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직업 전환·기술 트렌드 변화에 집중”
“최상의 직업체험 공간 구현...경쟁력 키울 것”
|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
“한국잡월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지 말고 민간기업과 협력해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이병균 한국잡월드 이사장은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국잡월드 이사장실에서 뉴스핌 월간ANDA와 인터뷰를 갖고 잡월드의 위기와 변화 필요성을 줄곧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 출몰에 따른 비대면 활동 증가, 최근 의도치 않게 발생한 노란버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고객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또한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고객층인 아동과 청소년이 줄어들면 잡월드 운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위기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들었다.
특히 이 이사장은 “공공기관이 갖는 한계성 때문에 시설 투자에 제한이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언급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직업체험관은 거대 자본이 투입돼 최신 시설과 쾌적한 환경을 갖춘 반면, 잡월드는 한정된 정부 재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다 보니 경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이사장은 공공기관이 갖는 약점을 핑계 삼아 현재에 안주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을 부단히 설파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안을 찾아내고, 부족한 재원은 민간 기업과 협력해 보완하면 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운영 철학이다.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것도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축구장 크기 약 11배에 이르는 넓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잡월드가 갖는 최대 강점으로 손꼽힌다. 이 이사장은 “잡월드 대지면적만 8만m², 건축면적은 1만6000m²에 이른다”면서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면 온 가족이 24시간 이용 가능한 편의시설을 갖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 부담을 대폭 낮춘 데 대한 고객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민간이 운영하는 직업체험관의 1인당 하루 이용 요금은 6만~7만원 선에 이르지만, 잡월드는 1인당 2만원도 안 되는 요금으로 온종일 즐길 수 있다. 4인 가구 가족이 하루종일 놀다 와도 10만원이면 충분하다.
이 이사장은 “민간이 운영하는 직업체험관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요금이 비싼 편이지만, 잡월드는 공공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요금이 매우 저렴한 편”이라며 “정부 지원을 통해 공익적 목적으로 저렴한 요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잡월드가 지닌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이사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직업 전환, 기술 트렌드 변화 등을 잡월드에 구현하기 위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취임 이후 빅데이터, 바이오 등을 활용한 여러 체험관을 마련했고, 미래 기술을 영상으로 관람하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는 ‘미래신직업체험관(가칭)’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취임 1년이 넘었다. 그동안의 소회를 말씀해 달라.
모든 직무에는 각각의 보람과 성취가 있을 것이다. 저는 한국잡월드에 취임하고 나서 매일매일 벅차오름을 느낀다.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청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직업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관이 우리나라에 과연 몇이나 있겠나. 아니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봐도 하루 최대 3500명 이상의 미래 세대가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한국잡월드가 유일할 거다. 수많은 아이들이 웃고 즐기는 광경을 보면서 잡월드에서 일한다는 것이 정말 큰 복이라는 것을 느낀다.
Q.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들도 설명해 달라.
취임 후 크게 세 가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현재 어린이 청소년 직업체험관과 별개로 2층 유휴부지에 미래직업체험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확보했다. 현재 미래신직업체험관(가칭) 건립 사업 설계를 추진 중이다. 내년 말이면 모든 체험시설이 만들어질 거다. 두 번째로 2개 중요 지표를 상향했다. 하나는 고객들이 평가하는 기재부 고객만족도 평가점수가 역대 최고점인 91.7점을 받았다. 다른 하나는 기타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을 작년 C등급에서 올해 B등급으로 높였다. 세 번째는 ESG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이사회 근로자 참관 제도를 도입했다. 실제로 매주 열리는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가 참석해 회의를 함께 한다.
Q. 취임 당시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당시 상황은 어땠는가.
전반적인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았고, 재정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 지난해 7월 31일 취임을 했는데, 코로나 3년을 겪으면서 직원들이나 파트너 강사분들이 자신감을 많이 잃고 위축돼 있었다. 잡월드가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에서 집단 체험을 하는 곳이다 보니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거다. 직원들과 차례로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100·100·100’이라는 선언적인 목표를 제시했고, 모든 직원이 협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Q. ‘100·100·100’ 목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방문객 100만명, 수입금 100억원, 협력기관 100개 달성 목표를 압축한 거다. 첫 번째가 방문객 수인데, 잡월드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내 최대 직업체험관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등이 꿈을 찾고 진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미션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각종 진로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최대한 많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두 번째는 수입금이다. 잡월드는 직업 체험 및 진로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장치산업의 특성상 충분한 유지관리 재원이 필수적이다. 방문객 수가 늘면 자연스레 입장료 수입이 늘겠지만, 고정적인 원가를 감안하면 수익 다각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협력 강화다. 잡월드는 시기에 따라 주요 이용 고객이 다양하다. 학기 중이나 주중에는 단체고객이 많지만, 방학 기간이나 주말에는 개인고객이 많다. 그래서 단체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 등과 협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Q. 정부 지원도 있지만, 원활한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수입금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고객이 많이 방문해서 입장료 수입이 늘어나는 거다. 입장료 수입이 늘면서 부속시설, 편의시설 등이 하나씩 만들어지면 방문 고객이 더욱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생길 거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절실한 것이 사실이다. 예산 지원을 받고자 국회와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협찬광고 수입 등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Q. 코로나 당시 1년 가까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안다. 방문객 수는 회복됐나.
