린을 계속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모니터 스크린을 갖고 놓고 비행궤적을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이 시험발사에 신뢰성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로 보인다. 권 교수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기술이 상당한 수준인 것 같다”면서 “타격 대상과 목적에 따라 전략적 타격 자산들을 고도화·다양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ICBM 재진입체 다탄두 기술 완성” 특히 북한은 “김 위원장이 각이한 사거리의 모든 전술, 작전, 전략급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면서 “이로써 전 지구권 내의 임의의 적 대상물에 대해서도 ‘신속히, 정확히, 강력히’라는 당 중앙의 미사일 무력 건설의 3대 원칙을 빛나게 관철하게 됐다고 긍지에 넘쳐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러한 언급은 각종 신형 전술핵·전략핵 유도무기체계들이 시험 단계가 아니라 완성했다는 것을 강력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극초음속 미사일도 이번까지 5차례 시험발사를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무기체계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현실화와 관련해 “남은 과제는 ICBM 재진입체의 정확성과 생존성 향상에 직접 관련이 있는 다탄두 기술 개발”이라면서 “향후 북한은 다탄두 개별 목표설정 재진입체(MIRVs) 완성을 통한 화성-17형과 화성-18형 ICBM의 실질적 전력화에 주력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시험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 “정치와 외교, 경제 등을 포괄하는 국가 핵전략을 명확히 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군사적 대응 전략·전술을 시스템적으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북한이 올해 안에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과 신형 액체연료 ICBM 화성-17형에 탑재할 MIRVs 완성을 위한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제 북한은 MIRVs 기술 완성만 남았다. ICBM에 탑재할 이 기술 완성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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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호

쪽방촌·섬 공보의까지 차출...의료 서비스 곳곳 '구멍'

응급헬기 수시로 뜨는 섬 의사마저 차출 공보의 차출 반복...166명 파견·150명 추가 소외계층 의료공백 심화 우려 | 신수용 기자 aaa22@newspim.com 정부가 의료 취약지대로 꼽히는 쪽방촌과 섬지역에 있는 의사까지 상급종합병원으로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생긴 상급종합병원 의료 공백을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차출로 해결하고 있다. 이에 쪽방촌 거주자와 거리 노숙인, 산간벽지 주민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들은 주거지에 대형병원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이용하기 어려운 의료 취약계층이다. 공보의 없인 노숙인·쪽방촌 진료 불가능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대구 쪽방촌 공보의와 전북 부안군 위도면에 있는 섬 공보의가 대형병원으로 지난 3월 차출됐다. 대구지역 공보의는 쪽방촌 거주자 약 624명과 노숙인 739명 등 1300여 명을 돌보다 대형병원으로 한 달 파견됐다. 이들을 돌보던 공보의는 1명이었지만 대체 인력은 투입되지 않았다. 쪽방촌 거주자와 거리 노숙인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다. 동네의원뿐 아니라 대형병원 등 모든 병원을 공공기관 도움 없이 이용하기 어렵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약 14㎞ 떨어진 위도에서 진료를 보던 공보의도 대형병원으로 파견됐다. 위도면은 병원이 없어 부안군보건소 위도보건지소를 방문해야 공보의를 만날 수 있다. 위도면은 응급환자를 헬기로 이송한 경우가 1년 사이 수십여 차례 있을 만큼 긴급상황 발생 빈도가 잦다. 위도 인구는 1089명(2024년 2월 말 기준)으로 고령자가 많다. 두 곳 모두 대표적 의료 사각지대다. 공보의가 없는 진료소에선 진찰과 약 처방 같은 기본적인 1차 진료를 즉각 받기 어렵다. 공보의가 없으면 환자를 병원에 보내기 전 정밀 진단을 내려 이송될 진료과 안내와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다. 의료계 관계자 A 씨는 “쪽방촌 거주민이나 노숙인들은 (외래)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인근 무료진료소나 상담소에서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며 “공보의 선생님이 없으면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혈압약 등 의약품을 지급할 수 없고, 급한 상황이면 바로 병원에 보내야 하는 등 대부분을 외래 진료로 대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령 다음날 대형병원 배치...‘구멍 뚫린 의료 서비스’ 공보의 차출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쪽방촌 의사와 섬 근무 의사를 차출하는 등 공보의 선출 기준과 과정이 모호해서다. 한 공보의는 금요일 발령 지시를 받고 주말이 지난 바로 다음날인 월요일 배치가 이뤄져 인수인계를 거의 못 하고 떠나거나 대체 인력이 즉각 투입되지 않는 등 지역 의료 현장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공보의 B 씨는 “(공보의) 선생님 부재 시 담당 지역에서 어떤 의료 공백이 생길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차출되는) 선생님마다 어떤 환자를 맡고 있었는지 파악하고 이들을 다른 기관에 인계하는 등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보의 차출 기준이 필요하다”며 공보의 차출로 발생하는 지역 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지역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며 의대 증원을 얘기했는데, 결국 지역 공보의를 수도권으로 차출하는 건 의료 개혁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공보의 중 치과의사와 한의사를 제외한 인원은 1434명(2023년 4월 기준)이다. 정부는 대형병원에 있는 중증이나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보의 차출 당시 “지자체에서 (공보의를) 차출한 것으로 시도에서 공보의 배치 권한을 갖고 있고 후속조치도 여기서 결정할 문제”라며 “차출 지역은 순환근무와 방문진료, 주변 병의원 이용 등을 통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보의 배치가 발령 지침이 내려진 다음날 이뤄지는 등 인수인계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환자의 의료기록이 있는 상태이고, 특이 사항은 노트를 남겨놓고 가면 된다”며 “꼭 개별적으로 만나서 인수인계를 할 필요까진 없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쪽방촌과 섬 공보의 차출에 대한 추가 질의를 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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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호

노숙인 등 취약계층엔 '재앙 수준'...공공의료 확충 통한 의료 개혁 시급

의료 대란, 취약계층에겐 ‘의료 재앙’ “정밀검사, 3개월 더 기다려야” “진료시설지정제도, 의료 장벽으로” | 신수용 기자 aaa22@newspim.com # 야학 수업에 나오던 노숙인 A 씨가 최근 몸이 안 좋다며 활동가 B 씨를 찾았다. 뇌졸중이 의심되는 모습이었다. B 씨는 119를 누르려 했지만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B 씨는 “상황이 위급한데 ‘병원 뺑뺑이’가 무서워 여러 군데 전화해서 (응급실 이용이) 가능하다는 곳으로 간신히 차로 모시고 갔다”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 여파로 빚어진 의료 대란으로 노숙인과 쪽방촌 거주자 등 취약계층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의료 대란이 이들에게 일종의 ‘의료 재난’으로 잔혹하게 적용되고 있다.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의료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검사나 진료가 수개월씩 미뤄지거나, 응급차 이용도 망설이게 되는 등 의료 공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 60대 노숙인은 뇌전증 환자다. 그는 몸 상태가 나빠지자 공공병원인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을 찾았지만 “정밀검사는 6월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일 낮임에도 사람이 많아 한참 기다리다 간단한 검사만 받을 수 있었다. 공공병원에서 취약계층의 진료와 검사가 뒤로 밀리는 상황에 놓였다. 이들은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다. 노숙인은 지정된 병원만 이용할 수 있어서다. 쪽방촌 거주자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라 일반병원 이용이 어렵다. 쪽방 거주자인 60대 김모 씨는 최근 몸에 복수가 차오르고 속쓰림이 심해졌다. 증상이 심해지자 국가 중앙 공공병원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지만 6월에나 진료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음날 김모 씨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 그는 입원 후 치료를 받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의료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파업 여파에 흔들리고 있다. 국가 책임 필수의료를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경영 위기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다른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공공병원 전공의 총 240여 명 중 70%인 160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수경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취약계층은 국공립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의료 파업으로) 받는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아프면 대부분 ‘참는다’는 분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가 파업 상황에서 의료 취약계층의 병원 이용에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지자체가 정한 진료기관에서만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22년 2월 기준 전국 지정병원은 291곳뿐이다. 이마저도 80%는 보건소이고 종합병원은 40곳도 안 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까지 임시로 모든 1·2차 의료급여기관(요양병원을 제외한 의원·병원·종합병원)으로 노숙인 진료시설을 확대한 상태다. 김동아 공공운수의료연대본부 정책부장은 “취약계층에서 의료 붕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실패가 의사의 집단행동을 불러온 것으로, 의사 증원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확대를 통한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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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호

