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09월호
사설이지만 구급차…'사설'이란 딱지에 불신·홀대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 김유림 기자 urim@newspim.com
| 이학준 기자 hakjun@newspim.com
‘119 구급차’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단지 ‘사설(私設)’이란 이유로 불신과 홀대를 받고 있다. 응급환자를 태우고 가던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의 횡포가 알려지면서 국내 응급차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설 구급차에 대한 개선 요구가 절실하다.
“가도 좋다”고 하지 않으면 뺑소니
지난 6월 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려던 사설 구급차가 택시와 접촉사고를 냈다. 택시기사는 구급차에 응급환자가 탑승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사고처리를 요구했다. 구급차 대원은 결국 택시기사와 10여 분간 승강이를 벌였고, 응급환자는 병원 이송 5시간 만에 사망했다.
사설 구급차 업계에 따르면 사설 구급차가 사고 현장을 맘대로 떠났다가는 ‘뺑소니’ 신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모 사설 구급차 업체 대표 문모 씨는 “당연히 생명이 더 중요하니까 사고가 나도 연락처만 남기고 우선 출발하는 게 맞다”면서도 “상대방 차주가 ‘가도 좋다’고 말하기 전에 현장을 벗어나면 뺑소니로 신고된다”고 말했다.
문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다 접촉사고를 낸 문씨는 환자 안전을 위해 구급차를 불과 50m도 떨어지지 않은 주변 도로에 주차했다. 그러나 상대방 차주는 문씨가 뺑소니를 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문씨는 경찰 조사에서 환자 안전 등을 이유로 필요한 조치였고, 도주할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를 하지 않고 구급차를 이동한 이유를 캐물었다고 한다. 문씨는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난 뒤에야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문씨는 “응급환자가 있어도 상대방이 해결하라고 하면 해결한 뒤 환자를 이송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라며 “뺑소니로 신고를 당하니 어쩔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통행 방해 처벌 가능해도...‘길 터주기’는 인색
도로교통법 제29조에 따르면 119 구급차와 사설 구급차 모두 같은 지위를 인정받으며,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29조 4항과 5항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차로나 그 부근 또는 다른 곳에서 긴급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 교차로를 피해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하거나 긴급자동차가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설 구급차에 응급환자를 태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행 방해를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사설 구급차를 방해할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및 제60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이 가능하다. 119 구급차와 처벌이 같지만 사설 구급차에 대한 불신이 더 많은 통행 방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설 구급차 대원들은 응급환자가 타고 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오해로 인해 일명 ‘길 터주기’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A 사설 구급차 업체 대표는 “사설 구급차 역시 응급환자를 태워 이동하기 때문에 법적 처벌 규정이 있는데, 잘 안 비켜줄 때가 많다”며 “구급차는 지정된 용도 외에 사용할 수 없다. 어기면 영업정지가 내려와서 손실이 크다”고 토로했다.
B 사설 구급차 업체 대표는 “시민 대부분은 사설과 119 구분 없이 길을 터주지만, 일부 택시나 택배차량 등 영업차량이 진로를 방해한다”며 “우리도 의료진이 동승하고 의료장비를 갖춘 구급차다. 응급환자를 데리러 가기 위해 이동 중인 경우도 많은데, 유독 사설 구급차는 환자가 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고가 나면 보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명 중 7명 계약직, 하루 평균 2.8회 출동
사설 구급차 대원들은 환자 이송뿐만 아니라 환자 상태 모니터링, 약물 투여량 조절 및 감시 등 다양한 업무를 하지만 근무환경은 열악하다고 하소연한다. 24시간 대기에 잦은 야간근무까지 하지만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평균 180만원 남짓이다. 출동 건수에 따라 급여 편차가 있으므로 일정 수준 이상 돈을 벌려면 쉬는 시간 없이 일해야 하는 게 사설 구급차 대원들의 현실이다.
세계응급의학회 ‘MAST 프로젝트’ 개인 응급의료서비스(private EMS) 연구조사팀이 2019년 사설 구급차 업체 관계자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4명은 구급차가 5대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이 3명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100명에 달했다. 대부분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인 소형 업체에서 일한다는 얘기다.
특히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7명꼴인 96명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연봉제로 계약한 경우는 85명(66%)이다. 일당제와 이송 건수별로 계약한 경우는 각각 24명(19%), 19명(15%)으로 조사됐다. 1인당 한 달 평균 환자 이송 건수는 평균 86회로 집계됐다. 하루에 2.8회 출동하는 셈이다.
비정규직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처지이다 보니 야간근무도 부지기수다. 응답자의 절반(55%)은 월평균 야간근무일이 5~9일이라고 답했다. 13명(18%)은 야간근무일이 9~13일이라고 응답했다. 13일이 넘는다고 답한 경우도 35명(27%)에 달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야간근무 수당을 받았다고 답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더욱이 주 52시간 근무시간도 못 지키고 일한다는 응답자도 96명에 달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받는 돈은 월평균 180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출동 건수에 따라 월별로 편차가 있다고 조사팀은 부연했다. 응답자 절반(51%)은 본인 급여에 만족을 못한다고 했다.
박시은 응급구조학회 정책이사는 “(사설 구급차) 업체가 영세해서 본인들의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응급구조사 등도 ‘갑을’ 관계에서 을에 있기 때문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꼬집었다.
관리·감독 분산...연 1회 ‘수박 겉핥기’ 점검
사설 구급차에 대한 불신과 홀대의 이유 중 하나로 정부가 사실상 ‘나 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설 구급차는 119구급차와 달리 민간 업체가 운영한다는 이유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정부의 소극적 지원과 이로 인한 사설 구급차의 공공성 약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 나서 건강보험 편입 등 사설 구급차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설 구급차는 시·군·구청 등 기초지방자치단체(기초단체)가 관리한다. 사설 구급차를 관리하는 기초단체만 226곳인 셈이다. 이로 인해 소방청이 관리하는 119구급차와 달리 기초단체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등 사설 구급차를 유기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기초단체의 사설 구급차에 대한 점검은 1년에 1회뿐이다. 이마저도 기초단체 간 점검 방식이나 기간이 제각각이다. 더욱이 일부 기초단체는 사설 구급차 업체에 현장점검 방문 일정을 미리 공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짜고치기식 점검’ 유혹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를 감시해야 하는 중앙정부도 수수방관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초단체로부터 사설 구급차 점검 결과를 보고받는 수준에 불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설 구급차 관리·점검·감독 주체는 지자체로, 구급차 허가 및 박탈 권한도 지자체에 있다”며 “지자체는 1년마다 구급차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복지부에 보고한다”고 전했다.
응급의료기금 예산 2365억원인데 지원 전무
사설 구급차에 대한 국가 지원금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응급의료체계 구축·운영에 쓸 응급의료기금이 있지만 사설 구급차에 쓰는 돈은 단 한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부 응급의료기금 예산 2365억원 중 응급의료 이송체계 지원에 쓸 예산은 206억원이다. 복지부는 206억원 중 192억원을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영비로 쓴다. 나머지 14억원은 취약지역 헬기 착륙장 건설에 투입한다. 응급의료기금에서 202억원은 119구급대에 지원된다. 202억원 중 135억원이 119구급차 및 응급의료장비 보강에 들어가지만 사설 구급차에 대한 지원 예산은 없다.
한 사설 구급차 업체 대표는 “119구급차가 전국을 다 커버하지 못하면 우리한테도 복지부가 신경을 써줘야 하지만 지원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119구급차가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 출동할 때마다 45만원의 세금이 들어간다”며 “우리는 이동거리 10㎞ 미만일 때 7만5000원을 받는데 10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2020년 09월호
외국인 코로나19 치료비, 본인이 내게 한다?
정부, 외국인 1인당 600만원 추정...전체 치료비 환산시 45억원
상호주의 입각해 한국인 치료 지원하는 국가는 계속 지원
| 정승원 기자 origin@newspim.com
해외에서 들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외국인 환자 치료비는 누가 낼까? 우리 정부인가, 당사자인 외국인인가.
정부는 그동안 전액 지급해 오던 치료비를 이제 외국인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다만 모든 외국인에게 부담시키는 건 아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우리 국민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우리도 의료비를 지원한다.
외국인 치료비 전액 지원→일부·전액 본인 부담
그동안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은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비를 전액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외국인 감염병 환자의 입원치료, 조사, 진찰에 드는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이처럼 외국인의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국제보건규약(IHR) 제40조 1호에 따르면 공중보건 보호를 위해 여행자에 대해 건강상태 등의 검진, 격리 또는 검역 등의 비용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영국과 호주,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는 자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코로나19 검진과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방역당국 역시 외국인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외국인이 경제적 이유로 검사를 받지 않거나 치료를 기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7월 들어 해외유입 환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방역과 의료체계의 부담이 커짐에 따라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외국인 확진환자 치료비, 1인당 600만원 책정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비를 추정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경증환자는 330만~478만원, 중증환자는 1200만원, 위중환자는 7000만원 정도다. 7월 27일까지 해외유입 사례는 2306건으로 이 중 내국인이 1544명, 외국인이 762명이다. 외국인 전원이 경증환자라고 가정하면 25억원에서 36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며, 이들 중 국내 경증·중증환자 비율인 9:1을 적용하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외국인 치료비를 600만원으로 책정하고 있어, 이 경우 비용은 45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특히 코로나19는 치료 비용보다 격리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나 격리가 길어질 경우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방역당국 역시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해외유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이번 제도 개선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7일까지 11명이었던 주간 해외유입 누적환자는 7월 13일부터 19일까지 132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해외에서 입국 후 검역이나 격리 중 감염이 확인된 외국인에 대해 입원치료비의 본인 부담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격리조치 위반자 등 국내 방역체계에 고의적으로 혼란을 주는 외국인에 대해 본인 부담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도 통과됐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입원치료, 조사, 진찰에 드는 경비를 당사자가 일부 또는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감염병 예방법을 7월 24일 대표발의했고, 8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우선 적용자 등에 대한 지침 개정을 거쳐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모든 외국인에게 치료비를 자가부담토록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격리조치 위반자 등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을 검토하며, 우리 국민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우리도 치료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상호주의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지 외국인에게 법률적, 의무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국민에게 의료비 지원을 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우리도 의료비 지원을 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근거로 지원을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09월호
민주당 최고위원 도전 양향자 의원 “여성용 꽃가마는 싫다...자력으로 당선권”
‘삼성전자 첫 고졸 여성임원’에서 지역구 의원·당 최고위원
“한국판 뉴딜은 D·N·A(Data·Network·AI) 기반...당정청+민간 협의해야”
| 조재완 기자 chojw@newspim.com
| 최상수 사진기자 kilroy023@newspim.com
“여성 양향자가 아닌 경제 전문가 양향자를 택해 달라.”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인 양향자 의원(광주 서구을)은 지난 8월 6일 월간 ANDA와 만나 “경제 성공 없이 정권 재창출은 없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당의 재집권 의지와 전략을 보여줄 메신저는 유일한 실물경제 전문가인 저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력으로 당선돼야...‘꽃가마’는 싫다”
양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 본선 진출자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득표율 상위 5명 내 여성이 없을 경우 득표율 5위 후보 대신 여성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한다. 양 의원은 당선을 확정 지은 상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여성 몫’을 반납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여성을 배려하는 당헌당규가 없는 게 나았을 것이란 생각조차 들었다고 한다. 자력으로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하면 여성 대표성조차 힘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만약 제가 당선권에 들지 못하면 민주당은 오히려 여성을 외면하는 당이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겠나. 그런 득표율을 받고도 여성이란 이유로 배려받아 지도부에 들어간다면 제 스피커에 힘이 실릴까. 여성 몫으로 뽑혔는데 정작 여성을 위한 대변자 역할조차 제대로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냉정하고 엄격한 평가가 더욱 절실하다. 다른 후보들과 동일선상에서 승부해 자력으로 5위 안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이미 만들어진 꽃가마에 타고 싶지 않다. 무엇이든 자연스러워야 한다. 굳이 여성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상황은 불편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더는 ‘여성’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다. 여성이 아닌, 민주당과 국민 모두의 대표성을 띠고 지도부에 입성하고 싶다. 오로지 표로 인정받아야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 2030 여성과 청년들이 저의 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정권 재창출 열쇠는 경제...유일한 실물경제통”
‘삼성전자 첫 고졸 여성임원’이란 입지전적 이력을 쓴 그다. 양 의원은 광주여상을 졸업한 그해 삼성전자 평사원으로 입사해 상무이사직(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까지 올랐다. 4년 전 문재인 당대표 시절 영입된 그는 당내 ‘실물경제통’으로 불리며 문 정부가 경제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난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엔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 위기 최전선에서 경제 성공의 길을 열겠다는 포부다.
