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비만치료제 ETF 국내 최초 1000억원 돌파
만병통치약 진화하는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 135조원
일라이릴리 신약 ‘키썬라’로 치매 정복 기대감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전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 열풍이 뜨겁다. 이런 흐름에 맞춰 올 초에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개성 넘치는 ‘비만 치료제 ETF’를 출시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단 2개 종목이 전체 ETF 비중의 50%를 차지한다. 이들은 어째서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에 올인한 걸까.
삼성과 미래에셋의 비만 치료제 ETF 전략은 비슷?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ETF는 2024년 2월 14일에 국내 최초로 상장됐다. 그로부터 15일 뒤인 2024년 2월 29일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ETF가 연달아 상장됐다. 이 2개의 ETF 전략 중 서로 유사한 건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주식을 각각 25% 내외로 편입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양사 모두 2개 종목을 비슷한 비중으로 담았다는 것. 둘 중 어느 종목이 더 상승 여력이 큰지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전문가들도 어디가 우위를 점할지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덴마크 기업 노보노디스크, 비만 치료제로 급성장
덴마크 기업인 노보노디스크의 GPL-1 작용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은 2023년에만 19조1000억원(957억 덴마크크로네)의 기록적인 매출액을 보였다. 단일 의약품 기준 매출액 1위인 머크의 ‘키트루다’(250억달러), 2위인 애브비의 ‘휴미라’(144억달러)에 이어 3위다.
노보노디스크가 원래 메이저급 제약사는 아니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추가로 동일 성분으로 만든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2021년 6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위고비의 2023년 매출은 6조3000억원(313억 덴마크크로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407%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위고비의 심각한 공급 부족이다. 한마디로 없어서 못 판다. 위고비는 현재까지 미국,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일본 등 8개 국가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판매되지 않는다.
이런 심각한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4년 2월에 노보노디스크의 모회사인 노보홀딩스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카탈란트를 22조원(165억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카탈란트의 생산시설은 노보노디스크에 우선 배정돼 위고비 생산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 외에도 노보노디스크는 추가로 유럽 각지의 기존 공장 증축, 미국에는 새로운 자체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가파른 성장 기대감으로 작년과 올해 대폭등했다. 현재는 유럽 증시 부동의 1위였던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마저 가볍게 누르고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기업 일라이릴리 비만 치료제 성능 더 우수
노보노디스크에 맞서는 일라이릴리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강점은 성능이다. 임상 결과를 살펴보면 위고비는 68주 차에 평균 14.9% 감량했다. 반면 젭바운드는 36주 차에 평균 20.9% 감량했다. 위고비보다 젭바운드의 임상 결과가 더 뛰어난 셈이다.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는 위고비보다 2년 이상 늦은 2023년 11월에 FDA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늦은 속도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은 가격 인하다. 위고비의 1개월 치료비는 약 180만원(1350달러)인 데 비해 젭바운드는 약 140만원(1060달러)으로 저렴하다.
문제는 역시 공급이다. 전 세계에서 위고비나 젭바운드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일라이릴리 역시 젭바운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인디애나주 레버넌 공장에 약 7조2000억원(53억달러)을 추가 투자하는 등 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노보홀딩스의 카탈란트 인수 사례처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 기업 인수합병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신공장 건설의 경우 기본적으로 2~3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단시간에 젭바운드의 공급 부족이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일라이릴리의 강점은 다양한 파이프라인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에 집중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일라이릴리는 당뇨와 비만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의약품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게 또 다른 차이점이다.
일라이릴리의 주력 의약품을 살펴보면 당뇨병 치료제로는 ‘트루리시티’, ‘자디앙’, ‘마운자로’ 등이 있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유방암 치료제인 ‘버제니오’가 유명하다. 또 면역학 분야에서는 건선 치료제인 ‘탈츠’ 매출액도 상당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의약품은 일라이릴리의 야심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성분명)이다.
일라이릴리의 치매 치료제 ‘키썬라’ 기대감 폭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500만명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치매)을 앓고 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그동안은 안정성 문제로 번번이 FDA의 최종 승인에 실패해 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2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FDA의 최종 심사를 통과해 관심이 집중된다.
먼저 ‘아두헬름’은 2021년에 가장 먼저 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현재는 판매가 중단됐다.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첫 번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레켐비’다. 레켐비는 바이오젠과 에자이 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2023년 7월에 FDA의 승인을 받았다.
1년 뒤인 2024년 7월에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썬라’도 FDA의 심사를 통과했다. 키썬라는 경증 치매환자의 임상 3상에서 가짜약 투약군 대비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35% 늦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레켐비의 27%보다 뛰어난 성과다.
키썬라의 1년 투약비용은 약 4300만원(3만2000달러)이다. 보험 적용이 안 될 경우 웬만한 사람들은 선택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수익이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2030년에 키썬라 연간 매출액을 약 2조7000억원(20억달러)으로 전망한다. 일라이릴리의 파이프라인이 탄탄해 보이는 이유다.
삼성 ‘강소 제약사’, 미래에셋 ‘대형 제약사’로 차별화
삼성과 미래에셋의 비만 치료제 ETF 상위 2개 종목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비중은 각각 25%로 양사가 비슷하다. 따라서 수익률 격차는 나머지 보유비중 3~10위권 종목의 차별화로 결정된다.
