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으로 금융·외환시장 혼란...정부 ‘시장 개입 자제’ 포기
달러/원 환율 1400원 돌파...시장에선 1420원선 1차 저항 받을 것
“한 달간 1340~1420원에서 높은 변동성” 예상...1450원 상단 열려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정부가 지난 11월 8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수출입은행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대통령 선거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주요 결과 및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논의했다. 거시경제금융회의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금융·외환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처음 내놨다.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접은 것이다. 정부의 관계 기관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 대상도 ‘중동’에 한정돼 왔지만, 이날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 개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이 전해진 후에는 미국 3대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도 상승했다. ‘킹달러’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혼란에 정부가 ‘시장 불개입’ 원칙을 공개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그동안 중동 상황 중심으로 운영한 관계 기관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를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 개편한다”며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연준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이 보다 중립적 기조로 가는 경로에 있다고 언급하며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면서 “중동,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향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부총리는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관계 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컴백으로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선 달러/원 환율이 1420원 선에서 1차 저항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145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1월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5.80원 오른 1402.00원에 개장하며 1400원 선이 뚫렸다. 개장가가 14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22년 11월 7일(1411.00원) 이후 2년 만이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 야간 거래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1404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 관세 부과,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등이 ‘강달러’ 요인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10월 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3.99로 9월 말 대비 3.6% 상승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26일 미국 워싱턴 DC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관심은 1400원을 돌파한 달러/원 환율이 어느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냐다. 시장에선 미국의 새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에다 한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원화 약세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레벨 수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1420원이 1차 저항선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1400원은 외환 당국이 개입하는 마지노선이다. 지난 4월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자 외환당국이 즉각 개입했고, 6월에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구두개입해 1400원대 진입을 막았다.
진옥희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시 잔존한 정책 불확실성 경계감으로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달러/원 환율은 향후 한 달간 1340~1420원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달러/원과 달러 인덱스 간 괴리가 커져 레벨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달러/원 환율이 1420원 부근에서 저항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으로 달러/원 상승 속도와 폭은 제한될 것이며 연말까지 점차 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봤다.
당분간 환율이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단기고점을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달러/원 환율이 145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