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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 삼성·미래에셋....선택은 S&P500 ETF

2025년 02월호

'양강' 삼성·미래에셋....선택은 S&P500 ETF

202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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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의 민족’에서 ‘해외주식 민족’으로 변신 중
부진한 한국보다 미국 주식 ETF 늘리려 안간힘
삼성 대표 ETF ‘코덱스200’에서 ‘S&P500’으로 바뀌나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의 ETF 시장은 지난 2년간 초고속 성장했다. 2023년에 순자산총액이 121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43조원 증가했다. 또 2024년 말 기준 173조원으로 전년 대비 52조원 증가해 ETF가 대세임을 입증했다. 한국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1위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금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양사 간 점유율이 매년 좁혀지고 있는 게 삼성운용의 고민거리다. 한국을 대표하는 코덱스200 ETF로 재미를 봐 왔던 삼성운용이지만 작년에는 미국 ETF 마케팅을 부쩍 강화했다. 3위 KB자산운용과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자산 증가세도 가파르다. 반면 ETF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 운용사들은 지금 고사 위기다.

ETF 시장의 급성장 배경은 뭘까. 똑똑해진 한국 투자자들이 펀드보다 훨씬 저렴한 ETF의 수수료와 편리성에 매료된 덕이다. 노후 대책의 핵심 수단인 퇴직연금, 연금저축, IRP, ISA 계좌 안에 ‘해외 ETF’ 편입 시의 높은 절세 혜택도 원인 중 하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사 ETF 홍보자료를 쏟아내는 운용사들의 광고 전략도 한몫했다.

‘채권의 민족’에서 ‘해외주식 민족’으로 변신?

재작년까지 한국 ETF 순자산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특징은 채권 투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다는 점. 하지만 작년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여전히 순자산 1위와 3위는 채권 관련 ETF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CD금리액티브(합성) ETF’가 9조1000억원으로 1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CD금리투자KIS(합성) ETF’는 6조3000억원으로 3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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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증가율로 따져보면 채권형보다 해외주식형 ETF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미국 증시의 폭발적 상승 때문이다. 미래에셋운용의 ‘타이거 미국S&P500 ETF’는 전년 대비 235% 증가한 7조3000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타이거 미국테크TOP10 INDXX ETF’도 97% 증가한 3조2000억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건 삼성운용의 ‘코덱스 미국S&P500TR ETF’다. 무려 417% 급증해 3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간판 격인 삼성운용의 ‘코덱스200 ETF’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5조5000억원으로 부진했다. 상위 10개 상품 중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상품이 각각 5개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한국 오르면 삼성 유리, 미국 오르면 미래에셋 유리

정리해 보면 작년 한국 상장 ETF 시장은 ‘해외주식 ETF’의 급성장과 ‘국내주식 ETF’의 침체로 요약된다. ETF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운용과 2위인 미래에셋운용 간에도 이 영향으로 희비가 갈렸다. 상대적으로 해외주식 ETF 비중이 높았던 미래에셋운용의 판정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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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은 국내주식 ETF에 강하다. 삼성운용의 한국 관련 상위 8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16조1000억원이다. 반면 해외 관련 상위 8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8조원에 불과하다. 국내주식형이 해외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나마 이것도 많이 완화된 숫자다. 2023년에는 국내주식형이 해외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이렇게 한국 주식 비중이 높으면 작년과 같이 한국 주식이 약세일 때 타격이 크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미국 S&P500 지수나 나스닥100 지수는 미국 증시 활황으로 폭풍 성장했다. 운용사들이 신규 ETF 상품을 개발할 때 투자자들의 선호도도 따져봐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하는 국가를 선점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에셋운용은 삼성운용과 달리 국내보다 해외주식형 ETF에 강점이 있다. 미래에셋운용의 한국 관련 상위 8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7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해외 관련 상위 8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23조1000억원에 달한다. 삼성과는 반대로 국내주식형보다 해외주식형이 3배 이상 많다.

