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고 그런 아트페어가 아니다. 우리는 ‘어반브레이크’다. 예술에 혁신을 더해 가장 재밌고, 미치도록 쌔끈한 체험을 해보는 아트페스티벌을 지향한다.”
올해로 5회째를 맞아 어반브레이크가 ‘탈(脫) 아트페어’를 선언했다. 초창기부터 아트페어가 아닌 아트페스티벌이라고 했건만 모두 습관적으로 ‘MZ세대를 위한 아트페어’라고 칭해 이번에 아예 쐐기를 박았다. 금년부터는 더 확실하게 ‘지구상에서 가장 힙하고 재밌는 아트페스티벌’로 포지셔닝하겠다며 축제를 마무리했다. IT 분야에 종사하다가 어반브레이크를 만들어 5회째를 맞은 장원철 대표.
IT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장원철 대표는 지난 2020년 스트리트 아트를 중심에 둔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아트페스티벌을 만들었다. 그리고 5회째를 맞아 아시아 최대 아트페스티벌로 성장시켰다.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코엑스 B홀에서 열린 페스티벌에는 5만여 명이 찾았다.
테크 기업에서 일해온 장 대표답게 화랑주들이 모여 만드는 기존 아트페어와 어반브레이크는 시작점부터가 다르다. 전시관에 부스를 만들어 화랑 또는 작가들이 작품을 내거는 아트페어는 “굳이 우리가 하나 더 보탤 이유가 없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다.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예술에 ‘혁신’ 한 스푼을 첨가해 새로운 체험을 하는 축제를 만든 것.
이에 테크, 음악, 패션, 스트리트 댄스, 브랜드 등과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시도됐다. 종국적으로는 글로벌 아트페스티벌로 세계인을 끌어모으고, 세계에 내세울 콘텐츠 파워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현재는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스티벌이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매혹의 콘텐츠’를 목표로 한여름 코엑스를 젊고 과감한 물결로 일렁이게 했다.
정상급 아티스트 ‘Meet & Greet’ 등으로 경계 넓혀
어반브레이크 2024는 시각, 청각, 촉각은 물론 후각, 미각까지 ‘오감 만족’을 체험할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전국적으로 100개가 넘는 아트페어들의 정형화된 공간 구성을 탈피해 ‘Crazy Experience’를 테마로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담았다는 평가다.
올해 어반브레이크에는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명예훈장을 수상한 전설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JONONE·미국)을 필두로 자연생태를 예술로 표현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덜크(DULK·스페인), 떠오르는 어반 팝 아티스트 코테 에스크리바(Coté Escrivá·스페인)가 참여했다.
스트리트 아트의 경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밴스(VANCE·중국)와 2011년생 천재 아티스트 니콜라스 블레이크(Nicholas Blake·미국) 등 10여 명의 글로벌 아티스트가 내한했다.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숫자다. 영국의 사이크롬(Psychrome), 호주의 재니 대도(Janine Daddo) 등이 관객과 함께하는 ‘Meet & Greet’ 섹터에 참가했다.
그래피티 아트와 뮤직이 만난다고?
거리의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존원과 한국의 이머징 뮤직스타 홍이삭의 컬래버레이션은 어반브레이크 2024의 하이라이트 공연이었다. 존원의 그래피티 아트는 강렬한 색채와 다이내믹한 조형성이 특징인데 이번에 홍이삭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예술공연을 주도했다. 음악과 그래피티 아트가 서로 결합되며 어우러져 관심을 모았다. ‘어반브레이크 2024’에서 안무가이자 스트릿댄서 리아킴이 작가 OWA-7HO와 콜라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리아킴과 OWA-7HO의 컬래버레이션 퍼포먼스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스트리트 댄스 아티스트 리아킴과 거리의 흔적을 사진과 회화, 패션으로 확장하는 아티스트 OWA-7HO가 ‘패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어반브레이크를 통해 시도했다.
두 아티스트는 원밀리언 스튜디오에서 산처럼 쌓여 있던 의류들을 새로운 패션 아트피스로 재해석해 예술과 환경을 주제로 한 컬래버레이션을 펼쳐 보였다. 리아킴은 이번 협업의 개념을 담은 안무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어반브레이크 전시현장에서 재현했다. ‘의류 재활용’의 개념을 뛰어넘어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보는 퍼포먼스를 추구한 것.
문학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한 프로그램도 이채로웠다.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등의 소설들이 AI 아트로 시각화됐다. 또 SF 신간소설 ‘퍼스트 컨텍트’ 또한 AI 아트 전시로 관객의 발길을 붙들었다. 안준 작가가 주도하는 이 특별전은 소설 속 이야기를 AI 기술로 구현해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라이브 드로잉’의 천재 김정기를 아시나요?
