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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헤더윅...글로벌 건축계 평정하다

2024년 07월호

파격의 헤더윅...글로벌 건축계 평정하다

2024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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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비전공의 헤더윅, ‘비정형 건축’으로 스타덤에
뉴욕, 상하이, 도쿄 이어 서울 노들섬도 맡아
“지루한 건축은 가라, 재밌는 건축의 시대다”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54).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이 괴짜 아티스트를 모시기 위한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랜드마크를 지으려는 세계 곳곳의 도시는 물론이고 럭셔리한 복합주거단지, 이색적인 모뉴먼트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 및 기관까지 헤더윅에 줄을 대기 바쁘다.

헤더윅은 ‘건축가들의 숨막히는 경연장’으로 불리는 뉴욕 맨해튼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야말로 ‘원톱’이다. 뉴욕은 이제 그의 놀이터가 됐다. 2019년 완공되자마자 ‘뉴욕의 에펠탑’으로 명명된 초대형 조형물 ‘베슬(The Vessle)’과 2021년 5월 완공 한 달 만에 50만명이 몰려든 허드슨 강의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가 그의 솜씨다. 뉴욕 예술계는 “최근 10년간 뉴욕에서 독보적인 랜드마크를 만든 건축가는 단연 헤더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듯 건축계 최고 스타이자 흥행 보증수표이다 보니 러브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맨해튼에서만 5개 프로젝트가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뉴욕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구글 신사옥을 설계했고 상하이, 싱가포르, 도쿄에서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산업이 불황이라지만 그의 시계는 ‘쾌청’ 그 자체다.

‘인공과 자연’ 융합한 전에 없던 건축

헤더윅이 스타덤에 오른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더없이 독특한 건축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과 자연을 융합해 ‘전에 없던 풍경’을 창조하는 게 특기다.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와 상하이 푸둥지구의 대규모 복합주거단지 ‘1000트리즈(trees)’ 등 콘크리트와 나무를 과감히 접목해 혁신적인 건축을 빚어냈다. 그런가 하면 맨해튼의 ‘The Vessel’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거대한 항아리 형상의 조형물이란 점에서 돋보인다.

헤더윅이 처음 명성을 얻은 것은 ‘2010 상하이 엑스포’ 때 영국관을 디자인하면서다. ‘씨앗박물관’이란 콘셉트로 거대한 밤송이 형태의 파빌리온을 선보여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세계에서 식물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영국을 알리기 위해 씨앗이 담긴 6만 개의 플라스틱 투명막대를 네모난 건물 전체에 빼곡히 꽂은 것. 엑스포에 몰려든 관중은 이 기이한 건축에 열광했고, 그해 미국 ‘타임’ 지는 헤더윅의 영국관을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았다. 이 일로 그는 건축계 스타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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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완공되자마자 전 세계인들이 찾고 있는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전경. 헤더윅이 저층부 디자인을 맡았다.


헤더윅은 올 초 도쿄 도심에 등장해 6개월 만에 ‘일본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아자부다이 힐스’ 재건축에도 참여했다. 아자부다이는 330m 높이 초고층빌딩 상부와 나무가 우거진 곡선 형태의 하부 녹지를 결합한 설계가 더없이 장관이어서 방문객이 몰려들고 있다.

그는 영국 디자인을 혁신한 공로로 왕실 작위를 받았고, 영국 건축계 전설인 테레스 콘란 경으로부터 ‘우리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별칭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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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헤더윅이 디자인한 팽이 의자. 가격은 500파운드다.


학연, 계보 없는 비전공 건축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건축가지만 그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다. 건축 비전공자요, 계보도 없다. 영국 맨체스터 폴리테크닉에서 3차원(3D) 디자인을 공부했고, 런던의 명문 디자인학교인 왕립예술대학(RCA)에서 가구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하고 헤더윅 스튜디오를 차렸지만 일거리가 없어 고전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건축가·디자이너·엔지니어 250명을 기용해 대표로 있다. 그는 프로젝트를 맡으면 먼저 해당 장소의 맥락과 소비자를 집중 탐구한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장소의 특성을 꿰뚫기 위해서다.