맞다. 코로나가 한창 확산했을 때는 9개월간 문을 닫았고, 이후에도 방문객 수가 평소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최근에는 방문객 수가 코로나 시기 이전 수준까지 거의 회복했다. 코로나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작년 기준 고객 수가 90%까지 회복됐다. 특히 자체 수입금액과 협력기관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Q. 코로나 말고도 최근 노란버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방문객 수가 한창 늘고 있는 시점에 소위 노란버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일선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에 활용되는 주요 교통수단이 버스인데, 교사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예약을 취소하는 학교들이 속출한 거다. 그런데 잡월드는 이미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외적 요인에 의한 부정적 영향에 대비가 되어 있었다. 방문하려고 했다가 취소한 학교들을 대상으로 기존에 개발했던 온라인 직업체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계획을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학교들이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고, 실제로 일부 학교들이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Q. 온라인 직업체험 콘텐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온잡(ONJOB)’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직업진로 프로그램은 잡월드에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 환경에서 진로 설계와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진로적응력 향상, 미래 직업 탐색, 미래 적응력 향상 등 주제별 활동을 통해 자기 자신과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현장실무와 미래 직업을 학습자 주도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콘텐츠가 구성돼 있는 것이 장점이다.
Q.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직업 전환도 빠르다. 이에 대한 대응은.
4차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변화가 직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발전된 기술 자체가 직업을 창출하는 ‘제1의 영역’이 있다면, 이 기술을 통해 기존 직업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영역을 ‘제2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잡월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첨단기술 관련 직업과 기존 직업의 변화를 어떻게 체험으로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기술들을 체험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확장해 이를 ‘제3의 영역’으로 정의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산업 변화에 따른 잡월드의 노력은.
예를 들어 청소년체험관의 빅데이터랩 체험실은 원초적인 데이터를 취급하는 데이터분석가라는 직업을 체험할 수 있다. 스마트팜 랜드에서는 전통적인 농부라는 직업이 ICT(정보통신기술)와 결합해 어떻게 효율화되고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는지 체험할 수 있다. 또 바이오신약연구소에서는 바이러스 채취·신약물질 발굴·전임상·임상시험·신약 개발·의약품 유통 등 신약개발 과정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데, 이때 VR(가상현실)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효과적인 직업 체감이 가능하다.
Q.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기획체험실과 유아놀이실 등이 있는 잡월드 2층 남측 구역을 미래신직업체험관(가칭)으로 구축하고자 설계 중이다. 이곳 말고도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전망해 새로운 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변화시킬 예정이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꿈나무들에게 더 넓은 안목을 가질 기회를 주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잡월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실제 미래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선구자 역할이 필요하다.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텨내야 한다.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가 설레고 기대된다.
Q. 민간에서 운영하는 직업체험관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직업체험관은 아무래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다. 하지만 잡월드는 민간에 비해 이용 요금이 매우 저렴하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공익적 목적으로 저렴한 요금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차별점이다. 또한 잡월드는 고객의 범위가 넓고 구체적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체험관은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면서 초등생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반면 잡월드는 초등 저학년까지 이용하는 어린이체험관과 초등 고학년 이상이 이용하는 청소년체험관으로 구분돼 있다. 심지어 메카이브에서는 청년층까지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뿐만 아니라 숙련기술체험관에서는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전통기술과 뿌리기술,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첨단기술도 체험해볼 수 있다.
Q. 앞으로의 경영 방향과 포부는.
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의 꿈을 키워나가는 데 일조해야 한다. 좀 더 좋은 환경, 최상의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그들의 꿈을 응원하면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특히 위기 의식을 갖고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제 스스로 잡월드는 민간기업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직원들한테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간기업과도 협력해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