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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차 배우 설경구…'돌풍' 통해 신인으로 돌아오다

2024년 08월호

32년차 배우 설경구…'돌풍' 통해 신인으로 돌아오다

2024년 08월호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1993년 연극 ‘심바새매’로 데뷔한 배우 설경구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을 통해 첫 시리즈 주연에 나섰다.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이번 작품에서 설경구는 국무총리 박동호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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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안방극장으로...OTT 첫 시작 ‘돌풍’

지난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 2주 넘게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한 ‘돌풍’을 통해 배우 설경구가 첫 OTT 진출에 나섰다. 이번 작품은 1994년 아침 드라마 이후 그의 첫 드라마 주연작이다.

“1994년에 아침 드라마를 했는데 그때랑 환경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첫 드라마일 수도 있지만 첫 시리즈인 셈이죠. 처음에는 영화랑 환경이 완전 다를 거라고 생각해서 너무 겁을 먹었는데 재미있게 찍었어요. 하루에 찍어야 할 분량이 있다 보니까 바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산책할 시간도 있고 여유롭더라고요. 물론 제 캐릭터가 많이 돌아다니진 않아요. 다른 인물이 저를 만나러 오지, 제가 보러 다니진 않았으니까요. 거기서 오는 득도 있었죠(웃음).”

작품은 부패한 권력을 뿌리 뽑으려는 박동호가 재벌과 결탁한 대통령을 심판하려 하지만 경제부총리를 연기한 김희애(정수진 역)와 대립하게 된다. 거센 돌풍이 이는 정치판에서 위험한 신념을 가진 박동호와 타락한 신념을 가진 정수진의 이야기를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담아냈다.

“처음에 다섯 권 분량의 대본을 받았는데 일상적인 대화로 이어지는 대사가 아님에도 힘이 있더라고요. 정말 책을 잘 못 읽는 사람인데 한 번에 다 읽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어요.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 작품이 1분 1초라도 지루한 게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맞았죠. 제가 지루하지 않게 읽었거든요.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제일 컸어요. 그래서 하게 됐죠.”

설경구가 연기한 극중 박동호는 초심을 잃고 타락한 대통령 장일준에게 하야를 요구하다 위기에 처한다. 부패한 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해 ‘대통령 시해’라는 극단적인 결심을 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본인만의 방법으로 정치판을 바꾸려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박동호는 굉장히 위험한 인물이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의 행동이 옳다고 보진 않아요. 최고 권력을 이용해 자기 신념을 실천한 거니까요. 그 과정이 더 큰 악이라고 생각했어요. 박동호의 그런 선택은 판타지로는 이해가 됐어요. 이런 인물이 현실에는 없잖아요. 그래서 판타지로 생각하고 임했던 것 같아요. 다만 다른 등장인물에게도 박동호가 판타지처럼 느껴지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인물과 섞이되 판타지적인 인물이라 생각하며 촬영했죠.”

작품은 예측 불허의 반전이 빠른 전개로 이어진다. 타락한 신념을 가진 정수진에게 맞서기 위해 거짓말을 더 큰 거짓말로 덮어버리며 자신의 신념을 이뤄 나간다. 그러다 모두에게 충격적인 결말을 안긴다.

“저에게 기억에 남는 반전도 박동호의 죽음이었어요. 대사에 계속 복선이 깔려 있긴 했지만, 박동호가 마지막까지 정수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저승에서도 몰락을 지켜보겠다는 듯이 죽을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박동호는 정말 자신이 말한 걸 독하게 지키면서 가는구나 싶었죠. 작가와도 박동호의 최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고, 그냥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생각만 했어요.”

