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커지는 분담금...재건축 사업 추진 최대 ‘변수’
고층·고밀 재건축으로 사업성 보완...슬럼화 우려도
| 최현민 기자 min72@newspim.com
재개발·재건축 등 공급 활성화를 위해 사업성을 개선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등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서 정비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강남권은 물론 여의도, 목동 등 재건축 단지 그리고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긴 수도권 1기 신도시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역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재건축 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1~2년 새 급격히 오른 공사비로 악화한 사업성 보전을 위해 고층·고밀 개발이 우후죽순 허가되고 있어서다. 고층·고밀 개발은 단기적으로 사업성을 높여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아파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40~50년 후 다시 찾아올 노후화 시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따라 ‘바른 재건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은 ‘분담금’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추가분담금 문제가 재건축 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1기 신도시에서는 재건축 첫 주자가 될 선도지구 선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5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를 개시했다.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적률 상향 등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혜택이 적용된다. 각 지자체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4000가구에 신도시별 1~2개 구역을 더해 선정할 예정이다. 이에 발 빠르게 단지별로 동의율 확보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분당시범1구역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1차 주민설명회에 이어 지난 6월 16일 2차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일산의 유력단지로는 강촌1·2단지와 백마1·2단지(2906가구), 후곡마을3·4·10·15단지(2564가구), 백송마을5단지(786가구) 등이 꼽힌다. 분당에선 이매 풍림·선경·효성, 한솔마을 1·2·3단지, 정자일로(임광보성·한라3·화인유천·계룡·서광영남), 까치마을·주공 5단지, 양지마을(한양1·2단지 및 금호1·3단지, 청구2단지)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선도지구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사업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두고봐야 하는 상황이다. 공사비 등이 크게 오른 상황인 만큼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높은 일반분양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사비는 오르면 올랐지 좀처럼 떨어질 여지가 없어서다. 특히 1기 신도시 5곳 가운데 평균 용적률이 200% 이상으로 선도지구 물량이 적고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평촌, 산본, 중동에서는 분담금 부담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천 중동신도시에서 선도지구 신청을 준비 중인 한 통합재건축단지의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공사비를 3.3㎡당 800만원만 잡아도 조합원당 3억∼5억원의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1기 신도시뿐 아니라 강남권, 목동, 여의도 등을 제외한 서울지역 재건축 검토 단지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강남권 등의 경우 사업성이 뒷받침되는 데다 추후 집값 상승이 점쳐지는 만큼 분담금이 크게 부담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원, 도봉, 강북구와 같은 지역은 분담금 이슈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노원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추가분담금 문제로 사업이 중단됐다가 최근 재시동이 걸렸다. 하지만 분담금은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상계주공5단지정비사업위원회 집행부에 따르면 재건축 예상 공사비를 바탕으로 분담금을 추산한 결과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받을 경우 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임 집행부 당시에는 같은 전용면적 기준 분담금이 5억원으로 추산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추가분담금 부담으로 시공사인 GS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사업이 중단된 동안 공사비가 오르면서 분담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이 적거나 소형 면적이 대다수라 대지 지분이 작은 아파트의 경우 이 같은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고층·고밀 재건축 통한 사업성 보완 한계
전문가들은 최근 공사비 폭등으로 조합의 추가분담금 증가 등 많은 요소들을 사업 추진 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단지에서 분담금이 오르지 않기는 쉽지 않다”면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2억원 또는 3억원이라는 분담금을 두고 누구는 저렴하다고 볼 수 있고 누구는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 사업 초기엔 비용 부담 얘기가 없어 주민들이 동의를 많이 하지만 어느 정도 분담금 윤곽이 나오게 되면 동의나 사업 추진에 이견들이 나올 것”이라며 “사업 과정에 접어들었다가 분담금 등을 확인하고 떨어져 나가는 단지가 충분히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서울시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단지에 대한 용적률 제고, 층수 확대 등을 통해 사업성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층·고밀 재건축은 40년 후 슬럼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용적률을 최대한 높이더라도 수익이 날 정도까지 높이지 못할 수 있다”면서 “수익성을 위해 재건축 용적률을 1000%까지 올려준다고 치면 다음 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성이 나올 정도의 용적률을 주더라도 추가분담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을 망설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건설기술이 발달하긴 했지만 건축물들이 내구연한을 갖고 있는 만큼 결국은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재건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재건축 단지들이 30~40년이 지난 이후 외국의 사례처럼 슬럼화하는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업성 확보를 위한 고밀·고층 재건축은 주거 쾌적성까지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밀도가 높아지면 동간거리 확보가 잘 되지 않아 주거 쾌적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일조, 채광 등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고 사생활 침해도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