3위부터 10위까지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양사의 전략은 확연히 다르다. 서로 겹치는 종목은 암젠, 로슈 홀딩스, 아스트라 제네카,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등 4종목에 불과하다. 나머지 4종목은 겹치지 않는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ETF는 이름처럼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강소 제약사들을 선별해 동일 가중 방식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쓴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ETF는 강소 제약사들보다는 대형 제약사 위주 포트폴리오다. 이는 대형 제약사의 자금력이 막대하므로 자체 신약 개발이나 인수합병(M&A) 중 선택할 수 있어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은 ‘비만 치료제’ 자체의 성장 가능성에 좀 더 무게중심을 뒀다. 미래에셋은 ‘비만 치료제+대형 제약사’의 안정적인 파이프라인과 배당수익률에 좀 더 무게중심을 뒀다. 이런 차이점은 특정한 시장 상황에 따라 양사 ETF 간 수익률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다.
삼성, ‘질랜드파마’ ‘바이킹 테라퓨틱스’에 기대
삼성자산운용의 비만 치료제 ETF에서 3번째로 많이 보유 중인 종목은 9% 비중인 질랜드파마다. 질랜드파마는 덴마크의 생명공학 회사로 비만, 희귀질환, 염증성 장질환 등을 치료하는 혁신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질랜드파마의 파이프라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베링거인겔하임과 공동 개발 중인 간질환 치료제이자 비만 치료 신약 물질인 ‘서보두타이드’다. 서보두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임상시험 2상에서 체중을 19% 가까이 줄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3상이 진행 중이다.
삼성운용이 4번째로 많이 보유 중인 바이킹 테라퓨틱스도 임상 중인 신약 물질 ‘VK2735’가 13주 만에 체중을 14.7% 줄였다는 임상 결과를 올 2월 말에 발표한 뒤 주가가 하루에만 121% 급등했다. 올 연말에 3상 진입 예정으로 효능 부문에서 기대가 큰 신약물질이다.
이렇게 삼성의 비만 치료제 ETF 포트폴리오에는 비만 치료제 관련 강소 종목들이 다수 편입돼 있다. 따라서 편입된 강소 종목들이 최종적으로 신약 개발에 성공하거나 M&A를 통해 비싼 가격에 팔릴 가능성도 꽤 있다.
이럴 경우 삼성의 비만 치료제 ETF 수익률도 언제든 급등할 수 있다. 한 방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소형 종목의 특성상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단점이다.
미래에셋, ‘머크’ ‘노바티스’ 등 대형주에 초점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비만 치료제 ETF에서 3번째로 많이 보유 중인 종목은 10.5% 비중인 머크다. 물론 머크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긴 했다. 하지만 주력 분야는 아니다. 머크는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항암제 ‘키트루다’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다실’이 원투 펀치다.
또 머크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는 회사다. 2021년 15조원(115억달러)에 인수한 ‘액셀러론 파마’와 2023년에 14조원(108억달러)에 인수한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비만 치료제보다는 안정적이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매력적이다.
삼성에는 없지만 미래에셋이 6번째로 많이 보유 중인 스위스 기업 노바티스도 주목된다. 보유 비중은 7.6%다. 노바티스 역시 비만 치료제가 주력은 아니며 심부전 치료제인 ‘엔트레스토’와 건선 치료제인 ‘코센티스’가 매출 원투 펀치 역할을 해 왔다.
문제는 노바티스 주력 제품들의 특허 만료가 임박했다는 점이다. 대신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파발타’와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 등의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또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RNA 치료제 ‘펠레카르센’이나 두드러기 치료제 ‘레미부르티닙’ 등도 미래에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미래에셋 비만 치료제 ETF는 강소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성보다는 대형 제약사들의 안정적인 성장과 배당에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로 운용 중이다. 안정성은 장점이지만 큰 한 방은 없는 포트폴리오라는 평가다.
삼성 vs 미래에셋, 비만 치료제 수익률 승자는?
삼성과 미래에셋의 비만 치료제 ETF는 2024년 2월에 상장됐다. 상장 후 채 5개월도 안 됐다. 삼성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ETF의 순자산 총액은 1080억원이다. 상장 후 누적 수익률은 23.7%로 상당히 양호하다.
미래에셋의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ETF의 순자산 총액은 1803억원이다. 삼성보다 늦게 나왔지만 규모는 더 크다. 상장 후 누적 수익률은 12.6%로 양호한 편이다. 그런데 양사의 ETF는 상장일이 각각 다르다. 따라서 상장일 이후 수익률의 단순 비교는 맞지 않다.
수익률의 객관적 비교는 최근 3개월과 1개월 수익률이 정확하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삼성이 5.0%, 미래에셋이 8.0%로 미래에셋의 판정승이다. 대신 최근 1개월 수익률은 삼성이 -1.9%, 미래에셋이 -4.3%로 삼성의 판정승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단순 수익률 비교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양사 간 포트폴리오의 차별화에 따른 해당 ETF의 미래를 전망해 보는 게 좀 더 합리적이다.
성장성 높은 비만 치료제 시장
삼성과 미래에셋 비만 치료제 ETF가 가장 많이 보유 중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미래가 100% 장밋빛인 건 아니다. 비만 치료제 성분인 GPL-1 작용제 계열의 부작용으로 자살충동과 실명 등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아직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
반면 근육량 감소는 어느 정도 객관적 근거가 있는 문제 제기다. 따라서 최근 새로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들은 이 부분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의 비만 치료제를 뛰어넘는 신약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능성 높은 신약들을 개발 중인 회사 주식은 대부분 양사의 ETF 포트폴리오에 편입돼 있다.
이제 GPL-1 작용제 계열의 약물은 단순한 비만 치료제 역할을 넘어 심혈관, 심근염, 염증질환, 고혈압, 알츠하이머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는 만병통치약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적의 신약 위고비와 젭바운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이유다.
전 세계적인 노령화 현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구매력이 가장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늙어가고 있다. 미래에 제약·바이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비만 치료제 ETF에도 관심을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