정치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작품 속 인물들은 대한민국 정치계 여러 인물을 섞은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박동호의 최후 역시 한 인물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설경구는 “단 한 번도 누군가를 떠올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박 작가 역시 어느 인물을 염두에 두고 쓰셨다는 말은 전혀 없으셨어요. 제가 박동호의 죽음으로 누군가를 떠올렸다면, 엔딩을 바꿔 달라고 하거나 촬영하지 못했을 거예요. 산으로 올라가는 그 한 걸음을 못 뗐을 거고요. 그냥 극 자체로만 보고, 박동호라는 인물만 생각했어요. 안 그랬으면 제가 박동호의 마지막은 못했을 겁니다.”

‘돌풍’의 박경수 작가는 ‘추적자 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등을 집필하며 ‘권력 3부작’으로 불리는 정치 드라마를 선보였다. 이번 작품 역시 정치권 드라마로, 설경구는 ‘돌풍’으로 박 작가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주변에 시리즈를 한다고 하니까 쉽지 않을 거라고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지인들이 박 작가가 쪽대본 주는 걸로 유명하다고(웃음). 저는 쪽대본에 익숙하지 않아서 걱정을 했는데 제작사에서도 대본은 빨리 나올 거라고 하고, 쪽대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어요. 그래서 안심을 했죠. 실제로 대본도 굉장히 빨리 나왔어요. 평소에 쓰지 않는 대사들이라 아마 쪽대본으로 받았으면 기절했을 겁니다. 하하.”

32년 연기 인생...신인으로 돌아온 ‘배우 설경구’

설경구는 1994년 아침 드라마 이후에는 영화에만 매진했다. ‘박하사탕’, ‘공공의 적’, ‘오아시스’, ‘광복절 특사’, ‘실미도’, ‘해운대’, ‘불한당’, ‘살인자의 기억법’ 등으로 선 굵은 연기를 통해 매번 다른 인물을 연기했다. 이번 ‘돌풍’에서도 그간 볼 수 없었던 설경구의 모습을 보기에 충분했다.

“해가 지나고 작품을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다른 분야는 하면 할수록 고수가 되는데 연기는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선택의 폭도 좁아지고요. 연기는 저라는 재료를 쓰기 때문에 다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겹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괴로움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새 작품을 할 때마다 두려움도 있고, 긴장도 돼요. 작품마다 겹치지 않는 인물을 보여주려고 스스로 계획도 하고 설계도 하는데 현실적으로 다 보이진 않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준비하는 시간이 충분히 있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또 스스로 핑곗거리를 찾는 거죠(웃음).”

‘돌풍’으로 첫 시리즈 주연에 나선 그는 차기 작으로 ‘하이퍼 나이프’를 택했다. 이번 작품 역시 드라마다. ‘돌풍’에서는 대통령까지 올라갔다면, 차기 작에서는 의사로 분해 박은빈과 메디컬 범죄 스릴러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 시리즈를 찍으면서 영화만큼 여유가 없기도 하고, 찍어야 하는 분량이 많다 보니 힘들긴 했어요. 제가 호흡을 놓치면 안 되고, 또 시간의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잖아요. 같은 공간에서 찍는데 배우들만 바뀌어서 들어오니까 제자리걸음하는 느낌이고, 개인적으로 진도가 안 나가고 쳇바퀴 도는 느낌이라 괴롭더라고요. 그래도 차기 작으로 드라마를 택한 것 보면 제 나름대로 드라마에 대한 벽이 깨진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드라마에 대한 벽을 세웠는데, 차기 작으로 그 벽이 깨졌다고 느끼죠.”

첫 시리즈이지만 ‘돌풍’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송강호부터 시작해 설경구까지 최근 영화계 대스타들이 시리즈에 첫 출연하다 보니 시리즈 부문에 대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사실상 그날이 운이라고 생각하는데, 드라마로서는 제가 신인이 맞죠. 처음에는 현장이 정말 낯설었거든요. 후보로 거론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만, 상을 받으면 너무 좋겠죠. 하하. 신인이라는 말이 참 좋잖아요. 제 나이에 상을 떠나서 신인이라는 말이 얼마나 좋아요. 신인상은 정말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서 주연상보다 더 탐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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