꿈틀대는 北·日 관계...기시다-김정은 평양 정상회담 열리나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북한 김정은의 행보를 관찰해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하나가 일본 관련 사안이다. 일제 브랜드인 렉서스 차량을 몰고 지방 시찰에 나서고,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는 자리에서는 니콘 쌍안경을 들고 나타난다. 김일성의 이른바 ‘항일 무장투쟁’을 북한 체제의 뿌리로 내세우고 반일과 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상교양에 주력하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다. 김정은 스스로 철저한 반일의식에 사로잡혀 있거나 어느 정도 우호적인 인식이 없다면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과 일본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평양발 대일 비난의 수위가 낮아지는 건 물론이고 양측이 뭔가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듯 탐색전을 노골적으로 벌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이런 양상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상황 진전을 불러일으킬 듯한 발언을 한 건 기시다 후미오 총리였다. 그는 지난 2월 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북일 간에 정상회담과 관련해 모종의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내용이라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기시다 총리는 “제가 스스로 필요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해 뭔가 구체적인 움직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김여정 담화 통해 “기시다 총리 평양 올 수도” 기시다의 발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더 놀랍고 흥미로운 모습이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같은 달 15일 담화를 통해 “이번 발언이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일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물밑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여정은 “(기시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북일 정상회담 분위기를 먼저 띄우려는 듯한 분위기까지 감돌게 했다. 김여정의 담화에는 조건이 달려 있다. 그는 “일본이 우리의 정당 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 놓지 않는다면...”이란 언급을 담화에서 내놓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일본의 문제 제기와 납치 일본인 문제를 회담이나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삼지 말라는 언질로 보인다. 그렇지만 김여정 담화의 전반적인 맥락은 북일 간 대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김여정은 이 담화 말미에 “어디까지나 나 개인적인 견해일 뿐 나는 공식적으로 조일관계를 평가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김여정이 오빠와의 긴밀한 교감 아래 이런 담화를 냈을 것이란 점에서 김정은 또한 북일 관계 개선 추진과 정상회담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북일 간의 이 같은 유화적 분위기는 지난 1월에도 감돌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발송했는데 ‘총리 각하’라는 깍듯한 표현을 쓴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은 “당신과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한다”고 밝혔고, 이런 내용은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들도 접할 수 있었다.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나 접근을 굳이 주민들에게 감추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식민 지배 등을 언급하면서 앙앙불락하던 북한의 대일 태도를 고려할 때 최고지도자가 일본 총리에게 이런 형태의 전문을 보낸 건 주목받을 만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 대해 극렬한 대남 비방을 퍼붓고 남북 관계를 ‘적대(敵對)’로 가져가고 ‘국가 대 국가’로 설정하는 상황이라 일본에 대한 이런 태도는 더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남북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북일 접촉을 탐색하는 듯한 김정은과 여정 남매의 콜라보가 어떤 함의를 갖는지를 두고 서울의 대북 전문가 그룹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대남 적대관계 주장하며 일본과는 화해기류 탐색 북한과 일본은 한국이 알아채기 힘든 상황이나 국면에서 비밀 접촉 등을 통해 관계 진전이나 정상 간 접촉을 시도해 왔다. 김정일-고이즈미 정상회담은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의 여세를 몰아 성사됐지만 현재와 같은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북한과 일본이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북일 양측은 이미 관계 개선이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로드맵을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만들어진 스톡홀름 합의가 대표적이다. 당시 송일호 북한 외무성 조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와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북일 관계 개선 문제를 위한 접촉을 벌인 뒤 관련 내용을 합의문으로 발표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는 국장급 사전 협의가 극비리에 진행되기도 했다. 최근의 북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스톡홀름 합의라는 토대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급격한 사태 진전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다. 특히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김정은과 북한 당국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황도 감지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김정은의 친형인 정철이 대일 접근을 위한 막후 채널 가동을 총괄하고 있다는 첩보다. 사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용희 사이에서 태어난 2남 1녀 가운데 장남인 정철은 한때 후계 1순위에 꼽혔다. 그렇지만 호르몬계 이상 질환으로 인해 후계자 낙점에서 밀리고 동생 정은에게 자리를 내준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릭 크랩튼의 광팬으로 알려진 정철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던 2015년 공연 관람을 위해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권력과 거리를 두고 음악에 심취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철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 사안을 관할하고 있는 건 그가 국가보위부 부부장 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북 정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김정은 형 정철이 북일 관계 진두지휘” 이런 첩보 내용은 북한의 대일 접근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여정이 나서 공개적인 담화 등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물밑에서의 교감이나 민감한 사안의 조율은 정철이 담당하는 구조다. 최종 결정권자인 김정은과의 직접적인 소통이나 형제간의 의기투합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향배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일 수교는 김정은에게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문제도 말이 아닌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김정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부터의 지원은 ‘대남 적대’ 등으로 인해 당분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북일 수교는 단순한 정치·외교 사안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사활이 걸린 중대사일 수 있다. 막대한 규모로 추산되는 일제 강점기 피해 보상인 ‘북한판 청구권 자금’을 챙길 경우 북한 경제난 해결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한국은 1965년 일본과의 수교를 결정하면서 청구권 자금으로 무상 3억달러, 차관 2억달러를 받았는데 현 시점에서 북한은 최소 100억달러에서 200억~300억달러까지는 챙길 수 있을 것이란 추산이 나오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북한과 일본은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물밑 접촉은 물론 공개적인 제안성 언급을 통해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개 일본이 납치자 문제 해결을 전제로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 북한이 원론적 차원에서 반응을 보이는 방식이다. 평양 쪽 반응이 그리 냉담하지 않다는 점은 일본 입장에서 희망적이었고, 한국과 주변국들은 이런 분위기에 관심을 보이며 사태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물론 북일 관계 정상화가 비단길만 깔려 있는 건 아니다. 납치 일본인 문제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북한은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 중학생)를 비롯한 일본 국민을 상당수 납치해 공작에 활용했는데, 이들의 소재 확인이나 귀환 문제는 일본 정치권과 국민에게 매우 민감한 현안이다. 최근 국내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 힘을 싣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정일이 고이즈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납치 문제를 시인하고 사과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은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은 북한이 은폐하거나 부인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일본 측은 모두 17명으로 파악되는 납북자 중 2002년 9월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일시 귀환 형태로 데리고 온 5명을 제외한 12명은 여전히 북한에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남은 납치 일본인은 8명뿐이며 모두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4명의 납북자에 대해 “납치한 일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해법 마련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북송교포 출신인 생모 고용희 영향 받은 듯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일본에 대한 인식이 어떨지에 대해서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생모인 고용희가 북송 재일교포 출신이란 점은 북일 관계 개선 추진과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제주 출신인 부친 고경택은 일본 오사카로 건너갔고, 여기에서 태어난 고용희는 재일 조총련계 인사들의 귀국사업에 따라 북송선인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으로 향했다.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일하던 고용희는 김정일과 만나 2004년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28년간을 함께했다. 사실 북송 재일교포 출신이란 배경은 양날의 칼일 수 있다. 고용희가 그 소생들에게 일본에서 당했던 차별이나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만행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김정은과 정철·여정 모두 일본에 대한 반감이 상당할 수 있다. 어쩌면 오늘처럼 일본에 대해 반감이 비교적 덜한 상태의 반응을 보이거나 우호적으로까지 비춰지는 분위기를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희는 일본에서의 생활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방향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건넨 것으로 보이고, 당시 어려웠을 북한의 경제 상황 속에서 일제 학용품이나 가전제품 등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일본의 발전상 등을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위기는 김정은 남매가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을 갖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 김정은과 여정이 일상생활에서도 일본에 대한 거부감 없이 행동하는 모습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정은이 일제 렉서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직접 몰고 수해 현장에 나타났다는 보도가 관련 사진과 함께 나오고, 일제 니콘 쌍안경으로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는 장면도 포착된다. 후계설까지 나오는 딸 주애가 자리한 식탁에 일제 깨소금이 올라 있는 모습도 드러났다. 김정은이나 그 일가가 일본에 대한 반감이 강력하다면 벌어지기 어려운 광경이다. 일각에서는 고용희의 부친 고경택이 일본에서 군복을 만드는 히로타 군수공장의 관리직으로 일했다는 점을 들어 문제 소지가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김일성 항일 투쟁’을 부풀려 과장·왜곡해온 북한 최고지도자의 외가가 실은 독립군이나 항일세력을 토벌하는 일본군의 군수품 생산에 종사했다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른바 ‘백두혈통’ 운운하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우상화에 몰두해온 북한 체제의 핵심축이 사실은 ‘후지산 줄기’ 또는 ‘한라산 줄기’라는 의구심이 생길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런 속사정을 주민들이 접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김정은이 결심하면 별다른 정책 부담이나 저항 없이 이행될 것이란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북일 관계 정상화나 수교 문제는 한국에 새로운 숙제를 던질 수 있다. 북한 비핵화나 억제,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는 물론 남북 관계에서도 새로운 대처가 필요할 것이란 점에서다. 북일 접촉과 관련한 한일 정보·정책 공조는 물론 남북 관계 해법 등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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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호

‘한반도 화약고’ NLL·서북도서…軍 ‘펀치력' 막강·뒤통수 볼 '눈' 급하다

북한, 240mm 조종방사포 탄도조종 사격시험 신형 ‘바다수리-6형’ 지상 對 해상 검수 사격 軍, K-9자주포·천무·전투기 타격자산 ‘압도적’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4년 연초부터 북방한계선(NLL) 무력화(無力化)와 연평도·백령도 서북도서 최접적 지역 도발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NLL 해상과 서북도서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여느 때보다 팽팽한 상태다. 해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야외 실기동 훈련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3~4월에는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다. 한미군은 3월 정례적인 방어 성격의 전반기 연합 ‘FS(프리덤실드·자유의 방패) 연습’과 후반기 8월 ‘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을 ‘북침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강력 반발해 왔다. 신형 240mm 방사포, 정밀도·사거리 ‘위협적’ 북한은 지난 2월 12일 “국방과학원이 조종방사포탄과 탄도조종체계를 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11일 240mm 조종방사포탄 탄도조종 사격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발표문에 자주 언급하는 ‘작전 임무의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이라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쏜 신형 240mm 조종방사포탄은 구경이 작을수록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 정밀도와 사거리를 높였다면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 상당히 위협적이다. 240mm는 북한의 주력 방사포다. 정밀 유도체계를 단 방사포는 한국군에 위협적이며 러시아 무기 수출용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 2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커다란 만족을 표하고 동·서해 함대 해안미사일병대대 전투편제 개편안에 대해 중요 결론을 줬다”면서 “지상 대 해상 미사일 역량을 전진 배치하고 최대로 강화해 해상 국경선을 믿음직하게 방어하며 적 해군의 모험적인 기도를 철저히 제압 분쇄할 데 대한 방도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김 위원장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인 ‘북방한계선’이라는 선을 남한이 고수해 보려고 발악하며 3국 어선과 선박 단속, 해상 순찰과 같은 구실을 내들고 각종 전투함선들을 우리 수역에 침범시키며 주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상기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제는 우리가 해상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김 위원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특히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조선 서해에 몇 개의 선이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또한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고,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때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밝혔다. 권 명예교수는 “이번에 시험 발사한 ‘신형 지대함 미사일’은 러시아 Kh-35 우란미사일을 모방 생산한 금성-3형을 단순히 성능 개량하기보다는 소형이면서 고기동하는 한국 해군의 신형 유도탄고속함까지 타격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형 지대함 ‘바다수리’ 성능 개량 많이 한 듯 북한이 발표한 사진 속 ‘바다수리-6형’은 차량 1대 발사대에 발사관이 8개였다. 금성-3형은 발사관이 4개다. 금성-3형과 달리 부스터 날개도 없어졌다. 그만큼 성능 개량을 많이 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금성-3·4형은 사거리가 200~300km로 분석됐다. 기존 금성-3형이 있는데도 신형 ‘바다수리-6형’을 새로 개발한 것은 서북도서 지역에 투입된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을 타격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의 ‘금성-1호’, ‘금성-2호’, ‘금성-3호’ 등 금성 계열은 현재 단거리 전술순항미사일로 분류된다. 북한은 사거리 200㎞ 이상의 함대함 순항미사일 배치를 2017년 시작했다. 함대함·지대함 겸용의 개량형 ‘금성-3호’를 2020년 배치 완료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군은 서북도서 바로 이북에 4군단이 포진하고 있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전으로 화력 태세가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안포도 포문을 개방한 기지만 수십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서해 NLL 이북지역에 사거리 27km 130㎜, 사거리 12km 76.2㎜ 등 250∼300여 문의 해안포를 배치했다. 일부 지역에는 사거리 27km 152mm 지상 곡사포도 전력화했다. 이 가운데 서북도서와 그 해안을 직접 사정권에 둔 해안포는 100여 문에 달한다. 연평도 북쪽 갈도 등 4군단 관할 부대에 밀집 배치된 사거리 20여㎞의 122㎜ 방사포도 위협적이다. 軍, NLL·서북도서 ‘감시정찰·타격자산’ 압도적 강화 다만 한국군은 “북한의 도발 의지조차 생기지 않도록 처참하게 응징할 정신적·군사적 대비태세가 완비돼 있다”고 말한다. 군의 대비태세가 1999·2002년 연평 1·2해전과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11월 연평도 포격전 당시와는 정신적·군사적 대비태세 자체가 차원이 다르게 격상돼 있다. 과거 NLL 해상과 서북도서 최접적 지역에 대한 북한군의 선제 도발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쉽사리 선제 도발할 수 없도록 한국군의 감시정찰 자산과 타격 능력이 압도적으로 확충돼 있다. 한국군은 백령도와 연평도에 북한의 지대함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비궁’이 전진 배치돼 있다. 사거리 5∼8㎞급인 2.75인치(70㎜) 유도로켓 비궁은 40발을 동시에 쏠 수 있다. 갱도에 숨은 북한 해안포는 사거리 20여㎞의 이스라엘산 ‘스파이크’ 미사일로 잡는다. 사거리 80㎞ 다연장로켓 천무도 실전 배치됐다. 천무는 1기에 900여 발의 자탄이 들어 있어 축구장 3배 면적을 단숨에 초토화한다. 사거리 40km K-9 자주포와 K1-E1 전차포도 대폭 증강됐다. 고정밀 고폭탄 현무와 현궁 정밀타격 무기까지 전력화됐다. 대공 무기인 천마와 천호, 비호까지 촘촘하다. NLL 남쪽에서 초계 임무를 맡고 있는 2500t급·2800t급 호위함에 탑재된 사거리 150㎞의 전술 함대지 유도탄도 지상의 도발 지휘 시설과 지원 세력을 응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이후에 군의 감시정찰과 타격 자산이 그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압도적으로 증강됐다. 감시정찰 자산은 무인기와 열상감시장비(TOD)가 강화됐다.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 글로벌호크(RQ-4)와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도 북한 지역을 상시 감시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전 당시에는 공대지 자산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 지금은 KF-16, F-15K, F-35A 스텔스 전투기까지 상시 대기 상태다. 공대지 자산들이 즉각 공격할 수 있도록 표적화가 다 돼 있다. 해군 함정도 최첨단 전력으로 크게 확충됐다. 공지해 합동 전력이 서북도서와 NLL 해상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압도적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해병대 6여단을 비롯해 서북도서를 지키고 있는 부대들은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다. 타격 자산과 능력, 강인한 훈련과 정신력, 최상의 무기 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최강 창끝부대다. ‘전장의 눈’ 있어야 펀치력 효용성 극대화 다만 전투에서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전장의 눈인 감시정찰 능력에 제한이 있으면 적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타격 자산 운용이 쉽지 않다. 전술제대 단위에서 실시간 정보를 가장 짧은 주기에 수집하고 업데이트된 정보를 자체적으로 획득해야 한다. 그래야 전투부대들은 주저함 없이 결심해서 즉각 때릴 수 있다. 서북도서를 비롯해 최전방 부대들은 후사면에 숨어 있는 적들을 정확하고도 신속하게 볼 수 있는 ‘전장의 눈’이 있어야 한다. 고정 타깃은 표적화가 돼 있다. 보이지 않는 후사면의 숨은 전력들을 얼마나 빨리 타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결판난다. 전시 군사작전은 감시-결심-타격 해야 한다. 전투부대가 결심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신속하고도 정확히 탐지·식별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타격 자산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도 결심권자와 지휘관이 후사면까지 볼 수 있는 전술적 ‘눈’이 없으면 전투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군의 최전방 사·여단들의 눈 역할을 하는 전술제대 단위의 제대로 된 감시정찰 자산이 시급히 갖춰져야 한다. 국내 자체 개발이든 국외 도입을 하든 간에 전장의 눈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한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일선 부대 지휘관들은 전술제대급 감시정찰 자산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때부터 감시정찰 자산을 차근차근 확보해 왔다면 지금쯤은 전술제대급에서 제대로 된 ‘눈’을 이미 보유했을 것이다. 북한이 무모할 정도로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켜 도발하는 것도 전장에서의 감시정찰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명은 짧지만 저궤도 초소형 군집 위성을 다수 쏘아올리는 것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다만 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감시정찰 주기를 짧고 촘촘하게 해서 실시간으로 전술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다.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비용 대비 효과 측면을 감안하면 평시에 초소형 저궤도 위성을 많이 띄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형급 무인정찰기 보유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당장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미 검증된 감시정찰 자산들을 해외에서 도입하면 된다. 군이 신속하게 확보하려고 해도 획득사업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일선 전술급 부대에서는 국외 도입이 됐든 국내 획득사업이 됐든 간에 최대한 빨리 대형급 무인정찰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NLL 해상과 서북도서를 지키는 군은 바짝 촉각이 곤두서고 예민해져 있다. 한국군의 자주포와 전차포 성능은 북한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속 발사 속도와 정확도, 사거리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타격 자산들을 군사적으로 효율성 있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장의 눈이 있어야 한다. 펀치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한국군은 그동안 전략적 단위의 정보수집 능력은 많이 확충했다. 이젠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현장 부대들의 전술적 ‘눈’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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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호

