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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 OTT 적자 늪 다 죽을까? 손잡을까?

2024년 04월호

한국 토종 OTT 적자 늪 다 죽을까? 손잡을까?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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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참전...살벌한 한국 OTT 서비스 전쟁
티빙과 웨이브, 쿠팡에 밀려 3, 4위로 추락
‘규모의 경제’ 확보한 넷플릭스 독주 불 보듯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의 OTT 서비스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1위를 하는 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2위 업체가 좀 의외다. 기존 강자였던 ‘티빙’과 ‘웨이브’를 제치고 ‘쿠팡플레이’가 당당히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주요 OTT 업체들은 정확한 유료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한국 유료가입자 수가 최소 5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흔하게 활용되는 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 인덱스’ 자료다.

쿠팡까지 참전, 살벌한 한국 OTT 서비스 전쟁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한국 월간이용자수(MAU) 1위는 1164만명으로 집계된 넷플릭스다. 2위인 쿠팡플레이의 664만명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하지만 쿠팡플레이가 보유한 콘텐츠는 넷플릭스와 비교도 안 되게 적다. 따라서 쿠팡플레이가 영리하게 구독자 수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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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이용자수 2위를 기록한 쿠팡플레이는 사실 티빙이나 웨이브보다 훨씬 늦은 2020년에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부족한 콘텐츠와 뒤늦은 시장 진입에도 쿠팡플레이가 선전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바로 과감한 베팅을 통해 스포츠 중계권 시장을 집중 공략했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는 과거 토트넘 친선경기 단독 중계 등 일찍부터 스포츠 중계권 시장을 공략해 왔다. 특히 2023년에 K리그 독점 중계권 확보는 신의 한 수였다. 이를 통해 남자 구독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쿠팡플레이의 K리그 중계 영상은 퀄리티가 높기로 유명하다. 특수촬영기기를 과감히 도입해 기존 TV 중계보다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다른 업체들의 월 구독요금은 1만원이 훌쩍 넘는 데 비해 쿠팡의 ‘와우회원’ 이용료는 고작 월 4990원이다. 그리고 이 유료 멤버십의 핵심 혜택은 OTT 서비스가 아니라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켓배송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쿠팡의 본업이자 최대 강점인 로켓배송을 이용하기만 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다.

그런데 와우회원 혜택에 추가로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까지 번들로 제공하다니 쿠팡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거꾸로 쿠팡 입장에서 손익 계산해 보면 엄청난 적자다. 그런데도 쿠팡이 쿠팡플레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고객들을 묶어놓는 ‘락인’ 효과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커머스 최강자 아마존이 OTT 서비스인 ‘아마존비디오’를 운영하면서 락인 효과와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강력한 경쟁회사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도 혜택 중 하나로 OTT ‘티빙’ 무료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손익계산만 따져보면 무모해 보이지만 쿠팡에게는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 바로 쿠팡플레이를 통해 MZ세대와 남자 회원 수를 늘리려는 전략이다. 주부들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를 쿠팡 생태계로 끌어들이려는 영리한 전략이다.

쿠팡은 OTT 콘텐츠 투자비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지만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은 돈 먹는 하마인 쿠팡플레이다. 그래도 쿠팡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다. 쿠팡은 아직도 흑자를 낼 생각이 별로 없다. 여전히 돈을 쓰더라도 쿠팡 생태계를 더 확장하고 싶어 한다.

쿠팡에도 밀려 3위와 4위로 추락한 티빙과 웨이브

월간이용자수 3위를 기록한 티빙은 CJ ENM과 JTBC가 손잡고 2021년에 본격적으로 출범한 OTT 회사다. CJ ENM이 49%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스튜디오룰루랄라(SLL), 제이씨앤파트너스, 네이버가 각각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 형태다. 2022년에는 KT의 ‘시즌’ OTT를 흡수합병하면서 ‘KT스튜디오지니’도 티빙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다.

티빙은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티빙 기본구독권을 추가해 구독자 수를 늘리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TVN과 JTBC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오픈 초기에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인 ‘유미의 세포들’, ‘술꾼 도시 처녀들’이 인기를 끌면서 구독자 수가 늘어났다. ‘환승연애’도 인기다. ‘파라마운트 플러스’와의 제휴를 통해 유명 해외 드라마도 서비스된다.

2024년에는 8부작 오리지널 드라마 ‘이제, 곧 죽습니다’가 호평을 받으며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의 급성장에서 확인됐듯이 스포츠 없이 드라마 위주의 전략은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티빙은 한국 프로야구 중계권에 승부를 걸었다.

이런 티빙의 노력으로 KBO는 지난 2월 ‘뉴미디어 유무선 중계권’ 우선협상대상자로 티빙을 선정했다. 스포츠 중계에 사활을 건 티빙은 결국 3월에 1350억원이라는 거금으로 3년간 유무선 중계방송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포털과 통신사에 이 소중한 중계권을 어떻게 재판매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월간이용자수 4위를 달리고 있는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와 SK텔레콤의 합작으로 2019년에 출범한 OTT 회사다. SK텔레콤이 40%, SBS, MBC, KBS가 각각 2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한다.

