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도 한투증권 상무 "美 내년까지 기준금리 7차례 인하 전망...장기채 투자 여전히 유효"
2024년 10월호
박상도 한투증권 상무 "美 내년까지 기준금리 7차례 인하 전망...장기채 투자 여전히 유효"
2024년 10월호
30년간 채권업무 담당한 ‘살아있는 전설’
“기준금리 인하 시작 시 절대금리 하락...국채·공사채에서 회사채로 이동”
“채권, 은행예금 대비 1~2% 추가 수익 기대 투자가 바람직”
| 이윤애 기자 stpoemseok@newspim.com
| 최지환 기자 choipix16@newspim.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총 7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장기채 투자가 여전히 유효합니다.”
박상도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 상무(부서장)는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채권의 구조적 특성상 동일한 금리폭 변동에도 금리 상승기보다는 하락기에 차액이 더 크고, 단기채권보다는 장기채권의 차액이 더 많이 발생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상무는 1995년 한일증권(현 NH투자증권) 채권부에 입사하면서 현재까지 30년 동안 채권 업무를 담당해온 채권 전문가다. 2005년 2월 한투증권 채권상품부로 옮겨와 현재 부서장을 맡고 있다. 한투증권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752억원으로 전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는데, 그 뒤에는 채권상품부의 활약이 있다. 채권상품부는 부서 인원이 19명으로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다. 경쟁사들은 최대 14명 수준이다.
과거 채권 투자는 기관과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반인의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한투증권이 보유한 개인 고객의 채권 잔고는 2015년 5조원에서 지난해 말 22조원이 됐다. 박 상무는 “회사의 개인 고객 자산이 100이라면 채권이 30~35%를 차지한다”며 “회사 차원에서 갈수록 채권 파트에 대한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고객의 채권 판매액도 2020년 9조원에서 2021년 16조원, 2022년 24조원, 2023년 25조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까워지면서 채권에 대한 관심도 다시 늘고 있다. 박 상무는 “향후 미국을 시작으로 국내 역시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장기채권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잔존만기 15년 이상의 장기국채와 미국 장기국채 매각에 집중했고, 지금은 투자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3년 10월쯤 장기국채에 투자한 경우 20~30% 정도의 평가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 외 만기 5년 정도의 금융지주사 신종채권, 보험사 후순위 채권 등 국채 대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장기채권 매수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채권 투자가 늘고 있지만, 일반 주식과 달리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일종의 ‘진입장벽’인데, 채권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일까. 박 상무는 “채권에 투자할 때는 크레딧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발행사의 크레딧 분석이 중요하다. 발행사의 부도 발생 시 원리금 회수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들어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장내시장을 통한 현금화가 과거와 비교해 용이해졌지만, 주식과 비교하면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낮은 등급의 채권들은 중도환매가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기간’에 맞는 자금 운용을 고려해야 한다.
채권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간접투자 방식도 늘고 있다. 박 상무는 “직접적인 채권 투자에 비해 ETF 투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와 매매의 편리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다만 “ETF는 만기가 없기 때문에 만기보유 투자자보다는 매매를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국채 등 신흥국 채권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는 신흥국 채권은 얻을 수 있는 금리 수준에 비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브라질 국채 매각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양국 간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가 비과세되고 있어 이 부분이 투자의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 브라질 환율 역시 낮은 상태로 채권의 이자 수익뿐만 아니라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좋은 투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향후 채권시장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향후 글로벌 경기가 대체적으로 둔화 또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며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3번을 포함 내년 말까지 최소 7번의 인하가 예상되고, 한국의 기준금리도 현재 3.50%에서 내년 2.5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는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채권 투자에 관심 있는 개인투자자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했다. 박 상무는 “채권 투자는 주식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과거 1% 아래의 저금리 시대도 경험해 보았기에 장기채 투자 등 향후 금리 하락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채권 투자는 매수 후 만기보유가 원칙이기 때문에 자금 용도에 맞게 투자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급이 낮은 채권의 경우 절대금리는 높겠지만 그만큼 부담해야 할 리스크도 많아 은행예금 대비 1~2%포인트 높은 수준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상무와 인터뷰를 하면서 IMF 외환위기(1997년), 리먼브러더스발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코로나 팬데믹(2020년), 레고랜드 사태(2022년) 등 당시의 아찔했던 그의 경험담을 듣다 보니 채권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박 상무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항공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가 채권을 소화해 주면서 해당 회사들의 숨통이 트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가 (국가 경제를 살리는) 큰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또한 리먼사태 당시 정부가 건설사들을 A~D등급으로 나눠 정리했던 일과, 2020년 탈원전 논란 등으로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한투증권이 1조원 넘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마음을 졸인 일도 들려줬다. 그는 “이후 종목별 관리를 세세하고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0년 채권 외길을 걸어온 박 상무는 정년을 앞두고 있다. 향후 목표 또는 계획을 묻자 “현재의 ‘채권상품부’를 ‘채권본부’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한투증권이 채권본부를 만든다면 국내 증권업계에서 ‘최초’가 된다. 그가 후배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되지 않을까. 현재의 성장세, 달라지는 위상 등을 고려하면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