핵잠수함 보유하겠다며 쌀독 걱정...북한판 새마을운동 가능할까

노동신문에 “사상 초유 시련” 표현 등장 뿔난 김정은 ‘8천만 겨레’ 표현 금지도 스위스 유학시절 대남 열등감 느낀 듯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새해 들어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 좌충우돌하는 듯한 형국이다. 전술핵으로 대남·대미 위협을 노골화하고 핵잠수함 건조까지 공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식량 부족과 주민 생필품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1월 29일 자 보도에서 김정은이 하루 전 잠수함 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핵추진 잠수함 사업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이 핵잠수함 건조사업을 “구체적으로 요해(了解)했다”며 “핵동력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해당 부문들이 수행할 당면 과업과 국가적 대책안들을 밝혔으며 그 집행 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줬다”고 전했다. 그런데 노동신문은 2월 5일 자 보도를 통해서는 현 상황을 “사상 초유의 시련”으로 평가하면서 극심한 어려움에 봉착했음을 토로하고 나섰다. 신문은 1면 정론(政論)을 통해 평양과 농촌지역의 동시 발전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 거대하고 사변적인 투쟁은 사상 초유의 시련과 난관이 겹쌓이는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문의 글에는 “모진 시련”, “최악의 난관”, “엄혹한 도전” 등의 표현이 거듭 등장한다. 김정은은 앞서 1월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현 시기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서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20개 군에 10년 동안 공장 하나씩을 지어 모두 200개를 건설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생필품 부족 타개 등을 주장한 김정은의 발언 중 눈길을 끈 건 “개성시가 자체로 살아나갈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개성시 아사자 속출’ 사실상 인정한 김정은 지난해 2월 대통령실과 통일부는 “개성에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정보판단을 밝혔다. 북한 지역에서 비교적 살 만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개성에서 굶어죽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는 발표에 발끈하고 나설 만한 일이었지만, 대남 비난 전담역을 맡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물론 관영 매체들은 함구했다. 그런데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직접 연설을 통해 개성 지역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셈이다. 한때 북한에서 그나마 살림형편이 나은 편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개성공단 가동 시에는 125개 우리 기업에서 5만3000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면서 혜택을 누렸던 개성 지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내부의 상황이 이런데도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적대(敵對)’에 기초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노골화하면서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망언 수준의 발언을 쏟아낸 건 지난 1월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0차 회의에서다. 식량난 등으로 인한 주민 불만을 의식한 듯 그는 연설 서두에 노동당의 정책노선에 따라 북한 경제가 얼마나 큰 성장을 하고 있는지를 왜곡·과장해 선전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김정은은 이어 남북관계를 언급하면서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고 주장했다. 또 대한민국 헌법 3조가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 점을 거론하면서 이에 맞대응해 관련 조항이 없는 북한 헌법의 개정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최고인민회의는 이 회의에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3곳을 폐지했다. 김정은은 이를 두고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로 내왔던 우리의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수불가결한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폭주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주민들이 ‘삼천리금수강산’이나 ‘8천만 겨레’ 같은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이란 비판과 함께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 고양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해야 한다”며 헌법에 이를 담을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김정은의 인식은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12월 26~30일) 보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남북관계가 적대이자 교전국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극단적 발언까지 치달았다. 그러면서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개편하고, 투쟁 원칙과 방향도 전환할 것을 강조했다. “식민지 졸개 불과한 족속” 등 거친 표현 쏟아내 대남 문제와 관련한 김정은의 발언들을 분석해 보면 첫째로 그가 한국에 대해 엄청난 좌절과 열패감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대한민국 것들’ 운운하며 애써 깎아내리려 애쓰지만 결국 ‘넘사벽’(넘어설 수 없는 높은 벽)임을 현실 속에서 매 순간 절감하고 있다는 걸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양자·다자 외교 무대를 오가며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전기차 등 미래 먹거리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김정은은 외톨이 신세로 칩거해 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립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재래식 포탄을 주고 위성기술을 지원받았지만 수출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진격하는 K-방산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세계가 열광하는 K-팝에 한류문화가 선도적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지만 김정은이 할 수 있는 건 이를 막기 위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본 북한 청소년·학생을 징역 몇 년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뿐이다. 그를 짓누르고 있는 대남 콤플렉스 증세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둘째는 남북 당국 관계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가 배경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초 김정은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유화 공세를 펼쳤다. 판문점과 평양 등에서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내친 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까지 가졌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에 여전히 집착하면서 국제사회를 기망하려는 그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은 건 당연했다. 세상을 너무 우습게 본 처참한 결과였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삶은 소대가리” 운운하며 화풀이도 했지만 정상회담 성과물을 챙겨 훌쩍 좌판을 걷고 떠나버린 ‘전직 대통령’으로부터는 아무런 울림이 없었다.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대북 정책 전환을 채근해 봤지만 헛수고였다. 한미일 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고 대북 제재의 압박은 평양 권력을 호흡곤란에 빠뜨렸다. 김정은이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며 싸잡아 비난하게 된 건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여동생인 김여정은 아예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제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라고 비난하며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1월 2일 자 담화)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셋째는 파국에 이른 경제 문제에 대한 자신감 상실이다. 무엇보다 집권 13년 차에 이르는 동안 4차례의 핵 실험을 거치는 등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면서 북한 체제는 경제·사회적으로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대북 제재와 국제적 고립은 김정은이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민생 문제 자신감 잃은 김정은 2500만 인구 가운데 40%인 1100만 명이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유엔 산하 기구의 지적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작년 곡물 생산이 103% 늘어난 것처럼 허풍(103% 증산은 본래 2배 넘게 늘었다는 의미)을 떨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103%로 늘어났다”는 교묘한 말장난을 벌인 게 드러난다. 결국 3% 증가에 그쳤고 그마저도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게 우리 대북 부처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김정은의 대남 적대감은 어디서 연유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든다. 대한항공기 폭파와 아웅산 테러 등 대남 도발을 일삼던 아버지 김정일의 영향도 있었을 테고, 북한 권력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주적(主敵)’ 인식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배경 중 하나는 김정은과 그의 형 정철, 여동생 여정과 함께한 스위스 조기유학 때 형성된 한국에 대한 반감이고,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뇌리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10대 시절 부모와 떨어져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 머물던 김정은은 한국의 대사관 직원, 상사 주재원 등의 자녀와 함께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평양에서 온 고위층 자제 정도로 여겨졌고, 이에 호기심을 갖고 학교 행사 등에서 관심을 보인 한국 학부모 등 관계자에게 매우 무례하고 감정적인 언행으로 대응했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남아 있다. 대북전문가인 빅터 차 박사는 그의 저서 ‘불가사의한 국가(The Impossible State)’에서 김정은이 유학 시절 짝사랑했던 한국 여학생 성미에게 그네를 밀어주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계속 치근대는 정은에게 성미가 “하지 말라고!”라며 소리치자 김정은은 분노를 삭이며 고개를 숙인 채 돌아갔다는 것이다. 어린 북한 소년 김정은에게 남한의 모든 것은 다가서기 힘든 금단의 세상이었을 수 있다. 대한민국과 ‘헤어질 결심’을 굳힌 듯한 김정은의 행보는 거침없이 이어질 기세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 하나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지시다.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이라며 불쾌감을 보였다. 마치 2019년 10월 금강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대아산이 지은 건물을 보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했던 걸 떠오르게 하는 발언이다. 2001년 8.15 때 완공된 이 기념탑은 높이 30m에 너비는 6.15공동선언을 상징하는 61.5m로 만들어졌다. 무게가 60kg에 이르는 잘 다듬어진 화강석 2560개를 붙여 만들었다니 북한 당국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이 간다. 북한은 이른바 조국통일 3대헌장을 금과옥조로 여겨 왔다. 김일성 집권 시기에 이뤄진 △7.4남북공동성명(1972년)의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 △노동당 6차 대회(1980년 10월)에서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 회의(1993년 4월)에서 내놓은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이 그것이다. 1994년 7월 심근경색으로 급사한 김일성이 마지막 서명한 것도 통일 관련 문건이었다면서 김정일이 이른바 ‘통일 유훈’을 받들었다고 선전해 왔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응축해 놓았다고 볼 수 있는 3대헌장기념탑을 파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할아버지이자 선대(先代) 수령인 김일성의 레거시(legacy)를 단박에 없애버린다는 의미다. 이런 김정은의 행보에 노동당과 군부 원로 세력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눈치 빠른 일부 주민들도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꿈틀거릴 수 있다. 김정은 대남 적대 입장에 한국 내 친북세력도 당혹감 반민족·반통일을 노골화한 김정은의 폭주는 한국 내 일부 세력이나 단체에도 당혹감을 안겨줄 게 분명하다. 김일성의 통일 방안을 찬양하며 반정부·반미 투쟁에 청춘을 불사르고 이슈마다 북한 챙기기와 감싸기에 매달려온 이들에게는 김정은의 대남 적대와 ‘국가 대 국가’ 발언이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당국의 불허에도 3대헌장기념탑 준공식 참석을 강행하고,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찾아서는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조국통일 이룩하자’는 글을 남긴 친북 성향 인사들은 헛헛한 마음을 추스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북한이 6.15공동선언에 그토록 담으려 애쓴 ‘우리민족끼리’를 신주단지 모시듯 해온 이들은 망연자실할 것이란 측면에서다. 이적단체로 최종 판결받은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의 북측본부와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등을 하루아침에 없앤 김정은의 결정에 ‘낙동강 오리알’이 돼버린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말이 대공수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한다. 사실 김정은의 커밍아웃으로 모든 게 명명백백해졌고, 판문점과 평양·백두산에서 그가 보인 웃음 뒤에 가려졌던 본색이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맹목적으로 북한 감싸기에 나섰던 이들에게 김정은의 독설은 매우 쓰지만 좋은 약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청춘 시절 군사독재·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불만이나 반발 때문에 북녘의 주체사상과 반제·자주 슬로건에 매혹당한, 그래서 평생 그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념의 포로가 된 이들에게 마지막 탈출할 수 있는 구명정이 던져졌다는 것이다. 김정은도 나름대로의 포석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적대화와 대립각 세우기로 대남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고,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국 내 여론 분열을 꾀할 수 있다. 그 결정적 계기는 4월 총선으로 점쳐진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2월 “김정은이 1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훈련 때 측근 간부들에게 ‘내년(2024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로 분쟁지역화해 우크라이나와 중동, 대만 문제에 쏠린 미국 등 서방의 관심을 끄는 전술적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다. 김정은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화려한 귀환을 기대하는 듯하다. 북핵 인정과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을 놓고 트럼프와 또 한 번의 담판을 벌인다는 복안일 수 있다. 김정은이 연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지진 위로 전문을 보내면서 ‘각하’라고 깍듯하게 호칭한 건 납치 일본인 문제를 내세워 북일 국교 정상화 등을 꾀하려는 또 하나의 포석일 수 있다. 김정은의 도발적 행보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미 대선까지 한반도 긴장 수위를 한껏 올리는 쪽으로 치달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북한판 지방개발 프로젝트인 ‘20×10 정책’을 밝혔고 가발 수출 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뜻 보면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따라 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김정은의 대남 대립각 세우기와 핵·미사일을 앞세운 공갈·위협이 거칠어지는 상황에서 아무런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경제발전 구상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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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호