양 의원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기에선 항상 제가 불려나왔다. 이번 경제 위기에서도 양향자를 부를 수밖에 없다”며 “차기 지도부 후보 가운데 경제 메신저는 오로지 저뿐이다.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할 실물경제 경험과 미래산업 이해도를 갖춘 사람 한 명쯤은 반드시 지도부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비대면 사회가 도래했다. 국민들이 사회적 안전망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재빠르게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문 정부가 들고 나온 것이 한국판 뉴딜”이라며 “한국판 뉴딜은 D·N·A(Data·Network·AI)에 기반한다. 제가 바로 지난 30년간 일해 온 전문 분야로,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한 ‘3+1 협의체’도 제안했다. 기존 민주당·정부·청와대가 민간 기술산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상시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양 의원은 “기존 당정청 협의체만으로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결국 민간이 합쳐져야 한다. 당정청과 기술산업계로 구성된 3+1 협의체를 꼭 만들어 우리가 가야 할 과학기술 방향을 민간으로부터 들어야 한다”고 했다.
양 의원에게 행사한 한 표는 곧 ‘경제 몫’이라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여성할당제로 당선이 기정사실화된 양 의원은 잊고, 차기 지도부의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고위원 후보 상위 랭크 5인은 곧 민주당의 재집권 의지와 전략에 대한 답이다. 경제전문가인 제가 표를 얻지 못한다면 과연 민주당 차기 지도부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를 극복해 문재인 대통령을 경제대통령으로 성공시켜야 한다. 그것이 문 정부의 승리와 정권 재창출의 길이다.”

2020년 08월호
등록금 공방전...대학 "돈 없다" 정부 "대학 책임" 학생 "책임 떠넘기나"
국회 본회의 통과한 예산은 1000억원 불과
등록금 환불 노력 평가해 돈 주겠다는 교육부
저승사자 격 대학혁신지원사업 연계에 대학들 ‘발끈’
| 김범주 기자 wideopenpen@newspim.com
| 이정화 기자 clean@newspim.com
코로나19발(發) 대학 등록금 반환 논쟁이 뜨겁다. 적정 반환 수준을 두고 정부와 대학, 학생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은 1000억원이다. 학생 1명당 3만~4만원씩 돌려줄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 돈도 ‘대학이 어떤 자구안을 내놓는지’를 평가한 후 지원하겠다고 한다. 대학들은 정부가 재정지원 카드로 ‘대학을 콘트롤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는 대학생들은 이 같은 대학과 정부의 갈등을 ‘책임 떠넘기기’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정부 “학생 직접지원 안 돼...대학 책임”
처음부터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등록금 등 학교 운영에 대한 책임은 각 대학에 있으며, 학생과 대학 측이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학 등록금 반환 여론이 커지고 지난 6월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대책 마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교육부는 학생 개인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직접지원’보다는 장학금 등 형태로 학생에게 등록금을 환불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는 ‘간접지원’이라는 방향도 정했다.
문제는 예산 확보 과정에서 발생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중 대학 등록금 반환을 위한 간접지원 예산은 1000억원에 그쳤다. 애초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2718억원에서 1700여 억원이 삭감됐다. 1000억원은 전체 대학생에게 4만원가량을 줄 수 있는 돈이다.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지원사업 지원’ 명목으로 편성된 추경예산에는 부대의견도 붙었다. 대학의 특별장학금 등 지급 실적, 각 대학의 실질적 자구노력 정도, 각 대학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재정당국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육부는 대학이 강하게 반발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제4유형’을 신설해 대학의 등록금 환불 노력 등을 평가하기로 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명목으로 4년제 일반대학은 760억원, 전문대학은 240억원이 각각 책정됐다.
현재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에 지원하는 1유형에 6540억원,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에 지원하는 2유형에 362억원, 지자체와 대학의 지역혁신플랫폼에 지원하는 3유형에 1074억원을 각각 배정하는 사업이다. 대학은 정부가 재정 지원을 빌미로 ‘간섭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가 추경을 앞둔 시점에 전국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을 어떤 방식으로 반환할 것인지에 대해 조사하면서 각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치고 있다. 교육부 측은 ‘각 대학마다 환경이 다른데 이 같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대학이 쌓아둔 적립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기준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대학은 모두 20곳으로 홍익대가 7570억원으로 가장 많다. 연세대가 6371억원, 이화여대 6368억원, 수원대 3612억원, 고려대 3312억원, 성균관대 2477억원 등이다.
대학별 상황이 다르니 지원 규모도 달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정치권과 정부의 목소리다.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학마다 재정 상황이 다르고, 여유가 있는 대학까지 모두 (등록금 환불을) 지원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학생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대학에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구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는 대학은 (정부가) 한정된 재원이긴 하지만 대학의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 동결 12년째…재정만 고갈”
등록금 환불 문제에 대해 대학들이 내세운 공통된 주장은 ‘12년째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다. 대학들은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의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하겠다고 교육부에 해마다 요구해 오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내년도 국가장학금 사업 규모는 4000억원이다. 사립대 등록금이 사회문제로 제기되면서 정부는 2011년부터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해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왔다.
대학들은 10여 년간 동결된 등록금 때문에 재정이 악화됐으며,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로 유입된 유학생이 줄면서 재정이 더 악화됐으며, 학내 시설을 이용하는 학생이 거의 없어 학교 시설에 입주한 업체들도 문을 닫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학교마다 상황은 달라도,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돈은 없지만 수익은 대폭 감소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강의를 위해 투자한 자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금이라는 것은 과거-현재-미래가 연결된 것으로, 현재 학생들이 이용 중인 강의실은 과거의 선배들이 낸 등록금이 반영된 것”이라며 “언택트가 뉴노멀이 되는 미래에 (등록금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 도입하는 데 투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대학은 학생들과 등록금 환불 논의에 착수했다. 사립대에서는 처음으로 건국대가 등록금 8.3%를, 국립대에서는 전북대가 납부액의 10%를 장학금 형태로 환불키로 했다. 전북대는 평균 납부액(196만원)을 기준으로 상한액을 19만6000원으로 합의했다. 전북대 사례는 국립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국대는 전체 44억원의 재원을 ‘특별장학’ 형식으로 재학생들에게 지원키로 했다. 이미 납부한 수업료에서 8.3%를 감면하거나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재학생 1인당 29만~39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동국대, 성균관대, 한성대 등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선별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200명을 선정해 1인당 200만원, 동국대는 1인당 50만원을 2000명에게 장학금으로 줄 예정이다.
다만 학생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야 교육부의 지원 대상에 선정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 설정은 대부분의 대학이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다. 3차 추경에서 등록금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정부가 내세운 ‘대학의 자구노력’이라는 개념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과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등록금 규모 등을 평가해 비용이 적게 드는 쪽으로 선택하는 학교가 나올 수 있다”며 “그럴 경우 등록금 환불을 받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으로 나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방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대학은 정부 지원을 받기도 전에 파산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돌려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대학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재정지원 사업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질 낮은 온라인 수업’에 뿔난 대학생들
비대면 수업으로 2020년 1학기를 보낸 대학생들은 학교 시설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데다 수업의 질이 떨어져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등록금 일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등록금 환불 수준을 결정한 건국대·전북대 외에 고려대·경희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 학생들은 일제히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은 서울캠퍼스 중앙비상대책위원회,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반환운동 TF’를 꾸려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경희대·이화여대·연세대 총학생회 등도 등록금 환급 등을 요구하며 각각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는 일부 학생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개 대학 소속 학생 2만1784명 중 87.4%는 1학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 이유로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수업의 질 하락 △학교 시설물 이용 불가 등을 꼽는다. 일부 교수들이 제대로 된 수업 진행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강의는 동영상으로 대체되는 등 문제점도 터져 나왔다.
대학생들의 요구에 대학과 교육부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등록금 반환 요구는 소송전으로 번졌다. 전대넷과 10여 개 총학생회 등이 참여 중인 등록금반환운동본부(운동본부)는 소송인단 3500여 명을 모집해 법원에 소장을 냈다. 등록금 소송에 나선 대학생들은 상반기 등록금의 약 25%(사립대 100만원·국공립대 50만원) 규모로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에 대해서는 위자료 명목으로 10만원을 청구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올해 상반기 등록금에 대해 채무불이행, 계약조건을 대학이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 부분에 관한 것”이라며 “대학이 시설이나 수입, 지출 등 상세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신뢰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08월호
코로나 양성이 음성으로 바뀌는 이유
위양성, 바이러스 활성화·검체 오염이 원인
방역당국 “검사관리에 문제될 수준 아냐...개선방안 마련”
| 정승원 기자 origin@newspim.com
국내와 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위양성(偽陽性, 양성이 아닌데 양성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이나 위음성(偽陰性, 음성이 아닌데 음성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이 나오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까지 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양성이 아닌데 양성 판정을 받은 위양성 사례는 4건이다. 가장 먼저 위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서울 롯데월드를 방문했다가 양성 판정을 받은 서울 원묵고 학생이다. 이후 광주광역시와 충남 논산에서 3명이 위양성 판정을 받았다.
