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수주 최소 1700억원 전망”
‘Z-스태킹·WIP 장비’ 시장 선점
전고체 배터리 소재 “1톤 생산 계획”
| 이나영 기자 nylee54@newspim.com
“올해 흑자 전환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통해 무리 없이 달성하겠다.”
최상국 하나기술 경영관리그룹 전무이사는 최근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확실한 실적 반등을 보여주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핵심은 신사업 개척과 기술력 강화다. 배터리 장비 강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디스플레이·소재 시장까지 발을 넓히며 실적 반등을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하나기술이 올해 디스플레이용 초박형강화유리(UTG·Ultra Thin Glass)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최근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폴더블 폰과 차량용 곡면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며 유리를 더 얇고 강하게, 더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UTG는 접거나 휘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의 핵심 소재로 기존 디스플레이용 커버글라스보다 더 높은 가공 기술력이 요구된다.
하나기술은 이 분야에서 열면취(Heat Edge Polishing)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강화유리(커버글라스) 가공 공정에서는 가장자리(엣지)를 물리적으로 연마하는 휠 가공 방식이 주로 쓰였다. 다만 이 방식은 가공 과정에서 미세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내구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나기술이 개발한 ‘열면취’ 기술은 유리를 고온에서 열처리해 연마 없이도 미세 균열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하나기술에 따르면, 기존 휠 가공 대비 내구성 개선 효과가 크고 곡면 처리까지 가능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UTG 가공에 최적화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최상국 하나기술 경영관리그룹 전무이사가 뉴스핌 월간 ANDA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최 전무는 “이미 독일 완성차 디스플레이 업체에 해당 장비를 공급해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았다”며 “최근에는 폴더블 폰용 UTG 가공 기술로 고객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스마트폰 커버글라스 시장은 아직도 휠 가공 중심이라서 하나기술의 열면취 기술이 기존 공법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중국·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관련 장비 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기술은 전고체 배터리 시대를 대비해 핵심 장비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생산 공정에 필요한 WIP(Warm Isostatic Press) 장비와 조립 공정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Z-스태킹(Stacking) 장비를 모두 확보했다.
지난해 하나기술은 2차전지 제조 공정 가운데 노칭 공정 후 양·음극을 분리막과 함께 부착해 적층(Stacking)된 셀 형태로 제작 및 조립하는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Z-스태킹 장비는 알파벳 ‘Z’ 형태의 스태킹 방식으로 분리막을 자르지 않고 양·음극을 번갈아 적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전무는 “600밀리미터(mm) 이상의 롱셀 기준으로 0.38초 수준의 택 타임(Takt time·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구현해 기존 경쟁사 대비 약 30% 빠른 속도를 실현했다”며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사 입장에서 투자비와 공간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머신 기능을 탑재해 장비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사전 예지보전(豫知保全)까지 가능하게 했다. 이에 이미 프랑스 고객사에 해당 장비를 양산형으로 공급했고, 국내외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용 ‘WIP 장비’로도 시장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WIP는 고체 전해질을 극판에 고온·고압으로 압착해 접착성을 높이는 장비다. 하나기술은 기존 공정이 가진 양산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단식 가압 방식과 인라인 연속 공정을 개발했다. 현재 분당 30개(pcs) 수준의 양산 속도를 구현하며, 국내외 주요 배터리 업체 파일럿 라인에 공급을 앞두고 있다.
최 전무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파일럿 라인에 장비를 공급하기도 했고, 국내 배터리 기업 및 해외 고객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WIP 장비는 전고체 배터리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장비인 만큼 글로벌 시장 선점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년까지 테스트를 진행한 후 본격적인 양산 라인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나기술은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을 직접 생산하는 데도 성공했다. 장비 기업이 직접 소재까지 사업을 확장한 것은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풀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재 하나기술은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을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개발까지 완료한 상태다.
최 전무는 “현재 월 30킬로그램(kg) 규모로 시험생산 중이고, 국내외 배터리 셀 업체들과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기존 경쟁사 대비 제조원가를 30~40% 절감한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고객사들로부터 샘플 요청이 많은 편이다. 내년에는 월 1톤(t) 이상 양산 체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기술은 올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과 신규 수주 확대를 동시에 노려 흑자 전환을 확신한다. 하나기술 WIP ‘HNP System for Solid State Battery’ 데모설비 사진. [사진=하나기술]
최 전무는 “작년부터 선제적으로 조직 슬림화와 고정비 절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올해는 국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 신규 수주에 나서면서 1700억~2000억원 규모의 수주가 예상된다”며 “올해는 단순히 흑자 전환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장비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 장비와 소재 사업의 수익 기여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2026년에는 전고체 장비와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목표로 공급망 다변화, 가공 내재화, 프로젝트 관리 고도화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