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보다 3배 이상 강도...최대 7배의 높은 탄성
효성, 스판덱스 후발주자에서 2010년부터 세계 1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스판덱스 수요 늘며 ‘올림픽 효과’ 기대
|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
반도체와 조선, 디스플레이 등은 오랫동안 한국이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 중인 제품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 가운데 한국이 세계 1위를 기록 중인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효성그룹이 만드는 스판덱스입니다.
스판덱스는 석유화합물 ‘폴리우레탄’이 주성분인 섬유의 일종입니다. 높은 부가가치 창출 효과로 ‘섬유 산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는 고무보다 3배 이상의 강도를 지닌 섬유입니다. 원래 길이보다 최대 7배까지 늘어나는 탄성으로 속옷, 수영복, 스타킹 등에 주로 쓰입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효성]
스판덱스 후발주자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스판덱스는 효성티앤씨의 주력 제품으로,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기록 중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1위는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간을 거쳐 미국 인비스타 등 막강한 선두주자들을 앞지른 결과입니다.
1959년 미국 화학 회사 듀퐁은 스판덱스를 상용화해 1962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효성이 스판덱스 시장에 진출한 것은 1990년대로, 얼마 전 타계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기술 경영’ 집념 덕분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화학섬유 기업은 미국과 일본 업체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거나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효성은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을 통한 독자적인 기술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1992년 국내 기업 최초로 스판덱스를 독자 기술로 개발해 냅니다. 당시 조석래 회장은 효성 섬유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스판덱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효성 연구원들은 약 3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1992년 세계에서 네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후발주자로 시작한 효성의 스판덱스가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사업 시작 약 10년 만인 2010년입니다.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한 원가·품질 경쟁력을 무기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전략 덕분이었습니다. 효성은 현재 중국, 베트남, 튀르키예, 브라질 등 7개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연 20만t을 생산하며 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인터필리에르 파리 2023’에 참가한 효성티앤씨 전시 부스. [사진=효성]
스포츠 용품 수요 늘며 ‘올림픽 효과’ 기대
효성티앤씨는 올해 1분기 7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전년 대비 9.7% 증가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8610억원으로 1% 성장했습니다. 전반적인 화학 업황 부진에 스판덱스 시장의 비수기임에도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증권가에선 효성티앤씨의 실적이 2분기 이후 더 개선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7월 파리 올림픽 수혜를 예상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스판덱스 수요가 늘며 효성티앤씨의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입니다.
윤용식 한화증권 연구원은 “나이키는 올림픽 키트를 발표하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아디다스 또한 과거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에서 올해는 41개 종목 후원으로 전환하며 품목을 늘렸다”면서 “올림픽으로 인해 스포츠 의류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와 함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침에 따라 스판덱스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실제로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당시 올림픽 관련 제품의 판매액이 155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올림픽 효과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효성티앤씨도 이 같은 스판덱스 업황 회복기에 대비해 해외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베트남에 총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0만톤 규모의 바이오 BDO(부탄다이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습니다. BDO는 스판덱스 섬유를 만드는 PTMG의 원료 등에 사용되는 화학 소재입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기존 화석 원료를 친환경 원료로 전환하는 바이오 사업은 100년 효성의 핵심 주축이 될 것”이라며 “바이오 BDO와 바이오 스판덱스 일관생산시스템을 기반으로 글로벌 친환경 시장 공략을 강화해 효성의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