“北 고체연료 ICBM 추진체 신뢰성 향상 전략순항미사일 전력화도 임박”

‘북한 핵·미사일 전략과 고도화’ 진단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 심층 인터뷰 핵 투발 전술유도무기체계 위협 심각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북한이 2024년 들어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과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SLBM) 시험발사 및 전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2023년 12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하면서 고체연료 ICBM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술핵과 전략핵을 탑재할 수 있는 각종 신형 무기체계 개발과 실전 배치를 서두르고 있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한국군의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67·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략과 과정, 고도화, 현주소에 대해 알아본다. 핵·미사일 고도화+발사 플랫폼까지 다양화 Q.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전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후 이뤄진 북한 핵·미사일의 기술 진전 뿌리는 2015년 신년사에서 밝힌 ‘4대 전략적 노선’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6년 ‘4대 강군화 노선’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군사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노선으로 ①정치사상 강군화 ②도덕 강군화 ③전법 강군화 ④다병종 강군화 등 4대 강군화 노선을 제시했다. 속도전식 개발로 핵·미사일 역량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작전 임무의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등과 같은 북한의 표현도 이러한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Q. 2021년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제시된 ‘중핵적인 구상’이 주목되는데. 특히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제시된 ‘중핵적인 구상’과 ‘중대한 전략적 과업’은 핵·미사일 개발 방향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중핵적인 구상은 핵기술 고도화(핵무기 소형경량화·전술무기화·초대형 핵탄두 생산), 핵 선제·보복타격 능력 고도화(1만5000㎞ 타격명중률 제고)로 구성된다. Q. ‘중대한 전략적 과업’이란. 중대한 전략적 과업에는 극초음속미사일, 수중과 지상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사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등이 포함된다. 이들 과업 중 ‘핵무기 소형경량화’와 ‘군사정찰위성·무인정찰기’를 제외한 나머지 5개 과제는 국방과학발전과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이다. Q.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과정을 단계별로 분류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아래 이뤄진 속도전식 핵·미사일 기술 역량 진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속도전식 핵·미사일 고도화 과정은 크게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시연(2016~2017년),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2019~2020년),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와 전략무기 다변화(2021년 이후)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Q.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2016년과 2017년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있어 결정적인 해로 볼 수 있다. 2016년은 핵 탑재 ICBM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 요소 기술을 마무리해 시연했다. 2017년은 이렇게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괌부터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중·장거리 미사일들을 시험 발사했다. Q.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는. 2019년부터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발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한 연속적 시험발사를 했다.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거부적 억지력을 갖고자 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이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해당된다. 전술핵 투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Q.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와 전략무기 다변화는. 2020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초대형 액체연료 ICBM 화성-17형과 신형 SLBM ‘북극성-4ㅅ형’과 같은 신형 무기가 등장했다. 3개월 만인 2021년 1월에는 또 다른 SLBM ‘북극성-5ㅅ형’을 공개했다. 2021년 이후부터는 핵·미사일 자체 고도화뿐만 아니라 발사 플랫폼까지 다양화하는 등 핵 운용을 전제로 한 고도화를 통해 전략·전술 무기의 군사적 효용성과 실용성을 높이고 있다. 핵 탑재 고체 ICBM, 신속 기동·은폐 쉬워 Q.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개발은. 2023년 2월 북한 군사열병식의 다양한 대규모 ICBM 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5대, 화성-17형 12대(예비 1대 포함), 화성-15형 4대 등 ICBM을 탑재한 총 21대의 발사대 차량을 공개했다. 현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Missile Defense) 개념의 군사적 효과성에 대해 도전이 되고 있다. Q. 화성-18형 위협을 평가한다면. 특히 처음 공개된 화성-18형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우회해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탑재 고체연료 ICBM이다. 최대 사거리는 2023년 4월 1차 시험발사 후 1만km급 ICBM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그 이후 추가 발사 과정을 거치면서 액체연료 ICBM 화성-17형과 비슷한 1만5000km까지 확대 평가되고 있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보다 신속한 기동이 가능하고 현장에 전개할 때 은폐가 쉬워 탐지·식별해 공격하기 어렵다. Q. 화성-18형 개발 과정은. 북한은 화성-18형을 공개한 지 2개월 만인 2023년 4월 첫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이것은 2022년 12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추력벡터제어(TVC·Thrust Vector Control) 기술을 적용한 140tf(톤포스)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로켓 모터)의 지상분출시험을 수행한 후 4개월 만이다. 그 이후 7월과 12월 두 차례 추가 비행시험에도 성공했다. 고체연료 ICBM의 추진시스템 신뢰성과 비행 안정성 부분을 상당히 해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Q. 북한의 고체연료 기술 진전 속도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고체연료 로켓 모터를 처음 공개한 것은 2016년 3월 직경 1.1m급 고체 로켓 모터 지상연소시험이다. 같은 해 8월 이를 기반으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호를 발사했다. 이어 직경 1.4m의 북극성-2형(2017년 2월)과 북극성-3형(2019년 10월)을 순차적으로 시험 발사했다. 결국 북한은 직경 1.4m급 고체연료 미사일의 첫 비행시험 후 6년 만인 2023년 3차례 고체연료 ICBM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 러시아 등과 같은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빠른 기술 진전이다. Q. 화성-18형 페이로드 무게와 위력은. 화성-18형의 페이로드 무게는 1250~1500kg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화성-17형보다 작지만 여전히 대형 단일 핵탄두 또는 다수의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크기다. 탄두의 외형은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단순한 다탄두 재진입체(MRVs)와 기만체(penetration aids)로부터 다탄두 개별 목표설정 재진입체(MIRVs)까지 다양한 잠재적 능력을 생각할 수 있다. Q. 북한의 MIRVs 기술 수준은. MIRVs 기술은 미국이 1970년대 초 전력화한 ICBM과 SLBM에 처음 사용했다. 아직도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만이 MIRVs 기술을 지상 또는 SLBM에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고난도 기술이다. MIRVs 미사일 개발은 미사일 대형화와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후추진체(PBV·Post Boost Vehicle) 정밀유도, 비행 중 순차적으로 탄두를 방출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합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화성-17형·18형 ICBM 실질 전력화 예상 Q. 북한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북한이 탄두 소형화·경량화와 미사일 유도 기술을 상당 부분 획득했다 할지라도 부스트 단계 이후 MIRVs 페이로드를 예정된 위치로 정확히 운반하고 순차적으로 탄두를 방출하는 정밀한 기능의 PBV를 개발해야 한다. 북한이 MIRVs 시험을 했다는 발표나 증거는 아직 없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도 MIRVs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북한의 MIRVs 기술 역량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파키스탄은 MIRVs 개발 정황이 공식적으로 식별된 지 6년 후인 2017년 1월 MIRVs 미사일 아바빌(Ababeel)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Q. 북한의 MIRVs 기술 완성 의미는. 북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다탄두 개별유도 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했을 정도로 개발에 관심이 많다. MIRVs 기술 완성은 화성-17형과 화성-18형 탄두의 생존성과 정확성을 높여 핵 선제·보복 타격 능력 고도화를 달성하는 결정적인 핵심 수단이다. Q. 북한이 2023년 11월 중거리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발표했는데. 북한이 언급한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미사일용은 극초음속미사일을 의미하지만 액체연료 화성-12형을 대체하는 신형 고체연료 IRBM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 이 고체연료를 2단으로 하면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3000~4000km급 IRBM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2024년 1월 2단 형태의 고체연료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전력화 초기 단계 가능성 Q. 북한이 2024년 들어 유독 전략순항미사일 발사와 전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 전략순항미사일 개발 수준은. 북한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9차례 이상 화살 계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에 대한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올해에도 1월 24일 불화살-3-31형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을 시작으로 2월 2일까지 단 열흘 동안 4차례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특히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은 전력화가 임박했거나 초기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Q. 북한 전략순항미사일 위협은. 북한은 전략순항미사일 실전배치 운용을 통해 주일 미군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반도 안에서 미군의 전력 투사를 억지하고 궁극적으로 항모를 타격할 수 있는 고능력 전략순항미사일 개발을 꾀하고 있다. 항모를 중심으로 하는 연합군 증원 전력의 한반도 진입을 제한하는 반접근/지역거부( A2/AD)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Q. 북한 전략순항미사일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은 매우 낮은 고도로 회피 비행을 해 탐지와 추적이 어렵고 핵 공격이 가능하다. 지금의 한국형 3축 체계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지상 장거리 레이더와 같은 지상 센서로는 한계가 있다. 항공기와 비행선, 우주 플랫폼을 활용한 고고도 센서(elevated sensors) 역량 강화가 최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주 중심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 개념으로 가야만 한다. Q.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현실화 대응 방안은. 북한은 3차례의 고체연료 화성-18형 발사를 포함한 총 10차례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을 정도로 대부분 관련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추진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과제는 ICBM 재진입체의 정확성과 생존성 향상에 직접 관련이 있는 다탄두 기술 개발이다. 향후 북한은 MIRVs 완성을 통한 화성-17형과 화성-18형 ICBM의 실질적 전력화에 주력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시험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와 외교, 경제 등을 포괄하는 국가 핵전략을 명확히 하고 전문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군사적 대응 전략·전술을 시스템적으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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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호

