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내년 기반시설 착공, 美 ‘실리콘밸리’ 같은 도시로
사업비 51조 투입, 연간 32조 경제유발 효과 기대
한남뉴타운 등 20여 곳 정비사업도 속도...낡은 주거지역 이미지 탈피
|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
서울 용산구 일대가 개발 정책과 정비사업 가시화 등으로 천지개벽을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부촌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간 제자리걸음을 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남뉴타운, 이촌동 일대 정비사업도 한층 활발한 모습을 보이며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의 중심이라는 입지적 장점과 함께 다양한 개발 호재가 맞물려 전통적 부촌으로 불리던 강남을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사진=서울시]
국제업무지구 내년 기반시설 착공 2030년대 초 입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가 내년 기반시설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 정비창에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를 세우고 국제복합도시로 개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발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을 수정해 의결했다. 시는 이 구역을 용도에 따라 국제업무, 업무복합, 업무지원 등 3개 구역으로 나눴다. 또 국제업무존은 3종 일반주거지역이었으나 이번에 중심상업지역으로 상향됐다.
민간기업이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을 제안하면 도시혁신구역이나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최대 1700%까지 허용한다. 100층 내외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고밀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국제업무지구의 세부구역은 총 20개 획지(획지당 평균 1만5000㎡)로 이뤄졌다. 구역 규모는 글로벌 기업이나 외국 자본의 수요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과거 정비창으로 쓰던 용산역 뒤편 부지(49만5000㎡)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공공과 민간을 합쳐 총 51조1000억원에 달한다. 오는 2028년까지 기반시설을 준공하고 건물 시공을 거쳐 2030년대 초 입주가 목표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용산 일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탈바꿈한다. 14만6000명 고용 창출뿐 아니라 연간 32조6000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24시간 다양한 업무, 문화, 여가 활동이 가능한 복합공간 기능을 담당한다. 오 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대를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용산 일대는 이 밖에도 △용산민족공원(약 303만㎡ 규모) △경부철도 서울역~용산역 3km 구간의 지하화와 도심 숲길 조성 △현대자동차 복합단지 △용산 연장 신분당선 △GTX-A·B·D노선 등의 개발 호재가 있다.
한남뉴타운 등 20여 곳 정비사업 속도
용산 일대 정비사업도 이 도시가 천지개벽하는 데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그동안 용산은 낡은 단독·연립주택 비중이 높아 입지적 장점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주거지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대규모 정비사업이 잇달아 마무리되면 이 단점도 해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산구 일대에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가로주택정비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 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사업장이 17곳이다. 조합설립인가는 정비사업 전체 행정절차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지난 것으로 주민동의 여부에 따라 5년 이내 착공이 가능하다.
한남뉴타운은 용산 정비사업의 대표 주자다. 용산구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약 111만㎡를 재개발하는 한남뉴타운은 5개 지구로 나뉜다. 이 중 2017년 정비구역이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하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빠른 곳은 3구역이다. 한남동 일대 38만6400㎡ 부지에 최고 22층 아파트 총 6006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디에이치’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2구역은 대우건설이 아파트 시공을 담당한다.
한남 4구역과 5구역도 개발사업에 속도가 붙은 상태다. 이들 지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마쳤으며 연내 시공사 선정을 계획하고 있다. 시공사가 선정되면 주택 개발에 전문성을 갖춘 건설사가 조력자로 나서는 만큼 사업에 속도가 붙는 게 일반적이다.
한남뉴타운 이외에도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이촌동 강변강서아파트 재건축 △이촌동 왕궁아파트 재건축 △이촌동 미주아파트(B동) 리모델링 △이촌동 강촌아파트 리모델링 △청파동2가 청파제1구역 재개발 등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주요 사업장이다. 사업시행인가 단계를 넘은 사업지는 한남뉴타운2구역(재개발), 산호아파트(재건축), 한강삼익아파트(재건축) 등이다. 철거 직전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은 이촌동 부촌으로 꼽히는 한강맨션 아파트가 있다.
이들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이 행정절차를 거쳐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강남 주요 단지 못지않은 몸값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층수를 최고 22층밖에 지을 수 없는 한남뉴타운과 달리 동부이촌동은 50층 규모 재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 시장 전임 시절 재건축됐던 ‘래미안 첼리투스’가 47층으로 재건축된 전례가 있어서다. 이에 한강맨션은 68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반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영구 한강조망권’의 고층 재건축이 가능한 만큼 실제 시장에서의 관심도 강남 못지않게 뜨거운 상황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용산 일대가 강남을 뛰어넘는 선호 주거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된다면 당분간 용산에서 서울역까지 이르는 주변 지역 부동산에 대한 투자 관심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