원묵고 학생 A양은 지난 6월 25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7월 6일 재검을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진행된 추가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아 최종 위양성 결론이 나왔다. 광주광역시의 중학생, 고교생과 충남 논산의 70대도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재검사 끝에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PCR 검사법 민감도, 검체관리 문제가 원인
이처럼 최초에 양성으로 판정받았다가 최종 음성 판정이 나오는 위양성의 경우는 코로나19를 확인하는 실시간유전자증폭(RT-PCR) 검사의 높은 민감도 때문이다. PCR 검사법은 코와 목구멍에서 타액을 채취해 바이러스의 DNA와 RNA를 증폭시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 확인한다. 이 경우 죽은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되더라도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완치 환자들에게서 양성 판정이 나오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검사량이 늘어나면서 검체 관리에 문제가 생겨 위양성 판정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권계철 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광주와 충남 의심환자 3명에 대해 진단검사관리위원회에서 검토를 했다”며 “검체 취급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점검 결과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한 사람이 많은 수의 검체를 처리해 오염에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전자의 증폭이 크고 같은 검사를 계속해서 실시하기 때문에 검사 관리 과정에서 오염 역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6월 25일까지 120만건 이상 실시한 검사 가운데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확인한 위양성 사례가 4건이었다는 점에서 검사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국내 7개 업체가 제작한 RT-PCR 진단시약의 민감도는 매우 높다”며 “시약 자체의 오류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가짜 음성’도 문제...자가격리로 전파 차단
양성이었는데 음성 판정이 나오는 위음성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에 20번째, 24번째 확진자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재검사에서 양성 확진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서울 도봉구 성심데이케어센터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격리자 중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PCR 검사에서의 위음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래와 비인두에서 샘플을 채취할 때 제대로 채취되지 않을 경우 음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위음성의 비율이 20%에 달해 음성 판정이 나온 경우에도 격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에 음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접촉자 등 위험군의 경우 2주 자가격리를 통해 바이러스의 활성화 여부를 판단한다. 또 위양성의 경우라고 해도 수차례 검사를 통해 최종 결과를 확인하는 만큼 검체 오염만 주의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위양성 판정이 나온다고 해서 전체 검사의 신뢰나 정확성이 떨어지는 단계는 아니다”며 “다만 검사의 양보다는 정확성이 훨씬 중요하다. 전문가들과 점검하고 협력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08월호
대권 첫걸음 내디딘 이낙연, A부터 Z까지
7월 7일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당권 잡고 대권가도 의중
바이오헬스 - 사회안전망 두 축 내걸어...내년 3월께 대권 출마
| 김현우 기자 withu@newspim.com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8월 29일 치러지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저에게 주어진 국난 극복의 역사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이 의원이 ‘신중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신중함이 지나쳐 ‘엄중 선생’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 의원은 7월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훈련량이 많은 체조 선수일수록 자세가 안정돼 있다”며 “아무것도 안 해서 안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의 신중함은 신뢰도·안정감이라는 자산이 됐다. 이 의원이 국무총리로 일한 당시 함께 일한 인사는 기자와 만나 “결정을 내리면 누구보다도 추진력이 강하다”며 “신중함과 안정감은 자기 확신과 연결된다”고 전했다.
바이오헬스와 사회안전망 ‘쌍끌이’
이낙연 의원의 한국 청사진은 바이오헬스 산업과 사회안전망이다. 이 의원의 과거를 보면 이해가 쉽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낸 ‘일본통’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엔화 가치 상승과 부동산 시장에 몰린 유동성 등이 맞물려 발생했다. 버블이 꺼진 후에 자발적 실직을 택한 ‘프리타’족이 늘어나면서 일본 경기는 활력을 잃었다. 일본 고용 상황은 베이비붐 세대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가 은퇴할 때까지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한국 상황은 부동산 시장은 과열인 반면 산업 경기는 처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 저출산, 고령화는 심화하고 청년 실업도 여전하다. 이 의원은 이런 가운데 바이오헬스 산업을 직접 언급하며 한국의 차세대 신산업으로 꼽았다.
이 의원은 출마 선언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정책 질문이 나오자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산업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저금리 탓에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보다 미래 산업으로 흘러가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사회안전망을 두고서는 ‘고용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고용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제시한다. 이 의원은 “코로나로 위기를 겪는 현재 시대와 이후 시대 모두 ‘고용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훗날 경제난 극복의 기초체력”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겹치는 대목이다.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이후 IT 산업을 육성하면서 최저생계비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4대 사회보험 등도 구축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극복 이후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면서 고용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주장한다.
숙의하고 결단하는 ‘제너럴리스트’
이낙연의 강점이자 약점은 전문 분야가 없다는 점이다. 한 분야에서 업적을 세운 ‘프로페셔널’은 아니지만 한 걸음 멀찍이서 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대권 후보로 40대 경제전문가를 내세운 것은 이낙연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낙연이 부족한 것을 정확히 아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전남지사 시절부터 해 온 공부 모임을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해 왔다. 주로 경제 분야에 중점을 뒀다. 21대 국회의원이 된 지금은 역사와 문화, 보건, 국제, 남북관계까지 포괄한다. 이 모임이 차기 대선을 위한 싱크탱크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공부 모임 참석자 대부분은 학계 인사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인 등 현장 인사도 데려올 계획이다.
이 의원은 동교동계와 가까우면서도 친노·친문과도 가깝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호남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이 의원을 적임자로 내세웠다. 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변인, 인수위 대변인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장수 총리를 역임했다.
현재 동교동계인 설훈 의원과 부산 친문 최인호 의원, 오영훈 의원이 그를 돕고 있다. 언론계 후배인 박광온 의원과 총선에서 이 의원이 후원회장을 맡은 백혜련 의원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명분과 실리 부딪히면 ‘명분’
이낙연 의원은 1952년 전남 영광군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4선 의원을 지내다 2014년 전라남도 지사에 당선됐다. 도지사 재임 중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21대 총선에서는 종로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으며 5선에 올랐다.
측근들은 이 의원의 주된 판단 기준이 ‘명분’이라고 설명한다. 이 의원을 10년 이상 보좌한 한 관계자는 “명분과 실리가 부딪히면 일단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며 “명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실익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하질 않는다”고 전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증세나 기본소득 등 여러 의제에 대해 여전히 한발 물러서는 이유다.
현재 이낙연 대망론의 원천은 ‘호남 대통령’론이다. 수도권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1대 총선은 코로나19 극복, 문재인 정부 등의 요인도 있었겠지만 호남 정치론이 특히 컸다”며 “그 적임자에 대한 기대가 현재로서는 이낙연에 투영됐다”고 전했다.

2020년 08월호
안보라인에 '협상통' 박지원-이인영 전진배치…대북정책 승부수 띄웠다
‘물과 기름’ 같던 문재인·박지원, 남북관계 돌파구 위해 손 맞잡았다
‘사실상 부총리급’ 통일장관...남북 주무부처 통일부 목소리 커질 듯
|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
| 허고운 기자 heogo@newspim.com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 복원에 ‘초강수’를 뒀다.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을 내정했고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 수장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인사청문회 전부터 국정원장 후보자가 ‘친북 성향’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고, 이인영 전 의원을 향해서는 ‘한·미 공조 엇박자’ 우려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박 후보자를 두고서 ‘왈가왈부’가 거센 모양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일련의 비판을 사전에 예상했을 것이며, 이를 감수하고 ‘파격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과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한 발짝 더 다가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 박, 남북관계 돌파구 위해 손 맞잡았다”
사실 문 대통령과 박 후보자의 정치적 관계는 ‘악연’으로 표현할 수 있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송금특검법 거부 대신 공포를 택했고, 그 결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특사 역할을 했던 박 후보자는 옥고를 치렀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과 박 후보자는 2015년에는 민주당 당권을 놓고 격돌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을 ‘부산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자’라고 맹렬하게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당대표가 된 이후 박 후보자는 탈당해 안철수·김한길 전 의원 등과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당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박 후보자를 물과 기름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박 후보자는 얼마 되지 않아 당시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을 박차고 나갔다. 이후 박 후보자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비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뜻의 ‘문모닝’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본인과 갈등을 빚었던 인물을 대담하게 중요한 자리에 기용하고, 박 후보자가 이에 응하며 ‘충성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은 두 사람 모두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공통 목표는 경색된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해 국내에서 북한을 가장 잘 안다는 평가를 받는 박 후보자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년이면 80세로 고령인 박 후보자도 공직자로서 사명을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상 ‘부총리급’ 장관...통일부 목소리 커질 듯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통일부 수장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인영 의원이 내정되자 관가에선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총리로 내정된 것만큼이나 놀라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당정청을 조율하던 여당 원내대표 출신이 입각한다는 것은 부총리급이나 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추미애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에 전격 기용되면서 사법·검찰개혁의 전면에 나섰듯이 이 의원 또한 여당 내 입지를 발판 삼아 틀어진 남북관계 복원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가에선 사실상 부총리급 통일장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힘이 실릴 것이라는 의미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동영 통일부 장관만큼이나 정부부처 내에서도 확실히 앞에 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임 김연철 장관이 다소 소극적인 특정 부처 수장에 그쳤다면, 이 신임 장관은 국무회의에서도 통일부 위상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의 입각으로 통일부의 역할 반경과 위상, 남북관계 전반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특히 금강산관광 재개 등 그동안 대북 제재, 북·미 협상 지연에 따라 미적거렸던 대북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야흐로 문재인 정부 후반기, 문 대통령이 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를 단행할 만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속조치에도 이전보다 훨씬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해빙기’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0년 08월호
트럼프냐 바이든이냐...코로나19에 달려있다
|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newspim.com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오는 11월 3일 치러진다. 선거 다음날 새벽쯤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백악관 탈환에 성공할지 판가름 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정가와 월가 등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이란 이점, 비교적 양호한 경제 성과, ‘하늘이 두 쪽 나도’ 트럼프 대통령을 찍겠다는 ‘콘크리트 지지층’ 등을 감안한 판단이었다. 당시 트럼프에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약체라는 평가는 덤으로 붙여졌다.
6월 이후 기류 변화...지지율 격차 확대
그러나 대선을 4개월 남겨둔 시점인 7월 초순, 기류는 완연히 달라졌다. 미국의 여론조사 분석 전문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86)’가 대선 여론조사를 평균한 결과에 따르면 7월 8일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50.6%다. 11월 대선에서 격돌할 트럼프 대통령(41.1%)보다 평균 9.5%포인트 앞서 있다.
‘바이든 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올해 초까진 접전을 보이다가 6월 들어 차이가 커지는 양상이다. 이는 코로나19의 폭발적 재확산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대응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는 불만과 비판이 비등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특히 6월 이후 미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진원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 또는 ‘전략적 경합주’들이 다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제는 이들 지역 민심도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CNBC 방송과 체인지리서치가 지난 6월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대표적인 경합주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48%)이 트럼프 대통령(45%)보다 앞섰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의 지난 6월 여론조사에선 6개 경합주의 65세 이상 유권자 층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이 6%포인트 우세를 보였다.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까지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실패하고 경제도 함께 수렁에 빠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미국 대선 레이스는 아직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지도 않았다. 판세가 요동칠 수 있는 관문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전당대회·TV토론·우편투표 등 변수
첫 번째 관문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후보 선출 전당대회다. 민주당은 오는 8월 17~20일 위스콘신주에서, 공화당은 그 직후인 8월 24~27일 플로리다주에서 전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양당의 전당대회가 끝나면 대선후보의 지지율도 요동칠 수 있다.