[이영종의 통일오디세이] 평양 남매의 거칠어진 입...2024년 한반도 긴장 파고 높아진다

대남 공세 발톱 날카롭게 세운 김정은·김여정 새해 벽두부터 주거니 받거니 저급한 비방전 핵·미사일 도발로 자초한 대북 제재에 ‘휘청’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연초부터 평양발 한반도 위기 국면이 심상치 않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초강경 대남 비방 및 위협 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 여동생인 김여정까지 맞장구를 치고 나서면서 행동대장 격의 거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대 세습을 통해 북한 권력을 넘겨받은 이들 남매의 북한 권력 내 위상으로 볼 때 당분간 남북 관계와 주변 긴장 상황은 최고조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문을 먼저 연 건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은이다. 그는 지난해 말 소집된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12월 26~30일)에서 전례 없는 높은 수위의 대남 적대감을 표출하면서 도발적 행보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핵심 당 간부들과 한 해를 결산하고 2024년의 정책 노선을 설정하는 자리에서 그는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말폭탄’에 그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쪽을 겨냥한 포 사격을 연이어 벌인 북한 군부는 “민족·동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 인식에서 삭제됐다”(1월 5일 총참모부 보도)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말을 그대로 받아 최전방의 군부 세력이 도발 후 입장을 낸 것이다. 北 군부, 김정은 지시 따라 “민족·동족은 삭제됐다” 김정은의 전원회의 발언 가운데 관심을 끈 대목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대립각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 정치권 등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김정은의 입장 표명이 나온 것이다. 김정은의 연설에는 남북 관계에 대한 실망감이 드러난다. 그는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보수 정당이야 그렇다 치고 민주당을 겨냥해 ‘괴뢰’ 범주에 넣어 흉악한 야망이라고 일컬은 대목은 전례 없는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은은 “장구한 북남 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 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집권 13년 차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핵과 미사일 도발에 이어 2024년에는 군사정찰위성 3기를 추가로 쏘아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도발 행보를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의 긴장 수위를 팽팽하게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보여온 민주당과의 화해·협력이나 교류가 별반 소용없었다는 판단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남 유화 공세를 펼치면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3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펼쳤고, 같은 해 9월에는 방북한 문 대통령에게 주민들 앞에서 연설까지 하도록 파격적 결정을 했는데도 아무런 ‘보답’이 없었고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인식에 따라 한국 내 민주당 혹은 소위 ‘진보세력’과의 헤어질 결심을 밝힌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김여정, 저급한 담화로 문재인 정부까지 싸잡아 비난 김정은의 이런 발언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나온 김여정의 담화는 그 내용 못지않게 수준의 저급성이나 감정 조절 실패에 관심이 쏠렸다.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은 지난 1월 2일 밤 내놓은 이른바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북핵·미사일 위협 원천 봉쇄’ 발언 등을 비난하며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공로”라는 생뚱맞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윤 대통령을 ‘이 인간’ 등 저급한 표현으로 지칭한 뒤 “대한민국의 운명을 백척간두에 올려놓은 것을 두고 입 가진 사람마다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나는 ‘찬양’하고 싶다”며 조롱투의 문장으로 일관했다. 또 문재인 정부 당시 체결된 남북 군사합의(2018년 9월)가 파기 상태에 이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면서 “휴지장 따위에 수년간이나 구속당하던 우리 군대의 군사 활동에 날개가 달리게 됐다”며 “그 공로 어찌 크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북한의 잇단 핵과 미사일 도발 및 국제사회 결의 위반에 대한 책임을 발뺌하며 한국 측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김여정은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이런 세상을 맞고 보니 청와대의 전 주인이 생각난다”며 “문재인,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리숙한 체하고 우리에게 바투 달라붙어 평화 보따리를 내밀어 우리의 손을 얽어매어 놓고는 돌아앉아 제가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도 우리가 미국과 그 전쟁 사환꾼들을 억제하기 위한 전망적인 군사력을 키우는 데 이러저러한 제약을 조성한 것은 문재인”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우리와 마주앉아 특유의 어눌한 어투로 한 핏줄이요, 평화요, 공동번영이요 하면서 살점이라도 베어줄 듯 간을 녹여내는 그 솜씨가 여간이 아니었다”며 “문재인의 그 겉발린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지난 2018년 2월 10일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만났으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등에 참석했다. 그런 김여정이 6년 만에 내놓은 담화에서는 문 전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김여정 말릴 사람 평양 권력 내부에는 없는 듯 이런 김여정의 행태를 두고 “일기장에나 쓸 수준의 저열한 감정 분출을 담은 글을 ‘담화’라는 형태로 내놓았다는 건 북한 체제의 저급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정은과 여정 남매가 뭔가 초조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여정이 막말 수준의 글을 관영 선전매체로 내보내도 이를 제어할 아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도 있다. 한동안 조카인 김주애의 등장과 ‘후계’ 논란 속에 권력 중심에서 밀려난 듯 보이던 김여정이 극렬한 대남 비난으로 오빠의 대남 적대 인식에 궤를 같이하고 나선 것을 두고 존재감의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정은의 행보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원회의 참석에 이어 새해맞이 축하공연을 참관한 그는 핵·미사일 고도화와 민생 챙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정은이 딸 주애를 공개행사에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열린 새해맞이 축하공연 영상에는 행사장인 평양 5.1경기장에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를 데리고 주빈석 한가운데 앉아 있는 모습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 김덕훈 총리, 박정천 당 비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간부들이 자리한 장면이 드러난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의 등장과 관련해 “존경하는 자제분, 여사와 함께 관람석에 나왔다”고 밝혀 새해 들어서도 김주애 띄우기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가장자리 테이블에 자리해 잘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의전 담당 현송월은 눈에 띄었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북한이 김여정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김주애 띄우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모습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해에도 김주애 띄우기 이어질 듯 이런 모습은 김정은이 1월 7일 황해북도 황주군에 새로 건설된 광천닭공장을 방문한 장면에서도 확인된다. 딸 주애와 당 간부들을 대동하고 공장을 찾은 김정은은 “자동화·과학화를 최상의 수준에서 실현한 광천닭공장은 철두철미 우리 당이 바라고 요구하는 자부할 만한 시대적 본보기이며 현대화를 지향하는 모든 단위들이 도달해야 할 목표를 명백히 제시한 훌륭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대화된 생산 공정에서 고기와 알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니 정말 흐뭇하다”며 “우리 당은 올해 중에 평양시에 광천닭공장과 같은 공장을 하나 더 일떠세울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여정은 수행자 명단 끝에 겨우 이름을 올렸고, 19장의 사진에도 먼발치에 있는 장면 한 장만 겨우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의 닭가공공장 방문은 연초부터 대남 도발 위협을 일삼고 있는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가 ‘식량난은 외면하고 핵과 미사일만 챙긴다’는 엘리트와 주민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군부에 최전방 지역 포격 도발 등을 지시해 놓고 김정은과 지도부는 경제 현장을 챙기는 듯한 모습을 부각시키는 건 대남 심리전을 고려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우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북러 밀착을 통해 무기 제공 등의 행보를 보인 북한이 올 들어 중국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베이징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노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들은 지난 1월 1일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축하전문을 주고받은 사실을 전하며 ‘조중 친선의 해’인 올해 관계 증진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축전에서 올해가 북중 수교 75주년인 점을 강조하며 “국제 정세가 복잡다단한 속에서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가일층 승화 발전시켜 나가려는 우리 두 나라 인민의 공동의 기대와 염원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은 시진핑도 축전을 통해 “중국 당과 정부는 시종일관 전략적 높이와 장기적 각도에서 중조 관계를 대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중조 친선협조 관계를 훌륭히 수호하고, 훌륭히 공고히 하며, 훌륭히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했다. 이처럼 북한이 김정은과 시진핑의 축전 교환 사실을 전하고 내용을 공개한 건 북중 친선과 양측 지도자 간의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드러내고 올해 중국과의 교류·협력에 무게를 싣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러 무기 제공과 러시아 미사일 기술의 전수를 맞바꾸는 등 밀착을 과시한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의 불편한 심기와 우려를 고려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방문 등 외교 무대에 김주애 등장시킬지 관심 이런 기류를 뒷받침하듯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미겔 마리오 디아스 카넬 베르무데스 쿠바 공산당 제1비서에게도 축전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지만, 푸틴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 그룹에서는 “김정은이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러 관계를 최우선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면서 “조만간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에게 이를 해명하고 한미일 대북 공조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과 경제적 지원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주시해볼 건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뿐 아니라 딸 주애를 함께 데리고 움직이면서 외교 무대에 등장시킬지 여부다. 그동안 김정은은 주애를 공개행사의 주석단 자리에 앉히는 등의 모습을 연출해 ‘후계자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군사·경제 등 대내 수행뿐 아니라 외교 무대에까지 나선다면 분명한 후계 낙점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정은은 지난 1월 8일 40회 생일을 맞았다. 2011년 12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심근경색)으로 27살 나이에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은이 집권 13년 차를 맞으면서 불혹의 나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불혹’에 걸맞지 않게 김정은의 올해 생일은 유난히 어수선하고 부산한 분위기 속에 보냈고 이런 기류는 당분간 계속되면서 격랑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연초 NLL 일대 포격 도발에 이어 대남 위협과 비난을 가득 담은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군이 대응 포격에 나서면서 평양발 군사 긴장은 정점을 치닫고 있다. 김정은 생일 당일 노동신문은 3면에 ‘공화국의 존엄, 당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는 글을 싣고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결정을 주민들이 적극 따라야 한다고 독려했다. 신문은 “인민의 운명을 지키고 인민들에게 더 좋은 생활 조건을 보장해주기 위하여 당도 있고 정권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정은 생일이나 우상화 문제를 시사하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젊은 나이에 별다른 업적 없이 지나치게 김정은 띄우기에 나설 경우 엘리트와 주민의 반발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물론 북한 지도부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란 얘기다. 로드먼, 평양서 “오늘이 김정은 생일” 천기 누설 한미 정보당국은 과거 김정은이 10대 시절 스위스에 조기 유학하는 과정에서 오간 여권 정보 등을 토대로 그가 ‘1984년 1월 8일생’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출생과 관련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밝히거나 그의 생일을 김일성·김정일처럼 ‘최고 명절’로 삼는 우상화에 나서지는 않아 왔다. 다만 김정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미프로농구협회(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2014년 1월 8일 평양을 방문해 친선 농구경기를 갖는 자리에서 평양체육관에 모인 1만4000여 명의 주민들 앞에서 이날이 김정은 생일임을 언급하며 축가를 불러 일부에게 알려졌을 가능성은 있다. 김정은 생일을 조기에 대대적으로 내세우지 못하는 속사정도 있다.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는 북송 재일교포 출신으로 주민들은 ‘째포’라며 비하하는 그룹에 속한다. 더욱이 고용희의 아버지 고경택은 제주 출신으로 일본 식민지 시절 오사카로 건너가 일본군의 군복을 만드는 공장에서 관리직으로 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른바 ‘백두혈통’ 운운하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우상화에 몰두해온 북한 정권의 핵심축이 사실은 ‘후지산 줄기’ 또는 ‘한라산 줄기’라는 논란이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김일성 항일 투쟁’을 부풀려 날조·왜곡해온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실은 독립군이나 항일세력을 토벌하는 일본군의 군수품 생산에 종사했다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 김정은이 일제 렉서스 최고급 SUV를 몰고 다니고, 딸 주애의 식탁에는 직수입한 일본의 유명 소금병이 늘 오른다는 점이 입방아에 오르면 ‘째포 고용희’와 맞물려 리더십에 손상이 따를 것이란 얘기다. 섣부른 가계 우상화로 이어질 경우 자칫 김정은의 감추고 싶은 ‘출생의 비밀’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김정은의 리더십 다지기 차원의 찬양이나 개인 우상화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노동당 선전선동부 등에서는 김정은의 40회 생일을 계기로 ‘원숙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김정은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수 있다. 선대 수령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제대로 된 후계수업을 받지 못한 채 권력을 넘겨받았던 ‘청년 지도자’에서 벗어나 노련한 모습을 보이려는 선전선동술이 동원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 권력 핵심부의 뜻대로 2024년 한 해가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핵과 미사일에 올인한 집권 13년 동안 북한 체제의 근간인 경제가 무너지고 사회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때문이다. 특히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폭압적 수령 체제에 대한 반감이 싹트고 있고, 외교관과 주재원·유학생 등의 체제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 관영 매체를 통해 잘 포장되고 이미지가 조작된 북한 체제와 김정은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과 별개로 내부적으로는 변화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관측도 잇따른다. 11월 미 대선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등 국제 정세의 변수 속에서 김정은이 펼치는 곡예가 성공으로만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한계에 봉착하거나 파국을 맞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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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호

