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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핵 군축협상 가능성” 트럼프 재집권 맞는 김정은의 승부수

2025년 01월호

“北·美, 핵 군축협상 가능성” 트럼프 재집권 맞는 김정은의 승부수

2025년 01월호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김정은 집권 2년을 맞은 지난 2013년 12월 평양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27살 나이에 아버지 김정일의 뒤를 이어 북한 최고지도자에 등극한 김정은이 권력 맛을 알게 되면서 군부와 노동당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숙청을 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리의 국방장관 격인 인민무력부장이나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모두가 군부 원로로 꼽힐 정도의 경륜 있는 인사들이었다. 노동당의 부총리급, 장관급 인물들도 ‘회의 시간에 졸았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이유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대부분 공개처형 방식으로 가족과 친지, 조직의 수하들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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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1년 12월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 참석해 운구차를 이끌고 있다. 김정은 뒤편이 고모부인 장성택.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트럼프에 “장성택 처형 후 시신 전시” 언급도

숙청과 처형의 정점을 찍은 건 고모부 장성택에 대한 사형 판결과 집행이다. 반역죄를 씌워 긴급 체포한 뒤 ‘만고역적’ 등 비판 여론을 조성하고 국가보위부 특별재판을 거치는 형식상의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사형 판결이 이뤄진 즉시 처형하는 전격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고사총으로 시신 수습이 어렵게 만들었다는 등의 설이 흘러나왔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장성택을 처형한 뒤 목을 잘라 자신의 집무실 계단에 놓아두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간부들이 보고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트럼프가 전한 김정은의 언급 내용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는 “고모부도 저렇게 무참하게 죽이는데 우리 같은 사람은 파리 목숨”이라며 숨을 죽이는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본보기식 처형이나 공포 분위기 조성을 통해 권력 기반을 다지는 김정은의 통치술이 어느 정도 먹힌 듯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평양 권력 내부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고 한다. 한 해를 결산하는 노동당 전원회의로 각 부처나 기관·기업소 등이 전전긍긍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성택 처형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것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게 탈북 고위 인사들의 전언이다.

2025년 새해를 맞으면서 이런 기류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건 북한 내부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식량 문제 등 경제난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체제 이반이 점점 심해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게 대북 전문매체의 보도다. 김정은이 지시하거나 대내외에 공언한 사업들이 잇달아 차질을 빚는 점도 노동당과 군부 간부들의 속을 새카맣게 타들어 가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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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월 하순 함경남도 신포시 풍어동지구 ‘신포시 바닷가 양식사업소’(신포양식장) 건설장을 방문해 노동당 간부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정찰위성 3기 발사’ 공언하고 한 발도 못 쏴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그 가운데 대표적이다. 2024년 모두 3기의 위성을 쏘아올릴 것이라고 김정은이 공개연설을 통해 주민들에게 밝혔지만 단 하나도 발사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말 그대로 수령의 권위 실추이고 리더십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김정은의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경제 문제는 사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핵 개발을 추진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미사일 도발을 지속해온 데 따른 결과다. 대북 제재와 이에 따른 경제 고립은 주민들의 고통뿐 아니라 북한 체제 전체의 경제적 낙후로 귀결됐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그 책임을 노동당과 내각의 간부들에게 덮어씌우면서 자신은 엘리트와 주민의 불만으로부터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노동당 총비서를 겸한 김정은은 경제 문제를 내각에 맡기는 듯한 모습을 취해 왔다. 전문관료인 김덕훈을 총리에 앉히면서 상당한 권한을 주었고 노동당과 군부의 입김에서 벗어난 경제정책 추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덕훈이 언젠가는 경제난의 책임을 떠안는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김덕훈은 태풍으로 인한 수해 발생이나 농작물 피해 등의 책임을 떠안으면서 김정은으로부터 거센 공개비판을 받았다. 이 내용은 노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평양에서 멀지 않은 해안도시인 남포 인근 안석간석지 제방 붕괴 현장을 찾은 김정은은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정은의 분노는 극에 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제방 붕괴 현장 등을 돌아본 뒤 “이번 피해는 결코 자연재해 현상으로 인한 악재가 아니라 철두철미 건달꾼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에 의한 인재(人災)”라면서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경종을 경종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지적 저능아들, 인민의 생명·재산 안전을 외면하는 관료배들, 당과 혁명 앞에 지닌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규율조사부, 국가검열위원회와 중앙검찰소가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하여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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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말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 수해 현장을 고무보트로 돌아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상황 꼬이면 또 희생양 만들 가능성

이런 질타는 전례 없이 강도가 높고 간부들의 무능과 부패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처형이나 숙청 등의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란 걸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김정은은 후계자 시절이던 2009년 11월 화폐개혁 실패의 문책 차원에서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을 처형했다. 주민들의 장롱 속 달러를 끌어모아 경제를 살리려는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했지만 장마당에서 현금 동원력을 거머쥔 ‘돈주’들의 반발 등으로 여의치 않자 박남기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결국 박남기는 본보기식 처형을 당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김정은에게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박남기가 쓰인 것이다.

집권 이후에도 김정은은 총리에게 경제 권한을 전적으로 넘겨주는 듯해 보이지만 결국 최고지도자의 민생 실패 부담을 떠맡는 희생양으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총리뿐 아니라 다른 고위 간부들에게도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다. 김정은이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 경제 문제 등 주민 불만을 떠안을 방패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장성택 처형 때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것이다. 김정은은 장성택에 이어 이복형 김정남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살하면서 북한 내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바 있다.

김 씨 일가에 의한 북한의 절대권력 체제는 8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으로 인해 노동당과 내각·군부의 간부들은 절대복종이나 충성이 아니면 곧 죽음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고 체제에 저항하거나 모반을 꿈꾸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돼버린 것이다. 북한 체제가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변화나 개혁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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