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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화랑' 가고시안까지 한국 상륙...격전지 되는 서울 마켓

2024년 09월호

'황제 화랑' 가고시안까지 한국 상륙...격전지 되는 서울 마켓

2024년 09월호

글로벌 톱 화랑들 ‘프리즈위크’ 맞춰 서울 집결
초대형 화랑 가고시안, 한국서 전시 열며 우회 진출
獨 마이어 리거 서울에 지점, 마이클 워너도 진출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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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탕이 한국 컬렉터들을 위해 공수해온 조르주 마티유의 유화 _Heliopolis_, 1979. 80x100cm.


오는 9월 4일 ‘2024 프리즈서울’ 개막에 맞춰 글로벌 톱 화랑들이 서울에 집결한다. 특히 세계 최대 화랑인 미국의 가고시안(Gagosian) 갤러리가 한국 마켓에 진출해 화제다. 그동안 한국 진출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던 가고시안은 분점을 여는 대신, 한국 내 유력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택했다.

가고시안은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의 특별공간인 캐비닛에서 프리즈위크인 9월 3일부터 10월 12일까지 약 한 달간 전속작가 데릭 애덤스(54)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한국에 갤러리를 두기에 앞서, 일단 테스트 삼아 대규모 작품전을 열고 시장을 면밀히 파악해 보겠다는 복안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상업 갤러리에게 공간을 대여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어서 이래저래 이 전시는 프리즈서울(9월 4~7일 코엑스)을 앞두고 가장 핫 이슈다.

올가을 한국 아트마켓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은 가고시안뿐만이 아니다. 독일 베를린의 유력 화랑인 마이어 리거 갤러리도 프리즈서울에 맞춰 서울 분점을 강남에 오픈하며, 또 다른 독일 화랑인 마이클 워너도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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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울에 분점을 설립한 미국의 메이저 갤러리 페이스(PACE)와 글래드스톤, 리만머핀 갤러리는 2024 프리즈서울 기간에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프랑스 최대 화랑인 페로탕과 영국의 1위 화랑 화이트큐브, 독일의 명문 화랑 에스더 쉬퍼, 오스트리아 최대 화랑 타데우스 로팍 등도 서울 지점에서의 9월 전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즉 연중 가장 파괴력 있는 전시로 수집가들을 사로잡겠다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밖에 일본의 다국적 화랑인 화이트스톤 갤러리와 독일의 페레스프로젝트, 이탈리아의 마시모드카를로도 프리즈서울 개막과 동시에 서울 지점에서의 기획전시를 공개한다.

이렇듯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이 9월 초 서울에서 대대적인 ‘격전’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의 메이저 갤러리들은 ‘안방 마켓을 외국 화랑에 내줄 순 없다’며 최고의 기획전시로 맞대응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격돌 중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세계 1위 화랑인 가고시안의 행보다. 미술계에 ‘가고시안 엠파이어(제국)’란 용어까지 있을 정도로 44년 역사의 가고시안은 세계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해 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19개 지점을 두고 연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고 있는 가고시안의 설립자 래리 가고시안(79)은 “가고시안은 해가 지지 않는다”며 글로벌 톱갤러리로서의 위용과 영향력을 자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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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가고시안이 198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한 가고시안 갤러리는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에 19개 화랑을 거느리며 미술관 규모의 전시를 열어 왔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에만 분점을 두고 있고, 1회 프리즈서울인 2022년부터 한국에서 작품 판매를 시작했다. 작년 가을에는 한국인 갤러리스트인 이지영 디렉터를 영입해 한국 마켓에 관심이 지대함을 시사했다.

그러나 홍콩에 지점이 있는 만큼 서울에 굳이 화랑을 둘 필요성을 못 느껴 왔다. 1등 갤러리로서 높은 콧대를 자랑하며 저울질만 해온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 아시아 아트마켓의 허브로서 날로 성장하고 있어 더 이상 관망만 해선 안 된다고 보고 우회 진출을 결정한 셈이다.

가고시안이 ‘서울 진출 1번 타자’로 뽑은 데릭 애덤스는 화려한 색감과 면 분할로 입체파를 연상시키는 뉴욕의 흑인 작가다. 이번에 ‘더 스트립’이란 타이틀로 신작을 선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적인 뷰티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게 되자 세계의 뷰티 매장 쇼윈도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인물화 시리즈를 제작했다는 점. 화려한 가발을 쓴 뷰티 모델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그래피티와 도시의 아이콘이 새겨진 팝아트적 작품도 포함됐다. 가고시안의 아시아 지역 총괄디렉터인 닉 시무노비치는 “서울처럼 문화 인프라가 촘촘히 짜인 도시는 드물다. 일단 기획전을 선보이고, 서울에 지점을 내는 것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또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특별한 공간에서 한국 첫 전시를 개최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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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명 화랑 마이어 리거가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서울점을 운영 중인 독일 에프레미디스 화랑을 최근 인수 합병했다. 톰 우(오른쪽) 마이어 리거 화랑 공동대표와 김주영 서울점 디렉터가 환담하고 있다. [사진=윤창빈 기자]


올해 프리즈서울 기간에는 아시아 최대의 현대미술제인 ‘2024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고, ‘2024 부산비엔날레’도 열리고 있어 동서양 미술관 관장들과 미술전문가 등이 일제히 방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굴지의 화랑들이 한국 마켓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독일의 마이어 리거(Meyer Riegger) 갤러리는 ‘한국 진출’을 위해 서울에 지점을 두고 있던 에프레미디스(Efremidis)를 인수·합병하기까지 했다. 마이어 리거는 한국지점 확보를 기념해 화랑의 ‘간판 작가’이자 신형상회화라는 화풍을 이끈 호르스트 안테스의 작품으로 개인전을 연다. 베를린, 카를스루에, 바젤, 뉴욕에 이어 서울에 5번째 지점을 내게 된 마이어 리거의 존 우 공동대표는 “서울 지점의 확보로 아시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보다 규모 있는 갤러리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해 뉴욕, 런던, 아테네에 진출한 마이클 워너(Michael Werner) 갤러리도 9월 대전의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에서 첫 한국 전시를 연다. 외젠 르로이, 지그마 폴케 등 독일 화가와 함께했던 마이클 워너는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 마르쿠스 뤼페르츠 개인전을 대전서 선보인다.

이처럼 세계 굴지의 화랑들이 앞다퉈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의 미술관 수가 아시아 여타 도시보다 월등히 많고 수준도 꽤 높기 때문이다. 즉 미술 인프라가 꽤 잘 구축돼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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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대미술 트렌드에 민감하고, 최신 미술작품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지닌 젊은 컬렉터들이 많은 것도 이들의 진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즉 ‘바잉 파워’를 갖춘 국공립 및 사립 미술관이 포진해 있는 데다 역동적인 컬렉터층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미술문화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고 있다. 여기에 외국 화랑 관계자들은 한국 현대미술가들의 국제 경쟁력이 꽤 높다고 보고, 이들을 잘 발탁해 세계 무대에 선보일 경우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화랑들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자 국내 갤러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가뜩이나 국내 경제 및 증시가 불안하고 미술시장도 전반적으로 불경기인데 국내 컬렉터를 외국 화랑들이 직접 접촉하며 ‘큰손’ 고객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유력작가와 유망작가까지 외국 유수 화랑들이 낚아챌 경우 국내 화랑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자금력과 국제적 네트워크, 실행력에서 한 수 위인 외국 메이저 화랑들의 공세를 국내 화랑들이 어떻게 방어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가을 미술시장, 그야말로 격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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