남북한 9.19 군사합의 파기 군사적 우발 충돌 안 된다

韓 4월 총선·美 11월 대선 ‘군사적 긴장 고조’ 북한 도발·무력시위, ‘전략적 수위 조절’ 주목 尹대통령 신년사 “北 핵·미사일 위협 원천봉쇄”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2024년 새해 벽두부터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측이 2023년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쏘아올리자 남측은 다음날 즉각 남북 간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를 발표했다. 이에 북측도 11월 23일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남북 간에 9.19 군사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군사적 조치들이 속속 진행되면서 2024년 1월 5일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 완충구역으로 200여 발을 비롯해 사흘 연속 포사격 훈련을 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이에 우리 군도 연평도·백령도를 지키고 있는 해병대가 400여 발의 포사격으로 맞대응했다. 북측은 포사격 후 새해 들어 남측의 전방 포사격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포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군 당국은 1월 8일 지상과 해상에서의 9.19 군사합의에 따른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남북 간 군사합의 효력 상실을 밝혔다. 北, 2023년 28차례 무력시위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을 겨냥해 2022년 초부터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려 왔다. 2024년 새해 연말연시에는 ‘통일 불가’, ‘전쟁 불사’를 언급하고 나섰다. 한국은 올해 4월 정치권이 사활을 건 총선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간에 물러설 수 없는 대선 전쟁의 막이 올랐다. 한국의 총선과 미국의 대선은 남북 관계 전반은 물론 국방안보 분야에 걸쳐 적지 않은 변수로서 직접적으로 연동돼 있다.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의 향방에 따라 남북미 관계와 대북 정책,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방안보 분야에서 가장 큰 현안은 북한 리스크 관리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긴장 고조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비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한국의 총선과 미국의 대선 국면에서 북한이 전략적 도발 수위 조절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 들어 군사적 긴장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전술핵·전략핵, 신형 전술유도무기 체계에 의한 도발과 무력시위를 노골화하고 있다. 2023년에만 △새해 첫날 1월 1일 ‘전술핵 탑재 가능 주장’ 초대형 방사포(KN-25) 1발 △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1발 △2월 20일 KN-25 2발 △2월 23일 ‘전술핵 탑재 가능 주장’ 전략순항미사일 4발 △3월 9일 ‘전술핵 탑재 가능 주장’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3 파생형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6발 △3월 12일 잠수함 발사 전략순항미사일(SLCM) 2발을 발사했다. 뒤이어 △3월 14일 ‘전술핵 탑재 가능 주장’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추정 2발 △3월 16일 신형 ICBM 화성-17형 1발 △3월 19일 KN-23 1발 공중폭발 ‘핵반격’ 전술훈련 △3월 2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4발 △3월 21~23일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1·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과 화살-2 시험발사를 했다. 북한은 또 △3월 25~27일 해일-1 기폭시험 △3월 27일 KN-23 추정 2발 △4월 4~7일 해일-2 기폭시험 △4월 13일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6월 15일 KN-23 추정 2발 △7월 12일 ICBM 화성-18형 △7월 19일 KN-23 추정 2발 △7월 22일 순항미사일 여러 발 △7월 24일 KN-25 2발 △8월 21일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8월 30일 KN-24 2발 전술핵 공중폭발 등 도발과 무력시위를 했다. 뒤이어 △9월 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발 △9월 13일 KN-23·KN-24 추정 2발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 발사 △11월 2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 △12월 1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 △12월 18일 ICBM 화성-18형 등 28차례에 걸쳐 도발과 무력시위를 했다. 북한은 ICBM 5기를 포함해 16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핵심 5대 과업은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 탄도로켓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이다. 42년 만에 전략핵잠 기항...19차례 전략자산 전개 이에 한미 군사동맹도 북핵 대응에 맞서 미국의 핵무기를 투사할 수 있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 수준에 준해 전개했다. 북한을 한순간에 초토화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갖춘 미 전략핵잠수함(SSBN)이 42년 만에 한국에 기항했다.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폭격기 B-52H도 처음으로 한반도에 내렸다. 2023년 미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을 보면 △2월 1일 미 전략폭격기 B-1B 2대, F-22·F-35B 5세대 스텔스기 전개 △2월 19일 B-1B 전개 △2월 23일 공격핵잠 스프링필드함(SSN 761·6000t급) 전개 △3월 3일 B-1B·무인공격기 MQ-9 전개 △3월 6일 미 전략폭격기 B-52H 전개 △3월 19일 B-1B 전개 △3월 27일 미 핵항모 니미츠함(CVN-68) 연합훈련 △3월 28일 니미츠함 부산 작전기지 입항 △4월 5일 B-52H 전개 △4월 14일 B-52H 전개 △6월 30일 B-52H 전개 △7월 13일 B-52H 전개 △7월 18일 전략핵잠(SSBN) 켄터키함 부산항 기항 △7월 24일 미 공격핵잠 아나폴리스함(SSN-760) 제주 입항 △10월 17일 B-52H 한반도 첫 착륙 △10월 22일 B-52H 전개 △11월 15일 B-52H 전개 △12월 17일 미 공격핵잠 미주리함(SSN-780) 부산 입항 △12월 20일 B-1B 전개 등 19차례였다. 한미군의 이러한 전략자산과 연합훈련에도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전술핵·전략핵의 현실화·고도화를 가속화하면서 오히려 한미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준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북한 당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 간의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신설, 한미일 3자 훈련 연례화, 미 전략핵잠의 한국 기항, 2024년 8월 ‘첫 핵작전 시나리오 기반’ 한미 연합훈련(UFS) 계획을 특정해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쌍방무력 간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범행 단계로 명백히 진화됐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비난은 1950년 6.25전쟁 전 북한의 대남 비난과 유사하다”면서 “그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1950년에 한미는 동맹 관계가 아니었다는 점과 당시에는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현재는 한미가 동맹으로 결합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키기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고 있어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다고 오판할 수 있다”고 깊이 우려했다. 또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은 남한을 공격해 군사적으로 점령하기 위한 전면전을 의미한다. 김정은 ‘통일 불가’, ‘전쟁 불사’ 레드라인 넘어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목표 아래 구체적으로 ‘2024년도 핵무기 생산 계획’까지 언급하고, 2024년에 3기의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선박공업 부문에서 2차 함선공업혁명을 일으켜 해군의 수중과 수상 전력을 제고하며 국방력 발전 5대 중점목표 수행에서 미진된 과업을 빠른 기간 안에 집행하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제시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했지만 ‘미진된 과업’으로 남아 있는 핵잠수함 건조 계획을 집행하고, 기존 중형 잠수함들을 ‘전술핵공격잠수함’으로 개조하는 작업도 진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제841호)을 건조했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전술핵공격잠수함의 다양한 시험 발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험 발사 전에 바지선에서 하고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전술핵무기를 전술핵공격잠수함에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니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해 순항미사일 등 10개 발사관에서 각종 시험 발사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다탄두 개별유도 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면서 “북한이 올해 다탄두 개별 목표설정 재진입체(MIRV) 기술 시험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MIRV 기술을 확보하려는 목적은 미 본토를 공격할 때 넓은 지역의 여러 개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어 생존성과 정확성을 월등히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MIRV 미사일 개발은 미사일 대형화와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후추진체(PBV) 정밀유도, 비행 중 순차적으로 탄두를 방출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권 명예교수는 “올해 북한이 MIRV 능력을 완성하게 되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5000km급 ICBM 화성-17형과 신형 고체연료 화성-18형에 동시 장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핵탄두의 생존성과 정확성이 보장되는 실질적 전력화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북한이 전술핵에 대한 신뢰성과 함께 ICBM의 MIRV에 들어가는 핵탄두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형화·경량화 핵실험을 거쳐야 한다.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할수록 ICBM의 다탄두 수량은 늘어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다탄두 소형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화성-17·18형을 실질적으로 전력화하기 위해서는 MIRV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화성-17형 탄두 페이로드 무게는 2500~3000kg, 화성-18형은 1250~1500㎏ 정도로 추정된다. 화성-18형의 탄두 페이로드 무게가 화성-17형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아 핵탄두 소형화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7차 핵실험을 언제 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또 북한은 지난해 11월 중거리 탄도미사일용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1·2단계 첫 지상 분출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권 명예교수는 “북한이 언급한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미사일용은 극초음속 미사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2단으로 하면서 미군 기지가 있는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3000~4000km급 준장거리(IRBM)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핫라인·안전판 구축 시급 국방부는 이번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국가, 나아가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증강과 정찰위성 추가 발사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도발 행위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고한 정신 무장과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 태세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만약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획기적으로 강화된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과 3축 체계를 활용해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며,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대한민국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겠다’는 등 대한민국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신 장관은 “적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해 추가 도발 의지와 능력을 완전히 분쇄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적 망동은 곧 파멸의 전주곡이 될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 장관은 새해 첫날 해병대 2사단 최전방 관측소(OP)를 찾아 작전 현황을 보고받은 후 북한이 언제라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신 장관은 “적이 도발하면 무적 해병답게 처절히 응징해 초토화시키라”고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강력히 구축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겠다”면서 “대한민국은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종적 평화가 아닌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고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명예교수는 “정치와 외교, 경제를 포괄하는 국가 핵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전문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군사적 대응 전략과 전술을 시스템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올해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남북미 간의 사나운 말폭탄과 군사적 긴장이 실제 폭탄으로 날아오지 않도록 반 발짝씩만 양보하고 자제해야 한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 조성이 오판으로 인한 군사적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남북미 모두 더 이상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아야 한다. 상대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과 도발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군사적 핫라인과 안전판은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전쟁도 가장 나쁜 평화보다 나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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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실종 문자 분석해 보니..."시민의 눈으로 실종자 찾는다"

