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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체부 장관 "K컬처는 대한민국 정신 파는 것...종사자 모두 책임감 가져야"

2024년 07월호

유인촌 문체부 장관 "K컬처는 대한민국 정신 파는 것...종사자 모두 책임감 가져야"

2024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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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김용석 문화스포츠 부장 fineview@newspim.com
| 정리=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유인촌 장관은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예술인으론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두 번이나 역임 중이다. K컬처 물결이 전 세계를 뒤덮은 지금, 유인촌 장관은 정부의 지원과 종사자들의 책임감이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국민체육 진흥과 더불어 올 초 목표한 외래관광객 2000만을 향한 국내외 관광 홍보도 고삐를 늦추지 않을 생각이다.

2008년 첫 번째 문체부 장관을 맡은 후 15년 만에 복귀했다. 첫 장관을 마치고 난 후엔 연극 무대로 돌아와 ‘햄릿’, ‘파우스트’를 포함한 작품 활동을 활발히 펼치기도 했다. 일과 함께 여행도 많이 다녔다. 국내외 여행을 통해 또 다른 인생을 마주하며 안목을 키웠다. 유 장관은 두 번째 장관 복귀 전 유럽 여행 중 찍은 동영상을 뉴스핌에 처음 공개했다. 자전거 여행과 함께 광활한 자연 경관을 찍은 영화 같은 동영상이 담겼다.

다시 장관으로 복귀한 그는 “전 세계 K컬처 열풍과 인기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우리 국민들의 힘에서 나왔다”고 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유 장관은 취임 7개월 째인 현재 250여 차례나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의 지론은 문화의 힘이다. 유 장관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드시 꽃을 피워낸다는 것이 모두가 K컬처 열풍으로 새삼 체감하는 문화의 힘”이라며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아껴주고 관심을 갖고 주의를 집중해 줘야 정말 좋은 문화가 만들어진다. 결국 문화를 좋게 하자는 건 여러분의 삶의 질을 좋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K컬처 인기 배경과 확산 의미를 묻는 질문에 유 장관은 “하루이틀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기진 않는다. 아마 꽤 오래전부터 상당히 많은, 여러 분야에서 축적된 힘이 세계 무대에서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우선 세계인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소재에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전통적인 의미가 굉장히 많이 잘 함축돼 있다. 우리 문화가 우리 것만 고수하지 않고, 세계의 많은 흐름과 잘 만나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K컬처 줄기인 K팝이나 K무비, K콘텐츠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문화 자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 장관은 이 현상을 짚으며 가장 짧은 시간에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과정의 갈등들을 나름대로 해결해온 결과라고 봤다.

유 장관은 “국제 콩쿠르나 음악회, 전시는 물론 우리말과 글로 돼 있는 우리 문학 자체도 세계인의 박수를 받고 있다. 꽤 오랫동안 예술계나 국민들의 생활 모습에서 여러 가지가 쌓여서 다른 문화권에 있는 분들이 좋아하게 된 듯하다. 우리는 굉장히 교육열이 높고 근면하고 정말 열심히 살아온 민족이다. 문화엔 그런 것들이 다 녹아 있다. 외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어떻게 단숨에 국민소득이 높아졌는가가 아니다. 여기 오기까지 수없이 많은 갈등과 어려움, 이런 걸 어떻게 해결했는지다. 그런 게 쌓여서 이만큼 사랑을 받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문화예술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 장관은 “젊은 친구들이 뭔가를 하고 싶고, 해야 하는데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제가 했던 배우를 예를 들면 선택돼야 하는 직업인데 선택을 못 받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꿈을 펼칠 장이 없는 경우가 가장 마음 아프다”고 했다. 지난 4월 국립예술단체 청년단원 공모를 크게 늘린 이유다. 20여 개 국립예술단체가 지난해 95명에서 350명으로 3배 이상 확대했다.

유 장관은 “도전해볼 기회가 없는 친구들이 최소한 스스로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장은 있었으면 했다. 국립예술단체 청년교육단원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약간의 교통비와 함께 그래도 국립 타이틀 아래서 스스로를 드러내고 교육도 받고 일정 기간 후엔 배운 것들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거다.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젊은이들한테 그런 기회를 주려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1000명까지 규모를 늘리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문화예술향유 계층으로 진입하는 청년들에게 순수예술을 접할 기회를 주자는 생각으로 ‘청년문화예술패스’를 도입한 것은 유 장관의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만 19세인 2005년생을 대상으로 한 이 정책은 시행 10여 일 만에 50%가 넘는 이들이 신청할 만큼 호응도가 높아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젊을 때 특히 문화예술적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내년엔 영역과 예산을 확장하려는 의지도 보였다. 유 장관은 “젊은이들이 많이 보고 많이 읽어야 한다. 박물관·미술관·공연장도 꼭 가야 한다. 직접 경험해볼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역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다 있다. 유튜브에 없는 게 없다지만 직접 경험하고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가능하면 여러분이 먹고사는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하는 시절에 많이 보고 읽고 느꼈으면 한다. 그래서 올해 19세 청년, 성년이 되는 해라도 좀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금액이 많은 건 아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도 우리 돈으로 56만원 정도의 패스가 있다. 앞으로 더 많이 확대할 생각이고, 그 외에도 청년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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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는 전 세계를 집어삼킬 만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이 주는 책임과 부담도 없지 않다. 유 장관은 “우리 문화예술이 아직 정상은 아니고 7부 능선은 넘어온 것 같다”면서 이 같은 시각에 동의했다.

