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치유도항법 전술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차량 3축일 땐 CRBM 가능성 높아
‘전략적 가치’ 언급, 전술핵 탑재 시사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북한은 지난 5월 18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5월 17일 동해상에서 새로운 유도 기술을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통신은 “해당 시험을 통해 자치유도항법체계의 정확성과 믿음성이 검증됐다”면서 “김 위원장이 자치유도항법체계의 독자적 개발과 성공적인 도입이라는 결과에 내포돼 있는 군사전략적 가치에 대해 대만족을 표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5월 18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5월 17일 동해상에서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조선중앙통신]
KN-23·24·25에 더해 CRBM까지 핵 탑재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하루 전인 17일 “군이 오후 3시 10분께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북한 미사일이 약 300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파악했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 발사차량의 바퀴가 3축이라면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이 정밀 타격과 회피 기동을 위한 유도장치를 고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을 보니 외형상으론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와 비슷했다. 다만 사진 속 시험사격 모니터에 노출된 발사차량의 바퀴는 3축이었다. 그동안 공개된 KN-23·24 발사차량 바퀴는 4축 내지 5축이었다. 한국군 합참 발표대로 비행거리가 300km라면 대남용이다. 300km 이상이라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00km 미만은 CRBM으로 분류된다.
북한은 2023년 3월 “김 위원장이 북한군 서부전선 화성포병부대를 현지 지도 후 화력습격훈련을 참관했다”면서 SRBM인 KN-23을 개량한 CRBM의 동시 사격 장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 자리엔 김 위원장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당시 남한의 군 비행장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을 위협하면서 무력 시위를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제는 CRBM에까지 전술핵을 탑재해 남한을 공격한다면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이번에 언급한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에서 ‘자치’는 미사일 항법시스템상 ‘자율’을 의미하므로 종말 단계에서도 타격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시험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자치유도항법체계의 정확성과 믿음성이 검증됐다’고 발표했다. 탄도미사일을 자율 유도할 수 있다면 그만큼 정밀성과 회피 기동의 고도화가 가능해진다. 미사일 항법 시스템에서 자율이라는 의미는 표적의 움직임을 따라 스스로 찾아간다는 뜻이다. 또한 ‘자치유도항법체계의 독자적 개발과 성공적인 도입이라는 결과에 내포돼 있는 군사 전략적 가치에 대한 대만족’ 언급에서 ‘전략적 가치’는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 현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사격 상황을 모니터로 확인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北, 한미 미사일 방어망 회피 ‘정밀 타격’ 의도
북한이 전술핵·전략핵을 탑재한 근거리·중단거리·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고도화·현실화하면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로도 요격하거나 방어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이번 자치유도항법체계를 적용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도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를 회피해 정밀 타격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특히 한미 공군이 지난 5월 16일 한반도 중부 상공에서 최신예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A와 현존 최강 F-22 랩터를 동원한 첫 기본전투기동 연합훈련을 한 지 하루 만이어서 반발 성격의 무력 시위로도 읽힌다.
한국 공군은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F-35A 스텔스기를 비롯해 F-15K, (K)F-16, FA-50, F-5 전투기와 KA-1 공중통제공격기,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E-737 항공통제기 등 60여 대의 항공기와 500여 명의 요원이 참가하는 올해 전반기 대규모 공중종합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이 이번에 시험사격한 CRBM과 함께 KN-23·24는 비행고도가 20~50km 미만인 저고도여서 탐지와 추적, 격추가 쉽지 않다. KN-23·24·25에는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주한 미7공군사령부와 예하 51전투비행단, 한국 공군작전사령부가 함께 주둔하는 오산공군기지, 주한 미8전투비행단과 한국 38전투비행전대가 주둔하고 있는 군산공군기지, 공군 17전투비행단이 있는 청주공군기지를 포함해 한반도 전역의 모든 비행장이 타격 대상이 된다.
최대 사거리 800~1000km급 KN-23과 최대 사거리 400km급 KN-24, 600mm 초대형 방사포 KN-25까지 사실상 최전방에 실전 배치해 작전 운용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개량형 KN-23은 최대 사거리를 1000km까지 늘리면 전술핵을 탑재해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다. 유사시 미국 본토에서 한반도와 일본으로 증원되는 항모 전력까지 공격할 수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대량 생산되는 국방공업기업소(군수공장)를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한미, ‘북한 비핵화’ 전략 재점검 시점
북한은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대량 생산되는 국방공업기업소(군수공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현장 시찰 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북한은 방사포와 미사일의 대량 생산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에는 화성-18형과 발사차량 수십 대의 모습이 보였다. 발사차량은 북한이 하루에 동시 발사할 수 있는 ICBM의 숫자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다. 방사포나 미사일 발사체가 아무리 많아도 발사차량(발사대)이 적으면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ICBM의 수도 제한된다. 전술핵·전략핵 탄도미사일을 평가할 때 발사차량이나 발사대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는 중요한 잣대다.
김 위원장의 요즘 행보를 보면 대남·대미 위협과 함께 각종 전술유도무기체계들을 대량 생산해 해외에 팔겠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에 제공한 각종 전술유도무기체계들이 실전 상황에서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하는지 확인하고 보완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2025년도까지의 전망 목표로 시달한 군수생산 계획이 수행되면 핵무력은 매우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비상히 증대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2025년’을 특정하면서 핵무력의 완성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상 한미와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전략이 실패로 귀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 전략에 대한 접근과 해법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