폭포수처럼 시원하게 쏟아지는 라이브 드로잉으로 잘 알려진 고 김정기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섹터도 꾸며졌다. 김정기뮤지엄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김정기 작가의 예술적 유산을 입체적으로 소개했다. 또 천재 김정기를 기리며 국내외 동료작가 5명이 참여하는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도 곁들여졌다. 김정기 작가의 유작 ‘눈불토끼’를 모티브로 한 한정판 아이템도 출시해 소장 기회를 제공했다. 세계 톱 클래스 작가인 KAWS의 페인팅과 아트토이들이 전시되고 있다.
베어브릭이 3000점? 국내 최대 베어브릭 컬렉션전
현대판 ‘아트캔버스’이자 ‘아트토이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베어브릭의 레어템과 3000여 종의 스페셜 컬렉션을 한자리에 모은 코너는 가장 화제를 모았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000% 100점, 400% 600점, 100% 2000여 점 이상의 희귀 컬렉션과 2001년부터 발매된 오리지널 컬렉션의 전판 등이 출품돼 장관을 이뤘다. 베어브릭 피규어의 콘셉트별 조닝에서 관람객들은 아트토이 세계를 한껏 즐기며 인증샷과 인생샷을 찍었다.
또 에반게리온, 피너츠, 디즈니, 페코짱 등 ‘애니메이션&캐릭터 존’과 나이키, 리바이스, 스투시, 요시다 포터 등 스트리트 컬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모은 ‘브랜드 존’이 곁들여졌다. ‘시네마 존’에는 배트맨, 아이언맨, 스타워즈, 캡틴 아메리카 등 영화 산업 분야의 캐릭터가 한데 모이며, ‘아티스트 존’에서는 키스 해링, 퀸, 장-미쉘 바스키아, 반 고흐, 섹스피스톨즈 등 이 시대 대표 시각·음악예술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이 선보였다.
‘팝 컬처 스퀘어’와 ‘ESG 아트 프로젝트’
어반 팝 아트&컬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특별 섹터로, 국내외 유명 팝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했다. 코테 에스크리바, OG 슬릭, 사이크롬, 예카 하스키, 니초스, 데이브 퍼슈, 트리스탄 이튼, 테오도루, NAU 등이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팝 아트와 대중문화를 결합한 특별전시로,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또한 어반브레이크가 2022년부터 매년 선보여온 ‘Art for Tomorrow-Dance with Animals’라는 타이틀로 ESG 아트 프로젝트도 시도됐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아티스트 덜크와 영재 아티스트가 멸종 위기의 동물을 예술로 풀어냈다.
덜크는 2.5m 크기의 조형물 라이브페인팅을 선보였으며, 니콜라스의 라이브 월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시현됐다. ESG 아트 프로젝트인 ‘Art for Tomorrow’는 해양 생태계를 표현한 덜크의 유니크한 작품과 2.5m 대형 조형물 라이브 페인팅이 주목을 끌었다. 지구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바다의 꿈’이란 작품을 통해 다시금 강조하는 섹터다. 덜크는 전남 신안의 ‘그래피티 예술섬’ 프로젝트에도 참가해 대형 벽화를 완성했다.
한편 세계적인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의 데뷔 20년을 맞아 그의 친구들과 함께 만든 놀이동산이 조성된다. 쿨레인의 아트토이 작품들은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예술적 표현과 개성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 또한 국내 정상급 비보이들의 패션 브랜드 ASIWANT가 어반브레이크 2024에서 첫 론칭 파티를 개최하며, 떠그클럽(Thug Club)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특별 부스를 조성했다. 정상급 그래피티 작가 덜크가 전남 신안 압해도에 벽화를 완성하고 포즈를 취했다.
글로벌 오픈콜 통해 국내외 유망작가 37명 발굴
어반브레이크 2024는 오픈콜을 통해 이번에 37명의 아티스트를 발굴했다. 이로써 어반브레이크가 지금까지 발굴한 유망작가는 200명에 이른다. 올해 선발된 37명의 작가는 전문 큐레이터들의 기획 아래 개개인의 특징을 살려 레슬링 링, 아틀리에, 파티 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반에 소개했다.
장원철 대표는 “어반브레이크는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융합한 혁신적인 아트페스티벌로 성장하고 있다.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테크, 음악, 패션, 스트리트 댄스,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데 세계 각국에서 참여 타진과 호응이 날로 커져 우리도 놀라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특별한 테마의 프로젝트를 펼치는 작가와 갤러리,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아트페스티벌로 혁신하고자 한다. 올해 어반브레이크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