따라서 미국 증시가 상승하고 한국 증시가 하락하면 미래에셋과 삼성 간 점유율 격차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누리는 구조다. 작년에 미래에셋은 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래에셋은 가만히 있어도 미국 지수 상승에 힘입어 ETF의 순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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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삼성의 결단...수수료 파괴로 절반의 성공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면서 국내주식 ETF에 강한 삼성자산운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해외 비중을 높이기 위한 파격적인 전략을 선보였다. 작년 4월부터 핵심 4종의 해외주식 ETF 총 보수를 기존 연 0.05%에서 0.0099%로 낮췄다. △KODEX 미국S&P500TR △KODEX 미국나스닥100TR △KODEX 미국S&P500(H) △KODEX 미국나스닥100(H) ETF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이 미래에셋에 비해 순자산총액에서 열세를 보이는 미국 대표 지수 ETF 상품들이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삼성자산운용의 미국 대표 지수 ETF 상품들의 총 보수(0.0099%)는 미래에셋자산운용(0.07%)의 7분의 1 미만으로 낮아졌다. 과거에도 비싸지 않았던 0.05%의 총 보수가 이제는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간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4월 수수료 인하 당시 나머지 운용사들의 반발은 극심했다. 업계 1위가 수수료 경쟁을 하면 중소형사에 너무 타격이 크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점유율 1위를 지켜내야 하는 삼성의 입장도 절박했다. 마케팅 측면에서 봐도 낮은 수수료 전략은 점유율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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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의 수수료 인하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2024년 말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간판 격인 ‘TIGER 미국S&P500 ETF’는 1년 전보다 5조1000억원 증가한 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또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는 1조9000억원 증가한 4조5000억원에 달했다. 각각 235%, 74% 증가한 수치다.

반면 삼성운용의 ‘KODEX 미국S&P500TR ETF’의 현재 잔고는 1년 전보다 2조8000억원 증가한 3조5000억원이다. 증가한 자산 규모는 미래에셋에 못 미치지만 증가율은 417%로 미래에셋의 196%보다 훨씬 높다. ‘KODEX 미국나스닥100TR ETF’도 1년 전보다 1조2000억원 증가한 1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증가율은 196%로 미래에셋의 74%보다 높다.

미래에셋운용이 해외주식형 ETF의 절대 강자임을 감안하면 삼성 입장에서도 선전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대세로 떠오른 미국 다우존스 월배당 ETF 상품 등에 삼성이 경쟁사보다 늦게 뛰어든 것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절반의 성공이다. 여전히 해외주식 ETF 순자산 규모는 삼성운용보다 미래에셋운용이 더 크다.

1위 지켜야 하는 삼성...추격하는 미래에셋

2024년 11월 말 기준 1위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38.1%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점유율 36.5%와 비교하면 격차가 1.6%포인트(p) 차이로 확 좁혀졌다. 2023년 말에는 3.4%p 차이였다. 삼성자산운용은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40%가 붕괴된 데다 매년 미래에셋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1위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은 ETF사업부문장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지난해 12월 6일에 박명제 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를 ETF사업부문장에 새로 선임했다. 기존 ETF사업부문장이 선임된 지 1년 만이다. 박명제 전 대표는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ETF 세일즈를 담당했던 ETF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ETF 전쟁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도 ETF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ETF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블랙록과 뱅가드의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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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인 블랙록의 시장점유율은 6년 전인 2018년에는 40%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 6년간 점유율이 꾸준히 감소해 2024년 12월 기준으로는 30.6%까지 낮아졌다. 반면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삼은 뱅가드의 ETF 점유율은 28.7%까지 꾸준히 상승해 왔다. 블랙록과의 격차는 이제 1.9%p에 불과하다.

그나마 2024년 2월에 가장 인기가 뜨거웠던 비트코인 현물 ETF를 블랙록이 출시했음에도 뱅가드는 아예 포기했다. 따라서 블랙록이 약 80조원의 이득을 봤는데도 이 정도다. 한국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국 1위인 블랙록은 과연 끝까지 현재의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어쨌든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도 대만족이다. 운용사 간 수수료 인하 전쟁으로 한국 투자자들은 더욱 낮은 수수료로 미국의 지수형 ETF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2025년에는 삼성과 미래에셋이 어떤 전략으로 점유율 전쟁을 벌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에서 ETF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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