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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 마침내 '브레이크'...2025년 달러당 125엔 간다

2024년 09월호

슈퍼 엔저 마침내 '브레이크'...2025년 달러당 125엔 간다

202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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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일본·미국 통화정책회의 분수령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가파른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미국 침체 경고도 엔화에 호재


| 황숙혜 기자 shhwang@newspim.com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던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회의를 지켜본 월가는 엔화 강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전날인 7월 30일 155엔 선에서 거래됐던 달러/엔이 8월 7일 장중 한때 144엔 선까지 떨어진 가운데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2025년 환율이 125엔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에서 비롯된 이른바 슈퍼 엔저가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추락하던 엔화 급반전, 왜?

지난 3월 일본은행이 2007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을 강행한 뒤에도 엔화는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 달러/엔 환율이 162엔까지 치솟았다. 천문학적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도 추락하던 엔화에 7월 일본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회의가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0.10%에서 0.25%로 올렸을 뿐 아니라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상황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를 0.50%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

여기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한층 강하게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도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50bp 인하 가능성도 열어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가능성을 단호하게 부정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 2개월 사이 발표되는 경제지표 향방에 따라 9월 기준금리를 50bp 내릴 수 있다는 의미라는 판단이다. 파월 의장도 “9월 통화정책 결정은 전적으로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의 균형 사이에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2년 이상 물가지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정책자들이 고용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부 채권 트레이더들은 이미 9월 50bp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채권 트레이더들이 예상하는 9월 50bp 인하 가능성이 28.5%로 껑충 뛰었다. 이 때문에 25bp 인하 가능성은 71.5%로 낮아졌다.

앞서 월가의 구루들은 달러/엔 향방이 일본은행보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달렸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대규모 환시 개입이 슈퍼 엔저를 막지 못하면서 열쇠를 쥔 것은 연준이라는 의견에 설득력이 실렸다.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단기간에 달러/엔 환율이 155엔에서 144엔 선으로 후퇴한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양국의 금리 격차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7월 31일 장중 1.065%까지 상승한 뒤 8월 7일 장중 0.9% 아래로 후퇴한 가운데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수익률은 8월 6일(현지시간) 3.917%까지 떨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 아래로 떨어진 것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2023년 말 3% 선으로 후퇴한 수익률은 연준의 이른바 피벗(pivot, 정책 전환)이 미뤄지면서 4월 4.7%까지 뛰었고, 이후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면서 수위를 낮췄다.

3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반등에 대해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던 투자은행(IB)업계에는 마침내 엔화 강세 전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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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캐리 청산 본격화, 후폭풍은

일부에서는 단기 급등한 엔화가 상승분을 일정 부분 반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엔화의 추세적 상승을 점친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파레시 우파디야야 채권 및 외환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는 한편 일본은행의 통화 정상화가 지속되면 달러/엔이 14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TD증권 역시 달러/엔이 140엔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이 엔화 자산 매입을 부추기는 한편 환율을 2025년 1분기 140엔까지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OCBC는 보고서를 내고 일본과 미국의 금리 및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달러/엔의 적정 수준이 136엔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행이 2025년 기준금리를 0.75%까지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여기에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서 달러/엔 환율이 140엔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 MLIV 스트래티지스트는 보고서에서 이른바 슈퍼 엔저를 주도했던 핵심 요인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라면 현 수준에서 엔화가 적정 수준보다 저평가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월가에 엔화 상승 전망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맥쿼리가 보다 공격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2025년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125엔으로 제시한 것. 맥쿼리는 보고서를 내고 일반적으로 엔화 하락과 맞물린 캐리 트레이드가 허물어지면서 엔화 강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언제든 연준이 통화 완화 사이클을 본격화할 때 엔화 하락 베팅이 설자리를 잃게 했다”고 전했다.

엔화는 7월 초 달러화에 대해 38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이후 최근 1개월 사이 거의 모든 주요국 통화에 대해 반등했는데 배경으로 헤지펀드가 지목된다. 헤지펀드 업계가 멕시코 페소화를 포함해 고수익률 통화를 매입하기 위한 엔 캐리 트레이드에서 발을 뺀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7월 23일 기준 2주 사이 레버리지 펀드가 엔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을 5만6639계약 청산했다.

이와 별도로 로이터에 따르면 투기 거래자들의 엔화 하락 포지션이 86억1000만달러로 4월 고점에서 40%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최근 1개월 사이 하락 베팅이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씨티그룹의 나당 스와미 외환 트레이딩 헤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삭소 캐피탈 마켓 역시 보고서를 내고 “지난 수년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외환시장에서 커다란 트렌드였다”며 “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엔화 숏 커버링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의 변동성 상승도 엔 캐리 트레이드에 불리한 여건이라고 삭소은행은 강조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달러/엔 내재 변동성이 7월 31일 27%에 달했다. 이는 2024년 초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악화도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 수요를 부추기고, 엔 캐리의 청산과 엔화 강세 흐름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이다.

웨스트팩 뱅킹은 “최근 한 주 사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두드러졌다”며 “극심한 엔화 약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본 통화정책자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번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UBS 역시 보고서를 내고 “일본은행이 시장의 예상보다 강한 통화 긴축에 돌입하는 한편 미국 연준이 적극적인 완화에 나서면 엔 캐리 트레이드에 커다란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때문에 청산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파장을 가늠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엔화를 조달 통화로 한 단기 투자 금액이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월가의 추정이다. 일례로, 엔 캐리 자금으로 미국 단기물 국채를 매입해 약 6%에 이르는 전략이 커다란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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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 적신호

로이터는 미국 대통령선거 역시 엔화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승리할 경우 엔화 약세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환율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엔화 강세 흐름에 대해 냉소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영국 자산운용사 애버딘은 보고서를 내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엔화의 상승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엔화의 상승 모멘텀이 오래지 않아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버딘은 150엔 선 아래로 떨어진 달러/엔 환율이 상승 반전, 155엔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후쿠오카 파이낸셜 그룹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일본의 실질 금리가 이른바 ‘서브 제로’에 머문다면 엔화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투자자들의 관심이 경제 펀더멘털로 옮겨가면서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향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이미 확산되며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와 스위스 프랑으로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다.

CNBC에 따르면 연준이 이미 통화정책 실수를 범했고, 9월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월가에 번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 지표가 7개월래 최저치로 후퇴한 데 따른 반응이다.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8로 집계됐다. 전월 49.3으로 후퇴하며 수축 국면에 빠진 제조업 경기는 더욱 악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했고, 7월 수치는 월가의 전망치인 48.8에 크게 미달했다.

제조업 지수 하락은 해당 업계의 수요와 생산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규 주문 지수가 6월 49.3에서 7월 47.4로 하락,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해서도 적신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고용 지수도 49.3에서 43.4로 급락, 제조업계 고용이 빠르게 냉각되는 상황을 반영했다. 고금리 여건이 민간 소비를 압박하는 한편 제조업계에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월 2일자 칼럼을 통해 미국 경기 침체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가 2분기 2.8% 성장했지만 정부가 대규모 적자를 내가며 지출을 늘린 결과일 뿐 경기선행지수와 고용지표 등 굵직한 데이터가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질수록 엔화의 상승 모멘텀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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