유 장관은 “책임도 크고 부담도 크다. 아직 정상까진 조금 남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하고, 특히 우리 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정말 늘어났다. 예술은 우리 삶의 방식을 압축한 것이다. 더 탄탄하게 준비를 해야 되겠다 생각한다. K팝은 순풍을 타고 잘 가야 하는데 자꾸 분쟁이 생기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으니 중요한 시점”이라며 “우리 정신을 파는 것이고, 종사자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문화 상품을 내놓으면서 책임감을 훨씬 더 많이 가져줬으면 한다. 정부는 나름대로 과정을 면밀히 잘 살펴서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보완하거나 예산으로 지원할 부분을 잘 정리해볼 생각이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을 더 다지고 만들어야 되겠다”고 했다.

과거 ‘예술을 하면 살기 힘들다’고 하던 시절에 비해선 시장이 넓어졌다는 게 유 장관의 인식이다. 그는 “이제는 세계 무대를 상대로 하고 있으니 훨씬 더 좋은 조건과 열린 상황이라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현장의 많은 예술가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봤다.

유 장관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훨씬 더 많은 실험과 창조적인 정신, 도전이 필요하다. 투자도 많이 하고 있고 시장을 넓히기 위해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순수예술이 있다. 음악, 미술, 문학, 연극 이런 부분은 아직도 어렵다. 뿌리가 튼튼해야 파생되는 산업적인 효과도 커진다”며 “당장 저와 우리 부처 목표는 내년쯤에는 순수예술에 대한 투자, 지원 폭을 굉장히 넓히는 것이다. 국내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외 홍보 마케팅, 법률적 지원, 수출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더 대폭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K컬처를 알리기 위해 열린 프랑스 ‘코리아 시즌’ 개막전을 방문한 경험과 함께 체육, 관광 분야의 진흥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국민체육 진흥 방향은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에 올림픽이나 국제대회 성적이 떨어진다는 항간의 우려에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얘기했다.

유 장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만 해도 굉장히 성적이 좋았다. 런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나름대로 뛰어나게 메달을 많이 땄다. (근래에 성적이 안 좋은 것은) 저출산 문제도 있고 선수 수급이 어려운 문제까지 환경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며 “이번 파리 올림픽 같은 경우에는 구기 종목이 여자 핸드볼 외에는 다 예선 탈락했다. 구기 종목이 못 나가니까 선수단 규모도 확 줄었다. 적어도 이번 올림픽 이후 엘리트 체육, 학교 체육, 생활 체육, 체육인 복지, 장애인 복지 다섯 가지 분야는 집중적으로 내년에 개혁을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힘내서 우리 대한민국이 위상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래관광객 2000만 달성에 대해선 상징적인 숫자로서 관광 정책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지만, 모든 방법을 동원하면 조만간 안 될 것도 없다고 봤다.

유 장관은 “예전에 2008년부터 장관 할 때 당시 689만이었다. 그 뒤로 꾸준히 올라 2019년 1750만으로 최고였다. 코로나 이후 다시 올라가고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약 600만이 조금 안 되는 것 같다. 1~3월은 비수기다. 4~5월에 많이 늘어났고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했다”며 “이제 휴가철과 8~10월이 여행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계절이라 조금 더 기대를 한다. 6월엔 코리아 뷰티 페스티벌이라고 가장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헤어·메이크업·패션·피부 등 하다못해 성형수술·건강검진까지도 망라한 축제를 광화문광장·홍대 앞·성수동·명동 네 군데에서 열었다”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서울, 부산, 제주 등에 집중되는 해외 관광객들의 지역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 문화관광상품 개발과 교통, 숙박, 볼거리, 즐길거리 확충 등 구체적인 지침과 개선책을 직접 내놓기도 했다.

그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다 정비를 하고 있다. 항상 교통, 숙박, 볼거리 얘기가 나온다. 이것만 해결해도 분명히 국내 관광도 좋아지기 때문에 집중 논의하고 있다. KTX 타고 다른 지역으로 더 이동할 땐 셔틀을 준비하든지 택시를 부를 수 있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역과 연계할 생각”이라며 “공유숙박이라든지 민박, 게스트하우스도 점검을 하고 있다. 호텔이 없다는 통영, 진해 같은 곳도 항구가 있는 도심이니 차라리 못 쓰는 배를 호텔로 개조해서 부두에 띄워놓으면 어떤가. 그런 것만 개선돼도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 태권도 시범단을 보면 외국인들이 정말 깜짝 놀란다. 서울, 부산, 제주, 경주, 공주, 부여, 전주 등 주요 도시에 저녁마다 태권도를 볼 수 있게 상설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상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인촌 장관은 누구?
전북 완주 출생으로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다. MBC 공채 탤런트 6기 출신인 그는 극단 유씨어터 대표,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예술의 전당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첫 문체부 장관을, 2023년 7월엔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두 번째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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