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구독자 수 2억6000만명 돌파
광고지원요금제 도입이 게임 체인저
연간 영업이익 9조원 사상 최대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넷플릭스가 기존 빅테크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구독료를 따박따박 징수한다는 점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메타)은 수익의 대부분이 광고매출이다. 반면 넷플릭스 수익의 대부분은 매월 징수하는 구독료에서 나온다. 어마어마한 차이점이다.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 도입으로 가입자 수 증가
그런데 넷플릭스가 구독료 100% 정책을 내려놓고 지난 2022년 11월부터 새롭게 ‘광고지원요금제’를 출시했다. 광고를 시청할 경우 구독료를 일정 부분 낮춰 주는 정책이다. 구독자들의 가격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다.
그런데 광고지원요금제는 그간의 넷플릭스 철학과는 맞지 않다. 다행인 건 완전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광고형 스탠다드’의 요금은 5500원이다. 반면 일반 ‘스탠다드’ 요금은 1만3500원이다. 두 요금제의 격차는 무려 8000원이다.
미국의 경우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은 6.99달러, ‘일반 스탠다드’ 요금은 15.49달러로 책정돼 있다. 두 요금제의 금액차는 8.5달러에 달한다.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2023년 12월에 기존 1인 요금제였던 9500원의 베이직 요금제를 폐지했다. 이미 그 전에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도 베이직 요금제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광고형 스탠다드로 콘텐츠 시청 시 한 시간당 약 4분간 광고를 시청하게 된다. 연속 4분은 아니고 프로그램 시작과 중간에 15초, 30초, 45초 광고가 다양하게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구독자의 선택권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 정책은 결과적으로 넷플릭스의 사용자 수를 증가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2024년 1월에 넷플릭스 광고 책임자인 에이미 라인하드가 광고지원요금제의 현재 활성사용자수는 약 2300만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3년 11월의 1500만명과 비교하면 무려 800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 도입 국가는 2023년 10월 기준 12개 국가(한국, 미국, 영국, 호주,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스페인)이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구독자 수 감소로 충격받은 넷플릭스의 대반전
과거 넷플릭스의 유료가입자 수 증가 추이는 폭발적이었다. 2017년 1억900만명에 불과했던 유료가입자 수는 2018년과 2019년에는 2년 연속 3000만명 이상이 급증하며 2019년 말에는 1억6709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0년에는 1년 만에 3660만명이 급증하며 넷플릭스 연간 가입자 수 최대치인 2억366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에 들어서면서 가입자 수 증가세가 1820만명으로 둔화돼 위험 신호가 켜졌다. 2022년에는 가입자 수 증가 인원이 고작 891만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22년 말의 구독자 수는 2억3075만명이었다. 이 당시 넷플릭스의 최대 고민은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 점점 디즈니플러스에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넷플릭스의 돌파구는 광고지원요금제 도입이었다. 본격적으로 이 요금제가 도입되면서 2023년 말에 유료가입자 수가 2억6028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2953만명이 늘어나 증가율이 무려 12.8%에 달했다. 2022년 1분기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20만명의 구독자 감소로 부진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대반전이다.
넷플릭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은 구독료가 높은 미국·캐나다 지역이다. 넷플릭스는 이 지역에서 2022년에 구독자 수가 무려 92만명이나 감소하며 크게 고전했다. 이런 현상은 경쟁 OTT인 디즈니플러스와 훌루 등의 영향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2023년에는 무려 583만명이 증가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지역이 안정을 찾으면서 넷플릭스의 영업이익도 큰 폭 개선됐다.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에서도 2022년에는 부진했지만 2023년에는 무려 1208만명이 증가했다. 기록적인 증가세다. 지역별 전체 비중도 미국·캐나다의 31%를 뛰어넘는 34%를 기록했다. 4개 지역 중 가장 가입자 비중이 높다. 라틴아메리카 역시 2023년에 430만명 증가한 4600만명의 구독자 수를 기록하며 양호한 증가세를 보였다.
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평균 구독료가 낮은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여기서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732만명 폭증하며 전년 대비 가장 높은 19%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구독료가 낮은 지역이라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구독료는 넷플릭스의 최대 강점
넷플릭스는 이제 표면적으로 대놓고 구독료를 올리는 데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제도가 넷플릭스 콘텐츠 ‘공유제한’과 ‘광고지원요금제’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요금제로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는 게 넷플릭스만의 장점이다.
경쟁사인 디즈니와 비교할 때 넷플릭스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영업이익이다. 넷플릭스가 지금 가장 중시하는 건 수익이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적절하게 계속 구독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꾸준히 영업이익을 쌓아 왔다.
‘스탠다드’ 월정액 요금은 지난 10년간 7.99달러에서 야금야금 올라가 현재는 94% 폭등한 15.49달러로 치솟았다. 프리미엄 요금도 11.99달러에서 22.99달러로 92% 올랐다. 그래도 아직 구독자들의 심각한 이탈은 없다. 오히려 추가로 광고요금제를 도입하면서 구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구독료는 현금으로 매월 따박따박 들어오니 엄청난 수익모델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2023년 매출액은 44조원(337억달러)으로 사상 최대치다. 더 고무적인 건 2023년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70억달러)으로 전년 대비 25% 급증했다는 점이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만약 디즈니플러스 같은 경쟁업체들이 진입하지 않았다면 구독료를 더욱 마음 놓고 올렸을 텐데 경쟁사들 때문에 이제는 눈치를 봐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구독료 수준에서도 넷플릭스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누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단일 상품으로 유료구독자 수가 2억6000만명을 넘긴 경우는 흔하지 않다. 글로벌 1등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경우에도 무료 고객은 어마어마하지만 유료 고객(유튜브 프리미엄)은 아직 1억명에도 못 미친다.
넷플릭스의 수익모델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넷플릭스의 장기적인 목표 유료구독자 수는 5억명이다. 넷플릭스는 언젠가 자신들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넷플릭스의 성장이 과거보다 둔화된 건 명백한 사실이다. OTT 시장의 경쟁 격화 또한 명백하다. 하지만 이 모든 사항을 감안해도 캐시 버닝 전략을 통해 경쟁사보다 질과 양에서 압도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넷플릭스만의 강점은 확연해 보인다.
게다가 2024년 4분기에는 대망의 ‘오징어게임 시즌2’가 공개된다. 지난 2021년 말에는 오징어게임 대박으로 잠깐 넷플릭스 주가가 700달러를 돌파했지만 그 뒤로 한동안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굴욕을 겪었다. 현재는 600달러까지 주가가 회복됐지만 아직 전고점보다는 한참 밑이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 수 있다. 2021년보다 넷플릭스 구독자 수나 수익구조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또 ‘오징어게임 시즌2’는 이제 한국인만의 콘텐츠가 아니라 전 세계인 모두가 간절하게 기다리는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시리즈가 됐다.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한국 콘텐츠 업계와 넷플릭스는 서로 윈-윈하는 끈끈한 관계가 됐다.
현재의 넷플릭스를 확연히 뛰어넘을 능력을 가진 경쟁 OTT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지금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즐겁게 시청하고 있거나 ‘오징어게임 시즌2’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구독자라면 콘텐츠 말고 넷플릭스 주식에도 관심을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