‘대선의 승부처’로 불리는 후보 TV토론도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 미국 대선후보 공식 TV토론은 9월부터 3차례 예정돼 있다.
우편투표는 올해 11월 선거의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사전 우편투표는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몇몇 주에서 도입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당수 주 정부들이 우편투표를 확대하고 있다. 민주당과 바이든 캠프 측은 일찌감치 지지자들에게 우편투표를 권장하며 홍보와 조직 활동을 착실히 벌여 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사기다”, “우리 시대의 스캔들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CNN 방송은 최근 1940년부터 실시된 13회의 대통령 선거를 분석한 결과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승리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CNN조차도 “전당대회가 시작되면 지지율이 급변할 수 있다”며 판세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2020년 07월호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국제적으로 논의 넓혀 가겠다”
“국제협력담당관실 설치...외국과 정책교류 확대”
“양질의 지역 교육·일자리 있으면 청년 안 떠나”
| 허고운 기자 heogo@newspim.com
| 백인혁 사진기자 dlsgur9757@newspim.com
“우리나라도 국가균형발전 정책 경험이 충분하고 나라의 위상이 과거와 다르다. 우리가 국제적으로 균형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월간 ANDA와의 인터뷰에서 “균형발전 논의를 수도권·비수도권에 국한하지 말고 국제적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월 10일 취임한 김 위원장은 균형발전 선진국의 사례를 학습하는 동시에 우리의 경험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최근 위원회 내부에 ‘국제협력담당관실’을 설치했다. 국제협력담당관실이 현재 가장 집중하는 사업은 인도네시아 행정수도 이전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수도인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약 1400㎞ 떨어진 보르네오섬 칼라만탄으로 2023년까지 행정 기능을 이전할 계획이다. 새로운 도시 건설비용이 약 40조원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세종시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도와줘 구체적인 계획을 완성하면 결국 건설, 수자원 등 분야에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제협력담당관실이 일단 2명으로 출발했지만 앞으로 다른 국가들과 정책교류 협력을 확대하다 보면 20명, 200명도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 분산 필요성도 더욱 커진 만큼, 해외로 나갔다 국내로 복귀하는 ‘리쇼어링’ 기업이 지역에 많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는 △Scatter(분산) △Sweet(좋은 조건) △Smart(스마트 산업) 등 ‘3S 전략’을 제시하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돌아오는 기업이 밀집된 환경으로 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이며 재정, 세제,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줘 밀집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이공계 교수 출신이라는 이력이 색다르다.
A. 분자생태학을 전공했지만 제 주변, 제가 사는 지역, 대한민국의 시민사회를 위해 늘 깊이 고민하고 행동해 왔다. 국가균형발전은 경제·문화·과학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문제다. 균형 잡힌 정책 제언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상호 연관성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저의 전공과 그동안의 지역사회 활동, 문화 활동 등을 통한 고민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Q. 균형발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A. 균형발전은 국제적인 이슈다. 대부분의 나라들에 균형발전은 필요하며 저마다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배울 점은 배우고, 도움을 줄 부분은 도와야 한다. 위원회 논의를 수도권·비수도권 균형에만 국한하지 말고 국제적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최근에 국제협력담당관실을 만들었다. 지난 5월 27일 위원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Q. 국제협력담당관실은 어떤 일을 하나.
A. 일단 우리보다 먼저 균형발전을 이룬 나라의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도쿄권에 34%, 프랑스는 파리권에 18%가 모여 살지만 여전히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필요하면 직접 현장을 찾아서 배우려고 한다. 최근 한·일 갈등 문제가 자주 거론되지만 균형발전의 시각에서 그동안 서로가 해왔던 일들은 잘 소통하고 있다. 일본 대사도 최근에 위원회를 방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Q. 우리가 다른 나라의 균형발전에 도움을 주는 일은 어떤 게 있나.
A. 우리나라도 균형발전 정책 경험이 충분하고 나라의 위상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분명히 국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 사업은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이다. 인도네시아는 우리의 세종시 건설을 스터디 모델로 하고 있으며, 현재도 공무원들을 한국에 보내 소통하고 있다. 수도를 이전한 나라를 생각해 보면 통일 이후의 독일도 있지만 행정수도 건설, 인구 과밀화 해결 등의 측면에선 우리가 참고하기 적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Q.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A.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사업 기반을 만드는 작업을 우리가 돕는다. 우리의 행정수도 이전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위원회는 인도네시아의 국가개발계획 및 수도 이전 등을 총괄하는 국가개발기획부와 정책협력 MOU를 맺었다. 함께 고민하고 도와줘 구체적인 안이 만들어지면 결국 우리 기업들이 사업에 진출할 것이다. 건설, 수자원 분야의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위원회는 앞으로 다른 신남방 국가들과도 정책 교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제협력담당관실이 2명으로 출발하지만 나중엔 20명도, 200명도 될 수 있지 않겠는가.
Q. 지역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선 역시 일자리와 교육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A.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있다면 청년들이 굳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면 학생들은 굳이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예산 1080억원을 들여서 지역 거점대학과 지자체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균형발전사업을 공모하고 있다. 3개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그동안엔 지자체 공무원들 중 브레인을 모아서 사업을 발굴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역 거점대학엔 브레인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활용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근본적으로 SKY로 대표되는 서울 소재 명문대 쏠림 현상을 없앨 방법은 있나.
A. 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게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경쟁을 중시했다. 유럽은 대학 순위가 없다. 인간의 능력이 어느 수준이 되면 비슷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8~19세 때 공부 잘한 모범생이 사회를 지배하는 게 아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지역에서 대학을 나오고 교수 생활을 했다. 그런데 유학 시절 겪어본 세계적인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있는 대학이 좋지 못한 대학이란 인식이 있는데 나는 그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Q. 지역 간 격차와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A. 경쟁은 지역 간 공존과 상생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각 지역이 얻는 이익의 총합이 국익 전체의 크기를 키우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중앙정부가 포용국가 기조하에 여러 조정적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 너무 뒤처지는 곳이 없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잘사는 지자체가 어려운 지자체를 돕는 수평적 재정조정제도가 기본법에 명시돼 있다. 우리의 협력 사례로는 나주혁신도시가 있다. 광주와 전남 두 광역지자체가 협력했기 때문에 한전이라는 큰 기관을 유치할 수 있었고, 이후 한전공대 설립 등이 이어지며 지역의 큰 경쟁력이 됐다.
Q. 해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기업을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A.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을 지역으로 가게 하려면 3S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S는 Scatter, 분산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이 다시 밀집된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둘째 S는 Sweet다. 해외에 나가 있던 것보다 달콤한 조건을 기업에 제시해야 한다. 재정, 세제, 규제 완화 같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는 Smart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있다. 밀집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스마트 산업을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

2020년 07월호
정희용 미래통합당 의원 “뺄셈 아닌 덧셈의 정치 하겠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 컸던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40대들이 모여 새로운 정치영역 열어가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
|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
| 이형석 사진기자 leehs@newspim.com
정희용 미래통합당 의원(초선, 경북 고령·성주·칠곡)은 1976년생, 올해 45세다. 아직 정치권에서는 ‘청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나이는 젊지만 정치 경력은 짧지 않다. 어릴 적부터 꿈이 정치인이던 그는 경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주진우 전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비서로 일을 시작했다. 주 전 의원의 출마가 무산된 후 공기업에 취업했던 정 의원은 2014년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이 잊히지 않아서다. 나경원 전 의원과 송언석 의원 보좌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경제특별보좌관을 하며 자신만의 정치를 하겠다는 꿈을 키워 왔다.
6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정 의원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고령·성주·칠곡 지역 공천을 받아 본선거에서 당선됐다. 40대의 정치 신인이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그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꼽았다.
“새로운 정치인을 원했던 지역주민들,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경제도 힘들고 답답한데 정치인들이 일방적이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된 것 같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책임은 정 의원이 몸담고 있는 미래통합당도 비켜가지 않는다. 특히 이번 4.15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에는 큰 변화가 절실하다.
“우리 당의 방향과 국민들이 생각한 방향이 궤도가 달랐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며 경제가 어려워 정부에 많이 실망했고 그 힘든 사정에 공감해 주길 바랐는데, 우리가 그 부분에 공감을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재난지원금 부분에 있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했는데, 저희는 재정건전성을 고민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바람에 당장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과 호흡이 잘 안 맞았다.”
“국민 감동시킬 정책 개발해야”
결국 보수가 재기하려면 과거의 이념에만 매몰되지 않은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념에 따라서 경직되면 안 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실용을 이야기했는데, 동의한다. 이념에 경도되지 말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짚고, 국민들과 공감하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이념에서 조금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전통적으로 지켜오려 했던 가치들을 지키면서도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언급한 기본소득 등 전향적 정책에 대해 정 의원이 동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말하는 탈보수가 자유주의 진영을 버리자는 것이나, 진보적인 길로 가자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념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생각인 것 같다. 정당이 가치에 경도되면 안 되고, 국민들이 어려운 시대, 바뀐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놔야 한다는 취지인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기본소득도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가 되면 새로운 산업의 변화들이 생길 텐데, 변화 과정에서 어려운 국민들이 생길 수 있으니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다만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승자독식 안 돼...견제장치 필요”
정 의원은 당 차원의 문제를 넘어 21대 국회 전체를 바꾸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여야의 상생과 협치가 거의 불가능했던 과거의 정치 문화를 버리고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고 싶다는 것.
“21대 원 구성 협상 논의처럼 일방적인 처리는 문제가 있다. 승자독식 구조다. 역사는 반복될 텐데,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다른 진영이 다수당이 되면 어떻게 할 건가. 과거 우리가 힘들게 승자독식 문화를 바꾸면서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생기지 않았나. 그걸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 이 부분은 존중하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에도 승자독식의 정치 문화를 바꾸자, 통 큰 양보를 통해 상생하는 정치를 하자고 자주 이야기하고 있다.”
상생과 협치를 위해 정 의원이 별도로 구상하고 있는 계획도 있다. 1970년대생, 40대 여야 초선 의원들이 모여 진영을 떠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아직 구상 중인데, 빠른 시간 안에 가칭 ‘40대, 1970년대생 여야 초선 의원 모임’을 만들고 싶다. 여야 입장을 떠나 같은 세대가 하는 고민이 있지 않나. 양육이든 부모 봉양이든 사회적 삶을 고민하는 세대끼리 모이는 것이다. ‘40대들이 모여 새로운 정치영역을 열어가는구나’ 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건데, 여기에서 제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뺄셈의 정치가 아닌 덧셈의 정치를 보여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잘 뽑았다!’ 싶은 의원이 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한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제가 정치를 그만둘 때도 저를 지지해 주셨던 분들에게 ‘열심히 했던 친구다, 2020년 4월에 잘 선택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의정 활동을 하고 싶다.”

2020년 07월호
더워지자 덴탈마스크 '인기', 바이러스 차단 이상없나?
