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비중 92% 압도적...AI 주식 폭등
비트코인보다 더 오른 알트코인...리플·도지 대박
미국 주식 있냐 없냐로 자산 격차 크게 벌어져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투자의 세계에서 1년은 길고도 긴 시간이다. 작년 초에 미국주식과 비트코인의 대폭등, 한국주식의 부진을 정확히 예측해 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2024년의 자산시장은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한국주식에 투자한 1416만명은 좌절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24년 주요 자산 중 수익률 1위는?
수익률을 월 단위로만 보면 큰 흐름이 잘 안 보인다. 가끔은 연 단위의 긴 호흡으로도 살펴봐야 한다. 또 자신에게 익숙한 자산군에만 너무 집중하면 전반적인 자산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놓칠 위험이 있다. 2024년에 한국인이 접근할 수 있었던 주요 투자자산의 연간 수익률 순위를 살펴보면 의외의 결과가 많다.
2024년에 비트코인은 128%라는 압도적인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2년 수익률은 483%로 더 경이롭다. 2위는 29%의 수익률로 ‘금’이 차지했다. 금 수익률이 나스닥 지수 수익률을 이긴 건 이례적이다. 하지만 2년 누적수익률은 47%에 그쳐 2년 기준으로는 나스닥 지수 수익률에 크게 못 미친다. 3위는 미국 핵심 기술주가 몰려 있는 나스닥 지수로 28%를 기록했다. 2년 누적수익률은 무려 84%다. 4위를 차지한 미국 S&P500 지수도 2024년에 26%, 2년 누적으로는 57%라는 만만치 않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5위는 4년간 부진했던 홍콩 H지수가 오랜만에 20%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결론적으로 지난 2년간은 비트코인과 나스닥 지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쪽의 투자자산 비중을 높였던 한국인들은 2년간 상당 폭의 자산 상승을 누렸다. 인플레이션을 훨씬 뛰어넘는 탁월한 성과다. 이 2년간 본인의 순자산을 2배 이상으로 늘리는 데 성공한 투자자도 상당수 존재한다.
한국주식 주요 자산 수익률 꼴찌...탈출은 지능 순?
반면 한국주식 투자자들에게 2024년은 상당히 우울한 한 해였다. 코스닥 지수는 20개 주요 자산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이 글로벌 활황장에 홀로 -22%다. 한국 코스피 지수도 뒤에서 두 번째인 19위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8%다. 한국주식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탄핵 이슈까지 겹쳐 12월이 포함된 수익률은 더 최악이다.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유가도 마이너스다. WTI원유 선물은 68달러로 2024년에 -5%를 기록했다. 2년 누적수익률도 -15%로 상당히 부진하다. 원자재 상품에 장기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또 대표적인 미국 장기 국채 ETF인 TLH ETF(미 국채 10~20년물)도 0%대의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는 주거용과 상업용의 차별화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지수 중 하나인 ‘그린 스트리트 CPPI’는 122.5포인트로 고작 1%의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2년 누적수익률은 -9%로 더 심각하다. 유럽 상업용 부동산 지수 역시 2024년 수익률은 1%에 그쳤다. 2년 누적수익률은 -10%다. 반면 미국 전국주택가격지수(케이스-실러 지수)는 2024년에 3%, 2년 누적으로는 9%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도심 핵심지 수익률은 훨씬 더 높다. 재택근무 활성화와 은퇴인구 증가로 상업용과 주거용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게 특정적이다.
한국은 서울 아파트와 전국 아파트의 온도차가 크다. 서울 아파트 지수는 2024년에 4% 상승했지만 전국 아파트 지수는 0%대 수익률로 양극화가 극심하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격차가 크다. 강남지역 초고가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다. 반면 서울 핵심지를 벗어난 지역은 여전히 전고점보다 훨씬 밑이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주식 투자자 1400만명 시대...수익률은?
한국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얼마나 될까. 한국예탁결제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1416만명이다. 4년 전인 2019년만 해도 612만명에 불과했다. 4년 만에 주식투자 인구가 131% 급증한 셈이다. 투자의 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한국주식을 매수했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5년간 한국증시에 무려 167조원을 쏟아부었다. 엄청난 규모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한국증시에서 45조원을, 기관투자자는 101조원을 순매도했다. 이 엄청난 매도물량을 모두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받아준 꼴이다.
2023년부터 외국인이 한국시장에서의 매도 공세를 멈추고 2년간 18조원의 순매수로 돌아선 게 특징적이다. 한국 개인투자자의 경우 지난 3년간의 활발한 매수세가 2023년부터는 확 꺾였다. 이유는 심각하게 부진한 수익률 때문이다. 금투세는 간신히 피했지만 2024년 글로벌 증시가 활황이었음에도 한국 상장 시총 상위 5개 종목 중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플러스를 기록한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도 미국주식과 비교하면 수익률 격차가 크다. 투자자들이 한국 대신 미국증시로 대거 몰려가는 이유다.
미국주식 149조원 보유...중국은 버렸다?
한국 투자자들은 지지부진한 한국주식 대신 해외주식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한국인의 2022년 말 기준 해외주식 보유금액은 78조원이었다. 하지만 2024에는 큰 폭의 주가 상승과 추가 매수에 힘입어 11월 말 기준 2배 이상 급증한 162조원을 기록했다.
그중 미국주식 보유금액이 149조원으로 압도적이다. 해외주식 전체 비중에서 92%가 미국주식이다. 대신 장기간 수익률이 부진했던 중국+홍콩 주식 보유 비중은 2022년의 7%에서 2024년에는 2%로 뚝 떨어졌다. 한국인의 해외주식 투자 실력은 뛰어나다.
