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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예술위원장 "문화적 경험은 꿈과 상상력의 원동력...정치판 갈등도 문화로 풀었으면"

2024년 09월호

정병국 예술위원장 "문화적 경험은 꿈과 상상력의 원동력...정치판 갈등도 문화로 풀었으면"

202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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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김용석 부장 fineview@newspim.com
| 정리=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급격한 사회 변화와 극심한 갈등, 승자독식 논리에 맞닥뜨린 20~30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은 뉴스핌TV KYD(Korea Youth Dream) ‘셀럽에 길을 묻다’에 출연, 대담을 통해 5선 국회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역임한 문화계 전문 인사로서 청년들에게 ‘인생의 지혜’에 대한 조언 등을 남겼다.

정 위원장은 “문화예술을 하려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 다른 것을 틀리다고 하는 데서 싸움이 시작된다”면서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정치에서도 문화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모든 분야에서의 생각 차이, 갭을 좁혀가고 그걸 조정해 내는 힘이 정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화예술계에서도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7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 출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연간 400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문화예술 지원기관이다. 대표 사업은 문화누리카드다. 이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 계층 250만명에게 6세 이상 연간 13만원 상당을 지급,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창작자들 중 순수예술인 음악, 미술, 연극, 무용, 전통예술, 문학 분야를 지원한다.

정 위원장은 “5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3선까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위원, 위원장을 했고 오랫동안 문화예술을 다뤘다”며 “정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소통이더라.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실행하기 쉽지 않다. 문화예술에선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문화예술을 인정할 수가 없고 문화예술을 우리가 감상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을 인정하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그 다름을 전제로 하게 되니까 작가의 작가 정신을 존중하게 되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 다르게 보지만 그걸 중심으로 공감력을 끌어낸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자신이 주창한 문화적 리더십에 대해 “정치라고 하는 것, 다르다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좁혀갈 것인가, 간극을 어떻게 줄여갈지 대화하는 과정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게 되면 지금과 같이 극한 투쟁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게 문화적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예술위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문화예술 지원 정책에 반영해 왔다. 그는 업무별 현장 업무보고회를 14차례 하면서 1년간의 사업 설계 계획을 정책 고객들한테 보고했다. 이후 전문가 토론을 하고 전문가들과 정리했다. 그 내용으로 4차례 공청회를 했다.

“작년 1월에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고 보니 10여 년 전에 국회에서 만들어 놨던 시스템이 그대로 있었다. 시대는 많이 바뀌었고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여러 가지 불평, 불만들이 많았다. 예술인들이 무엇을 바라는가 들어보고 그분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고쳐주는 방식으로 제안했다. 처음에는 엄청난 문제 제기 등 반발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단 한 건도 없었다. 아무리 좋은 의견, 좋은 정책도 결국 과정에서 그 정책 고객들하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의견을 듣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지만 가장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또 한 번 터득하게 됐다.”

지난 7월 24일에는 대학로 소극장 ‘학전’의 별이었던 김민기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학전’ 소극장은 올해 3월 경영난과 김 대표의 건강 악화로 문을 닫았다. 이후 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을 맡게 되면서 ‘아르코 꿈밭극장’으로 재탄생했다.

“김민기 선생님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정말 굉장한 감동을 주신 분이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를 위해 예술로 승화해서 투쟁을 하셨던 분이다. 그분의 창작물인 ‘아침이슬’, ‘상록수’의 가사가 참 아름답다. 처음부터 현장 투쟁의 투쟁가로 만들어진 게 아닌데 80년대에 일반 시민들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운동가의 중심이 됐던 거다. 저도 그때 학생 운동에 앞장섰고, 어떻게 보면 영웅과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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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위원장은 그런 고인의 뜻이 ‘학전’의 이름으로, 또 생전 남긴 작품인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가 계속 공연되면서 이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김민기 대표는 생전에 “제가 펼쳐놨던 일들은 저로서 그냥 정리를 하고 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선생님은 민주화 후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예술활동, 어린이·청소년 극에 중점을 두셨다.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일찌감치 아셨다. 공공기관, 국가가 해야 할 사업을 개인이 하셨다. 그걸 이어받아 계속하고자 했지만 선생님의 뜻도 이해됐다. ‘학전’ 대신에 그 정신의 맥을 이을 수 있는 이름은 무엇일까 공모했다. 최종 선정된 이름이 ‘아르코 꿈밭극장’이다. 정식 오픈한 지 1주일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앞으로 선생님의 유지를 받들고 그 뜻을 기릴 수 있는 극장으로서 어린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무한한 꿈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그런 밭이 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승자독식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 갈등과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 위원장도 이를 ‘흙수저론’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 청년 세대들이 가장 실망하는 부분인 만큼 정 위원장은 “문제가 어디로부터 야기됐는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어려운 문제다.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지만 억지로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명실공히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데 이전의 3차산업혁명과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되는 게 정치다. 세상은 지금 21세기를 달리고 있고 22세기를 향해서 가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정치는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정치권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관련된 제도를 만드는 데 2~3년 뒤처지고 있는데 거의 손 놓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승자독식을 탓하고 문제만 제기하지 정작 중요한 고민을 못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 위원장은 바른정당 국회의원 시절 김세연 전 의원과 청년정치학교를 설립하고 올해 8년 차를 맞았다. 개혁과 보수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는 항간의 시각에 대해 정 위원장은 ‘고정관념’이라고 답했다.