국내 연구진, 덴탈마스크의 비말차단 효과 발표
정부도 6월부터 비말차단용 마스크 규격화 및 생산...공급 안정은 숙제
| 정승원 기자 origin@newspim.com
더우니 어쩔 수 없이 덴탈마스크를 쓰지만, 비말 차단은 KF94 마스크만 가능하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그동안 코로나19 전파 차단을 위해 착용하던 KF80, 94보다 덴탈마스크가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6일부터 대중교통 탑승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 덴탈마스크 이용자가 더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덴탈마스크로는 비말을 차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내 연구진, “덴탈마스크 비말차단 효과 충분”
전문가들에 따르면 덴탈마스크는 코로나19 전파의 매개체인 비말을 차단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일반인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유증상자의 경우 덴탈마스크 사용이 적절하다는 권고안을 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게재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KF마스크 같은 헤파필터 장착 마스크의 착용을 권고해 왔다. 덴탈마스크가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매개인 비말 차단에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의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덴탈마스크와 면마스크, KF마스크 모두를 대상으로 비말차단 효과, 착용감, 재질, 착용 목적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덴탈마스크는 통풍이 잘돼 호흡 곤란이 발생할 우려가 적어 장시간 사용이 가능했고 비말차단 효과도 높았다. 반면 KF마스크는 비말과 미세입자 차단이 가능했지만 내부가 습기에 약하다는 단점을 보였다. KF마스크를 착용하면 비말과 그보다 더 작은 입자도 차단이 가능하지만 내부가 쉽게 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장시간 사용에서도 KF마스크가 덴탈마스크보다 더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덴탈마스크가 증상이 있거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 가장 적합한 유형”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씻기와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비말차단 마스크 하루 100만개 생산
정부는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덴탈마스크와 유사한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새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비말차단용 마스크의 생산량도 현재 하루 50만개에서 100만개로 두 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1일부터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의약외품으로 허가했다. 여기에 그동안 덴탈마스크 생산량의 80%가량을 의료기관에 우선 공급하던 것을 생산량을 늘려 일반인에게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학생들의 등교와 함께 아동용 덴탈마스크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형 덴탈마스크를 공적 마스크로 공급하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를 시중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판매가 되더라도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어 적절한 수량 분배가 어려운 것이다. 이에 정부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6월 내에 하루 100만장 목표로 생산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적 마스크 지정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기존 업체와 생산 의향이 있는 업체들을 합쳐 6월 말까지 비말차단용 마스크 일일 100만장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07월호
21대 국회 스타트 각 당 1호 법안 살펴보니
| 김현우 기자 withu@newspim.com
정당의 1호 법안은 의석 수를 구성해 준 국민의 뜻에 대한 응답이다. 또한 정당이 당력을 동원해 만든 법안인 만큼 ‘21대 국회의 시대 정신’이 담긴다. 앞으로 정당이 어떤 정책을 만들어 낼지 예측할 수 있게 하는 단서이기도 하다. 곧 시작이 반이다.
177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법’을 민주당 1호 법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국회가 자유한국당 ‘국회 보이콧’ 탓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은 경제 이슈에 집중한 ‘코로나 패키지법’을 들고 나왔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을 경기를 보전하기 위한 법안이다.
‘일하는 국회’법 발의한 민주당
민주당은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당내에 ‘일하는국회추진단’을 구성하고 위원장에 정책으로 잔뼈가 굵은 한정애 의원을 앉혔다. 6월 11일 전문가 토론회와 정부 의견 청취를 마친 뒤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으면 바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대표 발의자는 한정애 의원 혹은 조승래 의원이 논의를 거쳐 정할 방침이다.
민주당 일하는 국회법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권 폐지 △상시국회 △본회의·상임위 회의 출결현황 공개 △윤리특별위원회 활성화 △국정감사 정기회 이전 실시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여야 원내대표 협상으로 이뤄진 국회 의사일정을 국회법에 명시, 국회 파행을 줄이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눈에 띄는 점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다.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는 상임위 의결을 마친 법안이 기존 법이나 상위 법률과 충돌하는 것은 없는지, 조문에 이상은 없는지 심사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법안 심사 자체를 거르는 경우가 있었다. 이 탓에 민주당은 “법사위가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해 왔다”며 식물국회를 만든 범인으로 지목해 왔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산하에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 기구를 구성, 체계·자구심사를 맡기고 검토 의견을 듣는 방식이다.
상시국회는 2·4·6월 첫날 여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원내대표 합의가 아닌 법에 명시하는 방안이다. 그간 ‘회기는 의결로 정한다’는 조항 탓에 임시국회 의사일정은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이뤄졌다. 또 사실상 원내대표 협의를 통해 열렸던 윤리특별위원회도 제 기능을 갖추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국회의장 직속 윤리조사위를 구성해 윤리위 제소 내용을 특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60일 이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에 초점 맞춘 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은 지난 6월 1일 당론 1호 법안을 이미 제출했다. 법안은 의료기관을 포함해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근로자 지원을 골자로 하는 ‘코로나19 위기탈출 민생지원 패키지법’이다.
법안에는 손실이 생긴 의료기관·소상공인·중소기업의 피해를 지원하는 내용이 우선적으로 담겼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기관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이를 타개하고자 손실보상심의위의 심의·의결에 따라 사업주와 근로자가 입은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더불어 사업자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일시적 사업중단 또는 자진폐업하는 경우 그 사업주와 근로자가 입은 경제적 손실 일부를 지원하도록 했다.
교육 분야에서 생긴 피해를 보전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상적 등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학(원) 등록금 환불 근거를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된 경우 취약계층에 농식품을 지원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및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이 외에도 위약금 분쟁 해결을 위한 ‘약관 규제에 따른 법률’, 1급 감염병 사태 발생 시 임차건물에 대한 임대료 및 보증금 감액 청구권을 보장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중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가가치세 과세특례 구간을 한시적으로 1억원까지 상향 조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도 추진한다.

2020년 07월호
도마 오른 NGO 기부금 운용, 통합관리시스템 실효성 의문
| 김유림 기자 urim@newspim.com
시민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시민사회단체의 기부금 운용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사용내역 불투명성은 회계 부정 의혹으로 번졌다.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해명에도 의혹은 일파만파 커졌다.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위안부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사망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차제에 기부·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 초기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의연·윤미향發 기부금 의혹 일파만파
정부가 부랴부랴 기부금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부금을 관리·감독하는 컨트롤타워가 없고 기부금을 받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사용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실효성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기부금 통합관리시스템’은 행정안전부가 내년 1월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기존 ‘1365자원봉사’ 사이트의 일부인 ‘1365기부포털’ 코너를 분리해 확대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기부금 모집단체 관련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공함으로써 부실회계·후원금 횡령 의혹 등을 애초에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뿐이고 의무나 강제성은 없어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부금을 더 편리하게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라며 “기부금 사용내역 공개 의무나 강제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기부금 모금 내역과 사용 정보에 관한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법령 개정이 절실하다. 정부는 2018년부터 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지만 2년이 넘도록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행안부는 기부자의 추가 정보 공개 요청을 받으면 모집자는 7일 안에 해당 내용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법령 개정안을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 상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부금 단체 측의 반발로 미뤄졌다. 이에 지난해 12월 행안부는 기부금 모집단체 측 의견을 수렴해 ‘7일 이내’를 ‘14일 이내’로 완화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부자 요청 시 정보 의무 공개’ 부분까지 삭제하고, ‘기부자는 모집자에게 기부금품 모집·사용 관련 장부 등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수준에 그쳤다. 당초 개정 취지에서 후퇴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연기됐다. 행안부는 지난 5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려다 돌연 연기했다. 예정됐던 보도 계획의 취소를 공지하면서 ‘조문 수정’을 이유로 들었다
컨트롤타워 없어 책임소재 불명확
기부금 관련 컨트롤타워를 맡을 정부 부처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결산서류는 국세청, 기부금품 모집관리는 행안부, 지정기부금단체는 기획재정부, 사회복지법인 담당은 보건복지부, 교육기부는 교육부 등으로 관련 부처가 나뉘어 있다. 중구난방으로 담당 부처가 흩어져 있어, 기부금 악용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도 책임을 지는 곳은 없다. 2017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 기부금을 호화생활에 탕진한 엉터리 시민단체 ‘새희망씨앗’ 사건 이후에도 제대로 된 해결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전문위원은 “정부는 기부금이 세금과 다른 민간의 자율적 기금이라는 측면을 존중해 기부자와 수혜자의 자율적 관계 형성을 권장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선의의 기부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행 비영리 등록 관리 제도는 사회적 비중이 커지는 다양한 비영리단체의 등록과 관리에 맞지 않아서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며 “십수년 전부터 대안으로 모색돼 온 미국과 영국식 모델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전 전문위원이 언급한 ‘미국식’은 면세 자격을 부여하는 국세청 격의 IRS가 면세비영리단체의 수입지출 정보를 매우 상세하게 받아서 공개하게 하고, 이 중 1%를 무작위로 감사해 비리가 나오면 바로 설립 취소 등 실력행사를 한다. ‘영국식’은 비영리 등록과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관리뿐만 아니라 역량 지원 등을 아끼지 않는 모델이다.
전 위원은 “한국에서는 두 가지가 혼합된 방식으로 진행돼 오고 있다”며 “올해 국세청 공시가 강화되고 공시를 전체 비영리로 확대했다는 점, 지정기부금단체 감독 기능을 국세청이 위임받았다는 점에서 미국 모델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방식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비영리단체의 등록과 공익 확대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06월호
코로나 재확산 진원지 클럽이란
5월 다시 번진 코로나19 근원지 ‘이태원 클럽’
나이트클럽과 다른 20, 30대 놀이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현재 클럽문화로 발전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간신히 불길을 잡은 ‘코로나19’가 이태원 클럽에서 다시 꿈틀거리면서 ‘2차 확산’과 관련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까스로 진화에 성공한 정부가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한 직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촉발된 ‘코로나19’로 클럽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5월 중순 재차 기승을 부린 코로나19의 진원지는 ‘이태원 클럽’이다. 갖은 방역 노력으로 하루 확진자가 한 자릿수에 머물던 코로나19는 하루 30여 명씩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전국을 ‘공포 모드’로 몰아넣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숨죽이던 코로나19를 깨운 젊은 층의 클럽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홍대와 이태원, 강남 일대에 밀집한 ‘클럽’은 20, 30대들의 놀이터다. 1980~90년대에는 주로 나이트클럽에서 유흥을 즐겼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클럽으로 유행이 옮겨갔다. 소위 ‘언더그라운드’ 뮤직을 즐기는 홍대 주변의 몇몇 클럽에서 현재의 클럽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나이트클럽 문화가 진화·파생 거쳐 클럽으로
클럽은 나이트클럽 문화에서 진화와 파생을 거쳤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을 만큼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가 절정을 이룬다. 한국적 나이트클럽 문화에 서양의 파티 문화가 결합한 젊은이들의 해방구로 꼽힌다. DJ가 힙합, 록,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을 믹싱하며 흥을 돋운다. 홍대 클럽은 주로 20대 초반이, 강남과 이태원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이 많이 찾는다.