헤더윅은 최근 펴낸 ‘휴머나이즈(Hunmanise)’라는 책에서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유명 건축가들의 건물을 ‘전염병 같은 건물’이라고 일갈했다. “전 세계 도시에 지루한 건물이 전염병처럼 퍼지게 했다”며 선배들을 비판해 파란을 일으켰다. 자신이 디자인한 ‘엉뚱하기 이를 데 없는 건축’이야말로 휴머니즘에 입각한 재미있고 신선한 건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단아’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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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윅이 디자인한 뉴욕 허드슨 강의 ‘리틀 아일랜드’. [사진=헤더윅 스튜디오]


헤더윅의 작업은 언제나 ‘비싼 건축비’가 이슈가 되곤 한다. 일단 무모하리만치 과감한 형태를 디자인하고 이를 실현하려다 보니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된다. 엄청난 높이의 기둥을 연속적으로 세우거나, 특이한 곡선 등 과장된 디테일을 살릴 때가 많아 공정이 늘 까다롭다. 자연 비싸질 수밖에 없다. 뉴욕의 에펠탑이라 불리는 ‘The Vessle’은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 한땀 조각하듯 조형물을 빚어내 맨해튼으로 이송했다. 제작비만 약 2억달러(당시 환율로 2300억원)였다는 후문이다.

여러 비판에도 헤더윅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20세기 들어 건축이 효율성에만 중점을 두면서 천편일률적인 건물, 큰 건물 위주로 흘러왔다고 주장한다. 앞으로는 좀 더 인간 중심의 창의적인 건축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헤더윅은 내년에 서울에서 열리는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선정됐다. 비엔날레 주제는 역시 ‘휴머나이즈’다. 인간적인 건축을 향한 그의 연구가 비엔날레를 통해 진일보한 담론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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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윅이 설계한 서울 노들섬 사운드스케이프 시안. [사진=서울시]


서울시의 야심작 ‘노들섬’ 성공할까

헤더윅은 서울시의 ‘노들섬 글로벌 예술섬’ 공모에 ‘사운드풍경(Soundscape)’을 출품해 최종 선정됐다. 한국의 산 모양을 형상화한 공중보행교와 정원을 노들섬 위에 설치해 한강대교로 인해 단절된 섬을 잇는다는 콘셉트다. 공모에 참가한 국내외 7팀의 작품 중 가장 도드라진 디자인이었다. 헤더윅은 “한강의 큰 규모를 고려해 좀 더 욕심내고 싶었고, 더 많은 사람이 노들섬에 모였으면 했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안은 1조5000억원을 들여 40m 높이 기둥 위에 정원을 조성하고, 부속시설도 여러 채 짓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종안은 3500억원을 투입하고 기둥 높이도 20m로 낮추는 것으로 절충됐다. 스케일이 축소돼 자칫 ‘짓다가 만 공중정원’이 될 우려도 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초기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논란이 됐으나 건립 10년 만에 1억명이 다녀가는 등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가 됐다. 향후 세계적 수준의 예술섬으로 부각되려면 어느 정도의 규모와 수준은 필수다. 차별화된 건축이어야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사운드풍경’은 뉴욕의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와 유사점이 여럿 보인다. 상하이의 복합주거단지 ‘1000트리즈’의 반복되는 콘크리트 나무화분을 스틸로 바꾼 듯한 기시감도 든다.

노들섬은 내년 2월 착공해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건축계의 이단아가 빚어낸 ‘예술섬’이 과연 일본의 예술섬 나오시마의 뒤를 이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헤더윅은 서울 강남의 갤러리아백화점 재건축도 맡았다. 콘셉트는 ‘서울의 보석’이다. 또 부산 가덕도신공항 국제설계공모전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로써 국내에도 헤더윅의 ‘작품’이 여럿 탄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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