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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조선 동맹' 가시화...韓中 관계 새 뇌관 되나

2025년 02월호

한미 '조선 동맹' 가시화...韓中 관계 새 뇌관 되나

2025년 02월호

|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ys1744@newspim.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12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후 우리나라 대통령과 처음으로 통화를 한 것이었다. 통화 시간은 12분, 각자 통역 시간을 감안한다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분야에 대해 앞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과 이야기를 이어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아직 한미 양국 간 조선 산업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가 표명된 만큼 추후 양국은 실무 협상을 통해 조선 산업의 협력을 이뤄낼 것이며, ‘한미 조선(造船) 동맹’ 수준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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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중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오른쪽)과 산둥함이 공동으로 항모 편대를 전개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한미 조선 협력은 방산 협력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여러 가지 협력안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 가능 분야로는 △에너지 수송 선박 △첨단기술 선박 △방위 산업 등 세 가지가 거론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 중 하나로서 많은 LNG 운반선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LNG 선박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어 양국의 협력은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나 자율 운항 선박 등 첨단기술 선박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 이는 한국의 조선 경쟁력에 미국의 소재 및 AI 기술이 결합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방위 산업 협력이 가능하다. 미국은 군함, 항공모함, 잠수함 건조가 필요하지만 미국에서 건조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과 협력한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방위 산업 협력이 가장 절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운반선이나 첨단기술 선박 협력의 경우는 장관급 소통으로도 가능하지만 방위 산업 협력은 국가 정상급 차원의 소통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만큼 미국의 한국과의 조선 산업 협력은 방위 산업에 무게를 뒀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한미 조선 협력은 ‘조선 동맹’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군사용 선박 건조에는 핵심 기술과 설계가 포함되며, 이는 군사 기밀로 분류된다. 특히 잠수함 기술 중 음향감쇄 기술이나 추진동력 기술은 극도로 민감한 보안 사항인 만큼 외주 건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미국이 설계와 핵심 기술을 담당하고, 한국에는 대형 블록 건조 및 조립 등 일부 공정만 맡기는 방식으로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한국의 조선소가 미국 군함의 정비와 개조를 담당하는 유지·보수 거점이 될 수 있다. 고부가가치가 아닌 물자보급함 등 저부가가치 군함을 한국이 외주 제작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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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인 산둥함 갑판에 전투기들이 주기해 있다. [사진=중국 해군 공식계정]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한미 조선 동맹

한미 양국의 조선 산업 협력은 중국에 경제적 영향을 주고, ‘조선 동맹’이 이뤄진다면 안보 분야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미 조선 협력은 한국의 조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으며, 한국의 기술 경쟁력 강화는 중국 조선업계엔 악재로 작용한다. 중국 정부는 조선 산업 기술력 강화를 위해 더욱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중국의 조선업체들 역시 연구개발(R&D)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한미 조선 협력이 한발 더 나아가 방위 산업 분야에서의 ‘조선 동맹’으로 나아가는 경우 중국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조선 동맹이 미국 해군력 강화로 이어지고 미국이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전략적 우위를 더욱 높인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해양 전략적 이익이 저해되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 외교 채널을 통해 엄중한 교섭을 제기하고 우려를 표명하며 나아가 ‘중국을 겨냥한 조선 동맹’이라며 비판을 해올 수 있다. 특히 이를 ‘중국 포위 전략’의 일부로 규정한다면 중국 내에는 강한 반한 감정이 촉발될 수 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해 한미 조선 동맹에 맞대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이를 계기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밀착된다면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관리되지 못할 경우 자칫 역내 긴장 고조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 중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한미 조선 동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해군력, 중국에 양적 열세

미국이 우리나라와 조선 동맹을 맺길 원하는 이유는 중국의 해군력 부상에 있다. 미국의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6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운영 중인 전함은 234척으로 미국의 219척보다 많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의 조선업은 미국의 약 230배이며, 중국은 전장에서 손상된 함정을 더 빨리 수리하고 대체 함정을 더 빨리 건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양국의 해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다.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대만과 보조를 맞추고 있고, 남중국해에서는 필리핀과 함께 중국에 맞서고 있다.

중국의 해군력 부상은 이 지역에서의 미국 영향력 약화로 이어진다.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해군력 강화가 필요하며, 이는 결국 강한 조선 산업을 필요로 한다. 단기간에 조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한국의 조선 산업 경쟁력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군사력 확충을 위해서는 배후에 강한 군수산업이 필요하다. 중국의 해군 경쟁력이 강해진 것 역시 중국의 조선업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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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건조한 푸젠함이 시험운항을 하고 있다. 푸젠함은 전자기 캐터펄트를 갖추고 있으며, 올해 정식 취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이미 글로벌 강자로 부상한 중국 조선업

중국은 이미 글로벌 조선 강국으로 올라섰다. 2019년 한국 조선업의 세계 수주 점유율(CGT 기준, 표준선 환산 톤수)은 31%로 중국의 37%보다 소폭 낮았다. 당시 일본의 점유율은 17%로 한중일 3국이 세계 시장의 85%를 점유했다.

하지만 격차는 5년 만에 크게 벌어졌다. 중국 해운 전문 조사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중국은 2820만 CGT를 수주해 세계 수주 점유율 67%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820만 CGT로 20%, 일본은 180만 CGT로 4%에 불과했다.

중국은 중저가 선박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독식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주하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경우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이 45%까지 올라갔으며,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역시 48%에 달했다. 유조선(74%), 컨테이너선(88%), 벌크선(80%), 자동차 운반선(83%) 등에서 중국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선박 수출액과 대당 수출단가 역시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11월 누적 선박 수출물량은 5267대로 전년 대비 22.9%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선박 수출액은 398억달러로 전년 대비 63.6% 증가했다. 물량 증가율에 비해 수출액 증가율이 3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중국의 조선 산업은 우리나라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데 이어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을 흔들 정도의 영향력까지 지니게 됐다. 이에 더해 향후 한중 관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 베이징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의 조선 산업 협력 수위에 따라 한중 관계에 파동이 발생할 것”이라며 “향후 자칫 상황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는다면 한중 관계에 거대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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