남녀가 서로 짝을 찾는다는 점에서 나이트클럽과 클럽은 목적상 본질적으로 비슷하지만, 나이트클럽에 웨이터가 남녀 간 합석을 주도하는 ‘부킹’이 있다면, 클럽은 비교적 자유롭다. 클럽은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며 ‘알아서’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직접 접근한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나 특정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유흥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는 분석도 있다.
기존의 나이트클럽이 술을 마시는 데 중점을 둔다면, 클럽은 그보다 사람을 만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클럽마다 차이가 있지만 입장료는 1만원에서 2만원대. 입장료를 내면 클럽 안 바(Bar)에서 칵테일 등 술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나이트클럽처럼 테이블을 잡을 수도 있지만 보통 기본 40만원 이상으로 가격대가 다소 높다. 주종도 바에서는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 맥주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테이블에서는 보통 양주를 마신다.
20, 30대 젊은이들의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아
밤 12시 이전에 방문하면 무료 입장이 가능한 때도 있다. 또 클럽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댓글로 신청하면 클럽 운영진이 검토한 후 무료 입장이 가능한 초대권을 보내주기도 한다. 여성보다는 남성의 수요가 많아 이런 무료 입장 이벤트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에는 홍대에 청소년을 위한 클럽이 생기기도 했다. 술과 담배 없이 입장료 5000원을 내면 콜라 한 잔이 제공됐다. 스테이지와 테이블석이 따로 나뉘어 있고, DJ가 노래를 선곡해 흥을 돋우는 분위기는 20, 30대들이 찾는 클럽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몇 해 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청소년 전문 클럽은 문을 닫았지만 10대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청소년 전용 클럽을 찾는 문의 글이 많다.
이렇듯 클럽 문화는 특정 계층이나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20, 30대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눈초리가 따갑지만 기분 전환을 위한 클럽 문화를 마냥 한심하게 볼 수 만은 없는 이유다.

2020년 05월호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악화일로 한·일 관계 ‘감정’ 버려야 유리하다”
아베 총리 비지지층 공감대 넓혀가는 자세 필요
북한 도발에 ‘9.19 합의 및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말해야
| 하수영 기자 suyoung0710@newspim.com
| 이한결 사진기자 alwaysame@newspim.com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다. 지난 2018년부터 이어져 온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판결을 둘러싼 갈등, 수출 규제, 그리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까지 양국 외교 갈등의 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그 갈등은 국가 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감염병 문제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은 사전 통보도 하지 않고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한국은 즉각 일본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 조치로 맞불을 놓았다.
전형적인 ‘감정 외교’의 모습이다. 4월 초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만난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월간 ANDA가 청취한 코로나19 국면에서의 한국 외교, ‘뜨거운 감자’인 한‧미 방위비분담금 문제, 그리고 남북‧북미‧한미 관계 등에 대한 박 교수의 고견을 소개한다.
“우리 정부, 규범에 맞게 투명하게 대응 잘해”
Q.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의 우리 정부 외교를 전반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A. 잘한 것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 규범에 맞게, 그리고 투명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국제사회가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이 그래서다.
못한 것은 처음에 우리가 계속해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시점에 외교부가 나서서 ‘입국 제한이나 금지를 하지 말라’고 다른 나라에 요청을 했던 게 잘못인 것 같다. 자국 국민을 일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각 국가의 결정에 우리가 영향을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선 안 됐다. 그것보다는 ‘우리 국민이 피해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해 달라’고 제언했어야 한다. 혹은 ‘입국 제한이나 금지를 하더라도 우리에게 미리 상의하고 하라’고 했어야 한다. 다만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초기에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조치는 특히 아쉽다. 물론 일본이 먼저 거칠게 다가온 것이 맞다. 일본이 우방국을 상대로 사전 통보도 안 한 건 국제사회 규범에 맞지 않았다고 본다. 그건 일본을 비판할 만하다. 그런데 상응 조치에서 너무 감정적 모습들이 드러났다.
이번 사례도 그렇고 대일 외교에서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입국 금지를 했다 하더라도, 상응 조치를 할 때 ‘일본이 먼저 그렇게 했으니 우리도 이렇게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코로나19로 어려우니 양국 인적 교류 제한하는 측면에서 막자고 했어야 한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입국 금지를 결정했을 때 아사히, 마이니치 등 언론에서 굉장히 아베 신조 총리를 비판했다. 그런데 한국이 감정적인 대응을 해버리니 그런 여론이 싹 없어졌다.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광복 이후 가장 우익 정부라고 불리는 아베 정부가 바뀌는 게 우리가 유리한데, 아베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50% 정도 되니 그 사람들하고 공감대 넓혀 가고 우리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아베 정부가 움직일 공간이 적어질 것이다. 지지도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일본은 총선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 문제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것이 좋다.
Q. 그런 측면에서 외교 정책과 관련해 정부에 제언을 한다면.
A. 꼭 하고 싶은 말은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대외 정치를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 통틀어 그게 가장 큰 패착이었다. 대외 정책은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특정 집단 이해에서 벗어나 국가의 중장기 비전 보고 중장기적으로 가야 하는데, 대한민국 역대 정부 제일 못한 것이 대외 정책을 단기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민족주의를 활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족주의가 보기에는 잘 드는 칼이지만 정권의 목을 노리는 칼이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서 민족주의를 활용하면 안 된다. 그런데 역대 정부가 모두 다 민족주의라는 칼을 활용하고 있다.
중장기 비전으로 가야 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세계 차원, 동북아 차원, 한반도 차원 등 종합적으로,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주한미군 근로자, 고용 주체는 미국”
Q. 방위비 협상 문제도 우리 정부 외교 전략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한·미 양국이 입장 차를 많이 좁혔다고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이 문제다.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A. (4월 초 기준) 협상 상황을 전해 준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상당히 입장 차를 좁힌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80~90% 좁혔다고 한다.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굉장히 많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가 남아 있다고 한다. 1~2주 걸릴 것이라고 한다.
다만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신이 대거 나오는 것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황하더라. 그런 표정을 처음 봤다. 때문에 방위비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는 있다.
Q.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문제는 어떻게 될까. 당분간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A.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 봉급이 매달 15일에 나온다. 4월 15일에 3월분 월급이 나오는 것이다. 곧 21대 국회가 출범하는데, 방위비 협상을 조기에 타결해서 원포인트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5월 1일부터 다시 봉급이 지급된다. 그러면 약 보름치 월급을 못 받게 되는 건데, 그러면 그렇게 타격은 크지 않은 셈이 된다. 그러면 특별법까지 만들 필요가 없다.
Q. 사실 특별법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지 않나.
A. 그렇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고용 주체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가 직접 고용을 하자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도 관련 보고서가 나왔지만, 주한미군 전체 근로자가 1만2000여 명인데 그들을 관리하는 조직과 인원이 필요하다. 일본 쪽을 보면, 주일미군은 2만2000여 명이고 관리 인원이 300여 명 정도 된다. KIDA 추산에 따르면 우리는 관리 인원이 100~150명 정도 필요하다. 비용으로 따지면 연간 150억원 정도다. 인건비 빼고 유지비만 이 정도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들까지 다 군무원으로 취급할 것인지 등 문제가 복잡하다. 깊이 따져봐야 할 문제다.
“북 미사일 기술 확장력 굉장히 높아 위협적”
Q. 북한 문제, 북·미 관계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북한이 3월 한 달에만 4번 무력 도발을 했다.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무기를 잇따라 시험 발사하면서 이들의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 북한이 작년 5월부터 신종 무기 4종 세트 도발을 시작했다. 이 중 KN-23이라고 불리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사실상 성공해서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나머지 3개는 올해 들어서 다시 시험발사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에이태킴스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도 성공했다고 판단하지만, 이들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 특히 초대형 방사포는 전문가들마다 판단이 다르지만, 나는 아직 성공 못했다고 본다. 초대형 방사포는 발사관이 4개짜리라 거기서 20초 간격으로 4연발이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북한이 4발 다 쏜 적은 없다.
Q. 북한의 무력 도발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A. 최근 북한은 우리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충분히 막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풀업기동(하강 단계에서 상승 기동)도 할 수 있는 발사체들을 쏘고 있는데, 이는 기존 패트리어트 PAC-3이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막기 굉장히 어렵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 확장력이 굉장히 높다. 비유를 하자면 2G폰 쓰다가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정도의 기술적 돌파를 해버린 셈이다. 고체연료나 이동형 발사대(TEL) 문제까지 다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상당히 위협적이다.
초대형 방사포의 경우 구경이 600mm 정도 된다고 그러는데, 그 정도면 핵탄두 장착도 가능하다. 어느 정도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느냐가 문제인데, 기술적으론 불가능한 게 아니다.
“‘도발의 일상화’...대미 협상력과 대내 결속용”
Q. 북한이 최근 갑자기 무력도발 빈도를 높인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특히 요즘은 코로나19 상황도 엄중하지 않나.
A.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발사체가 뭐든 어쨌든 탄도미사일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고, 그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그런데 미국은 크게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그 틈을 북한이 노리고 있다.
북한은 자위력 강화 측면에서 무기체계 완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미 관계가 발전되면 시험할 수 없는 상황이 오니 개발과 실전배치엔 지금이 적기인 것이다.
또 ‘도발의 일상화’ 목적이 있다. 북한의 도발은 우리나라에 가장 큰 위협이다. 그런데도 일상화되고, 수용해야 하고, 그런 상황이 되고 있다. 나름대로 북한은 그런 의도를 갖고 무력도발을 진행 중이다.
한편으론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도 있다. 또 대내 결속 측면도 있다. 코로나19와 경제적 어려움 등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무력도발을 계속해서 대내 결속을 다지려는 것이다.
Q.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은 어떤 대북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A. 사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지난해 5월에 처음 신형 무기를 발사했을 때 한·미가 명확하게 경고를 하고 한 번 더 발사하면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고 했으면 여기까지 안 왔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 첫 반응이 ‘괜찮다. 다른 국가들도 다 하는 것이다. 작은 것(small thing)이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 정부 대응도 소극적이다.
북한에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건 분명히 9.19 합의 위반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이다. 북한이 도발을 할 때마다 ‘한미동맹에 대한 억제력’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한·미가 분명하게 이야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고강도 도발 어려울 것...코로나19 영향 무시할 수 없어”
Q. 북한의 계속된 도발 속에 북·미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A. 북한은 계속 도발을 할 것이다. 여전히 북한 입장에서는 무기체계 효과성, 실전배치를 위해 저강도의 도발은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정면 돌파’를 이야기했고, 지난해 10월에 스톡홀름에서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 우리는 한 발도 안 나갈 것이고 미국의 차례다’라고 했는데, 여전히 그 입장 안 바뀌었다.
다만 고강도 도발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북한 입장에서도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엄중하다고 판단해서 그 문제를 일단 해결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원래 북한의 시간표대로라면 2월 건군절 때 열병식 하면서 전략무기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었다. 혹은 3월에 한미연합훈련 있을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더라도 위성이나, 준비됐다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또는 중거리 미사일 정도 쏠 수 있었는데 도발 수위를 낮춘 것을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에 북한이 외무성 내에 대미협상국을 신설했다. 조직을 신설한 것인지, 임시 조직인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미국에 협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분명하다.