만 18세 미만 아동·치매 환자 등 대상 발송 실종자 평균 발견시간 7분의 1로 단축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 조민교 기자 mkyo@newspim.com “서울 영등포구에서 배회 중인 박00 씨(남·69세)를 찾습니다. 183cm, 갈색 패딩, 갈색 바지, 흰색 백팩, 검정 신발.” 재난안전 문자 알림음과 함께 간략한 신상정보가 적힌 문자가 휴대전화에 표시된다. 인근에서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실종경보 문자다. 해당 문자 하단의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블로그 링크를 누르면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과 인상착의, 성별, 연령, 담당 실종수사팀의 연락처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 등 대상 발송 위의 예시와 같은 실종경보 문자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실종 사건에서 시민들의 제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공개수사 제도다. 경찰은 지난 2021년부터 시행한 실종경보 문자를 통해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실종자 수색을 해오고 있다. 경찰은 보호자의 동의를 구해 실종 전 사진과 신상정보 등 제보에 필요한 정보를 행정안전부의 재난문자방송 송출시스템(CBS)을 통해 일정 관할구역에 문자메시지 형태로 송출한다. 실종경보 문자가 재난안전 문자의 형식으로 오는 것은 이런 시스템 구조 때문이다. 실종경보 문자 대상자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 등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해당 실종자 유형은 2019년 4만2390명, 2020년 3만8496명, 2021년 4만1122명, 2022년 4만9287명, 2023년 9월까지 3만7456명 등 평균적으로 연평균 4만명을 훌쩍 넘겼다. 해당 대상자들은 실종 시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어렵고 의사 표현이 불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발견이 중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실종자의 실종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명 역시 크게 위협받는다. 지난해 12월 17일에는 치매를 앓던 80대 노인이 전북 무주에서 실종됐다가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고도 발생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실종경보 문자가 실종자를 찾는 강력한 공개수사 수단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실종 신고 공개수사 수단으로 전광판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과 협약을 맺어 신상정보를 전송하고 제보를 받았다”며 “실종경보 문자를 발송하면서는 일괄적으로 일정 범위 내에 있는 시민들에게 빠른 제보 요청을 할 수 있어서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라고 전했다. 경기도의 실종수사팀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경보 문자 발령 시 한 시간 안에 제보가 들어와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종자 평균 발견시간 7분의 1로 단축 실제 실종경보 문자가 시행된 이후 실종자 발견 시간은 확연하게 줄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해당 제도가 시행된 이후부터 지난해 5월 말까지 문자를 통한 제보로 실종자 추적에 성공한 경우 발견 시간은 평균 4시간23분으로 반나절도 안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실종자 발견 시간이 하루를 훌쩍 넘기는 것(31시간 20분)을 감안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된 것이다. 또한 지난해 10월까지 실종경보 문자를 송출한 총인원(4162명) 가운데 문자 제보를 통해 발견한 사례는 1122명으로 전체의 27.3%를 차지했다. 또한 치매 환자는 송출 사례와 문자 제보로 발견한 사례에서 모두 70% 정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라북도의 한 경찰서 실종수사팀 관계자는 “치매 노인과 같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간 경우에는 옷차림이나 거동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시민들이 눈여겨보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의 눈으로 다 못 보니까 시민의 눈을 빌려서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실종수사팀 관계자 역시 “어린 학생의 실종은 차림새에서 큰 특징이 드러나지 않아 시민의 제보로 찾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치매 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에는 특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시민들의 제보가 많이 온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종경보 문자 제도로 인한 발견 시간 단축이 실종자들의 생명과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치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자기 스스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보호자의 통제를 벗어나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발견율만큼 발견시간 역시 중요하다”며 “실종경보로 빠른 제보와 신고가 되면 이른 시간에 찾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종자의 안전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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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호

"시민들에 와닿지 않는다" 스팸 등과 혼동 문자로는 한계

실종자 평균 발견시간 줄었지만 한계점도 지적 긴급재난문자나 스팸문자와 혼동도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 조민교 기자 mkyo@newspim.com 실종경보 문자 발송 후 실종자 발견 시간이 줄어드는 등 효과가 있지만 한계점도 명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 중에는 실종경보 문자를 재난안전 문자와 혼동해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해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새벽에 전국적인 재난 문자가 잘못 전송된 사건 후, 재난 문자 알림 등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실종 문자에도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신림동에 거주하는 조모(31) 씨는 “새벽에 놀라서 깬 후 알림만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며 “실종 문자가 재난 문자만큼 쩌렁쩌렁 울리진 않지만 같은 시스템으로 휴대폰 화면에 뜨다 보니 심장이 철렁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조 씨는 얼마 전 실종 문자 관련 알림을 꺼둔 상태다. 긴급재난·스팸 문자 등 메시지 종류 많아 혼동 실종 문자를 스팸 문자와 혼동하거나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 긴급 문자메시지의 종류를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직장인 김모(27) 씨는 취재진이 보여준 실종경보 문자를 보고 “이런 형식의 문자를 많이 받아보기는 했다”며 “다만 이게 실종경보 문자였는지는 몰랐다. 하단 링크가 경찰청 블로그 링크인 것도 이제야 알았다”고 했다. 대전시에 거주하는 강모(27) 씨는 “문자가 뜨면 확인은 하는데 솔직히 스팸 문자로 혼동할 때가 있다. 하단 링크까지 확인하기에는 부담이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직장인 김모(28) 씨 역시 “물론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문자이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상세한 신상정보까지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선 경찰들은 최근 실종경보 문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음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한 경기권 실종수사팀 관계자는 “예전에는 문자를 보내면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신고가 뜸한 추세다. 재난안전 문자도 자주 발송되기 때문에 주변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피로도를 느껴 반갑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 역시 “최근 제보율이 떨어지고 있다. 또한 실종경보 문자와 재난안전 문자가 묶여서 표시되다 보니 이에 대한 항의 민원도 자주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현행 체계에서 신속성이 떨어지거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행정안전부의 계정을 빌려서 문자를 발송해 왔는데, 재난안전 문자는 엄연히 말하면 재난 상황에 특화된 시스템으로 실종경보와 법적 근거 등이 다르다”며 “기존 송출 시스템은 문자 발송 시 어떤 문제로 발송해야 하는지 일일이 적어야 하므로 촌각을 다투는 실종 사건에서 불필요한 시간 소요가 발생한다는 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전북권 실종수사팀 관계자는 “실종경보는 공개수사이기 때문에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나간다고 해도 개인정보 문제에 대한 마찰은 항상 고려하는 지점”이라며 “실종경보 문자를 보낼 때마다 그 부분이 조심스럽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잦은 실종경보 문자로 시민들 피로도 증가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실종경보 문자로 시민들의 피로도가 쌓이면 오히려 효용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위 ‘양치기 소년 효과’(경보가 반복되면 그 신뢰성이 떨어지는 현상)처럼 실종경보가 자주 반복될 경우 시민들의 호응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일기예보를 자주 보다 보면 둔해지듯이 시민들이 경보 문자에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체 다양화와 선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문자로는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다”며 “외국의 경우 전광판이나 교통 인터체인지 입구 등에 크게 띄우는 것처럼 요건과 한계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경각심이 생기지 않는 이상 갑자기 시민들이 집중해서 찾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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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호

[나를 찾아줘] 잦은 문자에 불편…"내 일이라는 인식 필요"

경찰청 독자 시스템 마련 중...“신속한 문자 발송 기대” 전문가 “시민의식 고취해야...적극적 홍보도 필요” | 송현도 기자 dosong@newspim.com | 조민교 기자 mkyo@newspim.com 실종경보 문자 발송이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해 최근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경찰청 독자 송출시스템을 통한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현재의 행정안전부 재난 문자 시스템 대신 독자적인 시스템을 활용해 문자 발송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등 신속성을 높이고, 전산화로 업무를 경감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경찰 관계자는 “독자 시스템 시행 시 프로파일링 시스템으로 실종 내용이 자동적으로 완성돼 발송하는 등 기존 방식보다 시간 소요를 줄일 수 있다”며 “기존 행안부 재난안전 문자 시스템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드러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고 후 문자 발송까지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말고는 시민들에게 크게 와닿는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 또한 “시민들이 받는 체감은 크게 다른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 문자 신고참여율 하향세...남겨진 숙제는? 이 때문에 하향세를 그리는 실종 문자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은 실종경보 문자 제도를 당초 취지대로 활용하기 위해 남겨진 숙제다. 경찰은 신고를 통한 실종 시민 발견 시 ‘시민상 수여’ 등의 적극적인 시민 참여 유인책도 고민 중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독자 시스템 활용 시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별도 운영을 통해 심층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또한 “피로감이 줄어들 것 같고 사람들이 더 긴급성을 유념해 경계심을 높이는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시민상’이나 보상금 등 시민참여 유인책에 대해서도 “범죄 신고를 할 경우 보상금을 주듯,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범죄피해자기금도 있고 기금을 조성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등 긍정적 의견이 있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적 인센티브 정책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부모님이나 어린아이 등 가족의 ‘실종’이 나와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과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보·교육 통해 ‘내 일’이라는 시민의식 높여야 이에 근본적으로는 ‘홍보’나 ‘교육’을 통해 시민의식을 고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결국에는 시민의식의 문제라 시민의식을 가지게끔 관계기관에서 의미에 대해 홍보하는 수밖에 없다”며 “가족들의 아픔이라든지 실종자를 찾았다는 효능감을 느끼도록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이건수 교수 또한 “호응도를 높이려면 작은 관심과 사랑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캠페인과 홍보가 필요하다”며 “상시적인 브로셔(안내서) 형태의 설명서나 공동 캠페인, 인터넷 홍보 등 다양한 형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유인책으로 보상 정책을 생각할 순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실종이 나한테도 발생하고 우리 가족한테도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홍보나 교육을 통한 시민의식의 발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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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호

