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 등 한미 군사동맹에 맞대응하는 북러 군사동맹 형성으로 한반도 군사·안보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무모한 파병 도박’이 향후 남북 관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한미 군사동맹에 크고작은 시련을 가져올지, 아니면 남북미러 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지 변수가 산적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1일 러시아에 파병될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특수부대의 특수전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국가정보원]
김정은 ‘무모한 파병 도박’ 국제사회 여파 촉각
북한군의 러시아 대규모 파병은 올해 6월 19일 평양을 전격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28년 만에 전격 동맹관계 복원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러 정상은 한국전쟁 직후의 혈맹에 준하는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북러 간의 군사·안보 협력이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 한미 군사동맹 대 북러 군사동맹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당장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병력과 무기, 전쟁 물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으로부터 특수부대를 비롯한 병력과 함께 각종 포탄, 미사일 등 무기체계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공동 언론발표에서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게 골자”라고 밝혔다. 북한과 옛 소련이 1961년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조·소 동맹조약)’에 포함됐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북러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 사실상 복원
28년 만의 북러 동맹 복원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미 군사동맹처럼 북러가 상대방의 유사시 군사적 지원을 하겠다는 명시적 확약이다. 지난해 북한의 ‘7.27 전승절’ 열병식에 러시아 국방장관을 포함한 군사대표단이 북한을 찾아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이후 실무협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고 한국군 당국은 평가했다. 특히 2023년 9월 12일부터 17일까지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 분야를 포함한 전방위적 협력을 논의했다고 한국군 당국은 설명한 바 있다.
한미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하고도 장기적인 전방위 대북 제재를 버텨온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군사·경제·외교 관계를 전략적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푸틴의 지난 6월 방북은 대놓고 북한을 군사적·기술적·안보적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것을 공개적·상징적으로 과시하는 행보가 됐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도 대규모 부대를 파병하면서 북러 간 군사협력이 가시화·현실화되고 있다. 한미 군사동맹은 물론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은 10월 31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란 듯이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군사동맹 러시아’ 든든한 뒷배 생겨”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병력과 무기체계의 실전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실제 전장에서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 무기체계들을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을 비롯해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600mm 대구경 방사포 KN-25 등 신형 전술유도 무기와 개량형 무기체계,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러 간 병력과 기술, 무기체계 지원이나 제공이 이뤄질 경우, 단순히 병력과 무기·장비만이 아니라 기술진과 운용·유지·보수 인력까지 함께 가게 되므로 군사·안보의 협력 수준은 더욱 격상되고 밀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에 실질적이고도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단급 병력 파병만으로도 우크라이나전 전세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러시아 점령지역 유지나 추가 점령, 향후 전세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의 ‘핵전력+재래식 전력’ 통합 억제에 대응한 북러의 억제라는 구도로 나아갈 수도 있어 한반도 전략적 대치 구도에 심대한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사전에 파병 사실을 중국에 알리고 양해를 구했는지, 구하지 않았다면 북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정은이 군사동맹으로서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겨 더욱 과감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병력 이동을 위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 청진과 함흥, 무수단 인근 해역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북러 연합 군사훈련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남북미러 간의 군사동맹과 관계 모색에 따라 러우 전쟁과 남북 관계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세계 안보 지형과 한반도 정세에 보다 치밀한 전략과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