Q. 미국이 올해 안에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A.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아주 엄중하고, 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굉장히 좁아지고 있다. 이전같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뭔가를 한다는 건 굉장히 큰 위험부담이 있는 일이다.
다만 북한이 전향적 입장으로 나오고, 그래서 합의를 이뤄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움직일 것이다.
북한도 바뀌고 있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19로 큰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이미 1월 말부터 북·중 국경을 다 막아놨다. 가뜩이나 경제 제재로 경제가 어려운데 생명선이라는 중국과의 무역을 두 달 가까이 막아놓은 상태라 북한 경제 내구성이 빠르게 소멸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유니세프 등에서 지원물품이 들어갔다는 것도 다 그런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북한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연말까지의 정면돌파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정책을 해야 한다. 북한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벼랑 끝 전술로 도발을 본격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화적인 기조로 미국과 한국에 대화 요청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되면 두 번째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것이 정면돌파 노선의 전면적 전환은 아니다.

2020년 05월호
아듀! 20대 국회 피날레 기억할 만한 발자취
대통령 끌어내린 국회,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 이미지 벗어
신속처리안건 지정 전례 만들었으나 동물국회 오명도
| 김현우 기자 withu@newspim.com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이 30%를 밑돈다. 20대 국회 하반기인 2018년 말부터는 ‘정치’가 실종됐다.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연동형비례대표제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따른 야당의 보이콧 탓으로 돌린다. 야당은 여당이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과정에서도 의미 있는 정치가 있긴 했다. 20대 국회 초반 이뤄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거법 등 신속처리안건과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법 처리 등이다.
“매번 국회 임기가 종료될 때마다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7대보다 18대가 못했고, 18대보다 19대가 최악이고, 19대보다 20대가 처참했다는 식이다. 그럼에도 20대 국회는 입법부의 존재감을 보인 시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한 최고위원은 사석에서 20대 국회를 평가해 달라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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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성공...“국회가 민심 받든 것”
2016년 11월 17일, 국회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대한 특별검사를 도입하고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했다. 같은 해 12월 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헌법 65조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으로 나뉜다. 국회가 탄핵을 의결, 헌법재판소에 소추안을 전달하면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대통령 탄핵 요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전체 재적의원 과반 동의가 있어야 발의할 수 있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따라서 300석으로 이뤄진 20대 국회에서는 150명 이상 발의, 200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만 대통령 탄핵이 가능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128석, 더불어민주당은 122석이었다. 또 국민의당은 38석, 정의당은 6석, 무소속은 7석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한다면 탄핵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도 60표 전후로 이탈표가 발생하며 가 234표, 부 56표로 탄핵안은 가결됐다. 탄핵 절차로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은 헌정사 최초였다. 당시 민주당 탄핵추진실무준비단 업무를 맡았던 송기헌 의원은 “헌법 교과서에서나 보던 탄핵소추를 실제로 이뤄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당시 원내대변인이던 이재정 의원도 “국회가 민심을 받든 것”이라며 “정치의 중심이 거물급 정치지도자에서 일반 국민으로 넘어간 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패스트트랙’ 가동...몸싸움에 여야 의원 기소
20대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신속처리안건을 처음 지정하고 또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18대 국회 말 몸싸움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막고 대화와 협치를 가능케 하자는 여야 합의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까다롭게 한 대신 상임위 정원 60%, 전체 국회 재적의원 60%가 발의하면 330일간 숙려기간을 가진 뒤 본회의에 우선 부의하도록 했다.
일명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된 1호 법안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이 법은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의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을 규정한다. 이후 유치원 3법, 공수처법, 선거법 개정안 등이 순차적으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됐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문제는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발생했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고자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본청 7층 의안과와 회의를 할 수 있는 본청 내 상임위 회의실을 모두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여야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위반·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발의-입법까지 단 ‘석 달’...어린이 교통안전법
역대 최악 20대 국회라지만 법안 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단 석 달이 걸린 법안도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운전자 중과실로 사고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일명 ‘민식이법’이다.
지난해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9살 김민식 군이 4살 난 동생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졌다. 이에 강훈식 아산시을 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고, 심의 두 달여 만에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다만 본회의 상정 과정에서 한국당이 선거법·공수처법 상정을 막겠다며 모든 법안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여야 정쟁에 어린이 안전법안이 유탄을 맞은 셈이다. 이후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생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신청을 철회했다.

2020년 05월호
n번방의 비밀
아동·여성 성착취 영상 제작...6만여 명 회원
개인정보 빼내고 암호화폐 받아 추적에 대비
운영자·참여자 신상 공개 등 처벌 강화 목소리
| 박준형 기자 jun897@newspim.com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아동과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 유포한 일명 ‘n번방’ 사건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민낯을 드러냈다. 주도면밀한 수법으로 아동과 여성들을 지옥에 몰아넣은 n번방은 여러 운영진을 거치며 지능화, 조직화됐고 1년여 만에 6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악마의 방으로 거듭났다. n번방 운영자들은 여성의 약점을 잡아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 과정을 스트레스 해소나 일탈행위 정도로 정의하며 정당화했다. 조주빈(24)을 비롯한 주요 피의자들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갓갓’부터 ‘박사’까지...n번방의 진화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텔레그램에 1번부터 8번까지 번호가 붙은 채팅방 8개가 생겼다. 채팅방에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이 올라왔다. 채팅방 이용자들은 영상 속 여성들을 ‘노예’라 불렀다. 숫자가 붙은 채팅방의 이름을 딴 n번방의 시초는 ‘갓갓’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인물이다. 갓갓의 n번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와치맨’을 통해야 했다. 와치맨은 호객과 문지기 역할을 동시에 했는데, n번방 입장을 위한 ‘고담방’을 운영하면서 회원을 모집했다. n번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담방에 음란물을 공유하거나 돈을 지불해 와치맨으로부터 접속 주소를 받아야만 했다. 갓갓은 지난해 8월 8개의 방 중 7개를 폐쇄하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당시 갓갓은 n번방에 ‘수능 준비로 시간이 없어 운영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갓갓은 남은 1개의 방을 ‘켈리’에게 넘겨줬다. 켈리는 n번방을 받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n번방이 인기를 끌자 텔레그램에는 수많은 방이 파생됐다. ‘박사’ 조주빈이 운영한 ‘박사방’ 역시 n번방의 아류작이다. 조주빈은 최소 70명이 넘는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었고 공범을 모집했다. 박사방이 수많은 회원을 거느리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자 또다시 이를 모방한 n번방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로리대장태범’이 운영한 ‘프로젝트n방’이다. 로리대장태범은 갓갓의 범행 수법을 따라 해 여중생 3명을 꾀어낸 뒤 성착취물 촬영을 강요했다.
이들은 메신저 피싱 등을 통해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빼낸 뒤 이를 빌미로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고 n번방에 유포했다. 주요 범행 대상은 트위터에서 ‘일탈계’, ‘살색계’를 운영하는 여성들이었다. 일탈계와 살색계는 자신의 얼굴과 정보를 가린 채 신체 노출 사진 등을 올리는 계정이다. 조주빈은 더 나아가 구청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과 8급 공무원을 공범으로 끌어들여 개인정보를 빼냈다. 조주빈은 조직적으로 박사방을 운영했고, 암호화폐를 받아 챙기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에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조주빈을 비롯한 n번방의 주요 피의자들은 대부분 검거됐다. 다만 갓갓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일각에선 상당한 지능범으로 알려진 갓갓이 추적을 따돌릴 만반의 준비를 마쳤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언론을 통해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증거 인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n번방 사건으로 재점화된 솜방망이 처벌
n번방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n번방 운영자는 물론이고 참여한 회원들까지 신상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n번방 참여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랐다. 참여자 전원이 분노의 대상이 된 이유는 악랄한 범행 수법과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디지털 성범죄 처벌 수위 때문으로 분석된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이전처럼 남성 중심적 관점에서 보지 않게 되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된다는 의식이 나오는 과도기적 시기라고 볼 수 있다”며 “미투 운동 이후 성범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문숙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상담팀장도 “소라넷 사건, 버닝썬 사건 때도 문제는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연장선에서 n번방 사건을 통해 일상적으로 여성을 위협한 사안에 법 제·개정 등 요구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수사·재판을 받고 있는 n번방 관련자들에 대한 낮은 처벌 수위도 참여자 전원 신상 공개 요구 움직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손 팀장은 “같은 사람인데 n번방이 불거지기 전에 기존 관례대로 미약한 처벌을 내렸다”며 “오히려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에 대해서 좌시했던 과거 경향에 대한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n번방 사건 공론화 이후 비난을 의식한 듯 재판 중인 켈리와 와치맨 사건에 대해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더 엄한 벌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시민들의 분노는 텔레그램 탈퇴 운동으로 번졌다. 일명 ‘텔레그램 탈퇴 총공(총공격)’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탈퇴 운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네티즌들이 같은 시각에 한꺼번에 텔레그램에서 탈퇴하는 것이다. 이들은 텔레그램 서포트팀에도 한국 경찰에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텔레그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텔레그램은 문자나 사진, 문서 등을 암호화해서 전송할 수 있는 보안성 높은 해외 모바일 메신저다. 높은 보안성 탓에 n번방 운영자가 이 메신저를 범죄에 이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여성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 n번방에 입장한 참여자들을 향한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n번방을 이용한 흔적이 남아 있는 텔레그램 기록을 삭제해 준다는 가짜 카톡 채팅방을 개설해 n번방 회원 색출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n번방 사건 피해자에 중학생 등 미성년자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10대들의 날 선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2020년 04월호
속도·파괴력 높아진 北 방사포 평택 미군기지 겨냥하나
발사간격 지난해 19분→최근 20초까지 단축...연발 사격 능력 확보
전문가 “실전배치 머지않았다...정찰 능력·미사일 방어체계 보강 시급”
| 하수영 기자 suyoung0710@newspim.com
북한이 지난 3월 2일 약 3개월 만에 도발을 감행한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초대형 방사포)의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240km, 고도는 약 35km이다. 합참은 이에 대해 “지난 2월 28일 실시한 합동타격훈련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2019년 북한이 감행한 13차례의 도발을 19-1부터 19-6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SRBM 범주에 넣고 있다. 사거리와 고도가 모두 SRBM급이라는 점에서다. 그중에서도 지난 3월 2일 북한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군 당국 분류에 따르면 19-5(분류코드 19-5 SRBM)에 해당한다.