2024년 김정은 체제 어디로 “뜻대로 안 풀리면 공포통치 나설 것”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2024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0회 생일을 맞이한다. 불혹(不惑)의 나이를 먹은 것을 계기로 북한은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성숙한 리더십’을 부각하기 위한 다양한 선전·선동과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김정은의 권력과 리더십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을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가 주도해 새해부터 공세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류는 새해를 맞아 북한 관영매체가 내놓은 김정은의 메시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특히 1월 8일 김정은의 40회 생일을 맞아 그간 자제해온 생모 고용희 부각 등 가계 우상화와 김정은 생일 관련 ‘탐색적’ 이벤트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나, 생일 ‘국가명절 지정’ 등의 경우 제약 요건이 적지 않아 추이를 지켜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정은 권력의 ‘후계’ 관련 행보가 가속화할지 여부다. 2022년 김주애가 첫 등장해 화성-17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참관한 11월 18일을 ‘미사일공업절’로 제정한 건 의미심장해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을 “세계적인 핵 강국,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의 위용을 만천하에 떨친 날”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김주애를 부각시키고 있는 김정은의 의중도 좀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짙어지는 김주애 후계 가능성 북한 후계 문제와 관련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거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봐야 한다”며 과거보다 정부가 훨씬 김주애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대남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출범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 탐색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찰위성 발사로 핵·미사일 도발의 정점을 찍은 김정은이 새해 대남 전략에서 생존 모색 차원의 변화를 시도할 것이란 측면에서다 당장은 9.19군사합의 조건부 파기 결정 등 윤석열 정부의 대북 조치에 대한 반발 차원의 냉각 국면을 이어갈 수 있으나, 대북 제재 강화와 한미일 공조 강화 등의 수세 국면에서 탈피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나 정세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7년 도발 고도화 이후 유화 국면 조성 때와 같은 계기(평창동계올림픽)나 이벤트는 없지만 인도적 사안을 내세운 카드 등이 점쳐진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대비한 북미 대화 전략 점검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월 미 대선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 전략에 결정적 변동을 가져올 계기라는 판단 아래 김정은은 연초부터 관련 동향 및 미국 내 여론 추이, 파급 효과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여전히 2019년 하노이 노딜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며, 누구보다 트럼프의 복귀를 갈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접촉 본격화 가능성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대미, 대남 접근의 실패 만회와 한미일 공조 와해 차원의 정치·국제적 포석 및 경제난 돌파 카드로 북일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는 게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 그룹의 지적이다. 일본 정부도 국내 정치적 수요와 납치 일본인 문제 해결 차원에서 북한과의 접촉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뜻밖의 상황서 북일 관계 물꼬 트일 수도 일본은 항상 우리가 뜻밖의 상황이라 여기는 국면에서 북한과의 국교 교섭을 벌였고, 사전에 알기 어려울 정도의 제3국 막후접촉을 통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송일호 북한 외무성 조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 대사와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북일 관계 개선을 논의하고 ‘스톡홀름 합의’로 불리는 발표를 한 건 대표적이다. 앞서 북일은 같은 해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국장급 사전 협의를 은밀하게 진행한 바 있다.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북 제재 강화와 유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인도적 문제나 인권 이슈를 정조준한 한국과 미국 등 서방세계의 압박 수위도 높아질 공산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민간인 피해 등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전쟁 상황 및 폭압적 독재 체제의 광범위한 인권 유린과 인간성 파괴 행위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책임 문제를 강조하는 R2P(보호책임)가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독재국가의 인권 탄압이나 대량 아사 상태, 분쟁으로 인한 문제 등을 국제사회가 개입해 R2P의 북한 적용 가능성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인권단체와 민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북한의 반발도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건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북한 체제의 내구성과 관련해 대북 제재와 경제난, 군부의 반발, 엘리트와 주민의 민심 동요, 한류 유입 등 다양한 변수가 제기될 수 있으나 김정은의 건강 문제가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김정은의 나이가 여전히 청년세대에 해당하지만 가족력과 후천적 요인(흡연 등)으로 인해 집권 직후부터 다양한 건강 이상 징후를 노정하고 있다. 4월 총선 등 겨냥한 북한 대남 선동 거셀 듯 한국의 총선 등을 계기로 대북 여론의 분열이 심화될 수도 있다. 오는 4월 총선은 정치·사회적 이슈 못지않게 북한·대북 현안을 둘러싼 보혁, 여야 등 우리 사회 각 계층, 계파,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합동 군사연습과 대북전단 살포,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 접근을 둘러싼 논란으로 극심한 대립과 분열상을 노정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를 틈탄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및 온라인을 통한 여론 조작 시도, 전산·행정망 해킹 등을 통한 혼란 조성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응과 조치가 요구된다. 김정은이 대남 관계는 물론 핵과 미사일 개발, 정찰위성 운용, 식량난 등 대외 문제와 내치에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평양 권력 내부에는 또 한 번 숙청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 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에게 주민과 엘리트의 불만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희생양을 내세우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김정은 집권 초기의 공포통치는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일정한 작용을 한 건 분명해 보인다. 자신의 고모부이자 노동당의 행정부장을 맡고 있던 장성택을 전격적으로 처형한 지 지난 12월로 10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노동당 고위 간부와 군부 핵심층 사이에서는 그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장성택 처형이 가져온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평양 권력 내부는 물론 사회 전반이 꽁꽁 얼어붙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는 게 고위 탈북인사들의 전언이다. 장성택과 관련된 당 행정부 등 간부들을 포함해 숙청이 진행됐는데 2014년까지도 연루세력이나 잔당에 대한 처형 등이 이뤄졌고, 이후에도 기강잡기 식이나 시범 케이스 만들기 형태의 공포통치가 기승을 부렸다. 한 자료는 김정은 시대 고위 간부 처형이 2012년 17명, 2013년 10명 수준에서 2014년 41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히고 있다. “고모부도 죽이는데 우린 파리 목숨” 상황이 이렇게 번지면서 노동당과 내각, 군부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극도의 공포감과 보신주의가 팽배해졌다고 한다. 고모부까지 무참하게 살해하는 상황을 목도한 간부들은 ‘우리는 파리 목숨 아니냐’는 인식이 번졌고, 김정은의 눈에 띄는 고위직으로의 진출은 꺼리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장성택 처형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인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의 경우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김정일의 장남이자 한때 권력승계 1순위로 점쳐지던 인물이 평양 당국이 파견한 공작원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했다는 점에서다. 백주에 인파로 붐비던 국제공항에서 사건이 벌어진 데다 치명적 독극물인 VX를 이용했다는 점도 파문이 일었다. 무엇보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건 이복동생인 김정은의 암살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사실 김정남 제거는 후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시기부터 예고된 상황일 수도 있다. 김정일이 성혜림과 사이에 낳은 정남, 고용희와 사이에 낳은 정철·정은을 두고 후계 낙점의 과정을 거치면서 돌이키기 힘든 반목과 갈등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32살이던 1974년 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일성의 후계자로 낙점된 김정일은 당시 첫 여성인 성혜림과 몰래 동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둘 사이는 시들해졌고, 김정일은 북송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 고용희와 살게 된다. 두 사람은 28년간 함께 지냈고, 고용희는 결국 평양 권력의 안방을 장악했다. ‘평양판 형제의 난’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김정남과 김정은의 권력 투쟁은 거칠었고, 결국 여기에서 패한 정남은 북한 권력에 눈엣가시로 남게 된 것이다. 고모부 장성택에 이어 이복형까지 무참하게 살해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국제사회는 김정은에 대한 기대를 거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당근과 채찍 배합한 통치방식 구사 북한의 고위 간부나 엘리트들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의 이런 공포통치는 단기적으로 간부들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리더십의 안정을 기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북한 권력 내부의 경직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외부에 알려지거나 공개적으로 공표할 정도의 고위 간부 숙청이나 처형 등은 현재 벌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력을 거머쥔 지 10년 세월을 넘기면서 김정은도 강압적 방식보다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주는 노련한 통치방식을 구사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절대권력을 바탕으로 고위 간부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는 여전하다. 특정 인사에 대한 잔혹한 숙청 등의 경우는 줄었다고 할 수 있지만 체제 전반의 압박과 긴장감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류의 유입을 막겠다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어 잔혹한 방식으로 통제하거나,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심한 경우 사형에 처하는 등의 폭압적 방식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김덕훈 총리에 대한 강한 질책과 함께 당 간부들과 조직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김정은이 직접 언급하고 있다는 건 북한 체제가 그만큼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핵과 미사일에 올인하면서 북러 무기 밀매와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현안에 집중하고 있는 김정은이 이런저런 상황이 꼬이고 대북 제재를 비롯한 압박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할 경우 그 책임을 물어 또다시 공포정치로 분위기를 이끌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식량 부족이나 경제난 등으로 인해 엘리트와 주민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다면 꼬리자르기 식의 책임 전가를 위해 내각 총리나 노동당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처벌 등 피바람이 다시 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식 공포통치 계속...약발 발휘할지는 의문 그렇지 않아도 김정은 집권 10여 년 동안 피폐해지고 내구성이 떨어진 북한 체제에 김정은 식 공포정치가 얼마나 더 약발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김정은은 2400만 주민을 볼모로 삼아 한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도발적 행보를 이어왔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초에는 개성 등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우리 정보당국의 판단까지 나왔다.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주민의 40% 수준인 1100만명이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김정은이 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자유와 인권을 유린한 폭압적 지도자로 국제사회에 낙인찍힌 지는 오래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지만 혈육과 친인척마저 통치를 위해서는 서슴없이 제거하는 행태에 세계가 경악했기 때문이다. 장성택 처형의 충격파는 10년이 되도록 오래 남아 있다. 그만큼 국제사회에 김정은의 잔혹성이 각인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의 인권 유린 행태에 유엔 등 국제사회가 최근까지도 강력하고 일치된 대응 태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김정은의 통치 행보를 보면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 않는 모양새다. 핵과 미사일이 자신의 권력을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 듯 그는 북한 체제의 에너지 대부분을 여기에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굶주리는 인민도,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이런 모습은 그가 집권 후 첫 공개연설에서 했던 약속과 정면 배치된다. 그는 2012년 4월 김일성광장에서 “다시는 우리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주민과 엘리트, 간부들은 청년 지도자의 이 말에 기대를 품었을 것이다.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젊은 리더십은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란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평양의 권력 내부에는 지금도 공포통치의 유령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절대권력을 거머쥔 폭압적 지도자의 생각과 말 한마디에 언제든 다시 근육질을 내보이면서 피바람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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