가장 큰 장점은 방송 3사의 드라마를 언제든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와 같이 웨이브에서만 서비스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있다. 하지만 큰 흥행을 거둔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지는 않다. 그리고 어떤 업종이건 일단 4위는 고되고 힘들다. 웨이브가 티빙과의 합병을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규모의 경제’ 확보한 넷플릭스의 가격 인상

요즘 넷플릭스가 가격에 비해 볼 게 없다며 비난하는 소비자들과 언론 보도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OTT 월정액 가격은 정말로 비싼 걸까. 객관적인 진실은 그렇지 않다. 주말 영화관 관람료로 1만5000원을 받는 시대다. IPTV ‘최신영화 VOD’ 1편이 1만1000원이다. 아직은 OTT 요금이 비싸다고 말하기 어렵다. 넷플릭스가 배짱을 부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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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월정 요금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프리미엄 요금제의 경우 1만7000원에 4명이 사용 가능하니 월 4250원꼴이다. 이런 이유로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간절하게 올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저항이 워낙 커 구독료 인상 대신 계정 공유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 집에 같이 살지 않으면서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 월 5000원의 추가요금이 부과되는 정책이다. 또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으로 한 집에 살지 않으면서 계정 공유 가능한 회선은 최대 2개다.

이렇게 되면 간접적으로 구독료가 인상되는 효과가 나온다.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면 1만7000원(기본요금) + 1만원(추가요금) = 2만7000원(합계요금)이니 3명으로 나누면 구독료가 1인당 9000원으로 껑충 뛰는 셈이다. 대신 광고형 스탠다드 도입을 통해 월 5500원의 저가형 상품도 출시했다. 넷플릭스의 구독료 인상 이후 티빙과 디즈니플러스도 기존 구독료의 일부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티빙의 월 구독료다. 놀랍게도 넷플릭스와 동일한 요금 구조다. 디즈니플러스보다 구독료가 더 높은 티빙의 가격 정책은 과감해 보인다. 4990원으로 모든 게 다 되는 쿠팡플레이의 가격 정책도 흥미롭다.

한국 토종 OTT 업체들의 적자 대행진

이제 한국 토종 OTT 업체들의 경쟁력과 관련된 근본적인 의문점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일단 쿠팡플레이는 워낙 저가 정책을 쓰고 있으니 예외로 하고 나머지 OTT 위주로 살펴보자.

첫째, 만약 한국 사람이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이렇게 4개의 OTT를 이용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OTT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 중 3개를 끊어야 한다면 과연 넷플릭스를 끊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콘텐츠 업로드가 가장 활발한 넷플릭스를 최후의 OTT로 가져가고 나머지 3개의 OTT를 끊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둘째, 넷플릭스가 최후의 OTT로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뭘까. 바로 콘텐츠의 양이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수량을 모두 합치면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는 아직 넷플릭스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2023년에 콘텐츠 제작비용으로 약 26조원(200억달러)을 쏟아부었다. 반면 한국 OTT 업체들의 콘텐츠 제작 비용은 몇천억원에 불과하다.

셋째, 영업이익은 중요한 요소다. 넷플릭스는 최근 4년간 무지막지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20년 6조원(46억달러), 2021년 8조원(62억달러), 2022년 7조원(56억달러), 2023년 9조원(69억달러)이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 서비시스 코리아’도 2022년에 14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행진 중이다. ‘오징어게임’, ‘D.P’, ‘더 글로리’ 등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해 국내 유료가입자 수가 많이 증가했다. 또 요금 인상의 영향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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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 OTT 업체들의 적자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2020년에 티빙과 웨이브의 영업손실은 각각 62억원과 16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엔 티빙 762억원, 웨이브 558억원으로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2022년에는 티빙 1192억원, 웨이브 1217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천억 단위로 확대됐다.

티빙과 웨이브는 앞으로 언제까지 더 적자를 버텨낼 수 있을까.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콘텐츠 확보를 위해 무지막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가 5000만명에 불과한 한국 시장에만 머무른다면 과연 적자에서 탈피해 흑자 전환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게다가 한국 시장은 지금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도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간의 3파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런 구도에서 한국 OTT 업체들이 과연 언젠가는 흑자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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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 OTT, 손잡고 해외 나가야 승산 있어

한국 토종 OTT 업체들의 생존 해법은 간단하다. 독자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큰돈을 투자하거나 획기적으로 구독자 수를 늘리기가 어렵다면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합병 시나리오는 티빙(CJ ENM+JTBC+네이버+KT)과 웨이브(SK텔레콤+MBC+KBS+SBS)의 합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티빙이나 웨이브 중 한 개의 OTT만 이용할 경우 불편하다. 반면 2개 다 이용할 경우 구독료 부담이 상당하다. 하지만 2개 회사의 지배구조가 워낙 복잡해 업계에서는 합병 가능성을 매우 낮게 전망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양사 간에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금 곤혹스럽다. 넷플릭스의 전 세계 구독자 수는 2억6000만명을 돌파했다. 웨이브나 티빙이 한국에서 각각 5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다고 해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두 기업 간 합병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운영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2023년의 결산 실적은 아직 미확정 상태다. 곧 티빙과 웨이브의 결산 실적이 발표되면 합병의 필요성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적자가 크게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문제는 원만하게 합병이 돼도 흑자 전환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추가적인 해법은 해외 시장 진출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은 한국 콘텐츠에 우호적이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서둘러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토종 OTT들은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이미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렇게 티빙과 웨이브를 살펴보니 넷플릭스가 얼마나 훌륭한 기업인지를 느끼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OTT 시장은 독점이 아니라 과점 상황이라 넷플릭스가 새로운 도전자들로 고전할 거라 전망됐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전자들은 예상외로 힘겨워하고 있다. OTT 최강자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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