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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 초등 97% 오후 8시까지 돌봄…'내 일만 하겠다' 늘봄 칸막이 안 돼"

2024년 04월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 초등 97% 오후 8시까지 돌봄…'내 일만 하겠다' 늘봄 칸막이 안 돼"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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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박인옥 부국장 aaa@newspim.com
| 정리=김범주, 조승진 기자 wideopen@newspim.com


2024학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초등학교가 혼란에 빠졌다.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늘봄학교’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2학기 모든 초등학교 적용을 목표로 하면서 사실상 교육청의 모든 업무가 늘봄학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만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미 서울 초등학교의 97%(551곳)가 저녁돌봄을 운영하고 있다”며 “늘봄 개념의 ‘절반’가량은 시행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시교육청은 가장 적은 38곳의 늘봄학교 운영 계획을 밝혔지만 사실상 ‘늘봄학교’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취지다.

현재 기관별로 제각각 운영되는 교육복지 프로그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정부, 지자체, 민간의 교육복지 프로그램이 따로 노는데 정치권은 역량을 이런 곳에 집중해 통합 교육복지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부상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하는 존재로 교사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해직교사 불법 채용’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은 사안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그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시련을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아이들을 위해 부모는 시련과 희생을 감수하는데 그런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Q. 새 학기 앞두고 늘봄학교 준비 상황은.

늘봄이 오후 8시까지 돌봄을 제공하는 것과 오후 3시까지 방과후교실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기본적으로 오후 3시까지 모든 초등학교에 보편적으로 무상 돌봄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3기 교육감으로 출범하면서 이미 오후 8시까지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저녁돌봄은 총 604개 초등학교 중 97%인 551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초등 1학년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한 학교가 38개에 불과하지만 1학기 이내에 150개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Q. 늘봄학교에 대한 교사 반발이 크다.

늘봄학교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는 초등학교 입학 후 저학년 시기의 돌봄 공백을 해결하고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교원의 업무 부담과 공간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에 기존 교원을 늘봄 업무에서 배제하고, 단기 행정인력과 기간제 교사를 배치해 업무 부담을 줄이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 방과후 프로그램을 교원에서 분리해 업무 경감이 이뤄지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Q. 늘봄학교에 공무원을 파견해 달라는 주장도 있는데.

자칫 학교가 복잡해지는 구조로 갈 수 있다. 현재 교무실, 행정실 체제인데 교감을 중심으로 한 교육지원팀과 돌봄지원실이 생기는 구조다. 하지만 교무실과 행정실을 중심에 둬야 한다. 행정실의 관리 속에 운영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노조의 요구도 있었다. 공무원, 행정인력 등을 각각 배치해 인력이 부족하면 행정실에서 지원하게 하고, 여유가 있으면 행정실 업무를 분담하게 하는 ‘융통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Q. 늘봄학교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현실적 접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학교에서는 지자체로 돌봄 업무를 이관해 달라고 하는데, 핵심은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게 해달라’는 의미다. 무조건 지자체로 업무를 넘겨야 한다가 아니다. 공무원 인력을 증원해서 행정실에서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Q. 우려되는 부분이 또 있다면.

업무에 칸막이를 두는 순간 ‘내 일만 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집단논리가 결합되는 순간부터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의결되면 부각시킬 예정이다. 정부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자율성 내에서 자유롭게 운영하는 방식이다.

올해 2학기가 되면 어차피 늘봄학교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교실공간 마련에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교실로 쓰고 수업 이후에는 돌봄공간으로 바꾸는 ‘겸용교실’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와 환경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큰 틀에서 교사에게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결해 주는 방향이다.

Q. 지난해부터 사교육비가 교육계 화두인데.

수능 킬러문항, 사교육업계 유착 정황 등 위법·범죄적 성격의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들여다보면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법적으로 금지하면 사교육을 잡을 수 있다와 같은 과거 정권의 방식은 아닌 거 같다.

사교육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자녀를 위한 우리 학부모 간에 치열한 경쟁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학부모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게 과도한 상황이 현재 교육의 모습으로 보인다.

경쟁 자체를 조금 완화하려는 근본적 노력도 필요하다. ‘과잉경쟁사회’에서 ‘적정경쟁사회’로 완화하는 방식이다. 후진국형 경쟁 방식을 풍요의 시대가 된 현재에도 쏟아넣으니 치열해지는 거다. 어떻게 구조적 개선을 할 것인가에 고민이 있다.

Q.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구상이라고 봐도 되는가.

구조적·제도적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 경쟁 완화라는 큰 원리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중 하나가 대학 서열 완화다. 또 대학 서열화 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고 통합 국립대학,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 같은 것이 있다. 서울대 수준을 끌어내리자는 게 아니다. 지방 국립대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수도권에 몰리는 우수 인재를 지역에 정주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통합 국립대 네트워크는 대학들이 서로 자원 공유, 또는 학생 교류 등을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Q. 현재 대학에서 무전공 도입 논의도 활발하다.

기본적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공동입학과 공동학위로 구분해볼 수 있다. 지금 무전공처럼 10개 국립대에 공동으로 입학해서 전공 찾아가고, 학교 간 이동도 일정 비율로 가능하게 하는 구상을 해볼 수 있다.

공동학위는 지금도 부분적으로는 외국 대학과 하고 있는데 그것을 발전시켜 동반 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지역거점 국립대를 특성화해 지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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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입제도 변화도 예상된다.

저는 2033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미리 준비하고, 공론화도 했으면 한다. 선진국이 일반적으로 대입에 적용하는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교 내신을 대입 평가의 기본 축으로 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같은 SAT, 즉 자격고시화된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 입장에서는 이를 점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Q. 암기식 수업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IB 도입으로 ‘권위 있는 내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권위 있는 내신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B는 개별학교, 지역, IB사무국과 연계된 3단계 평가가 있는데 평가와 수업의 전문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교사가 평가의 전권을 가지고 있고, 사고력을 키우는 수업에 조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Q. 교권 침해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에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학생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하기 위한 조례가 학생인권조례다.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일부다. 학생인권조례의 큰 성과는 과거에 만연했던 ‘체벌 없는 학교’를 만든 점에 있다.

학생인권조례 그늘도 있었다. 교권 침해 원인이 학생인권조례에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부 학교에서 그런 현상이 있었다. 그건 동의한다.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생각하게 하는 방향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권리는 다 보장돼야 한다. 어느 누구도 권리를 침해받으면 안 된다. 타인의 권리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이제 공동체형 학교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Q. 최근 ‘해직교사 불법 채용’ 혐의 관련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됐는데.

현실 법정에서 수용이 안 되더라도 때로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약간의 시련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녀들을 위해 부모는 시련, 희생을 기꺼이 감수한다. 10년 동안 아이들 곁을 떠난 해직교사에게 학교에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나. 뇌물을 받지도, 측근으로 임명한 적도 없는데 도덕적으로도 상처받을 일이 아니라는 위로도 받았다. 아무튼 3심에서 잘 헤쳐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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