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 업체로 두산밥캣 경쟁업체
중동·유럽 시장에서 잇단 전동화 장비 수주
지난해 매출 14조원, R&D 투자 1조원
|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ys1744@newspim.com
싼이(三一)중공업은 중국 내 2위 건설장비 업체다. 1위는 국영기업인 쉬궁(徐工)그룹이다. 싼이중공업은 민영기업으로서 창업자인 량원건(梁稳根)의 자수성가 스토리가 더해져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두산밥캣, HD현대인프라코어의 글로벌 경쟁자로 잘 알려진 업체이기도 하다.
싼이중공업은 굴삭기, 레미콘, 덤프트럭, 크레인, 펌프차 등 건설장비를 생산 판매하는 업체로는 보기 드물게 전동화와 스마트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동화 건설장비를 속속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사우디·네덜란드 등으로부터 전동화 장비 수주
싼이중공업은 지난 6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8억7000만달러 상당의 전기트럭 80대를 수주했다. 발주처는 사우디 국영펀드(PIF)의 자회사인 사우디글로벌포트(SGP)로 해당 트럭들은 사우디항만관리국이 항구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전기트럭은 배터리 원가가 높은 만큼 제조 원가가 높다.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투자가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트럭은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대기 오염이 심한 편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친환경 설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친환경 건설장비와 친환경 중장비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싼이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초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덤프트럭 50대를 납품했다. 이 트럭들은 네옴시티 건설에 사용된다. 이미 네옴시티 건설 현장에는 1700여 대의 싼이중공업 장비들이 건설에 투입된 상태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 6월 21일에는 싼이중공업의 네덜란드 법인이 전기굴삭기 제품인 SY215E의 유럽 시장 출시 기념식을 진행했다. 네덜란드 법인은 전기굴삭기 20대를 수주했으며, 올해 35대 이상을 네덜란드 고객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전동화 건설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선구적으로 이들을 도입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네덜란드 법인은 향후 3년 동안 유럽 시장에 전동화 모델을 더 많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싼이중공업의 본사가 위치한 후난(湖南)성 닝샹(寧鄕)공장의 해외 판매 비중은 지난해 50%에서 올해 70%로 높아졌다. 이 공장엔 1월부터 5월까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500여 명의 외빈이 방문했다. 이들의 관심사는 단연 전동화 건설장비들이었다.
@img2
해외매출 비중 60% 넘어서
싼이중공업의 매출은 지난해 732.22억위안(약 1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51% 하락한 수치다. 중국 내 건설 경기가 부진하면서 매출액이 줄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5.53% 증가한 45.2억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해외매출액은 432.58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8.28%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 중 해외매출 비중은 전년 대비 14.7%포인트(p) 높아진 60.4%에 달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은 11.1% 증가한 165억위안, 유럽은 37.9% 증가한 162억위안, 미주 지역은 6.8% 증가한 75.8억위안, 아프리카는 2.5% 증가한 29.2억위안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해외수출분이 중국 내 판매보다 마진율이 높았다. 올해 4월까지 유럽과 북미 시장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0%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싼이중공업의 제품들은 18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인도, 미국 등 해외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인도, 독일, 인도네시아에 해외 연구개발(R&D) 기지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R&D에 1조1100억원 투자
싼이중공업은 전동화 제품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전동화 제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31.46억위안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은 아직 낮지만 건설장비 업체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싼이중공업은 전제품의 전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순수전기, 하이브리드, 수소연료 등 3가지 기술 노선을 모두 연구개발하고 있다. 전동 레미콘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 증가해 3년 연속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전동 크레인 역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싼이중공업은 R&D에 58.65억위안(약 1조1100억원)을 투자했다. 2023년 1533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 중 854건이 발명특허였다. 누적 수권특허는 1만2614건에 달한다. 2023년 말 기준 R&D 인력은 8057명이며, 이 중 42.5%는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다.
싼이중공업은 2020년 자회사 싼이전동기술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신에너지를 활용한 건설장비 연구개발이 목표다. 이 회사의 R&D팀은 2021년 100명에서 2022년 1600명으로 확대됐다. 또한 싼이중공업은 싼이리넝(三一鋰能)이라는 별도 회사를 설립해 배터리 제조, 판매, 회수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싼이중공업과 사우디아라비아 SGP의 공급계약 체결 모습. [사진=싼이중공업]
“친환경 스마트 굴삭기가 아니면 도태될 것”
설립자인 량원건 회장은 2022년 1월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싼이중공업은 당시 “량원건 회장은 회사의 미래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데 헌신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무에서 손을 떼고 미래 전략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량원건은 1956년생으로 후난(湖南)성 출신이다. 1983년 중난(中南)대학을 졸업한 후 국영기업인 훙위안(洪源)기계공장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입사 3년 만에 부주임으로 올라섰다. 그는 1986년 안정적인 국영기업을 포기하고 창업의 길에 나선다. 축산업, 백주, 유리섬유 등의 업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포기하지 않은 량원건은 1989년 용접재료 사업을 시작했고,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건설장비 사업에 도전했다. 건설장비는 국유기업들의 영역이었지만, 도전을 감행했다. 1993년 량원건은 ‘일류 기업’, ‘일류 인재’, ‘일류 공헌’을 모토로 싼이중공업을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대형 국영업체의 틈바구니에 끼인 무명 업체에 불과했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 싼이중공업은 글로벌 6위 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싼이중공업 회장은 1962년생으로 량원건과 함께 싼이중공업을 설립했던 샹원보(向文波)다. 그는 월간 ‘중국기업가’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미래의 굴삭기는 친환경적이고 더욱 스마트한 굴삭기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회사 비전을 설명했다.
샹 회장은 “중국의 기업들은 몸집은 커졌지만 제품 경쟁력 면에서 세계 일류기업들과의 차이가 크다”며 “기술혁명의 시대에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제품을 전동화하고 있으며, 신제품은 전동화된 장비만을 기획하고 있다”면서 “이에 더해 우리의 제품은 모두 스마트 단말기여야 하며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모두 융합해 내야 한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