北, 지난해 4차례‧올해 1차례 발사
초대형 방사포는 북한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네 차례 모두 2발씩 발사했다. 발사 간격을 좁히기 위해 계속 2발씩 쏘아댄 것이다. 8월에는 발사 간격이 17분이었고, 9월에는 19분이었다. 이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위협적이지 않다”,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다 지난 11월 발사 당시 북한은 발사 간격을 3분으로 줄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번 시험사격을 통해 연속사격 체계의 완벽성까지 검증됐다”며 “초대형 방사포 무기체계의 기습적인 타격으로 적의 집단 목표나 지정된 목표 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군사전문가도 “발사 간격을 1분까지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위협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발사 간격이 1분도 아닌 20초로 줄었다. 방사포가 동시에 여러 발의 로켓탄을 발사하는 다연장포(multiple rocket launcher)와 같은 의미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런 다연장포를 20초에 한 발씩 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는 기존의 방사포를 개량한 것으로 유도장치를 달아 타격 정확성을 높였고, 비행 성능을 개량해 속도가 탄도미사일급(마하6 이상)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북한이 마음만 먹는다면 짧은 시간 내에 남한 내 핵심 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파괴력 또한 기존 방사포와 비교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방사포의 직경은 600mm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로, 직경이 이 정도 되는 초대형 방사포를 20초 만에 연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초대형 방사포의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 같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방사포는 세계 유일의 600mm급 구경에 사거리가 240km나 되고 그것이 작은 바위섬을 정확히 맞혔다”며 “성능 개발이 완료된 것으로 보이며,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이어 “이번에는 북한이 두 발을 쐈지만, 이런 스커드미사일급 방사포 4발을 발사하는 데 1분 20초밖에 안 걸린다. 1분 안에 3발을 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방사포 특성상 여러 지역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지난해부터 보여주는 무기들을 보면 모두 저고도, 회피 기동, 고체연료 사용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 경우 단시간 내에 기습 발사가 가능해져 방어하는 우리로서는 전투고도와 전투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투고도와 전투시간은 미사일 방어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미사일이 고고도로 날아올 경우에는 그만큼 목표물을 파악해서 타격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부터 30~40km 사이의 저고도로 발사체를 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목표물을 파악해서 타격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신종우 위원은 “우리가 보유한 구형 패트리엇미사일(PAC-2)은 30km부터, 신형 패트리엇미사일(PAC-3 MSE, 개량형은 2023년까지 미국에서 도입 예정)은 40km부터 요격이 가능하다(목표물의 고도 기준)”며 “최근 북한 발사체의 고도가 30km 언저리에서 그보다 낮을 때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과거 스커드미사일과 비교할 때 요격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탄도미사일은 다층방어체계로서 고고도에서 못 막으면 저고도에서 막는 시스템인데, 그만큼 요격 기회가 줄어들게 되니 방어하기 까다로워진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반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실전 배치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도 실전 배치가 이뤄질 경우 위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의견에는 같은 입장을 보였다.
박 교수는 “북한의 이번 발사체는 방사포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미사일에 가까운, 사실상 독립된 하나의 미사일로 봐도 무방한 정도”라며 “우리가 미사일 방어체계(MD, Missile Defense)를 갖고 있지만, 초대형 방사포를 20초 간격으로 4발 쏠 수 있게 되면 MD로 막을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소형 핵탄두를 초대형 방사포에 장착해 쏘게 되면 정말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며 “여기에 지난해부터 북한이 선보인 이스칸데르미사일, 에이태킴스미사일,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까지 섞어 쏘게 되면 우리로서는 방어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전 배치되면 평택 주한미군기지 타격 가능
만약 이런 위력을 가진 초대형 방사포가 실전 배치될 경우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번에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위치와 방사포의 사거리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따져보면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초대형 방사포는 원산에서 동해 북동 방향으로 발사돼 35km 고도로 240km가량을 비행했다. 방향을 틀어 북동 방향이 아닌 남서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가정하면 평택 주한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까지 도달할 수 있다. 사거리를 30km가량 더 늘리면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우리 군의 전략무기 중 하나인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충북 청주 공군기지까지 타격 가능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군에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를 방어하고 요격할 만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만큼 빠르게 대비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우 위원은 “레이더 등 정찰자산이나 요격체계를 더 갖춰야 한다”며 “북한이 과거와 달리 고체연료를 달고 낮은 고도로 기습 발사가 가능하고 회피기동을 하는 등 방어가 까다로운 무기를 만들었으니 킬 체인(선제타격)은 어렵다. 대신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과거 스커드미사일 상대 개념에서 이스칸데르미사일이나 초대형 방사포 대응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어 “그러려면 국방비를 더 투입해야겠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북한의 신무기 타격이 어렵기 때문에 KAMD를 시급히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교수 역시 “감시정찰 자산을 확충하는 등 감시정찰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현재의 KAMD를 북한 신무기에 맞게 보강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계)와 연동해야 한다. 미국은 정찰위성을 보유하는 등 정찰 능력이 세계 최고인 데다 우리가 도입하기로 돼 있는 PAC-3 MSE 개량형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물론 3불 정책에 따라 중국에 ‘미국의 MD 체계에 편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현 상황에서 미국의 MD 체계와의 연동은 필수적”이라며 “그래야 북한 신무기에 대한 억지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04월호
[4·15 총선] 황교안·나경원·오세훈 ‘한강벨트’, 서울 수복 노린다
황교안 ‘수도권 험지 출마’ 깃발 세워...나경원·오세훈 ‘1호 공천’으로 완성
김용태·김태우·김웅, 서울 동서남북 ‘자객공천’으로 문재인 정권 겨냥
|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
| 황선중 기자 sunjay@newspim.com
4.15 총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공천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으로 예전에 비해 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통합당은 원내 제1당 탈환과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공천 작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통합당의 약세 지역인 수도권이다. 이 지역을 탈환하지 못하면 지난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 등 3연패(敗)에 이어 4연패를 할 수도 있다.
서울 수복의 필요성을 익히 알고 있는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여러 차례 “제일 중요한 지역은 말할 나위도 없이 서울과 수도권”이라며 “여기의 탈환작전, 전국적인 선거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 최대의 노력을 다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종로 황교안, 동작을 나경원, 광진을 오세훈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다. 황 대표가 직접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고, 김 위원장이 빠르게 공천을 확정하며 개혁 공천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황 대표의 험지 출마 선언에 통합당 중진들은 무더기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한 채 험지로 자리를 옮겼다.
황 대표의 상대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후보로 나섰다. 두 후보는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꾸준히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만큼 총선 패배는 향후 정치 행보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은 황 대표를 주축으로 거물급 인사를 서울 주요 지역에 공천했다. 소위 ‘한강벨트’를 형성해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꿰차겠다는 의도다. 이를 상징하듯 김형오 위원장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1호 공천’으로 확정 발표했다.
4선의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서울 동작을에 공천을 받고 출마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14년 재보궐 선거 때 동작을에서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 민주당에서는 이수진 전 판사를 전략 공천했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관련 의혹을 폭로했던 인물이다. 나 전 원내대표 역시 판사를 지냈다는 점에서 동작을에서는 ‘판사 대첩’이 펼쳐질 전망이다. 나 의원은 34회, 이 전 판사는 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다. 이곳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을 다진 곳이다. 통합당엔 대표적인 험지로 꼽힌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의 입’으로 활약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맞선다. 고 전 대변인은 정치적 재기를 그리는 오 전 시장을 꺾고 중앙정치 무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서남북 ‘자객공천’...文정권 ‘약한 고리’ 공략
통합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정공법과 함께 ‘자객공천’ 전략도 함께 병행했다. 서울 동·서·남·북 사방에 배치한 자객들을 활용해 총선에서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확고히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3선의 김용태 의원은 서울 구로을에 나선다. 구로을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내리 3선을 한 곳이다. 민주당 후보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겨냥한 공천이다.
최근 불출마 선언한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에는 청와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을 투입했다. 민주당에서 진성준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내세웠다.
서울 송파갑에는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전 검사가 나선다. 그는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개혁’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낸 인물로 유명하다.
김형오 위원장은 “종로의 황 대표를 중심으로 동쪽에 김웅, 서쪽에 김태우, 남쪽에 김용태, 이분들을 중심으로 정권심판론이 불붙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04월호
[4·15 총선] '원내 1당' 결정할 수도권 격전지 6곳 판세는
이낙연 대 황교안, 정치 1번지 종로서 단두대 매치
이용우 대 김현미, 고양을서 정치 영건들의 맞대결
|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4.15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도권 격전지 후보가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선거 결과를 보면 수도권은 대체로 범여권 지지세가 우세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결코 민심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야당인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기존 텃밭인 강남 3구를 넘어서서 경기도 및 강북 험지에 얼마나 깃발을 꽂는가에 따라 총선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현재 드러나는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미래통합당이 비례 전용 위성정당을 통해 20석 가까이를 챙겨놓고 출발할 것으로 보여 원내 1당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수도권 사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선주자 1위 굳히기 아니면 끝없는 미궁
정치 1번지 종로에서는 차기 대선주자 1, 2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대표가 맞붙는다. 이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총리 효과’의 후광이 옅어진다는 분석도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이기는 쪽은 단번에 대선주자 1위를 굳히지만 패배하는 쪽은 끝을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진다. 이번 총선 최고의 단두대 매치로 꼽히는 이유다.
여당 텃밭 중 하나로 꼽히는 광진을에서는 관록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문재인 청와대의 입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맞붙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다섯 번이나 승리를 안겨준 지역이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높은 인지도와 정책 능력을 장착하고 1년 이상 지역을 다져온 만큼 역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고 전 대변인이 그동안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는 것도 한계다. 반면 오 전 시장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떡값을 준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을 당한 것이 막판까지 변수가 될 수 있다.
통합당 얼굴마담 4선 나경원 의원의 맞상대로는 민주당 이수진 전 부장판사가 결정됐다. 동작을은 민주당 입장에선 매번 전략공천을 하고도 석패를 해야만 했던 ‘통곡의 벽’이다. 이번에도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전직 여성 판사의 대결로 압축됐다. 하지만 인지도 측면에서 격차가 커 나 의원의 질주를 이 전 판사가 따라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역의원 4명 붙는 ‘안양 동안을’
3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불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 고양정에서는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미 통합당 의원과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격돌한다. 그동안 진보 색채가 강했던 고양정이지만 김 의원은 타 지역 대비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점을 들어 정부의 ‘닥치고 신도시’ 정책을 막겠다며 벼르고 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는 5선을 노리는 신상진 의원과 윤영찬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소통수석이 대결한다. 중원구는 분당구가 분구된 이후 15~17대 총선에서 민주당계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곳이다. 이후 신 의원이 4선을 했지만 17대 국회와 19대 국회는 재보궐선거를 통해 입성했다. 신 의원의 우위를 주장하기 어려운 이유다. 신 의원은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윤 전 수석은 중원구의 낙후 책임을 물어 힘 있는 새 인물을 강조할 전망이다.
경기 안양 동안을은 한때 현역의원 4명이 한 자리를 놓고 다퉜지만 임재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빠지면서 3파전이 됐다. 그럼에도 최고 격전지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가 버티는 가운데 이재정 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출마한다. 안양 동안을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부촌으로 떠오른 평촌 신도시를 끼고 있다. 다만 ‘부촌=보수’ 공식이 통하는 곳은 아니다. 심 의원이 내리 5선을 지냈지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는 현 여권이 승리했다. 19대 대선에서 동안을 유권자의 44%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도 55%가량 득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