“개혁은 진보도 보수도 할 게 있으면 해야 한다. 과연 지향하는 가치가 뭐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데 진보는 개혁이고 보수는 퇴보라는 게 고정관념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수 정당을 대변한다는 국민의힘이 왜 선거에서 계속 연패를 하고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 전당대회 과정을 보면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세상은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지나가고 있는데 정치는 그대로 멈춰 있다.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저도 이제 제3자가 돼서 정치를 그만두고 거리를 놓고 보니까 참 부끄러울 정도다.”

특히 정 위원장은 해외에 나갈 때 대한민국의 달라진 문화적 위상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면서도 굴러가는 거 보면 참 대단하다. 국민이 참 대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조금만 더 우리 정치권에서 노력을 해서 갈등 구조를 줄이고 한다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화예술을 접하면서 그 공감력을 키워서 좀 그 갈등 구조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정치학교를 설립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 위원장은 1988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다 나왔는데 어느 과정에서도 시민정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저는 YS라는 출중한 정치인 밑으로 들어가 정치 수업을 받은 거고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들 대부분은 갑자기 스카우트되거나 영입돼서 국회의원이 된다. 그 생태계는 사회하고는 너무 다르다. 살아남기 위해 줄서기, 패거리 정치를 하게 된다. 과거엔 계파에 따라 의리는 지켰지만 요즘은 의리도 없다. 정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안중에도 없는 거다. 정당은 공동의 가치, 철학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 철학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존속하는 집단이고, 집권을 하기 위해서 존속하는 조직체다. 최소한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우리가 경험했던 교육을 한번 훈련을 시켜 보자’라고 바른정당 당대표 할 때부터 시작했다. 이런 기회를 제도권에서 만들어주지 않았던 거다. 지금은 당에 소속돼 있지 않고 법인화가 됐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 7명이 다양한 정당에서 나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청년정치학교에서 국회의원도 한 분(천하람 의원) 배출하게 됐다.”

오랜 정치인 생활을 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거쳐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까지 정 위원장이 걸어온 길엔 항상 문화예술이 있었다. 이는 학창 시절 겪은 문화적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중학교 2학년 때 봤던 연극 한 편이 나를 변화시켰다. 그땐 연극 보기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양평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다. 주말 끝나고 월요일에 학교를 가면 그 당시 90명이던 한 반에서 한두 명이 꼭 지난 주말에 영화 봤다, 음악회를 갔다 왔다 한다. 저는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에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늘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중 중학교 2학년 때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서 전 학년이 단체로 연극을 보러 갔다. 그때 명동의 휘황찬란함에 문화적 쇼크를 받았고, 명동 국립극장 규모가 왜 그렇게 큰지 그게 압도적으로 다가와서 충격을 받았고, 세 번째는 막이 열리고 연극이 딱 시작됐는데 거기 나온 사람 배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국회에 입성해 상임위를 배정할 때 비인기였던 문방위를 줄곧 희망했다. 정 위원장은 “3선 때까지 11년을 문방위만 했다. 연극 한 편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 후에 상임위원장을 했고 상임위원장을 하던 중에 장관이 됐다. 그래서 어린이, 청소년 때 문화예술을 접한 경험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학전’ 김민기 선생님의 뜻을 당연히 받들게 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5일에는 예술위에서 주최하는 예술 후원 캠페인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이 올림픽공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예술위 50주년을 맞아 열린 축제를 예술나무 후원과 연결했다. 정 위원장은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실무진이 일회성으로 끝낼 게 아니라 매년 하자고 했다”며 웃음 지었다.

“지난해 9000여 분이 방문했는데 현장에서 정기 후원자도 많이 받고, 잠재적 후원을 하겠다는 사람도 많이 받았다. 좋았던 거는 음악회를 하는데 보니까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은 다 데리고 와서 가족 단위로 자리 깔고 노는 걸 보고 가족음악회로 정리하면 좋겠다 싶었다. 올해부터는 아이들 있는 부모들이 더 많이 오실 수 있도록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존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끝으로 정 위원장은 “지금도 저는 정치를 그만뒀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현재 문화예술계에서의 모든 행위도 정치적 행위로 정의했다. 그는 “정치도 분야가 따로 있지 않다. 모든 분야에서의 생각의 차이, 갭을 좁혀가고 조정해 내는 힘이 정치이고 문화예술계에서도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르 간, 예술인들 간 생각의 차이를 조율해서 불평, 불만이 최소화되는 정책을 입안하고 제시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관뒀다기보다 영역이 바뀐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청년들에게는 좀 길게 보라고 말하고 싶다. 길게 보고 미래를 좀 봤으면 좋겠다. 지금 현실이 어렵지만 누구나 다 어려웠다. 그럼에도 제일 성공한 사람들은 대단한 뭐가 된 사람이 아니라 내 삶을 후회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그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제 좌우명은 현실에 충실하자다. 당장 내가 해야 할 것 하고 현실에서 만족감을 얻으면 그 만족이 행복한 삶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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