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일해서 지금 사는 집 하나와 노후를 대비해 얻은 집 하나 두 채가 있는데 제가 투기꾼입니까? 20년, 10년 넘게 가졌던 집인데 문재인 정부 때 갑자기 집값이 올랐다고 1년에 2000만원 세금을 내야 한다면 이런 게 가렴주구죠.”
“공시가격 현실화요? 대체 하는 이유가 뭔가요? 단지 세금 올리려는 것에 불과한데 뭔가 대단한 정의 구현이라도 하는 듯 선동하는 것도 불만입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민주당 정권 때 주로 도입된 부동산 과잉 규제의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부동산 과잉 규제에 대한 불만이었다.
먼저 징벌적 과세라는 이름으로 펼쳐진 부동산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다. 소득도 없는데 수천만원대 세금을 ‘때리는’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고 싶어도 가로막는 안전진단 규제나 오로지 세금 올리는 목적밖에 없는 공시가격 현실화 등이 그것이다.
다만 22대 국회에서도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의 절대 의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뜻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규제를 만들어낸 민주당은 여전히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규제 완화를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총선에서의 참패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개선 동력 상실로 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여야 협치에 따른 부동산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대해선 여야가 뜻을 모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1주택자 종부세 감면 이어 2주택자도 완화해야
새 국회에서 가장 화두가 될 부동산 규제 완화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이다. 종부세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특히 논란이 됐던 ‘소득 없는 곳에 부과되는 세금’이란 테제에 대해서는 ‘해당 주택이 담세 도구’라는 판결을 내놨다. 즉 노무현 정부 당시 종부세 도입의 근거였던 ‘집을 팔게 하기 위한 세금’이라는 논란에 헌재가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대 국회에서 종부세 제도 개선은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종부세 유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에서 개선 논의가 나오고 있다. 우선 박찬대 원내대표가 “실거주 1주택자인 경우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고민정 최고위원이 종부세 폐지론을 언급했으며,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 금액을 16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 발의를 말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실에서는 종부세 폐지 방침을 내놨다. 이후 민주당이 격론 끝에 종부세 유지 쪽으로 방향을 튼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여당에선 향후 발족할 세제개편특위에서 종부세 폐지를 논의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종부세 세수는 격감했다. 2023년 귀속 종합부동산세 납세인원은 49만5000명에 세액은 4조2000억원가량이다. 이는 전년인 2022년의 납세인원 128만3000명에서 78만8000명(61.4%) 줄었고, 세액은 6조7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37.6%)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세수 감소에도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 폐지를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한 시장 전문가는 “종합부동산세는 서민 주거복지 등에 쓰이는 게 아니라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가난한 자에게 쓴다’는 포퓰리즘적 세금”이라며 “세금을 내기 싫으면 집을 팔라는 정책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집을 팔아서 세금을 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세인 부동산 보유세 종부세는 소득 없는 노후 계층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초환’도 넘어야 할 산...공시가격 현실화도 손봐야
징벌적 과세는 종부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 그리고 종부세 및 각종 세금, 준조세 인상의 근원인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도 22대 국회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우선 정부는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확대를 추진하고 이를 위해 재초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여야 합의로 국회를 넘은 노후신도시재정비특별법에 따른 1기 신도시, 목동, 상계동 등 서울 내 노후 신시가지 정비를 위해 필요하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의원총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재초환법 개정안)와 실거주 의무 폐지(주택법 개정안), 노후신도시특별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을 보고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가 법안소위에서 정부·여당과 논의한 내용이 공유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과금 부과 초과이익 기준(3000만원)을 1억원으로 올리고, 부과 구간(2000만원)도 7000만원으로 넓히는 게 핵심이다. 초과이익 산정 시작 시점을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추는 내용도 담겼다. 소위 여야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제도 도입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부과 기준 등을 손볼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준 등을 놓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왔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당의 정책 방향성과 맞지 않은 것이 민주당 소속 위원들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의총에서는 정부안에서 다소 후퇴한 초과이익 기준 8000만원 선이 보고됐다고 전해진다.
부과 구간은 애초 정부가 중재안으로 제시한 차등 구간(4000만~7000만원)을 설정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할 전망이다. 여야 위원들은 앞선 소위에서 20년 이상 장기 보유자에 대한 감면율을 정부가 제시한 최대 60%에서 70%로 확대하는 데도 합의를 봤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 같은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을 담은 재초환법 개정안은 국토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장 전문가는 “민주당이 국회 절대의석을 차지한 만큼 차기 대선을 노리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21대 국회 윤석열 정부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협치가 예상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에 비판적인 민주당 정강과 반대되는 만큼 규제 완화폭이 커지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