빅7 미국 테크 주식 대폭등...투자자 함박웃음
서학개미들의 미국주식 사랑은 진심이다. 한국인들의 해외주식 보유 상위 11개 종목은 단 1개의 예외도 없이 모두 미국주식이다. 보유순위 1위는 테슬라로 무려 27조6000억원을 보유 중이다. 2024년 수익률은 39%다. 트럼프 당선 후의 기록적인 주가 폭등에 비하면 11월 말 기준 연간 수익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보유순위 2위는 엔비디아로 18조1000억원을 보유 중이다. 2023년에 많이 올랐음에도 2024년에 추가로 179%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보유순위 3위인 애플과 4위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24%와 13%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인 보유 상위 11개 해외주식 중 가장 상승률이 높은 주식은 보유순위 7위를 기록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수익률이 무려 513%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과거 IT 회사였으나 지금은 사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에 집중 투자하는 비트코인 레버리지 투자회사로 변신한 곳이다. 작년의 비트코인 폭등 수혜를 고스란히 받았다.
한국에 상장된 시총 상위 5개 종목과 비교해 보면 수익률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한국인들이 한국증시를 떠나는 이유는 합리적이다. 그런데 2024년에 미국주식보다 더 수익률이 뜨거웠던 투자자산이 있다. 바로 암호화폐다.
2024년 암호화폐 수익률이 빅테크보다 더 좋아
2024년 4월 19일은 비트코인 4차 반감기였다. 역사적으로 반감기 후 6개월 뒤부터 수익률이 좋아지는데 2024년에도 예외 없이 비트코인은 상승했다. 한국인은 2024년 6월 말 기준 비트코인을 20조6000억원어치 보유 중이다. 연초 대비 11월 말 기준 수익률은 무려 128%다. 작년에 암호화폐로 돈 번 한국인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인 보유순위 2위인 이더리움의 수익률은 62%로 비트코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2024년에도 비트코인 반감기가 본격화되면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코인)의 상승률이 더 높다는 과거의 법칙이 어김없이 적용됐다.
한국인 보유순위 3위인 리플은 글로벌 평균보다 한국인의 보유금액이 10배 가까이 많다. 2024년에 리플은 11월 말까지 216% 폭등했다. 추가로 12월 들어서도 계속 폭등해 수익률이 300%를 돌파한 상태다.
한국인 보유순위 4위인 도지코인도 2024년에 372% 폭등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선호하는 영향이 크다. 올해 머스크는 트럼프 선거에 올인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트럼프 정부 조직에서 중책을 맡음에 따라 기대감으로 테슬라와 도지코인 모두 폭등 중이다.
그 외에도 이더리움클래식, 솔라나, 시바이누, 비트코인캐시, 에이다, 스택스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알트코인 대부분이 100% 이상 상승했다. 2024년만큼은 주요 암호화폐 상승률이 미국 빅테크 주식의 수익률을 뛰어넘었다.
문제는 미국주식과 암호화폐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테슬라, 엔비디아, 비트코인을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 간의 자산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만약 한국주식에 투자했다면 거꾸로 손실을 봤을 가능성마저 있다.
미국주식과 암호화폐로 인해 지난 2020년에 이어 일명 ‘벼락거지 시즌2’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까지 감안하면 이제 해외주식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2025년에는 더 심각한 양극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자산시장의 변화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2025년에도 인공지능과 비트코인이 주도?
2025년에 미국과 한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이 경우 기업의 차입비용 감소와 투자환경 개선으로 연결된다. 특히 기술주 및 성장주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부진했던 미국 상업용 부동산과 채권 가격의 반등도 예상된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인공지능(AI) 관련 주식과 미국 빅테크 주식 투자자들이 재테크 시장에서 승리했다. 2025년에도 이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챗GPT가 주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가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엄청난 기회가 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공지능 활용이 늘어나면서 여러 섹터의 미국주식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과 2024년이 인공지능의 도입기였다면 2025년은 인공지능의 개화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미국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지난 2년간 너무 많이 올랐다는 사실이다. 2025년에 역사적 최고점을 달성한 이후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도 유망하다. 2024년 11월 말 기준 비트코인은 128% 폭등했다. 12월에는 심리적 장벽인 10만달러마저 돌파했다. 이제 시작이다. 과거 반감기 사이클상 예상되는 고점 시기는 2025년 9월이다. 따라서 올해도 상반기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親)암호화폐 성향으로 알려진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한 것도 호재다. 폴 앳킨스는 취임 이후 암호화폐 시장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 스스로 ‘암호화폐 대통령’이라 칭할 정도로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점도 호재다. 심지어 2024년 7월에 공화당 소속 신시아 러비스 상원의원은 ‘비트코인 비축 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향후 5년간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100만개를 매입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렇게 호재 가득한 암호화폐 시장이지만 조심할 점도 있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은 반감기로부터 18개월 경과 시점에 최고점을 찍고 나면 큰 폭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이번 4번째 반감기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올 4분기에 암호화폐 시장이 큰 폭 하락할 수 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주식 저평가 영역 진입...2025년 반등 기대
한국주식은 2024년에 두 가지 악재로 크게 휘청였다. 첫 번째 악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다. 한국에 보편적 관세가 부과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수출 중심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악재다. 한국의 정치 지형이 크게 불안정해지면서 한국 원화와 주가가 모두 큰 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12월 9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2400포인트마저 무너졌다. 2024년 초의 2655포인트에서 10% 이상 하락한 수치다. 환율도 1430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과거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벤트나 2016년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당시에도 주가가 폭락했지만 일정 시점 후에는 다시 큰 폭의 반등이 진행된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역발상의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환율 약세가 지속되면 낙폭이 과다했던 한국 수출주들은 오히려 수혜를 보게 된다. 2025년에는 대형 수출주의 반등 가능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 최고의 호재는 낙폭 과대였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